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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인권’이란 말이 있다. 노인에게 환경은 인권을 넘어 ‘생명권’이다. 동아일보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어디에’ 기획 시리즈를 통해 노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환경을 취재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취재팀이 전문가 및 어르신들과 함께 다닌 도로와 인도, 대중교통, 공공시설 등 곳곳에는 노인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각종 위험요소가 산재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안에서 낙상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났다.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급속한 고령화 속에 ‘노인 친화 인프라 구축’은 향후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박두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건보공단 사무실에서 이를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김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고령사회 전문가다. 박 이사장은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로 통한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노인 인프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 이사장=우리나라에서 다쳐서 치료를 받는 사례가 연간 1300만 건에 이른다. 이 중 가정에서 다친 게 230만 건이나 된다. 교통사고가 연간 140만 건인 점을 감안하면 집에서 얼마나 많이 다치는지 알 수 있다. 주로 노인과 어린이들이다. 특히 노인들에게 낙상은 치명적이다. 낙상의 사회적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그런데도 이를 예방하려는 사회적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한국 노인 10명 중 1명은 일상생활 중 낙상 등으로 골절 사고를 겪는다. 이로 인한 연간 의료비는 1조 원에 육박한다. 2010∼2016년 응급실 23곳을 찾은 노인 낙상환자 7만8295명 중 54%(4만2287명)가 자신의 ‘집안’에서 사고를 당했다.) ▽김 이사장=노인이 되면 침실과 거실을 오가다가도 넘어질 수 있다. 화장실에서도 쉽게 넘어진다. 그런데 국가의 고령자 대책은 천편일률적으로 노인소득을 보전해주고 노인병원이나 요양보험을 확대하는 것만 생각한다. 고령화 대책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인의 건강’이다. 노인의 건강관리란 것은 예방 접종만 해주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노인들의 건강을 해치는 요인을 찾아내고 이를 없애 위기를 막아주는 게 중요하다. ▽박=예전에는 인도를 걷다 보도블록에 걸려 넘어지면 “재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니면 “내가 부주의해서 다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시민들은 보도블록에 넘어져 사고가 나면 “보도블록 공사가 잘못됐다” “정부가 배상하라”고 항의한다. 안전에 대한 권리의식이 생긴 거다. 과거 국가의 안전기준은 건강한 남성 위주로 맞춰졌다. 하지만 고령화·저출산 시대에는 안전기준을 노인과 장애인, 여성에게 맞추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선진국에 가보면 노인과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탄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휠체어 탄 노인이나 장애인을 보기 어렵다. 안전하게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도를 보면 울퉁불퉁하고 턱이 많고 이면도로를 만나 끊어지기 일쑤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집안에 갇혀 있다는 뜻이다. 노인들은 움직이기 어렵고 밖에 나가기를 두려워한다. 집에 갇혀 있다 보니 노인 우울증도 늘어난다. 세상과 단절되는 원인이 인도나 횡단보도, 계단인 셈이다. 반면 이런 사회 인프라가 노인 친화적으로 바뀌면 노인들이 밖으로 나가 잘 돌아다닐 수 있다. 가정에서 돌보는 부담이 줄어든다. 노인이 밖을 돌아다니다 보면 건강해지고 취업 가능성도 높아진다. 간단히 말해 보도를 정리해 노인들이 안전하게 외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노인 건강대책이고, 노인 취업대책이다. 이게 진짜 중요한 고령화 대책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711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4.2%를 차지해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25년에는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에 달해 초고령사회가 된다. 2020년부터는 베이비부머의 은퇴 러시가 이어진다. 김용익, 박두용 이사장은 “고령화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노인 안전 문제는 경제와 산업 측면에서도 봐야 한다. 노인이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 자체가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범죄도시’로 유명한 콜롬비아 ‘메데인’은 시장이 달동네로 올라갈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자 이동권이 확보돼 슬럼화 현상을 완화할 수 있었다. 취업률이 급상승하는 것은 물론이고 범죄마저 줄었다. 고령화사회도 마찬가지다. 안전한 노인 인프라가 구축되면 노인의 경제 활동이 늘어나고, 사회가 더 활성화된다. ▽김=고령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고령화는 분명 사회적 위기지만 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예를 들어 도로와 주택 내 노인 안전 관련 인프라를 만드는 일은 ‘고령 친화 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노인에게 필요한 각종 안전 시설물과 노인 요양 설비 및 기구 등은 고령화사회에서 엄청난 수요가 있을 것이다. 이런 산업은 중소기업들도 충분히 기술을 개발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분야다. 현재 한국에서 꼭 필요한 산업 분야다. ▽박=맞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인적 자본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고령자를 사회적 부담으로 인식하기보다 잘 활용할 인적 자본으로 인식해 노동력을 유지시켜 주는 게 중요하다. 특히 은퇴가 이어지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는 신체적으로나 지적으로 매우 숙련된 노동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나이가 들어도 다치거나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계속 일할 수 있어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경제·산업적 관점에서 노인 문제를 다룰 정부 조직도 필요하다. 노인 일자리와 복지를 챙기는 ‘노인청’ 신설이 선거 때만 반짝 거론돼 아쉽다. ▽김=과거에는 남성, 그것도 청년이 사회 중심이었다. 하지만 저출산과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다 보니 앞으로 청년과 남성만으론 사회가 나아갈 수 없다. 여성과 노인이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노인들이 몇 살까지 경제 활동을 하고 근로소득을 올려주느냐에 고령화 정책의 성패가 달려 있다. 다시 말해 21세기 한국의 생존은 ‘물적 자본’이 아니라 ‘인적 자본’에 달려 있다. 사람을 100% 활용하지 못하면 한국은 21세기를 제대로 넘어갈 수 없다. 나이를 먹어도 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가 전환되면 저출산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노후 불안이 줄면 아이를 낳는 데 대한 두려움도 줄어들 것이다. 사회 인프라를 청년 남성 중심에서 여성과 고령자 중심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앞으로 의료기기의 인허가 기간이 평균 390일에서 250일로 단축된다. 또 화장품류에 대한 각종 규제가 완화된다. 보건복지부는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7차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바이오헬스 신성장동력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계획’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가장 크게 달라지는 건 새로운 의료기기 인허가 기간이다. 