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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29일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고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변경요건 등 정부의 양대 행정지침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서울역광장에서 ‘전국 단위노조 대표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의 양대 지침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만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정부는 노사정 합의의 내용과 정신을 근본적으로 왜곡하고 위반했다”며 “노사정 합의는 정부와 여당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은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것”이라며 “전국의 모든 산업현장에서 이를 무력화시키는 총력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성낙조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경제단체들이 이끌고 있는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인 서명운동’에 대해 “노동은 자본의 아버지인데, 사회 지도층들이 아들(자본)에게 아버지(노동)를 죽이는 패륜아가 되라고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정부지침’이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이날 집회 후 참석자 1700여 명(경찰 추산)이 서울역광장에서 숭례문,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한 시간 가량 도로행진을 벌여 교통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30일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노동개혁법안에 반대하며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오후 5시부터는 서울광장에서 시작해 종로 3가, 을지로 2가로 이어지는 도로 행진도 예정돼 있다. 한국노총이 19일 노사정 합의 파기를 선언한 뒤 양대 노총은 이번 집회를 계기로 직간접적으로 연대해 투쟁하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술을 마시고 여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덕성여대 박모 전 교수가 28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박재경 판사는 이날 박 전 교수에게 징역 5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박 전 교수는 재판과정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해오다 지난해 12월 결심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며 벌금형으로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박 판사는 “우리 사회가 보호하고 기회를 줘야 할 대상은 피고인이 아니라 자신이 믿었던 스승으로부터 추행당하고 고통받은 피해자”라며 실형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이 마지막 공판 기일 이전까지는 범행 내용을 부인한 점,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크고 피고인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양형이유로 밝혔다. 박 판사는 “피고인이 다시 학교로 되돌아가는 순간 피해자는 더 이상 꿈을 펼치기 힘들다”며 “피고인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교수는 선고 이후 “변호인들과 논의해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교수는 2014년 2월 제자를 작업실로 부른 뒤 함께 술을 마시고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5월 불구속 기소됐다. 덕성여대 측은 2014년 12월 이 사건을 신고 받자 진상조사를 벌인 뒤 박 전 교수를 직위 해제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2015년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CPI)는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7년 연속 정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패인식지수는 국제투명성기구가 각 국가의 공공부문 부패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산정하는 지수다. 한국투명성기구는 2015년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가 2014년 (55점)보다 1점 올라 조사대상국 168개국 중 37위를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175개국 중 43위였던 2014년보다 순위 자체는 6계단 올랐다. 하지만 2014년에 우리나라보다 상위에 있던 바베이도스, 바하마,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 등 5개국이 이번 조사대상에서 빠져 실제 순위는 거의 오르지 못한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4개국 중에서도 체코와 함께 공동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10점 만점에 3.9점으로 최하점을 받은 1999년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08년 10점 만점에 5.6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9년 이후로는 100점 만점 기준으로 매년 54~56점 수준에서 정체와 하락을 반복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일반적으로 70점대를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 50점대는 ‘절대부패로부터 벗어난 정도’로 해석한다. 한국투명성기구는 이번 점수 상승에 대해 “지난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 등 부패를 막아내기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이 국제사회의 평가에 작게나마 영향을 미쳤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독립적인 수사가 가능한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를 신설하고 공익신고자 보호 범위를 확대하는 등 반부패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발표된 부패인식지수는 덴마크가 91점으로 지난해에 이어 1위를 기록하였고 핀란드(90점), 스웨덴(89점)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은 오스트리아와 함께 16위(76점)를, 일본이 홍콩·아일랜드와 함께 18위(75점)를 기록했다. 37점을 받은 중국은 76위였다. 북한과 소말리아는 8점으로 지난해에 이어 최하위인 공동 167위를 기록했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매장에서 10시간 넘게 서 있으면 허리는 굽고 다리는 퉁퉁 붓고 어깨도 돌처럼 굳죠. 근데 마음 편히 팔다리를 펼 곳조차 없어요.” 워킹맘인 A 씨의 일터는 서울 시내의 한 유명 백화점이다. 