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수

홍정수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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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사회부, 편집부를 거쳐 다시 정치부에서 취재중입니다.

hong@donga.com

취재분야

2024-10-23~2024-11-22
미국/북미57%
국제정치20%
국제정세5%
유럽/EU5%
국제일반5%
국제경제2%
중국2%
문화 일반2%
인사일반2%
  • “한지붕 네가구 주택 확대”… 캐나다 주거난 대책 시끌

    최근 캐나다에서 주거난이 극심해지며 ‘한 집에 네 가구’가 사는 포플렉스(fourplex) 주택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민자는 늘어났는데도 주택 공급이 제자리걸음을 하자 쥐스탱 트뤼도 총리(사진)가 올 초부터 추진해온 대책이지만 반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원래 한 층당 여러 가구가 사는 북미권의 다세대주택은 주로 복층 듀플렉스(2가구용)나 트리플렉스(3가구용) 형태가 많다. 그런데 최근 주택값이 치솟자 캐나다 정부는 공급을 빠르게 늘리려 포플렉스(쿼드플렉스)를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총리실은 4월 올해 예산 방향을 발표하며 “현재 젊은이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주택”이라며 “더 많이 더 빨리 짓고 더 싸게 만들겠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캐나다에는 이민자가 120만 명 넘게 유입되면서 주택이 크게 부족해졌다. 같은 해 7월 밴쿠버의 침실 1개짜리 주택 월세는 전년 대비 20% 뛴 평균 2981달러(약 300만 원)였다. 영국 BBC 방송은 3일 “캐나다에서 집값이 폭등한 건 노동력 부족과 복잡한 건설 인허가 절차 외에도 캐나다 특유의 문화도 한몫했다”고 진단했다. 캐나다의 주거 형태는 주로 고층아파트와 단독주택으로 양분돼 있다. 주거 문제 전문가인 앨릭스 보지코빅은 “아파트는 이민자 등 서민층이 주로 산다는 계급주의적 인식 때문에 토론토는 1910년대부터 택지를 단독주택용과 아파트용으로 분리하는 정책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주요 도시들은 ‘중간 형태’에 해당하는 다세대주택 신규 건설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약 100년 만에 상황이 뒤집혔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트뤼도 총리의 정책을 “포플렉스를 넘어 파이브·식스플렉스까지 허용하겠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최대 도시인 토론토와 수도 오타와가 있는 ‘캐나다의 중심’ 온타리오주는 반발이 극심해 ‘님비’(지역이기주의)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인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도 최근 “마을 한가운데에 8층짜리 다세대주택이 들어오면 고함 소리가 터져 나올 것”이라고 했다. 온타리오주 야당은 “단독주택에 살 여유가 없으면 환영받지 못한다는 차별적 메시지”라고 비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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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난 캐나다, ‘한 지붕에 4가구 주택’ 부동산 대책 두고 시끌

    최근 캐나다에서 주거난이 극심해지며 ‘한 집에 네 가구’가 사는 포플렉스(fourplex) 주택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민자는 늘어났는데도 주택 공급이 제자리걸음을 하자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올 초부터 추진해온 대책이지만 반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원래 한 층당 여러 가구가 사는 북미권의 다세대주택은 주로 복층 듀플렉스(2가구용)나 트리플렉스(3가구용) 형태가 많다. 그런데 최근 주택 값이 치솟으며 원성이 높아지자 캐나다 정부는 공급을 빠르게 늘리려 포플렉스(쿼드플렉스)를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총리실은 4월 올해 예산 방향을 발표하며 “현재 젊은이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주택”이라며 “더 많이 더 빨리 짓고 더 싸게 만들겠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지난해 캐나다에는 이민자가 120만 명 넘게 유입되면서 주택이 크게 부족해졌다. 같은해 7월 밴쿠버의 침실 1개짜리 주택 월세는 전년 대비 20% 뛴 평균 2981달러(300만원)였다.영국 BBC 방송은 3일 “캐나다에서 집값이 폭등한 건 노동력 부족과 복잡한 건설 인허가 절차 외에도 캐나다 특유의 문화도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캐나다의 주거 형태는 주로 고층아파트와 단독주택으로 양분돼 있다. 주거 문제 전문가인 앨릭스 보지코빅은 “아파트는 이민자 등 서민층이 주로 산다는 계급주의적 인식 때문에 토론토는 1910년대부터 택지를 단독주택용과 아파트용으로 분리하는 정책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주요 도시들은 ‘중간 형태’에 해당하는 다세대주택 신규 건설도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하지만 약 100년 만에 상황이 뒤집혔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트뤼도 총리의 정책을 “포플렉스를 넘어 파이브·식스플렉스까지 허용하겠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최대 도시인 토론토와 수도 오타와가 있는 ‘캐나다의 중심’ 온타리오주는 반발이 극심해지며 ‘님비’(지역이기주의)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고 한다.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도 최근 “우리 주민들은 단독주택과 타운하우스를 원한다”면서 “마을 한가운데에 8층짜리 다세대주택이 들어오면 고함 소리가 터져 나올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반대했다. 온타리오주 야당은 “단독주택에 살 여유가 없으면 환영받지 못한다는 차별적 메시지”라고 비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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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건이 품은 뜨거운 햇빛냄새[소소칼럼]

