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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일 유치원 버스가 넘어진 부산 기장군 곰내터널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 18일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에 따르면 최근 도로 정밀 조사 차량을 이용해 곰내터널 안팎을 조사한 결과 구조상 비가 올 때 사고 위험이 높았다. 정관신도시 방향 입구 100∼130m 지점에서는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았다. 좌우 경사가 1.5∼2%는 돼야 물이 도로 가장자리로 원활하게 빠지는데 이 구간은 0.15∼1.2%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차량 바퀴 등에 딸려 들어온 빗물이 터널 안 도로 중간에 고여 수막이 형성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를 담당한 임창식 박사는 “수막으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차량이 제대로 제동되지 않을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터널 입구에서 30m 지점까지 종단 평탄성이 3.78∼11.59로 측정됐다. 종단 평탄성은 ‘0’에 가까울수록 평평하다는 의미로 수치가 높을수록 차량이 위아래로 덜컹거려 자칫 중심을 잃을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무려 1830m 구간이 내리막길인 것으로 조사됐다. 종단 경사가 ‘―0.26∼―4.4%’로 안전 기준인 ‘―17% 이하’를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내리막길에서는 운전자가 평지와 같은 힘으로 가속페달을 밟으면 속력이 매우 빨라진다. 이 같은 지적이 일자 부산시는 10억 원을 들여 이곳에 미끄럼 방지시설을 설치키로 했다. 또 과속 예방을 위해 안내 경고문과 구간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하고 정관산업로의 최고속도를 시속 80km에서 70km로 낮추기로 했다. 임 박사는 “빗물이 잘 빠지도록 조치하고 울퉁불퉁한 노면도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곰내터널에서는 유치원 버스에 이어 차량 2대가 빗길에 넘어지는 사고가 잇따랐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 지역 최대 사학인 동아대가 15대 한석정 총장(63)의 취임을 계기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동아대는 학생 수만 전국 6위인 대형 사학이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재정난과 대학 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지 지역 사회의 관심이 높다. 8월 열린 취임식에서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행사장에 온 유력 정치인 등은 무대에 서지 못했다. 행사는 환경미화원 등 학교 구성원들의 축하 인사를 담은 영상으로 채워졌다. 한 총장은 “어려운 시기에는 모든 거품을 빼야 한다. 지나친 권위 의식도 일종의 거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모든 구성원에게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임사에서 눈길을 끈 단어는 ‘교육 중심 대학’이다. 한 총장은 “그간 동아대를 비롯한 많은 대학이 연구 면에서 양적 경쟁을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학생의 실력 향상을 위한 교육이나 취업 문제에 소홀했던 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젠 명확히 어떤 방식으로 대학을 운영할지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대는 교수진의 강의 역량을 강화하고 우수 강사를 발굴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학생들이 졸업한 뒤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대학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 총장이 취임 직후부터 변화를 강조하는 건 올해가 개교 70주년이라는 점도 중요한 배경이다. 동아대는 한때 동남권 최고 사학으로 불리며 정·재계뿐만 아니라 문화, 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를 배출해 왔지만 최근엔 위상이 떨어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학생 교육 중심, 역사 자료 찾기 등을 통해 대학의 기본을 점검하고 ‘동아맨’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지와 박력, 따뜻한 인성 등이 ‘동아맨’ 특유의 유전자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동아대가 배출한 다양한 경제계 인사들을 산학 협력을 위해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다. 한 총장은 “동아대는 양정모, 하형주 등 한국인의 자긍심을 높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곳으로 지난 70년간 이런 특유의 투지로 국회의장을 포함한 다수의 정치인, 법조계 인사, 동남권 재계 지도자들을 배출했다”며 “동아맨에게는 위기를 극복한 위대한 유전자가 있는 만큼 70주년을 맞아 힘차게 재도약하겠다”고 다짐했다. 한 총장은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로 임용돼 사회과학대학장, 교무처장, 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미국 유학 시절부터 만주 근대사 관련 역사 사회학을 연구했고 학술포럼인 만주학회를 설립하는 등 만주 근대사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다. 만주학회장, 부산구술사연구회장 등을 역임했고 한국사회사학회 이사, 동북아역사재단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총장 임기는 2020년 7월까지다. 한 총장은 21년간 복싱 도장을 다니고 있는 ‘노장 교수 복서’로도 유명하다. 아마추어 대회 입상 경력도 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14일 울산 울주군 경부고속도로 언양 나들목에서 경주 나들목 방향 1km 지점. 전날 관광버스가 전소된 지점의 도로와 콘크리트 가드레일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1.2m 높이의 가드레일이 갓길을 차지하면서 2차로 밖 여유 공간은 40cm 정도에 불과했다. 충돌을 우려한 일부 차량들은 도로 왼쪽으로 치우쳐 차선을 밟고 달렸다. 