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수

홍정수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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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사회부, 편집부를 거쳐 다시 정치부에서 취재중입니다.

hong@donga.com

취재분야

2024-11-21~2024-12-21
미국/북미35%
국제정치20%
인사일반10%
국제정세8%
유럽/EU8%
대통령5%
국제일반5%
중동5%
남북한 관계3%
국제교류1%
  • 철학책 읽는 ‘인문학 청년 농부’

    “일만 하면 짐승이 되고 공부만 하면 도깨비가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갈색으로 그을린 얼굴의 김강산 씨(20)는 ‘젊은 농업인들에게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며 이렇게 답했다. “더 발전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김 씨는 충남 홍성군의 농업협동조합인 ‘젊은협업농장’에서 일하는 ‘청년 농부’이자 대학생이다. 귀농인들이 모여 쌈채소를 기르는 이 농장에는 김 씨 외에도 ‘공부하는 농부’ 두 명이 더 있다. 21세 구본경 씨와 20세 김성근 씨가 그들이다. 한국방송통신대 2학년을 갓 마친 이들은 여름철엔 오전 5시부터 농촌의 비닐하우스에서 땀 흘리고 ‘주경야독’하며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20대 초반의 청년 세 명이 밤마다 ‘꾸벅꾸벅’ 졸면서도 책상 앞에 앉는 이유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서다. 이들이 농업에 발을 내딛게 된 것은 모두가 수평적으로 일하는 농촌에서 일하며 도시에서 찾을 수 없는 가치를 추구하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였다. 비슷한 이유로 농촌을 찾는 젊은이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은 “농부도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청년 농업인에게 “사고를 넓혀 주는 공부는 몸으로 하는 일에도 원동력이 돼 준다”고 강조했다. 구 씨는 “마을 귀농인들과 함께 시간을 쪼개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외국어 등 다양한 주제로 세미나와 공부 모임을 열고 있다”며 “몸은 피곤하지만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성근 씨는 또래들과 달리 농촌에 정착한 젊은이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공부’로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쉬지 않고 공부한다는 것은 농사일에만 매몰되지 않고, 인생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젊은협업농장에는 이들뿐 아니라 모든 조합원이 ‘면학’에 심취해 있다. 젊은협업농장의 매니저 역할을 하는 정영환 씨(34)는 “청년들은 ‘시골에 가면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인터넷 강의로 학위도 딸 수 있고 귀농인들이 각자 갖고 있는 풍부한 재능을 서로 나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6-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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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직 경찰 3명 성접대 의혹…경찰, 출석 요구

    현직 경찰 3명이 서울 강남의 성매매 조직에게서 성접대 등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성매매 리스트’를 작성·관리한 것으로 보이는 강남의 성매매 조직을 수사하던 중, 조직의 성매매 여성으로부터 “2014년 말 자신을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이라고 밝힌 남성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또한 이 조직에서 로비 업무 등을 담당한 유흥업소 호객꾼 출신의 조모 씨 등에게서 경찰들에게 금품제공, 성접대 로비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을 우선 세 명으로 좁혀 이들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경찰은 세 명 중 일부가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구체적인 접대 내용과 규모, 접대의 대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이들은 지난달 컨설팅 업체 ‘라이언앤폭스’가 공개한 ‘22만 명 성매매 리스트’에 ‘경찰’이라고 표시된 사람들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 명은 로비를 받았을 당시 서울 강남권의 서로 다른 경찰서에 소속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 씨가 평소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이들에게 로비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 201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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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 “전공 책부터 독서실 자리까지 빌려 써요”

    ‘사자니 비싸고, 물려받자니 번거롭고, 복사하자니 법에 걸리고….’ 지난해 8월 2학기 개강을 앞두고 교재를 구하느라 머리를 싸매던 대학생 김은지 씨(21·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대학 교재 공유서비스 ‘빌북’(www.bilbook.kr)을 접하고 눈이 번쩍 뜨였다. 원래 가격보다 훨씬 싼값에 대학 교재를 한 학기 내내 빌려주는 서비스였다. 김 씨는 책 제목 등 간단한 몇 가지 정보로 검색한 뒤 정가 5만 원에 가까운 경영통계학 원서 새 책을 1만 원대에 빌릴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역시 빌북을 알게 된 고나현 씨(20·여)는 ‘내가 쓰던 책을 팔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됐다. 어느 정도 필기가 돼 있어도 팔거나 맡길 수 있는 데다 내가 맡긴 책을 누군가가 빌리면 수익금 일부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점이 독특했다. 빌북에 교재 6권을 올렸다는 고 씨는 “선후배 간 책 물림도 한계가 있지 않느냐”며 “깨끗하게 쓴 책은 팔 수 있고, 필요한 사람은 싸게 살 수 있어 윈윈이다”라고 말했다. 대학가에서 자신의 물건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공유경제’ 바람이 거세다. 대학생들에게 나타난 새로운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다. 빌북은 정식 서비스 개시 전인데도 전국에서 교재 1만여 권이 들어왔다. ‘쏘시오’는 이용자들이 쓰지 않는 물품들을 나누거나 거래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이다. 카메라, 오디오 등 비싼 물품도 하루 몇천 원이면 빌릴 수 있다. 사설 독서실과 제휴해 남는 자리를 지정석보다 훨씬 싼값에 이용할 수 있는 ‘공독’(www.gongdok.com)은 주머니가 가벼운 취업준비생, 고시생들에게 인기다. 비싼 공연 소품이나 무대 세트를 무료로 공유할 수 있는 ‘공쓰재’(www.twr.or.kr)에서는 대학 연극동아리나 연극학과 대학생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저성장 시대에 적응하는 모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스마트폰과 모바일에 익숙한 대학생 등 2030세대가 공유경제에 열광한다. 이병태 KAIST 교수(경영학)는 “이미 생산된 물건과 서비스를 재사용하는 일은 기성세대보다 환경문제에 예민한 젊은이들의 가치관에도 부합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서비스들은 단순히 ‘스마트한’ 대여사업에서 더 나아가 이용자들을 공유의 전 과정에 연결해주는 공유경제 ‘2세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공유할 물건 자체를 이용자에게서 공급받아 다른 소비자에게 연결해준다는 것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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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원고, 신입생 교실 확보 위해 리모델링…‘존치 교실’은 그대로?

