박선희

박선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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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선희 기자입니다.

teller@donga.com

취재분야

2025-01-29~202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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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세계푸드 5년치 토마토 선구매, “스마트팜 지원”

    신세계푸드가 협력농가의 스마트팜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선지급금을 지불하는 5년 장기 계약을 맺고 ‘농가-기업’의 동반성장 모델 확립에 나섰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농업회사법인 팜팜의 스마트팜에서 2022년부터 5년간 생산할 토마토 전량(연간 1300t)을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11억 원을 선지급했다. 팜팜은 다음 달 충남 논산시 상월면에 3만4809m²(약 1만530평) 규모로 최신식 스마트팜을 짓는다. 팜팜은 당초 2만5000m²(약 7500평) 비닐온실에서 토마토, 오이 등을 재배해 도매업체에 판매하는 일반적인 농가였지만 2014년 신세계푸드 각 사업부에서 사용하는 토마토 계약재배를 시작한 이후 연 매출 150억 원을 올리는 대형 농업회사법인으로 성장했다. 이번 계약으로 팜팜은 난방, 양액시설만 갖췄던 기존 비닐온실과 달리 냉방, 발광다이오드(LED) 보광, 수분관리 등 최신식 설비가 구축된 스마트팜에서 영농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양광식 팜팜 대표는 “투자비용 때문에 망설이던 스마트팜 구축에 도전할 수 있게 됐고 고품질 토마토 생산으로 소득 증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7∼8월 긴 장마와 태풍으로 토마토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신세계푸드 역시 안정적 토마토 수급처를 확보하게 됐다. 현재 70여 개인 노브랜드 버거 매장은 올해 180개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요한 토마토 양도 올해 300t에서 내년 750t까지 늘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푸드는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김홍원 신세계푸드 농산팀장은 “미래 식재료를 개발하고 부가가치를 높여 농가와 상생할 수 있는 상생모델로 육성해 가겠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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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反쿠팡’ 신세계-네이버… 2500억 규모 지분 교환

    신세계그룹과 네이버가 25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협력 관계를 공식화했다.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직후 온·오프라인 강자들 간의 연합이 이뤄진 셈이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16일 서울 강남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커머스, 물류, 멤버십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등이 참석했다. 두 회사의 협력 강화를 위해 이마트는 1500억 원,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000억 원 규모로 네이버와 상호 지분을 교환한다. 이로써 네이버는 신세계그룹의 신선식품과 럭셔리·패션 상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신세계그룹은 네이버의 플랫폼 등을 활용해 SSG닷컴의 인지도를 높이려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의 이용자 수는 각각 2000만 명, 5400만 명에 이른다. 아울러 네이버는 신세계그룹의 오프라인 점포망 7300곳을 활용할 수 있게 됐고,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네이버가 제휴한 CJ대한통운과 협업할 여지가 생겼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 상장을 계기로 두 기업이 제휴에 속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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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규 골퍼 65%가 2040… “골프시장 큰손 영골퍼 잡아라”

    코로나로 인해 실내스포츠 이용이 감소함에 따라 국내 골프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골프 인구는 전년보다 약 46만 명 늘어난 515만 명으로 추정되며 생활 속에서 골프를 즐기는 인구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구력 3년 이하 신규 골퍼 중 2040세대 비율이 65%로 젊은층의 골프 참여율이 최근 크게 확대됐다. 롯데백화점의 최근 3개년 2040세대 골프 구매 비중 역시 2018년 43.9%, 2019년 44.2%, 2020년 45.2%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다. 롯데백화점은 이처럼 골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영골퍼들을 공략하기 위해서 올해 젊고 과감한 하이엔드 골프 브랜드를 발굴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자신의 여가와 패션을 외부에 보여주는 문화에 익숙한 영골퍼들은 기존의 퍼포먼스 골프웨어 브랜드가 아닌, 차별화된 새로운 골프웨어 브랜드를 선호한다. 롯데백화점은 본점을 비롯한 주요 점포에 하이엔드 골프 브랜드를 유치하고 롯데온에도 2021년 봄여름 시즌에 맞춰 영골프 전문관 오픈을 준비 중이다. 하이엔드 골프브랜드 ‘어메이징크리’는 다음 달 1일 인천터미널점에 입점한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콘셉트가 특징으로 시그니처인 해골 캐릭터로 유명하다. 본점, 부산본점, 동탄점까지 단독 입점이 확정됐다. ‘지포어’는 골프 마니아들 사이에서 ‘골프계의 명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젊은 감성을 반영한 독특한 색감과 편한 디자인으로 인해 여성 골퍼들 사이에서 해외 직구를 통해 큰 인기를 끌었다. 작년 상반기부터는 코오롱FnC에서 공식 수입하고 있다. 다음 달 12일 부산본점을 시작으로 본점, 동탄점, 잠실점, 인천터미널점에 입점한다. ‘페어라이어’는 유럽 감성의 골프웨어 브랜드로 세련된 핏감과 소재의 고급감으로 1950, 60년대 골프의 클래식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표현한다. 잠실점, 강남점 등에 입점 계획 중이다. 기존 골프웨어 브랜드와 차별화된 감성의 하이엔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세인트앤드류스’와 세련된 컬러감과 디테일로 주목받고 있는 ‘어뉴골프’도 선보일 예정이다. 골프시즌이 본격화되는 3월을 앞두고 롯데백화점은 잠실점(28일까지), 본점(26일∼3월 1일), 프리미엄 아울렛 광명점(25일∼3월 3일) 등에서 최대 80%의 대규모 할인 행사 및 이벤트도 함께 선보인다. 롯데백화점 손상훈 치프바이어는 “골프 시장의 성장과 2030세대 골프 참여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고객들에게 보다 차별화된 상품을 제안하고 신진 브랜드를 발굴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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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궁화 비누, 이마트 노브랜드 납품 4년새 매출 2배로

