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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유류분 관련 현행법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씩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현행법처럼 유류분 권리자와 유류분 비율을 획일적으로 정하는 큰 틀은 유지하되, 부모를 장기간 학대한 자녀 등 ‘유류분을 받지 못할 사유’에 대한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 또 부모를 부양하거나 병수발을 드는 등 기여가 있는 상속인은 이 같은 기여도를 고려해 유류분을 증액할 수 있는 조항을 개정안에 담아야 한다. 유류분은 고인이 유언으로 재산을 남기지 않은 가족에게 상속분을 보장하는 제도다.다만 법안 논의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면 다음달 22대 국회가 개원한 뒤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유류분 제도 개선 관련 법안이 발의되면 여야 및 정부, 법원과의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안이 마련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위헌 판정으로 효력을 잃은 형제자매 관련 조항은 삭제하면 된다”며 “나머지 헌법불합치 조항은 제출된 법안 내용을 토대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정부가 안을 마련할 텐데 정부 입법은 시간이 많이 걸리니 의원 입법을 부탁할 수도 있다”며 “법사위에서는 그외 개별 의원들이 발의하는 법안까지 병합해 심사할 것”이라고 했다.앞서 정부가 2022년 4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를 삭제하는 법안, 양정숙 의원이 2021년 11월 형제자매와 직계존속을 삭제하는 법안을 냈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에 계류돼 있다.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자녀의 유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하는 민법 개정안인 이른바 ‘구하라법’ 논의도 22대 국회에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관련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고, 21대 국회에선 아직 계류 중이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정부 인사 전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창형)는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해 “직권남용적 성격을 인지했다고 보기 어렵고 다른 피고인들과 공모했다는 점에 관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안종범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 8명에 대해서도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이 전 실장 등은 2015년 11월 특조위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조사하는 안건을 의결하려 하자 방해하려 한 혐의로 2020년 5월 불구속 기소됐다. 또 특조위 진상규명 국장 임용 절차를 중단하게 하고 추가 파견이 필요한 공무원 10여 명을 보내지 않는 등 특조위 조사권을 방해한 혐의 등도 받았다. 지난해 2월 1심은 이 전 실장 등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1심 판단에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 등 오류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조위원장에게 ‘인원·예산 요구권’과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조사 등 업무에 관한 권리’가 있긴 하지만 이 권한은 추상적” 이라며 “직권남용죄 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5선 중진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64)을 이관섭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후임으로 낙점하고 신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4·10총선 참패 12일 만이다. 윤 대통령이 비서실장 후보군으로 여러 인사를 검토하다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5선의 정 의원을 세 번째 비서실장으로 기용하자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을 찾아 정 신임 실장 인선을 직접 발표하면서 “내각, 여당, 야당, 언론과 시민사회 모든 부분에 원만한 소통으로 직무를 잘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인선 초기 검토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경합한 점이,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여야 반발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 실장과 함께 막판 후보군에 오른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시 대표를 지낸 점을 고려했다. 이 때문에 “돌고 돌아 정진석”이라는 지적도 여권에서 나온다. 윤 대통령은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에 대해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민주당 이 대표에게 용산 초청을 제안했기 때문에 그(영수회담 준비)와 관련한 여러 얘기를 주고받아야 된다”고 했다. 신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는 홍철호 전 국민의힘 의원(재선·66)이 임명됐고, 시민사회수석비서관에는 전광삼 전 시민소통비서관이 검토된다. 민주당은 정 실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점, 이 대표를 “범죄자” 등으로 비판한 점을 두고 ‘협치 불가 선언’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정 실장은 친윤 성향이 강한 매파”라며 “국정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선언한 셈인 만큼 영수회담도 형식적인 만남에 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野와 소통” 5선 정진석 발탁… 민주 “노무현 비하 인물” 반발 총선참패 12일만에 비서실장 교체鄭 ‘노무현 명예훼손’ 2심 재판중尹에 국힘 입당 권유한 동갑내기여권 “尹에 쓴소리 가능할지 의문” 윤석열 대통령이 4·10총선 참패 12일 만인 22일 5선의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64)을 새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은 당정 관계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야당과의 협치를 강화하기 위해 ‘정무형’ 인사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관료 출신에게 두 차례 대통령실 살림을 맡겼던 윤 대통령은 이 같은 인선 방침에 따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정무형 인사를 여럿 검증대에 올려 놓고 고심하다 결국 정 실장을 낙점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정무수석비서관 출신인 정 실장은 윤 대통령과 동갑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 실장에 대해 “우리나라 정계에서도 여야 두루 아주 원만한 관계를 갖고 있다”며 “야당과의 관계에서 더 설득하고 소통하는 데 주력하기 위해 임명했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으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제1야당 (이재명) 대표에게 무수한 막말과 비난을 쏟아낸 인물”이라며 “이런 인물로 국정 전환과 여야 협치에 나서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이 때문에 정 실장이 야당과의 협치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돌고 돌아 정진석”… 尹, 고심 끝 낙점 정 실장은 각각 기획재정부(김대기), 산업통상자원부(이관섭) 관료 출신인 전임자와 달리 언론인, 정치인 출신 비서실장이다. 2016년 가을 정 실장은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당시 대전고검 검사이자 1960년생 동갑인 윤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2021년 5월 정 실장은 검찰총장을 그만둔 윤 대통령에게 “국민의힘에 입당하라”는 권유를 했다. 