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전 그냥 신령님이 점지해준 사람 만날 거예요. 신령님이 보시기에 그게 편안하니까 그렇게 알려주셨겠죠.” 선언하듯 말은 했지만 신령님이 알려준 사람과 마음이 이끌리는 사람 사이에서 ‘MZ 무당’ 출연자는 갈등하기 시작한다. 서로 이름만 알고 있던 출연자들이 직업을 공개하는 시간. 가방에서는 명함이나 졸업장 대신 방울, 오색기 같은 무속인의 ‘무구(巫具)’와 타로카드, 사주책이 하나씩 나온다. “내 말이 맞지! 눈동자가 이상했다고!” 출연자들은 웃으며 서로의 ‘신기’를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최근 시작한 SBS 연애 예능 ‘신들린 연애’의 한 장면이다. 남녀 MZ 점술가 8명이 연애운을 점치며 운명의 상대를 찾아 나가는 이 예능은 “신선하다”는 평가와 “하다 하다 출연자들이 스스로 점을 치는 연애 프로그램까지 나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평가가 엇갈렸다. 하지만 방송 2회째 만에 동 시간대 전 채널 중 20~49세 기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화제성만큼은 입증했다. 한국 리얼리티 연애 예능 원조 격인 SBS ‘짝’이 흥행하자 최근 몇 년간 연애 예능이 쏟아졌다. 이별한 커플들이 출연하는 ‘환승 연애’(TVING), 남매들이 서로의 연애를 도우며 가족애를 부각한 ‘연애 남매’(JTBC) 등 콘셉트를 변주한 합숙형 관찰 연애 예능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북미권 연애 예능은 대부분 성적인 끌림을 부각하는 포맷인 데 비해 한국 연애 예능은 출연자들의 서사를 부각하는 특유의 섬세함과 영상미가 있다. 한국 포맷이 오히려 해외로 활발하게 수출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경쟁이 심해지면서 자극적인 연출과 편집에 따른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SBS Plus와 ENA가 공동 제작한 ‘나는 솔로’는 지난해 출연자의 성차별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정 제재인 ‘주의’를 받았다. 지난주 종료된 20기 방송에서는 출연자들이 합숙 도중 적나라한 스킨십을 하는가 하면, 한 여성 출연자가 남성 출연자에게 “우리 숙소에 들어가지 말자”고 얘기한 것이 방송되는 등 수위 높은 ‘마라맛’ 편집을 보여줬다. 시청률은 3%대로 최근 6개월 중 가장 높았지만 “방송을 보기 거북할 정도”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해당 출연자는 “사실과 편집본이 매우 다르다. 악성 댓글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출연자들을 향한 시청자들의 조롱과 사생활 침해가 과도하다는 우려 역시 나온다. 최근 종영한 JTBC ‘연애 남매’ 속 한 남성 출연자는 뛰어난 외모와 체격으로 등장부터 주목받았지만 여성 출연자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가 ‘회피형 남자’의 대명사 불리며 온라인에서 비난을 받았다. 결국 이 출연자는 “반성을 많이 했다”고 사과까지 했다. ‘나는 솔로’를 통해 결혼한 한 출연자는 “사람들이 남편에게 다이렉트메시지(DM)를 보내 ‘지금 아내가 다른 남자랑 술 먹고 있는데 아느냐’고 묻는다. 우리가 불행하기를 바라느냐”며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동성애자, 양다리 의혹으로 구설에 오른 출연자들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애 예능을 통해 일반인들이 쉽게 유명인이 되면서 이들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문화가 또한 확산되고 있다. 방송 제작진은 정도를 지켜야 하고, 시청자들도 지나친 비난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아이돌 그룹 세븐틴이 K팝 아티스트 최초로 유네스코 청년 친선대사에 임명됐다. 유네스코가 청년들을 위한 친선대사를 임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븐틴은 “서로를 지지하는 청년 공동체를 짓는 데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유네스코는 26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본부에서 세븐틴의 청년 친선대사 임명식을 열었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세븐틴은 음악과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 세계 청년들에게 영감과 응원을 전해 왔다”며 “유네스코는 청년들이 변화를 주도하고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자는 데 세븐틴과 뜻을 함께한다”고 친선대사 임명 이유를 밝혔다. 세븐틴 멤버 조슈아는 이날 대표연설에서 “청년들의 꿈을 이루는 데에는 서로를 지지하는 공동체의 역할이 매우 크다”며 “글로벌 청년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기죠. 정치가 그래요.” 긴급 체포를 하루 앞둔 현직 국무총리가 대통령 집무실을 찾아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다. 대통령이 의식을 잃은 틈을 타 권한 대행이 된 그는 가까스로 긴급 체포를 면한다. 이어 그는 대통령을 재벌과 결탁한 부패한 인물로 만들고, 자신을 체포하려 했던 세력을 축출하기 위해 움직인다. 하지만 경제부총리가 그를 막아서고,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암투가 시작된다. 28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정통 정치 드라마 ‘돌풍’의 이야기다. 배우 설경구는 국무총리 박동호 역으로 30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했다. 김희애는 그와 대립하는 경제부총리이자 권력을 잡기 위해 물불 안 가리는 3선 정치인 정수진 역을 맡았다. 25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설경구는 “(30년 만의 드라마 촬영이라) 저도 걱정을 많이 했다. 주변에서도 (드라마 현장이) 쉽지 않을 거라며 걱정했고 촬영 때 긴장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본을 순식간에 읽었다. 글의 힘이 엄청났다”며 “익숙지 않은 현장이라 제가 작품을 망칠까 봐 선뜻 나서지 못했는데 김희애 씨가 강하게 추천해 줘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가 연기한 국무총리 박동호는 깨끗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대통령 암살이라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는 인물이다. 