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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연계에선 다음 달 17∼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발레 ‘모댄스’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주역인 세계적 발레 스타이자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45·사진)의 정치색 논란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태생인 그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찬성한 데 이어 러시아 연방의회 국가두마(하원) 의원을 두 차례 지낸 인물이다. 푸틴으로부터 훈장도 받아 ‘친푸틴’ 인사로 손꼽힌다. 이 때문에 이번 공연을 앞두고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측은 주한 대사관을 통해 “침략 국가의 공연자들을 보여주는 것은 러시아의 부당한 침략을 정당화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경시하는 것과 같다”며 공연 취소를 주장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공연계에선 논란이 되는 정치적 배경을 지닌 예술가의 공연을 허용해도 되는가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물리고 있다. 최근 정치적 올바름(PC)이 대중의 중요한 잣대가 되면서, 정치적 성향뿐 아니라 윤리적 결함이 있는 예술가의 공연 취소, 캐스팅 변경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올 초 공연 예정이던 연극 ‘두 메데아’는 공연예술 관계자 343명, 관객 363명이 연명한 보이콧 운동으로 개막을 열흘 앞두고 취소됐다. 주연 배우 김모 씨가 2018년 미투로 질타를 받은 연희단거리패 대표 출신인 데다, 그래픽디자이너가 성범죄 의혹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달 3일 폐막한 뮤지컬 ‘더 데빌: 파우스트’에는 원래 배우 한모 씨가 출연 예정이었으나 개막 전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했다. 2020년 성추행 논란을 두고 관객들이 대학로 거리에 현수막을 내거는 등 거세게 항의한 데 따른 결정으로 알려졌다. 공연을 허용하는 것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적인 여론을 수용한 것이다. 공연계에선 PC 논란을 일으킨 예술가들의 공연 여부를 놓고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공연 강행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과 캔슬컬처(논란이 된 인물의 지위를 박탈하는 집단적 움직임)는 마녀사냥일뿐더러 예술가들의 예술 활동을 위축시킬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 장인주 무용평론가는 “자하로바 공연 논란의 경우 자하로바 본인이 전쟁을 원치 않는다 주장해도 핵심적인 친푸틴 예술가로서 가해자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전쟁에 반대하는 나라들에선 러시아 출신 예술가들의 공연을 줄줄이 취소했다. 비윤리적 예술가가 활동을 재개해도 괜찮다는 안 좋은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은경 연극평론가는 “공연을 ‘안 볼 권리’가 있는 개개인이 작품을 외면함으로써 예술가가 반성을 하고, 자연적으로 정화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공과를 다각도로 살피지 않은 일방적 매도는 다양한 예술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도 있다”고 했다. 일회성에 그치는 단죄를 넘어 논란이 된 예술가의 작품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16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열리는 포럼 ‘연극계 백래시, 어떻게 맞서나갈 것인가’에 참여하는 홍예원 연출가는 “나치 독일의 괴벨스가 만든 선전 영화는 미학적 완성도를 인정받는 한편 어떤 목적으로 제작됐는지 대중이 인지하고 본다는 게 핵심”이라며 “공연을 취소하고 사안을 봉인할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재평가로 건강한 논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 달 16∼18일에는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갈라콘서트가, 6월에는 이스라엘 예루살렘 현악 4중주단의 공연이 열린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인터넷을 보다 보면 세상의 종말이 머잖은 것 같은 때가 있다. 정치 혼란, 경기 침체 등 막막한 문제를 둘러싼 각종 ‘썰’이 난무해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는 썰의 황금기(?)에 태어난 듯해 억울하기도 하다. 그러나 책은 음모론이 단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말하며 그 역사와 패턴에 대해 몰입도 높게 풀어낸다. 책에 따르면 음모론은 중세에도 팽배했다. 부활절 전날 영국의 숲속에서 소년의 시신이 발견되자 ‘유대인이 기독교도 아이들을 살해한다’는 낭설이 유럽 전역에 퍼졌다. 1960, 70년대 미국에선 베트남전, 정계 인사의 암살 등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며 음모론이 폭발했다. 다만 저자는 “오늘날 인터넷이 보급되며 극단주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심화한 양극화는 ‘통제할 수 없는 힘으로 세상이 돌아간다’는 의식을 키웠다”고 말한다. 일루미나티, 폴 매카트니 사망설 등 세상을 뒤흔든 음모론을 흥미진진하게 소개하며 음모론이 사라지기 힘든 이유를 진화론과 심리학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원시 인류는 위험 요소를 알아채지 못하는 것보다 실존하지 않는 위험을 보는 게 유리했다”며 “음모론은 세상을 어떻게든 설명하려는 욕구를 충족해주기도 한다”고 말한다. 또 음모론자가 단지 교육 수준이 낮은 이들이 아닌 ‘우리’ 모두일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예컨대 20세기 최고 지성으로 꼽히는 버트런드 러셀은 ‘케네디 암살 음모론을 믿는 모임’을 창설했다. 음모론의 시비도 따져본다.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이 팬데믹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전자기파 중 하나인 5G는 인체에 피해를 일으킬 만한 에너지가 없는 비전리 방사선”이라고 반박한다. 음모론에 매몰되면 그것의 토대가 된 진짜 문제를 놓칠 수 있다. 