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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가 10년 반 만에 처음으로 가입자가 줄어들면서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폭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라 가파르게 성장하던 추세가 꺾이는 동시에 글로벌 OTT 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본격적인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들은 가입자 확보를 위해 광고가 포함된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19일(현지 시간)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 유료 가입자가 지난해 4분기(10∼12월)보다 20만 명 줄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당초 주주들에게 1분기에 가입자가 250만 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고, 일부 애널리스트는 270만 명 증가도 예상해왔다. 월가의 예상치가 완전히 빗나가 버린 셈이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줄어든 것은 2011년 3분기(7∼9월) 이후 처음이다. 넷플릭스 측은 가입자 감소의 원인으로 온라인 서비스 시장의 경쟁 격화와 가입자들 간의 계정 공유 현상을 꼽았다. 현재 2억2200만 유료 가입자와 별도로 1억 가구가량이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것으로 넷플릭스는 추산했다. 이 외에도 넷플릭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외부 변수가 가입자 확보에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넷플릭스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서 서비스를 중단했는데, 이로 인해 가입자 70만 명을 잃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아시아 지역에서는 ‘오징어게임’의 인기 덕분에 가입자 수가 109만 명 늘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넷플릭스는 2분기(4∼6월)에도 글로벌 가입자 수가 200만 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예상외의 발표에 넷플릭스의 주가는 19일 시간외거래에서 25% 이상 폭락했다. 넷플릭스는 코로나19 대유행 국면에서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른 수혜를 입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요국에서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이런 효과도 더는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HBO Max 등 다른 글로벌 OTT와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입자 감소 위기에 대응해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는 서비스에 광고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광고가 붙는 대신에 기존보다 더 저렴한 요금을 지불하거나 아예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광고를 포함하되 더 저렴한 요금제를 추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자사의 동영상 서비스에 광고가 붙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워 왔다는 점에서 만일 이런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사업 방식의 큰 변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19일 “광고의 복잡성에 반대하고 구독의 단순함을 아주 좋아하지만, 그 이상으로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을 더 지지한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13일 무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IMDb TV’의 명칭을 ‘아마존 프리비(Amazon Freevee)’로 변경하고 올해 후반에 오리지널 작품 수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디즈니플러스도 2022년 말 미국을 시작으로 광고 지원 구독을 도입해 2023년까지 전 세계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사진)이 “윤석열 새 정부는 기업에 아주 좋은 정부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손 회장은 19일(현지 시간) 공개된 한미 친선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 토머스 번 회장과의 대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번 회장이 “최근 경총 설문조사에서 기업 71%가 ‘윤석열 정부에서 경영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소개하자 손 회장은 “이번에 우리는 좋은 정부를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호응했다. 손 회장은 기업 경영여건 개선을 위한 경총 과제에 대한 질문에 “노동개혁을 이뤄야 한다. 때때로 노조 때문에 노동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며 “기업경쟁력이 너무 낮아져 노동 개혁을 원한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이를 위해서는) 법을 바꿔야 하는데 국회를 통과하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이어 “한국에는 규제가 너무 많다. 규제 완화가 한국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것이 모든 기업을 더 경쟁력 있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올해 10주년을 맞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FTA 덕분에 한국과 미국 기업이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FTA와 관련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FTA 협상을 시작할 때 미국이 전제조건으로 스크린쿼터 축소를 요구했다. 당시 노 대통령이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면 문제가 없겠느냐’고 물었다”며 “나는 ‘아무 문제없으니 그냥 진행하면 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다른 문화계 인사들이 노 전 대통령에게 ‘손 회장이 미쳤다’며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했지만 나는 다시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했고 노 전 대통령은 결국 스크린쿼터를 풀기로 결정했다”며 “이후에도 시장에 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백악관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해 사이버범죄를 통한 자금 조달을 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앤 뉴버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이버·신기술 담당 부보좌관은 19일(현지 시간) 뉴욕외신기자협회(NYFPC) 브리핑에서 “제재를 우회하고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이 사용하는 악의적인 사이버 행위에 대해 몇 마디를 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뉴버거 부보좌관은 “미국이 지난주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행위와 관련해 취했던 조치를 강조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재무부가 얼마 전 온라인 게임 ‘액시 인피니티’를 통한 6억2000만 달러 규모의 해킹 배후에 북한 연계 조직인 ‘라자루스’가 있다고 지목한 사실을 거론한 것이다. 뉴버거 부보좌관은 “이 사건은 북한이 절도와 해킹 등으로 가상화폐를 얼마나 불법적으로 활용하는지를 보여 준다”며 “우리가 명목화폐 분야에서 함께 구축한 돈세탁 방지 시스템이 이제는 가상화폐 세계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피하려 노력하면서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이버범죄 등 불법 행위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버거 부보좌관은 “미국이 최근 랜섬웨어에 대한 대책을 시작해 가상화폐의 불법적인 사용에 대응하고 있다”면서 “제재 회피를 위한 가상화폐의 사용, 악의적 활동을 위한 가상화폐 절도 등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버거 부보좌관은 이날 북한 외에도 러시아의 사이버 불법 행위도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대응책을 설명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이 노후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 지원을 위해 예산 60억 달러(약 7조430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가시화하자 미국뿐 아니라 유럽 각국도 원전 비중을 늘리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탄소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이 같은 자금 지원책을 시작한다고 19일(현지 시간) 밝혔다. 