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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받는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인터넷을 통해 제3자 명의를 훔쳐 돈을 빌렸다면 이 명의자가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친구의 주민등록증으로 몰래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건에 대해 명의자가 대출금을 갚을 필요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장모 씨(24)는 지난해 6월 친구 노모 씨(24)의 주민등록증을 빌린 뒤 공인인증서와 휴학증명서를 발급받아 노 씨 몰래 A저축은행 인터넷뱅킹으로 410만 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장 씨는 노 씨에게 “배터리가 떨어졌으니 휴대전화를 빌려 달라”고 해 노 씨의 휴대전화로 본인 확인 절차까지 마쳤다. 돈을 빌려준 A저축은행은 인터넷 대출상 필요한 절차를 모두 진행했기 때문에 명의자인 노 씨가 돈을 갚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분쟁조정위원회는 “수사기관에서 명의가 도용된 사실이 확인된 만큼 노 씨가 대출금을 갚을 의무가 없다”고 결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련 절차를 모두 진행했더라도 금융회사가 본인 확인에 소홀했다면 명의자에게 대출 상환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면서도 “분실한 신분증으로 대출이 이뤄진 경우 명의도용 여부 규명이 안 되면 신분증을 잃어버린 사람이 대출금을 갚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예금보험공사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의 대표이사, 이사, 감사 등 임원 570여 명이 보유 중인 전국 소재 부동산 4000여 건을 파악해 부실 책임이 확인되면 환수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예보 관계자는 8일 “차명주주 등 부산저축은행 임원 570여 명의 부실 책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며 “부동산을 포함해 이들의 재산을 대부분 파악한 상태로, 부실 책임이 드러나면 보유 부동산에 대해 가압류 조치 등을 통해 재산 환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예보 측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이 설립했거나 추진하려 했던 SPC는 150여 개이며, 이들 SPC에 등재된 대표이사 감사 등 임원은 57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 한 명당 평균 7건의 부동산을 소유한 셈이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정부가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지목된 카드사의 외형 경쟁을 막기 위해 카드사에 적용돼오던 회사채 발행특례를 폐지하기로 했다. 또 카드사의 핵심 영업지표를 일주일 단위로 점검해 목표치를 어긴 회사에 대해선 특별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제2의 카드대란’을 차단하기 위해 카드사의 돈줄을 죄는 동시에 영업을 규제하는 극약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7일 카드사들의 외형 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이런 내용이 담긴 특별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해 내놓은 대책은 올 들어 세 번째다. 카드사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잇달아 내놓는 것은 가계부채의 심각성이 커지는데도 저신용 계층에 카드 발급을 남발하는 등 카드시장이 자정기능을 상실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카드사 자산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48조의 ‘자기자본의 10배 범위 안에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특례조항을 폐지하기로 했다.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의 특성을 고려해 특례조항을 뒀지만 최근 12년간 자본이 18.3배로 증가한 상황에서 이 조항을 유지할 경우 회사채 발행으로 마음껏 자금을 조달해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앞으로 도입될 ‘레버리지(총자산÷자기자본) 규제’ 한도 안에서만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레버리지 규제는 총자산이 자기자본의 일정 배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도를 초과하면 자본을 확충하거나 자산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카드사의 영업경쟁을 자제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레버리지 한도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이달 중 결정된다. 또 자산 증가, 카드 신규 발급 증가, 마케팅 비용 등 3가지 지표에 대해 카드사별로 월별, 연도별 목표치를 정하도록 하고 이를 매주 점검하기로 했다. 