승객 10명의 생명을 앗아간 13일 관광버스 참사는 이처럼 ‘공사 중 도로’의 위험한 환경과 운전자의 무리한 주행이 초래한 인재(人災)였다. 사고 지점을 자주 지나는 한 화물차 운전사는 “도로가 구불구불한 데다 갓길을 차지한 가드레일 때문에 대형차들은 도로를 지날 때마다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운전사 이모 씨(48)의 무리한 끼어들기도 문제였다. 사고 지점은 얕은 내리막길이어서 과속 우려가 있는 구간이다. 고속도로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2차로를 달리던 이 씨는 1차로로 차로를 변경해 차량 여러 대를 추월한 뒤 다시 2차로로 급격하게 차로를 바꿨다. 인명 피해를 키운 건 버스에 난 화재였다. 경찰은 버스가 가드레일과 충돌하는 순간 연료통이 깨지고 마찰로 생긴 불꽃 때문에 버스에 불이 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충돌 강도에 비해 인명 피해가 컸다. 연료통이 폭발하면서 승객들이 대피할 시간을 놓쳤다”고 말했다. 사고 버스에는 승객들이 빠져나올 비상구도 없었다. 화재가 발생한 출입문 쪽은 가드레일에 막혀 탈출이 불가능했다. 대부분의 관광버스는 이처럼 사고가 발생했을 때 탈출할 비상구가 없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정원 16인 이상 차량은 차체 뒤쪽에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예외규정이 있다. 총면적 2m² 이상의 강화유리가 일정 규격 이상으로 부착된 경우 비상구가 있는 것으로 여긴다. 사고가 나면 승객들은 비상망치로 유리를 깨고 탈출해야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한밤중 실내등이 꺼지거나 차내에 연기가 가득 차면 비상망치를 찾기 힘들다. 이번에도 생존자들은 “비상망치를 찾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버스 운전사 이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씨는 음주와 무면허 사고 등 12건의 교통 관련 전과가 있다.박성민 min@donga.com /울산=강성명 기자}
“40년 친구들인데, 이렇게 허망하게 잃다니….”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김모 씨(62)의 뺨 위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김 씨는 13일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화재 참사에서 겨우 목숨을 건졌다. 이 버스에는 김 씨 등 1979년 한화케미칼에 입사했던 동기 7명과 이들의 부인 형제 지인 등이 함께 탔다. 부인과 함께 가까스로 탈출한 그는 “살아남은 게 죄스럽다”며 통곡을 멈추지 못했다. 14일 울산대병원에서 만난 김 씨는 사고 당시의 충격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했다. “휴게소에서 다 같이 우동 한 그릇씩 먹고 출발할 때만 해도 버스 안에서 웃고 떠들며 다들 즐거운 분위기였는데…. 그런데 갑자기 버스가 ‘쿵’ ‘쿵’ 소리를 내며 도로 옆 벽을 들이받고 멈춰 섰어. 창밖을 보니 버스 아래쪽에서 갑자기 불이 확 치솟았고 집사람이 ‘아, 뜨거워’ 하고 소리치더라고.” 김 씨 부부는 앞에서 두 번째 좌석에 앉아 있었다. “안전벨트를 빨리 풀라”고 소리쳤지만 놀란 아내는 우왕좌왕했다. 함께 일어서려는 순간 검은 연기가 버스 안에 가득 퍼지기 시작했다. “불났다. 전부 다 뒤쪽으로 가자”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자리를 옮겼다. “버스 뒤쪽 창문을 손과 발로 얼마나 쳤는지 모른다. 도저히 깨지지 않길래 이제 죽는가 싶었다. 이렇게 다 죽는구나….” 그때 누군가가 운전석 바로 뒤쪽 유리를 두드리더니 깨뜨렸다. 김 씨는 아내의 손을 잡고 얼른 앞쪽으로 향했다. 구멍을 통해 나왔지만 사람들이 따라 나오지 않았다. 그는 “다시 들어가려고 했는데 불이 확 일어났다. 도저히 무서워서 못 들어가고 도로에 주저앉아 펑펑 울기만 했다”고 떠올렸다. 이번에 함께 여행을 간 친목모임은 ‘육동회’. 입사 동기들이 2009∼2012년 차례로 퇴직한 뒤 매년 6월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다. 매달 10만 원씩 모아 캄보디아 등지로 여행을 다녀왔고 이번에는 중국 장자제(張家界)를 다녀오던 길이었다. 김 씨는 “6월 1일이 우리 입사일이어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이제 6월만 되면 다들 생각날 텐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탑승자 중에는 ‘형제 부부’도 있었다. 4명 가운데 3명이 이번 사고로 숨지고 동생 진모 씨(61)만 살아남았다. 진 씨는 화상을 입고 울산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상태가 호전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졌지만 정신적 충격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 씨의 아내는 다른 좌석에서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다 사고를 당해 남편을 따라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씨의 딸은 “아버지가 자꾸 ‘형님 부부, 너희 엄마 데리러 가야 해’라고 말하신다”며 울먹였다. A 씨(63)는 이번 사고로 동행했던 아내를 잃었다. 부부는 16일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 A 씨의 지인은 “함께 여행 간 사람들에게 딸과 예비사위 자랑을 많이 했다고 하던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버스는 13일 오후 7시 55분 대구공항에서 울산으로 출발했다. 당초 버스에는 운전사와 관광가이드를 포함해 모두 22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 중 원모 씨(54) 부부는 대구 시내에서 먼저 내려 화를 면한 것으로 전해졌다.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시신 확인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회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도의적인 차원의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울산=강성명 smkang@donga.com /정동연·이샘물 기자}