그는 “어쩌면 사람들이 바랐던 판타지적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부총리 정수진 역을 연기한 김희애는 이번이 세 번째 정치물 도전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퀸메이커’, 영화 ‘데드맨’에서 정치인의 조력자 역을 맡았다면, ‘돌풍’에서는 타락한 3선 정치인으로 독기를 뿜어낸다. 그는 “정수진은 그동안 한국 드라마에서 이런 캐릭터가 있었나 싶을 만큼 강렬한 카리스마와 서사를 지녔다. 몰락하며 밑바닥을 드러내 보이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원래 제가 출연한 작품은 다시 잘 못 보는데 ‘돌풍’은 벌써 3번이나 돌려봤다. 대사 한 단어마다 잘 전달하려 노력했다. 소중히 연기했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한 회에도 수차례 공수(攻守)가 뒤바뀌는 정치 암투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권력을 쥐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실제 어딘가에 있을 것처럼 느껴져 섬뜩하다. 다만 드라마 초반이 다소 고비다. 서사 설명이 부족한 채 빠르게 전개되는 탓에 등장인물들의 극단적인 행동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건을 거듭할수록 깊어지는 정치 수싸움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페기 구를 왜 좋아하냐고요? 노래가 중독성 있고 엄청 당당해 보여요. 멋짐이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최근 첫 정규앨범 ‘I Hear You’를 발표한 DJ 페기 구(33)의 앨범 팝업 현장. 헤드폰을 어깨에 걸친 윤규연 씨(21)는 신보 LP레코드(바이닐)를 사며 이렇게 말했다. 하우스 음악이나 DJ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생소할 수 있지만 페기 구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DJ다. 해외 유명 클럽인 독일 베를린 베르크하인에서 한국인 최초로 공연했고, 일렉트로닉 음악잡지 DJ맥이 지난해 선정한 ‘DJ 톱 100’에서 역대 여성 최고인 9위에 올랐다. 영국 BBC는 그를 2024년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 3위로 꼽으며 “DJ계의 슈퍼스타. 하우스 음악을 아는 사람이라면 페기 구가 누군지 모를 수 없다”고 평했다. 인천에서 태어난 그는 15세에 영국 런던으로 유학을 떠났다. 대학 입학 후 DJ의 길에 빠져들었고, 2016년 첫 미니음반을 발매한 후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특히 지난해 발표한 ‘(It goes like) Nanana’가 큰 인기를 끌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테크노 하우스 장르의 이 음악은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몽환적인 그의 목소리가 더해져 스포티파이에서 4억6000만 회 이상 재생됐다. 음악뿐 아니라 한국 문화를 접목한 감각적인 뮤직비디오가 해외 팬들에게 신선함을 주고 있다. 그의 곡 ‘Starry Night’ 뮤직비디오는 강강술래를 모티브로 했고, ‘I Go’는 한국의 노래방 화면을 연상케 하는 가사 자막이 화면에 들어갔다. 한국어와 영어 가사를 섞어 쓰는 그는 앨범 커버에도 한글 ‘구’를 그대로 쓰는 등 한글을 시각 이미지로 활용한다. 이번 신보에는 ‘(It goes like) Nanana’와 가야금 소리를 샘플링한 ‘Seoulsi Peggygou(서울시 페기구)’ 등 10곡이 수록됐다. 한국에서는 ‘멋진 언니’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동안 여성 DJ가 날씬한 몸매나 예쁜 얼굴로 주목받는 일이 많았다면 페기 구는 탄탄한 실력과 당당한 태도, 카리스마를 앞세운다. 런던 패션 대학 출신답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여성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앨범 팝업 스토어에도 여성 팬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페기 구는 히트곡을 만들어내는 능력과 감각적인 비주얼, 쿨하고 멋진 디제잉 태도 등 세계 젊은층이 원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두루 갖췄다”고 평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한국 기자들이 매년 몰두하는 이벤트가 있다. 바로 ‘한국기자협회 축구대회’다. 대회 두어 달 전부터 새벽같이 연습장에 나가 ‘입에서 피 맛이 날 때까지’ 뜀박질을 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라고 입사 동기 기자가 알려주었다). 우승을 차지한 남자 동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함께 으쓱해졌지만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입사 이래 이 축구팀에서 여기자가 뛰는 모습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기자협회가 창설 이래 처음으로 ‘여성 기자 풋살대회’를 열었다. 올해까지 열성적으로 참여한 동료 여기자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나, 30년 만에 재능을 찾은 것 같아. 이 재미를 여태 몰랐다니 분하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여자 축구팀 ‘반반FC’ 주장이자 공격형 미드필더인 저자도 꼭 같은 마음이라고 고백한다. 수준급 축구 실력을 가진 아버지를 보며 자랐고, 아버지가 속한 풋살팀 매니저를 자처할 만큼 경기 열기에 흠뻑 빠졌지만 직접 공을 차 볼 생각은 못 했다. 이후 아이 셋을 낳게 되자 ‘애 엄마’라는 수식어가 새로운 시도를 막는 마음속 경계선이 됐다. 하지만 3남매, 4남매를 키우는 동네 언니들이 축구팀에서 뛴다는 소식에 마음이 요동쳤다. 그렇게 ‘반반FC’에 발을 들이며 축구와 지독한 사랑에 빠졌다. 패스와 슈팅, 달리기와 부상에 대한 땀 냄새 나는 ‘축구 일기’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축구라는 신대륙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발견한 한 여성의 이야기에 가깝다. 정확한 포지션을 잡지 못해 운동장 위에서 방황할 때는 생의 한가운데서 때로는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을 겹쳐 보고 내가 뛰어야 할 곳을 향해 힘껏 나아가겠다고 다짐한다. 0―12로 졌던 상대에게 3―7로 다시 졌지만 이전보다 골 차를 줄였을 때 성장의 기쁨도 누린다. 몸을 부딪치고, 괴성을 지르고, 거친 숨소리를 낼 때는 ‘여자다움’이라는 울타리에서 자유로워진다. 책을 덮으면 운동화를 챙겨 신고 숨이 차도록 뛰고 싶어질지 모른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은 아역 배우 출신 배우 여진구(27)가 영화 ‘하이재킹’에서 첫 악역 도전에 나선다. 