    1947년부터 비누, 세제를 생산해 온 중소기업 무궁화는 2016년 액체형 세제시장에 처음 도전했지만 매출이 늘지 않고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노브랜드(사진)가 업체의 기술력과 가능성을 믿고 함께 액체세제를 제조해 판매했고 초저가 세제로 입소문이 나며 인기를 끌었다. 공장가동률은 40% 수준에서 90%로 올랐다. 이 결과 무궁화는 지난해 매출 40억 원을 기록하며 노브랜드에 납품을 처음 시작한 2016년 20억 원에서 2배 이상으로 신장했다. 직원 수도 기존보다 20% 늘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된 가운데 노브랜드가 우수 중소기업과 협업해 동반성장을 이끌어내는 사례가 눈길을 끌고 있다. 노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총 1300여 종의 상품 중 70%는 중소기업 제품이다.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300개에 달한다. 2015년 노브랜드 출범 당시 120여 개 중소기업과 거래했던 것에서 두 배 이상 는 것이다. 품질 경쟁력이 있는 중소기업 제품이 노브랜드와 만나 스타상품이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노브랜드와 협업한 지 4년 차가 된 에스앤푸드는 2013년부터 두부, 콩국물 등 콩 가공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2018년 적자가 심화돼 인력 구조조정을 할 정도였지만 2019년부터 ‘노브랜드 두부 300g(2입)’을 납품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1모당 1000원대인 노브랜드 두부는 다른 국산 콩두부보다 가격이 20∼30%가량 저렴해 베스트셀러가 됐고 지난해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됐다. 1991년부터 물티슈를 생산해 온 제지업계 전통적인 중소기업 한울생약도 노브랜드 협력사다. 이 회사가 만든 노브랜드 물티슈는 가성비로 입소문을 타며 판매가 늘었고 지난해 전년보다 14%가량 신장된 11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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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퍼브 제품 한데 모아 쇼핑도 편하게

    알뜰 소비를 원하는 이들이 늘면서 리퍼브 전문 매장이 많아지고 있다. 리퍼브 전문점은 단순 변심으로 인한 반품 상품과 미세한 훼손이 있는 상품을 정비해 재판매하는 곳이다. 정상 상품에 비해 훨씬 저렴한 데다 새 상품과 차이가 크지 않아서 실속 소비자들에게 특히 인기다. 불황으로 인해 ‘가성비’가 소비의 중요한 기준이 되면서 리퍼브 전문점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취급 카테고리 또한 유아용품, 가구, 가전, 화장품, 도서 등 다양해지고 있다.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오프라인 매출 타격이 심했던 지난해에도 롯데아울렛의 리퍼브 매장들은 월평균 1억∼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은 리퍼브 매장이 다양하게 특화돼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1160m2(약 350평)의 중고 리퍼브 전문숍 ‘올랜드’와 롯데하이마트의 상설 할인매장인 ‘가전 아울렛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올랜드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 상품부터 한샘, 삼익, 핀란디아 등 가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리빙 상품을 30∼7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롯데하이마트는 이달부터 상품 구성을 이월·진열 상품 중심으로 변경해서 상설 할인매장으로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위니아 김치냉장고를 51% 할인된 99만 원에, LG전자 75인치 초고화질(UHD) TV를 46% 할인된 159만 원 등에 판매한다. 롯데백화점은 이천점 외 다른 아웃렛 매장에서 리퍼브 전문 매장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광명점에 ‘리씽크’, 롯데아울렛 광교점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에 ‘프라이스홀릭’ 등이 있다. 롯데아울렛 관계자는 “올해 설에는 귀성 계획을 미룬 고객들을 위해 가성비 넘치는 리퍼브 상품 행사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롯데아울렛을 찾는 실속파 고객들을 위해 리퍼브 전문점을 지속적으로 론칭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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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유수 이사장, 쌀 5810포 기부

    재단법인 에이스경암 안유수 이사장(91·사진)이 설을 앞두고 1억5000만 원 상당의 백미(10kg들이) 5810포를 경기 성남시에 기탁했다. 기증한 백미는 관내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 5577가구와 소년소녀가장 233가구에 전달된다. 안 이사장은 1999년부터 23년째 매해 명절마다 백미 기부 활동을 진행해 오고 있다. 안 이사장은 “올해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극심할 것”이라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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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한 번 지각했다면 4번은 일찍 가라

    인간이 부정적인 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부정성 지배’ ‘부정성 효과’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이 책의 유익은 공포와 독설로 정치·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부정성 장사꾼’들과 온갖 암울한 뉴스가 삽시간에 공유되는 소셜미디어 세상에서 합리적 방법으로 부정성의 힘을 제어하는 지혜를 다양한 연구와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일단 저자들은 부정적 사건이 정서에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원리를 뇌 발달 연구에서 찾는다. 인간의 뇌는 위협과 불안에 과잉반응을 하도록 설계됐다. 그것이 인류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논리적 사고와 통제를 담당하는 전전두엽 피질은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하는 순간 투쟁, 도피 반응을 끌어내는 기저핵과 변연계까지 작동시킨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마치 우리 조상들이 산길에서 호랑이를 만난 것과 같은 강력한 과잉반응이 일어나는 이유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결과는 간단하지 않다. 이런 과잉반응 때문에 가정, 이웃의 불화뿐 아니라 회사의 평판이 무너지고, 집단이기주의와 외국인 혐오, 극렬한 정치적 분열까지 생긴다.부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 중 하나는 긍정성 비율이다. 책은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4의 법칙을 끌어낸다. 나쁜 것 하나를 극복하려면 좋은 것 네 개가 필요하다는 지침이다. 일례로 임상심리학자들은 내담자가 부정적 감정 한 번에 긍정적 감정 네 번을 느끼는 것을 목표로 치료를 한다. 이는 일상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지각을 한 번 했다면,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선 적어도 네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연인이나 부하직원을 한 번 비판했다면, 네 번 이상은 칭찬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부정성 전파로 조직을 망치는 ‘썩은 사과’ 처치법, 부정성에 대한 선천적 방어기제인 ‘폴리애나 원리’(긍정성 개발)를 적극 활용하는 법 등 부정 편향성이 만연한 세상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1-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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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조남주-정유정… 스타 작가들 속속 귀환

