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17일부터 무기한 전면 휴진 방침을 결정한 것에 대해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이 “의사로서 우리의 첫 번째 의무는 환자 진료”라며 “집단휴진은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 산하 3개 병원이 전면 휴진에 돌입할 경우 하루 약 2만 명의 외래 진료가 중단된다. 김 병원장은 7일 입장문을 내고 전날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발표한 집단휴진 방침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며 “(교수들에게) 휴진을 통한 투쟁보다 대화를 통한 중재자 역할을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 병원장은 “우리 병원의 진료 중단은 환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고,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서울대병원이 이뤄낸 성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집단휴진 불허 이유를 설명했다. 또 “병원장으로서 전공의에게 일체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을 약속드린다. 복귀 전공의의 안전은 제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전날(6일) “서울대 의대 산하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에서 17일부터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투석실과 항암 치료를 제외한 모든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세 병원을 찾는 외래 환자는 하루 2만여 명에 달한다. 비대위 측은 다만 “입원 환자는 퇴원시키지 않고 완치될 때까지 진료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병원에서 진료나 수술이 예정된 환자들은 일정이 미뤄질까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암 환자가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과별로 다르지만 일단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는 17일부터 일주일간 전체 휴진으로 예약이 불가하다고 한다” 등의 들이 올라왔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김 병원장의 집단휴진 불허 방침에 대해 7일 “책임 있는 지성인의 자세로 크게 환영한다”며 “의사단체들은 국민과 환자의 원성을 아랑곳하지 않는 몰지성, 몰상식한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대위 측은 김 병원장의 불허 방침이 나오자 “집단휴진에 동참하더라도 환자와 병원을 떠나는 게 아니라 전일 근무하면서 의료체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논의하고 응급부서 강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또 “사태가 마무리되면 추가 근무를 통해서라도 그동안 못 했던 외래 진료까지 추가로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휴진 동참률이 생각만큼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비대위가 투쟁 방식을 물은 2차 설문에는 전체 교수 중 절반가량인 750명만 투표에 참여해 이 중 68.4%가 전체 휴진에 찬성했다. 결국 전체 휴진에 동의한 교수는 전체 서울대병원 교수의 3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17일부터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과를 제외하고 진료와 수술을 무기한 전면 중단하겠다고 6일 밝혔다. 정부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 대한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하며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출구 전략을 발표했지만 의사들의 반발은 더 거세지는 모습이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정부가 모든 전공의에 대해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완전히 취소하고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이를 해결할 가시적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전면 휴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날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총 1475명 중 939명이 참여한 설문에서 63.4%가 휴진을 포함한 강경 투쟁에 찬성했다는 결과도 공개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4월 30일부터 ‘주 1회 휴진’ 중이지만 참여율은 낮은 편이었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휴진이 개인 상황에 맞게 자발적으로 이뤄졌다면 이번엔 전체가 일괄 휴진하는 것”이라며 “교수 다수가 이번엔 제대로 대응해야 정부가 움직일 것이란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17일부터 서울대 의대 산하인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에서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투석실과 항암치료를 제외한 모든 외래진료와 수술이 중단된다. 비대위는 환자와 국민을 향해 “가급적 진료를 미루고 응급실과 중환자실 병상은 중증 환자들에게 양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수들은 정부가 복귀하는 전공의에게만 “면허정지 처분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에 반발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미복귀 전공의를 포함해 모든 전공의에 대해 명령을 취소해 면허정지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금까진 휴진 참여율이 높지 않았는데 향후 상황을 지켜보며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다른 의대 교수들도 7일까지 진행 중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전 회원 투표 결과에 따라 집단휴진(총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집단휴진이 동네병원을 포함해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 68% “전면휴진 찬성” 진료-수술연기 혼란 우려[서울대병원 교수들 ‘전면 휴진’ 선언]“17일부터 무기한 휴진” 비대위 “무기한 휴진 동의 가장 많아”… “병원 지킬것” 9일만에 기류 변화환자단체 “무책임한 집단 이기주의”… 의협도 집단휴진 투표… 9일 발표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 비대위 소속 교수들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국민께 정말 죄송하다. 환자와 국민이 더 다치는 걸 원하지 않는다. 힘들어도 끝까지 (병원에서) 버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불과 9일 만에 무기한 전면 휴진을 선언하며 태도를 바꿨다. 내년도 의대 증원은 사실상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교수들 사이에선 “제자인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에 대한 정부의 면허정지 처분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교수들 “미복귀 전공의도 면허정지 안 돼” 3일부터 향후 대응 방안을 놓고 설문을 시작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 비대위는 당초 4일까지 진행한 뒤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4일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철회 등의 방침을 내놓자 설문을 6일까지로 연장했다. 정부가 내놓은 출구전략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 전면 휴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였다. 그 결과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63.4%가 휴진을 포함한 강경 투쟁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휴진 방식을 물어본 문항에는 68.4%가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전체 휴진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금까지처럼 주 1회 휴진하는 방안, 거리 행진하는 방안 등도 거론됐으나 무기한 전면 휴진에 동의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정부가 4일 발표에서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가능성을 열어 놓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당시 “전공의가 복귀하면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해 법적 부담 없이 수련에 전념하도록 하겠다”면서도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선 “의료현장 상황, 전공의 복귀 비율, 여론 등을 감안해 대응하겠다”고 했다. 교수들은 또 업무개시 명령 및 진료유지 명령을 ‘취소’하지 않고 ‘철회’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명령을 완전히 취소해 없었던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철회 시점까지 명령을 어겼다는 위법 사실은 여전히 남아 언제든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이 임박했다는 건 교수들의 오해란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면허정지 조치 중단을 발표한 것이고 ‘여러 상황을 보고 대응하겠다’는 건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도 당장 면허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의미인데 왜 집단휴진에 나서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의협, 9일 전면 휴진 여부 발표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 등 서울대 의대 산하 3개 병원은 4월 30일부터 ‘주 1회 휴진’을 시행하고 있지만 진료 예약을 바꾸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휴진 참여율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비대위는 이번에는 다를 것이란 분위기다. 