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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연초 예상했던 범위를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가서 올해 큰 폭의 실적 하락은 불가피합니다. 매출이 다시 적자로 돌아서지 않으면 다행이에요.” 인천 남동구 남동공단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최모 씨(52)는 해외에서 디스플레이 부품을 수입해 제품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그는 “작년 하반기(7∼12월)만 해도 10만 원 정도 했던 수입 부품 가격이 현재 26만 원까지 올랐다”며 “(대기업) 고객사에 대한 납품사 간 경쟁이 치열해 부품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하는 처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는 흑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올해 들어 영세기업들의 파산 신청이 급증하면서 코로나19가 절정이던 시기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에 이어 강달러 기조까지 가세하며 이른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가 영세기업들을 짓누른 결과다.● 법인 파산 신청 2배로 급증 7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법인들의 파산 신청 건수는 439건으로 전년 동기(326건) 대비 약 34.7% 증가했다. 코로나19가 최고조였던 2021년(204건), 2022년(216건) 등과 비교하면 100%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신청 법인의 대다수는 영세기업으로, 대출로 연명하다가 이자 상환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파산 절차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의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금년도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역대 최대(1657건)였던 지난해를 뛰어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어려워진 영세기업들이 빚을 갚아 나가는 회생 대신 사업을 아예 포기하는 파산 절차를 택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올 1분기 파산 신청 건수(439건)는 회생 신청 건수(387건) 대비 13.4%(52건) 많았다. 이 같은 데드크로스 현상은 지난해(파산 1657건, 회생 1602건) 처음 나타났는데 올해 더 심화된 모습이다. 대출금을 못 갚는 영세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월 말 기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의 합계)의 연체율은 0.70%로 1년 전(0.47%)보다 0.23%포인트 상승했다. 2년 전(0.32%)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경기 시흥시 시화공단에서 소성가공 업체를 운영 중인 백모 씨(58)는 “고물가로 인해 저희에게 원재료를 건네주는 대기업들이 1년 새 자재 가격을 1.5배로 인상했다”며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치는 경쟁사들 탓에 판매가를 올리지 못해 고스란히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환율 상승에 비명 이 같은 상황에 올 2분기(4∼6월) 들어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영세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수출 중소기업 304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 영향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영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절하다고 판단한 원-달러 환율 수준은 1262원이었다. 이는 7일 마감한 원-달러 환율(1361원)보다 약 7.84% 낮은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달 16일 장중 1400원까지 올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공식 구두 개입에 나서기도 앴다. 경기 김포시에서 무역회사를 운영 중인 현모 씨(44)는 “매년 3분기(7∼9월) 정도에 향후 환율을 예측한 뒤 이듬해 경영 계획을 구상하는 편”이라며 “올 들어선 미국의 고금리 기조와 함께 중동 전쟁 등 대외 변수까지 끊이지 않아 작년 말에 마련해 둔 계획들이 무의미해졌고, 어쩔 수 없이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이 바라보는 경기 전망은 나날이 우울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5일부터 22일까지 3078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기전망을 조사 결과, 기업들의 5월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는 79.2로 전월 대비 1.8포인트, 전년 동월 대비 4.6포인트씩 각각 하락했다. 경기전망지수는 100보다 높으면 경기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업체가 그렇지 않은 업체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이 지수는 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 갔다. 김규섭 IBK경제연구소장은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건전성 관리, 고금리로 인한 유동성 부족 등으로 영세기업들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시흥=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영세기업들의 파산이 급증하고 연체 부담이 늘어나는 등 경영 상황이 나빠지고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 자금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상생금융 방안을 연이어 내놓았던 행보와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중소기업 신속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공급한 자금 규모는 약 1980억 원(신규 및 만기 연장 포함, 잔액 기준)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84%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은 기업의 수는 280곳으로 전년 대비 약 5.72% 감소했다. 수혜를 받는 기업들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속 금융 지원 프로그램의 경우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어 4대 은행의 참여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라며 “상생금융 이행,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등으로 경영 환경도 어려워 깐깐하게 대출을 심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2008년부터 시행 중인 중소기업 신속 금융 지원 프로그램은 일시적인 자금 경색이 온 중소기업에 시중은행들이 유동성을 지원해주는 조치다.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영세기업들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올 4월부터 해당 프로그램의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일시적인 유동성 위험에 처한 기업뿐만 아니라 위험에 놓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까지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대 명예교수는 “은행권이 일시적으로 경영 위험에 빠진 중소기업 대출을 회수하는 등 보수적인 성향이 여전하다”며 “중소기업의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영업 방식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에는 배달이라도 잘돼 매출이 그나마 버텨줬는데, 올 들어선 월 매출이 작년보다 20% 넘게 줄었습니다. 대출 이자 부담까지 커져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서울 성북구에서 분식집을 운영 중인 박모 씨)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고 석 달 넘게 갚지 못한 ‘부실 자영업자’가 올 들어 1만 명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지난해 9월 말 종료되면서 그간 고물가와 고금리, 그에 따른 경기 침체로 누증된 부담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실이 NICE평가정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대출금을 석 달 이상 갚지 못한 자영업자 수는 7만2815명으로 지난해 말(6만1474명)보다 18.4%(1만1341명) 증가했다.