북한에 있는 형을 만나겠단 의지로 여객기 납치를 감행한 테러범 용대 역을 통해서다. 21일 개봉하는 ‘하이재킹’은 1971년 실제 벌어진 항공기 납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강원 속초에서 출발한 여객기를 사제 폭발물로 무장한 김상태가 납치해 북한으로 갈 것을 요구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여진구는 첫 악역을 맡은 데 대해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라 배우적인 호기심이 생겼다”며 “출연 제안을 받고 할 수 있을지 자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용대의 에너지에 이끌렸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여진구는 ‘그동안 그에게 이런 표정이 있었나’ 싶을 만큼 강렬하다. 밝고 반듯한 이미지의 그가 검은 얼굴과 주근깨, 더벅머리를 한 채 사람들을 위협하는 모습이 낯설다. 그에게 용대 역을 처음 제안한 건 아역 시절부터 인터뷰 등을 통해 롤모델로 꼽아온 배우 하정우다. 하정우는 이번 작품에서 여진구와 육박전을 벌이는 부기장 태인 역을 맡았다. 여진구는 악역에 과몰입한 일화도 전했다. “이렇게 감정이 격하게 올라오는 역할이 처음이라 저도 모르게 정우 형을 몇 번 실제로 때린 적이 있어요. 너무 몰입했는데 감정 컨트롤도 필요하다는 걸 배웠죠.” 여덟 살에 데뷔해 올해 20년 차를 맞은 그는 ‘잘 자란 아역 배우’의 대명사였다. 아역 시절엔 감독의 큐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카메라 앞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려 “천재 아역 배우”란 평도 들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스무 살 무렵 배우로서 겪은 사춘기가 있었다. 그는 “너무 괴로워서 빨리 30대가 오면 좋겠다 생각했다. 10년을 버티고 30대가 되면 질려서 그만두건, 살아남지 못했건 뭔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그의 선택은 ‘정면 돌파’였다. 오히려 더 많이 계속해서 카메라에 스스로를 노출시킨 것. 그렇게 드라마 ‘왕이 된 남자’(2019년) ‘호텔 델루나’(2019년) ‘괴물’(2021년) 등에서 연이어 호평을 받으며 슬럼프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스물 일곱의 청년은 어느덧 단단한 배우가 되어 있었다. “이제는 답을 찾은 것 같아요. 훌륭한 배우가 아니라 현장에서 행복하고 즐겁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같이 하는 모든 스태프에게 그런 현장을 만들어줄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하이재킹’ 현장이 그랬던 것처럼요.”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은 아역 배우 출신 배우 여진구(27)가 영화 ‘하이재킹’에서 첫 악역 도전에 나선다. 북한에 있는 형을 만나겠단 의지로 여객기 납치를 감행한 테러범 용대 역을 통해서다.21일 개봉하는 ‘하이재킹’은 1971년 실제 벌어진 항공기 납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강원도 속초에서 출발한 여객기를 사제 폭발물로 무장한 김상태가 납치해 북한으로 갈 것을 요구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여진구는 첫 악역을 맡은데 대해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라 배우적인 호기심이 생겼다”며 “출연 제안을 받고 할 수 있을지 자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용대의 에너지에 이끌렸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여진구는 ‘그동안 그에게 이런 표정이 있었나’ 싶을 만큼 강렬하다. 밝고 반듯한 이미지의 그가 검은 얼굴과 주근깨, 더벅머리를 한 채 사람들을 위협하는 모습이 낯설다. 그에게 용대 역을 처음 제안한건 아역 시절부터 인터뷰 등을 통해 롤모델로 꼽아온 배우 하정우다. 하정우는 이번 작품에서 여진구와 육박전을 벌이는 부기장 태인 역을 맡았다. 여진구는 악역에 과몰입한 일화도 전했다. “이렇게 감정이 격하게 올라오는 역할이 처음이라 저도 모르게 정우 형을 몇 번 실제로 때린 적이 있어요. 너무 몰입했는데 감정 컨트롤도 필요하다는 걸 배웠죠.”여덟 살에 데뷔해 올해 20년차를 맞은 그는 ‘잘 자란 아역 배우’의 대명사였다. 아역 시절엔 감독의 큐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카메라 앞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려 “천재 아역 배우”란 평도 들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스무 살 무렵 배우로서 겪은 사춘기가 있었다. 그는 “너무 괴로워서 빨리 30대가 오면 좋겠다 생각했다. 10년을 버티고 30대가 되면 질려서 그만두건, 살아남지 못했건 뭔가가 되어있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그의 선택은 ‘정면 돌파’였다. 오히려 더 많이 계속해서 카메라에 스스로를 노출시킨 것.. 그렇게 드라마 ‘왕이 된 남자’(2019년) ‘호텔 델루나’(2019년) ‘괴물’(2021년) 등에서 연이어 호평을 받으며 슬럼프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스물 일곱의 청년은 어느덧 단단한 배우가 되어 있었다. “이제는 답을 찾은 것 같아요. 훌륭한 배우가 아니라 현장에서 행복하고 즐겁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같이하는 모든 스태프들에게 그런 현장을 만들어줄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하이재킹’ 현장이 그랬던 것 처럼요.”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픽사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신작 ‘인사이드 아웃 2’가 전 세계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4일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시장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16일까지 사흘간 1억5500만 달러(약 2153억 원)의 티켓 수입을 올려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한국 등 북미 이외 지역의 수입까지 더하면 최소 2억9500만 달러(약 4100억 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 북미 개봉작 중 최고의 첫 주 흥행 수입이다. 개봉 첫 주 동안 1억 달러 수입을 넘긴 영화는 지난해 7월 개봉한 ‘바비’ 이후 처음이다. 한국에서도 순항하고 있다. 12∼16일 5일간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해 올해 개봉한 외화 중 가장 빨리 200만 명을 달성했다. NYT는 최근 몇 년간 흥행작을 내지 못했던 픽사가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고 평가했다. 