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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외환시장 마감을 오전 2시까지 연장하는 대대적인 외환시장 개방 조치가 실행된다. 1997년 자유변동환율제도로 전환한 이후 큰 변화가 없었던 국내 외환시장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트라우마를 벗으면서 27년 만의 개편에 나서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1일부터 국내 외환시장의 개장 시간을 대폭 연장하는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을 실행한다. 이에 따라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만 운영되던 국내 외환시장이 이날부터는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운영된다. 영국 런던 금융시장 마감 시간과 보조를 맞춰 해외 투자자의 환전 편의성을 높이려는 조치다. 이번 방안에는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앞으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춰 인가를 받은 해외 소재 외국 금융사도 국내 외환시장에서 직접 외화 거래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국내 금융기관 또는 외국은행의 국내 지점만 거래가 가능했다. 현재 총 29곳의 외국 금융기관이 정부의 인가를 받은 해외 소재 금융기관(RFI)으로 등록해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준비를 마쳤다. 그동안 국내 외환시장은 국내 금융기관 참여만 허용되고, 거래도 오후에 마감하는 구조라서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거 외환위기에 대한 트라우마 등으로 20년 넘게 제한된 외환시장 구조를 유지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대외 부문의 취약성이 완화되고 위기 대응 능력도 안정됐다는 판단에 외환시장 개방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추진 중인 세계국채지수(WGBI)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23개 주요국 국채가 포함된 WGBI는 자금 규모가 2조5000억 달러(약 3455조 원)에 이른다. 한국은 2022년 9월 WGBI 편입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에 올랐지만 시장 접근성 문제 등으로 아직 편입되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를 해소할 주요 계기로 꼽히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역시 외환시장 개방성 등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번 외환시장 개방이 당장 올 9월 WGBI 편입으로 연결될 경우 환율의 하향 안정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관계자는 “외환시장 개방을 통해 원화 자산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면 장기적으로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환 당국은 야간의 원화 거래량이 크지 않을 수 있고 환율 변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외환 당국 관계자는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경영난으로 폐업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해 기존의 새출발기금을 많게는 10조 원까지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새출발기금을 활용해 채무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한계 자영업자의 ‘엑시트(exit·탈출)’까지 돕는다는 계획이다. 중산층을 위한 장기 주택임대 사업도 최대 10만 채를 목표로 도입에 나선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초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팬데믹 이후 누적된 부채에 고금리, 고물가까지 겹쳐 한계 상황에 내몰린 자영업자가 급증하고 있어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우선 사업을 계속 이어가는 자영업자를 위해 새출발기금을 활용한 채무 부담 경감에 나서고 전기요금과 임차료 부담도 줄여줄 계획이다. 그러면서 영업을 계속하기 힘든 자영업자는 적극적인 채무 감면과 함께 폐업 지원금과 일자리 알선으로 임금 근로자 전환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존에 30조 원 규모로 조성된 새출발기금을 적게는 수조 원, 많게는 10조 원 안팎까지 더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일종의 ‘새출발기금 시즌2’로 자영업자를 지원하고 한계 자영업자는 노동시장에서 재기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개인 간 계약이 주를 이루면서 전세사기 같은 부작용을 드러낸 부동산 임대차 시장에서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 주택임대 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업이 부동산 개발 등을 통해 대량의 주거용 부동산을 확보한 다음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많게는 10만 채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말 일몰되는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를 3년 더 연장하고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비용과 기술의 범위도 넓히는 방안을 추진한다. 17조 원 규모의 반도체 분야 저리 대출 프로그램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기획재정부는 26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경제이슈점검회의를 통해 발표한 26조 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 대책을 구체화한 내용이다. 우선, 정부는 반도체를 포함한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 및 투자세액공제 적용 기한을 3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반도체,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등의 기술은 기업 규모별로 R&D는 30∼50%, 시설 투자는 15∼2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올해 말로 종료되는 이 혜택을 더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국가전략기술 R&D 세액공제 항목에 소프트웨어 대여·구입비, 연구·시험용 시설의 임차료·이용료 등을 추가하고 국가전략기술과 일반 R&D를 모두 수행하는 인력의 인건비에 대해서도 일부 세액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등 첨단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관련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 분야 세액공제에 대한 기업들의 요청을 적극 반영하려는 것”이라며 “세액공제 일몰 연장은 올 하반기(7∼12월) 법 개정을 통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부장과 팹리스(반도체 설계), 제조시설 등 반도체 전 분야에 걸쳐서 국내에 새로 투자하려는 국내외 기업을 위한 17조 원 규모의 저리 대출 프로그램은 다음 달부터 시작된다. KDB산업은행의 일반 대출과 비교했을 때 대기업은 0.8∼1.0%포인트, 중소·중견기업은 1.2∼1.5%포인트 더 낮은 우대 금리로 설비 및 R&D 투자 등 신규 시설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반도체 생태계 펀드는 기존의 3000억 원에서 1조1000억 원으로 규모를 확대해 다음 달부터 지분 투자를 개시한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이나 사업 규모를 키우려는 팹리스 기업 등이 주요한 투자 대상이다. 한편, 반도체 분야 지원과 관련해 25일 더불어민주당은 100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반도체 특별법’ 발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정부도 야당의 정책 제안을 적극 환영한다”며 “예산안 및 세법 개정안 심의 과정에서 건설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올해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상황과 수출 목표를 높여 잡았다는 기사까지 열심히 체크하고 있습니다.”올 상반기(1~6월)가 저물어 가는 가운데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는 반도체 기업의 실적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입니다. 주요 산업의 업황과 수출입 동향은 경제정책 분야에서 주로 챙기는 영역이지만 올해는 세수 때문에 세제실까지 반도체 업황에 관심을 두는 것입니다.한국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두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면서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 때문에 두 기업 모두 올 3월에는 법인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올 3월에 납부하는 법인세는 지난해 영업실적에 따른 세금인데 이익을 내지 못한 기업에는 법인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입니다.다행히 올 들어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고 두 기업이 올 1분기(1~3월)에 나란히 수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기재부는 두 기업이 올 8월 말 법인세 중간예납에서는 법인세를 납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실적에 따라 내년 3월에 납부할 법인세를 미리 내는 개념인 중간예납에서 두 회사가 올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8월에 낼 세금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두 회사가 상반기에 흑자를 기록하더라도 지난해 결손금을 일정 부분 공제하고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올해 내는 법인세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예측입니다.이런 가운데 8월 말 전체 기업의 법인세 중간예납이 원래 예상했던 세수보다 작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기재부의 고민거리입니다.법인세 중간예납은 1년 전의 실적을 기준으로 상반기에 낸 법인세의 절반을 납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상반기 법인세수가 예상에 못 미쳤기 때문에 중간예납액도 그 규모가 작아질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올 4월 말까지의 법인세수는 22조8000억 원에 그치면서 지난해(35조6000억 원)보다 12조8000억 원 부족한 상황입니다.