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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뛰어넘은 기분이다. 감동적이고 행복하다.” 그토록 기다려 왔던 생애 첫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빨간 바지의 마법사’는 활짝 웃었다. 다섯 살이던 1998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을 본 뒤 오래도록 꿈꿔 온 장면이었다. 그동안 LPGA투어에서만 10차례 우승을 하면서도 풀지 못했던 숙원이 29번째 도전 끝에 비로소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눈물을 계속 참고 있었다. 김세영(27·미래에셋)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12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스퀘어 애러니밍크 골프클럽(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따내는 무결점 플레이에 힘입어 최종 합계 14언더파 266타로 2위 박인비(32)를 5타 차로 제쳤다. 2015년 미국 무대에 데뷔한 김세영은 유독 메이저 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동안 준우승만 두 차례 차지했다. 현역 투어 선수 가운데 메이저 우승 없이 가장 많은 승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2015년 ANA 인스피레이션에서는 3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가 14번 홀에서만 4퍼트를 하며 공동 4위로 마무리했다. 그래서였을까. 전날 밤부터 압박을 느꼈다는 김세영은 이날 계획했던 시간보다 30분 늦게 경기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번 홀(파4)에서 어프로치 실수를 하고도 침착하게 파를 세이브하며 안정감을 되찾은 김세영은 전반 9홀에서 버디 3개, 후반 9홀에서 버디 4개를 따내며 유유히 정상에 당도했다. 이 대회에서만 3년 연속 우승했던 박인비(32·KB금융그룹)도 이날만 보기 없이 5타를 줄이며 한때 2타 차까지 추격했으나 마지막 날이면 마법을 일으킨다는 빨간 바지를 입고 나선 김세영의 기세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세영은 “내가 좋아하는 선수인 인비 언니와 대결 구도를 가졌다는 게 영광스럽다. 인비 언니가 당연히 잘 칠 것이라는 생각에 리더보드도 안 봤다. 더 잘 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경기 후 “세영이는 언터처블(untouchable)이었다. 메이저 우승을 못 해 본 선수라고는 믿기 힘든 플레이를 펼쳤다”고 후배를 향한 찬사를 보냈다. 의미 있는 기록도 세웠다. 지난해 11월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이후 11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한 김세영은 투어 통산 11승으로 신지애와 함께 국내 선수 최다승 공동 3위에 올랐다. 1위는 박세리(25승), 2위는 박인비(20승). 이 대회 72홀 최소타 신기록, 18홀 최소타 타이기록(4라운드 7언더파 기준)도 세웠다. 2015년 LPGA투어 데뷔 후 6년 연속 해마다 1승 이상을 올렸다. 박세리, 박인비도 해본 적이 없는 우승 행진이다. 우승 상금 64만5000달러(약 7억4000만 원)를 챙긴 김세영은 시즌 상금 90만8219달러(약 10억4000만 원)로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박인비는 2위 상금 38만8569달러(약 4억5000만 원)를 추가하며 상금 선두(106만6520달러·약 12억2000만 원)가 됐다. 13일 발표되는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김세영은 2위, 박인비는 4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진영이 1위. 김세영과 박인비는 2016년 리우 올림픽에 동반 출전했다. 국가당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는 내년 도쿄 올림픽 출전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LG 에이스 켈리(31)가 생애 첫 완봉승으로 팀을 3위로 이끌었다. 켈리는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선두 NC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4-0 승리의 주역이 됐다. 지난 시즌 LG 유니폼을 입은 켈리가 국내 무대에서 완투 또는 완봉승을 거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켈리는 이날 최고 시속 151km의 패스트볼에 커브, 슬라이더, 투심 패스트볼 등을 섞어 상대 타선을 공략했다. 전체 112개의 투구 중 패스트볼을 40개, 슬라이더를 27개, 커브를 20개 던졌다. 8번 타자 겸 포수 유강남은 2회말 1사 1, 2루에서 NC 선발 최성영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시즌 14호)을 치며 팀의 3연승을 도왔다. 이날 경기는 2시간 22분 만에 끝났다. 경기 뒤 켈리는 “9이닝 완봉승은 내 야구 인생에서 처음이다. 미국에서 완봉승을 해본 적은 있지만 당시는 7이닝 경기였다. 야구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하루”라고 말했다. 10일 NC와의 더블헤더를 앞둔 LG는 이날 켈리의 호투로 투수 운용에 여유를 갖게 됐다. NC는 이날 4명의 투수를 올렸다. 켈리의 호투에 막혀 NC의 연속 경기 득점 기록도 중단됐다. 이날 경기 전까지 144경기 연속 득점을 기록 중이던 NC는 2000∼2001시즌 현대가 갖고 있던 148경기 연속 득점 기록 경신에 도전하고 있었다. 한편 김창현 감독 대행 체제의 키움은 이날 한화에 6-7로 패해 전날 3위에서 4위로 떨어졌다. LG는 승률(0.559)에서 키움(0.556)에 앞서며 3위가 됐다. 5위 두산도 선발 플렉센의 7이닝 무실점 호투와 최주환의 쐐기 홈런 등을 앞세워 KT를 4-0으로 꺾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솔레어)이 2개월 만의 실전에서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고진영은 9일 세종시 세종필드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오텍캐리어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1개로 6타를 줄이며 중간합계 6언더파 138타로 박결(24)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이날 노보기 무결점 플레이로 버디만 7개를 해 단독 선두로 나선 안나린(24)과 2타 차다. 8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이후 65일 만에 공식대회에 나선 고진영은 8일 1라운드에서는 이븐파에 머물렀으나 이날은 1번 홀(파4)부터 약 5.4m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4번(파5), 5번(파3)홀과 9번(파4), 10번(파4)홀에서 연속 버디를 따내기도 했다. 전날 17위에서 15계단이나 점프했다. 경기 뒤 고진영은 “전체적으로 샷 감이 1라운드보다 괜찮았다. 퍼트 감도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진영이 우승하면 지난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이후 1년 만에 KLPGA투어 통산 11승째를 따낸다. 이번 대회에는 총 8억 원의 상금(우승 상금 1억4400만 원)이 걸렸다. 첫 우승에 도전하는 안나린은 “강풍이 불어 탄도 낮은 샷으로 바람의 저항을 덜 받도록 공략했다. 우선 3라운드까지 해봐야 실감이 날 것 같다. 우승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받은 대로 돌려줬다. 