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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 활동을 하는 청년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청년희망재단은 10일부터 ‘청년 면접비용 지급사업’과 ‘청년 학자금대출 100만 원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직전과 직후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설계된 사업들이다. 청년 면접비용 지급사업은 만 34세 이하 청년들이 구직 활동을 할 때 드는 교통비, 숙박비, 사진촬영비 등을 지원한다. 종전에는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 신청자에 한해 지원되던 것이다. 올해 추경 통과로 취성패 3단계 신청자들은 청년구직활동수당(월 30만 원씩 3개월)을 받는다. 청년희망재단은 대신 취성패 3단계 대상자 외 모든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6개월 동안 1인당 최대 60만 원의 면접비용을 지급한다. 철도, 고속버스, 항공 등 교통비는 실비 지급이 원칙이고 숙박비는 1박당 최대 6만 원이 지원된다. 정장 대여비(1회당 4만 원 이하), 사진 촬영비(1회당 3만 원 이하), 헤어관리비(1회당 6만 원 이하·여성만) 등도 책정됐다. 청년희망재단 홈페이지() 회원 가입 후 ‘청년 면접비용 지급 신청하기’ 코너를 활용하면 된다. 면접 증빙자료와 항목별 영수증을 첨부하면 사후 정산을 받는 방식이다. 문의 전화는 1670-1907. 청년들은 구직 후에도 학자금 대출의 덫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초생활수급 대상이나 차상위계층 청년들의 경우 600만∼700만 원의 학자금 대출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 큰 벽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청년희망재단은 홈페이지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10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 및 차상위계층 가구의 청년 중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자금을 대출받은 이들이 대상이다. 다만 올해 내 취업에 성공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취업한 청년들은 신청할 수 없다. 총 대상자는 5000명이다. 청년의 기준은 사업 시행일인 2017년 8월 10일 기준 만 34세인 1982년 8월 11일 이후 출생자들이다. 지원 방식은 다음과 같다. 사업 대상 청년 중 취업에 성공한 뒤 첫 월급에서 대출금 30만 원을 갚은 뒤 청년희망재단에 지원을 신청하면 같은 금액이 본인 통장에 입금된다. 취업 후 6개월까지 최대 100만 원 한도다. 한 번에 100만 원을 모두 갚은 뒤 신청해도 되고 여러 달로 나눠 갚은 뒤 그때마다 신청해도 무관하다. 지원 기간 6개월 내 신청이 없으면 자동으로 소멸된다.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저소득층 청년은 우선 재단 홈페이지에 신청서와 수급자 증명서 또는 차상위계층 확인서, 부채 확인서 등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재단에서 총 5000명을 선정해 본인에게 통보할 예정이다. 대상자로 선정된 청년들은 취업 직후 근로계약서와 4대 보험 가입자 내역 확인서를 제출해 ‘취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문의 전화는 1670-1156.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리액팅룸(Reacting Room)’에 들어서자 왼쪽에 놓인 한 설비가 눈길을 잡았다. 검은색 단열재로 둘러싸인 긴 관들이 어지럽게 얽혀 있었다. 각 관에는 노란색, 하늘색, 빨간색 테이프가 붙었다. 두 가지 색이 함께 붙은 관은 두 원료가 합쳐졌음을 뜻한다고 했다. 최종적으로는 세 가지 색이 붙은 관이 장치 밖을 향했다. 이른바 ‘연속반응 공정’ 설비다. 연속반응 공정은 서로 다른 탱크에서 각 원료를 조금씩 흘려주면서 지속적으로 화학반응이 일어나게 한다. 컨베이어벨트 위를 이동하는 차체에 부품을 하나씩 조립해 나가는 자동차 생산 방식과 비슷하다. 9일 SK바이오텍 세종공장을 취재했다. SK바이오텍은 글로벌 제약업체로부터 주문이 밀려들자 기존 대전공장에 이어 16만 L 규모의 세종공장을 새로 지었다. 5월 상업생산을 시작한 이 공장의 내부가 언론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 공장의 특징인 연속반응 공정은 원료의약품 위탁생산업체(CMO)인 SK바이오텍의 핵심 기술이다. SK그룹이 과거 유공 시절 개발한 석유화학 생산 기술에서 따왔다. 석유화학 노하우를 제약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활용한 셈이다. 이런 노하우가 없는 경쟁 업체들은 원료를 대형 반응기에 넣어 한꺼번에 섞는다. 일정한 온도 유지가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세종공장 리액팅룸에 설치된 두 개의 모듈 중 모듈1은 전체 3단계 중 하나를 연속반응 공정으로 처리한다. 연속반응 공정은 원료나 촉매를 용매에 넣어 녹일 때 정확한 온도 유지가 필요할 때 유용하다. 반지름이 10cm 이하인 관에서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어서 관 내부 온도 조절 장치만으로도 충분히 정확한 온도 유지가 가능하다. 엄무용 SK바이오텍 대전·세종 공장장(상무)은 “일반 공정은 최종 반응물의 7배쯤 원료를 투입해야 한다면 연속반응 공정은 1.5배만 필요하다”고 했다. 원료 투입량이 적으니 폐기물도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다. SK바이오텍은 이 공정을 해외 공장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올 6월 BMS로부터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은 아일랜드 스워즈 원료의약품 공장에 이 공정을 적용할지 검토하고 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같은 글로벌 고객사들이 연속반응 공정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서다. 박준구 SK바이오텍 사장은 지난달부터 아예 아일랜드에 머물며 스워즈 공장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아일랜드에 한국 기업이 생산시설을 갖게 된 첫 사례여서 현지 기대도 크다. 유용채 SK바이오텍 재무팀 수석매니저는 “아직 인수가 완료되기 전인데 스워즈 공장에는 이미 태극기가 걸렸다. 외국 인수기업을 이처럼 환대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SK바이오텍은 세종2공장 설계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세종2공장은 2019년 1분기(1∼3월) 준공해 2분기(4∼6월)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0년까지는 세종3, 4공장도 세울 계획이다. SK바이오텍 지분 100%를 가진 SK㈜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간 650억 달러(약 74조4000억 원)에 이르는 글로벌 CMO 전체 시장 가운데 SK바이오텍이 경쟁하고 있는 원료의약품 시장은 440억 달러(약 50조4000억 원) 수준으로 7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SK㈜ 관계자는 “신약을 개발하는 SK바이오팜과 위탁생산을 하는 SK바이오텍 두 날개로 바이오산업을 SK그룹 내 강력한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세종=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16일 부산 송도해수욕장 앞 한 건물 지하 1층에 가맹점을 냈다. 지하라지만 사실상 반지하로 해변과 곧장 연결된다. 문제는 바로 위층인 1층에 1995년부터 영업을 해온 GS25 편의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건물은 층마다 소유주가 다른데 세븐일레븐 가맹점주는 지하 1층 소유주다. 여름 성수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해변 앞에 편의점을 열면 돈벌이가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상권이 좋으니 편의점 하나가 올리던 매출을 둘이 나눠도 충분히 이익이 남을 거라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극단적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쏟아지지만 어쨌든 그는 개인 재산권을 행사했을 뿐이다. 문제는 맞장구를 쳐준 가맹본부다. 가맹점 계약을 맺을 때 세븐일레븐 본사는, 정확히 영남본부는 ‘편의점 아래 편의점’ 문제를 알고 있었다. 편의점은 본사가 비용을 대 가맹점 인테리어 공사를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출점을 강행했다. 상식적인 상도덕과는 분명 괴리가 있다. 안이한 결정은 한 달도 못 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세븐일레븐 측은 동아일보 기사가 보도된 4일 저녁 해당 가맹점주와 폐점 관련 논의를 했다. 