비대위 관계자는 “투표 참여 교수가 역대급으로 많았고 대부분 강경한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17일을 ‘디데이’로 정한 이유에 대해선 “휴진을 제대로 하려면 예약 조정 등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대 의대 산하 3개 병원의 전면 휴진이 현실화되면 환자들의 피해는 현재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서울대병원의 일반병실 병상 가동률은 51.4%로 5개 대형병원 중 가장 낮다. 지금도 의사가 부족해 예정된 외래 진료가 취소되고 수술이 연기되는데 상황이 한층 악화될 수밖에 없다. 중증환자단체연합회는 “무기한 집단 휴진을 결의한 것은 의료집단 이기주의를 합리화함으로써 환자들을 내팽개친 무책임한 행태”라며 “환자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비인도적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나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 다른 의대 교수 단체도 의협에서 진행 중인 총파업 투표 결과에 따라 집단휴진에 돌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협에 따르면 6일 오후 1시 기준으로 전 회원 약 13만 명 중 5만7000여 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의협은 7일까지 투표를 진행한 후 9일 결과를 발표한다. 정부는 휴진 참여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의대 교수들의 휴진 참여율이 미미한 상황”이라며 “교수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지 등은 상황을 보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안과 응급진료를 중단한 대형병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충격으로 각막이나 망막이 파열된 경우 적시에 진료를 받지 못하면 환자가 시력을 잃을 수 있다. 대형병원 응급실이 생사가 오가는 환자 중심으로 최소한의 기능만 유지하면서 의료 사각지대가 속출하고 있다.● “정규시간 외 안과환자 수용불가” 서울의 한 대형병원 안과 교수는 “2월에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낮에는 외래 진료를 보고 밤에는 응급실에서 당직을 섰다”며 “한 달 반 정도 하다가 체력이 떨어져 밤에는 도저히 환자를 못 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4월 중순부터 평일 야간·주말에 안과 응급실 진료를 제한하고 있다. 6일 오전 1시 기준(야간 상황)으로 상급종합병원 47곳 중 응급의료 종합상황판에서 안과 응급실 진료 제한 메시지를 띄운 곳은 31곳에 달한다. 5대 대형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도 모두 응급실에서 안과 진료가 제한된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한 달 동안 본원에서 수술한 환자를 제외하면 응급환자만 정규시간 내 부분 수용 가능하다”고 했다. 3월에 전공의 공백을 메우던 안과 의사가 사망한 부산대병원도 “의료진 부족으로 응급실 환자 대응에 제한이 있다”고 공지했다. 평일 야간이나 주말에 안과 응급진료를 못 한다고 밝힌 상급종합병원도 26곳에 달했다. 경상국립대병원은 “안과 의료진 부족으로 평일은 오전 9시∼오후 10시, 주말·공휴일은 오전 9시∼오후 4시에만 진료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계명대동산병원도 “정규시간 외에는 안과 환자는 수용 불가”라고 공지했다.● “권역별 당직제 시행 검토해야” 안과의 경우 전문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안과 전문의가 있어야 응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한 안과 교수는 “안과 진료는 아주 기초적인 눈 검진도 안과 의사만 할 수 있다”며 “주말, 야간을 가리지 않고 응급실에 안과 전문의가 있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망막이 안구 내벽에서 분리되는 망막 박리 등의 환자는 적시에 치료를 못 받으면 시력을 잃을 수 있다. 또 안면부 함몰 등으로 안과 진료가 포함된 처치가 필요한 경우 응급실에서 아예 수용을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서울의 한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구급대원은 “야간에는 안과 진료가 제한되는 대형병원이 많아 전화를 여러 번 돌리지 않으면 수용할 곳을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선 권역별로 안과 응급실 순환 당직제를 시행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 지역의 경우 조선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이 안과 응급실 순환 당직제를 시행하고 있다. 광주의 한 대형병원 안과 교수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당직제 등을 통해 최소한의 안과 응급 진료 체계는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공의 이탈 이후 비상진료체계를 시행 중인 대형병원 응급실이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과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안과 외에도 야간이나 주말에는 응급실 진료가 제한되는 과가 적지 않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대형병원이 환자를 제한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보니 현재 성형외과 피부과 등의 진료과도 응급실 진료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 비대위 소속 교수들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국민께 정말 죄송하다. 환자와 국민이 더 다치는 걸 원하지 않는다. 힘들어도 끝까지 (병원에서) 버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불과 9일 만에 무기한 전면휴진을 선언하며 태도를 바꿨다. 교수들 사이에선 “내년도 의대 증원은 사실상 되돌리기 어려워졌지만 제자인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에 대한 정부의 면허 정지 처분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교수들 “미복귀 전공의도 면허정지 안 돼”3일부터 향후 대응방안을 놓고 설문을 시작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 비대위는 당초 4일까지 진행한 뒤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4일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철회 등의 방침을 내놓자 설문을 6일까지로 연장했다. 정부가 내놓은 출구전략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 전면휴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였다. 그 결과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63.4%가 휴진을 포함한 강경 투쟁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휴진 방식을 물어본 문항에는 68.4%가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전체 휴진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금까지처럼 주 1회 휴진하는 방안, 거리행진하는 방안 등도 거론됐으나 무기한 전면 휴진에 동의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고 했다.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정부가 4일 발표에서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면허 정지 가능성을 열어놓은 점을 문제삼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당시 “전공의가 복귀하면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해 법적 부담 없이 수련에 전념하도록 하겠다”면서도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선 “의료현장 상황, 전공의 복귀 비율, 여론 등을 감안해 대응하겠다”고 했다.교수들은 또 업무개시 명령 및 진료유지 명령을 ‘취소’하지 않고 ‘철회’했다는 점도 문제삼고 있다. 명령을 완전히 취소해 없었던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철회 시점까지 명령을 어겼다는 위법 사실은 여전히 남아 언제든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이 임박했다는 건 교수들의 오해란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면허정지 조치 중단을 발표한 것이고 ‘여러 상황을 보고 대응하겠다’는 건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도 당장 면허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의미인데 왜 집단휴진에 나서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의협, 9일 전면 휴진 여부 발표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 등 서울대 의대 산하 3개 병원은 4월 30일부터 ‘주 1회 휴진’을 시행하고 있지만 진료 예약을 바꾸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휴진 참여율은 높지 않았다.하지만 비대위는 이번에는 다를 것이란 입장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투표 참여 교수가 역대급으로 많았고 대부분 강경한 의견”이라고 말했다. 17일을 ‘디데이’로 정한 이유에 대해선 “휴진을 제대로 하려면 예약 조정 등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대 의대 산하 3개 병원의 전면 휴진이 현실화되면 환자들의 피해는 현재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서울대병원의 일반병실 병상 가동률은 51.4%로 5개 대형병원 중 가장 낮다. 지금도 의사가 부족해 예정된 외래 진료가 취소되고 수술이 연기되는데 상황이 한층 악화될 수밖에 없다. 김성주 중증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금도 환자들은 하루에도 수십 곳에 전화를 돌려 병원을 찾는다”며 “한국 의료를 대표하는 서울대병원이 셧다운될 경우 환자는 물론 국민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한편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이나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 다른 의대 교수 단체도 의협에서 진행 중인 총파업 투표 결과에 따라 집단휴진에 돌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협에 따르면 6일 오후 1시 기준으로 전 회원 약 13만 명 중 5만7000여 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의협은 7일까지 투표를 진행한 후 9일 결과를 발표한다.