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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이 2015년 12월 발효된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한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13년째 중단된 한중 투자협력위원회도 재가동하고, 양국 공급망 협력을 위한 한중 수출통제대화체도 출범한다. 한국과 일본은 자원협력대화를 마련해 공급망 위기에 공동 대응하고, 양국의 수소협력강화체를 설립하기로 했다. 취임 후 한미일 안보-경제 협력 강화 페달을 밟아온 윤석열 대통령이 상호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중일 협력 강화에도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리창(李强) 중국 총리는 “경제무역에서 과도한 범정치화와 범안보화를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다. 미중 관세전쟁 격화 속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 전선에 한국이 동참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26일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리 총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각각 회담을 진행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회담 뒤 브리핑에서 “한중 FTA는 그동안 추진된 상품교역 분야 시장 개방을 넘어 앞으로는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재개되는 한중 FTA 2단계 협상에서 문화와 관광 분야의 양국 개방 확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것. 윤 대통령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보다 활발히 투자하고, 보다 안심하고 기업 활동을 펼칠 수 있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제, 투자 지원 정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법치에 기반한 시장화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리 총리는 “첨단 제조업,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AI), 바이오의약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의 수출을 규제하는 분야에서 한국에 협력 강화를 요구한 것이다. 윤 대통령과 리 총리는 한중 외교안보 대화 신설에도 뜻을 모았다. 외교부와 국방부 당국 간 2+2 협의체 첫 회의를 6월 중순에 개최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라인야후 지분 매각 논란을 비롯한 현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국내 기업인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 현안을 한일 외교 관계와 별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한국 기업을 포함해 외국 기업들의 일본에 대한 투자를 계속 촉진하겠다는 기존의 입장과 불변이라는 원칙하에 이해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은 수소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한일 수소협력대화를 6월 신설하기로 했다.中 한한령에 막혔던 ‘관광 등 서비스 시장 개방’ 협상, 내달 재개 한중 FTA 2단계 협상 재개 합의 中 사드 보복으로 2017년 논의 중단… 내달초 수석대표회의 열기로13년째 중단된 투자협력위도 재개… 수출통제대화체 만들어 공급망 소통 한국과 중국이 2017년 말부터 논의를 시작하고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던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분야 협상에 고삐를 당기기로 했다. 그간 상품 중심으로 이뤄지던 양국 간 시장 개방이 문화, 관광 등 서비스 분야로도 확대됨에 따라 중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내린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해제될지 관심이 모인다. 또한 13년째 중단됐던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중국 상무부 간 장관급 협의체도 다시 열린다.● ‘사드 보복’ 재발 방지할 전략적 소통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2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중 양자회담을 열고 이 같은 협력 방안에 뜻을 같이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은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는 데 합의하고 다음 달 초 FTA 수석대표회의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그동안 추진된 상품교역 분야 시장 개방을 넘어 앞으로는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중 FTA는 2014년 상품 분야 협상이 타결돼 2015년 12월 발효됐다. 이후 2단계 협상으로 서비스 분야 논의를 이어 가기로 했지만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 측이 2017년 한한령을 내린 데 이어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논의가 이어지지 못했다. 이런 탓에 한중 FTA가 대(對)중국 수출보다는 오히려 수입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2단계 FTA가 계획대로 진척될 경우 양국 관계 경색 등의 외부 변수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수준으로 경제 협력의 수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 정부는 그간 한한령 완전 해제를 중국 정부에 요구해 왔지만, 중국은 ‘한한령 자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중국 정부는 “한중 FTA 2단계 협상 추진을 가속화하기를 원한다”며 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문화, 관광 등 특정 분야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서비스업 분야에서 문을 걸어 잠그던 중국이 협상 재개에 협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금융, 보험 등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서비스 분야까지 협상이 확대될지는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장관급 투자협력위도 13년 만에 부활 중국 측은 양국 경제협력과 함께 투자 유치에 중점을 뒀다. 이날 리 총리는 “시장 접근성을 한층 높이고, 법치·글로벌화된 경영 환경을 지속적으로 조성해 나갈 것”이라며 더 많은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환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한 국제협력시범구’ 건설을 심도 있게 재추진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중 양국은 투자 분야에서 13년째 중단된 한중 투자협력위원회를 재개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 산업부, 중국 상무부가 참여하는 장관급 협의체다.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소통 창구 역할을 해줄 한중 수출통제대화체도 신설된다. 기존에 설치됐던 한중 공급망협력조정협의체와 한중 공급망 핫라인도 가동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밖에 한중 경제협력교류회 제2차 회의가 하반기(7∼12월) 중 개최된다. 교류회 1차 회의는 지난해 11월 중국 지린성에서 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차장은 “양국의 기업인과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직접 교류하며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협의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중국에서 살아 있는 사람에게 돼지의 간을 이식한 첫 사례가 나왔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17일 안후이의대 제1부속병원은 간암을 앓고 있는 71세 남성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의 간을 이식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에도 이 남성은 거부 반응 없이 걸어다니고 있으며 간도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다른 나라에서 살아 있는 사람에게 돼지의 심장, 신장 등을 이식한 사례는 있지만 간을 이식한 것은 처음이다. 간은 다른 장기와 달리 해독과 면역 등 여러 기능을 동시에 담당해 이종(異種) 간 장기이식이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올 3월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돼지의 간을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시켰다. 이번엔 살아 있는 사람에 대한 수술까지 성공했다. 병원 측은 “환자와 가족의 동의, 그리고 장기이식 및 동물윤리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돼지는 크기, 성장 속도 등을 고려했을 때 인간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데 적합한 동물로 꼽힌다. 사람에게 이식하는 돼지의 장기는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유전자 변형을 통해 만들어진다. 올 4월에는 미국의 60대 남성이 돼지의 신장을 이식받았지만, 수술 두 달 후 사망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 베이징에 부임하기 전에는 현지에서 공안(경찰)과 자주 마주치지 않을까 걱정했다. 