인제대 건축학과 학생들이 지난달 일본 센다이(仙臺)에서 열린 ‘2016 ISAIA 아시아 건축가협회 학생 공모전’에서 특선상을 받았다. 올해로 11회째인 공모전 주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최대 피해 지역인 미야기(宮城) 현 시치가하마(七ケ濱)의 해변을 재생하고 대지진의 영향으로 고립된 이 지역에 새로운 건축을 도입해 활성화할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이었다. 김명섭(24), 장한(24), 김지원(23·여), 우은빈(23·여), 김나경 씨(22·여)로 구성된 인제대팀은 ‘Empty for Fill’이란 작품으로 응모했다. 이 작품은 지진해일로 황폐화한 빈 땅에 주민과 관광객을 끌어들일 다양한 레저 시설과 볼거리를 제공하고 사용자들이 필요에 따라 다양한 시설을 추가하고 확장할 수 있는 미래 지향형 건축이다. 학생들은 “도시의 주요 장소와 주민, 방문자들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할 건축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아시아 각국에서 180여 개 작품이 접수돼 5개국 11개 팀이 뽑혔다. 공모전을 주관한 아시아 건축 교류 국제심포지엄은 아시아 각국 건축학회의 모임으로 건축 교류를 위해 2년마다 각 나라를 순회하며 국제심포지엄 등을 열고 있다. 2018년 행사는 한국에서 열린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경주 지진 여파로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한 부산 시민들의 불안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부산발전시민재단이 20대 이상의 시민 81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현재 사는 집이 지진에 안전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77.8%가 “불안하다”고 답했다. “안전하다”는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여성(82.7%)과 40대(83.3%)에서 지진에 대한 불안이 높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불안한 심리 상태도 보였다. 재단에 따르면 부산 사하구 주부 김모 씨(40)는 지난달 12일 지진이 발생한 뒤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조사 과정에서 “태풍 때문에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에도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불안하다”며 “2, 3분 사이에 국민안전처와 부산시에서 보내는 재난문자에도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답했다. 부산 시민들은 ‘부산과 울산에 밀집된 원전이 지진에 안전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87.5%가 “불안하다”고 답했다. 또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에 찬성하는 시민은 9.2%에 불과했고 반대는 74%였다.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부산지방경찰청이 12일 화물연대 파업 첫날 불법행위를 한 혐의로 조합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모 씨(49) 등 2명은 10일 오후 3시경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삼거리 앞에서 파업 집회를 하던 중 경찰이 설치한 질서유지 선을 넘어 경찰관에게 물을 뿌리고 물병을 던진 혐의(공무집행 방해)를 받고 있다. 또 권모 씨(59) 등 2명은 같은 날 오후 7시경 남구 부산항 북항에서 도로 점거를 지시하는 조합원을 붙잡으려는 경찰관의 옷을 잡아끌며 막은 혐의다. 경찰은 10, 11일 이틀 동안 화물연대의 파업 집회 과정에서 이와 비슷한 혐의로 총 46명을 붙잡았다. 또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화물차량의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이모 씨(39) 등 조합원 2명을 연행했다. 한편 부산해양수산청은 이날 군 수송차량 13대를 화물수송에 추가 투입했다. 전날 42대를 포함해 투입된 군 수송차량이 55대가 됐다. 부산항 컨테이너 부두의 장치율(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비율)은 67.2%로 전날 (66.8%)보다 소폭 높아졌다.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 조용한)는 12일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관련되는 증거를 은닉하도록 지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부산 남구을)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2015년 7월부터 6개월 동안 선거 운동 유사기관을 설치해 산악회 모임을 갖고 휴대전화를 이용해 지지를 호소하는 등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보좌관과 사무국장에게 관련 비용 지출 증거 등을 은닉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에 박 의원의 선거를 도운 혐의로 부산 남구 구의원 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증거를 은닉한 혐의로 박 의원의 보좌관과 사무국장도 각각 구속 기소했다.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씨(31)가 부산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가 숨을 거둬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권 씨는 12일 0시 30분경 해운대구 한 특급 호텔 앞에 도착한 택시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한 택시 운전기사는 "손님이 광안대교를 지날 때 의식이 있었고 이후 잠을 자는 것처럼 보였는데 호텔에 도착했을 때 숨을 쉬지 않았다. 호텔 직원이 달려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나 깨어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권 씨는 119구조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권 씨는 12일 오후 7시 30분 부산 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연주회를 앞두고 11일 서울에서 부산으로 왔다. 권 씨는 11일 오후 부산 남구에 사는 친구 집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셨고 12일 0시 10분경 택시를 타고 숙소인 해운대 호텔로 이동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권 씨의 소지품에서 부정맥과 관련된 약을 발견했으나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부검할 예정이다. 권 씨는 2004년 19세의 나이로 덴마크 칼 닐센 바이올린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하는 등 촉망받는 바이올리니스트다.