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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7월 8일 새벽 3시 반경. 당시 프로야구 OB(현 두산)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성근 감독은 대구 방문 일정 도중 ‘투수 박상열이 물에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됩니다. 박상열은 1984년 12승(7패)을 따낸 팀의 주축 투수였지만 이해에는 시즌 중반까지 3승(3패)에 머물고 있던 상태. 때마침 아들을 얻기도 한 박상열은 득남도 자축할 겸 울적한 기분도 해소할 겸 동료들과 어울려 새벽까지 수성못 인근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박상열은 그해 신인 김영신에게 수성못 안에 있는 바위까지 누가 헤엄 쳐서 먼저 갔다 오는지 내기를 하자고 제안합니다. 수영을 잘 못하던 김영신이 머뭇거리자 박상열은 “내가 해병대 출신이다. 물에 빠지면 건져 주겠다”고 큰소리쳤습니다. 결국 둘은 팬티까지 모두 벗고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죠. 그런데 김영신이 한참 헤엄을 치다 포기하고 돌아와보니 박상열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옷은 벗어둔 자리에 그대로 있던 상태. 김영신은 애타게 “상열이 형! 상열이 형!”하고 불렀지만 메아리조차 없었습니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자 김영신은 구단 프런트 직원에게 연락했습니다. 이때가 새벽 2시경. 그 뒤 프런트 직원들까지 동원해 1시간 반 동안 수성못 근처를 뒤졌지만 끝애 박상열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김 감독에게까지 보고를 했던 것. 김 감독은 숙소에 있던 선수들을 모두 깨워 ‘유명을 달리한’ 박상열의 시신을 한 시간 넘게 애타게 찾았습니다. 먼동이 터오던 새벽 4시 40분경 누군가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찾았다!” 박상열을 찾은 곳은 수성못이 아니라 숙소였습니다. 술에 취한 박상열이 자기 방이 아니라 다른 선수 침대 밑에 발가 벗은 채 시체처럼 곯아떨어져 있었던 것.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김 감독은 박상열에게 “곧바로 짐을 사서 2군으로 내려가라”고 소리쳤습니다. 이상은 고 이종남 야구 전문기자가 펴낸 책 ‘사람 좋으면 꼴찌’에 들어 있는 내용을 정리한 것. 그래도 김 감독 눈에 박상열이 아주 내칠 만큼 싫지는 않았는지 둘은 지난해까지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습니다. ‘수성못 익사 사건’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듬해 김영신이 정말 물에 빠졌을 때는 박상열이 그를 구해주지 못했습니다. 1986년 8월 16일자 동아일보는 “OB 베어스 소속 김영신 선수(당시 26)가 익사체로 떠내려오는 것을 육군 초병이 발견, 인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는 계속해 “경찰은 사체 검안 결과 김 선수가 14일 오후 4시경 익사했으며 더위를 피해 혼자 한강에 나갔다가 급류에 휘말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단, 이 기자는 같은 책에서 “김영신이 (성적 비관을 이유로) 한강에 스스로 몸을 던졌다”고 썼습니다. 김영신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국가대표로 뽑히는 등 유망주로 손꼽히던 포수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OB는 ‘포수 사관학교’라고 불릴 만큼 좋은 포수가 많았습니다. 김경문(59·현 NC 감독), 조범현(57·전 kt 감독) 등 당대를 대표하는 포수들이 주전 경쟁을 벌이는 통에 김영신을 출전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김영신은 2년간 22경기에 나서 타율 0.156에 2타점을 기록한 게 전부였습니다. OB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의미에서 등번호 54번을 영구결번 처리했습니다. 이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첫 번째 영구 결번 사례입니다. 동아일보 기사에서 ‘영구결번’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김영신이 처음이었습니다. LG에서 9일 이병규(43)가 썼던 등번호 9번을 영구결번으로 만들면서 이제 프로야구에 영구 결번은 총 13개가 됐습니다. 영구결번은 역사에 영원히 남을 만큼 대단한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팀이 선물하는 최고의 영예. 그래서 나머지 영구결번 열 두 번 모두 기쁨과 훨씬 더 가깝지만 첫 번째만은 유독 슬픔과 맞닿아 있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그녀의 발’은 참 예뻤다. 새까맣게 탄 종아리와 대비돼 더욱 희게 빛났던 그 발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국민에게 희망의 상징이 됐다. 그 발 주인공은 박세리(40)였다. 무대는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이 열린 미국 위스콘신주 블랙울프런 골프장. 당시 스물 한 살의 박세리는 전날 열린 4라운드까지 동갑내기 제니 추아시리폰(미국)과 나란히 6오버파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쳤고, 대회는 연장 라운드로 이어졌다. 7월 7일 열린 연장전도 최종 18홀까지 두 선수는 동타였다. 18번홀(파4). 박세리가 티샷한 공은 왼쪽으로 감기면서 워터 해저드(연못) 바로 옆 경사면 러프에 아슬아슬하게 걸렸다. 오른손잡이 박세리로서는 정상적인 스탠스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럴 때는 ‘언플레이어블(unplayable)’을 선언하고 1벌타를 받는 게 상식. 하지만 박세리는 양말을 벗고 연못으로 들어갔다. 연못 안에서 친 공은 페어웨이에 안착했고, 박세리는 이번에도 추아시리폰과 함께 18번홀을 보기로 마쳤다. 이제 누구든 한 홀만 앞서면 우승하는 ‘서든 데스’에 돌입했다. 승부가 갈린 건 92번째로 맞은 11번 홀(파4). 둘 모두 투 온에 성공한 뒤 추아리시폰이 먼저 퍼팅한 공이 홀 왼쪽으로 비켜가면서 60㎝를 지나쳤다. TV 중계를 지켜보던 모두가 숨을 죽였다. 박세리가 홀컵 5m 거리에서 친 공은 홀 컵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박세리가 이날만 5시간이 걸린 혈전을 끝내는 순간이었다. 같은 해 5월에 열린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했던 박세리는 이날 우승으로 LPGA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를 2연패한 신인 선수가 됐다. 