가맹점주가 폐점에 동의하면 세븐일레븐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인테리어 비용 수천만 원은 허공으로 날아간다. 가맹점주가 다른 점포를 차리거나 임차인을 찾을 때까지의 기회비용 또한 가맹본부가 책임져야 할 수 있다. 만에 하나 가맹점주가 폐점을 거부하고 5년 계약 기간을 채우겠다고 한다면 상황은 더 난감해진다. 폐점을 계속 종용하면 가맹본부의 ‘갑질’과 다를 게 없다. 그냥 두자니 브랜드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게 뻔하다. 현재 편의점 산업과 관련한 출점 제한 규제는 없다. 지역별 유동인구 등을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거리 규제 등을 두는 게 불합리하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편의점 업체의 상식을 벗어난 출점 경쟁은 정부나 정치권이 규제를 만들 명분을 스스로 제공하는 꼴이 된다. 자충수를 두는 셈이다. 세븐일레븐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가진 브랜드다. 1989년 5월 문을 연 세븐일레븐 서울 올림픽점은 국내 1호 편의점이기도 하다. 부산에서 목격된 세븐일레븐의 모습은 이런 자부심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가깝고 편리한 행복 충전소’라는 슬로건이 무색해 보인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LG생활건강은 매출액의 53%가 화장품에서 나온다. 26%는 치약 샴푸 같은 생활용품으로, 21%는 식음료를 팔아 번다. 3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본격화한 이후 화장품 업계에선 그야말로 곡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사라져 국내 면세점에서의 매출이 뚝 떨어져서다. 한류를 등에 업고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화장품 업체들로서는 천재지변에 버금가는 사태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LG생활건강의 회사 실적이 놀랍다.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 늘었다. 화장품만 따로 떼어놓고 봐도 겨우 3%가 줄었을 뿐이다. 국내 1위 화장품 업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반 토막 난 걸 감안하면 LG생활건강의 성적표는 더 돋보인다. 비결이 뭘까. LG생활건강은 중국 현지에서의 판매량이 늘어 면세점 매출액 하락분을 상당 부분 메웠다고 설명한다. LG생활건강의 ‘후’는 최근 가장 가파르게 성장한 K뷰티 브랜드다. ‘궁중 한방’이라는 차별화 포인트로 중국 VIP 고객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고급 백화점을 중심으로 중국에서만 17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후’ 브랜드 매출액은 2013년 2000억 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 원으로 뛰었다. 사드 보복이 본격화한 올해 상반기에도 6400억 원어치가 팔렸다. 한국에 반감을 가진 중국 소비자들도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브랜드 파워’가 중국에서 사드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해 냈다는 얘기다. 식당의 성패가 음식 맛에 좌우되듯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로 말한다. 이 단순한 명제는 위기 때 훨씬 선명해진다. 사드라는 위기를 만나 ‘후’ 브랜드의 경쟁력이 빛을 발한 것처럼 말이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최근 인트라넷에 올린 CEO 메시지에서 “날로 복잡성이 높아지는 환경에서 편법을 쓰면 당장은 그 위기를 모면해도 언젠가는 더 큰 문제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기업 본연의 경쟁력으로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 기업들은 대외적으로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현대·기아자동차가 휘청거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중국 내 87개 점포의 문을 닫은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쏘자 정부는 사드 발사대 4기를 조기 배치하기로 했다. 중국은 더 치졸한 방법으로 경제 보복에 나설 게 뻔하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3대 시장 환경이 한국 기업에 모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세계 철강업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좋다는 포스코는 보호무역주의의 덫에 단단히 걸렸다. 권오준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당분간 미국 수출은 포기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일본은 7월 초 EU와 경제동반자협정(EPA)을 맺었다. 문제를 해결할 지름길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낙담해서도 안 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1993년 ‘신경영 선언’은 한국 기업사의 가장 극적인 장면 중 하나다. 삼성은 이듬해 말 무선전화기 15만 대를 불태웠다. 불량과의 전쟁은 삼성이 TV 스마트폰에 이어 반도체까지 세계 1위에 오르는 밑거름이 됐다. 기본으로 돌아가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냈다. 문영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저서 ‘디퍼런트’에서 “넘버원이 아닌 온리원”을 주창했다. 남이 대체할 수 없는 경쟁력만이 사드의 장벽을, 또 보호무역주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 LG생활건강 화장품에서 우리는 그 가능성을 분명히 봤다.김창덕 산업부 차장 drake007@donga.com}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국내 화장품 업계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5일 발표된 LG생활건강의 2분기 깜짝 성적표는 주변을 놀라게 하고 있다.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3% 늘어났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은 국내 1위 화장품업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뛰어넘었다. LG생활건강의 선전 비결은 뭘까. 전체 매출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생활용품과 음료 등 비(非)화장품 사업이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압도적 브랜드 파워를 가진 고가 화장품 제품이 중국의 한국산 제품 견제를 뛰어넘어 선전한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브랜드와 품질에 대한 선제 투자가 위기에서 빛을 발한 셈이다. 28일 찾은 충북 청주의 LG생활건강 화장품 공장. 하계 휴가시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공장이 가동되는 날이라 근로자들의 손길이 더 분주했다. 특히 ‘에센스 자동3’ 생산라인은 ‘후’ 브랜드의 비첩자생에센스 완제품을 쉴 새 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후 브랜드는 지난해 1조2000억 원어치가 팔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이후 단일 화장품 브랜드로는 두 번째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올해 후 판매액은 LG생활건강 전체 화장품 매출액의 40%에 육박한다.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국내 면세점 매출이 줄었지만 후, 숨, 오휘, 빌리프 등 4개 럭셔리 브랜드는 중국 현지에서도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 김재천 청주 CM공장 품질보증팀장은 “후와 같은 고가 브랜드는 한국에서 생산됐다는 ‘메이드 인 코리아’ 표시가 곧 경쟁력이다. 사드 사태에도 전체 실적을 방어해낸 결정적 배경”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파워가 리스크 극복의 원동력이 됐다는 얘기다. 220명 정도가 일하는 청주 화장품 공장은 6000여 개 품목을 생산한다. 자동화율은 67% 정도다. 다품종 생산 시스템이어서 80%면 ‘완전자동화’로 보는 화장품 공장 중에선 자동화율이 높은 편이다. LG생활건강은 인근 테크노폴리스에 청주공장과 비슷한 20만5000m² 크기의 부지를 마련해 토목공사를 하고 있다. 