    다음 달 2일 입학식이 열리는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가 신입생을 위한 교실 확보를 위해 내부시설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다. 23일 단원고 등에 따르면 신입생이 입학하면 단원고는 1·2학년 교실 각각 12개, 3학년 교실 14개를 합해 총 38개 교실이 필요하다. 현재 학교에 있는 교실은 총 40개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가능한 교실은 30개뿐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한 교실 14개 중 10개가 참사 이후 존치돼있기 때문이다. 이에 단원고 측은 개학을 앞두고 교무실과 교장실, 특수교실 등 8개 공간을 1·2학년용 일반 교실로 리모델링하는 임시방편을 마련했다. 교무실에서 근무하던 교사들의 자리는 도서관과 학년별 교무실로, 교장실과 스쿨닥터실은 학교 건물 옆 컨테이너로 옮길 예정이다. 경기도교육청과 세월호 유가족은 그동안 10개의 교실 존치를 놓고 협의를 벌여왔지만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다. 일부 재학생 학부모들에게서는 “이번 리모델링 공사가 희생학생 교실을 존치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항의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은 “교실문제가 당장 타결되더라도 입학식까지 약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 수업공간을 새로 마련할 시간이 촉박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오후 단원고에서 유가족과 신입생 학부모를 만나 2시간가량 교실 존치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참석자들은 ‘단원고가 발전하는 것이 희생 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한 정답’이라는 데에 공감대를 이뤘다”며 추가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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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20년간 동화책에 그려진 아빠의 변화된 모습 보니…

    가족들과 바다에 놀러 갈 준비에 한껏 부푼 딸아이가 갑자기 “신발 한 짝이 안 보여요!”라고 칭얼댄다. 이럴 때 아빠는 뭐라고 해야 할까. “그러게 아빠가 뭐랬니? 물건을 제자리에 놔두라고 했잖아!”라고 목소리를 높일까? “아니요, 우리 아빠는 안 그래요. 나와 함께 집 안 구석구석을 찾아주시죠!”(‘아빠는 너를 사랑해!’ 중) 전통적인 권위 대신 친근함과 다정함이 ‘요즘 아빠’의 대세다. 이는 아이들의 ‘세상을 보는 교과서’인 그림책에도 반영됐다. 최근 그림책 속 아버지의 모습은 △솔직하고 다정다감한 △친구같이 놀아 주는 △‘딸바보’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박소윤 씨가 박사학위 논문(지도교수 현은자)에서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인기를 끈 국내외 그림책 500여 권을 분석한 결과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딸바보’가 부쩍 늘었다는 사실이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국내 그림책에서 딸하고만 등장하는 아버지는 전체의 3.9%에 그쳤다. 하지만 2001년 이후 이 비율은 40% 안팎으로 크게 늘었다. 아빠는 이제 딸과 단둘이 낚시도 하고(‘나도 아빠를 사랑해요’), 밤에는 머리맡에서 잠들 때까지 책도 읽어 준다(‘왜요?’). 아버지들의 감정 표현이 훨씬 풍부하고 따뜻해진 점도 독특하다. 과거 그림책에 등장하는 아버지들은 가부장적인 성격의 ‘양복 입은 회사원’ 일변도였다. 하지만 요즘 그림책에는 애정 표현에 적극적인 아버지가 늘고 있다. 실망하고 슬퍼하는 등 솔직한 모습도 보인다. ‘아들아, 아빠가 잠시 잊고 있었단다’에서 아버지는 퇴근 후 잠든 아이에게 “아침에 네게 잔소리한 것이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아직 일부에 불과하지만 보육·가사활동을 하는 모습도 드러난다. ‘돼지책’에는 집안일에 손도 대지 않던 아빠와 아이들이 음식을 만들어 엄마를 기쁘게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과거와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은 아버지의 등장 배경이 집 밖에서 ‘안으로’ 옮겨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책에서 아버지가 집 안에서 등장하는 비율은 1990년대 후반 37%에서 2010년 이후 51%로 높아졌다. 과거엔 아버지가 ‘가정에 없는’ 존재였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의미다. 자녀와 놀아주는 모습도 많아졌다. 권위를 내세우던 아버지가 이젠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즐기는 친근한 존재로 묘사되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아버지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박 씨는 “현대 사회에선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늘고 아버지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아버지가 등장하는 다양한 그림책을 유아들에게 보여 주면 아이들이 나중에 바람직한 부모로 자라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부모들도 긍정적이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윤선정 씨(43)는 “오늘날 아버지의 모습은 분명 한 가지가 아니다”라며 “이런 모습을 보여 주면 아이들이 더 쉽게 공감하고 현실에 대한 인식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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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22만 명 고객 리스트 작성 의혹’ 성매매 조직 총책 검거

    ‘22만 명 성매매 고객 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구 일대의 성매매 조직 총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성매매 조직 총책 김모 씨(36)와 성매수 남성들을 유인한 채팅조직의 책임자 송모 씨(28)를 검거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작성한 수기 장부를 확인한 결과, 이들이 실제로 2014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5000여건의 성매매를 알선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김 씨와 송 씨를 포함해 7개 조직의 조직원 55명을 입건했다. 이중 6개 조직은 당초 김 씨의 조직에서 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원들은 성매매 여성들을 성매매 장소로 데려다주는 운전사, 여성으로 가장해 온라인에서 성매수 남성들을 유인한 채팅 담당, 성매매 여성 등으로 각자 분업해 활동했다. 이번에 입건된 55명 중 성매매여성은 18명, 채팅 담당은 32명, 업주는 5명이었다. 성매수 남성에 대한 수사는 추후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경찰은 “철저한 분업을 통해 성매매 여성이 상대 남성의 신원을 전혀 모른 채로 성매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수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찰수사는 지난달 컨설팅 회사 ‘라이언 앤 폭스’가 강남의 성매매 조직이 작성한 고객 명단이라며 전화번호 22만개가 들어있는 파일을 두 차례에 걸쳐 공개하면서 시작됐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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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술 마신후 모텔서 달아난 짙은화장의 여성, 알고보니…