그는 펑펑 울면서도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당시 현지 중계진은 “이제 박세리의 방에는 우승 트로피를 쌓아둘 선반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했다. 박세리가 남긴 발자취는 LPGA에서 따낸 우승 트로피 25개 그 이상이었다. 그가 양말을 벗는 장면은 가수 양희은 씨의 노래 ‘상록수’와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공익광고가 됐다. 당시 박세리는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뛰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44)와 함께 한국 국민에게 따뜻한 위안을 주는 존재였다. 1998년 7월 7일 박세리의 그 흰 발은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상록수’)”라고 희망을 노래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설마 아직도 ‘탕진잼’이라는 말 못 들어보신 거 아니죠? ‘먼지잼’은 아시나요? 탕진잼의 ‘잼’은 재미를 줄인 말. 고단한 일상 속에서 몇 천 원 정도 쯤 탕진하면서 위안을 얻는 재미를 뜻합니다. 그러면 먼지잼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청소하는 재미일까요? 아닙니다. 먼지잼에서 잼은 ‘재우다’를 줄인 말입니다. 먼지를 재울 수 있을 만큼, 그러니까 겨우 먼지나 날리지 않을 정도로 조금 내리는 비가 바로 먼지잼입니다. 이렇게 비 종류를 나타내는 ‘토박이말(순우리말)’을 살펴보겠습니다. 제일 유명한 건 역시 ‘소나기’. 문자 그대로 ‘지나가는 비’입니다. ‘소낙비’ 역시 소나기와 같은 표준어니 공식 문서 같은 곳에 쓰셔도 됩니다. 안개하고 소리가 비슷한 ‘는개’는 ‘안개비보다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를 뜻합니다. 빗줄기 굵기로 따지면 안개비가 제일 얇고, 그다음으로 는개- 이슬비- 가랑비 순서입니다. 가랑비가 바람 없이 조용하게 내리면 보슬비가 됩니다. 같은 사전에 따르면 ‘보슬거린다’는 말 자체가 ‘눈이나 비가 가늘고 성기게 조용히 내린다’는 뜻입니다. 부슬비는 보슬비의 큰말입니다. 빗줄기가 제일 굵은 장대비가 오래도록 쏟아지는 장마를 예전에는 ‘오란비’라 불렀습니다. ‘오래다’의 옛말이 ‘오라다’였거든요. 장마 중에는 ‘건들장마’도 있습니다. 건들장마는 ‘초가을에 비가 오다가 금방 개고 또 비가 오다가 다시 개고하는 장마’를 뜻합니다. 사람이 무게 없이 행동하는 걸 건들거린다고 하잖아요? 가볍게 땅을 건드린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초가을에 선들선들 부는 바람 이름도 ‘건들바람’입니다. 오란비와 건들장마 사이에 내리는 비는 ‘잠비’라고 합니다. 한창 농번기지만 비를 핑계로 잠자기 좋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건들장마가 지나면 ‘떡비’가 내립니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비 온 김에 떡을 해 먹으며 쉴 수 있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죠. 애주가에게 떡이 있는데 술이 빠지면 서운한 법. 농한기에 내리는 겨울비는 그래서 ‘술비’입니다. 장마가 끝나고 내리는 비 중에는 얼핏 비속어처럼 들리는 ‘개부심’도 있습니다. ‘장마로 큰물이 난 뒤, 한동안 쉬었다가 다시 퍼붓는 비’라는 뜻입니다. 개부심은 명개를 부시어 낸다는 의미인데요, 표준국어대사전에선 ‘흙탕물이 지나간 자리에 앉은 검고 고운 흙’이라고 풀이합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서울 광화문에는 여우볕이 끝나고 다시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집니다. 여우비가 볕이 든 상태로 잠깐 내리를 비를 뜻하는 것처럼 여우볕은 비나 눈이 오는 날 잠깐 나는 볕을 뜻합니다. 여러분이 계신 곳 날씨는 어떤가요? 탕진잼으로 겨우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여러분 마음 속에도 혹시 비가 오고 있나요? 혹시 그렇다면 적어도 이 ‘불금(불타는 금요일)’만큼은 그 비가 먼지잼으로 끝나길 기원해 봅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위에서는 온도차가 극명합니다. 한국에서는 평창 겨울올림픽 때 단일팀을 꾸리는 등 남북한 사이에 스포츠 교류를 늘리자며 구애하고 있지만 북한에서는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남북관계를 체육으로 푼다는 건 천진난만하기 짝이 없다”고 발언하는 등 냉담하기만 합니다.그러면 아래는 어떨까요? 그러니까 실제로 경기장에서 같이 땀 흘리는 남북한 선수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적어도 지난달 중국 저장(浙江)성 타이저우(台州)시에서 막을 내린 차이니즈컵 국제정구대회 때는 ‘훈훈’ 그 자체였습니다.사건(?)이 생긴 건 대회 마지막날인 지난달 23일이었습니다. 북한 대표 서재일(18)이 남자 단식 8강에 출전했는데 다리에 쥐가 나서 쓰러지고 또 쓰러져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예산 문제 등으로 12개국이 참가한 이 대회에 트레이너를 파견하지 않았던 상태. 서재일이 통증이 너무 심해 코트에 주저 앉자 제일 먼저 달려간 건 한국 대표팀 이재성 트레이너였습니다. 이 트레이너는 경기가 모두 끝날 때까지 서재일을 돌봤습니다.이 대회에 한국 여자 대표팀을 이끌고 다녀온 유영동 감독은 “관중석에서 이 트레이너가 북한 선수 쪽으로 뛰어가는 걸 보는데 속에서 뭔가 뭉클한 게 올라오더라. 나중에는 관중석에 있는 우리 선수들이 전부 울면서 북한 선수를 응원했다”며 “그렇게 계속 통증을 느낄 정도면 기권할 법도 한데 북한 선수도 한국 팀에서 도움을 받았으니 끝까지 버틸 수 있던 것 같다. 결국 3-4로 패했지만 참 아름다운 장면이었다”고 전했습니다.북한 동생이 경기에서 패했으니 이제 한국 형이 나설 차례. 김태민(21·충북대)은 8강에서 서재일을 꺾은 첸쭝원(대만)을 4-3으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고 결국 이 대회 정상에 올랐습니다. 유 감독은 “첸쭝원은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을 노릴 정도로 기량이 뛰어난 선수다. 당연히 이번 대회서도 우승 후보 1순위였다. 김태민이 이런 선수를 꺾으면서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세워준 느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한번 맺은 인연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유 감독은 “윤용철 북한 코치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20년 전에 아시아선수권에서 맞붙었던 거 같더라. 그래서 ‘너 용철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형님이 살이 많이 쪄서 긴가민가해서 말을 못 붙이고 있었다’고 하더라”며 웃었습니다. 