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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택(60·베드로·사진) 주교가 28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에 임명됐다. 서울대교구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28일 오후 7시(로마시각 오후 12시) 정 주교를 염수정 추기경에 이은 차기 서울대교구 교구장 겸 평양교구 교구장 서리로 임명했으며 정 대주교는 교구장 임명과 동시에 대주교로 승품됐다. 한국인 서울대교구장 중 수도회 출신은 처음이다. 정 대주교는 1961년 대구에서 출생했으며 1984년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같은 해 가톨릭대 성신교정에 편입한 뒤 1986년 수도회 가르멜회에 입회했다. 1992년 가르멜회 인천수도원에서 사제품을 받았고 2000년 로마로 유학을 떠나 로마 교황청 성서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수도원에서 여러 보직을 거친 후 로마 총본부에선 최고 평의원으로서 동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담당 부총장으로 일하다가 2013년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에 임명됐다.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정 대주교는 교구장 임명 뒤 “하느님은 그야말로 ‘비욘드(beyond)’이시다. 우리 인간의 생각을 훨씬 넘으시는 분이시기에, 그분의 계획이나 생각을 우리가 미리 가늠하거나 헤아릴 수가 없다”고 첫 소감을 전했다. 이어 “마음이 무겁고 두렵다”라며 “부족한 제가 훌륭하신 전임 교구장님들의 길을 잘 따라 좋은 사목을 펼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편 염 추기경은 “우리 교구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새 교구장님으로 성령께서 정순택 대주교님을 선택하셨다”며 “”든든하고 훌륭한 새 교구장님이 우리나라와 교회에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열매를 맺길 모든 신자, 수도자, 사제들과 함께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는 11월 30일 염추기경 이임 미사에 이어 12월 8일 정 대주교의 서울대교구장 착좌 미사를 거행할 예정이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올해 4월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사진)의 이름을 딴 ‘정진석 추기경 선교 후원회’가 최근 설립됐다. 이 단체는 동남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평신도 선교사를 지원하게 된다.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이 지도사제를, 홍보위원회 부위원장인 허영엽 신부가 이사장을, 사회복지법인 성 요한 복지회 이사장인 정요안 신부가 부이사장을 각각 맡았다. 가톨릭 신자인 배우 손숙 김해숙 안성기, 시인 신달자 정호승, 문무일 전 검찰총장 등이 이사로 활동한다. 후원회는 가톨릭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법률, 의료, 심리상담을 하는 ‘가톨릭 문화예술인 비대면 지원센터’도 운영한다. 센터 설립에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2017년 선종한 배우 김지영 씨를 기리기 위한 뜻이 담겼다. 허 신부는 “김 씨가 정 추기경님이 살아계실 당시 홍보국을 찾아와 두 번에 걸쳐 성금 4000만 원을 맡겼다. 본인이 세상을 떠난 뒤 정 추기경님의 선교 활동에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정 추기경은 생전 자신의 이름으로 단체를 만드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김 씨의 뜻을 받아들여 자신의 사후 일정 기간만 평신도 선교사 지원을 위해 활동하는 조건으로 단체 설립을 허락했다. 정 추기경이 남긴 유산 5000만 원도 후원회에 기부됐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부모가 완전한 채식주의자(비건)라고 해서 아이에게 똑같은 음식을 주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아이에게는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가톨릭 구속주회 한국지부장 권오상 신부) “그렇다면 모태신앙은 어떻습니까. 아이는 음식뿐 아니라 신앙도 다양하게 접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금하린 프리랜서 아나운서) 23일 오후 서울 중구 경동교회에서는 유튜브 채널 ‘알고 모르고’의 동영상 ‘성직자들의 돈까스’(돈까스)가 한참 익어가고 있었다. 돈까스는 ‘돈독하지만 까놓고 말하는 스튜디오’를 줄인 말이다. 권 신부는 모태신앙과 관련해 “신앙은 문화이자 교육을 의미한다”며 “비건 문제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했다. 돈까스에는 권 신부를 비롯해 한신대 총장을 거쳐 경동교회 담임목사로 있는 채수일 목사, 성공회대 총장을 지낸 이정구 신부, 태고종 열린선원장 법현 스님, 불교방송 진행자로 잘 알려진 조계종 성관사 주지 성진 스님까지 5명의 종교인이 참여한다. 1990년대 말부터 활발해진 종교 간 대화와 일치를 위한 종교인 교류와 방송 출연이 돈까스 탄생의 밑거름이 됐다. 촬영 중 휴식 시간에 만난 이들의 대화는 그 자체가 종교 간 화합이자 ‘야단법석’이었다. 이 신부는 “우선 함께 모인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나중에는 이슬람이나 유학 쪽에 계신 분도 모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 목사는 “음식이든 신앙이든 아이들에게 한쪽으로 강요한 적이 없다”며 “불교와 가톨릭 등 다른 종교인들과 대화하면 오히려 자기 정체성이 확실해지고 자신이 얼마나 무지했는가를 깨닫게 된다”고 했다. 돈까스는 자녀들에 대한 비건 교육과 모태신앙, 종교인의 결혼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이들의 목소리를 매주 한 차례씩 올린다. 금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고, 록 밴드 기타리스트이자 영화음악 감독,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 중인 장재영이 연출을 맡았다. 이들은 평소 종교인 모임에서 듣기 어려운 까칠하면서도 솔직한 육성을 들을 수 있는 게 돈까스의 매력이라고 했다. “제도권 종교의 영향력은 줄고 있지만 사람들의 종교성과 영성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개신교의 결정적인 고민이 수행의 전통이 부족한 겁니다. 불교의 명상이나 수행, 가톨릭의 수도원 전통을 배워야 합니다.”