저자는 “우리 삶을 좌우하는 진짜 원인을 밝혀내지 않으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하고 가족을 이루는 이야기, 평범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만남과 헤어짐이 물 흐르듯 이어진대도 어떤 사랑은 결코 평범할 수 없다. 존재 자체를 끊임없이 부정당하는 사람들에게 ‘평범하게 오래 살며 사랑하는 일’은 머나먼 행성만큼 요원하다. 19∼31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는 이처럼 평범함이 허락되지 않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2000년생 동갑내기 재은과 윤경이 만나 동성 가족을 이루고, 딸을 입양해 함께 살아가는 100년의 시간을 그린다. 제59회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한 이래은이 연출했다. 6일 정동극장에서 그를 만났다. “초연 대본을 읽었을 땐 다음 일이 쉽게 예측돼 꾸벅꾸벅 졸았어요. 그런데 마지막 장을 넘긴 순간 눈물이 탁 터졌죠.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을 현실에서 오롯이 지켜본 적이 없기에…. 마음이 무너진 거예요.” 주인공 재은과 윤경의 혼인신고서가 반려되자 곧장 유언장을 작성하는 장면은 관객 가슴에 파문이 일게 한다. 이 연출가는 “동성 부부는 병원에 가도 서로 보호자조차 될 수 없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비극이 그들에겐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극 중 일대기는 ‘우주’와 연결된다. 처음 만나 UFO(미확인비행물체) 이야기를 하며 마음이 닿고, 먼 미래엔 우주정거장에서 재회한다. 이 연출가는 “슬픔과 고통이 반복되는 삶의 순간들이 까맣고 긴 터널처럼 이어지는 형상을 머릿속에 그렸다. 이를 표현하고자 분야별 디자이너들과 논의해 무대 바닥에 궤적을 만들었다”고 했다. 또 ‘평범한 사랑 이야기’임을 보여주고자 무대와 관객 간 거리를 좁히는 보조 무대를 설치했다. 세 주인공의 10대 시절은 특히 섬세한 대사로 그려진다. 시대별 10대를 적확히 표현하고자 당시 정치사회와 대중문화부터 양육자 세대의 성장 배경까지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 8세부터 99세까지 넘나드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액팅코치, 안무가와 머리를 맞대고 신경심리학적 연구도 했다. 8세 전후 어린이를 연기할 땐 윗입술을 바짝 올리고, 에너지가 사방으로 분출하듯 걷는다. 80대가 되면 무게 중심을 골반 앞으로 움직이고, 길어진 인중과 밭은 숨으로 말한다. 그는 “과학적 근거로 몸을 만들면 슬픔과 고통을 연기하더라도 배우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꺼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눈물을 뚝뚝 떨구기도, 봄 닮은 미소를 짓기도 하던 그에게 사랑은 단지 이성을 향해 타오르는 것이 아니다. “텅 빈 우주 어딘가에 표류할 서로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깜박깜박 신호를 보내는 것, 다시 말해 계속 들여다보고 면면을 발견하는 것. 그게 사랑이죠.”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굽은 등과 뒤틀린 입술, 절룩이는 다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카지모도)의 첫 등장은 여느 뮤지컬의 ‘백마 탄 왕자님’들과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를 향해 누구보다 꾹꾹 진심을 눌러 담아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의 사랑을 응원하게 될지 모른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콰지모도 역을 맡은 배우 정성화(49)를 6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공연장에서 만났다. 그는 콰지모도를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역할’로 꼽으며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말문을 뗐다. 이어 “첫 등장은 열한 살인 우리 아이가 나를 피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하지만 공연이 끝날 때쯤엔 ‘나라도 저 친구를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1998년 프랑스 초연 이후 전 세계 23개국에서 15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스테디셀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세 남자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1831년 발표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한국어 공연은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콰지모도 역은 정성화와 양준모, 윤형렬이 돌아가며 맡는다. 그는 관객에게 연민을 자아내는 것을 목표로 배역을 끊임없이 파고들었다고 했다. “시즌 초반에 ‘콰지모도가 너무 청아하다’는 관객 평을 보고 크게 반성했어요. 콰지모도의 불편한 등허리와 청력 등을 연기와 목소리로 표현하려 다시 고민했죠.” 이후 그는 또렷한 발음 대신 다소 어눌한 발음을 연습했고, 다리 근육을 훈련해 최대한 낮은 자세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2004년 뮤지컬 ‘아이 러브 유’로 공연계에 입성한 그는 21년 차 베테랑 배우다. 뮤지컬 ‘영웅’의 안중근, ‘킹키부츠’의 롤라,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등 다채로운 캐릭터를 오갔다. 그는 2009년 ‘노트르담 드 파리’를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해 이번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정성화는 “무대에 올라 관객 귀를 즐겁게 해주는 동시에 저 스스로도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연은 처음이다. 너무나 행복하다”고 했다. 24일까지, 7만∼17만 원. 29일부터는 부산과 대구에서 공연이 이어진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카메라에 불이 켜지고 두 무용수가 눈을 맞추자 연습실 검은 장막에 푸른 달빛이 사푼 내려앉은 듯했다. 밤마다 백조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 오데트와 악마의 방해로부터 사랑을 지켜내려는 왕자 지그프리트. 