법인세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기재부에서는 하반기(7~12월) 경기 회복 가능성과 최근 늘어나는 부동산 거래량에 기대를 거는 모습입니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내수 경기까지 회복된다면 부가가치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부동산 거래가 늘어날 경우 양도소득세 등도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하지만 대표 세목인 법인세에서 대규모 결손이 현실화하면서 올해도 지난해에 이은 ‘세수 펑크’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344조1000억 원의 국세 수입 가운데 115조8000억 원이 소득세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법인세가 80조4000억 원으로 그 다음 순위였습니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지난해 납세자들이 종합부동산세를 부당하게 냈다며 환급을 요구한 사례가 63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종부세를 도입한 이후 가장 많은 환급 요구 건수다. 과도한 종부세 부담 때문에 세금을 낮춰달라고 요구한 사례가 급격히 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 경정청구 건수는 6302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1718건)보다 3.5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4583건이 실제로 인용돼 내야 할 세금이 줄었다. 경정청구는 세금 과·오납 등으로 납세자가 세무 당국에 환급을 요구하는 절차를 뜻한다. 종부세의 경우 경정청구 건수가 2018년 494건에 불과했지만 2019년 921건, 2020년 827건, 2021년 1481건, 2022년 1718건으로 계속 늘어왔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크게 상승한 탓에 종부세 납부 규모가 늘면서 경정청구 건수도 덩달아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토지가 아니라 주택에 대해 부과하는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은 문재인 정부 첫해였던 2017년 33만2000명에서 2018년 39만3000명, 2019년 51만7000명, 2020년 66만5000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후에도 부동산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은 2021년 93만1000명에 이어 2022년 119만5000명으로 100만 명을 넘기기도 했다. 2017년 3900억 원 규모였던 주택분 종부세액 역시 2020년 1조4600억 원, 2021년 4조4100억 원, 2022년 3조3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급증하던 주택분 종부세는 지난해에는 부동산 공시가격 하락 등으로 납부 인원이 40만8000명으로 크게 줄어든 바 있다. 지난해 종부세 경정청구는 대부분 2022년과 그 이전의 종부세액에 대한 환급 요청으로 분석된다. 김 의원은 “종부세 경정청구는 납부 기한으로부터 5년 동안 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난 정부에서 종부세를 부과받은 납부자들이 이번 정부 들어 경정청구를 하면서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국세청은 지난해부터 종부세 경정청구의 범위가 늘어나면서 건수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그동안 종부세는 신고분에 대해서만 경정청구가 가능했는데 지난해부터는 고지분에 대해서도 경정청구가 가능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며 “범위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경정청구 건수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최근 상속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스웨덴 등 해외에서는 상속세가 소득 재분배 기능 대신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방향의 세금 제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내에서도 상속세 부담을 낮춰서 기업의 성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경제인협회(FKI) 타워에서 연 ‘밸류업 세제지원 공청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심충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속 가능한 기업과 경제 성장을 유도하는 상속세 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상속세가 과거에는 부를 쌓는 과정에서 누락된 소득을 정산하고 소득 재분배를 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조세 부담을 줄여줘서 경제를 활성화하는 측면이 더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실제로 해외 주요국에서는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내서 중장기적인 세수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웨덴은 2005년에 상속세가 폐지됐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결국 기업이 해외로 이전을 하고 높은 상속세 때문에 국내 경제가 다운됐기 때문”이라며 “미국에서도 1361만 달러(약 190억 원)에 이르는 상속세 면세 한도액을 둬서 상속 재산을 경제활동에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상속세율이 26%라고 했을 때 이보다 과도한 상속세를 매기면 국내의 부유층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부작용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심 교수는 현재의 상속세율을 최고 30%로 낮추고 과세표준 구간은 현재보다 3배씩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 같은 상속세제 개편이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경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2본부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은 오너 일가의 경제적 유인을 일반 주주가 원하는 주가 상승, 배당 증가와 정확하게 일치시키는 것”이라며 “상속세제 개편은 자본시장 선진화 관점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폭발력이 너무 크다.”상속세 개편에 관한 질문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획재정부 당국자들은 이런 정도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손질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사회적으로 너무 민감한 이슈라는 얘기였습니다.‘국민적 공감대’가 없으면 개편이 쉽지 않다는 얘기였는데 이런 상속세 개편 논의에 최근 불이 세게 붙은 모습입니다.오늘은 왜 상속세 개편 논의가 나오게 됐는지를, 누가 얼마나 내는 세금인지를 중심으로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대통령실이 띄운 상속세율 ‘30%’최근 상속세 개편 논란에 결정적으로 불을 붙인 곳. 다름 아닌 용산 대통령실입니다.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이 얼마 전 “우리나라는 대주주 할증을 제외하더라도 (상속세) 최고 세율이 50%로 되어 있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26.1% 내외로 추산된다”며 “최대한 30% 내외까지 일단 인하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얘기한 것인데요.이날 성 실장은 “부자 과세 이슈가 아니라 원활한 기업 상속 문제가 이루어지게 하고, 또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중산층의 세 부담을 줄인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도 밝혔습니다.대통령실이 중산층 세 부담 완화와 최고세율 인하를 중심으로 상속세 개편을 얘기한 것입니다.● 지난해 2만명 납부 결정… 전체 사망자의 5.7%최근 국세청이 내놓은 지난해 상속세 통계표 하나를 보면 왜 이런 얘기가 나오게 된 것인지를 쉽게 알 수 있는데요.이 표를 보면 상속세는 2019년에만 해도 8357명이 내던 세금이었는데 최근 수년 동안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지난해 2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내는 세금이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4년 사이에 상속세를 내야 하는 사람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인데요.상속세는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 곧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해 부과되는 세금인데요. 국내에서는 재산을 받는 사람, 곧 상속인이 아니라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부과됩니다.지난해 국내의 사망자가 35만 2700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망자의 약 5.7%가 내는 세금이 된 것입니다.● “현재 기준 유지하면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전체 사망자의 5.7%가 내는 세금을 ‘중산층 세금’으로 볼 수 있느냐, 에 대한 생각은 각자 다를 수 있을 듯합니다.다만 세무 당국은 현재의 기준이 유지될 경우 상속세를 내는 사람의 숫자와 비율이 더 높아지는 것이 ‘정해진 미래’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상속세를 내야 하는 기준을 뜻하는 과세표준과 세율 구간이 1999년에 조정된 이후 26년째 고정돼 있는데 그동안 부동산 가격 등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인데요.세무업계에서는 현재의 공제액(일괄공제 5억 원, 배우자 공제 5억 원)을 고려하면 배우자가 있는 경우, 상속 재산이 10억 원이 넘는다면 상속세를 낼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그리고 배우자 없이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경우라면 10억 원 미만에서도 충분히 부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서울 혹은 대도시 핵심지 아파트 한 채만 빚 없이 보유하고 있어도 이 집을 물려줄 때 상속세를 내야 할 수 있다는 것이 과한 말은 아닌 셈입니다.● 최고세율 60%… 대기업 오너 사망 시점에 따라 ‘상속세수 널뛰기’ 앞서 표에는 사실 상속세 과세 인원보다 결정세액이 더 눈에 띄는데요.2019년 2조8000억 원이었던 상속세 결정세액이 2020년 4조2000억 원, 2021년 4조9000억 원으로 늘었다가 2022년에는 19조3000억 원으로 폭증한다는 점입니다.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정부의 주요 세목 가운데 이 정도로 널을 뛰는 세목은 상속세뿐인데요.이런 ‘상속세 널뛰기’는 대기업 오너의 사망과 최고 60%의 상속세율이 결합한 결과입니다.예컨대 2022년 결정세액에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상속세 약 12조 원이 포함되면서 20조 원 가까운 상속세액이 결정된 것인데요.국내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명목상 50%이지만 최대 주주의 주식 상속분에 대해서는 20%가 할증되면서 최고 60%의 세율이 적용됩니다.이건희 삼성 회장이 물려준 재산 역시 상당 부분이 주식이었기 때문에 최고 60%의 상속세율이 적용되면서 1년 전에 비해 4배 가까운 상속세가 부과된 것입니다.