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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행 이후 빅데이터, 통계 관련 학과들이 대학 인문계열 인기 학과 선두를 차지했다. 전통적인 인기 학과였던 경제학과, 경영학과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지난달 31일 종로학원은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공개된 2023학년도 정시모집 결과에서 주요 10개 대학 합격생의 수능 국어·수학·탐구영역 백분위 평균 합격선(상위 70% 기준)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인문계열 학생들에게 취업률이 높은 학과로 인식돼 선호도가 높았던 경제·경영학과가 합격선 1위를 차지한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2021학년도와 2022학년도에는 10개 대학 중 4곳의 인문계열 합격선 1위가 경제·경영학과였다. 학교별로 인문계열에서 합격선이 가장 높았던 학과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고려대 통계학과 △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과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한양대 정보시스템학과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이화여대 교육공학과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등이었다. 의약학계열을 제외한 자연계열에서는 반도체·인공지능(AI) 학과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현 정부의 반도체 분야 대학 정원 확대 정책 등으로 학생들이 관련 학과에 몰리면서 합격선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학교별로 보면 △서울대 수리과학부 △연세대 인공지능학과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중앙대 인공지능(AI)학과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이화여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서울시립대 컴퓨터과학부 등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경제·경영학과 등 상경계열 인기가 시들해지고 사회과학계열 융합학과를 선호하는 양상이 뚜렷하다”며 “인문계열은 학과보단 대학 이름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도입되면서 이과생들이 인문계열 학과로 교차 지원할 때 학과보다는 대학을 보고 진로를 정하는 경향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나 억울한 누명 등으로 직위해제 당한 교원이 소청심사를 통해 교직을 되찾는 비율이 최근 1년 사이 13%포인트 넘게 늘었다. 최근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가르치던 특수교사가 직위해제됐다가 다시 복직된 사례를 계기로, 문제가 생기면 시비를 가리기도 전에 교사부터 직위해제하는 폐단을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교사 구제 비율 37.3% 8일 동아일보가 분석한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처리된 직위해제 처분 소청심사 청구는 총 51건이었다. 이 중 37.3%(19건)는 위원회가 교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인용 결정이 나면 학교는 직위해제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 직위해제 사례 중 위원회가 교사의 청구를 인용한 비율은 2021년 23.7%였으나 지난해 13.6%포인트 올랐다. 소청심사란 공무원이 직위해제, 징계 등 자신에 대한 불리한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면 이를 심사하고 결정하는 행정심판제도다. 교원지위법상 징계 등 불이익 처분을 받은 교원은 30일 이내에 소청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위원회는 심사를 거쳐 청구가 제기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인용, 기각, 각하 중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간 학부모의 악성 민원 등 때문에 억울하게 직위해제, 기소 같은 불이익을 받았던 교사들의 사례가 주호민 씨 사건, 서울 서초구 초1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공론화되고 있다. 2019년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수업 중 장난치는 학생에게 “잘한다, 더 해봐”라고 말했다가 ‘교사가 치마 속을 보려고 했다’는 내용의 성추행 신고를 당했다. 그는 4년 만에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돼 누명을 벗었지만 소송전을 벌이는 기간 몸도 마음도 피폐해졌다.● 학부모 민원에 ‘직위해제’ 남발 사건이 벌어지면 시비를 가리기도 전에 교사에 대한 배제, 직위해제 처분을 너무 쉽게 내릴 수 있는 현재의 제도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서울 성동구의 한 사립초에서는 한 학부모가 교사를 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학교는 해당 담임 교사를 즉각 교체했다. 다른 학부모들이 “아이를 학대할 선생님이 절대 아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탄원서도 모았지만 학교는 사안이 경찰에 신고됐다는 이유만으로 교사를 교체했다. 지금의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교원이 아동학대 혐의로 수사만 받아도 직위해제될 수 있다. 교육장(교육감)이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정상적 업무 수행이 어려운 자’라고 판단하면 가능하다. 교사가 직위해제되면 급여는 최대 70% 삭감되고 승진 제한 등 불이익을 받는다. 문제는 많은 교육장(교육감)이 해당 사건이 정말 중대한지, 해당 교사의 업무 수행이 어려운지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그저 ‘학부모 민원’에 치여 혹은 사건을 되도록 빨리 덮기 위해 교사를 직위해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소청심사를 청구한 10명 중 4명꼴로 직위해제 처분이 취소됐다는 통계도 이를 반증한다. 전남의 한 고등학교 교장이었던 A 씨는 학생에게 “교복이 예쁘다”라고 말했다가 지난해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당했다. 그는 바로 직위해제됐고, 올 5월 불기소 결정이 나 누명을 벗었지만 이미 A 씨의 자리는 다른 교장으로 채워져 있었다. 교원지위법상 직위해제보다 수위가 높은 파면, 해임 등은 징계가 최종 확정될 때까지 후임자를 보충 발령할 수 없다. 반면 직위해제 처분은 사안이 종결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후임자 발령이 가능한 구조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은 “비슷한 사건인데 교육장(교육감) 판단에 따라 직위해제 여부가 갈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가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 4명을 지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올해 초부터 학교에 8차례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연필 사건’의 학부모가 수차례 전화 걸어 화를 낸 정황도 교육당국 조사로 확인됐다. 그러나 학부모의 폭언이나 교권 침해에 대한 학교 측 조치가 적절했는지는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4일부터 고인의 죽음과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동료 교사 진술에 따르면 고인이 숨진 채 발견되기 6일 전인 지난달 12일, 한 학생이 연필로 자기 가방을 찌르려던 다른 학생의 연필을 뺏으려다 자신의 이마를 그어 상처가 생겼다. 이에 피해 학생의 학부모는 고인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화를 냈고, 고인은 휴대전화 번호가 유출된 데 불안감을 호소했다고 한다.