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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은 확대 회담과 비공식 회담 등으로 진행되며 두 정상이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러시아는 산책과 다도를 겸한 일대일 비공식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둘만의 밀담을 나누며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평양 도착에 앞서 18일 김 국무위원장과 체결할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초안을 승인했다. 19일 북-러 정상회담에서 서명이 이뤄지면 과거 북한이 옛 소련과 맺은 ‘혈맹’에 근접한 수준으로 양국 관계가 형성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준동맹’ 수위로 끌어올린 이번 협정을 통해 양국이 향후 군사·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밀착할 제도적 명분을 만든 것이다. 러시아가 북한과 맺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인 한-러 관계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 선물로 매우 민감한 핵·미사일 관련 첨단 군사기술 등을 내주는 대신 이 협정을 맺는 걸로 갈음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 24년 만에 동맹 바로 전 단계로 수직 상승 포괄적 전략 동반자는 통상적인 러시아의 대외 관계 유형으로 볼 때 동맹의 바로 전 단계다. 통상 러시아의 대외 관계는 ‘전략적 동맹’이 최상단에 있고, 그 아래에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전략적(협력) 동반자 관계, 선린 우호 관계’로 내려간다. 전략적 동맹은 ‘러시아의 동생’으로 불리는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등 옛 소련권인 독립국가연합(CIS) 등 몇몇 국가만 러시아와 맺고 있다. 특히 아르메니아와는 한미 관계처럼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의무도 있다. 냉전 시대가 끝난 뒤 러시아는 1996년 남북 균형 외교를 이유로 1961년 북한과 옛 소련 간 맺은 동맹 조약을 폐기했다. 이 동맹 조약에 유사시 자동군사 개입 의무 조항이 있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의 첫 방북이 이뤄진 2000년 체결된 조약은 러시아의 대외 관계 중 가장 하위 단계인 ‘선린 우호 관계’에 머물러 있었다. 러시아는 이번 북-러 협정이 1961년과 2000년 조약을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24년 만에 이 관계가 격상된 것.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북-러 관계가 최소 2∼3단계 수직 상승해 향후 동맹으로 발전할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를 포함해 대개 국가들은 상대국과의 관계에 있어 명시적으로 순위를 두진 않는다. 다만 일반적으로 ‘동반자 관계→포괄적 동반자 관계→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한중·한러)→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한-호주)→포괄적 전략 동맹관계(한미)’ 순으로 파트너십의 강도가 높아진다.● 푸틴, 북-러 안보 분리 불가능 강조 이번 관계 격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양국이 급격히 밀착하며 진행해온 무기 거래 등 군사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안팎에선 북-러 관계 격상이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우크라이나 무기 제공뿐 아니라 핵·미사일 관련 첨단 군사기술을 러시아로부터 비밀리에 이전·지원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사실상 마련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 정상은 비공개로 북한의 추가 포탄 제공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북한은 180만 발에 달하는 포탄을 러시아에 지원한 것으로 추산된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노동신문 기고글에서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전(안보) 구조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러시아와 북한의 안보가 이른바 “미국의 위협” 앞에 분리될 수 없는 한몸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1월 동맹이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 벨라루스와 연합국가 창설을 논의하면서 “평등하고 불가분한 안보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동맹이 아닌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을 밝힌 만큼 당장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을 부활시킬지는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우회전할 때 반드시 멈추도록 규정한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2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도 정확하게 우회전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운전자는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연구원이 올해 1월 발간한 ‘우회전, 돌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보고서에 따르면 우회전 방법에 대해 세부 내용까지 정확히 알고 있는 운전자는 400명 가운데 단 1명(0.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찰이 홍보하는 6가지 상황별 우회전 방법을 모두 맞힌 운전자는 3명(0.8%)뿐이었다. 경기연구원은 “전방 차량 신호가 파란불인데도 무조건 일시정지하거나, 보행자가 모두 횡단했는데 보행자 녹색 신호 동안 불필요하게 기다려야 하는 줄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불필요한 대기 행동은 차량 정체를 유발하고 운전자 간 갈등을 불러온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운전자 75.3%는 우회전 일시정지 중 뒤따르던 차량이 경적이나 헤드라이트로 위협하는 등 보복성 행동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경기연구원은 혼란이 이어지는 이유로 경찰 단속과 법원 판결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을 꼽았다. 경찰은 전방 차량 신호가 적색이더라도 보행자가 없으면 일시정지 후 우회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우회전 관련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전방 차량 적색 신호 시 우회전을 하다 사고가 나면 신호위반으로 보는 판결도 혼재하고 있다. 이에 경기연구원은 일시정지 대신 차량 속도를 줄이는 것을 강조하는 운전 문화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규정이 애매한 일시정지보다 우회전 속도를 줄이는 것이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의 사고 발생 요인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것. 경기연구원은 “저속으로 우회전하면 사각지대 통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건수가 줄어들 것”이라며 “사망사고와 같은 중상자 사고 감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버스와 트럭 등 대형차량에 대한 사각지대 방지장치 의무화도 제안했다. 2022년 기준 보행자 도로횡단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 건수는 승용차가 2.8명, 대형차가 6.0명으로 2배 이상 높다. 중상자 비율도 1.2배 높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올해 7월부터 신규 트럭이나 버스에 3가지 사각지대 방지 보조장치 설치를 의무화한다. 경기연구원은 “국내 대형차에도 어라운드뷰(사방촬영영상), 사각지대 알림시스템 등 안전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구특교(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소설희(경제부)이청아(국제부) 이채완(사회부) 기자}
10일 오후 2시 반 경기 시흥시 장현초 정문 앞.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정문을 나선 학생들은 우측에 있는 교차로를 향해 달려갔다. 그 순간 교차로를 향해 빠르게 달려오는 차량 한 대가 보였다. 차량이 교차로 30m 앞까지 다가오자 도로 우측에 설치된 전광판에 ‘우회전 주의’ ‘보행자 대기 중’이라는 경고 문구가 떴다. 전광판을 확인한 차량은 속도를 줄이기 시작해 교차로 앞에서 멈춰섰다. 동시에 교차로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차량 진입 중, 좌우를 살피고 건너세요”라는 안내방송이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그 덕분에 달려오던 학생들은 발걸음을 늦추고 횡단보도 앞에 멈춰선 뒤 주위를 살폈다. 이 시스템은 시흥시가 올 2월 설치한 인공지능(AI) 기반 ‘우회전 차량 주의 알리미’다. 과거 우회전 차량과 보행자의 횡단 사고가 실제 발생한 장소에 우선적으로 설치됐다. ‘우회전 일시 정지’ 정책이 시행된 지 어느덧 2년. 그럼에도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자 이처럼 AI 첨단 기술을 활용해 우회전 차량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 운전자·보행자 모두 경고해 사고 예방 우회전 차량 주의 알리미는 차량과 보행자의 교차로 접근 여부에 따라 다르게 안내된다. 차량이 교차로로 진입하는 시점에 보행자가 접근 중이면 ‘보행자 대기중’ ‘우회전 주의’라고 전광판에 안내된다. 실제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하면 ‘보행자 횡단 중’ ‘우회전 주의’로 안내 내용이 바뀐다. 두 상황 모두 보행자는 차량 진입 안내를 스피커로 들을 수 있다. AI가 운전자와 보행자 양쪽 모두 교차로로 진입하는 경우를 실시간 판단해 안내하는 쌍방향 시스템인 셈이다. 이에 따라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우회전하기 약 30m 전부터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접근하고 있는지, 실제로 건너고 있는지 사전에 전달받을 수 있다. 사각지대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우회전 차량 사고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운전자와 보행자가 동시에 경고 안내를 받기 때문에 ‘2중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유모차를 끌고 교차로에서 대기하던 한 학부모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주변에 이런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차로 상황에 대해 실시간으로 맞춤형 안내를 전달할 수 있는 이유는 교차로에 AI 영상 판별기기가 설치됐기 때문이다. 이곳에 우회전 차량 주의 알리미를 설치한 AI 솔루션 기업 ‘핀텔’의 박학규 대리는 “4대의 카메라가 교차로 주변 차량과 보행자를 정확히 구분하기 때문에 실시간 안내가 가능하다”며 “최근 AI 시장이 커지면서 우회전 차량 주의 알리미처럼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교통 환경을 최적화하는 데 AI가 대폭 도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고 발생 지역, 통학로에 설치 확대 2022년 7월 우회전 사고 예방을 위한 도로교통법이 생겼지만, 운전자의 인식 변화가 미미하고 사고 위험이 끊이지 않았다. 2022년 기준 우회전 교통사고는 전년 대비 190건이 늘어 총 4230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58명이다. 전체 도로 횡단 사고 중 우회전 사고 비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30.2%에 달한다. 사고가 끊이지 않자 시흥시는 AI 우회전 알리미를 도입하기로 했다. 