    지난달 27일 인천 서구의 한 모텔에서 깨어난 임모 씨(38)는 어리둥절했다. 서울 이태원에서 술을 마시다 함께 모텔에 들어왔던 여성이 사라졌기 때문. 전화를 걸어보려 했지만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두 장까지 사라진 뒤였다. 임 씨는 긴 검은 머리에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던 그 ‘여성’이 물건을 훔쳐갔다고 직감했다. 하지만 여성처럼 보였던 피의자는 여장 차림으로 상습절도를 벌여온 40대 남성이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서울 이태원과 한남동 일대에서 여성처럼 꾸민 채 취객들의 돈과 휴대전화를 훔치고 신분증을 도용해 휴대전화를 개통한 혐의 등으로 김모 씨(44)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달 28일에도 이태원의 한 술집에서 최모 씨(46·여)와 술을 마시다 최 씨가 만취한 사이 신용카드, 휴대전화, 주민등록증 등을 훔쳐 달아났다. 그는 카드로 66만 원어치를 결제하고 전남 여수시에서 최 씨 명의로 두 대의 휴대전화를 개통했다. 경찰은 최 씨의 신고로 이태원 일대의 트렌스젠더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인 끝에 이달 18일 경기 강화군의 한 알코올중독 전문치료기관에서 김 씨를 붙잡았다. 김 씨는 지난해 말에도 김모 씨(32)와 술을 마시다 지갑을 훔치고 휴대전화와 스마트워치를 개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10대 때부터 성 정체성 혼란을 겪어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가슴수술을 받고 여장을 하고 다니며 한남동 일대에서 남성들과 관계를 맺고 절도를 하며 생활비를 충당했다. 경찰은 김 씨가 남성 피해자들은 자신이 동성연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을 우려해 신고하지 못한다는 점을 노렸다고 설명했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 2016-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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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복 입고 집창촌서 행패…‘가짜 스님’ 동네건달 구속

    “계장 XX새끼 당장 나오라고 해!!” 12일 서울 동대문구청 민원실에서 민머리에 승복을 입은 원모 씨(48)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민원행정계장을 찾았다. 행색은 영락없는 스님이었지만 원 씨는 “계장이 안나오면 구청장 옷을 벗겨버리겠다”고 욕설을 퍼부었다. 팩스를 무료로 이용하려고 구청을 찾았지만 직원들이 자신을 친절하게 응대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원 씨의 행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원 씨는 손으로는 목탁을 두드리면서도 입에는 담배를 꼬나물고 다니며 동네 주민과 관공서 직원들을 상습적으로 괴롭히는 ‘동네건달’이었다. 원 씨는 본인을 ‘탈종한 스님’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특히 자주 나타나는 곳은 서울 동대문구의 집창촌인 ‘청량리 588’ 근처였다. 지난해 9월엔 집창촌에서 일하는 여성에게 시주를 요구했다가 되레 행패를 부렸다. 여성이 도시락을 건네자 원 씨는 “스님이 이렇게 된밥을 어떻게 먹느냐”고 호통을 치며 10개나 쌓여있던 도시락을 전부 발로 걷어찼다. 얼마 뒤에는 역시 청량리 588의 한 골목에 앉아있던 남성에게 아무 이유도 없이 종이컵으로 물을 뿌렸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봉변을 당한 남자가 도망치자 원 씨는 쫓아가 입으로 물을 뿜어 뿌리고 폭행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승복을 입은 채 카바레에 들어가려는 자신에게 한 손님이 손가락질하자 머리로 들이받기도 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원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원 씨는 12일 현장에서 검거되던 순간까지도 경찰에게 “지옥불까지 데리고 가겠다”며 폭언을 멈추지 않았다.한기재기자 record@donga.com·홍정수기자 hong@donga.com}

    • 201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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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다 했더니… ‘정량보다 5% 적게’ 주유기 조작

    주유소 주유기를 조작해 정량보다 3∼5% 적게 주유해 13억 원 상당을 챙긴 일당 36명이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주유량을 변조하는 프로그램이 이식된 메인보드를 주유기에 설치해 정량에 미달하는 석유 제품 330억 원어치를 불법으로 판매해 부당 이득을 챙긴 주유소 업체 대표 이모 씨(45) 등 4명을 구속하고 3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서울 경기 인천 충청 지역 18개 주유소에서 일부 주유기에 대당 200여만 원짜리 메인보드를 설치해 범죄를 저질렀다. 이 주유소들은 인근에 있는 다른 주유소보다 평균적으로 L당 40원가량 싼값에 기름을 팔아 소비자를 유혹했다. 18곳 중 가장 많은 부당 수익을 올린 서울 강동구의 한 주유소는 이런 방식으로 하루 약 100만 원 상당의 기름을 정량보다 적게 주유했다. 휘발유 약 45L에 해당하는 6만 원어치(L당 1350원으로 계산)를 한 번에 주유한다면 소비자는 1.8L를 손해 보는 것이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기기를 파는 업자들과 주유소의 폐쇄회로(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거래하고 대포폰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 또한 한국석유관리원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변조 프로그램에 미리 지정한 암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주유기가 작동하도록 설정하는 등 지능적 수법을 동원했다. 정량 미달 판매로 적발되는 건수가 2014년 87개 업소에서 지난해 149개 업소로 크게 느는 등 최근 불법 주유가 늘고 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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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유가족들, 해수부장관 등 검찰에 고발…이유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15일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과 4·16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여당추천위원 5명이 직권남용과 협박 등으로 진상규명 과정을 방해·은폐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4·16 연대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김 장관과 이헌 특조위 부위원장 고영주·차기환·황전원·석동현 위원이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김 장관 등 6명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특조위가 조사하는 것을 막는 등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했다며 “철저히 수사해 엄히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특조위의 여당 추천 비상임위원 4명은 특조위가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행적’을 조사하기로 결정한 것에 항의하며 이미 지난해 11월 사의를 밝힌 뒤 활동을 중단했다. 이 부위원장도 이날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이들의 행위가 직권남용과 세월호특별법·국가공무원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전명선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여당 추천위원들의 사퇴는 공무원 신분인 특조위원들의 불법적인 집단행위이며, 이는 해수부의 지시에 따른 것인 만큼 김 장관도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2월 임시국회에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위한 입법청원서를 제출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들은 설 연휴부터 시작한 정부의 진상조사 방해 중단과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범국민서명운동을 17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6-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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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운전자, 무단횡단 미리 예측해 주의할 책임 없다”