하지만 A 씨는 근무시간 12시간 중 점심시간을 포함해 1시간 30분 외에는 의자에 몸을 붙일 틈도 없는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잠시 짬이 날 때에는 몸을 누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A 씨를 포함해 1층에서 일하는 직원 120명이 쉴 곳은 8평(약 26m²) 남짓한 작은 방 하나뿐. 난방기도 없어 겨울철엔 입김까지 나오는 이곳에서 A 씨와 동료들은 ‘핫팩’으로 손을 녹이며 ‘짧은 휴식’을 취한다. 15년째 한 면세점에서 근무해 온 B 씨(38)의 사정도 비슷하다. B 씨는 13년 전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에도 변변한 휴게실조차 없어 하루 종일 서서 일해야 했다. 직원은 1000명이 넘는데 쉴 곳은 환기도 제대로 안되는 지하 2층의 작은 방 한 칸뿐이었다. B 씨는 “휴게실에 자리가 없으면 부른 배를 잡고 계단에 박스를 깐 채 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아이를 기르는 일은 더욱 난관이었다. 직원 대부분이 여성인데도 수유실이 없어 B 씨는 남자 직원들이 언제 불쑥 들어올지 모르는 물품창고에서 마음을 졸이며 유축(손이나 기계 등으로 젖을 짜놓는 것)을 해야만 했다. B 씨는 “13년 동안 직원은 두 배 이상 늘었는데 휴게실은 고작 2개 더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면세점과 같은 유통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제대로 쉴 곳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함께 전국 114개 사업장의 노동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이들 사업장의 휴게실 수용 인원은 평균 백화점 21명, 면세점 47명, 할인점 23명이었다. 근무시간 대부분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업무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본점 및 인천공항 면세점은 휴게실 이용 가능 인원이 직원 100명당 한 명도 되지 않았다. 감정 피해 사례도 많았고 신체적 건강도 위험한 수준이었다. 34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1%는 지난 1년 동안 고객으로부터 폭언과 폭행, 성희롱 등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9명은 ‘회사의 요구대로 고객에게 맞추는 감정 표현을 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44.7%는 목과 허리, 다리 등 근육과 관절에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구의 한 할인매장에서 일하는 김모 씨는 “여자 종업원들 중 하지정맥류에 안 걸린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고용 불안정도 심각했다.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61.3%로 국내 전체 근로자 평균(35.5%)의 두 배에 가까웠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의원(56·여)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양주경찰서는 25일 “경기 남양주시 출마 의사를 밝힌 최 의원이 14일 4·13 총선 출마 기자회견을 한 뒤 남양주시청 사무실을 돌며 인사를 했다”며 “최 의원의 행동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공무원들로부터 최 의원의 명함을 회수하는 한편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해 호별로 방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의례적으로 사무실을 돌며 ‘수고한다’는 인사를 한 것일 뿐 지지를 호소한 적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최 의원은 신설될 남양주시 ‘병’ 선거구에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우선 ‘을’ 지역구에 후보 등록을 했다. 최 의원 외에 의정부을에 출마한 무소속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36·여)도 6일 오후 의정부시청 사무실을 순회하며 명함을 배부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의정부경찰서는 김 전 의원에게 출석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남양주=남경현 bibulus@donga.com / 홍정수 기자}
탈북난민인권연합의 김용화 대표(63)와 전 총무인 김모 씨(54·여)가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지급한 탈북민 지원금 1억35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이들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탈북자 긴급구호사업, 여성쉼터사업 등을 위해 지급받은 보조금 일부를 가로채 사적으로 쓴 혐의로 김 대표 등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김 대표는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지 않은 채 무단으로 기부금 2억3000만 원을 모은 혐의도 받고 있다. 남북하나재단 측은 “재판 결과를 보고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보조금 환수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담요라도 한 장 더 있으면 좋을 텐데….” 최저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내려간 24일 아침 서울 종로구의 한 쪽방촌. 약 6.6m²짜리 작은 방에 사는 김인석(가명·79) 씨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흘러나왔다. 쪽방에는 보일러가 없었다. 온기를 주는 것은 전기장판이 유일하다. 행여 과열로 불이라도 날까 봐 그나마 미지근한 온도로 맞춰 놓았다. 잠자리에 들 때면 내복을 2, 3장씩 껴입고 눈을 감는다. 김 씨는 “작년에는 자선단체에서 담요를 한 장 나눠줬는데 올해는 그마저 없다”며 아쉬워했다. 김 씨는 기초노령연금 대상자로 매달 20만 원을 받는다. 이것만으로는 생활이 어렵다 보니 동묘 앞 벼룩시장에 좌판을 열고 헌 옷가지 등을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그는 “하루 종일 좌판을 지키면 2만∼3만 원을 손에 쥐는데 오늘처럼 추운 날엔 그것도 벌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파에 사지(死地) 내몰린 서민들 초강력 한파가 쪽방촌 주민이나 거리 노숙인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경제활동이 완전히 중단되면서 생계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쪽방촌에서 만난 박철호(가명·53) 씨는 지난해 봄 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얼마 전까지 공사현장을 다니며 생계를 유지했지만 겨울 들어 일감이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한파가 닥치면서 이마저도 뚝 끊겼다. 박 씨의 방 안 창문에는 바람을 막아주는 비닐이 붙어 있었다. 그럼에도 입을 열 때면 하얀 입김이 뿜어 나왔다. 박 씨가 덮고 있던 이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봤다. 바닥은 ‘냉골’이었다. 전기장판 위에만 간신히 온기가 돌 뿐이었다. 박 씨는 “가장 강하게 틀어놓았는데 이 모양이다. 낡은 탓인지 성능이 형편없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서울 강북구의 허름한 다세대주택. 