이 같은 친분 때문에 인사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정 실장이 허심탄회하게 정국을 조언하고 직언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는 반면,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의문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실장이 윤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이 정치를 잘 모른다’고 언급한 사실이 대통령 귀에 들어가 윤 대통령에게 혼쭐이 난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애초 비서실장 후보로 검토됐던 원 전 장관의 경우 여소야대 정국을 놓고 총선에서 민주당 이 대표와 맞붙은 점, 윤 대통령과 같은 서울대 법대 검사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인 양 전 원장에 대해선 여야 양쪽에서 반대 목소리가 거셌고, 인선 검토 과정에서 ‘비선 논란’까지 불거진 점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막판까지 정 실장과 함께 후보군으로 거론된 이 전 대표의 경우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돌고 돌아 정진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 실장도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한 듯 일성부터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삼봉 정도전 선생이 국가를 경영하면서 백성을 지모로 속일 수는 없고, 힘으로 억누를 수는 더욱 없다고 했다”면서 “600년 된 왕조시대에도 국민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그랬는데 공화국 시대에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객관적 관점으로 말씀을 드리려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협치 의지 없어” 비판 민주당은 정 실장이 과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으로 재판 중인 데다 이 대표를 “범죄자” “패륜아”로 지칭한 만큼 협치가 불가능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한 지도부 의원은 “정 실장은 윤 대통령이 듣기 좋아하는 말을 하는 성향의 인물”이라며 “특검법을 비롯해 야당 요구 사항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사실상 영수회담도 빈 수레로 끝날 확률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현재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정 실장은 2017년 6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노 전 대통령 사망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씨와 아들이 박연차 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 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적어 재판에 넘겨졌다. 법조계에선 올해 안에 선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국가공무원법이 ‘당연퇴직’ 대상에서 정무직 공무원을 제외하고 있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비서실장 직무는 수행할 수 있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윤석열 대통령 등에 대한 협박성 방송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수 성향 유튜버가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정재용 판사는 18일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 김상진 씨에게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유튜브 채널 ‘상진아재’ 운영자인 김 씨는 2019년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대통령과 고 박원순 서울시장, 우원식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집 앞에서 협박성 방송을 한 혐의로 2019년 7월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2019년 4월 윤 대통령의 집 앞에서 ‘차량번호를 알고 있으니 일부러 차에 부딪혀 버리겠다’, ‘특공대로서 너를 죽여버리겠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발언을 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 집행을 정지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처벌 전력과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64)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63)의 이혼소송 2심 판결이 다음 달 30일 나온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16일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이같이 지정했다.이날 재판에선 최 회장과 노 관장이 모두 출석해 법정에서 대면했다. 양측은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을 30분씩 진행했고, 최 회장과 노 관장이 각각 5분가량 직접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재판 후 최 회장은 재판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변호사님들이 다 얘기하셨다”고만 말했다. 노 관장은 “비록 잃어버린 시간과 가정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가정의 가치와 사회 정의가 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2022년 12월 1심은 두 사람이 이혼하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 분할분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 주식의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 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 회장이 가진 ㈜SK 주식은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2000억 원 넘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스템임플란트 전직 재무팀장에게 징역 35년이 확정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47)에게 징역 35년과 917억여 원 추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28일 확정했다. 이 씨는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15차례에 걸쳐 회사 계좌에서 본인 명의 증권 계좌로 2215억 원을 이체한 혐의로 2022년 구속 기소됐다. 횡령금을 숨기기 위해 가족 명의로 금괴, 부동산, 리조트 회원권 등을 구입하고 주식에 투자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이 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장기 징역형을 감수하면서도 횡령 이익을 계속 보유할 길을 모색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출소 후 이익을 향유할 기회를 박탈할 필요성이 있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2심 역시 형량을 유지했지만 일부가 추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추징금 규모만 1151억 원에서 917억 원으로 줄였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횡령 자금 은닉 등에 가담한 이 씨의 아내 박모 씨는 징역 3년, 이 씨의 처제와 동생은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6개월을 항소심에서 선고받고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4·10총선을 기점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친명(친이재명)당’이 됐다.” 민주당의 수도권 3선 의원은 11일 “민주당이 사실상 재창당된 수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머쥐면서 ‘비명(비이재명계) 횡사’ 논란에도 친명 인사들에게 대거 공천장을 쥐여 준 이 대표가 당을 완전히 장악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당 주류 물갈이에 성공하면서 대권 주자로서 이 대표의 입지도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거야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04년 총선에서 과반(154석)을 확보했다가 이후 대선과 총선에서 내리 패배한 ‘열린우리당 악몽’이나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하고도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내어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권심판론’ 업고 친명당 완성한 李이 대표를 비롯해 정청래(서울 마포을), 박찬대(인천 연수갑), 장경태(서울 동대문을) 후보 등 21대 국회 친명 최고위원과 김성환(서울 노원을), 김영진(경기 수원병) 후보 등 지도부 의원들이 상대 후보를 누르고 22대 국회에 그대로 입성했다. 