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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의 포병부대를 찾아 포 실사격을 지시한 것은 9·19 남북 군사합의를 ‘사문화’하는 동시에 9주년(23일)을 맞은 연평도 포격 도발과 같은 상황을 재연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25일 부산에서 막을 올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주관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포 사격이라는 방식으로 견제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으로 한미일 안보 협력 틀이 유지된 상황에 대한 불만을 내비친 것이다. ○ 김정은, ‘임의의 시각에 전투임무 수행 준비’ 김 위원장이 찾은 창린도에서 서해 NLL은 불과 10여 km 떨어져 있다. 북한은 이곳에 중대급 이상의 포병부대를 배치해 놓고 있다. 서해 최전방의 대남 포병기지인 셈이다. 창린도 일대는 9·19 군사합의로 설정된 ‘해상 완충구역(서해 NLL 일대 남북 약 135km 해역, 동해는 남북 약 80km 해역)에 포함된다. 이 구역에선 지난해 11월 1일부터 포 사격은 물론이고 야외기동훈련(해상 및 비행전술훈련 등)이 전면 금지됐다. 해안포의 포구·포신에는 덮개를 설치하고, 포문도 폐쇄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곳을 전격 방문해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한 뒤 즉석에서 목표를 설정해 사격을 지시했다. 인근 해상에 돌출된 암석이나 수역을 향해 포를 쏘라고 명령을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군은 사격에 동원된 포의 종류와 발수, 사격 방향 등은 보안을 이유로 함구하고 있다. 다만 북한 매체가 공개한 김 위원장의 시찰 사진을 볼 때 76mm(사거리 약 12km) 또는 122mm 해안포(사거리 약 27km)를 사격한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최단 시간에 해안포 수십 발을 쏴 표적에 대한 명중률을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싸움 준비와 전투력 강화가 곧 최대의 애국”이라며 “철저한 무기체계 점검과 기술관리를 통해 임의의 단위가 임의의 시각에도 전투임무 수행에 동원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9·19 합의 보란 듯이 정면 위반 김 위원장의 이런 행보는 문 대통령과 맺은 9·19 군사합의를 보란 듯이 깨뜨렸다는 데 별 이견이 없다. 그동안 북한의 각종 도발에 대해 9·19 군사합의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던 국방부도 이날만큼은 ‘합의 위반’이라며 북한에 유감을 공식 표명했다. 군이 북한에 대해 9·19 합의 위반을 공개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정부 당국자는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발표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불참 통보에 이어 해안포 부대 현장 시찰 등을 통해 김 위원장이 비난 메시지를 직접 발신한 만큼 북한이 남북관계를 후순위로 돌린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이 다가오자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대남·대미 압박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등 대남 신종 타격수단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로는 미국이 꿈쩍하지 않자 연평도 포격 도발 9주년에 맞춰 남북 접경지역에서 국지적 긴장을 극대화하는 도발을 강행할 의도를 내비쳤다는 것. 군 소식통은 “북한이 서해 NLL과 서북도서 인근에 포격을 하거나 아군 함정을 위협하는 등 ‘벼랑끝 전술’을 재연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창린도 방문 시기도 의미심장하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3일이나 그 이전에 창린도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평도 포격 도발 9주년과 미 공군 B-52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인근 전개(22일)의 맞대응 조치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한일 간 막판 타결로 22일 지소미아가 조건부 연장된 것에 반발하는 한편 부산에서 개막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문 대통령의 초대를 거부한 김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재를 뿌린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정은이 아세안 정상들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작정하고 모욕 주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 항의하지 않고 침묵한다면 정상 국가의 지도자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항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 / 황인찬 기자}
북한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막일인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서해 접경지역 섬에서 해안포 사격을 단행했다고 공개했다. 국방부는 “서해 완충구역 일대에서의 해안포 사격훈련 관련 사항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격은 지난해 남북이 체결한) 9·19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북한을 비판했다. 하지만 북한의 해안포 사격은 연평도 포격 도발 9주년(11월 23일)에 단행된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어, 정부가 포격 사실을 알고도 이틀 뒤 북한 매체가 보도한 후에야 공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오전 6시 17분 김 위원장의 황해도 남단 창린도 군부대 시찰을 보도하며 “(김정은이) 전투직일근무를 수행하고 있는 해안포 중대 2포에 목표를 정해주시며 한번 사격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군인들은 훈련하고 연마해온 포사격술을 남김없이 보여드리고 커다란 기쁨을 드렸다”고도 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76mm 또는 122mm의 해안포를 사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싸움 준비가 곧 애국” “임의시각 전투임무 수행에 철저히 준비” 등 실전태세를 강조했다. 사격이 이뤄진 창린도는 황해도 남단, 백령도 남동쪽에 위치한 접경 도서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10여 km 떨어져 있어 ‘9·19 남북 군사합의’로 설정된 ‘해상 완충구역’(적대행위 금지구역)에 포함된다.