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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을 끌어온 LG와 SK 간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이 극적 합의로 끝났다. 11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합의문을 통해 SK 측이 LG에 총 2조 원(현금 1조 원, 로열티 1조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이후 10년 동안 추가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해 10년간 수입을 금지한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비토권(거부권) 행사 마감일(11일·현지 시간)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이뤄졌다. 양사는 최종 합의로 장기 소송전의 부담을 덜고 미래 사업에 집중하게 됐다. 이날 LG와 SK 측은 합의문을 통해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도 실리(배터리 공급망과 일자리)와 명분(지식재산권 보호)을 모두 챙겼다는 평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는 미국 노동자와 자동차 산업의 승리”라며 “우리는 미국 기반의 배터리 공급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서동일 dong@donga.com·곽도영 기자}
평행선을 걷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최종 합의는 11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비토권(거부권) 마감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이뤄졌다. 합의의 결정적 역할을 한 곳은 미국 바이든 정부였다. 거부권 시한이 다가오면서 고위 당국자들이 양사 임원들을 직접 접촉했다고 한다. 특히 한국 시간 9일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을 화상회의로 만나 양사를 설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USTR와의 3자 회의 이후 양측 사장들이 화상으로 만나 결국 최종 합의하게 됐다”고 전했다. 미 정부가 적극 중재에 나선 이유는 비토권 행사에 따라 ‘지식재산권 vs 일자리 및 기후변화 대응’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들은 ‘중대한 골칫거리(major headache)’로 표현해 왔을 정도다. 만약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영업비밀 침해를 묵과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바이든 정부는 지식재산권 침해를 강하게 비판하며 기술패권 경쟁 상대인 중국에 대한 공격 포인트로 삼아 왔다. 반대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공장 문을 닫고 최대 6000여 개 일자리를 잃어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을 감수해야 했다. 오랜 공화당 텃밭이었던 조지아주는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블루 웨이브’로 불리는 민주당 지지 바람을 타면서 신(新)경합주로 분류된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 정부가 적극 설득에 나서자 양사가 더는 소모전을 펼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전격 합의를 결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가 “미국 노동자와 자동차 산업의 승리”라며 “내 플랜의 핵심은 미래 전기 자동차 및 배터리를 미국에서, 미국 노동자들의 손에 의해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 중심의 강력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필요로 하며 오늘 합의는 이 같은 방향에 맞는 긍정적인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LG와 SK 측은 또 소송이 장기화될수록 사업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연내 상장을 앞둔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선두를 유지하고, 미국과 인도네시아 신규 투자를 이어가려면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SK는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으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큰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스콧 키오 폭스바겐 미국지사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배터리 생산 능력 감소 및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며 미국 정부의 개입을 촉구했다. 폭스바겐은 LG와 SK가 주로 만드는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중국 CATL이 주력하는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쓰겠다고 선언하면서 두 회사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K배터리 위축을 우려한 한국 정부도 양사의 합의 설득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재계에 따르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양사 고위 관계자에게 직접 연락해 합의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송전이 시작된 2019년 4월부터 최근까지도 공식, 비공식 자리에서 양사 간 화해를 중재해 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월 “K배터리의 미래가 크게 열릴 텐데 싸우지 말고 큰 시장을 향해 나서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양사 간 화해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합의로 양사는 장기소송 리스크 등에서 벗어나 시장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이번 합의 결과를 두고 미래 첨단 산업에서 국가 안보를 내세운 미국 정부의 입김이 강해지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미국 정부는 12일(현지 시간) 백악관 반도체 긴급대책 회의를 열어 삼성전자를 비롯해 19개 글로벌 업체와 반도체 공급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첨단 산업을 안보 이슈로 보면서 한국 반도체, 배터리 기업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곽도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이 극적 합의로 일단락되면서 양 사가 불확실성을 털고 미래 사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 양 사에 따르면 최종 합의금은 총 2조 원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에 올해와 내년 두 차례에 걸쳐 5000억 원씩 1조 원을 현금으로 우선 지급한다. 이후 2023년부터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매년 지급해 1조 원까지 채워야 한다. 1∼1.75%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조 원을 제시해왔던 SK이노베이션에 합의금 2조 원은 뼈아픈 ‘수업료’이지만 분할 납부 방식에 따라 현금 흐름에는 큰 지장이 없다고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9000억 원대다. SK 측은 합의금에 대해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의 불확실성과 K배터리의 미래를 고려해 대승적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선 기존에 요구했던 3조 원보다는 낮아졌지만 연내 상장을 앞두고 장기 소송 리스크를 제거했을 뿐 아니라 미국과 인도네시아 등 신규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한 자금 조달에도 유리해졌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올해 1월 미국 조지아주에 완공돼 시제품 생산 중인 1공장의 정상 가동과 내년 완공 예정인 2공장 건설을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산업 발전 위한 국내외 추가 투자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해 준 한미 행정부와 이해관계자들, 조지아주 주민 및 주정부, 의회 관계자들에게 감사 드린다”며 “포드, 폭스바겐 등 고객사들의 믿음과 지지에 적극 부응해 앞으로 더 