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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은 21일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보장을 법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민연금을 낸 만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가입자 불안이 크다’는 지적에 “국민의 강력한 요구가 있으면 지급보장 규정을 명문화하는 것도 방안”이라며 “다만 지급보장을 명문화할 경우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불이익이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연금법에는 국민연금 지급보전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지 않다. 보험료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박 장관은 “전문가들은 보험료 인상을 건의해 왔다”며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동의한다면 보험료율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 동의 없이 보험료 인상은 없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9월 말∼10월 말 복수 안이든 단수 안이든 최종 정부안을 만들어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보장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소득대체율 조정뿐 아니라 ‘용돈 연금’마저 ‘쥐꼬리 연금’으로 쪼그라들게 만드는 각종 삭감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재직자 노령연금’과 ‘국민연금 연계 기초연금 감액’ 제도다. ‘재직자 노령연금’은 일하는 노인의 국민연금을 깎는 제도다. 연금 수급권자(62∼64세) 중 직장에 다녀 월 227만516원을 초과한 소득이 생기면 연금 수령액이 최대 50% 줄어든다. 소득이 있는 고령층의 연금을 줄여 재정을 강화하는 한편 노후소득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국민연금 월평균 연금 수령액이 38만 원에 불과하다 보니 “용돈 수준의 연금마저 쥐꼬리로 만든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또 일하는 노인들은 “일하는 것도 힘든데 우리가 봉이냐”고 반발해왔다. 이 제도에 따라 지난해 연금이 삭감된 가입자는 4만4723명이나 된다. 1인당 평균 삭감 액수는 13만4170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 같은 제도가 고령층의 근로 동기를 약화시켜 장기적으로는 노후 보장, 연금재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 역시 이런 비판을 의식해 “당분간 현행 제도를 유지하지만 재직자 노령연금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확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아 폐지 여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연금의 1.5배를 초과하면 해당 노인의 기초연금을 삭감하는 제도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의 기초연금액은 국민연금 수령액을 고려해 산정한다. 8월 현재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은 20만9960원이다. 이 금액의 1.5배인 31만4940원을 초과해 국민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을 깎는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크면 클수록 기초연금이 줄어드는데 최대 10만 원까지 삭감될 수 있다. 사실 국민연금 30여만 원에 기초연금 20여만 원을 합쳐 50여만 원을 받는다 해도 한 달 생활하기가 빠듯하다. 하지만 이마저 일부 삭감되다 보니 고령층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제도발전위는 기초연금 연계 제도 역시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내부 의견이 엇갈려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초연금을 강화한다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춰 유지해도 상관없다”며 “국민연금뿐 아니라 퇴직연금 기초연금 등을 통합적으로 강화해야 안정적인 노후소득이 보장된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노후생활의 마지막 버팀목인 국민연금의 개편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상당수 연금 전문가들은 보험료율을 빠른 시간 내에 현행(소득의 9%)보다 1∼3%포인트 올리고, 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중을 뜻하는 소득대체율을 40%로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리모델링에 들어간 국민연금의 개편 방향을 찾기 위해 16∼19일 연금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적정 보험료율을 두고 절반이 넘는 11명이 “10∼12% 인상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5명은 “13∼15% 인상이 적정하다”고 했다. 소득대체율은 40%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9명으로 가장 많았다. 현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5%지만 매년 0.5%포인트씩 떨어져 2028년부터 40%를 유지하도록 돼 있다. 연금 수급 시작 연령은 현행대로 만 65세로 고정해야 한다는 의견(10명)이 많았다. 이를 종합하면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가 17일 제시한 더 내고 더 받는 ‘노후보장안’(①안)과 더 내고 덜 받는 ‘재정균형안’(②안)의 절충안이 된다. 보험료율 인상 폭은 ①안(내년 11%, 2034년부터 12.3% 인상)과 유사한 반면 소득대체율은 ②안(①안은 45%)과 같다. 하지만 ②안은 2043년부터 연금 수령 연령을 67세로 조정하도록 돼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연금 수령 연령을 조정한다면 구체적 로드맵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다수 은퇴자들이 기본적인 노후생활이 가능하도록 ‘최저연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보험료 인상은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보험료 인상을 담은 국민연금 개편안 내용이 일부 공개되자 이같이 강조했다. 하지만 나흘 뒤인 17일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보험료율을 현행 소득의 9%에서 ‘내년 11%, 2034년 12.3%’로 인상(①안)하거나 ‘2029년까지 13.5%’로 인상(②안)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연금 고갈 시점이 2057년으로 5년 전 예측보다 3년 앞당겨진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정한 보험료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전문가 대다수 “10%대 초반 인상 불가피” 연금을 덜 받든, 더 받든 보험료를 더 낼 수밖에 없다는 데엔 연금 전문가들 대부분이 동의한다. 연금 가입자 수는 내년 2187만 명으로 정점에 오른다. 이후 저출산에 따라 2060년 1328만 명으로 급감한다. 반면 수급자는 올해 441만 명에서 매년 증가해 2060년 1706만 명으로 4배 가까이로 증가한다. 결국 지금 선택해야 할 것은 ‘얼마나 올리느냐’다. 동아일보가 16∼19일 전문가 20명에게 ‘적정 보험료율’을 물은 결과 절반이 넘는 11명이 ‘10∼12%’, 5명이 ‘13∼15%’를 선택했다. 12∼13%로 인상은 제도발전위의 ①, ②안 인상 폭과 유사하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 정서와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할 때 12∼13% 정도가 최대 인상치”라고 말했다.○ 당장 13% 초과 인상은 무리 사실 보험료율 13%는 충분한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서는 충분치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보험료율 평균은 22.9%(2016년 기준)다. 독일(18.7%)이나 일본(17.8%) 등 선진국 대부분이 한국(9%)의 2배 수준이다. 그럼에도 당장 13% 이상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전문가가 많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연금뿐 아니라 퇴직연금 등을 포함하면 우리나라 노후 보험료율은 17.3%로 선진국과 비슷하다”며 “현재 보험료율(9%)이 아주 낮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월 소득 300만 원인 경우 국민연금으로 매달 27만 원을 낸다. 직장인이라면 사업주가 절반을 부담해 본인은 13만5000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퇴직연금(8.3%) 24만9000원이 월급에서 공제된다. 