지금까지 새로운 의료기기를 병원이 도입하려면 △각종 허가 △기존 기술 여부 확인 △신의료기술 평가 △건강보험 급여 여부 평가 등을 거쳐야 했다. 이 기간이 평균 390일 이상이었다. 예를 들어 자연분만을 도와주는 A사의 ‘분만 유도기’는 임상시험에서 아이가 나오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 큰 관심을 모았지만 관련 연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허가가 늦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허가와 별도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면 복지부로부터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관련 연구가 없으면 이 평가가 늦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식약처의 의료기기 허가와 복지부의 신의료기술 평가가 통합 운영돼 인허가 기간이 평균 250일로 줄어든다. ‘K뷰티’ 등 화장품 산업 육성을 위해 화장품류 규제도 합리화된다. 현재 화장품 상자에서 용기를 빼고 남은 공간은 전체의 35% 이내로 제한돼 있다. 과대포장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화장품 특성과 브랜드에 맞춰 다양한 포장 전략이 나오고 있다. 이에 미국 등 선진국은 포장공간에 대한 규제가 없다. 우리나라도 제품 특성에 맞춰 더 유연하게 포장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또 복지부는 인공지능의 방대한 데이터 처리기능을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고르거나 기존 약물의 새로운 효과를 발견하는 신약 개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75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10∼15년 걸리는 신약개발 기간을 1∼5.5년으로 단축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마이크로 의료 로봇과 돌봄 로봇 등 인공지능과 바이오, 로봇을 융합한 ‘차세대 의료기기 개발’에도 2조8000억 원이 투자된다. 이 같은 규제 완화와 신기술 투자를 통해 바이오헬스 일자리를 현재 14만4000개(2017년 기준)에서 2022년 18만6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령화와 참살이(웰빙) 확대로 제약 의료기기, 화장품 등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며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 일자리가 2013년 11만3000명에서 2017년 14만4000명으로 연평균 5.6% 증가한 만큼 이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겠다”고 밝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A 씨(61)를 공항에서 태워 병원에 내려준 택시 운전사가 이후에도 격리 전까지 최소 23명 이상의 승객을 태운 것으로 드러났다. 초기 역학조사에서 “A 씨를 병원에 내려준 뒤 더 이상 승객을 태우지 않았다”던 택시 운전사의 말이 거짓으로 밝혀진 것이다. 보건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카드 결제 명세로 뒤늦게 파악하고 승객들의 소재를 찾고 있다. A 씨와 같은 항공기에 탔던 외국인 승객 51명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A 씨의 일상접촉자 중 총 74명 이상의 행방이 묘연한 셈이다. ○ 문제의 택시에 23명 이상 더 탔다 10일 질병관리본부는 “택시 운전사 B 씨 소속 회사의 카드 결제 명세를 조회해보니 23건의 추가 탑승 기록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택시 회사는 카드만 결제가 가능하다. 결제 명세만 23건이기 때문에 동승자를 감안하면 23명 이상이 된다. 보건당국이 이 기록을 토대로 재차 조사하자 B 씨는 그제야 “손님을 더 태웠다”고 말을 바꿨다. A 씨가 삼성서울병원에서 내린 이후에 문제의 택시를 탄 승객들은 밀접 접촉한 게 아니라 간접 접촉했기 때문에 격리 대상은 아니다. 당국은 이 택시를 이용한 승객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대로 일상접촉자로 분류해 관찰할 방침이다. 하지만 B 씨가 몰았던 리무진 택시는 A 씨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삼성서울병원 음압병실에 격리되기 전까지 가장 오랜 시간(1시간 40여 분) 머무른 공간이다. A 씨는 입국장을 통과한 뒤 공항 내 식당이나 화장실 등 편의시설은 이용하지 않았다. 메르스는 환자의 침방울에 오염된 손잡이나 소파 등을 통해서도 옮을 수 있다. 택시를 탔을 당시 A 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기보다 더 위험한 공간이 될 수 있다. A 씨가 귀국할 때 이용한 에미레이트항공 EK322편의 외국인 승객 115명 중 51명도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당국은 행정안전부와 경찰의 협조를 얻어 이들의 위치를 추적 중이다. 보건당국은 A 씨와 접촉한 승무원 1명(밀접접촉자)과 이코노미석 승객 5명(일상접촉자)이 메르스 의심증세로 신고돼 격리 검사한 결과 전원 1차 음성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이 중 영국 여성 승객 등 2명은 정밀(2차)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아 이날 오후 퇴원했다. 나머지 4명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당국은 건설사 임원인 A 씨가 쿠웨이트에서 오한 등 메르스 의심증세로 4일과 6일 두 차례 현지 병원에 들른 것으로 확인된 만큼 현지에 남은 회사 동료의 상태를 관찰 중이다. 이 건설사 직원 20여 명은 A 씨와 같은 숙소에서 공동생활을 했다. ○ 메르스 확진자와 아내, 병원 갈 때 각각 다른 차로 이동 추가 조사 결과 A 씨는 공항에 자가용을 갖고 마중 나온 아내와 따로 병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A 씨는 입국 전 삼성서울병원의 지인과 통화를 했는데 이 의사가 아내가 공항에 갈 때 마스크를 쓸 것과 함께, 공항에서 병원으로 이동할 때 아내는 자가용을 타고, A 씨는 택시를 타고 가라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A 씨가 메르스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알려주는 정황이다. A 씨는 10일 현재 고열과 폐렴 증세를 보이고 있다. 주치의인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처음 병원에 왔을 때보다 나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은 소강상태”라고 말했다. 의료진은 이번 주가 지나야 안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집중치료 중이다. 한편 보건당국은 A 씨가 탑승했던 항공기의 밀접접촉자인 외국인 승무원 3명을 한때 이들이 숙소로 사용했던 영종도의 한 호텔에 격리했다가 뒤늦게 인천공항검역소로 이동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첫 격리 장소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호텔이었다는 점에서 경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조건희 becom@donga.com·김윤종·박재명 기자}
메르스로 확진된 A 씨와 밀접하게 접촉한 22명은 최대 2주간 ‘자가 격리’를 시행하게 된다. 22명 중 외국인 승무원 1명(시설 격리)을 제외한 21명은 현재 집에서 격리 중이다. 이들은 메르스 잠복기인 14일 동안 지역 보건소에서 모니터링을 받으며 격리된 생활을 하게 된다. 보건당국은 이들 관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정부가 모니터링 중인 메르스 의심 환자가 자가 격리 중 거리를 오가며 시민들과 접촉하는 사실이 여러 차례 확인돼 논란이 됐다. 지역보건소 인원이 한정된 데다 자가 격리자가 몰래 돌아다니면 사실상 막기 어렵다. 자가 격리자가 되면 외부 출입을 삼가고 직장, 학교 등 공공장소에 가지 말아야 한다. 또 병원에 가야 할 경우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집에서도 마스크를 사용하는 게 좋다. 가족과는 방과 화장실, 생활용품을 따로 사용하고 접촉을 피한다. 보건소 직원이 자가 격리자의 체온 등을 수시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증상이 발생하면 격리병상으로 옮겨져 진단검사와 치료를 받게 된다. 38도 이상의 고열과 함께 기침, 호흡곤란, 설사 등이 나타나면 혼자 병원에 가지 말고 즉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에 연락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중동 지역을 여행할 때는 낙타와 접촉하는 것은 물론이고 낙타고기나 낙타유를 먹지 말아야 한다”며 “평소 물과 비누로 자주 손을 씻고, 씻지 않은 손으로는 눈 코 입을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2015년 39명의 사망자를 내 전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3년 만에 국내에서 다시 발생했다. 