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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가 거의 매일같이 쓰던 ‘반미(反美)’ ‘미제(美帝)’ 표현이 최근 일제히 자취를 감춘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매체들은 6·25전쟁 발발일에도 최근 화해 무드를 감안한 듯 미국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자제했다. 대북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올해 1월 1일∼6월 25일자 노동신문 전체 기사를 홈페이지로 검색한 결과 ‘미제’ 표현은 올 들어 334번(하루 2회꼴)이나 등장했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빈도가 줄다가 8일을 마지막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올 들어 147번(하루 1회꼴) 등장했던 ‘반미’ 표현도 5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매일 쓰던 용어가 갑자기 실종된 것을 두고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자극적 대미 비난을 삼가라”는 당국의 지침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과거 북-미 공동코뮈니케(2000년 10월) 발표 전후 호전적 표현을 일시적으로 자제한 적은 있다. 북-미 관계 개선을 언급하면서 이번처럼 전면적으로 반미, 미제 표현을 삭제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매체들은 그동안 미제침략자, 미제살인자, 미제침략군 등의 표현으로 미국을 비난해 왔다. 또 각국의 반미 시위를 상세히 소개하며 대결 자세를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25일자에서 6·25전쟁을 거론할 때도 미국을 직접 언급하는 대신 ‘가증스러운 침략의 무리’ 등 간접적 표현을 사용했다. 연례적으로 평양 시내에서 수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로 열리던 ‘미제 반대 투쟁의 날’ 행사도 올해는 생략된 것으로 전해졌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많은 시간을 들여 논의했다. 하지만 우리의 솔직한 대답은 여전히 김정은과 북한의 의도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레고리 트레버턴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의장은 2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각국 정보기관 고위직 출신 인사들의 모임을 마친 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김정은이 앞서 한미 정상을 만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지만, 그 진정성에 대한 판단은 보류한 것. 결국 조만간 열릴 비핵화 후속 협상과 그 조치를 보고 나서야 김정은을 ‘신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결론을 낸 셈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주최한 이번 ‘글로벌 인텔리전스 서밋’에는 12개국에서 대북 정보 분야에 종사했던 고위직 30여 명이 참석했다. 윌리엄 브라운 전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은 “국제사회, 특히 중국의 제재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냈다”면서 “3, 4개월 지나면 북한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드러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내 대표적인 북한통인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역시 “한미 연합 훈련이 유예된 만큼 상호주의에 따라 북한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원심분리기 가동 등 추가 핵물질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 사람들은 이런 초기 이행(front-loading)을 향후 프로세스에 대한 지표로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타니 히데시(三谷秀史) 전 일본 내각정보관은 “일본이 북한에 회의적이라고 하는데 과거 협상에서 벌어진 일이 되풀이되는 걸 원하지 않을 뿐”이라고 밝혔다. 김정은의 변화에 일단 의미를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는 “북한의 변화를 단순히 속임수 또는 전략적 변화라는 측면에서만 접근하면 지나치게 비관적이거나 낙관적인 전망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군 수뇌부 교체 등 최근 북한 내 변화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존 에버라드 전 주북한 영국대사는 “앞으로 군부에 쏠렸던 자원이 경제에 투입되면서 반발이 나올 수 있다”며 “김정은이 군 장성 3명을 교체한 것은 이를 예상한 선제적 조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핵화 과정이 길고 험난할 것이란 점에는 의견이 일치했다. 트레버턴 전 의장은 “큰 결과가 빨리 나올 걸 기대해선 안 된다. 여러 장애가 있는 매우 장기적인 과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북한이 사상 최대 미군 유해 송환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유해 송환을 통해 12일 싱가포르에서 발표한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적극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본격 내비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직접 비핵화와 연결되는 내용은 아니다 보니 언제쯤 실질적인 비핵화 후속합의란 ‘본편’이 시작될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사상 최대 유해 송환으로 북-미 신뢰 구축 노린 듯 미군 유해 송환은 1988년 12월 시작된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회담 테이블에 처음 올라온 뒤 30년 동안 북-미가 논의해 온 주제다. ‘Leave no man behind(한 명의 병사도 적진에 버려두지 않는다)’를 철칙으로 삼는 미군은 북한과 협의할 때마다 유해 송환을 요청하고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은 7697명이며 이 중 북한에 묻혀 있는 유해는 5300구에 달한다. 북한이 공동성명 후속조치의 첫 단계로 미군 유해 송환을 선택한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다만 파격적인 것은 송환 유해의 수다. 19일(현지 시간) CNN 등 미국 언론 보도대로 한 번에 200구를 송환한다면 전례 없는 수가 된다. 