최지만(29)의 탬파베이가 뉴욕 양키스에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탬파베이는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5전 3승제) 2차전에서 7-5로 이기고 1승 1패를 기록했다. 올 시즌 AL 동부지구 1, 2위인 탬파베이와 양키스의 대결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크게 주목받는 매치업이다. 탬파베이는 아메리칸리그 최고 승률(0.667) 팀이고, 양키스는 월드시리즈 최다 우승(27회) 팀. 여기에 더해 두 팀은 최근 몇 년간 빈볼 시비 등으로도 관계가 좋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벤치 클리어링이 금지된 올해 9월에도 양키스 투수 어롤디스 채프먼이 탬파베이 타자 마이크 브로소의 머리 쪽으로 위협구를 던져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전날 양키스에 4홈런을 내주며 3-9로 완패했던 탬파베이는 이날 4홈런을 때리며 ‘장군멍군’을 불렀다. 1회 랜디 아로사레나(1점)를 시작으로, 2회 마이크 주니노(2점), 3회 마누엘 마르고트(2점), 6회 오스틴 메도스(1점)가 각각 담장을 넘겼다. 1차전에 이어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최지만은 안타가 없었지만 볼넷 2개, 몸에 맞는 공 1개로 모두 3차례 출루에 성공했다. 3회 마르고트의 홈런 때는 득점도 기록했다. 탬파베이는 선발 타일러 글래스노가 5이닝 동안 10탈삼진을 기록하는 등 4명의 투수가 18개의 삼진을 빼앗으며 포스트시즌 9이닝 기준 최다 팀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전날 만루홈런을 터뜨렸던 양키스 장칼로 스탠턴은 이날도 2회(1점)와 4회(3점) 연타석 홈런을 치며 MLB 사상 최초로 포스트시즌 첫 5안타를 모두 홈런으로 장식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우승 후보 LA 다저스는 샌디에이고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1차전에서 5-1로 승리했다. 휴스턴은 ALDS 2차전에서 오클랜드를 5-2로 누르고 2연승을 기록했고, 애틀랜타는 마이애미와의 NLDS 1차전에서 9-5로 이겼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동아일보, 스포츠동아가 국내 최대 골프 부킹서비스업체 ‘XGOLF’와 다음 달 15일까지 ‘2020 소비자 만족 10대 골프장’을 선정한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소비자 만족 10대 골프장’은 우수한 서비스로 소비자 편의 향상 및 골프 대중화에 기여한 골프장을 널리 알리는 행사다. 1차 후보는 가려졌다. XGOLF 홈페이지에 올라온 23만 건의 이용후기를 토대로 코스 관리, 가격 만족도, 캐디 서비스, 식음·부대시설, 숙박 만족도 등 5개 항목에서 평점 9.0점(10점 만점) 이상을 얻은 전국 18곳의 골프장이 1차 관문을 통과했다. 남춘천(춘천), 클럽모우(홍천), 푸른솔포천(포천), 서원힐스(파주), 크리스탈밸리(가평), 태광(용인), 88(용인), 사우스스프링스(이천), 솔모로(여주), 신라(여주), 안성Q(안성), 백제(부여), 동촌(충주), 대호단양(단양), 킹스데일(충주), 문경(문경), 고창(고창), 파인힐스(순천)가 그 후보다. 2차에서는 캐디, 코스, 가격 만족도, 부대시설 및 직원 서비스 4개 부문을 총 11개 항목으로 나눠 세부적인 평가를 할 계획이다. 2차 평가는 다음 달 15일까지 이어진다. 주최 측은 1차, 2차 평가 점수를 50%씩 반영해 상위 10곳을 ‘소비자 만족 10대 골프장’으로 선정한다. XGOLF 회원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했다. 먼저 11일까지 검증 라운드를 함께할 5명의 소비자 패널을 모집한다. 희망 사유와 함께 신청하면 개별 유선 인터뷰를 통해 패널을 선정한다. 패널에게 그린피, 카트비를 지원하고 조각 와인 등 사은품도 증정한다. 또 후보 골프장을 라운드한 회원 중 후기를 등록하면 XGOLF 공식 홈페이지에서 쓸 수 있는 Xcash를 2배 적립해준다. 올해의 소비자 만족 10대 골프장 10곳을 모두 맞힌 회원 중 추첨을 통해 무료 라운드 이용권 등 선물도 제공한다. 행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XGOLF 공식 홈페이지(www.xgolf.com),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이벤트 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홍보 영상을 볼 수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올 시즌을 끝으로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는 프로야구 LG 베테랑 박용택(41)이 KBO리그 최초로 통산 2500안타 고지에 올랐다. 박용택은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안방경기에서 2-2 동점이던 9회말 1사 1루에서 대타로 투입돼 우익수 키를 넘기는 큼지막한 2루타로 새 역사를 썼다. 프로 통산 2222경기 8124타수 만에 거둔 기록이다. 2002년 LG에 입단해 올해로 19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원 클럽 맨’ 박용택은 2018년 6월 23일 양준혁(전 삼성·2318안타)을 넘어선 이후 안타를 칠 때마다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새로 써가고 있다. 하지만 박용택의 안타에도 불구하고 LG는 이날 연장 접전 끝에 삼성에 2-3으로 패하며 5위로 내려앉았다. 박용택의 안타로 맞은 1사 2, 3루 끝내기 기회에서 후속 타자의 방망이가 침묵하면서 연장전에 끌려 들어간 게 뼈아팠다. 삼성 이성규는 연장 12회초 LG의 9번째 투수 이상규를 상대로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두산은 박건우의 멀티 홈런에 힘입어 4연승을 달리며 LG를 제치고 4위로 뛰어올랐다. 이날 SK와의 방문경기에 7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박건우는 4회초와 8회초에 각각 1점 홈런(시즌 13, 14호)을 치며 팀의 9-4 승리를 이끌었다. 박건우가 멀티 홈런을 기록한 건 2017년 9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3위 키움은 9회말 끝내기 안타로 최근 2연패에서 탈출했다. 선두 NC와의 안방경기 9회말 1사 1, 2루에서 허정협이 우익수 키를 넘기는 끝내기 2루타를 치며 2-1로 승리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올해도 다시 한 번 그 대결을 볼 수 있을까. 6일(한국시간)부터 메이저리그(MLB) 디비전시리즈(DS)가 시작됐다.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뚫고 올라온 8팀이 DS-챔피언십시리즈(CS)-월드시리즈(WS)를 거쳐 챔피언을 가린다. 현지에서는 월드시리즈에서 어느 팀이 맞대결을 펼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꾸준히 우승 후보로 거론돼온 아메리칸리그(AL) 뉴욕 양키스와 내셔널리그(NL) LA 다저스의 맞대결에 대한 기대가 높다. 월드시리즈 최다 우승팀인 양키스는 27회, 다저스는 6회 각각 정상에 섰다. MLB닷컴은 16개의 월드시리즈 가상 매치업을 언급하며 그 중 첫 번째로 양키스와 다저스의 맞대결 가능성을 점쳤다. 이 매체는 “(양키스와 다저스의 대결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 동부에서 서부까지 모든 이들의 눈을 이끌 역사적인 대결”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인 블리처리포트와 스포츠배팅업체인 팬듀엘이 공동 분석한 결과에서도 두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게 나왔다. 다저스의 배당률이 8팀 중 가장 낮은 +240으로 평가됐고, 양키스는 +350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배당률 +240은 100달러를 걸었을 때 240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성사 가능성이 높을수록 배당률이 낮게 책정된다. 