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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족’(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이 대세이고 ‘관태기’(인간관계에서 권태를 겪는 것)에 빠진 청춘이 늘어나는 대학가 한 곳에서 기분 좋은 훈풍이 불고 있다. 취업난 등으로 수많은 대학생이 스스로 ‘아싸’(아웃사이더)가 되기를 선택하는 가운데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을 만들어가는 학생들이 있다. 2013년 시작된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의 ‘엄빠(엄마아빠) 프로젝트’ 이야기다. 12학번 배윤하 씨(23)가 기획한 엄빠 프로젝트는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같은 학과 학생들끼리 낯선 대학생활을 함께 할 ‘든든한 내 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기획했다. 엄빠 프로젝트는 학생회 내 자칭 ‘삼신할머니’가 부모 역할을 할 선배와 자녀가 될 신입생들을 한 가족으로 점지해주며 시작된다. 가족들은 3, 4월 여러 미션을 수행하며 점수를 쌓는다. 미션은 ‘성균관 놀러가기’처럼 간단한 교내 활동부터 ‘자식들이 도시락 싸서 봄 소풍 떠나기’와 같이 진짜 가족처럼 느낄 만한 것까지 다양하다. 처음에 시큰둥해하던 학생들도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맨날놀러가족’ ‘족보꼬였조’ ‘늦둥이조’ 등 가족 이름에도 재치가 넘친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유학생이 자녀로 들어온 ‘아메리칸 패밀리조’도 생겨났다. 프로젝트가 여러 해 이어지면서 학생들은 “쟤가 내 딸이야”, “할아버지 오랜만이에요” 같은 대화를 자연스럽게 나누게 됐다. “나 오늘 가족 약속이 있어서 일찍 가봐야 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어떤 가족을 말하는 건지 헷갈린다고 얘기하는 학생들도 있다. 2014년 성균관대에 입학했다가 진로 고민 끝에 자퇴한 뒤 올해 글로벌경영학과로 재입학한 조환준 씨(21)도 엄빠 프로젝트를 통해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었다. 2년간의 방황 끝에 다시 학교에 오니 14학번 동기들은 이미 선배가 돼있었다.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서먹하게 맴돌던 조 씨에게 엄빠 프로젝트는 가족 그 이상의 존재를 만들어줬다. 그는 이제 비슷한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상담해주는 든든한 ‘오빠, 형’ 역할을 하고 있다. 신입생 이주헌 씨(19)도 첫 객지 생활을 앞두고 내향적인 성격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아빠’ 여 선배와 두 명의 ‘엄마’ 남 선배들은 “점수에 연연하는 대신 점수가 우리를 따라오게 만들자”며 활발하게 자식들을 이끌었다. 어느덧 진짜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된 이 씨의 조는 올해 프로젝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개인주의나 온라인상의 관계에만 집중하게 되는 사회에서 따뜻한 유대관계를 만들어가는 엄빠 프로젝트는 어느덧 학과의 독특한 대표 행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자식’에서 올해 ‘아빠’가 된 김승일 씨(20)는 “폐쇄적인 학과 특성상 학점경쟁이 치열해지곤 하는데, 엄빠 프로젝트는 이를 완화시키는 즐거운 경쟁이 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서울시가 외주업체가 맡고 있는 안전업무를 직영으로 전환하면서 이른바 ‘메피아’(서울메트로+마피아)를 퇴출하기로 했다. 메피아는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지하철 5∼8호선)에서 퇴직해 외주업체에 입사한 직원(전적자·轉籍者)을 말한다. 현재 외주업체에 근무하는 전적자는 182명이다. 박원순 시장(사진)은 1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구의역 사고 대책 브리핑을 열고 ‘메피아 퇴출’ 등을 중심으로 하는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박 시장은 “직영화 과정에서 전적자를 다시 채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큰 원칙으로 세웠다”며 퇴출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전적자들 역시 지방공기업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퇴직한 데다 외주업체의 위탁계약이 종료되면 명예퇴직금을 반환하고 복직할 수 있는 규정이 있어 향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전적자들과 여러 형태의 계약 내지 협약을 할 수 있는데 잘되지 않으면 소송 형태로라도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주업체가 맡고 있던 안전 관련 업무는 모두 서울시 직영 체제로 바뀐다. 서울시는 서울메트로의 △스크린도어(안전문) 유지 보수 △전동차 경정비 △차량기지 구내 운전 △특수차(모터카 및 철도장비) △역사 운영 등 5개 업무를 모두 직영화하기로 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자회사인 도시철도ENG가 맡고 있는 안전업무 2개(전동차 정비, 궤도 보수)도 직영으로 전환된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 연봉은 10∼21% 인상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김모 씨(19)가 소속된 외주업체 은성PSD의 직원들은 세전 월급이 160만 원 수준에서 200만 원 수준으로 오른다. 서울시는 직영화를 해도 관련 비용이 올해 383억 원에서 336억 원으로 47억 원(12%)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민간 위탁에 따른 간접비용 57억 원과 메피아 인건비 32억 원가량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재정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시는 직영 전환에 맞춰 안전업무직렬 무기계약직을 만들고 다음 달부터 공개 채용한다. 은성PSD에 근무하는 19세 청년 근로자 16명을 포함한 외주업체 근로자 586명 중 60세 미만 354명은 기술력을 검증해 채용한다. 한편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메트로가 스크린도어 유지 보수 업체들에 400억 원대에 이르는 사업비를 과다 지급한 것으로 추정하고 17일부터 실무자들을 소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서울메트로가 은성PSD, 유진메트로컴과의 계약에서 각각 200억 원대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관련자들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 집중 수사할 예정이다.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홍정수 기자}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철학과 전공강의를 맡은 한 강사가 강의 도중 소수자에 대해 수차례 차별·혐오 발언을 했다며 학생들이 학교 측에 13일 탄원서를 제출했다. 고려대 장애인권위원회, 문과대학 학생회 등은 문과대학과 교내 양성평등센터 등에 낸 탄원서를 통해 철학과 강사인 김모 씨가 올해 1학기 진행한 전공수업 강의에서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에 대해 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며 공식적 사과를 요구했다. 