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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12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에 참석해 남북 관계와 탈북자 북송, 탈당 가능성, 개헌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견해를 밝혔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외부 기관의 패널 토론에 나선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50여 개 신문·방송사의 편집·보도국장들과 100분간 질의응답을 했고 이어 설렁탕 오찬을 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中이 도발 응징 의지 北에 전달”이 대통령은 탈북자 문제 해결 의지를 설명하면서 “중국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북한에 편중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의 북한 편향이 탈북자의 강제북송과 주중 한국공관의 탈북자 한국행 불허 배경이 아니냐는 관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한 것이다.특히 이 대통령은 “연평도 사건 이후 ‘새로운 도발 땐 강력 대응하겠다’는 한국의 의지를 중국 정부가 북한에 공식 통보했다는 점을 (우리에게) 공식적으로 답해줬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이 이런 중국 측의 답변을 들은 것은 올해 1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였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이 대통령은 “우리의 응징 의지가 잘 전달됐고 중국 등 주변국의 분위기 때문에 (북한이 도발을) 쉽게 결심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실질적 도발 위협은 적지만 (북한이) 말은 많이, 협박은 많이 할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의 도발 위협은 높아졌다기보다 낮아졌다”고 말했다.○ “조건 붙은 정상회담은 안 해”이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한두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과거처럼 관례적, 조건적 만남은 의미가 없다. 차라리 안 만나는 게 만나는 것보다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거론한 ‘한두 차례 기회’는 2009년 10월 당시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5월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이 각각 북측 인사를 만나 정상회담을 논의한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이 대통령은 ‘대등한 남북 관계’의 틀을 만들었다고 자평하며 개성공단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취임하고 보니 북한이 개성공단 문을 닫겠다고 하는 등 ‘북한이 갑, 우리가 을’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개성공단을 철수하거나 제3국으로 보내는 비용을 계산해보니까 감당할 수 있는 액수였다. 이후 북한의 태도가 달라져 ‘문 닫겠다’는 말이 없어졌다”고 말했다.정부 당국자는 “2010년 말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유사시 기업 철수 결정에 필요한 보상액수를 산정해본 결과 5000억∼3조 원 정도였다”고 설명했다.이 대통령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 정권이 아니라 북한 사회, 북한 주민들의 변화”라며 “대한민국보다 북한 주민들이 북한 정권을 변화시키는 힘이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북 대화라는 기회의 창은 열려 있지만 북한이 총선에 영향을 주려고 저렇게 열심히 하는 한 총선 전 (북한과의) 대화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싫어하는 두 가지이 대통령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야당에서 반대하는 것에 대해 “정부로선 싸우고 항의하기보다 이해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너무 갑갑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이 두 사안을 두고 “북한이 가장 반대하는 일이다. 안보와 경제 이슈가 섞인 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또 이 대통령은 “한-유럽연합(EU) FTA를 두고 국회에서 큰 반대가 없었다”며 “한미 FTA에 유독 반대가 큰 것은 혹시 이데올로기(이념), 반미와 관련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 첫해에 발생한 ‘광우병 쇠고기’ 파동에 대해 “사실이 아닌 선동에 보조를 맞춘 정치인도 있었다”며 “시위현장의 정치인 가운데는 나와 미국에서 (쇠고기) 스테이크를 가장 많이 먹은 사람도 있었고 그 자제분들도 지금 스테이크를 먹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근혜는 아주 유능한 정치인”이 대통령은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두고 “아주 유능한 정치인 중 한 사람임을 국민이 다 안다. 우리나라에 그만한 정치인은 몇 사람 없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박근혜 대세론과 한계론’을 묻는 질문에 “대세론은 들어봐도 한계론은 들어본 적 없다. 한계론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겠느냐. 박 위원장은 유망한 정치인이다”라고 말했다. 야당은 즉각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다.이 대통령은 탈당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이 탈당해야만 공정 선거가 될 것이라고 국민이 믿지 않을 것”이라며 탈당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개헌에 대해서는 “다음 정권에서 의회가 외부 전문가와 함께 검토해서 국민의 생각을 반영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9일 야권의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주장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여러 책임자가 타당성에 대해 논리정연하게 말하고 결정했다”며 “그럼에도 지금 반대하니 황당하다”고 비판했다.