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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내야수 김하성(25)의 메이저리그 꿈이 현실이 돼가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엠엘비닷컴은 29일 소식통을 인용해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와 입단 계약에 합의했다. 피지컬테스트가 진행 중이라 아직 구단이 공식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28일 미국으로 출국한 김하성이 최종 관문을 통과하면 2002년 빅리그 데뷔한 최희섭 이후 역대 아홉 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 타자가 된다. 키움 출신으로는 강정호 박병호에 이어 역대 세 번째 빅리거다.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은 만큼 정확한 계약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뉴욕포스트의 조엘 셔먼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하성이 4∼5년에 연봉 700만∼800만 달러(약 77억∼87억 원) 규모의 계약을 했다”고 전했다. 총액은 2000만 달러 후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빅리그를 노크한 김하성이 계약을 완료하면 원소속 구단인 키움도 포스팅 비용을 챙긴다. 2018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MLB의 ‘한미 선수계약협정’ 개정안에 따라 계약 총액이 2500만 달러 이하일 때는 그중 20%를, 2500만∼5000만 달러일 때는 2500만 달러의 20%인 500만 달러에 2500만 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의 17.5%를 키움이 받는다. 대략 키움이 55억∼65억 원을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계약 규모는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MLB 구단들의 수익이 줄면서 현지 자유계약선수(FA) 이적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 일본 타자들에 대한 평가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좋은 조건을 받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같은 포스팅 시스템을 거친 쓰쓰고 요시토모는 2년 1200만 달러에 탬파베이 유니폼을 입었다. 김하성의 계약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포함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올 시즌 키움에서 유격수와 3루수를 번갈아가며 봤던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에선 2루수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팀의 간판스타인 매니 마차도(28)가 3루수, 팀의 미래로 평가받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1)가 유격수 자리를 꿰차고 있기 때문. 올 시즌 2루수를 맡았던 제이크 크로넌워스(26)는 외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김하성이 내야 유틸리티 자원으로 쓰일 수도 있다. 이창섭 MLB 칼럼니스트는 “(주 포지션인) 유격수만을 생각하기보단 2루수라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적응을 위해 훈련이 필요하겠지만 스스로 자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샌디에이고 안방구장으로 쓰이는 펫코파크는 바다에 인접해 투수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저녁이 되면 외야에서 내야로 습도가 높은 바닷바람이 불어와 타구가 생각만큼 뻗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올 시즌 개인 첫 30홈런을 기록한 김하성이 빅리그에서도 장타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야탑고 졸업 후 2014년 프로에 데뷔한 김하성은 올해까지 7시즌 동안 타율 0.294, 133홈런, 575타점, 134도루를 기록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추신수(38·전 텍사스)는 반팔 차림이었다. 연신 이마의 땀을 훔쳐냈다. “이제 막 운동을 끝내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텍사스에서의 7년을 포함해 16년간의 메이저리그 여정을 지나쳐 온 그는 한겨울 비시즌에도 변함없이 자기만의 루틴대로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모처럼 가족과 함께 지내니까 좋다”면서도 “그런데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야구장이 더 편하다”며 웃었다. 내년 시즌 새 팀의 유니폼을 입을 날을 기다리며 미국 텍사스의 집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그를 얼마 전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을 통해 만났다. ○ 아드리안 벨트레를 말하다 2000년 꿈을 찾아 태평양을 건넌 그는 미국에서 많은 것을 이뤘다. 7년 1억3000만 달러(약 1426억 원)짜리 대형 계약을 했고, 올스타전에 출전했으며, 52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그가 계속 현역 생활을 이어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너무 야구를 사랑하고,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꺼지지 않는 그의 열정은 올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9월 28일 휴스턴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오른손 부상으로 제대로 스윙조차 할 수 없던 그는 3루수 방향으로 번트를 댄 뒤 1루로 전력 질주했다. 베이스를 밟은 뒤 중심을 잃고 나뒹구는 투혼 속에 안타 하나를 추가했다. 그는 “어린 선수들에게 야구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경기 후 많은 선수들이 그에게 다가와 “앞으로 뼈가 부러지지 않는 한 그라운드에서 뛰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전했다는 후일담도 소개했다. 야구 인생의 종반을 향해 가는 추신수의 롤 모델은 텍사스 팀 동료였던 아드리안 벨트레(41·은퇴)다. 메이저리그에서 3166개의 안타와 477개의 홈런을 때린 벨트레에 대해 추신수는 “나는 벨트레처럼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다만 그처럼 유니폼을 벗는 순간까지 매 경기 모든 것을 쏟아붓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류현진과 최지만을 말하다 메이저리그에서 1652경기에 출전한 그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게 하나 있다. 바로 ‘꿈의 무대’ 월드시리즈다. 추신수는 2015년 팀이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면서 디비전시리즈(DS)에 진출한 적은 있지만 당시 토론토에 패해 탈락했다. 추신수는 “올해 탬파베이에서 뛰는 (최)지만이 월드시리즈 무대를 누비는 걸 TV로 봤다. 작년에는 (류)현진이가 LA 다저스 소속으로 월드시리즈에서 뛰었다. 