따로 묻지는 않았지만 그날 호텔방에 남북한 지도자가 나눠 마신 소주병이 적잖이 쌓이지 않았을까요?‘윗분’들이 어떻게 판단하고 움직이든 국제 대회가 있을 때마다 물밑에서는 이렇게 일상적인 만남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꼭 남북 단일팀을 꾸리겠다는 명분에 집착하기보다 이렇게 일상적인 접촉을 늘려가는 게 진짜 스포츠 교류 아닐까요?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프랑스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1905∼1980)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태어나서(Birth) 죽을 때(Death)까지 어떤 선택(Choice)을 내리는지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는 뜻이다. 29일 메이저리그 데뷔 경기에서 결승 홈런을 친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의 인생에도 몇 번이나 ‘C’가 찾아왔다. 황재균은 이날 1번을 새긴 유니폼을 입고 안방 AT&T파크에서 콜로라도(Colorado)를 상대로 선발 5번 타자 겸 3루수로 빅리그 신고식을 치렀다. 4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투수 앞 땅볼로 메이저리그 데뷔 첫 타점을 올린 황재균은 6회말 타석에 들어서 카일 프리랜드(24)가 던진 빠른 공(시속 145km)을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황재균의 빅리그 첫 안타이기도 한 이 홈런은 3-3 동점에서 샌프란시스코가 4-3으로 앞서 가는 클러치(Clutch) 홈런이었다. 황재균은 이 홈런으로 1939년 톰 헤이피(1913∼1996)에 이어 데뷔전에서 홈런을 친 구단 역사상 두 번째 3루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샌프란시스코가 결국 5-3 승리를 거두면서 이 홈런은 결승 홈런이 됐다. ○ Chance(우연) 팀을 떠나려고 했던 황재균의 운명을 바꾼 건 백업 내야수 코너(Conor) 길래스피(30)였다. 부상자명단(DL)에 있던 그가 복귀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고 판단한 황재균은 옵트아웃(Opt-out)을 통해 자유계약선수(FA) 선언을 하려고 했다. 그때 길래스피가 다시 DL에 오르면서 황재균은 빅리그에서 호출을 받았다. 황재균이 2007년 프로야구 현대에서 처음 주전 자리를 꿰찬 것도 우연 때문이었다. 당시 현대 붙박이 유격수는 지석훈(33·현 NC)이었다. 그때 현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시진 감독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석훈이 주전 유격수”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타율이 0.176밖에 되지 않던 지석훈은 김 감독을 찾아가 “타격 연습을 좀 더 할 수 있게 제발 2군(현 퓨처스리그)으로 보내 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이때 대신 1군 무대에 올라온 선수가 황재균이었다. 황재균은 타율 0.300으로 시즌을 마치면서 눈도장을 받았다. 그 후 팀이 넥센으로 바뀌고, 포지션을 3루수로 바꾼 다음에도, 또 롯데로 트레이드된 뒤에도 황재균은 주전을 놓치지 않았다. ‘Chance’는 ‘기회’라는 뜻이기도 하다.○ Challenge(도전) 황재균이 국내 무대에서 또래 중 가장 독보적인 3루수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최정(30·SK)이 있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서로 다른 진로를 선택했다. 2014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최정은 4년 총액 86억 원에 SK에 잔류했지만, 황재균은 마이너리그에만 머물 수도 있는 계약 조건을 받아들였다. 메이저리그에 갔을 때 최고 보장액도 310만 달러(약 32억 원)밖에 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을 쳐보고 싶다”는 게 그가 도전을 선택한 이유였다. 황재균은 이날 홈런으로 꿈 하나를 이뤘다. 황재균의 도전정신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인지 모른다. 황재균의 어머니 설민경 씨(57)는 안성여고 시절까지 정구 선수로 뛰었지만 농협(현 NH농협은행) 입단 후 테니스로 종목을 바꿨다. 그 후 종목 변경 4년 만인 1982년 뉴델리 아시아경기에서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재균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어머니의 뒤를 이어 야구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제 어머니의 뒤를 따르고 있는 아들이 빅 리그에서도 꿈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야구 삼성 외국인 투수 페트릭(28·사진)에게 2017년 6월 29일이 영원히 잊지 못할 날이 됐다. 페트릭은 이날 광주구장에서 안방 팀 KIA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2이닝 동안 14점을 내줬다. 이로써 페트릭은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한 경기에서 점수를 가장 많이 내준 선발 투수가 됐다. 이 14점이 모두 자책점이었기 때문에 페트릭은 선발 투수 최다 자책점 기록도 새로 썼다. 이전까지는 KIA 한기주(30)가 지난해 5월 6일 넥센을 상대로 13자책점을 내줬던 게 선발 최다 자책점 기록이었다. 14실점 및 자책점은 페트릭 본인에게도 프로에서 가장 많이 내준 점수다. 페트릭이 2012년 세인트루이스 산하 루키 팀을 통해 프로 무대에 데뷔한 뒤 한 경기에서 9점 이상을 내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에서 뛰던 지난해에는 8월 한 달 동안 기록한 전체 자책점이 14점이었다. 페트릭은 이날 3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5연속 안타를 맞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KIA 타선은 바뀐 삼성 투수 권오준을 상대로도 세 타자가 연속 안타를 때려내며 프로야구 역대 최다 연속 타자 안타 기록(8타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운명의 날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사진)은 다음 달 2일까지 구단에서 메이저리그로 ‘발령’ 내지 않는다면 팀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날은 황재균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첫날이다. 