    지난해는 한국 문학의 부흥기였다. 침체됐던 시장에 새로운 작가진과 장르가 쏟아지면서 독자들이 돌아왔다. 교보문고 한국 소설 판매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판권도 일본, 미국 등으로 활발하게 수출됐다. 열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새해에는 대형 작가들이 출격한다.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한 한강의 신작부터 해외 시장에 ‘K스릴러’란 신(新)장르를 이식한 정유정의 신작까지, 문학출판의 빅 타이틀이 예고돼 있다. 또 한 번의 전기를 맞고 있는 한국 문학시장에 이들의 귀환이 어떤 폭발력을 낼지 기대를 모은다. ○ 신드롬 일으킬 대표작 이어질까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2018년 소설집 ‘흰’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소설가 한강이 5년 만에 신작 장편을 낸다. 올해 상반기에 선보일 작품은 제주도4·3사건을 다룬 것으로 알려진 ‘작별하지 않는다’(가제·문학동네).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를 통해 현대사의 아픔을 깊이 파고들었던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도 3월에 소설집 ‘오기’(민음사)를 낸다. ‘82년생 김지영’이 지난해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르고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100선에도 선정되며 조 작가는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민음사는 “신작 ‘오기’는 ‘82년생 김지영’을 향해 쏟아진 질문에 대한 조남주식 답변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가출’ ‘여자 아이는 자라서’ 등 화제가 됐던 최근 단편을 수록했다. 2015년 표절 시비 이후 활동을 접었던 소설가 신경숙도 장편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상반기에 낸다. 지난해 창비 웹매거진에 연재했던 작품으로, 책이 나오면 소설집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이후 8년 만의 신작이다.○ K스릴러 대형 작가들의 귀환 장르적 묘미에 탄탄한 문학성을 함께 갖춘 한국의 스릴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영미권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정유정 작가의 신작 ‘완전한 행복’(가제·은행나무)은 올해 5, 6월경 출간된다. 정유정표 스릴러를 ‘종의 기원’ 이후 5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것. 김진희 은행나무 이사는 “‘종의 기원’이 사이코패스의 내면을 깊게 파고들었다면, 이번 신작은 나르시시스트인 여성 사이코패스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으로 구성되는 이야기”라며 “집필을 위해 정 작가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 바이칼호수를 답사하는 등 꼼꼼히 취재를 마쳤다”고 전했다. 북미와 유럽 K스릴러 열풍의 중심에 선 또 한 명의 작가인 김언수도 신작 ‘빅아이’(문학동네)를 상반기 중 낸다. 한때 한국 경제의 큰 축이었던 원양어업을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과 인간군상을 그렸다. 작가가 직접 6개월간 원양어선을 타며 취재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개항기 세워진 한 귀신 들린 건물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강화길의 ‘대불호텔의 유령’(가제·문학동네)도 주목할 만한 작품. 스릴러 문법을 차용한 개성 있는 여성서사를 선보여 왔던 작가가 장르 특유의 세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해외 소설 중에서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무크가 팬데믹을 소재로 쓴 신작 ‘페스트의 밤’(민음사)이 눈에 띈다. 올해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을 맞아 열린책들은 작가의 대표작을 새롭게 단장해 선보일 예정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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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구석 여행’ 떠나볼까!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 힘들어진 시기지만, 작가들의 여행기가 ‘방구석 여행’ 대리체험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최근 활발하게 출간되고 있다.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이 응집된 작품으로 유명한 소설가 백민석 씨는 최근 홀로 떠났던 러시아 여행기 ‘러시아의 시민들’을 펴냈다. 블라디보스토크,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의 여러 도시를 가로지르는 동안 느낀 짧은 단상과 이국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사진 120여 장을 직접 찍어 수록했다. 러시아에 대한 지배적인 이미지는 여전히 냉전시대, KGB(옛 소련 정보기관)나 혁명, 레닌 등이지만 작가가 담백한 말투로 기술하는 여행기 속에는 잘 웃고 친절하며 아기자기한 이웃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차분하면서도 무덤덤하게 이어지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창밖으로 그 풍경을 함께 내다보는 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해이수 작가는 최근 장편소설 ‘탑의 시간’(사진)을 펴냈다. 미얀마의 유적지 ‘바간’을 배경으로 네 남녀의 뒤얽힌 기억과 인연을 그려낸 작품. 낡은 게스트하우스나 ‘미얀마 비어’, 님트리와 코코넛 나무, 선착장 옆 사원 등 이국적 풍경의 디테일이 언젠가 떠났던 동남아 여행지를 연상시키며 소설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2000개가 넘는 탑에 각자의 소원을 두고 기도하러 오는 사람들처럼, 책을 따라가던 독자들 역시 이곳의 방문자가 된다. 김소연 시인의 첫 여행산문집 ‘그 좋았던 시간에’는 코로나19 이전 자유로웠던 여행의 시간을 추억하며 쓴 글을 모았다. 다수의 산문집을 낸 시인이지만 여행산문집은 이번이 처음. 마음을 파고드는 특유의 섬세하고 예리한 글로 지난 여행기와 그것을 회상하며 깨달은 것들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엽서 고르는 데 한나절이나 쓰고 빵과 커피 냄새에 한없이 이끌려 다니는 시간이 여행지에선 가능하다. 낯선 세상으로 가 느리게 머물면서 심장이 뛰며 이끄는 대로 걸어 다니던 시절. 목적한 적 없는 시간이었지만 여행의 묘미가 바로 그 목적 없음이다. 시인은 “돌아와 보니 모든 게 믿기지 않는 이야기”라고 한다. ‘우주를 독식하는 시간’이자 ‘도처에서 새로 태어나는 시간’이었던, 자유롭던 그 시절의 아름다움을 책장 속에서 반추하게 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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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미나리’ 美비평가협회 작품상 윤여정 여우조연상 등 4관왕 올라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가 미국 비평가협회 영화상에서 첫 작품상을 받았다. 5일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비평가협회는 4일(현지 시간) 최고상인 작품상에 ‘미나리’를 선정했다. 이와 함께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정 감독이 각본상을 받았고 배우 윌 패튼은 ‘켄 행크 메모리얼 타힐상’을 받아 총 4관왕에 올랐다. 한국계 미국인인 정 감독이 1980년대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 이야기를 담아낸 ‘미나리’는 새해 들어서만 미국 여성영화기자협회 여우조연상(윤여정), 카프리 할리우드 국제영화제 각본상과 음악상을 받은 데 이어 서부 뉴욕 평론가를 중심으로 한 그레이터 웨스턴 뉴욕 비평가협회에서 여우조연상과 외국어영화상을 차지했다. 수상 소식이 잇따르며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개봉은 상반기로 예정돼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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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떼’와 90년생 사이… 80년생의 시대유감[광화문에서/박선희]