    이제는 내게 없는, 그 여름 옥상의 풍경들스물셋까지 내내 살았던 우리 집은 동서로 긴 2층짜리 다세대 주택이었다. 옥상엔 한가운데 불법 증축한 옥탑방과 LPG 가스통 두 개가, 양 쪽으론 엉성한 빨랫줄과 텃밭, 전 집주인이 두고 간 장독이 있었다. 시멘트 바닥이 뜨끈했는지 동네 고양이들은 거길 올라와서 배를 내놓고 드러누워 해바라기를 하곤 했다.내가 빨랫줄에 손이 넉넉히 닿을 만큼 크자 엄마는 심부름을 자주 시켰다. 여름 태양은 쨍하도록 하얬다. 대낮의 뙤약볕이 사나움을 거두고 해가 점차 뉘엿해질 무렵이면 엄마는 “정수야, 옥상 가서 빨래 좀 걷어와라.”빨래 걷는 심부름이 그렇게도 좋았다. 너는 건 아직 못해도, 걷는 건 자신이 있었다. 엄마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큼직한 아빠 쓰레빠를 꿰어신고 옥상 계단을 성큼성큼 올랐다. 한낮을 견딘 수건들은 종이처럼 딱딱하고 판판하게 각이 졌다. 한쪽 빨래 집게를 먼저 풀어 왼팔에 수건을 조심히 걸치고, 다른 집게를 풀자마자 잽싸게 나머지를 받쳐 안았다.네 가족의 여름 빨래는 조그만 품에 벅차도록 많았다. 앞이 가려 안 보일 만큼 쌓여야 뿌듯했다. 깨끗하고 따땃한 세상을 한가득 끌어안고선 고개를 폭 파묻었다. 숨을 한껏 들이마시면 작은 허파가 뜨끈하게 부풀었다. 한여름의 열기를 한껏 머금은, 수건이 품은 뜨거운 햇빛 냄새.6월이다. 아파트 1층엔 이제야 햇살이 거실까지 한 뼘씩 걸어들어온다. 단열 유리창을 거친 태양은 미지근하고 얌전하다. 주말 오전은 건조기 옆에 접어둔 빨래 건조대를 베란다 옆에 펼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직 장마는 멀었으니 건조기도 조금은 더 쉬어도 될 테다.푹 젖은 빨래 더미를 전기로 말려내는 건조기는 어째서 그토록 우악스럽단 생각이 드는 걸까. 뜨겁기만 한 빨래 무더기에 처음 얼굴을 묻어보며 생각했다. 올올이 열기로 부푼 수건은 보드랍게 늘어진다. 둔탁한 기계가 다급하게 빨래를 말리는 동안 방에는 햇빛 냄새 대신 묘하고 매캐한 먼지 냄새가 감돌았다.아무래도 기계가 뿜어내는 열풍보단 시간과 바람과 해에 기대는 편이 내게는 더 편안하다. ‘이젠 훌쩍 커서 이것보다 넓다란 이불도 잘만 널 수 있지.’ 매끄러운 플라스틱 봉에 수건을 하나씩 펼쳐 거는 동안 문득 발가락 끝에 미지근한 햇살 가장자리가 닿는다.심부름하러 올라갔다가 사실은 하염없이 딴청부터 피웠던 그때. 너그러워지던 여름볕 아래서 난 무엇을 했었더라. 바람드는 응달에서 조용히 말라갈 수건들을 바라보며 그 여름 옥상의 풍경들을 그려본다.열매가 알알이 여문 앞집의 살구나무, 가만히 눈길 두고 지켜보면 한 몸처럼 천천히 흔들리던 뒷산의 나무들, 어디선가 “하- 하- 하- ”하고 들려오던 이름 모를 새소리, 매일 같은 시간에 계단에 쪼그려 앉아 동네 사람을 구경하던 옆집 혜성이네 할머니, 텃밭에서 잡초처럼 자라나던 딸기와 상추, 꽃 피운 대파 따위의 채소들.그리고 엄마가 “너 여태껏 뭐하니?”하며 올라올 때까지 그것들을 가만히, 아무 생각 없이 오래오래도 바라보았던 햇볕 속의 나.[소소칼럼]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소소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글입니다. 소박하고 다정한 감정이 우리에게서 소실되지 않도록, 마음이 끌리는 작은 일을 기억하면서 기자들이 돌아가며 씁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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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르망디 상륙 80주년에 서방 25개국 정상 총출동 “反러 단결”

    2일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해변 상공에 미군 수송기 ‘C-47’ 세 대가 출현했다. 70명의 각국 민간인 낙하산 전문가들이 차례로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 1944년 6월 6일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을 나흘 앞두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6일 개최될 기념식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반(反)러시아 진영’을 이끄는 서구 25개국 정상이 총출동한다. 2차대전 당시 미국, 영국과 함께 연합군의 주축이었지만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초청받지 못했다. 그 대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참석해 서구의 지속적인 지원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서구 정상들은 이 행사 외에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우크라이나 평화회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등 다음 달 초까지 약 5주간 굵직한 외교 행사에 속속 참석한다. 80년 전 전체주의에 맞서 단결했던 것처럼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에 서방의 단결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분석했다.● 노르망디 해변에서 ‘80년 전 그날’ 재현 2일 상륙작전 재현 행사에 참가한 낙하산 부대원들은 80년 전 연합군이 입었던 군복을 그대로 입었다. 전직 영국 공수부대원인 참가자 닐 햄슬러 씨(63)는 AP통신에 “시간 여행을 한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80년 전 당시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연합군은 해안의 5개 지역에서 ‘불의 우박’으로 표현되는 나치 독일의 공격을 방어하며 당일 새벽 간신히 낙하에 성공했지만 이날 낮 낙하산 부대원들은 화창한 초여름 날씨에 운집한 군중 수천 명은 큰 환호성을 받으며 낙하했다. 종전 후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은 5년마다 열리고 있다. 올해 행사는 80주년이라는 의미 외에도 유럽 땅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는 점, 사실상 생존 참전용사들이 참석할 수 있는 마지막 행사라는 점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생존자가 대부분 100세 전후의 고령이기에 2029년 열릴 85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최근 미국 재향군인회는 “2차대전 당시 복무한 미군 1640만 명 중 올해 말 생존자는 10만 명 미만, 5년 후에는 수백 명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당국은 올해 행사를 사상 최대 규모로 치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행사장 곳곳에는 노병들을 위한 의료진이 대기한다. 당국은 이들의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6일 기념식에 각국 국가원수들과 이들을 동시에 입장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크라, 美 하이마스로 러 영토 첫 공격 최근 러시아군에 완연한 열세를 보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돕기 위한 서방의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31일 “미국산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것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독일, 영국 등도 비슷한 방침이다. 최근 러시아의 공격이 집중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를 사수하려면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하루 뒤인 이달 1일 미국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으로 러시아 본토 목표물을 향한 로켓탄을 처음 발사했다. 2022년 2월 전쟁 발발 후 미국 무기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쓰인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 유명 군사 블로거 예브게니 포두브니는 텔레그램에 러시아 영토에 떨어진 하이마스 포탄의 파편 사진 여러 장을 올렸다. 러시아는 이 같은 행보에 대해 ‘핵 위협’까지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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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죄” 34번 선언에 꿈쩍 않던 트럼프, 법정 나서며 “치욕스럽다”

