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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프랑스 파리 8구에 있는 엘리제궁을 찾았다.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도심으로 옮기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미 백악관과 함께 엘리제궁도 참고 사례가 된다는 소식에 일대를 취재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건축가 아르망클로드 몰레의 설계로 1722년 완공된 엘리제궁은 1848년 프랑스 대통령 공식 집무실 겸 관저가 됐다. 1층에는 매주 국무회의가 열리는 대회의장이 있다. 2층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장실, 수석보좌관 사무실이 몰려 있다. 집권자와 참모진 간 원활한 소통에 유리한 구조란 평가를 듣는 이유다. 엘리제궁이 완벽한 ‘모범 사례’는 아니다. 오히려 ‘바람 잘 날이 없는’ 편이라고 해야 맞다. 엘리제궁은 파리 중심가인 샹젤리제 거리 바로 옆에 있는 데다, 정문 일대는 차량 이동이 금지된다. 일대 교통체증은 악명이 높다. 보안도 완벽하지 않다. 궁 주변은 경찰, 궁전 출입 통제는 공화국 근위대, 경호는 대통령경호실(GSPR)이 3중으로 관리하지만 현지 언론들은 “백악관이 안전한 벙커라면 엘리제궁은 ‘골판지’로 만든 성”이라며 수시로 비판한다. 엘리제궁이 위치·운영상 보안이 뚫리기 쉬운 구조이고 사건, 사고가 주기적으로 발생해온 탓이다. 2018년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반발한 노란조끼 시위대가 엘리제궁까지 밀고 들어와 점령하려 했다. 2014년에는 방문객이 궁내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프랑스 대통령을 몰래 촬영해 논란이 됐다. 엘리제궁은 루이 15세, 나폴레옹 3세 등 역사 속 인물들이 거쳐 간 문화유산이란 이유로, 대통령 집무실을 포함한 내부가 시민들에게 일정 기간 공개된다. 1만1179m²(약 3382평) 건물 면적에 370여 개의 방이 있다 보니 방문자들이 궁내에서 몰래 훔친 예술작품만 700개가 넘는다는 감사원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엘리제궁을 싫어한 대통령들도 있었다.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은 “궁에서 정치를 하지 않는다”며 외부 업무를 선호했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도 외부에 관저를 뒀다. 1940년 독일군이 파리를 점령한 후 엘리제궁 중앙에 나치 깃발을 꽂고 “히틀러 만세”를 외친 역사 탓에 엘리제궁을 치욕의 장소로 생각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그럼에도 이날 기자가 만난 10여 명의 파리 시민들은 엘리제궁에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회사원 카를라 씨는 “파리 중심에서 떨어진 베르사유 궁전 사례를 보라”며 “권력(루이 16세)이 국민에게 멀어져 혁명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8구 주민 알랑 씨는 “교통체증이 싫지만 대통령은 가까이 있어야 한다”며 “보다 중요한 건 소통에 대한 의지”라고 했다. 파리 시민들에 따르면 1974년 한 청년이 엘리제궁에 잠입한 사건은 현재도 회자된다. 그는 궁궐 내부를 헤매다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체포됐다. 언론은 대통령 경호 및 보안 문제를 강하게 질타했다. 하지만 청년이 엘리제궁은 침입한 이유는 억울한 일을 겪은 후 당시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 대통령에게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은 청년을 훈방했고 여론은 ‘보안보다 중요한 건 국민과의 소통’으로 변했다. ‘국민과의 소통’을 이유로 청와대 이전을 공약으로 내건 대통령은 과거에도 있었다. 교통, 경호, 보안 등을 이유로 무산됐다. 엘리제궁을 보면서 물리적 공간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소통에 대한 대통령의 ‘진정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러시아군이 18일(현지 시간) 폴란드 국경에서 70km 떨어진 우크라이나의 서부 도시 르비우의 항공기 정비창 등 인근 건물을 미사일로 폭격했다. 르비우가 폭격을 당한 것은 개전 이후 처음이다. 르비우는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알려져 있어 20만 명이 넘는 피란민과 서방이 지원한 무기, 구호품이 몰려 있다. 한국 국적자와 가족의 피란을 돕기 위해 이곳에 임시 사무소를 운영해온 한국 대사관도 교민들과 함께 철수를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이날 수도 키이우와 동부 크라마토르스크에서도 주거지역과 교육용 건물 등에 러시아군의 무차별 포격이 이어져 최소 4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크게 다쳤다. 17일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 외곽에 있는 메레파 마을에서는 학교와 문화센터 등이 러시아군의 포격을 당해 최소 21명이 사망했다. 면적 30만 m²(약 9만 평)로 세계 최대규모 시장인 하르키우 바라바쇼바 시장도 이날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아 잿더미가 됐다.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역시 계속되는 폭격으로 시민 35만 명이 방공호나 지하실로 대피했다. 시 당국은 “하루 평균 최대 100개의 폭탄이 시내로 떨어진다”며 “주거지역 건물의 80%가 파괴됐고 30%는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어린이, 임산부 등 1200명이 대피했던 마리우폴 극장은 16일 포격으로 붕괴된 후 러시아군의 포격이 이어지면서 구조작업이 지체되고 있다. 미국인 민간인 사망자도 발생했다. 북부 체르니히우 경찰은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강사로 활동했던 미국 시민 제임스 휘트니 힐(68)이 16일 빵 배급을 받으러 줄을 서 있던 중 러시아군 발포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체르니히우 지역에서는 17일 하루 동안 러시아군 포격으로 민간인 53명이 사망했다고 주 당국은 전했다. 동부 도시 이줌의 볼로디미르 마초킨 부시장은 페이스북에 “죽은 사람을 묻을 사람도 없다”고 했다. 유엔 인권사무소 집계 결과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숨진 민간인 수는 어린이 58명을 포함해 최소 780명에 달해 다음 주면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 기간 러시아군이 병원 등 의료시설을 최소 43번 공격해 1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주요 7개국(G7)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의 무차별적 공격과 전쟁범죄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러시아군이 18일(현지 시간) 폴란드 국경에서 70㎞ 떨어진 우크라이나의 서부 도시 르비우의 항공기 정비창 등 인근 건물을 미사일로 폭격했다. 르비우가 폭격을 당한 것은 개전 이후 처음이다. 르비우는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알려져 있어 20만 명이 넘는 피란민과 서방이 지원한 무기, 구호품이 몰려있다. 한국 국적자와 가족의 피란을 돕기 위해 이곳에 임시 사무소를 운영해온 한국 대사관도 교민들과 함께 철수를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이날 수도 키예프와 동부 크라마토르스크에서도 주거지역과 교육용 건물 등에 러시아군의 무차별 포격이 이어져 최소 4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크게 다쳤다. 17일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 외곽에 있는 메레파 마을에서는 학교와 문화센터 등이 러시아군의 포격을 당해 최소 21명이 사망했다. 면적 30만 ㎡(약 9만 평)로 세계 최대규모 시장인 하르키우 바라바쇼바 시장도 이날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아 잿더미가 됐다.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역시 계속되는 폭격으로 시민 35만 명이 방공호나 지하실로 대피했다. 시 당국은 “하루 평균 최대 100개의 폭탄이 시내로 떨어진다”며 “주거지역 건물의 80%가 파괴됐고 30%는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어린이, 임산부 등 1200명이 대피했던 마리우폴 극장은 16일 포격으로 붕괴된 후 러시아군의 포격이 이어지면서 구조 작업이 지체되고 있다. 미국인 민간인 사망자도 발생했다. 