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이 끊긴 작년 9월 말(5만6860명)과 비교하면 28.1% 불어났고, 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1년 말(2만4446명)과 비교하면 약 3배로 늘어난 수치다. 부실 자영업자의 1인당 채무액은 2021년 말 1억4299만 원에서 1억8022만 원으로 26%가량 불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대출금리 변화를 감안하면 부실 자영업자 한 명이 연간 부담해야 하는 평균 이자액은 약 434만 원에서 약 919만 원으로 112% 가까이 늘어났다.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대출 연체율도 치솟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61%로 2년 전(0.20%)의 3배 수준으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국면과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 효과가 동시에 끝나면서 자영업자들의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 구조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이들이 무너지면 고용, 민간 소비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며 “성실 상환자에 대한 금리 인하, 대출자의 신용점수를 고려한 정책금융 공급 등의 방안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자영업자 석달이상 연체, 1년새 9조 급증… “더 못버텨 폐업” ‘코로나 호흡기’ 떼자, 도미노 폐업고물가-고금리-내수침체 길어져대출잔액 27조 늘어 작년말 1109조“빚 부담 양적 질적 한계 직면” 지적작년 외식업체 5곳중 1곳 문닫아 “직원을 세 명에서 한 명으로 줄이고 서빙까지 직접 했지만 손님이 더 줄어 가게를 유지하는 것도 빠듯해졌어요. 매출 회복이 어려워 보여 기업체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 성동구에서 6년간 와인바를 운영해 온 진모 씨(38)는 지난달 22일 이렇게 하소연했다. 진 씨가 운영하는 매장은 소셜미디어에서 주목받으며 한때 월 매출이 2000만 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몇 년 새 인근에 비슷한 매장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매출이 떨어지더니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는 500만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진 씨는 “팬데믹 시기를 버텨내려고 받았던 대출 금리가 최근 1년 새 연 2.8%에서 5.4%로 올라 도무지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율이 2년 새 3배 이상으로 뛰고, 연체액도 1년 새 10조 원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전례 없는 위기 국면에서 대출을 추가로 받아 간신히 버텼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고물가와 고금리,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당시 자영업자들이 늘렸던 대출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본보가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한결같이 “코로나19 때보다 지금이 훨씬 힘들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자 연체액 50% 급증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이 NICE평가정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자영업자(가계대출+기업대출)의 대출 잔액은 총 1109조665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27조400억 원) 증가했다. 이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금액은 27조3833억 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49.7%(9조892억 원)나 급증했다. 문제는 자영업자 중에서 세 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들이 절반 이상이라는 데 있다. 작년 말 기준 다중채무 자영업자는 173만1283명으로 전체 개인사업 대출자의 51.5%다. 절반 이상의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 제도권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란 뜻이다. 이들의 대출 잔액은 691조6232억 원으로 전체의 62.3%를 차지했다. 정책자금을 빌리고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이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회생·파산 등 공적 채무조정에 들어간 소상공인 정책자금 부실 금액은 올해 1분기(1∼3월)에만 2754억 원에 달했다. 석 달 만에 작년 한 해(8240억 원)의 3분의 1이 넘는 부실액이 발생했다. 자영업자들이 갚지 못한 은행 대출을 신용보증재단이 대신 갚아준 금액(대위변제액)도 지난해 말 기준 1조7126억 원으로 전년(5076억 원) 대비 3.4배로 불어났다.● 코로나19 때보다 높아진 폐업률 한계 상황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올 2월까지 경기 파주시에서 여성 잡화점을 운영했던 A 씨는 “코로나19 때도 재난지원금을 받으면서 잘 버텼는데, 엔데믹 이후에는 매달 700만 원 안팎의 적자가 나 가게를 정리한 것”이라며 “폐업 이후 받은 권리금으로는 밀린 대출금을 갚았다”고 설명했다. 핀테크 업체 핀다가 운영하는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외식업체는 총 17만6258개로 2020년(9만6530개) 대비 약 82.6% 급증했다. 외식업체의 폐업률도 21.52%로 2020년(13.41%)보다 8.11%포인트 높았다. 황창희 핀다 오픈업 서비스기획자는 “현재 시점이 코로나19를 버틴 외식업 사장님들에게 더욱 힘든 시기라는 사실이 데이터로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의 대출 부담이 양적, 질적 모든 측면에서 한계까지 다다랐다고 지적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연체가 높아지고 폐업이 잦아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를 거치며 대출총액이 불어난 탓에 (자영업자들의) 이자 비용 부담이 매우 커졌다”고 우려했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취약 대출자를 중심으로 채무상환 부담이 늘어나 채무조정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들의 신속한 경제적 재기를 돕기 위해 소액채무 즉시 면책 등과 같은 제도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피자 가게와 치킨집을 운영하던 박모 씨(41)는 지난해 1월 사업을 모두 정리했다. 이후 배달 기사로 일하며 매달 300만 원 안팎의 월급을 받고 있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매출은 줄어드는데 대출 부담까지 커져 폐업하기 전 1년 동안은 아트바이트생 없이 혼자 일하며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큰돈은 벌지 못하지만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고 덧붙였다. 국내 자영업자 10명 중 8명에 가까운 이들은 직원을 따로 두지 않은 ‘나 홀로 사장님’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처럼 홀로 일하는 자영업자 수가 지난해 하반기(7∼12월) 이후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와 고금리를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영세 자영업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438만7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위험이 최고조였던 2008년 11월(451만7000명) 이후 14년 7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후 올해 2월까지 8개월 연속 줄면서 407만9000명까지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이어졌던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 제도가 작년 9월 말 종료되면서 상환 부담이 커진 영세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돈을 받지 않고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무급가족종사자’는 올해 1월 기준 76만5000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하나의 