여기에 김남근(서울 성북을), 한민수(서울 강북을) 후보 등 ‘비명 횡사’ 논란 끝에 공천장을 받은 친명 원외 인사들을 비롯해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사’인 양부남(광주 서을), 박균택(광주 광산갑) 후보까지 가세하면서 22대 국회의 ‘친명 스쿼드’가 더 두꺼워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 내부적으로는 불과 두 달여 전만 해도 낙관론보다는 위기감이 더 컸다고 한다. 현역 하위 20% 평가 결과에 대한 당내 거센 반발과 이를 둘러싼 여론조사 조작설 등 공천 과정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당 지지율이 줄곧 하락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 논란과 황상무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회칼 테러’ 논란에 이어 ‘대파 논란’ 등이 줄줄이 터지며 잠재돼 있던 정권심판론이 폭발했다는 게 민주당의 분석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천과 선거운동 국면에서 각종 논란이 터졌을 때도 ‘정면 돌파’와 ‘정권심판론’을 밀어붙였던 이 대표의 선택이 결국 옳았던 셈”이라고 했다.● 당 대표 재도전 가능성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거야를 이끌게 된 이 대표의 대권 주자로서의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야권의 대권 주자로 꼽히지만 아직까지는 지지율 격차가 상당한 상황”이라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당분간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당분간 여야를 통틀어 이 대표 독주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가 당장 8월 전당대회에 재도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리스크도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의 한 인사는 “민주당이 여당이었던 2020년 총선 때 180석을 얻었지만 검찰 개혁 등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거여의 폭주’ 프레임에 휘말려 결국 2년 뒤엔 정권을 내주었다”며 “22대 국회 입성을 앞둔 친명 인사들이 21대 당선자들보다 더욱 강경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는 만큼 ‘폭주 리스크’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향후 대선 국면의 변수다. 이 대표는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만 3건의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대장동, 위례신도시, 백현동, 성남FC 배임·뇌물 혐의와 이른바 ‘검사 사칭’ 사건 증인에 대한 위증교사 혐의 재판이 각각 진행 중이다.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에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실무자를 ‘알지 못한다’고 한 발언 등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연내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2027년 3월 대선 이전 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을 뿐 아니라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대장동 등 배임·뇌물 및 위증교사 혐의 역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고, 형량에 따라 5∼10년간 출마가 제한돼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4·10총선을 기점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친명(친이재명)당’이 됐다.”민주당의 수도권 3선 의원은 11일 “민주당이 사실상 재창당된 수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머쥐면서 ‘비명(비이재명계) 횡사’ 논란에도 친명 인사들에게 대거 공천장을 쥐여 준 이 대표가 당을 완전히 장악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당 주류 물갈이에 성공하면서 대권 주자로서 이 대표의 입지도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보인다.다만 당 일각에서는 자칫 ‘거야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04년 총선에서 과반(154석)을 확보했다가 이후 대선과 총선에서 내리 패배한 ‘열린우리당 악몽’이나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하고도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내어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권심판론’ 업고 친명당 완성한 李11일 오전 1시 30분 기준 이 대표를 비롯해 박찬대(인천 연수갑), 장경태(서울 동대문을), 서영교 후보(서울 중랑갑) 등 21대 국회 친명 최고위원과 김성환(서울 노원을), 김병기(서울 동작갑), 김영진(경기 수원병) 후보 등 지도부 의원들은 22대 국회 입성을 확정지었다.여기에 김남근(서울 성북을), 한민수(서울 강북을) 후보 등 비명 횡사 논란 끝에 공천장을 받은 친명 원외 인사들을 비롯해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사’인 양부남(광주 서을), 박균택(광주 광산갑), 김동아(서울 서대문을), 이건태(경기 부천병), 김기표 후보(경기 부천을)까지 가세하면서 22대 국회의 ‘친명 스쿼드’가 더 두터워질 것으로 보인다.민주당 지도부 내부적으로는 불과 두 달여 전만 해도 낙관론보다는 위기감이 더 컸다고 한다. 현역 하위 20% 평가 결과에 대한 당내 거센 반발과 이를 둘러싼 여론조사 조작설 등 공천 과정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당 지지율이 줄곧 하락세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 논란과 황상무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회칼 테러’ 논란에 이어 ‘대파 논란’ 등이 줄줄이 터지며 잠재돼 있던 정권심판론이 폭발했다는 게 민주당의 분석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천과 선거운동 국면에서 각종 논란이 터졌을 때도 ‘정면 돌파’와 ‘정권심판론’을 밀어붙였던 이 대표의 선택이 결국 옳았던 셈”이라고 했다.● 李 사법리스크 변수…당 대표 재도전 가능성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거야를 이끌게 된 이 대표의 대권 주자로서의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야권의 대권 주자로 꼽히지만 아직까지는 지지율 격차가 상당한 상황”이라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당분간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당분간 여야를 통틀어 이 대표 독주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가 당장 8월 전당대회에 재도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다만 리스크도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의 한 인사는 “민주당이 여당이었던 2020년 총선 때 180석을 얻었지만 검찰 개혁 등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거여의 폭주’ 프레임에 휘말려 결국 2년 뒤엔 정권을 내주었다”며 “22대 국회 입성을 앞둔 친명 인사들이 21대 당선자들보다 더욱 강경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는 만큼 ‘폭주 리스크’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향후 대선 국면의 변수다. 이 대표는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만 3건의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성남FC 배임·뇌물 혐의와 이른바 ‘검사 사칭’ 사건 증인에 대한 위증교사 혐의 재판이 각각 진행 중이다.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에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실무자를 ‘알지 못한다’고 한 발언 등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연내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2027년 3월 대선 이전 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을 뿐 아니라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대장동 등 배임·뇌물 및 위증교사 혐의 역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고, 형량에 따라 5~10년간 출마가 제한돼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이혼한 배우자에게 노령연금을 분할할 때 사실상 남남으로 지낸 별거 기간은 빼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이모 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연금액 변경 처분 등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1992년 결혼한 이 씨는 2013년 배우자와 협의 이혼했다. 