이 대통령은 이날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중앙부처 국·과장과의 대화에서 “소말리아에는 1년에 드나드는 500척의 배를 보호하기 위해 (해군) 함정이 목숨을 걸고 지킨다. 그런데 제주해협에서는 (연간) 50만 척이 움직이는데 무방비 상태로 두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진해, 평택기지에서 (제주 해역에) 가려면 전속력으로 가도 8시간이 걸린다”며 “그 시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런 고민을 (노무현 정부) 당시에 한 것 같고, 굉장히 옳은 판단이었다”고 지적했다.또 이 대통령은 “요즘 갑자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파기하자고 하는데, 너무 황당하다”며 “하긴 (한미 FTA를) 하자고 했다가 반대하니까, 또 (집권한다면) 다시 하자고 바꿀 사람 같다는 희망도 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부처) 과장급만 돼도 자기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다. 지도자는 책임 있는 언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아랍에미리트(UAE) 유전 확보와 관련된 세간의 의혹에 대해 “UAE 측에서 강력히 항의했다”며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도 6일 라디오 연설에서 이 문제에 대해 해명했다. 홍 장관은 5일(현지 시간) UAE 아부다비에서 미개발 3개 유전 개발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한 직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UAE 유전 성과 깎아내리기 논란과 관련해) 아부다비 측에서 우리 대사에 항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UAE 관계자가 ‘왕이 한 얘기는 파이널(최종적)인데 왜 왈가왈부하느냐’며 불쾌해하더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라디오 연설에서 “2년 전 양해각서(MOU) 체결 후 일부에서 유전 개발의 경제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며 “그때 해명하지 않은 것은 UAE 정부와 극비리에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며, 선진국 메이저 회사들의 견제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6개 생산유전에 대한 서구 오일 메이저와 UAE 정부 간 계약기간이 2014년 2월에야 만료되기 때문에 MOU 내용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월 이 대통령은 칼리파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개발 3개 유전에 대한 주요조건계약서(HOT)와 함께 6개 생산유전을 통해 10억 배럴 이상의 지분 참여를 보장받았다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이에 대해 천정배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은 “우리가 유전 개발권을 확보한 게 아니라 응모권만 받은 것”이라며 정부 발표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홍 장관은 간담회에서 “UAE가 내년쯤 원전 4기 정도를 추가로 발주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고려하면 2020년에는 6000명 정도의 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원전 수주 대상이 UAE 이외 국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터키와도 (원전 수주와 관련해)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어 우리가 가장 가능성이 큰 나라가 아닐까 싶고 베트남도 비교적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은 5일 “과도한 학력 인플레이션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충북 진천군 소재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에서 열린 마이스터고 합동 개교식에 참석해 “우리나라 대학의 진학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2배에 이른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21세기는 학력이 아닌 실력이 존중받는 시대이고 창의력과 기술력이 주도하는 시대”라며 “아직 학력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있지만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 출신들이 새누리당 공천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신 5일 청와대는 말을 잃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는 총선에 관여하지 않는 만큼 공식 견해를 밝힌 적이 없다. 오늘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의 몰락’을 보고 받았지만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참모들은 ‘이럴 수가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거나 ‘올 게 왔다’며 허탈해했다. 한 참모는 “4년 전 친박(친박근혜)계의 좌초에 견줘볼 때 5일 공천 결과는 침몰의 주체가 ‘이명박 키즈’로만 바뀌었을 뿐 판박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참모는 “이런 식이라면 당-청 관계는 사실상 선이 끊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측근들의 총선 출마에 대해 ‘각자도생(各自圖生)’하도록 사실상 방관한 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얼마 전까지도 일부 참모는 “그래도 현직 대통령인데, 당이 몇 사람은 챙겨주지 않겠느냐”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이날 결과만 놓고 본다면 ‘대통령 몫’은 없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화 한 통만 걸어주었다면…”이라며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 임기 5년차에 치러진 1992년 총선 때와 비교하며 “비애감이 든다”는 이들도 있었다. 