호수만큼 시린 눈빛이 허공에 걸렸을 땐 이들이 사랑의 주역으로 거듭 호흡을 맞추는 이유에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이달 27∼3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되는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에서 영원한 사랑을 춤추는 두 주역, 솔리스트 조연재(29)와 수석무용수 박종석(33)이다. 5일 서울 서초구 국립발레단 연습실에서 만난 이들은 ‘호두까기 인형’ ‘고집쟁이 딸’ 등에서 연인을 연기한 발레단 대표 듀오 중 하나다. 전 회차 전석 매진된 이번 공연에서 오데트 역은 심현희, 조연재, 안수연이, 지그프리트 역은 박종석, 허서명, 하지석이 번갈아가며 맡는다.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는 세계적인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안무한 버전으로 남녀 무용수 모두에게 고강도 체력과 정교한 연기를 요구한다. 박종석은 “1막 1장은 내내 뛰어다니기 때문에 연습한 날엔 따로 유산소 운동을 안 해도 될 정도”라며 “그 대신 공연을 끝낸 뒤 돌아오는 행복도 2배”라고 했다. 조연재는 역대 출연작 중 가장 어려운 작품으로 ‘백조의 호수’를 꼽았다. 그는 “백조를 표현하려 뒤로 꺾는 팔의 움직임이 매우 까다롭다. 태생적으로 왼쪽 어깨가 잘 움직이지 않아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고백했다. 백조 오데트 역 발레리나가 사랑을 훼방 놓는 흑조 오딜 역까지 겸해 180도 반전 연기를 선보이는 것이 작품의 묘미다. 조연재는 ‘처연한’ 백조와 ‘매혹적인’ 흑조가 되고자 고심했다. 그는 “지그프리트를 속이려면 흑조는 매력적이어야 한다고 봤다”며 “백조 연기는 전설적인 무용수 율리아나 로파트키나 영상을 참고했다. 인간이 아닌 백조 그 자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오딜을 오데트로 착각한 지그프리트가 그릇된 사랑을 맹세하는 장면은 박종석에게 가장 극적인 순간이다. 2년 전 발레리나 겸 배우 왕지원과 결혼한 그는 평소 사랑꾼으로 유명하다. “이때 지그프리트가 받는 충격은 완전히 제 것이에요. 오데트와 사랑에 빠질 때, 자기 잘못을 깨닫고 슬픔을 느낄 때 아내와의 일들을 생각하죠. 일상에서 느낀 진짜 감정을 무대에서 표현해 내려고 노력합니다.” 이처럼 섬세한 연기로 공연마다 호평을 받는 박종석은 2016년 입단 후 5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조연재 역시 승급 속도가 매섭다. 2018년 입단한 해에 ‘호두까기 인형’ 마리 역으로 주역에 곧장 데뷔했다. 올해 1월엔 드미솔리스트에서 솔리스트2를 건너뛰고 솔리스트1로 두 계단 점프했다. 입단 동기 중 승급이 가장 빠르다. “‘백조의 호수’를 잘하고 싶어서 연말연초 휴가에 쉬지 않고 연습을 했거든요. 그런데 1월 첫 출근 날 발목이 돌아갔어요. 발레가 내 길이 아닌 걸까 하늘을 원망했죠. 병가를 내고 병원에 다녀오는데 승급 전화가 와서…포기하지 말라는 거구나, 큰 힘이 됐죠.” 두 사람에게 빠르게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할 수 있게 된 비결을 물었다. 조연재는 “연습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감당하기 힘든 우울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늘 할 일은 하자’는 마음으로 연습에 매진하려 한다”고 했다. 박종석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같은 답을 내놓았다. “집 가서 털고 다음 날부터 그냥 다시 하는 거죠. 안 되는 걸 계속 해보고 또 해보면서.”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걸그룹 트와이스가 미국 빌보드의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K팝 가수가 이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건 이번이 8번째다. 3일(현지 시간) 미국 빌보드는 차트 예고기사를 통해 트와이스가 열세 번째 미니음반 ‘위드 유-스(With YOU-th)’로 ‘빌보드 200’ 정상에 올랐다고 밝혔다. 미국의 컨트리음악 스타 모건 월런의 앨범 ‘원 싱 앳 어 타임(One Thing at a Time)’과 카녜이 웨스트-타이 달라 사인의 ‘벌처스 1(Vultures 1)’ 등 쟁쟁한 후보를 제쳤다. 비(非)영어 앨범이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건 24번째다. 앞서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뉴진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스트레이 키즈, 슈퍼엠, 에이티즈 등 7개 K팝 그룹이 1위를 차지했었다. 2015년 데뷔해 ‘치어 업’ 등의 히트곡을 낸 트와이스는 해당 차트의 10위권에 5차례 진입한 끝에 처음 1위에 올랐다. ‘빌보드 200’은 스트리밍 횟수,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횟수 등을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뒤 실물 음반 판매량과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위드 유-스’는 집계 기간 음반 판매량이 9만5000장에 달했다. 신보에는 타이틀곡 ‘원 스파크’를 비롯한 6곡이 수록됐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방송인 김신영이 KBS 1TV ‘전국노래자랑’에서 하차한다. 송해(1927∼2022)의 후임으로 발탁된 지 1년 5개월 만이다.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김신영은 지난달 29일 프로그램 하차 통보를 받았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담당 CP(책임 프로듀서)가 (KBS 윗선으로부터) MC 교체 통보를 받고 당황해 연락이 왔다. 이달 9일 인천 서구편 녹화를 끝으로 하차하게 됐다”며 “김신영은 그동안 전국을 누비며 달려온 제작진과 힘차게 마지막 녹화에 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국노래자랑’은 국내 최장수 TV 예능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1980년 정규 편성돼 가수로 활동했던 고 이한필, 방송인 이상용 등이 역대 MC로 이름을 올렸다. 김신영은 1988년부터 34년간 MC를 맡았던 송해의 뒤를 이어 2022년 10월 ‘전국노래자랑’ 첫 여성 MC로 발탁됐다. 김신영의 하차는 시청률 하락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국노래자랑’은 송해가 진행을 맡던 시절 10%대 시청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했으나 올해 시청률은 5∼6%대에 머무르고 있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대표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임으로는 방송인 남희석이 확정됐다. 