● 김정주 넥슨 창업주 유가족, 현금 대신 주식으로 상속세 물납그러면 2022년에 비해서는 줄어들었지만, 2021년보다는 훨씬 큰 2023년 상속세 결정세액 12조3000억 원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세무업계에서는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상속세가 포함된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경우 약 6조 원대의 상속세를 신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유가족들은 지주회사 NXC의 지분 약 4조7000억 원어치를 정부에 ‘물납’한 바 있습니다.예기치 못한 상속세 발생으로 현금을 마련하지 못한 유가족들이 현금 대신 주식으로 상속세를 낸 것입니다.● 실제 개편 방향성엔 여야 ‘이견’요약하자면 상속세는 세금을 매기는 기준은 20년 넘게 그대로인데 재산의 규모는 자연스럽게 커지면서 납부 대상이 늘어나고 있고, 높은 최고 세율로 수조 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는 사례도 종종 나타난다, 고 할 수 있겠습니다.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상속세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모습인데요.다만 여소야대의 국회 지형에서 입법의 열쇠를 쥐고 있는 야당에서는 ‘중산층 세금’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미세조정을 얘기하고 있어서 최고 세율을 포함한 대대적인 개편은 쉽지 않은 과제로 보입니다.여당 역시 큰 재산을 가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최고 세율 하향 등에서는 여전히 신중한 모습인데요.이에 따라 여당에서는 인적공제와 일괄공제 금액을 우선적으로 인상하고,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이 우선적으로 논의되고 모습입니다.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폭발력이 큰 상속세 개편이 어떤 틀을 갖춰갈 지, 앞으로도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지난해 고용정보시스템인 ‘워크넷’ 해킹으로 23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한국고용정보원이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아주 미흡(E)’ 평가를 받았다. 고용정보원은 기관장 해임 절차를 밟게 된다. 고용정보원을 비롯해 한국가스공사 등 13곳이 낙제점에 해당하는 ‘미흡(D)’ 이하 평가를 받았다. 19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및 후속 조치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공기업 32개, 준정부기관 55개 등 87개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 결과 ‘우수(A)’ 등급을 받은 기관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KOTRA 등 15개였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전력공사, 국민연금공단 등 30개 기관이 ‘양호(B)’, 강원랜드와 한국마사회 등 29개 기관이 ‘보통(C)’ 등급을 받았다. 반면, 가스공사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공항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11개 기관은 ‘미흡’ 평가를 받았다. 최하 등급인 ‘아주 미흡’은 고용정보원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두 곳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용정보원장 임명권자인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김영중 원장의 해임을 건의할 계획이다. 고용정보원은 청렴도가 악화된 가운데 지난해 워크넷 해킹으로 정부 서비스에 상당한 피해를 준 것으로 평가됐다. 정부 관계자는 “코바코는 기관장이 공석이어서 해임 건의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경영평가에 따른 해임 건의를 수용하지 않은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경영 실적이 부진한 가스공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과 사망 사고가 발생한 한전, 코레일, 한국농어촌공사 등 총 13개 기관에는 기관장 경고 조치를 내렸다.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최고 등급인 ‘탁월(S)’ 평가를 받은 기관은 없었다. 공공기관들은 이번 평가에 따라 예산 규모를 조정하게 된다. 미흡 이하 평가를 받은 13개 기관은 내년도 경상경비가 0.5∼1.0% 삭감되고 별도의 경영 개선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직무급 도입 및 운영실적 최우수 기관 3곳은 내년에 총인건비가 0.1%포인트 더 지급된다. 임직원 성과급도 보통 이상의 평가를 받은 기관에만 차등 지급된다. 14개 재무위험 기관 가운데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더 커진 광해광업공단과 대한석탄공사의 기관장과 감사, 상임이사는 성과급을 100% 삭감한다. 이날 최 부총리는 “이번 평가는 사업 성과, 경영 혁신, 재무 개선, 사회적 책임 등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고 밝혔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생활필수품이 된 승용차를 50년째 사치품처럼 취급하면서 세금을 매기고 있다. 개별소비세를 면제하는 배기량 기준이라도 높여 달라.” “물가가 치솟아도 여전히 20만 원에 불과한 근로자 식대 소득세 공제액을 30만 원까지 올려달라.”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1422건의 세법 개정 건의를 접수하고 다음 달 말 내놓을 세법 개정안에 이를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가 접수한 건의의 상당수는 자동차 개소세처럼 낡은 세제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세금 기준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소비세는 1977년 자동차를 사치성 재화로 보고 과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47년이 지나고 자동차가 생필품이 된 현재까지도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최근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속세 역시 20년 넘게 공제액과 세율이 유지되면서 ‘중산층 세금’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이 너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들의 이자와 배당 소득이 꾸준히 늘어나는데 종합과세 기준이 10년 넘게 연 2000만 원에 묶여 세금을 내는 사람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물가 상승이나 경제 성장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세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요구는 최근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올해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세무사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28개 기관은 상속세법 개정을 비롯해 종합소득세 기본공제 대상 및 금액 확대, 비과세 근로소득 범위 확대, 승용차 개소세 완화 등을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양가족 공제, 150만원 15년간 묶여… “세수 줄어들라” 손못대금융소득과세 11년간 2000만원근로자 식대 공제도 월 20만원 그쳐“물가상승-시대변화 반영 못해” 지적자녀 세액공제 확대 등 대안 검토중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세제’의 대표 사례로는 승용차에 대한 개별소비세(개소세) 부과가 꼽힌다. 승용차의 개소세 부과는 1977년 처음 시행된 특별소비세(특소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치품 소비 억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특별소비세는 보석, 귀금속, 고급 모피 등과 함께 승용차를 과세 대상으로 놓고 차량 가격의 15∼40%를 세금으로 매겼다. 이 특소세는 2008년 개소세로 개편됐지만 승용차는 여전히 배기량 1000cc를 넘으면 차량 가격의 5%를 개소세로 내야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총 2139만 대의 승용차가 보급되면서 차는 생활필수품으로 변모한 지 오래지만 50년 가까이 ‘사치품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물가 상승과 시대 변화 반영 못하는 세법들 국민 대다수가 납부하는 소득세에서도 기본공제와 비과세 소득 기준이 길게는 수십 년 유지되면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소득세법은 2009년 이후 15년간 부양가족 1명당 150만 원씩의 소득공제를 적용하고 있다. 부양가족 소득공제는 소득세를 계산할 때 소득이 없는 자녀와 배우자 등 부양가족의 숫자를 곱해 소득에서 빼주는 것으로 연말정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공제 항목으로 꼽힌다. 그러나 공제액은 15년간 소득 변화나 물가 상승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09년 1만7175달러(약 2370만 원)에서 3만6194달러(약 5000만 원)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또 소득세법상 근로자의 식사대 비과세 한도는 최근 외식 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월 20만 원에 그치고 있다. 근로자가 자신의 차량으로 회사 업무를 수행할 때 비과세 소득으로 인정해주는 자기차량 운전보조금 역시 1994년 이후 30년 넘게 월 20만 원에 머물러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 세목의 공제 기준 등을 소득이나 물가에 연동하지 않고 금액으로 정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세제에 제때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저출산을 감안해 부양가족 공제는 더 확대하고 복잡한 소득공제 제도 전반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수 우려에 당국은 개편에 ‘신중’ 고금리 환경에서 이자 소득이 늘어나고 국내외 주식 투자도 급증하고 있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도 오랫동안 묶여 있는 상태다. 