큰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게 된 점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합의는 공정 경쟁과 상생을 지키려는 당사의 의지가 반영됐으며 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이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합의를 통해 폭스바겐과 포드 등 주요 고객사들이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글로벌 선도기업으로서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대규모 배터리 공급 확대 및 전기차 확산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양 사가 선의의 경쟁자이자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생태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반도체 부족으로 전 세계 자동차 공장이 멈춰서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테슬라 북미 공장이 멈춰선 데 이어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쁘지 않았던 현대자동차도 울산1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대표 차종인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까지 12, 13일 가동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는 모양새다. 자동차 외에도 아이폰 생산량이 10% 줄었고 글로벌 1위 가전 기업 월풀은 중국 생산량의 25%에 차질이 생겼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각종 첨단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부품으로 ‘산업의 쌀’로 불린다. 연간 약 1조 개씩 생산되는 반도체는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첨단 무기에 이르기까지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전기차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수요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초유의 반도체 부족 사태가 일어난 배경을 짚어봤다.》 “지금 팹(Fab·반도체 생산 공장)이 꽉 찼어요. 더 넣을 데가 없어요. 전시 상황입니다.” 8일 국내 한 중견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반도체 팹 짓는 게 무슨 식당 늘리는 것처럼 프라이팬 사다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다들 여력이 없으니 최소 내년까지는 지금 같은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반도체 품귀 현상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처음엔 차량용 반도체에서부터 번져나갔다. 그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인 네덜란드 NXP와 독일 인피니온, 일본 르네사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에서 차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사실 이들 차량용 반도체 업체는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등에 밀려 45nm(나노미터) 이상 중·저사양 반도체와 센서, 다이오드 시장을 나눠 가졌다. 차량용 반도체는 이에 해당한다. 점유율은 미미하지만 국내에도 DB하이텍, 온세미컨덕터코리아, 삼성전자(기흥사업장)가 이런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1조 개씩 생산되는 반도체가 왜 부족해진 것일까.원인① 수요 예측의 실패 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자 저사양 반도체를 만드는 업체들은 생산 라인을 대거 바꿨다. 사람들이 차를 타고 다닐 일이 없어질 거란 전망하에 산업계가 완성차 수요 전망을 낮춰 잡았기 때문이다. 때맞춰 ‘언택트(비대면)’ 바람이 불면서 모바일, PC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업계의 수요는 폭등하고 있었다. 전력반도체나 센서 등을 기존 주력인 차량용에서 IT 제품용으로 바꿔 생산하기 시작했다. A반도체사 관계자는 “전력반도체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면 스마트폰용이 되는 거고, 차량에 들어가면 차량용이 되는 것”이라며 “라인 자체가 크게 다르진 않고 세부적인 조건이나 품질 테스트 방식 등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전력반도체는 50∼60도 선에서 열처리를 한다면 차량의 경우엔 150∼200도에서 열처리를 한다. 일부 장비들을 바꾸거나 새로 들이면 생산 품목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확산 고점(피크)을 넘으며 글로벌 차량 수요가 회복되면서 불거졌다. 완성차 업체마다 반도체 재고가 떨어져갔지만 NXP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회사는 이미 폭증한 IT 업계의 수요를 맞추느라 생산 라인이 꽉 찬 상태였다. 완성차 업체들은 차종별 반도체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우리는 차종별로 최대 6개월 치까지 비교적 보수적으로 재고를 확보하고 있었지만 3개월 치 밑으로 갖고 있던 완성차 업체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체들 입장에선 최소 내년까진 상황의 획기적인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B반도체사 관계자는 “팹이 꽉 찬 상태에서 현재 돌리고 있는 IT 물량을 빼고 차량 물량을 넣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받아놓은 주문을 우선 처리해야 하고 수년 간의 애프터서비스(AS) 기간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원인② 반도체 패권 경쟁으로 인한 ‘패닉바잉’ 공급 부족은 중·저사양급 반도체에서만 멈추지 않았다. 넘치는 IT 제품 수요로 첨단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지만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란 변수가 떠올랐다. 지난해 9월 당시 중국 1위 스마트폰 기업이자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었던 화웨이가 대만으로 전세기를 띄웠다는 소식이 외신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가 우방국들과 함께 화웨이 대상 반도체 수출 금지를 선포하자 재고 확보에 나선 것이었다. 올해 들어선 조 바이든 정부도 중국에 대한 반도체 견제의 시그널이 여전하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이어 바이든 정부도 반도체를 국가 핵심 전략 요소로 설정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며 “주요 기업이 재고 축적에 나서며 수요가 뻥튀기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의 반도체 공장’인 대만 TSMC 마크 리우 회장도 최근 이 문제를 직접 짚었다. 10nm 이하 시스템반도체 기준 전 세계 92%의 물량이 대만에서 생산된다. 리우 회장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대만반도체산업협회 행사에서 “반도체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미중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공급 부족을 우려한 기업들의 사재기”라며 “반도체 수요가 실제 필요한 것보다 과하게 표출되고 있다”고 경고했다.원인③ 자연재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초부터 반도체 사업장과 생산기지가 있는 지역에 자연재해가 잇따르며 반도체 공급은 더욱 차질을 빚었다. 2월엔 북극발(發) 이상한파가 들이닥쳐 미국 텍사스의 NXP, 인피니온, 삼성전자 공장이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3월엔 일본 르네사스 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설비 일부가 피해를 입었다. 같은 달 대만에서는 가뭄이 문제다. 가뭄이 지속될 경우 TSMC 생산시설에 여파가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 번 웨이퍼(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얇은 원판) 작업에 들어가면 수 개월간의 미세공정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이어져야 하는 게 반도체 공장의 특성”이라며 “정전이나 화재 등이 발생하면 공장이 실제 멈추는 시간은 짧지만 그로 인해 사실상 앞뒤로 수 개월간의 생산 공정이 무효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현대자동차가 반도체가 부족해 아산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아산공장은 현대차 주력 차종인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한다. 