북부 체르니히우 경찰은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강사로 활동했던 미국 시민 제임스 휘트니 힐(68)이 16일 빵 배급을 받으러 줄을 서 있던 중 러시아군 발포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체르니히우 지역에서는 17일 하루 동안 러시아군 포격으로 민간인 53명이 사망했다고 주 당국은 전했다. 동부 도시 이줌의 볼로디미르 마초킨 부시장은 페이스북에 “죽은 사람을 묻을 사람도 없다”고 했다. 유엔 인권사무소 집계 결과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숨진 민간인 수는 어린이 58명을 포함해 최소 780명에 달해 다음 주면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 기간 러시아군이 병원 등 의료시설을 최소 43번 공격해 1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주요 7개국(G7) 이날 성명을 통해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의 무차별적 공격과 전쟁범죄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 철수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및 중립국화 등을 두고 휴전 협상을 하고 있지만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빠른 합의를 원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소극적”이라고 주장하자 우크라이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먼저 휴전을 지시해야 한다”며 반박했다. 양국은 14일부터 마라톤 화상 협상을 진행 중이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7일(현지 시간) 기자들에게 “다양한 경로로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합의 문서 서명, 모든 조건에 대한 명확한 협상과 이행이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매우 빨리 멈출 수 있다”고 밝혔다. 양국 간 협상이 신속히 타결돼야 러시아의 공격이 멈출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리 대표단은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반면 상대측은 협상 방식이 매우 느긋하고 비슷한 열의를 보이지 않다”며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돌렸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협상단은 “즉각적인 타결의 돌파구는 푸틴 대통령이 먼저 휴전을 수락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협상단 대표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협상은 복잡하고, 당사자의 입장은 다르다”며 “전쟁을 치르는 나라 안에 거짓말을 퍼뜨리지 마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 합의와 새로운 안정보장 방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나토 가입 포기와 스웨덴·오스트리아식 중립국화 등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양측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공화국 독립 및 러시아 영토 인정을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회담에서 여전히 큰 격차가 남아 있다. 빨리 타결될 만한 돌파구의 조짐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휴전 협상에 적극적인 배경으로 예상치 못한 고전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24일 대대적인 침공 후 조기 종결을 노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으로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보당국 통계를 인용해 러시아군 사망자가 최소 700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20년 동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망한 미군보다 많은 수치다. 훈련되지 않은 징집병이 많아 러시아 병사들이 탱크를 버리고 도망가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있다고 미 국방부는 전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진격이 현재 사실상 정체됐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BBC는 “러시아가 이번 전쟁을 통해 서방 친화적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을 무너트리고 친러시아 정권을 세우려 했지만 고전이 거듭되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 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중립국화로 목표를 낮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질적인 전쟁 중단과 협상 타결을 위해선 양국 정상 회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 간 직접 대화를 중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은 양국 모두 이득이 되지 않으며 휴전을 해야 양국 간 갈등의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대통령 집무실 모델로 검토하고 있는 미국 백악관 서관인 ‘웨스트윙’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와 국무회의실인 캐비닛룸, 부통령실과 비서실장실, 국가안보보좌관실, 대변인실 등 참모 10여 명의 사무실이 모두 1층에 모여 있다. 필요하면 언제든 참모들과 얼굴을 맞대 토론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소통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다. 백악관은 또 웨스트윙과 대통령 가족이 머무는 중앙관저, 영부인 집무 공간이 있는 동관인 이스트윙도 모두 연결돼 있다.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진의 업무 공간이 3개 건물에 흩어져 있는 청와대 구조와 크게 다르다. 오벌오피스는 문이 4개다. 북서쪽 문은 웨스트윙 복도를 통해 회의실인 루스벨트룸으로, 북동쪽 문은 대통령비서실을 통해 국무회의가 열리는 캐비닛룸으로 곧바로 연결된다. 동쪽 문은 야외 기자회견이나 행사를 치르는 로즈가든, 서쪽 문은 작은 서재로 이어진다. 오벌오피스에서 언제든 2개의 회의실이나 야외 행사장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개방형으로 설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후 오벌오피스 문이 닫혀 있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미국 대통령들은 대부분 업무 시간에 오벌오피스 문을 열어두는 ‘오픈도어’ 정책을 유지했다. 언제든 주요 각료나 참모, 외부 인사들이 드나들며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은 물론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잇따라 초청해 면담하자 뉴욕타임스는 “웨스트윙이 여야 상원의원들이 계속해서 드나드는 ‘회전문’이 됐다”고 전했다. 웨스트윙 2층에는 대통령이 외빈을 맞이하는 응접실과 참모들의 사무실이 있다. 지하에는 대통령이 화상 정상회의를 하거나 긴급 사안에 대응하는 시추에이션룸(상황실)이 있다. 각종 행사장과 기자회견장이 집무실과 곧바로 연결되는 것도 백악관의 특징이다. 웨스트윙의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매일 정례 브리핑이 열린다. 웨스트윙과 중앙 관저를 연결하는 서쪽 주랑을 통하면 곧바로 대통령 기자회견 등이 열리는 이스트룸으로 갈 수 있다. 백악관은 또 이스트윙과 중앙 관저 등 대부분의 공간을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청와대 영빈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국빈만찬장, 대통령 기자회견이나 시상식 등이 열리는 이스트룸, 대통령이 외빈을 맞는 공식 접견실인 블루룸·레드룸 등은 매일 백악관을 찾는 시민들로 북적인다. 웨스트윙 역시 백악관 및 경호실 직원들의 보증을 거치면 방문할 수 있다. 대통령 가족들이 거주하는 중앙 관저 3층을 제외하면 사실상 백악관 시설을 전면 개방하고 있는 셈이다. 백악관 앞뒤로 조성된 엘립스 광장과 라피엣 공원도 별도의 출입 절차 없이 시민들에게 개방되고 있다.프랑스 대통령 집무 공간이자 관저인 엘리제궁은 파리 중심가인 샹젤리제 거리 옆에 있다. 