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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삼성화재 고참 센터 박상하(34)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등번호를 17번에서 10번으로 바꿨다. 고희진 신임 감독의 권유로 현역 시절 고 감독이 달았던 번호를 넘겨받았다. 구단과 자유계약선수(FA) 재계약을 맺으면서 주장도 맡았다. “눈빛이 달라졌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독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박상하는 1일 현재 세트당 0.796개로 남자부 블로킹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12~2013시즌 거뒀던 자신의 커리어 하이(세트당 0.808개)와 맞먹는 수준이다. 시즌 첫 경기인 10월 18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는 개인 한 경기 최다인 8개의 블로킹을 성공하기도 했다. 팀은 하위권(6위)에 머물러 있지만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최근 4시즌 세트당 블로킹이 0.6개에 머물렀던 박상하가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같은 센터 출신인 고 감독은 “상대의 공격을 읽는 능력, 발놀림 등 기술적인 면에서 모두 리그 최고 수준이라 더 바랄 것이 없다. 몸 관리에만 각별히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최근 몇 시즌 동안 허리 통증에 시달려온 박상하는 시즌을 앞두고 다른 선수와 달리 최대한 늦게 볼 훈련을 시작하며 몸 관리에 집중했다. 자비로 필라테스를 배우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박상하에 이어 블로킹 2위인 OK금융그룹 진상헌(0.767개), 3위 KB손해보험 김홍정(0.750) 모두 1986년생 동갑내기다. 경기를 읽는 감각이 물오른 베테랑들이 블로킹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것. 주장, 최고참, 주전 센터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는 박상하가 위기에 빠진 전통의 명가를 구해낼 수 있을까.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알렉스만 한 선수가 없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 우리카드는 예상과 달리 어려운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외국인 선수 알렉스(29)는 손가락, 허벅지 부상 등에 시달렸고, 주포인 나경복(26)은 지난달 24일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오른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우리카드는 1일 KB손해보험을 만나기 전까지 3연패를 당하며 꼴찌(7위)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반면 KB손해보험은 3연승을 달리며 선두에 올라 있는 팀. 많은 전문가가 ‘괴물’ 케이타가 버티고 있는 KB손해보험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알렉스에 대한 강한 믿음을 보였고 알렉스는 이에 화답했다. 우리카드가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방문경기에서 32점을 올린 알렉스의 활약을 앞세워 KB손해보험을 3-0(25-20, 32-30, 25-17)으로 완파했다. 승점 13점(4승 7패)을 만든 우리카드는 7위에서 4위로 점프했다. 다친 나경복을 대신해 레프트가 아닌 라이트로 출전한 알렉스는 이날 성공률 61.37%의 정확도 높은 공격에 블로킹 2득점, 서브 3득점까지 보탰다. 듀스 접전이 이어진 2세트에서만 개인 한 세트 최다 타이인 15점을 올렸다. 30-30에서 잇달아 공격을 성공하며 세트를 마무리한 것도 알렉스였다. KB손해보험은 평소 40점 가까이 올리는 케이타가 27점에 그친 데다 범실도 11개나 범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팀 범실도 29개로 우리카드(16개)보다 훨씬 많았다. KB손해보험이 이번 시즌 0-3으로 완패한 것은 처음이다. 한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는 IBK기업은행에 3-2(22-25, 18-25, 25-22, 25-21, 17-15)로 역전승을 거두고 6연패에서 탈출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야구 막내구단 KT가 겹경사를 맞았다. 프로야구 역대 6번째로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상을 동시에 석권한 것이다. 30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열린 ‘2020 KBO 시상식’에서 KT 소속의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30)가 MVP를, 고졸 신인 투수 소형준(19)이 신인상을 각각 수상했다. 2015년 1군에 뛰어든 KT는 올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면서 창단 첫 가을야구를 맛봤다. 한 팀에서 MVP와 신인상을 모두 휩쓴 것은 KT의 1군 데뷔 전인 2012년 넥센 박병호와 서건창 이후 8년 만이다. ‘타격 4관왕’ 외야수 로하스는 프로야구 출입기자단 투표에서 896점 중 653점을 받아 NC 포수 양의지(374점), 두산 투수 알칸타라(319점) 등을 크게 따돌렸다. 112명의 투표 인원 중 71명에게서 1위, 17명에게서 2위 표 등을 받았다. 2017년 대체 선수로 KT 유니폼을 입은 로하스는 국내 4년 차인 올해 홈런(47개) 타점(135점) 득점(116점) 장타율(0.680) 부문에서 1위를 하며 리그를 지배했다. KT 선수로는 최초이자 외국인 선수 역대 6번째 MVP다. 생후 14개월 된 아들 등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18일 미국으로 돌아간 로하스는 이날 영상을 통해 “큰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 코치진, 프런트, 동료가 없었다면 상을 받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남겼다. 김강 KT 타격코치가 이날 로하스를 대신해 트로피를 받았다. 스위치 타자인 로하스는 시즌을 앞두고 좌우 타석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의 볼 배합 연구와 스윙할 때 임팩트 이후 폴로스루를 크게 하는 연습에 집중하며 정교함과 장타력을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로하스는 이날 “내년에도 KT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잔류 가능성을 비치기도 했다. 로하스는 출국 전날 팀의 중견수인 배정대를 집으로 초대해 다양한 경기 노하우를 전하는 등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KBO리그에서의 맹활약에 힘입어 로하스는 미국과 일본의 여러 구단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유신고 출신으로 KT에 1차 지명된 소형준은 올 시즌 13승 6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맹활약해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을 차지했다. 