이 씨는 2022년 8월부터 매달 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했고, 전 배우자 이모 씨는 지난해 1월 국민연금공단에 ‘연금 분할’을 청구했다. 공단 측은 두 사람의 혼인 기간을 총 176개월(14년 8개월)로 계산해 매달 이 씨의 노령연금 중 약 18만 원을 배우자에게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하지만 이 씨는 사실상 남남으로 산 별거 기간은 혼인 기간에서 빼야 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전 배우자 이 씨가 1995년경 가출했고, 1998년부터는 주거지도 옮겼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법률상 혼인 기간 내내 실질적 혼인 관계가 존재했음을 전제로 이뤄진 국민연금공단의 처분은 국민연금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2046쪽 분량의 항소이유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오로지 피고인들의 무죄를 위해 헌신했다”고 1심 재판부를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확인됐다. 1심 판결이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결과란 취지다.8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항소이유서에 따르면 검찰은 ‘행정부 상대 이익도모’ ‘입법부 및 헌법재판소 상대 이익도모와 위상강화’ ‘대내외적 비판세력탄압 ’ 등 8개 부분에 걸쳐 이렇게 반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올해 1월 26일 1심 선고 뒤 불복의사를 밝히고 지난달 22일 항소이유서를 서울고법 형사14-1부(재판장 박혜선)에 제출했다.● 1심 재판부 작심 비판한 검찰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대하는 법원의 태도’라는 목차를 별도로 마련해 1심 재판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은 “원심의 판결을 관통하는 하나의 기조가 있다”며 “법원, 사법부는 완전무결한 집단이며 법관은 고고하고 결점이 없는 존재이기에 검사가 어떤 주장을 하고 어떤 증거를 제출해도 공소사실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 (1심 판결에)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기조에 따라 원심은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해주기 위해 똑같은 내용과 논리를 반복했고, 그 결과 판결문의 양만 불필요하게 늘어났다”고 주장했다.1심의 ‘전부 무죄’ 결론이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 결과물이란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법과 양심이 아닌 온정주의·조직이기주의에 따라 재판을 진행해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며 “처음부터 공정한 재판을 진행할 자신이 없었고 이러한 판결로 역사에 오점을 남길 바에는 차라리 재판을 끌다가 다음 재판부에 넘기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1심 재판부가 검찰이 수집한 증거들을 부당하게 무시했고, 참고인과 증인으로 수사 및 재판 과정에 참여한 일부 법관들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검찰은 “원심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증거들만 취사선택했고, 변호인들이 주장하지도 않은 논리까지 스스로 개발하면서 오로지 피고인들의 무죄를 위해 헌신했다”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법관들에 대해서도 검찰은 “수사와 재판에서 보인 관련자들의 행태는 속칭 ‘법꾸라지’들의 향연이었다”고 비판했다.● 檢, 항소심서 “월권적 직권남용” 입증 주력할 듯검찰은 항소심 재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 등의 행위가 ‘월권적 직권남용’ 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직무 권한이 없더라도 이를 월권해 행사했다면 역시 ‘직권 남용’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직권이 없어 남용할 권리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보다 직권남용죄의 적용 범위를 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대법원은 공무원이 자신의 권한 범위를 넘어 금지된 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직무수행의 공적명분 하에 직무의 기회와 장소 직무수행의 방법과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등의 사정으로 인해 직무에 가탁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와 같은 월권행위 역시 직권남용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법리를 확립해 두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해군 법무실장이 국방부 감찰단에 수사기밀을 보고하도록 요구해 ‘직권남용’이 인정된 2011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기도 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오로지 사적인 행위이거나 단순히 지위의 영향력을 이용한 행위가 아니라 사법행정권이라는 직권을 남용한 행위”라고 덧붙였다.검찰은 이처럼 법리 적용 범위를 넓히면 재판개입 및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 핵심 범죄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재판 개입’과 관련해 “김용덕 전 대법관이 주심으로 지정된 뒤 (양 전 대법원장이) 해당 사건의 재검토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며 “재판권 행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직권남용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다수의 문건, 피고인들의 지위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 판단과 달리 실제로 재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넉넉히 인정된다”고 말했다. 특정 법관들에게 인사 상 불이익을 주었다는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혐의에 대해서도 “해당 문건은 제목과 내용 자체로 문책성 인사를 가하기 위한 목적이 명백해 직권남용죄가 성립된다”고 주장했다.검찰의 항소이유서에 대해 법원에선 “검찰이 법리 다툼은 하지 않고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부장판사는 “검찰이 자신이 없으니 변죽만 울린 것”이라며 “그 많은 범죄사실이 무죄면, 철저하게 완성도 높은 법리 다툼을 해야지 재판부 탓을 하는 건 자신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항소이유서에서 감정적 표현을 담아 원심 재판부를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2심 재판부가 1심 결과에 대한 예단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2심 재판을 앞두고 있어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 최선을 다해 재판에 임할 것”이라고만 밝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2022년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59화입니다.“검찰 독재 정권의 정치검찰이 수사기소권을 남용해 가면서 원했던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혐의 재판에 출석하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13일인데 그중 3일간 법정에 출석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재판 초기 법원에 나올때만해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 뿐 별다른 발언 없이 법정으로 향하던 이 대표였지만, 4.10 총선이 가까워지며 이를 의식한 듯 법정 외 발언을 늘려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천금같이 귀한 시간이고 국가에 운명이 달린 선거에 제1야당 대표로서 선거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덧붙였습니다. ● 이재명 불출석에 재판 파행이 대표와 관련된 대장동 재판은 총선과 맞물리며 진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시작은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가 심리중인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의혹 재판에 이 대표는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전날 이 대표 측이 재판부에 낸 불출석의견을 재판부가 불허했음에도 무단으로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이 대표는 대신 선거 유세를 진행했습니다. 