두 팀의 대결은 역대 월드시리즈에서 가장 많이 성사된 매치 업이기도 하다. 다저스는 브루클린 다저스 시절을 포함해 총 11차례 양키스와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었다. 그러나 1981년(다저스 4승 2패 승리) 이후로는 월드시리즈에서 두 팀의 대결이 성사되지 않고 있다. 시리즈 상대 전적에서는 양키스가 8승 3패로 우세다. 우승에 목마른 건 두 팀 모두 마찬가지다. 다저스는 1988년 이후, 양키스는 2009년 이후 챔피언 반지를 끼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시즌 전 다저스는 외야수 무키 베츠(28)를, 양키스는 투수 게릿 콜(30)을 영입하며 전력 강화에 나섰다. 리그를 대표하는 인기 구단답게 스타 플레이어도 대거 보유하고 있다. 특히 다저스 무키 베츠, 양키스의 외야수 애런 저지(28)는 올해 유니폼 판매량에서 나란히 1,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직 넘어야 할 관문은 많다. 양키스는 6일부터 탬파베이와, 다저스는 7일부터 샌디에이고와 5전 3선승제의 DS를 치른다. 양키스는 6일 탬파베이와의 DS 1차전에서 9-3으로 승리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이후 열리는 CS와 WS는 모두 7전 4선승제다.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이젠 최지만(29·사진)의 차례다.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이 첫 관문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넘어 디비전시리즈(DS·5전 3선승제)에 돌입했다. 최지만의 소속팀 탬파베이는 류현진(33)의 토론토를 시리즈 전적 2승 무패로 꺾고 아메리칸리그(AL) DS에 진출했다. 6일부터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월드시리즈 최다 우승팀(27회) 뉴욕 양키스와 맞붙는다. 최지만이 주목받는 건 그가 양키스의 에이스 게릿 콜(30)에게 유독 강한 ‘천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양키스와 역대 투수 최고 금액인 9년 3억2400만 달러(약 3800억 원)에 FA 계약을 한 콜은 최지만에게 통산 12타수 8피안타(3피홈런) 8타점으로 유독 약했다. 최지만은 올 시즌 자신의 3홈런 중 2개를 콜에게서 뺏어냈다. 이에 MLB닷컴은 “최지만이 시리즈 1차전에서 콜을 상대로 큰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지만도 앞서 인터뷰에서 “콜이 자존심이 강한 선수이다 보니 나를 만날 때 정면승부를 한다. 나도 자신감 있게 맞붙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올 시즌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주로 투입돼 온 최지만은 와일드카드 시리즈 2경기에 모두 교체선수로 나섰다. 그러나 양키스의 원투펀치 콜과 다나카 마사히로(32)가 모두 오른손 투수인 만큼 DS에서는 보다 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탬파베이는 올 시즌 정규시즌에서는 같은 AL 동부지구 소속인 양키스를 상대로 8승 2패로 강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우중간을 가른 타구는 펜스까지 굴러갔다. 2루 베이스를 밟은 롯데 오윤석(28)은 이를 악물고 3루까지 내달렸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3루에 도착한 그는 가쁜 숨을 내신 뒤 3루 주루코치와 두 주먹을 맞댔다. 더그아웃의 팀 동료들은 일제히 오른팔을 들어 올리며 함께 환호했다. KBO리그에서 사상 처음으로 만루홈런이 포함된 사이클링 히트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오윤석이 4일 부산에서 열린 한화와의 안방경기에서 생애 첫 사이클링 히트의 대기록을 세웠다. 팀의 1루수 겸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오윤석은 1회말 2루타, 2회말 안타, 3회말 만루 홈런에 이어 5회말 3루타를 치며 기록을 완성했다. 시즌 두 번째이자 KBO리그 통산 27번째 사이클링 히트였다. 롯데 출신으로는 1987년 정구선, 1996년 김응국에 이어 세 번째다. 오윤석은 최소 타석(4타석·역대 7번째), 최소 이닝(5회·2번째) 사이클링 히트 타이기록도 세웠다. 6회말에도 안타를 추가하며 이날만 5타수 5안타 7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생애 첫 만루홈런은 친 그의 시즌 타율은 0.324에서 0.355로 뛰어올랐다. 경기고, 연세대를 거쳐 2014년 육성 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오윤석은 이듬해 정식 선수가 됐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2018년 복귀한 그는 지난해 76경기(타율 0.222)에 투입되며 1군 무대를 맛봤다. 7월 23일 올 시즌 두 번째 1군 등록 이후 조금씩 기회를 늘려가고 있다. 평소 사이클링 히트가 꿈이었다는 오윤석은 경기 뒤 “내게는 먼 나라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정말 믿기지 않는다. 지금처럼 꾸준히 실력을 유지하고 길게 봤을 때 팀의 주축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낸 그는 “프로에 올 때 스스로 어느 하나 특출 난 구석이 없다고 생각했다. 몸이 힘들더라도 공, 수, 주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야구를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윤석의 활약에 7위 롯데는 14-5로 승리하며 4연승을 이어갔다. 이날 두산에 1-7로 패한 6위 KIA와의 승차를 1경기로 좁히며 가을야구 희망을 이어갔다. 5위 두산과는 3경기 차다. 선두 NC는 삼성에 4-1로 이겼다. NC는 이날 LG에 8-13으로 패한 2위 KT와의 승차를 8경기로 늘리며 사상 첫 정규시즌 우승에 한발 더 다가섰다. 홈런 선두 KT 로하스(30)는 이날 1회말 시즌 42호 홈런(1점)을 쳤지만 팀 패배를 막진 못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수원북중(교장 석광균)이 29일 경기 광주시 팀업캠퍼스야구장에서 열린 ‘제35회 협회장기 경기도 야구대회’ 중등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수원북중은 결승에서 소래중을 11-2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국 중학 대회가 줄줄이 연기된 가운데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열린 지역 대회다. 경기도권 중학교 25개팀이 출전한 이 대회는 7월 21일 시작됐다. 그러나 태풍 등 기상상태 악화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중단, 재개를 반복하면서 2달 넘게 진행됐다. 이날 결승에서 맞붙은 수원북중과 소래중은 조별리그부터 8강, 준결승까지 전승 행진을 이어왔다. 경기 초반 팽팽하게 이어졌던 균형은 3회말 수원북중이 선취점을 올리면서 깨졌다. 3회에만 볼넷과 2안타 2점을 뽑은 수원북중은 5회 3점, 6회 6점을 추가하며 승기를 잡았다. 대회 최우수선수상은 투수 김민우(수원북중3)가 받았다. 결승전 선발로 등판한 김민우는 이번 대회 7경기 2승 평균자책점 2.91을 기록했다. 감독상을 수상한 윤영보 수원북중 감독은 “예년 같으면 6,7개 대회가 치러졌을 시점이다 보니 선수들도 대회에 대한 갈증이 많았다. 연습도 힘들만큼 어려운 시기였지만 지도자를 믿고 잘 따라와준 선수들과 물심양면으로 지지해준 학부모님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한가위 연휴 기간에 막을 올릴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PS)은 그 어느 때보다 국내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됐다. 