픽사 전체로는 2018년작 ‘인크레더블 2’(1억8270만 달러)에 이어 2위의 성적이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서울 마포구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 내 187석 규모의 한 상영관. 컴컴한 입구를 통과하자 눈앞에 스크린과 익숙한 영화관 좌석 5개가 보였다. 내부는 마치 드라마 세트장 같다. 5인 1조로 입장한 관객들이 작은 스크린 앞 좌석에 몸을 싣자 학창 시절을 보여주는 영상이 재생됐다. ‘함께 여행을 떠나는 초등학교 동창생들’이란 설정으로 어느새 도착한 낯선 시골 동네. 어리둥절한 관객들의 눈앞에 시골 민박집과 슈퍼마켓이 펼쳐진다. 끼이익, 문이 잠기고 어딘가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도는 시골 마을에서 관객들은 전문 배우들과 함께 살아서 나가기 위한 일종의 탈출 게임을 시작한다. 15일부터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에서 운영하고 있는 ‘라이브 시네마관’ 모습이다. 팬데믹 이후 줄어든 관객 수가 회복되지 않자 대형 멀티플렉스 회사들이 생존 경쟁에 나섰다. 상영관을 헐고 새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드는가 하면, 긴 상영 시간을 힘들어 하는 ‘쇼트폼 세대’를 위해 약 13분 분량의 ‘스낵 영화’를 개봉하는 실험까지 이어지고 있다. 극장가의 변화에 관객의 반응은 뜨겁다. 3∼5명의 한정된 관객이 100분간 체험에 나서는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의 ‘라이브 시네마관’은 티켓가가 24만 원으로 만만치 않은 비용이지만 7월 말까지 주말 회차는 전체 매진될 정도로 인기 있다. 평일 역시 퇴근 시간대인 오후 6시 이후 회차는 모두 매진됐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영화관에 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한 행사였는데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CGV는 14일부터 6일간 현대자동차가 제작하고 배우 손석구가 기획·주연한 12분 59초짜리 단편영화 ‘밤낚시’를 전국 15개 상영관에서 단독 상영한다. 10분 안팎 러닝타임의 영화가 CGV에서 정규 상영되는 것은 처음. 티켓가는 단돈 1000원이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뜻에서 ‘스낵무비’라고 이름 붙였다. 영화는 개봉 첫날인 14일 사전 좌석 판매율이 80%를 넘었다. CGV 강남, 여의도 등에선 심야 시간대를 제외하면 대부분 매진됐다. 16일까지 누적 관객은 1만6636명, 전체 박스오피스 9위로 깜짝 선전하고 있다. “장편영화로 만들어 달라” “상영 시간이 짧아서 아쉬우니 다른 영화 한 편 더 예약하고 가라” 등의 관객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CGV 관계자는 “‘밤낚시’는 관객들이 10분짜리 영화를 보러 극장에 올지 실험한 ‘테스트 베드’였는데 반응이 좋다. 앞으로도 관객들이 관심 가질 만한 다양한 콘텐츠를 극장에 상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멀티플렉스 회사들이 새로운 시도에 적극 나서는 것은 결국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이어지는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극장을 찾은 관객은 총 1억2514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55.2%에 그쳤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84억 원을 기록했고, 메가박스 역시 영업손실 178억 원으로 적자 폭이 늘었다. CGV만 지난해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아직 정상 궤도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김시무 영화평론가는 “멀티플렉스 회사들의 수입 구조 다변화 노력은 일시적으로 관객 유입과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것이 확대되고 장기화된다면 영화관의 본질적 가치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영화관은 영화적 감동을 더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난 당신의 요리사인가요, 아내인가요?” “나의 요리사.” “고마워요.” 보통 여자 같으면 남자의 대답에 분노를 금치 못했을 테다. 하지만 남자의 대답을 들은 여자는 환하게 웃으며 남자의 손을 어루만진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프렌치 수프’를 다 보고 나면 이해가 되는 장면이다. 영화는 요리사와 미식연구가인 두 남녀가 음식을 매개로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다. 상대방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게 최고의 기쁨인 두 사람에겐 아내나 남편이란 호칭보다는 ‘나의 요리사’가 둘 사이를 정의해주는 이름표다. 연출을 맡은 트란 안 훙 감독은 이 영화로 제76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영화의 배경은 1880년대 프랑스다. 미식연구가 도댕과 그 집의 요리사 외제니는 20년을 함께한 중년의 연인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외제니가 텃밭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채소를 따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후 이어지는 요리 장면은 이 영화가 음식 다큐멘터리인지 헷갈릴 정도다. 재료 손질부터 칼질, 굽고 찌고 볶는 모든 과정이 뛰어난 지휘 아래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보는 듯 아름답다. 도댕은 외제니가 자신의 프러포즈를 번번이 받아주지 않자 마지막으로 그녀만을 위한 혼신의 요리를 준비한다. 30분 이상을 대사 없이 요리하는 장면만을 보여준다. 프랑스 대표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외제니 역을, 브누아 마지멜이 도댕 역을 연기했다. 두 사람은 실제 연인으로 지내며 딸도 낳았지만 2003년 헤어졌다. 전 연인과 영화로 재회하는 ‘쿨한’ 프랑스식 사고가 대중들을 놀라게 했다. 트란 안 훙(쩐아인훙) 감독은 ‘그린 파파야 향기’(1994년), ‘씨클로’(1996년) 등으로 세계 영화계에서 주목받은 인물이다. 트란 안 훙 감독 특유의 빛과 색채가 이번 영화에서도 돋보인다. 그는 칸영화제 시상식에서 “이 영화는 30년을 함께한 아내 트란 누 옌 케(쩐느옌케)에게 바치는 영화”라고 했다. 영화의 원제는 ‘Pot-au-Feu(포토푀)’. 직역하면 ‘불 위에 올려진 냄비’이자, 뭉근하게 끓인 프랑스 가정식 고기 스튜를 뜻한다. 