    최근 몇 년은 90년생의 해였다. 90년생이란 신인류를 이해하기 위한 사회적 차원의 노력이 많았다. ‘90년생이 온다’ 같은 베스트셀러도 나왔고, 언론의 조명도 집중됐고, 다들 열심히 그들에 대해 공부했다. 가끔은 너무하다 싶은 관대함과 이해심도 발휘해줬다. 그들을 거스르는 건 ‘라떼’(꼰대) 대열에 자진 합류하는 것과 같은 무모한 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떨까. 새해에 소개할 신간을 검토하다가 80년생의 시각에서 본 사회비평을 담은 ‘추월의 시대’란 책을 봤다. 친일 대 종북, 산업화 대 민주화 세대란 이분법만으론 읽을 수 없는 한국 사회의 다층적 변화를 80년생 관점에서 다시 점검했다는 소개가 눈길을 끌었다. “개발도상국 한국에서 자란 마지막 세대이자 선진 대한민국을 겪은 첫 세대”란 특수성을 바탕으로 배척과 분열 일변도인 현재 정치 지형에 비판을 가한 착안점이 흥미로웠다. 사실 80년생이 정치적 발화자로 등장하려는 조짐은 최근 들어 계속 있어 왔다. 강력한 기득권 정치집단이 된 운동권 세대를 작심 비판한 ‘386 세대유감’(2019년)도 80년생 공저자가 주축이었다. 특히 지난해 국민청원에 ‘시무7조’를 써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조은산, ‘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를 연재해 화제가 됐던 삼호어묵도 80년대생으로 알려졌다. 80년생은 연탄불 때던 기성세대의 삶을 경험적으로 이해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워라밸을 중시하는 90년생 정서에 직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낀 세대다. 양쪽에 역지사지가 되는 동시에 기존 정치구도로부터도 자유롭다. 일례로 조은산의 유려한 고어체는 ‘보수 어르신’이어서가 아니라 어릴 때 엄마가 사준 ‘이문열 삼국지’ 영향이었단다. 노무현 지지자였지만, 반민주적 당파성까지 용인할 만큼의 맹목적 부채감(혹은 이해관계)은 없었다. 목동의 중산층 워킹맘으로 알려진 삼호어묵은 흙수저 유년기를 자주 언급한다. ‘노오력’이 꼰대의 상징이 된 시대지만, 성과주의의 순기능이 작동했던 사회를 그는 직접 체험하며 컸다. 열심히 살며 내 집 장만한 게 적폐가 되는 세상은 경험과 직관 모두에 반한다. 이들이 상식과 원칙의 기준에서 분노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리고 그 반향이 컸다. 80년생의 복합적 정체성에서 파생된 분노가 생각보다 폭넓은 공감을 얻는 사소한 예가 한 가지 더 있다. 80년생 회사원 지인은 얼마 전부터 인터넷 뉴스에 일일이 댓글을 단다. 정치부터 부동산까지 열 뻗치는 뉴스가 너무 많아서란다. 댓글만 보면 육군 장성 출신 은퇴자 같은데 실제 그녀는 몇 년째 갖고 싶은 반클리프 목걸이 가격만 검색하는 소심한 워킹맘이다. 그 댓글 속에 살아 숨쉬는 그 준엄한 부캐(부캐릭터)는 라떼도 90년생도 다 이해가 가는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은’ 80년생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재밌는 건, 이게 자주 포털의 베스트 댓글에 오른단 점이다. ‘튀어서 좋을 것 없다’는 베이비붐 부모 세대의 가르침대로 웬만하면 순응하고 살던 30대들을 자꾸 발화자로 깨우는 시대다. 여러모로 유감에 찬 발화자들인데, 갈채와 관심이 쏟아진다. 이쯤 되면 소개해도 좋지 않을까. 60년생 386세대와 그들의 자녀인 90년생 사이에서 생략됐던 이들. 80년생도 왔다. 박선희 문화부 기자 teller@donga.com}

    •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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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열정과 혁신에 가려진 ‘욕망의 스타트업’ 실체

    ‘스타트업’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이미 열정, 창의력, 엄청난 잠재력 같은 걸 떠올린다. 테슬라, 에어비앤비, 우버처럼 업계의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사회 혁신을 불러온 스타트업 기업들은 창업을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가슴 뛰는 모델이다. 대기업들도 스타트업처럼 작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갖기 위해서 그들의 방식을 흉내 낸 공간을 만들고, 주요 정책 과정을 바꿔보기도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모두의 상상처럼 그렇게 멋진 신세계이기만 할까. 실제 스타트업을 창업한 적이 있는 정치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막연한 환상에 가려진 스타트업의 실체를 들여다본다. 테슬라는 이미 2017년 증권거래소에서 BMW의 가치 평가를 앞섰지만, BMW가 연간 250만 대의 차를 팔아 기록적 판매량을 경신할 때조차 일론 머스크가 공언했던 50만 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생산을 했다. 스타트업에 대한 가치평가가 현실지표라기보다 욕망의 반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스타트업 경영자들이 환상적인 스토리텔링, 즉 ‘거짓말’을 하는 데 주력하게 되는 이유다. 사실 스타트업 중 80%가 3년을 버티지 못하고, 90%가 좌초한다. 정식 계약서도 없고, 근로 기준도 불분명하다. 저자는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성보다 수익률 확보가 가장 중요한 실리콘밸리의 냉혹함과 자유분방한 척하지만 획일적이고 차별이 심한 조직 문화, 조세 회피와 거짓 아이디어 등 넘쳐나는 기만의 사례까지 스타트업의 어두운 이면을 조목조목 파헤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1-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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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없는 좌절 끝에 찾은 ‘희망의 빛’… 영예의 9인 “삶을 성찰하는 글 쓰겠다”