금융소득이 일정한 기준을 넘으면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해서 최고 49.5%(지방소득세 포함)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 기준이 2013년 1월부터 개인당 4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내려간 이후 11년간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2년 5만5730명이었던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자는 2022년 19만1501명까지 늘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금융소득도 늘어나는데 장기간 과세 기준이 높아지지 않고 있다”며 “배당에 대한 분리과세를 포함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부 과세 기준이 시대 변화에 맞지 않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실제 개편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과세 기준을 한꺼번에 조정했다가 자칫 세수 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승용차 개소세의 경우도 정부는 과세 명분이 상당히 약해졌다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이를 폐지 또는 완화할 경우 세수 감소 폭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세 인적공제를 확대하는 문제 역시 세수 타격이 상당하다는 점 때문에 자녀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정도의 대안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주요 세금을 완화하는 논의가 진행 중인 점 역시 추가 세법 개정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각 세법 개정 요구에 따른 세수 효과와 국민 여론 등을 살펴보면서 세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에서 귀국한 16일 곧바로 종합부동산세 사실상 폐지, 상속세 전면 개편 등을 띄우며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중산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제 개편 논의의 정책 주도권을 쥐고, 야당이 시작한 논의의 판을 되레 키우면서 여소야대 정국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세제를 둘러싼 각론과 방법론을 두고는 전문가 논의를 거쳐가며 조정을 이어갈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중과세 문제 등을 가진 종부세와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상속세에 대해서는 수술을 하겠다는 게 윤석열 대통령의 분명한 정책 기조”라며 “정국 상황과 무관하게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가격 등이 급등하면서 종부세와 상속세가 중산층과도 밀접한 이슈가 됐다”며 “전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가 불합리한 종부세 등 세제 문제였다”고 말했다. 여권은 야당이 종부세 개편 논의를 먼저 꺼내들었던 것도 이런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고 본다. 세제 논의를 본격화한 정부 여당의 논의는 중산층과 맞닿은 세제 개편 이슈를 주도하며 지지율 정체 등으로 떨어진 국정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도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를 본격 가동하며 논의의 판을 키우고 있다. 종부세와 상속세 완화라는 큰 틀에 동의하되, 종부세 완전 폐지 시 4조2000억 원대 지방 재원 감소 우려를 보완할 수 있도록 정책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 재정·세제개편특위 관계자는 “종부세를 완전 폐지하면 지방 재원 문제가 생기고, 재산세와 종부세를 통합하면 지역에 따라 가액이 들쭉날쭉한 문제가 생긴다”며 “어떤 방안이든 장점과 문제점이 따라오기 때문에 더 심도 있게 논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종부세는 중앙정부가 걷지만(국세) 지방자치단체에 다시 내려보내 지방재원으로 활용된다. 세제 당국은 대통령실의 구상에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개편 방향이 확정된 상황이 아니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정책실장의) 종부세나 상속세 관련 언급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고 당연히 공감을 한다”면서도 “검토 가능한 대안인 것이지 지금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이렇게 결정했다고 말씀드릴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제 개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세수 효과 등을 살펴보고 여론을 수렴해 다음 달 세법 개정안에 정부의 개편안을 담아 발표하겠다는 것. 상속세율 인하와 관련해서도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정책간담회에서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상속세가 선진국에서도 굉장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상속세에 대해 근본적인 개편도 이번에 추진해 보려고 한다”며 대통령실의 정책 드라이브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은 상속세율은 선진국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기조다. 또 대주주 할증과세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최근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 논의에 불이 붙은 가운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의 구체적인 개편 방향이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이 구체적인 세제 개편 방향을 밝히면서 판이 커지고 있지만, 국민적인 공감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다음달에 내놓을 세법 개정안에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을 담겠다는 것이다.최상목 부총리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의) 종부세나 상속세 관련 언급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고 당연히 공감을 한다”면서도 “검토 가능한 대안인 것이지 지금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이렇게 결정했다고 말씀드릴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16일 성태윤 실장이 종부세는 사실상 전면 폐지하고 상속세는 최고 세율을 30% 내외까지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최 부총리는 “(성태윤 실장의 어제 방송 발언은) 정부의 정책 방향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었다”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시급성 등을 같이 고민하는 것이 정책당국의 책무”라고 말했다.상속세와 관련해서는 최고 세율을 낮추는 문제와 공제액을 키우는 문제, 기업 최대주주의 주식 상속에 대한 20% 할증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있는데 여론과 세수 효과, 사회·정치적 공감대까지 살펴보면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한편, 이날 최 부총리는 “이달 30일 종료 예정인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일단 8월 31일까지 2개월 연장하겠다”며 “다만, 국민의 유류비 부담이 크게 안 늘어나는 범위에서 세율의 일부를 소폭 상향 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7월부터 휘발유에 대한 유류세 인하율은 25%에서 20%로, 경유·액화석유가스(LPG)·부탄에 대한 인하율은 37%에서 30%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류세 부담은 휘발유는 L당 41원, 경유는 L당 38원 더 커지게 된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대통령실과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는 초고가 1주택자와 가액 총합이 매우 높은 다주택 보유자에게만 물리는 ‘사실상 폐지’ 방침을 밝혔다. 최고 세율을 30% 내외로 낮추고 공제 한도를 대폭 상향하는 상속세 개편 방향도 내놓았다. 야당이 종부세 완화를 꺼내 든 뒤 대통령정책실장이 세제 개편 논의의 판을 키우면서 내년도 세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은 16일 종부세에 대해 “기본적으로 주택 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하지만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요소가 상당하다”며 “초고가 1주택자들과 보유 주택의 가액 총합이 아주 고액인 경우 세금을 내게 하고, 일반적인 주택이나 다주택자라 하더라도 보유 주택의 가액 총합이 아주 높지 않은 경우 종부세를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당장 전면 폐지에 따른 세수 문제를 감안해 ‘사실상 전면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성 실장은 상속세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는 대주주 할증을 제외하더라도 최고 세율이 50%로 되어 있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26.1% 내외로 추산된다”며 “최대한 30% 내외까지 일단 인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추가 알림을 통해 “종부세 사실상 폐지, 상속세 최고 세율 인하는 여러 가지 검토 대안 중 하나”라며 “구체적인 개편 방안은 세수 효과, 적정 세 부담 수준,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7월 이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은 내놓지 않았다. 민주당 임광현 의원은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감세론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세수 결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현행 상속세 체계선, 가업 승계 어려워”[불붙는 종부세-상속세 개편론]“세율 30%로 인하해야”개별 상속액에 부과 세부담도 완화대통령실은 상속세를 중장기적 측면에서는 ‘유산취득세’와 ‘자본이득세’로 전환해 나갈 구상도 내놓았다.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은 “우리 상속세 체계가 가업 승계와 관련된 상당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서 “대주주 할증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주려 할 때 세금을 내고 나면 기업 경영권이나 기업 자체를 물려줄 수 있는지가 불확실해진다”고 지적했다. 성 실장은 또 “대부분의 국가가 우리와 같은 형태의 상속세보다는 유산취득세를 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 상속세는 일종의 다자녀에 대한 페널티가 있는 세금 형태”라고 지적했다. 현행 상속세는 유산세 형태로 상속가액 전체를 과세표준으로 삼아 세금을 매겨 고율 구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별 상속가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해 세 부담이 낮아질 수 있다. 이 같은 세제 개편 방향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언급해온 방향이다. 