건강보험(6.24%) 18만7200원(본인 부담 9만3600원), 노인장기요양보험 6900원을 내면 전체 월급의 약 16%인 48만4500원이 노후 관련 비용으로 나가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4%포인트 넘게 올리면 개인이 감당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특히 회사가 연금보험료의 절반을 내주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보험료의 100%를 내야 하는 지역가입자의 부담은 훨씬 크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1%포인트 올리면 기업의 추가 부담이 연간 4조 원가량 늘어난다”고 밝혔다.○ 소득 계층별 보험료율 현실화 필요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는 소득이 많아 보험료를 더 내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 ‘소득상한액’이 있어서다. 현재 연금 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 상한은 월 468만 원이다. 월 1000만 원을 벌어도 468만 원의 9%인 42만1200원만 내면 된다. 직장가입자는 이 중 절반인 21만600원을 회사가 부담한다. 월 소득 1000만 원의 9%라면 90만 원을 내야 하지만 42만1200원을 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보험료가 월 소득의 4.2%에 그친다. 이렇게 소득 상한액으로 인해 자신의 소득보다 보험료를 적게 내는 가입자는 전체의 14%(약 242만 명)에 이른다. 소득 상한액을 정해놓은 건 소득에 제한 없이 보험료를 내면 나중에 돌려받는 연금도 그만큼 많아져 연금의 ‘부익부 빈익빈’이 커지기 때문이다. 직장가입자라면 보험료가 많아지면 기업의 부담도 같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누구나 보험료를 실제 소득의 9%씩 내면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보험료를 3∼4%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20명) (★표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위원)김연명(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김용하(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김원섭(고려대 사회학과) 김원식(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김진수(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태일(고려대 행정학과)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배준호(한신대 글로벌비즈니스학부) 석재은(한림대 사회복지학과) 신성환(홍익대 경영학과·전 기금운용평가단장) 이정우(인제대 사회복지학과) 이한상(고려대 경영학과) 정창률(단국대 사회복지학과) 조동근(명지대 경제학과) ★최영준 교수(연세대 행정학과) ★오건호(‘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유희원(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 ★윤석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연구센터장) 전광우(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전병목(조세재정연구원 조세재정융합연구실장) 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김하경 기자}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제도발전위)가 재정 고갈을 막을 방안을 발표하면서 현행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최고 25%까지 올리는 세부안을 마련하고도 의도적으로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막대한 보험료 부담을 떠안을 20, 30대의 반발을 감안한 조치다. 제도발전위의 한 위원은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위원회 내부 계산 결과 2개의 개편안 가운데 ‘노후보장안(①안)’을 적용하면 2039년부터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25%까지 인상하거나 정부 예산으로 연금 재정을 메워야 2088년까지 연금 적립금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산 결과는 ‘최고 25%까지 인상’이 나왔지만 지금도 반발이 큰데 불을 붙이는 격이 될 수 있어 자료에 담지 않았다”고 밝혔다. ▼ “불투명한 정보공개 국민연금 불신 키워” ▼ 제도발전위가 17일 공개한 2개의 개편안 가운데 ①안은 연금 수령액을 은퇴 전 소득의 45%(소득대체율)까지 보장하도록 했다. 그 대신 ‘보험료율을 2034년 12.3%로 올린 뒤 재정계산을 할 때(5년)마다 조정한다’고만 명시했다. 관건은 2034년 이후 보험료율을 얼마나 올려야 소득대체율 45%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다. 하지만 제도발전위는 이 대목을 쏙 빼놓았다. 월소득 300만 원인 가입자에게 보험료율 25%를 적용하면 매달 75만 원(직장가입자면 회사가 절반 부담)을 내야 한다. 2038년 이전에 보험료 납입이 끝나는 현재 40대 이상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20, 30대의 부담은 지금보다 2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제도발전위의 또 다른 안인 2029년까지 보험료율을 13.5%로 올리고 2043년부터 연금 수령 연령을 67세로 연장하는 ‘재정균형안(②안)’에 대한 반발 여론이 높아지자 ①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민감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은 셈이다. 김상균 제도발전위원장(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은 “20년 이후 보험료율 인상 계획을 굳이 지금 시점에서 밝힐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있어 보고서에 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정 세대가 반발하더라도 모든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궁극적으로 연금제도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독일은 2001년 연금개혁을 단행하며 젊은 세대의 불안을 고려해 “2020년까지 보험료율을 20% 초과해 올리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장기적인 보험료 인상폭을 투명하게 공개하되 ‘이 이상 올리지 않겠다’는 상한을 약속해야 각자 이에 맞춰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윤종 기자}
인구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흥미로운 논쟁이 하나 있다. 1994년 ‘대폭염’을 능가하는 올해 ‘슈퍼 폭염’이 출산율을 더 악화시킬 것이냐는 논쟁이다. ‘날씨가 너무 더워 사람들이 귀찮아서 섹스를 하지 않으면 자연히 임신이 줄고 출산율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가설이다. 올해 신생아 수는 32만 명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역대 최저치다.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도 연간 1.0명 이하가 예상된다. 만약 폭염이 출산율을 더 떨어뜨린다면 내년 상황은 더욱 암담해진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한국성과학연구소를 운영하는 이윤수 이윤수조성환비뇨기과 원장은 “폭염은 섹스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날씨가 더우면 남녀가 살을 맞대는 것 자체를 귀찮아한다. 더위에 식욕이 떨어지고 덜 먹게 돼 신체 에너지도 부족해진다. 고환이 뜨거워져 정자의 활동성도 떨어진다. 반면 윤태기 차의과대 산부인과학교실 교수는 “날씨와 부부관계의 연관성은 추측일 뿐 검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물은 계절에 따라 섹스 횟수에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인간은 계절과 섹스의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항상성’을 유지한다. 날씨가 더우면 오히려 외출을 하지 않고 실내에 머물러 부부관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폭염과 출산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이 있는지 찾아봤다. 미국 툴레인대 앨런 배러카 교수는 1931∼2010년 미국 내 출산율과 기온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32도 이상 더운 날이 집중된 이후 8∼10개월이 지나면 출생률이 떨어졌다. 특히 폭염이 오고 9개월째 출산율은 폭염 당시 출산율에 비해 0.4%포인트 낮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폭염이 심했던 1994년 여름부터 10개월 후인 이듬해 5∼7월 신생아 수를 찾아봤다. 1995년 신생아 수는 5월 5만5508명, 6월 5만3353명, 7월 5만4285명으로 1994년 같은 기간보다 1000∼4000명가량 적었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폭염이 저출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1996년 5∼7월 신생아 수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00∼3000명가량 줄었다. 1995년 출생아 수 하락이 폭염 탓이라면 1996년에는 반등했어야 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출산율이 높다면 폭염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은 저출산이 너무 심해 폭염은 변수가 못 된다”고 했다. 