김 씨는 3월 11일 문화상대주의에 대해 설명하던 도중 “에스키모인들은 외부에서 손님이 오면 자기 마누라하고 동침을 시켰다고 한다. 가보고 싶다”고 발언했다. 학생들이 ‘여성혐오 발언’이라며 이의를 제기하자 김 씨는 “지나가는 이야기로 든 사례일 뿐”이라며 “농담이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탄원서를 제출한 학생들은 “김 씨의 차별적인 발언은 이후 강의에서도 반복됐다”며 ‘진정성이 없는 사과’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 씨가 장애인, 성소수자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혐오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 씨가 지난달 20일 “사회적 가치의 대표가 되는 것은 돈, 명예, 권력”이라며 “딸이 셋이 있으면 하나는 권력자에게로 (시집)보내고, 둘째는 돈 있는 사람에게 보내고, 셋째는 명예가 있는 사람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여성은 스스로 사회적 가치를 획득할 수 없는 존재로 보는 ‘여성혐오’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3일에는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게이바’를 “이상한 장사”, “고급 범죄” 등으로 묘사했다며 ‘성소수자 혐오발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김 씨의 차별·혐오발언들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김 씨가 “‘상처를 줬다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지 않냐”며 “쓸데없는 데에 시간을 쓰게 하지 말라”고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 씨가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학교가 추후 교수 채용 또는 재임용 과정에서 교원의 윤리적 의무를 강화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 공개적으로 사과를 했다”며 “수업 중 예시를 든 것뿐인데 학생들이 문제를 삼는 정도가 심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또 김 씨는 17일 예정된 기말고사에서 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사과하겠다고 밝혔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국내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한다. 한국인들의 따뜻한 마음과 한국의 문화를 사랑한다. 많은 이들은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한국에서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학업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더라도 한국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며 활약할 미래의 민간 외교관들이기도 하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주한 외국인유학생연합과 함께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거나 공부를 마치고 직장에 다니는 외국인 100명에게 ‘한국에서의 삶’을 물어봤다. 그 결과 이들은 한국이 ‘공부하고 싶은 나라이지만 머물러 직업을 갖거나 가족과 함께 살기에는 힘든 나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1% “한국, 공부하고 싶은 나라” 고려대에 다니는 미국인 다이애나 씨(24·여)는 이달 말 엠티(MT)와 농촌봉사활동 갈 생각으로 들떠 있다. 2년 전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작년에도 전북 군산 일원으로 농활을 다녀왔다. 다이애나 씨는 “마을 이장님이 주신 달달한 미숫가루 한 잔과 마을회관에서 춤추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동기애를 느낄 수 있는 한국 특유의 대학문화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자벨 씨(21·여·성균관대)는 “외롭거나 아플 때면 동아리방에서 선후배를 만나 위로받는다”며 “외국에서는 상상조차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3년 전 한국으로 유학 온 친구의 말을 듣고 지난해 영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크리아티나 씨(21·여)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의료 혜택이 파격적”이라며 “아플 때마다 부모가 계시는 고국이 그리워지는 유학생들에게 한국의 싼 의료비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학문화를 접한 외국인 유학생들은 자국 친구들에게 한국의 매력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은 유학 가고 싶은 나라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91%가 만족스럽다는 답을 했다. 유학을 추천하는 이유로는 △수준 높은 수업 수준 △좋은 사람들 △편리한 교통 △유학생 의료 혜택 등을 주로 꼽았다.○ 등 돌린 외국인 “경쟁사회 매몰된 한국인들” 외국인 유학생 90% 이상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했지만 ‘한국이 일하고 싶은 나라인가’라는 질문에는 긍정적인 응답 비율이 74%로 크게 떨어졌다. 부정적 의견을 나타낸 이들은 그 이유로 직장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성과제일주의 경쟁 △부서 간 갈등 △기회의 불평등 △각박하고 여유 없는 삶 등을 지적했다. 캐나다인 뉴델리 씨(29)는 “한국 사람들은 승진에 대한 불안감이 유독 심한 것 같다”며 “대학 생활에 비하면 경쟁이 살벌한 직장 분위기와 삭막한 직장 내 인간관계에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족과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56%)이 ‘살기 싫다’고 답변했다. 부정적 의견의 이유로는 ‘과도한 입시 경쟁’, ‘아이 키우기 힘든 한국의 직장문화’, ‘경쟁적 사회 분위기’ 등을 꼽았다. 한국 생활 7년 차에 접어든 독일인 올랑드 씨(33)는 이달 말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한국인 아내를 만난 그는 “한국에서는 맞벌이 부부, 그것도 사내(社內) 커플이 눈치 보지 않고 아이를 키우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태어날 2세를 위해 독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송도영 한양대 다문화연구소장은 한국에서 일하고, 정착한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에 조금 더 다가선다는 의미라 유학 생활과는 달리 큰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부족한 사회안전망, 육아 문제 등에 불안감을 느낀 한국인이 이민을 택하듯 외국인들은 자국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력해도 한국에 사는 외국인일 뿐” 젊은 외국인들은 한국 사회가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을 이방인으로 취급하고 배타적으로 생각하는 차별적 시선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국적 제약회사에 다니는 미국인 존 씨(32)는 한국 생활 5년 차로 그 누구보다 한국을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직장 내에서도 ‘외국 사람처럼 생긴 한국인’으로 통할 정도다. 하지만 그도 설움을 느낀 적이 있다고 했다. 불법주차로 벌금을 물게 됐는데 주변 사람들이 “외국인이 그러면 되겠느냐”는 식으로 말했을 때다. 그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인데도 외국인의 행동을 유별나게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국내 회사에서 백신 개발연구를 하고 있는 태국인 세팍 씨(35)는 “일부 한국인들은 출신지역에 따라 외국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며 “동남아 사람에겐 반말, 막말을 하다가도 서양인에게는 존댓말 하는 모습을 보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혜순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이 살기 힘든 나라는 자국민도 살아가기에 벅찬 나라”라며 “이민자, 유학생, 다문화라는 꼬리표가 필요 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이 잘 사는 나라가 진정한 의미의 다문화 국가”라고 강조했다.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홍정수 기자}