월별 목표치를 3번 이상 초과한 카드사의 경우 금감원 특별검사,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임직원 중징계, 일정기간 신규 카드 발급 정지 등의 후속 조치가 이어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 중 가장 강력한 대책으로 외형경쟁이 근본적으로 차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카드업계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의 경쟁 체제 자체를 정부가 막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단위농협, 수협, 신협,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회사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최대 10배까지 늘어나고 현행 3000만 원인 비과세예금 한도를 낮추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감독원은 6일 상호금융회사의 대출 가운데 건전성 분류상 ‘정상’과 ‘요주의’ 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최소적립비율을 은행 수준으로 높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은행은 대출액 가운데 정상 여신의 1%, 요주의 여신의 10% 이상 금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하지만 상호금융회사는 각각 0.5%, 1%에 그치고 있다. 금감원의 방침대로 상호금융회사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높아지면 요주의 여신은 10배가량 더 많은 금액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또 금감원은 상호금융회사의 비과세예금 한도를 3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해 금융위원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2009년 상호금융회사의 비과세예금한도가 3000만 원으로 늘어난 점을 자산 급증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상호금융조합의 총자산은 2007년 말 233조 원에서 올해 3월 말 311조 원으로 78조 원(33.5%) 증가했다. 총대출 규모도 같은 기간 146조 원에서 186조 원으로 40조 원(27.4%) 늘어나 은행권 대출 증가율(22.8%)을 넘어섰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지난달 23일 임원 주례회의에서 “상호금융회사는 은행권보다 저신용자 거래비중이 커 잠재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선제적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도 자산이 급증하면서 부실사태로 이어진 것”이라며 “당장 상호금융회사들의 건전성이 나쁘지는 않으므로 향후의 리스크에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다음 달부터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내는 근저당 설정 비용을 고객이 아닌 은행이 부담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은행 공동 여신거래 표준약관 개정안을 7월부터 적용하고 이번 달 말까지 관련 전산시스템 개편을 마치기로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근저당 설정 비용은 은행이 부담하고 대출 시 필요한 인지세는 은행과 고객이 각각 50%씩 내게 된다. 근저당권 말소 비용은 고객 또는 근저당 설정자가 부담한다. 예를 들어 3억 원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을 때 기존에는 대출받는 고객이 근저당권 설정비로 225만2000원을 내야 했지만 앞으로는 국민주택채권손실액에 해당하는 36만 원만 내면 된다. 15만 원이던 인지세도 은행과 반반씩 부담하면서 절반인 7만5000원으로 줄어든다. 은행들이 설정비를 내주는 대신 대출금리를 0.2%포인트가량 올리는 행위도 금지된다. 한편 은행권은 개정안 적용과는 별도로 법적 대응을 계속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2008년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하도록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약관에 반발해 소송을 냈지만 4월 서울고등법원은 약관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은행들은 4월 26일 대법원에 재상고한 상태다. 은행 관계자는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재상고 절차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된 부산저축은행 등 4개 저축은행에 대한 개별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이르면 이번 주 부산, 전주, 대전, 보해 등 4개 저축은행의 재매각 방안을 확정하고, 이달 중순 공고하기로 했다. 예보 관계자는 “패키지 방식이 유찰된 만큼 다른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최소 2개 이상의 인수후보자가 나서고 최고가를 쓴 업체를 선정하는 ‘유효 경쟁입찰’ 방식은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매각은 인수자가 악성자산과 부채를 뺀 나머지 자산과 부채를 떠안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진행된다. 새 주인을 찾으면 해당 저축은행은 8월에 영업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부산저축은행 구명 청탁 의혹에 연루된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4월 1일 감사원을 찾아 저축은행 감사에 강하게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정창영 사무총장은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원장이 김황식 당시 감사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며 “이후 집무실로 나를 찾아와 저축은행 감사에 대한 업계의 반발 분위기를 전했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그러면서 “금감원 직원을 징계하면 일을 못 한다”며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의 징계 조치에 항의했다는 것이다. 