    “유죄(Guilty).”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이 열린 뉴욕 맨해튼 법정. 그의 유죄 여부를 판가름하는 12명의 배심원단을 대표하는 배심원단 대표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34개 혐의에 대해 약 3분간 총 34번 ‘유죄’를 선언했다.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모든 혐의에 대한 유죄 평결이 내려지는 동안 입술을 다문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평결 발표를 마친 뒤 배심원단 각각의 얼굴을 찬찬히 응시했다. 법정을 가득 채운 기자들이 앞다퉈 평결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면서 과부하로 법정 내 무선 인터넷이 잠시 끊기는 일도 벌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결이 끝난 후 자신의 3남 2녀 중 이날 법정에 나온 차남 에릭과 악수했다. 에릭은 법정을 나오는 부친의 등에 손을 얹었다. 장녀 이방카는 인스타그램에 젊은 시절의 부친이 꼬마 소녀였던 자신을 안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사랑해요, 아빠’라고 썼다. 법정 밖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와 반대파들이 세 대결을 펼쳤다. 환호성을 지른 반대파의 목소리가 워낙 커 재판이 열렸던 법정 건물 15층 복도까지 들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조 바이든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도 환호가 터졌다고 덧붙였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무죄!(Not Guilty)”를 외쳤고 일부는 욕설을 퍼부었다. 일부 지지자는 ‘2020년 대선 사기’를 주장하는 의미에서 거꾸로 된 성조기를 흔들었다. 평결 전만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 토드 블랜치 변호사의 표정은 밝았다. 두 사람은 얼굴을 가리고 웃으며 농담도 주고받았다. 하지만 재판을 담당하는 후안 머천 판사가 오후 4시 40분경 “배심원단의 평결이 나왔다”고 밝히면서 법정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후 5시 19분경 상기된 얼굴로 법정을 나왔다. 취재진 앞으로 향하기 전 두어 번 눈을 질끈 감더니 “치욕스럽다(disgrace)”고 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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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34번 “유죄” 낭독될때마다 굳은 표정…반대파 환호성 15층 법정까지 들려

    “유죄(Guilty).”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이 열린 뉴욕 맨해튼 법정. 그의 유죄 여부를 판가름하는 12명의 배심원단을 대표하는 배심원단 대표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34개 혐의에 대해 약 3분간 총 34번 ‘유죄’를 선언했다.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모든 혐의에 대한 유죄 평결이 내려지는 동안 입술을 다문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평결 발표를 마친 뒤 배심원단 각각의 얼굴을 찬찬히 응시했다. 법정을 가득 채운 기자들이 앞다퉈 평결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면서 과부하로 법정 내 무선 인터넷이 잠시 끊기는 일도 벌어졌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결이 끝난 후 자신의 3남 2녀 중 이날 법정에 나온 차남 에릭과 악수했다. 에릭은 법정을 나오는 부친의 등에 손을 얹었다. 장녀 이방카는 인스타그램에 젊은 시절의 부친이 꼬마 소녀였던 자신을 안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사랑해요 아빠’라고 썼다.법정 밖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와 반대파들이 세 대결을 펼쳤다. 환호성을 지른 반대파의 목소리가 워낙 커 재판이 열렸던 법정 건물 15층 복도까지 들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조 바이든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도 환호가 터졌다고 덧붙였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무죄!(Not Guilty)”를 외쳤고 일부는 욕설을 퍼부었다. 일부 지지자는 ‘2020년 대선 사기’를 주장하는 의미에서 거꾸로 된 성조기를 흔들었다.평결 전만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 토드 블랑쉬 변호사의 표정은 밝았다. 두 사람은 얼굴을 가리고 웃으며 농담도 주고 받았다. 기소된 피의자 측이 이렇게까지 유쾌해 보인 적이 드물다고 영국 BBC는 논평했다.하지만 재판을 담당하는 후안 머천 판사가 오후 4시 40분경 “배심원단의 평결이 나왔다”고 밝히면서 법정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후 5시 19분경 상기된 얼굴로 법정을 나왔다. 취재진 앞으로 향하기 전 두어 번 눈을 질끈 감더니 “치욕스럽다(disgrace)”고 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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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티 대지진후 재건 이끈 前총리, 무정부 상태 수습 소방수로

    갱단 폭력 등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있는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국제구호 전문가이자 의사인 개리 코닐 전 총리(58·사진)가 28일 임시 총리로 선출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코닐 전 총리는 산부인과 전문의 출신으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공중보건학 석사학위도 땄다. 이후 유엔, 국제적십자연맹 등 국제기구에서 25년을 일했다. 아이티 공용어인 크레올어, 프랑스어 외에 영어까지 3개 언어에 능통하다. 2010년 1월 최소 31만 명이 숨진 대지진 당시에는 유엔 아이티 특사로 활동하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수석보좌관을 지냈다. 다만 극심한 무정부 상태 속에서 그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는 2011년 10월∼2012년 5월 7개월간 총리를 지냈다. 하지만 미셸 마르텔리 당시 대통령 등과 수시로 충돌하며 인상적인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이티는 대지진으로 국가 인프라가 파괴된 후 국제 원조에 의지해 왔다. 이 와중에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당시 대통령이 괴한의 총격으로 숨진 후 고질적 정정 불안이 심화했다. 특히 올 초부터 몇몇 갱단이 경찰서, 교도소, 공항 등을 점령해 국가 전체가 사실상 마비됐다. 이런 상황에서 취임할 임시 총리의 주요 과제는 “아이티의 치안 유지를 위해 경찰을 파견하겠다”고 밝힌 아프리카 케냐 등 각국의 지원을 얻어내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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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워싱턴에 ‘미중 데탕트 상징’ 판다가 돌아온다

