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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공지능(AI) 개발자가 AI를 발명자로 신청한 특허 출원을 인정해 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 2심에서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16일 미국의 AI 개발자 스티븐 테일러 씨가 특허청장을 상대로 낸 특허 출원 무효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테일러 씨는 2020년 3월 자신이 개발한 AI ‘다부스(DABUS)’가 발명했다는 2건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 그러나 특허청은 2022년 10월 “특허 출원의 주체는 자연인(인간)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무효로 처분하는 결정을 내렸다. 특허청은 출원자를 AI가 아닌 사람으로 바꾸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테일러 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특허법상 발명자는 발명한 ‘사람’으로 명시되어 있고 AI는 물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독자적 권리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특허청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테일러 씨는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도 같은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미국의 인공지능(AI) 개발자가 AI를 발명자로 신청한 특허 출원을 인정해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 2심에서 패소했다.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16일 미국의 AI 개발자 스티븐 테일러 씨가 특허청장을 상대로 낸 특허출원 무효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테일러 씨는 2020년 3월 자신이 개발한 AI인 ‘다부스(DABUS)’가 발명했다는 2건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 그러나 특허청은 2022년 10월 “특허 출원의 주체는 자연인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무효로 처분하는 결정을 내렸다. 법률상 자연인이란 생물학적인 육체를 가진 인간을 뜻한다. 이어 특허청은 출원자를 AI가 아닌 사람으로 바꾸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테일러 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테일러 씨는 자신의 소송을 ‘다부스 프로젝트’로 이름짓고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에서도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재판의 쟁점은 ‘자연인이 아니어도 특허를 출원할 수 있는지’였다. 테일러 씨 측 대리인은 “특허청 처분은 출원인을 사람으로만 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 같다”며 “이는 (AI 등) 기술 발전에 부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특허청 측은 “한국법상 특허권은 헌법적,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AI에게까지 독점권을 줘야 한다는 법률 근거가 없는 이상 입법 취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 이후 특허청에서 발명자를 자연인으로 적으라고 명령을 내렸음에도 테일러 씨가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1심 법원은 “특허법상 발명자는 발명한 ‘사람’으로 명시되어 있고 법령상 자연인이 아닌 AI는 물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독자적 권리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특허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인간의 어떠한 개입 없이 AI가 독자적으로 발명할 기술적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향후 AI를 독자적 발명자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정책적·기술적 고려에 따라 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테일러 씨가 미국 등에서 제기한 소송 역시 현재까지 모두 패소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인기 K팝 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 씨 등 유명인들을 악의적으로 비방하는 내용의 허위 영상을 올려 2억 원대의 수익을 챙긴 유튜버가 재판에 넘겨졌다.인천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곤호)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모욕 등의 혐의로 유튜버 박모 씨(35)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박 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에 장 씨에 대한 허위 내용을 담은 영상을 올리는 등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23차례에 걸쳐 유명인 7명을 비방하는 영상을 올려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박 씨는 이를 통해 2년간 2억5000만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한달 이용료가 최대 60만 원에 달하는 유료 회원제 방식으로 채널을 운영하고, 구독자들의 후원을 유도해 수익을 올렸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박 씨가 유튜브 채널을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파악해 구속영장을 2차례 청구했지만,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박 씨는 “단순 의견 표명에 불과하고, 대중의 관심사항인 공공의 이익을 위힌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장 씨가 박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2심 조정기일이 열렸지만,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5분여 만에 끝났다. 앞서 1심은 박 씨가 장 씨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본인 대신 건물 경비원이 납세고지서를 받았어도 적법하게 송달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장모 씨가 “납세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장 씨의 아버지는 2014년 5월까지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같은 해 1∼4월 4차례 부과된 개별소비세 등 2억8000여만 원을 내지 않고 2015년 1월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이후에도 장 씨가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체납액은 4억8000여만 원까지 늘어났다. 