나도 (월드시리즈가 열리는) 10월에 집 대신 꼭 야구장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여러 구단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도 ‘이기는 팀’이다. 그는 “돈을 더 받는 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출전 기회를 가질 수 있는 팀이면서 가을 야구를 노려볼 만한 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로베르토 클레멘테를 말하다올해 추신수는 야구장 밖에서 더 빛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야구장을 덮친 올해 4월 그는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 191명 전원에게 1000달러(약 110만 원)씩의 생계 자금을 지원했다. 각종 기부 및 선행으로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의 선행상이라 할 수 있는 로베르토 클레멘테상 30명의 후보에 포함됐다. 애덤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에게 밀려 수상하진 못했지만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이 상의 후보에 선정된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그는 “나도 마이너리그에서 7년간 힘들게 야구를 했기에 선수들의 어려움을 잘 안다. 고민 없이 기부를 결정했고, 아내(하원미 씨)도 선뜻 동의했다”며 “상 욕심이 없지만 로베르토 클레멘테상만큼은 꼭 받고 싶었다. 하지만 나보다 더 좋은 일을 많이 한 웨인라이트가 받아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고 말했다.“내년에는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갔으면 좋겠다. 독자 여러분들도 내년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는 새해 인사를 건넨 추신수는 바로 그 클레멘테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티셔츠에는 클레멘테가 생전에 했던 명언이자 추신수가 자신에게 얘기하고 싶어 하는 말이 적혀 있었다.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사람인 것 같다.(When I put on my uniform, I feel I am the proudest man on earth)”이헌재 uni@donga.com·강홍구 기자}
선두 경쟁은 지금부터다.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가 1위 대한항공의 6연승 행진을 중단시키며 추격의 불을 댕겼다. 우리카드는 2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3라운드 경기에서 풀세트 듀스 접전 끝에 3-2(25-20, 25-23, 19-25, 23-25, 16-14)로 승리했다. 우리카드는 3라운드를 4연승으로 마치며 후반기 순위 도약의 디딤돌을 놨다. 승점 2점을 추가한 우리카드(30점)는 여전히 4위에 머물렀지만 3위 OK금융그룹(32점)과의 차이를 2점으로 좁혔다. 선두 대한항공(36점)도 가시권이다. 우리카드는 이날 1, 2세트를 따내며 쉽게 경기를 가져가는 듯했다. 그러나 강호 대한항공도 무기력하게 무너지진 않았다. 무릎 부상으로 팀을 떠난 외국인 선수 비예나를 대신해 라이트 포지션을 맡고 있는 임동혁(21)을 앞세워 승부를 최종 5세트까지 몰고 갔다. 두 팀은 5세트에서도 14-14 듀스를 기록하는 등 쉽게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오히려 13-14로 뒤져 매치포인트의 위기를 맞은 우리카드를 구한 건 세터 하승우(25·사진)의 서브였다. 왼손잡이로 상대가 받기 까다로운 서브를 구사하는 하승우는 14-14 동점 상황에서 두 차례 연속 수비 부문 1위 대한항공 곽승석(세트당 5.632개)의 리시브를 흔들며 팀에 득점 기회를 안겼다. 14-14에서 곽승석의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우리카드로 넘어온 공을 나경복이 오픈 공격으로 연결했고, 15-14에서는 불안한 연결 끝에 임동혁의 공격이 라인을 벗어나면서 경기가 마무리됐다. 경기 뒤 하승우는 “자신 있는 코스로 서브를 때린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우리카드 외국인 선수 알렉스(29)는 양 팀 최다이자 자신의 올 시즌 최다인 41득점(공격성공률 53.84%)으로 맹활약했다. 알렉스는 후위공격 16점, 블로킹 2점, 서브 4점 등 트리플크라운(후위공격, 블로킹, 서브 각각 3점 이상)에서 블로킹 1개가 모자란 눈부신 플레이를 펼쳤다. 지난달 라이트 나경복의 발목 부상으로 라이트 역할을 맡게 된 알렉스는 최근 나경복의 복귀 이후에도 여전히 라이트 자리에서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알렉스는 “1, 2라운드에 비해 3라운드에서 팀이 좋아졌다. 실수만 줄이면 최고의 팀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여자부 GS칼텍스도 한국도로공사에 풀세트 끝에 3-2(20-25, 25-18, 22-25, 28-26, 15-12)로 이겼다. 승점 25점이 된 GS칼텍스는 IBK기업은행(24점)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창 밖을 보라. 창 밖을 보라♬” 최근 경기 용인시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체육관에 때 이른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퍼졌다. 카메라 앞에 선 외국인 선수 펠리페와 주전 레프트 송명근은 자신들이 직접 부른 ‘창 밖을 보라’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올해로 한국 생활 4년차인 펠리페는 한국어로 녹음에 동참했다. 이밖에 평소 웜업존에서 춤 실력을 선보였던 조재성도 맘껏 끼를 뽐냈다. 노래는 불러도 춤은 못 추겠다며 끝까지 손사래를 친 이민규는 동료 선수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그대로 카메라에 잡혔다. OK금융그룹 관계자는 “평소에는 잘 웃지 않는 펠리페가 캐롤이 나오자 갑자기 급변해서 놀랐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해당 영상은 OK금융그룹 SNS를 통해 팬들에게 소개됐다. 한 팬은 “이번 크리스마스는 ‘집콕’인데 이 영상 보니 위로가 된다”고 댓글을 남겼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에는 선수들이 크리스마스트리를 직접 꾸미는 영상도 업로드할 예정이다. 팬들이 선수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출력해서 트리 곳곳에 매달아놨다고 한다. 이 트리는 선수단 숙소에 놓였다. 대표 겨울 스포츠 프로배구 팬들에게 크리스마스는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매년 성탄절을 앞두고 구단들은 풍성한 이벤트로 손님맞이 준비를 한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무 관중 경기로 치러지면서 올해는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 수 없게 됐다. 이에 구단 직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크리스마스 한정판 유니폼이다. 최근 여자부 현대건설, IBK기업은행, 남자부 대한항공 등이 한정판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1977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유니폼을 선보인 현대건설은 안방경기 유니폼엔 눈꽃 장식, 방문경기 유니폼엔 산타 모자 디자인을 활용했다. 뒷면에는 영문으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새겨 넣었다. 구단 홍보실에서 직접 디자인을 맡았다. 