시흥시 첨단교통팀 민현홍 주무관은 “우회전 차량 관련 도로교통법이 생겼지만 현장에서는 제도 혼란 등 사고가 이어져 왔다”며 “사고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다 AI를 활용한 교차로 시스템을 설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흥시는 장현초뿐 아니라 신현역교차로와 꿈나래 유치원 입구 등 3곳에 우회전 차량 주의 알리미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지난해 말부터 설치를 시작해 올 2월부터 정식 운영 중이다. 3곳 모두 도로교통공단이 관리하는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서 실제 사고가 발생한 지점으로 집계된 곳이다. 앞으로도 실제 사고 발생 지점과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 통학로를 중심으로 우회전 차량주의 알리미 설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우회전 차량 주의 알리미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인천 연수구, 서울 동대문구와 송파구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발 맞춰 경찰청도 우회전 차량 주의 알리미의 전광판 규격화 등 설치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또 5∼6월에 교차로 우회전 일시 정지를 집중 계도·단속하는 등 우회전 일시 정지 일상화 종합대책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구특교(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소설희(경제부)이청아(국제부) 이채완(사회부)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 발표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들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특히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앙숙 관계였던 쿠바계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플로리다주)이 가장 유력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6일(현지 시간) USA투데이는 최근 트럼프 캠프가 부통령 후보로 루비오 상원의원(53), 억만장자 기업인 출신의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68),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 저자인 J. D.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40), 흑인인 팀 스콧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59) 등 총 4명을 최종 압축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음달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 지명자를 발표하기로 했다.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4명은 색깔이 서로 뚜렷하게 다르다. 우선 루비오 의원은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해 히스패닉 표심을 끌어올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바텐더인 아버지, 호텔 메이드 어머니 밑에서 자수성가했다는 스토리도 갖고 있다. 또 강력한 트럼프 옹호자로 최근 ‘성추문 입막음 사건’ 재판 당시 최전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변호하기도 했다. 더그 버검 주지사는 이번 공화당 경선에 출마했다가 일찌감치 사임 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인물로, 기업인 출신 백만장자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러 건의 형사 기소가 걸려 있어 법률 비용이 절실한 상황이라 많은 정치 배팅 사이트에서는 더검 주지사를 유력 부통령 후보로 점치고 있다. 다만 인지도가 낮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명한 한계도 존재다.스콧은 공화당 상원의원 중 유일한 흑인으로 흑인 유권자 표심에 어필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아 왔다. 밴스 의원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백인 저소득층의 심리를 잘 분석한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 저자로, 올해 대선 판도를 좌우할 러스트벨트 경합주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그런데 16일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들 중에서도 루비오 상원의원이 1순위 후보로 올랐다고 전했다. 우선 애리조나주와 네다바주 등 히스패닉, 라틴계 유권자가 많은 경합주에서 표를 끌어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틱톡 금지법을 주도하는 등 대표적인 대중(對中) 매파로도 유명한데, 민주당을 ‘극좌’라고 비판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산주의 국가 출신인 그가 반(反)좌파로 돌아선 스토리도 좋아한다고 WSJ는 전했다.또 이번 대선이 ‘최고령 매치’로 불리고 있는 가운데 53세인 루비오 의원은 물망에 오른 부통령 후보들 중 나이가 어린 편에 속하면서도 정치 경력이 짧지 않아 존재감도 뚜렷하다. 2010년 40대 중반의 나이로 상원의원에 선출돼 의회에 진입했고 뛰어난 말솜씨로 한때 ‘공화당의 미래’로 여겨지기도 했다. 포드 오코넬 공화당 전략가는 “버검 주지사의 자금력과 비교해봐도 루비오 의원 역시 기부금 모금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래 루비오 의원은 2016년 공화당 경선에 출마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을 벌였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루비오 의원이 자신보다 키가 작다며 “리틀 마르코”라 조롱하고, 루비오 의원은 “사기꾼”이라고 되받아치는 등 설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엔 줄곧 그를 지지해왔다. WSJ는 “한때 루비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수사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매체는 루비오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평이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한편 미국 헌법은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가 같은 주에 거주하고 있으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루비오 의원의 측근은 WSJ에 “현재 부통령직에 올인한 루비오 의원이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직을 포기하고서라도 이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앞서 2000년 대선에서도 딕 체니가 당시 텍사스 부지사였던 조지 W 부시의 러닝메이트가 되기 위해 와이오밍으로 거주지를 옮긴 적이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전 세계 곳곳에서 대선과 총선이 치러지는 ‘2024 슈퍼선거의 해’의 최대 행사인 11월 5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이 약 넉 달 반 앞으로 다가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의 초접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지지율만으로는 3억3000만 명의 미국인이 고령, 사법 리스크 등에 동시에 직면한 두 사람을 왜 지지하는지, 왜 지지하지 않는지 등을 명확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동아일보는 지지 정당, 성별, 나이, 인종, 직업, 거주지역이 다양한 미 일반 유권자 9명을 최근 약 한 달에 걸쳐 심층 인터뷰했다.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집권 민주당 지지자 3명, 야당 공화당 지지자 3명, 두 후보 중 어느 쪽에도 마음이 가지 않는다는 ‘더블 헤이터(double hater)’ 3명을 각각 접촉했다. 그간 한미 전문가들의 분석과 전망을 다룬 기사는 많았지만 미 ‘풀뿌리 유권자’를 집단 인터뷰한 접근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처음이다. 동아일보는 이 9명에게 △11월 대선에서 찍을 후보와 그 이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평결에 대한 의견 △미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 △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 등에 대한 공통 질문을 던졌다. 》 민주당 지지자로는 인도계 사업가 수닐 메타 씨(65),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백인 가정에 입양된 크리스 워디카 씨(38), 유대계 대학원생 아비브 코하브 씨(23)가 인터뷰에 응했다. 공화당 지지자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때마다 맨 앞줄을 차지하는 보수단체 ‘프런트로조스’의 공동 대표 샤론 앤더슨 씨(68·여), 보수 성향 정치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존 실크 씨(54), 공화당 지지 비영리단체 ‘더아메리카프로젝트’의 설립자 패트릭 번 씨(62)의 이야기를 들었다. 파키스탄계 무슬림이며 국립보건원(NIH) 연구원인 알리 리즈비 씨(24), 교육업계에서 일하는 백인과 파키스탄계 혼혈 에밀리 다로가 씨(29·여), 기술산업 종사자인 한국계 렌 리 씨(30대 후반·여) 등 지지 정당이 없는 유권자 3명은 “올 대선에서 두 후보 모두 찍지 않겠다”고 했다. 응답자들은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미국의 고물가 상황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새 대통령이 속히 물가 안정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평결, 불법 이민 규제,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원 등에 대해서는 첨예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특히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었던 젊은 층, 비(非)백인 유권자가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 급증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이스라엘만 지지한다”며 실망하는 기류가 뚜렷했다.● “고물가로 못 살겠다” 한목소리 응답자들은 ‘현재 미 경제의 최대 문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목소리로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특히 휘발유값 상승, 고물가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 등에 큰 불만을 보였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3일 “미국인은 인플레이션보다 차라리 경기 침체를 선호할 정도로 인플레를 싫어한다”는 말이 현실에서도 확인됐다. 교직원 출신의 은퇴자 앤더슨 씨는 “바이든 대통령 집권 후 유가가 치솟으면서 식료품값, 대출 이자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비판했다.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의 휘발유값은 트럼프 재임 시절 평균 1갤런당 2달러대였다. 바이든 취임 후인 2022년엔 4달러대로 치솟았고, 현재도 여전히 3달러대다. 공화당 지지층에선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때 경기 부양을 위해 달러를 너무 많이 찍어냈다며 정부 부채 급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번 씨는 “최근의 물가 상승률 둔화는 미국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이용해 미국의 고물가를 다른 나라에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실제로는 물가가 낮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실크 씨 또한 “정부 지출이 통제 불능 상태”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고물가를 우려했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워디카 씨는 “식비, 주거비 등이 여전히 코로나19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무당파 청년 유권자는 고물가에 따른 불평등 심화에 불만을 표했다. 