윤 대통령은 1월 민생토론회에서도 “재벌,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상장기업들은 주가가 올라가게 되면 가업 승계가 불가능해진다”며 “그래서 우리나라에 독일과 같은 강소기업이 별로 없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종부세의 경우 전면 폐지보다는 초고가 1주택자와 가액 총합이 매우 높은 다주택 보유자에게만 부과해 사실상 폐지 효과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세수가 지방 예산으로 돌아가는 종부세를 전면 폐지할 경우 지방 재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중산층 상속세 부담 줄이기 공감… 최고세율 인하엔 이견당정, 공제액-과표구간 상향 검토다주택자 종부세 축소-폐지 추진野 “초부자 상속세 감면은 안돼”종부세는 1주택자 부담 완화 초점정부가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전면 개편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낡은 과세 기준 때문에 서울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중산층까지 과도한 세금을 내고 있다는 목소리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산층 부담 완화라는 방향에는 더불어민주당도 공감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상속세 최고세율 조정은 중산층이 아니라 고액 자산가를 위한 감세안이라는 인식 때문에 야당과의 국회 논의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속-종부세, 중산층 부담 확 줄인다 16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현행 상속세의 과세표준 구간과 공제액 상향, 세율 인하 등을 포함하는 상속세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날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은 “(상속세) 명목 세율, 과세 체계, 공제 한도 등을 일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까지는 변화시켜서 상속세에 따른 과도한 경제적인 부담은 줄여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우선 상속세 공제액이나 과표 구간을 높이는 방식으로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공제액을 높이면 상속세 계산에서 제외되는 금액이 커지기 때문에 상속세 납부 대상자가 지금보다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과표 구간을 상향할 경우 동일한 상속액에 대한 세율이 더 낮아져서 세금 규모 측면에서 부담이 줄 수 있다. 반면, 상속세 최고 세율을 3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은 중산층보다는 고액 자산가나 기업인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내의 상속세는 명목상 최고 세율이 50%에 이르고 기업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경우 주식 평가액의 20%를 할증해 60%의 최고 세율이 적용됐는데 이를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높은 최고세율이 가업 승계 등에 걸림돌이 되면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종부세에 대해서는 고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소수의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으로 크게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한 다음 재산세로 통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주택분 종부세 납세 인원은 2010년만 해도 20만 명이었지만 2022년에는 120만 명에 다가설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이후 현 정부의 종부세 부담 완화로 지난해에는 40만 명 선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2018년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초고가 주택 보유자를 제외한 중산층의 경우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민주, ‘중산층 세 부담 완화’에는 호응할 듯 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 시점에 맞춰 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제출한다면 상속세와 증여세 등 개별 세제 개편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현재 일부 세제가 부동산 가격이나 중산층 기준 등 현실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어 일부 조정하거나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은 상속세와 관련해선 “중산층 세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에는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상속세 감면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임광현 원내부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마침내 상속세율 30% 인하까지, 초부자 상속세 감세에서 나올 것은 다 나왔다”며 “현 정부의 부자 감세는 머지않아 서민 증세, 미래세대 증세라는 냉정한 청구서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상속세 과세가액 일괄공제 기준을 끌어올리는 등의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세제 완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종부세 개편과 관련해서도 중산층 세금 부담 완화 측면에서 신중하게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완화’ 등을 이슈로 던진 바 있지만 대통령실이 종부세 폐지 카드를 들고나오자 언급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친명 지도부 사이에서는 1가구 1주택 실소유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이 대통령실 주장에 호응할 경우 당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강성휘 기자 yolo@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전면 개편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낡은 과세 기준 때문에 서울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중산층까지 과도한 세금을 내고 있다는 목소리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산층 부담 완화라는 방향에는 더불어민주당도 공감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상속세 최고세율 조정은 중산층이 아니라 고액 자산가를 위한 감세안이라는 인식 때문에 야당과의 국회 논의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속-종부세, 중산층 부담 확 줄인다 16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현행 상속세의 과세표준 구간과 공제액 상향, 세율 인하 등을 포함하는 상속세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날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은 “(상속세) 명목 세율, 과세 체계, 공제 한도 등을 일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까지는 변화시켜서 상속세에 따른 과도한 경제적인 부담은 줄여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정부와 여당은 우선 상속세 공제액이나 과표 구간을 높이는 방식으로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공제액을 높이면 상속세 계산에서 제외되는 금액이 커지기 때문에 상속세 납부 대상자가 지금보다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과표 구간을 상향할 경우 동일한 상속액에 대한 세율이 더 낮아져서 세금 규모 측면에서 부담이 줄 수 있다.반면, 상속세 최고 세율을 3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은 중산층보다는 고액 자산가나 기업인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내의 상속세는 명목상 최고 세율이 50%에 이르고 기업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경우 주식 평가액의 20%를 할증해 60%의 최고 세율이 적용됐는데 이를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높은 최고세율이 가업 승계 등에 걸림돌이 되면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정부는 종부세에 대해서는 고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소수의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으로 크게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한 다음 재산세로 통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주택분 종부세 납세 인원은 2010년만 해도 20만 명이었지만 2022년에는 120만 명에 달할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이후 현 정부의 종부세 부담 완화로 지난해에는 40만 명 선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2018년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초고가 주택 보유자를 제외한 중산층의 경우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민주, ‘중산층 세 부담 완화’에는 호응할 듯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 시점에 맞춰 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제출한다면 상속세와 증여세 등 개별 세제 개편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현재 일부 세제가 부동산 가격이나 중산층 기준 등 현실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어 일부 조정하거나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특히, 민주당은 상속세와 관련해선 “중산층 세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에는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상속세 감면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임광현 원내부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마침내 상속세율 30% 인하까지, 초부자 상속세 감세에서 나올 것은 다 나왔다”며 “현 정부의 부자감세는 머지 않아 서민증세, 미래세대 증세라는 냉정한 청구서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상속세 과세가액 일괄공제 기준을 끌어올리는 등의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세제 완화 방식을 검토 중이다.종부세 개편과 관련해서도 중산층 세금 부담 완화 측면에서 신중하게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완화’ 등을 이슈로 던진 바 있지만 대통령실이 종부세 폐지 카드를 들고나오자 언급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다.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친명 지도부 사이에서는 1가구 1주택 실소유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이 대통령실 주장에 호응할 경우 당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검색 순위와 상품 후기를 조작해 자사 상품을 위쪽에 올린 쿠팡이 1000억 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유통업체 중에서는 역대 가장 큰 과징금으로, 제재를 내린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자기 상품을 밀어주기 위해 소비자를 기만하고 ‘1위 온라인 쇼핑몰’ 지위를 악용했다고 봤다. 