황재균은 지난겨울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하면서 6월 말까지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하면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옵트 아웃(opt out)’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켰다. 샌프란시스코 현지 언론에서는 황재균이 직접 이 옵션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황재균이 이렇게 마음을 굳힌 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더 이상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3루수 두 명을 메이저리그 현역 로스터에 포함시켰지만 황재균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는 황재균과 같이 마이너리그 AAA팀 새크라멘토에서 뛰던 3루수 유망주 라이더 존스(23)를 25일 메이저리그로 불러올렸다. 전날에는 3루 수비가 가능한 백업 내야수 코너 길라스피(30)도 부상자명단(DL)에서 복귀시켰다. 그렇다고 구단이 황재균을 차별 대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존스는 AAA 53경기에서 OPS(출루율+장타력) 0.944를 기록했다. 양준혁(48)이 프로야구에서 18년 동안 뛰면서 남긴 OPS가 0.950이다. 황재균은 같은 날까지 OPS가 0.799로 존스보다 0.145 뒤졌다. 한국에서는 최익성(45)이 통산 OPS 0.799로 은퇴했다. 양준혁과 최익성 중에 한 명을 고르라고 한다면 양준혁을 선택하는 구단이 더 많을 게 당연한 일. 나이까지 어리다면 낙점받을 확률도 자연스레 올라간다. 길라스피도 메이저리그 8년 차 선수이기 때문에 황재균보다 경험에서 앞선다. 황재균이 실제로 FA가 된다면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 구단의 유니폼도 입을 수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류현진(30·LA 다저스)이 29일 ‘고속도로 시리즈’에서 시즌 4승에 도전한다. 고속도로 시리즈는 로스앤젤레스(LA)에 연고를 둔 메이저리그 구단 다저스와 에인절스의 라이벌전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두 팀 안방 구장을 미국 5번 고속도로(I-5)가 연결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다저스와 에인절스는 27일부터 30일까지 4연전을 치른다. 첫 두 경기는 다저스 안방에서 치르고, 다음 두 경기는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치르는 방식이다. 류현진이 등판하게 될 29일 경기는 전체 4연전 중 세 번째, 에인절스 안방에서 열리는 첫 번째 경기다. 원래 선발 등판 순서만 따지면 류현진은 28일 등판이 유력했다. 그러나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마에다 켄타(29)에게 한번 더 선발 등판 기회를 주기로 하면서 류현진의 등판 일정이 하루 밀렸다. 마에다는 최근 세 경기에서 10이닝 동안 2실점(평균자책점 1.80)으로 호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류현진은 닷새를 쉬고 등판하기 때문에 큰 무리가 되는 건 아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동안 5일 쉬고 등판했을 때 평균자책점이 3.33으로 나흘 휴식 때 3.67보다 더 좋았다. 에인절스는 류현진이 유독 강한 팀이기도 하다. 류현진은 2013년 5월 29일 첫 맞대결 때 완봉승을 거뒀고, 2014년 8월 8일에도 7이닝 무실점 승리를 따냈다. 에인절스 상대 피안타율도 0.088밖에 되지 않는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모범생 이미지가 강한 로저 페더러(36·스위스·세계랭킹 5위·사진)가 올해는 도박을 선택했다. 클레이 코트 시즌을 건너뛰면서 통산 7번 우승한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 다걸기(올인)하는 전략을 세웠다. 페더러가 다음 달 3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올해 대회에서도 우승하면 피트 샘프러스(46·미국·은퇴)를 제치고 프로 테니스가 출범한 1968년 이후(오픈 시대) 윔블던 남자 단식 최다 우승자가 된다. 페더러는 1월 끝난 호주 오픈(하드 코트)에서 2012년 윔블던 이후 4년 반 만에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하드 코트 시즌 마지막 대회인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마이애미 오픈 챔피언 역시 페더러였다. 그러나 이 대회가 끝난 4월 2일 이후 페더러는 두 달 넘게 테니스 코트에서 자취를 감췄다. 프랑스 오픈을 포함해 클레이 코트 시즌을 통째로 건너뛴 것이다. 페더러가 이런 선택을 한 건 지난해 수술 받은 왼쪽 무릎 보호 때문이다. 윔블던이 열리는 잔디 코트에서는 공이 낮고 빠르게 굴러 무릎을 많이 굽혔다 펴야 한다. 자연스레 무릎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클레이 코트에서는 페더러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라파엘 나달(31·스페인·2위)을 꺾기가 힘들다. 30대 중반을 넘긴 페더러가 아예 휴식을 선택한 이유다. 코트를 떠나 있으면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게 당연한 일. 이 역시 모범생 캐릭터 페더러에게는 문제 될 게 없었다. 페더러는 25일 독일 할레에서 막을 내린 게리베버 오픈(잔디 코트)에서 우승하며 물 오른 컨디션을 자랑했다. 지난주 슈투트가르트 오픈 때 1회전에서 탈락한 아쉬움을 달래는 우승이었다. 지난해 12월 괴한이 휘두른 칼에 왼손 신경을 찔린 왼손잡이 페트라 크비토바(27·체코·16위)도 이날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아혼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윔블던 정상 복귀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갔다. 크비토바는 2011년과 2014년 윔블던 챔피언 출신이다. 한편 윔블던 본선 진출권이 있는 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21·한국체대·54위)은 왼쪽 발목을 다쳐 대회에 불참하기로 했다. 대신 이덕희(19·서울시청·145위)와 권순우(20·건국대·189위)가 26일 시작하는 예선에 출전해 본선 진출을 노린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최정(30)-최항(23·이상 SK) 형제가 나란히 1군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프로야구 SK는 25일 문학 kt전을 앞두고 선발 라인업에 최항을 8번 타자 겸 1루수로 적어 넣었다. 