김영삼 민자당 대표가 노태우 대통령의 민정계를 압박하던 당시에도 청와대 정치특보 출신 노재봉 전 국무총리, 현직에 있던 김종인 경제수석을 비례대표에 공천되도록 하는 등 배려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출신 공천 신청자들은 최근 “공천 결과와 관련해 단일한 대오로 대응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인사는 5일 “공동 대응을 반드시 당의 결정에 집단 반발을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를 없앤 혐의(증거인멸) 등으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당시 이뤄진 조직적 증거인멸은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장 전 주무관은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기 이틀 전인 2010년 7월 7일 오전 최종석 당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으로부터 ‘민간인 사찰을 맡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과 진경락 기획총괄과장의 모든 컴퓨터를 물리적으로 제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서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사건 당사자가 직접 폭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장 전 주무관은 “최 행정관이 ‘망치로 부숴도 좋고, 한강물에 갖다 버리는 것도 좋다. 검찰에서 이를 문제 삼지 않기로 민정수석실과 다 얘기가 된 사안’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진 과장은 2010년 7월 6일에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범위와 보고체계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바 있다.이어 그는 “내가 말을 듣고 머뭇거리자 최 행정관이 ‘검찰에서 오히려 (증거인멸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장 전 주무관은 “당시 수사를 맡은 검찰이 증거인멸 지시 정황에 대해 물어봤지만 검찰 조사에서는 내가 진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고위 관계자는 “증거인멸 정황에 대해 다른 공범들이 있는지 관련자들을 강도 높게 조사했으나 당시에는 (의미 있는) 진술이 나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민정수석실과 검찰이 입을 맞춰 증거인멸을 눈감아줬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검찰은 증거인멸 건은 물론 민간인 사찰 혐의까지 모두 수사했다”면서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청와대는 “이미 수사가 끝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청와대가 뭐라 의견을 내는 게 적절치 않다”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년 전에 벌어진 일로 이제 와서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은 어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은 5일 국내 최초로 7개의 장기를 동시에 이식받아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조은서 양(7)에게 격려의 뜻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요양 중인 조 양의 집으로 박인주 대통령사회통합수석비서관을 보내 금일봉과 학용품, 격려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어려운 대수술을 잘 마쳐 기적을 이룬 것처럼 빨리 건강을 회복해 예전의 해맑은 모습으로 되돌아가길 기원한다”며 쾌유를 빌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0·26 재·보궐선거 당일 발생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에 박태석 변호사(55·사진)를 내정했다. 특별검사는 대법원장이 2배수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1인을 지명해 임명하도록 돼 있다. 박 내정자는 사법시험 23회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법무부 법무과장, 춘천·창원·서울동부지검에서 차장검사를 지냈다. 전북 군산 출신으로 서울 용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그는 5일 임명장을 받은 뒤 특별검사보 3인 인선 등 20일 동안의 준비를 거쳐 무소속 최구식 의원과 새누리당 소속 전현직 비서진의 디도스 공격 개입 여부, 배후의 제3자 존재 여부 등을 수사하게 된다. 수사 기간은 60일이며, 한 차례에 한해 30일 연장이 가능하다.}
정부가 북한에 당국 간 회담에 응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북-미 간 ‘2·29 합의’ 이후 남북 대화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한국을 배제한 채 북-미 대화에만 속도를 내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구사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사진)은 2일 통일부 창설 43주년 기념사에서 “지난달 우리가 제의한 고구려 고분군 병충해 방제와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 제의에 호응하지 않는 북한이 비방과 선전선동을 지속하고 있다”며 “비핵화와 신뢰 구축의 방향으로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미-북 사이에 합의가 이뤄진 만큼 남북대화에도 다소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라며 전향적 전망을 제시했다. 