기우(杞憂)였다. 그 대신 하루에도 길거리, 사무실 등에서 수십 번을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노란 셔츠의 사나이’, 즉 음식배달 플랫폼 ‘메이퇀(美團)’의 배달기사다. 이들은 음식, 마트 상품, 생필품 등은 물론이고 술과 약까지 불과 30분∼1시간이면 집 바로 앞에 가져다준다. 식당가와 쇼핑몰 곳곳에서 수백 명씩 진을 치고 있는 배달기사 행렬을 늘 볼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의 음식배달 업계 종사자만 1000만 명을 넘는다.‘제로 코로나’가 낳은 일자리 중국 배달 플랫폼의 성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이 있다. 특히 ‘제로 코로나’ 정책을 통해 엄격한 방역 정책을 실시한 중국에서는 그 여파가 엄청났다. 확진자가 단 1명이라도 나오면 해당 아파트의 출입문을 쇠줄로 감아버렸으니 고립된 상황에서 담장 너머로 음식과 생필품을 건넨 배달기사들이 없었다면 시민들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했다. 2019년 398만 명이던 메이퇀 소속 배달기사는 지난해 745만 명으로 급증했다. 배달기사의 상당수는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흘러든 농민공이다. 2020년 농민공 평균 월급이 4100위안(약 77만 원). 당시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 배달기사들은 7000위안 안팎을 벌었으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힘들고 위험한 공장 일을 꺼리고 비교적 출퇴근이 자유로운 서비스업을 선호하는 젊은층의 인식도 더해졌다.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방역 규제가 해제됐고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늘었다. 가족들과 식당에서 식사하고, 마트도 직접 간다. 이로 인해 배달 주문이 예전 같지 않다. 한 메이퇀 배달기사는 “작년 초만 해도 하루 40개의 주문을 받았지만 지금은 20개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배달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니 배달 거리(km)에 따라 주어지는 수수료 단가도 낮아져 한 달에 4000위안 벌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더딘 경제 회복에 갈 곳 잃어 수입이 반으로 줄었지만 배달기사에게 다른 선택지는 많지 않다. 중국의 실물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탓이다. 고용 효과가 큰 부동산 시장은 아직 반등의 조짐이 없다. 과거 건설 근로자, 부동산 중개인을 하다가 배달업계에 발을 들였던 사람들이 이전 직장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올 4월 청년(16∼24세) 실업률은 14.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시기 동안 일자리를 잃은 많은 사람들이 디디추싱(滴滴出行) 같은 차량 공유 업체에 운전기사로 취직해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공유 차량 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중국인터넷네트워크정보센터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공유 차량 운전자는 127% 증가했지만 호출 서비스 이용자는 4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근 충칭, 장시성 등 일부 지방정부는 주민들에게 “공유차 시장이 포화 상태이니 더 이상 운전기사로 취직할 생각을 말라”고 당부했다. 중국 당국은 올 춘제(중국의 설), 최근 노동절 연휴가 지나자 거듭 “국내 여행과 온라인 소비가 늘었다”고 밝혔다. 경제가 살아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필자가 만난 중국인들은 한결같이 “‘제로 코로나’로 억눌렸던 소비가 일시적으로 반등했을 뿐 진짜 회복은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올 7월에 열리는 제20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당국이 내놓을 경제 해법이 더 중요해진 이유다.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에서 살아있는 사람에게 돼지의 간을 이식한 첫 사례가 나왔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17일 안후이의대 제1부속병원은 간암을 앓고 있는 71세의 남성에게 유전자변형 돼지의 간을 이식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에도 이 남성이 거부 반응 없이 걸어다니고 있으며 간도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다른 나라에서 살아있는 사람에게 돼지의 심장, 신장 등을 이식한 사례는 있지만 간을 이식한 것은 처음이다. 간은 다른 장기와 달리 해독과 면역 등 여러 기능을 동시에 담당해 이종(異種) 간 장기 이식이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중국은 올 3월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돼지의 간을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시켰다. 이번에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수술까지 성공했다. 병원 측은 “환자와 가족의 동의, 그리고 장기이식 및 동물윤리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진행했다”고 강조했다.돼지는 크기, 성장 속도 등을 고려했을 때 인간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데 적합한 동물로 꼽힌다. 사람에게 이식하는 돼지의 장기는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유전자 변형을 통해 만들어진다. 올 4월 미국의 60대 남성이 돼지의 신장을 이식 받았지만, 수술 2달 후 사망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이 반(反)중국 성향이 강한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의 취임식이 열린 지 사흘 만인 23일 대만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2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훈련은 중국 본토와 가까운 진먼(金門)섬, 마쭈(馬祖)섬은 물론이고 대만 본섬까지 에워싸는 ‘대만 포위’ 성격이 짙다. 중국이 훈련 장소까지 직접 지도로 공개하며 위협에 나선 것은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항의하며 군사훈련을 감행했을 때 이후 처음이다. 20일 취임식 이후 라이 총통을 향해 “독립 본색을 드러냈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던 중국이 무력시위를 통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만 역시 “전쟁을 회피하지 않겠다”며 전군에 비상 대비 태세를 지시하는 등 중국에 맞설 뜻을 분명히 했다. 라이 총통은 같은 날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타오위안 군사기지를 찾아 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미국, 일본 등도 중국의 행보에 우려를 표했다.● 中 “독립 세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 대만을 담당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사령부는 23일 “이날 오전 7시 45분부터 이틀간 대만해협과 대만 북부·남부·동부, 진먼섬 등에서 육해공군 및 로켓군의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중국 전투함 15척, 해안경비대 함정 16척, 전투기와 공중조기경보기 등 각종 항공기 42대가 동원됐다. 중국은 이번 훈련의 이름을 ‘리젠(利劍·예리한 검)’으로 붙였다. 이번 훈련에 투입할 것으로 추정되는 장비가 그려진 포스터도 공개했다. 자체 개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 대만을 겨냥해 만든 ‘071형 상륙함’ 등이 포함됐다. 리시(李熹) 동부전구 대변인은 “대만 독립 세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자 외부 세력의 간섭과 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며 대만과 미국을 동시에 겨냥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독립 세력은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를 것”이라고 험악한 표현으로 경고했다. 현지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훈련의 목적은 크게 총 세 가지다. 먼저 대만 최대 도시 타이베이를 겨냥해 집권 민진당과 라이 총통에게 정치적 위협을 가하고, 제1항구이자 남부 거점도시 가오슝항을 봉쇄해 대만 경제에도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만 본섬 동부를 막아 해외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차단하고, 유사시 퇴로를 끊는 것이다. 중국은 2022년 8월 미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전격 방문했을 때도 전례 없는 대만 포위 훈련을 펼쳤다. 당시 대만과 가까운 남동부 푸젠성 핑탄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벌여 전쟁을 방불케 하는 굉음과 화염을 내뿜었다. 이번 훈련은 2022년과 비교했을 때 본섬이 아닌 다른 섬까지 포함했을 뿐 아니라, 중국 본토에 가까운 진먼섬 마쭈섬과 대만 본섬 사이를 완전히 가로막는 형태로 훈련 범위가 더 넓어졌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차이잉원(蔡英文) 전 대만 총통, 같은 해 8월 라이 총통이 당시 부총통 자격으로 각각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훈련을 실시했다.● 대만 “비이성적 도발”… 美 “역내 국가, 함께해야” 대만 국방부는 이날 “지역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비이성적인 도발 행위”라며 “규정에 따라 지상군, 해군, 공군을 투입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주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맞섰다. 