최항은 원래 육성선수(옛 연습생) 신분이었지만 이날 정식선수가 되면서 1군 무대에 올라 왔다. 2012년 프로야구에 데뷔한 최항이 1군 경기에 출전하는 것도 이날이 처음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1회초 수비 때 kt 1번 타자 이대형(34)이 3루수 앞 땅볼을 치면서 SK 주전 3루수인 형(최정)이 공을 잡아 동생에게 전달했다. 최항은 이날 1회초에 뜬공 수비에서 실책을 저지르면서 3실점 빌미를 제공했지만 1-4로 뒤진 2회말 2사 2루에 들어선 데뷔 첫 타석에서 적시 2루타를 때려내며 실수를 만회했고, 다음 타자 김성현(30)의 우전안타 때 홈을 밟으며 승부를 1점차로 좁혔다. 이제 형이 나설 차례. 3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최정은 시즌 26호 홈런을 날리면서 4-4 균형을 맞췄다. 형의 이 한 방으로 동생의 실수까지 하늘 높이 사라져 버렸다. 한편 이날 NC는 나성범의 만루홈런으로 KIA에 9-6 역전승을 거두고 올 시즌 처음으로 KIA와 공동 1위가 됐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로사리오(28·한화)가 프로야구 역대 세 번째로 4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16일 수원구장에서 kt를 상대로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로사리오는 1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낸 뒤 이후 네 타석에서 잇달아 홈런을 날렸다. 로사리오는 한화가 4-0으로 앞선 2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kt 선발 주권(22)을 상대로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어 5회에는 선두 타자로 나와 정대현(26)을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며 7-2로 점수 차이를 벌렸다. 로사리오가 올해 26번째로 연타석 홈런을 친 타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지난해부터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기 시작한 로사리오 개인 기록으로는 4번째 연타석 홈런이었다. 한번 불붙은 로사리오의 방망이는 식을 줄 몰랐다. 한화가 8-10으로 역전당한 6회초 1사 1, 3루 상황에서 이날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선 로사리오는 배우열(31)을 상대로 130m짜리 홈런을 치면서 한국 무대 데뷔 첫 3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3연타석 홈런은 35년이 넘는 프로야구 역사에서도 47번밖에 나오지 않은 기록. 올해 3연타석 홈런을 친 건 로사리오가 처음이다. 대기록을 완성한 건 7회초였다. 로사리오는 7회초 1사 상황에서 강장산(27)이 던진 시속 143km짜리 빠른 공을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한화가 15-10으로 앞서가는 홈런이었다. 단, 15-14로 쫓긴 9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는 1루수 앞 병살타를 치면서 프로야구 첫 번째 5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는 데는 실패했다. 로사리오 이전에 4연타석 홈런을 친 선수는 박경완(45·당시 현대)과 나바로(30·당시 삼성) 두 명뿐이다. 한 경기에서 4연타석 홈런을 친 건 박경완과 로사리오뿐이다. 박경완은 2000년 5월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4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나바로는 2014년 6월 20, 22일 두 경기에 걸쳐 마산에서 NC를 상대로 4연타석 홈런을 날렸다(21일 경기는 비로 취소). 한 경기에서 홈런 네 방을 친 건 로사리오가 역대 네 번째로 역시 리그 통산 최다 타이 기록이다. 한편 한화 선발 배영수는 1회말 kt 이대형(34)과 이진영(37)을 연속해 범타로 처리하며 프로야구 역대 6번째로 2000이닝을 소화한 투수가 됐다. 배영수도 이진영의 기록 수립을 도왔다. 이진영은 데뷔 후 2000번째로 출장한 이 경기에서 5회말 배영수로부터 2루타를 뽑아내며 역대 10번째로 2000안타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 경기 후 로사리오는 “처음 기록한 4연타석 홈런이라 너무 기쁘다. 가족들 앞에서 홈런을 칠 수 있어 더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이 경기는 한화가 15-14로 이겼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건강한 황제를 막아설 자는 없었다. ‘클레이 코트의 황제’ 라파엘 나달(31·스페인·세계랭킹 4위)이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라 데시마(La Decima)’에 성공했다. 라 데시마는 ‘10번째 (우승)’를 뜻하는 스페인어다. 나달은 12일 프랑스 파리 인근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스타니슬라스 바브링카(32·스위스·3위)에게 3-0(6-2, 6-3, 6-1) 완승을 거두고 프랑스 오픈에서만 10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오픈 시대(프로 선수 출전을 허용한 1968년 이후) 들어 특정 메이저 대회에서 두 자릿수 우승을 차지한 건 남녀 선수를 통틀어 나달이 처음이다. 2014년 프랑스 오픈 이후 3년 만에 메이저 대회 정상에 복귀한 나달은 “(3회전을 앞두고 기권했던) 지난해에는 개막 전부터 경기를 못할 만큼 왼쪽 팔목이 아팠지만 다른 대회가 아니라 프랑스 오픈이라 참가했다. 드디어 라 데시마를 이뤄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은 나달의 메이저 대회 15번째 우승이기도 하다. 이로써 나달은 어깨를 나란히 하던 피트 샘프러스(46·미국·은퇴)를 앞질러 프로 테니스 역사상 두 번째로 메이저 대회 우승을 많이 한 남자 선수가 됐다. 1위는 18승을 기록 중인 로저 페더러(36·스위스·5위)다. 나달은 올해 6경기에서 모두 3-0 완승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프랑스 오픈에서 통산 79승 2패(승률 0.975)를 기록하고 있다. 클레이 코트 통산 승률은 0.917(389승 35패). 통산 73승을 기록한 나달은 이 중 53번을 클레이 코트 대회에서 차지했다. 붉은 벽돌 가루를 깐 클레이 코트는 마찰이 심해 공이 느리고 높게 튄다. 이 때문에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가 유리하다. 어릴 때부터 주로 클레이 코트에서 연습한 나달은 ‘괴물(beast)’이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체력을 바탕으로 코트 전체를 커버하면서 상대가 지쳐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게 특기다. 