토론토 류현진(33), 세인트루이스 김광현(32), 탬파베이 최지만(29) 등 역대 최다인 3명의 한국 선수가 가을잔치에 초대됐다. 한국 선발 투수 2명이 PS에 나서게 된 것도 사상 처음이다. 올해 MLB에 데뷔한 김광현이 류현진에 이어 두 번째로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28일 2020 MLB 정규시즌이 막을 내리면서 포스트시즌 대진도 비로소 완성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3월 개막이 7월로 늦춰지면서 올 정규시즌은 162경기가 아닌 60경기 체제로 치러졌다. 반면 포스트시즌 참가 팀은 이전 10개에서 16개로 늘었다. 아메리칸리그(AL), 내셔널리그(NL)별로 3개 지구 1, 2위 팀과 와일드카드 2팀씩 총 8개 팀이 PS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 시간 기준 추석 연휴 첫날인 30일 시작하는 올 PS에서 류현진이 에이스로 이끄는 토론토는 최지만의 소속 팀이자 같은 AL 동부지구 1위 탬파베이와 와일드카드 시리즈(3전 2선승제)에서 맞붙는다. 동부지구 3위 토론토는 와일드카드 2위로 PS행 막차를 탔다. 탬파베이는 올 시즌 AL 전체 승률 1위(40승 20패·승률 0.667)를 차지한 강팀이지만 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탬파베이의 블레이크 스넬, 타일러 글래스노 등의 선발 자원은 올 시즌 그렇게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방망이의 파괴력도 높지 않다. 류현진이 자신의 컨디션만 잘 유지하면 충분히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이 25일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공을 100개나 던진 만큼 1차전이 아닌 2차전에 선발 등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지만은 이달 중순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인데 현재 수비, 타격 훈련을 소화하며 포스트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올 시즌 주로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기용된 만큼 동산고 선배인 류현진과의 맞대결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NL 중부지구 2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한 세인트루이스는 서부지구 2위 샌디에이고와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치른다. MLB 승률 전체 1위 LA 다저스(0.717)와 같은 지구인 샌디에이고(승률 0.617)는 여느 지구 1위보다 승률이 높다. 매니 마차도(28),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1) 등 신구조화를 이룬 타선이 막강하다는 평가다. 김광현의 3선발 기용 가능성이 나오지만 3전 2선승제로 진행되는 시리즈 흐름에 따라 불펜 기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편 올 PS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이 아닌 한 구장을 지정해 치르게 돼 시리즈 내내 휴식일 없이 매일 경기를 치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코뿔소’ LG 라모스(26·사진)가 홈런 단독 선두에 올랐다. 라모스는 25일 창원NC 파크에서 열린 NC와의 방문경기에서 6회초 상대 선발 송명기를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1점 홈런을 쳤다. 라모스는 시즌 38호 홈런을 기록하며 KT 로하스(30·37홈런)를 넘어섰다. 올 시즌 KBO리그에 데뷔한 라모스는 이미 1999년 이병규(30홈런)가 기록한 역대 LG 타자 한 시즌 최다 홈런을 넘어섰다. 키 193cm, 체중 115kg의 거구인 라모스는 그라운드를 거침없이 뛰어다녀 ‘코뿔소’라는 별명을 얻었다. 독특한 건 라모스가 올 시즌 38개 홈런을 각기 다른 38명의 투수에게서 뽑아냈다는 점이다. 연일 도장 깨기를 이어가고 있는 라모스가 내친김에 2015년 삼성 나바로(48홈런)가 기록한 역대 외국인 타자 최다 홈런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라모스의 홈런 1위 등극에도 불구하고 순위 싸움에 한창인 LG는 송명기에게 꽁꽁 묶이며 완패를 당했다. 송명기는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7-1 완승을 이끌었다. 선두 NC는 6연승을 이어갔다. 전날까지 KT와 함께 공동 3위였던 LG는 KT가 같은 날 KIA에 7-3으로 승리하면서 4위로 떨어졌다. 서울 잠실구장에서는 삼성 강한울(29)이 데뷔 이후 최다 타석 첫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6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강한울은 4회초 1사 1루에서 두산 선발 유희관의 공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2014년 프로 데뷔 후 1545타석 만에 기록한 생애 첫 홈런이었다. 종전 기록은 두산 오재원의 1040타석이었다. 삼성은 4-3으로 승리하며 3연패에서 탈출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이보다 더 좋은 마무리가 있으랴. ‘코리안 메이저리거’ 토론토 류현진(33)과 세인트루이스 김광현(32)이 정규시즌 자신의 마지막 등판에서 나란히 승리를 수확했다. 2005년 8월 25일 샌디에이고에서 뛰던 박찬호, 뉴욕 메츠의 서재응 이후 15년 만에 국내 투수의 동반 승리 기록이 나온 것이다. 류현진은 25일 미국 뉴욕주 버펄로 세일런필드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안방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 무실점 피칭을 했다. 팀의 4-1 승리를 이끌며 시즌 5승(2패)째를 수확했다. 같은 날 김광현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와의 경기에서 5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이 4-2로 이기며 3승(1세이브)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마무리했다. 28일 정규시즌이 마무리되는 만큼 이날 경기는 두 선수의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 유력하다. 출발선은 달랐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4년 8000만 달러(약 937억 원)로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으며 이적한 류현진이 에이스였다면, 김광현은 갓 빅리그에 입성한 신인이었다. 그럼에도 부담은 같았다. 류현진은 간판투수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김광현은 생존경쟁을 뚫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부침도 있었다. 류현진은 7월 개막 이후 2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8.00으로 주춤했다. 김광현은 연습경기 호투에도 불구하고 팀 사정에 따라 마무리투수로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9월 한때 신장경색으로 공백기를 가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12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 김광현은 8경기 3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라는 성공적인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특히 류현진은 ‘에이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지막 등판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올 시즌 가장 많은 7이닝을 소화하며 팀을 4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려놨다. 