또 대만 국방부는 해군의 ‘반차오(班超)’함이 중국 인민해방군 ‘사오싱(紹興)’함을 감시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신주(新竹)공군기지에서 전투기도 출격시켰다. 라이 총통은 타오위안(桃園)기지의 해병대 66여단을 전격적으로 방문한 자리에서 “외부의 도전과 위협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 역내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도 중국을 견제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티븐 스클렌카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부사령관은 같은 날 중국의 행보를 “공개 규탄한다(condemn it publicly)”며 “미국은 물론이고 역내 국가가 (중국을) 비난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2023년에도 대만 침공 작전을 연습했다고도 주장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 역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일본의 안보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고 동조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국이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취임식이 열린 지 사흘 만에 대만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이번 훈련은 중국 본토와 가까운 진먼다오(金門島) 마쭈다오(馬祖島)는 물론 대만 본섬까지 에워싸는 ‘대만 포위’ 성격이 짙다. 중국이 대만과 인접한 훈련 장소까지 직접 지도로 공개하며 위협에 나선 건 2022년 8월 낸시 팰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대응조치로 훈련을 감행했던 때 이후 처음이다.지난 20일 취임식 이후 라이 총통을 향해 “독립 본색을 드러냈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던 중국이 무력시위를 통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만도 “전쟁을 회피하지 않겠다”며 즉각 대응에 나서면서 당분간 대만해협의 긴장감이 고조될 전망이다.● 中 국방부 “독립 세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동부전구 사령부는 23일 “이날 오전 7시 45분부터 이틀간 대만해협과 대만 북부·남부·동부, 진먼다오 등에서 육해공군 및 로켓군의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을 ‘연합 리젠(利劍·예리한 검)-2024A’로 명명한 중국은 대만을 직접 겨냥했다. 리시(李熹) 동부전구 대변인은 “‘대만 독립’ 분리세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자 외부세력의 간섭과 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실시 배경을 설명했다.중국군은 이번 훈련에 투입할 것으로 추정되는 장비가 그려진 포스터도 공개했다. 중국이 개발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둥펑(東風)과 대만을 겨냥해 만든 071형 상륙함 등이 포함됐다. 현지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훈련의 목적은 크게 총 3가지다. 먼저 대만 북부의 타이베이를 겨냥해 집권당이 민주진보당(민진당)에 정치적 위협을 가하고, 남부 제1항구인 가오슝항 봉쇄로 무역에 타격을 준다. 마지막으로 대만 본섬 동부를 막아 해외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차단하고, 유사시 퇴로를 끊는 목적이다. 장츠(張弛) 중국 인민해방군 국방대 교수는 관영 CCTV 인터뷰에서 “대만이 바다로 둘러싸인 외딴 섬으로 일단 포위되면 경제가 붕괴돼 죽음의 섬이 될 것”이라고 노골적인 위협 발언을 쏟아냈다.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2년 8월 팰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전격 방문했을 당시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겼다며 전례 없는 대만 포위 훈련을 펼쳤다. 당시 훈련에서 중국은 둥펑 미사일 11발을 대만을 향해 쏴 일부가 대만 상공을 통과한 뒤 일본 인근 해역에 떨어졌다. 또 대만과 가까운 중국 동부 푸젠성 핑탄에서 벌인 실탄 사격 훈련을 벌여 전쟁을 방불케 하는 굉음과 화염이 직접 목격되기도 했다. 이번 훈련은 2022년과 비교했을 때 본섬이 아닌 다른 섬까지 포함했고, 중국 본토 쪽에 있는 진먼다오와 마쭈다오과 대만 본섬 사이를 완전히 가로막는 형태로 훈련 범위가 더 넓어졌다.중국은 지난해 4월 차이잉원(蔡英文) 전 대만 총통이 중앙아메리카 순방 도중 미국을 경유하자 또 한차례 포위 훈련을 실시했고, 4개월 뒤인 8월 라이칭더 당시 부총통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대규모 훈련을 감행한 바 있다. ● 대만도 즉각 대응…美 “역내 국가들 함께 나서야”대만 국방부는 이날 중국의 포위 훈련에 대해 “지역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비이성적인 도발”이라고 반발했다. 대만군은 해군, 공군, 지상군을 파견하며 맞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이번 중국의 훈련은 대만해협의 안정을 해치고 중국의 헤게모니적 본성을 드러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총통부도 “중국의 일방적 군사 도발이 지역 평화를 위협해 안타깝다”면서 대만인들을 향해 “민주주의와 안보 수호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능력을 가져야한다”고 호소했다.스티븐 스클렌카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부사령관은 이날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제한 뒤 “미국은 물론 역내 국가들이 (중국을) 비난해야 강력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 역시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은 일본 안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국 외교부가 주중 한국·일본 공사를 불러 대만 문제에 관해 항의했다고 22일 밝혔다. 20일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취임식에 한일 국회의원들이 참석하자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류진쑹 외교부 아주사장(국장)이 22일 김한규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공사, 요코치 아키라 주중 일본대사관 수석공사와 각각 웨젠(約見·회동을 약속하고 만남)을 통해 협력과 관련된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류 사장은 대만 문제에 관해 중국의 엄정한 입장도 표명했다”고 밝혔다. 웨젠은 중국에서 통상적인 외교적 항의 표시 방법인 초치(招致)에 해당하는 ‘자오젠(召見·불러서 만남)’보다는 낮은 수위지만, 항의 전달 등을 위해 만나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대만 총통 취임식 당시 일본은 현직 의원 30여 명이 포함된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했다. 한국은 별도의 대표단 없이 이은호 주대만대표부 대표만 참석하도록 했지만 한-대만 의원친선협회장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 등 현직 의원들이 대만의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중국이 이번 조치를 통해 한일 국회의원들의 행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한 중국대사관도 21일 한국에 대한 항의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이날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의 대표로서 공적인 성격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대만을 ‘무단 방문’했다”면서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별도의 입장을 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차 강조하며 “한국 정부가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했단 이유로 록히드마틴 등 미국 군수기업 12곳과 고위 경영진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이 20일 취임식에서 ‘중국의 합병 시도’를 비판하며 국제 연대를 호소하자 이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는 22일 “중국 대외제재법에 따라 록히트마틴과 레이시언, 액시언트 등 군수기업 12곳과 노스럽그러먼 등의 고위 경영진 10명에 대해 제재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제재 명단에 오른 기업들은 발표 직후부터 중국 내 재산이 동결되며, 고위 관계자들은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한 중국 영토에 입국이 금지된다. 중국 외교부는 제재 이유로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해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국이 이를 지지한다는 중-미 공동성명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다수의 중국 기업에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제재로 괴롭힘을 자행했다”고도 설명했다. 미 재무부가 이달 초 발표한 러시아 제재에 중국과 홍콩 기업 20곳이 포함된 것을 일컫는다. 중국은 앞서 라이 총통 취임식이 열린 20일에도 보잉사와 제너럴아토믹스 등을 같은 이유로 제재했다. 