파리 시민들은 “교통 체증으로 불편하지만 대통령이 국민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며 엘리제궁을 소통의 상징적 공간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戰犯·war criminal)’이라고 칭하며 최첨단 ‘자폭 드론’을 비롯해 8억 달러(약 9700억 원)의 추가 군사 지원을 발표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민간인 1200명이 대피한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극장을 포격했다. 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그(푸틴)가 전범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칭한 것은 처음이다. AP통신은 “전범 규정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행동에 대해 내놓은 가장 강력한 규탄”이라고 평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또한 이날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통화하고 “우크라이나에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자폭 드론’으로 유명한 ‘스위치블레이드’ 100기, 스팅어 대공미사일 800기, 재블린 대전차미사일 2000기 등 8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최대 80km를 날아가 폭발하면서 탱크를 파괴하는 스위치블레이드는 탱크과 장갑차에 의존하는 러시아 지상군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군은 16일 마리우폴에서 어린이, 임산부를 비롯해 1200여 명이 대피한 시내 극장까지 폭격해 건물이 무너졌다. 특히 극장에 ‘어린이들(дети)’이란 흰색 글자가 크게 표시됐는데도 러시아군이 집중 공격을 가했다. 드미트로 구린 마리우폴 시의회 의원은 17일 BBC에 “지하 방공호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사상자는 파악되지 않았다. 특히 이날도 러시아군의 공습이 계속되면서 구출 작업이 방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戰犯·war criminal)’이라고 칭하며 러시아군의 민간인 살상이 전쟁범죄임을 분명히 했다. 최첨단 ‘자폭 드론’을 비롯해 8억 달러(약 9700억 원)의 추가 군사 지원도 발표했다. 러시아는 거세게 반발했다. 러시아군 또한 민간인 1200명이 대피한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극장을 포격해 대규모 희생자가 우려된다. 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취재진에게 “그(푸틴)가 전범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지칭한 것은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별도 연설에서도 러시아군이 병원을 공격하고 의료진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전범 규정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행동에 대해 내놓은 가장 강력한 규탄”이라고 평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또한 이날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통화하고 “우크라이나에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유엔 최고법정인 국제사법재판소(ICJ) 역시 “침공 과정에서 전쟁 범죄가 있었다고 볼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자폭 드론’으로 유명한 ‘스위치블레이드’ 100기, 스팅어 대공미사일 800기, 재블린 대전차미사일 2000기 등 8억 달러의 지원을 실시한다고도 밝혔다. 최대 80㎞를 날아가 본인이 폭발하면서 러시아군 탱크 또한 파괴하는 스위치블레이드는 장갑차에 의존하는 러시아군에 큰 타격을 입히고 전쟁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이날도 민간인 포격을 계속했다. 16일 마리우풀에서는 어린이, 임산부를 비롯해 1200여명이 대피한 시내 극장까지 러시아군 포격을 받아 건물이 무너졌다. 아직 정확한 사상자조차 집계되지 않은 상태다. 극장에 ‘어린이들’(дети)이라는 흰색 글자가 크게 표시돼 있었음에도 러시아군이 집중 공격을 가했다고 BBC 등이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전범 발언에 “미국은 폭탄으로 전 세계 수십만 명을 숨지게 한 나라”라고 비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합의도 삐걱대고 있다. 양측 협상단은 이날 러시아군 철수,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등 약 15개항으로 된 평화안을 두고 협상을 진행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일부 합의에 근접하고 있다”고 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중립국화하는 방안을 놓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4차 휴전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스웨덴이나 오스트리아처럼 중립국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며 여기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가 반대한 나토 가입 포기 의사를 내비친 우크라이나는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여러 동맹국의 직접적인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날 러시아가 제안한 스웨덴·오스트리아식 중립국화는 거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은 러시아 대통령실 크렘린궁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이 16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나 스웨덴처럼 자체 군대는 있지만 외국 군사기지가 없는 ‘비무장 국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우크라이나에 제안해 논의하고 있고 실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도 이날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가 논의 중이며 일부 합의문 문구는 의견 일치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합동원정군(JEF) 회의에서 “우리는 이미 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국민들도 이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휴전협상에 대해 “(러시아의) 입장이 더욱 현실적이 됐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을 이끄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도 트위터에 “매우 어렵고 끈질긴 과정이지만 확실히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가 중립국화 논의를 받아들이면서 양측 간 어느 정도 합의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포돌랴크 고문은 “비무장화 모델은 (스웨덴·오스트리아 모델이 아닌) 우크라이나 모델이 돼야 한다. 법적으로 검증된 안전 보장 방안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가 공격당할 경우 사태를 방관하지 않고 확고한 안전 보장을 해줄 강력한 동맹국들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나토 가입을 포기하더라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동맹이 돼 직접 안전 보장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 측이 밝힌 중립국화와는 거리가 있다. 양측은 러시아가 주장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친러시아 공화국의 독립국가 인정 등에서는 입장 차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화상으로 진행한 첫 미 의회 연설에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연설을 인용해 “나는 꿈이 있다(I have a dream). 