남희석이 진행하는 ‘전국노래자랑’은 이달 31일부터 방영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방 안에 있는 거미를 보면 대체 어느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건지 알 수가 없다. 빽빽한 쇠창살로 둘러쳐진 감옥에도 온기가 들 틈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거미여인’ 몰리나는 감옥만큼 굳게 닫혀 있던 발렌틴의 마음에 스며들며 잿빛 바닥을 색채로 가득 메운다. 마치 거미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온유하게 기다리면서”.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중 일부다. 아르헨티나 작가 마누엘 푸이그가 1976년 발간한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수감 중인 두 인물 몰리나와 발렌틴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을 그렸다. 국내에서는 2011년 초연돼 2017년 세 번째 시즌을 거쳐 7년 만에 다시 막이 올랐다. 성소수자 몰리나 역은 배우 전박찬, 정일우, 이율이 돌아가며 연기한다. 정치범 발렌틴 역은 박정복, 최석진, 차선우가 맡았다. 연극 ‘오펀스’, 뮤지컬 ‘라카지’ 등을 만든 레드앤블루가 제작했다. 이념과 성격이 정반대인 두 주인공을 대사와 소품을 통해 세밀하고 감각적으로 그렸다. 스스로를 여자로 생각하며 “지금을 즐겨” “난 내가 슬프다고 느끼면 울 거야”라고 말하는 몰리나의 자리는 형형색색의 스카프와 포스터로 장식돼 있다. 반면 냉철한 반정부주의자 발렌틴은 “내게 생의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은 용납하지 않는다”며 낡은 책 두어 권만 머리맡에 두고 이상을 위해 인내한다. 감옥이라는 단일한 무대세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2인극이지만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가 현실에 환상을 중첩시켜 입체감을 더했다. 원작 속 길게 서술되는 영화 이야기는 핵심만 남기고 과감히 덜어내 두 인물의 서사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31일까지, 전석 6만6000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해 공연 티켓 판매액(콘서트 등 제외)은 6489억 원으로 관련 수치를 집계한 2019년 이래 최대였다. 콘서트 등 대중예술 분야를 합치면 1조2697억 원으로 영화 매출액을 처음 넘어섰다. 그러나 공연시장 성장의 이면에는 티켓가 급등이나 공연 질 저하 등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3월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됐던 뮤지컬 ‘닥터 지바고’의 홈쇼핑 판매 영상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OST 앨범과 프로그램 북을 포함한 VIP석 패키지 티켓은 반값 특가로 7만 원에 판매됐다. 이 영상의 댓글창에는 “지금은 절대 없는 할인율”이라는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6년 새 티켓가가 크게 올랐지만 할인 혜택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달 폐막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VIP석 티켓가는 19만 원으로, 뮤지컬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다음 달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스타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모댄스’의 R석 티켓가는 34만 원에 달한다. 공연 티켓 가격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는 ‘스타 캐스팅’ 시스템이 꼽힌다. 공연계에 따르면 ‘n차 관람’을 유도할 수 있는 A급 남자배우들의 개런티는 회당 4000만 원이 넘는다. 공연계 관계자는 “인지도와 팬층이 어느 정도만 있어도 2000만∼3000만 원 개런티는 기본”이라며 “인건비가 제작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5, 6년 전에 비해 현장 스태프나 하우스 매니저의 인건비도 50% 이상 뛰었다”며 “티켓 할인을 해주면 제작사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예매수수료와 극장 주차요금 등 부대비용도 줄줄이 올랐다. 티켓링크는 온라인 티켓 예매수수료를 기존 1000원(연극 외 공연 기준)에서 지난 달 2000원으로 올렸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6∼12월)에 인터파크와 멜론, 예스24가 예매수수료를 2배로 인상했다. 공연 가격은 올랐지만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스타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가 대표적이다. 배우 최재림은 올 1월 28일 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에서 반복적인 음 이탈을 낸 후 최근까지도 고음 넘버의 일부 소절을 대사로 처리해 논란이 됐다. 뮤지컬 3편을 동시에 준비하면서 무리한 게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그의 공연을 관람한 한모 씨는 “1막 하이라이트에서 ‘삑사리’가 난 이후 공연에 몰입이 안 됐다. 1층의 좋은 좌석을 18만 원이나 주고 어렵게 구했는데 돈이 너무 아까웠다”고 말했다. 뮤지컬 제작사들에 캐시카우로 통하는 스테디셀러 작품을 놓고 골수 팬들 사이에선 “예전보다 성의가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팬들이 인증샷 촬영에 열을 올리는 캐스팅보드(배역을 소개한 안내판) 사진 ‘재탕’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공연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레베카’는 캐스팅보드에 들어가는 배역별 사진을 갱신하지 않고 지난 공연에서 사용한 사진을 재활용했다. 막심 드 윈터 역의 주연배우 류정한의 경우 10년 전 초연 사진이 캐스팅보드와 프로그램북에 그대로 들어갔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지난해 공연시장이 엔데믹 이후 빠르게 회복됐지만 건강한 성장을 이루진 못했다”며 “과도한 스타 마케팅에서 벗어나 공연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70년 가까이 무대를 지켜온 원로배우 오현경 씨(사진)가 투병 끝에 1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고인은 1955년 전국고등학교연극경연대회에서 ‘사육신’에 출연하며 배우의 길을 걸었다. 이후 극단 실험극장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연극 ‘봄날’, ‘휘가로의 결혼’ 등에 출연했다. 