애초 30일로 예정된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에 대비해 최소한의 이닝만 소화하고 내려올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7회까지 경기를 책임지며 동료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날 승리로 30승 27패(승률 0.526)가 되며 남은 경기와 관계없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토론토 선수들은 경기 후 그라운드로 몰려나와 기쁨을 나눴다. 뉴욕 양키스와의 악연도 끊었다. 이날 전까지 양키스를 상대로 통산 3경기 2패 평균자책점 8.80으로 약했던 류현진은 네 번째 도전 만에 첫 승을 수확했다. 이날 호투로 평균자책점도 3.00에서 2.69로 낮추면서 21세기 들어 토론토에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은 선수가 됐다. 1998년 사이영상을 수상한 로저 클레멘스의 2.65 이후 팀에서 가장 좋은 기록이다. 경기 뒤 토론토는 구단 트위터를 통해 “이것이 바로 에이스의 역할(THAT‘S what Aces do)”이라는 글을 남겼다. MLB.com은 “에이스가 필요한 시기에 정점을 찍었다. 남은 일정에서도 토론토가 모두를 놀라게 하려면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에 류현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광현도 포스트시즌 기로에 선 팀에 값진 선물을 안겼다. 세인트루이스는 이날 승리로 신시내티를 0.5경기 차로 밀어내고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로 올라섰다. 올해 포스트시즌 무대는 리그별로 지구 1, 2위와 와일드카드 2팀이 밟게 된다. 팀 동료 다코타 허드슨, 카를로스 마르티네스 등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김광현의 포스트시즌 3선발 기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김광현과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베테랑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는 7회말 이날 자신의 두 번째 안타를 치며 통산 2000안타를 채웠다. 골드글러브 9회 수상에 빛나는 몰리나는 김광현의 빅리그 연착륙에 숨은 공신이다. 경기 뒤 김광현은 “한국에서는 첫해부터 박경완(현 SK 감독대행)이라는 대포수를 만났고 여기서는 몰리나를 만났다. 나에게는 행운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류현진의 2020시즌▽ 12경기 5승 2패, 67이닝 ▽ 평균자책점2.69, 탈삼진 72개 ▽볼넷 17개 ▽이닝당 출루허용률 1.15김광현의 2020시즌▽ 8경기(구원등판 1회 포함) 3승 1세이브, 39이닝▽ 평균자책점 1.62, 탈삼진 24개▽볼넷 12개 ▽이닝당 출루허용률 1.03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020시즌 프로야구가 뒤늦게 막을 올린 5월 5일, LG 외야수 홍창기(27·사진)는 출전하지 못하고 더그아웃을 지켰다. 이튿날인 6일에는 2-5로 패색이 짙은 9회말 1사에 대타로 투입됐으나 삼구삼진으로 물러섰다. ‘퓨처스리그(2군) 타격왕 출신’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그를 눈여겨보는 팬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 정도 유망주는 너무나 많았다. 그로부터 넉 달 넘게 지나 이제 홍창기는 LG 팬들에겐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 6월 30일 KT전 자신의 1군 첫 홈런을 11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장식하며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데 이어 현재 팀의 붙박이 리드오프로 거듭나고 있다. 24일 현재 팀에서 가장 많은 63경기를 1번 타자로 소화하고 있다. 타율 0.282에 3홈런, 26타점, 73득점, 7도루를 기록 중이다. 올 시즌 LG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신데렐라’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안산공고 3학년 시절 참가한 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 호명되지 못한 홍창기는 프로무대 대신 건국대에 진학해 기량을 갈고닦았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 재도전한 끝에 전체 3라운드 27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지만 1군의 벽은 높기만 했다. 데뷔 시즌인 2016년 3경기 5타석에 나서 무안타에 그쳤던 그는 시즌이 끝난 뒤 입대해 경찰야구단에 들어갔다. 2017년 북부리그 타격왕을 차지한 뒤 2018년 복귀했지만 지난해에도 23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래도 묵묵히 실력을 키우다 이번 시즌 주전 외야수 이형종, 이천웅 등의 부상 공백을 메우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홍창기는 7월 중순부터 꾸준히 붙박이 주전으로 출전하고 있다. 류중일 LG 감독은 홍창기를 예로 들며 “선수는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줄 알아야 한다”고 선수단에 강조하고 있다. 특히 1번 타자에게 중요한 출루율에서 좋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 24일 현재 출루율은 0.407이다. 상대 투수의 유인구에 잘 속지 않는 뛰어난 선구안을 지닌 덕분이다. 23일 SK와의 경기에서도 1번 타자로 출전해 4타수 2안타 2득점을 기록했다. 류 감독도 “1번 타자 역할을 다 잘해주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규정 타석을 채우면서 ‘중고 신인왕’ 후보로도 거론될 만큼 위상이 올라갔다. 고졸 신인으로는 역대 9번째로 선발 10승을 따낸 KT 소형준(19)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홍창기 역시 입단 후 5년간 한 시즌 60타석 이하라는 신인왕 자격을 충족하고 있다. 특히 3위 경쟁 중인 LG와 KT는 26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9일 동안 총 6경기(3일 더블헤더 포함)를 치른다. KT를 상대로 이래저래 홍창기의 승부욕이 넘치게 됐다.홍창기가 LG 1번 타자가 되기까지▽ 2011년 8월: 안산공고 3학년, 신인드래프트 지명 실패 ▽ 2012년 3월: 건국대 진학 ▽ 2015년 7월: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야구 대표로 참가. 동메달 ▽ 2015년 8월: 건국대 4학년, 3라운드 27순위로 LG에 지명 ▽ 2016년 12월: 군 입대, 경찰야구단 입단 ▽ 2017년 9월: 퓨처스리그 북부 타격왕(0.401) ▽ 2018년 9월: 군 제대. LG 복귀(2019년 23경기 타율 0.250 3득점) ▽ 2020년 6월: KT전 데뷔 첫 홈런을 연장 11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장식 ▽ 2020년 9월: LG 주전 1번 타자(24일 현재 107경기 타율 0.282 73득점)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4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좌중간 안타를 치고 출루한 키움 김하성(25)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김하성은 1사에서 SK 선발 이건욱의 경계가 소홀한 틈을 타 거침없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2루를 훔쳤다. 