나달 본인은 분당 회전수(RPM) 4000이 넘는 포핸드 스트로크를 구사해 마찰력을 줄이기 때문에 상대 선수가 더 애를 먹는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한마디로 모든 게 빨라요. 말도 빨리 하고, 걸음도 빨리 걷고, 공도 빨리 칩니다.” 2017 프랑스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 챔피언 옐레나 오스타펜코(20·라트비아·세계랭킹 47위·사진)를 지도하고 있는 아나벨 메디나 가리게스 코치(35)는 신데렐라로 떠오른 제자를 이렇게 소개했다. 오스타펜코는 11일 프랑스 파리 인근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시모나 할레프(26·루마니아·4위)에게 2-1(4-6, 6-4, 6-3) 역전승을 거뒀다. 코치 말처럼 2014년 윔블던 주니어 챔피언 출신 오스타펜코는 한번 마음먹으면 모든 게 빠르다. 오스타펜코는 라트비아 테니스 선수로는 처음 메이저 대회 결승에 진출해 우승까지 차지했다. 메이저 대회를 떠나 그가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에서 우승한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다. 빠른 만큼 예측하기도 어렵다. 오스타펜코는 32번 시드를 받은 지난해 대회 때는 1회전에서 탈락했지만, 시드 배정을 받지 못한 올해는 챔피언이 됐다. 이번 우승으로 오스타펜코는 오픈 시대(프로 선수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들어 시드 배정을 받지 못하고도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첫 번째 선수가 됐다. 빠른 만큼 성격도 시원시원하다. 축구 골키퍼 아버지와 테니스 코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스타펜코는 어릴 적에 댄스스포츠 선수로도 활약했다. 그가 결국 테니스를 선택한 이유는 “성적이 더 잘 나왔기 때문”이다. 오스타펜코는 “요즘도 틈날 때마다 열심히 삼바 춤을 춘다. 삼바는 코트 위에서 발놀림을 가볍게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대신 사흘 전까지 10대 소녀였던 만큼 비밀은 많다. 라이몬즈 베요니스 라트비아 대통령조차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지 못해 어머니를 통해 축하 인사를 건넸을 정도다. 오스타펜코는 “지금도 대통령께 내 번호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며 웃었다. 반면 할레프는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과 함께 생애 처음으로 랭킹 1위에 오를 기회를 모두 놓쳤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추추 트레인’ 추신수(35·텍사스·사진)가 시즌 8호 홈런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로 안타를 많이 친 아시아 선수가 된 걸 자축했다. 추신수는 11일 미국 워싱턴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팀이 1-3으로 뒤진 9회초 선두 타자로 나서 워싱턴의 마무리 투수 코다 글러버(24)가 던진 시속 142km짜리 체인지업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이 홈런은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때려낸 1253번째 안타였다. 이로써 추신수는 마쓰이 히데키(43·은퇴)와 메이저리그 아시아 타자 최다 안타 공동 2위로 올라섰다. 1위는 이날 현재 3044안타를 기록 중인 스즈키 이치로(44·마이애미)다. 텍사스는 추신수의 홈런을 도화선 삼아 9회초에 3-3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한 뒤 연장 11회초에 6-3으로 경기를 뒤집어 이겼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무결점’이라던 선수가 이렇게 갑자기 몰락할 수 있을까. 6년 만에 남자 테니스 ‘톱2’에서 물러나는 노바크 조코비치(30·세르비아·세계랭킹 2위·사진) 이야기다. 조코비치는 7일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8강전에서 도미니크 티엠에게 0-3(6-7, 3-6, 0-6)으로 완패했다. 조코비치가 메이저 대회에서 이날 3세트 때처럼 베이글 세트(0-6)로 패한 건 2005년 호주오픈 1라운드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패배로 조코비치는 다음 주 랭킹 발표 때 대회 4강에 오른 라파엘 나달(31·스페인·3위)에게 2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조코비치가 랭킹 3위 이하로 떨어지는 건 2011년 3월 21일 2위로 올라선 뒤 289주 만에 처음이다. 조코비치는 2015년 윔블던부터 지난해 프랑스오픈까지 4대 메이저 대회에서 차례로 모두 우승했다. 소위 ‘노바크 슬램’이라고 불리는 이 기록을 달성할 때만 해도 조코비치 전성시대가 금방 끝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윔블던 3회전에서 탈락할 때만 해도 대기록 달성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 바로 다음 메이저 대회였던 US오픈에서 준우승하며 건재를 과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호주오픈 2회전에서 탈락하고, 프랑스오픈에서도 8강에 그치면서 조코비치의 하락세를 부인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그를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로 만들어준 백핸드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프랑스오픈 유럽 지역 중계를 맡고 있는 ‘유로스포츠’는 “조코비치가 공을 따라가지 못해 백핸드로 공에 제대로 회전을 걸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프랑스오픈 때는 조코비치가 백핸드로 때린 공 중 20%가 분당 회전수(RPM) 2000을 넘었는데 올해 호주오픈 때는 2%로 줄었다”고 분석했다.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앤드리 애거시(47·미국)를 코치로 영입했다고 발표했지만 애거시는 대회 2주 차가 시작되자 대회장을 떠났다. 추락을 막아줄 브레이크를 찾지 못한다면 조코비치의 하강 곡선은 자칫 더 가팔라질 수도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정진호(29·두산)가 프로야구 역대 23번째 사이클링 히트(한 경기에서 타자가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때려내는 일) 주인공이 됐다. 