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의료재단 직원의 아들이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는 말을 듣고 폭력배를 동원해 가해 학생들을 때리도록 지시한 부산의 의료재단 이사장이 1심에서 실형을 받았다. 부산지법 형사7단독 조승우 판사는 공동상해·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부산 S의료재단의 A 이사장(56)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조 판사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저지른 폭력 범행인 만큼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말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이사장은 2011년 5월 자신과 가까운 의료재단 직원의 고등학생 아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행비서인 B 씨에게 ‘학생들이 다시는 그러지 못하게 혼을 내고 교사들도 알 수 있게 학교를 뒤집어놓고 와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B 씨 등 재단 직원 5명은 외부 폭력배 2명과 함께 고등학교를 찾아가 교실을 돌아다니며 직원 아들을 괴롭힌 학생을 찾아다녔다. 이들은 학생 4명을 찾아내 주먹으로 얼굴 등을 때린 뒤 교문으로 끌고 나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겠다”고 위협했다. 이들은 교사들의 만류에도 교무실에서 욕설을 하며 행패를 부렸고, 경찰에 신고하려는 교사를 바닥에 넘어뜨려 다치게 했다. A 이사장은 재단 내에서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직원 2명을 폭행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울산지검 공안부(부장 민홍기)는 11일 선거 공보물에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새누리당 강길부 의원(울산 울주군)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4·13 총선 때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면서 책자형 선거 공보물을 통해 '울주군에 있는 울산광역시 지방도를 국도 지선으로 승격시켰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 의원은 선거에 당선된 뒤 6월 새누리당에 복당했다.울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단 운송 거부(파업) 첫날인 10일 일부 물류 거점에서 운송 차질이 빚어졌지만 우려했던 대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충돌도 많지 않았다. 파업 열기 자체가 예상보다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파업이 길어지면 일부 업계의 물류에 차질이 예상된다.○ 화물연대 “정부 발전 방안은 개악” 이날 오전 11시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 화물연대 서울·경기, 인천, 충북, 충남, 강원 등 5개 지부 조합원과 철도노조, 건설노조, 서울대병원노조, 민노총 지도부 등 9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화물운송시장 발전 방안과 구조개혁안을 비판한 뒤 “생존권이 확보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하겠다”고 주장했다. 출정식에서는 농민 백남기 씨 사태, 성과연봉제 폐지 등 본래 목적과는 다른 내용의 정치구호가 잇따랐다. 최종진 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오전에 (백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에 다녀왔다”며 투쟁을 독려했고,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공권력이 파업 참가자를 연행하면 화물연대와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출정식 뒤 의왕ICD 정문 근처에 텐트를 치고 철야 농성을 시작했다. 부산 남구 북항 감만부두와 강서구 신항에서도 출정식이 열렸다. 1700여 명이 모인 감만부두에서는 일부 조합원이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을 시도하다 경찰과 대치했다. 일부 조합원은 운행 중인 화물차로 몰려가 생수병을 던지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화물연대 박원호 본부장은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발전 방안은 화물 노동자들을 길거리에 내모는 개악이다”라고 주장했다. 신항 1부두에서도 조합원 1300여 명이 도로 점거를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했으나 충돌은 크지 않았다. 남구 신선대부두에선 조합원들이 다른 화물차 운행을 가로막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물러났다. 당시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물병을 집어던지고 차량 운행을 방해한 조합원 3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미지근한 파업 열기, 원인은 철도 파업? 이날 화물연대 파업을 바라보는 비조합원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비조합원 차량은 전체 사업용 화물차의 96.8%를 차지한다. 화물연대는 비조합원들의 동참을 독려하고 있지만 비조합원들이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근 철도 파업 여파로 운송 수요가 급증하면서 의왕∼부산 간 운임이 2배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의왕ICD 제1터미널에서 만난 비조합원 박모 씨(67)는 “화물차주들에게 중요한 것은 저가 구조 개선인데 화물연대가 맥을 잘못 짚었다”고 비판했다. 비조합원들은 화물연대 조합원의 운송 방해를 걱정하고 있다. 컨테이너 트럭 한 대의 가격은 약 2억 원. 차량이 손상되면 수리비뿐 아니라 막대한 영업손실을 본다. 피해가 발생하면 정부가 전액 보상해주기로 했지만 화물차주들은 “보상이 제때 되겠느냐”고 우려한다. 