    중국이 올해 말 미국 워싱턴DC 스미소니언 동물원에 판다 한 쌍을 보낸다. 올 2월 “여름에 샌디에이고동물원에 한 쌍을 보낸다”고 발표한 데 이어 세 달만에 다시 ‘판다 외교’를 이어가자, 미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까지 나서 기쁨을 표시했다.미 스미소니언국립동물원은 29일(현지 시간)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한 영상을 통해 판다의 귀환을 알렸다. 바이든 여사는 영상에서 판다 인형을 들고 “판다가 워싱턴에 돌아온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국야생동물보호협회도 이날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미 워싱턴DC 국립동물원과 새로운 판다 국제 보호·연구 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1972년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앞서 국립동물원에 판다 한 쌍을 보낸 이래, 판다는 50여 년간 양국 ‘데탕트(긴장 완화)’를 상징하는 존재였다. 바이든 여사 이전 미 영부인들도 판다 외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1984년 낸시 레이건 여사는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야생 판다 보호를 위한 모금에 나섰고, 2015년 미셸 오바마 여사는 시진핑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당시 갓 태어난 새끼 판다에게 ‘베이베이’란 이름을 붙여줬다.하지만 최근 미중 관계가 악화된 뒤 지난해 11월 스미소니언에 있던 자이언트 판다 3마리는 계약이 만료돼 중국으로 돌아갔다. 중국이 미국 내 여러 동물원에 판다를 임대하면서 한때 미국엔 판다가 15마리나 있었지만, 모두 계약 연장이 불발돼 현재 애틀랜타 동물원에만 4마리가 남아 있다. 이마저도 올해 말 임대 계약이 종료될 경우 ‘판다 외교의 시대’가 저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재협상의 물꼬가 트인 건 지난해 11월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판다 보전을 위해 미국과 계속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직접 말한 뒤로 논의가 다시 진척되기 시작했다. 연말쯤 워싱턴에 도착할 판다 바오리(寶力)와 칭바오(靑寶)는 둘 다 2021년생이다. 지난달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반환된 푸바오보다 한 살 어리다. 스미소니언 측은 “170만 달러(약 23억 원)를 들여 인공폭포와 최첨단 카메라를 마련하는 등 판다들의 생활공간을 새롭게 재단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판다의 고향인 산림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2500만 달러를 모금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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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 올랑드 前대통령 ‘러브 스쿠터’ 3000만원에 낙찰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70)이 배우인 아내 쥘리 가예(52)와 밀회를 즐길 때 탔던 일명 ‘러브 스쿠터’가 26일(현지 시간) 파리 한 경매에서 2만500유로(약 3000만 원)에 낙찰됐다고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낙찰자는 프랑스의 자동차 박물관 소유주로 알려졌다. 올랑드 전 대통령은 젊은 시절 동료 정치인 세골렌 루아얄과 결혼하지 않은 채 네 자녀를 뒀다. 2012∼2017년 집권 당시 임기 초에는 언론인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와 사실혼 관계였다. 하지만 2014년 1월 연예 매체 ‘클로저’의 보도로 엘리제궁(대통령실)을 빠져나온 그가 스쿠터를 타고 가예의 집을 수차례 찾아간 사실이 드러났다. 보도 후 그는 트리에르바일레르와 헤어졌다. 2015년부터 가예를 공식 행사에 대동했고 2022년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가디언은 “보도 당시 대중은 염문설 자체보다 현직 대통령이 125cc급의 작은 스쿠터를 탄다는 것에 더 주목했다”고 논평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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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델라黨’ 30년 집권 깨지나… 남아공 오늘 총선

    올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펼쳐지는 20여 개 선거 중 가장 주목받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이 29일 치러진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30년간 집권해온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얼마나 득표하는가다. ANC는 1994년 치러진 첫 민주 선거에서 세계 인권 운동의 아이콘이던 넬슨 만델라(1918∼2013)를 대통령으로 배출한 뒤 2019년 총선까지 과반 득표로 압도적 우위를 점해 왔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선 40%대 지지율을 얻는 데 그치고 있다. 남아공은 국회의원 400명이 다수결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선제이기 때문에, ANC가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 남아공 최초로 ‘연립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난해 12월 창당한 움콘토웨시즈웨(MK)의 약진이 ANC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 20일 남아공 eNCA 방송에 따르면 MK의 지지율은 14.4%. 제2야당 경제자유전사(EFF·11.4%)를 뛰어넘어 제1야당 민주동맹(DA·18.6%)까지 넘보는 수준이다. MK를 이끄는 건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82)이다. 그는 2018년 각종 부패 혐의로 물러난 뒤 2021년 실형을 선고받아 총선에 직접 출마할 수 없다. 하지만 주마 전 대통령은 “ANC의 적자”를 자처하며 정권 심판론을 내세워 파급력을 키웠다. 당 이름과 로고도 1960, 70년대 ANC 지하 무장 조직인 ‘움콘토웨시즈웨’에서 따왔다. AP통신은 “주마 전 대통령이 이번 선거를 판가름할 ‘와일드카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남아공 유권자들의 총선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도 싸늘하다고 한다. 높은 실업률과 심각한 빈부 격차로 살림살이가 팍팍하기 때문이다. 특히 만델라 전 대통령이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인종차별 정책)를 철폐한 뒤 태어난 청년들은 ANC에 대한 유대감보다 현 경제난에 대한 불만이 크다. 남아공 청년 실업률은 올해 1분기(1∼3월) 기준 45.5%에 이를 정도다. 미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는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약속했던 ‘농지 재분배’에 실패한 것도 ANC 지지율을 꾸준히 끌어내린 주요 요인”이라고 짚었다. 인종차별 정책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흑인과 백인의 경제·사회적 격차가 극심한 점도 정치 혐오를 키우고 있다.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는 “총선의 최종 개표 결과는 다음 달 2일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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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난에… 남아공 만델라의 黨, 30년 독주 ‘흔들’