자금난으로 폐쇄 위기에 처한 원전 운영자에게 연방정부 자금을 지원해 원전을 계속 가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표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성명에서 “미국 원전은 전체 탈(脫)탄소 전기의 절반 이상을 기여하고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청정에너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이 원전들을 유지하려 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원전은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전환 계획 달성에 태양열과 풍력 발전을 보완할 핵심 카드로 간주돼 왔다. 현재 미국 28개 주에서 가동하는 55개 원전(93개 원자로)에서 생성된 원자력에너지는 미 전력 공급의 20%를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 원전 운영비용은 많이 드는 반면 천연가스나 화석연료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전체 에너지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미국에서 허가 기한보다 일찍 가동을 중단한 원자로는 10여 기. 원전이 줄어든 자리를 화석연료가 대체하면서 해당 지역 대기질은 악화됐고 고임금 일자리가 증발하며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에너지부는 판단하고 있다. 시들해지던 원전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다. 일리노이주에서는 원전 2기를 폐쇄하려던 계획을 최근 폐기했다. 오히려 주 의회가 나서서 발전소 가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조지아주도 새 원자로 2기를 내년부터 가동하기로 하는 등 다른 주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유럽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원전 회귀 움직임이 뚜렷하다. 영국 정부는 최근 에너지 자립을 위해 2050년까지 원전을 6, 7기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올 2월 같은 시기까지 원자로 14기를 새로 지어 “프랑스 원전 산업의 르네상스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을 추진해 왔지만 원전이 탄소 배출을 줄일 에너지원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는 데다, 최근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자를 계속 늘려가는 분위기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5%로 낮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세계 경제 회복세 둔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봉쇄 조치까지 겹쳐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다. IMF는 19일(현지 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에 비해 2.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1월 전망치(3.0%)보다 0.5%포인트 낮은 것이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1%에서 4.0%로 0.9%포인트 올랐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3개월 전보다 0.8%포인트 낮은 3.6%로 전망됐다.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낮춘 이유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긴축적 통화·재정정책, 중국의 성장 둔화 등을 꼽았다. IMF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경제전망을 내놓으며 140여 개국의 2022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IMF는 “전쟁 악화로 공급망 훼손, 물가 상승 등 직접 효과뿐 아니라 러시아의 채무 불이행 위험을 비롯한 간접 효과도 커졌다”고 했다. 세계은행(WB) 역시 18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1%에서 3.2%로 0.9%포인트 낮췄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금리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산업구조를 점검해 제대로 된 산업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물가-금리-환율 동시 뜀박질… 침체속 물가 상승 ‘S공포’ 커져 기는 성장률 뛰는 물가… 경제 비상코로나-우크라戰 잇단 대형 악재, 美 최악 인플레에 中은 방역 수렁美 일각, 금리 0.75%P 한번에 인상… ‘자이언트 스텝’ 방안까지 거론세계 경제 주춤, 한국 수출에 타격… 車 생산비 급증-조선도 수익 악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잇달아 뒷걸음질치는 이유는 각지에서 대형 악재가 동시에 터지면서 경제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회복되던 세계 경제가 주춤하면 한국 경제의 중심축인 수출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미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쇼크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치솟은 원자재 가격 탓에 수익이 악화됐다. 한국 경제는 물가와 금리, 환율이 동시에 오르는 ‘3고(高)’에 직면하며 ‘S(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물가 치솟자 빨라진 금리 상승세19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보다 각각 0.3%포인트, 0.4%포인트 낮췄다. 미국은 40년 만에 닥친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더 빠르게 긴축에 나서면서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봤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에너지 가격 및 주택 임차료 상승의 여파로 전년 동월 대비 8.5%나 치솟았다. 중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봉쇄에 발목이 잡혔다. 18일 발표된 중국의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은 목표치 5.5%보다 낮은 4.8%였다.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봉쇄 효과가 반영되는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며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원유와 원자재, 농축수산물이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한국도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에 비해 4.1% 올랐다. 이는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무섭게 오르는 물가에 주요국의 긴축 시계도 빨라졌다. 연준의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꼽히는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8일(현지 시간)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해야 한다”며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방법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빅 스텝’을 넘어 ‘자이언트 스텝’으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이달 1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2년 반 만에 기준금리 연 1.5%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치솟는 물가를 잡으려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환율까지 올라 무역적자 이어질 듯물가와 금리 상승세로 국내 기업의 실적은 경고등이 켜졌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1분기 국내외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8% 줄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여전한데 생산비용은 계속 오르고 있다. 글로벌 철광석 가격이 상승하면서 자동차 강판 제품 가격은 t당 평균 15만 원 안팎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현대차그룹은 1조 원 이상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조선협회는 “올해 4월 선박용 후판 가격이 t당 140만 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국내 조선소의 수익이 크게 악화됐다”며 “회계상 영업손실이 4조4000억 원”이라고 했다. 석유화학 업계도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연초 대비 30% 오른 데다 수요마저 줄었다. 