앞서 1993년 148구의 유해가 송환된 연 최다 기록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이번에 거론되는 200구는 북한이 2007년 송환 중단 후 지금까지 자체 발굴해 미국과의 ‘거래용’으로 보관해 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유해 송환이 미국에 갖는 의미를 잘 알고 있다”며 “신뢰 구축을 위해 속도감 있게 나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CNN은 유해 송환이 이뤄질 경우 “북한이 비무장지대에 있는 유엔사에 유해를 넘기고, 유엔사가 간소한 행사를 한 뒤 미군 측에 이를 인도하는 방식으로 유해 송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후 군에서 DNA 검사와 신원 확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해 송환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번째 방북과 동시에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폼페이오 장관은 18일(현지 시간) “싱가포르에서 만들어진 공동합의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늦기 전에 북한에 가야 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유해 송환과 폼페이오 방북이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전격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 관건은 ‘부속합의서’, 디테일 담아야 대규모 유해 송환은 한미가 8월로 예정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유예하면서 성의를 보인 것에 대한 화답 성격도 있다.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에 앞서 양국이 서로의 이행 의지를 확인하고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더해 북한이 조만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 절차에 나설 경우 비핵화 합의 이행에 대한 기대는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유해 송환과 마찬가지로 엔진 시험장 폐기 또한 실질적인 비핵화라는 본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이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엔진 개발을 완료해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용도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싱가포르 회담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속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북한이 부속합의서 작성을 위한 실무 접촉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이거나 세부 표현을 꼬투리 잡아 물고 늘어질 경우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과거의 실패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행될지는 폼페이오 장관이 유해 송환과는 별도로 북한을 계속 압박해 후속 협상에서 단계별 조치가 포함된 부속합의서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비핵화를 위한 세부 일정과 단계별 이행 계획을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북-미 관계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다. 장원재 peacechaos@donga.com·신진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중국 방문을 두고 외교가에선 ‘43일 공식’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올해 이뤄진 1차와 2차, 2차와 3차 방중이 출발일 기준으로 정확히 43일씩 만에 이뤄졌기 때문. 김 위원장의 첫 방중은 3월 25∼28일 전용열차로 이뤄졌다. 2011년 취임 후 첫 외국 방문이었는데 3박 4일(열차 내 2박) 동안 시진핑 국가주석 내외와 2차례 식사를 같이하며 특급 환대를 받았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조중(북-중) 친선은 대를 이어 목숨처럼 귀중히 여기고 이어나가야 할 숭고한 의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그로부터 43일 후인 5월 7일 전용기로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 날아갔다. 당시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의 발언을 메모하는 모습이 공개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측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번 방중 역시 정확히 43일 만에 전용기로 이뤄졌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같은 기간을 두고 중국을 찾은 것은 묘한 우연일 것”이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비핵화 협상이 미중 대리전 양상을 보이면서 앞으로 김 위원장이 시도 때도 없이 중국을 찾아 시 주석과 상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북한이 9월 9일 제70회 정권수립 기념일을 맞아 10만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매스게임 공연을 5년 만에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해빙 기류를 맞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베이징의 고려여행사는 18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5년 동안 중단됐던 북한 매스게임이 9월 9일부터 9월 말까지 진행될 것”이라고 밝히며 관련 여행상품을 상세히 소개했다. 북한은 2002년 고 김일성 주석의 90회 생일을 기념해 체조와 춤, 카드섹션이 어우러진 ‘아리랑’을 선보였으며 2013년 9월 별다른 설명 없이 공연을 중단했다. 공연 제목은 ‘빛나는 조국’으로 ‘아리랑’과는 다른 내용이라고 여행사는 설명했다. 티켓은 80유로(약 10만3000원)부터다. 북한이 체제 선전용 매스게임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북-미 정상회담 후 해빙 기류를 타고 관광수입 확보에 나서는 동시에 북한 내부 체제 결속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여행사 측은 “매스게임을 관람하는 여행상품 2개가 벌써 마감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다음 주부터 시작하는 반미공동투쟁 월간행사는 축소 또는 취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6·25전쟁 발발일부터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까지 대규모 군중대회 등 각종 반미 행사를 열었는데 올해는 상황이 변한 것이다. 19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은 “올해는 관련 행사 준비 조짐이 전혀 없다”고 북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예년에는 6월 초중순부터 해외 친북 인사 등을 통해 미국을 규탄하는 글을 게재하고 강연회를 열었다. 한반도 주변의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해 역시 6월 2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학생 주민 수만 명이 참가한 ‘미제 반대투쟁의 날’ 행사를 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평화와 번영에 기초한 관계를 수립한다고 밝힌 만큼 올해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년 6월 25일 전후 발행되던 ‘반미우표’도 물량이 최소화되거나 도안의 수위가 막판에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우표는 모두 4종으로 알려졌는데 일부 인터넷 매매 사이트에 유출된 우표를 보면 한복을 입은 여성이 미국 국기를 찢거나 북한 군인이 미 의회 의사당을 주먹으로 부수는 그림과 함께 ‘미제살인귀들을 천백배로 복수하자’는 등 문구가 담겨 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를 하겠다. 