정진호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삼성을 상대로 2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최근 주전 우익수로 나서던 박건우(27)가 햄스트링으로 빠진 자리에 6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정진호가 대신 들어선 것. 박건우의 부상이 이 경기 전까지 타율 0.233(43타수 10안타)을 기록 중이던 정진호에게 행운의 대기록을 선물한 셈이 됐다. 정진호도 이날 경기 후 “(박)건우에게 제일 고맙다”며 웃었다. 정진호는 1회 첫 타석부터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치며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이어 2회말에는 가장 치기 어렵다는 3루타를 때리는 데 성공했다. 정진호가 우중간으로 날린 타구를 잡으려 삼성 중견수 박해민(27)이 몸을 날렸지만 글러브에 닿지 않았고 그사이 정진호는 3루에 안착했다. 4회말 단타를 추가하며 사이클링 히트에 홈런만 남겨둔 정진호는 5회말 삼성 두 번째 투수 최충연(20)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면서 결국 대기록을 완성했다. 이날 정진호는 첫 타석부터 4연타석 내리 안타를 치면서 네 타석 만에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네 타석 만에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한 건 정진호가 여섯 번째지만 5회가 끝나기 전은 정진호가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처음이다. 정진호가 때린 홈런 공은 삼성 우익수 구자욱(24)이 챙겼다가 두산 더그아웃에 전달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기 전까지 이 사실을 미처 모르고 있던 정진호는 “구자욱이 원래부터 센스가 있는 친구다. 이번 3연전 때 밥 한 번 사주기로 했는데 아주 맛있는 걸로 사줘야겠다”고 말했다. 정진호가 5회말 때린 홈런은 두산이 7-7에서 9-7로 달아나게 하는 홈런이기도 했다. 두산이 이 점수 그대로 승리하며 이 홈런은 결승 홈런이 됐다. 정진호는 이날 7회말에도 단타를 추가하며 5타수 5안타 2타점 3득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정진호가 한 경기에서 안타를 4개 이상 친 적도 이날이 처음이다. 그렇다고 모든 게 좋기만 했던 건 아니다. 정진호는 팀이 3-1로 앞선 2회초 1사 1, 3루에서 삼성 이지영(31)이 때린 타구를 쫓다가 포구 위치를 놓치면서 동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정진호는 경기 후 “딱 맞는 순간부터 라이트 불빛에 공이 들어갈 것 같았는데 결국 그렇게 됐다. 왜 하필 이런 일이 일어나나 속상했다. 선발 투수 유희관(31) 선배에게 정말 미안했다”고 말했다. 올해 사이클링 히트를 친 건 넥센 서건창(28)에 이어 정진호가 두 번째다. 공교롭게도 서건창이 4월 8일 사이클링 히트를 칠 때 상대팀이 정진호의 소속 팀 두산이었다. 이날 정진호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 박건우 역시 지난해 6월 16일 사이클링 히트를 친 적이 있다. 두산(옛 OB 포함) 선수로서는 정진호가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다섯 번째 선수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정진호(29·두산)가 프로야구 역대 23번째 사이클링 히트(한 경기에서 타자가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때려내는 일) 주인공이 됐다. 정진호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삼성을 상대로 2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최근 주전 우익수로 나서던 박건우(27)가 햄스트링으로 빠진 자리에 정진호가 대신 들어선 것. 공교롭게고 박건우의 부상이 정진호에게 행운의 대기록을 선물한 셈이 됐다. 1회 첫 타석에서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친 정진호는 2회말 가장 치기 어렵다는 3루타를 때렸다. 정진호가 우중간으로 날린 타구를 잡으려 삼성 중견수 박해민(27)이 몸을 날렸지만 글러브에 닿지 않았고 그 사이 정진호는 3루에 안착했다. 4회 단타를 추가하며 사이클링 히트에 홈런만 남겨둔 정진호는 5회 삼성 두 번째 투수 최충연(20)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면서 결국 대기록을 완성했다. 올해 사이클링 히트를 친 건 넥센 서건창(28)에 이어 정진호가 두 번째다. 공교롭게도 서건창이 4월 8일 사이클링히트를 칠 때 상대팀이 정진호의 소속 팀 두산이었다. 이날 정진호에게 주전 우익수 자리를 내준 박건우도 지난해 6월 16일 사이클링 히트를 친 적이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첫 서브 성공률을 높여라.’ 클레이 코트 시즌을 마감하고 잔디 코트 시즌 준비에 들어간 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21·한국체대·세계랭킹 67위)이 풀어야 할 숙제다. 프랑스오픈에서 메이저대회 개인 최고 성적인 3회전 진출에 성공한 정현은 12일 네덜란드 세르토헨보스에서 열리는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리코오픈에서 올해 잔디 시즌을 시작한다. 잔디 시즌의 종착역은 다음 달 3일 개막하는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이다.○ 첫 서브는 공격이다 테니스는 서브권을 가진 선수에게 유리한 종목이다. 동아일보에서 2006년부터 올해 호주오픈까지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1만228경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선수가 자기 서비스 게임을 이길 확률은 73%다. 테니스에서 서브를 넣는다는 건 먼저 공격을 한 번 시도하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낳는 셈이다. 두 번의 서브 기회를 주는 테니스에서는 공격적인 첫 번째 서브에 성공해야 포인트를 따낼 확률이 높아진다. 첫 번째 서브를 실패한 뒤 두 번째 서브는 더블 폴트를 염려해 속도를 줄여 안정적으로 넣는 게 일반적이다. 자연스레 ‘서브=공격’이라는 공식도 두 번째 서브 때는 희미해지게 된다. ATP 홈페이지에 따르면 첫 서브에 성공했을 때 득점할 확률은 73%지만 두 번째 서브 때는 51.2%로 낮아진다. 당연히 점수를 따낼 확률이 올라갈수록 경기에서 승리할 확률도 높아진다. ○ 정현에게는 첫 서브가 더 중요 이번 프랑스오픈 때 정현은 이 차이가 더 심했다. 첫 서브에 성공했을 때 득점한 비율은 78.1%로 전체 평균(73%)보다 높았고, 두 번째 서브 때는 45.2%로 전체 평균(51.2%)보다 낮았다. 