    운전자가 보행자들의 무단횡단을 미리 예측해 주의할 책임까지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 북부지법 형사2부(부장 강인철)는 무단횡단을 하던 노인을 친 혐의로 기소된 시내버스 기사 이모 씨(62)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해 2월 11일 버스를 운전하다가 서울 노원구 지하철 석계역 인근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김모 씨(77)의 발을 바퀴로 밟고 지나가 다치게 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김 씨는 빨간 불에 건널목을 건너려다 버스의 왼쪽 앞바퀴에 오른쪽 발등이 깔려 전치 12주의 골절상을 입었다. 검찰은 사고가 일어난 곳이 평소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많은 곳이라는 사실을 이 씨가 알고 있던 만큼 각별히 조심해 안전사고를 막았어야 했다며 이 씨를 기소했다. 이 씨가 사고 직전 김 씨가 길가에 서 있는 모습을 이미 봤던 것도 지적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김 씨는 사고의 후유증으로 오른쪽 발을 절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씨가 오랫동안 시내버스를 운전한 경험이 있고 사고 장소가 무단횡단이 잦은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는 것까지 자동차 운전자가 예측하고 주의해야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 201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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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캠퍼스 ‘OT 공포증’

    ‘깔때기로 입에 술을 붓는다고?’ 서울의 한 사립대에 합격한 새내기 이모 씨(18·여)는 최근 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익명의 글을 보고 기겁했다. 모 학과의 ‘새터’(새내기 새로 배움터의 줄임말·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페트병 윗부분을 자른 뒤 입구를 신입생의 입에 물리고 소주와 물을 섞어 붓는 전통이 있다는 글이었다. ‘고통스러워 뿜어내는 아이들도 부지기수다’ ‘나도 처음 할 때 말도 못할 압박감에 벌벌 떨었던 기억이 생생하다’는 글이 이어졌다. 해당 글은 교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리 과(科)일까 봐 무섭다’ ‘자칫하면 사고가 날 수 있다’ 등 우려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일부 학생은 ‘술을 거의 섞지 않고 물만 준다’ ‘이것도 하나의 추억’이라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한 학생은 ‘우리 과에는 냉장고 채소 칸에 술과 음료를 섞어 부은 뒤 돌아가며 마시는 전통이 있다’는 ‘추가 제보’를 올리기도 했다. 결국 해당 학과는 올해부터 일명 ‘깔때기’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 학과 부학생회장은 “새터는 신입생들이 대학에 발 디딘 것을 축하해주는 행사이기 때문에 공포감을 제거한 순수한 추억만을 선물해주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설 연휴가 지난 뒤 각 대학에서는 본격적인 새터 행사가 열린다. 음주로 인한 실신, 성희롱,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반복되는 사건 사고 때문에 최근에는 참석자들에게 술을 강권하지 않는 문화가 조금씩 퍼지고 있다. 학교별로 자정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대학에는 ‘무(無)알코올 새터’도 등장했다. 신입생들이 원하지 않으면 술 대신 음료수를 주는 학교도 있다. 술을 마시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방을 따로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고려대 문과대학은 ‘아니라면 아닌 거지’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새터에서 지양해야 할 것들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하지만 신입생들에게 새터는 여전히 공포의 장이다. 뿌리 깊은 음주문화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술 없는 새터를 만들어 보자는 움직임에 선배들은 “그러면 밤새 머리 맞대고 토론이나 하다 자라는 것이냐”며 불만을 나타낸다. 2학년이 되는 최모 씨(20)는 “지난해 새터를 마친 뒤에는 동기들이 ‘우리 내년에는 억지로 술 먹이지 말자’고 하더니 막상 후배들을 맞게 되자 ‘우리도 마셨으니 신입생들도 마셔야 한다’는 식으로 바뀌어 답답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새내기들은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한 신입생은 “아무리 강요하지 않는다 해도 막상 술을 안 마시면 분위기를 해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신입생 한모 씨(20·여)는 “몸이 안 좋아 술을 못 마시는데 처음 보는 선배들에게 이러쿵저러쿵 설명하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대학 사회 내부에선 신입생들의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술 없이도 어색한 사이를 극복할 수 있는 ‘관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자성도 나온다. 하종은 카프성모병원 알코올치료센터장은 “뇌를 마비시키는 술의 강력하고 인위적인 기능에 길들면 건강한 의사소통 문화를 만들 수 없다”며 “술을 마시지 않고도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술 외에 새터에서 ‘장기자랑’을 강요하는 것 역시 신입생들에겐 큰 고민거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문과대가 2016년도 신입생 173명을 대상으로 ‘새터에서 가장 무서운 것’에 대해 물은 결과 술에 이어 장기자랑이 2위에 올랐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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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 민자기숙사, 원룸보다 학기당 30만원 비싸”

    정부 자금을 지원받아 지은 서울 주요 대학의 민자(民資)기숙사 비용이 주변 원룸보다 학기당 30만 원가량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대, 연세대, 건국대 총학생회와 민달팽이유니온 등 시민단체들은 1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밝히며 대학 민자기숙사 운영비 명세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사학재단)이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연세대 SK국제학사의 기숙사비는 한 학기(4개월)당 약 264만 원으로 주변 원룸 월세 시세와 비교했을 때 33만4000원 더 비쌌다. 고려대 프런티어관은 232만 원, 건국대 쿨하우스는 219만 원으로 주변 원룸보다 각각 32만 원, 31만 원 더 비쌌다. 총학생회 등은 “민자기숙사 건축에는 학교 내 부지가 활용됐기 때문에 토지 확보 비용이 절감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처럼 높은 기숙사비가 합리적으로 산정됐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사학재단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는 점도 비판했다. 이들은 “건국대는 140억 원, 고려대는 50억 원을 사학재단에서 지원받아 해당 대학의 민자기숙사는 공적 성격이 뚜렷하다”며 “민자기숙사가 주변 원룸보다 더 높은 비용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각 대학에 기숙사비 설립·운영 원가를 공개하라고 청구했지만 경영·영업상의 비밀이라는 이유로 고려대와 연세대는 일부만 공개하고 건국대는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이들은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이 기숙사들의 설립 및 운영 원가를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 공익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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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리수-김조광수 만난 美 성소수자 인권대사