특히 고인은 KBS 2TV 드라마 ‘손자병법’(1987∼1993년)의 만년 과장 이장수 역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고인은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제3회 동아연극상(1966년)에서는 실험극장 ‘무익조’의 금박사 역으로, 제22회 동아연극상(1985년)에서는 실험극장 ‘아메리카의 이브’ 장군 역으로 연기상을 받았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출신인 고인은 지난해 8월 뇌출혈로 쓰러지기 석 달 전 연세극예술연구회 학생들과 함께 유작이 된 연극 ‘한여름 밤의 꿈’ 무대에 섰다. 고인의 딸이자 배우인 오지혜 씨는 “아버지에게 연극은 종교나 다름없었다. 생전 ‘깐깐한 배우’로 살면서 구순을 앞두고도 매일 다음 작품을 꿈꾸셨다”고 밝혔다. 유족으로는 딸 지혜, 아들 세호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 발인은 5일 오전 5시 20분. 02-2227-7500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소설가 한강(53·사진)이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제7회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이 이 상을 받은 건 2018년 황석영의 장편 소설 ‘해 질 무렵’ 이후 6년 만이다. 기메 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이날 ‘작별하지 않는다’를 수상작으로 발표하며 “절제된 표현력과 주제의 보편성”을 선정 이유로 밝혔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4·3사건으로 인한 상처와 치유를 그린 작품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과거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강렬한 시대극들이 잇달아 공연된다.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이달 27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루이 16세의 왕비로서 화려한 삶을 살다 단두대에서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재조명했다. 당대 귀부인들이 입던 로코코풍 드레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250여 벌의 드레스와 회전무대로 표현한 베르사유 궁전 등이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배우 김소향, 이지혜, 옥주현 등이 출연한다. 다음 달 26일부터는 나폴레옹의 침공을 앞둔 19세기 러시아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이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를 재창작한 작품으로 백작의 서자 피에르와 군인 아나톨, 아름다운 여인 나타샤 간의 사랑을 그린다. 배우 대부분이 연기는 물론이고 악기까지 연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20세기 중국에서 스파이로 활동한 경극 배우 스페이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엠. 버터플라이’도 다음 달 16일부터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7년 만에 공연된다. 여장 남자 쑹리링(송릴링)이 주베이징 프랑스대사관에서 일하는 외교관 르네 갈리마르를 속이고 국가 기밀을 캐내는 이야기다. 1988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토니상 작품상을 수상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우리나라 세 번째 공공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이 창단했다. 국립발레단이 1962년, 광주시립발레단이 1976년 출범한 이후 48년 만이다.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은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내 발레 무용수들이 이미 세계무대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데도 (발레는) 다른 예술 장르에 비해 공적 지원이 충분치 않았다”며 “서울시발레단이 K컬처의 매력을 확장하고 서울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늘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발레단은 단장, 고정 단원 없이 시즌 및 작품별로 선발된 무용수와 안무가로 구성된다. 기존 공공예술단들이 1인 단장(예술감독)과 정년 보장 단원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과 대비된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공연별로 최적화된 프로덕션을 꾸리고, 더 많은 국내 무용수들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현재 국내 발레단에 자리가 부족해 해외로 나간 무용수가 많다. 해외에서 활동 중인 솔리스트(독무를 추는 무용수)만 100명 이상”이라고 했다. 서울시발레단은 클래식 발레 위주로 공연하는 다른 국내 주요 발레단들과 달리 동시대 작품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국내 관객의 오늘날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다. 8월 창단 공연으로 무용가 주재만이 안무하는 전막 창작 발레 ‘한여름 밤의 꿈’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초연한다. 앞서 4월에는 안성수, 유회웅, 이루다 안무의 트리플빌 ‘봄의 제전’을 선보인다. 10월에도 한 차례 더 공연을 연다. 연간 배정된 제작비, 인건비 등 예산은 총 26억 원이다. 올해 시즌 무용수는 국립발레단, 미국 뉴욕 페리댄스 컨템포러리 무용단 등 출신의 무용수 5명으로 이뤄졌다. 연초 실시된 공개 오디션에 참가한 인원 129명 가운데 선발했다. 시즌 무용수는 올해 열리는 공연 3편에 모두 선다. 단일 공연에 출연하는 프로젝트 무용수는 17명이 뽑혔다. 이 외에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무용수 200여 명을 객원 무용수로 섭외할 계획이다. 발레단 전용 공간은 서울 용산구 노들섬 다목적홀에 조성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혁명(革命)은 천명(天命)을 새로이 한다는 뜻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배경으로 한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시대적 변혁 이전에 자기 자신을 혁명했다. 