정부는 휴진 참여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의대 교수들의 휴진 참여율이 미미한 상황”이라며 “교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지 등은 상황을 보고 검토하겠다”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안과 응급진료를 중단한 대형병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충격으로 각막이나 망막이 파열된 경우 적시에 진료를 못 받으면 환자가 시력을 잃을 수 있다. 대형병원 응급실이 생사가 오가는 환자 중심으로 최소한의 기능만 유지하면서 의료 사각지대가 속출하고 있다.● 대형병원 47곳 중 31곳 “응급실 안과 진료 제한”서울의 한 대형병원 안과 교수는 “2월에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낮에는 외래 진료를 보고 밤에는 응급실에서 당직을 섰다”며 “한 달 반 정도 하다 체력이 떨어져 밤에는 도저히 환자를 못 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4월 중순부터 평일 야간·주말에 안과 응급실 진료를 제한하고 있다.6일 오전 1시 기준(야간 상황)으로 상급종합병원 47곳 중 응급의료 종합상황판에서 안과 응급실 진료 제한 메시지를 띄운 곳은 31곳에 달한다.5대 대형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도 모두 응급실에서 안과 진료가 제한된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한 달 동안 본원에서 수술한 환자를 제외하면 응급환자만 정규시간 내 부분 수용 가능하다”고 했다. 3월에 전공의 공백을 메우던 안과 의사가 사망한 부산대병원도 “의료진 부족으로 응급실 환자 대응에 제한이 있다”고 공지했다.평일 야간이나 주말에 안과 응급진료를 못 한다고 밝힌 상급종합병원도 26곳에 달했다. 경상국립대병원은 “안과 의료진 부족으로 평일은 오전 9시~오후 10시, 주말·공휴일은 오전 9시~오후 4시에만 진료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계명대동산병원도 “정규시간 외에는 안과 환자는 수용 불가”라고 공지했다.●“권역별 당직제 시행 검토해야”안과의 경우 전문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안과 전문의가 있어야 응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한 안과 교수는 “안과 진료는 아주 기초적인 눈 검진도 안과 의사만 할 수 있다”며 “주말, 야간을 가리지 않고 응급실에 안과 전문의가 있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망막이 안구 내벽에서 분리되는 망막 박리 등의 환자는 적시에 치료를 못 받으면 시력을 잃을 수 있다.또 안면부 함몰 등으로 안과 진료가 포함된 처치가 필요한 경우 응급실에서 아예 수용을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서울의 한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구급대원은 “야간에는 안과 진료가 제한되는 대형병원이 많아 전화를 여러 번 돌리지 않으면 수용할 곳을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일각에선 권역별로 안과 응급실 순환 당직제를 시행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 지역의 경우 조선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이 안과 응급실 순환 당직제를 시행하고 있다. 광주의 한 대형병원 안과 교수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당직제 등을 통해 최소한의 안과 응급 진료 체계는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전공의 이탈 이후 비상진료체계를 시행 중인 대형병원 응급실이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과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안과 외에도 야간이나 주말에는 응급실 진료가 제한되는 과가 적지 않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회장은 “대형병원이 환자를 제한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보니 현재 성형외과 피부과 등의 진료과도 응급실 진료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정부가 4일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하고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병원을 떠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사직서 수리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복귀 전공의에 대해선 예고했던 면허정지 처분을 중단하고 내년에 차질 없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의대 증원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전공의들에게 ‘퇴로’를 열어주겠다는 취지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 유지 명령, 업무 개시 명령을 오늘부로 철회한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2월 20일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지 105일 만에 내렸던 명령을 모두 철회한 것이다. 조 장관은 또 “전공의가 복귀하면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해 법적 부담 없이 수련에 전념하도록 하고, 수련 기간 조정 등을 통해 필요한 시기에 전문의를 취득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만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선 “의료현장 상황, 전공의 복귀 비율, 여론 등을 감안해 대응하겠다”며 면허정지 가능성을 열어놨다.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에서 물러섰다는 비판에는 “현장 의료진이 지치고 중증질환자의 고통이 커져 정책 변경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항의성으로 사직서를 낸 전공의가 많은 만큼 실제 사직서를 수리한다고 할 경우 이탈 전공의 중 30∼50%는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전국 수련병원의 레지던트 복귀율은 8.4%다. 이에 대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부 공지 등을 통해 “저는 안 돌아간다. 잡아가도 괜찮다”고 했다. 반면 고연차와 인기과 전공의 일부는 복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정부“전공의 30∼50% 복귀 기대” 의사들“필수의료 안 돌아갈것” [전공의 사태 ‘출구전략’]전공의 이탈 105일 만에 ‘퇴로’내년 전문의 될수 있도록 지원 방침… 미복귀자엔 ‘3개월 면허정지’ 가능성고연차-인기과 위주로 복귀 전망 속… 전공의 단체 “정부가 갈라치기” 반발 “전공의들은 국가로 보면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다. 정부가 내렸던 명령을 철회하고 유연하게 처리해 주면 돌아올 분들이 돌아올 계기가 된다. 돌아오기 어려운 분은 아깝고 유감스럽지만 다른 병원에서 일하도록 하는 게 합리적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 대해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진료유지 명령, 업무개시 명령을 철회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정부는 지금처럼 전공의 이탈이 이어질 경우 내년에 전문의 배출이 전면 중단되며 군의관 공보의 전임의(펠로) 등의 수급이 어려워지고 의료공백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사직서를 수리하겠다고 나설 경우 전공의 30∼50%가 복귀를 선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복귀 시 내년에 전문의 될 수 있어” 정부는 복귀하는 전공의에게는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고 내년에 전문의가 될 수 있게 지원할 방침이다. 2월 20일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의 경우 수련규정에 따르면 3개월 이상 공백이 있으면 이듬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 하지만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 브리핑에서 “(규정을 고쳐) 수련 기간을 단축하거나, 전문의 자격시험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등의 방법으로 자격 취득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예정이었던 3, 4년 차 레지던트는 2910명이다. 반면 끝까지 사직서를 내고 수련병원을 떠나는 전공의들에게는 예고했던 3개월 면허정치 처분 가능성을 열어놨다. 또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규정에 따르면 전공의 과정 중 사직한 경우 같은 과, 같은 연차로는 1년 내 복귀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에 사직한 경우 같은 병원, 같은 과에서 수련을 재개하려면 2026년 초에나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전공의는 보통 연초에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충원이 필요한 과만 9월경 일부 결원을 보충하기 때문에 다른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경력을 이어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인기 과의 경우 내년 이후는 후배들까지 몰리면서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정부 발표를 두고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기존 방침에서 물러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 전후 “과거 같은 사후 구제나 선처는 없다” “굉장히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하겠다” 등의 입장을 반복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판을 각오하고 내린 결단”이라고 설명했다.●고연차-인기과 위주로 복귀할 듯 정부는 이날 조치로 전문의가 되길 원하는 전공의 상당수가 복귀를 선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실제 얼마나 전공의들이 복귀할지는 미지수란 전망이 나온다. 필수의료 전공의 중에는 여전히 복귀하지 않겠다는 이들이 많다. 