여기에다 원-달러 환율까지 오름세(원화 가치는 하락)라 국내 기업들의 수입비용을 불리고 무역적자 위험을 키우고 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5원 오른(원화 가치 하락) 1236.9원에 마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올해 2월 23일)보다 43.3원 올랐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금리, 환율이 다 오르는 3고 상황은 결국 공급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일단은 물가를 잡는 데 방점을 두고 대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세계적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애그플레이션 현상이 뚜렷하다. ‘농업(agriculture)’과 ‘물가 상승(inflation)’의 합성어로 곡물가격이 주도하는 물가 오름세를 뜻한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18일(현지 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의 7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약 3% 오른 부셸(약 27.2kg)당 8.07달러를 기록했다. 옥수수 생산량이 많은 미 중서부에 이상 고온이 나타났던 2012년 이후 10년 만에 8달러 선을 넘어섰다. 옥수수 가격은 올해 초만 해도 부셸당 6달러대였지만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전쟁 장기화로 우크라이나의 농산물 유통망이 무너진 데다 상당수 농부들이 봄철 파종 시기 또한 놓쳤다. 이 와중에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로 비료 값 또한 올라 옥수수 가격 추가 급등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의 올해 옥수수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40%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역시 우크라이나가 주산지인 밀, 대두 가격 등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밀 가격 또한 주요 산지인 미국과 캐나다의 추운 봄 날씨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3월 식량가격지수(FFPI)는 전달보다 12.6%나 오른 159.3포인트로 1990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19일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옥수수 등 수입 사료 값이 올라 고통받는 축산업자를 위해 사료 구입 비용 일부를 보전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입 목재 가격이 상승해 원자재 값 압박이 큰 건설업체를 대상으로도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 등에 대해 적용했던 여행 경보를 잇달아 낮추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18일(현지 시간)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기존 최고 수준인 4단계에서 최저인 1단계로 크게 낮췄다고 이날 웹사이트를 통해 공지했다. 국무부의 여행 등급은 가장 낮은 1단계 ‘일반적 사전 주의’부터 2단계 ‘강화된 사전 주의’, 3단계 ‘여행 재고’, 4단계 ‘여행 금지’ 등 총 4단계로 나뉜다. 한국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최근까지 4단계 등급이 유지돼 왔다. 국무부는 한국의 여행 경보를 크게 낮춘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지난주 기존의 4단계 국가들을 대거 줄이고 전체 국가 중 10% 정도만 4단계 국가로 남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한국을 비롯한 90개 국가에 대한 여행 경보를 최고 등급인 4단계에서 3단계로 한 계단 낮췄다. CDC는 해당 국가를 여행하지 말라고 권고할 때 최고 등급인 4단계를 적용한다. 3단계는 백신을 맞지 않은 경우 여행을 가급적 삼가라는 권고다. 이날 3단계로 경보가 낮아진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일본, 호주, 이탈리아, 스페인, 러시아 등이다. 여행 경보가 무더기로 완화된 것은 세계 주요국에 백신 보급이 어느 정도 이뤄진 데다 미국에서 마스크 착용이나 해외여행 등 방역 관련 결정을 개인 의사에 맡기는 분위기가 형성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업계에서도 당국의 ‘여행 금지 권고’가 여행 수요를 지나치게 억제하고 있다며 경보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 등에 대해 적용했던 여행 경보를 잇달아 낮추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18일(현지 시간)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기존 최고수준인 4단계에서 최저인 1단계로 크게 낮췄다고 이날 웹사이트를 통해 공지했다. 국무부의 여행 등급은 가장 낮은 1단계 ‘일반적 사전 주의’부터 2단계 ‘강화된 사전 주의’, 3단계 ‘여행 재고’, 4단계 ‘여행 금지’ 등 총 4단계로 나뉜다. 한국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최근까지 4단계 등급이 유지돼 왔다. 국무부는 한국의 여행 경보를 크게 낮춘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지난주 기존의 4단계 국가들을 대거 줄이고 전체 국가 중 10% 정도만 4단계 국가로 남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한국을 비롯한 90개 국가에 대한 여행 경보를 최고 등급인 4단계에서 3단계로 한 계단 낮췄다. CDC는 해당 국가를 여행하지 말라고 권고할 때 최고 등급인 4단계를 적용한다. 3단계는 백신을 맞지 않은 경우 여행을 가급적 삼가라는 권고다. 이날 3단계로 경보가 낮아진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일본, 호주, 이탈리아, 스페인, 러시아 등이다. 여행 경보가 무더기로 완화된 것은 세계 주요국에 백신 보급이 어느 정도 이뤄진 데다, 미국에서 마스크 착용이나 해외여행 등 방역 관련 결정을 개인 의사에 맡기는 분위기가 형성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업계에서도 당국의 ‘여행 금지 권고’가 여행 수요를 지나치게 억제하고 있다며 경보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세계적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애그플레이션 현상이 뚜렷하다. ‘농업’(agriculture)과 ‘물가 상승’(inflation)의 합성어로 곡물가격이 주도하는 물가 오름세를 뜻한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18일(현지 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의 7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 가격은 전일대비 약 3% 오른 부셸(약 25.4kg) 당 8.07달러를 기록했다. 옥수수 생산량이 많은 미 중서부에 이상 고온이 나타났던 2012년 이후 10년 만에 8달러 선을 넘어섰다. 옥수수 가격은 올해 초만 해도 부셸 당 6달러 대였지만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전쟁 장기화로 우크라이나의 농산물 유통망이 무너진 데다 상당수 농부들이 봄철 파종 시기 또한 놓쳤다. 이 와중에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로 비료 값 또한 올라 옥수수 가격 추가 급등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의 올해 옥수수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40%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역시 우크라이나가 주산지인 밀, 대두 가격 등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밀 가격 또한 주요 산지인 미국과 캐나다의 추운 봄 날씨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3월 식량가격지수(FFPI)는 전달보다 12.6%나 오른 159.3포인트로 1990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19일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옥수수 등 수입 사료값이 올라 고통 받는 축산업자를 위해 사료 구입비용 일부를 보전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입 목재 가격이 상승해 원자재값 압박이 큰 건설업체를 대상으로도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우크라이나 전쟁과 사상 초유의 인플레이션 등의 여파로 올해 글로벌 경제 전망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세계은행(WB)은 18일(현지 시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1%에서 3.2%로 낮춘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번 봄에 심각하고 중첩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인플레이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경제 위협 요인들로 거론했다. 