리 씨는 “물가 상승으로 중산층이 무너져 빈부 격차가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다로가 씨는 최근 몇 년간 ‘투 잡(two job)’을 뛸 정도로 생활이 빡빡했다고 했다. 그는 “교사 연봉 4만 달러(약 5500만 원)는 최저생계비 수준이어서 다른 직업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새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도 물었다.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이슈에서 마음에 드는 해법을 내놓는 후보를 찍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지지자는 ‘안보’, 특히 국경 강화가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8년간 군에서 복무한 실크 씨는 “전 세계에 대한 미국의 신뢰를 다시 세우려면 국경 보안을 비롯해 안보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앤더슨 씨도 “불법 이민을 방치하는 것은 정당한 노력으로 미국에 온 이민자에게 불공정하며 모욕적”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지층은 양극화 해소, 기후변화 대응 등 진보 의제를 우선했다. 메타 씨는 “코로나19 대응과 회복 과정에서 탐욕스러운 기업들이 마구 가격을 올리며 큰 이득을 얻었다”라며 부의 재분배 문제를 짚었다. 트랜스젠더 남성인 코하브 씨는 “성소수자 권리 등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무당파인 리 씨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복지, 교육, 생태, 의료정책 등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유죄 평결에 “역겹다” vs “공정”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이후 실시된 수많은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초박빙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유죄 평결 자체가 대선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9명의 응답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평결이 대선 때 자신의 선택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동정하고 두둔하며 미 사법제도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번 씨는 “옛 소련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 통치하에서나 있을 법한 판결”이라며 “현직 대통령과 맞붙은 대선 후보에게 유죄를 부여하는 행위가 역겹다. ‘바나나 공화국’(제3세계를 비하하는 말)에서나 일어날 일”이라고 했다. 이어 “평결을 지지하는 좌파 지식인들도 혐오한다”며 “트럼프 집권 전 발생한 개인적인 일이 이번 대선이나 대통령직 수행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앤더슨 씨도 “배심원단이 민주당에 치우쳤고 절차도 정당하지 않았다”라며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것”이라고 확신했다. 실크 씨 역시 “법이 아닌 정치에 의한 유죄 평결”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나 무당층은 평결을 신뢰하고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메타 씨는 “재판은 공정했다. 전직 대통령이라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맞섰다. 워디카 씨는 “검찰의 주장과 근거는 탄탄했던 반면 트럼프 변호인단은 횡설수설했다”고 평가했다. 무당층 유권자인 다로가 씨는 유죄 평결은 반기지만 이와 별개로 바이든 대통령이 ‘내로남불’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야흐야 신와르 하마스 군사지도자에게 동시에 체포영장을 청구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터무니없다”며 강하게 반발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국제법에 반기를 드는데, 미국인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평결을 진지하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했다.● “극단 피하려 바이든” vs “美 위해 트럼프” 그렇다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는 왜 두 사람을 찍기로 한 것일까. 민주당 지지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의 극단주의 행보를 우려해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찍겠다”라고 했다.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각국 극우 정당이 약진하고 곳곳에서 극우 성향 지도자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까지 재집권하는 상황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인도계인 메타 씨는 “바이든의 정책은 불평등 완화에 초점을 맞추기에 모두에게 혜택을 준다”고 했다. 그는 “공화당은 ‘컬트(숭배) 집단’에 가깝다. 트럼프의 공약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그의 일부 추종자뿐”이라고 했다. 한국계인 워디카 씨는 “소수인종, 성소수자, 장애인 권리, 노동권 등에 대한 민주당의 지원 정책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이런 정책을 대부분 철회하겠다고 밝힌 것을 우려한다”고 했다. 유대계인 코하브 씨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을 우려한다”며 그가 세계 최고 권력자가 되면 전 세계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것이 오히려 이스라엘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낳을까 걱정된다”고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그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앤더슨 씨는 “어떤 나라의 지도자나 자국을 1순위로 삼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아니라 남의 나라를 중요하게 대한다”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야말로 인종, 성별, 경제적 지위에 상관없이 모두를 위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마가) 만들려고 하는 사람”이라며 “트럼프는 아쉬울 것 없는 억만장자인데도 미국의 미래를 위해 싸운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는 수호자, 바이든은 파괴자”라며 “바이든이 유세를 하면 수십 명이 올까 말까 하지만 트럼프는 거대한 군중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백인 남성인 실크 씨는 트럼프 지지에 인종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가난한 동네에서 흑인 친구들과 자랐다. 군에서도 다양한 인종과 함께 생활했다”며 ‘인종적 배경’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소신’에 따라 트럼프를 찍겠다고 했다. 번 씨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 개인의 팬은 아니지만, 미국 우선주의가 중요하다고 믿는다”라고 했다.● 무당층 “이스라엘 지원에 바이든 안 찍어” 두 후보의 지지율이 초박빙 상황이라 무당층 유권자의 표심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올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구도 찍지 않겠다고 밝힌 세 명의 유권자는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실망이 크다고 했다. 백인-파키스탄계 혼혈 다로가 씨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에 항의하는 뜻으로 투표지에 ‘가자(GAZA)’라고 적겠다”고 했다. 그는 “사표(死票)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을 키운다는 것을 알지만 이를 막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을 다시 찍는 것은 내 신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했다. 파키스탄계 무슬림인 리즈비 씨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反)무슬림이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도 무슬림을 배신했다. 바이든의 손에도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의) 피가 묻었다”고 했다. 그는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긴다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라고 했다. 한국계인 리 씨는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도 바이든 대통령이 아니라 대표 진보 정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지지했다. 그는 “한국도 열강에 침탈당한 역사가 있다. 역사적으로 억압받은 팔레스타인의 처지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리 씨는 올 3월 아시아계 비율이 높은 하와이주에서 열린 민주당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찍지 않고 기권한 유권자가 29%에 달했다며 “비백인 유권자가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美 전역 트럼프 vs 경합주 바이든 우위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 50개 주 전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두 후보가 치열하게 맞붙은 경합주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근소한 우위를 보인다. CBS방송과 유고브가 6∼8일 미 전체 유권자 20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0%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해 바이든 대통령(49%)을 1%포인트 앞섰다. 반면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7개 경합주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로 트럼프 전 대통령(49%)보다 1%포인트 높았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 바이든 대통령이 46%였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 조사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41%, 트럼프 전 대통령이 39%로 나타났다. 두 후보는 일찌감치 후보로 확정된 뒤 3개월 가까이 본선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렇게나 팽팽하다. 미 풀뿌리 민심의 선택을 가를 ‘진짜 변수’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전 세계 곳곳에서 대선과 총선이 치러지는 ‘2024 슈퍼선거의 해’의 최대 행사인 11월 5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이 약 넉 달 반 앞으로 다가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의 초접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지지율만 봐서는 3억3000만 명의 미국인이 왜 고령, 사법 리스크 등에 동시에 직면한 두 사람을 지지하는지, 왜 지지하지 않는지 등을 명확히 이해하기가 어렵다.이에 동아일보는 지지 정당, 성별, 나이, 인종, 직업, 거주지역이 다양한 미 일반 유권자 9명을 최근 약 한 달 간에 걸쳐 심층 인터뷰했다. 지면의 한계로 다 싣지 못한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지지 후보별로 3회에 걸쳐 온라인 기사로 상세하게 전달한다. 