수십 년 동안 타지 않고 뭉근하게 익어간 관계에 대한 영화감독다운 헌사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오늘 너무 더워서 머리가 땀에 젖었는데 저 지금 괜찮아요? 실물은 거의 2년 만에 보는 거라, 설레서 어젯밤 잠도 못 잤어요.”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BTS 진의 ‘전역 허그회’ 현장. 대학생 이희연 씨(23)는 대기 줄에 서서 연신 거울을 보며 손 선풍기로 머리를 말렸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날아왔다는 발레리아 씨(24)는 “오늘을 위해 보라색(BTS 팬덤 아미의 상징색) 옷을 준비했다”며 핑그르르 한 바퀴 돌아 보였다. 보라색 민소매 원피스와 가방에다가 눈가에 보라색 하트 모양 스티커까지 붙인 그는 “군대에 있던 진을 눈앞에서 보게 되다니 꿈만 같다”고 했다. BTS 데뷔 11주년인 이날 열린 ‘2024 페스타’ 현장은 보랏빛 물결의 향연이었다. 행사장 입구부터 종합운동장 지하철역 앞까지 200m가량 팬들의 줄이 늘어섰다. 보라색 옷과 가방은 물론이고 머리를 보라색으로 염색했거나 보라색 히잡을 쓴 외국인들도 보였다. 32도가 넘는 폭염도 장애물이 되진 못했다. 양산과 얼음주머니, 손 선풍기로 ‘무장’한 팬들은 스피커로 BTS 노래를 틀고 축제를 즐겼다. 내년 6월이면 멤버 전원이 전역하며 ‘완전체’가 되는 BTS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상황. 매년 페스타 행사에 참석한다는 김남은 씨(51)는 “어제 진이 전역하는 현장에 모인 멤버들 영상을 하루 종일 돌려봤다. 제 모든 비밀번호가 ‘2025’일 만큼 BTS 완전체가 돌아오는 내년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현장 스크린을 통해 공개된 편지에서 RM은 “진 형을 먼저 많이 사랑해 달라. 호석이(제이홉)도 이제 곧 돌아온다”며 “여러분과 저희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겨우 2막의 첫 줄”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진은 이날 추첨을 통해 선발된 팬 1000명을 직접 안아주며 ‘전역 신고’를 했다. 그가 “몸이 여러 개였으면 더 많은 사람을 안아줬을 텐데 1000명밖에 못 만나서 아쉽다”고 말하자 팬들은 함성으로 답했다. 허그회 후에는 팬미팅 격인 ‘2024년 6월 13일의 석진, 날씨 맑음’ 세션을 열고 팬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며 전역 소회를 나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오늘 너무 더워서 머리가 땀에 젖었는데 저 지금 괜찮아요? 실물은 거의 2년 만에 보거든요. 설레서 잠도 못 잤어요.”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BTS 진의 ‘전역 허그회’ 현장. 대학생 이희연 씨(23)는 대기 줄에 서서 연신 거울을 보며 손 선풍기로 머리를 말렸다. 마치 남자친구가 전역하는 날 마중 나간 ‘꽃신(여자친구)’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진을 만나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에서 날아왔다는 발레리아 씨(24)는 “오늘을 위해 보라색(BTS 팬덤 아미의 상징색) 옷을 준비했다”며 핑그르르 한 바퀴 돌아 보였다. 보라색 민소매 원피스와 가방은 물론 눈가에 보라색 하트 모양 스티커까지 붙인 그는 “군대에 있던 진을 눈앞에서 보게 되다니 꿈만 같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BTS 데뷔 11주년인 이날 열린 ‘2024 페스타’ 현장은 보랏빛 물결의 향연이었다. 행사장에 들어가려는 줄이 종합운동장 지하철역 앞까지 구불구불 늘어섰다. 축제를 즐기러 온 팬들은 티셔츠, 가방, 신발 등 어느 한 가지라도 보라색을 챙겨 현장에 모였다. 머리를 보라색으로 염색했거나 보라색 히잡을 쓴 외국인들도 곳곳에 보였다. 32도가 넘는 폭염에도 팬들은 양산과 얼음주머니, 손 선풍기로 더위를 달래며 스피커로 BTS 노래를 틀고 축제를 즐겼다. 매년 열리는 축제지만 특히 올해 행사에 참석한 팬들의 흥겨움은 남달랐다. 전날 멤버 중 처음으로 진이 전역하면서 ‘BTS 완전체’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 매년 행사에 참석한다는 김남은 씨(51)는 “어제 진이 전역하는 현장에 모인 멤버들 영상을 하루종일 돌려봤다. 제 모든 비밀번호가 ‘2025’일 만큼 BTS 완전체가 돌아오는 내년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진은 이날 추첨을 통해 선발된 팬 1000명을 직접 안아주며 ‘전역 신고’를 했다. 그가 “몸이 여러 개였으면 더 많은 사람을 안아줬을 텐데 1000명밖에 못 만나서 아쉽다”고 말하자 팬들은 함성으로 답했다. 허그회 후에는 팬미팅 격인 ‘2024년 6월 13일의 석진, 날씨 맑음’ 세션을 열고 팬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며 전역 소회를 나눴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전편만 한 속편은 없다.’ 대부분의 영화에 통용되는 공식이다. 특히 1편이 ‘메가 히트’한 작품이라면 속편이 꽤 ‘준수하게’ 만들어졌어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12일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2’는 또 다른 예외 사례가 될 것 같다. 머릿속에서 의인화된 감정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기억은 구슬이 돼 머릿속에 저장되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국내에선 497만 명이 관람했고, 전 세계에선 8억5000만 달러(약 1조1700억 원)를 벌어들인 ‘인사이드 아웃’(2015년)이 9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사춘기를 맞은 주인공의 감정 체계가 ‘재건축’되는 과정을 풀어냈다. 북미에선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걸작”이란 호평이 줄 잇고 있다. 한국에서도 개봉일인 12일 오전 9시 기준 전체 예매율의 70%를 차지하며 박스오피스 독주를 예고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주인공 라일리에게 사춘기는 날벼락처럼 들이닥친다. 여느 때와 같이 잠에서 깨어나지만 라일리는 뭔가 달라진 걸 느낀다. 거울 속 내가 세상에서 제일 못생겨 보이고, 몸에선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등교를 할 바엔 세상이 망해 버렸으면 좋겠다. “가방 챙기라”고 말하는 엄마의 잔소리에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만다. 변해 버린 라일리를 보며 “뭔가 잘못됐다”며 패닉에 빠진 ‘감정 컨트롤 본부’ 속 기쁨이와 슬픔이, 까칠이, 버럭이, 소심이. 그들 앞에 홀연히 새 감정들이 등장한다. 모든 최악의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불안이와 조그마한 일에도 숨어 버리는 당황이, 누구든 샘을 내는 부럽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따분이다. 