한편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미리 파업을 벌이다 업무에 복귀한 동료들의 대형 화물차 14대에 7일 스프레이로 욕설과 낙서를 한 혐의(재물손괴)로 화물연대 조합원 정모 씨(49)에 대해 1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부 “명분 없는 파업에 엄중 대처”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가 경제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즉시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대국민 담화에서 “대형 화물차 위주로 구성된 화물연대가 직접적 이해관계가 적은 사안에 대해 비현실적인 주장을 되풀이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에 엄중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복되는 화물연대 파업의 목적이 실상은 ‘노동3권 보장’ 요구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화물연대는 노동조합법상 노조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화물차주들은 화주와 계약을 맺고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사업자라는 게 고용노동부의 판단이다. 대부분의 판례도 화물차주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파업을 쟁의행위로 인정하지 않고 ‘집단 운송 거부’로 부르는 이유다.의왕=서형석 skytree08@donga.com /부산=강성명 /유성열 기자}
제10회 세계해양포럼이 11∼13일 ‘해양, 새 시대를 연다’를 주제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과 해운대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20개국에서 해양 관련 기업 대표, 국제기구 관계자, 해양 전문가 등 2000여 명이 참석해 해양 산업의 주요 이슈를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올해 포럼은 △해양의 미래―4차 산업혁명 △해양탐사와 관측기술 △지속 가능한 수산업의 발전 방향 △해양산업과 자원 등 4가지 세션으로 구성된다. 특히 해양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나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플랫폼을 활용해 해양산업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해양기업 홍보전, 해양산업 국제 클러스터 네트워크, 해양 스타트업 대회 등 비즈니스 중심의 행사가 많이 준비돼 있다. 어린이 바다 합창제, 오션시네마 등 시민을 위한 다양한 부대행사도 펼쳐진다. 이 행사는 해양수산부 부산시 부산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해양산업협회가 주관한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9일 오후 4시경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앞 도로는 한산했다. 평소 휴일보다 도로를 달리는 화물차가 적었다. 화물연대 부산지부 측 선전용 차량이 음악을 틀며 방송 상태를 시험하기도 했다. 부두 앞에는 10일부터 시작되는 화물연대 총파업의 선전용 플래카드가 3개 걸려 있었다. 인근 감만부두 앞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화물차는 갓길에 주차를 하다 교통경찰에 단속되기도 했다.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조합원들에게 가능한 한 8일까지 모든 업무를 마무리하고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사이 도로 양쪽에 화물차를 주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무한 증차” vs “명분 없는 파업” 화물연대 총파업을 앞두고 전국 항만과 터미널 곳곳에선 전운이 감돌았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8월 30일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폐기하고 화물 노동자를 위한 법·제도 개선에 나설 때까지 파업을 벌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화물연대가 특히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1.5t 소형 화물차에 대한 수급조절제 완화다. 화물연대 측은 지금도 낮은 운임과 중간 착취 등으로 장시간 위험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규제가 완화될 경우 자칫 화물차 공급이 무한정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화물차 차주의 차량을 운송사업자 명의로 귀속시키는 지입제를 폐지하고 표준운임제 법제화를 시행하라는 것이 화물연대의 핵심 요구다. 정부는 직영 차량 확보, 운전사 고용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만 증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화물연대의 말처럼 ‘무한 증차’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2001년 7월부터 영업용 화물운전사에게 매년 약 1조6000억 원에 이르는 유가보조금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또다시 파업을 펼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라고 비판한다. 정부는 이번 파업을 일부 강경 지도부가 주도하는 ‘정치적 행동’이라고 규정하고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 비조합원 참여 여부가 파업 분수령 정부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시작한 지 한 달이 흘러 급한 컨테이너는 대부분 처리한 만큼 일각에서 우려하는 육·해상 물류가 한꺼번에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한진해운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부산항은 이중고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컨테이너 화물의 75%가량을 처리하는 부산항은 목적지로 가지 못한 한진해운 선박들이 싣고 있던 컨테이너들을 대량으로 내려놓는 바람에 항만의 여유 공간이 빠듯한 상황이다. 향후 파업 여파는 화물연대에 속하지 않은 비조합원의 참여 여부에 달려 있다. 1만4000대에 이르는 화물연대 조합원 차량은 대부분 5t 이상 대형차들이라 국내 전체 화물차(43만7000여 대)의 3.2%에 불과하다. 비조합원의 파업 참여율이 낮았던 2012년(26.4%) 수준으로 파업이 전개될 경우 994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수송 차질이 예상된다. 