    올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펼쳐지는 20여 개 선거 중 가장 주목받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의 막이 올랐다. 27일(현지 시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전투표가 시작됐고 29일에 본투표가 실시된다. 남아공은 대통령을 의회에서 선출하는 간선제 국가라 이번 총선이 사실상 대선선의 성격도 함께 지니는 중요한 선거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30년간 집권해온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얼마나 득표할지다. ANC는 1994년 치러진 첫 민주 선거에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배출한 뒤 언제나 과반 득표로 압도적 우위를 점해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앞두고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40%대 지지율을 얻는 데 그치고 있다. 남아공 총선은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렇게 선출된 국회의원 400명이 다수결로 대통령을 뽑는다. ANC가 과반 득표에 실패할 경우 남아공 최초의 ‘연립정부’가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 구도를 뒤흔드는 막판의 핵심 변수는 지난해 12월 창당한 움콘도 위시즈웨(MK)의 약진이다. 남아공 eNCA방송과 여론조사업체 마크데이터가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MK의 지지율은 14.4%이다. 제2야당인 경제자유전사(EFF·11.4%)를 뛰어넘고 제1야당인 민주동맹(DA·18.6%)도 넘보는 수준이다. 6개월 된 신생정당을 이끄는 인물은 바로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82)이다. 2018년 각종 부패 혐의로 물러난 뒤 2021년 실형을 선고까지 받은 그는 총선 후보로는 직접 출마할 수 없지만,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을 내세워 정치적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 AP통신은 “주마 전 대통령은 ANC의 지지를 상당 부분 빼앗으며 이번 선거에서 ‘와일드카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실은 MK는 ANC를 그대로 ‘복사’한 당에 가깝다. MK라는 이름과 당 로고부터 1960~70년대 만델라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ANC 지하 무장조직 ‘움콘도 위시즈웨’에서 따왔다. 남아공의 국민과 영토, 자원을 각각 상징하는 검은색, 녹색, 금색으로 된 ANC의 상징색마저 MK는 그대로 베꼈다. 하지만 ANC가 낸 저작권 소송을 지난달 법원이 기각한 뒤, MK는 “우리야말로 ANC의 적자”라는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달아오른 정치권 분위기와 달리, 유권자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싸늘하다고 한다. 경제난, 특히 높은 실업률과 심각한 빈부 격차가 주요 원인이다. 남아공의 청년 실업률은 올해 1분기(1~3월) 기준 45.5%에 이를 정도다. 1994년 만델라 전 대통령이 아파르트헤이트를 철폐한 뒤 태어난 청년들은 ANC에 대한 유대감보다 현재의 경제난에 대한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인종차별 정책은 종식됐지만, 여전히 극심한 흑인과 백인의 경제·사회적 격차도 정치 혐오를 키우고 있다. 2022년 세계은행(WB)은 “남아공을 비롯한 남아프리카 국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ANC의 시릴 라마포사 현 대통령은 “그동안 ANC가 펼쳐온 ‘흑인 경제역량 강화(BEE)’ 정책을 더욱 강화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25일 약속했다. 하지만 미 CNN방송은 “오히려 BEE가 민간과 공공부문의 부패를 초래한 주범이란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농지 재분배’ 공약이 실패한 것도 ANC 지지율을 끌어내린 주요 요인이라고 짚었다. ANC는 1913년 박탈됐던 토지를 국민에게 반환하고 농지개혁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수십 년간 공언해왔다. 그러나 실제 반환된 규모는 여전히 절반에 불과하다고 한다. ANC는 아직은 과반 득표에 집중하겠다며, 향후 연정 상대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외신들은 “ANC가 50%에 가까운 득표율을 얻게 되면, 세 개의 주요 야당보다 군소 정당들을 노릴 가능성도 크다”고 관측했다. 남아공 총선은 현재 70개의 정당이 난립한 상황이다. CNN은 “ANC는 전례 없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오히려 이를 개선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남아공 선거 당국은 “다음달 2일 최종 개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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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신도 주목한 은둔형 외톨이 “실패 두려운 청년 증가”

    성오현 씨(32)는 중학생 때를 시작으로 5번에 걸쳐 2년이 넘는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해왔다. 27세 땐 직장에서 질책을 받은 뒤 자신감을 잃고 ‘가장 안전한’ 공간인 집으로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성 씨는 “가족들을 보는 게 부끄러워서 화장실을 갈 때 빼고는 문밖으로도 거의 나가지 않았다”며 “식사도 집이 비었거나 다들 잘 때만 했다”고 말했다. 성 씨처럼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는 ‘은둔형 외톨이’는 아시아에서 처음 나타난 현상이지만, 이런 청년들이 점차 미국이나 스페인 등 서구권으로도 확산되고 있다고 미 CNN방송은 2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은둔형 외톨이는 일본에는 150만 명, 홍콩에는 5만 명, 한국에도 24만 명가량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일본의 ‘히키코모리’는 생활비 상승, 임금 정체 등 경제 문제에 더해 남성들에게 투영되는 성별 역할의 부담이 반영된 문제로 분석된다. 한 일본 남성은 CNN에 아픈 부모를 간호하며 돈도 벌어야 한다는 압박에 5년간 은둔 생활을 했다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사용 증가와 대면 만남 감소로 청년들의 은둔이 확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비판에 민감하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완벽주의자’ 성향의 청년이 늘어나는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성 씨는 2019년 은둔 청년들을 위한 셰어하우스(공유주택)에 입주한 뒤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과 소통하며 점차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됐다. CNN은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은둔 청년들의 사회 복귀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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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4억원 가치 英 베이컨 그림… 도난 9년만에 되찾아

    영국의 표현주의 화가이자 ‘세계 최고가 그림’으로 유명한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이 도난당했다가 9년 만에 돌아왔다. 로이터통신 등은 25일(현지 시간) 스페인 경찰이 2015년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주택에서 도난당한 베이컨의 1989년 작품 ‘호세 카펠로의 초상 연구’(사진)를 되찾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도난당한 베이컨의 작품 총 5점 중 3점이 2017년 회수된 데 이어 한 점이 추가로 발견된 것이다. 이번에 되찾은 작품은 500만 유로(약 74억 원) 상당으로 평가된다. 경찰은 2015년 이후 현재까지 해당 도난 사건과 관련해 16명을 체포했다. 1909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베이컨은 인간 내면의 감정을 뒤틀리고 기괴한 필치로 그려낸 인물 시리즈로 잘 알려졌다. 20세기 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로 꼽힌다. 2013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969년작 ‘루치안 프로이트에 대한 세 개의 습작’이 1억4240만 달러에 낙찰되며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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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고가 그림’ 베이컨 인물화 9년 만에 되찾아…74억원 상당