현재까지 200벌 가까이 판매됐다고 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팬들의 반응이 좋아 매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한정판 유니폼에 크리스마스의 상징색인 빨간색, 초록색 등을 활용했다. 루돌프도 새겨 넣었다. 산틸리 대한항공 감독도 같은 디자인의 넥타이를 맸다. 세 시즌 연속 크리스마스 당일 수원 안방경기를 치르는 한국전력은 25일 경기 당일 웜업 시간에 선수들이 들을 크리스마스 노래 추천을 팬들에게 받는다. 또 중계화면을 통해 경기장 곳곳에 숨겨진 메시지를 적어 응모하는 이벤트도 실시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상대 팀에 선물을 내주지 않겠다.” 산틸리 대한항공 감독은 23일 OK금융그룹과의 인천 홈게임에 앞서 초록색 넥타이를 매고 이렇게 말했다. 난데없이 선물 얘기를 꺼낸 건 이날이 대한항공의 크리스마스 유니폼 이벤트 데이였기 때문. 선수들은 초록색 성탄 유니폼을 입었다. 감독과 선수들이 같은 색깔로 하나가 된 선두 대한항공이 짜릿한 역전승으로 6연승을 질주했다. 대한항공은 마지막 5세트 11-14까지 뒤지다 내리 5점을 따내며 극적인 3-2(25-18, 21-25, 26-24, 20-25, 16-14) 승리를 거뒀다. 대한항공에 황홀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긴 건 ‘차세대 거포’ 임동혁(21·사진). 라이트 임동혁은 양 팀 최다이자 개인 최다인 32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공격성공률 또한 63.83%로 공격 득점을 10점 이상 올린 경기에서 가장 높은 기록을 거뒀다. 제천산업고 졸업 후 프로에 직행한 임동혁은 문성민(현대캐피탈), 박철우(한국전력)의 뒤를 이을 토종 라이트로 꼽힌다. 대한항공이 무릎 부상 중인 외국인 선수 비예나의 교체 카드를 꺼낼 수 있었던 것도 임동혁의 존재감 때문이다. 리시브가 가능한 새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가 내년 1월 팀에 합류하면 대한항공의 전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5세트 12-14에서 교체 투입된 대한항공 세터 유광우는 까다로운 플로터 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들며 역전 드라마를 거들었다. 한편 올 시즌 5세트 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던 OK금융그룹은 처음으로 풀세트 패배를 떠안았다. 하지만 승점 1점을 추가하며 KB손해보험을 제치고 2위가 됐다. 승점은 32점으로 같지만 다승에서 OK금융그룹(12승)이 KB손해보험(11승)에 앞선다. 여자부 IBK기업은행도 풀세트 접전 끝에 한국도로공사에 3-2(16-25, 25-19, 13-25, 25-22, 15-13)로 이겼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 남자부 한국전력의 라이트 박철우(35)는 22일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V리그 최초로 6000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2세트 11-15 상황에서 오픈 공격으로 이날 10번째 득점을 하며 6000득점을 채웠다.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남녀부 통틀어 아무도 이르지 못한 기록이다. 남자부 2위 현대캐피탈 문성민(4500득점)과 1500점 차이가 난다. 22일 현재 여자부 최다득점 기록은 현대건설 양효진의 5722점. 그러나 박철우는 웃지 못했다. 이날 팀이 0-3 완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경기 전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이 “도약을 위한 교두보”라고 말했을 정도로 팀에겐 중요한 경기였다. 실제로 5위 한국전력이 이날 승점 3점을 추가하면 4위가 돼 상위권 추격에 불을 붙일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이날 패배로 2연패에 빠졌다. 팀의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기에 1패 이상의 아쉬움이 남았다. 라이트 포지션의 외국인 선수 러셀(27)을 리시브 부담이 있는 레프트 자리에 기용하고 있는 한국전력은 이날 13.11%라는 저조한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박철우를 빼고 3세트 러셀을 라이트로 돌리기도 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경기 중반에야 불이 붙는 ‘슬로우 스타터’ 기질이 있는 러셀을 위해 한국전력은 경기 전 전담 트레이너까지 붙여 따로 웜업을 시키지만 아직까지 큰 효과가 없다. 센터 신영석(34), 세터 황동일(34) 등 주전 대부분이 30대이다 보니 체력 부담도 고민이다. 최근 외국인 선수 교체 강수를 두며 7연패에서 벗어난 6위 삼성화재와의 다음 경기에서 연패를 끊지 못하면 자칫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너 목소리 편해졌다?” 올 시즌을 끝으로 19년 프로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전 LG 선수’ 박용택(41)은 최근 이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아쉬움이 남지 않느냐고 묻자 “다시 태어나면 야구를 보지도 않을 것 같다”는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박용택이 웃으며 말을 보탰다. “농담 아니라 정말 박찬호, 이승엽 선배 수준 아니면 야구에 관심 갖지 않을 것 같아요. 바꿔 말하면 정말 힘들었어요. 다시 시작해도 이것보다 더 노력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조금의 아쉬움도 없는 거죠.” 은퇴는 했지만 박용택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12월을 보내고 있다. 각종 시상식에 방송 출연, 인터뷰까지 스케줄이 가득 차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생애 첫 일구대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부로 LG와의 계약이 끝난 박용택은 은퇴 이후의 삶도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고 있다. 해설위원, 대학원(스포츠심리학) 진학 등 이미 그려놓은 계획들이 많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박용택을 만났다.●19년 동안 버티고 쌓아서 이겨낸 2504안타올 시즌 그의 이름 앞에 자주 붙었던 수식어 중 하나는 ‘은퇴투어 논란’이었다. 시즌 중반 은퇴투어 이야기가 나오면서 ‘자격’에 대한 시비가 불붙었다. 결국 그가 직접 나서 고사의 뜻을 밝혀야 했다. 솔직한 마음은 어땠을까. 박용택은 “세상 억울했다. 문제의 요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악플을 다는 이들이 많았다. 심지어 내가 은퇴투어를 요청했다고 아는 사람도 있더라”고 말했다. 정규시즌에는 댓글을 잘 읽지 않는다는 박용택은 관련 기자회견을 앞두고 오랜만에 댓글 정독을 했다고 한다. 논란이 일면서 끝내 고사했지만 ‘자격’에 대한 개인의 생각은 분명히 했다. 박용택은 “나에게 급이 안 된다고 말하면 우리나라에 급이 되는 선수들은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다른 생각이 있으면 나에게 직접 와서 이야기하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 있다”고 했다. 그가 세운 KBO리그 최다 안타 신기록(2504개)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박용택은 “메이저리그(MLB)에 통산 3000안타를 기록한 선수가 30명 정도 있다. 그 중에서 (승부도박으로 영구 제명된) 피트 로즈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선수들의 명예의 전당에 올라 있다. 