반면 비조합원이 파업에 적극 참여해 운송거부율이 71.8%에 달했던 2008년 파업 수준으로 전개될 경우 수송 차질 물량은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 운행률을 떨어뜨려야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 보니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파업 때마다 이에 동참하지 않은 조합원이나 소형 화물차주들의 정상 운행을 조직적으로 방해한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화물연대는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이번 파업에 앞서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차주들의 정상 운행을 방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파업 명분이 과거에 비해 떨어지는 만큼 비조합원의 참여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화물연대의 방해 행위가 재연되지 않도록 증거 수집을 강화하고 경찰 수사를 통해 적극 처벌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운송 거부가 장기화될 경우 화물연대 지도부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 적용도 검토할 계획이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유성열 / 부산=강성명 기자}
부산지역 3개 기업 컨소시엄이 시내 면세점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번 경쟁은 지역의 중소·중견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 입찰로 진행된다. 먼저 부산관광면세점은 지역 30개 업체가 모인 부산벤처연합협동조합과 해피콜, 가베카 등으로 구성된 신설 법인으로 납입 자본금은 16억 원이다. 부산백화점면세점은 지역 부품업체인 케이씨씨전자 외에 4명의 주주로 구성됐으며 10억 원의 납입 자본금으로 설립된 신설 법인이다. 부산면세점은 비엔스틸라, 세운철강, 동성코퍼레이션 등 14개 부산상공회의소 임원단 관련 기업이 각각 1억 원을 출자해 14억 원의 납입 자본금으로 설립됐다. 앞서 부산면세점은 부산관광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부산시의회에서 부산관광공사의 시내 면세점 출자에 대한 동의안을 보류하면서 단독으로 입찰하게 됐다. 기업들은 과거에 비해 면세점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상황이지만 크루즈를 통한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는 등 전망이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면세점 특허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특허가 추가로 발급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도 호재다. 지역 경제계는 특허를 신청한 업체 3곳 모두 면세 사업 경험이 없는 만큼 심사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본력과 사업주체의 경영 의지 등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심사 결과는 12월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교정시설에서 질병에 의한 사망자 수가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부산구치소의 재소자 사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금태섭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강서갑)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교정시설에서 사망한 재소자는 총 279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181명(65%), 자살자가 98명(35%)이었다. 시설별 사망자는 부산구치소가 2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구치소 22명, 대구교도소 와 대전교도소가 각각 17명 등으로 나타났다. 부산구치소에서는 8월 징벌 과정에서 조사수용방에 수감된 재소자 두 명이 건강 악화로 이틀 연속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지난달 25일 일반 수용실에 수감 중이던 40대 남성이 수형복을 찢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돼 재소자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최근 10년간 교정시설에서 총 880건의 자살시도로 98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만 2006년 17명에서 지난해 4명으로 자살자가 감소했다. 자살시도 건수 역시 2006년 105건에서 지난해 55건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2006년 16명에서 2015년 24명으로 증가했다. 금 의원은 “교정시설은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와 외부 의료기관과의 협력체계를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부산지검 공안부(부장 백재명)는 5일 4·13총선을 앞두고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 의원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인 3월 27일 부산 사상구의 한 교회에 찾아가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하는 등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영화에서 봤던 쓰나미가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에 아찔했습니다.” 18호 태풍 ‘차바’가 지나간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A아파트에 사는 주부 박모 씨(65)는 여전히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날 오전 10시경 박 씨는 흔들리는 창문이 걱정돼 바깥을 바라봤다. 박 씨의 11층 집에서 바라본 마린시티의 모습은 처참했다. 방파제 위로 집채만 한 파도가 넘실거렸고 관광 명소로 유명한 마린시티 산책길은 물바다로 변해 있었다. 주차된 차량들은 화단 위로 떠밀렸고 바닷가 카페와 식당은 속수무책으로 침수됐다. 마치 거대한 쓰나미(지진해일)를 다룬 영화 해운대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박 씨는 “놀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한동안 계속 지인들과 통화만 했다”고 말했다.