이 환자는 공항 검역소를 무사히 통과한 후 4시간여 만에 메르스 감염 진단을 받아 감염병 방역체계에 여전히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건설사 임원인 A 씨(61·서울 거주)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쿠웨이트를 방문한 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7일 오후 4시 51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A 씨는 공항 검역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검역관에게 설사 증상을 신고했지만 검역관은 체온만 잰 뒤 정상(36.3도)으로 확인되자 A 씨를 통과시켰다. 중동에서 입국한 데다 환자 스스로 메르스 주요 증상을 신고했는데도 이를 간과한 것이다. 특히 A 씨는 검역대를 통과할 당시 휠체어를 탈 정도로 설사 증세가 심했다. 그는 쿠웨이트에 있을 때도 설사가 심해 현지 병원을 찾았다. 결국 A 씨는 입국장을 나와 스스로 공항 리무진 개인택시를 타고 이날 오후 7시 22분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삼성서울병원은 오후 9시 34분 보건당국에 A 씨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신고했다. 공항 검역대를 무사통과한 뒤 4시간여 만이다. A 씨는 이 시간 동안 항공기 승무원과 승객, 검역관, 출입국심사관, 의료진, 가족 등 22명과 접촉했다. A 씨를 병원까지 데려다준 택시운전사와 휠체어를 밀어준 도우미는 초기에 파악이 안 돼 8일 1차 발표에선 ‘밀접접촉자’에서 빠지는 혼선을 빚기도 했다. 21명은 자택에, 1명은 시설에 격리돼 있다. A씨와 같은 항공기를 탔던 20대 영국 여성은 발열과 기침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여 국립중앙의료원에 격리돼 확진 여부 검사를 받고 있다. 이 여성은 ‘밀접접촉자’는 아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9일 메르스 관련 긴급 장관회의를 열어 “2015년의 경험에서 우리는 늑장 대응보다 조기 대응이 낫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미리미리 대처하고 질문이 더 나오지 않을 만큼 (국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국내 메르스 위기경보는 ‘관심’(해외 메르스 발생)에서 ‘주의’(메르스 국내 유입)로 한 단계 격상됐다. 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유근형 기자}
케이크를 급식으로 먹은 전국 28개 학교의 학생 1500여 명이 집단 식중독에 걸렸다. 문제의 케이크를 급식한 학교가 전국 150여 곳에 달해 앞으로 환자가 더 늘어갈 가능성이 높다.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부산 7개 학교 669명 △경남 7개 학교 304명 △전북 6개 학교 293명 △대구 4개 학교 171명 △경북 3개 학교 124명 △경기 1개 학교 31명 등 총 28개 학교에서 학생 1592명이 급식으로 나온 초코케이크를 먹고 식중독 증세를 일으켰다. 문제의 케이크는 식품제조가공업체인 ‘더블유원에프엔비’가 만든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익’(사진)이다. 영하 18도 이하에서 유통해야 하는 냉동 제품으로, 해동 후 가열하지 않고 섭취하는 식품이다. 이 케이크는 풀무원 계열 식자재 납품업체인 ‘풀무원푸드머스’가 각 학교로 유통했다. 지금까지 식약처가 확인한 유통 규모는 지난달부터 이달 5일까지 총 6211박스(5589kg)로, 납품받은 학교는 모두 152곳에 달한다. 이미 식중독 환자가 나온 28개 학교를 제외하고도 같은 케이크를 급식한 학교가 124곳에 이르는 만큼 식약처는 앞으로 환자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식중독을 일으킨 원인균은 ‘살모넬라균’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식약처는 전국 모든 학교에 제품 정보를 알려 급식 메뉴에 포함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해당 제품의 유통도 잠정 금지했다. 최종 병원체가 확인되면 전량 회수해 폐기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식중독 의심 환자가 발생한 점으로 미뤄 유통이나 보관 단계의 문제이기보다 제품 자체에 식중독 균이 포함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제의 케이크를 만든 업체가 식약처로부터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인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식품 안전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해썹은 식품 원재료를 생산하는 단계부터 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전 과정에서 인체 위해요소를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해썹 인증은 곧 정부가 식품 안전성을 담보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해썹 인증 업체의 케이크에서 식중독 균이 나온 것이다. 해썹 품질 관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2017년 해썹 인증업체 중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업체가 717곳에 이른다. 지난해 ‘살충제 잔류 계란’ 파동 때도 살충제를 사용한 산란계 농장의 59%가 해썹 인증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식약처 측은 “해썹 인증을 받은 해당 업체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윤종 zozo@donga.com / 창원=강정훈 기자}
급성심근경색을 포함한 심부전 환자수는 매년 12만 명가량 발생한다. 가족 중 누군가 갑자기 심근경색 증상을 보인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증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심근경색이 나타나면 갑자기 식은땀이 나면서 어지럽다. 또 가슴 통증이 생긴 뒤 사라지지 않고 왼쪽팔로 퍼져나간다. 심하게 체한 기분이 들거나 명치끝이 아프면서 호흡 곤란이 생기기도 한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급성심근경색을 ‘체한’ 것으로 오해해 증상이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자칫 골든타임(발병 후 2시간 내 응급실 도착)을 놓칠 수 있다. 고령자나 고혈압 환자가 가슴 부위의 불편을 호소하면 바로 심근경색을 의심해야 한다. 의식이 있는 채 통증을 호소하면 니트로글리세린(혈관 확장제)을 혀 밑에 넣어주고 빨리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의식이 없다면 바로 119에 신고한다. 동시에 똑바로 눕힌 뒤 심장이 뛰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특히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럽게 부정맥이 발생하면 심장이 멈추게 된다.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 5분만 지나도 뇌 손상이 발생한다. 즉, 골든타임은 심정지 발생 시 4∼5분이다. 이땐 119 구급대원을 기다리면서 가족들이 흉부압박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 방법을 모른다면 119 상담원에게 물어보면 된다. 만약 혼자 있을 때 심근경색 증상이 나타나면 119로 신고한 뒤 반드시 집의 문을 열어두거나 비밀번호를 알려줘야 한다. 신고 후 의식을 잃을 경우를 대비해서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녹조뿐 아니라 수질을 오염시키는 ‘미량유해물질(과불화화합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정비 설비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환경부의 2019년 예산안을 보면 낙동강 상류 지역 수질과 퇴적물 정밀조사에 18억 원 이상이 배정돼 있다. 올해 상반기 일어난 ‘낙동강 물고기 떼죽음’ 사건 때문이다. 올해 5월경 안동댐 상류 방향으로 10km가량 떨어진 경북 안동시 도산면 분천리 일대 낙동강 상류에서 붕어, 잉어 등 물고기 수백 마리가 떼죽음을 당해 둥둥 떠다니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물고기들을 먹은 왜가리(새 종류) 90여 마리도 역시 떼죽음을 당했다. 환경단체들은 일대공장 등에서 낙동강으로 흘러나온 과불화화합물을 떼죽음의 원인으로 꼽는다. 과불화화합물이란 물이 스며들거나 먼지가 묻지 않도록 하는 화학물질로, 종이컵이나 프라이팬 등 생활용품에 쓰인다. 