서울의 상급종합병원 필수과 4년 차 레지던트는 “1년 쉴 각오를 했기 때문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 대부분 1년 쉬는 것과 수련을 아예 포기하는 것 중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병원 필수과 1년 차 레지던트는 “사직서가 수리되면 선배 병원에서 잠시 페이닥터(월급을 받는 의사)로 일하며 다른 전공을 고민해 볼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전문의 취득을 앞둔 고연차와 내부 경쟁이 치열한 인기과 전공의들은 일부 복귀를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대형병원 재활의학과 전공의는 “일부 인기과는 경쟁이 치열해 다시 수련 기회를 얻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일단 수련은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복귀를 고민하는 사례도 꽤 있다”고 전했다. 전공의 단체는 ‘전형적인 갈라치기 전략’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전공의들을 하루라도 더 착취할 생각밖에 없을 텐데 시끄럽게 떠들지만 말고 행정처분을 내리라”는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또 내부공지를 통해 “다들 사직서가 수리될 각오로 나오지 않았나”라며 ‘단일대오 유지’를 촉구하기도 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정부가 이날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 사직서를 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여전히 전면 휴진 방침을 유지하며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복귀한 전공의뿐 아니라 미복귀한 전공의에 대해서도 면허정지 처분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긴급 교수총회를 열어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제외하고 외래진료와 수술을 전면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전면 휴진을 감행하겠다며 3일부터 진행 중인 찬반투표도 당분간 이어가기로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선 여전히 면허정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행정명령 철회에 그치지 않고 모든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중단을 결정해야 전면 휴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에 얼마나 시간을 주고 언제 전면 휴진을 할지는 논의 중”이라고 했다. 다만 의료계에선 정부가 이날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진료 유지 명령, 업무 개시 명령을 모두 철회하면서 전면 휴진 명분이 약해졌다는 말도 나온다. 한 수도권 의대 교수는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 명령을 철회하지 않았을 때 전면 휴진 카드를 꺼냈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맞서 이날부터 7일까지 회원 14만 명을 대상으로 동네병원을 포함한 전면 휴진(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날 발표된 정부 조치에 대해 “정부는 의료 정상화를 위한 능력도 의지도 없음을 국민 앞에 드러냈다”며 “의료 사태 책임을 병원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정부를 전공의들이 어떻게 믿고 돌아오겠느냐”고 비판했다. 의협 집행부는 ‘6월 중 휴진을 포함한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찬반을 묻고 그 결과를 9일 대표자회의에서 공개할 방침이다. 의협 관계자는 “반차 휴진, 토요일 휴진, 주 40시간 단축 진료 등을 모두 해봤는데 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일정 기간 전면 휴진을 시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총파업에 대해선 의협 내부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상당하다. 수도권의 한 개원의는 “전공의 이탈 등으로 의사들에 대한 여론이 비판적인데 총파업에 들어가면 여론은 더 나빠질 것”이라며 “여러 다른 준법 투쟁을 추진하는 게 낫다”고 했다. 또 투표 결과 투표율이 낮거나 반대표가 일정 수준 이상 나오면 임현택 의협 회장의 리더십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지난달 지방에서 구급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던 산모가 구급차 안에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이렇게 구급차에서 태어나는 아기가 매년 100명 이상입니다.” 홍순철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4일 산부인과 관련 단체가 합동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장도 “서울대병원은 2년째 산과 전임의가 없고 고려대는 7년째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세브란스병원에선 산부인과에 지원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지난해 분만 중 뇌성마비가 온 아이에게 12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는 등 의료사고 시 과도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산부인과 지원자가 줄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분만 사고에 대해 국가 배상 제도를 운영하지만 최대 보상금은 3000만 원에 불과하다. 참석자들은 또 분만 인프라를 회복하려면 불가항력이었을 경우 분만 의료사고 보상 재원을 전액 국가가 부담하고, 분만 수가를 합당한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병원을 떠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집단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해 다른 병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해 주는 방안을 이르면 4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전공의들에게 내릴 예정이었던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내년도 의대 증원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전공의들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선에서 의정 갈등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병원장이나 전공의 등에서 계속 사직서 수리 요구가 있었다.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결정할 것”이라며 “전공의 7대 요구 중 각종 명령 철회도 같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올 2월 7일 수련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려 전공의들이 낸 사직서를 수리하지 못하게 했다.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전공의들은 다른 의료기관에서 일할 수 없다. 의료계에선 이를 두고 “의료공백이 심각하다면 다른 병원에서라도 일할 수 있게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또 2월 20일 전공의들이 병원을 단체로 이탈하자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을 내렸고 그럼에도 복귀하지 않자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전국 211개 수련병원 레지던트 1만509명 중 9630명(91.6%)이 여전히 병원을 이탈한 상태다. 정부는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내리되 지도부를 제외한 나머지에는 면허정지 효력을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일부라도 면허가 정지될 경우 의사단체의 반발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이 가시화될 경우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을 제외한 진료를 전면 중단한다”는 내용의 총파업 찬반 투표를 3일부터 4일까지 진행 중이다.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철회되면 병원에서 사직서 수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사직서 수리가 병원 복귀를 압박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며 “계속 수련할 생각이었던 전공의 입장에선 사직 처리가 되면 본인만 손해를 본다. 30% 정도는 복귀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정부는 또 3일 내년도 의대 졸업예정자들이 응시하는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예정대로 올 9월 2일 진행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전문의 자격시험과 의사 국가고시를 분기마다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전 실장은 의협이 4∼7일 집단휴진을 두고 전 회원 투표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선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개원의가 불법적 집단행동을 하면 의료법에 따라 여러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대처하겠다”고 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병원을 떠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집단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해 다른 병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해 주는 방안을 이르면 4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전공의들에게 내릴 예정이었던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내년도 의대 증원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선에서 의정갈등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모습이다.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병원장님이나 전공의 등에서 계속 사직서 수리 요구가 있었다.