장 씨는 “2014년 1월의 납세고지서가 사업장 경비원에게 송달됐다”는 등의 이유로 과세처분 불복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송달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건물에 송달되는 우편물은 관례로 경비원이 수령하는 등 입주민들이 수령 권한을 경비원에게 묵시적으로 위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과세당국의 공시송달(주소가 불분명할 경우 서류를 공시하고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송달이 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에 대해서도 “담당 공무원이 직접 주소지에 방문했지만 정확한 주소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장 씨가 항소하면서 이 사건은 현재 서울고법이 심리 중이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본인 대신 건물 경비원이 납세고지서를 대신 받았어도 적법하게 송달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장모 씨가 “납세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장 씨의 아버지는 2014년 5월까지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같은해 1~4월 4차례 부과된 개별소비세 등 2억8000여만 원을 내지 않고 2015년 1월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이후에도 장 씨가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체납액은 4억8000여만 원까지 늘어났다. 장 씨는 “2014년 1월의 납세고지서가 사업장 경비원에게 송달됐다”는 등의 이유로 과세처분 불복 소송을 냈다.1심 법원은 송달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건물에 송달되는 우편물은 관례로 경비원이 수령하는 등 입주민들이 수령 권한을 경비원에게 묵시적으로 위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과세당국의 공시송달(주소가 불분명할 경우 서류를 공시하고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송달이 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에 대해서도 “담당 공무원이 직접 주소지에 방문했지만 정확한 주소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장 씨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이 사건은 현재 서울고법이 심리 중이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대장동 민간업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사진)이 구속기간 만료를 25일 앞두고 보석으로 석방됐다. 지난해 11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지 160일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8일 보증금 5000만 원 등의 조건을 걸고 김 전 부원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김 부원장은 법원 허가 없이 출국할 수 없고 수사 관련 참고인, 증인과 연락하지 말아야 한다. 주거지는 현 자택으로 제한되며 실시간 위치추적장치도 부착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 전 부원장은 2021년 4∼8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와 정민용 변호사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 등 6억7000만 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대장동 민간업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기간 만료를 25일 앞두고 보석으로 석방된다. 지난해 11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지 160일 만이다.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8일 보증금 5000만 원 등의 조건을 걸고 김 전 부원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김 부원장은 법원 허가 없이 출국할 수 없고, 수사 관련 참고인, 증인과 연락하지 말아야 한다. 주거지는 현 자택으로 제한되며 실시간 위치추적장치도 부착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 전 부원장은 2021년 4∼8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와 정민용 변호사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 등 6억7000만 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한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15년 전 저지른 성폭행 범죄를 유서로 남겼지만, 유서에 적힌 공범 3명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유서 작성 경위 등이 불분명하고 신빙성이 떨어진다면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특수준강간)로 기소된 남성 3명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무죄 취지로 파기했다. 2021년 3월 30세였던 이 남성은 과거의 범죄를 고백하는 유서를 남긴 채 사망했다. 유서엔 2006년 친구 3명과 함께 중학생 후배에게 술을 먹이고 집단으로 성폭행했던 사실을 고백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유서를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했고, 친구들은 “15년 전 일인 데다 술에 취해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피해자는 “만취했던 탓에 성폭행 여부를 기억하지 못한다”면서도 “속옷에 피가 묻어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는 다음 날 산부인과를 방문해 사후피임약을 처방받기도 했다. 검찰은 유서와 이런 진술 등을 바탕으로 남성 3명을 재판에 넘겼다. 1심과 2심에선 남성이 남긴 유서의 증거 채택 여부가 쟁점이었다. 1심은 유서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3명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유서를 증거로 인정하고 피고인들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서를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사망한 남성이 자신의 범행을 참회하려는 의도만으로 유서를 작성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유서 내용이 검증을 거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신빙성이 충분히 담보된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남성이 죽기 전까지 누구에게도 이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고, 피고인 3명을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서를 작성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피고인 3명을 다시 심리하게 된다. 