화장품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2020년까지 이곳에 전용 생산라인과 물류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충남 천안시에도 약 40만 m² 규모의 ‘퓨처 단지’를 조성해 원료의 재배와 추출, 제품 생산 등 화장품 일괄생산 체계를 갖추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장병준 청주 CM공장장(상무)은 “화장품 공장은 원료 공급처, 병과 뚜껑을 납품하는 회사 등 협력사가 의외로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국내 생산라인을 늘리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청주=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포스트 차이나’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으로 향했다. 롯데의 현지 사업 현황을 직접 점검하는 한편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2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의 ‘롯데센터하노이’ 내 백화점, 호텔, 롯데리아 등의 사업장과 ‘롯데마트 동다점’ 등을 방문했다. 또 하노이시 응우옌득쭝 인민위원장과 만나 ‘롯데몰 하노이’ 등에 대해 설명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롯데몰 하노이는 하노이시 떠이호구 신도시 상업지구에 3300억 원을 투자해 2020년 완공할 예정이다. 연면적 약 20만 m² 규모로 쇼핑몰, 백화점, 마트, 시네마 등이 들어선다. 롯데는 1998년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현재는 10여 개 계열사가 백화점, 마트, 호텔, 시네마, 면세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베트남은 이를 대체할 시장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신 회장은 25일에는 호찌민으로 건너가 호텔과 백화점 등을 살펴보고 호찌민시 응우옌탄퐁 인민위원장과 면담을 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2021년까지 호찌민시 투티엠 지구에 2조 원을 투입해 세울 ‘에코스마트시티’ 등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수입 맥주의 질주’와 ‘골라 먹는 재미’. 요즘 대형마트 맥주 코너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올 들어 대형마트들이 판매한 맥주 중 수입 맥주의 비중이 처음으로 국산 맥주를 넘어섰다. 수입 맥주는 주로 취향에 따라 브랜드당 한두 캔씩 장바구니에 담는 게 흔한 풍경이다. 롯데마트는 18일 변화하는 맥주 시장 트렌드를 담은 통계치를 내놨다. 올 들어 16일까지 롯데마트 맥주 누적 매출액 중 수입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51.1%로 국산 맥주 48.9%를 앞질렀다. 수입 맥주 비중은 2015년 34.5%, 지난해 40.0%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마트 역시 1분기(1∼3월) 수입 맥주의 매출 비중이 51.5%로 처음 국산 맥주를 역전한 바 있다. 수입 맥주가 잘 팔리면서 주류 수입 업체들은 외국에서 대량으로 사오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져 과거보다 원가 경쟁력이 높아졌고 이는 수입 맥주 소비자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과거 한 캔 가격이 3000∼4000원이었던 인기 수입 맥주가 요즘에는 2000원대에도 판매된다. 할인행사 등을 할 때는 국산 맥주나 수입 맥주가 비슷한 가격에 팔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온다. 수입 맥주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미국의 버드와이저, 일본 아사히, 네덜란드 하이네켄, 벨기에 호가든 등 메가 히트 브랜드들이 독식했던 시대는 지났다. 현재 롯데마트에서 팔고 있는 수입 맥주는 19개국의 450여 개 제품에 이른다. 다양한 나라의 맥주를 맛보고 싶은 고객들은 새로운 제품이 등장할 때마다 지갑을 열고 있다. 나라별 맥주 판도에도 변화가 있다. 2011년 이후 수입 맥주 시장의 ‘투 톱’은 일본과 독일이었다. 2014년 이 두 나라 맥주의 점유율은 52.9%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는 두 나라 비중이 38.8%로 떨어진 반면 프랑스(7.9%)가 새롭게 5위권에 진입하는 등 다양성이 커졌다. 2010년 1위에서 매년 추락을 거듭하던 미국 맥주는 중국(7.5%)에도 뒤진 7위로 밀려났다. 특히 독일 맥주는 2014년 롯데마트에서 팔린 전체 수입 맥주 중 30.9%를 차지했으나 그해를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16.6%로 반 토막이 났다. 시장 1위의 지위도 지난해부터 일본에 넘겨줬다. 대륙별로는 일본, 중국, 라오스 등 아시아 맥주 비중이 올해 33.7%까지 올랐다. 여전히 유럽 맥주가 58.2%로 맹위를 떨치지만 유럽과 아시아 간 격차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 이영은 롯데마트 주류팀장은 “아시아의 일본, 중국 두 나라가 유럽 연합군과 경쟁하고 있는 형세”라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위스키 ‘골든블루’를 판매하던 수석밀레니엄은 2011년 10월 새 주인을 만났다. 부산에서 자동차부품업체를 운영한 박용수 골든블루 회장과 그의 사위인 김동욱 대표(사진)가 새로 경영을 맡았다. 그해 11월에는 사명도 ‘골든블루’로 바뀌었다. 당시만 해도 쟁쟁한 수입 브랜드들이 거머쥔 위스키 시장에서 토종인 골든블루의 선전을 예상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2011년 45명이던 골든블루의 임직원은 현재 180명. 6년 만에 4배로 늘었다. 이달 10∼16일 신입 및 경력사원 입사 지원도 받았다. 해마다 쪼그라드는 위스키 시장에서 ‘나홀로 성장’을 이어가며 2위 브랜드 자리를 견고히 하는 비결은 뭘까. 12일 서울 강남구 골든블루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김 대표는 “시장 규모 변화에 따른 수동적 전략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골든블루가 지난해 5월 내놓은 35도의 저(低)도 위스키 ‘팬텀’은 이런 전략을 대표하는 제품이다. 팬텀은 출시 첫 한 달간 300상자(1상자는 9L) 팔렸지만 올해 5월과 6월에는 각각 2000상자, 지난달엔 2500상자가 팔려나갔다. 36.5도짜리 위스키 골든블루가 이 회사의 상징적 제품이라면 이보다 더 알코올 도수를 낮춰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위스키는 아주 질이 좋은 술이지만 신세대들에게는 ‘아저씨들이 지하의 어두운 고급 술집에서 비싼 돈을 내고 먹는 술’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이런 편견을 깨는 게 우리에겐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2011년 1조2000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8000억 원 정도로 축소됐다. 2000년대 초반 가장 활황이었을 때와 비교하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20, 30대 계층을 시장에 끌어들이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골든블루는 해외 수출용의 경우 스코틀랜드에서 공급받은 원액을 부산에서 병에 담아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내보낸다. 국내 판매용은 오히려 스코틀랜드산 원액을 호주에서 완제품화한 뒤 들여온다. 국내 주세 체계를 감안하면 완제품 수입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골든블루를 인수할 때는 고용 창출의 목적도 있었는데 이런 규제 때문에 계획대로 하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골든블루의 비전은 ‘우리 술의 세계화 및 세계 유명 주류의 현지화’다. 김 대표는 “팬텀을 기반으로 위스키를 마시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해 위스키 대중화를 이뤄 나갈 계획이다. 추후에는 한국에 증류, 숙성, 병입하는 코리안 위스키 출시가 목표”라고 강조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지난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약 12조2000억 원이었다.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지만 올해 역시 10조 원은 넉넉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기업들이 치열한 사업권 쟁탈전을 벌였던 데는 이유가 있다. 관세청은 이런 산업을 구멍가게 수준만도 못하게 인식한 걸까. 11일 감사원이 발표한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 실태’ 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2015년 11월 이뤄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권 심사는 감사원 발표 내용을 읽어 내려가던 눈을 의심케 했다. 당시의 ‘심사’는 미리 정해 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다. 