물론 그 중에서도 일명 (단타 위주의) 똑딱이도 있고 수비 비중이 적은 선수도 있지만 모두가 박수를 받는 건 3000안타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3000안타 고지를 넘은 32명의 선수 중 로즈 외에도 현역 앨버트 푸홀스(3236개), 2019시즌 뒤 은퇴한 스즈키 이치로(3089개) 등 6명을 제외한 26명이 명예의 전당에 헌액 돼 있다. 박용택은 “아닌 말로 한 시즌에 300안타 칠 수도 있다. 그러나 3000안타라는 건 그 300안타를 10년은 쳐야 한다는 것이다. 20년 가까이 버티고 쌓아서 이겨낸 최다 안타 기록은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은퇴투어 반대 의견의 주를 이뤘던 2009년 일명 ‘타격왕 논란’에 대한 사과의 뜻을 다시 한 번 전했다. 당시 홍성흔과 타격왕 경쟁을 벌이던 박용택은 타율 관리를 위해 최종전에 출전하지 않으면서 타이틀은 지켰지만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박용택은 “팬들의 설렘을 내 선택으로 없앤 건 죄송하다. 정말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박용택은 잊을 수 없는 자신의 별명으로 당시 붙은 ‘졸렬택’을 꼽기도 했다.●모든 상황이 완벽했던 마지막 타석마지막 경기, 마지막 타석에 대한 기억도 생생했다. 11월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지붕 라이벌’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그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이날 7-8로 한 점 뒤진 8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박용택은 두산 투수 이영하의 초구를 공략해 3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다. 박용택은 “스윙 느낌, 기분, 상대 투수, 노리던 공, 1점 차로 지고 있던 상황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경험상 이런 기분일 때는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는 데 내가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왔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데 방망이를 머리에 대고 피식 웃었다. ‘정말 은퇴할 때가 다 됐나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야구선수 박용택의 삶이 끝난 뒤 눈물을 쏟은 곳은 그라운드도 라커룸도 아닌 집이었다고 한다. 박용택은 “11월 30일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오늘 LG 트윈스와 계약 끝나는 날이야’라고 말하는 데 갑자기 울음이 터지더라. 아내가 옆에서 너무 웃어서 화장실에 가서 또 울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에게 LG 유니폼의 의미를 묻자 “패션의 완성은 블랙 앤 화이트”라는 답이 돌아왔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멋’이라는 그다운 대답이었다. 박용택은 다음시즌 해설위원으로 야구팬들 곁에 돌아올 전망이다. 대학원에서 스포츠심리학 공부 계획도 세우고 있다. 더 이상 선수로 불리고 싶지 않다는 박용택은 아직 명함이 나오지 않았으니 ‘용택 씨’로 자신을 불러달라고 했다. 새로운 타석에 들어서게 될 용택 씨의 앞날을 응원한다.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상금왕을 거머쥐기까지 단 4개 대회면 충분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솔레어)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20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고진영은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티뷰론GC(파72)에서 끝난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1개로 6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정상에 섰다. 공동 2위 김세영(27·사진)과 해나 그린(24·호주)을 5타 차로 따돌렸다. 시즌 첫 우승(통산 7승)으로 상금 110만 달러(약 12억 원)를 거머쥔 고진영은 총 166만7925달러(약 18억4000만 원)로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다. 상금왕 2연패는 2012, 2013시즌 박인비 이후 처음이다. 고진영은 올 시즌 전체 18개 대회 중 4개 대회에만 출전했지만 가장 많은 총상금(550만 달러)이 걸린 US여자오픈에서 공동 준우승, 가장 많은 우승 상금이 걸린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2주 동안 두 대회에서 17억5000만 원을 받았다. 2003년 안니카 소렌스탐이 세운 역대 최소 대회 상금왕 기록(17개)도 깨뜨렸다. 지난 시즌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평균타수상 등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고진영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3월 귀국 이후 지난달까지 국내에만 머물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에도 6차례 출전했지만 무관에 머물렀다. 시즌 도중 스윙을 교정하기도 했다. 11월 미국으로 출국한 고진영은 투어 15번째 대회인 펠리컨 챔피언십에서 뒤늦게 처음 선을 보여 공동 34위로 마쳤다. 두 번째 대회인 VOC 클래식에서 단독 5위에 올랐을 때만 해도 시즌 상위 70명에게만 기회를 주는 투어 챔피언십 출전은 여전히 어려워 보였다. 지난주 US여자오픈에서 최소 4위를 해야 최종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고진영은 공동 2위에 오르며 극적으로 최종전에 합류했다. 전날까지 김세영에게 1타 차로 뒤진 2위였던 고진영은 후반 들어 김세영이 11번홀(파4)에서 보기를 하는 사이 선두에 나선 뒤 12∼14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따내며 기세를 올렸다. 고진영은 “친한 사람끼리 플레이를 하고 우승 경쟁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마지막 18번홀(파4) 그린을 향할 때 이미 우승이 확정적이었던 고진영은 캐디 데이비드 브루커에게 ‘프로는 마무리까지 완벽해야 한다’는 로레나 오초아의 말을 전해 들었다. 브루커는 투어 통산 27승에 빛나는 오초아의 캐디 출신. 오초아처럼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특별했던 한 시즌을 끝낸 고진영은 오른손을 입에 맞춘 뒤 하늘을 향해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로 우승을 자축했다. LPGA투어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스티브 유뱅크스 기자의 기사를 통해 “마지막 날 자주 입는 올 화이트 복장을 한 고진영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든 게 불확실한 어둠의 시대에 나타난 백기사 같았다”고 전했다. 고진영은 “미국 텍사스주에 집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지금 미국 은행 통장에 잔액이 얼마 없다. 우승 상금으로 집을 살 수 있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최근 텍사스주 프리스코에 있는 선배 선수 허미정(31)의 집에 머물렀던 고진영은 해당 지역에 집을 마련할 계획이다. 2∼4라운드에 줄곧 고진영과 동반 플레이를 펼친 세계 2위 김세영은 타이틀 방어는 놓쳤지만 생애 첫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골프 황제’의 아들다웠다. 