제멋대로 머릿속에 쳐들어온 새 감정들은 기존 감정들이 ‘쿨한 라일리’ 만들기에 방해된다며 병에 가둬 버리고, 기존 감정들은 라일리를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영화는 사춘기라는 당혹스러운 시기의 머릿속을 절묘하게 표현해냈다. 갑자기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것은 ‘감정 컨트롤 본부’ 속 콘솔이 ‘예민 모드’에 돌입해서고, 친해지고픈 친구들 앞에서는 당황과 부러움이 뒤엉켜 횡설수설하는 식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공장’이란 픽사의 별칭답게 신작 역시 아이들보다 이미 사춘기를 겪어낸 어른들에게 더욱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것 같다. 사춘기 때 해봤을 비이성적인 사고와 행동들이 새록새록 생각나 웃음 짓게 된다. 자녀가 사춘기를 앞둔 부모라면 “드디어 올 게 왔군. 앞으로 10년 동안 펼쳐질 난리통의 예고편이야”라고 읊조리는 라일리 엄마의 대사가 마음에 콕 박혀 웃프겠다(웃긴데 슬프다). 픽사팀은 이번 영화를 위해 10대 소녀 9명으로 이뤄진 ‘라일리 크루’를 결성해 3년 동안 교류하며 이들의 의견을 영화에 적극 반영했다고 한다. 참신한 소재를 유지하면서도 어른이 되어 가는 내면의 성장통으로 주제를 확장한 점은 전편보다 뛰어나다. 전편이 ‘기억’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자아’와 ‘신념’ 개념을 가져왔다. 불안으로 인해 라일리의 자아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기쁨이가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건가 봐. 기쁨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하며 온몸으로 라일리를 위로하는 장면은 영화관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올 만큼 감동적이다. 다만 전편보다 늘어난 감정 캐릭터 탓에 영화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진다. 자아와 자존감이라는 개념이 어린 관객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겠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그룹 세븐틴이 K팝 가수 가운데 최초로 유네스코 청년 친선대사(Goodwill Ambassador for Youth)에 임명된다고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가 11일 밝혔다. 플레디스는 “유네스코 공식 친선대사로 위촉돼 활동하는 K팝 가수는 세븐틴이 최초로, 유네스코가 청년 친선대사를 임명한 사례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세븐틴과 유네스코는 ‘고잉투게더(#Going Together)’ 캠페인을 통해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뜻을 모아왔다. 이를 통해 동티모르에 지역학습센터 2곳이 건립됐고, 말라위에 교육 지원이 이뤄졌다. 세븐틴은 26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리는 청년대사 임명식에 참석한다. 멤버들은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만나 환담하고, 친선대사 수락 연설을 통해 활동 계획과 소감을 밝힐 예정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그룹 세븐틴이 K팝 가수 가운데 최초로 유네스코 청년 친선대사(Goodwill Ambassador for Youth)에 임명된다고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가 11일 밝혔다. 플레디스는 “유네스코 공식 친선대사로 위촉돼 활동하는 K팝 가수는 세븐틴이 최초로, 유네스코가 청년 친선대사를 임명한 사례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세븐틴과 유네스코는 ‘고잉투게더’(#Going Together) 캠페인을 통해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뜻을 모아왔다. 이를 통해 동티모르에 지역학습센터 2곳이 건립됐고, 말라위에 교육 지원이 이뤄졌다. 세븐틴은 오는 26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리는 청년대사 임명식에 참석한다. 멤버들은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만나 환담하고, 친선대사 수락 연설을 통해 활동 계획과 소감을 밝힐 예정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방탄소년단(BTS)의 ‘군백기’(병역으로 인한 공백)가 184일 만에 끝난다. 맏형 진이 12일 제대하며 팬들 곁으로 돌아오기 때문. 지난해 12월 12일 지민, 정국이 마지막으로 입대하면서 BTS를 볼 수 없었던 팬들은 벌써 진이 제대할 경기 연천 부대 인근에 축하 플래카드를 내걸며 반기고 있다. BTS의 컴백은 하이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반기 진과 제이홉 ‘유닛 활동’도 가능 BTS의 성장과 함께 규모를 키운 하이브에 ‘BTS의 군백기’는 큰 위기였다. 이에 소속사 빅히트뮤직(하이브 레이블)은 멤버들의 군 복무 기간 내내 사전에 준비된 각 멤버의 솔로 앨범, 공연 실황 영화들을 촘촘히 배치하며 순차 공개했다. 팬클럽인 아미에게 BTS를 잊지 말라는 ‘고무신 콘텐츠’였다. 하지만 사전에 마련된 이런 콘텐츠는 생동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BTS 팬들과의 즉각적인 소통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하지만 진의 전역으로 이런 ‘불통’이 해소된다. 진은 전역 다음 날인 13일 바로 팬들과 만난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팬 1000명과 포옹도 한다. 팬들은 BTS의 체취를 이제 바로 곁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10월에는 다른 멤버인 제이홉이 사회로 돌아온다. 둘의 유닛 활동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 내년 6월 BTS 멤버 전원이 제대하면 다시 ‘완전체’가 된다. ‘BTS의 시간’이 돌아오는 것이다. 최근에는 K팝 위기설도 불거진 상황이다. 올 1분기 YG가 적자로 돌아섰고 하이브, SM, JYP 등 기획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올해 데뷔 11주년을 맞은 BTS의 재도약 여부는 K팝 시장의 지속 성장 여부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BTS 멤버들이 제대하고 돌아왔을 때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수 있다”면서 “군백기를 거치며 몸과 마음이 새로워진 멤버들이 어떤 새로운 음악으로 K팝 신을 다시 흔들어 놓을지 대중들의 기대가 크다”고 했다.