유권자별 ①~⑧ 공통질문 가운데 답을 듣지 못한 질문은 제외했다.마지막 순서로는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이슬람 신자인 알리 리지비(24·남), 교육업계에서 일하는 파키스탄계 에밀리 다로가(29·여), 기술산업 종사자인 한국계 렌 리(30·여) 등 세 명이다.〈시리즈 안내〉美 유권자를 만나다 <1> 바이든 지지자 3인美 유권자를 만나다 <2> 트럼프 지지자 3인美 유권자를 만나다 <3> 바이든-트럼프 거부하는 3인양당 후보가 박빙 승부를 펼치는 상황에서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부동층의 표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가 인터뷰한 세 명은 모두 지난 대선에서는 바이든에게 표를 던졌지만, 현재는 트럼프는 물론 바이든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자전쟁이 계기다. 기존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었던 젊은층, 비(非)백인 유권자들은 차기 행정부가 안보예산을 줄이고 복지와 교육, 생태, 의료정책의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리 리지비(24·남)무슬림이다. 현재 미 국립보건원(NIH)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의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보완예정)① 2020년 대선 때 선택한 후보 = “트럼프가 싫어서 바이든을 뽑았지만, 사실은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한) 버니 샌더스를 더 지지했다. 올해는 제3당의 질 스타인이나 코넬 웨스트를 뽑을 것 같다.”② 양당 후보에 대한 평가 = “트럼프는 반무슬림적이고, 민주당도 무슬림과 아랍계를 배신했다. 주변에는 트럼프를 막으려 ‘차악’인 바이든을 뽑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바이든의 손도 너무나 피투성이다. 오히려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민주당이 진로를 바꾸고 책임을 인정하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③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 = “중동 갈등 완화,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 저렴한 의료 서비스, 학자금 부채 구제, 인프라 및 교육 자금 증대”④ 미국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 = “좋아진 것도 나빠진 것도 있다. 물가 상승과 구직 시장 악화는 문제이지만, 바이든의 국내 경제 정책이 기업과 인프라에는 도움이 되었다고 인정할만하다.” ⑤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평가 = “최근 미국 대통령들 모두 문제였지만 바이든은 특히나 이스라엘을 무분별하게 돕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원자폭탄을 투하해도 바이든은 손가락만 흔들 것이다.”⑥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정책에 대한 평가 = “러시아의 공격을 당한 우크라이나를 동정하지만, 군사 지원은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인의 세금은 미국인들을 돕는 데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⑦ 트럼프의 유죄 평결에 대한 평가 = “미국의 사법체계가 트럼프의 부패와 불법 활동을 효과적으로 보여준 기회였다. 트럼프는 이보다 더 많고 큰 범죄혐의들에 대해 유죄라고 생각한다. 그는 평생 감옥에 있어야 한다.”⑧ 자신의 인종이 지지후보 선택에 미친 영향 =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바이든에게 투표하지 않기로 한 결정적 이유가 가자 사태와 예멘 갈등(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민간 선박 공격에 미국과 영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하며 벌어지는 충돌) 때문이었으니까.”에밀리 다로가(29·여)파키스탄계 혼혈로 과거 오클라호마 주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현재는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워싱턴 DC에서 교육업에 종사하고 있다. ‘DMV의 반대자들’이라는 청년 반전(反戰)운동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① 2020년 대선 때 선택한 후보 = “지난 대선에선 바이든을 선택했지만, 이번에는 항의하는 의미에서 투표용지에 ‘가자(GAZA)’를 적을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트럼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집단학살을 저지른 이스라엘군을 지원하는 바이든에게 표를 던질 순 없다.”② 양당 후보에 대한 평가 = “트럼프는 공공연히 혐오 발언을 일삼지만, 바이든은 적어도 공개석상에서는 그런 적이 없다. 그가 친노조 성향이며 기후 변화에 관심을 두는 것도 내가 그를 지지했던 이유였다.”③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 = “미국은 ‘안보’라는 명목으로 폭력과 군사부문에 너무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이를 중단하고 교육, 돌봄 등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현재는 고강도의 감정노동과 전문성이 필요한 사회적 일자리들에 대한 지원이 너무 적다. 내가 초등학교에서 학생 30여 명을 가르칠 때 받은 연봉 4만 달러(약 5460만 원)는 겨우 최저 생계만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④ 미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 = “4년간 식료품값은 너무 많이 올랐고, 친구들도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다. 나는 석사 학위가 있는데도 지난 몇 년간 ‘투잡’을 뛰어야 했다. 다행히도 지금은 일을 한 가지만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예산 삭감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⑤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평가 = “바이든이 이스라엘에 보내는 무기는 시민 4만 명을 죽이고 100만 명을 난민으로 만들었다. 폭력은 절대 평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다른 폭력만 재생산할 뿐이다.”⑥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정책에 대한 평가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합리화될 수 없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미국이 매번 무기와 폭탄들을 지원하는 방식을 이어가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순진한 말로 들릴 수도 있지만, 차라리 교육이나 회담과 같은 해결책에 더 투자하는 것이 낫다.”⑦ 트럼프 유죄 평결에 대한 평가 = “트럼프가 유죄 평결을 받아서 기쁘다. 다만 비슷한 시기 바이든 행정부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제재하는 모양새가 좋진 않다. 미국 정부가 국제법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데, 국민들이 트럼프에 대한 국내 평결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⑧ 자신의 인종이 지지 후보 선택에 미친 영향 = “나는 파키스탄-백인 혼혈로서 인종차별을 직접 경험했다. (주류) 미국인들도 이런 차별과 폭력, 제국주의를 실감해본다면 나처럼 분노할 것이다.”렌 리(30대 후반·여)한국계 미국인이다.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다양성과 형평성을 옹호하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비영리단체인 아시안전문인협회(NAAAP) DC지부에서 활동했다. 20년 가까이 기술기업의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① 2020년 대선 때 선택한 후보 = “2020년 민주당 경선에선 버니 샌더스에게 투표했고, 본선에선 바이든에게 투표했다. 미국 정치는 양당제라 매번 차악을 선택하도록 강요한다. 현재는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다. 올해 경선에서는 무효표를 던졌다. 대선 전까지 이스라엘 지원을 중단하도록 압박하기 위해서다.”② 양당 후보에 대한 평가 = “두 후보 모두 부의 불균형을 키우고 이민자에게 폭력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바이든 임기엔 오히려 트럼프 임기보다 군사 지원이 많이 이뤄졌고, 살해된 비백인의 수도 늘었다.”③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 = “무엇보다 전쟁과 무기 지원 지출을 중단하는 게 급선무다. 대신 복지, 교육, 의료체계에 돈을 써야 한다. 대기업이나 군수업체, AIPAC 같은 이스라엘 로비단체 등 초부유층이 선거와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도 제한해야 한다. ”④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평가 = “미국의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빈부격차가 유례없는 수준으로 커졌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물가상승률은 40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치와 정부의 부패가 최대 원인이라 생각한다.”⑤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평가 = “가자지구에서 미국이 지원한 돈으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 절대 용인해선 안 된다. 한국도 일본과 서방 열강에 의한 침탈을 경험한 역사가 있지 않느냐. 한국이 분단된 1948년에 팔레스타인은 영토 절반을 이스라엘에게 강제로 내어줬다. 피억압 국가로서의 동질성 때문에 나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처지에 더욱 공감할 수밖에 없다.”⑥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정책에 대한 평가 =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도 반대한다. 정부에 대리전에 수십억 달러를 쓰느라 정작 미국인들은 의료 서비스도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미국 정부의 해외 전쟁 원조에 대한 우선순위는 광기의 수준을 넘어섰다.”⑦ 트럼프 유죄 평결에 대한 평가 = “트럼프 유죄 평결은 그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그의 혐의는 백악관과 국회가 지원한 (가자지구) 전쟁범죄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미 하원이 네타냐후 등에 영장을 발부한 ICC를 제재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건 잘못됐다. ⑧ 자신의 인종이 지지 후보 선택에 미친 영향 = “나를 포함해 아시아계 이민자, 흑인, 히스패닉 등 많은 비(非)백인들이 바이든에게 분노하고 있다. 아시아계와 원주민의 비율이 높은 하와이에서는 민주당 경선에서 기권표가 29%나 나왔다는 게 증거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북한의 핵심 잠수함 건조지인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최근 잠수함들이 순차적으로 옮겨진 정황이 확인되면서 북한이 또다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번 활동은 조만간 방북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대규모 무기를 제공한 대가로 핵추진잠수함 핵심기술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관찰됐다.13일(현지 시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 5주간 신포조선소에서 북한의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 그리고 과거 북한이 SLBM을 시험발사하는데 사용했던 ‘8·24영웅함’과 바지선이 옮겨졌다고 전했다. 세 척 모두 북한의 핵추진잠수함 개발 사업에 핵심적이다. 