타이거 우즈(45)의 아들 찰리 우즈(11)가 아버지와 함께 출전한 이벤트 대회에서 멋진 이글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우즈 부자는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리츠칼턴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2020 PNC 챔피언십’ 1라운드에 ‘팀 우즈’로 출전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이벤트 대회인 PNC 챔피언십은 메이저 대회 및 챔피언십 우승자 20명이 가족과 짝을 이뤄 출전한다. ‘팀 우즈’의 하이라이트는 3번홀(파5)이었다. 아버지와 똑같이 보라색 상의에 검은 바지 차림으로 자신의 ‘전국 방송 데뷔전’에 나선 찰리는 약 160m의 거리에서 5번 우드로 친 세컨드샷을 홀 1m 거리에 붙여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글 퍼트도 직접 마무리했다. 아들의 이글을 지켜 본 우즈는 활짝 웃으며 박수를 쳤고, 허리를 숙여 하이파이브를 한 뒤 아들의 등을 두드려줬다. 우즈는 경기 뒤 “내 플레이는 신경 쓰지 않는다. 단지 찰리가 최고의 시간을 보내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찰리가 그린 위에서 한쪽 다리를 꼬고 퍼터에 기대 있거나, 티샷 후 공이 날아가는 동안 티를 뽑고 움직이는 등 아버지를 쏙 빼닮은 모습을 보인 것도 화제가 됐다. 우즈 부자는 이날 이글 1개, 버디 9개, 보기 1개를 기록해 중간합계 10언더파 62타로 공동 6위를 했다. 맷 쿠처(42)와 아들 캐머런 쿠처(13) 부자가 14언더파 58타로 1라운드 선두였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골프황제’의 아들다웠다. 타이거 우즈(45)의 아들 찰리 우즈(11)가 아버지와 함께 출전한 이벤트 대회에서 멋진 이글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우즈 부자는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리츠 칼턴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2020 PNC챔피언십’ 1라운드에 ‘팀 우즈’로 출전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이벤트 대회인 PNC 챔피언십은 메이저 대회 및 챔피언십 우승자 20명이 가족과 짝을 이뤄 출전한다. ‘팀 우즈’의 하이라이트는 3번 홀(파5)이었다. 아버지와 똑같이 보라색 상의에 검은 바지 차림으로 자신의 ‘전국 방송 데뷔전’에 나선 찰리는 약 160m의 거리에서 5번 우드로 친 세컨샷을 홀 1m 거리에 붙여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글 퍼트도 직접 마무리했다. 이 대회는 이틀간 2라운드 36홀에 스크램블 방식(두 선수가 따로 샷을 한 뒤 더 좋은 볼을 선택해 다음 샷을 진행)으로 치러지는데 3번홀 티샷도 자신의 것을 택했기에 온전히 찰리가 만든 이글이었다. 아들의 이글을 지켜 본 우즈는 활짝 웃으며 박수를 쳤고, 허리를 숙여 하이 파이브를 한 뒤 아들의 등을 두드려 줬다. 우즈는 경기 뒤 “내 플레이는 신경 쓰지 않는다. 단지 찰리가 최고의 시간을 보내는 지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찰리가 그린 위에서 한쪽 다리를 꼬고 퍼터에 기대 있거나, 티샷 후 공이 날아가는 동안 티를 뽑고 움직이는 등 아버지를 쏙 빼닮은 모습을 보인 것도 화제가 됐다. 찰리는 우즈와 전 부인 엘린 노르데그렌 사이에서 태어났다. 우즈 부자는 이날 이글 1개, 버디 9개, 보기 1개로 중간합계 10언더파 62타 공동 6위를 했다. 맷 쿠차(42)와 아들 캐머런 쿠차(13)가 14언더파 58타로 1라운드 선두였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올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첫 이적생은 ‘새신랑’ 최주환(32)이 됐다. 프로야구 SK는 11일 내야수 최주환과 4년 총액 42억 원(계약금 12억 원, 4년 연봉 26억 원, 옵션 4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06년 데뷔해 15년간 두산 유니폼만 입은 최주환의 통산 기록은 921경기 타율 0.297, 68홈런, 423타점이다. 올 시즌에는 타율 0.306, 16홈런, 88타점을 기록했다. 주전 2루수 보장이 최주환의 마음을 흔들었다. 최주환은 2루수로서 안정적인 수비와 장타력을 갖췄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 내야수가 즐비한 두산에서는 1루수, 3루수 등을 오가야 했다. 붙박이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하면서 출전 경기 수가 부족하다 보니 데뷔 15년 만에 첫 FA 자격을 얻었다. 최주환은 “SK에서 2루수로서의 가치를 믿어주고 인정해준 부분이 이적하는 데 큰 결정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두산 투수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던 김원형 SK 신임 감독과의 인연도 도움이 됐다. 김 감독은 “두산 시절부터 봐온 주환이는 야구에 대한 집념과 집중력이 탁월하다. 팀 타선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SK는 최주환이 두산에서 쓰던 등번호(53)를 비워놓고 미리 유니폼을 제작해놓는 등 정성을 기울였다. 5일 김수연 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새신랑 최주환은 새 둥지 SK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걷게 됐다. SK의 외부 FA 영입은 2011년 투수 임경완, 포수 조인성 이후 9년 만이다. 최주환의 계약 규모는 SK의 역대 외부 FA 계약 최고(종전 2004년 외야수 김재현 4년 20억7000만 원) 금액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양의지(33·NC)가 올해 마지막 시상식에서도 ‘최고’가 됐다. 양의지는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0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 포수 부문에서 전체 유효 투표 수(342표)의 99.4%인 340표를 획득해 역대 최고 득표율 기록을 세우며 3년 연속이자 개인 통산 여섯 번째 황금장갑을 꼈다. 2002년 지명타자 부문 수상자인 삼성 마해영(99.3%·272표 중 270표)의 최고 득표율 기록을 18년 만에 깰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두산 박세혁, KT 장성우가 1표씩 얻은 것을 빼곤 모든 표가 양의지를 향했다. 포수로서 6번째 골든글러브 수상은 LG, 현대 등에서 뛰었던 김동수(7회)에 이어 최다 2위다. 이날 골든글러브 최다 수상자인 이승엽 KBO 홍보대사(10회)에게 ‘황금’ 트로피를 건네받은 양의지는 “올 한 해 정말 많은 것을 이뤘다. NC 선수들이 주장을 맡겨주면서 많은 힘을 얻어 팀을 잘 이끌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좋은 선수,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양의지는 올해 NC의 주장, 4번 타자, 안방마님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타율 0.328, 33홈런, 124타점으로 타점 2위, 홈런 공동 4위 등에 올랐고 도루 저지율(42.9%)은 규정 타석을 채운 포수 중 가장 높았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몫이었다. 양의지는 앞서 골든포토상도 받았다.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NC 마무리 투수 원종현의 우승을 확정짓는 공(삼진)을 잡은 뒤 포효하는 사진이 수상작이 됐다. 