해당 학교 측이 지난달 20일 ‘연필 사건’과 관련해 ‘해당 학급에서 발생했다고 알려진 학생 간 사안은 학교의 지원하에 발생 다음 날 마무리됐다’는 내용의 입장문 초안을 발표했다가 이를 삭제한 것에 대해선 은폐·축소는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시교육청은 “학교에 사안을 재검토하라고 (시교육청이) 지시해 최종적으로 그 문구가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합동조사 결과를 두고 서울교사노조는 “기존에 이미 알려진 내용만 발표한 엉터리 조사”라며 “학교장의 책임이 없는지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한편, 조사단이 서이초 교원 65명을 대상(41명 응답)으로 지난달 27, 28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월 1회 이상 학부모 민원과 항의를 겪는다’고 응답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교권 보호’ 교사 면담 예약제 도입… 상담 대기실엔 CCTV 설치서울 서초구 초1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을 계기로 서울시교육청이 2일 교권 침해 예방 방안을 발표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면담 사전 예약제 도입, 상담을 위한 별도 민원실과 폐쇄회로(CC)TV 설치, 소송비 지원 등을 약속했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이르면 하반기(7∼12월)부터 시행된다. 다만 그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이르면 11월부터 서울 지역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는 학부모가 교사 면담을 하려면 사전 신청 뒤 교장이나 교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각 학교에는 면담을 위한 민원인 대기실이 마련되고, 학교가 요청하면 내부에 폐쇄회로(CC)TV도 설치된다. 이에 대해 교육 현장에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를 막기에는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교사들의 지적이 나왔다.● 상담 예약제-민원인 대기실 도입 2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부모 민원의 1차적 해결자를 교사가 아닌 교감, 교장이 하도록 하겠다”며 교권 침해 예방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시교육청은 교사 상담을 원하는 학부모가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상담 내용, 요청 시간 등을 적어 예약을 신청하면 교장, 교감이 이를 확인한 뒤 면담 승인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예약이 확정된 경우만 상담이 가능하게 한 것으로, 학부모 민원을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로 일원화한 셈이다. 이를 위해 시교육청은 면담 사전예약 전용 앱을 개발한다. 11월경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은 관내 유치원과 초중고교 안에 교실과 별도로 학부모 면담을 위한 민원인 대기실을 설치하기로 했다. 학교가 원하면 대기실에 CCTV 설치도 지원한다. 상담 중 벌어질 수 있는 돌발 상황을 기록하고, 추후 분쟁과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또 학부모가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로 ‘악성 민원’을 넣는 것을 막기 위해, 교사 전화번호는 학부모에게 공개하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 그간 교사 전화번호는 개인정보로 비공개가 원칙이었지만, 학부모 상담을 위해 교사에 따라 번호를 공개하는 경우도 있었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의 갈등이 소송전으로 넘어갈 경우 교사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시교육청은 소속 학교의 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의 심의, 의결이 없더라도 해당 교사에게 소송비(변호사 선임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금액은 민형사 1∼3심에서 각 심급당 최대 550만 원이다. 기존에는 이를 사후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선지급한다. 법률 분쟁을 중재하기 위한 분쟁조정위원회도 시교육청 산하 11개 교육지원청에 설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교육감은 “학교의 분쟁조정 업무를 경감시키는 차원도 있지만 위원회의 중립성을 더 확보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교사의 원활한 학생지도를 위해 8월까지 학생 생활 규정 가이드라인도 제작해 배포하기로 했다.● “실효성 의문… 교사 소송 부담도 여전” 이날 발표를 접한 교사들은 “대책이 나온 것은 다행이지만 현장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고교 교사는 “지금도 교장은 학부모들 눈치 보느라 사건을 쉬쉬하며 덮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상담 신청을 거절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앱으로 간편하게 상담을 신청할 수 있게 되면 오히려 상담 민원이 더 늘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김희성 서울교사노조 서울부대변인은 “막상 사전 예약 없이 찾아온 학부모를 어떻게 대응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소송비 지원 부분도 본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소송비를 지원할 테니 실제 소송 부담과 업무는 교사 개인이 떠맡아라’ 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고교 교사는 “교육청과 학교의 판단에 불합리한 소송이라는 결론이 서면 교사는 이전처럼 학교 업무에 집중하도록 해주고, 소송은 교육청과 학교가 대신 수행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1일 “학생 인권을 이유로 규칙을 위반한 학생을 방치하는 것은 인권을 이유로 사회 질서를 해치는 범법행위를 방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며 올해 2학기부터 당장 교권 확립을 위한 고시를 제정해 적용하라고 교육부에 주문했다. 초1 여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이 사회적 파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업무 스트레스와 학부모의 민원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교사 대부분은 치료비 지원도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교권이 확립되지 않으면 다른 학생의 인권도 학습권도 절대 보장될 수 없다”며 “교육부는 당장 올해 2학기부터 학교 현장에서 적용될 고시를 제정하라”고 지시했다. 학교 현장에서 교권이 붕괴된다는 여론이 커지자 강력한 대책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이달 중 초중고교 교원의 교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고시를 발표할 예정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올 4월 조합원 1만1377명을 대상으로 ‘최근 5년간 교권 침해로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가’를 설문조사한 결과 3025명(26.6%)이 “있다”고 답했다. 4명 중 1명꼴로 정신과를 찾았다는 것.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20∼2022년 서울의 교원들 중 정신과 치료비를 지원받은 건수는 총 64건에 그쳤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교사가 소속된 학교가 정식으로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열고 교권 침해 피해 사실을 인정해야 치료비를 지원한다. 