이 때문에 분단을 넘어 측은 북한이 김군옥영웅함의 해상 시험 또는 SLBM이나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의 추가 발사를 준비 중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첫 공개된 뒤 이 조선소에 정박돼 있던 김군옥영웅함은 지난달 해안에 배가 출입할 수 있게 땅을 판 ‘건독’으로 옮겨졌다. 이 사이트는 위성사진 만으로는 배에서 어떤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건독에 타워 크레인이 세워진 걸 봐선 해상 실험에 필요한 발사관 장착과 관련된 작업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또 8·24영웅함 역시 건독으로 이동했으며 과거 이 함정을 보수하거나 실험용 SLBM을 장착할 때 사용됐던 크레인이 이후 함정 위 가림막에 설치됐다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게다가 조선소 통로 옆에 있던 수중 미사일 시험대 바지선도 8·24영웅함의 후미로 옮겨졌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첫번째 SLBM인 북극성(KN-11)의 수중 발사를 자축하기 위해, 성공일인 8월 24일을 따서 공식 함명을 지었다. 분단을 넘어 측은 이번 움직임이 지난해부터 한층 더 공격적으로 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외교적 태도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한과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에서 고립된 러시아가 지난해 9월 정상회담을 여는 등 밀착 행보를 보이면서 안보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사진)가 미국에 44억7000만 달러(약 6조 원)의 벌금 및 환수금을 납부하기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합의했다. 당초 SEC가 책정한 52억6000만 달러보다 적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SEC는 12일(현지 시간) 뉴욕 남부연방법원 재판부에 권 씨와 합의한 내용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이 이를 승인하면 테라폼랩스의 암호화폐 거래가 금지되고, 테라폼랩스의 남은 자산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신탁관리자를 뽑게 된다. 앞서 2021년 SEC는 “테라폼랩스가 투자자들에게 테라가 안전하다고 속여 거액의 손실을 입혔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권 씨 측은 “가상화폐의 발행과 매각은 대부분 미국 밖에서 이뤄져 미 당국이 벌금을 매길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올 4월 패소했다. SEC가 실제 이 돈을 받을지는 알 수 없다. 올 4월 테라폼랩스가 미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회사 부채가 4억5090만 달러로 자산(4억3010만 달러)보다 많다. 또 테라폼랩스 자산에 대한 우선권은 SEC가 아닌 채권자에 있다. 이번 민사 재판은 피고의 직접 출석 의무가 없어 결석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권 씨는 지난해 3월부터 동유럽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에 여권 위조 혐의로 구금돼 있다. 한국과 미국은 줄곧 그를 데려오기 위한 범죄인 인도 청구 경쟁을 벌여 왔다. 몬테네그로 당국의 최종 결정이 지연되면서 그가 어느 나라로 송환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권 씨는 금융 사기에 대한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행을 원하고 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사진)가 미국에 44억7000만 달러(약 6조 원)의 벌금 및 환수금을 납부하기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합의했다. 당초 SEC가 책정한 52억6000만 달러보다 적다.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SEC는 12일(현지 시간) 뉴욕 남부연방법원 재판부에 권 씨와 합의한 내용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이 이를 승인하면 테라폼랩스의 암호화폐 거래가 금지되고, 테라폼랩스의 남은 자산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신탁관리자를 뽑게 된다. 또 권 씨는 어떤 미 상장기업에서도 이사나 임원으로 재직할 수 없다. 앞서 2021년 SEC는 “테라폼랩스가 투자자들에게 테라가 안전하다고 속여 거액의 손실을 입혔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권 씨 측은 “가상화폐의 발행과 매각은 대부분 미국 밖에서 이뤄져 미 당국이 벌금을 매길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올 4월 패소했다. 이번 합의는 그의 패소 두 달만에 이뤄졌다.SEC가 실제 이 돈을 받을지는 알 수 없다. 올 4월 테라폼랩스가 미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회사 부채가 4억5090만 달러로 자산(4억3010만 달러)보다 많다. 또 테라폼랩스 자산에 대한 우선권은 SEC가 아닌 채권자에 있다. 다만 SEC 측은 “권 씨와 테라폼랩스가 불법 행위로 챙긴 부당이익이 40억 달러가 넘는다”며 돈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이번 합의는 현재 별도로 진행 중인 미국 내 형사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뉴욕 검찰은 이미 증권 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 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8개 혐의로 권 씨를 형사기소했다.이번 민사 재판은 피고의 직접 출석 의무가 없어 궐석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권 씨는 지난해 3월부터 동유럽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에 여권 위조 혐의로 구금돼 있다. 한국과 미국은 줄곧 그를 데려오기 위한 범죄인 인도 청구 경쟁을 벌여왔다. 몬테네그로 당국의 최종 결정이 지연되면서 그가 어느 나라로 송환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권 씨는 금융 사기에 대한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행을 원하고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최근 ‘성추문 입막음’ 유죄 판결이라는 악재를 마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과거 자신의 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2021년 일으켰던 ‘1·6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약 4년 만에 국회의사당을 공개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대선이 약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공화당 내분이 심화되고, 자신의 유죄 평결에 대해서도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자 대열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미 정치전문매체 더힐,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국회의사당 바로 건너편 공화당 전용 시설에서 공화당 의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AP통신은 “민주적 권력 이양을 위협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회로 복귀한다는 신호탄을 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전에는 하원, 오후에는 상원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공화당 하원 의석을 늘리기 위한 방안과 재선시 추진할 정책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을 인용해 그가 ‘단합’을 강조할 계획이라며, 실제 의도는 최근 유죄 평결 등 이슈로 요동치고 있는 공화당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더힐에 따르면 유죄평결 이후 공화당 내에선 불안감과 분열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도 올 초까지만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이상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따돌렸지만, 최근에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11일 미 ABC방송의 선거 예측 웹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는 1000차례의 시뮬레이션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승률은 53%,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로 점쳤다.이 매체는 평결도 평결이지만,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친트럼프 내지는 강경 우파 성향의 의원들이 법무부와 특검, 그리고 연방수사국(FBI)의 예산, 조직 개편안 등을 거론하며 ‘정치적 보복’을 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특히 전통 온건파 상원의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평결 이후 일부 상원의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당파적 법률 시행을 위해 예산을 지출하는 안은 모두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언문을 발표했는데, 상원 최장수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이나 2인자 존 툰 , 존 바라소 의원 등 지도부 3인은 여기에 서명하지 않았다.한 상원의원에 따르면 11일 있었던 공화당 상원 지도부 오찬에서 유죄 판결에 대한 대응 방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그는 “(지도부) 대부분은 트럼프를 ‘애증’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싫어’한다”며 “트럼프의 법적 스캔들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기소됐을 당시에도 강경 우파 세력인 ‘프리덤코커스’ 소속 앤디 빅스 하원의원이 “복수해야 한다”고 SNS에 적자, 뼈굵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곧바로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 수사에 찬성표를 던졌던 인물 등 기존의 반트럼프 세력도 공화당에 남아 있다고 WP는 덧붙였다. 매코널 상원의원만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사당 사태에 ‘도덕적 책임’이 있다며 등을 돌렸던 인물이다. 올 초 “유권자들의 뜻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면 따르겠다”고 선언하기는 했지만, 2020년 대선 이후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밖에 하원에서도 강경 우파 세력이 초당적 법안이라면 뭐든지 딴지를 걸고 있어 다른 의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WP에 따르면 일부 온건파 하원의원들은 이번 회동에 불참하는 것도 고려중일 정도다.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은 “트럼프 전 대통령도 내분을 인지하고 있다”며 “경선 과정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의원들에게도 회의 참석을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악시오스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의 조언을 듣고 사이가 나빴던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매코널 의원과 사이가 틀어지자, 그의 대만계 부인인 일레인 차오 미국 전 교통부장관에게 “중국 보스”라며 인종차별적 막말을 퍼부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미국이 13∼15일 이탈리아 풀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서방 금융권에 동결된 약 3000억 달러(약 420조 원)의 러시아 국유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에 쓰겠다는 뜻이다.