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9·19군사합의 1조 2항에는 남북 접경지역에서 ‘포 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 조치를 취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날 국방부는 지난해 군사합의 체결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9·19군사합의를 위반했다”고 밝히면서도 해안포 사격량과 시점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북한은 이번 도발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에서 열리는 최대 국제행사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막일에 공개하면서 북-미 비핵화 줄다리기를 앞두고 워싱턴 등 국제사회의 이목을 더 끌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연말 대남, 대미 압박을 더 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노림수는 결국 연내 비핵화 대화를 놓고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것인 만큼 추가적인 대남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황인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백두산 백마 등정으로 ‘웅대한 작전’을 예고한 이후 대남 압박의 강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발표에 이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불참 통보에 이어 이번 서해 해안포 사격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지난해 합의한 9·19 남북 군사합의까지 무력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 북한이 정한 미국과의 비핵화 담판 시한이 한달 남짓 남은 만큼 추가 도발을 통해 비핵화 협상력 높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김 위원장이 직접 대남 압박에 나서면서도 대미 압박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김계관 고문, 김명길·권정근 순회대사,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 인사들을 내세우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는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대남을 향해서는 김 위원장이 나서 “당분간 대화는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대표적 성과를 꼽는 ‘9·19 군사합의’를 이번에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점을 정부는 심각하게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금강산과 해안포 부대 현장 시찰 등을 통해 김 위원장이 직접 비난 메시지를 발신한 만큼 북한이 남북 관계는 일단 후순위로 돌린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미 남한과는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기조를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9·19 군사합의의 의도적인 위반은 결국 중국과 러시아를 통한 군사협력 강화의 ‘플랜B’를 추진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것이다. 최선희 제1부상이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 제1회 북-러 전략대화를 가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이 비핵화 양보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내년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길’을 밝힐 가능성이 있는데 그 하나로 중국, 러시아의 군사적 연대를 적극화할 수 있다”며 “북중러 연대 강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남한과의 군사적 긴장 관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하는 친서를 보냈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북한이 공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1일 “11월 5일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이번 특별수뇌자회의(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주실 것을 간절히 초청하는 친서를 정중히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어 “남측의 기대와 성의는 고맙지만,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부산에 나가셔야 할 합당한 이유를 끝끝내 찾아내지 못한 데 대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친서가 온 후에도 몇 차례나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못 오신다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청을 보내왔다”며 청와대가 친서에 이어 특사 파견을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북한은 김 위원장 불참 이유에 대해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에서 한 약속이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는 지금의 시점에 형식뿐인 북남수뇌상봉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고 했다. 이어 “종이 한 장의 초청으로 조성된 험악한 상태를 손바닥 뒤집듯이 가볍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한 오산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모친 서거에 즈음한 김 위원장의 조문에 대해 5일 답신을 보내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이 참석할 수 있다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의 공동노력을 국제사회의 지지로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며 “김 위원장이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자리를 같이하는 쉽지 않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하여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사실 낡긴 낡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너절하다”고 했던 금강산 내 시설 얘기다.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 취재를 위해 찾은 금강산 관광지구 시설물들은 빛바래고 남루했다. 