다만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유서에 대해 대법원이 증거 능력을 부인하면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1977년 간첩이라는 누명으로 옥살이했다가 재심 끝에 결백을 인정받은 ‘거문도 간첩단’ 사건 피해자의 유족에게 국가가 약 55억 원의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최규연)는 전남 여수시 거문도 일대에서 간첩 활동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았던 고(故) 김재민 씨 등 일가족 5명의 자손 1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김 씨 등은 1976년 거문도에 살던 중 ‘간첩 활동을 돕고 금품을 받았다’는 누명을 쓰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씨는 1977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7년간 옥살이하다가 병으로 숨졌고, 그의 부인과 자녀 등 4명은 선고된 형량(각 2∼7년)을 모두 채우고 출소했다. 김 씨의 유족은 2020년 재심을 청구해 2022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씨 등이 위법한 증거를 토대로 유죄 판결을 받아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다”며 김 씨 부부에게 각 13억9800만 원 등 일가족에게 총 55억2500만 원을 위자료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재심 결과에 따라 지급된 형사보상금 27억8000만여 원을 제외한 27억4000만여 원을 실제 지급해야 하는 배상액으로 인정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1977년 간첩이라는 누명으로 옥살이했다가 재심 끝에 결백을 인정받은 ‘거문도 간첩단’ 사건 피해자의 유족에게 국가가 약 55억 원의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최규연)는 전남 여수시 거문도 일대에서 간첩 활동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았던 고(故) 김재민 씨 등 일가족 5명의 자손 1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김 씨 등은 1976년 거문도에 살던 중 ‘간첩 활동을 돕고 금품을 받았다’는 누명을 쓰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씨는 1977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7년간 옥살이하다가 병으로 숨졌고, 그의 부인과 자녀 등 4명은 선고된 형량(각 2~7년)을 모두 채우고 출소했다. 김 씨의 유족은 2020년 재심을 청구해 2022년 무죄를 선고받았다.재판부는 “김 씨 등이 위법한 증거를 토대로 유죄 판결을 받아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다”며 김 씨 부부에게 각 13억9800만 원 등 일가족에게 총 55억2500만 원을 위자료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재심 결과에 따라 지급된 형사보상금 27억8000만여 원을 제외한 27억4000만여 원을 실제 지급해야 하는 배상액으로 인정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다. 1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6-3부(재판장 이예슬)의 심리로 열린 최 전 의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구형과 같은 형량에 처해달라”고 요청하며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다. 최 전 의원은 “2017년 10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아들이 자신의 법무법인에서 인턴으로 일했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80만 원이 선고됐다. 최 전 의원은 이날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공소시효를 3시간 남짓 앞둔 상황에서 기소됐다고 들었다”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기어이 고집을 피우고 호통을 쳐 기소했단 것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주장이다. 최 전 의원 측 변호인도 “무죄를 선고해 주시거나 공소 기각도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최 전 의원에 대한 2심 선고를 6월 19일 오후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최 전 의원은 조 대표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돼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확정받고 의원직을 잃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법원이 정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를 향해 “5월 중순까지 대학별 모집인원을 최종 승인하지 말라”며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속전속결로 증원 절차를 마무리하려 했던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자료를 제출하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정책적 판단의 영역에 사법부가 개입하려는 것에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재판부는 의대 2000명 증원을 결정한 최초 회의의 자료와 회의록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한 상태다. 반면 의사단체는 “제출 자료를 통해 주먹구구식으로 증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2000명 증원’ 첫 회의 자료 내라” 법조계에선 정부의 ‘2000명 증원’이 합리적인 판단이었는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판부는 정부에 “10일까지 2000명 증원에 대한 근거가 있는지 회의록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어떤 절차로 언제 최종 확정되는 것인지 △증원 수를 결정한 최초 회의 등의 회의자료나 회의록 △각 대학의 인적·물적 시설에 대한 조사 내용 △‘학습권 침해 논란’ 관련 지원 방안 여부를 서면으로 제출해 달라고 밝혔다. 또 13∼18일 결론을 내겠다면서 “법원 결론 전 최종 승인이 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 인원을 2000명으로 결정한 정부 정책의 근거를 자세히 따져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재판부가 납득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출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의사 수 부족을 추계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의 세 보고서를 바탕으로 (2000명 증원이란) 정책적 판단을 한 것이며 회의록 등 근거 자료는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의사단체는 세 보고서는 이미 재판부에 제출됐으며 보고서 저자들도 2000명 증원과 다른 의견을 냈다는 점을 들며 “회의록 등이 제출되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증원이 결정됐는지 밝혀질 것”이란 입장이다. 최창민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늘려도 문제없다’는 총장 말만 듣고 무리한 증원을 추진했는지 자료를 통해 확인될 것”이라고 했다.