맬패스 총재는 또 “유럽과 우크라이나 러시아를 비롯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경제 전망이 4.1%나 후퇴했다”며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와 식료품, 에너지 가격의 급등으로 선진국과 많은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전망도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전쟁에 따른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15개월 간 1700억 달러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하고 이중 500억 달러를 앞으로 3개월 간 집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세계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할 방침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14일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연설에서 “세계가 매우 위험한 시기에 놓여 있다”면서 “세계 경제 규모의 86%를 차지하는 143개 국가의 경제 전망을 내릴 방침”이라고 예고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우리가 직면한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전쟁이고 이 전쟁은 끝나야 한다”며 “경제학적으로 말하자면 성장세가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이 오른 것이며,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사람들의 소득이 줄고 고통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의 성장 전망이 잇달아 악화되고 있는 것은 세계 각지에 여러 메가톤급 악재가 동시에 출현하면서 위협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은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에너지 가격 및 주택 임차료 상승의 여파로 전년 동월대비 8.5%나 치솟았다. 급격한 물가상승이 정권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이처럼 물가를 잡기 위해 강력한 긴축을 단행하면 경기를 침체에 빠뜨릴 위험이 크다. 중국은 강력한 방역 조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18일 발표된 중국의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은 당국 목표치 5.5%보다 낮은 4.8%에 그쳤고, 3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5% 줄어들었다.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봉쇄 효과가 반영되는 2분기 경제 성장률은 훨씬 더 낮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유럽은 에너지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제재 폭탄을 맞은 러시아는 물론 동유럽 주변국들도 상당수가 상당한 경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식료품이나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 개도국의 상황은 더 안 좋다. 맬패스 총재는 “나는 개도국들이 깊이 우려된다”며 “이들 국가는 에너지와 비료, 식품 가격의 갑작스런 상승과 금리인상 가능성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정부가 지난달 발생한 7000억 원대 온라인 게임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 정보기관인 정찰총국의 지휘를 받는 라자루스를 지목했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 등을 위한 외화 벌이 목적으로 불법 해킹에 나서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미국 재무부가 14일(현지 시간) 라자루스와 연결된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지갑 주소(wallet address)를 제재 리스트에 추가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해킹된 온라인 게임 ‘액시 인피니티’ 운영사 측은 지난달 23일 이용자들이 게임을 하며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로닌’에 해커가 침투해 6억1500만 달러(약 7560억 원)의 암호화폐를 훔쳐갔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암호화폐 해킹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미 재무부는 해커들이 사용한 암호화폐 주소를 북한의 해킹그룹 라자루스가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재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사이버범죄 등 불법적인 활동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자루스는 2014년 북한 체제를 조롱한 영화를 제작한 미국 소니픽처스를 해킹한 곳으로도 알려진 단체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사진)에서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하며, 중국에 강하게 대응하려면 미국과의 군사동맹에 기대야 한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북한에 대해 ‘주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북한이 국제질서를 준수하고 핵사찰을 받아들이며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北은 주적… 대화채널 열어 투트랙 접근”WP 보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한미 동맹 강화 등을 통해 중국과 대등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윤 당선인은 “한국과 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무역 상대국으로,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다. 중국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같은 불공정한 행동이 스스로에게 이롭지 않을 것임을 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안보 문제에서 중국은 북한과 동맹이고 우리는 미국과 동맹”이라고 진단하면서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대북 문제와 관련해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에 관한 모라토리엄을 스스로 깼고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했다”면서 “이는 내가 북한을 ‘주적’이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다만 “언제라도 북한에 대해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고 대화 채널을 열어놓는 ‘투트랙’ 접근을 하겠다”며 “북한이 국제질서를 준수하고 핵사찰을 받아들이며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현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만 지나치게 강조했다”고 꼬집으면서 “우리는 외교의 범위를 한미 관계를 토대로 유럽연합(EU)과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일례로 “지금까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1000만 달러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했지만 나는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한국이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대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가입에 대해선 즉시 가입하기보다는 일단 백신 유통과 기후변화 등 실무적인 이슈에서 먼저 쿼드 회원국들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일 관계에 대해 윤 당선인은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한일 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해 왔다”면서 “수십 년이 된 식민 지배를 테이블로 끌어오는 것은 양국 관계를 해치고, 일본과의 관계 악화는 한미일 협력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한일 관계를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깨지기 쉬운 유리병처럼 다루기보다는 거칠게 다뤘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한일 관계가 잘될 것으로 확신한다.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 국민과 기업에도 큰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젊은이들 조직적 성차별 없이 자라”윤 당선인은 한국 사회의 성차별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에 비해 여성에게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느렸다”면서 “여성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 세대와 다르게 젊은 세대는 남녀 간 조직적인 성차별을 받지 않고 자라왔다”며 집단의 관점에서 성평등에 접근하기보다 개별적인 불공정 사례나 범죄 행위 대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민주당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이 직장 내 여성에 대한 성범죄를 저질렀지만 여성가족부와 여성단체들이 이 문제에 눈을 감아 국민들이 매우 실망했다”며 여당과 정부를 비판했다. 