양의지는 사회자의 요청으로 단상 위에서 수상작과 같은 포즈를 취하고, 김택진 NC 구단주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짓기도 했다. 한편 양의지와 함께 2006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에 입단한 KT 황재균(33)은 15시즌 만에 첫 골든글러브(3루수)의 영광을 안았다. 황재균(168표)과 두산 허경민(131표)이 경쟁한 3루수 부문이 최고 경합 포지션이었다. 황재균은 “은퇴할 때까지 골든글러브는 나와 상관없는 상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수상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키움 유격수 김하성(25), 외야수 이정후(22)는 3년 연속 영광을 안았다. 구단별로는 막내 구단 KT가 가장 많은 3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NC와 키움이 각각 2명, 두산, LG, KIA가 각각 1명씩 황금장갑을 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이쯤 되면 유니폼 수집가로 불릴 만하다. 브라질 출신의 펠리페 알톤 반데로(32)는 2020∼2021시즌을 앞두고 프로배구 V리그 OK금융그룹 유니폼을 입었다. 한국전력, KB손해보험, 우리카드에 이어 한국에서 네 번째 유니폼을 갖게 된 것. 매 시즌 팀을 옮기며 남자부 전체 7구단 중 절반 이상의 유니폼을 입어본 셈이다. 이전 세 팀의 유니폼은 브라질 집에 고이 모셔뒀다고 한다. 펠리페는 V리그 최초로 4시즌 연속 코트를 밟으며 장수 외국인의 역사도 새로 쓰고 있다. 그동안 전체 네 시즌을 뛴 외국인 선수는 있었지만 네 시즌 연속 V리그에 몸담은 건 그가 처음이다. 펠리페는 “뛸 수 있다는 게 고마운 일이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적응력을 좋게 봐주는 것 같다. 내 배구에 신뢰를 보내준 모든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대체 선수’ 하면 떠오르는 이름 펠리페는 한국전력 소속이던 데뷔 시즌(2017∼2018)을 제외하곤 세 시즌을 ‘대체 선수’(기존 외국인 선수가 부상 등으로 빠졌을 때 빈 자리를 채우는 선수)로 뛰었다. 이번 시즌에도 메디컬테스트에서 무릎 부상이 드러난 마이클 필립을 대신해 OK금융그룹에 합류했다. 누구나 ‘먼저’ 탐낼 만한 기량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아쉬울 때는 가장 먼저 떠올리는 선수가 됐다. 특히 V리그 경력이 쌓이면서 국내 무대에 최적화된 선수가 돼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V리그는 다른 리그에 비해 훈련 강도도 높고 경기 일정도 빡빡하다. 항상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펠리페에게 4개 구단에 대한 느낌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나에겐 모두 같은 의미다. 모든 팀, 모든 시즌이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펠리페는 한국에 오기 전에도 브라질, 스위스, 이탈리아, 폴란드 등 다양한 리그를 경험한 ‘저니맨’이다. 펠리페가 몸담았던 구단 관계자들은 그의 롱런 비결로 우선 철저한 몸 관리를 꼽는다. 특히 동료 선수들도 놀랄 정도로 고강도의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펠리페가 별다른 부상 없이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웨이트트레이닝 덕분이다. OK금융그룹의 센터 진상헌(34)은 “훈련 없는 휴일에 혼자 운동을 하기에 쉬라고 했더니 ‘자신은 매년 계약이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더 철저히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하더라. 동생이지만 형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프로 마인드가 철저하다”고 말했다. ○ 통역 없이도 생활 척척 리그 적응에 필수인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는 평가다. OK금융그룹의 남균탁 통역은 “식당에서 우리말로 ‘여기 냉면 한 그릇 주세요’를 외치는 걸 보면 브라질 선수가 맞나 싶다. 차도 직접 운전해 가고 싶은 곳을 찾아다닌다. 옆에서 크게 도와줄 일이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본인도 “통역 없이 음식 주문할 때 스스로 한국 사람 다 됐다고 느낀다”고 말한다. 그가 자주 쓰는 한국어 표현은 ‘죽겠다’다. 고된 훈련에 지칠 때마다 입에서 저절로 튀어나온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결혼하고 아들도 얻으면서 한국은 ‘제2의 고향’처럼 잊을 수 없는 곳이 됐다. 펠리페는 현재 경기 용인시에 구단이 마련해준 숙소에서 아내 나탈리아, 아들 베르나르도와 함께 지낸다. 우리카드 센터 최석기(34)는 “내 아들의 옷과 장난감 등을 펠리페에게 물려준 적이 있다. 외국인에게는 낯선 문화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아들이 입은 사진을 보내주며 기뻐해 나도 고마웠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에는 어느 나라, 어느 팀에서 뛸지 모르는 신세. 그래도 한국에서 더 뛰면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는 게 펠리페의 꿈이다. 지난 시즌 우리카드 소속으로 정규리그 1위는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리그가 조기 종료되면서 챔피언결정전은 치르지 못했기에 더 아쉬움이 남는다. OK금융그룹은 12일 현재 남자부 3위에 올라 있다. ‘배구는 늘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는 펠리페는 “우리 팀이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열심히 뛰어서 팀 우승에 기여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부진했던 우리카드가 지난 시즌 1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는 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3라운드 안방경기에서 KB손해보험을 3-0(25-21, 25-20, 25-19)으로 완파했다. 2라운드 한때 최하위(7위)로 처지기도 했던 우리카드는 시즌 첫 3연승으로 승점 19(6승 7패)를 만들며 5위에서 4위가 됐다. 3연승 중 2승 제물이 선두 KB손해보험(승점 28·10승 4패)이다. 우리카드는 1일 2라운드 맞대결에서 KB손해보험에 시즌 첫 0-3 패배를 안겼다. 우리카드 외국인 선수 알렉스(29)의 강서브가 상대를 흔들었다. 알렉스는 서브로만 5점을 올리며 양 팀 최다인 28득점(공격성공률 62.85%)으로 맹활약했다. 지난달 라이트 나경복이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뒤 알렉스는 원래 포지션인 레프트가 아닌 라이트에서 분전하고 있다. 알렉스는 남자부 득점 1위(523점) 케이타와의 외국인 선수 맞대결에서도 판정승을 거뒀다. 케이타는 24득점(성공률 51.16%)을 기록했다. 이상렬 KB손해보험 감독은 “시원하게 졌다. 우리카드가 너무 잘했다. 저 정도 서브와 수비면 국가대표 단일팀으로 나가도 손색이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여자부 한국도로공사는 현대건설과의 김천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25-15, 25-22, 19-25, 21-25, 15-9)로 이겨 3연승을 달렸다. 레프트 박정아가 양 팀 최다인 24점(성공률 38.09%)을 올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는 비시즌이던 5월 한국도로공사와 2 대 2 트레이드를 했다. 