며칠 안에 반도체 수급난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현대차의 다른 공장도 순차적으로 멈춰 설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12, 13일 차량용 반도체 등 전장시스템 전반을 제어하는 ‘파워 컨트롤 유닛(PCU)’이 부족해 아산공장 가동을 멈춘다고 9일 밝혔다. 울산3공장(아반떼 생산)은 반도체 부족으로 10일 특근을 하지 않는다. 현대차는 이틀간 공장을 세우는 대신 직원 교육을 시키고 임금은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틀간 가동 중단 이후에도 반도체 수급난이 해결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가동 중단은 더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수급난 충격이 현실화되면서 정부도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반도체협회는 이날 정부에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한 산업계 대(對)정부 건의문’을 제출했다. 건의문에는 △반도체 연구개발 및 제조설비 투자비용의 최대 50% 세액공제 △각종 인허가 및 전력 공급 등 인프라 관련 공공지원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신설 및 증원 등을 담았다. 정부는 간담회 건의사항을 반영해서 조만간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K-반도체 벨트 전략’을 수립해 발표하기로 했다. 성 장관은 간담회에서 “정부 차원에서도 한국을 세계 최고의 첨단 반도체 제조의 글로벌 공장으로 조성하고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단기적인 반도체 수급난 해결을 위한 대책은 깊이 있게 논의되지 않았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대만 정부 및 TSMC 등에 앞다투어 반도체 공급 요청을 강하게 해 왔지만 한국 정부는 주대만대표부와 KOTRA 차원에서 형식적인 요청만 했을 뿐 산업 당국 차원에서는 이렇다 할 대책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자동차 및 반도체 기업들이 ‘각자도생’으로 해결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선진국들은 연초부터 일찌감치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가장 전폭적 육성 정책을 펴는 미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2024년까지 투자비의 40% 수준을 세액공제하고 반도체 인프라 및 연구개발(R&D)에 228억 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산업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인텔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200억 달러(약 23조 원)를 들여 신규 파운드리 생산 공장 두 곳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EU도 유럽 내에 반도체 공급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달 EU 집행위원회는 “10년간 유럽의 디지털 산업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발표하며 2030년까지 EU의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 점유율을 최소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과 미래 세미나’에서 “한국도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역할이 위축되지 않도록 민관이 협력하고 다양한 지원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이상훈 sanghun@donga.com·곽도영 / 세종=주애진 기자}
현대자동차가 반도체가 부족해 아산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아산공장은 현대차 주력 차종인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한다. 며칠 안에 반도체 수급난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현대차 다른 공장도 순차적으로 멈춰 설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12, 13일 차량용 반도체 등 전장시스템 전반을 제어하는 ‘파워 컨트롤 유닛(PCU)’이 부족해 아산공장 가동을 멈춘다고 9일 밝혔다. 울산3공장(아반떼 생산)은 반도체 부족으로 10일 특근을 하지 않는다. 현대차는 이틀간 공장을 세우는 대신 직원 교육을 시키고 임금은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틀간 휴업 이후에도 반도체 수급난이 해결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임금 보전 문제에 노사가 합의하면 가동 중단은 더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수급난 충격이 현실화되면서 정부도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반도체협회는 이날 정부에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한 산업계 대(對) 정부 건의문’을 제출했다. 건의문에는 △반도체 연구개발 및 제조설비 투자비용의 최대 50% 세액공제 △각종 인허가 및 전력 공급 등 인프라 관련 공공지원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학과 신설 및 증원 등을 담았다. 정부는 간담회 건의사항을 반영해서 조만간 반도체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K-반도체 벨트 전략’을 수립해 발표하기로 했다. 성 장관은 간담회에서 “정부 차원에서도 한국을 세계 최고의 첨단 반도체 제조의 글로벌 공장으로 조성하고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단기적인 반도체 수급난 해결을 위한 대책은 깊이 있게 논의되지 않았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지난해 연말부터 대만 정부 및 TSMC 등에 앞다투어 반도체 공급 요청을 강하게 해 왔지만, 한국 정부는 현지 대표부 차원에서 형식적인 요청만 했을 뿐, 산업 당국 차원에서는 이렇다 할 대책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자동차 및 반도체 기업들이 ‘자력갱생’으로 해결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선진국들은 연초부터 일찌감치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가장 전폭적 육성 정책을 펴는 미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2024년까지 투자비의 40% 수준을 세액공제하고, 반도체 인프라 및 연구개발(R&D)에 228억 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산업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인텔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200억 달러(약 23조 원)를 들여 신규 파운드리 생산공장 두 곳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EU도 유럽 내에 반도체 공급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달 EU 집행위원회는 “10년간 유럽의 디지털 산업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발표하며 2030년까지 EU의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 점유율을 최소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과 미래 세미나’에서 “한국도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역할이 위축되지 않도록 민관이 협력하고 다양한 지원정책을 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anghun@donga.com곽도영기자 now@donga.com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종합화학은 올해 3분기(7∼9월) 중 ‘잘 썩는’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 PBAT를 출시하겠다고 7일 밝혔다.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썩는 플라스틱’ 대량 생산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날 양 사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친환경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 사업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지난해부터 관련 소재 개발을 위해 협력해 온 끝에 1년여 만에 제품 상용화 단계를 코앞에 둔 것이다. 