신체에 누적되면 호르몬 이상, 생식기능 저하가 발생하고 암도 유발된다. 환경부는 안동댐 상류 주변 지역의 토양과 물이 과불화화합물이나 중금속 등에 오염됐는지를 분석할 방침이다. 과불화화합물은 6월 대구지역 정수장과 수돗물에서도 검출돼 ‘수돗물 공포’를 일으켰다. 이에 대구의 매곡과 문산, 경남 김해의 덕산과 화명, 경남 양산의 명동과 삼계 등 9개 정수장에 2021년까지 과불화화합물 정수처리 시설을 설치한다. 이 사업에만 총 53억2500만 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정수장의 정수처리 전 단계에서 과불화화합물을 분말활성탄에 흡착시켜 정수처리 시 걸러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역 단위 양분관리 시범사업도 내년에 실시된다. 축사 주변에선 여름철이면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나고 인근 하천은 녹색으로 변하곤 한다. 가축분뇨를 무단 방류한 탓이다. 양분관리란 농경지에서 발생한 가축분뇨나 유기질 비료 속 양분(질소와 인)의 투입량과 산출량의 차이를 계량화해 환경에 미칠 영향을 미리 파악해 관리하는 제도다. 환경부는 “과다 투입된 양분이 토양환경과 수질환경, 대기환경 등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된다”며 “환경오염 개선을 위해 양분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증세를 위한 꼼수다. 술에 세금을 더 매기면 서민 부담이 커진다.” “음주로 건강을 잃는 사람과 사회적 손실이 너무 많다. 꼭 필요하다.” 3일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확보를 위해 소주나 맥주 등 주류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논란의 발단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달 7일 ‘건강보험 재정확충 다양화 및 사회적 합의 도출 연구’에 대한 외부 공모를 시작하면서다. 이 연구는 건보 재정 안정화를 위한 추가 재원 확보 방안을 발굴해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에서 시작됐다. 문제는 그 방안의 하나로 술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거론된 것. 현재 담배에는 갑당 841원의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한다. 흡연자가 병에 걸리면 치료 비용은 건보료에서 나간다. 비흡연자의 부담이 커진다. 이에 담배에 부담금을 부과해 건보 재정 안정과 건강 관련 연구 등에 사용한다. 술도 음주 시 질병에 걸리기 쉽고,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 사실상 치료비를 부담하는 만큼 건강증진부담금을 매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016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6조1761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술값에는 이미 많은 세금이 포함돼 있다. 국산 맥주 출고가격은 원가에 주세(원가의 72%), 교육세(주세의 30%), 부가가치세(원가+주세+교육세의 10%)가 더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술에 담배처럼 건강증진부담금을 물리면 가격이 20% 이상 오를 수 있다. 회사원 최모 씨(40)는 “담뱃값을 올려 국민 건강에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모르겠다”며 “결국 서민 지갑을 털어 정부 곳간을 채우려는 꼼수”라고 말했다. 18, 19대 국회에서도 건강증진법을 개정해 주류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려 했지만 소비자 반발로 무산됐다. 그럼에도 이번에 다시 주류에 부담금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성형과 미용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 진료 항목을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보장 항목으로 바꾸는 ‘문재인 케어’로 2022년까지 건강보험 재정은 30조 원이 든다. 건보 재정은 지난해까지 흑자였지만 올해 1조1000억 원, 내년 3조7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에 내년도 건강보험료 인상률은 2011년(5.90%)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3.49%로 결정된 상태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술은 담배 이상으로 국민 건강에 피해를 주는 만큼 술에도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서둘러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스키선수를 연상시키는 두꺼운 고글을 쓰자 도로가 뿌옇게 변했다. 시야는 평소의 5∼10% 수준으로 줄었고 위아래를 볼 때에도 크게 목을 움직여야 했다. 몸은 젖은 솜 같았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최소 20kg짜리 포대를 진 것처럼 무거웠다. 무릎 관절이 잘 구부러지지 않다 보니 바닥이 조금만 울퉁불퉁해도 몸의 중심이 흔들려 넘어질 것 같았다. 오토바이가 크게 ‘부릉’ 소리를 내며 달려드는데도 소리가 들리지 않아 아찔한 충돌사고가 날 뻔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일대. 40대인 기자가 근력과 시각, 청각을 80대 노인 수준으로 저하시키는 ‘노인 유사체험 장비’를 몸에 착용하고 거리를 3시간 동안 돌아다녔다. 신체 기능이 80대 고령자로 저하된 채 걷기 시작하니 금방 땀이 흘러내렸다. 인도 곳곳에 놓인 입간판과 가로수, 전신주 등 장애물은 노인으로 변한 기자를 쓰러뜨리려고 달려드는 ‘괴물’ 같았다. 턱 높은 인도와 짧은 신호등 시간 등도 노인 외출 시 부상 위험을 높이는 암초들이다. 한국은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711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4.2%를 차지해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25년에는 20%로 초고령사회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심각한 고령화 추세와 달리 노인들을 위한 사회안전망과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중교통부터 인도, 공공시설, 건물 등 노인을 다치게 할 위험요소가 곳곳에 널려 있다. 실제로 한국 노인 10명 중 1명은 일상생활 중 낙상 등으로 인한 골절을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한 연간 의료비는 1조 원에 육박했다. 동아일보가 2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통해 2008∼2017년 10년간 65세 이상 노인 골절환자를 분석한 결과 31만2736명에서 62만5693명으로 거의 2배로 증가했다. 전체 65세 이상 노인의 8.8%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뼈가 약한 여성 노인의 골절(약 41만 명)이 남성(약 21만 명)보다 2배 가까이로 많았다. 고령 노인에게 넘어지거나 떨어지는 ‘낙상’은 곧 ‘사망’이다. 서울아산병원 장일영 노년내과 전임의는 “낙상으로 입원한 노인의 50% 정도가 수술이 잘돼도 1년 이내에 사망한다”고 말했다. 노인 골절 관련 진료비 역시 2008년 3137억 원에서 2017년 9015억 원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취재팀은 도로와 인도, 자택, 공공기관 내 화장실, 대중교통, 운전 등 일상 속에서 노인의 안전을 담보하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고령 친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5회에 걸쳐 분석한다.▼불쑥 솟은 소화전에 “아야!”… 보도 가장자리 푹 꺼져 “어이쿠!”▼《 왜 나이가 들면 땅만 보고 걷는지 알 것 같았다. 지난달 31일 오후 ‘노인 유사체험 장비’를 온몸에 장착한 기자가 불과 5분 만에 든 생각이다. 이날 복지환경 디자인 전문가인 전미자 한국복지환경디자인연구소 이사장, 서울시 강효진 디자인개발팀장과 함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주변 도로 일대를 돌아다녔다. 노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도로 곳곳의 장애물을 실제로 겪어보고 우리 사회에 걸맞은 ‘노인 친화 인프라’를 찾기 위한 ‘실험’이었다. 》○ 인도(人道)의 장애물과 급경사 넘어짐 유발 두 손목과 발목에 찬 모래주머니와 팔과 무릎에 찬 딱딱한 보호대는 40대인 기자를 80대 노인과 같은 근력 저하 상태로 만들었다. 특수 제작된 조끼를 입자 등은 자연스럽게 7도가량 굽었다. 노인체험 특수안경을 써 노인 안과질환인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이 생겼을 때와 유사한 상태가 됐다. 