폭염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싶어 시작한 취재는 결국 한 지점에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저출산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바로 그 지점이다. 합계출산율이 1.0명 이하로 추락한다는 건 구성원들이 이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할 때나 발생하는 일이다. 취업난과 양극화 등으로 젊은 세대에게 한국은 이미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사회로 인식된다. 에어컨은 잠시 더위를 식힐 뿐이다.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폭염 자체를 줄일 수 있다. 저출산도 마찬가지다. 단편적 출산정책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곳이라는 희망을 줘야 극복할 수 있다.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
인구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흥미로운 논쟁이 하나 있다. 1994년 ‘대폭염’을 능가하는 올해 ‘슈퍼 폭염’이 출산율을 더 악화시킬 것이냐는 논쟁이다. ‘날씨가 너무 더워 사람들이 귀찮아서 섹스를 하지 않으면 자연히 임신이 줄고 출산율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가설이다. 올해 신생아 수는 32만 명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역대 최저치다.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도 연간 1.0명 이하가 예상된다. 만약 폭염이 출산율을 더 떨어뜨린다면 내년 상황은 더욱 암담해진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한국성과학연구소를 운영하는 이윤수 이윤수조성환비뇨기과 원장은 “폭염은 섹스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뗐다. 날씨가 더우면 남녀가 살을 맞대는 것 자체를 귀찮아한다. 더위에 식욕이 떨어지고 덜 먹게 돼 신체 에너지도 부족해진다. 고환이 뜨거워져 정자의 활동성도 떨어진다. 반면 윤태기 차의과학대 산부인과학교실 교수는 “날씨와 부부관계의 연관성은 추측일 뿐 검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물은 계절에 따라 섹스 횟수에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인간은 계절과 섹스의 상관관계가 거의 없어 ‘항상성’을 유지한다. 날씨가 더우면 오히려 외출을 하지 않고 실내에 머물러 부부관계가 늘어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폭염과 출산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이 있는 지 찾아봤다. 미국 툴레인대 알란 바레카 교수는 1931~2010년 미국 내 출산율과 기온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32도 이상 더운 날이 집중된 이후 8~10개월이 지나면 출생률이 떨어졌다. 특히 폭염이 오고 9개월째 출산율은 폭염 당시 출산율에 비해 0.4%포인트 낮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폭염이 심했던 1994년 여름부터 10개월 후인 이듬해 5~7월 신생아수를 찾아봤다. 1995년 신생아수는 5월 5만5508명, 6월 5만3353명, 7월 5만4285명으로 1994년 같은 기간보다 1000~4000명 가량 적었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폭염이 저출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1996년, 1997년 신생아수도 각각 전년 같은 기간보다 더 줄었다는 데 있다. 매년 신생아 수가 줄다보니 폭염의 영향을 확인할 수 없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출산율이 높다면 폭염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은 저출산이 너무 심해 폭염은 변수가 못 된다”고 했다. 폭염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싶어 시작한 취재는 결국 한 지점에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한국은 저출산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바로 그 지점이다. 합계출산율이 1.0명 이하로 추락한다는 건 구성원들이 이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할 때나 발생하는 일이다. 취업난과 양극화 등으로 젊은 세대에게 한국은 이미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회로 인식된다. 에어컨은 잠시 더위를 식힐 뿐이다.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폭염 자체를 줄일 수 있다. 저출산도 마찬가지다. 땜방식 출산정책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가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국민연금이 현행대로 운영하면 2057년 완전 고갈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인구 증가, 낮아진 경제성장률에 따라 5년 전 전망치보다 3년 더 앞당겨진 것이다. 이에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17일 연금 적립금을 2088년까지 유지하기 위한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①안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내년 11%로, 2034년 12.3%로 각각 올린 뒤 이후 5년마다 급격히 올리되 소득대체율(가입자의 평균소득 대비 노후 연금수령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45%로 유지하는 안이다. 더 내고 더 받는 ‘노후보장안’인 셈이다. ②안은 소득대체율을 2030년까지 40%로 유지하되 이후 필요하면 더 낮춘다. 2029년까지 보험료를 13.5%로 인상하고 2043년 이후 수급 개시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67세로 올리는 안이다. 더 내고 덜 받는 ‘재정균형안’인 셈이다. 어느 방안을 선택하든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다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각각의 안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세대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40대 이상은 ①안이 유리 시뮬레이션 조건은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 월평균 소득은 300만 원이고 25세부터 59세까지 보험료를 납입해 82세(기대수명)까지 연금을 수령하는 것으로 계산했다. ①안을 택하면 2034년부터 5년마다 보험료율이 단계적으로 21%까지 인상되고 ②안이면 2058년 소득대체율이 38%로 떨어진다고 가정했다. ▽이청년(가상인물·25) 씨=올해 취업해 월 27만 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 이 중 절반은 회사가 낸다. 현행 제도대로라면 앞으로 총 1억1340만 원을 납입한 뒤 65세부터 82세까지 1억8815만 원을 받게 된다. 낸 돈에 비해 받을 돈(수익비)이 1.6배 많다. ①안을 적용하면 이 씨가 앞으로 내야 할 보험료는 1억7875만 원으로 현행보다 57.6%(6535만 원) 늘어난다. 이는 ①안이 현 중장년층의 반발을 감안해 보험료율 인상폭을 당분간 억제하다가 2034년 이후 급격히 올리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한 제도발전위 위원은 “보험료율을 높게는 25%까지 올리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말했다. 보험료를 많이 내는 대신 이 씨가 수령할 연금 총액은 2억1167만 원으로 현재보다 12.5%(2351만 원) 증가한다. ②안을 적용하면 이 씨가 앞으로 부담할 보험료는 1억5660만 원이고 연금 수령액은 1억5882만 원이다. 사실상 낸 만큼 받는 셈이다. 이 씨가 연금을 받기 시작할 즈음부터 수령액이 줄어드는 탓이다. ②안은 기대수명 연장에 따라 수령액을 깎는 핀란드식 ‘기대수명 연동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 씨가 연금을 받기 시작할 즈음 기대수명이 지금보다 길어지면 수령액은 더 줄어들 수도 있다. ▽김연금(가상인물·40) 씨=①안을 적용하면 앞으로 20년간 보험료 부담이 1675만 원 늘어나지만 연금 수령액은 2351만 원 증가한다. 반면 ②안을 적용하면 보험료 부담이 1890만 원 늘어나는데 수령액은 오히려 2324만 원 줄어든다. 김 씨가 51세가 될 때까지 보험료는 줄곧 인상되는데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가 67세로 늦춰지기 때문이다. ▽지천명(가상인물·55) 씨=①안을 적용하면 보험료 부담이 360만 원 늘지만 연금으로 2536만 원을 더 받을 수 있어 상당한 이득이다. ②안을 적용하면 보험료 부담은 180만 원 증가하지만 수령액은 차이가 없다. 