정 사무총장은 이에 “감사원법에 따른 정당한 감사”라며 “공무원이 징계를 받았다고 공무 수행을 못 하느냐”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김 전 원장은 또 “감사원이 특수기법을 동원해 금감원을 표적 조사했다”고 주장했고, 이 과정에서 양측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당시에는 김 원장이 자기 조직을 보호하려고 오버한다는 생각이었지만 본인이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아시아신탁㈜의 등기이사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지금 김 원장의 행동에 의혹이 생긴다”고 말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가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2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키로 했다. FIU는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검찰은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위 청사 내 김 원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수사와 관련해 금융위 인사가 소환되는 것은 김 원장이 처음이다.검찰은 김 원장이 2008년 3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으로 일할 때 저축은행 규제완화 업무를 총괄하며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들로부터 금품을 건네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2008년 8월 금융회사가 부실 상호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영업구역 외의 1개 지역에 지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저축은행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았다.검찰은 당시 저축은행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을 결정하고 인수합병(M&A)을 승인하는 권한을 쥐고 있던 김 원장을 불러 부산저축은행그룹의 M&A를 승인해 준 경위를 조사키로 했다. 또 금감원이 2009년 두 차례 실시한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검사결과를 김 원장이 무마시켰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검찰은 또 1일 김종창 전 금감원장이 등기이사로 있었던 아시아신탁㈜의 감사 강모 씨를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했다.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50·구속)으로부터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구명 청탁을 받은 김 전 원장은 이번 주 안에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또 배국환 감사원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의 퇴출 저지 로비에 연루된 정황을 잡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부산저축은행그룹 측에서 금융감독원의 검사 무마 대가로 자신의 형과 함께 1억7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지난해 김종창 당시 금감원장을 직접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해 금감원이 4개월간 부산저축은행그룹을 검사하고도 별다른 조치 결과를 내놓지 않은 것이 부산저축은행그룹 측에서 벌인 전방위 로비와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김 전 금감원장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30일 금감원이 감사원의 요구로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부산저축은행그룹을 공동 검사할 당시 은 씨가 김 전 원장을 접촉한 사실을 파악하고 검사 무마 청탁이 실제로 오갔는지 조사하고 있다. 은 씨는 김 전 원장에게 “저축은행은 (영업정지 등 퇴출정책을 쓸 것이 아니라) 증자, 자산매각 등의 방식으로 연착륙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를 전후해 은 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로비스트로 활동한 윤여성 씨(56·구속)에게서 “금감원장에게 부탁해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은행에 대한 검사 강도와 제재 수준을 완화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7000만 원을 건네받고 자신의 형도 취직시켰다. 형은 봉급으로 10개월간 1억 원을 받았다.그러나 은 씨 측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청탁을 전달한 적이 없다”며 대가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은 씨는 “공직자로서 부적절하게 처신한 데 대해 자숙하겠다”며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다. 구속 여부는 31일 서울중앙지법의 기록검토를 거쳐 결정된다. 동아일보는 30일 김 전 원장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또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과 고문변호인 계약을 한 박모 변호사(59·사법시험 20회)가 사법시험 동기인 권재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게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사안과 관련해 전화를 건 사실을 확인하고 실제 구명 로비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박 변호사를 곧 소환조사할 계획이다.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4억3900만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금감원 부국장급 팀장(2급) 이자극 씨(52)를 구속 기소했다. 