● 의대생 등도 증원 당사자 인정 가능성 재판부가 의대생 등을 ‘제3자 자격요건’에 해당되는 것으로 인정할지도 주요 쟁점이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 그동안 제기된 집행정지 신청 8건 중 7건은 의대생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등이 직접적 이해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됐고 나머지 1건은 진행 중이다. 의대 정원 증원과 같은 정부 정책의 당사자는 의대를 보유한 대학의 총장이기 때문에 교수나 전공의, 의대생은 처음부터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경우에 따라 의대생 등에게도 당사자 적격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재판부는 “정원이 늘면 직접 당사자인 대학 총장이 법적 다툼을 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경우 다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모든 행정 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 최근 판례를 보면 제3자의 원고 자격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의대생이나 의대 교수도 증원 관련 이해 당사자에 포함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재판장을 맡은 구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17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 법원의 각하 결정을 뒤집고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정원이 늘어난 대학 32곳 중 의학전문대학원이라 대교협 신청 대상이 아닌 차의과대를 제외하고 31곳이 1일까지 내년도 모집인원을 제출했다. 차의과대와 신청 규모를 비공개한 순천향대가 대부분의 사립대처럼 배정된 정원을 모두 선발할 경우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1509명 늘게 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법원이 정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를 향해 “5월 중순까지 대학별 모집인원을 최종 승인하지 말라”며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속전속결로 증원 절차를 마무리하려 했던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자료를 제출하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정책적 판단의 영역에 사법부가 개입하려는 것에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반면 의사단체는 “제출 자료를 통해 주먹구구식으로 증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의대생 등도 증원 당사자 인정 가능성법조계에선 재판부가 의대생 등을 ‘제3자 자격요건’에 해당되는 것으로 인정할지가 첫 번째 쟁점이라고 보고 있다.의대 증원과 관련해 그동안 제기된 집행정지 신청 8건 중 7건은 의대생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등이 직접적 이해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됐고 나머지 1건은 진행 중이다. 의대 정원 증원 등 정부 정책의 당사자는 의대를 보유한 대학의 총장이기 때문에 교수나 전공의, 의대생은 처음부터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취지였다.하지만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경우에 따라 의대생 등에게도 당사자 적격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재판부는 “정원이 늘면 직접 당사자인 대학 총장이 법적 다툼을 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경우 다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모든 행정 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 최근 판례를 보면 제3자의 원고 자격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재판장을 맡은 구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17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 법원의 각하 결정을 뒤집고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2000명 근거 판단할 것”의대생 등이 당사자로 인정될 경우 다음 쟁점은 정부의 ‘2000명 증원’이 합리적인 판단이었는지가 될 전망이다.재판부는 정부에 “10일까지 2000명 증원에 대한 근거가 있는지 회의록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또 13~18일 결론내겠다면서 “법원 결론 전 최종 승인이 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 인원을 2000명으로 결정한 정부 정책의 근거를 자세히 따져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정부는 “재판부가 납득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출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의사 수 부족을 추계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의 세 보고서를 바탕으로 (2000명 증원이란) 정책적 판단을 한 것이며 회의록 등 근거 자료는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하지만 의사단체는 세 보고서는 이미 재판부에 제출됐으며 보고서 저자들도 2000명 증원과 다른 의견을 냈다는 점을 들며 “회의록 등이 제출되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증원이 결정됐는지 밝혀질 것”이란 입장이다. 최창민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늘려도 문제 없다’는 총장 말만 듣고 무리한 증원을 추진했는지 자료를 통해 확인될 것”이라고 했다.한편 정원이 늘어난 대학 32곳 중 의학전문대학원이라 대교협 신청 대상이 아닌 차의과대를 제외하고 31곳이 1일까지 내년도 모집인원을 제출했다. 차의과대와 신청 규모를 비공개한 순천향대가 대부분의 사립대처럼 배정된 정원을 모두 선발할 경우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1509명 늘게 된다.교육부는 법원이 이달 중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이달 말 예정대로 각 대학이 변경된 정원을 공고하고 대입전형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각 대학은 의대 증원 결정 전 모집인원에 따라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하게 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전국 의대 40곳이 내년도 신입생을 올해보다 약 1550명 늘려 4600여 명을 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했지만 국립대 8곳과 사립대 4곳이 자율 감축에 동참하며 모집 인원이 다소 줄었다. 3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증원된 의대 32곳 중 30곳은 이날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내년도 모집 인원을 포함한 대입 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신청했다. 의전원이라 승인이 필요 없는 차의과대와 모집 인원을 결정하지 못한 전남대를 제외한 모든 의대가 내년에 뽑을 신입생 규모를 정한 것이다. 