지 씨 생전엔 수령액이 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도 ①안에 무게 보건복지부는 이 두 가지 방안을 두고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 달 말까지 정부안을 만들어 10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얼마나 내고 얼마나 받게 될지 최종 결정은 국회에서 이뤄진다. 당초 복지부 안에선 “미래 세대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려면 당장 비판을 받더라도 ②안으로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연금 수령 시작 나이를 67세로 늦추는 ②안을 두고 거센 반발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노후소득 보장을 확대해 나가는 게 우리 정부 복지정책의 중요 목표 중 하나”라고 밝히면서 정부가 사실상 ①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공약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제도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로만 개편하는 현행 방식은 한계에 이르렀다”며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과 함께 묶어 큰 틀에서 노후소득 보장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윤종 기자}
정부가 국민연금을 받는 나이를 높이지 않기로 했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위원들의 권고안을 근거로 국민연금 수령 개시 연령이 늦춰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민적 반발이 확산되자 국민연금 개편 정부안이 나오기 전 미리 쐐기를 박은 것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정부는 국민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한 적이 없다”며 “2033년까지 지급 개시 연령을 65세로 연장하기로 했고 현재 시행 중이라 아직 65세로 연장이 안 된 상태인데, 68세를 거론하는 것은 완전히 사실이 아닌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17일 열리는 국민연금 공청회에서 수급 연령을 높이는 자문위원들의 권고안이 나오더라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며 “국민연금 수급 연령 상향 조정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박 장관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선 것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한 홍보 부족을 질책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국민연금 도입 당시 수급 연령은 60세였다. 하지만 1998년 1차 연금개혁 때 재정 안정 차원에서 201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늦춰 2033년 이후엔 65세가 돼야 연금을 받도록 조정했다. 현재 연금 수령 개시 나이는 62세다. 복지부는 17일 공청회 후 각계 의견을 수렴해 9월 정부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이어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해 최종적으로 국민연금법을 개정하게 된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노후생활의 마지막 버팀목인 국민연금이 이번에도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뀔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민심이 들끓자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동의 없는 국민연금 개편은 없다”며 직접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출산 고령화 속에 국민연금 고갈은 시간문제인 만큼 ‘연금폭탄’은 언젠가 터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번에 제대로 개편해야 미래의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연금 전문가들에게 제대로 개혁하기 위한 단계별 대책을 알아봤다.①단계: 명확한 팩트로 가입자 공감대 마련 가입자라면 누구나 ‘덜 내고, 더 받길’ 원한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1∼13%로 올리고 연금수령 개시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68세로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개편안 잠정 내용에 국민적 반발이 거세게 일어난 이유다. 연금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보장 수준을 정확히 알리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다. 월급 30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은 소득의 9%인 월 27만 원을 낸다. 회사가 절반을 부담하는 만큼 실제 본인부담금은 13만5000원이다. 직장생활 내내 평균소득이 300만 원이고 40년간 보험료를 낸다면 65세부터 월 120만 원을 받는다. 현재 소득대체율(가입자의 평균소득 대비 노후 연금수령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지만 2028년부터 40%로 떨어진다. 선진국은 어떨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국민연금 평균 보험료율은 18%다. 국내보다 2배를 더 낸다. 그렇다고 소득대체율이 높은 건 아니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소득대체율은 40.6%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하지만 여기엔 착시현상이 있다. 우리나라는 연금 역사가 짧아(30년) 실제 가입 기간을 반영하면 실질 소득대체율은 24%로 뚝 떨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장년·노년층의 절반(47.3%) 가까이가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합쳐 월 25만 원 미만을 받는 데 그치고 있다.②단계: 얼마나 내고, 얼마나 받을지 합의 도출 지난해 기준으로 국민연금 평균 수익비는 1.6∼2.9배다. 1000원을 내면 최소 1600원에서 최대 2900원을 돌려받는다는 의미다. 문제는 저출산 고령화로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고 연금을 받을 사람은 늘면서 제도의 존속 자체를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016년 2125만 명에서 2060년 1162만 명으로 감소한다. 반면 연금 수급자 수는 2016년 414만 명에서 2060년 1699만 명으로 급증한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로 소득 보장을 강화할지’ 아니면 ‘지금처럼 내고 덜 받는 구조로 연금 재정 안정을 꾀할지’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건국대 김원식 경영경제학부 교수는 “어느 한 세대에 부담을 지우기보다 고령세대는 조금 덜 받고, 젊은 세대는 조금 더 내 여러 세대가 고통을 분담하는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③단계: 국민연금 넘어 노후보장 다층체계 구축 문 대통령은 13일 “국민연금 개편은 노후 소득 보장 확대라는 기본원칙 속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실질 소득대체율이 낮은 데다 보험료를 낼 사람이 급격히 줄면서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보장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뿐 아니라 기초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각종 공적연금과 개인연금 및 사회복지제도를 통합적으로 조율해 개인별로 일정 수준 이상의 노후 생활자금을 보존해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활용해 국가가 소득대체율의 약 35%를 보장해주고 회사가 퇴직연금을 활용해 소득대체율의 10∼15%를, 개인이 저축이나 사적 연금을 통해 10%를 보충하는 식으로 통합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림대 석재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가가 각종 사회보장제도를 개별적으로 개편하는 게 아니라 통합해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윤종 zozo@donga.com·김하경 기자}