올 시즌 첫 20(홈런)-20(도루) 클럽의 주인공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김하성은 전날까지 26홈런, 19도루를 기록 중이었다. 20-20클럽은 KBO리그 통산 51번째 기록이다. 김하성은 이 도루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KBO리그 역대 최초로 개막 후 최다 연속 도루(20개) 성공이다. 올 시즌 도루 성공률이 100%라는 뜻이다. 종전 기록은 1994년 LG 김재현의 19연속 도루. 키움은 이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K와의 안방경기에서 선발 요키시의 8이닝 5피안타 8탈삼진 1실점 호투에 힘입어 6-1로 이겼다. 요키시는 12승째. 이날 4타수 1안타를 기록한 김하성은 “팀이 이겨서 더 기쁜 것 같다. 앞으로도 아프지 않고 열심히 뛰어서 팀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구장에서는 두산이 삼성을 상대로 단 하나의 안타로 승리를 따내는 진기록을 썼다. 두산은 0-0으로 맞선 8회말 2사 1, 3루(모두 볼넷 출루)에서 김재환이 팀의 유일한 안타를 적시타로 기록하며 1-0으로 승리했다. 리그 통산 4번째 최소 안타 승리로 2007년 4월 17일 SK와 KIA의 경기(SK 1-0 승리) 이후 약 13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삼성 선발 라이블리는 7이닝 동안 공 108개를 던지면서 안타를 하나도 내주지 않고도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KIA 최형우는 수원에서 열린 KT와의 방문경기 1회초 1사 1, 3루에서 적시 2루타를 치면서 양준혁, 이승엽(이상 은퇴), 한화 김태균에 이어 역대 4번째로 통산 1300타점 고지를 밟았다. KIA가 5-3으로 이겼다. LG 라모스는 NC와의 경기에서 홈런 2개(3회 3점, 9회 1점)를 추가하며 시즌 37호 홈런으로 KT 로하스와 함께 홈런 공동선두에 올랐다. NC는 6회까지 1-7로 뒤지다 12-8로 이겼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018년 한국오픈 우승자 최민철(32·우성종합건설·사진)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 원) 첫날 공동선두에 올랐다. 최민철은 24일 경기 여주 페럼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중간 합계 4언더파 68타를 기록했다. 최민철은 올해 메이저대회 KPGA 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한 김성현(22), 2008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했지만 아직 우승이 없는 정재현(35)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최민철은 이날 자신의 첫 홀인 10번홀(파4)부터 버디에 성공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고, 마지막 8, 9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경기를 마쳤다. 최민철은 “샷 실수가 여러 번 있었는데 다행히 쇼트게임이 좋았다. 위기 때마다 퍼트가 잘됐고, 전체적으로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2011년 KPGA투어에 데뷔한 최민철은 2018년 코오롱 한국오픈 이후 2년 만에 통산 2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올해에는 7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2차례 드는 등 제네시스 포인트 12위를 달리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이수민(27)은 중간합계 2오버파 74타로 공동 46위를 차지했다.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김한별(24)은 버디 2개, 보기 2개, 더블보기 2개를 묶어 4오버파 76타를 기록해 공동 82위에 그쳤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시즌 전 ‘꾸준히 톱10에만 들자’는 목표를 세웠거든요. 지금까진 잘 지킨 것 같아 마음이 편해요.” 전화 너머 이소영(23·롯데)의 목소리는 밝았다. 달콤한 휴식기를 마치고 다시 날아오를 준비가 된 듯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한 달여의 휴식기를 마치고 재개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회 일정이 조정되면서 생긴 여유다. 지난달 16일 끝난 대유위니아 MBN여자오픈 이후 한 달여 만인 25일 사우스링스 영암CC에서 팬텀클래식이 개막한다. 투어 5년 차인 이소영은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 번째로 열린 5월 E1 채리티오픈에서 일찌감치 시즌 첫 승(통산 5승)을 수확한 그는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맥콜·용평리조트 오픈 준우승 등 10개 대회에서 톱10에만 8차례 들며 대상 포인트 전체 1위(300점) 자리를 지키고 있다. 257점의 2위 최혜진(21·롯데)과 43점 차다. 이소영은 프로 데뷔 후 짝수 해에 유달리 좋은 성적을 거둔 유쾌한 기억을 올해도 되살리고 있다. 올 시즌 자신의 점수를 매겨 달라고 했더니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시즌 시작이 늦어지면서 걱정이 많았는데 초반에 우승을 하면서 좋은 경기를 한 것 같다. 90점은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홀을 보기로 마무리할 때가 많아서 100점은 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 상승세의 핵심은 눈에 띄게 향상된 퍼팅 능력이다. 지난해 30.66타(46위)였던 라운드당 평균 퍼팅 수가 올해 29.63타(6위)로 무려 1타 넘게 줄었다. 이소영은 “퍼터를 바꾼 것도, 훈련 방법을 바꾼 것도 없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나도 놀랐다. 지난해는 짧은 퍼팅이 많았는데 올해는 홀을 지나가는 퍼팅이 많아졌다. 초반 우승으로 자신감이 붙으면서 먼 거리 퍼팅도 부담 없이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재열 SBS골프 해설위원은 “5년 차가 되면서 성숙해진 모습이 돋보인다. 버디가 안 나온다고 초조해하기보단 꾸준히 파로 버티면서 기회를 잡는 모습이 ‘골프를 알고 친다’는 느낌이 든다”고 평가했다. 물론 안심하긴 이르다. 당장 이번 주 팬텀클래식부터 올해에만 8개 대회가 남아있다. 이소영은 “대상에 대한 욕심은 크게 없는데 주변의 기대와 욕심이 많은 것 같다. 마음을 비우고 임하려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올 시즌 남은 목표를 묻자 이소영은 “꼭 올해의 목표여야 하느냐”고 되묻고는 “K10 클럽(10년 이상 투어에서 연속 활동한 선수에게 주는 상)에 들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처럼 꾸준하게 걸어 나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이소영은 그렇게 벌써 시즌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백발의 외국인 감독은 반바지 차림으로 코트 위를 돌아다닌다. 선수들의 플레이가 만족스러우면 함박웃음을 짓는다. 선수에게 직접 공을 올려주고, 훈련 장비도 손수 옮기는 그는 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55·이탈리아)이다. 