혼자 사는 이계영 씨(85·여)도 집 안까지 닥친 한파와 힘겹게 싸우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싸늘한 냉기가 온몸을 감쌌다. 벽에는 외풍을 막기 위한 스티로폼이 덧대어졌고, 유리창에는 시립강북노인종합복지관에서 지원한 이른바 ‘뽁뽁이’(에어캡)가 붙어 있었지만 별 도움이 돼 보이진 않았다. 이 씨는 매달 기초노령연금 20만 원과 작은아들이 보내주는 용돈 20만 원이 수입의 전부다. 절반을 월세로 내면 남는 돈은 고작 20만 원. 한겨울에 집 안을 따뜻하게 덥히려면 도시가스비만 10만 원이 넘게 들다 보니 보일러를 최대한 약하게 돌리고 있다. 고질인 신경계통 질환 치료에 들어가는 약값도 만만찮아 전기장판과 이불 석 장에 의존해 겨울을 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오전엔 수도관마저 얼어버렸다. 이 씨는 “수리 기사를 부르면 5만 원이 든다는데 그 돈이 어디 있느냐”며 애를 태웠다. 서울역 노숙인들은 추위를 피해 모두 지하로 모였다. 노숙인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다시서기센터와 응급대피소에는 지난주부터 최대 수용인원인 150명을 넘는 인원이 몰리고 있다. 성산교회 관계자는 “저녁마다 따뜻한 물을 넣은 페트병 100∼150개를 노숙인에게 나눠주고 있다”며 “신문지로 말아 끌어안고 있으면 체온을 유지할 수 있어 노숙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도 현장에선 ‘미지근’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주말에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한파대책종합상황실을 꾸렸다. 취약계층 상황 파악과 함께 긴급 급수지원 등 대책을 마련하고 현장을 찾아다니며 지원활동 중이다. 전명숙 보건복지부 지역복지과 서기관은 “서울 등 수도권의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이 사는 곳의 난방과 전기 상황을 다 확인했고, 문제 있는 곳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높지 않다. 시설 정비를 마쳤다고 해도 값비싼 난방비를 부담하기가 쉽지 않다. 사회복지사들이 직접 해당 가정을 방문해 점검해야 하지만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이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복지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읍면동의 복지허브화’는 6000명의 복지사가 직접 취약계층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매서운 한파 앞에서 유명무실해졌다. 김현미 독거노인종합센터 실장은 “주말 내내 민관이 함께 대책을 논의했고 많은 현장을 찾아가려 했지만 여전히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한편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응급실 530곳에서 한랭질환 감시체계를 운영한 결과 지난주 초중반인 17∼20일 55명의 한랭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2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1주일 전 7일간(10∼16일)의 24명과 비교하면 2.3배 수준이다.홍정수 hong@donga.com·박창규·이지은 기자}
작가 김중미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된 인천 동구 만석동의 쪽방 거주민 등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이 8년째 ‘작지만 큰 기부’를 이어갔다. 만석동의 쪽방 거주민, 노숙인, 저소득층 노인들은 22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35만 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이들은 볼펜 등 문구를 만드는 자활사업으로 번 한 달 수익 20만 원을 한푼 두푼 아껴 돈을 모았다.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저소득층 노인들, 노숙인들도 폐지를 주워서 판 돈을 보탰다. 모금은 쪽방촌 주민들의 자활사업을 지원하고 노숙인 쉼터 등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인천내일을여는집이 지난해 12월 모금함을 설치해 진행했다. 주민들의 기부가 알려지면서 인근 지역의 쪽방 주민들도 십시일반으로 동참했다. 모금회에 따르면 만석동은 주민 대부분이 노인이며 30% 이상이 기초생활수급자인 인천의 ‘마지막 판자촌’이다. 그런데도 이곳 주민들은 2008년부터 올해까지 940여만 원을 기부해왔다.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열린 성금 전달식에 주민 대표로 참석한 김명광 씨(75)는 “평소 온정을 보내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하고 우리보다 어려운 분들에게도 용기를 전하고 싶어 성금을 모았다”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알바노조(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조합원 60여명이 2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을 기습 점거하고 근로감독관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농성하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이들은 “알바노동자들이 도움을 받고자 근로감독관을 찾으면 근로감독관은 사장 편에 서서 사건을 축소하고 합의를 종용한다”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책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근로감독관들의 무성의한 일처리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차별·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용윤신 사무국장은 “근로감독관 직무규정에 따라 법에 따라 진정사건을 처리했다면 우리가 이렇게 찾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외쳤다. 알바노조는 18일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감독관 증원, 인권교육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들은 노동개혁에 대해서도 “노동자를 더 쉽게 해고하고 고용을 불안하게 하는 노동개혁은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책임져라”, “사장 편드는 근로감독관 OUT” 등이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기도 했다. 서울고용노동청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이들 중 59명을 서울 서대문경찰서 등 6개 경찰서로 나눠 연행했다. 약 1시간에 걸친 연행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일부 조합원들이 실신하고 화분이 부서지기도 했다. 알바노조는 “남성 경찰들이 여성 조합원의 몸에 손을 대는 등 인권침해와 폭력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사흘째 이어진 ‘극한 한파’가 한반도를 꽁꽁 얼렸다. 전국이 냉동고로 변하면서 한파로 인한 사건 사고도 이어졌다. 18일 한파와 강풍으로 설악산 중청대피소에 대피한 뒤 고립됐던 등산객 8명은 20일 오전 극적으로 구조됐다. 일행 중 일부는 체감온도가 영하 50도에 가까웠음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운동화와 면바지 차림으로 등산에 나섰다가 조난당했다. 