우리의 영공을 지켜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그는 1941년 12월 7일 아침 진주만 공격 당시 잔혹했던 전투기의 공격을 기억하라. 9·11을 기억하라”며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매일 그와 똑같은 일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세계 리더가 되려면 평화의 리더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우리는 전쟁을 막을 새로운 동맹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토 가입 포기 후 안전 보장을 위한 동맹국에 미국이 참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약 8억 달러의 무기 지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가 12일 승인한 2억 달러의 지원을 포함하면 총 10억 달러(약 1조2500억 원)의 군사 지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중립국화하는 방안을 놓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4차 휴전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스웨덴이나 오스트리아처럼 중립국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며 여기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가 반대한 나토 가입 포기 의사를 내비친 우크라이나는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동맹국의 직접적인 안전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날 러시아가 제안한 스웨덴·오스트리아식 중립국화는 거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은 러시아 대통령실 크레림궁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이 16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나 스웨덴처럼 자체 군대는 있지만 외국 군사기지가 없는 ‘비무장 국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우크라이나에 제안해 논의하고 있고 실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날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가 논의 중이며 일부 합의문 문구는 의견 일치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합동원정군(JEF) 회의에서 “우리는 이미 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국민들도 이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휴전협상에 대해 “(러시아의) 입장이 더욱 현실적이 됐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을 이끄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도 트위터에 “매우 어렵고 끈질긴 과정이지만 확실히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가 중립화 논의를 받아들이면서 양측간 어느 정도 합의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포돌랴크 고문은 “비무장화 도델은 (스웨덴, 오스트리아 모델이 아닌) 우크라이나 방식이 돼야 한다. 법적으로 검증된 안전보장 방안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가 공격당할 경우 사태를 방관하지 않고 확고한 안전보장을 해줄 강력한 동맹국들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나토 가입을 포기하더라도 미국 등이 동맹이 돼 직접 안전보장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 측이 밝힌 주장한 중립국화와는 차이가 있다. 양측은 러시아가 주장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친러시아 공화국의 독립국가 인정 등에서는 입장차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은 이어지고 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야네스 얀샤 슬로베키아 총리 등 3개국 정상은 1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아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했다. 세 나라는 모두 나토와 유럽연합(EU)에 가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런 동맹과 함께라면 우리가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24, 25일 양일간 나토와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찾아 동맹국과 러시아 추가 제재 및 우크라이나 지원을 논의하기로 했다. 미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16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 의회 화상 연설 직후 대국민 담화를 갖고 우크라이나에 대해 재블린 및 스팅어 미사일 등 약 8억 달러의 무기 지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가 12일 승인한 2억 달러의 지원을 포함하면 총 10억 달러(약 1조2500억 원)의 군사 지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일시 중단됐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4차 휴전 협상이 15일 재개됐다. 휴전 조건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가 상당하고 협상 와중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곳곳을 폭격하면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해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측 협상단에 참석한 다비드 아라하미아 의원은 이날 현지매체에 “러시아와의 온라인 화상 회담이 재개됐다”고 전했다. 하루 전 양측은 러시아군의 철수,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철회 등을 논의하다 견해차로 협상을 일시 중단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대통령실 고문은 “5월 초 안에 합의에 이를 것 같다. 더 빠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 남부 마리우폴, 동부 하르키우 등 거점 도시에 대대적 공세를 가했다. 현재 러시아군은 키이우 중심의 약 15km 앞까지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러시아군 탱크가 키이우 시내까지 진입하면 최악의 경우 수개월간 양측이 시가전을 벌일 수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망했다. 민간인 사망자 또한 계속 늘고 있다. 15일 키이우의 한 아파트가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아 4명이 숨지자 시 당국은 이날 오후 8시부터 17일 오전 7시까지 35시간의 통금령을 내렸다. 방공호 대피를 제외하면 허가 없는 외부 출입이 금지된다. 하르키우시는 14일에만 65번의 포격을 당해 학교 병원 아파트 등 600개 건물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도 현지 매체에 “마리우폴에서만 1만 명이 숨졌고 러시아군의 봉쇄가 끝나면 사망자가 2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3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우크라이나를 떠났다고 밝혔다. 핵전쟁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4일 “핵분쟁 가능성이 발생 가능한 영역으로 다시 들어왔다”며 러시아 핵무기 운용부대가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르면 24일 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찾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미 NBC는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폴란드, 체코, 슬로베니아 3국 총리가 15일 키이우를 방문해 지원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 동부 시간 16일 오전 9시(한국 시간 16일 오후 8시) 미 의회에서의 화상 연설을 통해 전투기 등 무기 지원 확대를 촉구한다. 