이 대표는 12일 대장동 공판에서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참석을 위해 오전에 불출석했다가 오후에야 지각 출석한 바 있습니다.피고인이 불출석함에 따라 이날 재판은 예정된 증인 신문을 진행하지 못하고 연기됐습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재판을 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역시 “재판부가 반드시 출석하라고 해서 출마를 포기했는데 피고인(이 대표)은 오지도 않았다”며 증언을 거부해버렸습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을 연기하며 “계속 출석하지 않으면 강제 소환을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검찰은 “형사 재판의 피고인이 개인적인 정치활동을 이유로 불출석했다”며 “무단 불출석이 반복될 경우 출석을 담보하기 위한 강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항의했습니다. 이에 이 대표의 변호인은 “이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 선거에 임하고 있다”며 “헌법상 정당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는 우리나라에서 선거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 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대표의 변호인은 선거일인 4월 10일까지만 불출석을 허용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재판을 진행할 순 없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 대표 측이 “선거의 중요성”, “과잉 금지원칙” 등을 거론하며 항의하자 재판부는 “변호인들과 토론하고 싶지 않다”며 언짢은 기색을 내비쳤습니다.이 대표는 22일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가 심리중인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재판에도 무단으로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재판은 재판부 직권으로 피고인 없이 진행하는 ‘궐석재판’으로 진행됐습니다. ● 李, 총선 전날에도 법정 나와야재판부가 구인장 발부를 통한 강제소환을 거론한 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이달 2일 대장동 재판에는 연달아 출석했습니다. 기사 초반에 썼던 것처럼 출석길에 강한 아쉬움을 토로하긴 했지만요.물론 ‘제1야당 대표로서 선거에 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는 이 대표 측 주장에도 타당성이 있지 않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변호인의 말처럼, 헌법상 정당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는 우리나라에서 선거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 대표 개인의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란 취지입니다. 선거가 얼마 안남은 상황에서 고작 2~3주 가량 재판 일정을 미루는게 뭐 그리 어렵냐는 말도 합니다. 하지만 재판부로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대표 사건 말고도 수많은 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부가 특정 사건만 일정을 배려해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그 자체로 특혜로 보일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 말고도 재판을 받는 모든 당사자들은 자기 재판이 가장 중요한 법입니다. 그러니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를 맡은 유력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재판 진행에 예외를 요구하는 건 ‘나는 일반인과 다른 특별한 사람이다’라는 주장을 하는 것과 다름 없겠지요. 형사재판 경험이 많은 한 판사는 “한 피고인에게 예외를 허용하는 것은 결국 특혜논란으로 이어지고, 다른 재판의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이 대표로서도 아쉬운 마음에 이같은 주장을 펼칠 수는 있지만, 불출석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이를 부당하다고 생각해선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다행이 이 대표는 재판부의 경고 이후 재판에 출석하며 “억울하고 안타깝지만,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 대표로서는 답답할 노릇이겠지만 총선 하루 전날인 9일에도, 총선 이틀 뒤인 12일에도 그는 법정에 나와야 합니다. 각각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재판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 대표는 2일 대장동 재판에서 “총선 전날만이라도 기일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특혜라는 말이 나온다”며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총선 전날 출석 할 것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총선 직후인 11일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 원을 선고받은 이 대표의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항소심 첫 공판이 진행됩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상속세 100억 원 가량을 감액해달라며 과세당국을 상대로 낸 소송의 1심에서 패소했다.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4일 구 회장과 모친 김영식 여사, 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구연수 씨 등 4명이 용산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세 부과 처분 취소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앞서 구 회장 일가는 2018년 사망한 구본무 전 회장으로부터 ㈜LG 주식 11.28% 등 2조 원 상당의 유산을 상속받았고, 9900억 원의 상속세가 부과됐다. 구 회장 등은 이중 비상장회사인 LG CNS 지분 1.12%의 가치 산정이 잘못됐다며 2022년 9월 소를 제기했다. 승소할 경우 108억 원을 돌려받는 구조였다.쟁점은 비상장사인 LG CNS 주식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었다. 용산세무서 측은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2018년 5월 실제 거래가 이뤄졌던 주당 2만9200원을 기준으로 삼았다. LG CNS가 비상장사지만 우량 회사라 상당한 거래가 이뤄졌고 일간지 등을 통해 매일 거래가격이 공개됐기 때문에 가격이 왜곡될 가능성이 낮다는 취지였다.반면 구 회장 일가는 거래된 비상장주식 규모가 일정 기준금액 이하로 객관적인 가치를 반영한 거래라고 보기 어려운 만큼 시가가 아니라 1주당 순손익가치 등을 바탕으로 계산하는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해 계산한 주당 1만5666원으로 가치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비상장주식 거래사이트는 투기성 가격조작에 의해 시장가격이 쉽게 좌우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어 해당 거래가격을 시가로 인정할 합리성이 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재판부는 “(2018년 5월 비상장주식 거래 가격은) 특수관계 등 친분관계가 없는 거래당사자들이 각자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비상장주식을 매매한 것이고, 당시의 시세에서 벗어난 금액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며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줬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자신이 근무했던 법원 앞에 법무법인을 차린 뒤 ‘전 ○○지법 판사 출신’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징계를 위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판검사 출신 전관’을 앞세운 변호사 광고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자 대한변협이 엄정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협은 지난달 25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이렇게 