○ 초고층 아파트 덮친 8m 파도 마린시티는 초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부산의 대표적인 부촌(富村)이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다와 붙어 있어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 때문에 태풍 때마다 바닷물 범람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던 곳이다. 앞서 2003년 태풍 매미, 2010년 태풍 뎬무, 2012년 태풍 볼라벤 때도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이번에도 차바가 몰고 온 높이 8m 이상의 파도에 마린시티 앞에 설치된 방파제(5.1m)와 방수벽(1.2m)은 무용지물이었다. 한 주민은 “편의점을 가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물이 흐르더니 순식간에 무릎 정도로 차올랐다”며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놀라서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고 말했다. 바닷물은 해안도로뿐 아니라 마린시티 내 건물 사이사이까지 밀려들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마린시티 주변에서 잡았다는 물고기 사진까지 올라왔다. 태풍이 빠져나간 오후 마린시티의 모습은 더 참혹했다. 도로 곳곳에서는 마치 포탄이 떨어진 듯 보도블록 수백 장이 부서진 채 발견됐다. 주민 최모 씨(53)는 “태풍이 고작 반나절 정도 머문 것 같은데 이처럼 큰 피해가 난 걸 보면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시는 뒤늦게 초대형 해상방파제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 거대한 강으로 변한 울산 시간당 최대 139mm의 폭우가 쏟아진 울산은 도심 대부분이 물에 잠기면서 사실상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특히 중구 태화시장 등 태화동과 우정동 일대 저지대는 물이 어른 가슴 높이를 넘나들 정도로 완전히 잠겼다. 그러나 상인과 주민들은 사전에 아무 경고도 듣지 못하고 그대로 피해를 입었다. 태화시장 상인 박모 씨(54)는 “태풍이 온다는 예보만 했지 울산에 폭우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보는 전혀 없었다”며 “이날도 장사를 하고 있는데 가게 앞으로 물이 차오르더니 갑자기 상가 전체에 물이 차올라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박 씨는 “울산 혁신도시가 태화동 위의 우정동에 조성되면서 이곳의 빗물을 유곡천으로 내려 보내고 있지만 배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태화시장 일대가 침수됐다”며 “이번 침수 피해는 안일한 대처로 일관한 울산시 등 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주차 차량 수십 대가 침수 피해를 입은 울산 울주군 언양읍 태화강변의 주민들도 사전에 대피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다. 주민 김모 씨(52·여)는 “도로가 흙탕물 강으로 변해 차량들이 떠내려갈 정도였는데 울산시 등에서는 사전 통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태화교 인근 태화강 둔치에 설치된 재난 위험 안내 전광판은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는데도 ‘울산 119 안전문화축제’ 등 홍보성 자막만 내보내 비난을 샀다. 울주군 청량면 회야수질개선사업소 인근에서는 구조활동을 펼치던 울산소방본부 소속 강모 소방사(30)가 낮 12시 6분경 강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폭우로 침수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생산라인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태풍 소식에 오전 중 차량을 옮겨놓고 배수구 정비를 마쳤지만 예상 범위를 넘어서는 폭우가 내리는 바람에 침수를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후 3시부터 1공장은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오후 11시 현재 2공장은 정상화되지 못했다.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등도 일제히 외부 작업을 중단했다.○ ‘역대급’ 10월 태풍 차바는 10월에 발생한 태풍 중에서는 역대 가장 강한 위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의 공식적인 최대순간풍속은 초속 47m에 달해 기존 1위였던 1985년 10월 발생한 20호 태풍 브랜다(초속 38.8m)를 훨씬 넘었다. 비공식 기록이지만 제주 서쪽 끝 고산에서는 최대순간풍속이 56.5m를 넘기도 했다. 서귀포(267.7mm)와 포항(155.3mm) 등 남부지방 7곳은 역대 가장 많은 하루 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태풍에 끌려온 수증기가 산악지대와 만나면서 제주 산간에는 500mm 이상, 울산 부근에는 300mm 이상의 물 폭탄이 떨어졌다. 가장 많은 비가 내린 제주 윗세오름은 무려 659.5mm가 내렸다.정동연 call@donga.com /부산=강성명 /제주=임재영 기자}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부산교통공사 노사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기로 했다. 지난달 27일 파업에 들어간 부산지하철노조는 지난달 30일 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노조는 파업을 중단하면서 “시민 불편을 고려해 협상을 재개하는 것일 뿐 결코 파업을 철회한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달 6일부터 교섭을 재개하고 결렬될 경우 21일부터 2차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파업 중단을 환영한다. 교섭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교통공사 노사는 7월 21일부터 지난달 2일까지 8차례 임단협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임금 4.4%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동결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또 노조는 내년 4월 개통하는 도시철도 1호선 다대선 연장 구간을 위해 신규 인력 269명의 채용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기존 노선 인력 178명을 줄여 재배치하고 신규 인력은 5명만 충원하겠다고 맞섰다.