경찰이 미성년자들을 성추행 또는 성폭행하고 동영상까지 찍어 보관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50대 서양화가를 구속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성범죄특수수사팀은 2009년부터 그림을 배우려는 학생들에게 접근해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파리 유학파 출신의 화가 김모 씨(56)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국내외에서 전시회를 열어온 중견화가로 한 천주교 단체 회원으로 활동하며 미술에 관심이 많은 중·고교 학생들을 소개받았다. 김 씨는 학생들에게 “신체를 잘 알아야 그림을 더 잘 그릴 수 있다”며 유인한 뒤 성폭행하고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관한 혐의다. 그는 또 예술 봉사를 하겠다며 장애인 학교를 찾아가 학생 2명을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씨의 혐의는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피해학생의 부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밝혀졌다. 경찰은 김 씨의 집에서 성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 여러 개를 증거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압수한 김 씨의 컴퓨터를 복원해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늙어서 알을 낳지 못하는 닭을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은 채 생닭·시골닭으로 속여 1억 원가량 팔아온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늙은 닭을 싼 값에 납품받은 뒤 소매업자를 상대로 유통시킨 고모 씨(51)를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고 씨는 지난해 9월 전북 익산시의 한 도계장에서 알을 낳지 못하는 노계 7만여 마리를 마리당 1000~1400원에 납품 받았다. 고 씨는 구입한 닭을 농업용 창고로 위장한 경기 구리시의 한 냉장보관시설에 보관하며 소매업자들에게 공급했다. 고 씨는 트럭을 이용해 닭을 파는 소매업자 30여 명을 모집해 이들에게 닭을 마리당 1400원~1800원에 공급했다. 고 씨가 지난달 경찰에 붙잡히기 전까지 관할 관청에 신고하지 않고 불법 판매한 닭은 총 7만126마리, 시가 1억168만여 원어치에 이른다. 소매업자들은 고 씨에게 납품받은 늙은 닭을 ‘시골닭’, ‘생닭’으로 둔갑시켜 한 마리당 약 5000원에 소비자들에게 판매했다. 고 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한적한 교외지역에 냉장보관시설을 만들고 소매업자들에게는 이른 오전시간에만 닭을 공급했다. 지난달 단속 당시 고 씨는 1200여 마리의 닭을 보관하고 있었다. 경찰은 고 씨로부터 닭을 사들인 소매업자에 대한 수사를 추가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무성애(無性愛·asexuality).’ 누구에게도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 걸 말한다. 절대적 진리처럼 여겨졌던 ‘모든 사람은 누군가에게 성적인 욕망을 느낀다는 것’이 무성애 세계에서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 대신 ‘유성애(有性愛)’로 정의될 뿐이다. 보통 사람들은 유성애라는 말도, 자신이 유성애자라는 사실도 잘 모른다. 무성애자가 세상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섹스에 관심 없다”는 말을 들으면 유성애자들은 되묻는다. “말이 돼? 너, 어디 아픈 거 아니니?” 성 담론이 넘쳐나는 우리 사회에서 마치 유령 같은 존재였던 무성애자들이 처음으로 세상에 말을 걸었다. 무성애를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에이로그(A-LOG)팀’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최근 펴낸 ‘A-LOG BOOK’에서다.“케이크가 섹스보다 낫다” ‘그 누구에게도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 것이 무성애자의 ‘정의’이다. A 씨(23·여)는 “동성을 볼 때 ‘친구로서의 친밀감’만 느꼈고, 이성을 볼 때 ‘미적인 끌림’만 느꼈다”고 말했다. B 씨(34)는 “인간의 신체를 보면 ‘미적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왕성한 성적 호기심으로 ‘반쯤 미쳐 있는’ 사춘기를 지날 때 무성애자들은 혼란에 빠진다. C 씨(24)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야간자율학습실에서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각자의 휘황찬란한 섹스 판타지를 이야기하던 날을 회상했다. 그는 “내 차례가 온 순간 나의 판타지에는 ‘섹스’가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멘붕(멘털 붕괴)’이 왔다”고 말했다. D 씨(32·여)는 “학창 시절 누군가가 연예인 ‘몰카’ 비디오를 교실에서 몰래 TV로 틀어서 다 같이 보는데 나는 화면 전환이 몇 초마다 이뤄지는지 시간을 재고 있었다”고 말했다. 무성애자라고 밝히면 사람들은 으레 묻는다. “그럼 연애는 할 수 있어요?”라고. 하지만 꽤 많은 무성애자는 연애를 한다. 널리 알려진 표현 중에 그나마 가장 비슷한 것은 ‘플라토닉 러브’다. 정서적으로는 유성애자들과 똑같이 끌린다. 성적으로, 정서적으로 아무에게도 끌리지 않는 무성애자들도 존재한다. 사랑이 결국 섹스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소용이지? ‘유성애적 생각’으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무성애자들에게 사랑과 섹스는 전혀 별개의 의미다. “케이크가 섹스보다 낫다”는 무성애자들이 즐겨 쓰는 슬로건 같은 표현이다. 파트너와 달콤한 케이크를 먹는 것이 성관계를 하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는 의미다. E 씨(22)는 이상적인 데이트의 모습을 묻자 “한 침대에 서로 손잡고 누워서, 서로 쳐다보다가 눈 맞아서 웃고 잠드는…”이라고 수줍게 말했다. D 씨는 “성관계 중에는 ‘인체는 참 따뜻하군’ 정도의 느낌이 들 뿐, 그 밖에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가 먼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와 정서적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성관계를 가지기도 한다. F 씨(19·여)는 “아무하고나 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거 병 아니야?” 