쿠팡 법인은 검찰에 고발됐다. 13일 공정위는 쿠팡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1400억 원의 과징금(잠정)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쿠팡과 CPLB는 검찰에 고발했다. 쿠팡의 100% 자회사인 CPLB는 쿠팡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전담하는 회사다. 문제가 된 건 쿠팡이 PB, 직매입 등 자사 상품을 밀어주기 위해 검색 순위와 상품 후기를 조작한 행위다. 온라인 쇼핑몰의 특성상 순위가 높고 후기가 많을수록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가능성은 커진다. 이를 인지하고 있던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현재까지 ‘쿠팡 랭킹’을 조작해 최소 6만4250개의 자사 상품을 높은 순위에 올렸다. 그 결과 쿠팡의 대표 PB상품인 생수 ‘탐사수’는 2주 만에 100위 밖에서 1위까지 올라섰다. 상품 후기를 꾸며낸 정황도 드러났다. 쿠팡은 2297명의 임직원에게 자사 상품 7342개에 대한 후기 7만2614건을 달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쿠팡은 부정적인 후기는 못 쓰게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경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리했다. 쿠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 세계 유례없이 ‘상품 진열’을 문제 삼아 과도한 과징금과 형사 고발까지 결정한 공정위의 형평 잃은 조치에 유감을 표한다”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부당함을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 자사 상품 띄우려 알고리즘 조작… 직원 셀프 후기 7만개”공정위, 1400억 과징금-검찰 고발 판매 저조 PB상품, 단숨에 1위로1위 하던 中企 상품은 판매 0건직원이 리뷰… “심판이 선수 뛰는 격”쿠팡에 입점해 있는 중소기업 A사는 한때 ‘쿠팡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제품을 최근 단종시켰다. 쿠팡이 비슷한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내놓은 이후 월 3000건이었던 판매 건수가 0건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삼성, 애플이 아닌 이상 신제품이 1, 2위를 하는 건 불가능한데도 쿠팡 상품은 늘 순위가 높았다. 알고리즘 조작에 리뷰까지 임직원이 달았다니 허탈하다”고 했다. A사는 쿠팡과 거래 종료도 고민했지만 쿠팡이 온라인 쇼핑몰 1위로 올라선 탓에 지금도 계속 거래를 하고 있다. 쿠팡이 1400억 원이라는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된 건 쿠팡이 검색 순위와 상품 후기를 조작해 자사 상품을 밀어주면서 발생한 중소기업의 피해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불공정 행위가 결국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고 나아가 상품 가격을 밀어 올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실적 부진 상품까지 단숨에 ‘1위’ 13일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세 가지 방식으로 검색 순위를 조작해 자사 상품을 밀어줬다. 우선 자사 상품을 검색 순위 1∼3위에 고정했다. 또 검색어 1개당 자사 상품 최대 15개까지를 10위부터 5위 간격으로 노출했다. 자사 상품의 검색 순위 점수를 1.5배 더 높게 쳐주기도 했다. 쿠팡이 검색 순위를 조작한 상품 중에는 판매 실적이 부진하거나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기로 한 상품 등이 포함돼 있었다. 쿠팡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우선 보여주는 ‘상품 진열’은 유통업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단순히 상품 진열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자사 상품이 판매량이 많고 후기가 좋은 상품인 것처럼 소비자를 속인 게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은 쿠팡 랭킹에 대해 “판매 실적, 사용자 선호도, 상품 정보 충실도 및 검색 정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순위”라고 안내하고 있다. 쿠팡은 임직원을 동원해 상품 후기를 쓰게 하면서도 이런 사실을 숨겼다.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된 2021년 6월 이후부터는 임직원이 쓴 후기임을 밝혔지만 몇 번을 클릭해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에 이를 숨겨놨다. 그러면서도 쿠팡은 입점한 다른 업체들은 ‘셀프 후기’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심각한 위법행위라는 이유에서였다.● “쿠팡,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격” 쿠팡이 순위와 후기를 조작하면서 자사 상품을 밀어준 건 자사 상품이 가져다주는 이익이 중개수수료보다 많기 때문이다. 쿠팡은 다른 입점 업체의 상품을 중개하며 수수료를 떼는 플랫폼 사업자인 동시에 자사 상품을 파는 판매 사업자이기도 하다. 쿠팡이 가져가는 마진은 PB 상품이 가장 높고 직매입 상품, 중개 상품 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팡은 PB와 직매입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왔다. 2019년 59.5%였던 쿠팡 자사 상품 비중은 2022년에는 70.2%까지 올라섰다. PB 전담 자회사인 CPLB의 매출액도 2020년 1331억 원에서 2023년 1조6436억 원으로 10배 넘게 성장했다. 쿠팡이 온라인 쇼핑몰 1위 사업자 지위를 악용해 자사 상품을 밀어주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기업에 돌아가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심판 역할을 해야 하는 쿠팡이 선수로 뛰고, 심지어 그 선수가 더 유리한 지위에 있었던 것”이라며 “영세 업체들은 재고를 끌어안고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 역시 중소기업이 입는 타격을 인지하고 있었던 정황도 포착됐다. 쿠팡 내부 자료에는 “PB 상품이 1위가 되면서 경쟁 상품의 판매량이 감소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이는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은 고물가 시대에 고객에게 저렴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쿠팡의 자체 실험 결과 쿠팡이 자사 상품 밀어주기를 하지 않으면 전체 상품의 판매가격은 오히려 0.8% 가까이 하락했다. 쿠팡의 불공정 행위가 쿠팡 상품뿐만 아니라 중개 상품의 가격까지 끌어올렸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국고채 전문 딜러를 통하지 않고 개인이 직접 매입할 수 있는 개인 투자용 국채가 13일 첫 청약을 시작한다. 최소 10만 원부터, 10만 원 단위로 살 수 있다. 연간 1억 원까지 구매할 수 있는데, 이달 첫 발행하는 20년물을 1억 원어치 구입해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의 2배가량을 받을 수 있다. 12일 기획재정부는 13일부터 17일까지 10년 만기와 20년 만기의 개인 투자용 국채 청약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개인 투자용 국채는 매입 자격을 개인으로 한정한 저축성 국채로 국내에서는 이번이 첫 발행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인들의 안정적인 자산 형성을 지원하고 국채 수요도 다변화하려는 것”이라며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도 개인 투자자를 위한 소액 단위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에 1000억 원어치씩 발행하는 10년물과 20년물 국채에는 각각 연 3.54%와 3.425%의 표면금리와 0.15%, 0.3%의 가산금리가 적용된다. 두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면 세전 기준 연 3.69%와 3.725%의 금리에 연 복리를 적용한 이자를 원금과 함께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달에 매입해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의 세전 수익률은 10년물 44%, 20년물 108%로 예상된다. 예컨대 1억 원의 국채를 매입하면 만기에 10년물은 1억4370만 원, 20년물은 2억780만 원을 세전으로 수령할 수 있는 것이다. 만기 보유를 전제로 개인마다 2억 원까지는 14%의 이자소득 분리과세(지방세 포함 시 15.4%) 혜택도 주어진다. 이 세율을 적용한 세후 만기 수익률은 10년물 37%, 20년물 91%다. 다만 중도 환매를 신청할 경우 가산금리와 연 복리, 분리과세 혜택은 적용되지 않는다. 중도 환매는 매입 1년 뒤부터 가능하다. 상속이나 유증(유언에 따른 재산 증여), 강제집행 외에는 소유권을 이전할 수 없다. 전용 계좌에서만 매입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계좌를 만들어야 청약을 신청할 수 있다. 전용계좌는 판매 대행기관인 미래에셋증권의 전국 영업점을 방문하거나 웹사이트, 모바일 앱을 통해 개설할 수 있다. 청약에 나설 경우 신청액 전액을 증거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기재부는 올해 매달 중순 청약 신청을 받고 총 1조 원어치의 개인 투자용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하면서 중도 환매를 해도 원금에 표면금리까지 적용해 주는 상품”이라며 “이자소득 분리과세 혜택도 상당한 강점”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난달 24일 찾은 서울의 한 수소충전소 앞에는 수소 1kg당 1만1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내놓은 정부는 2022년에 kg당 6000원을 약속했지만 이 목표의 2배에 가까운 가격이다. 충전소에서 만난 배명철 씨(41)는 “6년째 수소전기차를 모는데 수소 가격을 6000원보다도 더 낮춰 주겠다던 정부 약속이 전혀 안 지켜졌다”며 “차량 자체는 만족하지만 수소 가격과 인프라 때문에 분노하는 이용자가 많다”고 했다. 수소충전소가 부족하다는 불만도 여전한 가운데 배 씨는 하루 전인 23일 이 충전소를 찾았다가 앞에 다섯 대가 대기 중인 것을 보고 돌아갔다가 다시 온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수표 된 ‘수소경제 로드맵’ 지난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를 내세우면서 수소차 보급에 공을 들였지만 실제 실적은 정부 계획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당국은 내년도 예산에서 수소차 보급 예산을 올해보다 삭감하고 수소승용차가 아니라 수소상용차 보급으로 방향을 트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11일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의 국내 수소차 보급 대수는 3만4405대로 집계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소차 홍보대사’를 자처했던 지난 정부는 2022년까지 국내에서 6만7000대의 수소차를 보급하겠다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2019년 초에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수소차 보급은 2021년 8532대에 이어 2022년 1만256대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4672대로 급감했다. 