광고 중인 변호사 A 씨와 A 씨가 소속된 로펌을 조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A 씨를 ‘○○법대 판사 출신’이라고 소개 중인 한 지하철역의 음성 광고 역시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부적절한 광고’란 취지의 민원이 다수 접수됐고,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간판은 시정권고를 반영해 바꿀 예정이고, 음성 광고는 실제 판사 경력을 담은 것으로 변호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는 학력과 경력 등을 광고할 수 있지만 전관예우 암시 등 소비자가 ‘부당한 기대’를 가질 수 있는 광고는 할 수 없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변호사윤리장전과 변호사광고규정은 학력과 경력을 표기할 때 품위유지 의무와 내용, 절차 등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이에 어긋나는 광고는 기재된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징계 대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대한변협은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사건을 맡을 것처럼 홍보해 수임료를 받은 뒤 경력이 짧은 다른 변호사에게 맡긴 한 법무법인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도 했다. 이 로펌은 지난해 3월 한 의뢰인에게 “검사장 출신 및 경찰 출신 전문위원이 사건을 담당한다”고 설명한 뒤 수임료 2200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의뢰인은 약속된 법률 서비스를 받지 못하자 “상담 내용과 다르다”며 계약을 해지했다. 로펌 측은 ‘해지 및 환불은 해줄 수 있지만 향후 어떠한 이의 제기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써달라고 했고, 의뢰인이 이를 거부하자 돈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관을 앞세운 사건 수임은 최근 변호사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14년 1만8708명이던 등록 변호사 수는 올해 3월 기준 3만4851명으로 10년 새 2배 수준이 됐다. 실제 ‘전관예우’를 포털사이트에 검색하기만 해도 ‘전관예우 법무법인 ○○’ ‘전관예우 ○○ 변호사’ 등 대놓고 전관예우를 선전하는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전관’은 이름만 올리고 실제 변론에는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도권 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결국 피해는 비싼 수임료를 내는 소비자 몫이고, 사법 신뢰 역시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전관 광고 징계가 과태료 수준인 경우가 많다 보니 이를 무시하고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광고규정 위반 시 최소 1∼3년의 정직이나 제명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법무법인 YK가 디지털콘텐츠센터(DC센터)의 본격화를 위해 이인석 대표변호사(55·사법연수원 27기)와 박재완 파트너변호사(44·38기)를 영입했다고 1일 밝혔다.DC센터 센터장을 맡는 이인석 대표변호사는 23년간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판사를 거쳐 법원행정처 형사심의관을 지낸 부장판사 출신이다. 2021년 법복을 벗고 법무법인 광장에서 공정거래 공동그룹장을 역임하며 공정거래 사건, 기업 관련 소송 분야를 담당하는 등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송무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다. 그는 공정거래센터장도 겸임한다. 이 대표변호사는 “빠른 초동대응과 높은 퀄리티가 사건 성패 여부를 가른다”며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식에 YK의 시스템을 더해 신속한 대응과 수준 높은 퀄리티로 명품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센터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DC센터는 전국 27개 분사무소를 통해 들어오는 다양한 유형의 사건들을 데이터베이스화 해 향후 인공지능(AI) 법률 서비스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AI가 법률 관련 서면을 작성해 신속성과 정확도를 높이면 변호사가 고객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DC센터 부센터장은 박재완 파트너변호사가 맡기로 했다. 법무법인 광장에서 송무 전문 변호사로 근무한 박 파트너변호사는 △항공기 폭발물 설치 협박 전화 사건 △기업 총수 관련 배임 사건 △공사대금 및 하자 관련 소송 사건 등 기업 방위산업 행정 공공계약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김범한 YK 대표변호사는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 영입을 통해 새롭게 발을 내딛는 DC센터의 업무역량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민사, 가사 사건에 한해 DC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번 영입을 계기로 향후 형사 사건 등 더 다양한 사건에 적용해 단 한 명의 소외되는 의뢰인 없이 모두에게 균등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고위 법관들이 1인당 평균 34억6100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재산 상위 법관 10명 중 7명의 재산이 100억 원을 넘었고, 윤승은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2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신고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장 많았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8일 관보를 통해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포함한 고위 법관 재산공개 대상자 141명의 재산을 공개했다. 고위 법관들의 평균 재산은 34억61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4억1123만 원(10.6%) 감소했다. 주택 공시가격 등의 하락으로 102명은 재산이 감소했고, 늘어난 법관은 39명이었다. 윤 고법 부장판사의 재산이 202억5101만 원으로 가장 많았는데, 급여 저축과 배우자의 금융소득 등으로 지난해보다 3억8107만 원(1.9%) 증가했다. 과거 벤처투자회사를 운영했던 배우자의 주식과 예금, 채권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승련 서울고법 부장판사(176억9465만 원)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보다 58억5955만 원(52.7%) 늘어난 재산을 신고해 증가액이 가장 많았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증여와 배우자의 사업소득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조희대 대법원장은 배우자와 함께 보유한 서울 송파구의 다세대주택 등 15억9073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대법관 중에는 서경환 대법관이 55억5334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재산이 가장 적은 법관은 임상기 수원고법 수석부장판사로 1억2426만 원을 신고했고, 법원행정처장인 천대엽 대법관(3억1514만 원)이 두 번째로 적었다. 가상자산을 보유한 법관도 있었다. 임병렬 청주지법원장은 비트코인 1억9234만 원을 비롯해 배우자 명의의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솔라나 등 총 7억1202만 원어치의 가상자산을 신고했다. 황병하 서울고법 부장판사, 최호식 서울가정법원장은 배우자와 자녀가 보유한 1억1832만 원, 1억4142만 원의 가상자산을 각각 신고했다. 한편 헌법재판소 공직자윤리위에 따르면 재산공개 대상인 13명의 평균 재산은 28억2864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억634만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위는 72억1466만 원을 신고한 이미선 헌재 재판관이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앞으로 반도체 기술 등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한 사범에게 법원이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된다. 흉기를 소지하고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범은 법원이 징역 5년까지 선고하기로 했다. 