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 결정할 것”이라며 “전공의 7대 요구 중 각종 명령 철회도 같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올 2월 7일 수련병원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려 전공의들이 낸 사직서를 수리하지 못하게 했다.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전공의들은 다른 의료기관에서 일할 수 없다. 의료계에선 이를 두고 “의료공백이 심각하다면 다른 병원에서라도 일할 수 있게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정부는 또 2월 20일 전공의들이 병원을 단체로 이탈하자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을 내렸고 그럼에도 복귀하지 않자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전국 211개 수련병원 레지던트 1만509명 중 9630명(91.6%)이 여전히 병원을 이탈한 상태다.정부는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내리되 지도부를 제외한 나머지에는 면허정지 효력을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일부라도 면허가 정지될 경우 의사단체의 반발이 확산될 수 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이 가시화될 경우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을 제외한 진료를 전면 중단한다”는 내용의 총파업 찬반 투표를 3일부터 4일까지 진행 중이다.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철회되면 병원에서 사직서 수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사직서 수리가 병원 복귀를 압박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며 “계속 수련할 생각이었던 전공의 입장에선 사직 처리가 되면 본인만 손해를 본다. 30% 정도는 복귀하지 않겠나”라고 했다.정부는 또 3일 내년도 의대 졸업예정자들이 응시하는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예정대로 올 9월 2일 진행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전문의 자격시험과 의사 국가고시를 분기마다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한편 전 실장은 의협이 4~7일 집단휴진을 두고 전회원 투표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선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개원의가 불법적 집단행동을 하면 의료법에 따라 여러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대처하겠다”고 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 10% 인상’을 고집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과의 수가 협상이 3년 연속 결렬되며 의대 증원에 이어 의정 갈등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의협은 4∼7일 전 회원 온라인 투표를 진행하며 동네병원을 포함한 전국 의사 집단휴진(총파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내년 수가 1.96% 인상… 건보료 인상 가능성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건보공단은 매년 5월 31일까지 의협을 포함한 보건의료단체 7곳과 수가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올해의 경우 이달 1일 오전 3시 반까지 밤샘협상을 진행했으나 의원을 대표하는 의협 및 병원을 대표하는 대한병원협회(병협)와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건보공단은 수가 인상률을 의원 1.9%, 병원 1.6%로 제시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건보공단이 제시한 인상률대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확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가를 의원 1.9%, 병원 1.6% 올릴 경우 내년도 평균 인상률은 1.96%가 된다. 수가 인상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추가 소요는 1조2708억 원으로 추산된다. 추가 투입 재정 중 71%가 의원(3246억 원)과 병원(5774억 원)에 돌아간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료가 소폭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결정된 올해 평균 수가 인상률은 1.98%였는데 건강보험료율은 소득의 7.09%가 그대로 유지됐다.● 필수의료 우대하는 환산지수 차등 적용도 반대 의협은 협상 초반부터 수가 10% 인상,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 철회 등을 내걸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달 16일 기자회견에서 “원가 80% 수준에 머무는 수가를 내년도에 최소 10% 이상 올리고 조속히 원가 100% 수준으로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비급여 진료도 있는데 수가를 원가 100%로 맞출 순 없다.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제적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은 현재 ‘행위별 수가’(의료서비스 종류와 양에 따라 결정된 진료비)에 곱하는 환산지수를 저평가된 필수의료 중심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수술·처치·기능검사·검체검사·영상검사 등 5가지 행위 유형과 상관없이 병원에 따라 획일적 환산지수를 적용한다. 의협은 이에 대해서도 “수가를 왜곡시켜 진료과목 간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협상이 결렬되자 임 회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6%, 1.9% 이게 윤석열 대통령이 생각하는 사람 목숨값”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수가 10% 인상은 비현실적인 주장”이라며 “다른 곳에서 4% 미만의 수가를 인상하는데 의원급만 10% 인상하자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내년도 다른 의료기관별 인상률은 치과 3.2%, 한의사 3.6%, 약국 2.8% 등이다. 환산지수를 차등 적용해 수술·처치에 대한 수가를 검체·영상 검사 등보다 많이 올리자는 제안을 거절한 걸 두고도 전직 의협 관계자는 “의원급에선 엑스레이를 찍거나 피 검사를 하는 등 검체·영상 검사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상당하다. 의협이 (개원의) 밥그릇 지키려 한다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의협은 이날 오후 전국 시도의사회장 회의를 열고 4∼7일 동네병원을 포함한 집단 휴진 돌입을 위한 전 회원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투표 결과 찬성이 많을 경우 9일 회의를 열고 집단 휴진 일시와 기간 등을 정할 계획이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늘리는 절차가 마무리됐지만 의대생 대다수가 여전히 수업을 거부하고 있어 대학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의대는 “5월 말로 유급을 막을 데드라인이 지난 만큼 학생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휴학을 허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동맹휴학 불가’ 방침을 고수 중이다. 정부와 여당은 2일 국회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의대생 집단 동맹휴학은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 탄력적 학사운영 등 학업 복귀를 위한 정부와 대학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려대와 연세대 등은 내부적으로 “이제 휴학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편성범 고려대 의대 학장은 지난달 교수들에게 “휴학 처리 가능 기한을 5월 31일로 결정했다”며 6월에는 휴학계를 승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학들이 휴학 승인을 검토하는 건 개강 후에도 의대생 대부분이 수업을 거부하면서 유급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행 학기제를 유지할 경우 고등교육법에 따라 8월 말까지 15주 이상 수업을 해야 한다. 개강한 의대는 대부분을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고 있지만 이 역시 규정상 수업의 4분의 1 또는 3분의 1을 결석하면 유급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의대생 대다수는 1년을 쉬겠다는 입장”이라며 “휴학계를 냈는데 대학이 처리하지 않아 유급되면 소송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최근 대학에 “동맹휴학을 승인하면 현장 점검을 하고 필요하면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며 “상담팀을 꾸려 의대생을 개별 상담하고 복귀를 설득해 달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의사 국가시험과 전문의 시험을 연 1회가 아닌 분기별 또는 수시로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최대 연속 근무시간을 기존 36시간에서 30시간 이하로 단축하는 시범사업이 31일부터 일부 수련 병원에서 시작됐다. 저임금과 초장시간 근로에 시달려 온 전공의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병원을 이탈한 이들의 복귀를 설득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시범사업은 병원의 근무 형태 조정과 추가 인력 투입을 통해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을 현행 최대 36시간에서 24∼30시간 범위로 줄이는 것이다. 2026년 2월부터 관련 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전국 218개 수련병원 중 서울성모병원 등 42곳이 사업 대상인데 고려대 안암병원 등 6곳은 이날부터 먼저 시범사업을 시행했고, 나머지 병원은 전공의 복귀 상황에 맞춰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들의 복귀를 거듭 촉구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탈 기간이 다르면 (행정)처분 내용도 당연히 달라질 것이다. 