윤 당선인은 자신의 롤모델을 묻는 질문에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을 존경하고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도 좋아한다”고 답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정부가 지난달 발생한 7000억 원 대 온라인 게임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 정보기관인 정찰총국의 지휘를 받는 라자루스를 지목했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 등을 위한 외화 벌이 목적으로 불법 해킹에 나서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미국 재무부가 14일(현지 시간) 라자루스와 연결된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지갑 주소(wallet address)를 제재 리스트에 추가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해킹된 온라인 게임 ‘액시 인피니티’ 운영사 측은 지난달 23일 이용자들이 게임을 하며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로닌’에 해커가 침투해 6억1500만 달러(약 7560억 원)의 암호화폐를 훔쳐갔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암호화폐 해킹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미 재무부는 해커들이 사용한 암호화폐 주소를 북한의 해킹그룹 라자루스가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재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사이버범죄 등 불법적인 활동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자루스는 2014년 북한 체제를 조롱한 영화를 제작한 미국 소니픽처스를 해킹한 곳으로도 알려진 단체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하며, 중국에 강하게 대응하려면 미국과의 군사동맹에 기대야 한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북한에 대해 ‘주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북한이 국제질서를 준수하고 핵사찰을 받아들이며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北은 주적…대화채널 열어 투트랙 접근” WP 보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한미 동맹 강화 등을 통해 중국과 대등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윤 당선인은 “한국과 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무역 상대국으로,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다. 중국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 같은 불공정한 행동이 스스로에 이롭지 않을 것임을 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안보 문제에서 중국은 북한과 동맹이고 우리는 미국과 동맹”이라고 진단하면서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대북 문제와 관련해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에 관한 모라토리엄을 스스로 깼고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했다”면서 “이는 내가 북한을 ‘주적’이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다만 “언제라도 북한에 대해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고 대화 채널을 열어놓는 ‘투트랙’ 접근을 하겠다”며 “북한이 국제질서를 준수하고 핵사찰을 받아들이며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현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만 지나치게 강조했다”고 꼬집으면서 “우리는 외교의 범위를 한미 관계를 토대로 유럽연합(EU)과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일례로 “지금까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1000만 달러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했지만 나는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한국이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대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가입에 대해선 즉시 가입하기보다는 일단 백신 유통과 기후변화 등 실무적인 이슈에서 먼저 쿼드 회원국들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일 관계에 대해 윤 당선인은 “민주당 정부가 한일 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해 왔다”면서 “수십 년이 된 식민 지배를 테이블로 끌어오는 것은 양국 관계를 해치고, 일본과의 관계 악화는 한미일 협력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한일 관계를 주위를 기울여야 하는 깨지기 쉬운 유리병처럼 다루기보다는 거칠게 다뤘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한일 관계가 잘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은 일본 뿐 아니라 한국 국민과 기업에도 큰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젊은이들 조직적 성차별 없이 자라” 윤 당선인은 한국 사회의 성차별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에 비해 여성에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느렸다”면서 “여성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 세대와 다르게 젊은 세대는 남녀 간 조직적인 성차별을 받지 않고 자라왔다”며 집단의 관점에서 성평등에 접근하기보다 개별적인 불공정 사례나 범죄 행위 대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민주당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이 직장 내 여성에 대한 성범죄를 저질렀지만 여성가족부와 여성단체들이 이 문제에 눈을 감아 국민들이 매우 실망했다”며 여당과 정부를 비판했다. 윤 당선인은 자신의 롤모델을 묻는 질문에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을 존경하고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도 좋아한다”고 답했다.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선 “나는 어려움에 처하면 혼자 숙고하기보다는 좋은 조언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논의를 하는 편”이라며 “그래도 답을 찾기 힘들 땐 무엇이 옳은 일인가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체력이 좋고 체질이 좋아야지 체격만 크다고 좋은 건 아니지 않느냐.” 1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오토쇼에 참가하기 위해 뉴욕을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특파원단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정 회장은 최근 현대차의 미국 시장 판매량이 일본 혼다를 제친 소감을 묻자 “품질 문제도 중요하고 타는 사람들이 만족을 해야 하는 것이고, 실속 있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은 기업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특히 변화와 스피드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 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현대차그룹을 변화시키려 한 노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묻자 “내부적으로 변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변화의 과정에 있다”며 “소프트웨어 부분이 혁신적으로 많이 바뀌어야 하는데 지금 시작하는 단계”라고 답했다. 이어 “가야 할 길이 멀다. 점수로 하자면 당연히 100점은 안 되고 30점이나 40점”이라고 평가했다. 정 회장은 최근 현대차의 글로벌 위상이 올라간 데 대해서도 “창업주가 ‘현대’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정비소, 중동 건설, 한강 대교 등을 일구셨고 당시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현재 변화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인간을 위해 계속 도전하는 것이 목표”라며 “시장을 바꿔 나간다기보다는 고객이 편한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해 최근 불안한 국제 정세에 대해서는 “(이런 일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어떤 일이 시작될 때 민첩하게, 또 시나리오를 갖고 움직여야 한다”며 “회사에서도 예측 기능을 많이 개선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새 정부의 규제 완화 의지에 대한 질문에는 “얼마 전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와서 규제 완화에 대한 새 정부 의지에 대해 설명했다”며 “자율주행 등 세세한 부분을 말씀드렸고, (우리 말씀을) 많이 들어주셔서 직원들이 많이 고무됐다”고 전했다. 그는 “어느 정부든지 우린 항상 같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새 정부에 대해서는) 항상 기대해왔다”며 규제 완화에 대한 한결같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어느 정부든지 저희가 하기에 달렸다”며 “안 풀리는 부분 있으면 안타깝지만 다른 쪽으로 차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수소전기차 사업에 대해선 “안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소전기차에 조금 에러(오류)가 있어 수정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만 “원하는 목표가 있어 달성하는 데 딜레이(지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추진에 대해선 “지배구조 개편은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며 “사업적 변화가 많은 만큼 신사업을 보면서 하는 게 좋다고 보며, 페이스에 맞춰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뉴욕오토쇼는 1900년 시작돼 올해로 120회를 맞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전시회다.