고졸 신인으로는 역대 9번째이자, 2006년 한화 류현진(현 토론토) 이후 14년 만에 데뷔 시즌 10승을 달성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1선발로 나섰다. 소형준(511점)은 투표 인원 112명 중 98명에게 1위 표를 받는 등 압도적인 지지에 힘입어 LG 중고 신인 홍창기(185점)를 큰 차로 제쳤다. KT에서는 2018년 강백호에 이어 두 번째 신인상 수상자다. 소형준은 “프로에서 한 번 받을 수 있는 상을 받게 돼 영광스럽다. 언젠가 MVP 트로피를 가져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KBO리그 4년 차인 KT 외야수 멜 로하스 주니어(30·사진)는 2020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홈런(47개), 타점(135점), 득점(116점), 장타율(0.680) 부문에서 타격 4관왕을 차지하며 리그를 지배했다. 30일 발표되는 2020시즌 최우수선수(MVP)상 수상도 따 놓은 당상이라는 평가다. 이제 시선은 그의 거취에 쏠린다. KT는 로하스에게 재계약 의사를 전달했지만 해외 구단들의 러브콜도 쏟아지고 있다. 29일 메이저리그(MLB) 이적 소식을 주로 다루는 ‘MLB트레이드루머스닷컴(MLTR)’은 “미국 3개 구단, 일본 3개 구단이 로하스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KBO리그를 거쳐 MLB에 입성하는 ‘코리안 드림’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NC에서 뛰었던 테임즈(워싱턴), 롯데,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린드블럼(밀워키) 등이 성공 사례를 썼다. 2010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피츠버그 지명을 받은 로하스는 마이너리그에서 8시즌을 뛰었지만 빅리그 무대는 밟지 못했다. 로하스는 아버지 멜 로하스를 비롯해 메이저리거만 6명이 되는 빼어난 야구 가문이기도 하다. MLTR 측은 “테임즈와 달리 코너 외야수로 뛸 수 있다”고 로하스의 장점을 거론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계약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벌크업에 집중하면서 홈런 수가 늘어났지만 반대로 스피드가 떨어진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샌디에이고의 에릭 호즈머 등과 비슷한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호즈머는 162경기 체제로 치러진 2019시즌 타율 0.265, 22홈런, 99타점을 기록했다. 때문에 로하스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미국보다는 일본이 적합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요미우리, 한신, 오릭스 등이 관심이 있다는 소식이다. 이 밖에 롯데 투수 스트레일리(32), NC 외야수 알테어(29)의 빅리그 재입성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NBC스포츠는 “샌프란시스코의 레이더에 스트레일리가 포착됐다”며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올 시즌 유일하게 200탈삼진 고지를 넘은(205개) 뛰어난 구위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지난 시즌 프로배구 여자부 정규리그 1위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 초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자유계약선수(FA)로 이적한 세터 이다영(흥국생명)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하면서 6연패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살림꾼 레프트 황민경까지 발바닥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현대건설을 연패 수렁에서 건져 낸 건 ‘팔방미인’ 정지윤(19)이었다. 2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센터 정지윤을 라이트로 기용했다. 외국인 선수 루소의 포지션을 라이트에서 레프트로 옮기면서 그 빈자리를 정지윤에게 맡긴 것이다. 학창 시절 날개공격수와 센터를 두루 맡은 정지윤은 프로 데뷔 후 주 포지션인 센터 외에도 종종 라이트를 소화하고 있다. 이 감독의 선택은 주효했다. 현대건설은 이날 KGC인삼공사에 3-0(25-23, 25-20, 25-20) 완승을 따내며 6연패에서 탈출했다. 팀에서 가장 많은 13득점을 한 루소와 더불어 정지윤, 레프트 고예림, 센터 양효진이 각각 12득점으로 골고루 활약을 펼쳤다. 정지윤은 기존 센터 자리에선 하지 않는 후위공격을 2개 성공하는 등 활약했다. 블로킹 2개를 추가하며 개인 통산 100블로킹의 기쁨도 안았다. 경기 뒤 이 감독은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선수들이 연습한 대로 기량을 보여줬다. 루소 외에 큰 공격을 해줄 선수가 필요한데 정지윤이 해결해 줬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5위 현대건설(승점 8)은 4위 인삼공사(승점 11점)와의 승점 차를 3점으로 좁혔다. 안산에서 열린 남자부 경기에서는 OK금융그룹이 삼성화재에 3-1(17-25, 25-16, 25-22, 28-26)로 역전승했다. 2위 OK금융그룹(승점 24)은 승점 3점을 추가하며 선두 KB손해보험(승점 25)을 1점 차로 추격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동아일보, 스포츠동아, 국내 최대 골프 부킹서비스업체 ‘XGOLF’가 ‘2020 소비자 만족 10대 골프장’을 최종 선정했다. 7회째를 맞은 올해 소비자 만족 10대 골프장에는 문경(경북 문경), 사우스스프링스(경기 이천), 서원힐스(경기 파주), 솔모로, 신라(이상 경기 여주), 크리스탈밸리(경기 가평), 클럽모우(강원 홍천), 태광(경기 용인), 파인힐스(전남 순천), 푸른솔GC 포천(경기 포천·이상 가나다순)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번에 이름을 올린 10대 골프장은 이용자의 평가를 통해 소비자 편의 향상과 골프 대중화에 기여한 코스를 가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앞서 약 83만 명의 XGOLF 회원들이 작성한 23만 건의 골프장 후기를 토대로 18곳의 1차 후보를 가렸다. 이후 2차 평가에서는 △캐디(서비스, 경기 진행), △코스(관리 상태, 조경, 구성, 난이도) △가격 만족도(접근성, 이용요금) △부대시설, 직원 서비스(직원 서비스, 부대시설, 식사) 등 총 4가지 분야 11가지 세부 항목별 점수를 모아 최종 10곳을 선정했다. 서원힐스는 6번째 선정으로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썼다. 사우스스프링스와 솔모로도 5번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겨울 대대적으로 새 단장을 한 크리스탈밸리는 처음 10대 골프장에 이름을 올렸다. 3년 연속 수상한 클럽모우 박현규 대표는 “고객들이 좋은 평가를 해줬다는 점에서 큰 영광이다.