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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7월 국내 출시하는 기아 신형 전기차 EV3에 차량용 webOS를 지원한다고 26일 밝혔다. LG 스마트 TV를 구동하는 운영체제인 webOS가 전기차에 탑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ebOS를 통해 그동안 모바일·TV로 즐기던 콘텐츠를 EV3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차량용 webOS에는 유튜브,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LG채널, U+모바일TV 등 12개 전용 앱 콘텐츠가 지원된다. LG채널은 광고를 시청하면 무료로 콘텐츠를 즐기는 스트리밍 서비스다. 차량용 LG채널에서는 국내 80여 개 채널과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VOD(주문형 비디오) 400여 편을 볼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2024년형 제네시스 GV80과 GV80 쿠페 신모델에 차량용 webOS를 처음 적용했다. 이후 제네시스 G80, 기아 카니발 등으로 webOS 적용 차종을 확대했다. 차량용 webOS는 LG전자의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솔루션인 ‘LG 알파웨어(LG αWare)’의 일환이다. LG전자는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에서 LG 알파웨어를 소개하며 ‘바퀴 달린 생활공간’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전자 전직 임원이 불법적으로 기술을 빼돌린 뒤 이를 악용해 회사를 상대로 낸 특허 침해 소송에서 미국 법원이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미 법원은 전직 임원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법치주의에 반하는 혐오스러운(repugnant) 행위”라고 비판하며 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이례적으로 해당 특허에 대해 추가 소송 제기를 금지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은 9일(현지 시간) 안승호 전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이 설립한 특허법인 시너지IP와 미국 이어폰·음향기기 업체인 스테이턴 테키야 LLC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특허침해 소송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안 전 부사장 등이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소를 제기해 “부정직하고 불공정하며 기만적”이라며 “삼성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안 전 부사장은 2010∼2019년 삼성전자 IP센터장으로 지식재산권(IP) 업무를 총괄한 ‘특허통’이다. 삼성 특허 수장으로서 애플, 화웨이 등을 상대로 한 굵직한 소송도 이끌었다. 하지만 퇴사한 뒤 2021년 11월 ‘친정’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는 삼성 IP센터 출신인 조모 전 수석도 참여했다. 두 사람은 재직 당시 회사 지원으로 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미국 법원은 특허침해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소송 자체가 불법적으로 제기됐다고 봤다. 안 전 부사장과 조 전 수석이 부하 직원들과 공모해 회사 기밀을 시너지IP와 테키야에 빼돌린 뒤 이를 활용해 소송을 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와 이어폰 ‘갤럭시 버즈’에 적용한 ‘빅스비’ 등에서 테키야의 특허를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안 전 부사장은 부정 행위를 감추기 위해 안티 포렌식(데이터를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완전히 지우는 기술) 애플리케이션(앱)을 자신들 기기에 설치하고 말 맞추기를 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미 법원은 불법 행위들의 심각성을 고려해 해당 특허 기술로는 앞으로 추가 소송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법원은 “삼성의 내부 기밀정보를 활용해 소송을 유리하게 진행한 행위는 변호사로서 삼성에 대한 성실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이들의 부정 행위가 미국 캘리포니아·뉴욕주 변호사협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도록 판결문을 전달하라고 명령했다. 이와 관련해 안 전 부사장은 국내에서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올해 1분기(1∼3월)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이 일제히 오르며 합산 점유율이 8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표격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부문에서 중국, 일본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확대하는 추세다. 22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1분기 1500달러(약 200만 원) 이상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55.2%로, 전 분기(지난해 10∼12월) 대비 4%포인트 증가했다. LG전자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2.6%포인트 늘어난 23.3%였다. 반면 일본 소니와 파나소닉은 각각 4.8%포인트, 0.5%포인트 줄어든 11.4%, 1.9%였고 중국 TCL은 0.6%포인트 소폭 오른 3.3%로 집계됐다. OLED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입지 확대가 눈에 띈다. 2022년 OLED TV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12.5%에서 올해 1분기 역대 최대치인 27.0%로 올랐다. OLED 1위 LG전자도 점유율이 지난해 4분기 44.6%에서 올 1분기 48.0%로 확대됐다. 반면 같은 기간 소니는 점유율이 17.1%에서 12.8%로, 파나소닉도 4.4%에서 3.8%로 감소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전자 ‘최연소 임원’으로 주목받았던 우람찬 상무(46·사진)가 삼성전자로 이직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우 전 LG전자 플랫폼사업센터 상무는 올 3월 LG전자를 퇴사한 후 이달부터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 기획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직급은 같은 상무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엑시노스’와 같은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는 부서다. 