중국 상무부는 해당 기업들이 “대만 무기 판매에 관여해 ‘신뢰할 수 없는 기업’에 포함시킨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라이 총통 취임 이후 대만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 중인 왕이 외교부장(장관)은 21일 “민족과 조상을 배신한 라이칭더의 품행은 수치스럽다”며 “대만 독립주의자들은 ‘치욕의 기둥’에 박힐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도 “대만 지도자는 취임 초기부터 독립의 본색을 드러내려 안간힘을 쓰며 급진적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의 과잉 생산에 대해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나섰다. 24일부터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관세 인상 등에 협력할 뜻을 밝혔다. 옐런 장관은 21일 “미국과 유럽은 자유세계의 두 기둥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중국에 대한 접근 방식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의 과잉 생산은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세계의 성장 산업 구축에도 방해가 된다”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같은 날 “중국의 과잉 생산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공유한다”고 동조했다. 다만 그는 “유럽은 훨씬 더 맞춤형 접근 방식을 갖고 있다”며 미국과 달리 일부 품목만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EU가 이르면 7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예비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나 관세 인상 폭은 기존 25%에서 100%로 4배로 올린 미국보다는 낮을 것”이라고 보도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중국이 미국 의회에서 ‘틱톡 강제매각법’ 등 대(對)중국 제재 법안을 주도해온 마이크 갤러거 전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에 대해 입국 거부 등 제재 조치를 했다. 중국 외교부는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갤러거 전 의원이 중국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훼손하며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언행을 자주 했다”고 제재 이유를 밝혔다. 이번 조치로 갤러거 전 의원은 이날 부터 중국에 입국할 수 없다. 그의 중국 내 재산은 동결되고, 앞으로 중국의 모든 기관이나 개인과의 거래도 금지된다.미 야당 공화당 소속으로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인 갤러거 전 의원은 지난달 24일 의원직을 사퇴하기 전까지 하원 미중전략경쟁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중국 바이트댄스를 모회사로 둔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사업권 매각을 강제하는 이른바 ‘틱톡 금지법’의 지난달 통과를 주도했고,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 중인 ‘생물 보안법’ 역시 직접 발의했다. 올해 2월에는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위원장 자격으로 대만을 방문하는 등 중국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중국이 이날 갤러거 전 의원의 제재를 발표한 것을 두고 미 의회가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상황을 거듭 문제 삼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상원 금융위원회는 20일(현지 시간) “BMW와 폭스바겐 등이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 제재 대상 업체의 부품을 사용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은 위구르 소수민족이 강제 노동을 통해 생산한 것으로 추정되는 제품은 미국으로 수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으로 2021년 제정됐다. 갤러거 전 의원은 이 법을 근거로 폭스바겐에 우루무치 공장을 철수하라고 압박한 바 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라이칭더(賴淸德·사진) 대만 총통이 20일 취임 연설에서 주력 산업인 반도체를 앞세워 “세계는 대만이 필요하고, 대만 역시 세계가 필요하다”며 ‘중국의 합병 시도’에 맞선 세계의 지지를 호소했다. 14억 인구의 중국의 압력에 맞서 2400만 인구의 대만을 지킬 수 있는 원동력으로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를 비롯한 ‘실리콘 방패(Silicon Shield·반도체 방패)’를 내세운 것이다. 라이 총통은 이날 타이베이 총통부 앞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대만은 단순히 세계에 문을 여는 게 아니라 이미 세계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 속 대만 반도체 산업의 비중 때문에라도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 자리한 대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특히 이날 취임사에선 인공지능(AI)의 폭발적 성장으로 TSMC를 보유한 대만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갈수록 커진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대만은 첨단 반도체 제조와 AI 혁명의 중심”이라며 “글로벌 민주국가를 위한 공급망의 핵심이자 세계 경제 발전 및 인류 번영의 키”라고 말했다. 대만을 ‘실리콘 섬’이라 부르며 “향후 ‘AI 섬’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라이 총통은 “대만 기업들이 반도체와 AI, 군사, 보안, 차세대 통신 등 ‘5대 핵심 산업’에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며 “해외로 나간 관련 기업들도 다시 돌아와 고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반중 성향이 강한 라이 총통은 이날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직접 ‘독립’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양안(중국과 대만) 대화와 교류의 문은 열어두되, 중국에 흡수 통일되지 않도록 대만의 현 체제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고 일갈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화민국(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서로에게 종속돼 있지 않습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20일 취임사에서 1947년 제정된 대만 헌법 1장을 읽어 내려갔다. “중화민국의 주권은 국민 전체에 있고, 중화민국 국적을 가진 자는 국민”이라고 힘줘 말하자 대만 총통부 앞에 모인 수천 명이 큰 박수로 화답했다. 라이 총통이 헌법 조항을 직접 읽은 건 대만이 이미 헌법과 법률, 군대를 가진 만큼 중국의 ‘92년 공식(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점을 확실시하려는 의도였다. 중국을 더 자극하지 않으려는 차원에서 직접 ‘독립’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중국을 향해 “대만에 대한 정치·군사적 위협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그는 취임식 내내 대만이 세계를 지탱하는 반도체 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권위주의에 맞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 中 향해 “무력 도발 멈춰라” 라이 총통은 취임사에서 중국의 위협에 대한 우려부터 짚고 넘어갔다. 그는 “중국의 군사적 행동과 회색지대 전술(전쟁보다 낮은 수준의 정치적 도발)은 세계 평화와 안정에 최대의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대만을 합병하려는 중국의 야망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자국을 방어하려는 결연한 의지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대해선 “굴복하지도 도발하지도 않겠다”면서 “대결 아닌 대화, 봉쇄보다는 교류를 선택하자”고 제안했다. 상호 관광 재개와 중국 학생의 대만 진학 등 우선 협의할 분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라이 총통은 2016년 차이잉원(蔡英文) 전 총통의 첫 취임사와 마찬가지로 ‘독립’을 명시하지 않았다. 차이 전 총통은 당시 “1992년 양안 기구가 다양한 공감대를 갖고 합의를 이룬 역사적 사실이 있다”고 언급한 반면에 라이 총통은 ‘하나의 중국’과 관련된 내용을 아예 넣지 않았다. 대신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31번이나 반복했으며, ‘중화민국 대만’도 3번 언급해 중국과의 차이를 부각시켰다. 중화민국은 차이 전 정부가 새로 채택한 국호로, 대만을 별도의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극도로 싫어하는 표현이다. 중국은 라이 총통의 취임 연설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고 일갈했고,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도 입장문에서 “대만 ‘독립 일꾼’의 본성을 충분히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상하이협력기구(SCO) 참석을 위해 카자흐스탄에 있던 왕이(王毅) 외교부장(장관)도 “독립 주장은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에 가장 위험한 변화”라고 쏘아붙였다. ● 3연속 집권 민진당, ‘차이 정부 계승’ 강조 집권당인 민진당은 대만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3번 연속 같은 당이 총통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번 취임식 초반에 공개된 기념 영상에는 왼쪽에는 차이 전 총통, 오른쪽에는 라이 총통의 모습을 편집해 함께 넣었다. 