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최상의 코스를 갖추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성준 XGOLF 대표는 “XGOLF는 골퍼와 골프업계의 상생을 위한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상식은 총 세 차례로 나눠 진행한다. 26일에는 1차로 클럽모우에서 클럽모우, 사우스스프링스, 태광, 문경에 대한 시상이 진행됐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동아일보, 스포츠동아, 국내 최대 골프 부킹서비스업체 ‘XGOLF’가 ‘2020 소비자 만족 10대 골프장’을 최종 선정했다. 7회 째를 맞은 올해 소비자 만족 10대 골프장에는 문경(경북 문경), 사우스스프링스(경기 이천), 서원힐스(경기 파주), 솔모로, 신라(이상 경기 여주), 크리스탈밸리(경기 가평), 클럽모우(강원 홍천), 태광(경기 용인), 파인힐스(전남 순천), 푸른솔GC 포천(경기 포천·이상 가나다순) 등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번에 이름을 올린 10대 골프장은 이용자의 평가를 통해 소비자 편의 향상과 골프 대중화에 기여한 코스를 가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앞서 약 83만 명의 XGOLF 회원들이 작성한 23만 건의 골프장 후기를 토대로 18곳의 1차 후보를 가렸다. 이후 2차 평가에서는 △캐디(서비스, 경기진행), △코스(관리 상태, 조경, 구성, 난이도) △가격 만족도(접근성, 이용요금) △부대시설, 직원서비스(직원 서비스, 부대시설, 식사) 등 총 4가지 분야 11가지 세부 항목별 점수를 모아 최종 10곳을 선정했다. 서원힐스는 6번째 선정으로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썼다. 사우스스프링스와 솔모로도 5번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겨울 대대적으로 새 단장을 한 크리스탈밸리는 처음 10대 골프장에 이름을 올렸다. 3년 연속 수상한 클럽모우 박현규 대표는 “고객들이 좋은 평가를 해줬다는 점에서 큰 영광이다.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최상의 코스를 갖추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성준 XGOLF 대표는 “앞으로도 XGOLF는 골퍼와 골프업계의 상생을 위한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상식은 총 세 차례로 나눠 진행한다. 26일에는 1차로 클럽모우에서 클럽모우, 사우스스프링스, 태광, 문경에 대한 시상이 진행됐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나성범이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선언하기 전에 팀에 좋은 선물을 안기고 싶다고 했다.” 2020 KBO리그 한국시리즈(KS)를 앞둔 이동욱 NC 감독은 이같이 말했다. NC의 창단 멤버이자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인 ‘나스타’ 나성범(31·외야수)은 약속을 지켰다. KS에서 타율 0.458 1홈런 6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첫 KS 우승을 이끈 그는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MLB 진출에 도전한다.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 문을 두드린다. 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나성범은 일찍이 류현진(33·토론토)의 계약을 맡았던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와 손을 잡고 MLB 진출 뜻을 밝혀왔다. 구단들도 나성범의 기량에 대해 기본적인 파악이 끝났다는 평가다. KS에서 역시 드러난 나성범의 성실함, 승부 근성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이너리그가 열리지 않으면서 구단들도 현지 유망주들의 기량을 점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반대로 올해 실전을 소화한 국내 선수들이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 정규시즌 타율 0.324에 34홈런 112타점 만점 활약을 펼친 나성범은 정교함에 파워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지난 시즌 겪은 오른쪽 무릎 부상 이력과 높은 삼진 비율 등은 취약점으로 꼽힌다. 송 위원은 “물론 계약 조건을 무시하기 어렵지만 최대한 많은 출전 기회를 보장하는 구단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키움 유격수 김하성(25)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특히 25일 키움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김하성의 포스팅 공시를 요청하면서 빅리그 입성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갔다.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유격수 외에 2루수, 3루수 등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김하성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현지에서는 5년간 4000만 달러(약 443억 원) 규모에 계약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텍사스, 디트로이트 등 예상 행선지가 거론되기도 했다. 이 밖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KIA 투수 양현종(32), 지난해 빅리그 진출을 노렸다가 성사되지 못한 두산 외야수 김재환(32)도 재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주춤한 것이 아쉽다. 국내 FA 시장도 막을 올렸다. 25일 KBO는 FA 자격을 얻은 25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두산 내야수 허경민(30) 등이 최대어로 꼽힌다. 구단별 주요 FA 자격 취득 선수▽두산 유희관 이용찬(이상 투수), 김재호 오재일 최주환 허경민(이상 내야수), 정수빈(외야수) ▽KT 유원상(투수) ▽LG 차우찬(투수), 김용의(내야수) ▽ 키움 김상수(투수) ▽KIA 양현종(투수), 최형우(외야수) ▽ 롯데 이대호(내야수) ▽ 삼성 우규민(투수), 이원석(내야수) ▽SK 김세현(투수), 김성현(내야수)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야구 NC가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KS) 우승의 꿈을 이뤘다.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6차전에서 두산에 4-2로 승리해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KS 챔피언이 됐다. 2011년 창단, 2013년 1군 합류 이후 처음으로 정상에 서며 역대 신생팀 최단 기간(8시즌) KS 우승 기록도 세웠다. 첫 우승의 중심에는 우승 청부사인 포수 양의지(33·사진)가 있었다. 4년 전 KS 당시 두산 소속으로 시리즈 최우수선수(MVP)가 되며 NC를 한숨짓게 만든 양의지는 이번엔 NC의 주장이자 안방마님으로 팀의 못다 이룬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정규시즌 1위에 이어 이날 통합 챔피언을 완성한 양의지는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에 누워 눈물을 쏟았다. KS 6경기에서 타율 0.318, 1홈런, 3타점을 기록한 양의지는 기자단 투표 80표 중 36표를 받아 4년 만에 KS MVP에 올랐다. 한 선수가 두 팀에서 KS MVP가 된 것은 처음이다. 2018시즌 최하위(10위)를 했던 NC는 창원NC파크 개장과 함께 역대 포수 최고액인 4년간 125억 원(계약금 60억 원, 총연봉 65억 원) 규모 계약으로 자유계약선수(FA) 양의지에게 공룡 유니폼을 입혔다.