면세점 특허권 심사가 이뤄지기 4개월 전 롯데그룹은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이라는 폭풍에 휘말렸다. 경영권 다툼은 폭로전 양상으로 번지면서 롯데는 순식간에 ‘비(非)호감 일본 기업’으로 전락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경영권을 지켰지만 ‘반(反)롯데 정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문제는 경영권 분쟁과는 무관한 면세점 사업에서 치명타를 입었다는 데 있다. 관세청의 평가 기준에는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나 불투명한 그룹 지배구조가 감점 요인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관세청은 ‘독과점 구조 해소’를 주장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공문을 읽는 것으로 사실상의 심사 방향을 통보했다. 시장점유율이 60%가 넘는 롯데를 탈락시키라는 얘기였다. 지나치게 똑똑했던 심사위원들은 정부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아차렸다. 그렇게 롯데는 월드타워점 특허권을 잃었다. 당시 심사 결과가 발표됐을 때 면세점업계에서는 “설마 했는데…”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롯데가 정부에 밉보여 철퇴를 맞았다는 추측이 파다했다. 두산이 대신 사업권을 따내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던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에 대한 정치적 배려라는 말까지 나왔다. 검찰 수사 결과로 드러날 일이지만 ‘롯데 퇴출론’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두산은 따가운 눈초리를 한가득 받게 됐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밀어준 게 아니라면 두산은 부정심사의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에 앞선 2015년 7월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권 심사 또한 문제가 됐다. 그때 사업권을 따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주가는 관세청이 심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이미 상한가를 쳤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한화 내정설’이 돌았던 배경이다. 감사원 감사 발표로 이런 소문들은 이제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한화가 이로 인해 ‘사업권 취소’ 처분을 받는다면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은 롯데 이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면세점 특허권은 여전히 5년마다 재승인을 받아야 한다. 수천억 원이 투자된 면세점의 운명을 5년에 한 번씩 정부에 맡겨야 한다. 이 회사에서 일하는 수천 명의 직원들도 자칫 직장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더군다나 이젠 심사 결과를 곧이곧대로 믿기도 힘들어졌다. 정부에 잘못 보이면 사업을 잘해도 특허권을 뺏길 수 있다는 게 명백히 드러났으니 말이다. 2015년 롯데가 그랬던 것처럼 다음번에는 신라도, 신세계도 타깃이 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신뢰를 잃은 관세청에 계속 면세점 특허권 관련 업무를 맡겨둬도 될는지 의문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아예 면세점 사업권을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정부가 시장을 제대로 제어할 자격이 없다면 차라리 시장에 모든 걸 맡기는 편이 낫다. 그래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촌극이 반복되는 걸 막을 수 있다.김창덕 산업부 차장 drake007@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경제인단과 만난 것을 계기로 빠르면 이달 말 주요 그룹 총수들과 첫 회동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벌 개혁 등의 이슈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던 새 정부와 재계의 관계 설정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7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11일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15대 그룹과의 조찬간담회를 추진한다. 대한상의는 6일 오후 이 그룹들에 공문을 보내 최고경영자(CEO) 레벨의 경영진 참석을 요청했다. 표면적으로는 문 대통령 방미에 동행했던 박 회장이 방미 성과를 공유하고 기업 현안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재계 안팎에서는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들 간의 상견례를 청와대에 건의하기 전에 사전 조율을 하기 위한 자리라는 관측이 많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일단 기업 의견을 들어보기 위한 자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방문 기간에 귀국 후 기업인들과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저는 친기업”이라고 말하며 재계와의 소통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달 말에라도 대통령과 재계 총수 간 간담회가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새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일자리정책이 성공하려면 기업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기업인 만나는 것을 피하지는 않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다”며 “목적이나 함께 논의할 주제가 명확하게 정해져야 기업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가 대기업을 따로 불러 회의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미 경제인단 구성에 이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하던 역할을 대한상의가 차례차례 떠맡고 있는 것이다.김창덕 drake007@donga.com·한상준 기자}
《 삼성에서 완전 계열 분리가 된 지 20년. 이재현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CJ그룹의 공격 경영이 주목을 받고 있다. 》 CJ그룹이 올해 사상 최대인 5조 원 투자에 나선다. 매출액도 지난해 31조 원(추정치)에서 9조 원 늘어난 40조 원을 목표로 잡았다. 삼성에서 완전 계열 분리가 된 지 20년. 이재현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CJ그룹의 공격 경영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6일 CJ에 따르면 지난해 그룹 내 전 계열사의 매출액 합계는 약 31조 원으로 2015년 29조1000억 원에서 약 2조 원 늘어났다. CJ그룹이 올해 연간 매출액 목표를 작년 실적의 30%에 가까운 9조 원이나 올려 잡은 것은 재계에선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올해 투자 목표도 지난해 투자 실적 1조9000억 원의 2.5배가 넘는다. CJ그룹은 2012년, 2013년 각각 2조9000억 원, 2조5600억 원을 투자했지만 2014∼2016년 3년 연속 투자액이 2조 원을 밑돌았다. 공격적인 투자를 위한 방아쇠는 4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이 직접 당겼다. 이 회장은 5월 경기 수원시 CJ제일제당 연구개발(R&D)센터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 참석해 ‘2030년 월드 베스트 CJ’를 외쳤다. 2013년 7월 검찰에 구속된 후 첫 공식 행사 참석이었다. 이 회장이 휠체어에서 일어서는 모습은 수년째 성장 정체를 맞았던 CJ그룹이 다시 깨어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CJ제일제당은 그로부터 한 달 후인 지난달 900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발표했다. CJ그룹은 지난 20년간 국내 재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기업 중 하나다. 1996년 5월 출범한 CJ그룹(당시 제일제당그룹)은 1997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의 허가를 받으면서 공식적으로 삼성에서 계열 분리됐다. 2002년 9월 현재 사명이 됐다. 삼성에서 분리되기 전인 1995년 1조7300억 원이었던 그룹 매출액은 지난해 18배로 늘어났다. 