두 사람이 함께 걷거나 시민들과 함께하는 모습 등도 보여주며 정권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차이 전 총통은 라이 총통 부부를 총독부로 맞이할 때부터 1시간가량 함께했다. 이후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도 모든 청중에게 중계됐다. 취임식 단상에 올라 전현직 총통들이 함께 환호를 받는 순간에 샤오메이친 부총통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취임식 만찬엔 대만 가정식 요리와 대만에서 만들어 세계에서 유행한 버블 밀크티 등 8가지 메뉴가 제공됐다. 라이 총통이 고향인 타이난에서 즐겨 먹던 ‘고구마 금귤롤’과 대만 소수민족의 요리에서 착안한 소스가 가미된 요리도 마련됐다. AFP통신은 “중국 본토와 다른 대만 고유의 정체성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전했다. 이날 취임식엔 51개국의 대표단을 포함해 해외 인사 500여 명이 참석했다. 미국은 브라이언 디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 전직 관리로 대표단을 구성했고, 일본은 여야 의원 37명이 포함된 역대 최대 규모의 대표단을 보냈다. 한국은 이은호 주타이베이 대표부 대표가 참석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취임식 직전 성명을 통해 “라이 총통과 정치 전반에서 협업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축하했으며,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대만 우정이 더욱 깊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당선인이 20일 취임식을 갖고 4년 임기를 시작한다. 광부 아들로 자수성가한 그는 스스로를 ‘독립 운동가’로 규정할 만큼 반(反)중국 성향이 강하다. 같은 집권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첫 번째 임기를 시작한 2016년과 비교할 수 없게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수준으로 격화됐고, 이에 따른 양안(중국과 대만) 긴장도 고조된 환경에서 취임하는 것이다. 라이 당선인은 연일 군사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을 상대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를 품은 반도체 업계도 지켜야 한다. 그는 이를 고려한 정책 방향을 주요 장관직 인사를 통해 제시했다. 경제 수장에는 첫 반도체 업계 출신을 선임해 주축 산업인 반도체 산업을 부흥시키고, 외교안보에서는 중국의 대만 흡수 통일에 사실상 반대하는 ‘현상 유지’ 기조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中, 총통 취임 앞 항공모함 항해로 위협 중국 국방부는 라이 당선인의 취임을 나흘 앞둔 17일 예사롭지 않은 군사 위협을 가했다. 항공모함 푸젠함의 시험 항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푸젠함은 중국이 자체 설계해 건조한 최초의 전자식 사출형 항공모함이다. 갑판에서 전투기를 쏘아올리는 방식으로 더 많은 전투기를, 더 자주 날려 보낼 수 있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핵심 전력이 될 것으로 꼽힌다. 배 이름도 대만을 마주 보는 중국 남동부 푸젠성에서 땄다. 중국이 라이 당선인의 취임식 직전 푸젠함의 시험 운행 결과를 공개한 것은 대만은 물론 미국에도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경고를 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 “푸젠함의 시험 운행은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면서도 “항공 모함 건조는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등 서방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해방군 건군 100년 겸 자신의 세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마칠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이 당선인 집권 기간 중에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AFP통신은 17일 “시 주석은 대만 점령을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대만과 미국 등 관련국들은 중국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TSMC 최대 협력사 CEO, 경제장관 발탁 새 내각 인선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관료 출신이 대부분이던 경제부장(장관)에 지명된 궈즈후이(郭智輝·71)다. 그는 TSMC에 반도체 웨이퍼 등 각종 장비 및 소재를 납품하는 최대 협력사 충웨(崇越)그룹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업계 경력만 30년이 넘는다. 그의 지명에는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대만의 분위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궈 지명자는 20대 시절 무역회사 직원으로 일했고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했다. 1980년대 대만 최고 부호로 꼽히는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의 일본 출장 당시 통역 겸 운전기사로 동행했다. 라이 당선인은 궈 지명자를 비롯해 경제 고위급 6명 중 5명을 정치 이력이 없는 산업계 출신, 학자 등으로 인선했다. 민진당 관계자는 대만중앙통신에 “1기 경제 내각은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될 때 대만의 기본을 확고히 하고 새 국면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에 방점을 뒀다. 린자룽(林嘉龍) 외교부장 지명자는 미 예일대 박사 출신으로 민진당 핵심 인사로 꼽힌다. 미 오하이오대 박사 출신으로, 주미 대사관 격인 대만대표부 대표를 지낸 우자오셰(吳釗燮) 현 외교부장은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으로 이동한다. 구리슝(顧立雄) 국방부장 지명자는 과거 NSC 비서장 시절 강경한 반중 성향으로 중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당선인이 20일 취임식을 갖고 4년 임기를 시작한다. 광부 아들로 자수성가한 그는 스스로를 ‘독립 운동가’로 규정할 만큼 반(反)중국 성향이 강하다. 같은 집권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첫번째 임기를 시작한 2016년과 비교할 수 없게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수준으로 격화됐고, 이에 따른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긴장도 고조된 환경에서 취임하는 것이다. 라이 당선인은 연일 군사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을 상대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를 품은 반도체 업계도 지켜야 한다. 그는 이를 고려한 정책 방향을 주요 장관직 인사를 통해 제시했다. 경제 수장에는 첫 반도체 업계 출신을 선임해 주축 산업인 반도체 산업을 부흥시키고, 외교안보에서는 중국의 대만 흡수 통일에 사실상 반대하는 ‘현상 유지’ 기조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中, 총통 취임 앞 항공모함 항해로 위협중국 국방부는 라이 당선인의 취임을 나흘 앞둔 17일 예사롭지 않은 군사 위협을 가했다. 항공모함 푸젠(福建)함의 시험 항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푸젠함은 중국이 자체 설계해 건조한 최초의 전자식 사출형 항공모함이다. 갑판에서 전투기를 쏘아올리는 방식으로 더 많은 전투기를, 더 자주 날려 보낼 수 있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핵심 전력이 될 것으로 꼽힌다. 배 이름도 대만을 마주보는 중국 남동부 푸젠성에서 땄다. 중국이 라이 당선인의 취임식 직전 푸젠함의 시험 운행 결과를 공개한 것은 대만은 물론 미국에도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경고를 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 “푸젠함이 대만 위협 등 특정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도 “이번 시험 항해 성공으로 양안 평화를 더욱 확실하게 했다”라고 과시했다. 미국 등 서방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해방군 건군 100년 겸 자신의 세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마칠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이 당선인 집권 기간 중에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AFP통신은 17일 “시 주석은 대만 점령을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대만과 미국 등 관련국들은 중국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TSMC 최대 협력사 CEO, 경제장관 발탁새 내각 인선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관료 출신이 대부분이던 경제부장(장관)에 지명된 궈즈후이(郭智輝·71)다. 그는 TSMC에 반도체 웨이퍼 등 각종 장비 및 소재를 납품하는 최대 협력사 충웨(崇越)그룹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업계 경력만 30년을 넘는다. 그의 지명에는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대만의 분위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궈 지명자는 20대 시절 무역회사 직원으로 일했고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했다. 1980년대 대만 최고 부호로 꼽히는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창업자의 일본 출장 당시 통역 겸 운전기사로 동행했다. 라이 당선인은 궈 지명자를 비롯해 경제 고위급 6명 중 5명을 정치 이력이 없는 산업계 출신, 학자 등으로 인선했다. 