    영국의 표현주의 화가이자 ‘세계 최고가 그림’으로 유명한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이 도난당했다가 9년 만에 돌아왔다. 로이터통신 등은 25일(현지 시간) 스페인 경찰이 2015년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주택에서 도난당한 베이컨의 1989년 작품 ‘호세 카펠로의 초상 연구(사진)’를 되찾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도난당한 베이컨의 작품 총 5점 중 3점이 2017년 회수된 데 이어 한 점이 추가로 발견된 것이다. 이번에 되찾은 작품은 500만 유로(약 74억 원) 상당으로 평가된다. 경찰은 2015년 이후 현재까지 해당 도난사건과 관련해 16명을 체포했으며, 마지막 한 점을 찾기 위해 동유럽 조직과 연계된 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1909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베이컨은 인간 내면의 감정을 뒤틀리고 기괴한 필치로 그려낸 인물 시리즈로 잘 알려졌다. 20세기 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로 꼽힌다. 2013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969년작 ‘루치안 프로이트에 대한 세 개의 습작’이 1억4240만 달러에 낙찰되며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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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리 포핀스’ ‘정글북’…디즈니 영화음악 작곡한 리처드 셔먼 별세

    영화 ‘메리 포핀스’의 주제곡 ‘침침체리’ 등 디즈니 영화에 삽입된 수많은 노래와 디즈니랜드 주곡 ‘작은 세상’을 만든 작곡가 겸 작사가 리처드 셔먼이 25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노환으로 사망했다. 향년 96세. 디즈니는 홈페이지를 통해 “여러 세대에 걸쳐 사랑받은 고전을 만든, 디즈니의 전설”이라고 추모했다. 1928년 뉴욕에서 태어난 셔먼은 1960년 디즈니에 합류한 뒤 형 로버트(2012년 별세)와 함께 영화, 애니메이션, 테마파크 등에 쓰인 음악을 200곡 넘게 만들었다. ‘메리 포핀스’와 ‘정글북’, ‘곰돌이 푸’ 등 다양한 작품에 이들 형제의 노래가 들어갔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계기로 작사된 ‘작은 세상’도 셔먼 형제의 작품이다. 세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얼마나 작고, 서로 연결돼 있는지에 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1964년 발표된 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돼 불리는 노래 중 하나로 꼽히며 우리나라에도 동요로 소개됐다. 셔먼 형제는 2개의 오스카상, 3개의 그래미상을 수상했고, 골드·플래티넘 앨범(50만 장·100만 장 이상 판매) 24개를 만들었다. 2005년 작곡가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2008년 미 국가 예술 훈장을 받았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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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객들 갑자기 천장 튀어올랐다 떨어져”… 항공기 난기류, 美서 年 6만5000대 겪어

    “비행기가 급강하하면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승객들이 천장으로 튀어 올랐다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휴대전화와 신발도 날아다녔어요.” 21일 영국 런던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하던 싱가포르항공 ‘SQ321’ 여객기에 탑승했던 승객 자프란 아즈미르 씨가 로이터통신에 전한 사고 후일담이다. 갑작스러운 난기류로 태국 방콕 공항에 비상 착륙하는 과정에서 영국 남성 제프리 키친 씨(73)가 숨졌다. 공식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심장마비로 추정된다. 또 중상자 7명을 포함해 70여 명이 다쳤다. 승객들은 한목소리로 “난기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려던 제리 씨는 영국 BBC방송에 “나와 아내는 천장에 머리를 부딪쳤고, 통로에 있던 승객은 끔찍한 공중제비를 돌았다”고 전했다. 이 여객기는 이륙 약 11시간 후 고도 1만1300m의 미얀마 인근 안다만해 상공을 날고 있었다. 그러다 약 5분 만에 9400m까지 급강하했다. 일기예보 서비스 어큐웨더는 “항로에서 빠르게 발생한 뇌우가 극심한 난기류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번처럼 난기류로 비행기 탑승객이 숨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다만 미 국립대기연구센터의 래리 콘먼 연구원은 AP통신에 “골절 수준의 부상을 초래하는 난기류는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따르면 2009∼2022년 난기류로 중상을 입은 사람은 163명에 이른다. 기후변화로 이런 난기류가 점점 자주 발생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CNN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매년 약 6만5000대의 항공기가 난기류를 경험한다. 특히 폴 윌리엄스 영국 레딩대 교수는 지난해 연구 결과를 통해 “맑은 날씨에 갑자기 나타나는 ‘청천 난기류(CAT·Clear-air-turbulence)’가 1979∼2020년 37% 늘었다”고 밝혔다. 또 향후 수십 년간 CAT 발생이 3배 늘고, 지속 시간도 최소 20, 30분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좁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제트기류 부근에서 발생하는 CAT는 기상학자들도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 현상으로 꼽힌다. NTSB에 따르면 난기류로 인한 사고 중 약 28%는 사전에 아무 경고가 없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내에서는 최대한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난기류로 인한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영유아를 성인 무릎에 앉히는 관행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자녀를 위한 별도 탑승권을 끊고 개별 좌석에 앉히라”고 주문했다. 또 좌석에 앉아 있는 승객보다 부상 위험이 높은 승무원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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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객들이 천장으로 튀어 올라”…이상기후탓 늘어나는 난기류, 안전벨트가 정답