올해 공정위가 발표한 기업집단현황에 따르면 CJ그룹은 재계 15위에 올라 역대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처음 CJ라는 사명을 쓴 2002년 28개 계열사 4조3160억 원이었던 그룹의 덩치는 올해 70개 계열사 27조7940억 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CJ그룹에는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생명공학과 엔터테인먼트 등 신수종 사업에 꾸준히 투자해 왔음에도 여전히 식품과 유통이라는 간판 사업영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CJ그룹의 사업영역별 매출액 비중은 택배와 홈쇼핑 등 ‘신유통’ 부문이 32.24%, 식품 및 식품서비스 부문이 31.45%를 차지한다. 생명공학 부문 비중은 2012년 17.84%에서 지난해 17.93%로 큰 변화가 없다. 엔터테인먼트는 같은 기간 16.55%에서 16.38%로 오히려 비중이 축소됐다. 이 회장이 국내 최대 식품·바이오 연구소인 ‘CJ블로썸파크’ 개관식을 경영 복귀 장소로 선택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가 돌아온 후 CJ제일제당이 발표한 첫 투자 내용에도 식물성 고단백 소재 업체인 브라질 셀렉타 인수가 포함됐다. 재계 관계자는 “CJ그룹으로선 이 회장이 복귀한 올해가 사실상 새롭게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3월 인사에서 장녀와 사위가 나란히 임원으로 승진해 앞으론 경영승계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지난달 30일 ‘사회적 총파업’을 여는 등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이노베이션 노사가 힘을 합쳐 ‘착한 노사문화’ 확산에 나서 재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월 전 사업장에서 노사가 함께 ‘1인 1후원계좌’ 모집 캠페인을 펼쳐 2400여 명이 3억7000여만 원을 기부했다. 5월에는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 노조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실종아동찾기 후원금을 전달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달 20일 SK이노베이션을 올해 발족한 ‘나눔리더스클럽’의 첫 기업봉사모임 회원으로 선정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달 28일 근로자들의 임금 일부를 협력사와 나누는 ‘임금 공유’ 상생협력 모델도 도입했다. SK인천석유화학 직원 95%가 참여해 2억 원의 기금을 만들었다. 이 돈은 이달 중 16개사 협력사 직원 286명에게 1인당 약 70만 원씩 전달된다. 2015년 SK하이닉스가 도입한 이래 그룹 내 두 번째 실험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4월 28일 ‘2017 임금협상 상견례’에서 노조와 회사가 대립하는 듯한 어감의 ‘노사관계’라는 단어를 아예 쓰지 말자고도 제안했다. 회사 관계자는 김 사장이 늘 “경계선을 허물고, 노사 구분 없이 ‘우리’로서 전체의 행복을 위해 고민하자”고 호소해 왔고 노조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첨예한 노동 이슈가 많아 올해 하투(夏鬪)는 매우 거셀 전망”이라며 “SK식의 상생 노사문화 확산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10년 전 버스노선이 없어진 한 오지 마을에 버스 정류장이 새로 생긴다. 할머니 앞에 도착한 버스에는 운전사가 없다. 이른바 자율주행차량이다. 운전석 옆 디스플레이에서 노선 안내 음성이 자동으로 흘러나온다. 중앙 모니터링센터 직원은 갑자기 나타나는 장애물 등 혹시 모를 위험 요인에 대비하고 있다. 할머니는 버스로는 10년 만에 건넛마을의 오빠를 찾는다. 홀로 사는 할아버지는 동생이 손수 만들어온 반찬으로 맛있는 저녁을 먹는다. 지난해 12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유튜브에 올린 3분36초짜리 영상 줄거리다. 자율주행시스템 전문계열사인 ‘SB드라이브’가 추진 중인 오지마을 자율주행버스 사업 내용이다. 소프트뱅크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일본의 사회적 문제를 비즈니스 기회로 삼는 데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을 관련 비즈니스 해외 진출을 위한 최고의 쇼케이스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비즈니스 키워드는 ‘자율주행버스’와 ‘로봇’ 두 가지다. 소프트뱅크의 이런 전략은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한국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달 20일 일본 도쿄의 소프트뱅크 본사에서 만난 사지 유키 SB드라이브 최고경영자(CEO)는 “자율주행버스는 지금 당장 일본에 필요하다. 완전자율주행차 개발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했다. 일본은 2006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고령인구비율은 2015년 26.34%까지 치솟았다. 경제성을 이유로 버스가 다니지 않는 오지 마을이나 도서 지역의 노인들은 ‘이동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해 4월 도요타 출신 기술자들이 창업한 자율주행차 전문기업 ‘어드밴스드 모빌리티’에 5억 엔(51억 원)을 투자해 합작사 SB드라이브를 설립했다. SB드라이브는 29명의 모니터링단을 꾸려 3월 24∼25일 오키나와에서 첫 번째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지난달 말에는 두 번째 시범운행을 했다. 이 회사는 2018년 도쿄 올림픽 때 하네다공항 인근에 몇 개의 자율주행버스 노선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는 2030년 이후에나 운전사가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버스는 일정한 길을 반복해서 다니기 때문에 승용차보다 훨씬 빨리 상용화할 수 있다. SB드라이브가 자율주행버스를 비즈니스모델로 삼은 배경이다. 한국도 201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비율이 13.13%로 고령사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일본과 달리 버스 회사들이 ‘운전사 구인난’을 겪고 있진 않지만 농어촌 지역의 고령화 문제는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고령인구비율이 아직 10%를 넘지 않는 중국도 공공교통이 닿지 않는 오지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수요가 크다는 게 소프트뱅크의 분석이다. 소프트뱅크의 로봇 사업은 속도가 더 빠르다. 로봇 사업 역시 초고령사회로 인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많은 일본 기업은 생산인구 급감으로 단순 업무에 투입할 인력을 쉽게 구하지 못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2012년 프랑스 알데바란 로보틱스(현 소프트뱅크 로보틱스)를 인수한 뒤 인간의 감정을 읽는 휴머노이드 ‘페퍼’를 상용화했다. 2015년 6월 출시된 페퍼는 현재 일본 내 고객 2000여 명에게 5000대 이상 팔렸다. 중저가 초밥 프랜차이즈 ‘하마스시’와 유통기업 ‘야마다’ 등은 페퍼를 안내 서비스 도우미로 배치해 쏠쏠한 고객 유입 효과를 보고 있다. 하쓰미 가즈타카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이사는 “페퍼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인간의 삶 속으로 가져오는 매개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 로보틱스는 현재 300개 정도인 페퍼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늘리고 머리와 팔 동작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등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동시에 개선하고 있다. 특히 페퍼의 지능을 높이기 위해 미국 IBM,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과도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최근에는 ‘네발 로봇’으로 유명한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 관계자는 “페퍼는 일반적인 가정의 한 멤버가 되기 전 우선 비즈니스 영역에서 많이 활용될 것”이라며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비즈니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전용 앱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도쿄=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방미 첫날인 28일(현지 시간) ‘한미 비즈니스 서밋’을 통해 양국 주요 경제인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의 투자 매력을 적극 어필하면서 양국이 ‘전략적 경제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방미에 동행한 경제인단은 향후 5년간 총 128억 달러(약 14조6000억 원)어치의 투자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다. 