(채 목사) “이웃 종교인들이 모여 같거나 다른 지평에서 한곳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큰 기회죠. 종교 통합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가치의 교류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권 신부) 성진 스님은 종교인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출가 뒤 30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만나는 분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불교를 알고 있는 분들입니다. 절집에 들어앉아 포교가 가능한가라는 회의가 들었어요. 종교인들이 우물 안에만 있지 말고 같이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자, 이런 각오입니다.” 법현 스님은 좌중이 인정하는 박학다식의 권위자이자 때로는 ‘TMI(Too Much Information·너무 많은 정보)’의 달인이다. 출가자의 옷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유래와 변천사에 대한 즉석 강의가 이어졌다. 법현 스님은 “불교적으로는 모르는 게 죄악”이라며 “모르니까 싸운다. 서로 알아야 한다”고 했다. 출연료 문제가 나오자 고수(高手)들의 유머가 이어졌다. 법현 스님이 “아무 얘기도 안 하던데…”라고 하자 이 신부가 “김밥 받았어요. 신앙의 힘으로 봉사하는 것, 이게 문제”라며 웃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67)는 퇴임 직전까지도 폭넓은 지지를 받는 드문 정치인이다. 평범하고 친숙한 이미지로 ‘무티(Mutti·엄마)’로 불리는 그에 대한 독일 국민의 지지율은 75%에 이른다. 책은 독일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로 꼽히는 메르켈의 리더십을 다뤘다. 저자인 미국 저널리스트 케이티 마튼이 20년 동안 유지해 온 친분을 바탕으로 메르켈 총리를 직접 취재하고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해 메르켈 삶의 이정표를 꼼꼼하게 살폈다. 알려진 대로 메르켈은 동독 출신에 여성이자 과학자로 독일 중앙정치의 아웃사이더였다. 물리학자에서 정치인으로 변신을 결심한 그는 정계 입문 1년 만인 1991년 헬무트 콜 총리가 이끄는 내각의 일원이 됐다. “내가 동일한 능력을 갖고 서독에서 자랐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메르켈의 말처럼 그는 독일 통일을 상징하는 일종의 ‘트로피’였다. 이런 운과 메르켈의 야심과 자질이 독일의 운명을 바꾸었다. 책은 메르켈 리더십의 핵심으로 경청과 소통을 통해 합의에 이르는 힘을 꼽는다. 인기와 칭찬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인내와 설득으로 성과를 내는 정치를 추구해 왔다는 것이다. 메르켈은 긴 정치 인생을 지탱해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참을성”이라고 답했다. “메르켈은 개인적 혹은 정치적 실패 뒤 재빨리 원위치로 돌아오는 능력이 뛰어났다. ‘스프린터가 아니라 마라토너’였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소장 원철 스님·사진)와 환경위원회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기후변화와 불교실천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종단 차원의 첫 세미나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불교식 의례에 이어 5가지 주제를 발표한 뒤 종합토론을 진행한다. 신승철 생태적지혜연구소 협동조합 이사장이 ‘기후변화 관련 국제사회 대응 현황’을, 민정희 기후위기비상행동 운영위원장이 ‘국제시민사회 및 한국사회 대응 현황’을 주제로 발표한다. 이어 한주영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의 ‘한국사회 종교계의 대응 현황’, 서재영 성균관대 초빙교수의 ‘기후위기 극복과 전환사회를 위한 불교의 사유와 전통’, 유정길 녹색불교연구소장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불교의 실천과 전개’가 발표된다. 원철 스님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불교 입장에서 기후변화를 어떻게 이해할지 논의하고 문제 극복을 위한 실천과제를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최근 개막된 세계주교시노드(대의원회의)에 가톨릭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주교 시노드는 지역교회 사목자인 각국 주교들이 교회의 중대사를 숙고하며, 교황에게 자문하기 위해 열리는 모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일(현지 시간) 로마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주교 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개막미사를 주례했다. 그는 강론에서 “형식적이거나 가식적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예수님과 서로를 만난다면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며 세계 모든 가톨릭교회가 ‘만남의 장인’이 되라고 촉구했다. 이날 미사에는 각 대륙에서 초청된 남녀 평신도와 수도자, 신학생, 사제와 주교, 추기경 등 3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교황청에서 봉헌된 미사 중 최대 규모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제정한 주교 시노드는 1967년 바티칸에서 제1차 정기총회가 열린 이래 3년 또는 4년 주기의 정기총회가 열리고 있다. 필요에 따라 임시총회나 특별총회가 3, 4주 일정으로 개최되기도 한다. 이번 주교 시노드는 교구와 국가, 대륙별 대화와 의견 수렴 등을 거친 뒤 2023년 10월 바티칸 총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주교 시노드가 열리는 시기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85세의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시노드가 가톨릭 개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제들의 아동 성 학대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교계의 우선적인 과제다. 최근 프랑스 가톨릭교회에서 성직자들이 지난 70년간 아동 33만 명을 대상으로 성 학대를 자행했다는 보고서가 나오자, 교황은 공식 사과와 함께 “오랜 시간 이 문제를 방치한 교회의 무능력함은 나의 수치이자 우리 모두의 수치”라고 밝혔다. 