하지만 학교 관리자인 교장이 교보위 개최를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의 초교 교사 A 씨는 올 초 조손가정의 학생을 괴롭히는 여학생에게 “그러지 말라”고 지도했다가 최근까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 학부모는 교육청 등 정부 기관에 민원을 제기했다. A 씨는 “교장도 교권 침해가 맞다고 인정은 했지만 교보위 개최는 거부했다. 결국 자비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황수진 교사노조 부대변인은 “교권 침해를 겪는 많은 교사들이 상담뿐 아니라 약물치료가 병행돼야 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호소하며 자비로 병원을 다닌다. 지원 대상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란 직업에 대한 인기도 하락하고 있다. 종로학원이 이날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공개된 4년 치 전국 교대와 일반 대학 초등교육과의 합격선(상위 70% 기준)을 분석한 결과 2023학년도 합격선은 2020학년도 이후 가장 낮았다. 수능 합격선은 2023학년도 82.9점(국어 수학 탐구 영역 백분위 평균 기준)으로 2022학년도(86.1점)와 비교해 3.2점 낮아졌다. 4년 전 합격선(90.3점)에 비해서는 7.4점이나 떨어졌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법률 분쟁을 경험한 서울시 교원 3명 중 2명은 ‘승소하거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이 31일 발간한 ‘교원대상 법률 분쟁 사례 분석 및 교육청 지원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한 서울 유치원 및 초중고교 교원(교장·교감 포함) 1770명 가운데 51명(2.9%)이 법률 분쟁을 경험했다. 이들의 ‘승소, 무죄 비율’은 ‘패소, 유죄 비율’의 2배에 달해 교원들이 부당한 고소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 분쟁을 겪은 적 있는 서울 교원에게 재판 결과를 물었더니 35명(무응답자 16명 제외) 중 23명은 민사 사건에서 승소했거나 형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원하는 바를 이뤘다’고 응답했다. 패소하거나 유죄를 받았다는 응답(12건)의 2배에 가깝다. 대부분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고소·고발이다. 이와 별도로 최근 5년간 교원 대상 법률 분쟁 판례를 검토한 결과 총 1188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아동학대, 성비위 등 형사 사건이 851건(71.6%)으로 가장 많았다. 손해배상 등 민사 사건은 259건(21.8%), 행정 사건 78건(6.6%) 등이었다. 손해배상 사건은 안전사고와 관련해 교사가 주의를 게을리했다며 공동피고로 넣는 경우 등이 많았다. 교육청 보고서를 쓴 정웅채 변호사는 “교원 대상 법률 분쟁 판례를 정밀 검토해 교권침해 행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면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등 법률 분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교원 지원책을 발표할 계획이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교육부가 돈을 받고 사교육 업체에 모의 킬러문항을 만들어 팔거나 강의를 제공해온 현직 교원에 대한 실태조사를 추진한다. 지난 달 25일 열린 제3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 논의에 따른 후속 조치다. 31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교원의 자진신고 내용을 토대로 각 시·도교육청이 교육부에 정기 제출하는 겸직허가 자료 등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자진신고 기간은 1일부터 14일까지 2주 동안이다. 신고하려는 교원은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에 접속해 신고서를 제출하거나 교육부로 신고서를 우편 발송하면 된다. 신고를 통해 교원의 위법한 영리행위가 확인되면 교육부는 관련 법령에 따라 관계 기관에 수사 의뢰하거나 징계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자진신고하지 않았다가 향후 감사원 감사 등에서 적발되면 무관용 원칙에 따라 더 엄중 조치된다. 교육부는 올 하반기 교원의 영리행위 금지 및 겸직 허가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원이 특정 사교육 업체나 강사 등을 통해 일부 수강생에게만 배타적으로 제공되는 교재·모의고사 제작에 참여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교실로 찾아와 항의하는 화난 얼굴, 밤낮없는 폭언, 교장실에 쫓아가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하던 언행이 환각과 환청이 돼 저를 괴롭혔습니다. 결국 지난해 6월 21일 새벽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습니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일대. 3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경력 20년 차이던 지난해 일방적으로 반 친구를 때리는 학생의 문제행동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공포심과 모욕감을 줬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교사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달 17일에야 모든 민형사 소송이 기각됐다는 A 씨는 “싸우는 학생을 몸으로 제지하면 신체적 학대, 호통을 치면 정서적 학대, 세워놓거나 남겨서 훈계하는 것조차도 아동학대로 판정받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팔 잡으면 아동학대 신고, 그냥 맞는다”이날 집회에는 체감온도 35도 내외의 무더위에도 22일 보신각 집회(주최 측 추산 5000명)의 6배에 달하는 인원이 모였다. 이들은 ‘교사 교육권을 보장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된 20대 여교사를 추모했다. 집회에 참석한 전남의 9년 차 특수교사 B 씨는 “물리고, 꼬집히고, 긁히고, 찔리는 게 일상인데 팔을 붙들어 제지하면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까 봐 그냥 맞는다”며 “설리번 선생님이 요즘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면 이미 검찰에 넘어갔을 거고, 헬렌 켈러도 이 세상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교사들의 자유 증언이 이어지면서 일부 참석자는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선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 교사는 “현행법 안에선 교사의 소명 기회와 진상조사 없이 단순 신고만으로도 직위해제를 당할 수 있다”며 “그 탓에 교사의 생활지도 범위가 점점 좁아지고 교사의 생활지도권과 교육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선 서울교대 교수 102명이 ‘교육 정상화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6년 동안 초중고 교원 100명 극단 선택”실제로 학교 현장에선 악성 교권 침해 행위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학부모 등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사례는 모두 202건으로 2019년(227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모욕·명예훼손’의 비중은 2019년 49.3%에서 지난해 37.1%로 줄어든 반면, ‘폭행·상해’ 등 심각한 침해는 같은 기간 3.5%에서 6.9%로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교권이 추락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 6월 말까지 전국 공립 초중고 교원 100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이 중 초등학교 교사가 57명으로 가장 많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권 보호의 필요성을 느낀 학생들을 중심으로 ‘교권 수호 확산 챌린지’도 시작됐다. “존경하는 선생님의 권리를 대한민국 ○○○이 존중합니다”라고 적힌 손글씨 인증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방식인데 사범대 진학을 꿈꾸는 고교 3학년생의 제안으로 시작돼 현재 900여 명이 동참했다. 