한국은 동성애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도 곱지 않게 쳐다보는 시선이 많다. 동성애라는 말만 나와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곤 한다. 하지만 무성애는 아예 ‘존재 자체’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 무성애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다. 영미권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국민들의 성 지향성을 연구·조사한 적도 있다. 세계 최대의 무성애자 커뮤니티 ‘AVEN’에는 수만 명의 온라인 회원이 있고 관련 연구도 활발하다.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무성애자들은 수많은 오해를 반박해 가며 “우리는 세상에 실존한다. 의심하지 말아 달라”는 목소리를 키워 가고 있다. 무성애자들이 주위에 ‘커밍아웃’을 한 뒤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너 혹시 트라우마 있니?”다. 해석하자면 “넌 원래 정상적인 아이였지만, 성폭력 같은 충격을 받은 뒤 문제가 생긴 것 아니니?”라는 질문이다. 하지만 성적인 트라우마가 있거나 성적 행위를 혐오하는 무성애자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성에 관련된 나쁜 기억은 무성애의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유성애 중심적 사회를 살아가면서 생긴다고 반박한다. ‘A-LOG BOOK’에서는 이런 비유를 들고 있다. “당신은 평소 자장면을 특별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 굳이 나서서 사 먹지는 않는다. 애인이 원하면 같이 먹어주는 편이지만, 애인이 매일 자장면을 강요해 결국 질린 끝에 거부하게 됐다. 하지만 애인이 자꾸만 자장면을 먹이려고 한다면 아예 구토감이 올라올 만큼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무성애가 발기부전이나 불감증 같은 성기능 장애를 정당화하려는 핑계가 아니냐고 묻는다. ‘무성애를 말하다’의 저자인 캐나다 브록대의 앤서니 보게트 교수(심리학과)는 “무성애자들도 쾌감과 ‘여타의 모든 것’은 잘 작동한다. 단지 실제로 마음이 끌리는 대상이 전혀 없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4년 전체 인구의 1%가량이 무성애자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일부 무성애자는 자위행위를 하며 신체적 정서적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다만 유성애자들처럼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흥분을 느끼지 않을 따름이다. D 씨는 “성적 끌림이 없다는 것은 자동차로 치면 그저 옵션이 하나 없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나이가 상대적으로 어린 무성애자들에게는 “(성관계를) 안 해봐서” 또는 “아직 잘 못해서”라는 오해도 속출한다. 무성애를 ‘성적으로 미숙함’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여자는 서른 넘어서야 느낀다더라” “첫 성관계를 겪어야 ‘어른’이 된다” 등 다양한 발언으로 표출된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무성애자는 다양한 성관계를 경험한 뒤 정체성을 고민하게 된다. G 씨(31)는 20대에 경험한 몇 번의 연애가 결국 섹스에 대해 극심한 거부감을 느끼는 자신의 태도 때문에 끝나버린 뒤 스스로를 고쳐보려고 다양한 노력을 했다. 음란동영상을 보고 자위행위도 해봤다. 그는 “흔히 말하는 사창가까지 가봤다”며 “하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이 나에게 애무를 하는 순간 구토를 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유일한 온라인 무성애자 커뮤니티인 ‘승냥이카페’의 매니저 ‘케이’는 “무성애자가 성관계를 많이 겪으면 유성애자가 된다는 주장은 유성애 중심적 사고관의 환상”이라고 말했다. “좋아하지만, 자고 싶진 않아” 무성애자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순간은 유성애자와 연애할 때나 결혼할 때다. 상대방에게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다면 오해와 갈등이 벌어질 소지는 더 크다. 유성애자는 어떤 상대와 연애관계나 결혼관계를 형성하면 상대방이 잠재적으로 자신과의 성적 행위를 허용한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C 씨는 대학에 와서 만난 첫 여자친구가 헤어지면서 남긴 “나는 너를 고칠 수 있을 줄 알았다”는 말이 아직도 충격으로 남아 있다. 사귄 지 얼마 안 돼 그가 무성애자임을 밝혔을 때만 해도 여자친구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여자친구가 스킨십의 진도를 조금씩 높일 때마다 C 씨는 그저 ‘그녀가 원하니까 맞춰준다’는 수준에서 응했다. 하지만 곧 한계에 부닥쳤다. 자신이 잘해주면 남자친구가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결국 “지쳤다”며 C 씨를 떠났다. H 씨(27) 역시 “연인도 친구의 연장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연애를 해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로맨틱한 태도가 나오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상대방은 연인 관계의 진전이 어느 순간부터 막힌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생의 동반자’로서 배우자를 원하는 무성애자들은 성적인 부분에서 제약이나 갈등을 걱정한다. G 씨는 고민 끝에 결국 자신과 같은 무성애자를 만나 결혼하거나 혼자 살면서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것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무성애자들이 원하는 건 그저 ‘조금 다른 존재’로서 인정받는 것이다. 보게트 교수는 “성적 소수자들에 대해 알게 된다면 사회의 전반적인 관용과 포용력이 증대될 수 있다”며 유성애자들이 무성애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에이로그팀은 11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성 소수자들의 축제인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다. 올해 17회를 맞는 이 축제에 무성애자가 정식으로 참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더 많은 무성애자가 벽장 밖으로 나올수록 무성애라는 개념을 사회에 널리 알리고 받아들이기 쉽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밝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 등이 대중문화에서 새로운 ‘섹시코드’로 떠올랐다. ‘섹시’라는 말은 원래는 ‘성적 매력이 있다’는 뜻. 하지만 ‘뇌가 섹시하다’는 말이 실제로 ‘그의 주름진 뇌가 나를 성적으로 흥분하게 한다’는 말은 아니다. 뚜렷한 주관, 풍부한 유머감각이나 지식 같은 지적인 매력을 ‘섹시한 뇌’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뜻으로 널리 쓰이는 ‘섹시하다’는 표현은 무성애자들이 사용하는 ‘에이섹시(asexy)’라는 표현과 맞닿아 있다. 무성애자들이 누군가에게 매력을 느낄 때 그의 매력 포인트가 바로 ‘에이섹시’하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섹시하다’고 표현하는 대상은 신체의 굴곡진 S라인, 도발적인 눈빛과 노출 의상 등이다. 