빵과 은 식기를 훔치고 세상을 저주하던 그는 가없는 사랑을 베푸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 최재림(39·사진)은 “내게 혁명은 작품을 하는 모든 순간”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주역을 맡은 그를 14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레미제라블’은 37년간 53개국에서 1억30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스테디셀러다. 국내에선 2015년 이후 8년 만인 지난해 10월 부산을 시작으로 서울을 거쳐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4월 7일까지 공연된다. 장발장 역은 최재림과 민우혁이 번갈아 맡는다. “회차가 지나며 ‘관성이 생겼나’ 싶으면 일상부터 송두리째 바꿔요. 늦잠은 금물, 운동 강도도 올리죠.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새 작품, 해보지 않은 배역에 계속 문을 두드리고요. 스스로 만든 틀에서 벗어나려고 혁명을 하죠.” 두드림 끝에 그는 지난해 남자 배우들에게 ‘꿈의 배역’으로 통하는 장발장 역과 ‘오페라의 유령’ 유령 역을 모두 거머쥐었다. 지난달 말 유령 가면을 벗은 뒤 8일부터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의 주인공 제이미 역으로 출연 중이다. 레미제라블은 뮤지컬 배우 16년차, 오디션 삼수 만에 배역을 따냈다. 11년 전 서울 초연 당시 혁명대를 이끄는 청년 앙졸라 역으로, 2년 뒤 재연에선 수염과 머리칼을 잔뜩 길러 장발장과 자베르 역에 동시 지원했으나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그는 “이번에도 붙을 거라 확신은 못 했다. 단지 ‘이번에도 안 되면 내 인생에 장발장은 없다’는 다짐뿐이었다”며 “유령과 장발장 배역이 거의 동시에 결정됐을 때 기뻐서 마음속으로 춤을 췄다”고 했다. 증오와 자비라는 극단의 감정을 오가는 장발장은 연기, 노래 모두 초고난도로 꼽히는 배역이다. 조용하지만 힘 있게, 섧지만 담담해야 하는 2막 ‘Bring Him Home’ 등 감도 높은 넘버로 가득하다. 그는 “소절마다 담아내야 할 감정의 폭이 너무나 넓다. 장발장을 전부 보여주기에는 160분도 짧다”고 말했다. 이어 “장발장의 상황에 나를 수없이 대입해 심정을 헤아리려고 애썼다. 그래도 철천지원수를 눈앞에 두고 놓아주는 행동은 최재림은 못할 것 같다”며 웃었다. 깎아낸 듯 간명한 어조로 말하는 그도 슬픔을 삼키는 장발장 앞에선 마음이 무너진다고 했다. 그는 “딸 코제트의 행복을 위해 사라져주는 장면을 연습할 때 많이 울었다”며 “다만 무대 위에선 내 감정에 스스로 젖지 않고 캐릭터의 상황과 노래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는 데 최대한 집중하려 한다”고 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새로 태어나는 순간이 있다. 탄탄대로를 눈앞에 둔 장발장이 제 발로 법정을 찾아 무고한 죄수를 대신해 자백하는 장면은 공연의 하이라이트. 최재림은 “지금 받고 있는 스포트라이트가 언제든 꺼져버릴 수 있다는 걸 깨달은 20대 중후반이 터닝포인트였다. 박칼린 선생님을 만나 배우로서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웠다”며 올해도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을 예고했다. “지난해는 정말 꿈같았죠. 뮤지컬 역사의 상징적인 배역들이 제게 주어진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였어요. 새해 목표는 ‘결단하고 조절하기’. 저와 관객 모두를 위해 스스로를 다시 채우는 시간이 될 겁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가수 이효리(45·사진)가 14일 모교인 국민대를 찾아 “여러분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여러분 자신”이라며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라”고 격려했다. 이 씨는 이날 서울 성북구 국민대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3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후배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축사를 했다. 그는 1998년 국민대 공연예술학부 연극영화전공으로 입학한 직후 그룹 핑클로 데뷔했다. 이 씨는 “사랑하는 부모님, 심지어 훌륭한 성인들이 남긴 말도 안 듣는 우리가 조금 유명하다고 와서 떠드는 것을 들을 이유가 있느냐”며 말문을 뗐다. 이어 “나보다 뭔가 나아 보이는 누군가가 멋진 말로 깨달음을 주길, 그래서 내 삶이 조금은 더 수월해지길 바라는 마음 자체를 버리라”며 “인생은 ‘독고다이’(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일본말)”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너무 작아 못 들을 수 있지만 믿음을 갖고 나아간다면 (자신의 목소리가) 점점 커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누구에게 기대거나 위안받으려 하지 말고, 이래라저래라 위하는 척하는 말들에 흔들리지도 말고, 웬만하면 아무도 믿지 말라”고 당부했다. 축사를 마친 이 씨는 학사모를 벗고 자신의 히트곡 ‘치티치티 뱅뱅’을 불렀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빛 한 줌 들지 않는 동굴, ‘사는 게 죄가 된’ 여인 세 명이 숨어 속삭인다. “사람들한테 죽는 것보다 산짐승한테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 작은 인기척에도 꺼지길 반복하는 위태로운 촛불처럼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다른 어둠 속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 위해 차가운 돌바닥 위에 종이를 깔고 붓을 맞잡는다.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초연된 창작뮤지컬 ‘여기, 피화당’의 줄거리다. 17세기 병자호란 이후 고향으로 돌아왔으나 정절(貞節)을 잃었다는 이유로 이혼과 자결을 강요받는 3명의 주인공 가은비, 매화, 계화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영웅 소설인 ‘박씨전’을 함께 써내려가는 판타지를 그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 작품으로 뮤지컬 ‘라흐 헤스트’ 등을 쓴 김한솔 작가가 극작을 맡았다. 이야기의 핵심인 연대와 희망의 정서는 짜임새 높은 캐릭터들이 풀어내 진정성을 높였다. 세 여인의 ‘벗’이 되는 선비 후량은 귀향 여성들을 옹호한 실존 인물 최명길의 아들로 등장한다. 가은비에게 “죽어가는 백성보다 대의명분을 중요시한 사대부를 비웃는 소설”을 써달라고 부탁하며 힘을 합친다. 국내 뮤지컬에서 공식처럼 사용되는 소모적인 러브 라인이 등장하지 않아 메시지가 한 줄기로 깔끔하게 모인 것도 강점이다. 극중극으로 등장하는 ‘박씨전’은 중소극장용 공연임을 잊게 할 만큼의 입체감을 제공했다. 