문 대통령은 미국 경제인들에게 “우리 정부의 북핵 문제 해결 구상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여러분은 안심하고 한국에 투자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북한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분단된 한반도는 경제 분야에서 아픈 부분이지만 그것을 넘어서면 우리는 새로운 기회와 만날 수 있다”며 “새 정부는 견고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북핵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 해결은 결국 한미 양국 경제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이번 대통령 방미에 동행한 경제인단은 화끈한 선물 보따리를 풀어놨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52개 기업의 향후 5년간 미국 투자 규모는 총 128억 달러에 이른다. 기업들은 또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항공기 등 5년간 224억 달러(약 25조5000억 원)어치의 미국산 제품 구매 계획을 밝혔다. 국내 기업들은 문 대통령의 첫 방미 성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한미 비즈니스 서밋은 양국 상공회의소가 함께 주관한 행사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미국은 한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함께 해왔고 한국의 미래 또한 함께 열어갈 가장 중요한 동반자”라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앞으로는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등으로 협력 분야를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측에선 박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경제인단 52명 전원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토머스 도너휴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 폴 제이컵스 한미 재계회의 회장, 존 라이스 제너럴일렉트릭(GE) 부회장,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등이 참석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유근형 기자}
KCC가 충남 서산시 대죽공장에 ‘석고보드 생산라인 3호기’를 완공했다. 28일 KCC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일 대죽공장에서 ‘석고보드 생산라인 3호기 증설 안전기원제’를 열었다. 행사에는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정몽익 KCC 사장, 정몽열 KCC건설 사장 등 임직원들과 협력업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KCC는 전남 여수시 여천공장에 1기, 대죽공장에 2기의 석고보드 생산라인을 갖고 있었다. 이번 대죽 3호기 완공으로 석고보드 연간 생산능력이 기존보다 약 40% 늘어났다. 총 생산능력은 약 2억6400만 m²(약 8000만 평)에 이른다. 이는 축구장(8250m²) 3만2000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3호기는 다음 달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건축자재인 석고보드는 두 장의 종이 사이에 석고를 발라 만든다. 콘크리트에 비해 차음성, 단열성이 뛰어나고 벽을 훨씬 얇게 만들 수 있다. 또 석고보드는 물을 사용하지 않는 건식공법이 활용되기 때문에 공사기간이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건축시장에서 호텔, 병원, 상업건물을 중심으로 석고보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KCC는 석고보드 수요 증가에 발 빠르게 대처함으로써 업계 1위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KCC 관계자는 “이번 증설로 국내 최대의 석고보드 생산량을 확보하게 됐다. 최고의 품질을 갖춘 제품 공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신청에 따라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등 전·현직 임원 5명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씨와 이 부회장의 첫 법정 대면이 이뤄지는 것으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변호인단은 재판의 핵심 쟁점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특검과 변호인단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은 국민연금공단이 2015년 7월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 간 합병안에 찬성해 1388억 원의 손해를 입었느냐는 것이다.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61·구속)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61·구속)은 이달 8일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금융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져 삼성물산 합병이 무산됐다면 오히려 국민연금 자산가치가 더 크게 하락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 옛 삼성물산의 주가는 2015년 5월 26일 합병 발표 직전일인 5월 22일 5만5300원에서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의 찬성 결정 직전일인 7월 9일 6만3600원으로 올랐다. 같은 시기 제일모직 주가도 16만3500원에서 17만4500원으로 상승했다. 두 회사 지분을 모두 보유한 국민연금의 지분 가치는 총 2조370억 원에서 2조2540억 원으로 2170억 원(10.7%) 늘어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3.42% 하락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당시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물산 주가가 22% 하락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추후 삼성물산에서 약 3조 원 규모의 추가 부실이 드러난 점 등까지 고려하면 국민연금은 합병에 반대했을 경우 1조 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 전 본부장은 21일 삼성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합병이 무산되면 주가 하락으로 2000억∼3000억 원 규모의 지분가치 증가분을 상실할뿐더러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분을 가장 걱정했다고 증언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 주식 23조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합병이 무산되면 다른 삼성 계열사 주가도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당시 시장 반응과 합병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양사 합병이) 국민연금 자산 증식에 부합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삼성물산 합병은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서도 “삼성물산 합병 이전에 이 부회장은 이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검은 23일 김신 삼성물산 사장을 신문할 때도 삼성물산 합병 논의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나 경영승계 관련 논의가 있었는지를 집요하게 추궁했다. 김 사장이 일관되게 “없었다”고 대답하는데도 같은 질문이 이어지자 재판부가 “(증인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 식의 증인 신문을 자제하라고 분명히 말씀드렸다”며 특검을 제지하는 장면이 펼쳐지기도 했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삼성의 최 씨 딸 정유라 씨(21)에 대한 승마 지원을 ‘뇌물’로 볼 수 있는가이다. ‘삼성이 정유라 특정인을 지원한 것’이라는 특검 주장과 ‘승마 스포츠 전체를 지원하려던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질책 이후 정유라를 서둘러 지원한 것’이라는 삼성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진실을 가리기 위해 이 부회장이 최 씨의 존재를 언제 알았는지도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삼성 주장대로 이 부회장이 지난해 8월에야 최 씨를 알게 됐다면 특검이 뇌물죄를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 씨는 지금까지 정 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 지원은 유망주를 지원한 것일 뿐 부정 청탁의 대가는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가 진행하는 이 부회장 재판은 4월 7일 첫 공판이 시작됐다. 이달 23일까지 열린 32차례 공판 동안 123명의 진술조서가 등장했고 39명이 증인신문을 받았다. 이 부회장 등 5명은 310시간(점심시간 포함) 동안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이 부회장 구속 기한인 8월 27일까지 남은 시간이 두 달이어서 재판은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이샘물·권오혁 기자}