국립대 8곳은 증원분 절반을 자진 반납했고, 사립대는 울산대 성균관대 아주대 영남대가 증원 규모를 10∼20명씩 줄였다. 다만 서울고법은 이날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에서 “법원 결정 전에는 최종 승인이 나지 않아야 한다”며 5월 중순까지 증원 승인을 보류하라고 요구했다. 법적 구속력이나 강제력은 없는 요구였지만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처음 제동을 건 것이다. 재판부는 또 13∼18일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정부 “의대증원 완료”… 법원 “2000명 근거자료 10일까지 내라” [의료혼란 장기화]지방 국립대 8곳, 증원분 절반 감축 등… 의대 30곳 내년 전형계획 신청법원 “최종 결정까지 기다려라” 제동이달중 모집공고 계획 차질 가능성 “수시 정시 등 전형별 배분 방식 등은 바뀔 수 있지만 제출된 내년도 모집 인원은 안 바뀐다.”(교육부 관계자) 내년도 의대 증원분을 배정받은 대학 32곳 중 30곳이 30일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내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신청한 것을 두고 정부 관계자는 “이제 의대 증원 방침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게 됐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날 법원에서 “법원 결정 전까지 정부가 증원을 최종 승인해선 안 된다”고 요구하고 나서며 정부의 속도전에 다소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방 국립대 8곳, 증원분 절반 반납 의대 증원이 결정된 지방 국립대 9곳 중 8곳은 ‘증원분 50∼100% 내 자율 감축’에 동참하며 증원분의 절반을 줄였다. 정원을 731명 늘리기로 했다가 367명만 늘리기로 한 것이다. 당초 자율 감축 건의문 작성에 동참하지 않았던 부산대와 전북대도 다른 대학에 비해 증원 규모가 컸던 점 등을 감안해 자율 감축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남대의 경우 “내부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이날 모집 인원을 결정하지 않았다. 사립대 중에는 울산대 성균관대 영남대 아주대만 자율 감축에 동참했다.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는 전날 증원 규모를 80명에서 60명으로 20명 줄이겠다고 했다가 이날 다시 “10명만 줄이겠다”고 밝혔다. 영남대는 증원 규모를 44명에서 24명으로 줄였다. 성균관대와 아주대는 원래 증원분 80명에서 10명 줄어든 70명만 각각 늘리기로 했다. 다만 사립대 대부분은 “증원분을 감축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며 배정된 인원을 내년부터 모두 뽑겠다고 밝혔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의사단체는 증원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만큼 증원 규모를 줄이더라도 설득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순천향대는 모집 인원을 밝히지 않았으나 역시 배정된 정원을 대부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사립대 관계자도 “의대 증원은 이번이 아니면 어렵다”며 “우수 인재를 유치할 수 있고 등록금 수입이 보장되는 기회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정부 “큰 영향 없어”, 의사단체 “증원 불합리 인정” 이날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 18명이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에서 “5월 중순까지 결정할 테니 그 전에 (모집 인원) 최종 승인이 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정부 측에 “증원 규모 2000명의 근거와 배정 방침 등의 자료를 10일까지 내면 그 다음 주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은 “(의대생 등이) 직접적 이해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각하했다. 하지만 항고심 재판부는 “정원이 늘면 직접 당사자인 대학 총장이 법적 다툼을 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경우 다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모든 행정 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 최근 판례를 보면 제3자의 원고 적격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당사자 적격성을 인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각하 결정을 내린 원심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법원에서 제동을 걸면서 가능한 한 빨리 증원 절차를 마무리하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당초 대교협의 시행계획 심의를 조속히 마치고 5월 중 각 대학 홈페이지 공고 및 수시모집 요강 발표를 마칠 방침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재판부가 요건과 절차를 따져보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대교협 승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국의대교수협의회 김창수 회장은 “법원 요구대로 2000명 증원의 근거를 제출하면 정말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정원을 결정·배분한 것인지 명명백백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환영했다. 의료계는 증원의 과학적 객관적 근거가 없는 만큼 증원 여부와 규모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예방 효과가 100%라는 이른바 ‘백신 카드’를 배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대 교수가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김택형 판사는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연세대 원주의대 김현원 교수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교수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건에 대한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커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2020년 11월∼2022년 4월 카드 형태의 일명 ‘백신 카드’를 만들어 불특정 배포하고 효능 등을 광고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카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나 인증을 받지 않았지만, 김 교수는 자신이 쓴 책의 부록으로 함께 제공하면서 카드를 지니고 있으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또 “이미 확진된 사람도 (백신 카드로) 쉽게 회복될 수 있다”며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일반의약품으로 등록되어 있고 효과는 100%”라고 광고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에서 김 교수는 “의료기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카드 문구 등을 고려하면 의료기기가 맞다고 봤다. 