아동 성 학대 문제는 교회 내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진보, 보수 성향에 관계없이 일치된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주제다. 기후변화 대응과 빈부격차 해소도 교회 차원의 선언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여성에 대한 사제 서품, 사제의 결혼 허용, 동성애자에 대한 폭넓은 관용은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계 진보 그룹은 사회적 변화와 가톨릭의 영향력 증대를 위해 폭넓은 수용을 요구하는 반면, 보수그룹은 가톨릭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내 가톨릭계도 주교 시노드 여정을 시작했다. 15일 수원교구가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가장 먼저 시노드 개막미사를 봉헌한 데 이어 각 교구가 차례로 개막미사를 봉헌한다. 주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신우식 신부는 “각 교구가 가장 필요로 하는 주제들을 고민하고 식별하는 게 공동 합의적 교회를 향한 과정이 될 것”이라며 “대면과 비대면, 설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화하고 경청하는 가운데 교구들이 아름다운 체험을 나누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부처님은 위대하셔서 따라가기가 너무 어렵지만, 선승(禪僧)의 삶이 담긴 선시(禪詩)는 비교적 접근하기 쉽다.” 차창룡 시인, 이제는 출가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동명 스님(55·사진)의 말이다. 1989년 등단한 그는 시인과 문학평론가로 20년 넘게 활동했고 1994년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러던 2010년 어느 날, 시인은 전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동명 스님은 13일 ‘조용히 솔바람 소리를 듣는 것’(조계종출판사) 출간 간담회에서 “선배 고승들의 고민과 삶을 느끼면서 삶의 지침으로 삼을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책은 출가 이후 그의 첫 책이다. 태고 보우, 진각 혜심, 청허 휴정, 나옹 혜근, 사명 유정 등 한국불교사에 빛나는 선사 32명의 선시를 골라 실었다. 동명 스님은 선시를 소재로 자신의 일상과 사유, 마음 변화를 자유롭게 표현했다. 동명 스님은 이날 간담회에서 보우 스님의 선시 ‘어디에 머물러요’를 소개하며 출가자의 삶에 대한 고민과 다짐을 언급했다. ‘양 끝 어디에도 머물지 않으려니/중도(中道)엔들 어찌 안주하랴/물이면 물, 산이면 산, 마음대로 쥐고 펴면서/저 물결 위 흰 갈매기의 한가로움 웃는다.’ 그는 “이 시를 통해 보우 스님이 나라의 스승이었지만 같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중도에도 안주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지난달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포교부장으로 임명된 선업 스님(56)은 종단의 대표적인 ‘치유와 상담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선업 스님은 진철 스님을 은사로 통도사에서 출가한 뒤 동국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 상명대 대학원에서 가족치료학을 전공했다. 1990년대 초반 해외 포교와 국제 불교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그는 특히 현대인들의 고민과 스트레스 해소, 마음 치유를 위한 명상과 상담에 힘쓰고 있다. 현재 불교상담개발원장과 교정교화전법단 지도법사, 통담선원 주지 소임도 맡고 있다. 7일 가을 국화가 흐드러진 서울 조계사에서 그를 만났다. ―총무원 생활은 어떤가. “주변에서 ‘어쩌다 공무원’이 됐다고 한다, 하하. 주중에는 포교원, 주말에는 불교상담개발원을 오가면서 바쁘게 살고 있다.” ―포교부장은 종단 포교 일선의 책임자다. “절집은 ‘목욕탕’ 같은 곳이다. 피로와 고민에 지친 이들이 잘 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인력과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이후 사람이 모이는 것이 어렵다. “포교의 시대적 화두가 콘택트(contact)에서 언택트(untact), 다시 온택트(ontact)로 바뀌고 있다. 사회적 여건에 맞게 그 목욕탕은 이제 플랫폼이나 메타버스가 되어야 한다.” ―종단 신도의 노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조선시대나 일제강점기보다 어려울까. 뽑아내고 탄압해도 이겨낸 게 우리 민초(民草) 불교다.” ―포교 인력의 온택트 역량은 어떤가. “불교상담개발원에서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으로 불교명상지도자 및 전문가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반응이 뜨겁다. ‘MTV 통합명상’을 통해 포교 일선에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인력들이 잘 준비되고 있다.” ―MTV 통합명상이 무엇인가. “대승불교를 뜻하는 마하야나(Mahayana), 상좌부 불교를 뜻하는 테라바다(Theravada), 금강승을 의미하는 바즈라야나(Vajrayana)의 머리글자를 딴 표현이다. 전통적인 명상에다가 현대적인 명상 기법을 접목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 “활성화된 명상 훈련을 명상 상담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런 우스개가 있다. ‘하와이 옆에 그래도(島)라는 섬이 있는데, 거기서 키우는 소가 괜찮소, 그 소가 쓰는 여물통이 바로 소통이다(웃음)’. 포교원의 역할은 명상 훈련을 잘 받은, 괜찮은 소들을 키워내는 일이다.” ―선업(禪業)이란 법명이 요즘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은사 스님이 평생 참선하며 살라고 사형제들 법명에 모두 선(禪) 자를 넣었다. 법명에 맞게 삶의 전공을 잘 찾은 셈이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메시지(message) 홍수의 시대다.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가리기도 쉽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메시지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이를 전하는 메신저(messenger)다. 이 책은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500만 부 이상 팔린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를 쓴 스티브 마틴과 행동심리학자 조지프 마크스가 공동 저자다. 