자영업만으로 가족 구성원 모두가 다 같이 먹고사는 게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심리 위축, 경기 둔화, 이익 감소 등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며 자영업자의 경영상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이달 29일로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특별법)과 ‘예금자보호법’, ‘유통산업발전법’, ‘국가재정법’ 등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 법안 및 산업계 관련 쟁점 법안들이 일괄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애초 여야는 임기 종료 전 한두 차례 더 본회의를 열어 상정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야당의 ‘채 상병 특검법’ 단독 강행 처리에 여당이 “남은 국회 의사일정에 협조하기 어렵다”고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본회의 개의 여부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해당 법안들이 22대 국회에서 재발의 되더라도 원 구성 협상이 늦어질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법안 처리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21대 국회 임기 내 통과되지 않으면 9월부터 예금보험료율(예보료율)이 낮아진다. 이 경우 금융사 부실에 대비해 받는 연간 예보료 수입이 7000억 원가량 감소한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정무위가 ‘민주유공자법’ 처리 과정을 둘러싸고 충돌하면서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입법 논의가 멈춰 있는 상태다. 올해 말 일몰 예정인 반도체 등 국가전략시설 투자액 세액공제를 2030년까지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이른바 ‘K칩스법’도 다음 국회로 넘어가면 자칫 기한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임위 단계에 발목이 잡힌 법안도 수두룩하다. 사용후 핵연료 처분시설 부지 선정과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고준위 특별법은 민주당이 정부의 원전 확대 기조에 반대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을 제외하는 유통산업발전법도 야당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피해를 이유로 반대하면서 계류 중이다. 이 밖에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연간 재정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 3% 이내로 제한하는 국가재정법은 민주당이 지출 구조조정 방안 누락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여야 합의가 안돼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에 묶여 있다. 인공지능(AI)의 개념을 규정하고 산업 육성과 안정성 확보 방향을 제시하는 ‘AI 기본법’, 2021년 일몰된 노후 자동차 폐차 뒤 새 차를 사면 개별소비세를 70% 감면하는 제도를 되살리는 조세특례제한법도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K칩스법-AI기본법 하루가 급한데”… 입법 지연으로 투자 발목 21대 국회 종료 앞두고 법안 방치여야, ‘채 상병 특검법’ 여파 냉랭… “다음 국회 넘기면 골든타임 놓쳐”국회의장 18일 귀국, 중재시간 부족“마지막까지 민생 외면한 국회 없어” #국회가 올해 8월 31일까지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사 파산에 대비해 걷는 예금보험료가 연간 7000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부로 예금보험료율 한도의 일몰 기한이 종료돼 26년 전인 1998년 수준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금보험기금의 안정성 저하를 우려해 지난해 3분기(7∼9월)부터 여야 의원들을 대상으로 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을 호소해 왔다”며 “21대 국회에서의 통과는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보고 다음 국회에서 최대한 빠르게 입법 절차를 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올해 12월 31일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당장 내년부터 반도체 기업 설비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반 토막 난다. 지난해 3월 대기업 공제율을 8%에서 15%,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늘린 것이 올해 말로 일몰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기업들이 투자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세액공제율 확대 기한을 2030년까지로 연장하도록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다음 국회에서 다시 발의해도 빨라야 6월”이라며 “상임위 심사 등을 다시 거쳐야 하는데 자칫 하반기(7∼12월) 국정감사와 맞물려 올해를 넘길까 걱정된다”고 했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두고 금융계와 산업계에선 주요 법안 처리 지연에 대한 우려와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다. 여야는 이달 29일 임기가 끝나기 전 한두 차례 더 본회의를 열겠다는 목표이지만, ‘채 상병 특검법’ 강행 처리 등의 여파로 정국이 급랭한 상황에서 주요 민생법안에 대한 ‘일괄 합의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공통된 기류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내용에 따라 정국이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일몰 임박했는데… 줄줄이 계류 산업계는 여야가 각종 업계 관련 법안을 21대 국회 내에 처리하지 못하면 한동안 기업 운영, 투자 결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재고 정상화와 인공지능(AI) 산업의 급부상으로 반도체 시장이 상승 사이클을 탄 상황에서 투자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것.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 반도체 시장은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등 각국이 사활을 걸고 뛰어드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기업 혼자 힘만으로는 어렵고 정부, 국회 다 같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활성화를 비롯한 각종 규제혁신 법안도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아일보가 대한상공회의소와 분석한 결과 외국 인력 비자 완화 등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국회에 제출된 223개 규제혁신 법안 중 43.9%인 98개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223개는 정부 각 부처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들이다. 여기에는 산업단지 내 생활·편의시설 규제를 완화하는 산업입지법 개정안도 있다. 산단이 노후화된 탓에 지역 청년층이 취업을 꺼리고 있어 지방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여야는 쟁점 법안들에 대해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원전 설계수명 동안의 폐기물만 저장할 수 있도록 용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면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발목 잡혀 있다. 대형마트 휴무일에 온라인 주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도 민주당 반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마트 등 대형마트와는 협의가 끝났는데 소상공인을 등에 업은 민주당의 반대가 너무 심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당은 “현재 법안으로는 전통시장 상인들과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맞서고 있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담은 국가재정법도 민주당이 “지출 구조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내용이 부실하다”며 반대하고 있어 아직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AI 기본법)’도 22대 국회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일 “AI 기본법이 이번 회기 안에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와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 협의할 것”이라고 했지만, 민주당은 생성형 AI인 챗GPT 관련 내용 등에 대해 심도 깊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야, 임기 말까지 ‘네 탓 공방’만 여야 원내지도부가 새로 꾸려지는 점도 21대 국회 임기 내 주요 법안 협의를 어렵게 할 수 있는 변수다. 