    매년 신춘문예 응모자들 사이에선 ‘당선되려면 이래야 한다’는 수많은 풍문이 떠돌지만, 모두 틀렸다. 고등학교 검정고시 이후 독학으로 시를 공부해 등단한 청년부터 베트남 국제학교의 영어교사, 전방에서 복무 중인 군인에 이르기까지 올해 당선자들의 면면은 어느 때보다 다채롭다. 2021 동아일보 신춘문예는 중편소설, 단편소설, 시, 시조, 희곡, 시나리오, 동화(가작), 문학평론 영화평론 등 9개 부문에서 이서안(본명 이태순·58) 이소정(43) 이근석(본명 전영재·27) 이윤훈(61), 신윤주(23) 임형섭(39) 김은아(44) 진기환(29) 김명진 씨(24)를 당선자로 배출했다. 연령대도 20대부터 60대까지 고루 분포한 데다 재학 중인 대학생부터 영화감독까지 지내 온 이력, 활동 반경도 각양각색이었다. 개성 넘치는 당선자들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군복무 중인 진기환 씨, 베트남에서 근무하는 이윤훈 씨는 참석하지 못했다. 대구에 거주 중인 김명진 씨도 개인 사정으로 오지 못했다.○ 해외에서 군부대에까지 걸친 ‘신춘문예 어벤저스’ 문학평론 당선자인 진기환 씨의 휴대전화는 이틀 내내 꺼져 있었다. 인터넷 글을 단서로 수소문해 학과 사무실에 연락하니 답이 왔다. “군복무로 휴학 중이시네요.” 위병소 근무를 끝내고 전화기를 켰을 때 그에겐 ‘아주 중요한 소식이 있어. 바로 전화 줘’라는 문자가 몇 개씩 와 있었다. 막사 복도에서 극적으로 당선 소식을 접했다. “처음엔 생각보다 덤덤했어요. 같이 복무하는 용사들이 ‘신춘문예가 뭔데?’ ‘왜 좋아하는 거야?’란 반응이었거든요. 하지만 소식을 전해준 선배의 축하를 받자 점점 실감이 났고 소리 지르며 계단에서 마구 뛰었어요.” 하노이 국제학교 교사인 이윤훈 씨(시조)는 “차 한잔 하면서 쉬던 중”에 한국에 있던 아들로부터 ‘동아일보에서 전화가 왔다’는 연락을 전해 받았고 김명진 씨(영화평론)는 “넷플릭스를 보고 있던 중” 뜻밖의 희소식을 접했다. ‘아들 셋’이란 극한 직업 덕에 10년 넘게 제대로 글을 쓰지 못했던 이소정 씨(단편소설)는 “이삿짐을 꾸린다고 정신이 없던 와중”에 전화를 받고 왈칵 눈물을 쏟았다. 머무는 위치, 상황에 따라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당선 통보를 받은 이들은 이렇게 차례대로 ‘신춘문예 어벤저스’에 합류했다.○ 묵묵히, 하지만 치열했던 습작 “이맘때 신춘문예 응모하러 마을의 작은 우체국에 가면 택배로 부칠 절임 배추가 가득 쌓여 있어요. 저 배추는 수취인이 분명한데, 올해 내 소설은 수취인에 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이소정 씨) 기간이나 방법은 모두 달랐지만 당선자들은 각자의 절실함으로 치열한 습작기를 보내왔다. 올해 최연장자인 이윤훈 씨는 오랜 습작기를 거친 만큼 최종심에서 아깝게 떨어진 적도 많았다. 그는 “행운의 여신은 늘 입질만 하고 달아나는 물고기였다”며 “그래도 미련이 남아 올해를 마지막이라 여기고 투고했는데 행운이 주어졌다”고 말했다. 김은아 씨는 식품회사에서 근무하던 영양사였지만 2년여 전 동화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회사도 관뒀다. 진기환 씨는 군대에서 야간 근무를 서면서 글감을 고민했고, 이소정 씨는 ‘바늘로 우물을 파듯 써야 한다’는 오르한 파무크의 말을 되새기며 썼다. 이근석 씨(시 당선자)는 이력이 독특하다. 중학교 졸업 후 “자유롭고 싶어서” 검정고시로 고교 과정을 마치고 혼자 시를 써왔다. 그에게 강단 위 은사는 따로 없었다. 대신 책이 그 역할을 했다. 그는 “황현산 선생님 책을 읽으면서 많이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전통에 누 되지 않는 작품 쓸 것” 작가로서의 첫발을 뗐다는 기쁨만큼 염려도 뒤따른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것 같다” “쟁쟁한 선배들, 심사위원들께 누가 되지 않아야겠다”는 걱정과 책임감 때문이다. 그럼에도 앞으로의 소망에서는 설렘이 묻어났다. “명작을 남기겠다는 욕심보다 삶을 성찰하고 예술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인이 되고 싶다”(이윤훈) “문학을 읽는 새로운 마음의 창을 열어주는 평론가가 되고 싶다”(진기환)는 저마다의 꿈에 온기가 어렸다. 이서안 씨(중편소설 당선자)는 “10대 때 일본에 가셔서 30년을 살다 광복 후 돌아오신 아버지 이야기를 장편으로 쓰고 싶다”며 “이번 당선에서 그 꿈을 이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최연소 당선자인 신윤주 씨(희곡)는 “다른 분야도 도전해봤지만 희곡을 쓸 때 해방감과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이 펼칠 꿈만큼 소중한 것이 또 있다. 또 한 번 ‘다음’을 기약하게 된 낙선자들이다. 임형섭 씨(시나리오)는 가족 코미디로 데뷔를 앞둔 영화감독이다. 공모전에서 숱하게 떨어져 면역이 됐다는 그는 “떨어져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응모했다”고 말했다. “탈고하려고 쭉 읽어보는데 재밌더라고요. 내 글이 스스로 재밌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거든요. 당선되든 안 되든 ‘지금까지 해온 게 맞았다’ ‘성실히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글에 자신감이 생겼고 재밌으니 됐다’는 마음으로 응모했어요.”(임형섭 씨) 올해도 신춘문예는 당선자보다 훨씬 많은 낙선자를 냈다. 하지만 “응모로도 충분했다”는 그의 대답은 신춘문예를 기꺼이 ‘모두의 축제’로 즐기는 방법을 일러주는 듯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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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옥인동 ‘벽수산장’ 敵産인가 유산인가