혹한의 날씨에 등산객뿐 아니라 이들을 구하러 나섰던 구조대원들도 모두 동상을 입었다. 전남 화순군에서는 등산객 4명이 조난당했다가 9시간 만인 20일 새벽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들은 전날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에서도 절경으로 유명한 이서적벽에 올랐지만 결국 눈 때문에 하산하지 못한 채 구조를 요청했다. 이날 새벽 경기 성남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전기 공급이 끊겨 800여 가구가 4시간 동안 냉방에서 떨어야 했다. 특히 자동 출입문 작동이 멈춰 주민들이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바깥에서 떨며 기다리기도 했다. 전날인 19일 오전에는 부산 사상구에서 김모 씨(75)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 씨가 술을 마신 뒤 길거리에서 잠들었다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주지역에선 한파와 폭설이 겹쳐 19일 전력수요가 80만3000kW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전까지 최고 전력량은 지난해 2월 9일의 76만2000kW였다. 20일 오전까지 강풍·풍랑주의보가 내려졌던 부산지역에서는 전날인 19일 일본행 국제여객선 6척이 결항됐다가 20일부터 정상 운영됐다. 한파특보에 건조특보까지 내려진 강원 강릉시에서는 19일 오후 7시경 산불이 발생해 5시간여 만에 간신히 진압됐다. 소방과 산림 당국, 경찰, 시 등 300여 명과 소방차 14대가 투입됐지만 날이 어두운 데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소방헬기가 뜨지 못해 진화에 애를 먹었다. 강원 화천군의 산간마을에서는 간이 상수도가 얼어붙어 물 공급이 끊겼다. 화천군은 19일부터 식수차를 이용해 하루 30t가량의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한편 절기상 대한(大寒)인 21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보이는 등 전국에 강추위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추위는 한동안 계속돼 일요일인 24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6도까지 내려가며 절정에 이른 뒤 차츰 평년 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분명히 생물 오징어를 가져왔는데 스티로폼 박스를 여니 30분 만에 냉동 오징어가 됐어요.” 살을 에는 한파가 몰아닥친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채모 씨(32)는 “오징어뿐 아니라 생굴, 삼치, 방어가 꺼내자마자 전부 얼어버려 제값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날 서울지역의 기온은 오전 영하 14도, 한낮에도 영하 8도에 머물러 사실상 하루 종일 ‘냉동실’ 상태였다. 한파특보가 내려진 전국 곳곳에서 맹추위로 인해 각종 피해가 이어졌다. 여느 해보다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다 갑작스레 한파가 찾아오면서 시민들의 체감기온은 더욱 낮아졌다. 수도관이 파열되고 차량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난방 공급이 멈추는 사고가 폭주했다. 보일러 수리업체들은 “수리 요청이 평소의 2∼3배나 들어와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하고 있다”며 바쁘게 움직였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일부 편의점은 외부에 설치한 음료 자판기의 급수관이 얼어 작동되지 않는 바람에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체감온도 영하 11.6도를 기록한 부산에서는 바람도 세차게 불어 전날부터 이틀간 약 60건의 강풍 피해가 접수됐다. 이날 오전에는 부산진구 관내 상수도관이 파손되면서 인근 도로가 얼어붙어 통행 차량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전남 영광군에서는 김모 씨(56)의 양식장에서 숭어들이 한파에 집단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강원도는 19일부터 설악산 오대산 치악산 등 도내 3개 국립공원의 입산을 통제했다. 가장 추웠던 설악산의 경우 최저기온이 영하 27.9도까지 떨어졌는데 강풍 탓에 실제 체감기온은 영하 50도 가까이로 곤두박질쳐 사고 위험이 높았기 때문이다. 전국의 소방서는 ‘한파 노선’을 가동해 하루에 세 번 관내 취약지역을 순회했다. 추운 날씨에 병원에 가기 힘든 어르신들과 중증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건강과 안전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24시간 운영되는 서울역 노숙인쉼터 ‘희망지원센터’에는 18일 밤부터 19일 아침까지 평소의 2배가량 되는 100여 명의 노숙인이 몰려와 추위를 피했다. 반면 겨울축제는 제철을 만났다. 22일 태백산 눈축제 개막을 앞두고 있는 태백시는 대형 눈 조각이 녹아내릴 걱정에 노심초사하다 19일 최저기온이 영하 17.6도까지 떨어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포천의 백운계곡 동장군축제는 21일 끝날 예정이었으나 다음 달 9일까지로 연장됐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업체들도 대목을 맞았다. 야식 생각이 한창 들 시간대인 19일 오전 1시경, ‘배달의 민족’ 상담원은 “추위 때문인지 평소보다 30% 이상 주문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호남지역 등 폭설이 내린 곳에서는 일부 배달음식점이 교통 정체와 사고 우려 때문에 배달 서비스를 잠시 멈추기도 했다. 한편 19일 낮 12시 48분경 전북 정읍시 북면 호남고속도로 상행선 정읍휴게소 부근에서 22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1명이 중상, 3명이 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전날부터 내린 눈 때문에 얼어붙은 도로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전국종합}
“Justice for HALMONIES(할머니들에게 정의를)!” 13일 낮 12시 아시아와 아프리카 14개국에서 온 여성 활동가 16명이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13차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수요집회)’에 직접 만든 나비 모양 손팻말을 들고 참석했다. 이화여대의 아시아-아프리카 여성 인재 양성 과정 ‘이화 글로벌 임파워먼트 프로그램(EGEP)’에 참가한 여성 인권 운동가들이었다. 이들은 “위안부 문제는 전 세계 여성 인권의 문제”라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동참하기 위해 수요집회에 참석했다. 안나 수와르디 씨(28·인도네시아)는 단상에 올라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입은 9개 나라가 한국 할머니들에게서 큰 영감을 받았다”며 “힘들게 싸워 명예를 지키려는 할머니들과 연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틴리 초던 씨(37·부탄)는 “위안부 소녀상은 전 세계 여성이 겪은 전쟁과 잔혹한 수모를 상징하는 것”이라며 “소녀상을 없애는 것은 역사를 다시 쓰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찾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유품과 관련 기록도 관람했다. 