구체적인 내용은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라”고 청와대에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청와대에서 접견한 뒤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 회의를 주재하며 “북한이 진정성 있게 비핵화 조치를 실천하고 적대 관계 해소를 위한 남북 간, 북-미 간 성실한 대화가 지속된다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상호 신뢰 구축 정신에 따라 대북 군사적 압박에 대해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 북-미 정상회담 후 “북한과 선의로 협상을 진행하는 한 연합훈련을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 밝힌 데 이어 문 대통령도 훈련 중단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은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훈련이 중단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CNN은 미 국방부가 이르면 14일(현지 시간) UFG 연습 중단 방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외교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북-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빠진 것과 관련해 “검증(Verification)이 핵심이며 이는 (공동성명의) ‘완전한 비핵화’에 분명히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비핵화가) 시급한 타이밍이란 걸 이해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수행 기자들과 만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는) 2년 반 안에 주요한 비핵화를 달성하길 희망한다”며 비핵화 시간표를 처음 제시했다.장원재 peacechaos@donga.com·한상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여주고 기자회견장에서도 공개한 ‘깜짝 동영상’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악관은 처음엔 ‘데스티니픽처스’가 제작했다고 밝혔다. 4분이 약간 넘는 이 동영상은 고층빌딩과 첨단기술, 미사일과 전투기 장면 등을 교차해 보여주면서 김정은이 결심하면 북한의 번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어와 영어 내레이션으로 제작됐으며 “새로운 세계가 오늘 시작될 수 있다. 우정, 신뢰, 선의가 있는 세계에 합류하라”고 권하는 부분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회담 말미에 아이패드로 김 위원장과 일행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줬는데 정말 좋아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미 캘리포니아주 데스티니픽처스 측에 e메일로 제작 경위를 묻자 마크 카스탈도 창업자는 몇 분 만에 “우리는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답을 보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전 세계에서 수백 통의 전화와 e메일이 왔다. 미치겠다. 왜 내 회사 명의를 사용했는지 파악 중”이라는 글을 남겼다. 제작사의 정체에 대해 침묵을 지키던 백악관은 한참 후 NSC 대변인 성명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의 이점과 평화롭고 번영한 한국의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 NSC에서 만든 동영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왜 데스티니픽처스에서 만들었다고 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네드 프라이스 전 NSC 대변인은 영국 가디언에 “백악관이 말장난을 하기 위해 그 이름을 쓴 것 같다. 아마추어 냄새가 난다”고 지적했다. 두 정상이 자신과 세계의 운명을 건 회담에 임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백악관이 ‘운명(데스티니)’이라는 회사 이름을 지어냈는데, 우연히 동명의 회사가 존재했다는 얘기다. 한편 영상 중 한국 지도가 나오는 장면에서 ‘동해(East Sea)’가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되어 있었다. 백악관은 미국지명위원회(BGN)가 정한 대로 ‘일본해’ 명칭을 쓰고 있으며, 동해를 병기해 달라는 한국 정부와 교민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북한 노동신문은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밤 싱가포르 시내를 시찰했다는 소식을 14장의 컬러사진과 함께 1면(사진) 전면 기사로 소개했다. 전날 싱가포르 도착 소식을 전한 데 이어 이례적으로 실시간 중계하듯 최고지도자의 소식을 전한 것. 신문은 김 위원장이 마리나베이샌즈 전망대에서 야경을 보고 “듣던 바대로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건물마다 특색이 있다.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귀국의 훌륭한 지식과 경험들을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치적으로는 사실상 독재 정권을 유지하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 성장에 성공한 ‘싱가포르 모델’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싱가포르는 부국이지만 껌과 담배를 금지하는 등 민주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초강력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 개방이 체제 위협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김정은이 거부감 없이 벤치마킹에 나설 수 있는 대상일 수 있다. 국부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아들인 리셴룽(李顯龍) 총리가 대를 이어 통치한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동질감을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 카지노를 유치하려는 김정은이 미국 측에 마리나베이샌즈 같은 카지노 복합 리조트를 만들려 한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현지 방문은 지도를 하는 개념인데 ‘배우겠다’는 표현을 쓴 것이 이례적”이라며 “김정은이 그동안 여명거리를 세우고 불장식(네온사인)을 강조하며 야경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을 보여온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북-미 정상회담은 전반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리드하면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충분히 배려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이날 카펠라 호텔 회담장에는 김 위원장이 오전 8시 53분(현지 시간)에 먼저 도착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6분 후 도착해 안으로 들어갔다. 두 정상의 숙소가 570m 거리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숙소에서 10분가량 먼저 출발한 것을 감안하면 사전에 합의된 대로 일부러 김 위원장이 먼저 도착해 기다리는 모양새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취재진 앞에서 처음 만날 때는 양국 국기 6개씩을 배경으로 각자 똑같이 여섯 걸음씩 걸어와 중간에서 만나는 형식을 취했다. 