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를 영입했다는 소식에 야구팬들은 모기업 NC소프트의 대표 게임인 리니지에 양의지의 이름을 따 ‘린의지’라는 별명을 붙이며 환호했다. 당시 이동욱 NC 감독도 “양의지는 앉아만 있어도 상대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줄 수 있는 선수”라고 기뻐했다. 반면 김태형 두산 감독은 “양의지의 이탈은 1선발이 빠져나간 것과 같다”고 아쉬워했다. 양의지는 이적 첫해인 2019시즌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팀을 10위에서 5위로 끌어올렸다. 이번 시즌 NC는 우승 후보로 지목받지 못했지만 그는 “이제는 고지를 향해 달려갈 때”라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KS에서도 양의지의 존재감은 빛났다. 노련한 경기 운영은 ‘공룡 탈을 쓴 여우’로 불릴 만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전력분석팀에서 데이터를 준다면 응용은 포수의 몫이다. 타자의 컨디션과 노림수를 파악해 허를 찌르는 감각이 단연 최고”라고 칭찬했다. 2차전 등판 당시 공이 뜨는 경향이 보였던 선발 구창모(23)가 5차전 안정감을 되찾으며 7이닝 무실점 승리투수가 된 것도 양의지의 역할이 컸다. 구창모도 “제구가 흔들릴 때마다 양의지 선배가 좋은 볼 배합으로 범타를 유도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시리즈의 분수령이 된 5차전에서도 양의지는 포스트시즌 들어 압도적인 구위를 이어오던 두산 플렉센에게 결정적인 2점 홈런을 뽑아냈다. 허 위원은 “플렉센의 공이 워낙 빠른 데다 위에서 내리꽂히는 만큼 커브볼을 상대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런 커브볼을 받아친 양의지의 뛰어난 감각에 다시 한번 놀랐다”고 말했다. 6차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전력을 쏟겠다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냈다. 타격보다는 포수 본연의 업무에 집중했다. 선발 루친스키, 구원 김진성 등 잦은 등판으로 지친 투수들을 다독이며 두산 타선을 2점으로 봉쇄했다.강홍구 windup@donga.com·김배중 기자}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V리그를 대표하는 전통의 명가다. 지난 시즌까지 삼성화재(8회)와 현대캐피탈(4회)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횟수는 전체 16시즌 중 12번이나 된다. 이번 시즌은 사뭇 다르다. 우승이 아니라 탈꼴찌 경쟁이다. 삼성화재는 2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한국전력에 2-3(25-20, 25-18, 24-26, 11-25, 8-15)으로 역전패했다. 전날까지 최하위(7위)였던 한국전력(승점 10·3승 7패)이 3연승으로 5위가 됐고 삼성화재(승점 10·2승 7패)가 6위, 현대캐피탈(승점 8·3승 7패)이 7위로 내려앉았다. 두 팀의 역대 가장 낮은 순위는 5위다. 삼성화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프로스포츠 첫 1980년대생 사령탑인 고희진 감독(40)을 선임하는 등 혁신을 꾀했지만 아직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한국전력으로 이적한 박철우의 빈 자리도 크다. 경기 뒤 고 감독은 외국인 선수 바르텍의 교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현대캐피탈 역시 입대한 전광인과 무릎 수술 후 재활 중인 문성민의 빈 자리가 아쉽다. 최근 6연패에 빠지면서 구단 최다 연패라는 불명예 기록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리빌딩을 선언하며 주장이자 국가대표 센터 신영석 등을 한국전력에 내주고 2년차 세터 김명관,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등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하면서 전력은 더 약화됐다는 평가다. 한편 여자부 흥국생명은 현대건설에 3-0(25-17, 25-14, 25-23)으로 승리하며 여자부 개막 최다인 8연승을 이어갔다. 흥국생명 김연경(2502공격 득점)은 이날 공격 15개를 성공하는 등 총 17득점하며 115경기 만에 2500공격득점을 달성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신경이 안 쓰였다면 거짓말이다. 솔직히 힘들기도 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32·흥국생명)이 22일 프로배구 여자부 2020∼2021 V리그 안방경기가 끝난 뒤 한 말이다. 흥국생명은 이날 현대건설을 상대로 3-0(25-17, 25-14, 25-23) 완승을 거뒀다. 김연경은 양 팀 최다인 17점(공격성공률 44.1%)을 올리면서 흥국생명이 여자부 사상 처음으로 개막 8연승 기록을 세우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실에 들어온 김연경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11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경기 이후 본인을 따라다니고 있는 ‘태도 논란’ 때문이다. 김연경은 이날 자신의 공격이 상대 블로킹에 막히자 공을 코트에 내리찍기도 했고(2세트), 네트 상단을 잡고 끌어내리기도 했다(5세트). 당시 주심을 맡은 강주희 심판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김연경에게 어떤 처분도 내리지 않았지만, 한국배구연맹(KOVO)이 강 심판에게 징계 조치를 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대해 김연경은 “그 경기 이후 논란이 컸고 지금도 그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많이 힘들었지만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주변의 지도자분들이 도와주셔서 버티고 있다”며 “그 이후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3세트 들어 주전 세터 이다영(24)과 호흡이 맞지 않는 장면을 여러 차례 노출한 것도 김연경의 표정이 밝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김연경은 “(현재 8연승을 기록하고 있지만) 언제든 질 수 있다. 지금 많이 이기는 것보다 마지막에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팀이 더욱 단단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팀 리더’로서 해야 할 일이 해외에서 뛸 때와 현재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질문에 김연경은 “유럽에서는 선수 대부분이 프로페셔널한 면이 많아 경기 상황에 대한 것만 이끌면 됐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경기 외에도 선수 마인드나 생활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남자부 대전 경기에서는 한국전력이 삼성화재를 맞아 먼저 두 세트를 내주고도 3-2(20-25, 18-25, 26-24, 24-11, 25-18)로 이기고 1061일 만에 3연승을 달렸다. 이날 승리로 전날까지 최하위였던 한국전력은 삼성화재를 6위, 현대캐피탈을 7위로 밀어내고 5위로 올라섰다.인천=강홍구 windup@donga.com / 황규인 기자}