● 아미의 결집, 어도어 사태 변곡점 될 듯 어도어와의 갈등 과정에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외로웠다. ‘뉴진스 엄마’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에게는 뉴진스 멤버뿐만 아니라 그 부모까지 힘을 실어줬지만 ‘BTS 아빠’인 방 의장 곁에는 BTS가 없었기 때문. 물론 이번 사안에선 민 대표의 배임 논란 등 법적 판단이 핵심이지만 ‘팬심’이나 여론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진의 전역을 앞두고 아미들은 결집하고 있다. 국제 청원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에는 지난달 27일 아미임을 암시하는 ‘ARMY Forever’라는 이름으로 ‘MIN HEE JIN Leave HYBE Company(민희진은 하이브에서 물러나라)’라는 청원이 게재됐다. 민 대표가 BTS, 아일릿 등 한 지붕 아티스트들에 대해 허위 정보를 유포하며 하이브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것. 이 청원에는 10일 기준 5만 명 이상이 동의하며 하이브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기업 집단으로까지 성장한 하이브를 만든 1등 공신은 BTS다. 멤버들은 방 의장과 호형호제 사이. BTS 멤버들은 데뷔 10년을 맞은 지난해 전원이 빅히트뮤직과 재계약하며 “형 믿고 한 번 더 가보겠다”고 밝혀 방 의장에게 두터운 신뢰감을 보였다. 그런 하이브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멤버들이 직접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한다면 사태가 변곡점을 맞을 수도 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방탄소년단(BTS)의 ‘군백기(병역으로 인한 공백)’가 184일 만에 끝난다. 맏형 진이 12일 제대하며 팬들 곁으로 돌아오기 때문. 지난해 12월 12일 지민·정국이 마지막으로 입대하면서 BTS를 볼 수 없었던 팬들은 벌써 진이 제대할 강원 연천 부대 인근에 축하 플래카드를 내걸며 반기고 있다. BTS의 컴백은 하이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하반기 진과 제이홉 ‘유닛 활동’도 가능 BTS의 성장과 함께 규모를 키운 하이브에게 ‘BTS의 군백기’는 큰 위기였다. 이에 소속사 빅히트뮤직(하이브 레이블)은 멤버들의 군 복무 기간 내내 사전에 준비된 각 멤버의 솔로 앨범, 공연실황 영화들을 촘촘히 배치하며 순차 공개했다. 팬클럽인 아미에게 BTS를 잊지 말라는 ‘고무신 콘텐츠’였다. 하지만 사전에 마련된 이런 콘텐츠는 생동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BTS의 팬들과의 즉각적인 소통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하지만 진의 전역으로 이런 ‘불통’이 해소된다. 진은 전역 다음날인 13일 바로 팬들과 만난다.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팬 1000명과 포옹도 한다. 팬들은 BTS의 체취를 이제 바로 곁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10월에는 다른 멤버인 제이홉이 사회로 돌아온다. 둘의 유닛 활동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 내년 6월 BTS 멤버 전원이 제대하면 다시 ‘완전체’가 된다. ‘BTS의 시간’이 돌아오는 것이다. 최근에는 K팝 위기설도 불거진 상황이다. 올 1분기 YG가 적자로 돌아섰고 하이브, SM, JYP 등 기획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올해 데뷔 11주년을 맞은 BTS의 재도약 여부는 K팝 시장의 지속 성장 여부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BTS 멤버들이 제대하고 돌아왔을 때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수 있다”면서 “군백기를 거치며 몸과 마음이 새로워진 멤버들이 어떤 새로운 음악으로 K팝신을 다시 흔들어 놓을지 대중들의 기대가 크다”고 했다. ●아미의 결집, 어도어 사태 변곡점될 듯 어도어와의 갈등 과정에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외로웠다. ‘뉴진스 엄마’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에게는 뉴진스 멤버 뿐만 아니라 그 부모까지 힘을 실어줬지만 ‘BTS 아빠’인 방 의장 곁에는 BTS가 없었기 때문. 물론 이번 사안에선 민 대표의 배임 논란 등 법적 판단이 핵심이지만 ‘팬심’이나 여론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진의 전역을 앞두고 아미들은 결집하고 있다. 국제 청원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에는 지난달 27일 아미임을 암시하는 ‘ARMY Forever’라는 이름으로 ‘MIN HEE JIN Leave HYBE Company(민희진은 하이브에서 물러나라)’라는 청원이 게재됐다. 민 대표가 BTS, 아일릿 등 한 지붕 아티스트들에 대해 허위 정보를 유포하며 하이브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것. 이 청원에는 10일 기준 5만 명 이상이 동의하며 하이브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기업 집단으로까지 성장한 하이브를 만든 1등 공신은 BTS다. 멤버들은 방 의장과 호형호제 사이. BTS 멤버들은 데뷔 10년을 맞은 지난해 전원이 빅히트뮤직과 재계약하며 “형 믿고 한 번 더 가보겠다”고 밝히며 방 의장에게 두터운 신뢰감을 보였다. 그런 하이브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멤버들이 직접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한다면 사태가 변곡점을 맞을 수도 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1840년대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식량·금융 위기에서부터 코로나19 사태로 확산된 경제 위기까지 180년 동안 벌어진 총 7차례의 경제 대전환점을 짚었다. 경제사학자인 저자는 각 전환점에서 경제학자들이 위기에 어떻게 대응했고, 정치인들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되짚어본다. 7번의 경제 대전환점을 이해하려면 경제 위기를 ‘좋은 위기’와 ‘나쁜 위기’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위기의 실체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과 상품이 국경을 초월하는, 즉 세계화를 촉진하는 위기는 좋은 위기이고 반대로 각국의 파편화를 초래하는 위기는 나쁜 위기라고 ‘정의’한다. 1970년대 석유 파동은 세계 경제를 뒤흔든 큰 위기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위기’가 됐다며 그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한다. 