사람들은 자신이 객관적인 정보(메시지)를 바탕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다. 가령 어떤 정보를 받아들일 때 사람들은 해당 분야 전문가보다 유명하고 지위가 높은 비전문가의 말에 끌리는 경우가 많다. 근사한 연예인이 “이 제품 정말 좋아요”라고 광고하면 별다른 검증 없이도 물건을 집어 들기 십상이다. 이처럼 많은 판단이 메신저에 의해 좌우되기에 메신저에 대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메신저의 프레임을 8가지로 분류했다. 하드 메신저(사회경제적 지위, 역량, 지배력, 매력)와 소프트 메신저(온화함, 취약성, 신뢰성, 카리스마)다. 하드 메신저는 상대적 우월감을 바탕으로 조직이나 동료 사이에서 큰 영향력을 미친다. 소프트 메신저는 유대감을 형성해 사람들을 움직인다. 저자들은 일상적인 상황과 다양한 실험 사례 등을 통해 각 프레임의 영향을 쉽게 설명한다. 강력한 메신저가 되고 싶은 사람이나 메신저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놀랍게도 그 대밭에서 자라난 소나무들은 대나무처럼 곧게 자라 있었다. 과학적으로는 대나무 사이에서 햇빛을 보려고 기를 쓰고 키를 키운 덕분이라고 하지만 내겐 대나무를 보고 자라서 소나무들이 그렇게 곧게 자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출간한 송평종 씨의 에세이 ‘대나무밭에서 자란 소나무’(정은출판)의 일부다. 이 책은 금융인으로 살며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모르몬교) 서울교구 회장과 부산 선교부 회장을 지낸 그가 희수(喜壽·77세)를 기념해 낸 것이다. 모르몬교는 보수를 받는 성직자가 따로 없고, 직업을 유지한 채 봉사와 헌신하는 평신도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 책은 제목이 된 ‘대나무밭에서 자란 소나무’를 비롯해 ‘성장통’ ‘나의 호 평산(平山)’ ‘여름밤의 이야기’ ‘전쟁과 만년필’ ‘얼마나 가져야 행복할까’ ‘무소유 파티’ 등 10부로 구성돼 있다. 희수 기념 에세이에 어울리게 어린 시절부터 그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과거의 고민과 미래에 대한 조언까지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흥미로운 일화와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반전도 있어 읽는 재미도 있다. 저자는 고향 선산 대숲의 소나무를 떠올리며 “바르게 사는 사람들, 선한 사람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들 가까이에서 살아가면 자기도 모르게 그들을 본받아 바르게 성장하게 된다”고 말한다. 여섯 남매 중 외아들로 태어난 그는 세 아들과 아홉 명의 손자, 손녀를 둔 할아버지로 자신을 소개한다. 그의 인생 여정과 신앙생활, 독서를 통해 얻어진 삶의 지혜가 편안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를 창업한 샘 월턴이 임종 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참된 친구가 없음을 후회했다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진정한 친구가 없는 이유는 그 사람의 참된 친구가 되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친구를 네 종류로 나눴다. 화우(花友·자기가 좋을 때만 찾는 꽃 같은 친구), 추우(錘友·이익에 따라 저울과 같이 움직이는 친구), 산우(山友·안식처와 다름없는 산과 같이 편안하고 든든한 친구), 지우(地友·언제나 한결같은 땅과 같은 친구)가 그것이다. 저자는 “나는 70대 중반에 들어서서 나이로만 말한다면 어른이 되었는데, 도대체 나는 아랫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며 ‘어른’은 두렵고도 존경스러운 말이라고 고백한다. 그가 찾은 해답은 불가(佛家)의 재물 없이도 베풀 수 있는 ‘무재칠시(無財七施)’다.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씨, 부드럽고 편안한 눈빛, 자비롭고 미소 띤 얼굴, 친절한 행동, 착하고 어진 마음, 편안한 자리를 양보하는 자세, 잠 잘 곳을 제공하여 주는 배려다. 그는 이어 “하루하루 이렇게 실천하면서 살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나의 마음도 더 편해지고, 더 행복해지는 것을 느낀다”며 “남에게 베풀면서 살다보면 결국은 그 축복이 나에게 되돌아온다”고 말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우리나라는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이 공산화되는 세계적 조류를 거스르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 크게 발전했습니다. 절망의 시대를 넘어 대한민국을 굳건히 이뤘을 뿐 아니라 반만년 역사 가운데 진정한 자유를 구가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올해 말 출간되는 대담집 ‘홍정길의 나라와 교회를 생각한다’의 일부다.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이자 장애인을 돕는 밀알복지재단 이사장인 홍정길 목사(79)는 고 하용조 옥한흠 목사, 이동원 목사(75)와 더불어 ‘복음주의의 네 수레바퀴’로 불려온 개신교 원로다. 진보, 보수와 관계없이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달 30일 경기 가평군 설악면 생명의빛홈타운에서 대담집 집필과 은퇴 선교사 등을 위한 노인복지주택 건립 마무리에 한창인 그를 만났다. ―신간은 어떤 책인가. “선교사이자 목회자 신학자로 살며 영국에서 활동 중인 최종상 교수와의 대담 형식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5세 때 광복을 맞았고 초등학교 4학년 때 6·25전쟁을 겪었다. 이후 우리 나이로 여든이 될 때까지 현대사의 숱한 역사적 순간들을 겪었다. 책은 80년 인생 보고서이자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이 땅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온 80년 여정을 담을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관점에서 본 우리 역사는 어떤가. “이른바 적폐라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은 적폐가 그대로고, 우리는 극복해 왔다는 게 다르다. 그 극복이 영광이자 축복이다. 적폐의 좁은 눈으로 우리가 이룬 성과와 앞으로의 비전마저 보지 못하는 게 문제다.” ―좁은 눈은 무슨 의미인가. “세계에서 우리 역사를 보고 안 놀라는 사람들이 없다. 하지만 정작 우리 현대사에는 어떻게 우리가 역경들을 잘 극복했는지를 다루는 발전사가 없다. 역사가 팩트가 아닌 이념으로 기록돼서는 안 된다. 이승만 대통령의 공과(功過)가 있는데, 4·19혁명이 일어나자 백성들이 원하면 물러나야지라며 지팡이 하나 짚고 내려왔다. 