그는 앞서 8일에도 영국 하원을 상대로 한 화상 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연설을 인용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미 일각에서는 미국의 2차 대전 참전 또한 처칠의 연설을 계기로 이뤄졌다며 이번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적극적 도움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4차 휴전 협상이 14일(현지 시간) 온라인 화상 형식으로 열렸다. 1∼3차 양국 대표단 휴전 협상, 한 차례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측은 휴전과 러시아군의 즉각적 철수,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 철회,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내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공화국 인정, 남부 크림반도의 러시아 병합 인정 등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회담이 어렵게 진행됐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 대표로 나선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양측이 각자의 구체적인 입장을 적극적으로 내놓았지만 양국의 정치적 시스템에 차이가 커 협상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거점도시를 계속 공격하는 것이 여전히 올바른 전략이라는 망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양국 간 정상회담을 확실히 하기 위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크렘린궁 측은 “정상회담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회담 논의 내용과 결과를 미리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 CNN은 “결국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만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며 “푸틴이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계속 압박하고 서방의 지원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지난달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9일 째 이어지면서 전쟁이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 CNN 등 외신들은 미국,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을 인용해 “결국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만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며 “그러나 모든 징후는 푸틴이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계속 압박하고 서방의 지원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라는 1~3차 협상과 외무장관 회담에 이어 14일 온라인 화상회담을 진행했지만, ‘러시아통’으로 불리는 외교관들은 “실무진이 정확한 푸틴 의중을 모르고 회담 내용만 단순 보고하는 것 같다”고 평가하고 있다. 결국 전쟁의 종결도 푸틴이 전적으로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결정이 러시아 내부 여론 악화와 지지율 하락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나아가 푸틴이 축출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 “러시아 권력 내부, 푸틴 축출 움직임 있을 수도” 러시아 초대 외무부 장관을 지낸 안드레이 코지레프(70)는 12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푸틴은 국민들을 상대로 이길 수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서방의 제재, 경제 악화 등으로 푸틴을 축출하기 위한 쿠데타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코지레프 전 장관은 “러시아는 세계 무대에서 고립되고 서방의 제재로 무력한 상태가 되고 있다”며 “푸틴이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간 막대한 권력을 누렸지만, 축출당한 러시아 제국 차르(황제)들을 예로 들며 “러시아 권력자는 언제든 권좌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역사상 많은 러시아 황제들이 살해됐다”며 “소련 시절 스탈린은 독살을 당했고 흐루쇼프는 크렘린궁 밖으로 쫓겨났다. 러시아 역사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가득 차 있다”며 “푸틴에 대한 불만과 저항 또한 현재 커지고 있어 유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1953년 3월 1일 ‘절대권력’이던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식사 도중 쓰러졌다. 당시 스탈린이 서방과 핵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자 내부 정치국 차원에서 공멸을 막기 위해 독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스탈린 사후 소련 공산당 제2대 서기장이자 1950, 1960년대 최고 권력자였던 니키타 흐루쇼프 역시 내부 반발로 실각됐다. 푸틴도 과거 러시아의 무소불위 권력자처럼 언제든 축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지레프 전 장관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구소련의 1979~198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유사한 결말을 맺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79년 아프가니스탄의 친소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서 소련은 당시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결정했다. 압도적 군사력으로 조기 전쟁 종결이 예상됐지만 장기화되면서 소련군은 1만5000명의 사상자를 낸 후 1989년에야 철수했다. 이는 소련의 약화와 붕괴의 원인으로 이어졌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과거 아프가니스탄의 전례를 밟을 것이란 진단이다. 코지레프 전 장관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와 주요 도시를 설사 점령해도 의미가 없다.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게릴라전으로 전쟁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푸틴, 핵무기 버튼은 누르지 않을 것” 코지레프 전 장관은 1990년대 소련 붕괴 당시 외무장관을 지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집권기에도 외무 장관직을 이어갔다. 냉전 종식, 미국과의 협력 증대 등을 주장하며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 개선을 유도했고, 1996년에는 국회에 진출하기도 했다. 현재는 미국 마이애미에 거주하며 국제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푸틴이 서방에 대한 핵 공격 등 3차 대전으로 전장을 넓힐 가능성은 적다고 진단했다. 그는 “푸틴은 (지켜야할) 가족과 친구들이 있으며, 핵무기 발사 버튼을 누르기에는 미녀와 고급와인을 너무 좋아 한다”며 “푸틴은 단지 뻔뻔하고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이며, 이런 점이 서방에게는 고민”이라고 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이날 ‘푸틴은 어떻게 권좌에서 제거될 것인가’란 보도를 통해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권력에서 배제된 후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 등이 후임자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계속 교착상태가 되고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악화되면 정부 내부나 생활고를 겪는 민중의 반발이 커지고 푸틴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2024년 5선을 노리는 푸틴은 러시아 내부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푸틴은 2020년 7월 국민투표를 통해 연임 제한을 없애는 개헌을 이뤘다. 2024년 4기 임기가 종료되는 푸틴은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더 역임할 수 있게 됐다. CNN은 “‘21세기 차르’ 푸틴이 종신집권을 노리기 때문에 지지율을 의식할 것”이라고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 구체적인 휴전 논의를 시작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또한 협상 지속 사실을 밝혀 양국이 외교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대계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 기자회견에서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에게 예루살렘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 서방이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 또한 “양측이 화상 협상을 통해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공개했다.