복귀한다면 수련을 제때 마칠 수 있는 방법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담은 각 대학의 학칙 개정 절차는 31일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날 성균관대, 충남대, 가천대는 개정안을 공포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3일까지 개정을 마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이날 교육부에 보냈다. 이로써 증원이 이뤄진 의대 32곳이 모두 관련 절차를 마쳤거나 마칠 예정이다. 각 대학들은 이날까지 홈페이지에 의대 증원을 반영한 내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을 게시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두 자녀를 병으로 모두 먼저 떠나보낸 80대 여성이 후학 양성을 위해 써달라며 모교인 가톨릭대에 약 5억 원을 기부했다. 30일 가톨릭중앙의료원에 따르면 1966년 가톨릭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김미지 씨(82)는 최근 간호대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36만 달러(약 4억9600만 원)를 기부했다. 김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눔을 통해 희망을 주는 선배로 기억되고 싶다”며 “후배들의 교육을 위해 간호대에 추가 기부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대학 졸업 후 이민을 떠나 남편과 50년째 미국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2021년 3월 뉴욕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의료사고 전문 변호사로 일하던 딸 이은숙 씨가 희귀 뇌혈관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앓다 세상을 떠났다. 또 한 달 후 아들 이영주 씨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합병증으로 숨졌다. 이영주 씨는 30여 년 전 한국어 공부를 위해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서울에서 사고를 당했는데 하반신 마비 상태에서도 버펄로 뉴욕주립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김 씨는 이후 나눔의 삶을 살기로 마음먹고 100만 달러(약 13억8000만 원)를 뉴욕 성 바오로 정하상 퀸즈한인천주교회에 기부하며 “어려운 아이들 교육에 써 달라”고 했다. 또 가톨릭대 간호대에도 거액을 선뜻 기부했다. 김 씨는 “간호대 후배들이 훌륭한 환경에서 교육받길 바라며 먼저 주님의 곁으로 떠난 두 남매가 기억되면 좋겠다”고 했다. 김 씨는 2018년에도 가톨릭대에 1만 달러(약 1380만 원)를 기부했다. 이화성 가톨릭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평생 모은 재산을 흔쾌히 기부해 주신 결정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간호대 3301호실을 ‘김미지 대강의실’로 명명한다고 밝혔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수술실.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가 영어로 지시하자 복강경을 든 웨디안 무함마드 알 하즈미 씨(37)의 손이 바빠졌다. 송 교수가 탈장 환자의 복벽에 막을 붙이자 1조수인 하즈미 씨가 환부를 봉합하며 수술을 마무리했다. 정부는 최근 현재처럼 보건의료 단계 ‘심각’인 경우 해외 의사면허 소지자의 국내 진료를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다음 달 초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는데, 동아일보는 정부 허가를 받고 현재 대형병원에서 수술 및 진료를 돕는 중동 의사들을 만나 외국 의사의 국내 활동 가능성을 점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하즈미 씨는 지난해 9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중동 의료인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해 한국에 왔다. 진흥원은 2013년부터 사우디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등과 체결한 협약에 따라 최대 2년간 수련 기회를 준다. 이른바 ‘중동 펠로(전임의)’라고 불리는데 현재 130여 명이 국내에서 연수 중이다. 아직 해외 의사면허 소지자의 국내 진료는 허용되지 않았지만 교육 연구 사업은 예외라 중동 펠로들은 일선에서 수술 보조, 드레싱, 환자 처치 등을 하며 전공의 공백을 메우는 중이다. 병원에선 수술 동의서를 받을 때 중동 펠로가 수술 보조를 한다고 알리는데 환자들도 큰 거부감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백모 씨(30)는 “의사가 없어 수술을 못 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 향후 중동 펠로 모델이 확산될 수 있을지를 두고선 의견이 갈린다. 송 교수는 “환자와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전공의 공백을 완전히 메우긴 어렵다”고 했다. 대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수술과 진료를 도울 순 있지만 외래 진료까지 맡기긴 어렵단 것이다. 반면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외국인에게 일정 부분 업무를 맡기면 전공의들의 노동 강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홍은심 헬스동아 기자 hongeunsim@donga.com}
“담배 한 갑 주세요.” 28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의 한 슈퍼마켓. 한국 편의점에서 흔히 보이던 담배 진열대가 보이지 않았다. 나이를 확인한 직원이 계산대 뒤 흰색 수납장을 열자 그제야 담배 진열대가 나타났다. 이 점원은 “아동·청소년이 담배에 노출되는 걸 최대한 줄이기 위한 조치”라며 “규정상 담배를 수납장 안이나 커튼 뒤에 두고 고객이 요청할 때만 꺼내야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2020년 7월부터 슈퍼마켓을 비롯한 소매점에서 담배 진열을 금지했다. 성인에게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판매하는 나라지만 아동·청소년에게 담배를 노출시키지 않는 조치는 한국보다 강도 높게 시행하는 것이다. 3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금연의 날’을 앞두고 의료계 등에선 올해 주제인 ‘담배산업으로부터의 아동 보호’에 한국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온·오프라인 뒤덮은 담배 광고 동아일보가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인근 편의점 11곳을 확인한 결과 9곳은 외부에서도 담배 진열대와 담배 광고가 금방 눈에 들어왔다. 반면 정부가 부착을 의무화한 금연 광고는 대부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붙어 있었고, 편의점 2곳은 아예 금연 광고를 부착하지 않았다. 국가금연지원센터가 지난해 전국 도시 12곳의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담배소매점 2143곳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1995곳(93.1%)이 담배를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해 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환경보호구역은 학교에서 직선거리로 200m까지다. 편의점 대부분은 계산대 근처에 담배 진열대를 둔 것으로도 조사됐다. 최근에는 무인 담배판매점이 늘면서 아동·청소년이 더 쉽게 담배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23일 찾은 서울 도봉구의 한 무인 전자담배매장 외부에선 전자담배 액상 제품 250종 이상이 비치된 내부가 훤히 보였다. 이 매장 역시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있다. 하교하던 한 초등학생은 “가게가 예쁘게 생겨서 지나갈 때마다 자연스럽게 내부를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가 무인 담배판매점 모니터링 조사를 실시한 결과 62곳 중 52곳(83.9%)이 출입문에 성인 인증장치를 부착하지 않았고, 39곳(62.9%)은 청소년 출입 금지 문구를 붙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상품은 진열만으로도 광고의 역할을 한다”며 “담배 진열은 광고에 준하는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선 전자담배가 ‘MZ 필수템’ 등의 홍보 문구와 함께 아동·청소년에게 광범위하게 노출되고 있다.● 호주-영국-네덜란드, 담배 포장까지 규제 반면 해외 주요국은 담배 포장까지 규제하며 아동·청소년이 담배에 노출되는 걸 차단하는 모습이다. 2012년 호주를 시작으로 영국, 뉴질랜드, 네덜란드 등 24개국은 담배 포장을 최대한 단순하게 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글자 크기와 글꼴을 지정해 시선을 끌 만한 요소를 넣지 못하게 하고 브랜드 색상이나 이미지, 로고, 상표 없이 지정된 색상 포장지로 담뱃갑을 만들게 하는 식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2021년부터 담뱃갑 포장을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했다. 또 흡연 경고 사진은 담뱃갑 앞뒤 면적의 65% 이상으로 붙이게 하고 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편의점을 자주 찾는 아동·청소년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소매점 내 담배 진열 및 광고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헤이그=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담배 살 수 있나요?”28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의 한 슈퍼마켓. 한국 편의점, 슈퍼마켓에는 계산대 뒤편에 담배가 진열돼 있지만 이곳에는 담배가 안 보였다. 점원에게 “담배를 사고 싶다” 문의하자 점원은 기자의 나이를 확인했다. 그리곤 계산대 뒤편에 있는 흰색 서랍장의 미닫이 문을 열고 “어떤 담배를 원하냐”고 물었다. 점원은 검은 포장지 위에 폐암, 구강암 등 흡연 경고 사진과 문구가 부착된 담뱃갑 중에서 하나를 꺼내 건넸다. 말보로 레드 한 갑 가격은 16유로 50센트(약 2만4000원)이었다.성인에게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판매하는 네덜란드지만 아동·청소년이 담배를 접하는 것을 막는 정책은 한국보다 강도 높게 시행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2020년 7월부터 슈퍼마켓을 비롯한 소매점에서 담배 진열을 금지했다. 찬장이나 서랍, 미닫이 문이 있는 서랍이나 커튼 뒤에 두고 손님이 요청하는 경우에만 꺼내 주도록 했다. 액상담배도 마찬가지다.