우 상무는 2014년 ‘G3’ 등 전략 스마트폰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실적 등을 높이 평가받아 LG전자 임원 중 역대 최연소인 36세에 상무로 승진했다. 2004년 KAIST 최연소 박사 타이틀도 갖고 있다. 미국 반도체회사 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 첫 직장이다. 우 상무가 LG전자에서 마지막에 있었던 플랫폼사업센터는 ‘씽큐’ 애플리케이션(앱)을 비롯해 서비스 생태계 전반을 개발, 고도화하는 조직이다. 우 상무가 지금까지 모바일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은 만큼 삼성전자에서도 관련 업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2022년부터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을 이끌었던 경계현 사장(사진)은 미래사업기획단장과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을 함께 맡아 회사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쓸 예정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경 사장은 최근 반도체 사업 위기 속에서 회사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도록 스스로 부문장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경 사장은 삼성전기, 삼성전자 대표를 맡았던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미래사업기획단은 삼성의 10년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출범한 조직이다. 삼성은 2009년 비슷한 조직인 ‘신사업추진단’을 세워 2013년까지 운영했다. 신사업추진단은 삼성의 5대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제약 △자동차용 전지 △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LED) △의료기기를 발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 가운데 바이오와 배터리 사업은 현재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 초대 단장 김순택 삼성 부회장은 2010년 초대 미래전략실장에 선임됐다. 과거 경 사장은 당장 실적을 내야 하는 DS부문장과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SAIT를 동시에 맡았는데, 이번 인사로 미래사업기획단과 SAIT를 함께 맡아 미래 사업 및 기술 발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 사장은 서울대에서 제어계측공학 학사부터 박사까지 마치고 1994∼202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 20년 넘게 몸담은 반도체 전문가다. 이번 인사로 경 사장이 대표이사에서 사임하며 삼성전자는 당분간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내년 3월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공동대표로 취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21일 의료기기사업부장 및 삼성메디슨 대표로 유규태 부사장을 임명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21일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총괄하는 DS부문장에 원포인트 인사로 전영현 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64)을 선임한 것은 삼성전자 내부 위기감의 반증이다. 전 DS부문장인 경계현 사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먼저 용퇴 의사를 밝히고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과 협의를 마쳤다고 알려졌다. 이사회는 물론 이재용 회장에게 사전 보고해 재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산업이 격변하는 상황에서 메모리 분야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쥐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 회장이 쇄신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2011년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을 신설한 이후 수장을 정기 인사가 아닌 원포인트로 교체한 건 2017년 이후 처음이자 역대 두 번째다. 2017년 권오현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대교체를 위한 용퇴 의사를 밝히면서 DS와 가전(CE)·모바일(IM) 3곳의 부문장이 모두 교체됐다. 당시 이 부회장의 구속 수감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시기였다. 3대 부문의 수장을 60대에서 모두 50대로 끌어내리며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본인 의중을 담은 파격 인사를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김용관 삼성메디슨 대표(부사장)도 삼성전자 사업지원TF로 배치됐다.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반도체를 담당한 김 부사장은 사업지원TF에서도 반도체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사업지원TF에서 반도체 담당 부사장은 2명에서 3명으로 보강된다. 2014∼2017년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을 지낸 전 부회장은 2017년 삼성전자를 반도체 1위로 이끈 주역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 정점이던 2018년 1위 삼성은 DS부문에서 역대 최대인 44조57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 DS부문은 14조88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반도체 시장의 깊은 불황도 영향을 미쳤지만 AI 시대에 주목받는 핵심 반도체 분야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김기남 체제’ 이후 사장급으로 낮췄던 DS부문장의 체급을 부회장급으로 격상하고 강한 기술 리더십을 가진 전 부회장을 전격 배치했다. ‘전영현호’ 체제의 DS부문에는 난제가 산적하다. 우선 HBM이다. 2019년 삼성전자는 HBM 연구개발팀을 해체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가 미국 엔비디아에 4세대 HBM(HBM3)을 독점 공급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다음 세대를 통해 반격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의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에 대해 “젠슨이 승인했다”는 서명을 남겼지만 아직 납품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HBM 점유율을 SK하이닉스 52.5%, 삼성전자 42.4%로 전망했다. 