정현이 첫 번째 서브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정현이 이번 대회에서 승리한 8세트에서 첫 서브 성공률은 59.6%로 패한 4세트에서 기록한 50.8%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잔디 코트에서는 서브가 더 중요하다. 2006년부터 메이저 대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잔디 코트에서 열리는 윔블던 때 전체 득점 중에서 서브 에이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9.1%로 클레이 코트(프랑스오픈) 5.4%, 하드 코트(호주오픈, US오픈) 7.8%보다 높다. 잔디 코트에서는 그 표면의 마찰력이 약해져 공이 더 빠르게 굴러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테니스 선수들은 이런 성질을 활용해 잔디 코트에서 경기를 치를 때 강력한 서브를 넣은 직후 네트로 달려 나가 상대의 리턴을 바로 공격으로 연결시키는 ‘서브 앤드 발리’ 기술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피트 샘프러스, 로저 페더러도 서브 앤드 발리를 앞세워 윔블던 강자로 이름을 날렸다. 발리는 정현도 자신 있게 구사하는 기술이다. 정현은 데니스 이스토민(31·우즈베키스탄·80위)에게 3-0 완승을 거둔 이번 프랑스오픈 2회전 때 13차례 발리를 시도해 12번(92.3%) 성공시켰다. 강력하고 예리한 서브는 상대 리턴을 어렵게 만든다. 그만큼 결정적인 발리를 시도할 여지는 늘어난다.○ 낯선 잔디 코트 극복법 잔디 코트는 정현에게 낯선 무대다. 국내에서는 잔디 코트를 경험할 일이 거의 없다. ATP투어에서는 2015년 세 경기를 치러 1승 2패(승률 0.333)를 기록한 게 전부다. 정현은 이 세 경기에서 첫 서브 성공률 60%를 기록했다. 통산 13승 11패(승률 0.542)를 기록 중인 클레이 코트에서는 첫 서브 성공률이 6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첫 서브의 불안이 잔디 코트에서 약했던 이유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정현이 잔디 코트에서 아주 약하다고 볼 수는 없다. 정현은 2013년 윔블던에서 주니어 남자 단식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듬해에도 같은 대회에서 주니어 남자 4강에 올랐다. 올해 잔디 시즌에 이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가 첫 서브 성공률에 달렸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한국 선수 최초로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16강전 진출을 노렸던 정현(21·한국체대·세계랭킹 67위)의 행진이 멈췄다. 갑작스레 내린 비가 정현의 상승세를 꺾고 말았다. 정현은 4일 프랑스 파리 인근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계속된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3회전(32강전)에서 니시코리 게이(28·일본·9위)에게 2-3(5-7, 4-6, 7-6, 6-0, 4-6)으로 무릎을 꿇었다. 원래 이 경기는 3일에 시작됐지만 4세트 도중 비가 내려 일시 정지된 뒤 하루 뒤인 이날 열렸다. 정현은 게임 스코어 5-4로 앞선 1세트 열 번째 게임에서 40-30으로 세트 포인트를 잡았지만 승리를 확정하지 못하고 5-7로 역전패했다. 연달아 2세트까지 내주며 패배 위기에 몰린 정현은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3세트를 따내며 기사회생했다. 4세트 들어서는 정현이 3-0으로 앞서 가며 완전히 판세가 뒤바뀌었다. 그때 경기장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니시코리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라켓을 내팽개칠 만큼 흐름이 기운 상황이라 정현에게는 야속한 비였다. 정현은 4일 계속된 경기에서 4세트를 따내며 세트스코어 2-2를 만들었다. 그러나 정현은 5세트에서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지키지 못하고 패했다. 4세트 때 세 게임을 연달아 내주며 체력을 비축한 니시코리는 4-1까지 앞서 나갔다. 정현은 포기하지 않고 4-5까지 추격했지만 열 번째 게임 30-40 상황에서 더블 폴트를 저질러 승리를 놓쳤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확실히 뒤진다. 하지만 어떤 승부에서든 져도 잃을 게 없을 때는 배짱까지 잃을 필요는 없다. 3일 열리는 2017 프랑스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3회전에서 니시코리 게이(28·세계랭킹 9위)와 한일전을 치르게 된 정현(21·한국체대·67위) 이야기다. 두 선수가 맞붙는 것도,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에서 두 나라 선수가 맞붙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니시코리는 일본 테니스계가 사활을 걸고 만들어낸 ‘작품’에 가깝다. 니시코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라켓 장인이 니시코리 체형에 딱 맞게 만든 맞춤형 라켓을 들고 경기에 나섰다. 소니에서 테니스 장학금을 받았기에 가능한 ‘사치’였다. 니시코리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015년에는 역대 아시아 남자 선수 최고인 랭킹 4위에 올랐고,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는 남자 단식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그렇다고 니시코리보다 일곱 살 어린 정현이 벌써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0년 6월 첫째 주에 니시코리는 랭킹 246위밖에 되지 않았다. 그전까지 니시코리의 개인 최고 랭킹 역시 56위(2009년 2월)로 정현(51위)보다 낮았다. 단, 그때도 ‘큰 경기’에서는 니시코리가 강했다. 니시코리는 2008년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첫 우승을 기록했고, 그해 US오픈 3회전에서 당시 랭킹 4위 다비드 페레르(35)를 3-2로 물리치고 4회전(16강)에 진출하기도 했다. 정현은 아직 랭킹 10위 안에 드는 선수를 꺾은 적도 없고, 메이저 대회 3회전 진출도 이번이 처음이다. 정현은 “니시코리는 한번 꼭 맞붙어보고 싶은 상대였다.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기대되고 설레기도 한다. 경기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면 좋은 경기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니시코리는 “연습을 같이 해본 적도 없어 사실 잘 모르는 상대”라고 말했다. 이제 정현이 자기가 누군지 니시코리에게 확실히 알려줄 일만 남았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