캠페인을 기획한 조모 양(18)은 “학생과 교사 모두 존중되는 교실이어야 학생들도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교실로 찾아와 항의하는 화난 얼굴, 밤낮없는 폭언, 교장실에 쫓아가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하던 언행이 환각과 환청이 돼 저를 괴롭혔습니다. 결국 지난해 6월 21일 새벽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습니다.”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일대. 3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경력 20년 차이던 지난해 일방적으로 반 친구를 때리는 학생의 문제행동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공포심과 모욕감을 줬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교사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달 17일에야 모든 민형사 소송이 기각됐다는 A 씨는 “싸우는 학생을 몸으로 제지하면 신체적 학대, 호통을 치면 정서적 학대, 세워놓거나 남겨서 훈계하는 것조차도 아동학대로 판정받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팔 잡으면 아동학대 신고, 그냥 맞는다”이날 집회에는 체감온도 35도 내외의 무더위에도 22일 보신각 집회(주최 측 추산 5000명)의 여섯 배에 달하는 인원이 모였다. 이들은 ‘교사 교육권을 보장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된 20대 여교사를 추모했다.집회에 참석한 전남의 9년 차 특수교사 B 씨는 “물리고, 꼬집히고, 할퀴고, 찔리는 게 일상인데 팔을 붙들어 제지하면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까봐그냥 맞는다”며 “설리번 선생님이 요즘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면 이미 검찰에 넘어갔을 거고, 헬렌 켈러도 이 세상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교사들의 자유 증언이 이어지면서 일부 참석자들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이날 집회에선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 교사는 “현행법 안에선 교사의 소명 기회와 진상조사 없이 단순 신고만으로도 직위해제를 당할 수 있다”며 “그 탓에 교사의 생활지도 범위가 점점 좁아지고 교사의 생활지도권과 교육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선 서울교대 교수 102명이 ‘교육 정상화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6년 동안 초중교 교원 100명 극단 선택”실제로 학교 현장에선 악성 교권침해 행위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학부모 등에 의한 교육 활동 침해 사례는 모두 202건으로 2019년(227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모욕·명예훼손’의 비중은 2019년 49.3%에서 지난해 37.1%로 줄어든 반면, ‘폭행·상해’ 등 심각한 침해는 같은 기간 3.5%에서 6.9%로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교권이 추락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 6월 말까지 전국 공립 초중고 교원 100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이중 초등학교 교사가 57명으로 가장 많았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권 보호의 필요성을 느낀 학생들을 중심으로 ‘교권 수호 확산 챌린지’도 시작됐다. “존경하는 선생님의 권리를 대한민국 ○○○이 존중합니다”라고 적힌 손글씨 인증사진을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리는 방식인데 사범대 진학을 꿈꾸는 고교 3학년생의 제안으로 시작돼 현재 900여 명이 동참했다. 캠페인을 기획한 조모 양(18)은 “학생과 교사 모두 존중되는 교실이어야 학생들도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우리나라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 10명 중 4명(38.5%)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 때문에 수업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응답률보다 10%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27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OECD ‘교원 및 교직 환경 국제 비교 조사(2018년)’ 결과 국내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교장 6533명 중 38.5%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 때문에 수업 시간을 허비한다’고 응답했다. 5년마다 실시되는 이 조사는 OECD 회원국 등 48개국이 참여한다. 수업 방해 학생 때문에 많은 시간을 뺏긴다고 응답한 비율은 우리나라가 전체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11위를 차지했다. OECD 평균(28.7%)보다 9.8%포인트 높았고, 직전 조사인 2013년에 비해서도 3.6%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일본, 싱가포르, 호주 등 주요국의 이 비율은 5년 새 대부분 하락했다. 이 같은 국제 비교 결과는 최근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드러난 국내 교권침해 실태를 반영한다. 교육부는 올 3월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에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해 의도적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신설했다. 중대한 교권 침해 행위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25, 26일 이틀간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원 3만2951명에게 물었더니, 교사 10명 중 9명(89.1%)은 ‘교권침해 행위의 학생부 기재 방안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K팝과 K드라마는 이제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세계인이 즐기는 문화예술 콘텐츠가 됐다. 이런 바람을 타고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국내 기업도 해마다 느는 추세다. 한국메세나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2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총액은 2073억4400만 원이다. 2021년에 비해 15.8%(약 283억 원) 늘었다. 아예 문화예술 지원 서비스를 사업화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복지까지 결합해 사회공헌에 힘쓰는 기업들도 생겨났다. ● ‘그림 구독’으로 미술시장 확장대표적인 사례가 2013년 문을 연 그림 구독(대여) 서비스인 ‘오픈갤러리’다. 오픈갤러리는 국내외 역량 있는 전업 작가 1600명의 원화 작품 5만여 점을 온라인으로 대여해 주는 플랫폼이다. 작가들은 오픈갤러리와 2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다. 매달 약 6000점의 그림이 이를 통해 소비된다. 누적 고객은 10만 명이 넘는다. 