아나 에스코버 씨(30·필리핀)는 온몸에 문신이 새겨진 위안부 할머니의 사진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나는 문신을 좋아하지만 원하지 않는 문신을 새기는 것은 끔찍한 죄”라고 말했다. 디안 트리스냐시 씨(40·인도네시아)는 돌아가신 강덕경 할머니의 작품 ‘빼앗긴 순정’을 보고 “설명 없이 봤는데도 가슴으로 이해했다”며 “10대 소녀들은 만개하는 꽃이어야 하는데 그림에서는 꽃잎이 모두 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후 기자회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결과였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 시민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유제혁 씨(19·대학생)는 “대통령이 국민과 피해자를 열심히 설득해도 부족한 상황인데 ‘이만하면 됐지 않냐’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최모 씨(31·회사원)는 “최선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 기준을 국민에게 맞추지 못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것을 이뤘다는 박 대통령의 담화 내용은, 할머니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방적인 생각”이라고 비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12일 낮 12시경 경기 안산시 단원고 졸업생들은 세 권의 졸업앨범을 들고 교문을 나섰다. 하나는 2학년이던 2014년 전체 학생들의 사진, 다른 하나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사진, 나머지 하나는 이날 졸업한 생존 학생들의 사진이 담긴 것이었다. 희생된 학생들의 졸업사진은 입학할 때 찍은 학생증 사진이 대신했다. “너무 슬퍼! 애들 졸업사진 보니깐….” 한 손에 꽃다발을 가득 든 한 여학생은 휴대전화 너머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며 학교를 빠져나갔다. 고등학생 특유의 말투는 발랄했지만, 그 이면엔 채 아물지 않은 상처가 묻어 있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모진 아픔을 견뎌온 단원고 졸업생 86명의 모습엔 기쁨과 슬픔이 교차했다. 12년간의 학창시절을 마무리하는 여느 고등학생들처럼 대부분은 밝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사망과 실종을 포함해 250명의 친구를 잃은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짓는 학생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졸업식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차분한 분위기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학교 측과 생존 학생 부모들은 식순에 앞서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장미꽃 250송이를 준비해 졸업생들에게 세 송이씩 나눠줬다. 어른들은 “당당해라, 행복해라”며 이날 사회에 첫발을 내디는 졸업생들을 응원했다. 생존 학생 아버지 장동원 씨(47)는 “딸이 수많은 친구를 잃은 사고를 잊지 말되, 일상으로 돌아가 건강하게 꿈을 펼치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2학년 재학생 대표는 송사를 통해 “3년의 시간이 더욱 긴 시간이었을 선배님들 마음고생 많으셨다”며 “누가 뭐라고 해도 당당하게 살아가시길 바란다”고 선배들의 앞길을 축원했다. 3학년 졸업생 대표는 답사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따라온 수많은 시선과 비난들은 아마 모두에게 너무 길고 힘겨운 여정이었을 것”이라면서도 이내 “말로 차마 표현할 수 없는 삶의 고난과 역경을 함께 극복하고 성장하는 법을 배웠다”며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 학교 정문을 지키는 손철균 단원고 보안팀장(51)은 “아저씨, 저 갈게요!”라며 씩씩하게 외치는 졸업생들을 보며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아픔을 극복해내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희생 학생 및 교사들의 가족도 졸업생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냈다.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11일 페이스북에 “여러분이 내 아이처럼 잘 커가기를 바란다. 지난 637일 동안 참으로 서럽고 고통스러웠던 길을 잘 걸어와 줘 고맙다”는 글을 올렸다. “우리들처럼 어리석고 바보 같은 어른은 되지 말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당초 단원고는 희생된 학생과 교사의 가족에게 이날 ‘명예졸업식’을 제안했으나 유가족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이날 안산시 화랑유원지의 정부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다짐의 헌화식’을 열었다.안산=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치앙마이, 치안(治安) 마이(많이) 좋다던데∼.” 지난해 말 대기업에서 인턴을 마친 대학생 윤모 씨(26)는 송별회 술자리에서 “방학 때 태국 치앙마이로 여행을 갈 계획”이라고 담당 부장에게 말했다가 이런 대답을 듣고 ‘빵’ 터졌다. 경북 출신 40대 부장이 던진 ‘아재 개그’에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윤 씨는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긍정적으로 보였다”며 “조금은 썰렁했지만 우리도 10년 뒤에 똑같이 저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나쁘게 보기는 어렵더라”며 웃었다. 아재(아저씨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가 새로운 유머 코드로 떠올랐다.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부르며 경멸하던 청년 세대들이 최근 기성세대의 독특한 말투나 구식 유머에 호응해 아재 개그로 통칭하며 친근한 문화 트렌드로 만들고 있다. 고깃집에서 회식을 하며 “회식이 아니라 ‘고기식’”이라고 말하거나, “이가 잘 보이는 연예인은?”이라고 문제를 낸 뒤 “이보영”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회를 먹으니까 진짜 회식이네”라고 한 ‘썰렁 개그’도 이 부류다. 아재 개그의 유행에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젊은 세대들과의 격차를 줄이고 싶은 기성세대의 ‘웃픈(웃기면서 슬픈) 몸부림’이 한몫하고 있다. 직장인 김용남 씨(55·서울 도봉구)는 “신경 써서 한 농담에 젊은 친구들이 웃어주면 ‘아직 뒤처지지는 않는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하다”며 웃었다. ‘응답하라 1988’ 같은 복고 드라마가 유행하고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우 유해진, 요리사 오세득 등 중년 출연진이 ‘난센스 개그(언어유희적 유치 개그)’를 선보이는 것도 아재 개그를 부추긴다. 주부 변옥경 씨(53·서울 성북구)는 “우리 나이대가 좋아하던 유머를 젊은 세대들도 재미있게 보니 세대 간에 공감대가 맞닿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아재 개그의 내용 자체는 ‘노잼(재미없음)’”이라면서도 “촌스러움이나 황당함 같은 단점을 오히려 ‘웃음코드’로 승화하면서 젊은층에게도 인기를 끌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재 개그를 향한 젊은 세대의 호응에는 고군분투하는 ‘아저씨들’의 애처로움에 대한 격려도 담겨 있다. 