임시 식당으로 사용된 온정각 앞 나무 덱은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발이 빠질까 조심해야 했다. 작별 상봉장인 금강산호텔 외벽은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곰팡이가 슬어 흉물스럽기까지 했다. 도로엔 깨진 콘크리트 조각이 나뒹굴었다. 상봉을 앞두고 급히 보수된 이산가족면회소 1, 2층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그러나 비상구 계단엔 곰팡이 냄새도 났다. 지하에 차 있던 오물은 퍼냈지만 아래서 올라오는 썩은 내는 감추지 못한 것이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20년, 남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지 10년 남짓 되면서 시설들은 그렇게 흉물처럼 변해 있었다. 김정은의 역정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그는 남측 시설물을 “싹 들어내라”고 했다. 이런 북한 태도가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김정은은 지난달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오른 뒤 ‘웅대한 작전’을 예고했는데 북한 매체들은 금강산 시설 철거 및 북한식 재개발을 ‘웅대한 조치’로 선전하고 있다. 정부는 금강산 내 남한 시설을 철거하겠다는 김정은의 결정에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고 하지만 북한은 거부하고 있다. 철거 관련 최후통첩장까지 보낸 상황이다. 대미 압박을 위해 금강산 시설물 일부를 전격 철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관가에선 나온다. 이렇듯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반면 남북 간 협의 내용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협상 과정을 비공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협상 과정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하지만 지난해 남북 교류 과정을 상세히 공개했던 정부가 정체 국면이 되자 대북 정보에 입을 다물었다는 말도 나온다. 이제라도 정부가 금강산과 관련해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 있다. 시설 노후화와 관련된 책임이 남과 북 어디에 있냐는 것이다. 북한은 우리가 미국 눈치를 보면서 사업을 재개하지 않아 막대한 손해까지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측 시설 철거 시 우리의 보상 요구를 외면하려고 분위기 조성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시설 노후화의 원인인 금강산 관광 중단은 엄연히 북한 책임이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 사건으로 중단됐다. 이후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대북 제재로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허나 정부 어느 곳에서도 이런 지적을 듣긴 힘들다. 이런 가운데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워싱턴에 가서 “변화된 조건과 환경을 고려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활성화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현대아산은 금강산에 사업권 대가와 시설 투자를 합해 모두 7670억 원을 투자했고 정부도 598억6000만 원을 투입한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은 “자격을 상실했다”며 남한의 금강산 권리를 부인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 기업인의 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세금을 헛되이 썼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에 관광 중단과 시설물 노후의 책임을 따져야 한다. 관광 재개 논의는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황인찬 정치부 차장 hic@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하는 친서를 보냈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북한이 공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1일 “11월 5일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이번 특별수뇌자회의(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주실 것을 간절히 초청하는 친서를 정중히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어 “남측의 기대와 성의는 고맙지만,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부산에 나가셔야 할 합당한 이유를 끝끝내 찾아내지 못한 데 대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친서가 온 후에도 몇차례나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못 오신다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청을 보내왔다”며 청와대가 친서에 이어 특사 파견을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북한은 김 위원장 불참 이유에 대해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에서 한 약속이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는 지금의 시점에 형식뿐인 북남수뇌상봉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고 했다. 이어 “종이 한장의 초청으로 조성된 험악한 상태를 손바닥 뒤집듯이 가볍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한 오산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모친 서거에 즈음한 김 위원장의 조문에 대해 5일 답신을 보내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이 참석할 수 있다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의 공동노력을 국제사회의 지지로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며 “김 위원장이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자리를 같이하는 쉽지 않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하여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일 양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한을 이틀 앞두고 막바지 외교전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20일 “현재 한일 핵심 고위급 간에 지소미아 종료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본이 여전히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마지막까지 가능성을 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로선 지소미아 종료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일본에 지속적으로 상황의 엄중함을 알리는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소미아와 관련해 “아직 협의는 하고 있다. 