그게 민주주의다.” ―팬데믹 이후 교회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비전은 어떤가. “코로나도 능히 극복할 것이다. 교회는 지하묘지인 카타콤에서 300년 동안 숨어 지내면서도 끝내 이겨냈다. 코로나 시대에 희망이 무너진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소망의 메시지가 중요하다. 복음이 갖는 능력 때문에 가능하다.” ―일부 목회자의 정치 활동으로 종교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요 정통 교회의 리더들이 호응하지 않았다. 소수가 된 그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낼수록 그 울림은 작아질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당들의 경선이 한창이다. “먼저 남을 악하게 표현하는 말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언어는 인격이다. 인격자는 공부를 많이 하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게 아니라, 자기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을 의미한다. 광복 이전은 도산 안창호 선생, 광복 이후에는 가나안농군학교를 설립한 김용기 장로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두 분 모두 변변한 학력이 없지만 자신의 말에 책임을 졌다.” 홍 목사는 다음 달 초 은퇴 선교사 등을 위한 노인복지주택 출범을 앞두고 있다. 주변에 산책로와 14개의 기도실이 있는 겟세마네 동산도 조성됐다. 한국어를 비롯해 히브리어, 몽골어, 타갈로그어, 태국어 등 24개 언어로 된 기도문이 산책로 벽면에 설치됐다. 14개의 숫자는 예수와 12제자, 사도바울을 상징한다. ―복지주택 건립에 5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는데…. “수십 년 해외에서 살다 돌아온 선교사들의 가장 큰 고민이 귀국 후 거주할 곳이 없다는 문제였다. 가평 등 경기도 주변에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적지 않다. 선교사들이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은퇴 후 사역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가평=김갑식 문화전문 기자 dunanworld@donga.com}
“우리나라는 유라시아 대륙의 대부분이 공산화되는 세계적인 조류를 거스르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 큰 발전을 했습니다. 절망의 시대를 넘어서 대한민국을 굳건히 이루었을 뿐 아니라 반만년 역사 가운데 진정한 자유를 구가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세계가 놀라는 경제발전과 문화수출국도 이뤘습니다.” 12월 출간되는 대담집 ‘홍정길의 나라와 교회를 생각한다’의 일부다. 남서울은혜교회 원로 목사이자 장애인을 돕는 밀알복지재단 이사장인 홍정길 목사(79)는 작고한 하용조 옥한흠 목사, 이동원 목사(75)와 함께 ‘복음주의의 네 수레바퀴’로 불려온 개신교 원로로 진보, 보수에 관계없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은 인물이다. 지난달 30일 경기 가평군 설악면 ‘생명의빛홈타운’에서 대담집과 은퇴 선교사 등을 위한 노인복지주택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홍 목사를 만났다. ―어떤 책인가? “선교사이자 목회자 신학자로 살며 영국에서 활동 중인 최종상 교수와의 대담 형식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5세 때 해방을 맞았고 초등학교 4학년 때 6·25전쟁을 겪었다. 이후 우리나이 여든이 될 때까지 우리 현대사의 숱한 역사적 순간들을 겪었다. 책은 80년 인생보고서이자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이 땅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온 80년 여정이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관점에서 본 우리 역사는 어떤가. “이른바 적폐라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은 적폐가 그대로고, 우리는 극복해왔다는 게 다르다. 그 극복이 영광이자 축복이다. 적폐의 좁은 눈으로 우리가 이룬 성과와 앞으로의 비전마저 보지 못하는 게 문제다.” ―좁은 눈은 무슨 의미인가. “세계에서 우리 역사를 보고 안 놀라는 사람들이 없다. 하지만 정작 우리 현대사에는 어떻게 우리가 역경들을 잘 극복했는지를 다루는 발전사가 없다. 역사가 팩트 아닌 이념으로 기록돼서는 안 된다. 이승만 대통령의 공과(功過)가 있는데, 4·19 혁명이 일어나자 백성들이 원하면 물러나야지라며 지팡이 하나 짚고 내려왔다. 그게 민주주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이후 교회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비전은 어떤가. “코로나 19도 능히 극복할 것이다. 교회는 지하묘지인 카타콤에서 300년 동안 숨어 지내면서도 끝내 이겨냈다. 코로나 시대에 희망이 무너진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소망의 메시지가 중요하다. 복음이 갖는 능력 때문에 가능하다.” ―일부 목회자들의 정치 활동으로 종교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주요한 정통 교회의 리더들이 호응하지 않았다. 소수가 된 그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낼수록 그 울림은 작아질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고 주요 정당의 경선이 한창이다. “먼저 남을 악하게 표현하는 말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언어는 인격이다. 인격자는 공부를 많이 하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게 아니라, 자기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을 의미한다. 해방 이전은 도산 안창호 선생, 해방 이후에는 가나안농군학교를 설립한 김용기 장로를 모범이다. 두 분 모두 변변한 학력이 없지만 말에 책임을 진 분들이다.” 홍 목사는 11월 초 은퇴 선교사 등을 위한 노인복지주택 오픈식을 앞두고 있다. 주변에 산책로와 14개의 기도실이 있는 겟세마네 동산도 조성됐다. 한국어 히브리어를 비롯해 몽골어 타갈로그어 태국어 등 24개 언어로 된 기도문이 산책로 벽면에 있다. 14개의 숫자는 예수와 12제자, 사도바울을 상징한다. ―5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는데…. “수십 년 해외에서 살다 돌아온 선교사들의 가장 큰 고민이 귀국 후 거주할 곳이 없다는 문제였다. 