두산 유격수 김재호(35)는 홈런 타자가 아니다. 2004년 두산에서 데뷔한 뒤 올해까지 17년간 친 홈런을 모두 합해도 48개밖에 안 된다. 올해 정규시즌에서는 2차례 담장을 넘겼을 뿐이다. 그런 김재호가 홈런을 친다는 것은 팀에 ‘한 방’ 이상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무대가 한국시리즈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두산이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와의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2차전에서 김재호의 홈런을 발판 삼아 5-4로 이겼다. 전날 패배를 되갚은 두산은 1승 1패로 시리즈 전적을 동률로 만들었다. 이날 김재호의 홈런이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부진에 빠졌던 팀 타선을 일으켜 세웠기 때문이다. 보통 하위 타순에 위치했던 그는 중심 타선의 집단 부진 속에 이날 6번에 배치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2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 출루했던 그는 2-1로 쫓기던 4회초 선두 타자로 나서 상대 선발 구창모의 한가운데 초구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겨 버렸다. 2008년 처음 포스트시즌에 나선 김재호는 전날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포스트시즌에서만 78경기를 뛰었다. 그러니까 이날 홈런은 포스트시즌 79경기 만에 나온 첫 홈런이었다. 한국시리즈로만 따지면 37경기 만에 처음 신고한 홈런이었다. 이는 한국시리즈 최다 경기 첫 홈런 신기록이다. 또한 SK 박경완이 갖고 있던 한국시리즈 최다 타석(2010년 126타석) 첫 홈런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김재호는 3-1로 앞서던 8회 2사 2루에서는 NC의 4번째 투수 임창민을 상대로 우중간 적시타를 터뜨리는 등 3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그는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4번 타자 김재환은 이날도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하위 타선으로 자리를 옮긴 중심 타자들은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7번 타자까지 밀려난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는 9회 쐐기 솔로포를 쏘아 올렸고, 극심한 부진 끝에 8번 타자로 출전한 오재일도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들어 두산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외국인 투수 플렉센은 6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KT와의 플레이오프 때처럼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진 못했지만 수비의 도움에 위기관리 능력을 곁들여 5안타 5사사구를 내주면서도 1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NC는 1-5로 뒤진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두산 마무리 투수 이영하를 상대로 안타 4개와 볼넷 1개를 몰아치며 4-5, 한 점 차까지 추격했다. 두산은 1사 1, 2루 위기에서 이영하를 내리고 김민규(21)를 투입해 가까스로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고졸 3년 차 투수 김민규는 생애 첫 한국시리즈 등판에서 3분의 2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따냈다. 김민규는 “예상치 못한 등판이라 긴장이 됐다. 그래도 그동안 중요한 순간에 던져봤기에 자신감을 가졌다. 볼넷을 안 주려고 빠른 볼 카운트에 승부하려 했다”고 말했다. 역대 가을 야구 최다 타이인 5차례의 더블 아웃을 당한 NC는 선발로 나선 구창모가 부상을 딛고 6이닝 동안 3실점(2자책)으로 호투한 게 위안이었다. 3차전은 하루를 쉰 뒤 2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두산은 최원준, NC는 라이트가 선발 등판할 것이 유력하다. 한편 1차전에서 마스크 착용 거부로 논란을 빚은 NC 알테어는 KBO로부터 20만 원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헌재 uni@donga.com·강홍구 기자}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은 분위기 싸움이다. 그런 면에서 ‘가을 잔치’에 나서는 팀들은 더그아웃 분위기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팀 세리머니’도 더그아웃을 달구는데 큰 역할을 한다. 정규시즌 1위 NC는 17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안타를 치고 나간 선수가 한 손으로 손가락 두 개를 펴서 ‘V’를, 다른 한 손은 손가락 하나를 펴서 ‘1’을 만드는 ‘V1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팀 창단 첫 KS 우승을 바라는 선수단의 염원을 담았다. 4년 전인 2016년 KS에서 두산에게 0승 4패로 참패한 아픔을 되갚겠다는 의지도 넘친다. NC의 간판타자인 나성범(31)은 “선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 세리머니를 만들었다. 4년 전에는 경험이 부족해 힘을 못 썼지만 올해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1차전에는 김택진 구단주와 팀의 초대감독인 김경문 대표팀 감독도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했다. 준플레이오프(준PO), 플레이오프(PO)를 거쳐 KS에 올라온 두산은 이번 포스트시즌에 안타를 친 선수가 더그아웃을 향해 검지를 펴 보이는 ‘한발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순위싸움이 치열했던 정규시즌 막판부터 써온 이 세리머니는 ‘아직 한발 더 남았다. 끝나지 않았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디펜딩 챔피언인 두산은 지난해 KS 때는 한 손을 뻗어 셀카를 찍는 듯한 포즈를 취하는 ‘셀카 세리머니’를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01년과 2015년에도 3위로 시작해 KS 정상에 섰던 두산은 올해에도 다시 한 번 ‘미라클 우승’을 꿈꾼다. 창단 첫 가을야구에 성공한 KT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자체 세리머니 공모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강민국과 송민섭의 아이디어를 채택했는데 안타를 치고 나간 선수는 손바닥으로 옆머리를 쓸어 넘기고, 더그아웃의 선수들은 마법사가 주문을 걸 듯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화답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LG는 시즌 막판부터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양 손바닥을 겹친 뒤 돌려 위로 쓸어 올리는 일명 ‘윙폰 세리머니’를 해왔다. LG만의 세리머니를 만들기 위해 모기업의 최신 스마트폰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 키움은 손가락 3개를 펼쳐 구단 이름의 첫 이니셜인 K를 만드는 ‘K세리머니’를 선보였다.