파운드리도 녹록지 않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57.9%, 삼성전자가 12.4%였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10∼12월) 점유율 격차는 TSMC 61.2%, 삼성전자 11.3%로 더 벌어졌다. 최근 모든 임원이 주 6일 근무에 나서는 등 비상경영에 들어간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쇄신의 고삐를 더 조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 부회장은 초격차 기술 강화, 수율 개선, 조직 분위기 쇄신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에 대해 “위아래를 아우르는 리더십이 강하다. 위기에 봉착해 흐트러진 내부 분위기를 봉합하고 쇄신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적임자”라며 “부회장급이 DS부문장으로 오면서 그룹 내 사업부의 위상 및 무게 중심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베트남 초고압(HV) 전선 시장 1위 사업자인 LS가 약 6조 원 규모의 싱가포르 송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베트남에서 생산한 1.2GW(기가와트) 규모 풍력 에너지를 바다 건너 1000km 떨어진 싱가포르에 보내는 해저케이블 사업이다. 최근 동남아시아는 베트남의 급격한 산업 전환과 현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육성 계획,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에 따른 전 세계 데이터센터 확장 등이 맞물리며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LS는 1996년 하이퐁에 생산법인 LS-VINA(비나)를 설립하며 비교적 일찍 베트남에 진출했다. 지난해 LS-VINA 매출은 7251억 원으로 2015년(1852억 원)의 4배로 뛰었다. 싱가포르, 필리핀, 호주, 유럽 등에 전선을 수출하며 동남아·유럽을 아우르는 핵심 거점이 됐다. ● 베트남-싱가포르 잇는 해저케이블 추진 21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의 아시아 사업 자회사 LS에코에너지는 베트남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베트남(PVN)그룹과 손잡고 베트남과 싱가포르를 잇는 전력용 해저케이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해저케이블에 쓸 HV 전선을 생산하기 위해 베트남 동남부 해안도시에 공장 설립을 위한 부지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에 새로 지을 신규 공장은 기존 LS-VINA에서 운영하는 생산 라인의 수 배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2028년 본격 가동을 위해 이르면 내년 중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해저용 HV 케이블은 육상용보다 더 높은 기술력과 내구성이 요구돼 가격이 2∼3배로 뛴다. 전선업계에서는 바닷속에서 1000km를 지나는 사업 규모를 6조∼7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LS는 PVN그룹과 함께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는 약 20조 원 규모의 내수용 해상풍력 프로젝트도 공략할 계획이다.● 해저케이블 제작부터 시공까지 모두 가능 “지금 주문이 물밀듯이 들어와 기존 설비로는 감당이 안 될 정도입니다. 공장 바깥에까지 라인을 새롭게 깔아 가동률이 120%입니다.” 7일(현지 시간) 베트남 북부 하이퐁시의 LS-VINA에서 만난 김종필 법인장은 공장 밖에서 돌아가는 선재 제조 라인들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코일 형태의 가늘고 긴 철선을 말하는 선재는 전선 케이블의 핵심 소재다. 구리, 알루미늄을 원료로 가공한 선재가 수박 한 통 크기만 한 드럼에 감기고 완성된 제품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바로 옆 공장에는 절연 및 외장 작업 등 HV 케이블 최종 완성품을 만드는 라인이 쉴 새 없이 돌아갔다. 김 법인장은 “LS-VINA는 구리, 알루미늄 등 원재료부터 선재 등 중간재, 케이블 최종 제품까지 모든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갖춘 게 최대 경쟁력”이라며 “특히 베트남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HV 케이블을 직접 만드는 전선 업체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LS는 기술력을 앞세운 현지화 전략으로 베트남 고부가가치 전선 시장을 장악했다. LS에코에너지의 베트남 전선 시장 점유율은 저압 및 중고압(1∼66kV), HV(66∼230kV)를 모두 합쳤을 땐 20% 수준이지만, 고부가인 HV만 따지면 80%를 넘어서는 압도적 1위다. LS에코에너지의 자회사 LS-VINA가 HV 케이블을 생산하는 주축이다. 전기에너지는 전압이 높을수록 송전 중 열 에너지 손실이 줄어 장거리 운송에 효율적이다. 하지만 전압이 높아질수록 케이블이 훨씬 두꺼워지고 단열, 절연 등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특히 해저케이블은 워낙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배를 통해 운송하면 판매가가 10% 이상 오른다. 해저케이블 제작부터 시공까지 모두 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 LS전선과 유럽 및 일본 기업 등 5곳뿐이다. 하지만 LS를 제외한 곳들은 케이블을 수입해 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 ● 셧다운 대신 합숙…‘헝그리정신’으로 신뢰 얻어 LS그룹이 동남아 전력 시장을 공략하는 또 다른 한 축은 LS일렉트릭이다. 현지 법인인 LS일렉트릭 베트남을 앞세워 공장, 상업시설용 배전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발전소로부터 끌어온 고압 전력을 현장에서 쓸 수 있는 220V, 380V로 바꿔주는 일종의 ‘대형 두꺼비집’을 만드는 사업이다. LS일렉트릭의 배전반은 한 면(패널)에 1000만 원을 훌쩍 넘는 고가 제품으로 베트남 중저압 배전반 부문 점유율 1등이다. LS일렉트릭 베트남의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2021년부터 연평균 35%씩 고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유럽 및 베트남 현지 경쟁사들이 공장 셧다운으로 납기를 못 맞출 때 LS일렉트릭 베트남 공장장과 직원들이 38일간 합숙하면서 제품 생산을 이어간 게 입소문을 탔다. ‘헝그리정신’은 기존 고객사의 신뢰는 물론이고 신규 고객사 유치로까지 이어졌다. LS일렉트릭은 기존 하노이공장을 두 배로 늘린 박닌공장을 2022년 가동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S일렉트릭 베트남은 앞으로 동남아뿐만 아니라 중동, 북미 시장까지 적극 공략해 핵심 생산기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배전반 제조에 더해 배전반을 유지·보수하는 관리시스템 분야로 사업을 키워 나갈 계획이다. 