직장인 서지수 씨(26·경기 성남시)는 “고기가 고기(거기) 있네∼” 같은 썰렁한 언어유희를 수시로 하는 상사에 대해 “어린 후배들에게 맞추려는 것인데 우리가 이해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제조업체 직원 이형균 씨(31·서울 종로구)는 “우리 상사는 후배들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경직돼 있어 오히려 안쓰럽다”며 “회식 자리에서 썰렁한 개그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미없어도 ‘웃어줘야’ 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아재 개그 역시 강요로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취업준비생인 이진모 씨(32)는 “아재 개그도 젊은이들이 호응해야 재밌는 것이다. 맥락도 모르고 자주 하면 분위기가 어색해진다”고 말했다.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 이나미 원장은 “중년층이 세대 격차를 줄이고 싶다면 젊은 세대들이 농담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부터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불법 입양으로 큰돈을 벌 목적도 아니었다. 복수나 화풀이도 아니었다. 아이를 굶기거나 학대한 흔적도 없었다. 왜 20대 여성이 집안 형편도 좋지 않은데 아기 6명을 돈을 주고 사서 데려와 키웠을까. 6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충남 논산의 임모 씨(23·여) 이야기다. 경찰은 정확한 범죄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범죄행동분석관(프로파일러)을 투입했다. 》 “엄마 없는 애.” 임 씨가 어린 시절 가장 듣기 싫어 한 말이었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를 병으로 잃었다. 학교 행사 때면 어머니의 손을 잡고 등교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부러운 눈길로 지켜봐야 했다. 엄마가 없다는 사실은 친구들의 놀림감이 됐다. 임 씨의 아버지나 할머니가 학교를 찾았지만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줄 순 없었다. 어린 임 씨는 엄마는 없지만 누군가의 엄마가 되고 싶었다. 마음속에 모성애의 욕구가 크게 자리했다. 임 씨의 친척도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키우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강아지나 고양이도 많이 길렀다”고 그를 설명했다. 엄마가 되긴 쉽지 않았다. 임 씨는 평소 의사소통이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기가 어려운 경계선 지능(IQ 70∼84)이었다. 게다가 초등학교 시절 겪은 불미스러운 일로 이성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해 정상적인 결혼과 출산도 어려웠다. 임 씨는 TV를 통해 미혼모의 존재를 알게 됐다. 미혼모에게 버려지는 아기를 보면서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그에게 엄마 없는 아기는 곧 자신이었다. 그래서 미혼모를 대신해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다. 2014년 3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아기를 낳았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미혼모의 글을 봤다. 임 씨는 “제가 살게요”라고 답을 달았다. 그렇게 지난해 4월까지 아기 6명을 데려왔다. 임 씨를 면담한 경찰 프로파일러는 “임 씨가 ‘아기를 자기처럼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데려온 이유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임 씨는 스스로를 생모라고 믿었다. 이름을 지어주고 “○○야, 엄마다”라고 불렀다. 경찰 조사에서 무심코 “내가 아기를 낳았다”고 말했다가 정정하기도 했다. 밤이면 우는 아기를 달래기 위해 잠을 설친 기억을 보통 엄마들처럼 이야기했다. 낡은 연립주택에 함께 사는 할머니, 아버지, 남동생 2명도 육아를 도왔다. 어려운 형편에도 돌잔치를 열고 반지까지 마련해줬다. 프로파일러는 심리검사를 위해 가족을 묘사한 그림을 그려 달라고 했다. 임 씨는 가족, 아기들과 함께 큰 상에 둘러앉아 화목하게 식사하는 모습을 종이에 담았다. 경찰은 임 씨가 돈벌이 목적으로 아기를 데려왔을 가능성을 집중 수사했다. 하지만 수사결과 아직 관련 혐의점은 밝혀지지 않았다. 아기의 건강상태도 양호했고 학대 흔적도 없었다. 6명 중 2명의 미혼모가 아기를 돌려주길 원하자 건넨 돈도 받지 않고 아기를 보냈다고 한다. 현재 임 씨와 고모가 키우던 아기 4명은 아동보호기관에서 키우고 있다. 프로파일러는 “임 씨가 버려진 아기를 키우는 일을 선행이라 여기고 죄가 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 씨의 과거 상처가 그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한 전문가는 “경계선 지능의 여성이 해결되지 않은 심리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아이들을 도구로 이용한 측면도 있다. 장기적으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 / 논산=홍정수 기자}
‘자괴감→ 위축→ 아쉬움.’ 그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19대 국회 3년 7개월간 악순환의 사이클 속에서 허덕대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정치 탁류(濁流)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했다. 초선인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61·서울 서초갑·사진)은 “(100점 기준으로) 과락 수준인 60점”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그는 1시간 반가량 진행된 인터뷰 동안 ‘솔직히’라는 단어를 17번이나 사용했다. “원래 정치에 뜻이 없었다”는 그는 총선 20여 일을 앞두고 ‘전략공천’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나름대로 △사심 없는 정치인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 △낮은 곳을 향하는 정치인 등 3가지를 소명으로 내걸었지만 “부끄러운 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 사심 없이 입바른 소리를 하고 싶었지만 늘 주변을 의식했다고 한다. “고생해서 공천을 받은 사람도 아닌데 주민들이 ‘튀려고 하는구나’라고 하지 않을까 스스로 위축이 됐습니다.” 검찰 간부 출신인 그는 2년 전 친정인 검찰을 의식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해 별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특검으로) 가야 하는데 지금 상설특검법은 임명 절차 등으로 시간이 걸려요. (하지만) ‘검찰이나 정부에서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상황 때문에 그냥 입을 다물게 되더라고요. 자칫 발언을 하면 저쪽(야당)에 힘이 실릴지도 모르잖아요.” 김 의원을 부끄럽게 하는 법안은 또 있다.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적용 대상에 언론인 등 민간인이 포함돼 위헌 요소가 있는데도 의원 총회에서 찬성 발언을 하고 국회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그는 “지금도 옳은 판단을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왜곡된 접대문화를 법률이라는 충격요법으로 바꾸려고 한 겁니다. 