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 G7 관련 기자회견에서 “동결된 러시아 자산으로 우크라이나가 혜택을 보도록 하겠다”며 “우크라이나의 회복을 돕는 새로운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서방의 지원이 계속될 것임을 경고하기 위한 ‘대담한 조치의 일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지난달 역내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 발생한 연간 30억 유로(약 4조2000억 원)의 수익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번에 G7 또한 우크라이나 지원을 합의하면 이보다 더 큰 규모의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은 나머지 G7 국가에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의 이자를 담보로 500억 달러를 우크라이나에 빌려주자고 제안했다. 다만 정확한 지출 형태, 상환 보증 방법 등을 둘러싼 이견이 존재해 아직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9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다른 유럽 국가로부터 당시 전쟁범죄에 대한 배상 요구를 받고 있는 독일이 격렬히 반대해왔다. 해외 자산을 몰수하는 선례를 남기면 독일이 새로운 배상 요구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등으로부터 배상 청구를 받고 있는 일본 또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직접 지원하는 방안에 반대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커비 조정관은 “G7이 일치단결해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돕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며 독일, 일본 등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또한 “이는 미국은 물론 G7 전체의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220만 명의 추종자를 보유한 미국 뉴욕의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렉시 아브레우 씨(27). 그는 전봇대에 올라가 전신주를 손보거나 지하에서 전기 패널을 고치는 영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긴 속눈썹을 붙이고 짙은 화장을 한 20대 백인 여성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능숙하게 전동 드릴을 다루는 모습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아브레우 씨는 원래 대학 학부에서 의사가 되기 위한 예비과정(Pre-Med)을 밟고 있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다고 느껴 할아버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전기공이 되기로 했다. 2년 전 우연히 자신의 작업 영상을 올렸다가 큰 호응을 얻자 고정적으로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또 다른 백인 여성 클로이 허드슨 씨(31) 역시 화려한 속눈썹을 붙인 상태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며 용접 작업을 하는 영상으로 인기다. 그는 “남성들이 지배하는 업계에서도 여성들이 활약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여성을 포함해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최근 ‘블루칼라’(생산직 기술노동자) 관련 게시물이 인기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9일(현지 시간) 전했다. 젊은 세대에게는 전신주 보수, 용접 등이 낯설고 신기한 일로 여겨지는 데다 남성이 주로 활동해 온 분야에서 젊은 여성이 활약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WSJ에 따르면 틱톡에서 ‘#블루칼라’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최근 4개월 동안에만 50만 개 등장했다. 한 해 전보다 64% 늘었다. ‘#전기공’ ‘#건설노동’ ‘#기계공’ 같은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 또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과거에는 젊은이들이 선호하지 않았던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여기에 몇몇 관련 인플루언서가 유명해지고 많은 돈까지 벌자 해당 분야의 취업 수요가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직업훈련에 초점을 맞춘 커뮤니티칼리지에 등록한 미국의 젊은이들은 약 70만 명. 한 해 전보다 11만2000명 늘었고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8년 이후 최고치라고 WSJ는 진단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220만 명의 추종자를 보유한 미국 뉴욕의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렉시 아브레우(27) 씨. 그는 전봇대에 올라가 전신주를 손보거나 지하에서 전기 패널을 고치는 영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긴 속눈썹을 붙이고 짙은 화장을 한 20대 백인 여성이 소매를 걷어붙고 능숙하게 전동 드릴을 다루는 모습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아브레우 씨는 원래 대학 학부에서 의사가 되기 위한 예비과정(Pre-Med)을 밟고 있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다고 느껴 할아버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전기공이 되기로 했다. 2년 전 우연히 자신의 작업 영상을 올렸다가 큰 호응을 얻자 고정적으로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또 다른 백인 여성 클로이 허드슨 씨(31) 역시 화려한 속눈썹을 붙인 상태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며 용접 작업을 하는 영상으로 인기다. 그는 “남성들이 지배하는 업계에서도 여성들의 활약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여성을 포함해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최근 ‘블루칼라’(생산직 기술노동자) 관련 게시물이 인기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9일(현지 시간) 전했다. 젊은 세대에게는 전신주 보수, 용접 등이 낯설고 신기한 일로 여겨지는데다 남성이 주로 활동해온 분야에서 젊은 여성이 활약하는 모습이 인상깊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WSJ에 따르면 틱톡에서 ‘#블루칼라’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최근 4개월 동안에만 50만 개 등장했다. 한 해 전보다 64% 늘었다. ‘#전기공’ ‘#건설노동’ ‘#기계공’ 같은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 또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과거에는 젊은이들이 선호하지 않았던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몫 했다. 여기에 몇몇 관련 인플루언서가 유명세를 얻고 많은 돈까지 벌자 해당 분야의 취업 수요가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직업훈련에 초점을 맞춘 커뮤니티컬리지에 등록한 미 젊은이는 약 70만 명. 한 해 전보다 11만2000명 늘었고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8년 이후 최고치라고 WSJ은 진단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한국 대학생이 우수한 코딩 실력을 지닌 학생을 발굴하는 애플의 프로그램에서 선발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앞에서 자신이 개발한 앱을 시연하는 기회를 얻었다. 애플은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하루 앞둔 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코딩 실력이 탁월한 학생들을 선발해 각자 개발한 앱을 시연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WWDC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열리는 ‘스위프트 스튜던트 챌린지’다. 스위프트는 애플이 iOS 앱 개발용으로 만든 프로그래밍 언어다. 올 2월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이 이 챌린지에 참여했고, 애플은 총 5개국 350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우수 수상자’로 뽑혀 애플 본사에 초청된 50명 가운데 14명이 경영진 앞에서 앱을 시연했는데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 4학년 이신원 씨(22·여)가 여기에 포함된 것이다. 이 씨가 만든 앱은 카메라 앞에서 엄지손가락과 다른 손가락을 맞닿게 하면 손가락 끝과 끝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특정 음을 낸다. 양손을 활용하면 도부터 레, 미, 파, 솔, 라, 시, 높은 도까지 8개 음을 낼 수 있다. 또 화면에 손 모양 사진이 악보처럼 뜨기 때문에 이를 따라하면 누구나 ‘징글벨’이나 ‘작은 별’ 같은 간단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 이날 이 씨가 직접 손가락으로 음을 연주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쿡 CEO는 흐뭇한 표정으로 “앞으로 보여줄 아이디어도 기대하겠다”고 호평했다. 이 씨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제출 마감 한 달 전 아이디어를 고안해냈고, 일주일 전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때는 문과생이었지만 초등학교 시절부터 코딩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 진학할 때 컴퓨터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 대학에서 프로그래밍 수업을 계기로 개발자의 꿈을 품게 됐다고 했다. 한국외국어대에 재학 중인 장지아 씨(25·여)도 우수 수상자로 선발됐다. 장 씨는 “스위프트를 (다루기)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된 상태에서 3일 만에 만든 앱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본사에 초대돼 가슴이 벅찼다”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소감을 밝혔다. 장 씨의 수상작은 경증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시계’ 앱이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극우 성향을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회 선거 결과 유럽연합(EU) 내 극우 양대 정당이 각각 4, 5위에 오르며 크게 약진했다. EU의 양축인 프랑스와 독일에선 집권당이 극우 정당에 참패했다. 지지율이 극우 정당의 절반에도 못 미쳐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9일 의회를 전격 해산하고 30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극우의 대약진을 두고 서방에서 ‘새로운 우파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현상이 유럽에 머물지 않고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을 고무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佛마크롱, 극우에 밀리자 의회 해산 6∼9일 EU 27개 회원국에서 치러진 선거가 마무리된 뒤 유럽의회가 10일 낮 12시 기준 잠정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제1당인 중도우파 성향 유럽국민당(EPP)은 총 720석 중 185석(25.7%)을 얻어 1당을 유지하게 됐다. 제2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은 137석(19.0%), 제3당인 중도 자유당그룹(Renew Europe)은 79석(10.9%)으로 예상됐다. 극우 양대 그룹인 유럽보수와개혁(ECR)은 69석에서 73석으로, 정체성과민주주의(ID)는 49석에서 58석으로 의석이 늘었다. 