베테랑 세터 이고은(25)을 내주고 유망주 세터 이원정(20)을 받아오는 게 핵심으로 보였지만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의 눈에는 함께 영입한 레프트 유서연(21)도 있었다. 주전 레프트 이소영(26), 강소휘(23)의 교체 자원이 필요했던 터였다. 유서연 특유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에 대한 기대도 컸다. 요즘 차 감독은 자신의 안목이 어긋나지 않았음을 확신한다. 유서연이 시즌 초반 주춤거린 주포 강소휘의 역할을 대신 해내며 팀에 활력소를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유서연은 8일 통화에서 “세터 이동이 중심인 트레이드라 걱정이 많았는데 차 감독님이 ‘네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주셔서 그 말을 믿고 최선을 다했다. 특히 리시브 리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유서연은 지난 시즌 17.57%에 그쳤던 리시브 효율을 개인 최다인 39.13%까지 끌어올렸다. 득점(11경기 66점)도 커리어하이 추세다. 차 감독이 “믿고 쓰는 유서연”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다. 유서연이 제 몫을 해주는 사이 강소휘도 컨디션을 되찾은 GS칼텍스는 5일 인천 경기에서 시즌 개막 최다 10연승을 달리던 흥국생명을 3-2로 꺾었다. GS칼텍스는 V리그 개막 전 컵대회 결승에서 ‘무실세트 행진’을 이어가던 김연경의 흥국생명을 꺾고 우승한 데 이어 V리그 3라운드에서 다시 흥국생명을 무너뜨리면서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의 유일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2016∼2017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된 유서연은 그동안 KGC인삼공사, 한국도로공사 등을 거쳤다. 보상 선수로 지명돼 한 달 만에 다시 트레이드된 인삼공사 시절까지 포함하며 5시즌 만에 벌써 4번째 팀이다. 잦은 이적으로 실망할 법도 하지만 유서연은 기회를 얻을 때마다 최선을 다했다. 교체 선수이면서도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낸다고 해서 도로공사 시절 ‘에이유’(에이스+유서연)라는 별명을 얻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오빠(유현상 KB손해보험 전력분석관)까지 선수 출신인 ‘배구 가족’이기도 한 유서연은 “팀을 자주 바꿔 힘들지만 어쩌겠나 싶기도 하다. GS칼텍스에 온 뒤로는 ‘팀에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5일 경기 승리로 기존 1박 외박에 반나절 휴식을 추가로 얻었다며 웃은 유서연은 “(김)연경 언니는 알고도 막기 어려운 게 역시 다르더라. 흥국생명은 정말 이기기 어려운 팀이지만 우리로선 잃을 것도 없다. 남은 대결에서도 ‘깡’을 갖고 ‘깡’ 있게 덤벼 보겠다”고 말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배구연맹(KOVO)이 8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지난달 이사회의 의결을 어기고 선수단 연봉과 옵션을 공개한 남자부 한국전력에 제재금 1000만 원을 부과했다. 앞서 1일 상벌위를 열고 한국전력의 소명을 청취한 연맹은 이후 한국전력을 제외한 남녀부 12개 구단의 의견을 취합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앞서 연맹은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통해 2022~2023시즌부터 남자부 구단 전체 연봉 및 옵션을 공개하기로 의결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여자 골프의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50·스웨덴·사진)이 국제골프연맹(IGF) 새 회장이 됐다. IGF는 4일 비대면 방식으로 이사회를 열고 소렌스탐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임기는 2021년 1월 1일부터 2년간이다. 소렌스탐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72승을 따내며 역대 최다승 3위에 오른 선수다. 메이저대회에서만 10승을 따내며 명예의 전당에도 입회했다. 소렌스탐은 “골프가 세계적인 종목이 되도록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여러 단체와 협조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 회장인 피터 도슨(72·스코틀랜드)은 2010년 12월부터 IGF를 이끈 뒤 물러난다.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데 기여했다. 소렌스탐은 당시 홍보대사를 맡았다. IGF에는 146개국 골프협회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대한골프협회도 1968년 회원이 됐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전반기 최고의 빅 매치다. 프로배구 여자부 선두 흥국생명과 2위 GS칼텍스가 5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맞붙는다. 9월 정규리그를 앞두고 열린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 결승전에서 GS칼텍스가 예상을 뚫고 3-0으로 승리해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에 제동을 건 뒤로 두 팀의 맞대결은 V리그 최고의 흥행카드가 됐다. 이 경기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흥국생명이 여자부 통산 최다 연승 신기록에 도전하기 때문. 올 시즌 10연승을 달리며 개막 후 연승 신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부터 14연승 행진 중이다. 공교롭게도 연승 타이 기록은 2009∼2010시즌 GS칼텍스가 세웠다. GS칼텍스로선 신기록의 희생양이 되지 않겠다는 각오다. 앞서 두 차례 맞대결에서는 흥국생명이 모두 웃었다. 지난달 11일 2라운드 맞대결에서는 5세트 듀스가 이어질 정도로 접전이 펼쳐졌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는 흥국생명 주장 김연경(32)이 자신의 공격이 블로킹에 가로막히자 코트 바닥에 공을 내리치고, 네트를 잡고 끌어내리는 돌출 행동을 해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김연경에게 경고를 주지 않았던 강주희 심판에게 징계가 내려졌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이후 김연경은 최대한 세리머니를 자제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 국내 복귀한 레프트 김연경에 자유계약선수(FA)로 이적한 세터 이다영(24)까지 전력이 막강해지면서 흥국생명은 ‘전승우승’이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고 있다. 때문에 지금의 연승에 들뜨기보다는 최대한 신중한 자세를 취하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 시즌 한때 경기 전 김밥을 먹으면 승리하는 경우가 이어지면서 원정 경기 때면 구단 직원들이 행운의 메뉴라도 된 듯 김밥 조달에 신경 쓰기도 했지만 올 시즌엔 특별한 루틴을 만들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도 2일 경기를 앞두고 “기사를 보고 연승 기록을 안다. 선수들도 연승 기록을 의식하지 않는 것 같다”며 애써 담담함을 유지했다. 이정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흥국생명이 두 차례 풀세트 고비를 넘기면서 팀이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GS칼텍스는 (시즌 초반 주춤했던) 레프트 강소휘가 살아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프로스포츠 중 최다 연승 기록(정규리그 기준)은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이 2008∼2009, 2009∼2010 두 시즌에 걸쳐 세운 23연승이다. 