    광복 후 20년이 지난 1966년. 무명 독립운동가의 아들 이해동은 서울 종로구 옥인동 ‘벽수산장’에 자리 잡은 유엔 산하 한국통일부흥위원회(UNCURK·언커크)에서 일하는 통역비서다. 언커크의 사무실로 쓰이는 벽수산장은 친일파였던 윤덕영이 지은 별장이다. 평범하던 그의 일상은 윤덕영의 막내딸 윤원섭이 나타나면서 달라진다. 벽수산장 내 아무도 몰랐던 비밀의 방을 찾아냄으로써 파견 온 외교관에게 ‘옛 주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친일파 윤덕영의 아호를 따 벽수산장이라 불렸고 이후 언커크 본부로 쓰이다 1973년 철거된 공간. 크고 아름다운 이 대저택은 이해동에겐 적산(敵産)인 동시에 윤원섭에겐 유산(遺産)이다. 전혀 상반된 내력을 가진 두 인물의 삶이 교차하며 충돌하는 상징적 공간 벽수산장은 그 자체로 흡인력 있는 이야기를 품는다. 작가는 “물질로도 정신으로도 박멸된 벽수산장의 예를 통해 적이 남긴 유산 앞에 선 우리의 마음을 돌아보고자 했다”고 썼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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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집콕’에 케이크도 완판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올해 크리스마스는 집콕 파티가 대세가 됐다. 홈파티에서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기에 케이크만큼 좋은 건 없다. 최근 한 커피전문점 조사에 따르면 올해 크리스마스 키워드는 ‘집’ ‘홈파티’와 함께 ‘케이크’가 차지했을 정도다. 그래선지 케이크 수요는 올해 어느 때보다 높아서 이미 이달 초부터 예약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입소문이 난 서울 시내 유명 디저트 맛집의 시즌 케이크는 일찌감치 예약 판매가 끝났다. 용산구 한남동의 ‘수르기’는 한눈에 봐도 앙증맞은 프렌치 디저트류를 판매하는 카페.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산타클로스, 루돌프 모양의 케이크, 마롱트리 타르트를 선보였는데 예약을 오픈할 때마다 순식간에 선착순 마감됐다. 일본에서 공부한 파티셰들이 운영하는 서초구 방배동의 프렌치디저트 카페 ‘메종엠오’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뷔슈 드 노엘’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였다. 밤 맛 나는 밀크 초콜릿 케이크에 바닐라 크림으로 감쌌다. 독일에서 유래한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디저트 슈톨렌은 견과류와 말린 과일을 넣어 구운 뒤 설탕을 입혀 조금씩 잘라먹는 빵. 이곳에선 마들렌으로 슈톨렌을 만들어 시나몬 슈거를 입혔는데 이 역시 큰 호응을 받았다. 크림, 초콜릿, 젤라틴 등의 재료로 앙증맞은 무스케이크를 만드는 강남구 삼성동의 ‘리틀앤머치’는 피스타치오 스펀지 사이에 파인애플, 망고를 넣고 동화 속 크리스마스 느낌으로 장식한 케이크 등을 선보였다. ‘제이엘 디저트바’의 젤라토 케이크는 젤라토 본체에 초콜릿 바닐라크림, 산딸기 크리스피 등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특급호텔들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 고급스러운 특별 케이크를 선보인다. 올해 각 호텔에서 선보인 케이크들은 한층 더 화려해져서 홈 파티를 장식하기에 손색이 없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매년 화제를 모으는 서울신라호텔의 베이커리 ‘패스트리 부티크’는 올해 설원 위 내리는 눈송이를 형상화한 ‘스노플레이크 위시스’ 케이크를 새롭게 선보였다. 눈이 내리는 포근한 겨울을 표현하기 위해 슈거페이스트로 만든 눈꽃송이와 진주로 장식했으며 생크림 안에는 레드 벨벳 스펀지를 넣었다. 겨울 제철 과일인 신선한 딸기는 색감이며 모양까지 크리스마스 기분 내는 데 빠질 수 없는 재료다. JM메리어트는 스펀지 케이크를 감싼 화이트 초콜릿 안에 딸기가 쏟아질 것처럼 가득 들어찬 ‘화이트 초콜릿 베리박스’를 선보였다. 고급스럽고 화려한 비주얼이 특징. 부드러운 딸기 무스 케이크 위에 큼직한 생딸기를 듬뿍 올린 파라다이스시티의 ‘스트로베리 트리’와 트리 모양 케이크에 화이트 초콜릿 크림슈를 귀엽게 쌓아올려 만든 ‘슈슈 트리’도 연말의 동화적 감성을 자극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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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여성 철강 노동자가 만난 ‘두 개의 미국’

    클리블랜드의 허허벌판과 제철소가 내뿜는 거대한 연기를 보며 자란 소녀. 을씨년스러운 공업지대를 보며 성장했지만 설마 그곳에서 자신의 삶이 펼쳐질 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꿈꾸는 대로 성취할 수 있다는 ‘미국적 열정’을 소녀도 믿었다. 하지만 영문학 교수란 꿈이 좌절된 후 돌아오게 된 건 그토록 떠나고 싶어 했던 고향 클리블랜드의 제철소다. 철강소의 유틸리티 노동자 6691번으로 입사한 그녀에게 나이 지긋한 직원이 말한다. “조심해. 까딱하다가는 기계가 자네를 집어 삼킬지도 몰라.” 제철소에서 이 말은 문자 그대로 진실이다. 높은 화통과 크레인, 반짝이는 것이라곤 철강밖에 없는 곳. 잠시 방심하는 사이 컨베이어벨트 강재 사이에 사람이 깔려 죽는다. 하지만 이 말은 세상의 모든 일터에 첫발을 들인 이들에게 유효한 경고이기도 하다. 안정적 수입, 잘 갖춰진 복지혜택. 세계적 불황과 취업난 속에서 현실과 타협해 간신히 비집고 들어온 이곳에, 어린 시절 꿈꿨던 이상적이고 고상한 일상 같은 건 없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삼켜지기 십상이다. 그것이 기계이든, 조직이든, 일 자체이든 말이다. 이 책은 4년 전 워싱턴 정가의 이단아였던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표밭이자 올해 치러진 미국 대선의 격전지였던 러스트벨트에서 ‘어쩌다 철강노동자’가 된 한 밀레니얼 여성의 기록이다. 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를 뜻하는 러스트벨트는 1970년대까지 미국 제조업 중흥을 이끌던 곳. 하지만 이제는 산업 공동화(空洞化)로 높은 실업률, 빈곤에 시달리는 백인 노동자들의 불만이 가득한 곳으로 대변된다. “하와이는 커피, 버지니아는 땅콩이 나는데 클리블랜드에서 뭐가 나느냐”는 질문에 이곳 사람들은 자조적으로 대답한다. “실패.” 러스트벨트는 제조업 활황기 미국의 옛 영광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현재 미국 사회가 이르게 된 다양한 문제가 뒤엉킨 곳이다. 이 때문에 공화당을 지지하는 이곳이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라 페미니스트, 영문학 교수를 꿈꿨던 저자가 철강소에 입사해 겪게 되는 모든 과정은 흥미로운 개인서사를 넘어 현대 미국 사회가 마주한 문제를 미시적으로 증언한다. 페미니즘, 총기 등의 주제를 놓고 가족, 동료와 부딪치는 진보주의자지만 한편으론 자신들을 ‘시골뜨기’ ‘블루칼라’로 분류해버리는 동부의 ‘화이트칼라’ 엘리트에게 편견과 반감을 갖지 않기 힘든 처지다. 하지만 저자 자신조차 벗어나지 못했던 러스트벨트 노동자에 대한 통념은 늘 산재가 도사린 위험한 현장에서의 동료애, 정직한 노동과 공정 속에 녹아들며 조금씩 와해돼간다. 뿌리 깊은 개인주의, 성과주의 문화 속에서 자라온 젊은 여성이 노동의 진짜 가치를 발견하는 성장 스토리가 아름답고 흡인력 있는 문체로 그려졌다. “제대로 바라보면 불꽃은 숨을 멎게 한다. 그 불빛 속에서 제철소는 거의 신성해 보인다”는 마지막 문장은 분열 속 미국이 그리워하는 어떤 이상(理想)처럼 읽히기도 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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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로 만나는 ‘인간 예수’의 삶