김 교수는 2010년 자신이 개발한 ‘생명수’가 면역력을 강화하고 암 등을 치료한다며 제조 장비 등을 판매했다가 사기 등 혐의로 벌금 2000만 원이 확정되기도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및 예방 효과가 100%라는 이른바 ‘백신 카드’를 배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대 교수가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교수는 의료기기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김택형 판사는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연세대 원주의대 김모 교수(67)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김 교수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11월~2022년 4월까지 카드 형태의 의료기기인 일명 ‘백신 카드’를 만들어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하고 효능 등을 광고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카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나 인증을 받지 않았지만, 김 교수는 자신이 쓴 책의 부록으로 카드를 함께 제공하면서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또 “이미 확진된 사람의 경우에도 (백신 카드로) 쉽게 회복될 수 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일반의약품으로 등록되어 있고 카드의 효과는 100%”라고 광고한 혐의도 받았다. 그는 이 카드가 코로나19 치료제 용액의 파동을 디지털화해 출력한 것이라며 특허를 청구하기도 했다.재판 과정에서 김 교수는 “백신 카드는 의료기기가 아니므로 자신은 의료기기법을 위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카드에 쓰인 문구, 김 교수의 특허 청구 내용 등을 고려하면 의료기기법에서 규정한 의료기기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2010년 자신이 개발한 ‘생명수’가 면역력을 강화하고 암과 같은 질병을 치료한다며 제조 장비 등을 판매했다가 사기·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0만 원을 확정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김 교수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건에 대한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커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며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다시 범행을 저질러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판시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의 첫 공판이 29일 열렸다. 검찰이 기소한지 1년 3개월 만에 열린 첫 재판이었지만, 증인이 나오지 않아 20분 만에 끝나며 공전됐다.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판사 김중남)는 백 전 장관과 조현옥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공판을 진행했다. 백 전 장관과 조 전 수석 등은 2017년 9월~2018년 4월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장 등 총 19명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로 지난해 1월 재판에 넘겨졌다.백 전 장관과 조 전 수석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백 전 장관은 법정에 출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공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항상 법이 정한 규정에 따라서 수행했다”고 말했다. 조 전 수석 측 역시 재판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인사에 대해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이 사건은 기록이 방대한 탓에 공판준비기일만 5차례 열리고, 증거에 대한 양측 의견을 정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면서 이날에서야 첫 재판이 열렸다. 그러나 이날 재판도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었던 정창길 전 한국중부발전 사장이 불참하면서 20여 분 만에 종료됐다. 재판부는 다음 달 20일 재판을 재개하기로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2022년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60화입니다.“당선됐지만 사법리스크 여전하다는 지적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임기 중 의원직 상실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위해 출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법원에 들어갔습니다. 이날은 4·10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뒤 처음 있는 이 대표의 재판이었는데요. 이 대표는 총선 전날인 9일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혐의 재판에 출석하며 준비한 입장문을 약 11분 동안 읽은 것과는 달리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습니다.● 총선 전 “정권 심판해달라” 법원 앞 호소당시 총선을 하루 앞둔 이 대표는 입장문이 적힌 종이를 꺼내들고 11분간 낭독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입구 앞에 서서 “윤석열 정부는 잡으라는 물가는 못잡고 정적과 반대세력만 때려잡고있다”며 “지금까지 국민들 힘으로 쌓아 온 대한민국 성과를 모두 무너뜨려 경제는 폭망했고 민생은 파탄났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재판부에 기일 변경 신청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총선 전날에도 재판에 출석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저의 손발을 묶는 게 정치 검찰의 의도인 것을 알지만 국민으로서 재판 출석 의무를 지키기로 했다”며 “제가 다 하지 못하는 제1야당 대표의 역할을 국민 여러분께서 대신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꼭 투표해서 정권의 실패를 심판하고 국민을 배신한 정치 세력의 과반 의석을 반드시 막아달라”고 말한 뒤 법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한편 이날 열린 재판에서 이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를 상대로 직접 반대신문에 나섰습니다. 이 대표는 “증인은 남욱 변호사가 위례 사업을 성공시킬 방안을 가져온 것을 내게 (구두로) 보고했다고 얘기하는데, 원래 보고하려면 보고서를 만들어서 보고하는 게 정상 아닌가”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유 전 직무대리는 “시장님 정무적인 일 보고할 때 보고서 만들라고 하셨습니까? 정무적인 일은 보고서 남기십니까?”