올해 5월 프로배구 남자부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부임한 그는 특유의 쇼맨십과 친화력, 탈권위주의로 코트에 신선한 바람을 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첫 외국인 감독이 가세하면서 국내 지도자에게는 유럽의 선진 배구 전술과 훈련 방법을 배울 좋은 기회도 된다”고 말했다. 국내 프로스포츠 외국인 감독 시대가 막을 올린 지 어느덧 30년을 맞았다. 1990년 1월 프로축구 대우 로얄스가 프랑크 엥겔 감독(독일)에게 지휘봉을 맡긴 게 그 출발이었다. 산틸리 감독은 4대 프로스포츠(야구 축구 농구 배구)를 통틀어 36번째(감독대행 포함)로 한국 땅을 밟은 외국인 사령탑이다. 프로축구 전북의 조제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 프로야구 KIA의 맷 윌리엄스 감독(미국)까지 현재 3명의 외국인 감독이 국내 프로 무대에서 활동 중이다. 종목별 국가대표팀에는 남자 축구(파울루 벤투·포르투갈)와 여자 축구(콜린 벨·영국), 여자 배구(스테파노 라바리니·이탈리아) 등이 외국인 사령탑의 지도를 받고 있다. 프로 구단들이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주된 이유는 새로운 시각을 통한 변화와 전력 향상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정규리그 2위를 했음에도 사령탑을 교체하며 강한 우승 의지를 내비쳤다. 다음 달 정규리그 데뷔를 앞둔 산틸리 감독은 “(대한항공이라는) 훌륭한 수프에 기술이라는 소스를 추가해 우승이라는 단어를 두려워하지 않는 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학연·지연에서 자유로운 외국인 사령탑 현재 프로야구 꼴찌(10위)인 한화는 다음 시즌 외국인 감독 선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연고지인 대전, 충남의 특정 학교 출신 중심의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외국인 감독이 전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학연에 따라 이합집산하면서 팀워크를 해친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인 감독은 한국 스포츠에 뿌리 깊은 연고주의에서 자유롭기에 소신껏 팀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한 프로축구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감독의 선임 효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임 감독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선수나 눈 밖에 나 벤치를 달구던 선수나 모두 같은 출발점에 서게 됩니다.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 잘 보이려면 공을 잘 차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외국인 감독의 눈에는 모든 선수가 동등하다. 출신, 간판 등을 따지지 않다 보니 선수 기용에 객관성이 생긴다. 외국인 감독 선임은 여러 인연을 빌미 삼아 서로 밀고 끌어주는 선수와 감독 간의 파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카드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롯데를 이끈 제리 로이스터 감독(미국)은 선수들에게 실수와 패배를 두려워하지 말 것을 강조하는 ‘노 피어(No fear)’ 정신으로 성공을 거뒀다. 이름값과 팀 내 파벌 갈등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철학에 맞는 선수들을 중용한 그는 하위권을 맴돌았던 롯데의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로이스터는 악성 비난과 압력 등 외풍에 흔들리지 않았다.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들어 자신이 눈으로 본 것만 믿은 것도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2008년에 프로축구 K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FC서울의 셰놀 귀네슈 감독(터키)은 10대 후반으로 2군 팀에 있었던 ‘쌍용’ 이청용과 기성용을 과감히 주전으로 기용해 성공을 거뒀다. 서울에서의 성장을 토대로 유럽 무대를 누볐던 이청용은 “귀네슈 감독은 내 재능을 찾아준 분이다. 내가 감독이라면 어린 선수를 과감히 기용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귀네슈 감독은 “기술이나 실력은 뛰어나지만 아직 나이가 어려 자신감이 부족한 선수들이 있다. 프로 팀은 이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선수들은 1∼3년 안에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목표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로서는 국내 구단에 일반적이지 않았던 스포츠 심리학자를 고용해 전력 강화에 효과를 봤다. 불같은 카리스마 대신 자상함으로 구성원들의 능력을 끌어낸 외국인 감독들도 있다. 2018년에 프로야구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트레이 힐만 감독(미국)은 직접 배팅 볼 투수로 나서는 등 감독과 선수 간의 수직 관계를 벗어난 리더십으로 팀을 변화시켰다.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그의 지도 아래 과거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한동민은 2018년에 41개의 홈런을 터뜨린 거포로 거듭났다. 그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에 오른 한동민은 “슬럼프에 빠져 숨고 싶었던 나를 끝까지 믿고 경기에 출전시켜 주셨다”라고 말했다. ○ 보이지 않는 장벽들외국인 감독은 성공하면 신화로 남는다. 하지만 쓸쓸하게 짐을 싼 이방인은 금세 잊혀진다. 역대 외국인 감독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약 14개월. 1년이 조금 넘는 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면 조용히 출국해야 했다. 프로축구 포항에서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한 세르지우 파리아스 감독(브라질)은 4년 11개월간 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파리아스에 이어 포항 지휘봉을 잡은 발데마르 레무스 올리베이라 감독(브라질)은 극심한 성적 부진으로 4개월 만에 경질됐다. 성적 부진의 원인 중에 대표적인 것은 선수들과의 ‘엇박자’다. 프로농구 전자랜드에서 6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은 제이 험프리스 감독(미국)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접전이 벌어지던 경기 막판에 감독의 맨투맨 수비 지시에 일부 선수가 지역방어를 쓰다가 3점슛을 얻어맞고 패한 적도 있다. 여기에 출전 시간문제로 고참 선수들이 불만을 드러내면서 선수단 장악에 실패했다. 당시 험프리스 감독을 보좌했던 스태프는 “한국 감독이면 밖에서 선수와 밥을 먹거나, 하다못해 문자메시지로라도 마음속에 담아 뒀던 말을 전할 텐데…. (험프리스는) 항상 통역이 필요하다 보니 선수들과 진솔한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통 강화를 위해 요즘 프로 구단들은 코치진에 선수들과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젊은 국내 코치를 두고 있다. 남자 축구대표팀은 벤투 감독이 한국에 입국했을 때 한국 문화와 한국에서 축구대표팀이 가지는 의미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별도로 마련하기도 했다. 선수들과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외국인 감독 스스로도 애를 쓴다. 