또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유통시키거나 시가 10억 원 이상의 마약을 밀수한 사범에겐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해진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날 전체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새 양형 기준을 최종 의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우선 양형위는 별도의 양형 기준이 없었던 ‘국가핵심기술 등 국외 침해’ 조항을 신설해 최대 징역 18년형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했다. 또 영업비밀 침해 행위와 같은 유형으로 묶여 최고 형량이 징역 9년에 그쳤던 산업기술 해외 유출 범죄에 대해서도 징역 15년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을 고쳤다. 기업(피해자)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거나 비밀유지 의무를 어긴 경우도 선고형량을 가중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정비했다. 다만 ‘미필적 고의’로 기술 유출 범죄를 저지른 사범은 형을 감경하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새 양형 기준은 올해 7월 1일 이후 기소된 사건에 적용된다. 양형위의 이 같은 결정은 기술 유출 관련 양형 기준이 턱없이 낮아 반도체 등 국내 기업의 핵심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총 153건의 산업기술 해외 유출이 적발됐다. 이 중 47건(30.7%)이 국가핵심기술이었다. 산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유독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진다는 지적이 있어 온 만큼 (양형위의) 이번 조치로 잠재적 위협에 경종을 울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새 양형 기준은 흉기 등을 소지해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스토킹 범죄는 징역 5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일반 스토킹 범죄도 최대 3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권고 형량을 높이면서, 벌금형은 예외적으로 내리도록 했다. ‘100m 이내 접근금지’ 등의 잠정 조치를 위반한 스토킹 사범에 대한 양형 기준도 신설해 죄질이 나쁠 경우 징역 2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스토킹 범죄의 ‘동종 전과’ 범위에는 약취·유인범죄가 포함돼 이런 전과가 있을 경우 가중 처벌하기로 했다. 양형위는 마약류 범죄의 권고 형량도 대폭 높였다.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유통시킨 사범이 영리 목적을 가졌거나 상습범일 경우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특히 마약 유통 규모가 커지는 추세를 감안해 마약가액 10억 원(필로폰 약 10kg 분량) 구간의 범죄 유형을 새로 신설하고, 이 기준을 넘을 경우 무기징역까지 선고하도록 했다. 마약 중독의 ‘관문’으로 꼽히는 대마는 단순 소지·투약도 무겁게 처벌하라고 권고했다. 양형위는 “최근 마약류 범죄의 가파른 확산세와 10대들의 마약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지난해 대법원에 접수된 전체 행정소송 가운데 외국인들이 ‘난민으로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의 비율이 4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소송은 세금 부과나 산업재해·난민 불인정 등 정부의 행정처분이 정당한지를 다투는 절차다. 난민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불법체류’에서 벗어나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 보니 무분별한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일부 브로커들과 변호사들이 이를 영업 수단으로 삼아 돈벌이에 나서면서 행정·사법력과 비용 낭비가 심해지고, 실제 절박한 상황에 놓인 난민 신청자들이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법 행정소송 10건 중 4건은 난민소송 24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무부의 난민불인정 결정에 불복해 낸 난민소송은 지난해 대법원 전체 행정소송의 41.8%를 차지했다. 대법원에서 처리되는 전체 행정소송(3526건)의 절반(1475건) 가까이가 난민소송인 셈이다. 2013년 난민법 시행 후 2014년엔 비중이 1.6%에 불과했지만 2016년 20.6%, 2021년 31.2%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대법원이 법무부의 난민 불인정 결정을 파기한(뒤집은) 경우는 지난해 한 건도 없었다. 2014년부터 10년간 파기율도 0.27%로 전체 행정사건 평균(3%)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승소 가능성이 낮은데도 3심까지 가는 건 법무부가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은 국내 체류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인종, 종교, 정치적 박해 같은 난민 인정 사유가 없음에도 난민신청과 소송을 진행해 체류자격을 얻은 뒤 국내에서 돈벌이에 나서는 외국인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난민소송의 항소율은 61%, 상고율은 67.7% 수준으로 행정소송 평균(33.3%, 49.7%)을 웃돈다.● 가톨릭 개종했다면서 세례명 묻자 침묵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법의 난민재판을 살펴본 결과 정말로 난민인지 의심스러운 외국인들이 상당수였다. 12일 난민 재판에 나온 한 카자흐스탄인은 “무슬림 집안에서 태어나 가톨릭으로 개종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 다니는 성당명과 세례명을 말해달라”는 재판부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했다. 21일 난민 재판에서 한 태국인은 마피아 조직원이던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거부한 뒤 위협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이나 사법기관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없다”고만 했다. 인도인 난민 신청자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토지를 친형이 내놓으라고 위협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지난해 인도에 다녀온 기록이 있었다. 재판에 불출석해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판결 후 다시 난민을 신청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12일 심리를 진행한 19건의 난민소송 중 9건은 당사자가 나오지 않아 재판 일정이 1∼2개월 뒤로 밀렸다. 난민재판 경험이 많은 한 판사는 “애초에 난민 신청 사유가 아닌 경우가 너무 많아 진짜 난민들에게까지 선입견이 씌워질까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브로커-변호사 개입해 소송 남발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을 신청한 1만8838명 중 1만5864명(84.2%)이 관광, 가족 방문 등 목적의 무비자 또는 단기비자로 입국해 난민신청서를 냈다. 한 난민 전문 변호사는 “상당수가 한국에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난민신청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제주지법에서 유죄가 확정된 제주의 한 성매매업소 운영자의 판결문에는 태국 여성 8명 중 4명이 ‘난민신청’ 비자로 성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브로커들과 일부 변호사들은 난민 사유를 허위로 꾸며주며 소송을 부추긴다. 카자흐스탄인 2명 등 브로커 3명은 외국인 149명의 허위 난민신청을 알선하고 1명당 80만∼150만 원을 받은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지난해 구속됐다. 외국인 184명에게 1인당 200만∼300만 원을 받고 허위 난민 신청을 도운 변호사가 2021년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이처럼 ‘가짜 난민’으로 인한 피해는 상황이 절박한 ‘진짜 난민’들에게 가고 있다. 이집트인 칼리드(가명) 씨는 민주화 운동으로 정권의 탄압을 받은 뒤 2018년 한국으로 와 난민을 신청했다. 그는 본국에서 받은 판결문을 증거로 제시했지만 법무부는 ‘판결문이 진짜인지 증명할 길이 없다’며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행정소송 끝에 2022년에야 1심에서 난민으로 인정됐고,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난민 전문가인 강성식 변호사는 “돈벌이를 위해 난민소송에 나서는 외국인들이 많다 보니 정작 본국에서 실제 박해를 받은 난민은 난민 인정이 어려워지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10총선 지원 유세를 이유로 19일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관련 배임·뇌물 혐의 공판에 불참하면서 재판이 파행됐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다음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강제 소환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 이 대표는 지원 유세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이 대표 측이 전날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를 재판부가 불허했음에도 무단으로 불참한 것이다. 