외교 관계자는 “보통 주최 측에서 먼저 와서 기다리다 맞이하는데 이번에는 제3국에서 만나는 만큼 중립적인 방식을 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 사진을 찍을 때 무대에서 볼 때 왼쪽에 섰고 이후 단독 정상회담과 확대 정상회담, 오찬 등에서도 줄곧 같은 위치를 유지했다. 국기는 미국 국기를 계속 오른쪽에 세웠다. 외교 관계자는 “상대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손님을 상석인 오른쪽에 세우는 대신 국기는 양보하지 않고 주최 측 국기를 오른쪽에 놓는 것이 외교 관례”라며 “전반적으로 미국 측이 호스트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북한 노동신문이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방문 소식을 1, 2면 전면기사와 16장의 컬러 사진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최고지도자의 신변 안전을 고려해 주로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후 관련 내용을 보도하던 관행을 깬 것이다. 신문은 1면에서 ‘김정은 동지가 미국 대통령과의 역사적 첫 상봉과 회담을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는 제목을 달고 “(김 위원장이) 10일 오전 중국 전용기로 평양을 출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은 12일 오전 싱가포르에서 진행된다”며 회담 사실을 전했다. 김정은이 비행기 탑승구 앞에서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손을 들어 인사하는 사진도 게재했다. 또 비행기에 새겨진 ‘에어차이나(AIR CHINA)’라는 표시와 중국 오성홍기도 그대로 보였다. 중국에서 빌린 비행기로 갔다는 점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이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수행원 명단도 밝혔다. 또 공항에서 환송하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김수길 총정치국장 등 핵심 인사들의 사진과 명단을 실었다. 김정은과 김여정이 없어도 이들을 통해 체제를 유지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2면에는 김정은이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악수하는 사진과 함께 북-싱가포르 정상회담 내용도 다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그동안 실무 협의를 통해 북한으로서 별로 손해 볼 게 없는 합의가 나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었으면 이런 보도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 후 첫 장거리 비행은 한 편의 스파이영화 같은 연막과 반전의 연속이었다. 10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싱가포르를 향해 출발한 비행기는 모두 세 대. 북한과 싱가포르 당국은 김 위원장의 신변보호를 위해 어느 비행기에 탑승했는지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이날 새벽에 가장 먼저 출발한 것은 방탄전용차(메르세데스벤츠 S600 풀만 가드)와 이동식 화장실, 음식, 경호용 무기 등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항공 일류신(IL)-76 수송기였다. 지난달 김 위원장의 다롄(大連) 방문 때도 동행했던 비행기다. 이어 오전 8시 39분에는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의 CA122편이 베이징(北京)을 향해 출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타는 에어포스원과 같은 보잉 747 기종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용기였으며 현재도 중국 최고위층이 이용하는 비행기다. 비록 중국에서 빌린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동급으로 맞춘 것이다. 이 비행기는 이미 8일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면서 한 차례 ‘예행연습’을 마쳤다. 해당 항공기는 오전 4시 18분(현지 시간)에 베이징을 출발해, 평양에 도착했다가 다시 이륙해 한 시간가량 중국 내륙 쪽으로 비행했다. 이후 항로는 더 ‘은밀’해졌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경 베이징 인근에서 갑자기 편명을 CA61로 바꾸고 목적지도 ‘베이징’에서 ‘싱가포르’로 변경했다. 이어 기수를 남쪽으로 돌려 중국 대륙을 종단하기 시작했다. 이륙 후 항공기가 편명과 목적지를 바꾸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항로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전 9시 반경에는 김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 1호’로 보이는 고려항공 IL-62 비행기가 순안공항에서 이륙했다. 참매 1호의 비행은 항공기 비행 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 24’가 오전 11시 40분경 “고려항공의 IL-62기가 중국에서 남하하는 것이 포착됐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세 대의 비행기는 각각 1, 2시간 시차를 두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을 거치는 비슷한 경로로 싱가포르로 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김 위원장이 혹시 모를 격추를 우려해 철저하게 중국 내륙 항로를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처음엔 ‘정상 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 전용기에 탑승했을 것이란 주장과, ‘비행 안전’을 위해 중국에서 빌린 비행기를 탔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참매 1호의 비행거리는 1만 km에 달하지만 1995년 단종된 노후 기종이고 북한 조종사들의 장거리 비행 경험이 적어 사고 발생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비행기들은 순차적으로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김정은 전용차 등을 운반하는 수송기가 낮 12시 반(현지 시간) 가장 먼저 도착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비행기의 항속거리가 4000km에 못 미친 탓에 광저우(廣州)에 들러 중간 급유를 마쳤다고 전했다. 이어 오후 2시 반 에어차이나기의 창이공항 착륙 모습이 각국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현지 신문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속보로 “오후 2시 35분에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전용기라는 체면보다는 중국이 제공한 항공기라는 안전을 선택한 것. 이후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이 공항에서 김 위원장과 악수하는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이를 공식화했다. 한편 참매 1호는 오후 3시 45분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을 태우고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전용기까지 동생에게 내어주는 치밀한 연막작전을 편 끝에 둘 다 안전하게 싱가포르 땅을 밟은 것. 참매 1호에 김여정을 태운 것은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이 같은 비행기에 타지 않는 것처럼 위험을 분산시킨 조치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안전성이 높은 중국 비행기를 타는 실용적 선택을 했다. 북-중 관계의 긴밀함을 대내외에 과시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김 위원장이 탄 비행기가 중국 영공을 진입했을 때부터 줄곧 J-11 등 중국 주력 전투기들이 편대를 이뤄 호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중국 전투기의 작전 반경 등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을 태운 비행기가 중국을 진입해 벗어날 때까지 전투기 편대가 최소 3차례 이상 교대하며 호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장원재 peacechaos@donga.com·손효주 기자 / 싱가포르=윤완준 특파원}