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와 두산의 한국시리즈(KS) 2차전.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NC 이동욱 감독의 기자회견에서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알테어를 잘 설득해 방역 지침을 따르게 하겠다”고 말한 이 감독이 알테어의 마스크 미착용 이유를 알려달라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알테어(29)는 17일 KS 1차전에서 결정적인 3점 홈런을 때려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경기 뒤 MVP 시상식을 진행하지 못했다. 알테어가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면서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KBO의 방역 지침에 따르면 선수는 경기 중이 아닐 때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NC 관계자는 “알테어가 시즌 중반부터 마스크를 쓰고 말을 많이 하면 호흡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알테어는 정규시즌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17일 1차전 선수 소개 때도 유일하게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일부 팬들은 독일 출생으로 미국 시민권자인 알테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라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의심한다. 실제로 알테어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트럼프 지지 의사를 여러 번 밝혔다. ‘마스크 무용론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를 받았다. NC 관계자는 “알테어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건 정치적 신념 때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건강 문제에 따른 결정”이라면서 “본인도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했고 관계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KBO 규정에 따르면 방역 조치를 지키지 않았을 때 1차 위반은 경고, 2차는 20만 원, 3차는 1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KBO는 이날 1차전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 규정을 위반한 알테어 등 선수 4명에게 벌금 20만 원씩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알테어는 정규시즌 때 1차 경고를 받았다. 마스크 미착용으로 벌금이 부과된 것은 처음이다.황규인 kini@donga.com·강홍구 기자}
2볼 2스트라이크. 프로야구 두산 에이스 알칸타라(28)는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회심의 포크볼을 던졌다. 그러나 NC 8번 타자 알테어(29)는 속지 않았다. 아쉬운 표정을 지은 알칸타라는 다시 한번 포크볼로 승부했다. 이번에는 기다렸다는 듯 알테어가 방망이를 휘둘렀다. 130m 날아간 공은 두산 팬들이 가득한 좌중간 외야 관중석에 떨어졌다. 한국시리즈(KS) 1차전 승리의 물줄기를 가져온 알테어의 3점 홈런이 나온 순간이었다. 창단 후 첫 KS 우승에 도전하는 정규시즌 1위 NC가 KS 1차전을 가져갔다. NC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5-3으로 승리했다. 2011년 창단한 NC의 KS 첫 승리다. NC는 2016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나 두산에 4전 전패를 당한 바 있다. 역대 36번의 KS(1차전 무승부가 나온 1982년 제외)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챔피언반지를 낀 건 27번(75%)이나 된다. 8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알테어는 1-0으로 앞선 4회말 1사 1, 2루에서 천금 같은 쐐기 3점포를 쏘아 올리며 4-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알테어는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KBO리그 최초의 독일 출신 외국인 선수 알테어는 올 시즌 NC 유니폼을 입었다. 시즌 초반 중심 타순에서 부진했던 알테어는 하위 타순으로 내려가면서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특히 8번 타순에서 타율 0.325, 17홈런, 52타점을 기록하며 상대 투수가 쉬어 갈 수 없는 NC 타선을 만들었다. 정규시즌 성적은 타율 0.278, 31홈런, 108타점. KS에 직행한 NC는 2주 넘는 휴식에도 녹슬지 않은 방망이 실력을 보였다. 올해 알칸타라에게 9타수 무안타로 꼼짝 못했던 나성범(31)은 1회말 1사 3루에서 결승 좌전 적시타를 치는 등 알칸타라를 3번 상대해 3안타를 뽑았다. 8회말 이승진을 상대로 좌중간 2루타까지 뽑아내며 4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 맹활약했다. 경기 뒤 이동욱 NC 감독은 “(1번 타자) 박민우가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쳐줘서 잘 풀렸다. 선취점을 얻은 게 오늘 승부에서 제일 중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택진 NC 구단주와 초대 NC 감독을 지냈던 김경문 국가대표팀 감독 등이 경기장을 찾아 NC의 첫 승을 지켜봤다. 다승 1위(알칸타라·20승)와 2위(루친스키·19승)의 선발 맞대결에선 NC 루친스키(32)가 웃었다. 루친스키는 5와 3분의 1이닝 동안 5피안타 3볼넷 4탈삼진 3실점(1자책)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5회초 1사 만루 위기에서 페르난데스를 투수 앞 병살타로 처리하는 등 두 차례 더블플레이를 연결하며 야수들의 짐을 덜어줬다. 두산은 6회초 박세혁의 1타점 적시 2루타 등에 힘입어 4-3 한 점 차까지 쫓아갔지만 끝내 동점을 이루지 못했다. 기회 때마다 나온 병살타 3개가 뼈아팠다. 두산 허경민은 이날 3안타를 치며 SK 최정(35개)을 제치고 현역 KS 최다 안타 1위(37개)가 됐지만 웃지 못했다. 1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차전에는 두산 플렉센, NC 구창모가 선발로 나선다.강홍구 windup@donga.com·황규인 기자}