양 사는 양산을 앞두고 올해 상반기(1∼6월)까지 PBAT 제품의 생분해성 인증 및 국내외 특허 출원, 시제품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PBAT는 석유계 합성 플라스틱이지만 자연에서 산소와 열, 빛, 효소 반응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는 신소재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제품은 자연 분해되는 데 100년 가까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BAT 제품은 땅에 묻고 6개월이 지나기 전에 자연 분해된다. 그간 재활용이 어려웠던 농업용 비닐, 일회용 봉투, 어망 등을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염물질이 묻어 재활용이 불가능했던 폐플라스틱도 자연 분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산업계 및 사회 전반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조가 커지면서 플라스틱 순환경제에 대한 요구도 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선진국의 폐플라스틱 배출구 역할을 했던 중국이 2018년부터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 조치를 단행하면서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필요성이 현실화됐다. 이에 롯데케미칼, SKC, LG화학, CJ제일제당 등 국내 기업들은 바이오 플라스틱 개발 및 양산을 앞당기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중 SK종합화학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이번에 첫 양산 소식을 전한 셈이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아파트 이웃에게 개인 소유 차량을 빌려주고 수입을 얻는 이른바 ‘자동차식 에어비앤비’ 사업이 국내에서 가능해진다. 그간 정부나 지자체에서만 운영했던 ‘교통약자를 위한 병원 동행 서비스’도 민간에 개방된다.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지원센터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정보통신기술(ICT)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웃 간 유휴차량 대여중개 플랫폼 △이동약자 맞춤 병원동행 서비스 △가족형 오락센터 내 포인트 보상형 아케이드 게임 서비스 등에 대한 실증특례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웃 간 유휴차량 중개대여 플랫폼은 같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단지 내에 세워 둔 개인 차량을 플랫폼에 등록해 다른 입주민에게 단기 대여하는 서비스다. 경기 하남시에서 약 500대를 대상으로 실증 테스트를 승인했다. 이동약자 맞춤 병원동행 서비스도 승인을 받았다.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가기 어려운 65세 이상의 고령자, 장애인 등을 위한 모빌리티 서비스로 특수 개조차량에 휠체어를 탄 채 탑승이 가능하며 동행 매니저가 병원 도착 후 접수, 진료실 이동 후 귀가까지 돕는다. 한국형 가족게임센터 경품교환게임 서비스도 샌드박스를 통과했다. 오락실이나 복합 문화시설 내 아케이드형 게임기의 플레이 결과에 따라 포인트를 주고 이를 인형이나 생활용품 등의 경품으로 교환해주는 서비스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유럽은 50년, 일본은 40년에 걸쳐 준비해온 탄소중립을 우린 10년 만에 해내야 합니다.” 유정준 SK E&S 부회장(사진)은 6일 국내 첫 에너지업계 탈(脫)탄소 협회인 에너지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앞두고 언론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 부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초대 의장으로 추대됐다. 다음 달 총회를 통해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유 부회장은 “기업 입장에선 위기감을 3, 4년 전부터 느꼈다”며 “우리가 적극적으로 진화(evolution)하지 않으면 외부로부터 (강제로) 혁명(revolution)을 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얼라이언스는 국내 에너지업계를 중심으로 대내외 탄소중립 흐름에 공동 대응하고 에너지 전환에 협력하기 위해 출범했다. 탄소중립은 개인이나 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늘려서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2015년 파리협정 채택 이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국에서 탄소중립을 미래 방향으로 선언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에너지 얼라이언스에는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한화, 두산 등 국내 주요 그룹 소속 에너지 사업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한다. 처음 10개사로 시작하지만 향후 뜻이 맞는 회사들을 대상으로 회원사를 넓힐 계획이다. 유 부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그간 에너지업계에 대한석유협회, 대한석탄협회 등이 있어왔지만 업종 경계를 허물고 전체 에너지사가 당면 문제를 놓고 협의하는 자리는 없었다”며 “에너지 얼라이언스는 단순한 이익단체가 아니라 정부의 탄소중립 방향에 동의한다는 전제하에 정부와의 파트너십으로 세부 정책 방향을 잘 이끌어 가려 한다”고 말했다. 당장 한국은 올해 말까지 유엔에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2017년 대비 24.4% 감축’이라는 목표치를 새로 설정했지만 이조차 글로벌 권고치인 4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유 부회장은 “영국은 2010년 40%였던 석탄 발전 비율을 2020년에 2%까지 줄였고, 재생에너지는 3%에서 24%로 늘렸다”며 “선도 국가들이 수십 년 준비해온 탄소중립을 우린 10년 만에 해야 하는데 최적의 전략 방향이 무엇인지, 부작용은 없을지 민관이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얼라이언스는 정부와의 정책적인 협의 외에 해외 관련 기구 및 협의체 참여, 탄소중립 관련 구체적인 사전 연구 등에도 힘쓸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 사 임원들로 구성된 사무국을 비롯한 별도의 조직 구성도 논의한다고 얼라이언스 측은 밝혔다. 유 부회장은 “한국도 글로벌 탄소정책 결정기구가 룰을 정할 때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글로벌 거버넌스와 기술 투자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에너지 얼라이언스 출범을 계기로 우리 에너지 기업들이 탄소중립이라는 도전적 과제에 대응해 나가는 동시에 에너지 신산업 육성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 코로나 상황에서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민간 기업들의 넷제로를 위한 노력을 기쁜 마음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호암재단은 6일 ‘2021 삼성호암상’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삼성호암상 제정 30주년을 맞아 국가 기초과학 육성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과학상을 물리·수학, 화학·생명과학 2개 부문으로 확대한 이후 첫 수상자 선정이다. 올해 수상자로는 △과학상 물리·수학부문 허준이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38) △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 강봉균 서울대 교수(60) △공학상 조경현 미국 뉴욕대 교수(36) △의학상 이대열 미국 존스홉킨스대 특훈교수(54) △예술상 봉준호 영화감독(52) △사회봉사상 이석로 방글라데시 꼬람똘라병원 원장(57)이 선정됐다. 호암재단은 특히 과학·공학·의학 등 분야별로 탁월한 업적의 연구자들을 발굴, 시상하고 글로벌 무대에 소개하는 등 국내 기초과학 육성을 지원해 왔다. 이번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시상 확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호암재단은 올해부터 상의 명칭을 ‘삼성호암상(SAMSUNG HO-AM PRIZE)’으로 변경해 글로벌 기업 삼성이 단독 후원하는 상임을 더욱 명확히 드러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문별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3억 원씩 총 18억 원이 수여된다. 