프로야구 SK도 2009, 2010년 2시즌에 걸쳐 22연승을 질주하며 이에 근접했다. 남자프로배구는 현대캐피탈의 18연승, 남자프로농구는 현대모비스의 17연승이 신기록이다. 프로축구는 전북이 2014, 2018년 두 차례 9연승을 했다. ‘드림팀’ 흥국생명은 국내 프로스포츠 최다 연승 기록까지 넘어설 수 있을까. 일단 GS칼텍스부터 넘어서야 한다.강홍구 windup@donga.com·유재영 기자}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자 프로배구 최고령 선수로 코트를 지키고 있는 그는 요즘 경기에 나설 때 마다 ‘Joshua 1:9’(여호수아 1장 9절)라는 문구를 새긴 왼쪽 손목 보호대를 찬다. ‘강하고 담대하라’는 성경 구절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다. 한국도로공사 베테랑 센터 정대영(39)이다. 실업배구 시절에 선수 생활을 시작해 V리그 원년(2005년) 이후 줄곧 뛰고 있는 그는 최근 새로운 이정표 하나를 추가했다. 1일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 6득점 하며 현대건설 양효진(31·5671점), 황연주(34·5451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5000득점 고지를 넘었다(5003점). 맏언니의 투혼에 힘입어 도로공사도 이날 3-2로 이기며 6연패에서 탈출했다. 팀의 에이스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양효진, 황연주와 달리 정대영은 묵묵히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내면서 5000득점을 돌파했다는 점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요즘 그는 센터 역할에 집중하며 최고참으로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보호대에 새긴 구절처럼 강하고 담대하게 제 길을 가고 있다. 2일 전화를 통해 5000득점 소감을 묻자 정대영은 “정말 배구를 오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기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요새 어린 선수들이 주로 날개 공격수를 선망하는데 센터도 매력적인 포지션이라는 걸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구 선수 출신 김경철 씨와 결혼한 정대영은 올 7월 초등학교 4학년인 딸 김보민 양(10)이 배구를 시작하면서 진정한 ‘발리볼 가족’이 됐다. 정대영은 “아이가 커서 만약 프로에 왔을 때 5000득점 기록에 엄마 이름이 올라가 있는 걸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상상하면 뿌듯하다”며 흐뭇해했다. 엄마를 따라 배구를 보며 다섯 살 때부터 선수를 꿈꿨다는 보민 양은 레프트 포지션을 맡고 있다. 딸에게 올 시즌 V리그로 복귀한 김연경(흥국생명) 같은 뛰어난 선수가 되라고 했더니 오히려 “연경 이모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답해 모녀간에 웃음이 터졌단다. 정대영은 2010년 출산을 앞두고 당시 소속팀(GS칼텍스)으로부터 1년간 출산휴가를 받은 뒤 코트에 복귀하며 배구계에 워킹맘 시대를 열기도 했다. 여자 프로배구 선수 가운데 출산휴가 1호였던 정대영은 “그때까지 여자 선수에게 결혼, 출산은 은퇴와 같은 의미였는데 그 고정관념을 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출산 이후에 몸을 만드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지만 여기서 그만두면 다시는 엄마 선수가 나올 수 없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이겨냈다”고 말했다. 정대영은 세월을 거스른다는 얘기를 듣는다. 지난해에는 도쿄 올림픽 대륙 간 예선전을 앞두고 대표팀에 합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7년 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던 정대영은 “오랜만에 선수촌에 갔더니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다른 종목 선수들이 코치, 감독이 돼 있더라. 처음에는 어색하고 민망했는데 오히려 그들이 내게 ‘정말 대단하다’며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고 말했다. 세는 나이로 마흔이 된 정대영은 은퇴 시점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우승 트로피를 들고 은퇴하는 것이 꿈이다. 그 전에 현재 통산 블로킹이 959개인데 1000개는 꼭 채우고 싶다. 이번 시즌 안엔 충분히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그에겐 여전히, 충분히 뛸 수 있는 힘이 넘치는 듯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신영석과 황동일 잡으러 왔습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경기를 앞두고 선전포고를 했다. 지난달 3 대 3 트레이드를 통해 한국전력으로 보낸 선수들과의 첫 대결에 대한 각오를 드러낸 것. 당시 트레이드를 통해 국가대표팀 주전 센터이자 현대캐피탈 주장이었던 신영석(34)이 이적한 것은 큰 화제가 됐다. 신영석은 다섯 시즌 동안 현대캐피탈의 정규리그 우승 2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2회를 이끌었다. 트레이드의 파장이 커서였을까. 일각에서는 신영석과 최 감독의 불화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날 신영석과 최 감독은 네트를 사이에 두고 여러 차례 눈인사를 나눴다. 트레이드 후 첫 대결에서 승리한 쪽은 한국전력이었다. 세트 스코어 3-1(25-16, 19-25, 25-21, 28-26)로 이긴 한국전력은 2018년 1월 이후 2년 11개월여 만에 5연승의 기쁨을 맛봤다. 승점 16점(5승 7패)을 만들며 우리카드(승점 13점·4승 7패)를 끌어내리고 하루 만에 4위를 되찾았다. 외국인 선수 러셀이 28점(공격성공률 56.09%)을 올렸고 신영석은 블로킹 4개 포함 10득점으로 승리를 도왔다. 경기 뒤 신영석은 “오늘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도 잘 못 잤다. 오래 몸담았던 친정 팀과 대결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차라리 졌으면 마음은 더 편했을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적장이 된 최 감독을 상대해야 했던 신영석은 “감독님이 ‘전날 왔으면 현대캐피탈 숙소에서 자고 가지’라는 농담을 해줘 고마웠다. 누구보다 내 심정을 이해하는 분이라 일부러 더 말을 걸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에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흥국생명이 KGC인삼공사에 3-1(16-25, 27-25, 25-11, 25-20)로 승리했다. 김연경이 56.25%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20점을 올렸고 이재영이 18점을 보탰다. 흥국생명은 이날 승리로 지난 시즌을 포함해 14연승을 이어가며 여자부 최다 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이전 14연승은 2009∼2010시즌 GS칼텍스가 세웠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10연승으로 개막 후 연승 신기록 행진도 이어가고 있다. 천안=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