    미국 국무부 최초의 성(性)소수자 인권 특별대사인 랜디 베리 특사(51)가 11일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이날 서울 성북구의 한 식당에서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 씨, 국내 최초로 동성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영화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등 국내 성소수자와 인권단체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우리나라의 성적 소수자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오찬이 끝난 뒤 “한국에서는 징병 신체검사를 할 때 동성애를 ‘성적 선호도 장애’로 분류한다고 설명하자 베리 특사가 상당히 놀랐다”고 전했다. 베리 특사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이성애자로 전환하는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도 “미국에서는 불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베리 특사는 국내 최초의 성소수자 총학생회장인 김보미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9개 대학의 성소수자 동아리 대표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학생들에게 “대학은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 곳”이라며 “어떤 논의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리 특사는 우리나라에 이어 대만,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 아시아 5개국을 차례로 방문해 성소수자 인권 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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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판 커버스토리]美軍도 세배 다니는 DMZ의 훈훈한 명절

    “장은 낮에 문산에서 봤지. 그거 알아? 거리로 따지면 여기서 문산 가는 거랑 개성 가는 거랑 같아.” 4일 오후 경기 파주시 군내면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 만난 김태유 씨(72)의 말을 듣고서야 실감이 났다. 이곳에서 북한의 ‘기정동 마을’까지는 불과 1.8km. 마을회관 2층에만 올라가도 북녘 땅이 훤히 보였다. 김 씨는 “전쟁 나기 전 어렸을 땐 개성도 다 우리 생활권이었다”며 미소 지었다. 남한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민간인 거주지역인 대성동 마을의 분위기는 삼엄하다. 주민들조차 출입카드가 없으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다. 0시부터 오전 5시까지 ‘통금시간’도 있다. 1953년 6·25전쟁 정전협정에 따라 DMZ 안에 만들어졌다. 현재 47가구 202명이 살고 있다. 100m 높이의 국기게양대에는 태극기가 휘날리고,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반공소년 이승복’ 동상이 서 있다. 이곳은 유엔군사령관의 관할 아래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도 명절이 다가오면 들뜨기 시작한다. 수십 년 전 만들어져 제대로 된 수리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작고 낡은 집들이지만 외지에서 식구들이 꾸역꾸역 들어오면 정겹기 그지없다. 주민들 역시 분주해진다. 논과 밭, 초등학교와 마을회관, 체육관 외에는 아무 시설도 없는 마을에서, 주민들은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 차를 끌고 20km가량 떨어진 문산의 5일장을 찾는다. 평소 무뚝뚝한 표정으로 경비를 서던 유엔군사령부 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 소속 미군들도 마을의 터줏대감인 최고령 어르신을 찾아다니며 세배를 드린다. 설날만큼은 싹싹한 ‘군인청년’ 혹은 ‘군인양반’이 되는 것이다. 불안과 평화가 묘하게 공존하는 이곳에서 주민들은 북녘 동포와 함께 설맞이를 할 ‘그날’을 그리고 있었다.▼ 사할린 귀국 동포 ‘고향 노래’에 어깨춤 덩실 ▼대성동의 새해 소망은 63년째 ‘평화’ 대성동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수십 년째 얼굴을 맞대고 살다 보니 서로의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다. 설날 아침 차례를 지내고 나면 다른 집에 세배를 드리러 가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40, 50대 ‘청년’들이 아이들에게 설빔을 입혀 어르신들의 집으로 세배를 다닌다. 김동구 이장(48)은 “미군들이 세배를 다니는 것도 한국의 정서를 체험하려는 뜻이다”고 말했다. 명절 직전 동네 부녀회와 주민자치위원회가 어르신들과 나들이에 나서는 것도 대성동 마을의 오랜 전통이다. 파주 시내로 나가 식사를 대접하고 TV 말고는 볼거리가 없는 어르신들을 위해 오랜만에 영화 구경도 시켜드린다. 매년 비슷한 설이었지만 올해 주민들의 감회는 평소와 다르다. 정부가 대성동 마을을 ‘통일 첫 마을’로 지정해 본격적인 ‘새 단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곳의 주택들은 대부분 1980년대 지어지거나 개량된 뒤 사실상 보수공사를 하지 못한 채 낡아왔다. 집마다 벽에 금이 가고 겨울에는 난방도 잘되지 않아 주민들은 스티로폼을 덧대 단열재로 쓰기도 한다. “공화당(마을회관) 있지, 공화당. 그건 이승만 대통령 때 만든 거야. 정말 오래된 건물이라고.” 김태유 씨가 마을회관을 가리키며 말했다. 봄이 되면 마을 주택과 상하수도 등의 정비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군내면 주민자치위원장인 김인근 씨(63·여)는 “우리 집은 3월에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올해 추석은 새집에서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기뻐했다. 그래도 여전히 대성동 마을 주민들의 첫 번째 새해 소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평화’다. 채널A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의 애청자라는 김태유 씨는 “이젠 정말 ‘어서 만나러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김인근 씨는 “북한에서 매일 내보내는 대남방송도 시끄럽고 아직도 ‘언제 와서 잡아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다”며 “새해에도 남북 평화가 계속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호소했다. 김 이장은 “그래도 명절인데 같은 동포끼리 설을 함께 잘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소망을 밝혔다.고향 가락에 어깨춤… 사할린 동포의 미소 4일 오전 인천 연수구의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은 연분홍, 연노랑 한복으로 가득했다. 미리 맞는 설 잔치가 열린 이곳에서 사할린 동포 수십 명이 노래에 맞춰 어깨춤을 췄다. 김상유 전 복지관장(62)은 “오랜만에 왔는데 너무 곱게 단장하셔서 알아보기 힘들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곳 복지관에 머무는 사할린 동포는 91명. 