    연말이 다가오면 누구나 크리스마스 장식을 꺼낸다. 트리의 불을 밝히는 건 ‘세상의 빛’으로 왔다는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행위지만, 그 사실을 의식하며 행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2000년 전 그날을 모두 축제처럼 즐기지만 정작 왜인지는 잘 모른다. 최근 3, 4권이 출간된 대하소설 ‘소설 예수’(전 7권)는 이처럼 모두가 ‘잘 알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예수의 면모를 소설적 상상력으로 복원해낸 작품이다. 작가 윤석철 씨(70)는 2005년부터 15년간 고고학부터 신학까지 각종 자료를 수집하면서 작품을 구상했다. 내년에 7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정통 신학의 관점에서 쓴 작품은 아니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후 진보신학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던 저자는 예수의 삶을 ‘신(神)’이 아니라 사회 변화를 꿈꾼 ‘가슴 뜨거운 인간’의 관점에서 묘사했다. 이스라엘의 가난한 집안에서 성장한 예수가 당대 사회에서 핍박받고 상처 입은 이들과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그려낸다. 지배계급의 폭압에 맞서 평화적 해방을 꿈꾼 혁명가로서의 예수를 그렸다는 점에서는 민중신학, 해방신학의 관점이 읽히기도 한다. 작가는 “특정한 신학적 카테고리를 떠나 일체의 압제, 억압으로부터 놓여난 수평적 해방과 자유를 원했던 예수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분량은 방대하지만 예수가 십자가에서 숨지기 전 7일 동안 예루살렘에서 일어나는 긴박한 사건들을 중심축으로 해 서사의 밀도를 높였다. 작가는 “예수는 태어난 계급과 신분대로 살던 시대, 집단주의에 매몰됐던 시대에 이미 개인의 가치에 눈뜨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귀한지를 발견했던 인물”이라며 “과연 그가 그토록 가슴 아프게 여겼던 당시 현실에서 얼마나 달라져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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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값 폭등-플랫폼 노동자 애환 등 생활밀착형 소재가 대세”

    “코로나로 인한 단절과 고립을 다룬 작품들과 집값 상승, 주거 불안정이나 가족 간 갈등 같은 사회 현상을 반영한 생활밀착형 소재들이 주를 이뤘다.”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10일 열린 ‘2021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 총평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올해 예심은 방역당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준수해 모든 심사위원의 좌석 간격을 2m 이상 두고 진행했다. 코로나19도 신춘문예를 향한 열기를 꺾지 못했다. 올해 9개 모집 분야 응모작은 총 7306편으로 지난해보다 10% 이상 많아졌다. 분야별로는 중편소설 312편, 단편소설 713편, 시 5246편, 시조 556편, 희곡 58편, 시나리오 63편, 동화 292편, 문학평론 24편, 영화평론 42편이었다. 특히 단편소설(지난해 비해 30% 증가)과 시(20% 증가)에서 예년보다 응모작이 크게 늘었다. 예심 심사위원은 △시의 서효인 안미옥 시인, 송종원 문학평론가 △단편소설의 정이현 염승숙 정한아 소설가, 고봉준 문학평론가 △중편소설의 김설원 소설가, 조연정 강동호 문학평론가 △시나리오의 변승민 레진스튜디오 대표, 최정열 영화감독이 맡았다. 올해는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탓인지 어둡고 우울한 경향의 작품이 많았다는 것이 분야를 막론한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시 부문에서는 코로나 세태를 반영한 듯 몸이나 마음의 아픔을 표현한 시, 절대자인 신을 호명하는 듯한 작품이 많았다. 송종원 문학평론가는 “마스크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활용한 시도 많이 보였고, 최근 시 경향을 반영한 듯 시 속에 캐릭터를 만들어 소설처럼 쓴 작품도 자주 보였다”고 말했다. 단편소설에서는 생활밀착형 소재와 유튜브 인스타그램같이 일상에 깊게 파고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계를 다룬 작품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평이다. 정이현 소설가는 “장류진 작가를 연상시키는 직장생활의 애환을 다룬 작품이나 주택, 아파트같이 부동산을 둘러싼 이야기가 많았다”며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안에서의 관계나 자아정체성 문제를 다룬 작품도 상당수였다”고 말했다. 고봉준 평론가는 “배경으로는 빌라가 유난히 많았고 시대상을 반영하려고 애쓴 듯 배달 플랫폼 노동자의 애환, 코로나 이후 일상화된 체온 측정 등을 소재로 삼은 작품도 눈에 띄었다”고 했다. 한국에서의 생활형 소설이 늘어난 반면 해외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예년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또 다른 특징. 정한아 소설가는 “월세냐 전세냐 등 주거 문제나 집값에 대한 분노 등에서 무능감과 무력감이 읽혔다”고 평했다. 염승숙 소설가는 “역시 소설은 세태와 풍조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장르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중편소설은 전반적으로 가족 내 불화나 갈등 같은 전통적 소재를 쓴 작품이 많았다. 1960, 70년대 이야기나 1990년대를 복고풍으로 다룬 작품도 많아 응모자 연령대가 상향됐음을 유추케 했다. 강동호 문학평론가는 “코로나를 소재로 한 작품도 있었고 SF적 작품도 늘었지만 신선하고 파격적인 작품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했다. 김설원 작가는 “가벼운 웹 소설 형식의 응모작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심사를 맡은 최정열 감독은 “죽음, 자살, 취업난처럼 사회상을 반영한 어두운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변승민 대표는 “장르적으로 스릴러이면서 사회 문제를 다룬 작품이 많았고 최근 트렌드인 여성 서사도 도드라졌다”고 평했다. 이날 예심 결과 시 부문 11명을 비롯해 중편소설 8편, 단편소설 9편, 시나리오 10편이 본심에 올랐다. 시조 희곡 동화 문학평론 영화평론은 예심 없이 본심으로만 당선작을 정한다. 당선자는 이달 말 개별 통보하며 당선작은 동아일보 내년 1월 1일자에 게재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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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생충’ 만든 나라 독자라면 ‘서사의 탐구’ 어렵지 않겠죠”