민주당은 3일 강성 친명 박찬대 원내대표를 사실상 추대했고, 국민의힘도 9일 새 원내대표를 뽑을 예정이라 그간의 원내 논의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밀어붙여 협치 분위기를 깨면서 다른 민생법안들을 논의할 동력이 없다”는 기류이고, 민주당은 “여당이 쟁점이 없는 법안에 대해서도 상임위 처리에 소극적이라 줄줄이 병목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중남미와 미국을 순방 중인 김진표 국회의장은 18일 귀국할 예정이라 여야 협상을 중재할 시간도 부족하다. 22대 국회가 시작되더라도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 등 상임위 독식을 벼르고 있어 원 구성 협상에만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여야 상임위원들도 대부분 바뀌기 때문에 사실상 법안 논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한 중진 의원은 “통상 총선 직후 열리는 마지막 국회에선 여야가 밀려 있는 민생법안을 합의 처리해 왔다. 이번처럼 재의요구권(거부권) 등을 두고 정부 여당과 야당이 마지막까지 대치했던 적은 없다”며 “결국 피해는 국민들한테 돌아간다”고 말했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청년희망적금 만기를 맞은 가입자 4명 중 1명은 청년도약계좌로 갈아탄 것으로 나타났다. 연계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청년도약계좌 가입자 수는 120만 명을 돌파했다. 5일 금융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말 청년희망적금에서 청년도약계좌로 갈아탄 가입자 수는 49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청년희망적금 만기 고객의 약 24.3%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계 가입 신청이 이달 말까지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갈아타는 고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기준 청년도약계좌 가입자 수는 123만 명으로 전체 청년 인구(만 19∼34세·1021만 명)의 약 12%를 차지했다. 5년 만기인 청년도약계좌는 매달 70만 원씩을 넣으면 최대 5000만 원가량을 모을 수 있는 정책 금융 상품이다. 다만 가입자 수는 금융위원회가 상품 출시 초기에 예상한 300만 명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청년들이 이직, 혼인, 임신 등으로 5년 만기라는 긴 가입 기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금융권 예적금 이자율이 올라간 점도 청년도약계좌의 매력을 반감시킨 요인으로 꼽힌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당국이 금융사고 예방 차원에서 삼성, 한화, 현대차 등 금융복합기업집단에 대한 추가위험평가에서 내부통제·위험관리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금융복합기업집단 감독규정 개정안’을 이달 23일까지 예고한다고 2일 밝혔다. 해당 규정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지난해 기준 삼성, 한화, 교보, 미래에셋, 현대차, DB, 다우키움그룹 등 7곳이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계열사 위험(30%), 상호연계성(50%), 내부통제·위험관리(20%) 등의 비중으로 금융복합기업집단의 자본 적정성을 평가해 왔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내부통제 비중을 20%에서 30%로 상향하기로 했다. 최근까지 반복되고 있는 금융사고가 내부통제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또 금융복합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중 비금융·금융사 간의 임직원 인사 교류에 대해 내부통제 부서가 사전 검토하도록 했다. 최근 농협중앙회에서 농협금융으로 겸직, 이직하는 사례가 논란이 된 만큼 금융복합기업집단에서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만 농협금융은 금융지주회사여서 금융복합기업집단에 포함되진 않는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A 상장사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면서 공개매수 형태로 대주주 외 지분까지 사들이려 했어요. 그래서 증권사 몇 곳과 논의를 했는데 그 이후부터 A사 주식의 거래량이 치솟고 주가도 뛰었습니다. 저희가 당초 생각했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주가가 형성됐고, 결국 거래를 더 이상 진행시키지 못했습니다.” (글로벌 사모펀드의 고위 관계자)상장사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개매수 계획을 공표하기 직전 의문의 대량 매수세가 잇따라 나타나면서 선행 매매 의혹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같은 미공개 정보 유출 논란 등이 한국 증시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 지적합니다. 금융감독원은 관련 사안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지만 물증이 뚜렷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공개매수 정보 유출 의혹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쇼핑몰 ‘다나와’의 운영사 커넥트웨이브의 주가는 전일 대비 14.4% 급등한 1만7880원에 마감했습니다.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커넥트웨이브 주식을 공개매수한 뒤 자진 상장폐지하겠다고 밝힌 점이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공개매수란 기업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에게 상장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뜻합니다. 통상 주주들의 공개매수 참여 유인을 높이기 위해 현재 주가보다 높은 수준의 가격을 제안하는 편입니다. MBK파트너스 역시 커넥트웨이브의 공개매수 단가를 주당 1만8000원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공개매수 공고가 올라오기 직전에도 주가가 폭등했다는 점입니다. 커넥트웨이브의 지난달 26일 종가는 전일보다 18.6% 높은 1만5570원이었습니다. 거래량은 192만6085주로 전 영업일(4만7188주) 대비 무려 40배나 많았습니다.현재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락앤락의 주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주주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공고하기 전날인 지난달 17일, 락앤락 주가는 전일 대비 11.6%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의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단계에서도 직전 3영업일 동안 18.62% 상승한 바 있습니다.● 해결 방법 마땅치 않아 문제소액 주주들은 정보력에 바탕을 둔 이 같은 거래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라고 지적합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다수의 공개매수 거래 전날 특정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 순매수가 대량으로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합니다.IB 업계에서는 기업이 공개매수를 검토하기 시작하면 관련 정보가 구조적으로 외부로 샐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라 공개매수 신고서, 설명서를 작성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려면 사실상 국내 증권사가 주관을 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공개매수 주관사 자리를 놓고 대형 증권사들이 경합을 벌이는 과정에서 관련 정보가 자연스럽게 퍼지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여의도 증권가, 수백억 원을 굴리는 전업 투자자 등 금융권 정보에 빠삭한 이들이 ‘소문과 함께 베팅’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습니다.