곽수혁 LS일렉트릭 베트남 법인장은 “배전반은 구조가 굉장히 복잡하고 셀 수 없이 많은 부품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 고장났고 언제 수리·교체해야 하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단순 배전반 판매에 그치지 않고 유지·보수 분야 수요를 창출해 성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하이퐁·박닌=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베트남은 급속한 산업 발전으로 제조업뿐만 아니라 첨단산업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커지면서 중국 기업들이 우회 수출을 노리고 대거 베트남으로 공급망을 옮기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21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의 아시아 사업 자회사 LS에코에너지는 최근 베트남 남북을 잇는 대규모 송전 사업을 수주해 설치 작업을 시작했다. 베트남 북부에서 전력 부족으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나자 정부가 남부에서 생산한 전력을 끌어오는 사업을 급하게 추진한 것이다. 베트남은 남부 지역에서 중부 다낭까지 크게 4개의 송전 라인이 깔렸지만 다낭에서 북부까지는 2개뿐이었다. LS에코에너지 베트남 생산법인인 LS-VINA의 김종필 법인장은 “중부에서 북부까지 2개 라인을 추가 증설하는데 올 6월까지 공사를 마쳐야 한다”며 “초고압(HV) 전선 수주로 수백억 원의 매출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베트남 북부는 그동안 주로 수력 발전을 통해 지역 전력을 충당해 왔다. 하지만 이상 기후로 인한 기온 상승과 강우량 감소 등으로 수력발전소 가동 규모가 이전 대비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또 인구 증가 및 산업화로 인해 전력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고태연 하이퐁 코참(베트남한인상공인연합회) 회장(희성전자 법인장)은 “특히 중국에서 제조업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주로 들어와 투자를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베트남 정부는 자국 내 대규모 전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대표 사업 중 하나는 바다에서 해상풍력으로 얻은 에너지를 육지까지 끌어오는 것이다. 베트남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제8차 국가전력개발계획(PDP8)에 따르면 기존 4.1GW(기가와트) 수준인 풍력 설비용량을 2030년 28G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중 해상풍력이 6GW를 차지한다. 베트남은 또 해상풍력 규모를 2050년까지 70GW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통상 1GW를 끌어오기 위한 해저케이블 사업비는 3000억 원 수준”이라며 “70GW면 사업 규모가 20조 원 이상 된다”고 설명했다.하이퐁·박닌=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한 ‘갤럭시 북4 엣지’(사진)를 21일 공개했다. 기기 안에서 돌아가는 온디바이스 AI와 외부 통신 기반인 클라우드 AI를 모두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AI’ 제품이다. 갤럭시 북4 엣지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을 통해 갤럭시 북 시리즈 최초로 ‘코파일럿+ PC’로 자리매김했다. 코파일럿+PC는 MS의 생성형 AI 모델 코파일럿 구동에 최적화된 고성능 PC를 가리킨다. 갤럭시 북4 엣지에는 퀄컴의 AI PC 전용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건 X 엘리트’가 탑재됐다.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장치로 초당 45조 회 연산을 처리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으로 구성됐다. 35.6cm(14형) 1종과 40.6cm(16형) 2종 등 총 세 가지 모델로 6월 18일 출시된다. 가격은 추후 공개 예정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일본, 중국 기업들은 각 상대방보다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 기업들은 경제적 이익 확대를 위해 일본, 중국 기업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본 반면 일본, 중국 기업들은 동북아 지정학적 안정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한일중 3국의 매출액 1000대 제조기업 가운데 총 318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일본 기업들의 중국 기업과의 협력 의향은 10점 만점 기준 평균 4.7점이었고 한국 기업에 대해선 5.2점으로 집계됐다. 중국 기업 역시 일본 기업에 대해선 6.5점을, 한국 기업은 이보다 높은 7.1점을 줬다. 한국 기업들의 협력 의향은 일본 6.3점, 중국 6.1점으로 조사됐다. 3국 간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한국 기업들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한국 75.0%, 일본 46.7%, 중국 45.0% 순으로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한국 기업 49.3%는 ‘기술 협력 등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일본과 중국 기업은 각각 가장 많은 40.0%, 44.0%가 ‘동북아 안보 및 평화’를 위해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희망하는 협력 분야도 일부 온도차를 나타냈다. 일본은 가장 많은 25.5%가 반도체 및 첨단소재, 17.0%가 원자력·수소·신재생 에너지를 꼽았다. 한국(25.2%)과 중국(23.9%) 기업은 에너지 분야를 협력 1순위로 응답했다. 경제 현안과 관련해서는 한국과 일본 기업 각각 38.0%, 35.0%가 ‘원자재 가격 불안정’을 최대 이슈로 꼽았다. 중국 기업은 42.3%가 ‘국내 경기 침체로 인한 경제 성장동력 약화’를 지적했다. 아울러 3국 기업 모두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한 노동 인력 감소에 대해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한국 81.0%, 일본 77.6%, 중국 62.2% 순이었다. 26∼27일 3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발표한 이번 조사는 3월 22일부터 4월 8일까지 진행됐다. 응답 기업은 한국 100개사, 일본 107개사, 중국 111개사 등 총 318개사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올해 주요 기업들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화두로 ‘정년 연장’이 떠오르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노동계는 국민연금 수령 시기에 맞춰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정년 연장은 기업 인력 및 임금 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현대차 노조)는 최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한 정년 연장을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현재 국민연금 수령 나이는 63세인데 2033년부터 65세로 연장된다. 