민진당 관계자는 대만중앙통신에 “1기 경제 내각은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될 때 대만의 기본을 확고히 하고 새 국면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에 방점을 뒀다.린자룽(林嘉龍) 외교부장 지명자는 미 예일대 박사 출신으로 민진당 핵심 인사로 꼽힌다. 미 오하이오대 박사 출신으로, 주미 대사관 격인 대만대표부 대표를 지낸 우자오셰(吳釗燮) 현 외교부장은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으로 이동한다. 구리슝(顧立雄) 국방부장 지명자는 과거 NSC 비서장 시절 강경한 반중 성향으로 중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방문 둘째날인 17일에 하얼빈을 찾아 양국의 경제·군사 협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미국은 “양손에 떡을 쥘 순 없다(can‘t have its cake and eat it too)”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과거 러시아의 조차지(租借地)였던 하얼빈은 러시아 양식 건물이 즐비하며,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헤이룽장성의 행정 수도로 양국 경제협력의 상징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곳에서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군사대학인 하얼빈공업대학(HIT)도 방문했다.푸틴 대통령은 이날 세계2차대전 당시 중공군과 함께 싸우다 숨진 소련군 전사자 기념비에 헌화하며 하얼빈 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제8회 ‘러시아-중국 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한 그는 “참가자들은 양국의 막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서면 축사에서 “이 박람회는 양국 경제 협력을 촉진하는 중요한 플랫폼”이라고 화답했다.2004년 시작된 엑스포는 해마다 양국이 번갈아 개최해왔다. 올해는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1400개 이상 기업이 참가했으며, 최근 러시아와 우르라이나 전쟁에서 주목받은 무인기(드론)도 전시됐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중러 과학자들이 개발한 소형 ‘나비’ 드론은 공중에 던지면 내부 칼날이 날개처럼 펼쳐지는 형태”라고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이 서방 제재에 맞서 협력하고 있단 사실을 부각시켜 노력했다. 그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우리의 전략적 동맹이 계속 강화될 것을 확신한다”며 “러시아는 중국 기업과 도시에 친환경적이고 저렴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미국은 양국의 협력 강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논평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도와) 유럽 안보 위협을 부추기면서, 유럽 등과 더 깊은 관계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북한에 대한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미국이 중-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나라가 북한의 불안정한 행동을 자제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되레 한반도 긴장 고조를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같은 미국의 도발 탓으로 돌린 것이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관세 폭탄’ 등으로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제재를 겪고 있는 러시아의 정상은 이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국제사회에 밀착을 과시했다. 특히 ‘신뢰할 수 있고 적절한 안보 구조’를 건설하는 방안을 거론하며 미국에 맞설 안보협력체를 논의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냈다.● 習 “오랜 친구”, 푸틴 “우리 협력은 견고”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찾은 푸틴 대통령에게 “내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 중국 국빈 방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러 수교 75주년을 기념하며 “중국은 언제나 러시아와 함께 좋은 이웃, 친구, 동반자가 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양국의 협력은 기회주의적이지 않고, 누군가를 해하지도 않는다”고 화답했다. 미국이 패권을 추구하며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단어 7000개 분량의 공동성명에서 “동북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바꾸려는 미국의 패권적 행위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은 북한과의 대결을 고조시켜 한반도 무력 분쟁과 긴장 고조를 낳을 수 있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의한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전략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언급하며 “남중국해의 안정 문제에 대한 역외 세력의 간섭에 반대한다”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 안보협력체에 맞서 새로운 안보협력체를 만들 수 있다는 뜻도 시사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균형 있고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한 새로운 안보 프레임 구축’에 대해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폐쇄적인 군사정치 동맹에 속하지 않는, 신뢰할 수 있고 적절한 안보 구조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美 주도 제재에 맞서 ‘경제 연대’ 강조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경제적 연대’에도 방점을 찍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자동차 생산 능력을 칭찬하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자동차 생산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의 과잉생산에 따른 ‘밀어내기’식 헐값 수출을 문제 삼아 14일 중국산 전기차 등에 100%에 이르는 ‘관세 폭탄’을 부과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이날 회담에도 외교·안보수장뿐 아니라 경제 관련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러시아에서는 알렉산드르 노바크 에너지·경제 지원·제재 부총리와 러시아 금융시장을 통제하는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 등이 나왔고, 중국에서는 ‘경제 실세’로 불리는 허리펑(何立峰) 부총리와 딩쉐샹(丁薛祥) 상무부총리 등이 함께했다. 두 정상은 또 “세계무역기구(WTO),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국제 다자기구들이 정치화됐다”면서 “글로벌 경제 상황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김이 큰 다자기구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비시장적 행위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외교무대에서 두 나라가 공조 강화를 예고한 것이다. 시 주석은 7개월 만에 중국을 찾은 푸틴 대통령에게 현지 음식과 중국 전통주 등으로 극진하게 대접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만찬에는 베이징덕 오리구이, 전복 소스를 곁들인 야채, 농어를 넣은 새우죽 등이 나왔다. 또 중국 전통주인 마오타이주가 곁들여졌다. 만찬장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군악대는 러시아 군가 등도 연주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북한에 대한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미국이 중-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나라가 북한의 불안정한 행동을 자제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되레 한반도 긴장 고조를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같은 미국의 도발 탓으로 돌린 것이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관세 폭탄’ 등으로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제재를 겪고 있는 러시아의 정상은 이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국제사회에 밀착을 과시했다. 특히 ‘신뢰할 수 있고 적절한 안보 구조’를 건설하는 방안을 거론하며 미국에 맞설 안보협력체를 논의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냈다.● 習 “오랜 친구”, 푸틴 “우리 협력은 견고”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찾은 푸틴 대통령에게 “내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 중국 국빈 방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러 수교 75주년을 기념하며 “중국은 언제나 러시아와 함께 좋은 이웃, 친구, 동반자가 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양국의 협력은 기회주의적이지 않고, 누군가를 해하지도 않는다”고 화답했다. 