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담배 없는 세대’를 만들기 위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강력한 금연 정책을 펴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아동과 청소년이 담배를 접할 수 있는 환경 자체를 차단해 흡연율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 광고와 진열 규제가 아동·청소년을 담배로부터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반면 한국 편의점, 슈퍼는 계산대 뒤편에 담배가 잘 보이게 전시돼 있다. 지난해 5월 정부는 규제심판회의를 열어 편의점에 부착해 놓은 반투명 시트지를 제거하고, 금연 광고가 인쇄된 현수막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한국도 아동·청소년이 담배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편의점, 슈퍼마켓 등에서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담배 진열대부터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산대에서 눈을 들면 바로 보이는 곳에 형형색색 담배가 있는데 호기심이 안 들 수가 없죠.”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인근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던 임모 군(15)는 계산을 하다 자신도 모르게 눈이 계산대 뒤편 담배 진열대로 향했다. 이 편의점의 담배 진열대에 놓인 담배갑은 형광 노란색, 빨간색부터 암갈색까지 다양한 색으로 포장돼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었다.●온·오프라인 뒤덮은 ‘MZ 감성’ 담배 광고동아일보가 이날 대치동 학원가 인근 편의점 11곳을 확인한 결과 외부에서도 계산대 뒤편에 있는 담배 진열대와 광고가 보이는 곳이 9곳에 달했다. 반면 정부가 부착을 의무화한 금연 광고는 눈에 잘 띄이지 않았다. 11곳 중 2곳은 아예 금연 광고 현수막을 걸어두지 않았다.한국 학생들이 쉽게 담배 판매를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정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국가금연지원센터가 지난해 전국 12개 도시에 있는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담배소매점 2143곳을 조사한 결과 1995곳(93.1%)에서 담배를 진열해 놨다. 담배를 진열한 편의점 대부분은 계산대 옆에 진열대를 배치했다. 교육환경보호구역은 학교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200m까지를 포함한다.최근 무인담배판매점이 확산하면서 아동·청소년이 더욱 쉽게 담배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정부가 무인담배판매점 시범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전국 62곳 무인담배판매점 중 83.9%에 달하는 52곳이 매장 출입문에 성인 인증장치를 부착하지 않았고, 39곳(62.9%)에서는 청소년 출입 금지 문구를 부착하지 않았다.23일 서울 도봉구에 있는 한 무인전자담배매장은 매장 출입구가 통창으로 돼 있어 밖에서 내부가 전부 보였다. 매장에는 250여 종 이상의 전자담배 액상 제품이 벽면에 비치돼 있었다. 이 매장은 교육환경보호구역인 학교 앞 200m 안에 위치해 있어 지나가던 학생들은 원색의 전자담배 매장을 흘낏댔다. 이날 하교하던 창경초 5학년 A 양은 “가게가 예쁘게 생겨서 내부를 계속 쳐다보게 됐다”고 털어놨다.온라인 상에서도 학생들은 담배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있다. 한 전자담배 업체는 SNS 광고에 ‘MZ 필수템’, ‘폼 미쳤다’ 등의 유행어를 사용하며 청소년 등 젊은 세대를 겨냥한 광고를 내놨다. 이들 업계는 딸기, 바나나 등 맛과 향을 첨가하고 화려하게 포장함으로써 담배 제품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고 담배 사용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해외는 담배 포장 디자인까지 규제한국이 담배 진열조차 제한하지 못하는 동안 해외 주요국들은 담배 포장까지 규제하며 아동·청소년이 담배를 접하는 것을 막고 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상품은 진열하는 것만으로도 광고의 역할을 하게 돼 있다”며 “담배를 진열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광고의 역할을 하는 만큼 광고에 준하게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2012년 호주를 시작으로 영국, 뉴질랜드, 네덜란드 등 24개국은 담배 포장을 단순하게 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글자 크기와 글꼴을 지정해 시선을 끌만한 요소를 넣을 수 없도록 하고, 브랜드 색상, 이미지, 회사 로고와 상표 없이 지정된 색상의 포장지로만 담뱃갑을 만들도록 한 것이다. 2021년부터 담뱃갑 포장을 단순화한 네덜란드는 담배갑 색상을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했다. 흡연 경고 사진은 담뱃갑 앞뒤 면적의 각각 65% 이상을 차지하도록 돼 있다. 대신 담배 제품명은 전면 하단에만 표기돼 있으며 브랜드 로고는 부착돼 있지 않았다.반면 한국의 담배 포장 규제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은 담뱃갑 전면과 후면에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문구와 사진을 각각 50% 삽입하도록 했을 뿐 포장 단순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의 담배 광고 및 판촉 규제에 대해 “잡지 및 소매점 담배 광고가 일부 허용되고 있고, 소비자에 대한 담배 제품 무료 제공 등 판촉이 허용되고 있다”면서 “담배 회사의 사회공헌 활동도 금지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미래 세대’ 아동 청소년 목소리 반영해야전문가들은 정책의 당사자인 아동·청소년의 목소리를 금연 정책 수립 시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자담배가 확산되면서 아동·청소년이 담배를 접하는 연령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아동·청소년의 문법에 맞는’ 금연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청소년들은 한국의 담배 진열과 포장 규제가 더 강력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강모 군(16)은 “외국에서 하는 것처럼 혐오스러운 금연 표지가 담뱃갑의 절반 이상이 된다면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흡연을 하고 있다고 말한 김모 군(18) 역시 “편의점에 금연 광고가 있는 것도 전혀 몰랐다”며 “담배 광고 자체를 혐오스럽게 만들면 경각심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매일 편의점을 이용하는 청소년을 담배 사용으로부터 막기 위해서는 소매점 내 담배 진열과 광고를 금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미래 세대이자 담배 업계의 주요 마케팅 대상인 아동·청소년의 목소리를 담배 규제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헤이그=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수술실.“Professor, how much is the size of the mesh?” (교수님, 막 크기는 어느정도가 적당할까요?) “Defect size is not so big, so moderate size is enough.” (결손 부위가 크진 않으니 중간 크기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이 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가 영어로 지시하자 1조수를 맡은 웨디안 모하메드 알하즈미 씨(37)의 손이 바빠졌다. 그가 복강경을 환자의 복부에 넣어 능숙하게 조종하자 이어 송 교수가 탈장이 생긴 환자의 복벽에 막을 붙였다. 알하즈미 씨가 환부를 봉합하면서 수술은 마무리됐다. 수술실에서 나온 알하즈미 씨는 “이번 탈장 수술은 쉬운 편이었으나 다음에 더 어려운 위암 수술이 예정돼 있다”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정부가 이달 8일 지금처럼 보건의료 단계가 ‘심각’ 단계인 경우에 한해 해외 의사면허 소지자의 국내 진료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환자들은 “외국 의사라도 없는 것보다 낫다”는 입장이지만 의사단체에선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초부터 관련 시행규칙을 바꿔 해외 면허 소지자의 국내 진료를 허용할 방침인 가운데, 동아일보는 외국의사의 국내 활동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현재 보건복지부 허가를 받고 국내 대형병원에서 수술과 진료를 돕는 중동 의사들을 만났다.●“의료 공백 채워줘 고마울 따름”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인 알하즈미 씨는 지난해 9월 외과 전문의 자격으로 비뇨기과 전문의 남편과 함께 한국에 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중동 의료인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다. 진흥원은 2013년부터 사우디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등과 체결한 의사연구 시행협약에 따라 최대 2년 동안 수련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른바 ‘중동 펠로(전임의)’라고 불리는데 현재 대형병원에서 130여 명이 연수를 받고 있다. 알하즈미 씨의 남편도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해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현재 법적으로 해외 의사면허 소지자는 국내에서 원칙적으로 진료와 수술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외국과의 교육 또는 기술협력에 따른 교환교수 △교육연구 사업을 위한 업무 △국제의료봉사단의 의료봉사 업무 등은 보건복지부 허가를 받아 예외적으로 수술과 진료를 할 수 있다. 중동 펠로의 경우 이 중 두 번째인 ‘교육연구 사업’에 해당돼 환자 처치, 수술 보조, 드레싱, 차트 기록 등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다. 기자가 27일 방문한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에는 중동 펠로 3명이 연수를 받고 있다. 위장관외과는 전국적으로도 전임의가 15~20명에 불과할 정도로 만성적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과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후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2명도 병원을 떠났다. 송 교수는 “지금 같은 때 현장 업무를 도와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알하즈미 씨는 병동에서 회진도 돈다. 이 때는 번역기를 사용하며 환자들과 의사소통을 한다. 