백악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이 싱가포르에서 12일 오전 9시(현지 시간) 열릴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이 초미의 관심 대상이다. 비핵화 협상만큼 의전에서도 디테일을 놓고 막판까지 북-미 양국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싱가포르에서 12일 오전 9시(한국 시간 오전 10시) 첫 대면을 한다. 이는 워싱턴 등 미국 동부시간 기준 오후 9시로 미국 내 각 방송사 메인 뉴스가 방송되는 ‘프라임 타임’이다. 미국 상당수 방송사가 싱가포르 현지에 취재진을 파견해 생중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을 최대 업적으로 부각하려 하는 만큼 김정은과의 역사적인 첫 만남을 상징적인 장면으로 각인시키려는 의도를 담았다는 평가다. 회담은 두 정상의 상견례를 겸한 사전 환담에 이어 오전 회담, 업무 오찬, 오후 회담, 만찬 등의 순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거의 하루 종일 회담하는 셈이다. 이번 회담에선 오전부터 핵심 참모진 1, 2명만 배석하는 회담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맞바꾸는 ‘빅딜’을 논의하는 만큼 나중에 또 만나더라도 담판의 밀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회담을 마친 뒤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친교 산책 등 깜짝 이벤트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회담 후 2,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예고한 만큼 두 정상 간의 소통을 통해 최소한의 신뢰를 다져야 이후 회담을 통해 비핵화 틀을 잡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처럼 샹그릴라 호텔에서 ‘오키드 그린하우스’라는 목조건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오솔길 회담’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동 기자회견이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양국 언론 외에도 전 세계의 미디어가 싱가포르에 집결하는 만큼 기자회견보다는 공동 보도문이나 합의문을 발표하는 형식이 될 수도 있다. 북-미 정상회담 일정은 큰 틀의 윤곽이 잡혔지만 의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회담장 입장 순서부터 자리 배치, 업무 오찬이나 만찬의 메뉴 선정까지 조율해야 할 ‘디테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양국은 보안과 경호를 감안해 회담장으로 유력한 샹그릴라 호텔이 아닌 카펠라 호텔(미국)과 풀러턴 호텔(북한)을 숙소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스트 없는 중립 상태로 회담이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주최 측 정상이 먼저 회담장에 나와 손님을 맞이하는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시간을 정해 공동으로 회담장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대에서 봤을 때 주최 측 정상이 왼쪽, 주최 측 국기는 반대로 오른쪽에 자리 잡는 ‘외교 관행’에 따라 두 정상이 악수할 때 서는 자리를 놓고 어느 쪽이 주최 측인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장원재 peacechaos@donga.com·문병기·손효주 기자}
중국과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취소 결정에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은 북-미 양측의 여전한 대화 의지에 주목한 반면 일본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회담 취소를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고 북한도 계속 미국과 (테이블에) 앉아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뜻을 보인 것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미 양측이 최근 얻은 긍정적인 진전을 소중히 여기고 인내심을 유지하고 선의를 보이면서 대화 협상을 통해 상대의 우려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루 대변인은 ‘북-미 정상회담 취소에 중국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계속해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숨기려는 의도가 없다”고 반박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워싱턴의 결정이 한반도를 교란시켰다”며 비판했다. 환추시보는 “제멋대로 불쾌함을 드러내는 것은 잠시 통쾌하지만 그 후과는 불확실하다”며 “회담 취소 결정은 미국 정부가 제멋대로 일을 처리한다는 국제 여론을 강화시켜 미국의 국제 신용과 이미지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끊임없이 의심해 왔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미 정상회담이 실시되지 않게 된 건 유감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것은 핵·미사일 문제와 납치 문제가 실질적으로 진전되는 기회가 되는 정상회담이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귀국하는 대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은 북한과 중국에 압력을 가할 것이고 미일 관계는 한층 더 긴밀해질 가능성이 있다. 회담 취소는 아베 총리에게 좋은 소식일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북-미 간 중개자 역할을 자임했던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외교적으로 큰 타격”이라고 전했고 도쿄신문은 “문 대통령의 체면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 시설을 파괴하면서 모든 약속을 지켰다”며 북-미 정상회담 불발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북-미 간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는 정상들의 주문도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결정이 한반도 비핵화로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작은 문제이기를 바란다”며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과정은 이미 시작됐고 비핵화 목표를 위한 과정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총리실 대변인을 통해 “북-미 회담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실망스럽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가져올 합의를 바란다”고 말했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도쿄=장원재 / 파리=동정민 특파원}