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선임고문은 13일 벨라루스 매체 ‘벨타’에 조만간 러시아와 4차 회담을 할 예정이라며 “휴전과 휴전의 방식, 러시아군 철군을 비롯한 수많은 협상 안건이 마련돼 있다. 러시아와 모든 사안을 논의했고 이를 법적 형식으로 만들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지난달 28일부터 인접국 벨라루스에서 1차 회담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3차례 만나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내 친러 세력이 점령한 지역의 독립, 휴전 등을 두고 협상을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다만 협상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당장 침공을 멈출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2일 푸틴 대통령과 75분간 통화하며 즉각적인 휴전을 재차 촉구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한다”는 판에 박힌 주장만 거듭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회담 후 성명에서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려는 의지가 없다”고 밝혔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전쟁은 그만!!!” 폴란드 국경도시 프셰미실 기차역에서 만난 소피아 양(7)이 A4용지에 천천히 한 자 한 자 눌러쓴 글자다. 우크라이나 중부도시 폴타바에서 살던 소피아 양은 러시아군의 침공을 피해 9일 폴란드 국경을 넘었다. 포격 소리에 대한 두려움에 큰 헤드셋으로 귀를 막았다. 충격 때문인지 ‘국경을 넘을 때부터 말도 하지 않는다’며 마리아나 씨(35)는 딸을 걱정했다. 마리아나 씨는 “이건 전쟁이 아니라 테러리즘”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런 어머니를 보던 소피아 양은 ‘펜을 달라’고 기자에서 손짓을 한 후 종이에 ‘전쟁은 그만’이라고 적은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지난달 24일부터 2주간 우크라이나-폴란드 국경지대에서 30여 명의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인터뷰했다. 대부분의 피란민은 전쟁의 고통과 피란의 피곤함으로 인터뷰를 거부했지만 일부 피란민은 “전쟁의 참상과 우리들의 소망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며 인터뷰에 적극 나섰다. 일부는 자신의 메시지를 A4용지에 적어 보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러시아군의 포격을 뚫고 가족과 함께 수도 키이우에서 탈출한 예고르 군(8)은 “평화를 원해요”라고 종이에 쓴 후 같은 말을 10번 크게 외쳐 주변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메디카=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러시아가 1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함락하기 위해 도심 24km 앞까지 진격하는 등 총공세를 펼치자 우크라이나군이 매복 공격으로 러시아군 전차를 패퇴시키는 등 결사항전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러시아군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국경에서 불과 20km 떨어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의 야보리우 군사시설에도 미사일 30발 이상을 발사해 13일 기준 최소 35명이 숨지고 134명이 다쳤다고 우크라이나 측이 밝혔다. 이 시설은 미군과 나토, 우크라이나군 간 연합훈련장으로 쓰였고 나토의 무기가 들어오는 곳이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동쪽과 남쪽을 주로 공격했던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상대로 한 공격까지 본격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12일 후방 전투부대를 전방으로, 기갑부대가 키이우를 북, 서, 동쪽에서 포위하는 식으로 병력을 재배치한 뒤 키이우 도심 24km 앞까지 진격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 도시들은 폐허가 됐고 민간인 사상자도 속출했다. 키이우로 도달하는 주요 길목인 북쪽 이르핀에서는 러시아군 탱크가 무차별 포격을 가하자 우크라이나 또한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이르핀강의 교량을 모두 폭파했다. 키이우 동쪽 브로바리에서도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군은 대량살상무기인 진공폭탄을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로켓 발사대(TOS-1A)가 설치된 탱크 등 약 30대의 러시아군 전차가 지나가는 길목에 매복해 있다가 공격을 퍼부어 전차 일부를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 대령급 고위 장교 1명도 전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습 공격을 받은 일부 전차가 검은 연기에 휩싸이자 러시아군이 퇴각하는 동영상도 공개됐다. 키이우는 인구의 절반(200만 명)만 남은 채 도시 내부를 요새화하고 항전에 나선 상태다. 러시아는 야보리우 군사시설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남서부 이바노프란키우스크 공항도 공습했다. 루마니아와 가까운 이 도시는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이 대피한 체르니우치와 약 100km 거리다.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에 막힌 러시아군이 생화학무기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보도했다. 지난달 26일 러시아군에 점령당한 남부 멜리토폴에서는 이반 페도로우 시장이 12일 머리에 검은 봉지를 뒤집어쓴 채 러시아군에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는 13일 인근 드니프로루드네의 예벤 마트베예프 시장 또한 납치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전쟁은 그만!!!(Ні війні!!!)” 폴란드 국경도시 프셰미실 기차역에서 만난 소피아 양(7)이 A4용지에 천천히 한 자 한 자 눌러쓴 메시지다. 우크라이나 중부도시 폴타바에서 살던 소피아 양은 러시아군 침공을 피해 9일 폴란드 국경을 넘었다. 그녀에 목에는 큰 헤드셋이 걸려있었다. 피난 중 들려온 포격 소리에 대한 공포를 막기 위해서다. 충격 때문인지 ‘국경을 넘을 때부터 말도 하지 않는다’며 마리아나 씨(35)는 딸을 걱정했다. 이어 마리아나 씨는 “이건 전쟁이 아니라 테러리즘”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런 어머니를 보던 소피아 양은 ‘펜을 달라’고 기자에서 손짓을 한 후 종이에 ‘전쟁은 그만’이라고 적은 것이다. 그리고 말했다. “전쟁이 없는 세상이 제 소원이에요.”● 우크라이나인들이 세상에 전하고픈 메시지 동아일보 취재팀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0일까지 2주간 우크라이나-폴란드 국경지대에서 약 30여명의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국경 일대에서 만난 대부분 피란민들은 전쟁의 고통과 피란의 피곤함에 인터뷰를 거부했지만 일부 피란민들은 “전쟁의 참상과 우리들의 소망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며 언론과의 대화에 적극 나섰다. 자신의 메시지를 A4용지에 적어 보도해달라고 부탁하는 피란민들도 있었다. 폴란드 국경 기차역에서 만난 예고르 군(8)은 “평화를 원해요(Я хочу миру)”라고 종이에 쓴 후 같은 말을 10번 크게 외쳤다. 소년의 외침은 주변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예고르 군은 러시아군의 포격을 뚫고 가족들과 함께 수도 키이우를 극적으로 탈출한 후 서부 도시 리비우를 거쳐 8일 폴란드 국경을 넘었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게 싫어요”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거점이자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서 피난 온 나스쟈(18), 이라(13) 남매도 러시아군 포격으로 잿더미가 된 고향의 모습을 설명하다 눈물을 흘렸다. 