모두 말년에 영주귀국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전국적으로 이런 사할린 동포들의 거처는 26곳에 이른다. 잔치 분위기로 들뜬 복지관 한가운데 짙은 푸른색의 카디건을 입고 조용히 박수를 치는 할머니가 있었다. 김금옥 할머니(88). 사할린에서 태어난 그는 지난해 12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영주귀국해 생애 처음으로 고국에서 설을 맞는다. “좋수다. 만족합니다.” 짧게 소감을 말한 뒤 김 할머니는 가슴에 손을 살포시 얹었다. 일제강점기에 이주한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줄곧 사할린에서 살았다. 김 할머니는 “사할린이 너무 작아 손자들은 대륙에 정착해 뿔뿔이 흩어졌다”고 했다. 하바롭스크에 정착한 손자가 그를 모시려 했지만 불편한 마음에 고국행을 선택했다. “여기서는 일 안 해도 밥 주고, 손자들도 편하고, 얘기할 사람도 많아 좋아요.” 김 할머니의 남편은 탄광 노동자로 사할린에 강제징용 됐다. “탄광일이 감옥살이나 같았는데 해방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장가도 왔죠. 그런데 오래 못 살았어….” 김 할머니가 43세일 때 남편은 아들 셋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 후 김 할머니는 텃밭에 꽃과 채소를 심어 돈을 벌었다. “꽃 장사해서 아이들 대학도 다 보냈지. 고생 정말 많이 했어요. 그래도 보람은 있죠.” 할머니가 환하게 웃었다. “고향으로 가는 배∼ 꿈을 실은 작은 배∼ 정을 잃은 사람아 고향으로 갑시다.” 복지관 직원이 나훈아의 ‘고향으로 가는 배’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흐뭇한 표정으로 구경하던 김 할머니 곁에 한 부부가 다가섰다. 사할린 홀름스크에서 동네 이웃으로 지낸 동포 강영희 씨(69·여)와 그의 남편이다. 김 할머니가 남자를 알아보지 못하자 강 씨가 말했다. “큰아드님이랑 친하게 지낸 우리 남편이에요.” 큰아들이라는 말에 할머니는 왈칵 눈물을 터뜨렸다. “할머니의 첫째, 셋째아들은 예순을 넘기지 못한 채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강 씨가 설명했다. 그러고는 김 할머니를 다독였다. 오전에 만든 만두로 점심 식사를 하는 사이, 보드카가 한두 잔씩 오갔다. 스마트폰에 저장한 손주들의 사진을 서로 자랑하기도 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약 4만3000명의 한인이 사할린에 남았다. 현재 남은 1세대 한인은 700여 명에 불과하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동포들을 위한 영주귀국 지원은 물론이고 역방문, 일시 모국방문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잔치가 벌어지는 내내 김 할머니는 연보랏빛 꽃이 그려진 손수건을 만지작거렸다. 노래 부르는 직원을 보며 “우리 아들도 노래 잘했어”라며 흥겨워했다. 김 할머니와 강 씨는 서로 손을 잡고 “아주머니 고생 많이 하셨잖아요. 여기가 훨씬 좋아요. 잘 왔어요”라며 얼싸안았다. “여기서 죽을 때까지 살고 싶다.” 김 할머니의 미소가 따뜻했다.명절 때 고향 생각은 만국 공통 명절이 다가오면 외국인 이주민 역시 짙은 향수에 젖어든다.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좌동 전통시장에서 만난 중국인 쑤잉(蘇穎·30) 씨. 그는 “아직도 설이 다가오면 긴장이 된다. 주부가 할 일이 가장 많지 않냐”며 설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부지런히 고르고 있었다.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자란 그는 어느덧 아이 둘을 둔 7년 차 주부. 2009년 12월 1년간 알고 지내던 한국인 남편(39)과 결혼하면서 ‘부산 아지매’가 됐다. 쑤 씨는 과일, 나물, 생선가게를 차례로 들러 물건을 살폈다. 꼼꼼하게 가격을 물으면서도 정작 물건을 사진 않았다. “설이라 장을 크게(많이) 봐야 하기 때문에 일단 물가가 어떤지 미리 둘러보러 온 거예요.” 알뜰함만 보면 한국 아줌마가 다 된 것 같지만 쑤 씨는 아직도 한국의 설이 낯설고 어렵다. 고향의 춘제(春節)와 시기도 같고 음식을 준비해 가족 친지와 나눠 먹는 풍습도 닮았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액운을 쫓기 위해 집마다 터뜨리는 폭죽 때문에 시끌벅적하고 친지나 이웃을 방문하느라 들뜬 춘제와 달리, 한국의 설은 너무 조용한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음식 준비도 만만찮은 일이다. 차례상에 올릴 음식이 워낙 많다보니 주방에서 시어머니 보조 역할을 하는 쑤 씨 역시 힘에 부친다. 게다가 두 시누이의 가족이 모이면 끼니마다 10명의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그는 “춘제는 쉬는 날이 길어서 온 가족이 3, 4일 여유 있게 음식을 준비한다”며 “한국에서는 연휴가 짧아 부담이 크다”고 했다. 우리가 설에 떡국을 먹는 것처럼 중국인들은 춘제에 꼭 만두를 먹는다. 그는 “대추 두부 땅콩 등 만두피 속에 넣는 다양한 재료마다 복을 비는 의미가 달라서 먹는 재미도 크다”며 “동전을 넣은 만두를 고른 사람에겐 올해 재물 운이 넘칠 것이라며 축하해주는 등 식사 내내 대화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명절 준비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정한 시댁 식구의 도움과 격려가 큰 힘이 된다. 쑤 씨는 “차례상 차리는 법 등 한국 문화를 잘 몰라 허둥댈 때마다 어머니께서 차근차근 가르쳐 주셔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새 옷과 세뱃돈, 맛있는 음식에 웃음꽃이 피는 아이들을 보면 힘든 것도 고향에 대한 향수도 싹 잊는다”며 활짝 웃는 얼굴로 덧붙였다. 한국에서 일곱 번째 설을 맞는 네팔 출신의 우샤 가우텀 씨(35)는 명절 때 깊어지는 향수를 동포들에 대한 봉사로 달래고 있다. 우샤 씨는 2004년 카트만두에 선교사로 온 인도 출신 바쿨 다이마리 씨(45)와 결혼했다. 이어 광주신학대 석사과정에 입학한 남편을 따라 2009년 한국에 왔다. 처음에는 낯선 한국생활 탓에 카트만두에 있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힌 적도 많다. 그러나 서툰 한국말을 배우기 위해 딸(12·초등학교 5학년)과 함께 다문화학교인 새날학교를 다니며 조금씩 나아졌다.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그는 학교생활 1년 만에 능숙한 한국말을 구사하게 됐다. 우샤 씨는 2010년 광주에 있는 네팔 출신 근로자 400여 명과 이주여성 50여 명을 위해 통역 봉사를 시작했다. 몸이 아픈 동포들과 함께 직접 병원에 가 한국 의사들에게 ‘아픈 증세’를 설명했다. 임금체불 등 법적 분쟁 등을 겪을 때도 통역은 물론이고 모든 과정을 챙겼다. 네팔 동포들 사이에 ‘똑순이’로 불리는 이유다. 그는 광주 광산구 평동주민센터 옆 건물에 있는 네팔인센터에 머물고 있다. 설 연휴 때인 7일에는 남편이 있는 광산구 네팔인교회에서 동포들과 조촐한 잔치를 열고 치킨카레와 콩죽을 함께 만들어 먹으며 고향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우샤 씨는 “집에서는 네팔 풍습에 따라 손으로 음식을 먹지만 동포들과 함께 식사할 때는 숟가락을 사용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인천=김민 kimmin@donga.com /부산=강성명 /광주=이형주 기자파주=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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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속도로 밑 70m 땅굴 파 기름 21억어치 훔쳐