올해 시상식은 6월 1일 개최될 예정이다. 장소는 미정이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21일 중국 하이난(海南)에서 열리는 ‘2021 보아오(博鰲)포럼’에 온라인으로 참석한다. 중국 보아오포럼은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포럼으로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6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세계 다변화 국면’을 주제로 열리는 올해 보아오포럼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20일 개막식과 21일 ‘기업의 사회적 가치’ 세션에서 축사를 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취소됐던 것을 제외하면 매년 꾸준히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왔다. 현지에서는 주요 기업들 외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등 정관계 고위급도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효성첨단소재는 한화솔루션에 6년간 약 1600억 원 규모의 탄소섬유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효성첨단소재는 수소 차량용 연료탱크 보강에 쓰이는 고강도 탄소섬유를 올해부터 2027년까지 한화솔루션에 공급한다. 안전성과 친환경성이 특징인 탄소섬유는 차량의 압축천연가스(CNG) 연료탱크나 수소 연료탱크에 주로 쓰인다. 이런 탱크에는 수백 기압의 고압가스가 주입되는 만큼 고강도의 탄소섬유가 사용된다. 효성첨단소재는 2008년부터 탄소섬유 개발에 착수해 2013년부터 전북 전주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했다. 2028년까지 전주 공장에 1조 원을 투자해 연간 2만4000t 규모의 탄소섬유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탄소섬유는 향후 도심항공 모빌리티(UAM)나 항공 우주, 선박용 연료탱크 등으로 용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지난달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국내 자동차 및 반도체 업계의 임직원 10여 명이 모였다. 최근 세계적으로 심각해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 첫 회의였다. 1시간 반가량 진행된 이 회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강경성 산업정책실장(1급)이 주재했다. 청와대나 외교부, 교육부 등 다른 부처 관계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반면 중국과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분위기는 긴박하다. 백악관은 이달 12일 국가 안보와 경제 담당 보좌관들이 참석하는 반도체 수급 대응 긴급회의를 열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을 소집할 예정이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를 자국 산업에 타격을 줄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이 대대적인 예산을 투입하며 미래 반도체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는데, 한국은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반도체 대란’에 산업부, 한 달 만에 2차 회의 5일 산업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를 발족하고 첫 회의를 한 지 약 한 달 만인 이달 7일 강 실장이 주재하는 2차 회의를 연다. 정부는 지난달 1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BIG3(미래차·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 회의를 열고 1차 협의체 회의에서 거론된 △수입 절차 간소화 △차량용 반도체 성능평가 지원 등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한 단기 조치를 내놨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정부가 단기적인 반도체 수급 문제에만 집중하고 중장기 대책엔 소홀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이날 회의에서 내놓은 중장기 대책은 차량용 반도체·부품 자립화를 위한 연구개발(R&D)에 2020∼2022년 2047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올 2월에는 시스템반도체 연구개발에 향후 10년간 2조5000억 원을 투입한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투자 규모는 미국, 중국에 비해 미미하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달 31일 500억 달러(약 56조 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밝혔고, 중국은 2015년부터 10년간 1조 위안(약 17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약 530조 원 규모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의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 수급 문제는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다른 주요 핵심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국내에서도 현대차 울산1공장에 이어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현대차 아산공장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탓에 휴업을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관련 기업 방문 검토 중”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를 ‘21세기 편자의 못’이라고 선언하고,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자 청와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관련 기업을 방문해 반도체 문제를 논의하는 일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청와대 정책실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관계자들과 조만간 만나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와 학계에선 정부와 청와대가 반도체 강국이라는 현재에 안주해 미중의 움직임에 반 박자 느리게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수출 규제 당시 문 대통령이 앞장서고 당정청이 한목소리로 대응하던 것에 비하면 감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A 기업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 새판 짜기에 적극 나선 상황에서 정부가 민간과 장기 로드맵을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장은 “과거 반도체 산업이 기업 간 경쟁 구도였다면 앞으로는 국가 간 외교전이 펼쳐지는 전쟁터”라며 “연구개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외교부가 미중 사이에서 적절한 외교 전략을 세우며, 교육부가 인력 양성에 나서는 식의 범부처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세종=구특교 kootg@donga.com / 황형준·곽도영 기자}