하지만 무성애자들은 이런 것을 볼 때에 아무 감흥을 느끼지 못하거나 그저 심미적으로만 아름답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들이 말하는 ‘섹시’는 ‘몸이 아니라 머리’에서 느껴지는 매력인 셈이다. ‘뇌섹’을 앞세우며 인기를 끌고 있는 한 TV 프로그램에서는 좋은 학벌이나 문제풀이 능력, 외국어 실력 같은 스펙을 갖춘 ‘엄친아’에게 뇌섹남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무성애자들이 말하는 에이섹시함은 상대방의 독특한 세계관, 깊이 있는 지적 능력, 멋진 요리 실력 등에서 느끼는 매력을 이르는 경우가 많다. 한 무성애자는 이렇게 설명하기도 한다. “에이섹시는 거의 모든 매력을 뜻해요. 비 오는 날 물웅덩이에서 추는 멋진 춤, 쿠키를 맛있게 굽는 기술, 뒤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능력, 민속설화에 대한 방대한 지식, 기절할 만큼 멋진 양말 코디 등에서도 에이섹시함을 느낄 수 있어요.”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 여주인공이 셜록 홈스에게 느낀 매력을 표현한 “지성은 새로운 섹시함(Brainy is the new sexy)”이라는 말이 영미권을 강타하기도 했다. 홈스가 원작 소설에서 무성애자에 가까운 캐릭터로 묘사됐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에이섹시함’에 대한 열광은 전 세계적으로 커져 가고 있는 모양새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섹시스타였던 배우 래켈 웰치는 이미 50여 년 전에 “마음도 성감대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멕시코에서 의류판매업을 하며 교민들에게 납품대금과 곗돈 등 150억 원을 떼어먹고 한국으로 도주한 30대 교민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멕시코의 한인타운에서 의류업을 하며 대금 100억 원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의류업체 대표 장모 씨(31)를 구속하고 부인인 한모 씨(31·여)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뒤 도주한 형 장모 씨(34) 부부는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1998년부터 멕시코에 살던 장 씨는 특별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2006년 어머니에게서 사업가 유모 씨(50)를 소개받았다. 이후 장 씨는 2012년부터 형과 함께 사업가 유 씨에게서 총 350억 원 상당의 여성복을 납품받으며 옷가게를 운영했다. 연말이 되면 평소보다 많은 물량을 공급받은 장 씨는 유 씨에게 “연말 황금기인데도 판매가 저조하다”는 이유를 대며 납품대금의 30~40%만을 지급하다가 지난해 12월 잠적했다. 장 씨 일당이 2013년 11월부터 약 2년간 빼돌린 금액은 100억 원에 이른다. 이들은 도주를 앞두고서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옷을 판매가의 40~70%밖에 되지 않는 가격에 현금으로만 팔았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여행을 간다고 미리 말해두기도 했다. 장 씨 형제 부부는 1인당 불입금액이 2억 원에 이르는 대형 계를 운영한 것으로도 한인 사회에서 유명했다. 이들이 운영한 일명 ‘낙찰계’는 매월 가장 비싼 이자를 내겠다고 하는 사람이 곗돈을 받는 계로 대출이 어려운 교민들이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장 씨는 매장운영 자금이 부족하면 자신이 비싼 이자를 내겠다며 곗돈을 타서 메우는 식으로 ‘돌려 막기’를 했다. 하지만 계원들이 돈을 붓지 않고 도망가는 일이 반복되면서 장 씨 형제는 책임을 떠안다가 큰 손해를 입게 됐다. 결국 곗돈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다른 사람의 곗돈 50억 원을 가지고 도주한 장 씨 부부는 전남의 한 아파트에 숨어 지내다가 결국 16일 경찰에 붙잡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여성들에게 결혼을 미끼로 접근한 뒤 신용카드를 훔쳐 1억7000만원어치를 훔친 일당이 구속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성들에게 접근해 금품을 훔친 김모 씨(51) 등 4명을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김 씨는 2월 말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한모 씨(35·여)에게 사업가 행세를 하며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자고 접근했다. 특히 김 씨는 “동거를 하자”는 핑계로 생활비 통장을 만들어 한 씨의 통장과 비밀번호, 보안카드 등을 건네받았다. 이어 김 씨는 3월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투숙한 뒤 이튿날 “이벤트를 해 주겠다. 지갑은 방에 두고 나가자”며 한 씨를 호텔 밖의 한 카페로 불러냈다. 김 씨는 “방에 두고 온 것이 있어 잠시 다녀오겠다”며 모텔로 돌아가 한 씨가 두고 나온 신용카드를 훔쳐 미리 계획한대로 근처에서 기다리던 장모 씨(45) 등 공범 3명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훔친 신용카드로 전화대출서비스를 통해 2600만원을 대출받고 귀금속매장에서 826만원 상당의 골드바 등을 구입했다. 또한 현금인출기에서 470만원을 뽑는 등 총 39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이들은 범행을 저지른 다음 날 피해자들과 연락을 끊은 뒤 훔친 금품을 나눠가졌다. 이런 방식으로 김 씨 일당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3월 24일까지 피해자 3명에게서 총 1억72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1990년 강도강간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2011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났지만 대부업체에서 빌린 빚에 허덕이다가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공범들은 교도소에서 알게 된 동료에게 소개받은 사람들로 이들 네 명은 합해서 전과 14범에 이른다. 김 씨는 21일 경기 수원시의 한 모텔에서 또 다른 여성을 유인하는 모습이 경찰에 발견되면서 결국 붙잡혔다. 경찰은 김 씨의 집에서 필로폰 5.32g을 발견해 이들이 마약을 투약했는지도 수사할 예정이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개인정보 8만여 건을 유출하고 수십억 원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웹 프로그램 개발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자신이 과거 운영하던 인터넷쇼핑몰 등에서 개인정보를 빼돌리고 불법 도박사이트를 개설·운영·홍보한 혐의로 유모 씨(33)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15년 경력의 프로그래머인 유 씨는 2014년 10월 송모 씨(48)에게 만들어주기로 한 인터넷 쇼핑몰 계약기간을 넘겨 1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요구받았다. 유 씨는 이를 피하기 위해 자신이 과거 만들었던 인터넷 쇼핑몰을 해킹해 회원정보 6만5536건을 송 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이 포함돼있는 개인정보였다. 그는 지난해 3월 경북의 한 도서관에서도 전산관리자로 일하다가 퇴직하며 도서관 회원들의 개인정보 1만7945건을 외장 하드디스크에 담아 외부로 가지고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 씨는 이외에도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판돈 89억7000만 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개설하고 운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인터넷 구인광고를 보고 200만 원에 사이트 개발을 의뢰받은 뒤 운영과 홍보까지 하게 됐다. 