이들이 A4용지에 ‘나의 하르키우가 복원되길 바래요(Я хочу, чтобы мой Харьков был восстановлен)’라는 메시지를 적은 이유다. 나스쟈 씨는 “우리 도시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도시 중 하나”라며 “전쟁이 끝나고 돌아가면 예전과 같은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하르키우 피란민 마리아 씨(41)도 ‘나는 평화를 원해요’(Хочу, щоб був мир)라는 소원을 썼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사람들이 기뻐하고 사랑하고 배우며 살아가는 영토”라며 “내 것, 너 것으로 나누기 위한 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키이우에서 탈출해온 스타니슬라브 군(15)은 ‘집에 가고 싶어요’(Хочу додому)라고 적었다. 주변 피란민들은 단순히 ‘집에 가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너무 무섭고 힘들 때 자주 쓰는 감정적인 표현”이라고 했다. ● 입대 초조함에 “담배 한대 만 주세요”가 소망 피란민 이브라김 씨(37)는 자신의 소망에 대해 대뜸 ‘담배 하나 피고 싶다’고 적었다. 이유를 묻자 그는 “군대에 입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돌아간다”며 “‘전쟁터에서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조국을 지키겠다’는 소망이 겹치면서 부담이 너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행 기차를 타기 위해 폴란드 국경도시 기차역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국경검문소에서 만난 세르게이 씨(42)도 세계에 전하고픈 메시지로 ‘러시아 XX들, 우크라이나 땅에서 꺼져라’( Хай забира¤ться москаль з Укра¤нсько¤ земл¤)라는 욕설을 쓰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침공 결정은 도저히 말이 안 된다”며 “우리를 건들지 말고 빨리 우크라이나에서 나가라”고 소리쳤다. 그의 주변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마지막까지 ‘사랑과 평화를 잊지말자’고 강조한 피란민들도 있었다. 하르키우에서 피란 온 베르니카 씨(20)는 A4용지에 ‘모두를 안아 줄게요’(Я об¤йму вс¤х)라고 썼다. 그는 “전쟁은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러시아, 나아가 모두를 피해자로 만든다. 서로 안아주고 보듬으며 싸움을 멈추면 좋겠다”고 전했다.메디카=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러시아가 12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함락시키기 위해 도심 24㎞ 앞까지 진격하는 등 총공세를 펼치자 우크라이나군이 매복 공격으로 러시아군 전차를 괴멸시키는 등 결사항전으로 맞서고 있다. 이번 주 러시아의 키이우 함락 시도가 어디까지 진행되는지에 따라 향후 전쟁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후방 전투부대를 전방으로 배치하고, 기갑부대가 키이우를 북, 서, 동쪽으로 포위하는 식으로 병력을 재배치한 후 키이우 도심에서 24㎞ 떨어진 지점까지 진격했다. 이 과정에서 키이우 주변 위성도시들은 폐허가 됐고 민간인 사상자도 속출했다. 키이우로 도달하는 주요 길목인 북쪽 이르핀 시에서는 러시아군 탱크가 무차별 포격을 가하자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도심을 가르는 이르핀 강의 교량을 모두 폭파시켰다. 키이우 동쪽 브로바리 시에서도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군은 대량살상무기인 진공폭탄을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로켓 발사대(TOS-1A)가 설치된 전차 등 약 30대의 러시아군 탱크가 지나가는 길목에 매복해있다가 공격을 퍼부어 전차 일부를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 대령급 고위 장교 1명도 전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습 공격을 받은 일부 탱크가 검은 연기에 휩싸이자 러시아군이 패퇴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도 공개됐다. 키이우는 인구의 절반(200만 명)만 남은 채 도시 내부를 요새화하고 항전에 나선 상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우크라이나군은 모두 1300명이 사망했다”며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점령하려면 도시에 있는 모든 우크라이나인을 없애야 할 것”이라며 결의를 내비쳤다.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저항에 막힌 러시아군이 대량살상무기인 진공폭탄, 집속탄, 나비지뢰, 에 이어 생화학 무기까지 투입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미군 등이 입수한 첩보를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생화학 무기로 공격한 후 ‘서방이 먼저 생화학전을 준비했다’며 상대 탓을 하는 전략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또 러시아군이 목표물 추적 기능이 없는 구형 ‘멍텅구리 폭탄’(dumb bomb)을 다량 발사하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미 국방정보국(DIA) 국장 스콧 베리어 중장은 미 상원에 출석해 “러시아군은 군사 시설만 정밀 타격한다고 했지만 이런 무기는 소수다. 구형 무기로 민간인 공격도 서슴지 않는 잔인한 전술을 전개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민간인 피해도 커지고 있다. 11일 키이우 북동쪽 페레모하 마을에서 피란 중이던 행렬이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아 어린이 1명을 포함해 7명이 사망했다고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밝혔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12일 “러시아 침공 후 어린이만 79명이 사망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6일 러시아군에 점령당한 남부 멜리토폴에서는 이반 페도로프 시장이 12일 머리에 검은 봉지를 뒤집어쓴 채 러시아군에 의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페도로프 시장이 러시아군에 협조하지 않고, 집무실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계속 걸어놓는 등 러시아에 항거하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측은 “시장이 테러를 모의했다”고 주장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우크라이나 피란민과 피란 차량이 꼬리를 물고 늘어선 폴란드 메디카 국경검문소. 7일(현지 시간)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지자 지친 피란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연주자는 독일 피아니스트 다비데 마르텔로 씨(41). 그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을 맞댄 폴란드 동부 국경검문소들을 돌며 피란민을 위해 연주하고 있다. 마르텔로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 만나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음악으로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영하 5도의 날씨에 손은 얼어붙고 맑은 콧물이 흘러내렸지만 열정적인 연주는 계속됐다. 그는 “이번 곡은 평화를 생각하면서 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는)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피란민들은 그를 ‘국경의 피아노맨’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독일 남서부 뢰어라흐의 이탈리아계 독일인 가정에서 태어난 마르텔로 씨는 중부 튀링겐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한동안 일반적인 피아노 연주회에 서던 그는 어느 날 TV에서 전쟁 참상을 겪는 사람들을 보며 결심했다. 전쟁과 재난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해 연주해야겠다고. 그는 그랜드피아노를 야외 어디서나 연주할 수 있도록 개조하고 스피커와 앰프 같은 전기장비도 부착했다. 이후 이 피아노를 트레일러에 싣고 상실감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모인 곳을 찾아다녔다. 