이달 8일 공연에서 가은비 역을 맡은 최수진은 박씨 역을 연기할 땐 기존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에서 구성지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전환하며 매끄러운 극중극을 완성했다. 의성어, 의태어를 활용한 판소리 재담 형식의 대목은 관객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동굴을 형상화한 무대 세트는 무대 영상과 조명에 따라 깊은 숲속이 됐다가, 박씨가 몸을 숨긴 피화당이 되기도 하며 다채로움을 더했다. 공연은 이야기의 배경으로부터 약 400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여전한 억압과 차별을 위로한다. “힘 있는 자들의 목소리만 남겨지는 이 세상에 그 어떤 목소리도 잊히지 않도록” 연대하는 다섯 인물의 이야기를 ‘여기, 피화당’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의 삶도 언젠간 반짝이길 힘껏 소망하게 될 것이다. 4월 14일까지, 4만4000∼6만6000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20년 전, 될성부른 떡잎으로 만난 두 발레리나는 인생의 절반을 서로 의지하며 무성한 나무가 됐다. 같은 배역을 번갈아 퐁당퐁당 연기하던 20대 시절, 연습이 유난히 혹독했던 날엔 밤하늘에 대고 한탄하며 맥주잔을 부딪쳤다. 각자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된 뒤엔 “너희 딸 타고난 춤꾼이야” 하며 수다를 떨다가도 발가락이 문드러지도록 춤추며 변치 않는 기량을 뽐냈다. 유니버설발레단(UBC)의 두 수석무용수 강미선(41)과 손유희(40)의 이야기다. UBC의 두 ‘간판 스타’가 16∼18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코리아 이모션 정(情)’에서 마지막으로 호흡을 맞춘다. 손 씨는 이번 무대를 끝으로 현역 무용수에서 은퇴하고 후학 양성의 길을 걷는다. ‘코리아 이모션’은 클래식 발레에 한국무용을 접목한 창작발레로 정과 한(恨) 등 한국적 감정을 표현한 9편의 짧은 춤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강 씨에게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한국 무용수 사상 5번째로 안겨준 작품이다. 7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일곱 살에 발레를 시작한 베테랑 무용수들이지만 ‘코리아 이모션’은 “조금도 안주할 수 없는” 무대다. 발레는 동작이 무용수의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것과 달리 한국무용은 주로 안쪽을 향한다. 손 씨는 “등은 굽고 골반은 여는 식의 꼬인 동작을 하니 몸이 아프기 일쑤”라며 “여성 4인무인 ‘달빛 유희’는 큰 동작 없이 잔잔하게 8분을 추는데도 모두 숨을 헉헉 몰아쉰다. 뻗어내는 동작 없이 호흡을 끌어올리기만 하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역경은 끌림을 줬다. 강 씨는 “그리움 등 정서를 서사 없이 표현해야 해 까다롭지만 어떻게 표현력을 극대화할지 고민하는 재미가 크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입단한 두 사람은 서로 보고 배우며 ‘엄마 발레리나’까지 함께 성장했다. 손 씨는 “2004년 입단 전부터 미선 언니가 엄청나다는 소문을 듣고 오래도록 지켜봤다. 나처럼 춤만 추면 싱글벙글 웃는 여섯 살배기 딸이 난생처음 본 발레리나도 미선 언니”라며 “‘코리아 이모션’은 몸 상태와 심경에 따라 매일 달리 표현돼 고민인데 언니는 그마저 컨트롤한다”고 했다. 강 씨는 “나와 달리 유희는 억지로 힘을 쓰지 않고도 발끝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강렬하다. 특히 ‘미리내길’을 출 땐 보는 사람을 울컥하게 만든다”고 추켜세웠다. ‘미리내길’은 이 공연의 백미이자 두 사람이 가장 아끼는 작품이다. 푸른 달빛 아래, 지평권이 작곡한 동명 노래에 맞춰 죽은 남편을 향한 아내의 마음을 그리는 남녀 2인무다. 인생의 질곡을 거치고서야 새겨지는 한의 정서는 두 사람의 연륜으로 물감처럼 풀려나온다. 강 씨는 “사방을 둘러보는 동작이 있는데, 밖이 아니라 거울로 나를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춘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기분에도 춤을 놓지 않던 때가 떠오른다”고 했다. 이어 손 씨는 이렇게 말했다. “‘미리내길’만 추면 이성을 잃을 듯 빠져들어요. 살면서 가장 외로웠던 순간, 차가운 병상에 실려 수술실에 출산하러 들어가던 때가 생각나기도 하고요. 나 홀로 세상과 맞서야 했던 시간들이 없었다면 이만큼 표현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각각 고별 무대, 트로피를 쥐여준 무대라는 중압감이 있지만 두 사람은 “긴장되기보단 설렌다”고 입을 모았다. 손 씨는 “최대한 덤덤한 마음으로 오르려 노력 중”이라며 “앞으로의 인생에도 발레가 함께할 것이기에 ‘완전 끝’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강 씨는 차분한 미소로 이처럼 말했다. “올해 첫 작품으로 다름 아닌 ‘코리아 이모션’ 무대에 올라 행복해요. 작년에 못 보신 분들, 이미 보신 분들도 와주실 거란 기대도 있고요. 저번과 또 다른 매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불안, 조울증 등 정신질환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바뀌면서 이를 소재로 한 공연들이 잇달아 제작되고 있다. 다음 달 28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초연되는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은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소년 에반 핸슨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2017년 제71회 토니상 최우수 작품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한 작품으로 아시아에서 공연되는 건 처음이다. 다음 달 5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선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이 개막한다. 16년째 조울증(양극성 장애)을 앓고 있는 엄마 다이애나와 그 가족의 위태롭고 따뜻한 삶을 그린다. 창작 초연작도 활발히 공연된다. 이달 2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초연되는 연극 ‘이상한 나라의, 사라’는 엄마의 조현병 확진 이후 세상의 수군거림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17세 딸 사라의 이야기를 그렸다.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됐다.