하지만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한국을 배제하는 느낌을 대외적으로 강하게 주려 할 것”이라며 “현재 걱정은 이런 통미봉남의 논리”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현재 한미 간 조율은 잘되고 있지만 북한이 1, 2차 때와 달리 3차 남북 비핵화 회담은 가지지 않으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남북은 두 차례의 북-미 고위급 회담에 앞서 인도네시아 발리와 중국 베이징에서 비핵화 회담을 한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 합의 이후 북핵 문제가 급진전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북한이 ‘6자회담 재개 시 경수로 제공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정부 당국자는 “경수로 사업은 이미 추진하다가 폐기된 것”이라며 “이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가 완료된 이후에나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주 미국에서는 남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가 조우할 기회를 갖지만 의미 있는 만남이 될지도 미지수다. 미국 시러큐스대 행정대학원과 독일 비정부기구(NGO)가 뉴욕에서 공동 주최하는 한반도 관련 세미나에 북한의 이용호 외무성 부상이 참석한다.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초청을 받은 이 부상이 한국 측의 참석을 문제 삼아 불참을 선언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 한 당국자는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내부의 체제 안정을 위해서 당분간 남쪽을 상대로 강하게 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2일에도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장교 합동임관식 연설 등을 문제 삼으며 대남 비난을 계속했다. 북-미 양측은 2·29 합의 후속 협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다음 주쯤 중국 베이징에서 이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만나 대북 영양지원과 관련한 협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매달 2만 t씩 12개월 동안 식량지원을 하기로 했으나 분배 투명성 보장을 위한 모니터링 방법 등은 후속 협의를 통해 구체화할 계획이다.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만큼은 여러 현안 중에서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할 인도적 문제”라며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촉구했다.이 대통령은 “이분들이 마음의 한을 살아생전 풀지 못하고 떠나신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일본이 이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영원히 놓치게 되는 것”이라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을 “미래를 함께 열어갈 동반자”라고 묘사했지만 관심은 지난해 12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약 2개월 만에 나온 고강도 주문에 모아졌다. 이날 연설에는 역사교과서 왜곡 등 다른 현안은 물론이고 대북 메시지조차 담기지 않았다. 군 위안부 해결 촉구의 메시지가 흐려지는 것을 피하려는 듯했다.이는 평균 나이 87세에 이른 고령의 할머니들이 살아있는 동안에 해결하는 것을 이 대통령이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반복되는 교과서 왜곡이나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독도와 달리 군 위안부 문제는 촌각을 다투는 문제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이 대통령은 이날 국내에 거주하는 군 위안부 할머니 57명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편지에서 “지난해 12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큰 실망을 했다. 일본 정부의 사과가 어느 외교 현안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외교관례에 어긋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 문제만 (일본 총리에게) 이야기했다”고 썼다. 이 서한은 국산화장품 및 꿀세트 선물과 함께 전달됐다. 수도권 거주 할머니 28명에게는 청와대 비서관들이 직접 방문해 전달하는 형식을 취했다.이 같은 대통령의 결의는 취임 초기와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거듭 강조했다. “미래를 내다보지만 과거는 잊지 말자”는 정도의 표현을 썼을 뿐이다. 그 배경에는 중국의 급부상을 맞아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일본이 동북아시아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2개월 뒤인 5월 한중일 정상회의 때 원전 피해 지역인 센다이를 방문해 그 지역 농산물을 직접 먹는 장면을 연출해 가며 일본을 돕는 우호 제스처를 보였다. 그러나 양국 실무진의 사전 의제 협의 과정에서 일본 측은 일본 총리가 다음 날 열릴 정상회담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펴겠다는 뜻을 우리 측에 전달했다. 일본 측이 실제 정상회담에서 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청와대는 이런 일본의 태도에 크게 낙담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리가 없다면 그토록 희망하는 ‘양국의 미래’도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게 바로 그 즈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가 ‘정부가 군 위안부 문제를 손놓고 있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것도 이 대통령의 결심을 다지게 했다.▼ MB,한일관계 ‘위안부 집중’… 정부 “이젠 日이 답할 차례” ▼그런 만큼 청와대는 이제 공이 일본 쪽으로 넘어갔다고 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과 기념사를 통해 문제 제기를 했으니 일본이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낼 차례”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5월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때 단독 대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하지만 일본 정부를 실질적으로 움직이게 만들 지렛대가 부족하다는 게 한국 정부의 현실적 고민이다. 