금감원도 공개매수와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점을 잘 인지하고,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진 계좌 위주로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나 주주들의 생각처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가 뚜렷하게 보이진 않는다는 입장입니다.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과거 문제가 제기된 공개매수 사례들에선 관련 정보를 1차적으로 인지, 취득하는 공개매수 주체와 주관 증권사에서는 혐의가 거의 포착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거래가 빈번히 이뤄진 계좌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살펴보고 있지만 조사가 쉬운 영역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당장 최근 공개매수 절차에 돌입한 기업에 대한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가 발각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반복되는 ‘공개매수 직전 주가 급등’ 현상이 진짜 불공정거래의 일환일지, 증권가 소식에 빠삭한 ‘빅마우스’들의 저돌적인 주식 투자 전략일지 궁금해집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재무개선)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채권단이 대주주 감자, 자본확충 등이 담긴 기업개선계획을 가결시켰다.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제3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 부의된 기업개선계획 안건들에 대해 채권단의 75% 이상(오후 6시 기준)이 찬성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태영건설이 제시한 기업개선계획의 가결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기업개선계획에는 대주주의 보통주 100주를 1주로, 소액주주는 2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 방안이 담겼다. 감자 비율에 차등을 둬 대주주에게 경영 실패 책임을 묻는 구조다. 이와 함께 워크아웃 전 대여금 4000억 원의 경우 출자전환(부채를 지분으로 전환하는 것), 워크아웃 후 대여금(3349억 원)에 대해선 100% 영구채로 전환하는 방안도 담겼다.금융채권자는 무담보채권의 50%(2395억 원)를 출자전환하며, 나머지 50%에 대해선 3년간 상환유예 및 금리인하 조치를 해주기로 했다. 최근 주요 채권단 중 하나인 우리은행이 ‘태영건설의 모회사 티와이홀딩스 연대 채무 청구를 3년 유예한다’는 안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채권단은 태영건설 정상화를 위해선 티와이홀딩스의 연대 채무 유예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채권단 협의 기구인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에 해당 안건을 제외해달라는 조정을 신청했다. 조정위는 다음 달 중순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인데, 우리은행 측의 입장을 받아들이면 해당 안건은 무효가 된다.태영건설과 채권단은 기업개선계획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처리방안을 이행할 예정이다. PF 사업장은 총 40곳이 있는데 준공 및 정상 진행 사업장(37곳), 시공사 교체(7곳),청산(1곳) 등으로 분류했다. 브리지론(부동산 개발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받는 단기대출) 사업장은 총 20곳인데 이 중 사업을 그대로 진행하는 곳은 단 하나뿐이다. 나머지 19개 중에선 시공사 교체가 10곳, 경·공매 등 사업청산이 9곳으로 각각 분류됐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액이 4조 원에 달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PF 사업장에 시중은행 자금이 투입될 수 있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자금력이 충분한 은행권에 ‘안전판 역할’을 유도해 PF 사업장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시장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 전체의 PF 대출 연체액은 3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1조5000억 원)과 비교하면 약 2.5배로 증가했다. PF 대출 건수는 9200건으로 전년보다 500건 줄었지만 부실 대출이 늘면서 위험이 커졌다. 연체율은 1년 새 1.19%에서 2.70%로 1.51%포인트 상승했다. 금융당국은 경·공매 절차를 거쳐 부실 사업장의 가격을 낮춰 PF 사업성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자금을 유입시키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PF 사업성 평가 방식을 세분화하고 대주단 협약을 개정하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중순쯤 발표할 예정인 ‘PF 정상화 방안’에 채산성이 높은 사업장에 시중은행, 보험사 등의 참여 유인을 높이는 방안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자금 여력을 갖춘 1금융권이 자발적으로 PF 사업장 재구조화 목적의 펀드를 조성하도록 이끌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는 PF 사업장에 신규 자금 투입 시 건전성 분류를 ‘정상’으로 해주는 방안 등이 대표적으로 검토된다. 또 금융권의 투자 한도를 한시적으로 확대하고, 신규 자금 투입 담당 임직원의 면책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신규 자금, 혹은 PF 사업성 개선을 위한 자금이 활발하게 투입될 수 있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며 “다만 수익성이 도무지 안 나오는 부동산의 경우 주인이 바뀌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기업들이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액이 1900조 원에 달하는 가운데, 원금과 이자를 갚을 여력이 부족한 ‘취약 기업’의 차입금 비중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만큼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여파의 직격타를 맞은 건설업 등 기업대출 연체율도 1년 새 급등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27일 발간한 ‘위기별·산업별 비교 분석을 통한 국내 기업부채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잔액은 1889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대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19년 말부터 작년 말까지 매 분기마다 평균 10.8%씩 불어났다. 이는 코로나19 이전(2010년 3월∼2019년 말·5.3%) 대비 약 2배 높은 수준이다. 금융연구원은 이자보상비율, 차입금상환배율, 부채·유동비율 등을 고려해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 기업들을 추려냈다. 그 결과 이들의 차입금 비율은 1997년 외환위기보다는 낮지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근접하거나 일부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용상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7∼12월) 이후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부동산 등 내수 시장 침체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위험 관련 지표들의 추가 악화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4년새 567조 급증한 기업대출 39%가 부동산-건설업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권 대출 많아고금리 지속에 공사비도 치솟아4대 은행 건설업 연체율 1년새 2배 국내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지난해 말까지 4년간 570조 원에 달하는 대출을 추가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약 40%가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 관련 업종의 대출 증가분이었다. 28일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전체 산업군의 대출은 2019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567조4000억 원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부동산업(175조7000억)과 건설업(44조3000억 원)의 증가분이 전체의 38.8%를 차지했다. 