포기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고 마지막까지 협의는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아베 총리를 만난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이 NHK를 통해 밝혔다. 방송에 따르면 가와무라 간사장이 한일 기업의 자발적 기부금과 국민 성금으로 재원을 마련하자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최근 제안을 설명하자 아베 총리는 “양국 간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방안이라면 진전시켜도 괜찮다”고 말했다. 가와무라 간사장은 “아베 총리에게 ‘문 의장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도 청구권협정의 근간을 무너뜨리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지소미아 파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미국의 메시지가 최근 들어 잇따라 도쿄에도 전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러시아에 보내 제1차 북-러 전략대화(the first round of strategic dialogue)를 갖는다. 미국을 향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전에는 비핵화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압박하는 가운데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대미 협상력 강화 및 ‘새로운 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선희는 19일 오후 3시 37분경(현지 시간) 항공편으로 모스크바 현지에 도착해 일정을 시작했다. 이고리 모르굴로프 아태지역 담당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타스통신에 “최선희는 제1차 북러 전략대화를 위해 도착했다”며 “우리는 국제 현안, 역내 문제, 양자 관계 등을 논의할 것이며 이는 일종의 공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까운 미래에 (북-미) 접촉이 재개돼 (북한이) 기조를 변화할 필요가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최선희는 이날 공항에서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차량을 타고 떠났다. 정부 당국은 북-러가 전략 대화란 타이틀로 대화를 시작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앞서 북-중 간에는 전략대화 형식으로 논의를 진행한 바 있지만 북-러 사이에선 처음 등장한 표현이다. 좀더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황인찬기자 hic@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국민이 묻는다―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 종료 사태를 피할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가겠다”며 “일본이 지소미아 종료를 원하지 않는다면 수출 통제 문제 등이 해결되도록 한국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안보에서 한미동맹이 핵심이지만 한미일 간 안보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최대한 일본과 안보상으로 협력하고자 한다”며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한이 있어도 (일본과) 안보상 협력은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부당함과 지소미아 종료의 불가피성을 상세하게 밝혔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을 통제할 때 ‘한국을 안보상으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며 “안보상으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면서 군사 정보를 공유하자고 하면 모순되는 태도이지 않은가”라고 했다. 이어 “(일본이 제기한) 의혹 자체도 터무니없거니와 의구심이 있다면 수출물자 통제를 강화해 달라든지, 수출물자 사용 내역을 알고 싶으니 소통을 강화하자는 식의 요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요구가 없이 갑자기 수출 통제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로서는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를 취했던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고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방파제론’을 꺼내 설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대륙을 막아주는) 우리의 방파제 역할에 의해서 자신의 안보를 유지하고 있다”며 “전체 국내총생산(GDP) 중 한국의 국방비 지출 비율이 2.5%에 가까운 반면에 일본이 1%가 채 되지 않는 것은 (한국이) 일본의 안보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1981년 당시 노신영 외무부 장관이 일본에 “한국이 소련, 중국, 북한의 위협 속에서 대규모 군사력을 유지해 일본의 안보를 지켜 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일본은 한국에 안보 경제협력 자금으로 100억 달러를 달라”고 요구까지 했던 것을 문 대통령이 다시 꺼낸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결국 지소미아 종료로 실질적인 피해를 보는 것은 일본이란 것을 강조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해 “제가 굉장히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는 분야”라며 “(2017년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하면) 지금은 전쟁의 위험은 제거가 되고 대화 국면에 들어서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물론 대화가 아직까지 많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언제 이 평화가 다시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갈지 모른다”면서 “반드시 우리는 현재의 대화 국면을 성공시켜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비핵화 대화에 대해서는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반드시 성과가 