앞이 뿌옇게 보이고 시야가 평소의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드니 땅을 보지 않으면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땅바닥을 보고 걷다보니 주변을 둘러볼 수 없었다. 곳곳이 지뢰밭이었다. 종로 인도를 걷다 인도 중간에 불쑥 솟은 소화전, 가로수, 상점 가판대 등을 보지 못해 수시로 다리가 걸려 넘어질 뻔했다. 지하철 종로3가역 5번 출구 앞 강철 맨홀도 무심코 딛다가 미끄러졌다. ‘도로의 구조 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은 보행 가능 인도 폭을 최소 1.2m 이상(가로수 제외)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각종 장애물이 많다보니 1m도 안 되는 인도가 태반이었다. 걸으며 쩔쩔매다가 인도 내 전신주에서 늘어진 전선에 걸려 넘어졌다. 30m 정도를 걷다 또다시 발목이 꺾였다. 가로수 보호 철판은 가운데가 4cm가량 움푹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 인도와 이면도로 사이 높은 턱, 낙상의 원인 인도와 이면도로가 만나는 지점의 턱도 큰 곤욕이었다. 인도의 중간부분은 이면도로와의 단차(段差)를 완만하게 해주는 보도블록이 설치돼 있었지만 인도의 끝부분은 턱부분, 즉 연석(보도와 차도의 경계석) 높이가 15∼20cm나 되는 탓에 급경사로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기자는 횡단보도를 찾았다. 빨리 건너려 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트럭이 코앞까지 왔다. 자동차 경적소리가 들렸지만 노인체험 장비(귀마개)를 하고 있다보니 거리감이 느껴졌다. 전 이사장은 “노인에게는 ‘노인의 속도’가 있는데, 그 속도는 도시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한다”며 “그러니 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보행 사망자(1675명) 중 노인 사망자는 906명(54.1%)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신호시간은 ‘1초당 1m’가 원칙이다. 노인,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많거나 보행밀도가 높은 지역은 ‘1초당 0.8m’로 신호등을 세팅한다. 하지만 노인에게는 이 시간도 너무 짧다. 신호등 앞 노인들을 보니 파란불로 바뀌기 전부터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와 있는 노인이 많았다. ○ 노인에 맞는 ‘각도’와 ‘높이’ ‘시간’ 재조정해야 종로 일대 공중화장실 중 일부는 좌변식에, 다리 힘이 약한 노인들이 잡고 일어날 안전바도 없었다. 거리에서 만난 노인들은 “우리나라는 사람이고 시설이고 노인을 위한 배려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모 씨(80)는 “‘나이 들면 집에 있지, 왜 나와서 사고 치냐’며 노인을 탓하는 분위기”라고 하소연했다. 2025년이면 노인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노인 친화 인프라 대책은 전무하다.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선진국은 △인도와 이면도로·횡단보도 턱 없애기 △노인, 휠체어 등을 위한 보행 안전 유효 폭 확대 △노인용 유도블록 설치 △차량 속도 저감을 위한 이면도로 바닥 재질과 색 바꾸기 등을 실행하고 있다. 전 이사장은 “노인 부상은 개인의 ‘소홀’이 아닌 사회의 ‘소홀’”이라며 “노인에게 적합한 생활공간 속 ‘각도’와 ‘높이’ ‘시간’ 등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아이언맨’을 연상시키는 두꺼운 고글을 쓰자 도로가 뿌옇게 변했다. 시야는 평소의 5~10% 수준으로 줄었고 위 아래를 볼 때에도 크게 목을 움직여야 했다. 몸은 젖은 솜 같았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최소 20㎏짜리 포대를 진 것처럼 무거웠다. 무릎 관절이 잘 구부러지지 않다보니 바닥이 조금만 울퉁불퉁해도 몸의 중심이 흔들려 넘어질 것 같았다. 오토바이가 크게 ‘부릉’ 소리를 내며 달려드는데도 소리가 들리지 않아 아찔한 충돌사고가 날 뻔 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일대. 40대인 기자가 근력과 시각, 청각을 80대 노인 수준으로 저하시키는 ‘노인 유사체험 장비’를 몸에 착용하고 거리를 3시간 동안 돌아다녔다. 신체 기능이 80대 고령자로 저하된 채 걷기 시작하니 금방 땀이 흘러내렸다. 인도 곳곳에 놓인 입간판과 가로수, 전신주 등 장애물은 노인으로 변한 기자를 쓰러트리려 달려드는 ‘괴물’ 같았다. 턱 높은 인도와 짧은 신호등 시간 등도 노인 외출시 부상 위험을 높이는 암초들이다. 한국은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711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4.2%를 차지해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25년에는 20%로 초고령사회에 들어갈 전망이다. 심각한 고령화 추세와 달리 노인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과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중교통부터 인도, 공공시설, 건물 등 노인을 다치게 할 위험요소가 곳곳에 널려있다. 실제로 한국 노인 10명 중 1명은 일상 생활 중 낙상 등으로 인한 골절을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한 연간 의료비는 1조 원에 육박했다. 동아일보가 2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통해 2008~2017년 10년 간 65세 이상 노인 골절환자를 분석한 결과 31만2736명에서 62만5693명으로 2배로 증가했다. 전체 65세 이상 노인의 8.8%에 해당되는 수치다. 특히 뼈가 약한 여성 노인의 골절(약 41만 명)이 남성(약 21만 명)보다 2배 많았다. 고령노인에게 넘어지거나 떨어지는 ‘낙상’은 곧 ‘사망’이다. 서울아산병원 장일영 노년내과 교수는 “낙상으로 인해 입원한 노인의 50% 정도가 수술이 잘 되어도 1년 이내에 사망한다”고 말했다. 노인 골절 관련 진료비 역시 2008년 3137억 원에서 2017년 9015억 원으로 3배 가량 증가했다. 취재팀은 도로와 인도, 공공기관 내 화장실, 대중교통, 운전 등 일상생활 속에서 노인의 안전을 담보하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고령 친화 인프라’ 구축을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5회에 걸쳐 분석한다. ▼ ‘노인의 속도’로 걸어보니…거리 곳곳이 지뢰밭 ▼ 왜 나이가 들면 땅만 보고 걷는지 알 것 같았다. 지난달 31일 오후 ‘노인 유사체험 장비’를 온 몸에 장착한 기자가 불과 5분 만에 든 생각이다. 이날 사회복지 디자인 전문가인 전미자 한국복지환경디자인연구소장, 서울시 강효진 디자인개발팀장과 함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주변 도로 일대를 돌아다녔다. 노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도로 곳곳의 장애물을 실제로 겪어보고 우리 사회에 걸맞는 ‘노인 친화 인프라’를 찾기 위한 ‘실험’이었다. ● 인도(人道)의 장애물과 급경사 곳곳에서 넘어짐 유발 두 손목과 발목에 찬 모래주머니와 팔과 무릎에 찬 딱딱한 보호대는 40대인 기자를 80대 노인과 같은 근력 저하 상태로 만들었다. 특수 제작된 조끼를 입자 등은 자연스럽게 7도 가량 굽었다. 노인체험 특수안경을 써 노인 안과질환인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이 생겼을 때와 유사한 상태가 됐다. 앞이 뿌옇게 보이고 시야가 평소의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드니 땅을 보지 않으면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땅바닥을 보고 걷다보니 주변을 둘러볼 수 없었다. 곳곳이 지뢰밭이었다. 종로 수포로 인도를 걷다 인도 중간에 불쑥 솟은 소방전, 가로수, 상점 가판대 등을 보지 못해 수시로 다리가 걸려 넘어질 뻔 했다. 지하철 종로3가역 5번 출구 앞 강철 맨홀도 무심코 딪다가 미끄러졌다. ‘도로의 구조 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은 보행 가능 인도 폭을 최소 1.2m 이상(가로수 제외)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각종 장애물이 많다보니 1m도 안되는 인도가 태반이었다. 걸으며 쩔쩔 매다가 인도 내 전신주에서 늘어진 전선에 걸려 넘어졌다. 30m 정도를 걷다 또 다시 발목이 꺽였다. 가로수보호 철판은 가운데가 4cm 가량 움푹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 인도와 이면도로 사이 높은 턱, 낙상의 원인 인도와 이면도로가 만나는 지점의 턱도 큰 곤욕이었다. 인도의 중간부분은 이면도로와의 단차(段差)를 완만하게 해주는 보도블럭이 설치돼 있었지만 인도의 끝부분은 턱부분 즉 연석(보도와 차도의 경계석) 높이가 15~20㎝나 되는 탓에 급경사로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강 팀장은 “안전을 위해 보도의 진행방향에 있는 이면도로와의 단차는 0㎝로 해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기자는 횡단보도를 찾았다. 