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는 오토쇼 현장에서 열린 ‘월드카 어워즈’ 시상식에서 ‘2022 세계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세계 올해의 전기차’와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에도 선정되며 6개 부문 중 3개를 휩쓸었다. 심사위원단은 아이오닉5에 대해 “현대차의 완벽한 주력 모델로,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고 평가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의 비전인 ‘인류를 위한 진보’를 실현하겠다는 약속에 한 발 더 다가서게 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차를 많이 판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1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오토쇼 참가를 위해 뉴욕을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특파원단과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업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최근 현대차의 미국 시장 판매량이 일본 혼다를 제친 소회를 묻자 “품질 문제도 중요하고 타는 사람들이 만족을 해야 하는 것이고, 실속 있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은 “저희 내부 체질을 바꾸는 데 노력을 많이 해야 된다고 본다”며 “체력과 체질이 좋아야지 체격만 크다고 좋은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새 정부의 규제 완화 의지에 대한 질문에는 “얼마 전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와서 규제 완화에 대한 새 정부 의지에 대해 설명했다”며 “자율주행 등 세세한 부분을 말씀드렸고, (우리 말씀을) 많이 들어주셔서 직원들이 많이 고무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정부든지 우린 항상 같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새 정부에 대해서는) 항상 기대해왔다”며 규제 완화에 대한 한결같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어느 정부든지 저희 하기에 달렸다”며 “안 풀리는 부분 있으면 안타깝지만 다른 쪽으로 차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창업주가 ‘현대’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정비소, 중동 건설, 한강 대교 등을 일구셨고 당시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현재 변화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인간을 위해 계속 도전하는 것이 목표”라며 “시장을 바꿔나간다기보다는 고객이 편한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현대차그룹을 변화시키려 한 노력에 대해 “소프트웨어 부분이 혁신적으로 많이 바뀌어야 하는데 지금 시작하는 단계”라며 “가야 할 길이 멀다. 점수로 하자면 당연히 100점은 안되고 30이나 40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차세대 먹거리’에 대해 “전 세계에서 우리가 잘 하다 보면 국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더 많은 일자리가 국내와 해외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해 최근 불안한 국제정세에 대해 “(이런 일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어떤 일이 시작될 때 민첩하게, 또 시나리오를 갖고 움직여야 한다”며 “회사에서도 예측 기능을 많이 개선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이날 열린 뉴욕오토쇼는 1900년 시작돼 올해로 120회를 맞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전시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2020년과 지난해 열리지 못했고 올해 3년 만에 정상 개최됐다. 이날 오토쇼가 열린 맨해튼 재비츠센터는 팬데믹 기간에는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임시 병상, 또는 대형 백신 접종소로 쓰였다. 이번에는 전시회가 오프라인으로 재개됐고 백신 접종 검사나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하지 않는다. 프레스데이인 이날 대부분 참석자는 마스크를 하지 않고 기자회견을 포함한 행사에 임했다. 올해는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해 도요타 포드 닛산 인피니티 스바루 등 33개 브랜드, 50여 차종이 전시됐다. 북미 시장에서 인기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전기차가 대세를 이뤘다. 행사장에는 전시 차량의 주행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트랙도 설치됐다. 현대차는 대형 SUV 팰리세이드 부분 변경 모델 ‘더 뉴 팰리세이드’를 선보였다. 기존 모델 디자인은 계승하면서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였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새 모델은 국내에서는 다음달에, 북미 시장에서는 올여름 각각 출시될 예정이다. 기아도 이날 북미 전용 SUV 텔루라이드의 부분 변경 모델 ‘더 뉴 텔루라이드’를 공개했다. 내비게이션의 제한속도 정보를 넘겨 주행하면 경고하는 등의 운전자 보조시스템을 넣고 5명까지 접속 가능한 차량용 와이파이 기능 등을 추가했다. 기아는 또 친환경 SUV 모델 ‘디 올 뉴 기아 니로’(신형 니로)를 미국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5는 이날 오토쇼 현장에서 열린 월드카어워즈 ‘2022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대상 ‘올해의 차’를 포함한 3개 부문을 휩쓸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12일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의 출근길 지하철 객차 안에서 ‘묻지 마 범행’으로 추정되는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 사망자는 없지만 최소 29명이 부상을 입었고 범인이 아직 붙잡히지 않아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당국은 흑인 남성 프랭크 제임스 씨(62·사진)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5만 달러(약 6150만 원)의 현상금까지 내걸었다. 뉴욕경찰(NYPD) 출신인 에릭 애덤스 시장은 1월 취임 후 줄곧 강력범죄 근절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도 올 들어 이달 3일까지 뉴욕에서는 296건의 총격 사건이 벌어져 작년 같은 기간(260건)보다 늘었다. 중부 아이오와를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 사건에 관한 긴급 보고를 받고 범인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33발 난사…바닥 피로 흥건 이날 오전 8시 24분경 뉴욕 브루클린의 지하철 ‘N’ 노선에서 맨해튼 방향으로 향하던 열차가 브루클린 선셋파크 36번가 역으로 진입할 무렵 객차 안에서 갑자기 희뿌연 연기가 퍼졌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잇따라 총성이 울렸고 열차 안은 사람들의 비명 소리로 가득 찼다. 범인을 똑똑히 봤다는 승객 피팀 젤로시 씨는 뉴욕타임스(NYT)에 “건설 인부처럼 입은 남자가 가까이 다가왔다. 단순히 마약에 취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상한 말을 내뱉더니 총을 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승객의 증언에 따르면 이 남성은 가방에서 방독면을 꺼내 쓴 후 연막탄을 던졌다. 연기가 퍼지자 마구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열차가 36번가 역에 멈추자 해당 칸의 승객들은 급히 열차를 빠져나가 도망가거나 맞은편 ‘R’ 노선 열차에 탑승했다. 승강장의 다른 시민들은 열차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로 빠져나오는 승객들을 발견한 후 사태의 위중함을 파악했다. 해당 객차에 있었던 야브 몬타노 씨는 CNN에 “당시 열차 안에 40∼50명 정도가 있었다. 바닥이 피로 흥건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열차와 승강장 바닥이 상당 부분 피로 얼룩져 있다. 범인 바로 옆에 앉았다는 다른 승객 후라리 벵카다 씨 또한 인근의 임신부를 도우려다 총을 맞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여성이 ‘아기를 가졌다’고 해서 그를 보호하기 위해 끌어안았는데 뒤에서 계속 몰려나오는 사람들에게 밀렸다. 