미국이 패권을 추구하며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단어 7000개 분량의 공동성명에서 “동북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바꾸려는 미국의 패권적 행위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은 북한과의 대결을 고조시켜 한반도 무력 분쟁과 긴장 고조를 낳을 수 있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의한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전략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언급하며 “남중국해의 안정 문제에 대한 역외 세력의 간섭에 반대한다”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 안보협력체에 맞서 새로운 안보협력체를 만들 수 있다는 뜻도 시사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균형 있고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한 새로운 안보 프레임 구축’에 대해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폐쇄적인 군사정치 동맹에 속하지 않는, 신뢰할 수 있고 적절한 안보 구조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美주도 제재에 맞서 ‘경제 연대’ 강조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경제적 연대’에도 방점을 찍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자동차 생산 능력을 칭찬하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자동차 생산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의 과잉생산에 따른 ‘밀어내기’식 헐값 수출을 문제 삼아 14일 중국산 전기차 등에 100%에 이르는 ‘관세 폭탄’을 부과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이날 회담에도 외교·안보수장뿐 아니라 경제 관련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러시아에서는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경제 지원·제재 부총리과 러시아 금융시장을 통제하는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 등이 나왔고, 중국에서는 ‘경제 실세’로 불리는 허리펑(何立峰) 부총리와 딩쉐상(丁薛祥) 상무부총리 등이 함께 했다.두 정상은 또 “세계무역기구(WTO),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국제 다자기구들이 정치화됐다”면서 “글로벌 경제 상황에 맞게 개혁해야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김이 큰 다자기구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비시장적 행위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외교무대에서 두 나라가 공조 강화를 예고한 것이다. 시 주석은 7개월 만에 중국을 찾은 푸틴 대통령에게 현지 음식과 중국 전통주 등으로 극진하게 대접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만찬에는 베이징덕 오리구이, 전복 소스를 곁인 야채, 농어를 넣은 새우죽 등이 나왔다. 또 중국 전통주인 마오타이주가 곁들여졌다. 만찬장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군악대는 러시아 군가 등도 연주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16, 17일 양일간 중국을 방문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1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의 단독 서면 인터뷰를 통해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중국을 추켜세웠다. 그는 미국을 겨냥해 “타국 이익을 해치는 신(新)식민지적 수법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역대 최고 수준이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현명한 정치인’이라고 평했다. 미국이 관세 인상 등 대(對)중국 무역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밀착해 이런 미국에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7일 다섯 번째 임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을 택한 것에 대해 “유례없이 높은 수준의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때문”이라며 “양국 수교 75주년이자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5주년인 올해는 양국 모두에 특별한 해”라고 밝혔다. 그는 “서방 국가는 누구와 친구가 되고 협력할 수 없는지를 결정할 권리를 스스로 부여했다”면서 “각국의 발전 모델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주권적 이익도 무시했다”며 미국에 날을 세웠다. 러시아와 중국이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거짓, 위선, 조작에 기초해 현재 질서를 강요하려는 서방의 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자신이 중국 철학과 무술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자신의 가족이 중국에 매료돼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도 소개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서는 “러시아를 포함해 모든 분쟁 당사국의 이해관계가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향해 “러시아에는 1만6000건의 불법적인 제재를 부과하면서 우크라이나에는 자금과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맞섰다. 그는 러시아를 세계 4대 경제 대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공개했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통해 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방중 첫날인 16일 수교 75주년 기념 공연을 관람한 뒤 시 주석과 만찬을 포함한 비공개 회담을 갖기로 했다. 리창(李强) 중국 총리와도 별도로 만나 경제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11월 미국 대선에서 맞붙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對)중국 관세 인상 경쟁에 나서면서 전 세계 무역이 극도의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공약이 허술하다며 “내가 더 강도 높은 정책을 펼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중국은 맞보복에 나설 뜻을 밝히고 있고, 이 같은 움직임이 유럽 등으로 번질 조짐도 있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또 하나의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14일(현지 시간) 중국산(産) 전기차, 범용 반도체, 배터리 등에 대한 관세를 최소 2∼4배 올리겠다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은 이 모든 제품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전 세계가 소화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제품을 생산하도록 했다”며 “이는 ‘경쟁’이 아니라 ‘반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중국을 오랫동안 먹여 살렸다”고 주장했다. 멕시코 등에서 생산된 중국 제품이 무관세 혜택을 받고 미국 시장에 들어오는 것까지 막겠다며 미국·멕시코·캐나다 3개국의 ‘자유무역협정(USMCA)’ 개정을 요구할 뜻도 시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중국이 지금 미국의 ‘점심(lunch)’을 뺏어 먹고 있다”면서 “바이든은 전기차보다 더 많은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재집권하면 중국의 무역최혜국 대우를 박탈하고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줄곧 밝혔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15일 “세계에서 가장 전형적인 횡포이자 일방적인 괴롭힘”이라며 “미국의 일부 인사가 자기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 이성을 잃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미국발(發) 관세 인상 움직임은 전 세계에 보호무역주의 ‘도미노’ 현상을 부를 수 있다. 올해 주요7개국(G7)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잔카를로 조르제티 경제장관은 14일 “유럽도 미국처럼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대중 관세를 높였기에 중국의 과잉 생산 제품이 유럽으로 더 많이 몰려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대중 관세 인상으로 한국 수출이 일시적인 이득을 볼 수 있지만 대중 중간재 수출 감소, 중국산 저가 제품 범람 등 우려해야 할 요인도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관세폭탄 나비효과… “美 못간 中저가품 밀려올것” 유럽도 인상 논의[美中 관세전쟁, 불확실성 시대로]바이든정부 “中 우회수출도 차단”… 트럼프 “中, 美의 점심 뺏어먹어”美대선 앞두고 ‘中 때리기’ 경쟁공급망 충격파… 美동맹국도 타격, 전세계 ‘보호무역 도미노’ 우려 11월 미국 대선 무대에서 벌어진 중국산(産) 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 경쟁이 미중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세계 무역이 다시 불확실성 시대로 접어들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관세 인상 대상으로 삼은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등은 한국을 비롯해 동맹국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들이다. 