있으리라 본다”며 “그러면 남북관계도 훨씬 더 여지가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진출 기업들의 피해 대책과 관련해선 “우리가 이 준비 기간만 잘 넘긴다면 그 뒤엔 빠르게 복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연합 공중훈련 연기 발표 하루 뒤인 18일 공수부대 강하훈련 참관 보도를 통해 “인민군 부대들의 전쟁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훈련 연기 결정으로 북-미 협상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에 추가 양보를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저격병구분대(공수부대)들의 강하훈련을 지도하시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강하 훈련에 대해 “정말 볼 멋이 있다” “용맹스럽고 미더운 진짜배기 싸움꾼들” 등으로 대만족을 표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는 이어 “한 가지 훈련을 해도 전쟁 환경을 그대로 설정하고 실용적으로 참신한 실동 훈련을 강도 높이 벌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단독 강하훈련 참관 보도는 2013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이틀 전 전투비행술경기대회 참관 보도에 이어 군사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강하훈련은 남한 후방에 기습 침투해 주요 시설 및 요인, 공군 조종사 타격 등을 주목적으로 하는 만큼 대남 및 대미 압박 성격”이라고 말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이날 이례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언급하기도 했다. 조선신보는 칼럼을 통해 “조선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후의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도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요즘은 그(트럼프 대통령)가 심각히 고민하고 심사숙고하고 있는 모습과 함께 평양을 방문하는 또 하나의 역사적인 장면도 그려 보곤 한다”고 밝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미 양국이 이달 중순 예정됐던 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유예한 것은 실무진의 반대를 무릅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간) 트위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나는 당신이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줄 유일한 사람”이라며 “빨리 행동에 나서 협상을 타결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에게 중국, 러시아와 밀착해 ‘새로운 길’을 찾지 말라는 압박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곧 보자!”며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트위터를 올린 시점은 훈련 유예가 발표된 지 10시간 만이었다. 지난달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북-미 협상과 관련해 내놓은 첫 반응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직접 언급한 것은 3개월여 만이다. 그는 8월 10일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언급하며 “친서에는 단거리 미사일 실험에 대한 작은 사과 또한 담겨 있었다”며 “김 위원장을 머지않은 미래에 만나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이번 (연합공중훈련 유예)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과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연합공중훈련의 축소나 연기에 내부적으로 반대했던 기류가 불과 보름 만에 확 바뀐 것은 북한이 정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마지막까지 외교적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비공개 기자간담회에서 “(북-미 협상의) 외교적 공간이 닫히고 있다”며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핵 위기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톱다운 방식으로 북한과의 외교적 성과를 만들어볼 기회를 노리는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내민 카드에 북한이 호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훈련 유예 발표 직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을 문제 삼으며 “미국과 마주앉을 의욕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북한이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등을 부차적인 문제로 선을 긋고 북한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의 선제적 제거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북-미의 실무협상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이번 결정이 김정은의 행동과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할 것”이라며 “북한은 내놓는 것은 없으면서 위협을 통해 양보를 얻어내려는 기존 방식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4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미 실무회담이 11월 중, 늦어도 12월 초 개최가 예상 된다. 10월 5일 스톡홀름 실무접촉을 통해 장시간 상호입장을 확인한 만큼 다시 한 번 만나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갈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고 정보위원들이 전하기도 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황인찬기자 hic@donga.com}