오픈갤러리는 ‘구매’가 아닌 ‘구독’으로 미술 시장의 문턱을 낮췄다. 박의규 오픈갤러리 대표(42)는 25일 전화 인터뷰에서 “높은 비용 때문에 갤러리 전시를 하지 못하는 작가와 가격 부담에 선뜻 작품을 구입하지 못했던 고객을 연결해 주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유명 작가 작품에만 쏠렸던 기존 미술 시장의 거래 관행을 깨고, 누구나 미술을 손쉽게 향유하도록 하는 문화를 만든 것이다. 컨설팅사 출신인 그가 10년 넘게 미술 시장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몰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트페어(미술품 장터)나 미술관, 갤러리 방문객이 연간 10%씩 증가하는데, 대중적인 미술 시장은 커지지 않더라고요. 창업 전 미술계 관계자 100명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결국 제대로 된 플랫폼의 부재가 문제라는 걸 깨달았죠.”(박 대표) 최근에는 ‘아트테크’(아트와 재테크의 합성어) 서비스도 시작했다. 10년간 축적된 미술 작품별 수익률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품을 선정해 미술품 투자를 원하는 고객에게 판매하고, 그걸 다시 위탁받아 대여하는 서비스다. 박 대표는 “작가들이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하려면 ‘팬덤’이라는 지지 기반이 필요하다”며 “아트테크는 미술 시장에 이런 팬덤 문화를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악에 K팝 시스템 도입국악에 K팝 시스템을 접목해 눈길을 끄는 기업도 있다. ‘무아엔터테인먼트’는 국악계의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것부터 맞춤형 콘텐츠 기획·제작, 음반 제작 및 유통, 아티스트 활동 지원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소셜벤처’(사회적 기업)다. 한승민 무아엔터테인먼트 대표(28)는 “국악은 ‘발전’이 아닌 ‘보존’에 초점이 맞춰져 시장이 작아지고 보존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면서 “신진 국악인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무대를 만들고자 창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공연계에서 국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2021년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연극, 뮤지컬, 클래식, 국악 등 공연계의 매출 규모는 1168억 원에 이른다. 이 중 국악의 매출 규모는 4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0.3%에 불과했다. 한 대표는 무아엔터테인먼트 소속 국악 밴드인 ‘경성구락부’의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경성구락부는 국악과 현대음악을 혼합하는 ‘크로스오버’ 음악을 추구한다. 예를 들어 경기민요를 부르는 남창(男唱)이 발라드 창법으로 고음을 내지르고, 가야금 거문고 등 연주자들이 무대 위에서 관객과 호흡하며 몸을 흔든다. 한 대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목표로 다양한 편곡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직접 장애를 가진 문화예술인을 지원하기도 한다. 에너지 기업인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문화예술 분야 장애인 일자리 확대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장애인 클래식 연주단 창단식을 개최했다. 단원으로 뽑힌 청년 연주자 7명은 모두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지만 약 10년간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악기를 전공한 음악인들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장애로 인해 직업 선택에 제약이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실력만 있다면 누구든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이 서울대의 교수직 파면 처분에 불복해 교육부 직속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교원소청심사를 청구했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는 지난달 13일 교원징계위원회를 열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분인 조 전 장관 파면을 의결했다. 조 전 장관은 파면 의결 직후 입장문에서 “서울대의 성급하고 과도한 조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불복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후 24일 소청 심사를 청구한 것.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조 전 장관에게 기각, 각하, 징계 취소 등의 처분을 할 수 있다. 위원회가 조 전 장관의 징계 취소를 결정하는 경우 조 전 장관은 서울대에 복직할 수 있다.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이 내려지고 조 전 장관이 이에 불복하면 위원회를 상대로 30일 이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파면이 확정된다. 서울대는 조 전 장관이 2019년 자녀의 입시 비리, 뇌물 수수,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지 한 달 뒤인 2020년 1월 그를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직에서 직위 해제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한국수학교육학회가 주최하고 한국수학교육평가원이 주관한 제46회 한국수학경시대회(KMC) 시상식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동문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동아일보가 후원한 이 대회의 개인 부문 대상은 오서준(경남과학고 1학년) 외 9명, 금상은 23명, 은상은 74명, 동상은 127명이 받았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개인 부문 대상 ▽고등부 오서준(경남과학고 1학년) 전현태(대구과학고 2학년) 김태윤(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3학년) ▽중등부 임주원(경기 고양 도래울중 1학년) 양채민(경기 수원다산중 2학년) 도현우(경기 수원다산중 3학년) ▽초등부 유정석(서울 서이초 3학년) 이유주(서울 한양초 4학년) 박이준(서울 반원초 5학년) 노준(서울 신천초 6학년) ◇단체 부문 ▽고등학교 최우수상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대구과학 △경남과학 ▽중학교 최우수상 △경기 용인 이현 △강원 원주삼육 △대전동화 △대구동 △울산서여자 ▽초등학교 최우수상 △서울 대도 △경기용인 수지 △강원 율곡 △청주대성 △대전 한밭 △전북 한들 △광주삼육 △대구 영신 △부산 해원 △제주 한라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교권 침해 원인으로 지목된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지시하면서 전국 7개 시도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 개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2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교권 강화를 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인 교육부 고시를 신속히 마련하고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학생인권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불합리한 조례에 있는 독소 조항들을 정리할 수 있는 고시 제정을 서둘러 교권을 바로 세우고 교육 현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회에서 제정되는 조례는 헌법과 법률, 시행령 등의 하위 규정이다. 