그는 “병동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환자들이 덕분에 치료를 잘 받았다고 말할 때 감동을 받는다”며 “교수님이 회진을 돌기 전 프리 라운딩을 돌면서 먼저 환자를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환자 정모 씨(35)는 “외국분이 성심껏 돌봐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알하즈미 씨는 “원래 1년 동안 한국에 있을 예정이었으나 1년 더 남아 복강경 수술 및 로봇 수술 분야를 더 익히고 싶다”고 했다.28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외래 진료실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암마르 후세인 하비불라 씨(35)가 지도교수인 장용주 교수의 말을 경청하며 환자와 모니터를 번갈아 봤다. 하비불라 씨는 안면성형 재건 수술을 배우기 위해 올 2월 한국에 왔다. 장 교수는 “이번 사태로 전공의가 사라진 상황에서 중동 펠로 2명이 도와줘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병원에선 수술 동의서를 받을 때 중동 펠로가 수술 보조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환자들에게 알리는데 환자들도 큰 거부감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수술을 앞둔 환자 백모 씨(30)는 “의사가 없어 수술을 못하는 게 더 큰 문제 아닌가”라며 “수술실에 외국인 의사가 들어오는 것에 특별한 거부감은 없다”고 했다. 하비블라 씨는 “안면성형 분야에서 한국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장 교수는 세계적 명성을 갖고 있다”며 “내년 2월 연수를 마치면 사우디에 돌아가 환자들에게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장 교수 밑에서 함께 수련을 받는 전임의는 “중동 펠로들이 자유롭게 질문하는 등 수술실 분위기가 좋다”면서도 “해외 의사들이 크게 늘면 한국 전공의나 전임의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다소 줄어들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펠로들은 입국 후 한 달 가량 한국 의료법과 기초 한국어 교육을 받고 2, 3개월 동안 연수받을 의료기관에서 참관 연수를 한 후 환자 진료에 실전 투입된다. 29일 기준으로 5대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중동 펠로는 총 86명이다. 서울대병원에는 비뇨의학과(5명)와 외과(1명)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는 이비인후과(5명)와 정형외과(5명), 산부인과(4명), 영상의학과(4명) 등에 총 27명이 연수를 받는 중이다. 삼성서울병원에는 위장관외과(4명), 간담췌외과(4명), 폐식도외과(3명), 대장항문외과(3명) 등에서 총 26명이 일하고 있다. 필수의료 분야라 전공의와 전문의가 부족한 분야가 많다. ●“의사 부족 해결” vs “보수적으로 접근해야”전공의 이탈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동 펠로처럼 해외 연수생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의료 공백을 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외국어를 모국어로 활용하는 외국인 의사들이 있다는 건 굉장한 장점이기도 하다”며 “외국인들에게 일정 업무를 맡기면 전공의들의 노동 강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이사회장은 “우리나라의 의학 교육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외국에서 교육받은 의사들의 경우 환자들이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지도교수들은 중동 펠로들이 수술과 진료에 도움을 주긴 하지만 언어 장벽 때문에 전공의 공백을 완전히 채우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송 교수는 ”환자와의 의사소통에서 한국 의사들에 비해 어려움을 겪는다”며 “전공의 주 업무였던 오더를 내리는 업무까지 맡기진 못한다“고 말했다.대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수술과 진료를 도울 순 있지만 외래진료를 하기도 어렵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정부도 해외 의사 도입이 전공의 부재 상황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이런 비상 상황에서 가능성을 열어놓는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홍은심 헬스동아 기자 hongeunsim@donga.com}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28일 기자회견에서 “환자와 국민이 더 다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병원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실과 국회에는 “현재의 시설과 교수진으로 가능한 증원(10% 미만)은 내년도에 일단 하고 협의체를 만들어 과학적 근거가 나오면 제대로 의사 증원을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대로라면 의료 파국은 정해진 미래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면 대통령은 우리나라 의료계를 붕괴시킨 책임자로 손가락질받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달 초 “병원을 떠나겠다”고 밝혔던 방재승 전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개인적으로 진료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소수가 사직한다고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거냐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또 “정부가 정책을 밀어붙일 때 사실상 교수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저를 키워준 병원을 어떻게든 지켜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곽재건 비대위 부위원장도 “환자들이 언제까지 일하느냐고 종종 물어보는데 힘들어도 끝까지 버틸 생각”이라며 “눈앞에 환자가 있는데 다른 생각은 못 할 것 같다”고 했다. 하은진 비대위원도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돌아올 때까지 최대한 버텨서 같이 손을 잡고 환자들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교수들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1509명 늘어나는 것에 대해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수험생과 학부모가 혼란에 빠지기 때문에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전혀 바꿀 수 없는 원칙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또 “정부가 불러주면 언제든 나갈 수 있다”며 대화 의지를 밝혔다. 이날 비대위는 대통령실에 “상설 협의체를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고 22대 국회에는 “의료전문가 집단이 포함된 국회 내 협의기구를 설치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내년 2월까지 ‘의사 수 추계 연구 공모’를 진행하고 필요 의사 수를 산출할 계획이다. 이날 교수들은 국민과 전공의에게 눈물로 사과하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피해자가 되신 국민들께 정말로 죄송하다. 또 상아탑에 갇혀 제 분야만 생각하고 책임을 방기했던 걸 후회하고 (전공의들이) 사직과 병원을 떠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을 지경으로 만들어 정말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28일 기자회견에서 “환자와 국민이 더 다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병원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실과 국회에는 “현재의 시설과 교수진으로 가능한 증원은 내년도에 일단 하고 협의체를 만들어 과학적 근거가 나오면 제대로 된 의사 증원을 결정하자”고 제안했다.서울대 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실 레드팀께 :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이 자리에서 이달 초 “병원을 떠나겠다”고 밝혔던 방재승 전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진료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소수가 사직을 한다고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거냐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정부가 정책을 밀어붙일 때 사실상 교수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저를 키워준 병원을 어떻게든 지켜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곽재건 비대위 부위원장도 “환자들이 사직서 냈느냐 언제까지 일하느냐고 종종 물어보시는데 힘들어도 끝까지 버틸 생각”이라며 “눈앞에 환자가 있는데 다른 생각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하은진 비대위원도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돌아올 때까지 최대한 버텨서 같이 손을 잡고 환자들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교수들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1509명 늘어나는 것에 대해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수험생과 학부모가 혼란에 빠지기 때문에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수험생에게 중요한 건 실력”이라며 “전혀 바꿀 수 없는 원칙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또 “정부가 불러주면 언제든 나갈 수 있다”며 대화 의지를 밝혔다.이날 비대위는 대통령실에 “상설 협의체를 만들어달라”고 제안했고 22대 국회에는 “의료전문가 집단이 포함된 국회 내 협의기구를 설치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내년 2월까지 ‘의사 수 추계 연구’를 진행해 필요 의사 수를 내놓을 계획이다.이날 교수들은 국민과 전공의에게 눈물로 사과하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피해자가 되신 국민들께 정말로 죄송하다. 또 상아탑에 갇혀 제 분야만 생각하고 책임을 방기했던 걸 후회하고 (전공의들이) 사직과 병원을 떠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을 지경으로 만들어 정말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