프로야구 챔피언을 가리는 마지막 승부인 NC와 두산의 한국시리즈(KS)가 17일 막을 올렸다. 창단 후 첫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한 NC, 6년 연속 KS 진출에 성공한 두산 모두 물러설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두 팀 모두 KS 이름에 걸맞은 최고의 플레이를 다짐하고 있다. ‘가을 잔치의 최고봉’답게 야구팬들의 관심도 뜨겁다. 이날까지 서울 잠실구장,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포스트시즌 경기는 8경기 중 6경기가 매진됐다. 직접 경기장을 찾은 관중만 7만912명이나 된다.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정규시즌에 이어 KS도 생중계한다. 야구팬들의 설렘이 최고조에 달한 이때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17일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야구위원회(KBO)도 KS 3차전부터 입장 관중을 현행 50%에서 30%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미 판매된 3∼7차전 입장권은 모두 자동 취소됐고, 조정된 입장 규모에 맞춰 다시 예매가 실시됐다. 1차전을 앞두고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혼란도 있었다. 어렵사리 성공한 티켓 예매가 취소됐다며 한숨을 내쉬는 팬들이 속출했다. 반면 한 30대 야구팬은 “직관(직접관람)의 기회가 줄어든 것은 아쉽지만 무사히 KS를 완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동욱 NC 감독도 “감독으로서 많은 팬들 앞에서 한국시리즈를 치르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쉽다. 관중 없는 한국시리즈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그래도 관중이 30% 있는 상황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숱한 코로나19 파도를 헤쳐 왔다. 3월 28일 예정이었던 시즌 개막이 5월 5일로 한 달 넘게 늦춰졌지만 팀당 144경기 정규시즌 레이스를 완주했다. 메이저리그는 올 시즌을 기존 162경기에서 60경기로 축소해 치렀다. 프로야구는 개막 후 무관중을 이어가다 7월 관중을 받았지만 8월 다시 확산세가 심해지자 다시 무관중 경기로 전환하기도 했다. 관중 입장이 재허용되면서 올 정규시즌에만 32만8317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2군 선수 중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지만 리그 중단 등 별다른 파행 없이 무사히 정규시즌을 마쳤다. KBO리그의 수준 높은 방역이 해외에 소개되기도 했다. 관계자들의 노력과 관중들의 높은 방역 의식으로 이룬 성과다. 모두의 노력으로 지켜온 2020 프로야구가 아름답게 마침표를 찍기 위해선 다시 한 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 포수 요기 베라의 명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windup@donga.com}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 두산 선수들에게 17일부터 시작된 NC와의 한국시리즈(KS)는 남다르다. KS가 끝난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팀의 주축 선수들이 쏟아지기 때문. KS 엔트리 30명 가운데 김재호(35), 오재일(34), 최주환(32), 허경민(30·이상 내야수), 정수빈(30·외야수), 유희관(34·투수) 등 6명이 예비 FA다. 야수 5명은 모두 팀의 주전이다. 방망이는 물론 수비에서도 팀의 KS 성패를 가를 자원이다. 8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둔 왼손 투수 유희관 또한 중요한 카드로 쓰일 전망이다. 7전 4선승제의 KS에서는 외국인 선발 원투펀치 외에도 3, 4선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6명의 예비 FA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이번까지 6년 연속 KS에 진출한 ‘두산 왕조’를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특히 거포 1루수 오재일은 2017년 NC와의 플레이오프(PO), 2019년 키움과의 KS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2017년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PO에서는 4차전 한 경기에서만 홈런 4방을 치며 ‘오마산’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16일 열린 KS 미디어데이에서도 오재일은 화제의 중심이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그를 키 플레이어로 평가했고, 이동욱 NC 감독은 경계 대상 1순위로 꼽았다. 관건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떨어진 타격감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다. 오재일은 KT와의 PO 4경기에서 타율 0.067(15타수 1안타)로 침묵했다. 중견수 정수빈도 2015년 삼성과의 KS에서 MVP로 선정된 바 있다. 공격 뿐 아니라 넓은 수비 범위를 살려 NC 양의지, 나성범 등 장타자들을 타구를 막아내야 한다. 시즌 막판 오른발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했던 2루수 최주환도 PO 4차전에 이어 KS에서는 선발로 나설 전망이다. 유희관의 활용방안은 김 감독의 고민이다. KT와의 PO 4차전에 선발 등판했던 유희관은 세 타자 연속 안타를 내주며 3분의 1이닝 만에 강판됐다. 다만 올 시즌 NC전 상대 성적은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2.77로 준수한 편이다. 김 감독은 “유희관을 어떻게 활용할지 지금 말하긴 어렵다. 1, 2차전 상황을 본 뒤 어떻게 할지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2010년대 들어 세 차례(2015년, 2016년, 2019년) 챔피언 반지를 낀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우승이 간절하다. 유격수 김재호는 “내 인생에서 이렇게 좋은 멤버들과 다시 야구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한다”며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냈다.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어려서부터 그린재킷을 입는 꿈을 꿨다.” 오거스타내셔널GC(대회 장소)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서 골퍼의 꿈을 꾸던 소년이 있었다. 프로골퍼로 성장한 그는 자신의 10번째 마스터스 만에 그토록 바라던 그린재킷을 입었다. 7년째 자신의 캐디를 맡고 있는 동생이 옆에서 눈시울을 훔쳤다. 챔피언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36·미국)이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인 제84회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16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우승자의 상징인 그린재킷을 입었다. 우승 상금은 207만 달러(약 23억 원)를 쥐었다. 생애 첫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최저타 기록도 세웠다. 종전 기록은 1997년 타이거 우즈, 2015년 조던 스피스가 세운 18언더파 270타다. 이번 대회 전까지 통산 23승을 한 존슨은 메이저 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다. 메이저 우승은 2016년 6월 US오픈이 유일했다. 마스터스에서는 지난해 공동 2위를 포함해 4회 연속 톱10에 들었을 뿐이다. 그동안 메이저대회에서 54홀까지 선두를 달리다 최종일 고배를 마신 것만 네 차례였다. 