두 극우 정당의 의석수가 현 의회에 비해 13석 늘어난 것으로, 두 그룹이 연대하면 현재 제3당인 자유당그룹을 누를 수 있다. EU 회원국 유권자들은 자국 선거법에 따라 정당에 투표한다. 그 결과에 따라 각 회원국은 인구에 비례해 할당받은 의석수 내에서 당선인을 배분해 유럽의회 의원으로 보낸다. 출구조사 결과 ID 일원으로 프랑스 극우 마린 르펜 의원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은 약 31%를 득표해 자유당그룹에 속한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당(14.6%)을 두 배 넘게 앞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출구조사 결과 발표 1시간 만에 대국민 연설에서 “(선거를 통해) 여러분의 메시지를 들었다”며 “오늘 저녁 국회를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2022년 6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지 2년 만에 의회를 다시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할 수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독일 ‘신호등’ 연립정부에 속한 정당 3곳도 참패했다. 출구조사 결과 숄츠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SPD)의 득표율은 13.9%로, 극우 독일대안당(AfD·15.9%)에 2위를 내주고 3위에 그쳤다.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에선 9일 집권당 열린자유민주당이 5%대로 극우에 밀리자 알렉산더르 더크로 총리가 눈물을 흘리며 사퇴를 선언했다.● “새로운 우익 시대 막 올라” 유럽 변방에서 부상하던 극우 세력이 핵심 정당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로는 고물가, 난민 유입에 따른 혼란, 친환경 정책으로 인한 비용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감 등이 꼽힌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유럽의회에서 각각 중도우파, 중도좌파 성향의 1, 2당 간 연정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네덜란드 정치학자 카스 뮈더는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중도우파 연정 내 일부 세력이 더욱 우경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중도우파와 극우 진영이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 극우세력의 돌풍은 유럽에 머물지 않고 11월 미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P는 “자유주의적 가치의 보루처럼 여겨졌던 EU에서 극우 정당이 기록적인 세를 얻어 서방에 새로운 우익 시대의 막이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선거 결과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피즘’(트럼프주의) 세력을 고무시킬 수 있다고 관측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프랑스는 미국의 첫 번째 동맹국이었고, 이는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 프랑스 엘리제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을 시작하며 250년에 가까운 양국의 우호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란히 앉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에마뉘엘’이라고 친근하게 부르며 “프랑스는 지금도 우리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다른 언어로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모두 같은 배에 타고 있다”면서 “상황이 어려울 때면 우리는 함께 뭉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미 대선까지 반년도 채 남지 않아 최근 해외 방문 일정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 참석부터 8, 9일 본격적인 국빈 방문 일정까지 이례적으로 프랑스에 닷새를 머물렀다. “동맹이 곧 속국은 아니다”라며 유럽연합(EU) 국가들에 미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거듭 촉구해온 마크롱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을 최고 수준으로 환대했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는 우크라이나의 열세가 뚜렷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미국과 유럽의 관계에 불확실성이 드리워지자 두 정상이 대외적으로 결속을 과시한 것이다.● 美佛 정상 “뭉칠 때 더 강해진다”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여사는 파리 개선문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를 맞이했다. 이들은 개선문 아치 아래에 있는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한 뒤 프랑스군 기병대가 늘어선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엘리제궁으로 향했다. 이후 오찬과 정상회담, 만찬까지 자리를 옮겨가며 하루를 꼬박 함께했다. 두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 만찬 등에서 “뭉쳐야 한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만찬 건배사에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United we stand, divided we fall)”라는 미 관용 표현을 인용하며 “미국 국가명에 담긴 이 연합의 힘이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철학”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우리가 하나로 뭉칠 때 우리 각각이 더 강해지고, 세상은 더 안전해진다”고 말했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껄끄러운 관계에 놓여 있었다. 2021년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호주 및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과 3자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결성한 뒤 호주가 프랑스와 맺었던 560억 유로(약 77조 원) 규모의 잠수함 구매 계약을 일시에 파기한 게 발단이었다. 프랑스는 당시 “3국이 전통적 동맹 관계를 배신하고 등에 칼을 꽂았다”며 격노하고 주미 프랑스대사를 소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더해 ‘유럽의 안보 자강론’을 펼치면서 미국의 리더십에 공개적인 의문을 제기했고, 5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친밀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정상이 기질적으로 다르기도 하다. 82세 바이든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믿는 미 주류의 상징이라면, 47세 마크롱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뇌사 상태”라고 말하는 등 외교적 도발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푸틴 승리-트럼프 고립주의 동시 견제 이런 두 정상이 손을 맞잡은 데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점령지를 확대해 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재선 시 나토 동맹국들에 대한 공동방어 의무를 걷어찰 수 있다고 위협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공동의 적’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7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전적지를 찾아 “오늘날 미국이 푸틴의 유럽 침략에 맞서길 원한다는 점을 의심하는 이가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또 “오늘날 미국이 홀로 가길 원하리라고 믿는 이가 있느냐”고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적 고립주의’를 비판한 것이다. 8일 미-프랑스 정상회담 직후 낸 성명에서도 “모든 유럽이 위협받는 일을 만들지 않겠다. 우크라이나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무역 갈등, 중동전쟁 해법 등에서 미국과 프랑스 간 이견은 여전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회담 후 두 정상이 성명만 발표했을 뿐 별다른 결과물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고뭉치’ 아들 헌터(54)가 과거 불법으로 권총을 구매하고 소지했다는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이 3일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서 지난달 30일 유죄 평결을 받은 지 4일 만에 바이든 대통령 측의 사법 위험이 불거졌다. 이르면 9월부터 헌터의 탈세 혐의 재판도 시작된다. 야당 공화당은 마약, 외국 기업과의 결탁 의혹, 난잡한 사생활 등으로 오래전부터 물의를 일으켰던 헌터가 부친의 후광으로 감옥에 가지 않았다고 공격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헌터의 추가 의혹이 드러나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 11월 대선에서 맞붙는 두 후보가 본인이나 가족의 재판에 휩싸이면서 선거 불확실성도 커졌고, 양 지지층 간 대립도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바이든 “무한 신뢰”, 재판 지켜본 질 여사 헌터는 2018년 10월 바이든 일가의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의 한 총기 상점에서 불법으로 권총을 구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헌터는 마약 중독 이력이 있어 델라웨어주에서 총기를 살 수 없는데도 샀고, 이를 위해 구매 당시 서류에 “마약을 투약하지 않았다”고 허위로 기재했으며 11일간 불법으로 총을 소지한 후 버렸다는 3개 혐의를 받고 있다. 델라웨어주 윌밍턴 연방법원은 재판 시작 첫날인 3일 이 사건의 유무죄를 평결할 12명의 배심원단을 선정했다. 이후 검찰, 헌터 변호인, 증인 등의 진술이 이어진다. 재판에는 2, 3주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총기 불법 소유는 중범죄다. 3개 혐의 모두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25년의 징역형에 더해 75만 달러(약 10억1250만 원)의 벌금까지 내야 한다. 다만 전과가 없는 초범이어서 실제 징역형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아들에게 무한한 사랑과 신뢰를 갖고 있다”고 헌터를 두둔했다. “나는 대통령이지만 아버지이기도 하다”며 동정론도 폈다.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이자 헌터의 의붓어머니인 질 여사는 이날 법정에 직접 나와 재판을 방청했다. 올 9월부터는 헌터가 2016∼2019년 4년간 최소 140만 달러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에 대한 재판도 시작된다. 이 사건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시절 헌터가 ‘아버지의 후광’으로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의 임원을 지내며 고액 연봉을 받았다는 의혹과 맞물려 있다. 바이든의 대선 가도에는 총기 소유보다 이 사건이 위협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바이든 “트럼프는 유죄 평결 범죄자” 바이든 대통령은 3일 코네티컷주 모금 행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유죄 평결을 받은 중범죄자(convicted felon)’라고 공격했다. 바이든 대선 캠프는 그간 수차례 트럼프를 범죄자로 규정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발언하는 것은 처음이다. NBC 뉴스 등은 바이든 대통령이 4일 불법 이민자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행정명령의 주요 내용은 불법 이민자가 일 2500명을 넘으면 국경을 폐쇄하고 1500명 이하로 떨어질 때 개방한다는 것이다. 