유 씨는 국내 정보통신(IT) 전문기업과 직업교육전문학교 등에서 일하며 국내 인터넷 쇼핑몰 150여개를 개발한 실력 있는 웹 프로그래머다. 하지만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낮은 학력으로 주로 프리랜서로 하청업무를 했기 때문에 수입이 일정하지 않았다. 이미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위반 등 전과 5범이었던 유 씨는 결국 결혼자금을 모으기 위해 다시 범행을 저지르다 경찰에 적발됐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2014년 무속인 신모 씨(61·여)의 눈앞에 박사 학위가 어른거렸다. ‘동양학’을 전면에 내세운 A대의 총장 김모 씨(64)가 신 씨에게 “미국 사이판에 있는 대학의 분교”라며 “온라인 강의로 6∼8개월이면 박사 학위도 받고 미국 유학도 갈 수 있다”는 말을 건넨 뒤부터였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학위과정이나 교수진도 그럴듯해 보였다. 학위를 내세우면 신뢰도가 높아져 장사도 잘될 것 같았다. 신 씨는 고민 끝에 석·박사 학위 과정에 등록했다. 하지만 학교는 신 씨가 이해하지도 못하는 영어논문을 만들어주더니 논문 작성비를 요구하는 등 다양한 명목의 금액을 요구했다. 등록금과 학위수여식 등 학교가 요구한 돈을 모두 합하면 2000만 원에 이르렀다. 그런데 알고 보니 A대는 학위가 인정되기는커녕 교육부에 정식으로 등록되지도 않은 ‘가짜 대학’이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무속인 등 68명에게 2012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등록금과 교재비, 논문 작성비 등의 명목으로 218회에 걸쳐 4억여 원을 뜯어낸 혐의로 김 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23일 낮 12시 서울 서초구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 평일 한낮이어서인지 공원을 오가는 사람은 손으로 꼽을 만큼 적었다. 한남대교 아래에 있는 공중화장실로 향했다. 올림픽대로와 한남대교를 지나는 차량 소음이 꽤나 시끄럽게 들렸다. 화장실은 26m²(약 7.8평) 남짓한 컨테이너박스 형태였다. 요즘은 흔하디흔한 폐쇄회로(CC)TV. 이곳에선 발견할 수 없었다. 여성화장실로 들어가는 미닫이문을 열고 좌변기가 설치된 칸막이 안을 둘러봤다. 지하철역 화장실엔 있는 비상벨도 없었다. 10분 가까이 있는 동안 차 소리만 ‘웅웅’거릴 뿐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위급상황 땐? 생각만 해도 아찔” ‘만약 나를 위협하려는 누군가가 들이닥친다면….’ 이런 생각으로 “살려 주세요”라고 목청껏 소리를 질러봤다. 하지만 기자의 목소리보다 차량의 소음이 더 큰 탓에 밖에서 대기하던 동료 기자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비상벨도 없으니 외부에 위급상황을 전할 수단은 손에 쥔 휴대전화뿐이었다. 위급한 상황이 닥쳐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공포심을 불러왔다. 기자가 밤에 찾은 공중화장실은 더욱 범죄에 취약해 보였다. 한밤중에도 한강시민공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산책로나 편의점 주변 등을 빼면 한적한 곳에 설치된 화장실을 들르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실제 공중화장실은 성 관련 범죄에 취약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 공중화장실에서 벌어진 범죄 1795건 중 835건(46.5%)이 강간, 강제추행 등 성 관련 범죄였다. 시민들은 두려움을 호소했다. 직장인 한모 씨(24·여)는 “1주일에 2, 3번 한강 둔치에 나오는데 화장실에서 괴한이라도 들이닥친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 같다.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이후부턴 밤엔 공원 화장실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금 싼 공영주차장…CCTV 조명 부족 “왜 따라오시나요?” 23일 오후 2시 서울 강동구 지하철 5호선 천호역 공영주차장 지하 2층. 양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잰걸음을 걷던 여성은 뒤를 돌아보더니 대뜸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요즘 흉흉한 사건이 너무 자주 일어나 가뜩이나 불안한데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크게 들려서 놀랐다”며 “여기는 주차요금은 싸지만 안전요원도 없고 한낮에도 어두워 올 때마다 겁이 난다”고 말했다.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는 이 공영주차장은 1430여 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주차장이다. 지상에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밀집해 유동인구가 많지만 지하는 딴 세상이다. 지난해 9월 ‘트렁크 살인’ 사건 범인인 김일곤이 여성을 납치했던 대형마트 주차장은 사건 이후 조도를 높이는 등 개선에 힘썼지만 공영주차장의 개선 노력은 더뎠다. 실제 이곳의 CCTV는 넓은 주차공간을 촬영하기엔 그 수가 적어 보였다. CCTV가 등지고 있어 아예 찍히지 않는 사각지대도 있었다. 기둥 뒤편에는 조명이 닿지 않는 곳도 적지 않았다. 회사원 양모 씨(43·여)는 “차에 타자마자 무조건 문부터 잠그는 게 습관이 됐다. 특히 옆에 큰 차나 기둥이 있는 곳에는 누군가 숨어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차를 세우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소규모 공영주차장도 두렵기는 마찬가지. 이날 오후 4시에 찾은 서초구의 동산마을 공영주차장 지하 2층은 전등 40여 개 중 16개에만 불이 들어와 있었다. 코를 찌르는 락스 냄새에 덕지덕지 달린 대형 거미줄은 마치 폐가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내부를 둘러보는데 기자 옆을 지나는 승용차 한 대. 운전자는 창문을 내린 채 기자를 ‘쓱’ 훑어보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괜스레 등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도심 재개발 예정지도 밤이면 불안 서울 종로구 대학로는 낮이면 학생과 직장인으로 시끌시끌하지만 밤이면 인적이 끊겨 ‘공동화(空洞化)돼 버린다. 직장인 서지윤 씨(25·여)는 “강남 화장실 살인 사건 이후엔 부모님이 호신용 전기충격기와 호루라기를 사 주셨다”고 말했다. ‘뉴타운 사업’이 진행 중인 서대문구 북아현동 일대는 사람들이 떠난 빈집이 주민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노숙인이나 비행 청소년의 아지트로 쓰이는 빈집이 적지 않아서다. 실제 기자가 돌아보니 자물쇠나 못으로 출입문을 닫아놔도 조금만 힘을 주면 금방 열릴 만큼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주민 김모 씨(72·여)는 “술에 취한 채 빈집에서 나오는 노숙인을 볼 때면 깜짝 놀라곤 한다. 괜한 해코지를 당할까 봐 뭐라고 말도 못하고 경찰이 자주 순찰해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공정식 안전문화포럼 회장은 “인구 밀집지역이나 도심은 CCTV 등 감시 장치가 많이 설치돼 있지만 오히려 보행자가 적어 사고 위험이 큰 변두리나 우범 지역은 민원이 적다는 이유로 간과되고 있다”며 “CCTV 설치 지역을 대거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CTV 같은 기계 장치 못지않게 사회적 관심과 감시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람이나 지역 사회 전반의 감시가 활성화되면 범죄를 저지를 기회 자체가 줄어든다”며 “자율방범대 같은 지역 주민의 자체 감시 기능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홍정수·이지훈 기자}