국내의 유일한 수소승용차 모델인 ‘넥쏘’는 올해 들어 4월까지 853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2019년 1304억 원에서 지난해 6334억 원까지 늘어난 수소차 보급 예산도 매년 쓰지 못하고 남는 ‘불용액’이 커지는 모습이다. 2022년에는 4545억 원의 예산 가운데 63.5%(2888억 원), 지난해에는 6334억 원 가운데 50.9%(3223억 원)만 집행됐다. 전문가들은 국내외에서 수소 관련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과도한 속도전에 나선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소비자들이 충전 문제를 비롯한 수소차의 한계를 알게 되면서 보급 속도가 급격히 떨어졌다”며 “수소차는 수소 인프라 전반이 구축된 다음에 보급하는 것이 맞는데 순서가 거꾸로 된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수소차 보급 예산 축소 검토 중 정부 내부에서도 지나치게 특정 분야에 집중해서 정책을 추진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의 수소 정책이 기술 수준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수립됐던 것 아니냐’는 구 의원의 질의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정부 정책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소 의욕적인 목표 설정과 특정 분야에 집중된 정책을 추진한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수소승용차와 연료전지 발전 분야에 초점을 맞추면서 목표 대비 보급 실적이 미흡했다는 설명이다. 올해도 환경부에 5714억 원의 수소차 보급 예산이 배정됐지만 올 4월까지의 소진율이 21.8%에 그쳐 예산 당국은 수소차 보급 예산 축소를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소차 보급 예산이 올해도 남는다면 내년도 수소차 보급 예산은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며 “보급 방향을 수소승용차보다는 수소트럭 등 상용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반도체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달 1∼10일 수출이 지난해보다 5%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조업일수 감소로 수출이 줄었지만 월간 수출은 플러스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1일부터 10일까지의 수출액은 145억8300만 달러(약 20조11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152억9800만 달러)보다 4.7%(7억1500만 달러) 감소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이 36.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은 월간 기준으로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면서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월간 수출액 증가를 이끌고 있다. 석유제품(9.3%)과 가전제품(19.9%) 등의 수출액도 늘었지만 승용차(―18.9%)와 선박(―39.7%) 등의 수출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조익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조업일수가 지난달보다 1일 줄면서 이달 10일까지의 수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일평균 수출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며 “이달 전체 수출 증가와 무역수지 흑지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경북 포항 영일만 앞 울릉분지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정부가 다음 달 첫 탐사 시추 위치를 결정한다.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외 투자 유치도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울릉분지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은 “7개 유망구조(석유, 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큰 곳)의 우선순위와 유망구조별로 어디를 처음 시추해야 할지도 정해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해 광구 다시 설정하고 해외 투자 유치 10일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울릉분지에서) 적어도 5번 정도 시추는 해볼 만하다”며 “대략 12월에는 시추에 돌입해야 하는 만큼 다음 달에는 (시추 지점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브레우 고문도 이날 동아일보에 “한 달 내로 첫 시추 위치를 정할 것”이라며 “유망구조별로 장단점을 다 정리해 도표로 만들어 놨고 시추 지점도 정해 놨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시추와 시추를 통해 얻은 자료 분석에 각각 3개월 정도 걸린다고 보고 내년 상반기(1∼6월) 중 1차 시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 투자 유치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최 차관은 “세계적으로 심해 광구의 경우 주요 메이저 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며 “궁극적으로 해외 투자 자체는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탐사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탐사 단계부터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최 차관은 “복수 기업이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참여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동해 심해에서는 1회 시추마다 적어도 1000억 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동해 심해를 7개 유망구조를 기준으로 다시 분할하는 작업에도 나선다. 최 차관은 “(기존의 3개 광구는) 유망구조 도출 이전에 설정된 광구로 투자 유치 및 개발에 최적화되지 않았다”며 “도출된 유망구조의 위치와 형태를 감안해 광구를 재설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동해 심해는 현재 8광구와 6-1광구 북부, 6-1광구 중동부 등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액트지오 세금 체납 몰랐다” 정부는 액트지오 분석 외에 추가 분석을 실시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 차관은 “데이터는 우리가 가진 기초 자산이기 때문에 다시 개방해서 검증을 맡기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며 “어느 광구도 심해 탐사와 관련된 조사 자체를 복수의 기관에 맡기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정부가 액트지오의 세금 체납 사실은 계약 당시엔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 차관은 “계약 당시에는 (체납 사실을) 몰랐다”며 석유공사를 포함한 정부를 대신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체납 부분이 (액트지오가 분석한) 자료의 전반적인 신뢰성에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액트지오는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미국 텍사스주에서 1650달러(약 230만 원)의 법인 영업세를 내지 않았다. 아브레우 고문은 이에 대해 “2019년부터 법인이 수입이 늘어나면서 연 50달러의 ‘프랜차이즈 세금’을 냈어야 하는데 세무법인의 착오로 누락됐다”며 “지난해 3월 미납 벌금까지 총 1650달러를 완납했고 변호사로부터 석유공사와의 계약 체결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확인받았다”고 해명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남미 가이아나 심해 탐사 때는 시추가 됐던 시추공들이 하나도 없었는데 영일만은 이미 3개의 시추공이 있어 트랩(석유가 저류암 내에 모이게 할 수 있는 조건)의 존재를 입증한 상태에서 출발한다는 게 굉장히 리스크를 덜어주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엑손모빌에서 일하며 가이아나 스타브룩 광구에서 처음으로 석유가 발견된 시추공을 특정하는 데 기여했다. 한편 액트지오의 한국어 홈페이지는 액트지오가 개설한 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누가 해당 홈페이지를 만들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삼성전자도 안 내고, SK하이닉스도 안 내고….”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펑크’ 우려가 나오는 세수, 곧 나라가 걷는 세금의 상황을 알기 쉽게 보여주는 한 문장입니다.굵직한 기업들이 지난해 결손으로 법인세를 내지 않게 되면서 올해도 세수가 예상보다 부족할 수 있다는 걱정이 큰 것인데요.세수가 작아져도 세금 쓸 곳이 함께 줄어든다면 큰 문제가 없겠습니다만….급격한 고령화 속에 복지 분야 등에 대한 예산 지출이 지속해서 늘어나는 한국의 상황에서 세수 감소는 곧 재정 건전성 악화와 직결되는 것이 현실입니다.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나온 보고서 한 편이 눈에 띄는데요.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강제적으로 지급하는 구조여서 학령인구가 줄어들어도 지속해서 늘어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한 보고서입니다.‘인구축소사회에 적합한 초중고 교육 행정 및 재정 개편방안’이라는 이 341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는 국가적으로 봤을 때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효율적이냐는 문제에서 작지 않은 시사점을 주고 있는데요.주요한 내용을 간단하게 한번 들여다보겠습니다.● “내국세 연동 교육교부금, 50년 뒤엔 1인당 8.9배 지출”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보려면 교육교부금이 뭔지를 알아야 하겠습니다.1972년에 처음 도입된 교육교부금은 현재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의 일부로 조성돼 전국 시도교육청에 배분됩니다.대학 교육을 의미하는 ‘고등교육’은 제외하고 초·중·고등학교까지의 초중등교육 경비로 사용되는 재원입니다.해외에서는 보기 드문 재원 확보 방식으로, 안정적인 초중등교육 경비를 확보하려는 취지가 반영됐지만 비판도 많이 받고 있는데요.저출산으로 학령 인구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데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교육교부금 규모는 계속 커지는 구조라는 지적입니다.이번 연구에서도 현재의 내국세 연동 방식이 유지되면 교육교부금이 2020년 55조9000억 원에서 20년 뒤에는 113조9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그리고 2050년에는 142조9000억 원, 2070년에는 210조8000억 원 등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반면 3∼17세 학령인구는 2020년 673만5000명에서 50년 뒤 285만1000명으로 반토막이 납니다.