그런 만큼 미국의 관세 인상과 중국의 맞불 가능성으로 인한 충격파가 미국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당장 멕시코, 베트남 등으로 중국의 우회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미국은 이를 차단하기 위한 추가 조치까지 예고했다. 이번 관세 인상 움직임이 미국과 중국을 넘어 다른 국가들로도 도미노처럼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中 우회수출도 막자’ 규제 예고, 동맹도 충격파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4일(현지 시간) 중국이 관세를 피해 우회 수출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타이 대표는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중국) 제품의 수입은 걱정해야 할 부분”이라며 “USTR은 현재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타이 대표는 “지켜보라(stay tuned)”며 우회 수출 차단 조치 발표가 임박했음을 내비쳤다. 카라 모로 USTR 수석고문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USTR이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을 줄이는 방안을 멕시코와 협의해 왔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장벽과 수출 규제를 피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인 USMCA를 맺은 멕시코에 생산시설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멕시코가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수입국이 된 것 역시 이 같은 우회 수출의 영향이 크다. 실제로 멕시코에 진출한 중국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는 바이든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 당일 멕시코시티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픽업트럭을 출시했다. BYD가 해외에서 신차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미국이 이번 관세 인상에 더해 중국의 우회 수출까지 차단하면 미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에 참여해 대미 무역흑자가 급증한 국가들이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중국산 쓰나미’ 될라, 관세 인상 도미노 조짐 미국이 관세 장벽을 높이면 이에 막힌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유럽 등 다른 시장으로 밀려들 수 있다. 중국의 과잉 생산에 따른 헐값 수출로 ‘제2의 차이나 쇼크’ 비상이 걸린 가운데 주요국에 관세 인상 등 보호무역 조치가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조지프 웹스터 선임연구원은 14일 “미국이 관세를 높이면 상당한 양의 중국산 저가 제품이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갈 수 있다”면서 “유럽연합(EU)이 신속하게 관세를 올리지 않으면 중국산 홍수를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EU는 유럽 시장 내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반(反)보조금 조사를 하고 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이르면 이달부터 예비 관세를 부과하고, 대다수 회원국의 참여가 필요한 영구 관세를 11월에 부과할 수 있다고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EU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15일 미국의 급격한 관세 인상에 대해 “이성을 잃었다”며 반발했다. 왕 부장은 “미국은 자기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고 국제 산업·공급망의 정상적인 운영에 더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같은 날 사설을 통해 “중미 관계가 미국 국내 정치의 희생양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16, 17일 양일간 중국을 방문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의 단독 서면 인터뷰를 통해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중국을 추켜세웠다. 그는 미국을 겨냥해 “타국 이익을 해치는 신(新)식민지적 수법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역대 최고 수준이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현명한 정치인’이라고 평했다. 미국이 관세 인상 등 대(對)중국 무역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밀착해 이런 미국에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7일 다섯번째 임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을 택한 것에 대해 “유례없이 높은 수준의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때문”이라며 “양국 수교 75주년이자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5주년인 올해는 양국 모두에 특별한 해”라고 밝혔다. 그는 “서방 국가는 누구와 친구가 되고 협력할 수 없는지를 결정할 권리를 스스로 부여했다”면서 “각국의 발전 모델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주권적 이익도 무시했다”며 미국에 날을 세웠다. 러시아와 중국이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거짓, 위선, 조작에 기초해 현재 질서를 강요하려는 서방의 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는 자신이 중국 철학과 무술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자신의 가족이 중국에 매료돼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도 소개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서는 “러시아를 포함해 모든 분쟁 당사국의 이해관계가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향해 “러시아에는 1만6000건의 불법적인 제재를 부과하면서 우크라이나에는 자금과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맞섰다.그는 러시아를 세계 4대 경제 대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공개했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통해 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방중 첫날인 16일 수교 75주년 기념 공연을 관람한 뒤 시 주석과 만찬을 포함한 비공개 회담을 갖기로 했다. 리창(李强) 중국 총리와도 별도로 만나 경제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양국은 대만이나 북핵, 탈북민 강제 북송 등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선 여전히 인식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1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전날 회담에서 “중한(한중) 사이에는 근본적인 이익 충돌이 없고 화이부동(和而不同·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의 경지를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대만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 내용은 전날 회담 이후 나온 우리 외교부 보도자료에는 없었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발언에 반발하는 등 우리 정부의 대만 문제 언급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 왔다. 왕 부장의 대만 관련 발언은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이 20일 취임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 정부에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반하는 입장을 내지 말라고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외교부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회담에서 북한이 위협적 도발을 이어가고 러시아와의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지속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또 탈북민들이 강제 북송되지 않도록 중국 측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도 요청했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보도자료에 이 내용은 넣지 않았다. 조 장관은 14일 베이징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핵 문제 대응과 관련해 중국의 역할이 과거보다 약해졌고 이로 인해 한국 정부가 중국에 거는 기대 수준도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가 기대하는 역할이 있는데 못 미치는 것을 보고 느낀 것을 얘기했고 왕 부장도 그 나름대로 논리를 갖고 설명했다. 동의는 서로 못 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과 관련해선 “양국 정상 간 상호 방문 필요성이 있다는 수준으로 언급했다”고 밝혔다. 한중 양국 모두 자료에 이를 담진 않았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