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 올려 보지도 못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27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앞서 사측은 지난달 21일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한 노조의 교섭 거부’를 이유로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다. 이어 조정 기간이 15일인데 조정 결정을 기다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이는 파업 첫날부터 노조 간부 등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848명을 모두 직위해제한 명분이었다. 사측의 전례 없는 초강수에 일부 노조원이 업무 복귀를 신청하면서 노조의 파업 동력은 잠시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곧 전세가 역전됐다. 사측이 지난달 28일 열린 부산지방노동위원회 특별조정위원회에서 스스로 조정 신청을 취하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조정위원회가 각하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자 사측이 알아서 신청을 취하했다. 이번 파업이 불법이라는 사측 주장이 허위임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조정위원들은 노사가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를 자율적으로 협상해 보지도 않고서 이 문제를 조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검찰 고소로 즉각 공세를 펼쳤다. 이들은 “사측이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노조 지도부와 파업 참가자 전원을 직위해제한 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박종흠 부산교통공사 사장 등 임직원 7명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어 박 사장을 협박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조합원들에게 이번 파업과 관련해 사장 명의로 협박성 메시지를 발송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가 임단협에서 다루지 않은 성과연봉제 도입 저지를 위해 민노총 공공운수노조의 연대 파업에 참가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공사는 운영 정상화를 위해 단순 파업 참가자의 직위해제 처분을 취소했지만 노조 간부 등 40명의 직위해제는 유지한 상태다.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부산항 북항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들의 임차료 체납액이 800여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관리 기관인 부산항만공사(BPA)가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2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천안을)의 자료에 따르면 신선대부두를 운영하는 CJ대한통운 부산컨테이너터미널은 올 8월 현재 494억 원을, 감만부두를 운영하는 부산인터내셔널터미널은 297억 원의 임차료를 각각 체납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2월부터 월 임차료 34억6000만 원을, 부산인터내셔널터미널은 지난해 8월부터 월 임차료 24억 원을 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산항 신항으로 수출입 물동량이 몰리면서 북항 운영사들의 경영난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운영사 4곳 가운데 2곳만 지속적으로 돈을 내지 않고 있는데도 BPA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CJ대한통운 부산컨테이너터미널은 2012년 9월부터 1년 동안 임차료 237억 원을 체납하다 2013년 12월 밀린 임차료를 납부하기도 했다. 2014년 2월 BPA는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운영사들이 각각 통합하는 조건으로 1년간 임차료 15%를 감면해 줬다. 이에 CJ대한통운 부산컨테이너터미널은 21억 원, 부산인터내셔널터미널은 39억 원의 감면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임차료 감면 기간이 끝나자 다시 체납하고 있다. 박 의원은 “수수방관하는 BPA의 대응 방식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행 항만공사법에 따르면 임차료 체납으로 강제 징수를 해야 할 경우 관할 자치단체에 징수를 위탁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BPA는 CJ대한통운 부산컨테이너터미널이 230억 원을 체납했던 2012년 부산 남구에 강제 징수를 요청했다. 당시 BPA는 “우리 공사가 부산항을 관리 운영하기 위한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운영사에서 계속 체납하면 재정 악화로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고, 성실하게 임차료를 납부하고 있는 다른 운영사의 납부 의지에 악영향을 미쳐 부산항과 부산시 발전의 심각한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라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BPA는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체납 건에는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박 의원은 “230억 원 체납액에도 적극 대응했던 BPA가 790억 원에 이르는 체납액을 방치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정원 BPA 홍보실장은 “관할 자치단체에 징수 요청을 위탁하지 않은 것은 맞다”며 “북항 부두 운영사의 경영 상태가 크게 나빠져 자치단체를 통한 행정 대집행이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현재 부두 운영사 통합 작업이 진행 중인데 선결 조건에 임차료 체납액 완납이 포함돼 있는 만큼 이르면 올해 말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과거 체납액을 놓고서는 재정 악화로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다고 걱정했던 BPA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면 대기업 특혜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임차료 체납과 통합은 분명 별개 사안으로 BPA는 즉시 실효성 있는 회수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