산유국이 축적한 막대한 흑자가 대형 국제 은행의 자금으로 흘러 들어갔고, 이를 통해 결국 국제자본 시장이 전례 없이 발전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연비가 좋은 엔진을 개발한 일본이 세계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는 등 국가 간 기술 경쟁이 불붙기도 했고, 해상운송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기 위해 컨테이너선이 본격적으로 등장해 이후 세계 무역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고 분석한다. 물론 반대인 경우도 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는 정부와 세계화에 대한 불신을 키웠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나쁜 위기’가 됐다고 평가한 것이다. 지금의 세계 경제도 위기라고들 한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금의 경제 혼란 또한 지난 180년 동안 반복해온 위기를 살펴보며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고 저자는 밝힌다. 사실 인류는 자원을 놓고 끊임없이 전쟁했고, 질병과 대기근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던 역사는 계속 반복돼 왔다. “상황은 나아지기 전에 먼저 악화된다. 거기에 기회가 있고 희미한 희망이 있다”는 케인스의 말을 인용하며 불확실성을 기회로 삼으라고 독려한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소극장 플레이맥. 어둑한 극장 안으로 들어가자 베토벤의 음악이 나지막이 깔리고 있었다. 좌석에 앉으니 차분해진다. 도시의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도 눈을 감고 음악 자체에 집중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힐링 타임’을 즐기는 듯했다.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도시의 일상 속에서 속도를 늦추는 공간을 사람들이 부러 찾고 있다. 소극장은 음악감상실로 바꿨고, ‘대화 금지’를 앞세운 ‘침묵 카페’ 등도 인기다. 마포아트센터는 지난달 29일 도심 속 음악감상실인 ‘음악 공간: 플레이 리스트’를 선보였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개방된 소극장에서 DJ가 선곡한 음악을 누구나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 정해진 시간 내에 자유롭게 입퇴장이 가능하고 좌석도 자율 착석제지만 단 하나의 조건이 있다. 음악을 들으며 홀로 사색할 수 있도록 다른 관객과 자리를 띄어 앉아야 하는 것. ‘러브 아다지오, 죽음 같은 사랑’을 주제로 진행한 클래식 음악 감상 1회차에선 신청자 40여 명이 자유롭게 음악을 감상하고 돌아갔다. 6월에는 ‘흔들리는 사람들 스윙과 블루노트, 재즈’란 주제로 26일 감상회를 열 예정이다. 꽉 막힌 박스형 공연장이 아닌 한강공원 잔디밭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클래식 악기의 선율을 듣는 공연도 눈길을 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7, 8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멀티플라자 이벤트광장에서 ‘강변음악회’를 연다. 2000석 규모의 야외 객석엔 누구나 선착순으로 앉을 수 있고, 좌석이 없더라도 무대 주변 잔디밭에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E.T.’ ‘미션’ 삽입곡 등 대중에게 친숙한 음악을 선보인다. MZ세대 사이에선 ‘대화 금지’ 카페와 바(Bar)도 인기다. 을지로, 성수동 등 젊은 층이 몰리는 곳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일행과의 대화 금지는 물론이고 일부 가게는 주문을 SNS로 받기도 한다. 직장인 이모 씨(27)는 “혼자 조용히 음악 감상이나 독서, 또는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찾는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소극장 플레이맥. 어둑한 극장 안으로 들어가자 베토벤의 음악이 나지막히 깔리고 있었다. 좌석에 앉으니 차분해진다. 도시의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도 눈을 감고 음악 자체에 집중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힐링 타임’을 즐기는 듯했다.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도시의 일상 속에서 속도를 늦추는 공간을 사람들이 부러 찾고 있다. 소극장은 음악감상실로 바꿨고, ‘대화 금지’를 앞세운 ‘침묵 카페’ 등도 인기다. 마포아트센터는 지난달 29일 도심 속 음악감상실인 ‘음악 공간: 플레이 리스트’를 선보였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개방된 소극장에서 DJ가 선곡한 음악을 누구나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 정해진 시간 내에 자유롭게 입퇴장이 가능하고 좌석도 자율 착석제지만 단 하나 조건이 있다. 음악을 들으며 홀로 사색할 수 있도록 다른 관객과의 자리를 띄워 앉아야 하는 것. ‘러브 아다지오, 죽음 같은 사랑’으로 진행한 클래식 음악 감상 1회차에선 신청자 40여 명이 자유롭게 음악을 감상하고 돌아갔다. 6월에는 ‘흔들리는 사람들 스윙과 블루노트, 재즈’란 주제로 26일 감상회를 열 예정이다. 꽉 막힌 박스형 공연장이 아닌 한강공원 잔디밭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클래식 악기의 선율을 듣는 공연도 눈길을 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7, 8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멀티플라자 이벤트광장에서 ‘강변음악회’를 연다. 2000석 규모의 야외 객석엔 누구나 선착순으로 앉을 수 있고, 좌석이 없더라도 무대 주변 잔디밭에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E.T.’ ‘미션’ 삽입곡 등 대중에게 친숙한 음악을 선보인다. MZ세대 사이에선 ‘대화 금지’ 카페와 바(Bar)도 인기다. 을지로, 성수동 등 젊은 층이 몰리는 곳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일행과의 대화 금지는 물론이고, 일부 가게는 주문을 SNS로 받기도 한다. 직장인 이모 씨(27)는 “혼자 조용히 음악 감상이나 독서, 또는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찾는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