    두더지가 혀를 내두를 만한 집념이었다. 6개월 동안 땅굴 70m를 파 송유관에서 석유 21억여 원어치를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준비 자금만 8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범죄는 ‘전문업체’를 방불케 하는 수준이었다. 국토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를 가로지르기로 마음먹은 40대 남성 셋은 지난해 5월부터 6개월간 충북 청주시의 컨테이너 야적장을 빌리고 25t 화물차와 30t 유조차까지 사들였다. 자금을 댄 정모 씨(44)는 중장비를 동원했고 김모 씨(45)는 전문가들을 섭외해 땅굴 파는 것을 맡았다. 이모 씨(40)는 가운데에서 운반, 감시 등 ‘기름도둑질’을 총지휘했다. 땅굴 내부에는 전기, 배수 시설은 물론이고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했다. 이들은 송유관에 구멍을 내고 고압호스를 설치해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161만9100L에 이르는 기름을 빼돌렸다. 승용차로 따지면 약 3만 대에 주유할 수 있는 양이다. 훔친 기름을 팔기 위해 이 씨는 인근 주유소까지 매입했다. 경기·충청권 주유소에 시세보다 싼 값으로 기름을 팔아 취한 부당이익은 21억9000여만 원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들 일당 6명을 검거하고 그중 정 씨 등 네 명을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들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지역경찰관 김모 씨(45) 등 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도주한 김 씨와 이 씨는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땅굴 내부에서는 균열된 지점 8곳이 발견됐다. 자칫하면 고속도로 붕괴라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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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는 얼어붙어도 온정은 뜨거웠네

    지난 한 해 경기는 차가웠지만 온정은 뜨거웠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15년 성금 모금액이 2014년보다 10% 늘어난 52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목표액인 5000억 원보다도 200억 원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자영업자, 직장인 등 개인 기부금이 크게 증가했다. 수익의 일부를 매달 기부하는 ‘착한가게’ 기부금은 전년보다 44% 늘어 지난해 42억9400만 원이 들어왔다. 소득세법 개정으로 직장인들의 기부금 세제혜택이 줄었지만 매달 급여에서 일정액을 자동 기부하는 ‘착한일터’도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335억 원을 모금하면서 목표액(300억 원)을 넘겼다. 지난해 말 1000명을 돌파한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는 1일 기준 회원 1074명, 누적 기부액 1161억 원을 기록했다. 기업 기부액은 전년보다 12% 증가한 3407억 원이었다. 연말연시 성금모금도 목표를 달성하면서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100.5도를 기록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 11월 23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진행한 ‘희망 2016 나눔캠페인’에서 목표액(3430억 원)보다 16억 원 많은 3446억 원을 모았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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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 조카 상습 성폭행해 임신 시킨 이모부, 변명이…

    어린 시절부터 조카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해 임신까지 시킨 이모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효두)는 지난달 29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오모 씨(39)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오 씨는 지난해 3월부터 두 달간 서울 성북구에 있는 조카 A 양(17)의 집에서 A 양을 네 차례 성폭행했다. 이 때문에 A 양은 원하지 않는 임신에다 중절수술까지 했다. 오 씨는 2010년에도 당시 12세이던 A 양을 성폭행한 적이 있었다. 어린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13살까지 외가에서 자란 A 양은 2010년 이모 공모 씨(45)의 당시 남자친구였던 오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이 사건으로 오 씨는 재판에 넘겨졌지만 집행유예를 받았다. A 양의 외할머니와 공 씨가 “잘못을 조용히 덮자”며 A 양에게 ‘처벌불원서’를 쓰게 했기 때문이다. 오 씨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자 오 씨와 공 씨는 결혼했다. A 양의 어머니와 이모는 오 씨에게 경제적으로 상당히 의존했다. 오 씨는 이 점을 악용했다. A 양이 성폭행을 당하더라도 쉽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사실을 알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A 양은 오 씨가 지난해 다시 자신의 몸에 손을 대기 시작했는데도 쉽사리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 네 차례의 성폭행 뒤 지난해 4월에서야 A 양의 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오 씨는 중형을 예상하고 공 씨와 자살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오 씨는 “조카가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등 변명으로 일관했다. 재판부는 “12세에 불과한 피해자를 간음해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 또다시 범죄를 저질러 임신까지 시켜 죄질이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오 씨는 항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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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은 무서운 국가? 편견 깨고 싶어요” 車부품 중개 라히미얀씨의 꿈