러시아를 방문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5일 “북-미 정상회담이 실시되지 않게 된 건 유감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것은 핵·미사일 문제와 납치문제가 실질적으로 진전되는 기회가 되는 정상회담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또 귀국하는 대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끊임없이 의심해 왔던 일본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 취소에 대해 “놀랄 일이 아니다”며 예상했다는 반응이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은 25일 방문 중인 멕시코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정세를 보고 북한의 비핵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북한에 대한 압력을 유지하는 것이 문제 해결로 이어질 것”이라며 ‘최대한의 압력’ 유지 방침을 되풀이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은 북한과 중국에 압력을 가할 것이고 미일 관계는 한층 더 긴밀해질 가능성이 있다. 회담 취소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좋은 소식일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북-미 간 중개자 역할을 자임했던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외교적으로 큰 타격”이라고 전했다. 도쿄신문도 “문 대통령의 체면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했다. 유럽 정상들은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결정이 한반도 비핵화로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작은 문제이기를 바란다”며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과정은 이미 시작됐고 비핵화 목표를 위한 과정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총리실 대변인을 통해 “북-미 회담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실망스럽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가져올 합의를 바란다”고 말했다.북-미 회담 취소되기 까지●북한 담화△5월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난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하겠다고 발표△5월 24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북-미 정상회담 재고 최고지도부에 건의하겠다” 담화 발표△5월 2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상회담 취소 발표●다롄 회동△5월 7~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차 중국 방문. 다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회동.△5월 1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중국 배후설 제기△5월 22일/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두 번째 중국을 방문 이후 북한 태도에 변화가 있었다”며 재차 중국 배후설 제기●비핵화 조건△5월 8일/ 김정은, 시 주석과 회동 후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통해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바란다”고 발표△5월 13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북 핵무기 미국 테네시로 가져갈 것, 대량살상무기와 핵능력 폐기” 등 ‘리비아식 핵 폐기’ 공식화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파리=동정민특파원 ditto@donga.com}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22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도시마(豊島)구 릿쿄대 총장 접견실에서 만난 곽양춘 총장(59)이 유창한 한국어로 인사하며 손을 내밀었다. 재일동포 2세인 그는 올 4월 한국계 최초로 일본 주요 대학 총장이 됐다. 임기는 4년. 그는 “도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어는 제대로 할 수 있다”며 웃었다. 미국 선교사가 1874년에 세운 릿쿄대는 일본에서 게이오대, 와세다대의 뒤를 잇는 사학 명문으로 꼽힌다. 곽 총장은 이 대학의 전후 최초 외국인 총장이다. 그는 “‘길은 전하되 자신에 대해선 알리지 말라’는 학교 이념에 따라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다 보니 한국에선 지명도가 낮을지 모르지만 일본 내에선 오랜 전통과 역사로 인정받는 대학”이라며 “자유로운 학풍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릿쿄대는 일제강점기 시인 윤동주가 유학했던 학교다. 2008년부터 매년 2월 시인의 기일에 맞춰 채플에서 추모 행사가 열린다. 올해 추모 행사에 참석해 시 ‘또 다른 고향’을 직접 낭독한 곽 총장은 “한일 양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시인이 다녔다는 건 우리의 명예이자 영광”이라며 “릿쿄대 원고용지에 적은 시도 남아 있어 몇 년 전 학내 전시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인에 대한 경외의 뜻으로 윤동주 장학금을 만들어 매년 한국 유학생 10명에게 연간 60만 엔(약 590만 원)씩을 주고 있다”고도 했다. 곽 총장은 한국 등 아시아 경제에 정통한 경제학자다. 그는 “최근 일본 경기가 살아나면서 글로벌 인재를 원하는 일본 기업이 많아졌다”며 “한국 학생들이 미국만 고집하지 말고 일본에, 그리고 릿쿄에 더 많이 왔으면 좋겠다. 능력을 충분히 평가받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릿쿄에는 지난해 10월 학부 기준으로 183명의 한국 유학생이 있다. 곽 총장은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직접 가르친 경험으로 보면 한국 유학생은 다들 성실하고 우수했다”고 말했다. 국제화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그는 “한국의 10개 대학과 제휴 중인데 앞으로 더 늘리고 싶다. 현재 전 세계 180개인 제휴 대학을 300개로 확대하고 860명인 유학생을 2024년까지 2000명으로 늘릴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학부마다 영어 수업만으로 졸업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일본에서 통일운동을 했던 고 곽동의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의장의 장남이다. 