이에 따라 학생 1인당 교육교부금은 2020년 830만 원에서 2070년 7390만 원으로 8.9배 뛸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득표율 높은 지역에 돈 더 써… 풍족한 교육재정, 정치 이해관계로 집행 가능성”학생은 줄어드는데 교육교부금은 계속 늘어난다는 문제는 기존에도 꾸준히 계속 지적이 돼 왔는데요.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을 중심으로 고선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와 김태훈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가 함께 참여한 이번 연구에는 다소 도발적인 분석도 담겨 있습니다.고선 교수의 시도교육청 목적사업비 배분 관련 분석이 대표적인데요.요약하면, 전국 시도교육청이 재량권을 가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목적사업비가 배분되는데 이 목적사업비가 교육감의 선거 득표율이 높은 지역에서 더 많이 집행된다는 내용입니다.분석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의 1인당 목적사업비 평균은 연간 193만7000원이었는데요. 시군구별로 보면 목적사업비 배분액이 득표율과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교육감 득표 비율이 1%포인트 증가했을 때, 해당 시군구의 연간 1인당 목적사업비 배분액이 약 4만4739원 증가했다는 분석인데요. 1%포인트 득표 비율로 연간 목적사업비 평균의 약 2.3%가 차이 났다는 것입니다.이에 대해 고선 교수는 “내국세 연동 방식의 현행 교육재정 제도와 시도 교육감에게 재정책무 없이 상당한 재정집행 재량권이 주어지는 현행 교육행정 제도하에서 풍족한 교육재정을 시도 교육감이 정치 이해관계에 따라 비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풍족한 교육재정으로 유지하는 소규모 학교, 학생 위한 것 맞나?” 의문도 제기전국 시도교육청에 과도하게 ‘풍족한 교육재정’이 주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점에서는 학교 규모에 따른 학생 1인당 교육비 차이 분석도 눈여겨 볼만한데요.교육 분야에서도 일정한 크기 이상의 학교를 운영해야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는데 다른 분야와 달리 재정적인 압박이 크지 않은 교육에서는 비효율적인 학교 운영이 많은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입니다.이번 연구에서 초중고 학교급별로 2022년 전교생 규모에 따라 분석한 결과 전교생 수가 1~5명 구간에 속한 초등학교의 학생 1명당 교육비용은 2억6000만 원으로 나타났습니다.소규모 학교에서 높게 책정되는 학생 1명당 교육비용은 전교생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빠르게 축소되는데요.초등학교의 경우 전교생 기준으로,6~15명은 1명당 9450만 원15~30명은 1명당 6330만 원 101~150명은 1명당 1780만 원301~500명은 1명당 990만 원1000명 초과는 1명당 620만 원으로 나타났습니다.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이번 연구는 “학교급 교육비용의 규모의 경제는 전교생 수가 500명을 초과하는 학교에서 발생한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이런 분석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학교는 전국 각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인프라’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인데요.이에 관한 질문에 김학수 연구위원은 “한국 사회에서 학교 통폐합과 같은 이슈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학생이 1, 2명 있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정말로 행복하고 활기찬 교육을 받는 것이 맞느냐?”고 되물었습니다.이런 관점에서 이번 연구는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지역의 학교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교직원을 배치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교육 공급자를 위한 교육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주장합니다.이번 연구는 일본이 최근 학교통합의 기준을 통학버스 등 교통편 이용 기준 통학 시간 1시간 이내로 개편한 것을 비롯한 해외의 학교 통합 사례를 일종의 대안으로 함께 제시하고 있습니다.● “초중등 교육은 결코 무상이 아냐”이번 연구에는 이 밖에도 초중고 공교육비의 수준과 국제 비교, 교육감 직선제를 비롯한 지배구조가 교육 성과에 미치는 영향 등도 담겨있는데요.다양한 분석과 함께 이 연구는 “초중등 교육은 결코 무상이 아니고 방만하게 지출된 초중등 교육재정에 의해 늘어나는 국가 채무와 이자 부담은 학생들이 향후 경제활동을 하면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에 더해서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한국의 초중등교육에는 흔히 ‘무상교육’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지만 결국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정부의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에서는 ‘무상’일 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이런 상황에서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쓰면서 초중등 교육에만 쓰라는 칸막이를 쳐놓은 예산이다 보니(최근에는 유보통합이나 고등교육 등에도 일부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와 딱히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데요.국민들이 “여전히 한국에서는 초중등 교육이 중요하고 다른 재원을 줄여서라도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의 예산 체계가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하지만 “복지, 국토교통, 노동, 안전, 환경, 국방 등 다른 분야의 예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만 유독 특별한 대우를 받을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많다면 당연히 현재의 구조를 고쳐야겠지요.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미국 액트지오를 둘러싼 의혹이 계속 불거지면서 여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4년 넘게 약 230만 원의 세금을 체납했던 액트지오는 이번 평가 비용으로 최대 22억 원을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금 체납 액트지오… “평가 비용 22억 원 책정” 9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액트지오는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미국 텍사스주에서 법인 영업세를 내지 않았다. 액트지오의 미납세액은 1650달러(약 230만 원)로 지난해 3월 체납 세금을 완납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착오로 인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난해 2월 액트지오와 계약 체결 이후 그해 5월부터 용역대금을 지급했는데, 액트지오가 세금을 완납한 시점은 지난해 3월로 석유공사는 액트지오 체납 세금을 대납한 적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석유공사가 준 돈으로 세금을 내고 액트지오가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유효한 법적 지위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석유공사는 액트지오와의 계약에는 법적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석유공사는 “(액트지오의) 행위능력이 일부 제한된 상태는 재판권이 제약받고 법인 채무가 주주 등으로 이전되는 효과가 있을 뿐”이라며 “텍사스주법에 따라 행위능력 일부가 제한된 상태에서도 계약 체결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면서 2019년 1월까지 소급해 모든 행위능력이 회복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액트지오가 이번 분석으로 최대 22억 원의 용역비를 지급받았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이 확보한 ‘동해 울릉분지 종합기술평가 수행계획’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심해 전문기관 평가 및 전문가 자문단 예산으로 160만 달러(약 22억 원)를 책정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심해 전문기관 평가가 핵심인 계획”이라며 “계획상의 비용이지만 160만 달러를 기준으로 대부분이 액트지오에 지불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야당 “국정조사할 판”… 여당 “1인 25만 원으로 130번 시추 가능” 영일만 일대 심해 한 곳을 시추할 때마다 적어도 1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야당의 공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1∼6월)까지 1곳의 유망구조(석유·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를 시추하기 위해 최소 1000억 원 이상을 내년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예산 삭감권을 쥔 민주당은 액트지오에 대한 의혹을 적극 부각하고 나섰다. 이날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영일만 석유 사업에 대해 입찰 과정, 사업성 평가 결과 자료, 자문단 명단, 회의록, 결과보고서 등 자료를 요구했지만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라며 “급기야 액트지오의 세금 체납과 법인 자격 문제까지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에쓰오일 상무 출신인 같은 당 이언주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규모도 크고 신용도 좋은 회사가 많은데 석유공사가 굳이 이 회사를 고집해 계약한 이유가 석연찮다. 시추가 아니라 국정조사를 해야 할 판”이라며 공세에 가세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 1인당 25만 원씩 나눠줄 돈으로 시추 130번을 할 수 있다”며 반격에 나섰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최대 매장 추정량 140억 배럴은 시가로 1조4000억여 달러이고, 한화로는 2000조여 원어치에 이른다”며 “전 국민 1인당 25만 원씩 나눠 주는 것은 160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말에 시작되는 첫 번째 탐사 시추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내년 1월 말쯤에 시추 지역에 석유·가스의 흔적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 시추 지역에서의 40일간의 작업 기간 중 막바지에는 시추공이 석유·가스 존재 가능성이 높은 저류층에 도달하기 때문에 시추 성공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임종세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탐사 시추는 실시간으로 결과물을 분석하는 작업이 함께 진행된다”며 “시추 막바지에는 목표 지층에 석유나 가스가 존재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