그 순간 무릎 뒤쪽에 총을 맞았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살면서 최악의 고통을 느꼈다며 “다시 지하철을 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현재까지 29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중 10명은 총상을 입었지만 생명이 위독한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현장에서 9밀리 권총 탄환이 총 33발 발사됐다”며 “권총, 3개의 탄창, 4개의 연막탄 및 손도끼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 용의자, 사건 전날 “사람 죽이고 싶다”경찰은 현장에서 신용카드 및 자동차 열쇠를 발견한 후 이 물품의 주인인 제임스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그는 범행 하루 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트럭 한 대를 빌린 뒤 브루클린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의 사진을 공개하고 현상금도 걸었다. 그의 자세한 신원, 범행 동기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NYT에 따르면 제임스 씨는 사건 전날인 11일 유튜브 동영상에서 “나는 사람을 죽이고 싶고, 사람이 죽는 것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다른 동영상에서는 “나는 증오, 분노, 비통함으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인종 문제를 거론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흑인들이 사회에서 무시당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납득할 수 없는 장광설도 펼쳤다. 경찰은 사건 직후 ‘테러’로 분류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곧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사건 현장은 브루클린 내 차이나타운과 멀지 않다. 아직 아시아계 증오 범죄와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건을 보고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에 뉴욕경찰과 협조하라고 지시했다. 주변 학교들에는 대피 명령을 내려 학생들을 학교 안에 머물게 하고, 외부인의 교내 출입을 금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주 저지시티에 있는 한 쇼핑몰. 지나가던 사람들이 통행로에 있는 붉은색 자판기를 신기한 듯 연신 들여다봤다. 지난달 초에 설치된 이 자판기의 이름은 ‘로보 버거’. 이 자판기는 즉석에서 햄버거를 자동으로 조리해 판매하는 기계다. 주문, 결제 등의 영역에서만 활발했던 무인화와 자동화의 바람이 조리 영역으로도 확대된 것이다.》 자판기 내 로봇 셰프는 냉동 상태인 고기 패티와 빵을 굽고, 케첩과 마요네즈를 뿌리고 햄버거를 상자에 넣는 과정을 홀로 처리한다. 가격은 6.99달러(약 8600원)다. 신용카드, 애플페이, 구글페이 등으로 결제할 수 있다. 원하지 않는 양념은 뺄 수도 있다. 기자도 기계의 안내에 맞춰 햄버거를 주문했다. 결제를 마쳤더니 조리를 시작하는 소리가 곧바로 들렸다. 약 7분이 경과하자 아래에 있는 출구를 통해 뜨끈한 햄버거 하나가 작은 상자에 담긴 채 나왔다. 고기 패티에 치즈가 있고 케첩이 뿌려져 있었다. 시민 켈리 씨는 “이것이 바로 미래 기술이냐. 그런데 우리 이러다가 일자리 잃는 것 아니냐”며 본인 또한 주문을 넣었다. 기자가 관리 직원에게 ‘햄버거 자판기가 미국에서 처음이냐’고 묻자 그는 “미국이 아니라 세계에서 최초”라며 “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고 했다. 코로나19·구인난이 원인 최근 미국에서는 음식점 및 쇼핑몰 등을 중심으로 무인화와 자동화 바람이 거세다. 특히 외식업계에서는 조리, 서빙, 배달, 결제 등 전 영역에서 로봇이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그 배경에 두 가지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소비자들이 대면 접촉을 꺼리기 시작했다. 터치스크린, 무인자판기 같은 비접촉 거래 방식이 정착되면서 전염병 대유행(팬데믹) 종료 여부와 관계없이 대세가 된 것이다. 산업 현장의 역대급 구인난 또한 이런 현상에 한몫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올 2월 한 달 동안에만 435만 명의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직장을 관뒀다. 반면 기업들의 구인공고는 1130만 건에 달한다. 코로나19 기간 정부 지원금에 따른 소득 증가, 대면근로 기피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프라인 일터에 복귀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이에 고용주 또한 로봇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 로봇업계 연합체 ‘선진자동화협회(A3)’에 따르면 북미의 산업용 로봇 주문량은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3만9708대로 전년보다 28% 급증했다. 특히 기존에 로봇들을 자주 이용했던 자동차업계 외에도 식품, 소비재, 금속 업종에서 유난히 주문이 빠르게 늘었다. 로봇이 생산성이 높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꺼리는 고되고 반복적인 업무를 담당한다는 점을 많은 기업들이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고용주-소비자-종업원 만족 외식업계의 무인 열풍은 고용주와 소비자 모두 유리한 점이 많다. 우선 고용주는 인건비와 직원 관리에 드는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기계로 제조하는 만큼 품질의 균일성과 위생관리의 안전성 면도 사람보다 낫다는 평가 나온다. 고객 역시 적지 않은 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최근 찾은 뉴욕 맨해튼의 이스트빌리지에 있는 만두 프랜차이즈 식당. 외관은 여느 식당과 다름없지만 내부로 들어가니 언뜻 보면 지하철 사물함 같이 생긴 생소한 장치가 눈에 띄었다. 주문한 음식물을 가져갈 수 있는 무인 픽업박스다. 매장 내에 마련된 키오스크에서 음식 주문과 결제를 하고 몇 분 뒤 음식이 완료됐다는 메시지를 받으면 바코드를 스캔해 지정된 픽업박스에서 음식을 찾아가면 된다. 이 모든 과정은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식당은 매장 내 서빙 종업원을 둘 필요가 없어 경비가 절감되고, 고객도 음식값의 평균 15∼25%에 이르는 팁을 주지 않아도 돼 ‘윈윈’이다. 식당 매니저 조니에인절 델 토로 씨는 “조리는 주방에서 하고 음식이 준비되면 픽업박스에 음식을 넣고 손님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린다”며 “박스는 음식 종류에 맞춰 온도 조절이 돼 있다”고 안내했다. 반드시 매장에 와서 주문할 필요 없이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와서 찾아갈 수도 있다. 이 회사는 이런 무인 매장을 뉴욕시 전역은 물론이고 뉴저지주 등 미 북동부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북동부 미시간주 앤아버의 식당 ‘미스김’을 운영하는 한국계 김지혜 씨는 지난해 배달 로봇을 시험 사용했다. 바퀴로 주행하는 작은 무인차량으로 뚜껑을 열고 음식을 넣은 뒤 닫으면 배정된 주소로 배달해준다. 김 씨는 “코로나19로 배달 로봇의 쓰임새가 매우 커졌다”며 고객들 또한 사람이 아닌 로봇이 음식을 전달해주면 감염 위험이 적어진다며 좋아한다고 했다. 특히 음식점 업주 입장에서는 ‘도어대시’ 등 사람이 하는 음식배달 앱서비스보다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점을 반긴다. 또 여러 곳을 한꺼번에 들르지 않고 한 번에 한 곳씩만 배달을 하니 음식이 식기 전에 제때 배달이 돼 손님들의 만족도도 높다. 인간 배달원처럼 갑자기 결근을 하는 일도 없고, 월급을 올려 달라고 조르지도 않는다. 로봇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느낄 법한 종업원들조차 반긴다. 고된 단순 업무를 로봇이 떠안아주면 여유를 갖고 고객을 응대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프랜차이즈도 속속 로봇 도입 미 대형 프랜차이즈 전문점들도 로봇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멕시칸 음식 전문 체인 ‘치폴레’는 최근 간판 메뉴인 토르티야칩의 제조를 로봇에 맡기기로 했다. 치폴레와 파트너십을 맺은 유명 로봇업체 미소로보틱스의 마이클 벨 최고경영자(CEO)는 “최근의 구인난은 조만간 사라질 현상이 아니다”라며 로봇을 통한 자동화가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미소로보틱스는 유명 햄버거 체인 ‘화이트 캐슬’에도 감자튀김을 만들고 햄 패티를 굽는 로봇 ‘플리피’를 납품하고 있다. 베이커리 카페인 파네라 브레드 역시 미소로보틱스의 자동 커피 추출 기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주문, 조리, 배달 등에서 100% 완전한 자동화가 이뤄지려면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음식배달 로봇만 해도 제대로 배달을 수행하는지 체크하기 위해 회사 직원이 뒤에서 일일이 따라다닐 때도 많다. 그럼에도 외식업계 전반의 무인화 열풍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상시 직원을 두지 않아도 되고 24시간 영업이 가능해 인건비를 줄이고 수익성을 대폭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 진열대와 결제 키오스크를 놓을 공간만 있으면 운영할 수 있어 소자본 창업도 가능하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지만 전염병 대유행의 종식과 별개로 로봇이 만들어준 음식과 커피를 마시는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재동 뉴욕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뉴욕시의 출근길 지하철 객차 안에서 한 흑인 남성 무차별로 승객들에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10명이 총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범인이 아직 붙잡히지 않아서 뉴욕 시민들은 추가 범행 가능성을 우려하며 공포에 떨고 있다. 