17일 공청회에서 발표되는 민간 자문위원회(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의 국민연금 제도개선 권고안은 정부안을 마련하기 위한 초안 성격이 짙다. 결국 자문위원들이 낸 권고안 가운데 정부가 어떤 내용을 채택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까지 자문위원회를 통해 알려진 권고안의 주요 내용은 △보험료율 단계적 인상(9%→11∼13%) △의무가입기간 연장(60세→65세) △소득대체율 40% 미만으로 추가 인하 △연금 수령 시기 상향 조정(65세→68세) 등이다. 이 중 보험료율 인상은 정부안에 담겨 소폭이라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2057년으로 당초보다 3년 앞당겨진 데 반해 현행 보험료율은 20년째 똑같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령화로 연금을 받는 노인이 크게 증가한 반면 저출산으로 보험료를 낼 젊은 세대가 줄어든 상황에서 그 이후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험료율 인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연금수급 시기(만 65세)에 맞춰서 5년 연장하는 방안도 정부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연금을 5년 더 낸 뒤 더 많은 연금을 타면 가입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설령 60세에 은퇴해 소득이 없어 65세까지 보험료를 내지 못하더라도 최소가입기간(현 10년)을 넘겼다면 보험료를 낸 기간에 상응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가입자에게 특별한 불이익은 없다. 다만 국민 정서상 “60세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하는데 65세까지 무슨 수로 연금을 내느냐”는 반발 심리가 생길 수 있다. 반면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액 비율)이 40% 미만으로 더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은퇴 전 평균소득의 65∼70%는 보장해야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할 수 있다. 40% 미만이 되면 말 그대로 ‘용돈 연금’으로 전락한다. 연금수령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8세로 늘리는 방안은 정부안에 담길 가능성이 낮다. 은퇴 후 소득 단절 기간이 길어지는 데다 연금을 받는 기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국민 저항이 가장 큰 방안이다. 또 현재 만 65세인 노인 법적연령(사회보장 적용 연령)을 68세로 상향하는 작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노인연령 조정은 지하철 무임승차, 기초연금 등 국내 모든 사회보장 제도와 연관된 만큼 당장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국민연금 납부 기간은 계속 늘리고 수령 시기를 늦추면 연금만 내다 그냥 굶어죽으란 말이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만간 이뤄질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10일부터 1000여 건 쇄도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가 3년 앞당겨진 2057년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1∼13%로 올리는 대신 연금을 받는 나이는 현재의 65세에서 68세로 올려야 한다는 개편안의 일부 내용이 알려지면서다. 여기에 앞으로 나오는 연금은 더 깎일 가능성이 있다.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더 조금 받는 연금 개편안을 두고 ‘국민연금 폐지론’까지 나오는 등 민심이 들끓고 있다. 그렇다고 저출산 고령화 속에 연금 고갈 시기가 시시각각 다가오는 상황에서 ‘연금 폭탄’을 마냥 미룰 수도 없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진 뒤 자영업자 불복종 운동→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당정청 사이에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국민연금 개편 논란이 문재인 정부의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연금 ‘불신’ 국민연금 폭탄이 점화된 건 17일 공청회에서 국민연금 4차 재정추계를 발표하기로 하면서다. 2013년 3차 재정추계 당시 국민연금 고갈 시기는 2060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3년 당겨진 2057년 국민연금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금을 열심히 부어도 정작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젊은 세대들은 ‘차라리 국민연금을 없애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적립금은 5월 현재 634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36%에 달하는 규모다. 적립금은 계속 늘어 2043년 2500조 원대까지 불어나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령화의 영향으로 2044년부터 급격히 쪼그라들어 2057년에는 수백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것도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이 5%대 이상을 유지할 때 얘기다. 기금운용 수익률은 지난해 7.28%로 전년보다 2.59%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올해 들어 5월까지의 수익률은 0.49%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국내주식 수익률은 지난해 26.31%에서 올해 ―1.18%를 기록했다. 이런데도 기금 운용을 책임진 기금운용본부장은 1년째 공석이다. 이렇다 보니 미래 세대가 노후에 받을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소득대체율은 가입자의 평균소득 대비 노후 연금수령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즉, 일할 때 버는 돈과 비교해 은퇴 후 연금으로 얼마나 받는지를 나타낸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소득대체율은 70%였다. 100원을 벌던 사람은 노후에 70원을 받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2008년을 기점으로 당시 50%였던 소득대체율을 매년 0.5%씩 낮춰 2028년 40%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올해 소득대체율은 45%다. ‘용돈 연금’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1952년생 이전은 60세부터 연금을 받았지만 점차 늦어져 1969년생부터는 65세에 연금을 받는다. 60세에 퇴직하고 나면 65세까지 5년간 ‘소득 절벽’이 생기는 셈이다.○ ‘국민연금 폭탄’에 부랴부랴 진화 나선 정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이 불복종 운동에 나선 가운데 ‘국민연금 폭탄’마저 터질 기미를 보이자 정부는 신속하게 진화에 나섰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2일 이례적으로 장관 명의의 해명자료를 냈다. 보험료 인상, 의무가입기간 상향 조정(60세→65세), 연금수령 시기 상향 조정(65세→68세) 등은 자문기구 안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항일 뿐 정부안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복지부는 17일 공청회 후 각계 의견을 수렴해 9월 정부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이어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해 최종적으로 국민연금법을 개정하게 된다. 복지부 내부적으로는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 등 개편을 추진하자니 반대 여론이 거셀 수밖에 없고, 소폭 개편으로 끝내자니 연금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둔 정치권 분위기도 변수로 꼽힌다.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면 연금 개편의 동력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총선을 앞둔 국회가 연금 개혁을 과감하게 시도할지도 미지수다. 반면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개편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2003년 1차, 2008년 2차, 2013년 3차 국민연금 재정추계가 나올 때마다 개편 논의가 있었지만 근원적 해결책을 마련하기보다 땜질식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선진국들도 저출산 고령화로 보험료를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낮춰 국민연금 재정을 안정화하는 대신 퇴직연금 제도 등을 활성화하고 있다”며 “가입자의 반발이나 정치적 판단을 넘어 국민연금이 지속가능하도록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윤종 zozo@donga.com·김하경 기자}