대통령실은 2010년부터 진보 성향 교육감이 도입을 주도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과 공교육 붕괴를 심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지시는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지도 권한이 학생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침해 혹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각 시도의 학생인권조례 개정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3개 교원단체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학생의 권리 외에 ‘책무성’ 조항을 조례에 넣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인권조례를 시행 중인 7개 시도(서울 경기 인천 광주 전북 충남 제주) 가운데 이미 경기 광주 충남 등이 조례 개정을 추진 또는 검토 중이다. 다만 조 교육감은 정부가 교원지위법 등 상위법 개정을 통해 조례 개정을 압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교육 이슈가 과도하게 정치적 쟁점이 되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며 경계했다. 조례 폐지나 전면 개정이 아닌 한계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교원 간담회에서 “중대한 교권 침해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해 가해 학생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계 일각에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근병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 위원장도 “소송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교사들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올 6월 여론조사에서 교사의 96%, 학부모의 88%가 중대 교권 침해는 학생부에 작성하는 데 찬성했다”며 추진 의지를 밝혔다. 교권 침해의 학생부 기재 등은 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 교육부는 법 개정에 앞서 행정규칙인 고시 개정을 통해 교권 회복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가령 사생활 침해를 금지한 현행 학생인권조례하에선 학생의 수업시간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할 명분이 부족했지만, 고시를 통해 ‘교원은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이 다른 학생과 교원의 교육활동을 저해한다고 판단해 주의를 줬지만 불응한 경우 검사와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식이다. 교육부는 8월까지 이런 내용의 교사 생활지도권 관련 고시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실상 인권조례 개정에 나선 것이다. 학부모의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장치도 마련한다. 시도교육청과 함께 학부모 민원 응대 매뉴얼을 만들고, 담임 교사가 민원을 직접 응대하지 않도록 별도 창구를 만드는 것이다. 교육부는 서초구 초1 담임 교사 사망과 유사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실 내 녹음 전화기를 보급하고, 최근 초3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부산시교육청은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한편 서울교사노조는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던 교사가 사망 2주 전에 “업무 폭탄+○○(학생 이름) 난리가 겹치면서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쓴 일기장을 24일 공개했다. 서울교사노조 측은 “유족 동의를 거쳐 일기장을 공개했다”며 “고인이 생전에 업무와 학생 생활지도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기존의 제보와 일맥상통한다. 무차별적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교육부가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이른바 ‘영어유치원’(유아 영어학원)을 대상으로 14일 합동 점검에 나섰다. 이날 교육부는 교습비 등 초과징수, 등록과정 외 교습 과정 운영 등 유아 영어학원의 편법·불법 사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교육청 직원 10명 이상이 불시해 점검 대상 학원을 방문해 실태를 살폈다. 해당 학원은 레벨테스트 비용과 피복비 등 명목으로 교습비를 부풀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본보(7월 6일자)는 이달 초 서울 강남·송파 일대 유아 영어학원들이 교습과목을 ‘영어’로 등록해놓고 수학, 체육 등 다른 과목을 가르치고, 입학 전 높은 난도의 레벨테스트를 치르도록 하는 등의 운영 실태를 취재해 보도했다. 교육부는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악용해 선행 학습을 유발하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허위·과장 광고를 적극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앞으로 한국인터넷광고재단과 협력해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부당 광고 모니터링도 지속해서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22일 개설한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13일 오후 6시 기준 총 385건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사교육 업체와 수능 출제 체제 간 유착 의심 53건 △끼워팔기식 교재 등 구매 강요 37건 △교습비 등 초과 징수 41건 △허위·과장 광고 62건 △기타 244건 등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10명 중 7명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에서 이른바 ‘킬러(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면 “변별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총장 세미나에 참석한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86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3명 중 67.5%(56명)가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로 ‘수능의 변별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10명 중 8명(78.31%)은 ‘대입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45.8%는 ‘변별력 저하는 있지만 대입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했고, 32.5%는 ‘변별력 저하도, 대입 혼란도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방대는 서울권 대학들보다 정시 선발 비중이 낮아 수능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방대들의 정시 선발 비중은 10% 정도로, 서울권(40%)보다 훨씬 낮다. 2028학년도 대학 입시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4년제 대학 총장의 51.8%는 ‘수능을 자격고사(일정 점수를 넘으면 입학 자격을 주는 시험)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등록금 인상 관련 질문에 응답한 84명 중 41.7%는 2024학년도에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6일 정부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초고난도) 문항 배제’ 지침과 관련해 “킬러 문항이 없어지면 ‘두더지 찾기’ 게임같이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정책 취지는 공감하지만 킬러 문항 배제가 근본적 대안이 될 순 없다는 비판이다. 