정부는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라 중재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본 정부가 “1965년 청구권 협약으로 모든 법적 문제는 끝났다”고 버티면 난항을 겪을 소지가 크다.한편 일본 정부는 이날 이 대통령의 군 위안부 언급에 대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지난해 12월 ‘무엇이 가능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듯이 정부도 계속 지혜를 짜내는 중”이라고 밝혔다. 노다 총리가 지난해 12월 교토(京都) 한일 정상회담에서 “인도적 차원에서 지혜를 내겠다”고 한 발언을 되풀이한 셈이다. 일본의 이 같은 태도는 국내 정치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노다 내각은 동일본 대지진 복구와 소비세 인상안 등 산적한 국내 정치 현안에 발목이 잡혀 있다. 내각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해 언제 국회 해산을 하고 총선거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정치적으로 입지가 좁은 노다 총리로서는 보수우익의 반발을 초래할 군 위안부 문제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일본 사회가 군 위안부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잃은 측면도 있다.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군 위안부 문제를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 8월 4일)나 식민지 침략 과거사에 대해 공식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1995년 8월 15일) 때는 일본의 양심적 진보세력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20년 정도 흐른 현재는 당시 진보세력이 현역에서 은퇴해 힘이 소진한 상태다.이 때문에 한일 외교가에서는 군 위안부 문제로 촉발된 관계 경색이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계속 표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양국 외교가 군 위안부 문제를 풀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면 주요 현안의 하나인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탄력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일 군사정보 교류 등 전반적인 방위협력도 양국 현안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 두 현안 모두 한국보다는 일본이 강하게 요구하는 사안이지만 서먹한 한일 관계는 전반적인 양국 관계의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일각에서는 일본 내 한류 붐과 한국 기업의 급성장에 위기감을 갖고 있는 일본 우익의 목소리를 더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일본 대지진과 오랜 경제불황에 시달리며 먹고살기 힘들어진 일본이 사회적으로 보수화 경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수적 가치관을 표방하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이 최근 정치권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의 태도 변화를 강력하게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9일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에 주안점을 두고 기념사를 준비했다”면서도 “건강한 한일관계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인도적 조치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응어리를 풀어줄 것을 주문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념사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정부가 써온 ‘군대 위안부’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으로 전해졌다.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광복절과 3·1절을 계기로 9차례 기념연설을 했지만 그동안의 연설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았다.정부 당국자는 “양국간 우호관계는 우호적 관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우호 관계는 미래로 가기 위한 제약들을 넘어서는 데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한일관계가 악화되더라도 미래를 위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설명이다.이 대통령은 이번 기념사에서 독도 문제나 일본 교과서 등 다른 과거사 문제는 직접 거론하지 않고 “미래 세대에 짐이 되어선 안 된다”는 수준에서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기념사를 통해 한일관계의 미래와 과거사 문제를 균형감 있게 다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교토에서 열린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노다 총리가 용기를 내 달라”며 강하게 압박한 사안이다. 하지만 노다 총리는 오히려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 1000회를 맞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비(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바람에 회담은 냉랭한 가운데 끝났다.이처럼 한일관계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이 문제의 해결을 거듭 촉구하는 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가 나온 뒤 일본 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국회가 19대 국회의원의 정수를 300석으로 한 자리 늘린 것과 관련해 “국회가 국민들의 생각과 달리 의석수를 이렇게 늘려 가니 큰일”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은 국회가 국방개혁법, 약사법, (탄소)배출권 거래제 관련법과 같은 시급한 법안은 제쳐 놓고 의석수 늘리는 일을 먼저 처리한 것은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고, 일의 우선순위도 잘못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처럼 비판적인 의견을 냈지만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는 공직선거법 등 선거 관련 3개 법안을 의결했다. 