오모 씨(55)는 취객을 부축하는 척하면서 주머니를 뒤지는 ‘부축빼기’ 고수다. 지난해 10월 15일 새벽, 그는 서울 중랑구의 한 술집 앞에서 만취한 남성을 상대로 기술을 구사했지만 텅 빈 주머니에 허탈해하며 발길을 돌렸다. 순간 누군가가 “나 형사다!”라며 그를 덮쳤다. 자칭 형사는 오 씨에게 주먹질을 한 뒤 “신분증을 달라”고 다그치며 지갑을 압수했는데 낌새가 이상했다. ‘형사’가 지갑에서 현금 35만 원을 빼 자신의 주머니에 넣은 것이다. 알고 보니 그 역시 부축빼기 절도범인 김모 씨(50)였다. 오 씨는 반격을 가했고, 김 씨는 훔친 돈 일부를 떨어뜨리고 달아났다. 분이 풀리지 않은 오 씨는 경찰에 “강도를 당했다”고 신고했다. 물론 자신의 범행은 감췄다. 하지만 오 씨의 부축빼기 장면은 폐쇄회로(CC)TV에 생생히 찍혀 있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신고 당일 오 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도주한 김 씨도 최근 붙잡혀 강도 혐의로 구속됐다고 경찰은 19일 밝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오모 씨(55)는 취객을 부축하는 척하면서 주머니를 뒤지는 ‘부축빼기’ 전문가다. 지난해 10월 15일 새벽, 그는 서울 중랑구의 한 술집 앞에서 만취한 남성을 상대로 기술을 구사했지만 텅 빈 주머니에 허탈해하며 발길을 돌렸다. 순간 누군가가 “나 형사다!”라며 그를 덮쳤다. 자칭 형사는 오 씨에게 주먹질을 한 뒤 “신분증을 달라”고 다그치며 지갑을 압수했는데 낌새가 이상했다. ‘형사’가 지갑에서 현금 35만 원을 빼 자신의 주머니에 넣은 것이다. 알고 보니 그 역시 부축빼기 절도범 김모 씨(50)였다. 오 씨는 반격을 가했고, 김 씨는 훔친 돈 일부를 떨어뜨리고 달아났다. 분이 풀리지 않은 오 씨는 경찰에 “강도를 당했다”고 신고했다. 물론 자신의 범행은 감췄다. 하지만 오 씨의 부축빼기 장면은 폐쇄회로(CC)TV에 생생히 찍혀 있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당일 오 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도주한 김 씨도 최근 붙잡혀 강도 혐의로 구속됐다고 경찰은 19일 밝혔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10일 서울 중랑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 특별한 선생님들이 찾아왔다. 학기 초부터 자신보다 공부를 못하는 친구를 “그런 것도 못하느냐”며 집요하게 괴롭히는 남학생 때문에 교실 분위기가 날로 험악해지던 차였다. 선생님들이 “여러분의 반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찾아온 ‘마음 쌤’”이라고 소개하자 학생들은 모두 눈을 반짝였다. 마음 쌤들은 아이들 앞에서 종이를 구겼다 펴며 “친구 관계도 한번 구겨지면 쉽게 회복하기 어렵다”라는 설명으로 집단따돌림 치료 수업을 시작했다. 동화를 구연하듯 친근한 말투로 아이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이들은 서울 중랑구에서 정신과의원과 한의원, 상담센터 등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성모마음’의 의사와 심리치료 전문가, 자원봉사자들이다. 성모마음정신과의원·한의원 이정국 원장(45)은 왕따 치료 프로그램을 상담실에서 ‘교실 현장’으로 끌어내야 효과적이라는 생각으로 지난해 비영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마음 쌤 프로그램과 별개로 ‘성모마음행복학교’라는 위탁형 대안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상담 선생님이 학생들을 한 명씩 따로 불러 일대일로 대화하는 일반적인 집단따돌림 상담과 달리 마음 쌤 프로그램은 가해·피해 학생뿐 아니라 교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방관 학생’들까지 모두 참여하는 10∼12주짜리 장기 프로젝트다. 수업마다 정신과 전문의뿐 아니라 놀이 치료, 음악 치료, 미술 치료 등 다양한 심리 치료 전문가들이 동참한다. 이 원장은 서울대 국어교육학과를 중퇴한 뒤 정신과 의사 겸 한의사가 됐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이질감과 소외감을 느끼며 성장해 온 이 원장은 학교 폭력이 사회 문제로 주목받기 시작한 2011년 즈음부터 교실 내 따돌림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친구가 많았던 덕분에 의사들과는 다른 교사들의 시각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놓은 답이 전문가들이 직접 학교로 출동하는 ‘마음 쌤 프로그램’이다. 피해 및 가해 학생을 한자리에 놓고 폭력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었을까. 이 원장은 “어떤 학생이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치료하면 된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왕따 문제는 학급 구조 자체를 바꿔야 나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왕따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의 폭력뿐 아니라 수많은 친구가 ‘방관’하는 모습에 더 큰 모욕감을 느끼고 심한 트라우마를 겪게 되기에 이 학생들 모두가 치료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마음 쌤 프로그램에서는 방관 학생들 중 일부를 ‘서포터스’로 지정해 반 친구들의 행동과 변화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게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2015년 하반기 서울시내 6개 학급에서 석 달간 진행한 ‘마음 쌤 프로그램’을 마친 뒤 아이들은 놀랄 만큼 변했다. 교직 생활 20여 년 경력의 ‘베테랑’ 담임선생님도 힘겨워했던 박모 군(8)이 대표적인 사례다. 학교에서 ‘문제아’로 유명한 3형제의 막내인 박 군은 친구들이 칭찬받는 모습을 견디지 못해 화를 내며 폭력을 휘둘렀다. 선생님이 제지할 때에도 욕을 퍼붓는 박 군을 대부분의 친구들은 무서워하며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마음 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박 군의 반은 조금씩 달라졌다. 박 군이 여전히 크고 작은 싸움을 벌이긴 했지만 방관 학생들은 이제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렸고, 피해 학생도 박 군에게 “네가 날 때렸지만 용서할게”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프로그램 막바지인 9주 차 ‘사과와 용서, 격려하기’ 수업에서 박 군은 담임선생님에게 먼저 다가가 “그동안 제가 괴롭혀서 힘들었죠”라며 사과해 선생님이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이 원장은 “왕따 해결은 학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교 안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선생님들에게 모두 떠넘기는 대신, 학교 밖의 전문가들을 끌어들여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초등학교 5곳, 중학교 1곳에서 진행한 마음 쌤 프로그램은 올해는 상·하반기를 합쳐 총 15개 학급에서 진행할 계획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인터넷에 개인방송 사이트를 개설한 뒤 중국인 여성들을 BJ(방송진행자)로 고용하고 음란방송을 하게 해 7개월간 1억여 원의 수익을 챙긴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여성 BJ 4명을 고용해 인터넷에 선정적인 방송을 내보내 1억여 원을 벌어들인 중국동포 남모 씨(28·여)와 이를 방조한 방송사이트 운영자 정모 씨(47)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중국 칭다오(靑島)에 사는 음란방송 BJ 남 씨는 지난해 중국 내 한국어 포털사이트에 구인광고를 내 중국동포 여성 BJ들을 모집하는 에이전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시청자들이 선물하는 현금성 아이템인 ‘다이아’(개당 100원)를 받아 수익을 올리면 남 씨는 이 중 10%를 수수료로 챙겼다. BJ들의 음란방송은 시청자들이 더 많은 ‘다이아’를 선물하면 할수록 정도가 심해졌다. 