이에 맞춰 현대차 노조는 만 60세인 정년을 최대 만 64세까지 연장하자고 요구하는 것이다. 기아 노조 역시 사측에 현대차와 같은 요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그룹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는 임단협 공동요구안을 17일 사측에 전달했다. LG유플러스의 4개 노조 가운데 두 번째로 인원이 많은 2노조도 올해 임단협에 앞서 만 65세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년을 연장하면 기업의 인력 구조 및 인건비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300인 이상 대기업 255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의 중고령 인력 운영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60세 이상 인력을 단 1명이라도 임원이 아닌 직급에서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29.4%였다. 대한상의 측은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는 아직 고령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토대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이 점차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기업들이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코리아리서치 등이 전국 18세 이상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4%가 “현재 만 60세인 근로자의 법정정년을 단계적으로 만 65세까지 연장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기업이 정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 도입 및 조정, 유연한 노동 형태 마련 등의 선제 조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속 고용이 필요한 상황은 맞지만, 정년 연장은 청년 고용 기회가 줄어들고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키울 우려도 있다”며 “여러 선택지를 함께 내놓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전기는 올해 전장(차량용 전기·전자장비) 제품군을 확대하고 차별화된 기술력을 앞세워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분야에서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19일 밝혔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돕는 첨단 부품이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정보기술(IT) 기기 안에서 노이즈(신호 간 충돌)를 제거하는 역할도 해 필수적이다. 쌀 한 톨보다 작은 크기에 500∼600층의 유전체와 전극이 겹쳐 있으며, 300mL 와인잔을 채운 양이 수억 원에 달할 정도로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최근엔 자동차 기술이 첨단화되며 전장용 MLCC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는 기존 IT용 MLCC 대비 개발 기간은 3배 길고 가격도 3배 더 비싼 고부가가치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TSR에 따르면 전장용 MLCC 시장은 지난해 4조 원에서 2028년 9조5000억 원으로 5년 만에 약 2.4배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1대에 들어가는 MLCC는 약 1만8000∼2만 개에 달한다. 삼성전기는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 등의 확대가 시장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2016년부터 전장용 MLCC를 생산하기 시작해 2018년 부산에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의 고문으로 위촉됐다.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사진)도 마넷 총리와 만나 효성이 아시아에 진출하는 데 캄보디아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캄보디아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마넷 총리는 국내 기업인들과 만나 경제특구 설립 및 세제 개편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17일 마넷 총리를 만난 이 회장은 마넷 총리의 고문으로 위촉됐다. 한국 기업인이 마넷 총리로부터 직접 고문 위촉장을 수여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영은 앞으로 이 회장이 캄보디아 주택 정책을 비롯해 저출산, 대중 교통망 설립 및 개발 등 다양한 인프라 정책에 도움을 줄 예정이라고 전했다. 부영은 캄보디아에서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토바이 위주의 교통체계로 인한 현지 주민들의 불편과 위험을 개선하기 위해 버스 1300대를 기증하기도 했다. 조 부회장도 같은 날 마넷 총리와 만나 “캄보디아는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과 발전 잠재력이 있는 나라”라며 “효성은 중국, 베트남에서의 성공에 이어 아시아 지역으로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으며 캄보디아 정부의 관심과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마넷 총리는 “캄보디아 진출과 투자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효성은 캄보디아에 타이어보강재, 현금자동인출기(ATM) 등을 수출하고 있다. 마넷 총리는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단과도 만나 “다양한 인센티브를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을 위한 경제특구를 설립하고 현지에서의 소통 채널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넷 총리는 “민간 협의체를 통해 1년에 2회씩 한국 기업들과 회의를 열어 애로를 듣고 해결결하는 것”이라며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 세제 관련 규제 개선 등을 통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7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40회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연도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연도대상 시상식은 지난해 우수한 영업실적을 낸 재무설계사(FP)와 영업관리자를 수상하고 축하하는 자리다. 