가평을 비롯한 경기도 주변에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적지 않다. 선교사들이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은퇴 후 사역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가평=김갑식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강원 평창군에 있는 월정사는 다음 달 8∼10일 ‘천년의 숲, 희망이 불다’를 주제로 ‘2021 오대산 문화축전’을 개최한다. 첫날인 8일 오후 1시 김덕수 사물놀이와 엠비크루의 비보잉 공연을 시작으로 개막식이 열리며, 오후 2시 녹색미래를 주제로 한 좌담회가 진행된다. 월정사 경내 팔각구층석탑 주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하는 ‘월정사 탑돌이’(강원도 무형문화재·사진) 행사가 열린다. 9일 오후 3시부터는 뮤지컬 ‘명성황후’ 음악감독으로 알려진 박칼린 감독의 ‘리파카 무량’이 공연된다. 리파카는 산스크리트어로 석공(石工)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젊은 무량 스님이 최고의 석공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10일에는 오대산 명상지도자 대담이 이어진다. 행사 기간 중 한강시원제, 한강·생명문화제, 탄허 대종사 휘호대회, 오대산 전국 학생 백일장 등도 열린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중앙에 집중된 문화를 지방의 여건에 따라 다양화하는 지역 문화 분권화가 필요하다”며 “오대산 문화축전을 통해 강원도 문화유산에 담긴 정신이 제대로 발현될 때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참석이 제한된 행사들은 유튜브로 생중계된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서울 관악구 정혜사 주지 성보 스님(64)과 기원 스님(39)은 스승과 제자이자 모녀(母女) 이상의 인연을 40년 가까이 이어왔다. 기원 스님이 스승을 부르는 호칭은 주지 스님이지만 급할 때는 “엄마”다.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가슴으로 키워준 ‘엄마 스님’이다. 23일 정혜사에서 이들을 만났다.○ 삭발하는 날 2006년 겨울 기원 스님은 출가를 결심하고 삭발했다. 경원대에서 플루트를 전공한 그의 졸업 연주회 다음 날이었다. 그날 기억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평소 ‘너는 머리 깎지 마라. 밖에 나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살라’고 했죠.”(성보 스님) “저는 한번도 절을 떠난다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기원 스님) “삭발식 하는 날 제가 더 울었어요. 얘는 너무 담담한 거 있죠.”(성보 스님) “삭발하는 순간, 몸의 묵은 때를 벗겨내는 것처럼 편안했어요.”(기원 스님) 삭발 전날 밤 절에서는 플루트 소리가 흘러나왔다. 승복을 입은 성보 스님이 졸업 연주회에서는 연주에 방해가 될까 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연을 지켜본 까닭이다. 드레스 차림의 기원 스님은 엄마 스님만을 위한 한밤의 연주회를 펼쳤다. 2007년 중앙대 예술대학원 작곡과에 진학한 기원 스님은 “출가자가 전업 연주자로 활동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작곡이 명상음악과 찬불가, 동요 등 여러 분야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엄마 스님 이들의 인연은 1982년으로 거슬러간다. 성보 스님은 서울 노원구 기원사에서 총무 소임을 맡고 있었다. 사찰에 맡겨지는 ‘업둥이’들이 드물지 않던 시절이었다. 갓 100일이 지나 들어온 한 아이가 유난히 병치레가 많았다.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성보 스님을 엄마라고 부르게 했다. “나중에 아이의 호적을 만드는데 사찰명을 따서 이름과 법명이 기원이 됐죠.”(성보 스님) “어려서나 사춘기 때나 저는 힘든 게 없었어요. 스님이 저를 워낙 잘 키우신 거죠. 절에 친구들을 데려와 엄마라고 소개하기도 했어요.”(기원 스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로 활동 중인 김형주 씨(24)도 정혜사에서 성장했다. 국제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뒤 현재 독일 베를린국립음대에서 유학 중이다. “형주 일은 기원 스님이 다 알아서 했죠. 이 스님이 우겨서 해외 콩쿠르 출전시키고 모든 일을 했어요.”(성보 스님) “제가 중학교 때 형주를 만났어요. 스님이 저를 그렇게 키워서 그런지, 아이들 공부에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어요.”(기원 스님)○ 무서운 돈 성보 스님은 인연이 닿은 아이들이 클래식 악기를 배우도록 도왔다. 자신이 음악을 좋아한 데다 절집 밖에서 공부하고 사회로 나아가야 할 아이들을 위한 배려였다. “아이들이 외롭게 커서 악기나 노래가 부모 이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성보 스님) “방과후 수업으로 여러 악기를 했는데 다른 것은 중간에 포기했는데 플루트는 끝까지 한 거예요. 형주도 저를 따라 플루트를 배웠는데 안 맞았어요. 그러다 콘트라베이스 소리를 듣더니 ‘슬픈 소리다. 마음이 찡하다’고 했어요. 그게 전공이 됐죠.”(기원 스님) 이들은 음악이 아이들의 재능을 키우고 지역의 문화적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플루트 첼로 바이올린 등을 가르치는 주말 어린이법회를 열고, 1년에 4차례 템플콘서트를 개최했다. “절집 시줏돈 갖고 불사(佛事)나 하지 이상한 악기 가르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죠. 하지만 제가 도(道) 통하려고 선방 들어가 앉아 있는 것도 아니니,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는 게 더 중요하죠.”(성보 스님) “‘너희들은 내 돈이 아니라 시줏돈을 갚아야 한다. 가장 무서운 돈이니 그만큼 베풀라’는 스님 말씀을 실천해야죠.”(기원 스님)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퍼타일 크레슨트(Fertile Crescent)는 고대 근동문명의 요람이 된 ‘비옥한 초승달’ 지대를 말한다. 1916년 미국 고고학자 제임스 헨리 브레스테드가 처음 언급한 이 단어는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이 흐르는 메소포타미아 문명 일대를 주로 가리킨다. 인문지리학을 전공하고 고려대 교수, 한국도시지리학회장을 지낸 저자는 비옥하다는 수식어가 지역을 좁게 해석할 여지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퍼타일 크레슨트는 비옥한 토양의 메소포타미아 일대뿐만 아니라 터키, 아르메니아, 조지아 등 인근의 500만 km²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포괄한다고 봐야 한다는 게 저자의 시각. 