그런데 평생 (검찰로서) 법을 한 사람으로서 위헌적 요소가 있는데 지지하라고 찬성 발언을 한 것이…. 아직도 저는 퀘스천 마크(물음표)입니다.” 김 의원은 3년 7개월간 경험한 우리 정치문화에 대해 “거의 질식할 정도로 숨이 막혔다”고 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날(2015년 10월 13일)에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정부질문을 할 정도였다. “여야는 완전히 철벽처럼 진영 논리에 갇혔어요. 의원들이 대치해야 막판에 (여야 지도부 협상인) ‘3+3’회동에서 서로 주고받는 ‘딜’을 할 수 있잖아요. (상임위에서) 무슨 아이디어를 낼 필요가 있겠습니까.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입법이 힘들다 보니까 의원들의 입법 기능도 사실상 무효화가 된 겁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0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제가 어디에 있든 밥값을 할 때 제일 행복했습니다. 국회의원은 너무나 큰 영예였지만 재선을 하면 나도 행복하지 않고 나라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됩니다.” 그는 불출마를 언제부터 고민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2005년) 검사 옷을 벗을 때는 굉장히 괴롭게 고민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솔직히 어려움이 크게 없었습니다. 진짜!”김회선 의원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법무부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2차장으로 일했고, 현재 19대 초선 의원으로 새누리당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다. 고성호 sungho@donga.com·홍정수 기자}
교통사고 환자들의 진료비를 부풀려 청구해 6000여만 원을 챙긴 병원장과 사무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서울 강북구의 한 정형외과에서 교통사고 환자들을 유치한 뒤 주사료, 검사료 등을 실제 진료내역보다 과다하게 보험사에 청구한 혐의로 병원장 박모 씨(60)와 사무장 유모 씨(52)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박 씨는 빚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 2011년 병원을 열었지만 운영이 어려워 큰 빚을 지게 됐다. 채무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 고민 끝에 과거에도 병원 보험사기로 실형을 받은 적이 있는 유 씨를 사무장으로 고용했다. 경찰에 따르면 둘은 서로 짜고 2012년 5월 말부터 지난해 3월까지 교통사고 환자 583명을 대상으로 각종 검사료와 진료비 등을 부풀리거나 거짓으로 꾸며 12개 보험사로부터 총 6000여만 원을 타냈다. 박 씨는 불법 의료행위까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는 의료 차트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간호조무사를 고용한 뒤 심전도검사 등을 하게 시켰고, 간호조무사가 직접 환자의 약을 조제하게 한 혐의(의료법·약사법 위반)도 받고 있다. 경찰은 “교통사고 환자 외에 병원에 입원했던 다른 환자들도 보험금이 과다하게 청구됐는지 수사를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남북통일은 올해 총선을 거쳐 내년 대선 때 최대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 상당수는 북한의 급변사태나 붕괴를 통한 남북통일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를 통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채널A 신년 여론조사 결과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10명 중 7명(69.2%)은 ‘필요하지만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남북 정상회담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는 응답도 절반 이상이었다. ‘가급적 빨리 통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16.5%, ‘굳이 통일할 필요 없다’는 의견이 12.5%로 뒤를 이었다.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은 젊은 세대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30대 이하에서 20% 이상이 통일의 필요성을 낮게 평가했다. 반면 ‘굳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40대 9.4%, 50대 7.1%, 60대 이상 6.6%로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줄어들었다. 지지 정당별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통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통일대박론’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젊은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 교류협력 확대 같은 ‘과정’보다는 통일이라는 ‘결과’에만 집중한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정상회담이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없다면 반드시 만날 필요는 없다’는 응답이 55.8%로 나타났다.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무조건 만나야 한다’는 응답은 38.1%였다. 이는 2015년 북한의 지뢰 도발과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의 부침이 반복되면서 남북 당국의 소통에 대한 불신이 심해진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새누리당 지지자, 대구·경북지역 거주자 등 보수층에서 60% 이상으로 나왔다. 반면 ‘무조건 만나야 한다’는 응답은 이념적으로는 진보층,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에서 각각 47.1%로 가장 높았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을미년(乙未年) 한 해도 정치권은 요동쳤다. 올 한 해 정치권을 뜨겁게 소용돌이치게 한 ‘말’들을 정리했다. 》▼ “배신의 정치는 국민이 심판해야” 6월 25일 朴대통령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 주셔야 합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월 원내대표직에 선출된 뒤 불붙은 당청 갈등의 도화선이 박근혜 대통령의 ‘6·25 발언’으로 터져버렸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유 의원이 야당과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격정발언’을 쏟아냈다.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비판이 쇄도했지만 한편으론 메르스 사태 등으로 조기 레임덕 위기를 맞고 있던 박 대통령이 국정 장악력을 과시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 “헌법 1조 1항의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7월 8일 유승민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7월 8일 유승민 의원은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론’과 친박계의 압박 속에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았다. 