김 회장이 이 시상식을 찾은 것은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19일 한화생명에 따르면 김 회장은 격려사에서 “한화생명이 최고의 생명보험사로 자리잡은 것은 이 자리에 함께한 FP 여러분 덕분”이라며 “여러분은 ‘한화생명의 심장’이자 한화생명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힘”이라고 했다. 이어 “한화생명은 업계 선도사로서의 위상을 다져가고 있다”며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챔피언을 바라보고 높아진 목표만큼 더 끈질긴 혁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번 행사에는 FP와 영업관리자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와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도 자리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에코프로는 ‘시차 출퇴근’ 및 ‘반반차 휴가’ 제도를 도입했다고 19일 밝혔다. 시차 출퇴근 제도는 주 5일 40시간(1일 8시간)의 기본 근무 체계를 지키면서 출퇴근 시간을 2시간 내로 자유롭게 조정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기존에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5시 30분에 퇴근하던 직원은 2시간을 앞당겨 오전 6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3시 30분에 퇴근할 수 있다. 반반차 휴가 제도는 기존 4시간이던 반차 휴가를 다시 반으로 나눈 2시간짜리 휴가다. 에코프로는 이와 함께 ‘플러스 3일 휴가 부여’ 제도도 새롭게 도입했다. 연차 100% 사용 시 추가로 3일 유급 휴가를 다녀올 수 있는 제도다. 연내 사용이 원칙이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자율적인 근무시간 관리로 자기계발을 독려하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근로문화를 만들기 위해 도입했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임금 올려달라는 요구보다 정년 연장 요구가 기업에게 더 민감합니다.”올해 주요 기업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의 중요한 화두로 정년 연장이 떠오른 가운데, 최근 한 대기업 임원이 이 같이 말했다. 매년 협상을 해왔던 급여 인상과는 달리 정년 연장은 기업의 인력 및 임금 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재계에서는 고령화와 구인난, 저출산이라는 다양한 구조적인 인력 문제는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 유연화 등을 정년 연장 논의와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현대차 노조)는 최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한 정년 연장을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현재 국민연금 수령 나이는 63세인데, 2033년부터 65세로 연장된다. 이에 현대차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최대 만 64세까지 연장하자고 요구하는 것이다. 기아 노조 역시 사측에 현대차와 같은 요구를 할 전망이다. HD현대그룹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는 임단협 공동요구안을 17일 사측에 전달했다. LG유플러스의 4개 노조 가운데 두 번째로 인원이 많은 2노조도 올해 임단협에 앞서 만 65세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해 정년연장 입법청원을 내고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서 논의 의제로 꺼내는 등 정년 연장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공적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맞춰 65세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치권과의 연대도 검토하고 있다. 정년 연장 요구는 수년 전부터 있어왔으나 기존에는 임금 인상을 위한 전략적 카드 정도로만 써왔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정년 연장 이슈가 점차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이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청년 근로자들의 감소 문제 등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발 앞서 노사가 정년 문제에 합의한 곳도 있다. 동국제강그룹은 최근 임단협을 통해 정년을 만 61세에서 만 62세로 연장했다. 원래 동국제강은 만 59세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매년 10%가량 임금을 줄였다. 그러나 사측은 정년을 늘리면서 만 60세부터 총 임금의 10%가량을 줄이기로 했다. 청년 근로자들의 수급이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고숙련 노동자들이 계속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정년 연장에 합의를 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정년 연장 문제에 신중한 입장이다. 고령화에 따른 정년 연장은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정년 연장은 기업 인건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회사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년 연장 문제는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정년 문제는 연금이나 의료 보험 등 사회적인 시스템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보니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 개별 기업 치원에서 결정하기 벅찬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정년 연장이 시기 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다른 임원은 “정년 연장은 기존 젊은 세대 직원들의 인건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신입 채용을 하기 어렵게 해 청년 채용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 업종의 경우엔 정년 연장을 해서라도 근로자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 보니까, 정년 문제를 일반화해서 법제화를 하면 큰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업들도 중고령 인력 운영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00인 대기업 255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의 중고령 인력 운영 실태조사’ 결과 60세 이상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29.4% 였다. 특히 이들 기업 중 10.2%만이 정규직으로 중고령 인력을 고용하고 있었다. 