지난해 K리그1 우승을 차지한 전북의 모라이스 감독은 이동국 등 팀 내 고참 선수들과 식사 자리를 가지거나 클럽하우스 뒤뜰에서 바비큐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전북 관계자는 “(지난해) 선수단 회식 때 감독님이 노래방 기기를 요청해 다 함께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 새로운 성공 신화를 위해외국인 사령탑들은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남다른 생존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데이터 야구와 포지션별 전문성 강화로 프로야구 KIA를 이끌고 있는 윌리엄스 감독. 그는 매일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한국 야구에 새로운 문화를 이식해 화제를 모았다. 상대팀 감독을 만날 때마다 감독 이름을 새긴 특별한 와인을 주문해 선물하고 있는 것이다. 야구팬들은 이를 ‘와인 투어’로 부른다. 모라이스 감독은 유럽 축구 강국인 포르투갈의 전술 훈련 방법을 이식해 전북의 강력한 공격 축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모라이스 감독은 23일 열린 축구협회(FA)컵 4강전에서 팀을 7년 만에 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프로와 대표팀을 통틀어 역대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외국인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거스 히딩크 감독(네덜란드)이다. 그는 평가전에서 대패를 당해 비난에 시달리면서도 뚝심 있게 자신의 전술을 밀어붙였고 선수들에게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스타 선수들과의 ‘밀당(밀고 당기기)’을 통해 선수단을 완벽히 장악한 그는 한국 특유의 위계질서를 타파해 팀워크가 살아나게 만들었다. 히딩크 감독이 남긴 말은 낯선 땅에서의 성공을 꿈꾸는 사령탑들에게 참고가 될 만하다. “새로운 환경에서 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과제다. 하지만 내가 정직하고 유능하면 모두가 재미있게 일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한 번의 실패보다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도를 했느냐가 중요하다.”정윤철 trigger@donga.com·강홍구 기자}
10월 17일 개막하는 2020∼2021시즌 V리그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배구 여제’ 김연경(32·흥국생명)의 국내 복귀 등 호재를 맞이한 여자부는 황금기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취업 전선에는 한파가 불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2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비대면 화상 방식으로 2020∼2021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실시했다. 전체 참가자 39명 중 구단의 지명을 받은 선수는 13명에 불과했다. 지명률은 33.3%로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역대 가장 낮다. 이전 최저였던 2017∼2018시즌 40%(40명 중 16명)보다 7%포인트 가까이 낮다. 6개 구단 중 3개 구단이 2라운드부터 지명을 포기했다. 신인 풍년이었던 최근 두 시즌과 달리 이번에는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가 드물었다. 지원자 39명 중 키 180cm 이상이 5명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체격 조건이 뛰어난 자원도 적었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태백산배 등 전국대회가 잠정 연기되면서 구단에서 선수들을 면밀히 살필 기회도 부족했다. 이런 가운데 제천여고 세터 김지원(18·사진)은 전체 1라운드 1순위로 최근 컵대회 정상을 차지한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 GS칼텍스는 4%의 확률을 갖고도 1순위 지명권을 얻는 행운을 얻었다. 주장으로 제천여고의 춘계연맹전 준우승을 이끈 키 173cm 세터 김지원은 빠른 토스가 장점으로 꼽힌다. 김지원은 화상 인터뷰에서 “최고의 날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KB손해보험 2년 차 세터 김지승(23)이 그의 오빠다. 둘은 1호 남매 프로배구 선수가 됐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롯데 자이언츠, 잘 들리시죠?” 행사 시작 전 사회를 맡은 아나운서는 KBO리그 10개 구단 이름을 일일이 호명해 가며 화상 연결 상태를 확인했다. 각 구단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쓴 채 카메라 앞에 선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은 약속된 순서대로 돌아가며 신인 지명 선수들을 호명했다. 동시에 선수 이름을 적은 패널을 들어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1일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비대면 방식으로 실시한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 현장이었다. 전에는 볼 수 없는 모습의 연속이었지만 영광의 주인공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강릉고 왼손투수 김진욱(18·사진)이 이날 전체 1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지난해 정규시즌 순위의 역순으로 지명 순서가 돌아가는 가운데 최하위 롯데가 맨 먼저 지명권을 행사한 것. 2학년이던 지난해 쟁쟁한 3학년 선배들을 제치고 ‘제2회 고교 최동원상’을 수상한 김진욱은 올해 대통령배 전국고교대회에서 팀의 창단 첫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와 우수투수상을 받았다. 앞서 황금사자기 전국고교대회에서도 준우승을 이끌며 감투상을 받는 등 일찌감치 최대 유망주로 손꼽혔다. 이날 TV 중계를 통해 지명 결과를 확인한 김진욱은 “지인, 친구들에게 100통이 넘는 축하 전화를 받았다”면서 웃고는 “등판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착실히 준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10개 구단이 10라운드씩 모두 100명을 지명했다. 포지션별로는 투수가 52명으로 절반을 약간 넘겼고, 야수와 포수는 각각 37명과 11명이었다. 고졸은 79명, 대졸은 19명이었다. 김기태 전 KIA 감독의 아들인 미국 보이시주립대 외야수 김건형(24)은 8라운드 전체 75순위로 KT 유니폼을 입게 됐다. 독립구단 파주 챌린저스 출신 내야수 김동진(24)은 5라운드 전체 43순위로 삼성에 뽑혔다. 롯데는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선언한 덕수고 내야수 나승엽(18)을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지명해 눈길을 끌었다. 아직 미네소타와 정식 계약을 하지 않은 나승엽이 계획대로 미국으로 떠나면 롯데는 지명권 한 장을 날린다. 롯데는 나승엽을 제외한 9명을 모두 투수로 채웠다. 두산은 구단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김동주(은퇴)와 이름이 같은 선린인터넷고 투수 김동주(18)를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지명했다. 반면 왕년의 거포 심정수의 아들 심종원(23)과 최근 야구 선수의 성장기를 담은 소설을 펴낸 고려대 야수 강인규(23)는 지명받지 못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