최근 강력 범죄와 증오 범죄가 빈발하는 뉴욕에서 급기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총격까지 벌어져 미국 사회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연막탄 던지고 30여 발 발사12일(현지 시간) 오전 8시 24분경 뉴욕시 브루클린에서 맨해튼 방면 36번가역으로 향하던 ‘N’ 지하철 열차 안에서 갑자기 희뿌연 연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수십 발의 총성이 잇달아 들렸고 열차 안은 사람들의 비명 소리로 가득 찼다. 열차에 같이 탔던 승객들의 증언에 따르면 녹색 작업복을 입은 한 흑인 남성이 갑자기 자신의 가방에서 방독면을 꺼내 쓰더니 열차 내에 연막탄을 던졌다. 그리고 연기가 열차에 모두 퍼지자 그는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열차 안에서 범인을 봤다는 질로시 씨는 뉴욕타임스(NYT)에 “건설인부처럼 입은 남자가 가까이 다가왔는데 위협적으로 느껴졌지만 그냥 마약에 취한 사람인 줄 알았다”면서 “그런데 이상한 말을 내뱉더니 총을 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범인이 나를 먼저 겨냥했지만 운 좋게 총알이 바지에 스쳤다”며 “공격이 계속됐지만 마침 열차가 밀려서 다음 역에 도착하기까지 5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고 회고했다. 열차가 36번가역에 멈추자 사람들은 급히 객차를 빠져나가 도망가기 시작했다. 당시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피투성이가 된 승객들을 발견하고서야 사태를 파악했다. 범인과 같은 열차에 탔던 야브 몬타노 씨는 CNN방송에 “처음에는 폭죽 소리인 줄 알았다”면서 “다행히 의자 뒤에 숨어서 몸을 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열차가 지체되자 사람들은 총격과 연기를 피해 다른 칸으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문을 열지는 못 했다. 그는 “당시 객차 안에는 40~50명 정도가 있었다”며 “객차 바닥이 피로 흥건했다”고 했다. 범인 옆에 앉았다는 호텔 직원 벤카다 씨는 “총격이 거의 2분 동안은 이어진 것 같았다”고 전했다. 총격으로 총 29명이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이중 10명은 총상을 입었다. 다만 이중 생명이 위독한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직후 뉴욕시는 주변 도로들을 봉쇄하는 한편 학교에 대피 명령을 내려 학생들을 교내에 머물게 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사건 당시 9밀리 권총이 모두 33발 발사됐다”면서 “현장에서 권총과 3개의 탄창, 4발의 연막탄 및 손도끼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 62세 흑인 남성 용의선상경찰은 이날 저녁 사건 현장에 떨어진 신용카드 및 자동차 열쇠를 발견하고, 그 주인으로 62세 흑인 남성 프랭크 제임스를 용의자로 특정해 그의 행방을 찾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제임스는 전날 필라델피아에서 유홀(셀프 이사용 차량) 트럭 한 대를 빌린 뒤 브루클린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경찰(NYPD)은 “우리는 제임스가 이 열차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며 그의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그가 총격을 직접 자행한 장본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아직 범인 검거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범행의 동기도 미궁이다. 경찰은 당초 이를 ‘테러 사건’으로 분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다시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사건 현장인 36번가역은 브루클린에 있는 차이나타운과 멀지 않은 거리지만, 아시아계 증오 범죄와 관련이 있는지도 아직은 확인된 바가 없다. 뉴욕시는 경찰 출신인 에릭 애덤스 현 시장이 올해 1월 취임한 후 범죄 소탕을 위해 자원을 쏟아 붓고 있지만 강력범죄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올 들어 4월 3일까지 뉴욕시 총격 사건은 296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260건에 비해 더 증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가해자를 찾을 때까지 경계를 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급등세를 이어가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결국 8%대마저 돌파해 4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공급망 교란 등의 요인이 미국발 물가 급등과 복합적으로 맞물려 글로벌 인플레이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12일(현지 시간)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5% 올랐다고 밝혔다. 1981년 12월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8.4%보다도 0.1%포인트 높았다. 물가상승률은 전월 대비로는 1.2% 올라 2005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1.4%에 불과했던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같은 해 6월 5%대를 돌파한 뒤 올해 2월 7.9%까지 상승하는 등 급등세를 이어왔다. 가뜩이나 오름세를 이어가던 원유 등 에너지 및 식량 가격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상승률이 더욱 높아지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방송에 현재 물가 상황을 “퍼펙트 스톰”이라고 표현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에 국내 증시도 하락하는 등 한국 경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새 정부도 달라진 경제 여건에 따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물가상승률 전망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3.1%)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음 주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성장률은 하향, 인플레이션은 상향’이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0.98% 내린 2,666.76에 마감했다.우크라 침공-공급망 위기 등 겹쳐… 美 물가상승 부채질美 3월 물가 8.5% 급등‘스태그플레이션’ 위기감 고조美, 내달 금리 0.5%P 인상 가능성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8%대 중반으로 올라서면서 글로벌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지정학적 위기와 글로벌 공급망 쇼크로 인해 1970년대와 유사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최근 미국의 물가 급등세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유 등 에너지 가격 상승, 중국의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중국 주요 도시 봉쇄, 미 근로자 임금 상승, 구인난 등의 요인이 한꺼번에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경제수도인 상하이가 대규모 봉쇄 조치에 들어가면서 지난해 내내 글로벌 경제를 괴롭혔던 공급망 위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이 직면한 인플레이션 상황을 “퍼펙트 스톰”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미 소비자들의 물가 전망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 뉴욕연방은행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 동안 기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예상치)은 올해 3월 6.6%로 전달 6%보다 높았다. 2013년 조사 개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게 형성되면 소비자들이 미래의 가격 상승에 대비해 현재의 소비를 더 늘려 물가가 더 오르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미국의 물가상승세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연준이 긴축의 고삐를 바짝 당길 것이라는 전망도 향후 경기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2년 만에 ‘제로 금리’에서 벗어난 연준은 다음 달 초로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한 번에 0.5%포인트를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할 공산이 크다. 인플레이션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경우 추가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보유자산 축소) 등 다양한 ‘긴축 카드’를 쏟아낼 방침이다. 물가 급등에 따른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가능성 등의 우려로 전날 미국 증시는 급락했다. 11일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2.18% 내렸고 다른 주요 지수도 1% 이상 하락세를 보였다. 또 중국의 대규모 봉쇄가 경제 활동 감소와 원유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4% 급락한 배럴당 94.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