    “비행기가 급강하하면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승객들이 천장으로 튀어 올랐다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휴대전화와 신발도 날아다녔어요.”21일 영국 런던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하던 싱가포르항공 ‘SQ321’ 여객기에 탑승했던 승객 자프란 아즈미르 씨가 로이터통신에 전한 사고 후일담이다. 갑작스런 난기류로 태국 방콕공항에 비상착륙하는 과정에서 영국 남성 제프리 키친(73) 씨가 숨졌다. 공식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심장마비로 추정된다. 또 중상자 7명을 포함해 70여 명이 다쳤다.승객들은 한 목소리로 “난기류를 전혀 예상하치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려던 제리 씨는 영국 BBC방송에 “나와 아내는 천장에 머리를 부딪혔고, 통로에 있던 승객은 끔찍한 공중제비를 돌았다”라며 “급락 전 아무 경고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 여객기는 이륙 약 11시간 후 고도 1만1300m의 미얀마 인근 안다만해 상공을 날고 있었다. 그러다 약 5분 만에 9400m까지 급강하했다. 일기예보서비스 아큐웨더는 “항로에서 빠르게 발생한 뇌우가 극심한 난기류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이번처럼 난기류로 비행기 탑승객이 숨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다만 미 국립대기연구센터의 래리 콘먼 연구원은 AP통신에 “골절 수준의 부상을 초래하는 난기류는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따르면 2009~2022년까지 난기류로 중상을 입은 사람은 163명에 이른다.기후변화로 이런 난기류가 점점 자주 발생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CNN 등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만 약 6만5000대의 항공기가 난기류를 경험한다. 이 중 5500대는 심각한 난기류에 직면해 안전 사고 우려를 높인다.특히 영국 대기과학 전문가인 폴 윌리엄스 레딩대 교수는 지난해 연구 결과를 통해 “맑은 날씨에 갑자기 나타나는 ‘청천 난기류(CAT·Clear-air-turbulence)’가 1979~2020년 동안 37% 늘었다”고 밝혔다. 또 향후 수십년간 CAT 발생이 3배 늘고, 지속되는 시간 또한 최소 20, 30분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좁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제트기류 부근에서 발생하는 CAT는 기상학자들도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 현상으로 꼽힌다. NTSB에 따르면 이번 사고와 마찬가지로 난기류로 인한 사고 중 약 28%는 사전에 아무 경고가 없었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난기류를 완전히 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기내에서는 최대한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영유아를 성인 무릎에 앉히는 관행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난기류로 인한 부상을 막기 위해 “자녀를 위한 별도 탑승권을 끊고 개별 좌석에 앉히라”고 주문했다. 또 좌석에 앉아 있는 승객보다 부상 위험이 높은 승무원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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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아빠, 80년대처럼 춤춰봐”…MZ자녀-부모 사로잡은 틱톡 챌린지