퍼타일 크레슨트를 유형별로 분류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메소포타미아 중심의 하천 농업문명, 이집트의 하천형 석조문명, 소(小)아시아로 불리는 아나톨리아를 중심으로 한 고원형 융합문명, 페니키아 중심의 해양형 교역문명이 그것이다. 각 문명권에서는 지역이 갖고 있는 지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여러 국가와 민족이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저자는 “우리는 퍼타일 크레슨트에서 문명 간 상호작용에 의한 창의성, 융합성, 포용성, 진취성을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지도와 깔끔하게 정리한 키워드가 책의 이해를 돕는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14일 별세한 조용기 목사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베다니홀에는 조문 첫날인 15일 오전부터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평일임에도 빈소를 찾아 눈물을 흘리는 신자가 많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는 이날 발표한 ‘조용기 목사님을 떠나보내며’라는 제목의 추모 메시지에서 “조용기 원로 목사님은 한국교회의 거목이요, 세계교회의 위대한 복음 전도자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전을 통해 “목사님은 심장병 어린이 수술 지원과 소년소녀 가장돕기, 국제구호사업 등 다양한 복지 활동을 펼쳤다”며 “상실감이 큰 한국 교회에 진심 어린 추모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 소강석 이철 장종현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등 종교계 인사들도 이날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박병석 국회의장, 김부겸 국무총리, 정세균 전 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여야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등도 빈소를 찾았다. 장례예배는 18일 오전 8시 이 교회 대성전에서 한국교회장으로 치러진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여의도순복음교회 설립자이자 세계적인 복음 전도자로 꼽혀온 조용기 목사가 14일 85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목사 이영훈)에 따르면 조 목사는 지난해 7월 뇌출혈로 쓰러진 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울산 울주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교 2학년 때 폐결핵을 앓던 중 누나의 친구로부터 개신교 신앙을 접한 뒤 미국 오순절교단인 ‘하나님의성회’ 소속 선교사를 만나 신학교 입학을 결심했다. 1958년 순복음신학교를 졸업한 후 평생의 동역자이자 장모인 최자실 전도사와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 천막 교회를 세우고 목회를 시작했다. 천막 교회는 현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전신이다. 6·25전쟁 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에 예수를 믿으면 영혼 구원뿐 아니라 물질 축복과 건강 축복까지 받는다는 ‘3중 축복론’은 이단 논란 속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의도로 교회 자리를 옮긴 뒤 교인 수가 1979년 10만 명, 1981년 20만 명을 넘어섰다. 1993년에는 교인 수 70만 명이 넘는 세계 최대 교회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1988년 일간지 국민일보를 설립했으며 1989년 비정부기구(NGO)인 ‘선한사람들’(현 굿피플)을 세웠다. 1992년부터 2008년까지 세계하나님의성회 총재를 지내며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제3세계 선교에 집중했다. 1997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는 150만 명이 모이는 집회를 개최했다. 1975∼2019년 71개국에서 최소 370차례 부흥회를 인도했다. 북한 복음화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평양에 추진한 ‘조용기 심장전문병원’은 2007년 착공해 골조공사가 마무리됐으나 남북 관계 변화로 미완공 상태로 남아 있다. 2008년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로 추대됐고 이후 영산조용기자선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조용기 목사는 혼돈과 격변의 20세기 후반기에 복음으로 시대를 이끈 위대한 설교자이자 뛰어난 영성가로서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의 부흥을 이끌었다”고 애도했다. 유족으로 2월 작고한 김성혜 전 한세대 총장과의 사이에 장남 희준, 차남 민제(국민일보 회장), 3남 승제 씨(한세대 이사)가 있다.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지며 장례위원장은 한교총 공동대표회장인 소강석 이철 장종현 목사가 맡았다. 빈소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베다니홀에 마련되며 조문은 15일 오전 7시부터 가능하다. 장례예식은 18일 오전 8시 한국교회장으로 치러지며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가 설교를 맡는다. 하관 예배는 같은 날 오전 10시 장지인 경기 파주시 오산리최자실국제금식기도원 묘원에서 열린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사진)가 14일 오전 85세를 일기로 소천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는 조 목사가 이날 오전 7시 13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소천했다고 밝혔다. 조 목사는 지난해 7월 16일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조 목사는 1936년 2월 경남 울주군에서 태어났으며 1958년 순복음신학교를 졸업한 뒤 당시 최자실 전도사와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서 천막 교회를 세우며 목회를 시작했다. 천막 교회는 현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전신이다. 