이 씨는 지난해 5월 감사원이 금감원에 보낸 기밀 서류인 ‘감사질문서’를 부산저축은행 강성우 감사(구속 기소)에게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26일 감사원 감사위원 은진수 씨(50·차관급·사진)가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무마 등을 대가로 1억여 원을 받은 단서를 포착하고 은 씨를 출국금지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은 감사위원의 사표를 수리했다. 은 씨는 이날 양건 감사원장에게 사표를 제출한 뒤 서울시내 한 호텔에 머물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에 따르면 은 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금감원 검사 결과 무마 외에 영업정지 등 퇴출을 막아달라는 부탁도 함께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은 씨가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들과 e메일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영업정지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e메일 내용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은 씨의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들은 최근 구속된 브로커 윤모 씨(56)를 통해 은 씨를 알게 된 뒤 은 씨를 통해 정관계에 구명(救命)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은 씨가 변호사 B 씨, 전 금감원 국장 K 씨 등과 함께 수시로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퇴출 저지 방안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 또 은 씨가 윤 씨에게 청탁해 친형을 한 카지노업체의 감사직에 앉혔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검사 출신인 은 씨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후보 캠프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BBK 주가조작 사건’ 대책팀장으로 임명돼 이 대통령후보를 변호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법무행정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다 2009년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임명돼 야당으로부터 ‘보은인사’라는 공격을 받았다. 한편 검찰은 이날 인천 효성동 도시개발사업 과정에서 불거진 인허가 로비 의혹 등을 확인하기 위해 대주주들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3, 4곳을 압수수색했다.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예금보험공사가 매각 실사작업을 위해 부산저축은행에 파견한 경영관리인이 부산저축은행 출자 특수목적법인(SPC) 대표 3명의 경영권 행사 제한을 요구하는 직무집행 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SPC 대표들이 이들이 불법적으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빼돌리는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첫 조치다. 법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조만간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부산저축은행 산하 SPC 120곳 가운데 R사 등 3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예보는 다른 SPC 대표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도 검토 중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방태경 판사는 부산저축은행 그룹의 검사와 관련해 청탁을 해주고 금품을 건네받은 혐의로 구속된 전직 금융감독원 비은행검사국장 유모 씨 재산을 임시로 압류하게 해달라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의 추징보전 청구를 이날 받아들였다. 이번 결정은 대검찰청이 ‘책임재산 환수팀’까지 구성해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한 부당 이득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적극적 대응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풀이된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급 현직 고위 간부가 거액의 뇌물을 받은 단서가 포착돼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검사를 무마해 주고 부실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현재 금감원 부원장보로 재직 중인 K 씨에게 수천만∼1억 원대의 돈을 전달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부산저축은행 측에서 확보하고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K 씨가 2000년대 초부터 저축은행 검사 등을 실무 총괄하는 보직을 맡으면서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들과 친분을 쌓은 뒤 검사 무마 등을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대출한 2400여억 원의 자산건전성이 부당하게 분류돼 대손충당금이 부족하게 적립됐고 고위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대주주들이 직접 운영한다는 사실을 적발하고도 이를 눈감아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K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곧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K 씨는 2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에서 수사하는 것에 대해 내가 뭐라 말할 수 없다.