올해 8월 PGA 챔피언십에서도 3라운드까지 앞서다 4라운드에서 콜린 모리카와에게 역전패했다. 4타 차 선두로 출발한 이날도 4, 5번홀 연속 보기로 한때 임성재에게 1타 차까지 쫓겼지만 후반 들어 13, 14, 15번홀 연속 버디로 승리를 굳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자가 격리 및 치료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대회 전통에 따라 존슨은 전년도 챔피언이자 통산 5회 우승을 기록한 타이거 우즈가 입혀주는 그린재킷을 착용했다. 존슨은 “굉장하고 놀랍다. 그린재킷을 입는 최고의 방법”이라며 기뻐했다.더스틴 존슨이 세운 기록―대회 역대 최저타 우승(20언더파 268타)―메이저대회 최저타 타이―대회 역대 최소 보기 우승(4개)―세계랭킹 1위의 우승(2002년 타이거 우즈 이후 18년 만)―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2015년 조던 스피스 이후 5년 만)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 남자부 최하위 한국전력은 지난주에만 삼성화재, 현대캐피탈과 두 건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특히 현대캐피탈과의 트레이드는 화제가 됐다. 주전 세터 김명관과 내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등을 내주는 3 대 3 트레이드로 국가대표 센터 신영석(34·사진)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개막 후 7연패 사슬을 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의 승부수가 효과를 봤다. 한국전력은 15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3-1(25-27, 25-18, 25-19, 25-21)로 승리하며 개막 후 8번째 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이날 한국전력의 빨간 유니폼을 입고 처음 팬들 앞에 선 신영석은 블로킹 3개에 서브 2개를 성공하는 등 8득점(공격성공률 33.33%)하며 장 감독의 고민을 덜어줬다. 11일 현대캐피탈전에 이어 다시 한번 신영석을 상대한 대한항공의 산틸리 감독이 “지난 경기에 신영석을 만났는데 또 만났다”며 아쉬움을 드러낼 정도였다. 경기 뒤 신영석은 “10년 전으로 돌아가 신인이 된 마음이었다”며 이적 후 첫 경기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이 밖에 한국전력의 레프트 러셀(25득점·성공률 52.27%)과 라이트 박철우(25득점·48.93%)가 50득점을 합작했다. 한국전력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승리를 따낸 건 2017년 12월 31일 이후 무려 1050일 만이다. 한편 여자부 흥국생명은 이날 김천에서 한국도로공사에 3-1(15-25, 25-22, 25-18, 25-22)로 승리하며 개막 후 7연승을 이어갔다. 여자부 개막 7연승은 역대 최초 기록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짜 승자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3년 연속 대상의 주인공 최혜진(21·롯데)이 시즌 최종전에서 그토록 바라던 시즌 첫 승을 거뒀다. 15일 강원 춘천시 라비에벨CC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린 SK텔레콤·ADT캡스 챔피언십(총상금 10억 원)에서 최종합계 12언더파 204타로 신인왕 유해란(19·11언더파 205타)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16번째 도전에서 나온 첫 승이자 통산 10번째 우승(아마추어 2승 포함)이다. 전날까지 2위였던 최혜진은 이날 최종 3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2개로 3언더파 69타를 기록했다. 최혜진은 지난주 오텍캐리어 챔피언십에서 남은 대회 결과와 관계없이 일찌감치 대상 수상을 확정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15개 대회에서 13차례 톱10 진입에 성공하는 등 시종일관 좋은 성적을 이어간 결과였다. 하지만 말 못할 고민도 있었다. 올 시즌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하면서 자칫 ‘무관의 제왕’이란 타이틀을 갖게 될 상황에 처했던 것. 투어 사상 우승 없이 대상을 탄 선수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에만 5승에 전관왕을 차지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그였기에 더욱 아쉬움이 컸다. 우승 확정 뒤 최혜진은 “잘하고 있었지만 (주변에서) 잘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힘들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지난해 우승자 안송이에 1타 뒤진 2위로 3라운드를 시작한 최혜진은 이날 5번홀(파5)에서 반전의 계기를 잡았다. 70.8야드(약 65m) 거리에서 웨지로 친 세 번째 샷이 바운드 없이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간 것. 일명 ‘슬램덩크 이글’을 기록한 최혜진은 단숨에 선두로 치고 나갔다. 중계진이 “마법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환상적인 플레이였다. 아마추어 때도 샷 이글을 하며 두 차례 우승을 맛본 적이 있었기에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 최혜진은 “(공이) 핀에 맞은 것 같아서 제발 멀리만 안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들어가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6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추가했다. 위기도 있었다. 16번홀(파4)에서 2.3m 거리의 파 퍼트를 놓치면서 보기를 해 앞선 조에서 경기를 펼치던 유해란과 공동 선두를 허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노보기를 이어가던 유해란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세컨드 샷이 벙커에 빠지면서 결국 첫 보기를 기록했다. 18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홀 약 10cm 앞에 붙인 최혜진은 챔피언 파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했다. 우승 상금은 2억 원. 최혜진은 “우승이 안 나오다 보니 갈수록 ‘우승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우승보다 이번 우승이 훨씬 힘들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3년 연속 대상에 대해서도 “영광스러운 상이다. 좋은 선수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 같아 기분 좋다”고 말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미국 대신 국내 투어를 소화한 김효주(25)는 올 시즌 2승과 함께 상금(7억9713만7207원), 평균 타수(69.5652타), 평균 퍼팅(29.1739타) 부문에서 모두 1위로 마쳤다. 김효주는 이날 버디 5개, 보기 2개로 3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로 공동 3위를 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