정부가 북한으로부터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와 관련한 최후통첩 통지문을 받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다가 북한 매체가 공개하자 뒤늦게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 어민의 북송 논란에 이어 금강산 문제까지 예민한 남북 현안은 덮어두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통일부는 15일 “이달 11일 북측은 마지막 경고임을 밝히면서 시설 철거 문제 관련 문서교환 협의를 재주장해 왔다”며 “북측은 오늘 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이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남북 협상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금강산 관련 통지문 수발신 여부를 공개하지 않다가 뒤늦게 북한으로부터 통지문이 왔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 당국은 오늘까지도 묵묵부답하고 있다”며 “우리는 11월 11일 남조선 당국이 부질없는 주장을 계속 고집한다면 시설 철거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일방적으로 철거를 단행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했다. 이어 “(금강산 관련 북한의) 시간표가 정해진 상황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통지문만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허송세월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이 철거 관련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그렇다고 북한에 답하는 통지문도 보내지 않는 정부를 공개 비판한 셈이다. 그러면서 “오물 같은 남측 시설들을 우리의 금강산 특구법에 따라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한 뒤 새로운 금강산 개발에 대해서도 “남조선은 그럴 자격을 상실했다” “끼어들 자리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시설 철거 관련 대면 협상을 통해 북한과 금강산 재개 등을 논의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개발에 끼지 말라”고 일침을 놓은 것이다. 이런 까닭에 정부가 북한의 금강산 시설 철거와 관련한 메시지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미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남북 채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정부가 북한 통지문이나 보도를 보고 의도를 파악하다 오류가 발생한다는 말도 나오는 것. 이와 관련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5일 금강산 사업자들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강산 방문 보도(10월 23일) 이후 북측 입장을 분석하고 나름대로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북한 의중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정부가 북한으로부터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와 관련한 최후통첩 통지문을 받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다가 북한 매체가 공개하자 뒤늦게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 어민의 북송 논란에 이어 금강산 문제까지 예민한 남북 현안은 덮어두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통일부는 15일 “지난 11일 북측은 마지막 경고임을 밝히면서 시설 철거문제 관련 문서교환 협의를 재주장해 왔다”며 “북측은 오늘 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이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납북 협상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금강산 관련 통지문 수발신 여부를 공개하지 않다가 뒤늦게 북한으로부터 통지문이 왔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 당국은 오늘까지도 묵묵부답하고 있다”며 “우리는 11월 11일 남조선 당국이 부질없는 주장을 계속 고집한다면 시설 철거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일방적으로 철거를 단행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했다. 이어 “(금강산 관련 북한의) 시간표가 정해진 상황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통지문만 주고니 받거니 하면서 허송세월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이 철거 관련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이를 외부에 공개 안하고, 그렇다고 북한에 답하는 통지문도 보내지 않는 정부를 공개 비판한 셈이다. 그러면서 “오물 같은 남측 시설들을 우리의 금강산 특구법에 따라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한 뒤 새로운 금강산 개발에 대해서도 “남조선은 그럴 자격을 상실했다” “끼어들 자리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시설 철거 관련 대면 협상을 통해 북한과 금강산 재개 등을 논의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개발에 끼지 말라”고 일침을 놓은 것이다. 이런 까닭에 정부가 북한의 금강산 시설 철거와 관련한 메시지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미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남북 채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정부가 북한 통지문이나 보도를 보고 의도를 파악하다 오류가 발생한다는 말도 나오는 것. 이와 관련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5일 금강산 사업자들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금강산 방문 보도(10월 23일) 이후 북측 입장을 분석하고 나름대로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북한 의중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은 14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힌 지 반나절여 만에 담화를 연달아 내며 적극 화답했다. 연내를 협상 시한으로 정한 북한이 막판 타결을 위해 협상과 압박의 양온 전술에 적극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이날 담화를 통해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미국과 마주 앉을 용의가 있다”며 “우리의 요구사항들이 무엇이고 어떤 문제들이 선행돼야 하는지 명백히 밝힌 만큼 이제는 미국 측이 대답과 해결책을 내놓을 차례”라고 했다. 그는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은 제3국을 통하여 조미 쌍방이 12월에 다시 만나 협상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도 했다. 다음 달 협상 제안을 받아놓은 상황에서 협상 재개를 위한 타협점 찾기에 나선 것이다. 그는 “정세 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는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우리를 협상에로 유도할 수 있다고 타산한다면 문제 해결은 가망이 없다”면서 대조선 적대시 정책 철회를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재차 강조했다. ‘종전선언’ ‘연락사무소’를 꼭 집어 부차적 문제로 간주한 것은 결국 협상 재개를 놓고 제재 해제 같은 ‘몸통’을 내놓으라는 압박으로 읽힌다. 