현재 일일 불법 이민자 수는 4000명대여서 사실상 11월 대선 전까지 국경을 폐쇄하겠다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재임 시 국경장벽 건설을 주요 치적으로 내세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서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양측의 사법 위험에도 두 후보의 지지율은 초접전 양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평결 직후인 지난달 31일∼이달 2일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오늘 대선이 치러지면 누구를 뽑겠느냐’란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44%를 얻어 바이든 대통령(43%)을 1%포인트 앞섰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같은 질문으로 지난달 30, 31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41%로 트럼프 전 대통령(39%)을 2%포인트 격차로 눌렀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 비해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지진 않았다고 주장했다.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미국 시사매체 타임 인터뷰에서 ‘북한, 이란 등의 핵문제가 과거보다 (안보에) 위협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전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는 북한의 핵무기 접근을 통제하는 협정을 맺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핵 접근 방식을 비판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 후 한국 일본 호주 인도 필리핀 등 인도태평양 주요국과의 안보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이 국내총생산(GDP)의 3%를 국방에 투자하고, 한국과 캠프 데이비드에서 화해할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느냐”며 한미일 관계를 비롯해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미국·일본·필리핀간 3국 협력 등이 성사된 것을 근거로 들었다.이밖에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대만에 미군을 배치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엔 “미국 군사력을 사용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지상군·공군·해군력 등 어느 것이 배치될 지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보행자 접근 주의.” 지난달 23일 오후 세종시 나성초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인근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던 기자의 휴대전화에 경고 메시지가 떴다. 실제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보행자들이 건널목을 건너고 있었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위치·동작 센서와 도로에 설치된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폐쇄회로(CC)TV로 감지한 도로 상황을 결합해 충돌 위험을 알려준 것. 교차로 맞은편에서 오토바이가 빠르게 달려오자 역시 충돌 위험을 알리는 알림이 떴다. 모바일 기반 차량·사물 간 통신(V2X) 기술을 활용한 이 경고 시스템은 신호등이 없거나 사각지대가 많은 골목길에서 더 쓸 만했다. 나성초를 에워싼 좁은 도로에서 보행자가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을 건너려 차도로 달려 나오자 어김없이 주의 알림이 떴다. 맨눈으로 보행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밤길이나 빗길에서 특히 도움이 될 거란 기대가 들었다.●CCTV-휴대전화 연동해 ‘충돌 위험’ 경고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사람의 눈과 귀가 감지할 수 없는 위험을 빠르게 파악하도록 충돌 방지 시스템을 갖춘 자동차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에 달린 센서도 장애물에 갈리는 등 물리적 인식 범위를 벗어나면 소용이 없는데, 바로 이때 V2X 기술이 소머즈(청력이 발달한 미국 드라마 속 슈퍼우먼)처럼 도움이 될 거란 기대를 받고 있다. 자동차 센서뿐 아니라 보행자와 운전자의 휴대전화와 CCTV로 입수한 정보까지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다소 먼 거리의 사고 위험까지 실시간으로 예고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가 V2X 기술을 활용한 LG전자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교통안전 알리미’를 설치하고 세종시 일대를 운전해 보니, 어린이통학버스(스쿨버스)에서 아이들이 타고 내리면 ‘스쿨버스 승하차 중’이란 알림을 띄워주는 등 도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앱은 신호등이 청신호로 바뀌기까지 몇 초가 남았는지 계산해 띄워주기도 했다. 운전자뿐 아니라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도 마찬가지 알림을 받을 수 있었다. 앱을 설치하고 건널목을 건너려 할 때 코너에서 한 차량이 방향을 전환해 보행자 쪽으로 향하자 ‘차량 충돌 주의’ 알림이 울렸다. 게다가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는 경우에는 “무단횡단 위험해요”라는 알림과 진동이 울려 경각심을 높였다.●“이용자 10명 중 7명이 즉각 대처” 기존엔 V2X를 활용하려면 전용기기가 필요했지만 이 앱은 스마트폰만 있어도 작동한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관성측정장치(IMU)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 위치·동작센서가 이용자의 위치와 방향 및 속도를 감지한 뒤, 이를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5세대(5G) 등 통신망을 거쳐 클라우드 서버에서 다른 운전자 및 보행자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막기 위해 수집된 정보는 모두 익명 처리돼 전달된다. 여기에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C-ITS)’과 연동하면 교차로에 설치된 스마트 CCTV가 추출한 도로 상황까지 받아볼 수 있다. 멀리 있는 자동차나 보행자의 움직임까지 원격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실증사업에서는 앱을 통해 주의·경고 알림을 받은 사람 대부분이 즉각 속도를 줄이는 등 사고 위험에 대처할 수 있었다.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서울 강서구의 스쿨존 3곳에서 실증사업을 한 결과 총 1만3051건의 알림 중 9547건(73.2%)에 대해 이용자가 반응한 것. 69%의 보행자와 88%의 운전자는 감속했으며, 보행자 31%는 걸어가던 방향을 바꿨다.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65세 이상 고령자인 강원 강릉시 성산면에서도 올 3∼5월 실증사업에서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달엔 신호 변경 시간과 무단횡단 경고만 표시해도 무단횡단을 93%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정부·지자체 인프라와 연동하면 효과 더 커 이러한 효과 때문에 정부가 V2X 보급을 지원하는 나라도 있다. 미국 교통부는 2016년 ‘V2X 기술의 일부만 활용해도 매년 약 44만∼62만 건의 충돌을 방지하고 987∼1366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교통부는 지난해 10월 V2X 기술 확산을 위한 보조금 4000만 달러(약 553억 원)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V2X 기술이 널리 쓰이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다른 보행자나 운전자의 스마트폰 GPS 및 관성센서 정보를 받아보려면 그 사람도 앱을 설치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도로에 설치한 AI CCTV만으로 이들의 이동 정보를 감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경기 안양시, 수원시 등 14개 지자체가 KT와 함께 V2X와, C-ITS 기술 등을 접목한 자율주행버스 ‘주야로’의 시범 운행을 시작하기도 했다. 교통안전 알리미 앱 개발을 담당하는 김학성 LG전자 연구위원은 “모바일 기반 V2X 기술은 평균 0.05초 내에 발생한 실시간 정보를 알려주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사고 여부가 결정되는 도로 위에서 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구특교(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소설희(경제부)이청아(국제부) 이채완(사회부) 기자}
운전자와 보행자는 도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한다. 운전자가 창문을 열어 손을 흔들거나 보행자가 눈을 마주치는 것도 일종의 의사소통이다. 비상깜빡이도 소통 수단이 된다. 운전자와 보행자는 이렇게 소통한 후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 하지만 운전자가 없는 완전자율주행차(레벨 4)의 경우 소통을 돕는 보조장치가 꼭 필요하다. 이에 따라 어두운 곳을 밝히던 차량 램프가 새 소통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에도 방향지시등으로 움직일 방향을 알려줬지만, 더 직관적인 메시지와 그림을 도로에 직접 표출하는 기술이 최근 잇달아 개발되고 있어서다. 올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에서 현대모비스가 공개한 ‘모비온’은 주행 방향 화살표를 노면 위에 투영하는 ‘익스테리어 라이팅(Exterior Lighting·외부 조명)’ 기술을 선보였다. 좌우만 알리는 방향지시등과 달리 대각선까지 표시하면서 보행자 등이 주행 방향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다. CES에서 선보인 ‘HD 라이팅 시스템’은 노면에 횡단보도 같은 그림을 실제와 거의 똑같이 투영한다. 횡단보도가 없는 야간 도로를 주행할 때 보행자를 만나면, 보행자가 안심하고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기술은 고령자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연구팀의 실험에 따르면 차량이 보행자 쪽으로 주행하면서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을 경우 고령자 30명 중 11명은 느린 걸음을 감안해 횡단을 포기했다. 횡단에 성공한 나머지 사람들 또한 대부분 뛰거나 빠르게 걷는 등 불안정한 패턴이 확인됐다. 하지만 노면 투영 기술을 이용해 차량이 도로 위에 ‘양보’를 뜻하는 그림을 투영하자 횡단을 포기했던 고령자들도 도로를 건널 수 있었다. 다른 보행자들도 천천히 도로를 건너면서 넘어질 위험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아주대 TOD(Transit-Oriented Development) 기반 지속가능 도시·교통연구센터 이현미 연구원은 “운전자와 보행자가 서로 고민하느라 정체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며 “차량과 보행자 간 소통이 안전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도로의 혼잡도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미국 일부 도시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구글 자회사 웨이모는 차량 지붕에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을 부착해 활용하고 있다. 승객 승하차 시 ‘차 옆에 사람이 서 있는 그림’을 표출하고, 전방에 보행자가 지나갈 때는 뒤에 오는 차량을 위해 ‘보행자 그림’을 보여주는 등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구특교(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소설희(경제부)이청아(국제부) 이채완(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