빨리 건너려 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트럭이 코 앞까지 왔다. 자동차 경적소리가 들렸지만 노인체험 장비(귀마개)를 하고 있다보니 거리감이 느껴졌다. 전 소장은 “노인에게는 ‘노인의 속도’가 있는데, 그 속도는 도시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한다”며 “그러니 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보행 사망자(1675명) 중 노인 사망자는 906명(54.1%)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신호시간은 ‘1초당 1m’가 원칙이다. 노인,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많거나 보행밀도가 높은 지역은 ‘1초당 0.8m’로 신호등을 세팅한다. 하지만 노인에게는 이 시간도 너무 짧다. 신호등 앞 노인들을 보니 파란불로 바뀌기 전부터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와 있는 노인들이 많았다. ● 노인에 맞는 ‘각도’와 ‘높이’ ‘시간’ 재조정해야 종로 일대 공중화장실 중 일부는 좌변식에, 다리 힘이 약한 노인들이 잡고 일어날 안전바도 없었다. 거리에서 만난 노인들은 “우리나라는 사람이고 시설이고 노인을 위한 배려가 없다”고 입을 모앗다. 김모 씨(80)는 “‘나이 들면 집에 있지, 왜 나와서 사고치냐’며 노인을 탓하는 분위기”라고 하소연했다. 2025년이면 노인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노인 친화 인프라 대책은 전무하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 별로 ‘노인 진화 환경’을 만들려는 시도가 전부다.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선진국은 △인도와 이면도로·횡단보도 턱 없애기 △노인, 휠체어 등을 위한 보행 안전 유효 폭 확대 △노인용 유도블록 설치 △차량 속도저감을 위한 이면도로 바닥 재질과 색 바꾸기 등을 실행하고 있다. 전 소장은 “노인 부상은 개인의 ‘소홀’이 아닌 사회의 ‘소홀’”이라며 “노인에게 적합한 생활 공간 속 ‘각도’와 ‘높이’ ‘시간’ 등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향제와 탈취제에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메탄올이 기준치를 초과해 나타났다. 환경부는 “유해물질 함유 기준을 초과했거나 제대로 검사받지 않고 시중에 유통한 17개 업체, 21개 제품을 적발해 최근 회수 조치했다”고 30일 밝혔다. 21개 제품은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세정제와 방향제, 탈취제, 접착제, 부동액, 습기제거제, 방부제 등이다. 이번에 적발된 제품에는 ‘산도깨비 냉장고 탈취제’와 발 냄새 제거제로 유명한 ‘뉴스쿨 풋풋가루’가 포함돼 있다. 이 제품들은 포름알데히드의 안전기준(kg당 25mg)을 각각 2.1배, 7.8배 초과했다. 방향제인 ‘리드 디퓨저 소프트 코튼(수입 제품)’과 슈퍼히어로 영화 주인공을 제품에 활용한 ‘비프레쉬 마블 종이 방향제(아이언맨, 닥터 스트레인지, 헐크)’는 메탄올 안전기준(kg당 2000mg)과 포름알데히드 안전기준을 각각 10배, 2배 이상 초과했다. 세정제로는 성민산업 ‘락스퐁’, ‘소다산 얼룩제거젤’, ‘ILDC 센서 클리닝 키트’, ‘렌즈 클리너 포터블 키트’ 등이 자가 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회수 대상에 포함됐다. 자가 검사는 제품을 유통시키기 전 사업자들이 공인분석기관을 통해 자사 제품을 분석해 안전성을 점검하는 제도다. ‘아이토크 슈퍼홀릭 쌍꺼풀액’, ‘투웨이 젤’(이상 수입제품) 등 시중에서 흔히 살 수 있는 접착제도 자가 검사를 받지 않아 회수 조치됐다. 포름알데히드나 메탄올에 노출되면 눈이나 피부가 손상된다. 장기간 반복 노출되면 중추신경계와 소화기계 장애, 시신경 손상, 나아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정부는 현재 23개 품목, 2만여 개 제품을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위해우려제품’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제품의 구체적 목록은 생활환경안전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제품을 산 소비자는 생산·수입업체의 고객센터나 구매처에서 교환 및 반품할 수 있다. 당장 교환 및 반품이 어려운 경우 제품 사용을 멈추고 밀봉해 추후 반품하면 된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28일 발표한 내년도 정부 예산 470조5000억 원 중 34.5%인 162조2000억 원이 복지와 일자리 부문 예산이다. 이 분야 예산은 올해보다 무려 17조6000억 원(12.1%)이 늘었다. 그만큼 개인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많아진 것이다. 우리 가족은 얼마나 지원을 받는지 예산안 세부 내용을 꼼꼼히 살펴봤다.○ 가난한 노인을 위한 지원 더 늘려 내년도 복지 예산은 양극화 해소와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한 ‘포용적 복지국가 구현’이라는 기조에 따라 편성했다. 특히 고령층과 저소득층 복지 확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노인 약 150만 명은 내년 4월부터 매달 최대 30만 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현재 소득 하위 70%인 노인은 매달 20만 원을 받는다. 다음 달부터는 그 금액이 월 25만 원으로 오른다. 내년 4월 이후에는 소득 하위 20% 이하면 기초연금으로 최대 월 30만 원을 받는다. 나머지는 25만 원으로 같다. 기초연금 예산은 올해보다 2조3723억 원(26%)이 늘어난 11조4952억 원에 이른다. 국민연금 수급자도 478만 명에서 518만 명으로 늘어난다. 월평균 급여는 올해 36만9000원에서 내년 37만5000원으로 6000원 오른다.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던 기존 제도를 완화해 부양의무자 중 소득 하위 70%인 노인이나 중증장애인이 있으면 매달 약 51만 원의 생계급여를 받는다. 약 3만8000가구가 새롭게 지원을 받게 된다. 의료급여 예산도 지난해보다 1조449억 원(19.5%) 늘어난 6조3915억 원을 책정해 기초생활수급자 한 명당 약 월 68만 원을 받을 수 있다.○ 고용보험 없는 여성도 출산급여 받아 극심한 저출산 속에 보육 지원도 늘어난다. 올해 9월 처음 지급되는 아동수당(0∼5세 아동 한 명당 월 10만 원 지원) 예산은 내년 1조9271억 원을 책정해 올해보다 1조2175억 원 늘었다. 아르바이트 등 일용직으로 일하거나 자영업자인 여성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출산휴가 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 내년부터는 37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고용보험 미적용 여성도 매달 50만 원씩 3개월간 출산휴가 급여를 받게 된다.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40%에서 50%로 인상된다. 만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맞벌이 가정을 찾아 아이를 돌봐주는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대상은 중위소득 120% 이하에서 중위소득 150% 이하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이 서비스 지원을 받는 가구는 현재 4만6000가구에서 9만 가구로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구직 청년 10만 명에게 월 50만 원 대학을 졸업한 지 2년이 되지 않은 구직 청년 10만 명에겐 구직활동 지원금을 6개월간 매달 50만 원씩 지원한다. 또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본인 적립금과 정부 및 기업의 지원금을 합쳐 3000만 원을 받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은 올해 4258억 원에서 내년 1조374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기존 가입자 11만 명에 신규로 12만 명이 추가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월 임금 190만 원 미만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에게 월 최대 13만 원을 주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예산은 올해 2조9708억 원에서 내년 2조8188억 원으로 1520억 원 줄어들었다. 최저임금이 내년 또다시 큰 폭으로 인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에게 돌아갈 혜택이 상당히 적어지는 셈이다. 복지 예산은 크게 늘었지만 국민 체감도가 여전히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상당수 복지 예산이 많은 사람에게 소액으로 가다 보니 지출 규모에 비해 소득 재분배 효과가 떨어지고 복지 예산이 늘었다는 체감도가 낮은 상태”라며 “정책 목표에 맞춰 복지 예산을 정확히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김하경 기자}