특히 부동산업의 경우 비은행권 대출이 코로나19 이후 2배 규모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상 선임연구위원은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기업대출이 급증하며 비은행권의 증가세를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2년 3월부터 고강도 긴축에 나서고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건설업 대출은 빠르게 부실화됐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3월 말 기준 건설업 평균 연체율은 0.78%로 1년 전(0.37%)의 2.1배로 치솟았다. 신한은행(1.18%)과 하나은행(1.13%)의 경우 건설업 연체율이 1%를 넘어서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태영건설뿐만 아니라 지방 건설사들이 일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부실 채권이 늘어나고 연체율이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지면서 부동산 PF 부실 확산 위험은 더 커졌다. 앞서 한국은행은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분양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고금리 지속, 공사비 상승 등의 비용 부담까지 커져 건설업 및 부동산업의 재무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과 2금융권에 부실 채권 정리를 독려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신규 부실 채권이 더 빠르게 쌓이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올 1분기(1∼3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 채권) 비율은 평균 0.28%로 전년 동기 대비 0.01%포인트 상승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라 내부에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자 감면 등의 정부 대책이 잇따르고 있지만 경기 상황과 기업 경영 개선세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나 부실 채권 비율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진행 중인 태영건설을 놓고 30일 채권단 협의회가 기업개선계획을 의결할 예정이다. 태영건설은 계열사 매각 등 자구책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우리은행 등 일부 채권단이 TY홀딩스 연대 채무 유예에 반대하고 나서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 속도 내는 태영 측 자구책 이행 28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6월 알짜 계열사인 에코비트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매각 주관사를 맡은 UBS·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최근 매수 희망자를 대상으로 투자설명서(IM)를 발송한 상태다. 입찰은 다음 달 진행할 예정이다. 에코비트는 종합 환경기업으로 태영그룹 지주회사인 TY홀딩스와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지분 50%씩을 갖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분 100% 가치를 최대 3조 원으로 평가한다. KDB산업은행은 원활한 매수 작업을 위해 매수자에게 1조 원 이상의 저리 대출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골프장 등 추가 자산 매각도 임박했다. 태영그룹은 24일 디아너스CC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강동그룹을 선정했다. 매각 금액은 3000억 원 중반이다. 다만 기존 회원권과 차입금 등을 고려하면 실제 태영건설이 손에 쥘 금액은 2000억 원 미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레저 자회사인 블루원이 보유한 루나엑스CC도 1500억 원 내외(추정치)로 매각을 추진 중이다. 태영건설이 보유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도 옥석 가리기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 태영건설 PF 사업장은 총 59곳으로 이 중 19곳은 브리지 PF 사업장, 나머지 40곳은 본PF 사업장이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현장 위주로 시공사 교체나 경·공매 방식의 청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브리지 PF 사업장의 상당수가 여기 해당한다. ● 브레이크 건 우리은행, 산은은 “별다른 영향 없을 것” 그러나 건설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막판 변수가 떠올라서다. 우리은행은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채권단 협의기구인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에 ‘TY홀딩스 연대 채무 청구를 3년 유예한다’는 안건을 기업개선계획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TY홀딩스와 태영건설이 별개 회사인 만큼 TY홀딩스의 연대 채무(360억 원) 청구까지 3년을 유예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 만약 우리은행이 TY홀딩스에 대한 채권을 행사하고, 이에 따라 다른 채권자들까지 덩달아 회수에 나설 경우 태영건설의 경영 정상화는 어려워질 수 있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워크아웃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채권단이 TY홀딩스 연대 채무까지 유예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도 이 같은 맥락에서 TY홀딩스의 보증채무에 대해 금융사에 비조치 의견서를 발급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워크아웃의 본래 취지에 맞춰 채권단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우선순위 아니겠느냐”며 “(우리은행 요청이) 30일로 예정된 기업개선계획 결의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산은 관계자도 “태영건설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도록 채무 유예를 해주자는 데 대부분의 채권단이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한국수출입은행은 12일 취약계층의 의료지원을 위해 대한적십자사 의료원에 4억 원을 후원했다고 29일 밝혔다. 수은의 이번 지원으로 서울 등 전국 7개 적십자사 의료원에서 장애인, 노인, 외국인 근로자 등 약 2000명 이상의 의료 취약계층이 본인 부담 없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희성 행장은 후원식에 참석해 “경제 빈곤이 의료 빈곤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꾸준히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수은은 연초 이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5일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전국 13개 다문화가족 지원 기관에 차량들을 후원하기도 했다. 후원 차량은 승합차 6대, 경차 7대 등 총 13대다. 다문화가족 지원기관에 차량을 기증하는 사업은 수은의 대표적인 사회 공헌 활동으로 꼽힌다. 2011년부터 13년간 전국 122개 기관에 25억6000만 원 상당의 차량을 기증해 왔다. 지난달 차량 전달식에 참여한 안종혁 수석부행장은 “수은은 국책은행으로서 대외경제 협력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기관”이라며 “다문화 가족 사회 구성원들의 정착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은은 올해 1월 설 연휴를 맞아 전국 17개 사회복지시설에 1억8000만 원을 기부하고 임직원 봉사활동도 함께 진행했다. 본점 임직원들은 서울역 인근 노숙인 대상 무료 급식소, 아동복지시설 혜심원 등을 찾아 식료품을 전달하고 배식 봉사활동을 펼쳤다.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 13개 지점 직원들은 해당 지역의 복지시설을 방문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KB금융그룹의 올해 1분기(1∼3월) 실적이 전년보다 30% 넘게 줄어들면서 ‘리딩 뱅크’(금융지주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커졌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홍콩 ELS) 손실 투자자들에 대한 배상 관련 비용을 재무제표에 반영한 결과다. 