조 교육감은 이날 3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킬러 문항을 수사하듯, 범죄자 다루듯 다루게 되면 또 다른 부작용에 책임져야 하는 양상으로 흘러갈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킬러 문항 배제로 (사교육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데 합의하고, (사교육 업체와 수능 출제위원의) 유착은 예외적인 범죄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입장을 넘어 여야가 모여 협치·숙의형으로 교육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저의 소망”이라며 “이미 2028학년도 대입 제도에 대한 상당한 제안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교육감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킬러 문항’으로 대표되는 현행 수능의 부작용 및 사교육 산업의 심각성은 여당과 야당, 시민사회와 교육계가 모두 공감한다”며 ‘킬러 문항 방지법’ 논의를 제안한 바 있다. 조 교육감은 ‘킬러 문항 배제’에 대한 입장이 기존과 달라진 것이냐는 질문에는 “큰 틀에서 동의하지만 방법에 있어서는 비판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최근 진보 진영 교육감들은 잇따라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해직 교사 출신인 김지철 충남도교육감과 김대중 전남도교육감은 “킬러 문항을 배제하는 정부 정책 방향에 찬성한다”고 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킬러 문항을 없앤다고 입시가 제자리를 찾지는 않는다. (대통령이)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논의해 달라고 하지 않은 게 아쉽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최근 ‘영어유치원’ 사교육 과열과 관련해 “고액 영어유치원의 등장은 이명박 정부 때 이후 새로운 형태의 광풍 느낌”이라며 “공교육에서 사교육 수요를 최대한 흡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의 모든 초등학교에 원어민 영어 교사를 배치하고, 1000명 이상 과대 학교에는 1명(총 2명)을 추가로 배치하겠다”고 했다. 현재 서울의 공립초 564곳 중 395곳(70%)은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가 초3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한다. 나머지 169곳(30%)은 원어민 교사가 배치되지 않았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A 군(5)은 지난해 유명 ‘영어유치원’(영유)의 입학 ‘레테’(레벨테스트)를 치렀다. 엄마들 사이에서 최근 ‘4세 고시’라고 불리는 시험이다. 알파벳 대소문자 읽고 쓰기, 간단한 영어 회화 등이 출제되는데, 떨어지면 3∼6개월 뒤 ‘재시험’을 봐서 합격해야 이 ‘영유’에 입학할 수 있다. 세 살 때부터 다른 ‘영유’에서 공부해 온 A 군은 레테에 합격했다. 한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난관이 기다렸다. 감당하기 어려운 숙제들과 너무 빠른 진도. 학원장은 A 군의 어머니에게 “보충 학습을 따로 시켜 달라”고 대놓고 권유했다. A 군의 어머니는 그길로 인근 보습학원에 등록했다. 동아일보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과 함께 초1 자녀를 둔 학부모 1만1000명을 대상으로 5월 16∼29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중 628명(6%)이 “자녀를 취학 전 영유에 보냈다”고 답했다. ‘일찍 배워두면 도움이 될 거 같아서’(510명), ‘선행학습 차원에서’(142명),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116명) 등의 이유가 많았다. ‘의대 광풍’이 최근 사교육의 종착지라면 ‘영유’는 그 출발지로 통한다. 일부 영유아는 네 살 때부터 40∼50분 수업에 10만 원이 넘는 ‘영유 입학’ 과외를 받거나 프렙(Prep·준비) 학원에 다닌다. 입학 후에는 진도를 따라잡기 위해 또 다른 보습학원을 오간다. 영유도 사교육이기 때문에 어린이 입장에서는 ‘3중 사교육’을 받는 셈이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 영유는 총 847곳이나 된다. 이 중 551곳(65.1%)이 서울, 경기, 인천에 집중됐고, 서울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에 114곳이 있다. 양신영 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영유 과열은 입시와도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유아 사교육을 다룬 책 ‘압구정에는 다 계획이 있다’를 펴낸 초등교사 임여정 씨는 “초교 저학년 때 영어를 끝내놓고 고학년부터는 수학, 과학에 몰두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네 살 자녀를 둔 학부모 B 씨는 ‘4세 고시’를 준비하려다 포기했다. B 씨는 “아직 손가락에 힘도 없는 아이에게 알파벳 쓰기를 시키는 내 모습에 스스로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세살배기가 점심시간 쪼개 ‘영유 입학’ 사교육… 대입처럼 재수도 사교육 출발 ‘영어유치원’영어실력 일정 수준 넘어야 합격떨어지면 3~6개월뒤 재시험 봐야입학뒤 진도 못 따라가면 ‘유급’… “3세부터 사교육 경쟁 내몰려”최근 서울 강남 등 일부 학원가에서 성행 중인 영어유치원은 대부분 ‘학습식’이다. 유치원 졸업 전까지 미국 초교 고학년 수준의 영어 읽기, 말하기 등 능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4세에 입학한 후 3년간 빠른 속도로 진도를 빼야 하기에 입학 자격부터 까다롭다. 특정 교육기관이 실시하는 영재 테스트의 ‘상위 5% 영재’ 성적표를 요구하거나 5세 반에 ‘유급 제도’를 도입하는 등 ‘갑질’에 가까운 행태도 보인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부모는 “학원이 아이들을 골라 받는다. 3세짜리 아기를 의자에 앉혀놓고 5∼10분간 하는 검사로 영재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4세 때 ‘레벨테스트’ 사교육 학원 자체 레벨테스트도 거쳐야 한다. 알파벳 쓰기나 철자와 발음을 이해할 수 있는지 등을 본다. 영어를 한 번도 접해 보지 않았거나, 단순히 알고 있는 수준으로는 레벨테스트를 치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4세 고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프렙(Prep·준비) 학원’은 원래 대치동의 ‘빅3’, ‘빅5’로 불리는 초등 유명 영어학원의 레벨테스트를 준비시켜 주는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어유치원 입시도 준비시켜 주고, 숙제와 학원 진도를 따라잡는 보충 학습도 해주는 사교육 기관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입시 경쟁의 출발선이 7세에서 4세로 3년 더 앞당겨진 셈이다. 양신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010년대부터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레벨테스트 준비가 더 격화되면서 프렙 학원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영유 입학’ 과외도 성행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학부모는 “3세 영유에서는 소위 ‘네임드(유명한)’ 강사한테 과외를 받으려고 아기 점심시간까지 쪼개 과외를 다녀온다”고 귀띔했다. 본보가 실시한 초1 자녀 학부모 대상 설문에서도 자녀가 취학 전 영유(반일제 유아 대상 영어학원)를 다닌 적 있다고 응답한 628명 중 206명이 5세에 영어유치원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4세라는 응답자도 150명이었다. 절반 이상이 4, 5세에 영어유치원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 칼 빼 들었지만… 영유들 ‘마이웨이’ 정부는 지난달 26일 과열된 영어유치원을 정상화하겠다며 칼을 빼 들었다. 