중국 선전에 있는 드론 전문기업 DJI는 글로벌 시장의 70%를 독식하고 있다. 미국 일본 네덜란드 독일 등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나 드론만큼은 ‘메이드 인 차이나’를 첫손에 꼽는다. DJI는 지난해까지 중국에서만 50만 개의 드론을 팔았다. 취미로 드론을 날리는 이들부터 영화 촬영감독까지 고객층도 다양하다. 재작년 11월에는 최대 10kg의 물이나 농약을 실은 뒤 공중에서 분사할 수 있는 새 모델을 출시하며 농업 부문에도 뛰어들었다. 장판시 DJI PR팀 매니저는 “글로벌 시장 어디에도 DJI의 라이벌이나 경쟁사는 없다”고 자신했다. 2006년 설립 당시 20명으로 출발한 DJI는 8000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11년 만에 임직원이 400배로 늘었다. 게다가 1500명의 연구 인력은 물론이고 선전, 상하이, 홍콩, 서울에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의 판매 직원들도 모두 정규직이다. 임직원 평균 나이는 27세에 불과하다. DJI는 “청년 인재는 회사가 성장하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은 드론 관련 규제가 아예 없다. 이는 드론 산업의 급성장으로, 또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 일본 도쿄에서 2010년 설립된 테라드론은 드론을 활용한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를 비즈니스모델로 삼은 스타트업이다. 드론을 날려 수집한 정밀 측량 정보를 분석해 건설업체나 농장 등에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업체다. 일반인들이 드론을 날리기는 일본도 한국만큼이나 어렵다. 하지만 테라드론처럼 산업용 드론 서비스를 하는 기업에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딱 한 번 관련 사업 허가를 받으면 이후 어떤 장소에서 어떤 파트너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든 제약 없이 드론을 띄울 수 있다. 현재 90명이 일하는 테라드론은 대대적인 인력 충원에 나서고 있다. 창업자인 도쿠시게 도루 최고경영자(CEO)는 “상품은 준비됐다. 고객도 충분히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와 함께 일할 훌륭한 인재를 찾는 일”이라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메가 트렌드 속에서 드론은 가장 각광받는 산업 중 하나다. 한국에는 DJI 같은 회사도, 테라드론 같은 회사도 없다. 잘 모르는 분야는 일단 못 하게 막고 보는 식의 규제 방식이 발목을 잡았다. 한국에선 현재 12kg 이하 드론을 낮에만 날릴 수 있다. 비행장 반경 9.3km 이내, 원전 주변, 인구밀집지역 또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금지다. 원소연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드론 규제는 조금씩 완화되는 추세지만 이미 늦었다. 산업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 지금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일자리의 화수분’을 스스로 걷어찬 셈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한창 성장할 때 썼던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던 시대는 지났다. ‘한강의 기적’은 모든 나라가 비포장도로에서 천천히 달릴 때나 가능했던 과거의 유산이다. 지금의 퍼스트 무버(선도자)들은 고속도로에서 눈 깜짝할 사이 저만치 달아나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다. ‘규제프리존법’처럼 신성장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이 대선 공약에까지 등장해야 하는 한국의 상황은 이런 흐름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국민의 요구가 없어도 국회가 진작 했어야 할 일이다. 심지어 새 정부가 출범한 지 40일이 넘도록 이런 논의는 여전히 후순위로 밀려 국회 서랍 속에 묻혀 있다. 이러다가는 ‘제2의 드론’, ‘제3의 드론’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도쿠시게 CEO는 “스타트업에는 타이밍이 모든 것”이라고 했다. 스타트업뿐만이 아니다. 나라 경제도 타이밍을 놓쳤다가는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지 모른다.김창덕 산업부 차장 drake007@donga.com}
8일 오후 10시 20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요상한 ‘그룹채팅’ 방이 개설됐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7명과 입사 2, 3년차 직원 5명. 대부분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이들은 오후 7시 시작된 저녁 자리에서 부쩍 친해지더니 9시 반경 자리를 옮겨서는 서로에게 ‘형’ ‘누나’ ‘동생’이 됐다. 그렇게 끝낼 수 없었던지 일부 참가자는 3차까지 감행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한 취업준비생이 연락처를 모아 개설한 ‘단톡방’에는 자정을 넘겨서까지 “반가웠다” “감사하다”는 글이 이어졌다. 대체 어떻게 모인 사람들이었을까.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올해 상반기(1∼6월) 모두 6번의 ‘도시락토크 2.0’을 진행했다. 입사 1∼3년차 주니어 사원 4, 5명이 취업준비생 10∼12명과 도시락을 먹으며 취업 준비 및 면접 노하우를 알려주는 청년드림센터만의 특화된 행사다. 도시락토크 2.0 상반기 일정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참가한 기업의 직원 1명씩을 불러 마련한 행사가 ‘호프 토크’다. 이날 참가한 기업은 현대모비스, SK이노베이션, LG전자, 롯데백화점, GS샵 등 5곳. 선배들과 함께 맥주잔을 부딪친 이들은 동아일보의 ‘청년이라 죄송합니다’ 시리즈에 도움을 준 청년들이었다.○ 귀 쫑긋 세우게 한 ‘맞춤형 조언’ 유주향 씨는 전북 익산에 있는 한 바이오벤처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회사의 허락을 얻고 호프 토크에 참여하려 KTX를 타고 서울에 올라왔다. 또래들의 고민과 선배들의 조언이 무엇일지에 대한 궁금증은 왕복 6시간의 ‘출장’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었다. 홍평화 LG전자 해외영업팀 사원은 이날 처음 만난 유 씨에게 훌륭한 멘토가 돼 줬다. 홍 사원은 삼성에서 2년, CJ에서 1년을 다닌 뒤 LG에 신입으로 입사해 3년차가 됐다.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는 방증이다. 유 씨가 “지금은 인턴 연구원을 하고 있지만 호기심이 많아 다른 걸 해보고 싶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홍 사원은 먼저 “난 삼성에서는 재무, CJ에서는 물류 영업을 했고, LG에서는 해외 영업을 맡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도전을 당부했다. “재무든 영업이든 결국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서의 강점을 어필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취업준비생 중 유일하게 이공계 전공자인 조병은 씨에게도 딱 맞는 멘토가 있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신정훈 현대모비스 구매기획팀 대리였다. 조 씨는 올여름 한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할 예정인데 기업이 인턴을 평가하는 기준을 궁금해했다. 신 대리는 “가장 중요한 건 엔지니어나 사무직이나 마찬가지다. 지원자와 업무, 지원자와 회사가 얼마나 잘 맞는지를 본다”고 말했다.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정윤식 씨는 해외 영업에 관심을 보였다. 