신한, 하나, 우리금융 등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라 4대 금융지주 순익은 1년 전보다 20%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B금융그룹은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491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0.5% 감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영업이익이 2조3554억 원으로 전년보다 10.1% 늘었지만 영업외손실이 962억 원에서 9480억 원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영업외손실에는 홍콩 ELS 손실 고객에 대한 자율배상 비용 8620억 원이 충당부채로 포함됐다. 배상금은 재무제표에 충당부채로 인식되며 그만큼 순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말 KB국민은행의 홍콩 ELS 판매 잔액은 7조6695억 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많다. 26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신한, 하나, 우리금융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1분기 추정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0.8%, 17.8% 줄어든 1조2377억 원, 9062억 원이다. 이는 두 회사가 홍콩 ELS 배상금 지급을 위해 각각 3000억 원, 2000억 원을 부채로 반영할 것으로 가정한 결과다. 우리금융의 경우 홍콩 ELS 판매액이 경쟁사 대비 적은 편이지만 카드, 캐피털 등 계열사들의 부진으로 전년 대비 10.5% 감소한 8176억 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홍콩 ELS 배상금 지급과 함께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도 금융지주 실적 부진 요인으로 작용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부채의 평가액이 외화자산보다 늘어나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올 1분기 하나금융은 700억∼800억 원, 우리금융은 200억 원 안팎의 외화 환산 손실을 실적에 반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선 홍콩 ELS 배상금과 환율 상승으로 인해 신한금융이 KB금융을 제치고 ‘리딩 뱅크’에 오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2분기(4∼6월)부터 개선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져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금융지주 순이익의 약 70%를 차지하는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될 여지가 크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홍콩 ELS 자율 배상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 환산 손실을 제외하면 일회성 요인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2분기 이후의 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환대출 인프라의 플랫폼에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도 갈아탈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대출 수요가 늘었다”며 “이에 따라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예상보다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남긴 저축은행 4곳의 신용등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해 충당금을 대거 쌓으며 건전성이 악화된 탓이다. 25일 나이스신용평가는 KB, 대신, 다올, 애큐온저축은행 등 4곳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저축은행들의 재무 상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들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건 부동산 PF 부실로 인해 충당금을 대거 쌓았기 때문이다. KB와 대신저축은행의 전년도 순손실은 각각 936억 원, 440억 원이었다. 다올저축은행의 순손실은 82억 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두 회사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PF 위험 노출 수준이 자기자본의 200%를 초과해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다만 나이스신용평가는 저축은행들의 재무 상태가 악화돼도 업권의 기초체력이 개선된 만큼 2011년처럼 대규모 부실 사태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봤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79곳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은 14.4%로 금융감독원이 적기시정조치를 발동하는 기준(8%)을 크게 웃돌고 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감독원이 다음 달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착수한다. 은행 금융사고, 증권 최고경영자(CEO) 인선 등으로 농협금융의 취약한 내부 통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검사 결과를 토대로 농협중앙회를 정점에 둔 농협금융 지배구조에 메스를 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잦은 금융사고와 증권 대표 선임 등 잡음 금감원은 ‘농협금융 및 농협은행 정기검사 착수 배경’이란 참고자료를 통해 내달 중순부터 두 곳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한다고 24일 밝혔다. 지난달부터 진행 중인 수시검사를 정기검사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통상 금감원의 정기검사는 2∼5년 주기로 진행되는데, 두 기관은 2022년 3월 정기검사를 받았다. 금감원은 지주회사법, 은행법 등이 정한 대주주(농협중앙회) 관련 사항과 지배구조법에 명시된 내용을 살펴볼 방침이다.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 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특수한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금감원이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살펴보게 된 건 불미스러운 사태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올해 2월 농협은행에서 109억4733만 원 규모의 배임 사고가 발생했는데, 검사 결과 영업점 직원이 불법 행위에 가담한 정황이 확인됐다. 무엇보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 출신의 ‘낙하산 직원’이 관할 지점 내부 통제를 총괄해온 탓에 은행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금융 사업을 맡아온 중앙회 임직원이 전문성 검증 없이 금융 부문으로 손쉽게 이동해 내부 통제가 취약해졌다는 얘기다. 최근 농협금융의 계열사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잡음이 나온 것도 금감원이 나선 배경이다. 지난달 윤병운 현 NH투자증권 대표가 농협금융의 추천을 받아 내정됐는데, 지배구조 꼭대기에 있는 농협중앙회가 반대 목소리를 내며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아닌 농협중앙회가 손자기업(NH투자증권)의 CEO 인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관치금융’ 논란도 금감원은 이번 검사를 통해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에 영향을 미치는 걸 차단할 수 있길 내심 바라고 있다. 앞서 농협중앙회가 2012년 신용사업(금융)과 경제사업(비금융)을 분리하며 독립된 경영을 스스로 도모했지만 계열사에 대한 중앙회의 입김은 여전히 강하다. 농협 브랜드 수수료를 명목 삼아 계열사 자금을 가져가거나 물밑에서 계열사 인사에 개입해온 점이 대표적인 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대주주로서 계열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달 21일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농협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구분돼 있지만 위험도 명확히 구분되고 있느냐에 대해선 고민할 지점이 있다”며 “자칫 잘못 운영되면 금산분리 원칙, 지배구조법 규율체계가 흔들릴 수 있어 챙겨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이 같은 행보로 인해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며 우려하기도 한다. 