글로벌 반도체 품귀 현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 백악관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을 불러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품귀를 안보 위기로 보고 있는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새판 짜기에 나설지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경제 담당 보좌관들은 12일 반도체 및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만나 최근의 반도체 사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익명의 바이든 행정부 관료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해 반도체 부족 현황과 해결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는 자동차와 반도체, 의료기기 제조업체, 주요 테크 기업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제너럴모터스(GM), 글로벌파운드리 등도 초청 명단에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이번 반도체 수급난을 경제적 사안이 아닌 국가안보 이슈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지난해 차량 반도체 부족으로 시작된 반도체 품귀는 미국 현지에서 GM의 완성차 공장을 세우고 아이폰과 월풀 가전 생산에 차질을 일으켰다. 수급난이 최소 올해 3분기(7∼9월)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 세계 반도체 제조 능력의 약 75%는 중국과 동아시아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을 포섭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주도권을 쥐고 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발(發) 반도체 패권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도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당시에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우방국이 중국 화웨이에 수출을 못 하도록 막는 것에 그쳤다면, 이번엔 반도체 생산을 아시아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
“미국이 아시아에 쏠려 있는 반도체 공급망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경제 보좌관이 대책 회의를 여는 것은 바이든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을 ‘국가 안보 사안’으로 다루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회의를 소집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의 외교·국방정책을 정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이끄는 자리다. 반도체 업계와 회의를 갖는 건 이례적이다. 한국 시간 3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에서도 반도체 공급망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1일 언론 브리핑에서 “세 나라는 미래 반도체 제조 기술의 열쇠를 쥐고 있다”며 “민감한 공급망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하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500억 달러(약 56조 원)를 반도체에 쏟겠다고 밝혔다. 반도체를 못에 비유해 “못이 없어서 편자가 사라졌고, 편자가 없으니 말을 잃었다. 결국은 왕국이 멸망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되면서 그 여파는 미국 산업계 전반을 강타했다.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GM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완성차 감산을 발표하며 연간 이익 2조3000억 원이 날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최대 가전기업 월풀 중국법인에서도 최대 25%의 물량 차질이 생겼고, 애플 협력업체 폭스콘은 반도체가 부족해 아이폰 생산량을 10% 줄였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전력망, 통신망 등 국가기간시설 운영과 스텔스 전투기, 최첨단 미사일, 군사위성 등 최첨단 무기 제조에서도 반도체가 핵심이다. 미국 입장에선 반도체 해외 의존에 대한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보스턴컨설팅그룹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의 72%가 한국과 대만, 중국 등 아시아에서 생산된다. 미국의 생산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PC에 주로 들어가는 10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로 좁히면 대만이 92%, 한국이 8%다. 미국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반도체 시장 대응에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일본 고도성장기였던 1980년대 미국은 일본의 반도체 덤핑을 방지하는 미일반도체협정을 체결하며 견제에 나선 바 있다. 그 결과 엘피다 등 일본 반도체 기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2000년대 들어서며 반도체 생산은 아시아에서 하고, 퀄컴이나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은 설계에 주력하며 고부가가치 마진을 획득하는 구조였다”며 “이번 수급난으로 미국의 불안감이 커졌고 이제 생산에도 직접 나서야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외에도 주요국 투자 랠리는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약 170조 원을 투자해 자국 반도체 생산 비율을 70%까지 확보하겠다는 ‘반도체 굴기’를 선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푸둥(浦東) 개발·개방 30주년 축하 대회’ 기조연설에서 “핵심 기술 확보전을 잘 펼쳐야 한다”면서 반도체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반도체에 180조 원을 투자해 글로벌 점유율 2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나서고 TSMC가 113조 원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글로벌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잠잠했던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최근 4, 5위 업체인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이 3위 업체 키오시아 인수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백악관 초청에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물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9.6%에 이른다. 자국 내 반도체 생산설비를 늘리도록 하는 미국의 ‘새판 짜기’가 진행된다면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산시성 시안(西安)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초청 여부 등을) 파악 중인 상황”이라며 백악관 초청에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제안하는 투자 계획 등에 대한 의사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023년 가동을 목표로 약 19조 원을 투자해 오스틴 공장 증설 계획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누구를 ‘사절’로 보낼 것인지도 고심해야 할 문제다. 업계에서는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의 방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곽도영 now@donga.com·이은택·홍석호 기자}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특허권 침해 분쟁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줬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잠정적으로 판단을 내린 것이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배터리 관련 4건의 특허권 침해 소송에 대해 1건에 대해서는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으며 3건의 특허는 무효라는 예비 결정을 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분리막 코팅 기술과 관련된 특허(SRS 517) 1건의 유효성을 인정했지만 SK이노베이션이 특허를 침해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양극재 특허 등 3건은 LG 측 특허의 유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특허 침해 소송은 8월 2일(현지 시간) ITC 위원회의 최종 결정 과정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특허 침해 소송은 LG에너지솔루션이 2019년 9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건으로, 영업비밀 침해 건과는 별개다. 7월 말에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제기한 또 다른 특허침해 소송에 대한 ITC의 예비결정도 나올 전망이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선 올해 2월 ITC가 SK이노베이션 최종 패소 및 10년간 배터리 수입금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이 