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이 K 씨 외에 다른 정관계 고위 인사들에게도 금품 로비를 벌인 단서를 잡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날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대주주이자 해동건설 대표인 박형선 씨를 소환 조사했다. 박 씨는 2005년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가 800여억 원을 들여 경기 시흥시 영각사 납골당 건축사업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영각사로부터 사업권을 넘겨받았다. 검찰은 대주주인 박 씨가 상호저축은행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사업권을 넘겨받는 수법으로 대출을 받았는지, 또 대출금을 빼돌렸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를 사재를 털어 짓는 등 노무현 정부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 檢, 預保 6년치 검사자료도 모두 조사 ▼한편 검찰은 금융감독원에 이어 예금보험공사에서도 최근 6년간 부산저축은행그룹을 검사한 자료를 제출받아 예보 직원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금감원뿐만 아니라 예보 직원과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가 맺어온 유착관계에 대해서도 모두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검찰은 금감원이 최근 12년간 부산저축은행에 대해 검사한 자료를 확보한 데 이어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모두 4차례 예보가 금감원과 공동검사를 실시한 자료를 예보로부터 임의제출 방식으로 넘겨받아 살펴보고 있다. 예보와 금감원이 부산저축은행에 대해 공동검사를 실시한 것은 2005년이 처음이다. 이후 2009∼2011년에는 매년 한 차례씩 공동검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검사 결과를 토대로 예보 직원들이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위험성이 높은 PF 대출을 ‘정상’으로 분류한 사실을 파악하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또 위험성이 높은 PF 대출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부족하게 쌓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덮어줬다는 단서도 포착했다. 대손충당금이란 은행이 대출금을 돌려받을 수 없을 때 고객 예금에 피해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이 반드시 적립해야 하는 돈이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돈을 받고 비리를 묵인해준 혐의가 드러난 예보 직원들을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바로잡습니다 ▼◇25일자 A1면 ‘부산저축은행 검사 무마 금감원 간부에 억대 줬다’ 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는 박형선 씨의 사재가 아니라 경남도와 김해시 예산으로 지어진 것으로 확인돼 바로잡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검색 결과 저축은행 사외이사에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들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수사에서 금감원 출신 감사들이 불법 대출에 적극 가담한 사실이 밝혀진 것처럼 사외이사 역시 ‘또 다른 로비 창구’로 이용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말 한마디로 ‘월급 값’-로비 통로 2001년 수백억 원을 횡령하고 주가를 조작한 뒤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정관계 등에 로비를 한 ‘이용호 게이트’가 불거졌을 당시 G&G그룹(이 씨가 만든 구조조정 전문회사 그룹) 계열사인 인터피온(옛 대우금속) 사외이사였던 도승희 씨(69)가 사건무마 청탁을 명목으로 돈을 받아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처럼 사외이사가 ‘전문 브로커’처럼 직접 금품을 건네는 경우가 많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거물급’ 사외이사는 그 존재만으로 ‘로비스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금융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들이 가진 정·재계 인맥은 지방을 연고로 활동하는 저축은행이 정치권이나 금융계 고위인사에게 줄을 대는 데 큰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사외이사의 주선으로 이뤄지는 유력 인사와 저축은행 임원 간 주말 골프 회동이나 술자리 만남이 대표적인 사례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처음부터 회사 측에서 직접 연락하면 부담스럽지만 평소 친분 있는 사외이사를 통하면 자연스럽게 안면을 틀고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 관련 업무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사외이사의 ‘덕’을 보는 일이 적지 않다. 저축은행 임직원들이 인지도가 높은 사외이사 이름을 거론하며 대출영업 경쟁에 나서기도 하고 간혹 사외이사가 직접 시행업체나 건물주에게 연락을 취하기도 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방에선 학연, 지연이 아직도 크게 작용해 해당 지역 출신 사외이사의 말 한마디에 수억 원의 대출이 왔다 갔다 한다”고 귀띔했다. ○ 외부 감시 역할은 제대로 못해 저축은행 사외이사는 대주주 및 경영진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나 대주주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 뽑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당 지역 출신 유력 인사가 고위직에서 퇴직했을 경우 예우 차원에서 사외이사 자리를 마련해주는 관행도 존재한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부산을 연고로 영업을 하고 있지만 박상구 명예회장 이후 박연호 회장과 김양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대부분 호남 출신이다. 