    지난해 한국계 작가 최초로 미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소설가 수전 최(51)는 1998년 등단 이후 줄곧 미국 주류 문단의 주목을 받아 왔다. 전미도서상 수상작이자 최근 국내에 번역된 장편 ‘신뢰연습’은 연극학교를 배경으로 성적(性的) 합의, 서사의 신뢰 문제를 해체적으로 다룬다. “완전히 넋을 빼놓는 이야기”(전미도서상 심사평) “성적 합의에 대해 고찰한 최고의 작품”(뉴욕타임스) 등의 호평을 받았다. 예술고등학교 연극과 학생 두 명이 사랑에 빠진다. 이 사실이 친구들과 카리스마 있는 연기 교사인 킹슬리 선생에게 알려진다. 선생이 두 사람의 사랑에 개입한 후 충격적인 일들이 휘몰아치듯 벌어진다. 반전을 거듭하는 비정형적 이야기, 인물들 간의 진실 게임뿐만 아니라 화자와 독자 간 신뢰 문제까지 제기하는 이 작품은 눈을 떼기 힘든 흡인력만큼이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하지만 작가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뻔하게 들리지 않길 바라지만 이 말은 반드시 해야만 할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생충’ 같은 영화를 만드는 나라의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읽을 준비는 그 이상이 돼 있다고 본다. 작품이 다루는 ‘서사의 탐구’를 한국 독자들이라면 그리 놀랍게 여기지도 않을 것 같다.” 그는 “믿기 힘든 반전과 눈부신 서사로 짜인 ‘기생충’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봉준호 감독이 영화에서 그랬던 것처럼 소설의 잠재력을 완전히 깨닫는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 봤다”고 경의를 표했다. 이 작품은 학교 내에서 위계, 권위를 악용한 성적 합의 문제를 중요한 주제로 다룬다. 최 씨는 “소설 대부분은 2017년 말 미투 운동 발생 전에 이미 탈고한 상태였지만 그런 일이 이전부터 있었다는 걸 모두 알고 있다”며 “오랫동안 학교 내에서의 성적 불법 행위에 대한 뉴스를 특별히 관심을 갖고 지켜봐 왔고 교사와 학생 간 불균형 등 권력을 부당하게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소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서사 권력과 화자의 진실성 문제로 나아간다. 1인칭, 3인칭이 한 화자에 의해 동시에 기술되는 실험도 펼쳐진다. 그는 “내게 소설의 큰 주제는 항상 등장인물과 그들의 욕망에서 딸려 나오는 것”이라며 “처음에는 단순히 연극학교와 학생들에 대해 쓰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 그들의 문제가 ‘동의’와 ‘서사의 주체(narrative control)’ 문제인 것이 곧 드러났다”고 말했다. ‘무엇(누구)을 믿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독서 후의 강렬한 의문은 역설적으로 작가가 얼마나 이 서사를 장악했는지 반증해준다. 그는 한국 영화와 소설의 팬임을 자처하기도 했다. “내 책꽂이에 있는 책 중 몇 권을 소개하자면 ‘이별의 말들, 한국여성 작가 단편소설’ 같은 문학선집이 여러 권이다. 하성란 작가의 단편집 ‘곰팡이꽃’, 이태준의 단편선집 ‘먼지 외 다른 이야기들’도 즐겨 읽는, 앞으로도 계속 좋아할 책들이다.” 그는 “한국 독자들은 비전통적 이야기에 열렬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느꼈다”며 “그런 면에서 다른 방식으로 쓴 내 책도 좋아해주지 않을까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예일대와 코넬대 대학원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는 문학평론가 최재서(1908∼1964)의 손녀이자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최창 교수의 딸이다. 6·25전쟁 참전 후 미국으로 망명한 아버지의 삶을 그린 ‘외국인 학생’으로 데뷔한 만큼, 한국적 뿌리와 한국계라는 정체성은 작가로서의 출발뿐만 아니라 작품 세계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쳤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경험에 늘 끌린다. 미국에서 우리 위치는 매우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다. 인종 문제가 심각한 이 나라에서 우리가 어느 위치쯤인지 알아내기 위해 애쓰며 산다. 권력을 잡거나 백인 엘리트 위주의 최고 교육기관에 입학도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질문은 그대로다. 예컨대 ‘우리’는 ‘우리’가 맞는지, 그렇다면 왜 그런지, 혹은 아닌지부터 말이다.” 그는 친일 논란이 있는 할아버지인 최재서에 관한 소설을 집필할 계획임을 몇 차례 밝히기도 했다. 그 계획이 여전히 유효한지 묻는 질문에 “물론”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 전에 일제강점기를 어떻게 다룰지 알아내는 것을 마쳐야 할 것 같다. 첫 장편을 쓸 때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6·25전쟁에 관한 연구를 많이 했지만 결국 부족했다는 걸 깨달았다. 결과적으로 전쟁 직전에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일제 강점기는 어땠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20세기 초 역사를 더 알기 전까지 현재의 한국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지만 “재벌을 포함한 한국의 많은 면을 매우 흥미롭게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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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사람마다 ‘아픔’도 다르다

    열두 살밖에 되지 않은 아들이 어느 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아무도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죽음. 부부는 그 비극이 일어난 시점까지 모든 일을 세밀히 복기하고 주변을 뒤지며 죽음의 원인을 찾아내려 하지만 ‘도대체 왜?’라는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없다. 남편은 하루아침에 머리가 세어버리고 ‘나’의 일상 역시 달라져버린다. 아들을 잃은 아픔에서 회복되지 못한 이들에게 평범한 하루하루가 계속되는 것은 더 견디기 힘든 일처럼 보인다. 어떤 의미의 인위적 응징과 책임이라도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동행’) 최윤은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등 역사와 시대 갈등을 다룬 작품을 주로 써온 작가. 이번 신작 소설집은 전작과 달리 표제작에서처럼 일상에서 겪는 각기 다른 모습의 아픔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 퍼즐’은 동생을 잃은 형의 이야기다. 경주용 자전거를 타고 강변길을 끝없이 내달리는 새로운 습관과 동생의 죽음 이후 시작된 치통은 모두 이해할 수 없는 상실에서 시작된 균열이다. 올해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소유의 문법’은 자폐증 딸을 둔 주인공이 은사의 배려로 시골의 전원주택에 들어가 살며 겪게 된 이야기다. 목공일을 하며 평범하게 사는 그에게 계곡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그 마을은 꿈만 같다. 하지만 그는 점차 마을사람들의 비뚤어진 심미안과 탐욕을 알아 나간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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