2012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연주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하고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사이에 내전이 발생한 동부 돈바스 지역을 돌며 피아노를 쳤다. 130명이 숨진 2015년 파리 연쇄 테러, 2020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시위 현장에서도 연주했다. 그 과정에서 군인이나 경찰에게 피아노를 압수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의 연주 활동이 계속되자 유럽의회는 “인류애와 협력 같은 공동의 가치 증진에 공헌하고 있다”며 그에 대한 지지를 공식 표명했다. ‘너무 위험한 곳만 골라 연주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내 삶의 목표는 음악으로 마음이 아픈 사람을 치유하는 것이다. 내일 또 다른 국경검문소에서 보자”고 했다.메디카=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만삭의 임신부들이 시커먼 재가 날리는 길바닥에 누웠다. 산부인과병원은 쑥대밭이 됐다. 재로 뒤덮인 침대에는 핏자국이 선명했다. 인근 어린이병원 건물도 파괴됐다. 파편에 다친 머리를 붕대로 감은 의료진이 병실에서 남은 의료 기구를 옮겼다. 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에서는 러시아군 군용기가 산부인과와 어린이병원까지 폭격하면서 지옥도가 펼쳐졌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마리우폴 시의회는 참상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하며 “러시아군이 의도적으로 산부인과·어린이병원을 공격해 어린 소녀를 포함해 최소3명이 숨지고 임산부 등 17명이 다쳤다”고 규탄했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늘어날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후 가장 암울한 사건”이라고 전했다. 이날 마리우폴 도심에서는 지름 25m로 판 구덩이에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숨진 시신 30∼40구가 집단으로 묻혔다.○ “병원 폭격에 어린이들 잔해에 깔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병원까지 폭격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나. 어린이들이 건물 잔해에 깔려 있다”며 분노하면서 서방에 우크라이나 상공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거듭 요구했다. 교황청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세르히 오를로우 마리우폴 부시장은 “침공 후 지금까지 최소 1207명이 숨졌다”며 “(러시아가)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 가동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10일째 고립된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이 보급로를 끊어 식량과 의약품이 바닥났고, 난방과 전기도 끊겨 신생아 3000여 명이 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러시아가 마리우폴 시민 40만 명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규탄했다. 마리우폴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세력이 일부를 장악한 남동부 돈바스 지역과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잇는 ‘남부 회랑’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수도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100km 거리인 지토미르시도 이날 “병원 2곳이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아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 결과 러시아 침공 이후 의료시설 공격은 총 18번 발생했다. 주민 야로슬라바 카민스크 씨는 미 CNN에 “이건 전쟁이 아니라 말살”이라며 절규했다. 크렘린궁은 민간인 공습을 부인하며 병원 내부에 우크라이나군이 숨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의 인권 침해, 전쟁범죄 증거를 모아 공개하는 웹사이트 개설 계획을 발표했다고 BBC는 전했다. 이 증거들은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에서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러 회담 합의 실패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에 “러시아의 생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날 “(러시아군이 점령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 이어 자포리자 원전에서도 핵물질 상태를 점검하는 원격 모니터링 통신이 두절됐다며 방사성물질 누출을 우려했다. 10일 터키 남부 안탈리아에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외교장관 간 휴전 협상에서는 뚜렷한 진전은 없었지만 대화는 이어가기로 했다. 회담 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군사작전을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협상을 대체할 더 나은 방법은 없다는 데 공감했다”고 했다.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휴전을 원했지만 진전은 없었다. 항복하지 않고 계속 싸울 것”이라면서도 “이번 같은 형식으로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우크라이나 피란민과 피란 차량이 꼬리를 물고 선 폴란드 메디카 국경검문소. 7일(현지 시간)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지자 지친 피란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연주자는 독일 피아니스트 다비드 마르텔로 씨(41). 그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을 맞댄 폴란드 동부 국경검문소들을 돌며 피란민을 위해 연주하고 있다. 마르텔로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 만나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음악으로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영하 5도의 날씨에 손은 얼어붙고 맑은 콧물이 흘러내렸지만 열정적인 연주는 계속됐다. 그는 “이번 곡은 평화를 생각하면서 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는)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피란민들은 그를 ‘국경의 피아노맨’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독일 남서부 뢰어라흐의 이탈리아계 독일인 가정에서 태어난 마르텔로 씨는 중부 튀링겐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한동안 일반적인 피아노 연주회에 서던 그는 어느 날 TV에서 전쟁 참상을 겪는 사람들을 보며 결심했다. 전쟁과 재난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해 연주해야겠다고. 그는 그랜드피아노를 야외 어디서나 연주할 수 있도록 개조하고 스피커와 앰프 같은 전기장비도 부착했다. 이후 이 피아노를 트레일러에 싣고 상실감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모인 곳을 찾아다녔다. 2012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연주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하고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사이에 내전이 발생한 동부 돈바스 지역을 돌며 피아노를 쳤다. 130명이 숨진 2015년 파리 연쇄 테러, 2020년 경찰 과잉 진압으로 숨진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시위 현장에서도 연주했다. 그 과정에서 군인이나 경찰에게 피아노를 압수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의 연주 활동이 계속되자 유럽의회는 “인류애와 협력 같은 공동의 가치 증진에 공헌하고 있다”며 그에 대한 지지를 공식 표명했다. ‘너무 위험한 곳만 골라 연주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내 삶의 목표는 음악으로 마음이 아픈 사람을 치유하는 것이다. 내일 또 다른 국경검문소에서 보자”고 했다. 메디카=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