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는 만성 불안, 불안정한 관계 등을 증상으로 하는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 키키가 등장한다. 작품들에는 편견을 바로잡고 현실을 담아내려는 노력이 담겼다. ‘이상한 나라의, 사라’는 극 사이사이 해설자가 등장해 병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 원인진 작가는 “관객의 몰입을 깨고 주체적 해석을 요구하기 위함”이라며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연구원 등과 의견을 나눠 작품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키키…’의 홍지원 PD는 “기존 공연에서 정신질환은 폭력이나 자살 등 자극적으로 다뤄진 경우가 많았다”며 “비극 또는 낙관에 치우치지 않고 완치를 향해 나아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공연이 줄줄이 열리는 배경에는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 변화가 있다. ‘넥스트 투 노멀’의 한진희 엠피앤컴퍼니 홍보팀장은 “8년 전 3번째 시즌만 해도 낯설어하던 관객들이 최근 관련 드라마, 영화가 늘며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을 다룬 과거 공연들이 시대물, 위인 캐릭터 위주였던 것과 달리 누구든 공감할 동시대적 서사가 많아졌다”며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병’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게 된 관객에게 울림을 준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미국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35·사진)가 그래미 어워즈 최고상인 ‘올해의 앨범’을 역대 최초 4회 수상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스위프트는 그동안 이 상을 세 차례 수상한 가수 프랭크 시내트라, 그룹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폴 사이먼, 히트곡 ‘이즌트 쉬 러블리’를 남긴 스티비 원더 등을 뛰어넘었다. 그래미 어워즈는 대중음악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최고 권위 시상식이다. 스위프트는 4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제66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앨범 ‘미드나이츠’로 ‘올해의 앨범’ 영예를 안았다. 스위프트는 이날 ‘베스트 팝 보컬 앨범’도 수상했다. 그는 시상대에 올라 감정에 벅찬 목소리로 “지금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며 “이 상은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해준다. 나는 이 일을 정말 사랑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2006년 데뷔한 스위프트가 그래미 어워즈에서 지금까지 수상한 횟수는 총 14번에 달한다. 그중 2009년, 2015년, 2020년에 ‘올해의 앨범’을 받았다. 스위프트는 신보 소식도 전했다. 그는 수상 소감을 전한 뒤 “지난 2년간 숨겨온 비밀을 말하겠다”며 새 앨범 ‘더 토처드 포이츠 디파트먼트’가 4월 19일에 발매된다고 발표했다. 올해 그래미 어워즈의 주요 부문에선 여성 가수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올해의 레코드’와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는 마일리 사이러스(32)가 받았다. ‘플라워스’를 부른 미국의 여성 팝스타다. ‘올해의 노래’, ‘비주얼 미디어 베스트 송’은 빌리 아일리시(23)에게 돌아갔다. 할리우드 영화 ‘바비’의 주제곡 ‘왓 워즈 아이 메이드 포’를 작곡하고 노래했다. 아일리시가 그동안 그래미 어워즈에서 수상한 건 이번이 9번째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주말과 이어지는 이번 설 연휴에 가족, 친구들과 함께 공연을 보며 추억을 남기는 건 어떨까. 국립무용단은 7∼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명절 기획공연 ‘축제’를 펼친다. 액운을 떨치고 행복을 기원하는 전통춤 일곱 가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그중 진쇠춤은 꽹과리를 활용한 흥겨운 가락과 춤사위로 복을 기리는 춤이다. 주로 남자 무용수들이 추지만 이번 공연에선 남녀 혼성 군무로 재구성해 축제의 의미를 다진다. 이 외에도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지전춤 등을 선보인다. 세대를 넘어 추억을 되새기기 좋은 공연들도 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은 1970, 80년대 애니메이션과 영화 등으로 인기를 모았던 동명 원작 소설을 각색한 창작 뮤지컬이다. 주인공 조반니가 사라진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친구 캄파넬라와 함께 은하수를 여행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21년 전 발표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르고 있다. 록밴드에서 퇴출당한 주인공 듀이가 명문 초등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다룬다. 영화에 사용된 음악 3곡에 뮤지컬 음악의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별도로 작곡한 14곡까지 들어볼 수 있다. 연휴를 틈타 그간 놓쳤던 스테디셀러 작품을 보는 것도 좋다. 전 세계 23개국에서 누적 관객 1500만 명 이상을 모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15세기 파리,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세 남자의 사랑을 노래한다.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 역은 배우 정성화, 양준모, 윤형렬이 번갈아가며 연기한다.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는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의 4번째 시즌이 열리고 있다. 동시대 프랑스 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이 2014년 출간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한 청년의 장기가 기증되기까지의 24시간을 1인극으로 풀어냈다. 배우 손상규, 김신록, 김지현, 윤나무 등이 출연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