홍 사원은 “중국어뿐만 아니라 자신의 다른 경쟁력을 보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 취업준비생은 올해 상반기(1∼6월) 롯데백화점 채용에서 서류에 합격하고도 개인 사정으로 면접을 보지 못했다. 하반기(7∼12월) 지원 때 혹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한성원 롯데백화점 해외사업기획팀 대리는 “오히려 계속해서 지원하는 분들은 그 열정을 높게 평가하지 페널티를 주진 않는다”고 안심시켰다.○ 고민을 함께 나눈 사람들 취업준비생들은 이날 본인이 관심 있는 회사를 다니는 선배들을 찾아 수시로 자리를 바꿨다. 찾아온 기회를 제대로 살리겠다는 의지가 드러났다. 선배들도 ‘취업 전쟁터’의 한가운데에 놓인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연신 맥주잔을 기울였다. 손경철, 강신욱 씨는 같은 학교 같은 과 동기다. 항상 둘이서 나누던 고민을 비슷한 상황에 있는 취업준비생들과 얘기하다 보니 ‘힐링’이 됐다고 한다. 거기에다 2, 3년 전 똑같은 고민을 하던 선배들의 응원까지 등에 업었다. 사범대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한 손 씨는 취업을 준비하다 보니 본인의 전공에 한계를 느끼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손 씨는 “‘서류 광탈’을 할 때마다 내가 남들보다 스펙이 뒤처지는 게 아닌지 생각하고 그 스펙 중 하나가 전공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 대리는 “출신 학교, 전공 같은 배경은 이미 고치기 힘든 요소다. 하지만 모든 지원자에게는 자기소개서라는 기회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지원한 회사와 교집합을 많이 만들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S샵 인사팀에서 일하는 이승준 사원도 “실무와 전공은 무관하다”고 거들었다. 그는 자신의 입사 동기 중에도 사범대 출신이 3명이나 있다고 소개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소통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화학공학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대외협력팀에서 일하고 있는 윤승현 SK에너지 대리는 “회사와 소개팅을 한다는 느낌으로 면접을 준비했는데 더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충남 천안에서 올라온 신현욱 씨도 이날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거라고 했다. 신 씨는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다 보면 미리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다. 오늘 들은 얘기들을 친구들과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이주혜 청년드림센터 인턴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4학년오지영 청년드림센터 인턴 숙명여대 경영학부 4학년}
“우리는 셰일가스 개발을 ‘에너지 혁명’ 또는 ‘에너지 르네상스’라고 부릅니다. 셰일가스 채굴 기술 덕분에 (중동에 의존하던) 전 세계 에너지 수급 균형에 변화가 왔습니다.” ‘셰일가스의 대부’ 해럴드 햄 콘티넨털 회장(72)의 말투는 다소 느렸다. 하지만 눈빛에는 에너지업계 거물다운 자신감이 묻어났다. 동아일보는 13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햄 회장과 유정준 SK E&S 사장을 공동 인터뷰했다. SK E&S는 2014년 9월부터 콘티넨털과 오클라호마주 북동부의 우드퍼드 셰일가스전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콘티넨털의 유일한 해외 파트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한미 합작 사례다. 햄 회장은 22세 때 콘티넨털을 창업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가난한 소작농의 13번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자산 가치 105억 달러(약 12조 원)의 글로벌 87위(포브스 기준) 부호가 됐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조언해 왔고 새 정부 첫 에너지장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햄 회장은 한미 에너지 공동사업이 양국 간 경제협력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깨끗한 연료 중 하나인 천연가스를 세계로 수출하면 지구 환경에도 이익이 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확장한 최초의 인물”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특히 버락 오바마 정부 임기 동안 에너지 분야에서 실직한 40만 명의 일자리를 되찾아 주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에너지 산업을 그만큼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는 얘기다. 햄 회장은 “에너지 분야의 협력은 한미 간 통상 문제 해결에 당연히 효과가 있다. 한국의 셰일가스 수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의 핵심 구성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도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SK E&S는 올 1월 셰일가스 6만6000t을 국내에서 처음 도입했다. 2019년부터는 20년간 연간 220만 t의 셰일가스를 들여올 예정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달부터 20년간 연간 280만 t의 셰일가스를 도입한다. 한국 역시 셰일 혁명의 한복판에 들어선 것이다. 유 사장은 “미국 셰일가스는 석탄에 비해 미세먼지 배출이 적고 중동에 대한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셰일가스는 중동 지역 천연가스와 달리 유가에 연동되지 않아 가격도 안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셰일가스 도입이 수입처 다변화를 통한 ‘에너지 안보’를 실현하면서 친환경성과 경제성 모두를 잡을 수 있는 기회라는 얘기다. 햄 회장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햄 회장은 “독일, 스페인 등 신재생에너지가 비용이 많이 들고 일자리나 환경에 도움이 안 된다는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그동안 신재생에너지에 많이 투자한 것에 대해서는 “천연가스 매장량이 과거엔 20년 치였다면 최근엔 (셰일가스 혁명으로) 100년 치로 늘어났다. 에너지 수급 사정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유 사장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사회적, 경제적 히든 코스트(숨겨진 비용)까지 감안해 특정 에너지원에 너무 큰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국 현실에 맞는 적절한 에너지 믹스(에너지원별 비중)를 설계하고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콘티넨털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햄 회장은 전날 만찬을 함께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부터 ‘50주년 기념 케이크’를 선물받았다. 햄 회장은 “SK와 여러 (추가적인) 사업 기회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이샘물 기자}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코리아가 다음 달 31일까지 ‘제7회 이베이 수출스타’ 참가자를 모집한다.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 옥션, G9를 운영하고 있다. 이베이 수출스타는 이베이코리아가 해외 판매를 희망하는 신규 판매자를 발굴하기 위해 2011년부터 개최해 온 온라인 판매 경진대회다. 참가자들은 글로벌 최대 마켓플레이스인 이베이()를 활용해 해외 판매 역량을 겨룬다. 지난 6년간 이베이 수출스타를 통해 발굴한 판매자는 6000여 명으로 이들의 누적 매출은 68억 원에 이른다. 온라인으로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려는 일반인 또는 판매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매출 1만2000달러 이하의 기존 이베이 판매자도 참가가 가능하다. 이베이 측은 한국무역협회의 도움을 받아 참가자들이 판매할 상품을 확보해 줄 예정이다. 대회는 11월 30일까지로 시상식은 12월에 열린다. 대상 1명은 1000만 원, 최우수상 2명과 우수상 2명은 각각 500만 원, 300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장상 등 10개 부문 특별상(각 100만 원)도 마련됐다. 우정사업본부는 별도 심사를 통해 5명에게 총 1000만 원을 수여한다. 신청은 이베이코리아 허브 사이트()를 통해서 하면 된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