라고 되물었고 이 대표가 “그게 무슨 정무적인 일이냐”고 하, 유 전 본부장은 “저한테 잘 진행해보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제가 그걸 시장님이 하지 말라는데 어떻게 진행합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이 대표가 “대장동이 민간개발이 아닌 공모방식으로 진행돼 남욱이 기득권을 잃은 건 맞지 않느냐”고 하자 유 전 본부장이 “(대신 이득 본) 김만배가 있잖아, 만배가!”라며 큰 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李 “제게 주어질 이익이 없으니 범행 동기도 없는 것”나흘 뒤인 16일 열린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혐의 재판에도 이 대표는 예정대로 출석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의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이 대표는 위례신도시 사업 추진과 관련해 민간사업자와 유착했다는 주장에 대해 “범죄에는 동기가 필요한 것인데 저에게 주어질 이익이나 혜택이 전혀 없었다”며 이익이 없기에 범행 동기 역시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이 대표가 위례 사업을 비밀리에 추진했다는 검찰과 유 전 직무대리의 주장에 대해서도 “도시개발사업은 출자에 대한 승인이 필요하다”며 “타당성 조사 결과에 대해 성남시가 확인하고 몇 년간 시행되기에 비밀리에 할 수도 없고 그리 주장한 바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앞서 유 전 직무대리는 이 대표를 포함해서 위례 사업 관련 주요 사안을 지속해서 보고했다고 주장했는데요, 검찰은 이런 증언을 바탕으로 위례 사업이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주요 공약사업과 맞닿아 있는 만큼 유 전 직무대리가 이를 독자적으로 판단해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이 대표의 23일 같은 재판에서는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남 씨가 이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이날이 처음입니다. 법정에서 남 씨는 “위례신도시 개발을 통해 (성남시장) 선거자금을 조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위례사업 개발 이익이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검사가 “(유 전 직무대리에게)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재선돼야 대장동 사업을 할 수 있으니 함께 노력하자’는 말을 듣고 돕겠다고 한 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남 씨는 “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유 전 직무대리가) 위례 사업 이후 실제로 선거자금을 만들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남 씨는 이날 오후 재판이 잠시 휴정하며 법원 밖으로 나왔다가 이 대표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듣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재판부에서 적절한 주의 조치와 필요하다면 신변보호 조치도 해달라”며 “검사도 출·퇴정 때 비슷한 일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法 “다음 재판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이 대표의 4월 마지막 재판이었던 26일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혐의 재판에도 남 씨는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 대표는 재판부로부터 발언권을 얻어 남 씨에 대해 직접 반대신문을 진행했는데, 남 씨는 23일 재판에서 증언한 것과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며 “위례 사업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공약사항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남 씨는 “당시 유동규가 ‘다시 (위례 사업이) 진행돼서, 성남시 혹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수익을 얻어 임대 아파트를 지으면 성남시장 재선에 유리하다’고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이 대표가 “공약이 아니지 않느냐”고 묻자 남 씨는 “당시 대장동과 위례 사업 모두 (성남시장) 공약이었다”고 재차 답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열린 이 재판에서 “공약이었던 위례 개발에 대해 공식 포기 선언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굳이 이행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직접 밝힌 바 있는데 이와 배치되는 주장이 나온 것입니다.한편 재판부는 다음 재판부터는 오후 7시까지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재판 시간을 늘려 재판 속도를 높여 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헌법재판소가 형제자매와 ‘패륜 가족’도 고인의 뜻에 상관없이 상속받을 수 있는 ‘유류분 제도’에 대해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민법을 개정해야 한다. 형제자매 유류분은 헌재 결정 즉시 효력을 잃었기 때문에 입법이 필요 없다. 하지만 ‘패륜 가족’을 정의하고 유류분을 잃도록 하는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입법이 더뎌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법조계에선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뒤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구체적인 기준을 정해야 불필요한 혼란과 분쟁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패륜 가족’ 정의-범주 쟁점 될 듯 가장 큰 쟁점은 자녀나 부모를 학대·유기하거나 방임한 ‘패륜 가족’의 정의와 범주다. 법조계에선 ‘형사범죄에 해당하는 수준’처럼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현행 민법은 부모 등을 살해했거나 유언서를 위조한 경우 등에 상속을 제한하고 있는데, 폭행이나 상해치사 등 다른 범죄 행위도 유류분을 제한하는 식으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형사범죄가 아니더라도 오랜 기간 자녀·부모를 방치하거나 부양하지 않은 것도 ‘패륜 가족’ 범주에 넣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양육·부양을 하지 않은 가족도 유산을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무부가 2021년 6월 발의한 민법 개정안에도 ‘패륜 가족’의 상속권 박탈 관련 조항이 있다. 당시 법무부는 △미성년 자녀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부모 △부부간 부양 의무를 위반한 배우자 △피상속인과 배우자, 직계혈족에게 중대한 범죄나 학대 등을 한 자 등을 피상속인이 원하면 상속권을 박탈시킬 수 있는 ‘패륜 가족’으로 규정했다. 