‘한국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공유업체 ‘풀러스’는 2016년 5월 택시보다 30% 싼 비용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1년 만에 회원 수 80만 명을 넘어서는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고 택시업계에 끌려 다닌 정부와 서울시 때문에 풀러스는 벼랑 끝에 몰렸다. 대표는 사임했고, 직원 70%는 구조조정을 당했다. 풀러스는 정부 규제를 넘지 못해 좌초 위기에 빠진 대표적인 신산업 사례로 기록됐다. 스타트업으로 구성된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8일 성명서를 통해 “한쪽에서는 스타트업을 혁신성장의 주역처럼 치켜세우더니 다른 쪽에서는 질서와 안전을 해치는 범법자 취급을 한다”고 성토했다.○ 가이드라인으로도 풀 수 있는 규제도 방치 정부가 스스로 정한 마감시한도 지키지 않고 있는 규제혁신 과제들을 살펴보면 규제개혁에 손놓고 있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 국민 생활을 얼마나 어렵게 만들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2016년 정부는 환자 진료기록 등 의무기록을 외부기관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보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이 기록을 환자 본인이나 법정 대리인, 배우자 등이 온라인이나 통신 등으로 열람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온라인에 보관된 정보를 온라인으로 열람할 수 없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해 9월 완료를 목표로 관련 시행규칙 개정이 추진됐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논의만 반복되고 있다.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12일 “의료법상으로 열람 방식을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의료기관들이 온라인 등 직접 대면이 아닌 방식으로는 신원 확인이 어렵다며 이를 허용하길 꺼린다”고 이유를 밝혔다. 건강관리 서비스도 규제에 막혀 있는 서비스다. 다이어트를 돕는 스타트업 ‘눔’은 미국에서 당뇨병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한국에서는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의료법상 의료행위가 광범위하게 규정돼 있어 법 위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7월 가이드라인을 정하겠다고 나섰지만 언제 마련될지 아직도 미지수다. 현실과 맞지 않는 행정 편의주의적 규제도 여전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시하는 전통시장 실태 조사가 대표적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전통시장 지원 방안을 찾기 위한 조사지만 정작 당사자에게는 당일에야 조사 사실이 통보된다. 전통시장 상인들이 최소한 7일 전에 통보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국민 편의와 직결…“정부 할 수 있는 일 찾아야” 논의가 지지부진한 규제들 중에는 국민들의 생활 편의와 직결되는 것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규제다. 렌즈를 사려면 매번 안경점이나 렌즈 판매점을 방문해야 한다.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이 규제는 올해 10월까지 없애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아직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어서 데드라인에 맞출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편의점에서 판매를 허용하는 상비약 품목 제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16년 7월부터 새로운 품목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약사들이 약물 부작용과 오·남용 위험성을 이유로 거세게 반대하고 있어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려고만 하면 가이드라인 제정, 시행령 개정 등으로 완화할 수 있는 규제도 많다고 지적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규제는 곧 정부의 권한이기 때문에 한 번 만들면 정부 스스로 없애기 어려운 구조”라며 “국회에서 법 통과가 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규제혁신 기조에 맞도록 관련 법규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리는 등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김준일 / 김윤종 기자}
‘나라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세금을 발라낸 앙상한 월급 명세서를 보면 무심코 이런 한탄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소득 재분배에 중점을 둔 ‘포용적 성장’을 강조했다. 내년도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은 올해 144조7000억 원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민 상당수는 “도대체 그 많은 세금을 다 어디에 쓰느냐”며 의아해 한다. 그렇다면 국민 한 사람이 정부로부터 평생 받는 현금은 얼마나 될까. 동아일보 취재팀은 10일 각 부처의 복지사업 406건 중 수혜자에게 직접 현금으로 지급하는 35건의 사업을 바탕으로 실제 수령액을 추산해봤다. ‘주택구입 디딤돌 대출’과 같은 저금리 혜택이나 건강보험료 감면과 같은 간접 지원, 에너지바우처 등 이용권은 계산에서 뺐다. 물론 각자의 소득에 따라 국가로부터 받은 현금엔 큰 차이가 난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중산층이라고 해도 평생 받는 돈이 상당했다.○ 월 소득 500만 원이면 평생 1억5672만 원 혜택 자녀 2명을 둔 김보편 씨(가상인물) 부부는 한 달에 500만 원을 번다. 복지 대상 선정기준으로 주로 쓰이는 중위소득(전국 근로자를 소득에 따라 줄 세울 때 정중앙에 위치한 사람의 소득)보다 많은 금액이다. 내년도 4인 가구 중위소득은 월 461만3536원이다. 따라서 김 씨 부부는 대다수 현금 복지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래도 다음 달 도입되는 ‘아동수당’을 탈 수 있다. 아동수당은 소득 하위 90% 가정의 6세 미만 아동 1명당 월 10만 원씩 지급한다. 4인 가구는 월 소득이 1436만 원 이하면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다. 자녀 2명분의 아동수당을 각 72개월씩 모으면 총 1440만 원이다. ‘가정양육수당’도 자녀 앞으로 나오는 대표적 현금 복지다. 2명을 모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키우면 84개월 동안 총 204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만약 김 씨가 34세 이전에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 취업해 월 16만5000원씩 3년간 꾸준히 저금하면 기업이 600만 원, 정부가 1800만 원을 각각 더해 준다. 정부가 5월 추경을 편성해 도입한 ‘3년형 청년내일채움공제’ 혜택이다. 김 씨 부부가 은퇴 후 특별한 일자리를 갖지 않아 월 소득이 209만 원 이하로 줄어들면 65세부터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올해 9월 2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내년 30만 원(부부 48만 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김 씨 부부가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인 82세까지 산다면 총 9792만 원을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하면 김 씨 부부가 평생 국가로부터 받는 현금은 총 1억5672만 원이 된다.○ 중위소득 30%인 저소득층 수혜액 3억 원에 육박 월 소득이 적다면 복지 혜택은 크게 늘어난다. 김 씨 부부처럼 자녀 2명을 둔 이선별 씨(가상인물) 부부의 월 소득은 138만 원이다. 중위소득의 30%에 살짝 못 미친다. 김 씨 부부가 받는 아동수당 가정양육수당 청년내일채움공제 기초연금 등은 당연히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자녀 2명 앞으로 나오는 현금 복지제도가 다섯 가지 추가된다. 자녀를 출산하면 나오는 출산비가 자녀 한 명당 60만 원이다. 이는 임신·출산 진료비로만 쓸 수 있도록 임신부 누구에게나 바우처 개념으로 주는 60만 원 상당의 ‘국민행복카드’와 별개다. 만약 이 씨 부부의 재산이 2억 원을 넘지 않으면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자녀장려금’이 연 70만 원씩 나온다. 18세 미만 자녀가 월 4만 원을 저축하면 같은 액수를 정부가 보태주는 ‘디딤씨앗통장’도 있다. 자녀가 중학교 2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 사이일 땐 ‘취약계층 우수인재 육성’ 장학금을 월 30만 원씩 받는다. 초중고교 재학 때 기초생활 ‘교육급여’로 나오는 학용품비와 부교재비 명목의 지원금은 1명당 229만 원이다. 이 씨가 취업을 위해 정부가 정한 직업훈련을 받으면 ‘취업성공패키지Ⅰ’ 제도에 따라 참여수당 등으로 505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취업에 성공해 일하는 동안 월 10만 원씩 3년간 꾸준히 저축하면 정부가 ‘희망키움통장Ⅰ’ 근로소득장려금 2240만 원을 더해준다. 만약 회사에 다니다가 정리해고 등 비자발적 이유로 이직하게 되면 새 직장을 구하는 동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하루 최대 6만 원씩 240일간 받는다. 이 씨 부부가 받는 현금 복지제도 12종을 모두 더하면 총 2억8283만 원으로, 중산층인 김 씨 부부보다 1억2611만 원을 더 받게 된다. 만약 한부모 가정이거나 범죄 피해자, 장애인 등이라면 평생 정부로부터 받는 현금 지원은 4억 원이 넘을 수 있다.