교습 과목을 영어로 신고한 뒤 수학 미술 등을 가르치고 교습비를 부풀리며 ‘유치원’ 행세를 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현행법에 따르면 영어유치원은 유치원이 아니라 학원이다. ‘영어유치원’에는 학원법이 적용되고, 유치원에는 유아교육법이 적용된다. 하지만 영어 외 수학 과학 등 다른 과목을 가르치고 점심 식사도 제공하면서 마치 유치원처럼 운영하고 있다. 정부 대책 발표 이후인 5일에도 기자가 돌아본 서울 강남구, 송파구 일대 영어유치원 10곳 이상이 기존 ‘유치원식’ 커리큘럼을 그대로 안내하고 있었다. 기본 월 교습비는 약 180만∼200만 원에 방과후학습, 교재 등 추가 비용을 받았다. 신체, 사회성, 정서 등 전인적 발달이 필요한 시기에 영어유치원의 학습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1990년대 초반 영어유치원이 생기기 시작할 때는 놀이식이나 절충식(놀이, 학습) 영어유치원이 많았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가성비’(투자 비용 대비 학습 효과)를 요구하면서 최근에는 대부분 ‘학습식’으로 바뀌는 추세다. 아동학 박사인 권윤정 맘모스아동청소년상담센터 원장은 “구조화된 환경에 지나치게 일찍 노출된 탓에 학습에 흥미를 잃고 부모와의 갈등이 생겨 상담센터를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영어유치원이 앞으로 엄격한 유아교육법 적용을 받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설립 인가를 받지 않고 학생을 모집해 유치원 형태로 운영할 경우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교육 강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파구는 올해부터 관내 국공립 및 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원어민 영어교실’을 운영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누리과정(3∼5세 공통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방과후 특별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영어, 한글, 예체능 등 ‘학원식 수업’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방식의 수업이 불법은 아니지만, 학부모에게 추가 수업료로 전가되는 비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특별활동 수업이 사설 학원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가져온 ‘준(準)사교육’에 가깝지만 교육부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1 자녀를 둔 학부모 응답자 1만1000명 중 4681명(43%)은 지난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후 특별활동에서 ‘영어 사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수학 사교육은 2760명(25%), 국어도 3446명(31%) 있었다. 실제 서울 지역 유치원에서 학부모들이 누리과정 정부 지원금을 제외하고 부담하는 금액은 월평균 20만 원가량이다. 유명 사립 유치원에서 자녀가 원어민 영어, 태권도 수업을 듣는 학부모 A 씨는 “강사, 교재비 등 50만 원 이상이 든다”고 말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방과후 특별활동 수업을 하는 업체들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어느 업체와 어떤 형식으로 특별활동 수업을 할지는 재량에 달려 있다”며 “관련 통계는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방과후 활동은 하루 1시간, 1과목 이내로 제한되지만 일과 중 특별활동(특색교육)에 대해서는 그런 기준마저도 없다. 전문가들은 사교육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으로까지 파고든 현실을 지적하며, 누리과정을 내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부연 부산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기존 누리과정의 질을 학부모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강화해 학원식 사교육의 침투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학생들에게 “내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관계자와 만났다”며 예상되는 문제 유형을 이야기한 대형학원 강사를 교육부가 경찰청에 수사 의뢰한다고 3일 밝혔다. 수강생들의 입시 실적을 과장해서 홍보한 대형 입시전문학원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한다. 대형 입시학원과 ‘일타’ 강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이어 정부의 사교육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날 교육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를 열고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가 개설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접수된 261건 중 12건에 대해 1차적으로 경찰청에 수사 의뢰(2건)하고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10건)하기로 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는 행태에 단호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수강생들에게 자신이 수능 출제 관계자와 만났다고 언급한 강사에 대해 ‘사교육과 수능 출제 체제 간 유착 관계(카르텔)가 의심’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다만 교육부는 해당 제보가 정확히 언제 벌어진 사건인지, 언제 치러진 수능에 관련된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증거 인멸 우려가 있어 해당자를 직접 조사하지 않았지만 제보 내용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 의뢰한다”고 설명했다. 제보가 사실이라면 수능 역사상 최초의 문제 유출 사례로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청 관계자는 “문제가 유출됐다면 공무상 비밀누설, 업무방해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16년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 교사로부터 문제를 입수해 학생에게 알려준 강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교육부는 수강생의 입시 결과를 ‘과장 홍보’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형 입시전문학원을 공정위에 조사 요청했다. 입시업계에서는 ‘메이저 의대 정시 정원 ○○○명 중 ○○명의 합격생을 냈다’고 광고한 유명 A학원을 주목하고 있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보통 한 번에 3, 4개 대학에 합격하는데 그런 숫자까지 포함해 광고한 것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전했다. 교재 집필에 ‘수능 출제진’이 참여했다고 홍보한 출판사도 공정위 조사 대상이다. 모의고사 문제집으로 유명한 한 출판사는 ‘국내 유일! 수능 출제자가 만든 모의고사’라고 홍보 중이다. 2016년부터 수능 출제위원은 ‘출제위원 참여 경력을 외부에 노출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감수한다’는 비밀준수 의무 서약서에 사인을 해왔다. 하지만 교육부는 그 이전의 사례도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면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 이날 교육부는 “하반기(7∼12월)에 수시 원서 접수와 대학별 논술고사 등이 진행되는데 이와 관련된 사교육도 만만치 않아 계속 신고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