북한은 김 대사의 담화에 이어 약 2시간 만에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사진) 담화를 냈다. 김영철 위원장은 에스퍼 장관의 훈련 조정 발언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믿고 싶으며, 조미 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 측의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남조선과의 합동 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싶다”며 “우리를 자극하는 적대적 도발이 끝끝내 강행된다면 우리는 부득불 미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적인 응징으로 대답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라고 압박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14일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미국과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는 마이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북한과의 협상을 위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힌 지 반나절 만에 나온 것이어서 협상재개 관련 북미 간 접점이 좁혀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수석대표인 김 대사는 담화에서 “우리의 요구사항들이 무엇이고 어떤 문제들이 선행돼야 하는가 명백히 밝힌 만큼 이제는 미국 측이 대답과 해결책을 내놓을 차례”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세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짓장으로 변할 수 있는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개설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우리를 협상에로 유도할 수 있다고 타산한다면 문제해결은 가망이 없다”면서 대조선적대시 정책 철회를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재차 강조했다. ‘종전선언’ ‘연락사무소’를 꼭 집어 부차적 문제로 간주한 것은 결국 협상 재개를 놓고 제재 해제 같은 ‘“통’을 내놓으라는 압박으로 읽힌다. 김 대사는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인) 비건은 제3국을 통하여 조미쌍방이 12월 중에 다시 만나 협상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했다. 이어 “해결책을 마련했다면 직접 설명하면 될 것”이라며 ”미국의 대화 제기가 만남이나 연출하여 시간벌이를 해보려는 술책으로밖에 달리 판단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례적으로 대화 재개를 위한 물밑 접촉 상황까지 공개하면서 미국의 직거래 결단을 촉구한 셈이다. 스톡홀름 노딜 이후 김계관 외무성 고문, 김영철 당 부위원장, 권정근 외무성 순회대사 등을 내세워 압박을 했던 북한이 다시 협상의 얼굴인 김 대사를 내세운 것은 팽팽했던 북-미 기류가 미묘하게 변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앞서 에스퍼 장관은 13일(현지 시간)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차 한국으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외교의 길을 열어놓고 있어야 한다. 외교가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외교(협상)의 필요성에 따라 (한미) 훈련을 더 많게 혹은 적게 조정할 것“이라고도 했다. 불과 일주일 전 데이비드 이스트번 국방부 대변인과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우리는 북한의 분노 수준에 따라 훈련 규모를 조정하지 않는다“고 했던 발언과는 사뭇 달라진 기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한은 13일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더 이상의 인내를 발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될 수도 있는 ‘새로운 길’이 미국의 앞날에 장차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위원회는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보좌하고 있는 최고 정책지도 기관으로 북한이 국무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담화를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미국과 남조선이 계획하고 있는 합동군사연습이 조선반도와 지역의 정세를 피할 수 없이 격화시키는 주되는 요인”이라며 “미국의 분별없는 행태에 대해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공식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적대적 조치만 취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일방만 공약에 계속 얽매여 있을 아무러한 이유도, 명분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이제는 그만큼 여유롭지 않다”고 했다.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약속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 조치를 파기할 수 있다고 노골적인 위협을 내놓은 것. 북한은 또 “미국은 머지않아 더 큰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에 대해 “미국은 남조선을 젖 짜는 암소로 여긴다”며 비난했다. 북한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2일 논평에서 “(주한)미군 유지비 외에 가족들에 대한 지원비, 해외에 배치돼 있는 전략자산들의 유지 및 전개 비용 등 47억∼50억 달러 규모의 방위비를 요구하였다”며 미국의 인상 요구를 ‘날강도적 심보’ ‘빚꾼(채권자) 행사’ ‘무례무도’ 등의 표현으로 비난했다. 다른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한미 연합위기 관리 범위를 ‘한반도 유사시’에 ‘미국의 유사시’로 넓히자는 워싱턴 일각의 기류에 대해 “남조선 청장년들을 해외침략전쟁의 돌격대로 내몰려 한다”고 비판했다. 