김현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일정 기간 유기하거나 방치한다면 유류분을 상실하는 사유가 될 수 있도록 기준을 넓혀야 한다”며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게 어떤 것인지 재정립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패륜 가족’의 정의와 범주를 두고 논란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헌재가 제시한 시한까지 입법이 완료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21대 국회에선 관련 법안이나 논의도 없었기 때문에 22대 국회가 문을 열어야 논의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응교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기존 판례와 다양한 경우의 수는 물론이고 전문가와 시민 의견까지 청취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간병, 부양 등을 적극적으로 한 ‘효자’에게 상속 혜택을 더 줘야 한다고 헌재가 결정한 것에 대해선 입법이 쉬울 것으로 보인다. 현행 민법에 오랜 기간 같이 살거나 간호, 부양 등을 한 ‘효자’에게 상속 혜택을 더 주도록 하는 조항이 이미 있기 때문에 유류분에도 그대로 적용토록 법을 개정하면 된다.● ‘구하라법’ 논의도 속도 붙을 듯 20대 국회부터 계류 중인 이른바 ‘구하라법’ 논의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가수 구하라 씨가 2019년 사망하자 어린 시절 집을 나갔던 친모가 상속을 주장하고 나섰고,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패륜 가족’은 상속권을 박탈하는 ‘구하라법’이 발의됐다. 그러나 ‘패륜 가족’ 범주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며 폐기된 뒤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돼 논의 중이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여야는 구하라법 논의를 다시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법사위 야당 간사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견 접근이 거의 이루어졌다”며 “본회의 일정이 잡힌다면 처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국민 평균수명 연장, 남녀평등 실현 등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 유류분 제도는 지난 47년 동안 단 한 번의 개정도 없이 신설 당시 모습 그대로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다. 입법자는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을 계기로 유류분 제도의 입법 개선을 도모해 현실에 부합하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제도로 탈바꿈시켜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유류분 제도에 대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국민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가 현실의 변화와 사회상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시대 변화에 적극 부응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고인이 남긴 유언의 취지를 최대한 구현하는 한편, 핵가족화 등 시대 변화에 맞게 재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결정이기 때문이다.● 헌재, 사실상 ‘구하라법’ 입법 강제 결정현행 민법상 상속은 ‘유언’을 가장 우선시한다. 유언이 없을 경우 자녀·손자녀 등 직계비속이 1순위, 부모·조부모 등 직계존속이 2순위, 형제자매가 3순위로 재산이 상속되고, 배우자는 공동 상속인이 되거나 이들이 없을 경우 단독으로 상속을 받는다. 고인이 유언을 남기더라도 상속인들이 최소한으로 받을 수 있는 상속재산의 비율을 정해놓은 것이 유류분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 아들, 딸이 있는 남성이 딸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준다고 유언을 남겼더라도 배우자와 아들도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내면 일부 재산을 받을 수 있다. 1977년 개정으로 처음 법제화된 유류분 조항은 자녀와 배우자는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 부모와 형제자매는 법정 상속분의 3분의 1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고, 현재까지 유지돼 왔다. 특정 상속인이 유산을 독차지하는 것을 방지해 남은 유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안전장치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혈연이라고 해서 무조건 상속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이 계속 제기돼 왔다. 배우자를 때린 가정폭력 사범, 자녀를 버리거나 학대한 부모, 부모와 연락을 끊은 자식 등 일명 ‘패륜 가족’도 상속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령사회로 상속 연령이 높아지면서 ‘유족의 생존권 보호’라는 당초 입법 취지도 무색해졌다. 실제 아이돌그룹 출신 가수 구하라 씨가 2019년 사망하자 어린 시절 집을 나갔던 친모가 상속을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당시 구 씨의 오빠가 “부양 의무를 저버린 친모는 동생의 재산을 상속받을 자격이 없다”는 입법 청원을 국회에 올려 시민 10만 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이후 ‘패륜 가족’은 상속권을 박탈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현재도 계류 중이다. 이 때문에 헌재의 이날 결정은 구하라법 입법을 사실상 강제하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유류분 권리자라도 일정한 경우에는 유류분을 행사할 수 없다는 내용의 입법 개선을 요청한 것으로 진일보한 판단”이라며 “국회는 ‘구하라법’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간병 등 ‘기여분’은 인정해야 헌재는 이날 간병 등으로 가족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증가에 기여한 것을 뜻하는 ‘기여분’을 유류분 산정 시 제외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도 내렸다. 재산 상속에선 민법상 ‘기여분’이 인정되지만 ‘유류분’을 정할 땐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 민법 1118조 부분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는 이 조항 역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상속에서의 기여분 제도와 유류분 제도는 단절된 상태로 남아 있다”며 “이 때문에 기여의 보답으로 상속을 받고도, ‘비기여 상속인’에게 반환해야 하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공익 기부, 가업 승계 등 목적으로 증여한 재산도 유류분을 산정하는 ‘기초 재산’에 예외 없이 포함시키도록 하는 민법 1113조 1항,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끼칠 목적으로 증여한 경우에는 증여분을 기초 재산에 포함하는 민법 1114조는 합헌으로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계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농경사회의 유산인 유류분 제도를 이제는 현대사회의 특성에 맞게 개혁해야 함을 천명한 결정”이라며 “유류분 제도의 개정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의 과제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