응답 기업들의 기업의 74.9%는 중고령 인력 관리에 있어 애로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37.6%가 ‘높은 인건비 부담’을 꼽았고, ‘업무성과 및 효율성 저하’(23.5%), ‘신규채용 규모 축소’(22.4%), ‘퇴직지연에 따른 인사적체’(16.5%)가 뒤를 이었다.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최근 연금개혁 시 연금수령 연령에 맞춰 60세 이상 고용 또는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당장의 고용 연장은 양질의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정년 연장을 위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의 개편과 근로조건의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다이슨은 세계 최초로 무선 진공청소기를 개발했습니다. 헤어드라이어에 고속 모터를 탑재한 것도 다이슨이 처음입니다. 이전에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더 나은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글로벌 가전 기업 다이슨의 창업자이자 수석 엔지니어인 제임스 다이슨 경(77·사진)은 지난달 30일 본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돈 버는 기업은 되고 싶지 않다”며 “끊임없는 혁신과 새로운 기술, 새로운 형식, 그것이 바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이슨 경은 2007년 영국 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sir)를 받아 ‘다이슨 경’으로 불린다. 다이슨 경은 최근 관심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인공지능(AI)을 꼽았다. 다이슨의 혁신을 가속화하는 수단으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다이슨 경은 “AI는 기계, 로봇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다”며 “예를 들어 우리 제품 모터에도 AI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용자가 다이슨 제품을 더 쉽고 편하게 쓰도록 하기 위한 인터페이스 고도화에도 AI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지금도 AI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기능을 개발하고 있고, 앞으로 연구개발하는 모든 제품에 AI 기술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슨이 올 3월 출시한 ‘슈퍼소닉 뉴럴 헤어드라이어’에도 AI 기술이 적용됐다. 다이슨이 독자 개발한 센서 기술이 탑재돼 과도한 열로 모발이 손상되지 않게끔 두피 상태에 따라 온도를 자동 조절한다. 또 다른 올해 신제품인 로봇청소기 ‘360 비즈 나브’도 AI를 활용한 매핑 기술을 적용해 주변 공간을 사람처럼 인지하도록 설계됐다. 최근 삼성, LG를 비롯해 로보락, 에코백스 등이 잇따라 신제품을 출시하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로봇청소기 시장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아주 깨끗하게 청소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이슨이 이번에 새로 출시한 물청소기 ‘워시(Wash) G1’에 대해서는 “일상 속 문제를 해결하는, 바닥 청소에 최적화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워시 G1에는 롤러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1L 물통과 바닥을 닦고 난 뒤 더러워진 물을 걸러내는 0.8L 오수통이 각각 탑재됐다. 전면과 후면에 2개의 롤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바닥을 효과적으로 닦아낸다. 모두 이전 물청소기에는 없던 새로운 특징들이다. 다이슨 경은 “두 개의 롤러 브러시가 회전할 때마다 깨끗한 물이 공급되고 더러운 오염수는 분리돼 오수통으로 보내진다”며 “그래서 워시 G1은 처음부터 끝까지 깨끗한 물로 청소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전의 물청소 제품은 걸레가 좌우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청소 효율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워시 G1의 롤러는 좌우가 아닌 상하로 회전하는 방식이고, 양 끝에 있는 롤러 사이에 장착된 나일론 브러시가 중간에서 이물질들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다이슨 경은 “기존의 물청소기는 먼지 등 바닥 이물질을 제대로 닦아내지 못하고, 회전하면서 퍼뜨리는 단점이 있다”며 “하지만 워시 G1은 바닥을 부드럽게 닦아내면서 이물질도 걸러내는 효율적인 물청소기”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많은 나라로 다이슨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특히 워시 G1을 설계할 때 바닥이 단단한 한국 주거 특성도 고려한 만큼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워시 G1은 27일에 공식 출시된다. 가격은 89만9000원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한국과 일본, 그 동안 많은 경제협력을 해왔는데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및 SK그룹 회장은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 56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만약 이대로 괜찮지 않다면 여태까지 해보지 않았던 것을 모색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며 이 같이 말했다.최 회장은 이날 한일경제인회의에서 기조연설을 맡아 양국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위기를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최 회장은 “한일 양국이 안팎으로 직면한 과제는 몹시 닮아있다”며 “안으로는 모두 구조적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고 두 나라 모두 세계에서 손꼽히는 장수 국가이지만 출산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이제 일할 사람이 부족한 노인국가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최 회장은 이어 “밖으로는 두 나라 모두 불안한 국제 정서의 한 가운데에 놓여있다”며 “대만 해협을 둘러싼 긴장관계,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국제분쟁 확산 등으로 지금은 공급망 관리가 아주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다”고 했다.