분담금 협상 등에서 한미동맹의 역할 재정립이 논의되는 양상을 띠자 적극적으로 한미 간 틈 벌리기에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11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련 유엔 총회에서 대미, 대남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북-미 관계가 진전되지 않는 것에 대해 “전적으로 미국이 저지른 정치적, 군사적 도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남북 관계 정체에 대해서는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하고 뒤에서는 초현대적 공격무기를 도입하고 미국과 연합 군사훈련을 하는 남한 당국의 이중적 행동에서 기인한다”고 비난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향한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에 대해 “미국은 남조선을 젖 짜는 암소로 여긴다”며 비난했다. 북한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2일 논평에서 “(주한)미군 유지비 외에 가족들에 대한 지원비, 해외에 배치 돼 있는 전략자산들의 유지 및 전개비용 등 47억~50억 달러 규모의 방위비를 요구하였다”며 미국의 인상 요구를 ‘날강도적 심보’ ‘빚꾼(채권자) 행사’ ‘무례무도’ 등 표현으로 비난했다. 다른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한미 연합위기 관리 범위를 ‘한반도 유사시’에 ‘미국의 유사시’로 넓히자는 워싱턴 일각의 기류에 대해 “남조선 청장년들을 해외침략전쟁의 돌격대로 내몰려 한다”고 비판했다. 분담금 협상 등에서 한미 동맹의 역할 재정립이 논의되는 양상을 띠자 적극적으로 한미 간 틈 벌이기에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11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련 유엔 총회에서 대미, 대남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북-미 관계가 진전되지 않는 것에 대해 “전적으로 미국이 저지른 정치적, 군사적 도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남북 관계 정체에 대해서는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하고 뒤에서는 초현대적 공격무기를 도입하고 미국과 연합 군사훈련을 하는 남한 당국의 이중적 행동에서 기인한다”고 비난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동해상으로 도피했다가 해군에 붙잡힌 북한 주민 2명이 2일 저녁 모처의 중앙합동조사본부로 압송된 직후 처음 거친 일은 대한민국으로의 귀순 여부를 밝히는 거였다. 여기서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히면 조사를 거쳐 북한에 넘겨진다. 오모 씨(22)와 김모 씨(23)는 조사관들이 “정말 한국에 머물겠느냐”고 묻자 “여기 있겠다”며 귀순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한다. 이들은 귀순 의사를 밝힌 일반 탈북민이 밟는 절차대로 자필로 ‘대한민국에 귀순하겠다’는 내용의 서류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씨와 김 씨가 중범죄를 저질렀다지만 자필로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나포 닷새 만에 본인들에게 사전 통보조차 없이 북한으로 추방한 정부 조치를 두고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을 둘러싼 조사와 추방 절차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이뤄졌고 북송 제안도 한국이 먼저 했기 때문이다. 통상 탈북민은 발견 지역에서 일정 기간 지방합동조사를 받지만 이들은 2일 나포된 동해군항에서 당일 곧장 중앙합동조사본부로 넘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들이 2일 자필로 귀순 의사를 밝힌 지 사흘 뒤인 5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한에 이들의 추방 의사를 밝혔다. 이들이 3일 오전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받은 걸 감안하면 추방 결정은 조사 이틀 뒤에 이뤄진 것이다. 귀순 의사를 밝힌 이들은 구체적인 범죄 행태를 털어놓으며 “죽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하는 등 감정 기복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여러 가지 상반된 진술이 있었지만 ‘죽더라도 돌아가겠다’라는 진술도 분명히 했다”고 밝힌 것도 이들이 불안한 심리 상태에서 쏟아낸 여러 발언 중 하나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정부가 북한 주민 2명을 북송시키며 북한이탈주민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탈북민은 신문조사를 바탕으로 통일부 북한이탈주민대책협의회 심의를 거쳐 통일부 장관이 최종적으로 보호 대상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부 관계기관 협의만으로 북송이 결정됐다. 이들이 사전에 북송 사실을 몰랐다는 점에서 정부가 탈북민을 보호 대상에서 제외할 때엔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관련 규정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들을 귀순자로 보지 않았기에 보호 대상 논의도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가정보원이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이 타고 온 목선에는 ‘평양2418’이란 모델명이 붙은 스마트폰과 중국산 레노버 노트북, 미국 업체 가민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비 등이 담겨 있었다. 조동주 djc@donga.com·황인찬 기자}
북한 오징어잡이 배에서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남하했다가 판문점으로 북송된 북한 주민 2명이 나포 첫날 귀순 의사를 밝히는 자필 서류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중범죄를 저지르고 도피했다지만 한국에 귀순하겠다는 의사를 직접 문서로 밝힌 것이라 ‘강제 북송’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오모 씨(22)와 김모 씨(23) 등 북한 주민 2명은 2일 동해상에서 해군에 붙잡힌 후 중앙합동조사본부로 압송돼 신문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조사관들이 “대한민국에 귀순하겠느냐”고 묻자 “여기 있겠다”고 답하고는 자필로 귀순 의사를 밝히는 서류를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조사 이튿날부터 범행에 대해 자백하며 감정 변화가 극심해지긴 했지만 북송될 거란 사실은 7일 판문점에 도착하기 전까지 몰랐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8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신문 과정에서 여러 상반된 진술이 있었지만 ‘죽더라도 돌아가겠다’라는 진술도 분명 했다”며 “귀순 의사가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 내렸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11일 “북한 어선의 경로가 귀순이 아닌 도주로 파악된 점과 신문 진술 등을 종합 판단한 결과 귀순의 진정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조동주 djc@donga.com·황인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