사외이사 역시 김태규 전 광주교대 학장(전 국회의원)과 박성수 전남대 교수 등 호남 인사들로 채워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회사 경영을 외부 인사가 투명하게 감시한다는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외이사 중 상당수가 이사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을뿐더러 나오더라도 회의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부산저축은행 경영공시 자료를 살펴보면 강성범 사외이사(금감원 출신)는 작년 9월 선임된 이후 올해 1월 말까지 15차례나 열린 이사회에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 변질된 사외이사제도 금융위원회는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을 통해 정부 및 감독당국 출신 또는 대주주와 학연·지연 등 친분관계에 있는 사람이 저축은행 사외이사를 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유명무실해진 사외이사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은행 실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 채 사외이사를 ‘용돈벌이’ 정도로 여기는 정치인이나 교수보다는 차라리 금감원 출신 등 실무를 아는 사람이 현실적으로 낫다는 것.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업무상 도움도 안 되고 법으로 정해져 있으니 형식적으로 모시는 것”이라며 “어차피 돈을 줄 바에야 거물급 인사를 데려와 위기상황에 써 먹으려고 하는 게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부실경영과 불법대출 혐의로 기소된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 임직원들이 부실금융기관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20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김민영 부산·부산2저축은행 대표 등 임직원 77명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부실금융기관결정 및 경영개선명령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본안 소송 선고 전까지 행정처분 집행을 정지하는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냈다. 김 대표 등은 4조5000억 원대 불법대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들은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행정청이 당사자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는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줘야 하는데 영업정지와 부실금융기관 결정을 내리기 전 사전의견 제출 및 경영개선 계획 제출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확산되자 4월 29일 임시회의를 열어 부산·부산2 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경영개선명령과 6개월간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소송 내용을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부산저축은행 등 영업정지 저축은행에 규정에 따라 사전 통지했기 때문에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앞으로 은행들은 주요 임원의 유고 시에 대비해 체계적인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각 은행에 이 같은 내용의 은행권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만들어 공시하도록 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영승계 프로그램에는 임원이 사정상 업무가 어려울 때 업무대행자나 후임자를 선출하는 방식, 교육이나 평가결과의 활용 방안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야 한다. 또 현재 은행법에서 규정한 주요 임원 자격요건을 보완하기 위해 은행별로 구체적인 자격요건을 내부규범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내부규범은 앞으로 은행장이나 감사, 부행장 등 은행의 주요 임원이 다시 임명되려면 재임기간의 성과평가 등 엄격한 재선임 요건을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이사회 운영과 관련해 리스크관리위원회와 보상위원회 등 은행의 특성에 맞는 위원회도 설치하도록 했다. 다만 은행권 임원의 나이를 제한하는 방안은 경영의 자율성과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은행이 내부규범에 포함시킬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지난달 필리핀에 거주하는 해커 신모 씨(37)에게 해킹당한 현대캐피탈 고객 정보가 당초 알려진 것처럼 일부가 아니라 거의 전체 고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캐피탈을 조사한 금융감독원은 17일 중간발표를 갖고 “해커 신 씨가 업무관리자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습득한 후 현대캐피탈 고객들의 자동차정비내역조회 서버 등에 침입해 175만 명의 고객 정보를 해킹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에 해킹당한 광고메일 발송용 서버에서는 화면 캡처 방식으로 총 36만 명의 이름과 e메일 정보뿐만 아니라 암호화되지 않은 주민번호까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캐피탈 회원은 약 180만 명이다. 