정무 관계자는 “4·11총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3월 초까지 선거법 정비가 끝나야 해 대통령의 거부권 등 다른 선택을 생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장관들의 탁상행정 지적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부처 장관들이 생업 현장의 목소리를 잘 챙기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박정하 대변인은 “대통령은 이를 탁상행정이라 불렀고 조목조목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주유소마다 (L당) 2000원이 넘는다는 보도를 봤다. (서민들의) 심리적 부담이 너무 크다”며 “정부가 방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고 질책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은 같이 원유를 쓰고 하는데 왜 일본(기름값)은 영향을 받지 않는지, 일본과 우리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가 물가 관리를 과학적으로 하고 있는지 다시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또 주말 고속도로 할증료가 부가되면서 요금소 지체가 늘어나는 현상을 거론하면서 “고속도로 주말 할증으로 잔돈 내주고 계산하느라 시간이 더 걸린다면 오히려 국민에게 불편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금이) 오르는 것도 짜증나는데 불편하게 해서 두 번 짜증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세심한 정책 추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교육과학기술부가 보고한 ‘주 5일제 수업대책’과 관련해 “대부분의 학생이 (토요일에) 움직여야 하는데 (사전에) 예산 편성 없이 가능한 일이냐”며 “(교육 현장의) 선생님들과 논의해야 현실적인 대안이 나온다. 계획을 다시 수립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좌초 위기의 국방개혁 강조 이 대통령은 이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3년여 앞둔 시점에서 지휘구조를 보완하고, 전력을 보강해 독자적 방위능력을 갖추는 것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국방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장교 합동 임관식’ 축사에서였다. 이 대통령은 “국방개혁은 우리 군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싸워 이길 수 있는 군을 만드는 것이며 앞으로 중단 없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가 국방개혁법안 심의를 지연시키면서 국방개혁 관련 법안이 폐기될 위기에 처한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이 대통령은 오찬행사에서 “외국 정상들을 만나면 ‘대한민국 군이 최고’라는 말을 듣는데, 인사치레가 아니라 진심이라는 걸 느낀다”며 참석한 군 지휘부와 임관 장교들을 격려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퇴임 후 머물 서울 논현동 자택이 철거된 뒤 새로 지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재건축을 할 때 이 대통령 부부가 공동 소유한 논현동 땅 위에 경호처가 파견한 최소 경호인력을 위한 근무시설을 별도로 짓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열흘 안에 가림막을 치고 공사를 시작할 것으로 안다”며 이 같은 ‘재건축 후 입주’ 구상을 설명했다.청와대는 상주 경호요원을 위해 필요한 숙소와 체력단련시설을 짓기 위해 필요한 이 대통령 자택과 인접한 부동산을 매입하지 못했다. 경호처가 지난해 말 국회에서 배정받은 예산은 토지구입비(40억 원)와 경호시설 건축비(27억 원) 등 총 67억 원이다.이 관계자는 “사저에서 좀 떨어진 곳에 별도의 부동산을 매입했다”며 “근무인력은 이곳을 거점으로 하되, 일부 인력이 사저 내 시설에 머물며 경호업무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경호인력이 몇 명인지는 공개된 적이 없지만 경호처는 지난해 국회에 “숙소 사무실 체력단련실 등 250평 공간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곧 철거가 시작되는 단독주택은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이던 1982년 입주한 곳이다. 논현동 29번지와 29-13번지의 대지 1023m²(약 310평)에 총면적 327.58m²(약 99평) 규모다.청와대는 재건축 배경에 대해 △주변 건물에서 마당이 다 내려다보이는 등 경호상 문제점을 최대한 줄이고 △현재 건축물 위치로는 마당에 경호시설을 설치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마당 한쪽에 경호시설을 짓는 현재의 계획이 퇴임한 대통령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 경호인력이 머물 인근 주택을 임차하는 방안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이 대통령 부부가 입주할 새 주택 건축비용은 이 대통령이 부담하지만 사저 내 경호시설 건축은 이 대통령이 짓고 경호처에 빌려줄지, 경호처를 국비로 지을지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별도로 사들인 경호요원 숙소가 논현동 사저에서 얼마나 떨어졌는지, 어떤 형태의 가옥인지, 어느 정도 비용이 들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포함한 해외 플랜트 사업이 ‘제2 중동 건설 붐’을 일으키면서 고용창출의 새로운 동력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도 이에 대비해 원전 및 해외건설 인력 양성에 나서는 등 잰걸음을 하고 있다. 