다이아 300개를 선물하면 바지를 벗고, 700개를 선물하면 모든 옷을 벗는 식이다. 일정 개수 이상의 다이아를 선물하는 시청자들에게만 노출 수위가 높은 방송을 볼 수 있는 등급을 부여해 선물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남 씨는 현금 1억 원에 해당하는 다이아 100만여 개를 벌어들였다. 남 씨는 지난해 7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ID 이용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정 씨는 15일 뒤 같은 ID를 다시 만들어 주기도 했다. 정 씨는 남 씨가 음란방송을 진행하는 것을 묵인하거나 도운 대가로 남 씨에게서 운영 수익의 40%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전직 보험설계사를 병원상담사로 고용해 미백·주름개선 등 미용시술을 받게 한 뒤 보험적용이 되는 치료를 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조작해 보험금 수억 원을 불법으로 타낸 의사와 가짜환자 100여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허위 진료기록부를 보험사에 내고 보험금 4억3000만원을 타낸 혐의로 보험브로커 채모 씨(46·여)를 구속하고 병원장 김모 씨(50) 등 의사 4명과 환자 113명, 브로커 1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범행을 주도한 것은 보험설계사 17년 경력의 브로커 채 씨다. 그는 김 씨가 운영하는 개인병원에 자신을 “병원 수입 올리는 전문가”라고 소개하며 “한 달만 같이 일 해보면 안다”는 말로 접근했다. 김 씨의 병원에 상담이사로 고용된 채 씨는 병원에서 지원받은 상담사무실에 카드 단말기까지 갖춰놓고 본격적인 범행을 시작했다. 이들은 미용에 관심이 많은 중년 여성을 주로 공략했다. 입건된 가짜환자 중 40대 이상 여성이 89명(78.8%)에 이를 정도였다. 김 씨와 채 씨는 ‘공짜 미용시술’이라는 미끼로 손님들을 끌어온 뒤 미백, 노화방지, 주름제거에 효과적인 주사와 남성 갱년기 치료에 쓰이는 남성호르몬제 주사를 시술했다. 손님들이 받은 미용·성기능강화 시술은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채 씨와 김 씨 등 의사들은 보험사에 제출하는 진료기록부를 마사지요법의 일종인 도수치료, 표층열치료(찜질 치료) 등 보험적용이 되는 정형외과 진료를 받은 것처럼 조작했다. 이런 방식으로 이들이 2011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빼돌린 보험금은 4억3000만원. 채 씨는 진료비 결제액의 30%에 해당하는 1억1000만원을 병원으로부터 되돌려 받았다. 김 씨는 채 씨가 퇴사한 뒤에도 자신의 처형에게 범죄수법을 전수한 뒤 상담실장으로 고용해 범죄를 이어갔다. 김 씨는 이외에도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네트워크 병원’ 6곳을 운영하며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8억2000여 만 원 상당의 요양급여비를 부당하게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명의 의료인이 여러 개의 병원을 개설·운영하는 것을 이르는 ‘네트워크 병원’은 2012년부터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경찰은 앞서 보험사기로 입건된 의사 외에 4명을 의료법 위반행위로 불구속 입건했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서울 도심의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을 옮겨 다니며 1400억 원 규모의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조직폭력배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금까지 검거된 불법 도박 중 가장 큰 규모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서울 시내에서 5년여 간 불법 도박의 일종인 ‘바카라’ 도박장을 운영해 300억 원대의 불법 수익을 올린 ‘상봉동파’ 조직폭력배 유모 씨(39) 등 7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운영진 69명과 도박에 참여한 11명 등 80명도 불구속입건했다. 도박장 총책 역할을 한 윤 씨는 과거 도박장에서 진상을 부리는 다른 계파의 건달들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다가 2011년부터 직접 도박장을 운영에 뛰어들었다. 다른 도박 운영자들과 달리 윤 씨는 자신이 직접 도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업계에서 신뢰도를 얻을 수 있었다. 사업 수완이 좋았던 덕분에 2011년 1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주택으로 시작한 도박사업은 곧 서울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중랑구 등에도 지점을 내며 전국 최대규모의 불법도박조직으로 성장했다. 한 조직원은 경찰 조사에서 “우리 조직이 서울 시내 도박장 중 판돈 규모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들은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2~3개월씩 단기로 빌려가며 도박장을 개설했다. 옮겨 다닌 곳만 32곳에 이른다. 고객들을 도박장으로 데려오는 모집책들은 자기 소유의 차가 아닌 렌터카만 이용했다. 윤 씨는 자신이 거느린 도박장 7곳을 기업형으로 체계적으로 운영했다. ‘하우스(도박장)’별로 실제 하우스장, 바지사장, 손님 모집책, 보안팀 등을 두고 각자의 역할을 나눴다. ‘환전 사고 시 영원히 문 닫기’ 등 운영지침도 마련해 전파했다. 지난해 6월에는 단합을 도모하기 위해 조직원 147명 이상이 참석한 체육대회까지 열었다. 조직원들은 대부분 호기심으로 시작한 도박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하우스장 김모 씨(46)는 2013년까지 연매출이 20억 원에 이르는 퀵서비스 회사를 운영했지만 도박에 빠져 회사를 헐값에 처분한 뒤 조직에 들어왔다. 아예 강원랜드에서 돈을 모두 잃은 도박중독자들로 구성돼 ‘랜드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하우스도 있었다. 도박으로 번 돈을 다시 도박으로 탕진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도박장의 주 고객들도 대부분 평범한 직업의 도박중독자들이었다. 이번에 검거된 11명 중 9명은 50~60대 가정주부였다. 이들은 24시간 운영되는 도박장에서 며칠씩 머물기 위해 경북 포항 등 지방에서 여벌 속옷 등을 챙겨오기도 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윤 씨는 도박사이트나 사채사무실을 운영하려는 새로운 사업들도 구상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서민을 도박판에 끌어들인 뒤 거액을 탕진하게 만들어 사회적 폐해가 크다”며 강도 높은 단속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