재판에 불참한 이 대표는 이날 강원·경기 지역 지원 유세를 진행했다. 형사재판에 피고인이 나오지 않으면서 공판은 26일로 연기됐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재판을 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12일에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다며 오전 재판에 불참한 뒤 오후에 출석해 재판부에 사과한 바 있다. 검찰은 “형사 재판의 피고인이 개인적인 정치 활동을 이유로 불출석했다”며 “무단 불출석이 반복될 경우 출석을 담보하기 위한 강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항의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이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 선거에 임하고 있다”며 “헌법상 정당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는 우리나라에서 선거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 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이 대표 측에 “계속 출석하지 않으면 강제 소환을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인영장 발부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이 대표 측이 총선일인 다음 달 10일까지만 불출석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재판을 진행할 순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인한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사들의 ‘의료 감정’이 필요한 재판의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의료감정비를 증액하는 등 재판 지연으로 입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1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9일 법원 내규를 개정해 병원에 의료 감정을 요청할 때, 감정 문항 수에 따라 의료감정비 증액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대법원 예규에 따른 진료기록 감정료는 60만 원으로, 감정서 배출의 신속성, 감정의 문항의 수 등을 참작하여 감정료를 증액할 수 있다. 행정법원에서는 이를 구체화하여 감정의 문항 수가 10개를 초과할 때는 매 5문항마다 20만 원의 감정료를 증액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감정의 난이도에 따라서도 증액할 수 있다.교통 사고 등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사건이나 행정법원에서 다루는 산업재해 사건을 판결하기 위해선 의사들의 의료 감정이 필수적이다. 사건·사고로 인한 재판 당사자의 신체적 피해 여부와 정도를 입증한 감정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감정은 낮은 감정료, 감정의 부족 등의 이유로 회신이 지연되거나 감정을 거부 당하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민사 사건을 담당하는 한 판사는 “병원에 감정 요청을 보내면 3번은 거절당하고 1, 2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22년 의료감정이 진행된 손해배상 선고건 중 10건은 2016년, 17건은 2017년, 64건은 2018년 소가 제기된 사건으로 통상 민사 판결 선고 기간을 상회하는 상황이다.특히 의대 교수들도 25일부터 순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학병원 등 3차 병원에서만 이뤄지는 의료 감정 회신 지연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의료감정 지연으로 재판 당사자들의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감정 비용 증액을 통해 적정하고 신속한 감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법원 내 의료감정원 도입을 통해 재판에 충분히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병원에서 감정 회신이 지연되면서 몸이 아픈 채로 재판이 몇 년 동안이나 길어져 힘들어하는 당사자가 많다”며 “감정비를 적절한 수준으로 증액한다면 신속한 회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법원장으로서 재판하게 돼 영광입니다. 장기간 (판결이) 미뤄진 사건을 일부나마 처리하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206호 법정. 판사석에 앉은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58·사법연수원 24기)이 재판을 주재하기 전 이렇게 말했다. 이날 김 법원장은 행정9부의 재판장을 맡아 ‘법원장 재판’을 진행했다. 법원장 재판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취임 일성이었던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을 위해 14일 경기 수원지법을 시작으로 최근 전국 법원에 도입됐다. ● 재판 당사자 “원활한 재판 진행 느껴” 이날 김 법원장은 접수된 지 3년이 지난 장기미제 행정분쟁 사건 중 사안이 복잡한 13건을 맡아 진행했다. 여기엔 아동학대를 이유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은 초등학교 교사가 2019년 12월 제기한 복직 소송도 포함됐다. 한 웹툰 작가가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사건과 유사한 구조다. 웹툰 작가 사건의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결정이 지연되고 있었다. 김 법원장은 심리 도중에도 재판 지연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한 원고가 “아직 관련 사건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의견 표명을 주저했다. 그러자 김 법원장은 “행정 제재와 형사사건은 별도라서, 한쪽 결론을 기다리기 위해서 다른 쪽을 멈출 순 없다”며 의견을 촉구했다. 피고가 ‘관련 형사사건의 항소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하자 그는 “(관련 사건의 판결을 기다리느라) 이 소송의 결론이 계속 미뤄지면 원고 측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전국 최초로 행정법원에서 네 번째 근무를 하며 ‘행정법원통’으로 알려진 김 법원장은 원고와 피고에게 민형사상 소송과 행정소송의 차이점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법정에 나온 재판 당사자들은 “진행이 평소보다 원활했다”고 밝혔다. 그중 한 명은 “평소엔 재판부가 ‘네, 네’라고만 하고 별다른 구체적 의견을 주지 않고 빨리 듣고 끝내기 바쁘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오늘은 법원장이 재판 당사자 의견을 한 번 더 정리해서 알려주고 확인까지 해주니 재판이 편하고 원활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신속 결론 가능” vs “법관 증원 필요”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전국 37개 법원이 모두 법원장 재판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 관내 법원에선 18일 서울행정법원을 시작으로 중앙지법(28일)과 동부지법(22일), 남부지법(25일), 서부지법(27일) 등에서 이달 중 법원장 재판이 예정되어 있다. 재판 지연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인 만큼 법원장들은 주로 기존 재판부로부터 장기미제 사건을 재배당받아 처리하게 된다. 법원 관계자는 “원숙한 재판 능력을 갖춘 법원장이 재판 업무를 담당하게 됨으로써 재판 지연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법원장이 솔선수범하면서 법원 구성원들과 재판 경험을 공유해 재판 지연 해결에 도움이 되는 제도 등을 발굴하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장 1명이 재판에 추가 참여함으로써 모든 재판 지연을 막을 수는 없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판사 부족 등에 대한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장기미제 사건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법원장 재판으로만 재판 지연을 해결하려고 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재판 절차의 효율성 개선, 법관 증원, 정보기술(IT)의 활용 확대 등의 대책이 함께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