사고 당시 유출된 고객 정보가 42만 건이라고 발표했던 회사 측은 그러나 16일에도 “정확한 유출 규모는 여전히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퇴직 직원의 아이디를 삭제하지 않았으며 2∼4월에는 해킹 사고와 동일한 인터넷주소(IP)를 통한 해킹 시도가 다수 발견됐지만 IP 차단 등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 역시 “신 씨 일당에게 돈을 주고 현대캐피탈 고객 정보를 빼낸 윤모 씨(35)의 외장 하드디스크를 조사한 결과 유출된 고객 정보가 현재까지 100만 건이 훨씬 넘는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3월 10, 11일 서울 서초구의 한 PC방에서 현대캐피탈 서버에 무단 침입해 개인 정보를 내려받아 보관한 윤 씨를 구속 수사해 왔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대부중개업체 팀장인 윤 씨는 3월 필리핀에 있는 신 씨의 공범 정모 씨(36)로부터 “내가 아는 해커가 현대캐피탈 서버에 침입했는데 돈을 주면 내부망에 접속하는 링크주소(URL)를 알려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2200만 원을 송금한 뒤 현대캐피탈 고객 정보를 빼냈다. 윤 씨가 빼낸 정보는 1TB(테라바이트·700페이지 책 100만 권 분량) 외장 하드디스크에 저장됐다. 경찰 관계자는 “1TB는 1024GB(기가바이트)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라며 “텍스트 형식인 로그파일로 저장되어 있으며 현재까지 모두 현대캐피탈 관련 정보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고객정보 해킹사건과 관련해 현대캐피탈과 정태영 사장 등 임직원을 징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사회 문제로 비화한 점을 고려해 법인과 임직원에 대한 징계를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지방은행들이 잇따라 금융지주회사로 출범함에 따라 금융지주의 ‘전국구시대’가 찾아왔다. 부산은행이 3월 15일 BS금융지주로 전환한 데 이어 대구은행도 17일 DGB금융지주로 공식 출범했다. 나머지 지방은행 중 경남 광주은행은 우리금융지주, 제주은행은 신한금융지주에 편입돼 있으며 전북은행도 장기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본격적인 금융지주회사시대가 열리면서 지방은행들 사이에서도 ‘지역금융의 리딩뱅크’로 도약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銀도 지주사 전환 잰걸음 DGB금융지주는 17일 대구 수성구 수성동 대구은행 본점에서 창립기념식을 열었다. DGB금융지주는 대구은행 대구신용정보 카드넷 3개 자회사를 거느린다. 대구은행은 3월 말 기준 총자산 32조9124억 원으로 부산은행에 이어 지방은행 중 2위다. 이날 기념식에서 하춘수 DGB금융지주 회장은 “사업다각화를 추진해 지역밀착형 종합금융그룹으로 재탄생하겠다”면서 “2015년까지 총자산 100조 원, 당기순이익 1조 원, 총자산이익률(ROA) 1%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향후 목표를 밝혔다.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지주사에 속하지 않은 전북은행도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전북은행은 16일 우리캐피탈과의 지분매각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지주사로 가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고 있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현재 계열사도 거의 없어 금융지주 얘기는 시기상조”라면서도 “다른 지방은행들의 지주사 설립이 자극제가 돼 장기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은행들이 금융지주사로 옷을 갈아입는 것은 300조 원이 넘는 ‘대형’ 시중은행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 요청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자산 확대 경쟁에 나서면서 지방 영업을 강화하고 있어 지방은행들도 기존 여·수신 업무만으로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또 금융지주사가 되면 계열사 간에 전문인력 교류가 쉬워지고 고객정보, 유통망 등도 공유할 수 있다. 지주사로 전환한 지방은행들은 주민들과 끈끈하게 연결된 기존 강점을 십분 활용해 좀 더 다양한 ‘고객 밀착형 종합서비스’를 실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서민금융기관 인수에 총력 펼쳐 지방은행들은 캐피털과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민금융기관을 통해 은행이 붙잡지 못하는 고객을 확보하는 등 서민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것. 특히 보험과 증권은 지역기반 은행이다 보니 기본 고객이 적을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과 캐피털보다 덩치가 큰 것도 걸림돌이었다. 최근 우리캐피탈을 인수한 전북은행 관계자도 “보험은 10년 이상 장기로 영업해야 수익이 난다”며 “당장 인수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캐피털 등 서민금융회사”라고 전했다. 지방은행들은 본거지 외에 다른 지역시장 개척에도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대구은행과 전북은행 등은 이미 지역 내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고 서울을 비롯한 새 시장 개척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대해 지방은행 금융지주 간의 과도한 영업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재경 부산은행 전략기획부장은 “다른 지방은행이 선점한 곳에서 무리하게 영업을 확장하려다 보면 지방은행 간 유혈경쟁이 될 수 있다”며 “각자 지역의 고객에게 종합적인 서비스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무기한 연기함에 따라 하나금융의 신용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16일 “금융위원회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보류 결정으로 하나금융의 인수가 무산될 공산이 커졌고 다른 금융그룹에 외환은행 인수 기회를 빼앗길 확률도 높아져 하나금융의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디스 측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하면 당장은 자금력이 좋아질 수 있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금은 새로운 인수 대상자를 찾거나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주들을 위해 자사주를 사들이는 데 쓰일 것이라고 무디스는 내다봤다. 