○ 수억 원의 현금 지원, 어떻게 봐야 하나 우리나라의 현금 복지 비율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기초연금 등 각종 현금 복지의 절대적 금액만 놓고 선진국과 비교하면 적을 수밖에 없다. 주요 선진국의 복지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에 이르는 반면 한국은 10%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무상복지가 빠르게 확대된 데다 현금 복지 외에 각종 비용 감면 등 소득 보전 혜택이 많아 무조건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현금 지원 기준과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순천향대 김용하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일자리인데, 정부는 소득이 있는 청년이 저축하면 현금을 더 보태주는 소득보조정책을 주로 펴고 있다”며 “이런 정책은 일자리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어린이집 지원, 누리과정 등 정부가 책임보육을 하는 상황에서 아동수당 10만 원은 정책적 효과가 없다”며 “이 예산을 초등학교 취학 후 아이 돌봄에 투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기초연금의 정책적 목표가 노인 빈곤을 없애는 것이라면 절대빈곤에 빠진 노인을 중심으로 연금을 차등 지원해야 정책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석재은 교수는 “한국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노동시장도 급변하고 있다”며 “현금성 복지 등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당초 정책 타깃 층의 안전망으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세밀하게 재정비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본인 부담 진료비 지원… 임신부-장애인 바우처 등 ‘비용감면’ 복지도 상당수▼정부가 실시하는 복지사업 중에는 ‘비용 감면성’ 혜택이 적지 않다. 현금으로 직접 주지는 않지만 수혜자가 꼭 지갑을 열지 않아도 의식주와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해 소득을 보전해주는 개념이다. 대표적인 게 건강보험으로 지원되지 않는 본인 부담 진료비를 덜어주는 의료비 혜택이다. 국가 암 검진에서 위·간·유방·대장·자궁경부암 등 5대 암 중 하나로 확인되면 한 해 진료비 200만 원(의료급여 수급자는 220만 원)을 3년간 지원한다. 월 소득이 461만3536원(중위소득의 100%) 이하인 4인 가구가 연 소득의 20% 이상 진료비를 부담하게 되면 이를 ‘재난적 의료비’로 보고 연간 최대 2000만 원을 지원해준다. 일반적으로 입원 진료비의 본인부담률은 20% 수준이지만 15세 이하 아동이 입원하면 부담률이 5%가 넘지 않도록 해준다. 이 밖에 난임 부부의 체외수정 시술비를 1회당 최대 50만 원 범위에서 4회 지원하고 65세 이상 노인에게 치과 임플란트 1개당 14만 원가량을 감면해준다. 건강보험 진료비를 깎아주는 게 아니라 임신부가 정부 지정 병·의원이나 조산원에서 쓸 수 있는 바우처를 주는 제도도 있다. 국민행복카드로 발급되는 60만 원 상당의 ‘임신·출산 진료비’ 바우처다. 쌍둥이를 임신했거나 인천 옹진군 등 분만 취약지에서 이용하면 20만∼40만 원을 얹어준다. 0∼2세 아동의 어린이집 이용료(월 25만∼44만 원)와 3∼5세 누리과정 비용 일부(5만∼22만 원)는 아이행복카드로 지원한다. 장애인은 가사활동 보조나 방문간호, 방문목욕 등에 쓸 수 있는 바우처를 받는다. 장애 1등급은 월 127만 원, 4등급은 50만6000원 등이다. 중증장애를 가진 홀몸노인이면 최고 293만8000원이 추가된다. 반년 넘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질환자나 소년소녀가장 가정도 가사 및 간병 서비스를 월 최대 27시간 받을 수 있다. 저소득층은 문화 및 체육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문화누리카드 바우처를 받는다. 1명당 영화나 도서, 여행사, 야구 경기 관람권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가 7만 원어치 지급된다. 5∼18세 아동 청소년에겐 월 8만 원의 스포츠(태권도 수영 축구 등) 강좌 수강료를 따로 준다. 자연휴양림 등 산림복지 서비스에 쓸 수 있는 이용권도 연 10만 원어치 지급된다. 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 조소진 인턴기자 고려대 북한학과 4학년}
복지 전문가 중에선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 같은 현금성 복지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주장은 한국의 재정 지출이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는 정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라는 사실에 근거한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상대빈곤율은 시장소득 기준 17.7%, 처분가능소득 기준 13.8%(2015년 기준)다. 상대빈곤율이란 전체 노인 중 중위소득 50% 미만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시장소득은 노동, 임금, 사업, 재산소득 등을 의미한다. 이런 시장소득에 조세지출이나 공적이전 소득을 반영하면 처분가능소득이 된다. 즉, 상대빈곤율이 재정 지출로 17.7%에서 13.8%로 3.9%포인트 떨어졌다는 얘기다. 시장소득불평등을 정부의 각종 복지제도와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다소 완화한 것이다. 3.9%포인트 감소를 백분율로 환산하면 22.0%다. 이 수치가 바로 재정의 불평등 완화 기여도다. 이는 OECD 회원국 29개국 가운데 26번째로 낮다. OECD 평균인 56.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재정 지출의 소득 재분배 효과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뜻이다. 재정의 불평등 완화 기여도는 핀란드가 81.5%로 가장 높다. 이어 프랑스와 체코(각각 77.7%), 아일랜드(73.9%), 네덜란드(70.8%) 순이다.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터키(11.8%)와 이스라엘(19.4%)뿐이다. 미국도 37.1%로 낮은 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한국은 공적자금이나 사회 보장을 통한 소득 불평등 해소 비율이 낮은 국가”라며 “그렇다고 무턱대고 현금성 복지를 늘리기엔 재정적 한계가 있는 만큼 꼭 필요한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지급해 불평등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보험료를 내야 하는 나이 상한을 현행 60세 미만에서 65세 미만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2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가 지난해부터 4차 국민연금 재정을 추계한 결과 국민연금 적립금이 2057년에 고갈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국민연금 재정추계작업을 5년마다 해왔다. 3차 재정추계 당시 2060년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측됐는데 그보다 3년가량 앞당겨진 셈이다. 4차 재정계산의 세부 내용과 개혁안을 담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은 17일 공청회에서 공개된다.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 인상 △의무가입 나이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상향 등이 정부 내에서 논의 중이다. 전자는 현행 보험료율(9%)을 약 11∼13%로 올려 연금 고갈 시기를 늦추는 방식이다. 보험료율은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88년 3%에서 6%(1993년), 9%(1998년)로 오른 후 20년째 변동이 없다. 보험료율 인상은 저항이 심해 연금으로 돌려받는 액수의 규모인 소득대체율을 45%에서 40%로 낮춰왔다. 가입자에게는 보험료율을 높이는 것보다는 의무가입 나이를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 국민연금 도입 시 연금 수령 나이는 법정 정년인 60세였다. 즉 60세까지 의무적으로 보험료를 내고 60세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98년 재정안정 차원에서 2013년부터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수령을 늦췄다. △1952년생 이전 태생은 60세 △1953∼1956년생은 61세 △1957∼1960년생은 62세 △1961∼1964년생 63세 △1965∼1968년생 64세 △1969년생 이후는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2018년 현재 연금수령 개시 나이는 62세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의무가입 연령 간 격차가 지금은 2세지만 2033년에는 5세까지 벌어진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연금을 5년 더 내서 더 많은 연금을 타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월 400만 원 월급을 받는 30세 직장인이 올해 국민연금에 가입해 60세까지 30년간 월 보험료(고용주와 근로자 각 18만 원)를 내면 이후 65세부터는 월 96만2000원을 받는다. 