홍익대는 2019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서울캠퍼스 1646명과 세종캠퍼스 856명을 포함해 입학정원의 약 61.6%(2502명)을 선발한다. 수시모집에서는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적성전형, 논술전형으로 뽑는다. 미술계열은 실기전형이나 특기자전형을 운영하지 않고 비실기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캠퍼스는 학생부교과전형 478명, 학생부종합전형 564명, 논술전형 399명을 선발한다. 세종캠퍼스는 학생부교과전형 231명, 학생부종합전형 384명, 학생부적성전형 168명을 뽑는다. 수시모집 원서접수는 9월 10∼14일 시행된다. 학생부교과전형은 인문 자연계열과 예술학과, 캠퍼스자율전공에서 모집한다. 학생부 교과 100%로 선발한다. 계열별 반영교과군의 전 과목을 학년 구분 없이 합산해 반영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인문 자연 미술계열과 캠퍼스자율전공에서 모집한다. 인문 자연계열 및 예술학과, 캠퍼스자율전공의 경우 면접 없이 서류 100%로 선발한다.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추천서를 바탕으로 학업역량, 발전가능성, 인성 등을 평가한다. 미술계열은 1단계에서 학생부 교과 100%로 6배수를 선발한 후 1단계 합격자를 대상으로 미술활동보고서를 접수한다. 2단계는 서류(학생부, 미술활동보고서) 100%로 3배수를 선발한 후 3단계에서 면접을 시행해 2단계 성적 40%와 면접 60%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논술전형은 서울캠퍼스 인문 자연계열과 예술학과, 캠퍼스자율전공에서만 시행된다. 학생부 교과 40%, 논술고사 60%로 선발한다. 학생부적성전형은 세종캠퍼스 인문 자연계열과 캠퍼스자율전공에서만 시행된다. 학생부 교과 60%와 적성고사 40%로 선발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한양대는 2019학년도 신입학전형에서 총 2814명(정원 내 모집인원 기준)을 선발한다. 학생부·논술·특기자 중심의 수시 전형에서 전체 모집인원의 69.7%(1962명)를 선발한다. 올해 수시모집은 2018학년도와 동일하게 학생부 위주, 논술 위주, 특기자 위주로 운영한다. 학생부 위주 전형에는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일반, 고른기회), 특성화고졸재직자가 있다. 특기자 위주 전형에는 글로벌인재(어학특기자), 소프트웨어인재(소프트웨어특기자), 미술특기자, 음악특기자, 연기특기자, 체육특기자, 무용특기자가 있다. 올해 특징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학생부 외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기타 증빙서류 등 제출서류도 없다. 학생부교과전형은 일괄사정 전형으로써 서류제출이나 면접없이 학생부교과(내신) 100%로 총 298명의 학생을 선발한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총 1075명(일반 962명, 고른기회 113명)을 학생부종합평가 100%로 선발한다. 내신은 반영하지 않는다. 적성, 인성, 성장잠재력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이루어진다. 학생부 외에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등 다른 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 면접도 실시하지 않는다. 논술전형에서는 378명의 학생을 논술 70%, 학생부종합평가 30%로 선발한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적용하지 않는다. 논술고사는 11월 24일(인문, 상경)과 25일(자연) 실시된다. 특기자 전형은 어학, 소프트웨어, 예체능 특기자로 나눠 선발한다. 소프트웨어인재전형에서 1단계 서류평가 100%, 2단계 면접 60%+학생부 40%로 학생부를 2단계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글로벌인재전형도 1단계 에세이 100%, 2단계 면접 60%+학생부 40%로 변경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연금만 내다 죽으란 말이냐?”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 개편안에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을 만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내용이 포함되자 국민연금 가입자 사이에선 이런 불만이 터져 나왔다. 연금 수령 시기는 가입자들에게 가장 예민한 문제 중 하나다. 연금은 빨리 받을수록 좋다. 하지만 그 부담은 미래세대에 전가된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몇 살이 적절할까?○ 당장은 65세에 힘 실려 동아일보가 16∼19일 연금전문가 20인을 설문조사한 결과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현재 계획대로 ‘65세로 고정해야 한다’는 의견(10명)이 가장 많았다. 이유는 국내 노동환경과 은퇴자의 소득 공백 때문이다. 우선 현재도 대다수 가입자가 은퇴 후 바로 국민연금을 받지 못한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수급 개시 연령은 60세였다. 하지만 1998년 1차 연금개혁 때 재정 안정 차원에서 201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늦춰졌다. 2033년 이후엔 65세가 돼야 연금을 받는다. 올해 연금 수령 개시 나이는 62세다. 반면 국내 직장인 평균 퇴직연령은 ‘53세’(2015년 기준)다. 이 나이에 은퇴하는 1957년 이후 출생자는 근 10년간 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퇴직 후 연금을 탈 때까지 소득이 크게 줄어드는 ‘소득 크레바스(절벽)’가 나타나는 것이다. 국내 노인빈곤율(45.7%·2015년 기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만약 수급 연령을 변경하려면 △근로자 정년 △고령자 경제활동 참가율 △노동시장 실질은퇴 연령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해외에선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면 고교생들이 오히려 반발한다”며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춘다는 건 기성세대의 은퇴 연령을 높인다는 뜻이고, 이는 곧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일단 수급 연령 변경은 배제한 상태다. 류근혁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현재도 2033년까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로 늦추고 있는 상태”라며 “수급 연령 조정은 9월 나올 정부안에 넣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수급 연령 인상 불가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급 연령을 늦출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연금 전문가 20명 중 절반인 10명은 66세(1명), 67세(4명), 68세(2명) 등으로 수급 연령을 높여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국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4.2%(711만5000명)다. 이 비율은 2035년 28.7%, 2065년 42.5%로 폭증한다. ‘국민의 절반’이 노인이 되는 반면 저출산으로 보험료를 낼 젊은층은 급감한다. 배준호 한신대 글로벌비즈니스학부 교수는 “한국은 세계적인 최장수 국가여서 67세 이상으로 수급 연령을 높이는 건 불가피하다”며 “평균 수급기간이 20년을 넘으면 지속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을 앞서 도입한 선진국들도 68세 전후로 수급 연령을 늦추고 있다. 가입자 기대여명(65세인 사람이 생존할 것으로 예측되는 기간)과 연금 지급액수, 기간을 제도적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 65세 여성의 기대여명은 2000년 18.2년에서 2016년 22.6년으로 늘어났다. 기대여명이 길어지면 국민연금 수급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재정 부담도 커진다. 핀란드의 경우 고령 인구가 늘어 연금 재정이 불안해지자 2005년 기대여명계수(LEC·Life Expectancy Coefficient)를 도입했다. 기대여명이 길어지면 연금 수령액과 수급 개시연령을 자동으로 깎거나 늦추는 제도다. 제도발전위도 17일 개편안에 2030년 이후 LEC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받는 연금 총량은 같게 하되 가입자에게 수급 연령을 선택하게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일찍 은퇴해 소득이 없는 퇴직자는 연금을 남들보다 일찍 받는 대신 나중에 받는 연금이 줄어드는 식이다. 반면 직장을 오래 유지하거나 근로소득이 있어 연금을 늦게 받으면 추후 더 많이 받게 하자는 것이다. 이정우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개인의 역량이나 가계 상황, 근로소득 등을 감안해 연금 수급 시기를 선택하게 하는 유연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