최근 한반도 화해 분위기에 대해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재일동포들이 힘들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구성된 것 같은 일들이 많아져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에서 세계 최초의 ‘해저 카지노’를 짓는 방안이 추진된다. 21일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나가사키(長崎)현은 사세보(佐世保)시 해안에 해저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세우는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다. 한국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와 함께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수백억 엔(수천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몰디브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에서 해저 레스토랑과 해저 객실을 선보인 적은 있지만 해저 카지노 건설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우스텐보스와 인접한 오무라(大村)만에 대형 강화유리를 이용한 특수 구조물을 만들어 헤엄치는 물고기 등의 모습을 보면서 카지노(개념도)를 즐길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후 처음으로 카지노를 허용하는 법안을 2016년 12월 통과시켰다. 다음 달까지 구체적인 실시 계획을 담은 법안을 처리해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이후 3개의 카지노를 연다는 방침이다. 나가사키현 외에도 오사카(大阪)부, 와카야마(和歌山)현, 홋카이도(北海道) 등이 카지노 유치전에 뛰어든 상태다. 경제적 파급 효과가 연간 3000억 엔(약 2조90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오사카는 유치를 추진 중인 2025년 엑스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와카야마는 인공섬 와카야마 마리나시티에 유치를 추진하면서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도박 중독 대책을 독자적으로 마련하고 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동상으로 손가락 9개를 잃고도 ‘7대륙 최고봉 무산소 단독 등정’을 향해 등반을 멈추지 않았던 일본 산악인 구리키 노부카즈(栗城史多·36) 씨가 에베레스트에서 하산하던 도중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고 소속 사무소가 21일 밝혔다. 홋카이도(北海道) 출신 구리키 씨는 162cm의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2004년 북미 알래스카 매킨리(6194m)를 시작으로 남극 빈슨매시프(4892m) 등 6대륙 최고봉을 무산소 단독 등정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마지막 관문인 에베레스트(8848m)에서는 매번 고배를 들이켰다. 2012년 에베레스트 등정에 4번째 도전했을 때는 심한 동상을 입어 오른손 엄지를 제외한 9개 손가락을 모두 잘라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갔다. 이번이 에베레스트 8번째 도전이었다. ‘모험의 공유’를 내세우며 등정 순간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21일 오전 블로그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 7400m 지점에서 하산하게 됐다”고 알렸다. 하지만 이후 연락이 두절됐고 수색을 통해 시신이 발견됐다. 구리키 씨는 스스로 “산악인이 되기 전에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였다”고 밝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무작정 도쿄(東京)에 왔다가 적응하지 못 하고 홋카이도로 돌아가 입학한 대학 산악부에서 등산의 매력에 빠졌다. 일본에서 ‘등산하는 니트족(교육을 받지 않고 취업 의지도 없는 청년무직자)’으로 널리 알려진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나의 꿈은 에베레스트 무산소 단독 등정 현장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것이다. 그저 산을 오르는 게 아니라 모험을 공유해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귀중함’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이날 심포지엄에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안보 전략에 관여했던 미국 전문가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미국의 역대 정권이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외교 레거시(업적)를 남기기 위해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하거나 검토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007∼2009년 부시 행정부에서 일했던 마크 파이플리 전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부르고 김정일을 폭군이라고 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임기 말기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를 북한에 보냈고 ‘위원장님’으로 시작하는 친서를 보내 관계 정상화를 모색했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고 돌이켰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했던 밥 젠슨 전 NSC 부보도관은 “오바마 전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 조건 없이 북한 지도자와 만나겠다고 했지만 취임 후엔 북한이 진지하게 대화에 나설 때만 대화를 하겠다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폈다”고 밝혔다. 그는 “전략적 인내 정책은 결국 무시해 버리는 식이 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임기 말에 레거시를 남기고 싶었지만 북한을 상대하기 어려워 이란에 초점을 맞췄고 그 결과 이란 핵 합의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파이플리 전 부보좌관은 다음 달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개인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성공의 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젠슨 전 부보도관은 “비핵화를 1, 2년 만에 이룰 수는 없지만 지역 간 대화의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대화를 통해 미중이 협력하면서 새로운 냉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다음 달 북-미 정상회담은 외형상 성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는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시욱)과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 그리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공동 주최한 제16회 한중일 심포지엄이 ‘긴장과 대화―동아시아의 향방’을 주제로 18일 도쿄대에서 개최됐다. 