이 원장이 신한, KB, 우리 등 대형 금융지주들의 회장 인선 과정에서 잇달아 목소리를 낸 결과 세 곳의 금융지주 수장들이 모두 교체됐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한화생명이 국내 보험사 중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의 지분을 취득한다. 인도네시아를 거점 삼아 동남아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기 위한 행보다. 한화생명은 23일 개최된 임시 이사회에서 인도네시아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 은행(nobu bank)’ 주식의 약 40%를 매입하는 안건이 통과됐다고 24일 밝혔다. 투자 절차는 양 사 간 계약서 체결, 양국 금융당국의 인허가 승인 등을 거쳐 마무리될 예정이다. 한화생명은 이번 지분 취득을 계기로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보험업을 넘어 은행업까지 영위할 수 있게 됐다. 1990년 설립된 노부 은행은 현지에서 지난해 말 기준 30위권 수준의 중형급 금융사다. 인도네시아 재계 순위 여섯 번째인 리포그룹 소속으로 현지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생명은 자사의 디지털 경쟁력과 리포그룹의 은행 경영 노하우를 접목해 현지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겠다는 계획이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번 지분 투자를 계기로 ‘글로벌 종합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향후 인도네시아가 동남아 시장 확장 전략의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지난해 5559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남긴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이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한 대출 부실과 연체율 부담으로 고객 유치와 신규 대출 등에 소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저축은행 업권 전반에 건전성 위기가 고조되자 금융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저축은행 10여 곳에 ‘비상시 자본조달계획 마련’을 주문한 데 이어 연체채권 정리에 소홀한 일부 저축은행에 대해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연채채권 부담에 ‘개점휴업’ 2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103조7266억 원으로 한 달 새 5360억 원 줄었다.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로 2월 말 잔액은 2021년 말(102조4435억 원) 이후 26개월 만에 가장 적다. 여신(대출) 잔액도 102조3301억 원으로 지난해 2월부터 1년째 감소세를 보였다. 여·수신 잔액이 감소한 이유는 저축은행들이 신규 예·적금을 유치하고 대출을 집행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6.55%로 2022년 말(3.41%) 대비 3.14%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이 1년 새 2.90%에서 8.02%로 치솟으며 전체 연체율을 끌어올렸다. 올해 3월 말 기준 연체율은 더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들이 연체채권을 더는 늘릴 수 없어 ‘개점 휴업’과 다름없는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여유 자금이 있어도 대출을 추가로 집행하기엔 모든 여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고객 유치 경쟁도 없다 보니 시중은행 예·적금 상품과 금리가 거의 비슷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당국, 연체채권 정리 압박 부동산 PF 부실로 인해 경영상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저축은행들이 영업에 소극적인 배경이다. 지난해 국내 저축은행 79곳의 순손실은 5559억 원으로 9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PF 대출 예상 손실에 대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은 결과다. 문제는 올해 저축은행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NICE신용평가는 1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저축은행 업권이 올해 추가로 적립해야 할 충당금을 최대 3조3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한 바 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들이 연체채권을 속도감 있게 정리하도록 연일 압박하고 있다. 이달 초 10여 곳의 저축은행에 재무구조 관리 방안, 비상시 자본조달 계획 등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21일에는 부실채권 정리에 소극적인 일부 저축은행에 현장 점검을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감원의 이 같은 기조는 저축은행 경영 상태를 빠르게 정상화시켜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창구의 물꼬를 터주기 위한 조치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서민들이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못 받으니 카드론, 현금서비스 같은 카드사 단기 대출 잔액이 늘어나게 된 것”이라며 “부동산 PF 연착륙뿐 아니라 돈 빌릴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중·저신용자를 위해서라도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정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현대카드가 약 17년 만에 아시아,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달러채권을 발행했다. 국내로 국한된 자금 조달처를 해외로 다변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현대카드는 5년 만기인 달러화 표시 채권을 5억 달러(약 6907억 원) 규모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전날 진행된 수요예측 과정에서 발행액(5억 달러) 대비 약 6.4배 많은 32억 달러의 기관투자자 주문이 들어왔다.현대카드가 달러화 채권을 발행한 것은 2007년 이후 17년 만이다. BNP파리바, 씨티, 크레디 아그리콜, JP모건이 이번 현대카드의 채권 발행 작업을 도왔다.기관투자자의 수요가 많았던 이유는 현대카드의 신용도가 개선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3월 현대카드의 장기 신용등급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로 상향했다. 앞서 올 1월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회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긍정적)’으로 높인 바 있다.모회사인 현대자동차그룹과의 시너지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홍콩, 싱가포르, 대만에서 진행된 현대카드 투자설명회에 함께 참석해 지원 사격에 나서기도 했다.현대카드는 이번 채권 발행으로 국내 위주였던 자금 조달 창구를 해외로 다변화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신용등급을 처음으로 받은 일본 시장에서의 채권 발행 가능성도 높아지게 됐다. 일본의 신용평가사 JCR은 지난해 12월 현대카드의 신용등급을 현대차와 동일한 ‘A+(긍정적)’로 부여한 바 있다.현대카드 관계자는 “꾸준한 회원 수 증가와 비즈니스의 성장으로 조달처 다변화 필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며 “향후 해외 채권을 정기적으로 발행해 글로벌 투자자들과 보다 긴밀하게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행동주의 펀드들을 만나 “장기 성장 전략을 기업과 주주들에게 적극적으로 제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기업과 주주행동주의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단기 수익만 추구하는 무리한 요구는 기업의 장기 성장동력을 저해할 뿐 아니라 자본시장 발전에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간담회에는 행동주의 펀드, 펀드와 대립했던 기업, 상장사 유관 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행동전략이 탄탄하지 못하면 주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공허한 캠페인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여러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총에 올라온 주주 제안 93건 중 가결된 안건은 28건에 그쳤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