하지만 5년을 연장해 35년간 보험료를 내면 111만8800원을 죽을 때까지 받는다. 복지부는 “아직 정부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공청회 후 의견을 수렴해 이달 말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승인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얼핏 눈이 피곤해 충혈된 것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자칫 방치하다가는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 안과질환인 ‘포도막염’ 이야기다. 요즘처럼 강한 햇빛과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무더위에 체력이 떨어지면 면역력이 감소해 ‘포도막염’에 걸리기 쉽다고 안과 전문의들은 경고한다. 포도막은 △안구 가장 바깥막인 각막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홍채 △수정체를 잡아주는 모양체 △빛의 산란을 막는 맥락막으로 구성돼 안구벽의 중간층을 형성한다. 이 포도막에 염증이 생긴 게 ‘포도막염’이다. 여러 조직이 결합돼 있다 보니 혈관이 많아 염증이 생기기 쉽다. 시력 저하, 충혈, 눈부심, 심한 눈 통증 등 결막염과 증상이 유사해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의 경우 성인보다 증상이 없어 발견하지 못하는 일도 있다. 하지만 가려움과 눈곱 등이 생기는 유행성 결막염과 달리 포도막염은 가려움과 이물감 증상이 적다. 또 충혈은 흰자위 전반보다 검은 동자, 즉 각막 주변에 나타난다. 증상이 심해지면 포도막염 자체로 시력이 나빠질 뿐 아니라 합병증으로 백내장이나 녹내장 등이 생길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시력을 잃게 된다. 포도막염은 노화와 관련이 없다. 백내장, 녹내장과 달리 연령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젊은 나이에도 발병할 수 있다. 포도막염이 생기는 평균 연령은 35세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백내장, 녹내장으로 악화되고 자칫 실명에까지 이르는 만큼 신속하게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치료는 발병 원인이 ‘감염성’인지, ‘비감염성’인지를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감염성 포도막염이면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원인이 되는 균을 없애야 한다. 비감염성 포도막염은 세균 감염 없이 자가면역질환을 앓을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류머티스 관절염, 대상포진, 강직성 척추염, 바이러스 감염, 염증성 장질환 등과 함께 포도막염이 나타날 수 있다. 비감염성 포도막염을 앓고 있다면 치료와 함께 자가면역질환 검사를 받아야 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김성우 안과 교수는 “포도막염은 병의 진행과 재발을 차단해 합병증과 실명을 막는 게 중요하다”며 “더운 여름에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으로 체력을 유지하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최소화함으로써 면역체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한 살배기 이모 양이 갑자기 숨을 쉬지 않았다. 이 양 부모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지난해 12월의 일이다. 지난해 2월 태어난 이 양은 ‘선천성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가끔 숨을 가쁘게 쉬긴 했어도 호흡이 거의 멎은 건 처음이었다. 이 양은 서울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로 긴급 이송됐다. 진단 결과 확장성 심근병증이 악화돼 심장의 좌심실 기능이 정상 수준의 5%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 혈액이 심장에서 폐로 흘러가지 못하니 호흡이 힘들 수밖에 없었다. 의료진은 심장과 폐 기능을 대체하는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ECMO)로 호흡을 유지시킨 후 이 양을 살릴 방법을 찾았다. 다른 사람의 심장이나 인공 보조심장을 이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심장이식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장기는 뇌사자로부터 기증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이일수록 뇌사자가 없어 기다리는 게 큰 의미가 없었다. 이 병원 심장혈관병원 박영환 심장혈관외과, 정조원 소아심장과 교수팀은 이 양의 체외에 인공 보조심장을 부착하는 수술을 시도했다. 양수기처럼 피를 끌어다가 대동맥에 흘려줌으로써 좌심실 기능을 대체하는 장치다. 다만 지금까지 인공 보조심장은 성인에게만 이식을 해온 데다 심장이식 전까지 임시로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에 불과해 체중 6.5kg에 불과한 한 살배기가 버텨낼지 자신할 수 없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 양은 인공 보조심장 부착 후 심장 기능이 차차 좋아졌다. 몸이 붓는 증상도 사라졌다. 또래처럼 걸음마를 시작했고 소화 기능이 회복됐다. 체중도 9kg까지 늘어 6월 말에는 인공 보조심장을 모두 제거했음에도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었다. 박 교수는 “인공 보조심장이 임시 수단을 넘어 근본적으로 심장 치료에 성공한 첫 사례”라며 “5월에는 A 양(14)의 체내에 인공 보조심장을 이식하는 수술도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양은 지난달 6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6일 ‘반짝’ 소나기가 내리면서 살인적 폭염의 기세는 다소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낮 최고기온 35도 안팎의 무더위는 15일 이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6일 오전 서울을 제외한 전국 곳곳에 5∼50mm의 소나기가 내린다. 천둥, 번개와 함께 시간당 30mm 내외의 강한 비가 내리는 지역도 있겠다. 비가 그친 뒤 이번 주에 40도를 넘는 기록적 폭염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륙에서 건너오는 뜨거운 공기의 유입이 줄어들고, 동해안에 위치한 저기압으로 한반도 상공에 구름이 많이 생겨 일사량이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한반도 일대에 더운 에너지가 여전히 응축돼 있어 평년보다 2, 3도 높은 35도 안팎의 무더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3일 발생한 13호 태풍 ‘산산’이 북상 중이다. 9일경 일본 도쿄 부근에 상륙한 후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한반도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손으로 쥐는 힘, 즉 악력(握力)이 약하면 일상생활과 삶의 질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박혜순 교수, 강서영 임상강사 공동 연구팀은 20세 이상 남녀 4620명(남성 2070명, 여성 2550명)을 대상으로 악력과 건강 관련 삶의 질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1일 밝혔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의 악력 정도에 따라 하위 25%와 나머지 75% 두 그룹으로 나눴다. 이후 두 그룹의 악력과 △걷기 달리기 등 운동 능력 △옷 입기, 씻기 등 일상생활 속 원활함 △각종 통증 등 신체 부위의 불편함 정도 △우울감 등 정신 건강 등 삶의 질과 관련된 4개 부문의 관련성을 비교했다. 손에 쥐는 힘이 하위 25%인 남성 그룹과 나머지 75% 남성 그룹을 비교해보니 전자가 운동 능력 부문에서 문제가 생길 확률이 1.9배 높았다. 각종 통증 등의 신체 불편감 역시 악력 하위 25% 남성 그룹이 나머지보다 1.53배 차이를 보였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악력 하위 25% 그룹은 운동 능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나머지 그룹보다 2.12배 높았다. 통증 등 신체 부위의 불편함 정도와 일상생활 속 원활함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악력이 약한 25%가 각각 1.48배, 2.04배에 달했다. 악력은 몸 전체의 근육과 운동 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악력이 세면 팔뚝, 나아가 어깨 힘이 세진다. 팔과 어깨를 많이 쓰면 전체 신체 활동량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신체 전반의 근육량도 함께 높아진다. 노인 건강평가에 악력 검사가 포함되는 이유다. 나이가 들수록 악력이 세야 건강이 유지된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로 20대를 포함한 전 연령층에서 손으로 쥐는 힘과 삶의 질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된 데 의미가 있다”며 “삶의 질을 유지하려면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는 한편 운동을 통해 근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