이후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993년 교인 수 70만 명을 넘어서며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 교회로 등재됐다. 1966년부터 1978년까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총회장을 지냈으며 2008년 5월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로 추대됐다. 원로목사로 추대된 이후 영산조용기자선재단 이사장을 지내며 구제 사업을 펼쳐왔다. 유족으로는 지난 2월 작고한 김성혜 전 한세대 총장과의 사이에 장남 희준, 차남 민제(국민일보 회장), 3남 승제 씨(한세대 이사)가 있다.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베다니홀에 마련될 예정이며 서울대병원에는 마련되지 않는다. 장례예식은 18일 오전 8시 한국교회장으로 진행되며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가 설교한다. 장례위원장은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 소강석 이철 장종현 목사가 맡는다. 하관 예배는 같은 날 오전 10시 장지인 경기도 파주시 오산리최자실국제금식기도원 묘원에서 열린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서울 강동구 상일교회 손석일 목사(53)는 국내 개신교계에서 보기 드문 이력의 소유자다. 한양대 공업화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미국 텍사스A&M대에서 토양오염을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공법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 장신대 신학대학원에 진학해 뒤늦게 목회자의 길을 걸었고, 높은뜻숭의교회 부목사를 거쳤다. 9일 상일교회에서 그를 만났다. ―환경공학 박사 출신 목회자는 처음 만난다. “환경공학 박사는 아직 교단(예장 통합)에 없다고 하더라. 한양대, 스탠퍼드대, 장신대에서 석사를 했는데 3개의 석사학위가 있는 목회자도 드물 것 같다(웃음).” ―환경공학은 유망 분야 아니었나. “1994년 미국 유학을 떠나 2002년 귀국했다. 항상 전망만 좋고, 1997년 외환위기 등 어려운 시절에 가장 먼저 정리되는 게 환경 분야다. 과거에 비하면 기업이나 정부는 물론이고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라돈 침대나 미세먼지 등 환경 이슈를 자신들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세상이 됐다.” ―공학자에서 목회자로, 쉽지 않은 결단이다. “처음에는 평신도 사역자로 살 생각이었는데 점점 확신이 커졌다. 요한복음 15장에 ‘너희는 내가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는 구절이 있다. 큐티(QT) 중 이 구절을 떠올리면서 기도했는데 하나님의 나를 향한 부르심은 목회자라는 결론을 얻었다.” ―목회자의 길은 어땠나. “신학대학원에 진학할 무렵 내게 주어진 행운이 높은뜻숭의교회 김동호 목사님과의 만남이다. 그곳과 나중에 분립한 높은뜻정의교회에서 특별전도사와 부목사로 일하면서 목회자로 바로 서게 됐다.” ―상일교회는 어떤 교회인가. “6·25전쟁 뒤 1954년 영락교회 전도단의 영향을 받은 이들이 스스로 세운 교회다. 출석 신자 500여 명으로 신자 수가 많지는 않지만 이 지역을 터줏대감처럼 지켰다. 우리 교회는 고덕천 게내 옆 언덕 위에 세워져 열매 맺고 이웃에 그늘도 제공하는 고목 같은 교회다.” ―환경공학과 목회는 연결점이 있나. “신학대학원 면접 때 환경공학과 목회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그때 ‘환경공학은 오염된 환경을 하나님이 만드신 모습으로 회복하는 일이고, 목회는 사람을 하나님이 만드신 모습대로 회복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공통점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영혼구원은 목회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이제 그 역할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이웃, 나아가 환경까지 돌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부와 목회 중 무엇이 더 어려운가. “당연히 목회다. 혼자 열심히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니까. 목회는 관계의 종합예술이다. 선배 목사님들이 대단하신 것 같다.” ―과거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하겠나.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가 경영, 경제뿐 아니라 드물게 공학 분야 전문가도 스카우트해 면접에 참여했다. 면접관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 ‘하나님을 믿은 것’이라고 했다. 정답이 아니었는지 떨어졌다, 하하. 나중에 목회자의 길을 결정하면서 ‘하나님이 목회자 중 드문 공학박사 출신을 스카우트하시는구나’라고 생각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파리 사람들은 파리 식물원 뒤쪽에 한 근엄한 건물로 서 있는 이 식물표본관의 이름이나 존재를 알지 못할뿐더러….” 서문의 일부다. 이 표현처럼 도시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은 동물원 또는 식물원 풍경이다. 식물표본관은 낯선 곳이다. 이 공간에서 전문가들이 부서지기 쉬운 마른 잎과 열매를 다루고, 라벨 작업을 하고, 새로운 발견의 ‘유레카’를 외친다. 식물표본 800여만 점을 보유한 프랑스 국립 파리식물표본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식물학 자료를 소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이곳의 총괄 책임자를 지낸 식물학자 마르 장송이다. 조경사이자 작가인 샤를로트 포브가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이 책은 식물학의 세계를 자전적 에세이 형식으로 안내했다. 식물계통학의 선구자인 투른포르, 생물의 이름을 나타낼 때 속명과 종명을 함께 쓰는 이명법(二名法)을 만든 린네, 아프리카 세네갈을 탐험한 뒤 엄청난 분량의 표본을 남긴 아당송, 박물학자이자 진화론자인 라마르크 등 초창기 식물학자들이 등장한다. “정원사는 식물을 보살피고 식물의 삶을 유지시키는 반면, 식물학자들은 식물을 자르고 식물의 죽음을 관찰해 생물계 속에 제대로 자리 잡게 만드는 사람이다. … 나의 동료 대부분이 그렇듯 린네나 투른포르는 분명 힘들여 제라늄을 키우는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책에 언급되는 학자들의 이름과 업적이 앞부분에 실려 있다. 이를 좀 꼼꼼히 읽어둬야 필자가 식물학 자체와 위대한 학자들에게 느끼는 다양한 감정에 공감하기 쉽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