    “한국 사람들이 진짜 이란의 모습을 보고 오면 이란이 무섭고 폭력적인 이슬람 국가라는 편견을 깨게 될 겁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동대문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카룬 라히미얀 씨(42)의 한국어는 유창했다. 그는 진한 눈썹을 한껏 치켜뜨고 “박근혜 대통령이 조만간 이란을 방문하면 동행하는 한국인들에게 사비를 털어서라도 이란을 구경시켜 주고 싶다”며 ‘민간 친선대사’를 자처했다. 라히미얀 씨의 사무실 선반에는 푸른색의 이란 전통 도자기와 고려청자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란의 경제 제재가 풀리고 박 대통령도 이란 방문을 추진하면서 한국과 이란 사이에 훈풍이 불자 국내에 거주하는 이란인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중동에 있는 이슬람 국가라는 이유로 ‘아랍권 강경 국가’라는 오해를 받아왔지만 이번 기회에 이를 불식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란은 아랍어가 아닌 페르시아어를 쓰고 ‘아랍연맹’에도 속해 있지 않다. 2000년 한국으로 건너와 14년째 자동차부품 중개업을 하고 있는 라히미얀 씨는 “아직도 이란에서는 한국의 ‘프라이드’(이란 모델명 ‘사바’) 자동차가 생산되고 있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제재 해제를 예상하고 2년 전부터 자동차부품 중개업 외에 여행 사업을 시작했다. 아예 이란에 자동차부품 생산 공장도 차릴 계획이다. 라히미얀 씨는 “예전에는 한국인들에게 손을 내밀어도 이란을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만연했지만 요즘엔 오히려 연락이 쇄도해 상황이 바뀐 걸 느낀다”며 흥분된 모습을 보였다. 라히미얀 씨는 “한국과 이란은 정서적으로도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에서는 손님을 만나면 호텔 대신 자신의 집에 데려와 재우고 음식도 코스 요리로 대접하는 문화가 있다”며 한국의 ‘정(情) 문화’에 비유했다. 노인에게 존댓말을 하며 공경하는 문화도 비슷하다고 한다. 그는 올여름엔 ‘신세종’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국적도 취득한다. 한국에서 ‘새로운’ 세종대왕처럼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싶어 지은 이름이다. 가장 큰 꿈은 서울 이태원에 이란 문화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리틀 이란’을 만드는 것이다. 아직 아쉬움도 많다. 가장 큰 것은 한국인들이 이란에 대해 갖는 오해들이다. 라히미얀 씨는 일반적으로 이슬람 국가에선 남편이 네 명의 아내를 둘 수 있지만 이란에는 “하나의 신, 하나의 심장, 한 명의 아내”라는 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여성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가리는 ‘부르카’가 아니라 머리와 목만 가리는 스카프인 ‘히잡’을 쓰는 것도 아랍권과의 차이점이다. 이란에 대한 한국인의 무관심이 안타깝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만난 이란 유학생 에산 아지지안 씨(30)는 “이란에서는 산간벽지에 사는 사람들도 ‘대장금’ ‘주몽’ 같은 한국 드라마를 즐겨볼 정도로 한국에 관심이 많다”며 “하지만 정작 한국인들은 이란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아지지안 씨는 “한국이 이란과 전혀 관계없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고대부터 페르시아와 바다를 통해 교역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가 결혼했다는 기록이 나오는 이란의 구전 설화 쿠시나메를 언급하며 “양국의 관계가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만 알아도 한국인들이 이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이라고 기대했다.홍정수 hong@donga.com·한기재 기자}

    • 201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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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입국… 폭발물… 또 뚫린 인천공항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외국인 환승객이 자동출입국심사대를 강제로 열고 밀입국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1일 중국인 부부가 인천공항의 보안검색대를 뚫고 밀입국한 지 불과 8일 만에 공항보안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일본으로 출국 예정이던 베트남 환승객 N 씨(25)가 오전 7시 24분경 출입국심사대 A구역의 자동심사대 게이트를 강제로 열고 밀입국했다. 출입국 당국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N 씨는 A구역의 7개 자동심사대 중 가장 끝자리를 통과했다. 자동심사대는 사전 등록한 이용객만 이용할 수 있으며 여권을 대면 유리문이 자동으로 열리게 돼 있다. 자동심사대는 법무부 직원이 있는 일반 출입국심사대와 떨어져 있는 데다 평소에도 보안 요원이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문을 강제로 열면 경보음이 울리지만 소리가 크지 않고 관리 요원이 자동심사대를 잠시 비운 사이 통과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보안 전문가들은 “입국자들이 적지 않은 시간에 유리문을 강제로 열고 나왔다면 출입국 관리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N 씨는 대한항공 여객기로 베트남 하노이를 출발해 이날 오전 5시경 인천에 도착했으며 오전 10시 10분 일본 나리타행 비행기에 탑승할 예정이었다. 보안 당국은 N 씨가 사라진 직후 행방을 쫓고 있지만 아직까지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한편 이날 오후 4시 30분경 인천국제공항 1층 입국장 C게이트 옆 남자 화장실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상자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인천공항공사 폭발물처리반과 경찰특공대가 출동해 해체했다. 가로 세로 30cm 정도 크기의 이 상자는 표면에 부탄가스통 2개와 500mL짜리 생수병 하나가 노란 테이프로 감겨 있었고 상자 안에는 전선이 들어 있었다. 경찰은 뇌관이나 폭약 등이 발견되지 않아 자체적인 폭발 위험성은 없는 단순 인화물질로 판단하고 있지만 정확한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감식을 의뢰하고 이를 설치한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공항 당국은 “CCTV 확인 결과 N 씨와 폭발물 용의자의 연령대가 전혀 달라 연관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 / 홍정수 기자}

    • 2016-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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