판결은 이달 11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절차를 앞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특허권 침해 예비 결정에서 승소한 것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SK이노베이션이 “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패소는 증거 인멸로 인한 절차적인 판단일 뿐 실질적인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것은 소명하지 못했다”고 주장해온 것을 뒷받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오랜 기간 자체적으로 우수한 배터리 기술을 개발해 온 것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비밀 침해와 특허권 침해는 별개의 사안이라 대통령 거부권이나 협상 등에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LG 측은 “이번 소송은 공개된 특허에 대한 것으로, 독립되고 차별화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면서 비밀로 보호되는 영업비밀 침해와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며 “유효 특허에 대한 침해를 인정받고 무효로 판단된 특허들에 대해서도 유효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적극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31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5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날 SKIET는 임시이사회를 열어 신주 855만6000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도 이날 임시이사회를 열어 회사가 보유한 SKIET 지분 90% 중 22.7%에 해당하는 1283만4000주를 구주 매출로 내놓기로 결의했다. 이로써 SKIET 공모 주식 수는 총 2139만 주가 된다. 전체 발행 주식(공모 이후)의 30%에 해당한다. SKIET 1주당 희망 공모가 범위는 7만8000원부터 10만5000원이다. 해당 기준으로 기업가치는 약 5조6000억 원에서 7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꼬리(차량 반도체)가 머리(완성차 업계)를 흔들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감산에 나선 데 이어 현대자동차도 울산1공장 임시 휴업에 들어가자 업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테슬라, 폭스바겐, GM 등 세계 곳곳의 완성차 공장이 멈춰서면서 글로벌 생산 손실은 올해 1분기(1∼3월) 기준 약 1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 반도체 수급난 3분기까지 갈 것” 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이 올 3분기(7∼9월)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 반도체 품귀가 장기화하는 원인으로 반도체 업계는 ‘미래차 시장 성장세와 차 반도체 시장의 속도 차이’를 꼽는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선두 업체들이 진입하기엔 아직 완성차 업계에서 요구되는 반도체 수준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의 차량 반도체 시장은 주로 반도체 산업 고성장 시기 ‘치킨게임’에서 밀려났던 독일 인피니온이나 네덜란드 NXP 등 저사양 반도체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품질 칩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데다 교체 및 사후서비스(AS) 주기도 스마트폰이나 PC보다 훨씬 긴 10∼15년인 만큼 반도체 업계 선두 업체들이 진입할 유인이 떨어진다. 여기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완성차 수요가 떨어지는 틈을 타 해당 업체들이 이미지 센서 등 다른 저사양 칩 시장으로 생산라인을 일부 돌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2월 미국 텍사스 한파로 인한 인피니온·NXP 공장 타격과 3월 일본 르네사스 공장 화재 등으로 수급난은 더욱 심화됐다.○ 고도 자율주행 열리면 ‘티핑 포인트’ 온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차량 반도체 시장의 ‘티핑 포인트’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향후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 시장이 열리고 고사양 인포테인먼트 수요가 높아지면 그동안 없던 새로운 고성능 칩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자율주행차 한 대가 곧 데이터센터 서버 한 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향후 5년 내 고도 자율주행 단계(레벨 4)가 실현될 경우 주행지원 프로그램용 낸드플래시는 최대 1TB(테라바이트)급, 인포테인먼트용 낸드는 최대 512GB(기가바이트)급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고도 자율주행 단계의 경우 최대 12개의 카메라가 전송하는 이미지 정보를 초당 10GB 속도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량용 고성능 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아우디에 차량용 칩 ‘엑시노스 오토’를, 테슬라에 자율주행칩을 납품하고 있다. 또 하만과 공동 개발한 5G 텔레매틱스 유닛을 BMW 전기차에도 탑재할 예정이다. 차량용 이미지 센서인 ‘아이오셀 오토’를 출시하며 자율주행차 시장도 준비 중이다. SK하이닉스도 별도로 오토모티브사업 조직을 운영하며 차량용 고품질 메모리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차 성장에 따라 2026년 약 676억 달러의 시장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차량 반도체 품귀는 미래차로의 전환기에 나타나는 일시 정체 현상에 가깝다”며 “향후 차량 반도체 시장에서도 고사양 반도체들이 대거 들어가는 전환점을 맞으면 국내나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선진 업체들이 대거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오히려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를 확대하며 미래 기술 혁신을 위한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R&D 투자액은 21조2000억 원이었다. 전년 대비 1조 원 증가하며 사상 최대 규모였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도 2017년부터 7.0%, 7.7%, 8.8%, 9.0%로 매년 지속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특허 총 6648건, 미국 특허 8520건 등을 취득했다. 지난해 시설 투자액은 38조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조6000억 원 늘어 2017년 이후 최대 금액이었다. 앞으로도 메모리 첨단 공정 전환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증설 투자 등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 투자하겠다는 의지다.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 평택 2라인 가동 투자의 결실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경기 평택 2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첨단 3세대 10나노급(1z) LPDDR5 모바일 D램을 생산 중이다. 평택 2라인은 이번 D램 양산을 시작으로 차세대 V낸드, 초미세 파운드리 제품까지 생산하는 첨단 복합 생산라인으로 만들어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반도체 초격차 달성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앞서 지난해 5월에는 EUV 기반 최첨단 제품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착공했으며, 6월에는 첨단 V낸드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낸드플래시 생산라인도 착공했다. 두 라인 모두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평택 2라인에서 출하되는 16Gb(기가비트) LPDDR5 모바일 D램은 기존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12Gb 모바일 D램(LPDDR5·5500Mbs·초당 메가비트)보다 16% 빠른 6400Mbps의 속도를 구현했다. 16GB(기가바이트) 제품 기준으로 1초당 풀HD급 영화(5GB) 약 10편을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다. 