몸을 낮춰가며 버텨 봤지만 결론은 “대통령을 이길 순 없다”는 것이었다. 정부의 경제정책기조에 반기를 들며 중부담-중복지 등 중도노선을 거침없이 치고 들어갔던 그가 퇴장한 뒤 당은 다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강경보수’ 노선으로 선회했다. ▼ “오픈프라이머리에 정치생명 걸겠다” 8월 20일 김무성 ▼“정치생명을 걸고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관철하겠다.” 당 안팎에서 새어나오는 ‘오픈프라이머리 불가론’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8월 20일 “우리 정치개혁의 결정판”이라며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김 대표가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온 오픈프라이머리는 결국 9월 말 공식 폐기됐다. 김 대표는 한발 물러서면서도 “전략공천과 컷오프를 할 거면 날 죽이고 밟고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당 공천제도특별위원회가 출범한 뒤 그의 ‘정치생명’을 위협할 ‘게임의 룰’은 점점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 “진실한 사람들을 선택해 달라” 11월 10일 朴대통령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박 대통령의 11월 10일 국무회의 발언은 사실상 20대 총선 ‘TK(대구·경북) 물갈이의 신호탄’이었다. 정가에는 ‘진박(진실한 친박)-가박(가짜 친박) 자가진단법’이 등장했다. 영남권 친박 주자들은 ‘진박’을 자처하며 ‘박근혜 마케팅’에 불을 지폈다. 22일 개각에서도 박 대통령은 당으로 복귀하는 장관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한결같은 이가 진실된 사람”이라고 말했다. ‘진박 인증마크’를 찍어준 셈이다. ▼ “이젠 간철수 아닌 강철수 별명” 12월 1일 안철수 ▼“광주에서 ‘강철수(강한 철수)’라는 별명을 얻어간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1월 30일부터 1박 2일간 광주 방문을 마친 후 자신감 있게 말했다. 항상 밀리기만 한다는 뜻의 ‘철수정치’라는 오명에 시달리던 안 의원은 결국 13일 탈당이라는 강수를 뒀다. 더불어민주당은 연대가 아닌 “청산대상”이라고 못 박았다. 이후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김동철 임내현 권은희 최재천 의원이 줄이어 탈당했다. 호남에서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안 의원과 각축전을 벌일 태세다. ‘강철수’의 신당에 얼마나 많은 의원이 합류할지에 따라 야권 재구성의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 “요즘 내 처지가 설악산 흔들바위” 12월 20일 문재인 ▼“요즘 내 처지가 설악산의 흔들바위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12월 20일 한 토크콘서트에서 심경을 밝혔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주변에서 당 대표를 너무 흔들어댄다는 하소연이다. 전당대회 이후 문 대표는 선거마다 참패를 거듭했다. 하지만 사퇴를 요구하는 당내 비주류 의원들의 압박을 단호하게 거부하며 ‘마이웨이’를 가고 있다. 김한길 박지원 의원까지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전면적인 야권 재편이 코앞에 다가온 상황이다.홍정수 hong@donga.com·차길호 기자}
‘1280건.’ 29일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쌓여 있는 법안 건수다. 12월 임시국회는 내년 1월 8일 막을 내린다. 19대 국회가 입법 활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사실상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각종 민생법안들을 붙잡고 있는 법사위는 의사일정 협의를 놓고 막판 진통을 거듭했다. 21일 법사위 전체회의는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하는 탄소산업육성지원법과 최저임금법 처리 여부를 놓고 여야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파행됐다. 새누리당 측에서 원하는 중점 법안을 연계해 처리하자고 요구한 탓이다. 여야 지도부는 결국 29일 탄소산업육성지원법 처리에 합의한 뒤에야 30일 법사위 재개에 잠정 합의했다. 법사위가 원래의 역할인 ‘체계·자구’ 수정 기능에서 사실상 여야 지도부의 대리전이 벌어지는 공간이 된 셈이다. 상임위에서 합의한 법안이라도 여야가 협상 과정에서 ‘볼모’로 잡으면 법사위 통과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법사위의 ‘갑(甲)질’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법사위 통과를 기다리는 법안들 중 이렇게 소관 상임위에서 이견 조율을 마치고도 정쟁에 막혀 처리되지 못한 법안이 343건에 이른다.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법’은 아직 법사위에 상정도 되지 못했다. 화재나 메르스 등 재해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 고용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안이 막혀버린 것이다. 초고층빌딩에 대한 재난·테러 관리를 총괄하는 관리자에게 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등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6·25전쟁에 참전한 소년·소녀 병사에게 위로금을 주는 법안도 국방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재정 문제가 뒤늦게 불거져 다시 법사위에서 멈춰 선 상태다. 937건에 이르는 법사위의 고유 법안 중에도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법안이 많다. 2008년 만취 상태에서 어린이를 성폭행한 조두순이 감형을 받는 등 음주 감경으로 사회적 공분이 들끓자 술이나 마약에 취한 채 저지른 범죄라도 감형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쏟아졌다. 하지만 현재 법안1소위에는 이런 내용의 법안 9개가 논의도 되지 못한 채 수년째 서류만 쌓여 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후 정부가 발의한 ‘다중인명피해범죄의 경합범 가중에 관한 특례법안’도 마찬가지다. 대형 인명사고를 일으킨 범죄자를 강력히 처벌한다는 내용의 이 법안은 박근혜 대통령까지 약속한 것이지만 여전히 표류 중이다.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용하지 못하게 하는 사면법 개정안도 여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지난해 4월 이후 논의가 멈췄다. 법안들의 적체가 반복되면서 시간 부족으로 ‘졸속 심사’를 하는 악순환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834건은 법안소위에서 심사를 기다리고 있고, 408건은 아직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법사위 관계자는 “12월 임시국회 중 어떻게든 이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결국 19대 국회 회기 만료와 함께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