그러면서 최근 6개월 간 대한상공회의소와 일본상공회의소가 공동 연구한 결과를 내놓으며 “한일 양국이 관세를 전면 폐지하는 완전 무역자유화를 시행할 경우 두 나라 모두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최 회장은 “12개 산업분야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은 기계산업을 제외한 전 산업분야에서, 일본도 대부분 산업분야에서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며 “피해업종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양국 모두에 혜택이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최 회장은 양국의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한일 경제협력연구플랫폼’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각 분야마다 어떻게 협력을 할지에 대한 연구를 플랫폼화 시켜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논의하는 것”이라고 했다.최 회장은 “여기에 더해 한일 양국이 즉시 쉽게 할 수 있는 공동사업을 성공사례로 축적하자”며 “예를 들어 고령화 대응을 위해 양국 재택의료 시스템을 공유하는 등 성공사례를 만들어 간다면 서로 간 신뢰를 쌓고 협력 분위기를 더 널리 퍼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이노텍은 올해로 상용화 10주년을 맞은 차량용 조명 모듈 사업을 더욱 확대해 조 단위 매출을 내는 사업으로 키우겠다고 13일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LG이노텍의 차량용 조명 모듈 사업의 매출은 2000억 원대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3월 정기주주총회 이후 언론에 “전장(차량용 전기·전자 장비) 부품 사업 규모를 5년 내 5조 원대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LG이노텍의 차량용 입체조명 모듈 ‘넥슬라이드’는 2014년 첫 제품 양산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총 9개 라인업을 시장에 선보였다. 지난 10년간 매출이 연평균 47% 성장했다.넥슬라이드는 한국을 비롯해 북미, 유럽, 일본, 중국 등 국내외 9개 완성차 브랜드 88개 차종에 장착됐고 지난달 기준 누적 수주는 146건이다. 넥슬라이드는 LG이노텍의 독자 미세 광학패턴 기술이 적용됐다. 넥슬라이드 개발 전에는 차량용 조명의 표면이 균일하게 빛나게 하려면 특수 렌즈와 같은 별도 부품을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LG이노텍은 특허 기술을 통해 추가 탑재해야 하는 부품 수를 20% 이상 줄였다. 이를 통해 공간 활용도와 차량 디자인의 설계 자유도를 기존 제품보다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내년 인공지능(AI) 반도체 출시를 비롯해 데이터센터, 로봇 등 ‘AI 혁명’ 추진에 10조 엔(약 88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는 AI 전환을 목표로 대표 펀드인 ‘비전펀드’를 축소해 자금 마련에 나서며 그룹의 사업·투자 구조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소프트뱅크의 AI용 슈퍼컴퓨터에 수천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는 등 지원 사격에 적극 나서고 있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프트뱅크가 AI 강자로 발돋움하기 위해 10조 엔을 투자하고 그 일환으로 자회사 ARM에 AI 칩 전담 사업부를 설립한다고 보도했다. ARM은 2025년 봄까지 칩 개발을 마쳐 시제품을 내놓은 뒤 같은 해 가을부터 대량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ARM은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칩 개발사에 반도체 회로 설계를 판매해 ‘팹리스의 팹리스’로 불린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미 (반도체 위탁생산 전문인) 대만 TSMC 등과 협상을 진행하며 제조역량 확보에 나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더해 “소프트뱅크는 AI 칩 개발과 함께 이르면 2026년 미국, 유럽, 아시아, 중동에 자체 개발 칩을 탑재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로봇 합작회사 건립도 추진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손 회장은 ARM을 비롯한 소프트뱅크, 라인 등 핵심 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AI 생태계 구축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를 위해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벤처 펀드인 비전 펀드의 자산을 매각해 AI 투자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전펀드의 자산 규모는 10일(현지 시간) 현재 2021년 말 대비 290억 달러(약 40조 원) 감소했다. 쿠팡, 도어대시, 그랩 등 기존에 투자했던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지분을 잇달아 정리한 결과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손 회장이 AI 및 (반도체 등) 관련 하드웨어 진출을 위해 기존 펀드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며 “상당 지분을 현금화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는 손 회장이 1000억 달러(약 140조 원) 규모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자나기 프로젝트’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자나기는 미국 엔비디아에 맞서기 위해 AI 칩을 개발하려는 사업이다. 펀드 매각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소프트뱅크는 AI, 반도체 분야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섰다. 영국 반도체 스타트업 그래프코어 인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맞춤형 AI 칩 개발 전문업체인 그래프코어는 엔비디아의 ‘잠재적 라이벌’로 부상하며 소프트뱅크뿐만 아니라 ‘챗GPT’ 개발사 오픈AI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를 주축으로 생성형 AI 개발에도 속도를 내며 궁극적으로는 AI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AI 왕국’을 꿈꾸고 있다. 반도체 칩 설계부터 개발, 생산뿐만 아니라 AI 서비스라는 엔드유저(최종 소비자)까지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정부도 여기에 발 맞춰 소프트뱅크의 물량 공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0일 소프트뱅크의 AI용 슈퍼컴퓨터를 고도화하는 데 최대 421억 엔(약 3700억 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필요로 하는 비용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소프트뱅크는 슈퍼컴퓨터를 자체 생성형 AI 개발뿐만 아니라 외부 클라우드 서버에도 할애해 일본 내 AI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