삼성전자 측은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에 차세대 1z 16GB 모바일 D램을 업계 유일하게 제공함으로써 올해 출시되는 5세대(5G)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보다 나은 일상’으로 가전 시장 저변 확대 가전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사람 중심의 기술과 혁신을 통해 신제품들을 매년 선보이고 있다. 올해 1월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인 ‘CES 2021’에 참가해 ‘모두를 위한 보다 나은 일상(Better Normal for All)’이라는 주제로 혁신 제품들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새로운 인공지능(AI) 가전인 ‘삼성 제트봇 AI’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제트봇 AI는 인공지능 로봇청소기로, 진화된 사물인식 기술이 적용돼 주변 물체를 스스로 식별하고 분류하며 최적의 청소 경로를 찾아 자율 주행한다. 또한 AI 프로세서와 라이다(LiDAR) 센서, 3차원(3D) 센서를 활용해 작은 장애물까지 판별할 수 있기 때문에 깨지기 쉬운 물건이나 전선, 양말, 반려동물의 배변 등을 회피하며 청소할 수 있다. 현재 연구 중인 새로운 로봇도 선보였다. ‘삼성봇TM 핸디’는 스스로 물체의 위치나 형태 등을 인식해 잡거나 옮길 수 있으며 식사 전 테이블 세팅과 식사 후 식기 정리 등 다양한 집안일을 돕는 등 유용한 미래 가정용 서비스 로봇이다. 이 외에 △쇼핑몰, 음식점 등에서 주문과 결제는 물론이고 음식 서빙도 지원하는 ‘삼성봇TM 서빙’ △고객 응대 로봇인 ‘삼성봇TM 가이드’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젬스(GEMS)’ 등에도 꾸준한 연구와 투자를 하고 있다. 승현준 삼성리서치 연구소장은 “로봇은 AI 기반의 개인화된 서비스의 정점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최적화된 결합을 통해 개인 삶의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AI-5G 등 미래 기술 준비 위해 세계로 AI와 5G 등 미래 일상을 이끌 기술들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매년 ‘삼성 AI 포럼’을 개최해 세계적인 석학들과 협력해 AI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하고 AI 기술이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영국, 캐나다, 미국 등 세계 각국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며, 2020년 6월 AI 연구를 개척한 세계적 석학인 승현준 교수를 삼성전자 선행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 소장으로 영입하는 등 AI 핵심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5G 분야에서는 2019년 4월 대한민국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이어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주요 국가 통신사들에 5G 상용화 장비를 앞장서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1위 통신사업자 버라이즌과 역대 최대 규모인 7조9000억 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달 말 일본 최대 사업자인 NTT도코모와도 5G 이동통신 장비 공급 계약에 성공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두산그룹은 해상풍력과 수소드론, 수소 연료전지 발전, 발전용 가스터빈 등 신사업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 포트폴리오를 갖춘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린뉴딜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흐름이 재계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전통적인 ‘중후장대’ 기업들도 시대 흐름에 발맞춘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그린뉴딜 분야의 한 축인 친환경 미래 에너지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다. 2005년부터 풍력기술 개발에 매진해 순수 자체 기술과 실적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발전기 제조사이기도 하다. 두산중공업은 제주도와 서해 등 전국에 약 240MW(메가와트) 규모 풍력발전기 공급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 60MW, 제주 탐라 해상풍력 30MW 등 96MW에 달하는 국내 해상풍력 발전기는 모두 두산중공업 제품이다. 두산중공업은 해상풍력단지 설계부터 제품 공급 및 설치, 시운전과 운영·유지 보수까지 사업 전 영역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 2011년 국내 최초로 3MW급 해상풍력발전기를 개발해 국제 인증을 받았다. 2022년에는 국내 최대 용량인 8MW급 해상풍력 시스템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향후 해상풍력 사업을 2025년 연매출 1조 원 이상의 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현재 풍력발전기 국산 부품 사용률은 70%에 달한다. 발전기에 들어가는 블레이드(날개)와 타워 등의 부품 제작에 400여 개 국내 중소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풍력기술 개발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약 1800억 원 규모를 투자해 왔으며 앞으로 연구개발(R&D), 생산시설 등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가정·건물·발전용 연료전지와 수소 드론 등 친환경 고효율 수소 제품과 서비스 사업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와 온수를 동시에 생산하는 고효율의 친환경 발전 시스템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가운데 설치 면적이 가장 작고 기후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해 전망이 밝다.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은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204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퓨얼셀은 2018년부터 2년 연속 수주 1조 원을 넘어서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발전용 연료전지 기자재와 서비스 사업을 통해 2023년 매출액 1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부생수소, 감압 과정에서 버려지는 폐압 등을 활용해 더욱 깨끗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친환경 연료전지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7월 준공한 ‘대산 수소연료전지발전소’에 440kW(킬로와트) 연료전지 114대를 공급했다. 이 발전소는 부생수소를 연료로 하는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소이기도 하다. 두산은 또한 그룹이 보유한 연료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을 설립해 소형화된 모바일 연료전지를 개발해 왔다. 2019년에는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드론용 수소연료전지팩과 이를 탑재한 수소드론을 출시했다. 장거리 드론 비행의 장점을 살려 각종 분야에서 실증을 이어가고 있으며 태양광·풍력 발전소 설비 관리, 임업 병해충 및 산불 모니터링, 장거리 긴급 물품 운반, 도로 교통량·항만 조사 같은 인프라 관리, 건설·농업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2017년 협동로봇 제품을 처음 출시한 이래 3년 만에 미국, 유럽 등 25개국에 진출했으며 업계에서 가장 많은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공인시험 인증기관 TUV SUD의 기능 안전 평가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PLe, cat4를 획득해 높은 안정성을 인정받았다. 6개의 축에 고성능 토크센서가 장착되어 있어 고도의 정밀 제어기술도 가능하다. 협동로봇 기술은 산업현장, 의료용, 서비스용 등 다양한 시장에 적용이 가능하다. 최근 두산로보틱스는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과 섬유 제조공정 자동화 기술 개발을, 연세의료원과는 의료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각각 체결하며 사업 영역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