    영국 밴드 ‘브론스키 비트’의 1984년 발매곡 ‘스몰타운 보이’의 디스코 리듬이 흐르자 화면 속 백발 여성의 눈빛이 돌연 강렬한 분위기로 바뀐다. 또 다른 남성은 시큰둥했던 얼굴에 갑자기 작은 미소를 띠더니 어깨를 흔들며 화려한 스텝을 밟는다. 최근 동영상 플랫폼 틱톡 등에서 유행하는 ‘1980년대 춤 챌린지’에 동참한 MZ세대의 부모들이다. 최근 소셜미디어에는 20~30대 자녀들이 50~60대인 자신의 부모에게 이 노래를 틀어주고 “1980년대식으로 춤을 춰달라”고 말한 뒤 부모의 반응을 영상에 담는 챌린지가 유행이다. 틱톡에는 이 음악을 사용한 영상이 6만 개 넘게 올라왔다. 인기 있는 영상은 조회수가 수천만 회에 이른다. ‘김렛’이라는 이용자는 “우리 엄마한텐 타임머신이 필요 없지”라며 감탄했다. 다른 이용자는 “부모님이 분명히 춤추는 법을 까먹었다고 했었는데…”라며 웃음 짓는 이모티콘을 달았다. 부모들도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미국 미시간주에 거주하는 타바타 린(30)의 어머니 리앤 린(57)은 NBC 방송에 “젊었을 때 항상 춤추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음악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다”라며 “딸과 더 가까워진 계기가 됐다”고 웃었다. 발레리 마르티네즈(23)의 어머니 예안 벨라케즈(58)도 “노래의 반주를 듣자마자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80년대 댄스 챌린지’가 전 연령대를 사로잡은 것은 자녀에게는 부모의 ‘숨겨졌던’ 면모를 드러내는 재미를 주고, 부모에게도 20대 시절의 향수와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1980년대는 영미권 대중문화의 황금기로 꼽힌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거주하는 바네사 안토나치(29)의 아버지 존 안토나치(57)는 “패션부터 음악까지 우리 세대에게 80년대는 모든 면에서 독특한 전환기였다”라고 회상했다. 이번 유행은 부모와 자녀가 세대를 뛰어넘어 문화로 소통하도록 돕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틱톡 댓글 창에서 이용자들은 “부모님들이 춤을 시작하자마자 20년은 젊어지는 것 같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쿨하신데?”, “80년대 정말 멋진 시대였네”와 같은 다양한 감탄이 쏟아지고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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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美제재 탓 헬기부품 못구해 추락” 美 “악천후에 왜 띄웠나”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헬기 추락사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신경전이 격화하고 있다. 이란 측은 “미국의 오랜 경제 제재로 대통령까지 노후 헬기를 탈 수밖에 없었다”며 불만이 가득하다. 미국 정부는 “악천후 속에서 56년 된 헬기를 띄운 것은 이란”이라며 책임론을 반박했다. 또한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에 애도를 표명하면서도 그의 인권 탄압 행적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꼽혔던 라이시 대통령의 빈자리를 둘러싼 권력 다툼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메네이의 강한 신뢰를 얻고 있는 그의 차남 모즈타바(55·사진), 시아파 고위 성직자 알리레자 아라피(68) 등이 후계자로 거론된다. 이와 별개로 대통령 보궐선거는 다음 달 28일 치르기로 했다. ● 이란 “美 제재 탓”…美 “이란 책임” 이란 당국은 공식 사고 원인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20일 국영 IRNA통신은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한 미국산 ‘벨-212 헬기’의 기술적 고장을 지목했다. 1968년 첫 비행을 했고 1976년 이란에 도입된 노후 기종이다. 1972년 이후 최소 430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당시 민간인 희생, 주이란 미국대사관 소속 미국인 억류, 핵개발 의혹 등으로 수십 년간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의 경제 제재를 받아 왔다. 이란 측이 문제 삼는 부분이 이 대목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교장관은 20일 “미국의 제재가 대통령 일행의 순교를 초래했다. 미국의 범죄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오랜 제재로 인해 제대로 된 항공 부품을 조달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기껏 구한 항공 부품도 대부분 암시장에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같은 날 “악천후에 헬기를 띄우기로 결정한 주체는 다름 아닌 이란”이라며 “제재를 사과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미국이 사고에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동조했다. 특히 국무부는 애도 성명에서 라이시 대통령이 정치범 5000여 명 처형, 반정부 시위 탄압 등을 주도한 사실을 거론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그는 손에 많은 피를 묻혔다. 역내 안보 저해 행위에 대한 이란의 책임도 계속 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밀러 대변인은 이란 측이 사고 발생 직후 “헬기 수색을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물류 문제로 지원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메네이 후계자에 ‘차남 유력설’ 라이시 대통령의 장례는 2박 3일 동안 치러진다. 21일 사고 장소와 가까운 타브리즈에서 시작해 시아파 성지(聖地) 쿰, 수도 테헤란 등을 거쳐 23일 그의 고향 마슈하드에 안장된다. 수도 테헤란의 도심 발리아스르광장 등은 추모객으로 가득 찼다. 검은색 차도르를 입은 채 그의 사진을 들고 울부짖는 여성들도 외신에 다수 포착됐다. 반면 일부 젊은층이나 2022년 9월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의 고향 사케즈 등에서는 그의 죽음을 반기며 불꽃을 터뜨리는 모습이 보였다고 가디언 등이 전했다.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석한 미국 등 각국 대표들은 라이시 대통령을 추모하는 묵념을 했다. 반면 이스라엘 측은 “안보리가 ‘학살자’를 애도했다”고 반발했다. 이란 안팎의 관심은 절대 권력을 보유한 하메네이의 후계 구도에 쏠린다.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그간 공식 직책이 없었음에도 하메네이의 ‘돈줄’로 꼽히는 국영기업 세타드 등을 관리했던 차남 모즈타바의 존재감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슬람혁명의 이유가 ‘세습 왕조 타파’였던 만큼 하메네이가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줄 경우 심각한 반발과 권력 투쟁이 뒤따를 수 있다. 하메네이는 표면적으로는 지난해 “권력 세습은 반(反)이슬람적”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경제난 등에 따른 국민 불만이 가속화하면 자신과 지지 세력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세습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성직자 아라피는 모즈타바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낮지만 종교계에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하메네이가 라이시 대통령만큼 충성심이 강하면서도, 본인을 드러내지 않는 후계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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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대통령 헬기 추락사에…이란 “美제재 탓” vs 美 “노후헬기 띄운건 이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헬기 추락사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신경전이 격화하고 있다. 이란 측은 “미국의 오랜 경제 제재로 대통령까지 노후 헬기를 탈 수 밖에 없었다”며 불만이 가득하다. 미국 정부는 “악천후 속에서 56년 된 노후 헬기를 띄운 것은 이란”이라며 책임론을 반박했다. 또한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에 애도를 표명하면서도 그의 인권 탄압 행적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꼽혔던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으로 하메네이의 후계 구도를 둘러싼 권력다툼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메네이의 강한 신뢰를 얻고 있는 그의 차남 모즈타바(55), 시아파 고위 성직자 알리레자 아라피(68) 등이 후계자로 거론된다. 이와 별개로 대통령 보궐선거는 다음달 28일 치르기로 했다. ● 이란 “美 제재 탓” … 美 “이란 책임”이란 당국은 공식 사고 원인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20일 국영 IRNA 통신은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한 미국산 ‘벨-212 헬기’의 기술적 고장을 지목했다. 1968년 첫 비행을 했고 1976년 이란에 도입된 노후 기종이다. 1972년 이후 최소 430건의 사고가 발생했다.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당시 민간인 희생, 주이란 미국대사관 소속 미국인 억류, 핵개발 의혹 등으로 수십 년간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의 경제 제재를 받아 왔다. 이란 측이 문제 삼는 부분이 이 대목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교장관은 20일 “미국의 제재가 대통령 일행의 순교를 초래했다. 미국의 범죄는 이란 국민의 마음과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오랜 제재로 인해 제대로 된 항공부품을 조달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이란은 기껏 구한 항공부품도 대부분 암시장에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반면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같은 날 “이란 정부가 악천후에 헬기를 띄우기로 결정했다”고 받아쳤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미국이 사고에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동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란 정권이 이 문제로 미국을 탓하는 것이 놀랍지도 않다”고 꼬집었다.특히 국무부는 애도 성명에서 라이시 대통령이 정치범 5000여 명 처형, 반정부 시위 탄압 등을 주도한 사실을 거론하며 “그는 손에 많은 피를 묻혔다. 역내 안보 저해 행위에 대한 이란의 책임도 계속 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란 측이 사고 발생 직후 “헬기 수색을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물류 문제로 지원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하메네이 후계자에 ‘차남 유력설’라이시 대통령의 장례는 2박3일 동안 치러진다. 21일 사고 장소와 가까운 타브리즈에서 시작해 시아파 성지(聖地) 쿰, 수도 테헤란 등을 거쳐 23일 그의 고향 마슈하드에 안장된다. 이란 전역에는 추모 움직임이 일고 있다. 테헤란 도심 발리아스르 광장 등에도 추모하려는 시민들로 가득찼다. 특히 검은색 차도르를 입은 채 그의 사진을 들고 울부짖는 여성들도 외신에 다수 포착됐다. 반면 일부 젊은층이나 2022년 9월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의 고향 사케즈 등에서는 그의 죽음을 반기는 모습이 나타났다. 일부는 환호의 의미로 불꽃을 터뜨리고 차량 경적을 울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전했다.이란 안팎의 관심은 절대 권력을 보유한 하메네이의 후계 구도에 쏠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그간 공식 직책이 없었음에도 하메네이의 ‘돈줄’로 꼽히는 국영기업 세타드 등을 관리했던 차남 모즈타바의 존재감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슬람혁명의 이유가 ‘세습왕조 타파’였던 만큼 하메네이가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줄 경우 심각한 반발과 권력투쟁이 뒤따를 수 있다. 하메네이는 표면적으로는 지난해 “권력 세습은 반(反)이슬람적”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경제난 등에 따른 국민 불만이 가속화하면 자신과 지지 세력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세습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성직자 아라피는 모즈타바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낮지만 종교계에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방송은 “하메네이가 라이시 대통령만큼 충성심이 강하면서도, 본인을 드러내지 않는 후계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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