올해에는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에 관여한 전직 관료 2명이 참가해 한미일중 4개국 지식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참석자들은 지금이 한반도의 정치 및 안보환경의 대전환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으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낙관론이 많았으나 완전한 비핵화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 견해가 다수였다. 참석자들은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이를 각국이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하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북한 비핵화와 평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각국의 협조가 절대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북-미 정상회담 성공할까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고려대 교수)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것만으로 절반의 성공이지만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마음이 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성공 여부는 당일 선언이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에 돌아가서 실제로 그것을 대내적으로 공표하는 작업을 거치는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3개월 동안 핵무기 핵물질 최초 신고서를 어떻게 내는지는 바로미터(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톈충(劉天聰) CICIR 한반도연구실 부연구원은 “북-미 정상회담은 열리면 성공이고 개최 못하면 실패”라고 전망했다. 그렇게 보는 이유에 대해선 “대화 과정에서 성과가 없다면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을 것”이라며 “열린다면 외부에서 보는 한 성공하는 회담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미국 모두 국내적으로 ‘성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북한이 핵을 희생해서라도 얻으려는 것은 북-미 국교 정상화 프로세스가 가시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은 미국과 중국의 문제다. 미중이 휴전하고 대응해야 할 문제이고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그 밥상을 차려줄지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에서 분단된 곳은 한반도가 유일하다. 통일이 안 되면 동아시아 평화도 어렵다. 이 과정은 국제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독일 통일도 국제 협력 없이는 못했다”고 강조했다. ○ 비핵화에는 비관적 신중론 현 전 장관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신중론’을 강조했다. 우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자체가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또 보상 조건(미국은 선비핵화 후보상, 북한은 단계적 동시적 조치), 북한과 미국의 국내 변수, 주변국 변수를 들며 낙관론에 빠져 봐야 할 것을 보지 않는 실수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 부연구원은 북핵 해결방안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전략목표, 행동 대 행동의 원칙, 다자간 대화 분위기가 필요하다”며 “모든 국가가 같은 방향으로 한반도를 정치 대화의 궤도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마크 파이플리 전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고전적 외교 즉, 사전에 충분히 협상하고 준비하는 외교는 모른다”며 “다음 달 북-미 정상회담은 극장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하시 료(佐橋亮) 가나가와대 교수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아직 주변국과 전략목표 조율이 안 된 채 북한과 미국이 딜을 계속하는 상황”이라며 지나치게 빠른 속도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변국 협력, 특히 중국의 역할 중요 김한권 한국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와 조건, 이행 검증에 많은 이견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한반도 비핵화가 실질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정략적 정책구도하에서 다뤄지기 때문”이라며 “한반도 비핵화가 온전히 진행되려면 유엔 등 공식기구와 국제여론 안에서 다뤄질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판샤오쥐(樊小菊) CICIR 일본연구소 소장 대행은 역사문제가 안전보장에도 영향을 준다면서 “이 같은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기흥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지금까지 국제사회는 북한의 비핵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이후 핵 해결 뒤 한반도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깊이 논의하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코다 데쓰야(箱田哲也)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은 “한반도를 오래 연구해온 연구자일수록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한 진정성이 높다고 보는 사람이 늘었다”며 “북한을 대화의 틀에 계속 묶어두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후루야 고이치(古谷浩一)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은 “북핵 해결에서 한중일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 / 장원재 특파원}
일본에서 급격한 인구 감소로 경찰관 지원자가 줄자 경찰관 채용 때 키, 몸무게 자격 기준을 없애는 움직임이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0일 전했다. 일본은 자치경찰제를 택해 경찰관을 지자체가 직접 뽑는다. 신문에 따르면 그동안은 ‘범인을 제압하고 체포해야 하는 직무의 특수성’을 들어 남성은 키 160cm 이상, 여성은 150cm 이상이어야 경찰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몸무게 기준은 남성 47kg 이상, 여성 43kg 이상이어야 했다. 하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구 감소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2002년 18만 명이 넘던 경찰 채용시험 응시자 수가 2015년 약 9만3000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경쟁률도 12 대 1에서 6.1 대 1로 떨어졌다. 이런 사정 때문에 2008년 나가노(長野)현을 시작으로 ‘열정만 있으면 된다’며 키, 몸무게 기준을 폐지하는 곳이 생겨났다. 지난해까지 광역지자체 15곳에서 키, 몸무게 기준을 없앴다. 올해도 12곳에서 키, 몸무게 자격 기준을 폐지한다. 일본 광역지자체가 모두 47곳이니 절반이 넘는 곳에서 ‘키, 몸무게’ 기준을 없애는 것이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