또 만일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더라도 인수 시기가 미뤄지면 지연배상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하나금융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국내 저축은행이 해외 헤지펀드에 인수되는 첫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 소재 헤지펀드인 트라이브리지 인베스트먼트가 최근 서울에 있는 대영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위한 계약을 하고 실사를 진행하고 이다. 매각 자문사는 JP모건이 맡았으며 이달 매각 관련 실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매각이 완료되면 트라이브리지 인베스트먼트는 대주주로서 다음 달 400억∼500억 원 수준의 증자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헤지펀드가 국내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영저축은행은 서울 강남 본점과 목동, 송파 등에 3개 지점이 있으며 3월 말 기준 자산이 7013억 원으로 업계 33위 수준이다. 지난해 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6.0%이며 매각이 완료돼 정상적으로 증자가 이뤄지면 BIS 비율이 13% 안팎으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 정보기술(IT)센터는 한 달 전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 농협의 금융전산망이 마비된 지난달 12일 ‘패닉’에 가까운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평온해 보이기까지 했다. 기자가 사고 발생 직후 3주 가까이 전산 복구 현장을 지키면서 느꼈던 IT센터 직원들의 피곤함과 초조함도 발견할 수 없었다. 사상 최악의 금융전산사고로 한 달간 농협 임직원은 지옥과 천당을 오갔고, 농협 브랜드는 치명타를 입었다. 하지만 금융권 전반에 IT 보안 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 많다.○ 지옥 같았던 한 달 검찰의 현장조사가 시작된 지난달 14일 밤 IT센터 직원들의 얼굴엔 당혹감이 역력했다. 며칠째 갈아입지 못해 꼬깃꼬깃해진 와이셔츠 차림의 한 직원은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며 기자의 질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검찰로부터 ‘내부자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전산망 복구에 하루 24시간을 쏟아 부어야 할 상황에서 검찰 수사까지 받아야 하는 서버관리 담당 직원들에게는 더욱 힘든 시간이었다. IT센터의 한 직원은 당시 기자에게 “농협 안에서 ‘범인’, ‘내부자’ 같은 단어는 금기어”라며 “복구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범인이 누구냐는 2차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내부자 소행에 무게를 두고 취재를 하던 기자에게 복구 작업에 참여하던 한 IT센터 직원이 지난달 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지금 가장 힘든 것은 복구가 아니라 우리에게 쏠린 사회 분위기예요. 중요한 건 금융시스템 안정화인데 여기에 관심 있는 사람은 없고 잘잘못만 따지려 하니 미칠 지경이에요.” IT센터 직원들이 농협 내부에서조차 배신자로 ‘왕따’ 취급당하는 상황을 무척 안타까워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고 발생 21일 만인 이달 3일 검찰이 ‘북한의 소행’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자 IT센터 직원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끝나지 않은 악몽 북한 소행이라는 검찰 발표가 나왔지만 농협의 ‘악몽’은 계속되고 있다. 12일까지 농협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현장 조사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농협 관계자는 “겉으론 평온해 보일지 모르지만 금감원 제재가 남아 있기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고위 간부는 물론이고 팀장과 과장급에게까지 책임을 물어 사상 최대 규모의 중징계 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듯이 ‘구멍가게 수준’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보안관리를 허술하게 해 사고를 자초했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서비스도 100% 정상화된 것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대(對)고객서비스는 완전 복구됐지만 카드 할부기간을 바꾸는 등 결제조건 변경은 여전히 ‘복구 중’이다. 검찰이 북한을 지목했지만 “그게 말이 되냐. 농협 내부자가 아니라면 저지를 수 없는 사고”라는 일각의 주장도 부담스럽다. 다만 농협의 전산사고가 금융권 전반의 IT 보안 인식을 대폭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최근 농협은 국내 최고 수준의 전산보안시스템을 구축하기로 발표했다. 현대캐피탈은 보안 관련 예산을 금융권 최고 수준으로 증액하기로 했으며 비씨카드도 정보보안실을 신설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