24일 동해상으로 빠져나간 제19호 태풍 ‘솔릭’과 함께 올여름을 달군 폭염도 끝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25일부터 다음 달 초순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최고 기온이 30도 내외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35도가 넘는 ‘가마솥 폭염’은 사실상 끝났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솔릭’과 함께 한반도를 덮고 있던 북태평양고기압이 일본 쪽으로 수축됐기 때문이다. 올여름 폭염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1994년 대폭염’을 능가하며 각종 기록을 갈아 치웠다. 폭염 일수는 31.2일로 1994년(31.1일)을 넘어 역대 최다였다. 폭염은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일 때를 뜻한다. 홍천은 41.0도로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종전 1942년 대구 40.0도). 올해는 홍천을 포함해 6차례나 40도 이상을 기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폭염은 끝났지만 9월 중순까지는 30도 초반의 더위가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24일 오후 3시경 동해상으로 빠져나간 제19호 태풍 ‘솔릭’과 함께 올 여름을 달군 폭염도 끝이 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25일부터 다음달 초순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최고 기온이 30도 내외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35도가 넘는 ‘가마솥 폭염’은 사실상 끝났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태풍 ‘솔릭’과 함께 한반도를 덮고 있던 북태평양고기압이 일본 쪽으로 수축됐기 때문이다. 올 여름 폭염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1994년 대폭염’을 능가하며 각종 기록을 갈아 치웠다. 올해 연간 전국 평균 폭염 일수(31.2일)는 1994년(31.1일)을 넘어 역대최다되면서 2018년이 가장 강력하고 긴 더위가 이어진 해로 공식 기록됐다. 폭염은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일 때를 뜻한다. 기온도 올해가 1994년의 기록을 대부분 깨뜨렸다. 기상 관측 사상 낮 최고기온이 40도까지 오른 적은 1942년 8월 1일 대구(40.0도) 한 번 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홍천(41.0도), 북춘천(40.6도), 의성(40.4도), 양평(40.1도), 충주(40.0도·이상 8월 1일), 의성 40.3도(8월 14일) 등 총 6차례나 40도 이상의 폭염이 발생했다. 홍천의 41.0도 기록은 역대 최고 기온이다. 또 서울 39.6도, 수원 39.3도(이상 8월 1일) 등 공식 관측소가 있는 전국 95곳 중 61곳(64.2%)에서 역대 최고기온이 올해 작성됐다. 올해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16.7일)도 역대 1위인 1994년(17.7일)에 근접한 상태다.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면 열대야라고 부른다. 기상청 관계자는 “폭염은 끝났지만 9월 중순까지는 30도 초반의 더위는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제19호 태풍 ‘솔릭’은 시속 20km 내외의 느린 태풍이다. 23일에는 시속 4∼8km로 이동하기도 했다. 천천히 이동하면 강풍과 폭우를 일으키는 시간이 더 길어져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솔릭처럼 ‘느리고 강한’ 태풍이 한반도에 더 자주 상륙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라르고(Largo·음악 빠르기를 나타내는 이탈리아어로 ‘매우 느리고 폭넓게’라는 뜻)’ 태풍이 한반도로 상륙하는 주요 태풍의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세계 기상전문가와 기상청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전 세계 태풍의 이동속도는 느려지고 있다. 미국 국가환경정보센터(NCEI) 제임스 코신 박사가 올해 6월 1949년부터 2016년까지 68년간 총 7585건의 인공위성 관측 태풍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태풍의 평균 이동속도는 10% 이상 감소했다. 적도 부근은 태양열을 많이 받아 에너지가 많다. 북극 등 극지는 반대다. 열을 적게 받으면 공기 밀도가 높아져 고기압이 형성된다. 열을 많이 받으면 밀도가 낮아져 저기압이 형성된다. 바람은 항상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분다. 하지만 두 지역의 에너지 차이가 줄어들면서 두 지역의 기압 차도 감소했다. 이로 인해 바람 세기도 약해지면서 태풍 진행 속도가 느려지게 된 것이다. 코신 박사는 “태풍이 가장 강할 때의 위치가 1996년까지는 필리핀과 남중국해에 집중됐지만 1997년 이후로는 일본 남부와 한반도 등에 집중됐다”고 경고했다. 더구나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 해수 온도는 평균 1도가량 상승했다. 수온이 1도 오르면 대기 중 습도가 7∼10% 증가한다. 대기 중 증발되는 수증기 양이 많아지면 태풍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와 도쿄대 연구팀이 현재(1979∼2008년)와 온난화로 해수면의 평균 수온이 1.3도 상승하는 금세기 말(2075∼2104년)의 태풍을 비교 시뮬레이션한 결과, 미래의 태풍은 현재보다 약 20%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설상가상으로 한반도를 태풍으로부터 지켜주던 ‘안전장치’가 약화되고 있다. 한국이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태풍 피해가 적었던 이유는 △한반도 일대의 낮은 해수 온도(여름 기준 25도 미만) △한반도 상공의 제트기류(고도 8∼18km에서 부는 강한 편서풍) 때문이었다. 한반도가 위치한 중위도 지역의 바닷물 온도가 낮다 보니 태풍이 한반도로 접근할수록 바다로부터 수증기를 공급받지 못해 태풍의 힘이 약화됐다. 하지만 온난화로 한반도 주변 바다의 수온은 28∼29도로 높아진 상태다. 여기에 북극 온도가 상승하면서 제트기류마저 약해졌다.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인 문일주 교수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앞으로 ‘매미’ ‘사라’ 등 한반도를 강타한 역대급 태풍보다 더 강한 태풍이 올 수 있는 만큼 각종 방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19호 태풍 ‘솔릭’이 일반적인 태풍과 달리 그 구조가 탄탄한 형태여서 더 위력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솔릭의 위성사진을 살펴보면 전체 태풍의 크기에 비해 ‘태풍의 눈’이 매우 크고 선명하다. 일반적인 태풍들은 나선형으로 뻗어 있는 구름들이 태풍의 중심으로부터 길게 늘어져 있는 반면 솔릭의 구름은 태풍의 눈에 가깝게 똘똘 뭉쳐 있는 형태다. 미국태풍경보센터(JTWC)는 솔릭을 두고 “구름이 태풍의 눈을 감싸고 있는 원통 모양”이라고 평가했다. 원통형 태풍은 태풍의 중심이 또렷하게 움푹 패어 있는 모습 때문에 ‘도넛 태풍’ ‘타이어 태풍’이라고도 불린다. 세계적으로 발생 확률이 2∼3%인 매우 드문 케이스다. 2003년 9월 미국 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와 버지니아주를 휩쓸고 지나간 초대형 허리케인 ‘이사벨’이 대표적인 원통형이다. 원통형 태풍은 원심력이 일반 태풍보다 강해 태풍의 눈이 커진 결과다. 태풍은 일반적으로 수온이 낮은 해역을 지나가거나 육지에 상륙하면 그 위력이 크게 줄어든다. 반면 원통형 태풍은 수증기를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 힘을 쉽게 잃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반 태풍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일주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은 “태풍은 위도 30도 위로 올라가면 힘이 약해지는데, 원통형 구조인 솔릭은 한반도에 다가오는 내내 위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 상륙한 뒤에도 일반 태풍에 비해 약화되는 속도가 늦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김철중 tnf@donga.com·김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