정부는 24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서울 중구 서소문동 해외건설협회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해외건설시장 △원전 △중동지역 등 3개 분야에서 전문인력 양성 및 고용창출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해외 전문인력 양성 및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중동 잡아라”…병역·세제 총력 지원 지식경제부는 이날 보고에서 “올해 국내 기업들이 원전산업 분야에서만 모두 5000여 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라며 “2017년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에서만 우리나라 인력이 최고 4307명까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경부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1090명), 한전기술(240명), 한전원자력연료(139명), 한전KPS(172명), 두산중공업(177명), 현대건설(2630명), GS건설(434명) 등 주요 원전기업의 올해 원전 관련 채용 규모는 5036명에 이른다. 국토해양부는 올해 대졸 청년층 3500명을 포함한 4800명의 해외건설 인력 양성에 나서기로 했다. 먼저 청년층의 해외건설 현장 취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졸자 대상 단기 실무교육 인원을 지난해 2500명에서 올해 35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대학의 마지막 1학기를 해외건설 실무교육으로 대체하고, 이를 학점으로 인정하는 ‘실무학기제’를 도입한다. 젊은이의 해외건설 현장 근무를 유도하기 위해 병무청과 협의해 해외건설 분야의 병역특례 대상을 대기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도 중동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인과 근로자를 위해 소득세 감면 혜택 및 동반자녀의 교육비 부담 경감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시적인 근로소득공제 지원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해외건설 현장 근무 근로자들의 소득세 면세점 상한선을 높이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또 이 대통령은 “진출 대상국 정부와 교섭해 현지에 정착한 기업인 자녀들이 해당 국민과 동일하게 (교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보라”고 지시했다.○ 해외 인력 수요 급증 정부가 원전 및 플랜트 전문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원전 시장이 커지고 오일머니를 재투자하기 위한 중동지역의 플랜트 발주규모가 확대되는 등 해외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제2의 중동 붐’이 일면서 해외건설 현장에 올해만 220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며, 2015년까지 1만4000명의 해외건설 인력이 더 공급돼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UAE 원자력공사가 한국이 현재 건설 중인 UAE 원전 4기의 운영인력도 100% 한국 측에서 제공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인력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UAE 원전 설계와 건설, 운전 등에 필요한 인력은 2020년까지 연간 1000∼4000명에 이른다. UAE뿐만 아니라 최근 이 대통령의 터키 방문과 맞물려 급물살을 타고 있는 터키 원전 수주 관련 협상 재개도 원전 전문 인력 채용 전망을 한층 밝게 하고 있다. 터키 정부의 적극적인 협상 재개 요청에 따라 우리 측 실무대표단이 이달 터키 현지로 떠날 예정이다. 원전 건설 인력 수요만 급증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화력 태양광 풍력 등 플랜트 건설 영역의 다각화에 힘을 쏟으면서 관련 분야의 인력 수요도 함께 급증하는 추세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경남기업 등이 올해 상반기 해외 플랜트 경력직 채용 공고를 이미 내놓은 상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2800억 달러 규모였던 세계 발전플랜트 시장은 2020년 408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해외플랜트 시장 공략 여부에 따라 건설업체별 성패가 나뉘고 있다”며 “국내 건설업체들이 수익성 강화를 위해 해외 플랜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관련 인력 수요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한국무역협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한덕수 전 주미대사의 후임으로 최영진 전 주유엔 대사(64·사진)를 내정했다. 최 내정자는 미국 정부의 동의 절차를 밟아 다음 달 중순 이후 워싱턴으로 부임한다.최 내정자 발표 직후 정부 안팎에선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현 정부에선 고위직 후보로 일절 검토되지 않았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최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 사람’의 이미지가 강한 인물이다.최 내정자는 외교안보연구원장이던 2003년 장차관 워크숍에서 ‘주류 언론과의 전쟁’을 치르던 청와대와 코드를 맞추면서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이나 기자 접촉 및 접대는 없어져야 한다”며 “언론이 지엽적인 것만 보는 바람에 성과가 컸던 노 대통령의 워싱턴 정상회담을 좋게 쓴 곳이 없다”고 말했다.최 내정자는 2007년 말 정부를 떠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코트디부아르 담당 특별대표로 기용돼 4년간 주로 코트디부아르 수도 아비장에 머물렀다. 코트디부아르에서 활동할 때도 한국 언론의 취재에 잘 응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청와대는 최 내정자 인선에 대해 인재풀을 폭넓게 활용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 때 ‘인사 방식을 두고 오해가 있다면 앞으론 시정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역량이 있고 생각이 맞는다면 누구라도 기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최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됐던 이태식 전 대사, 국무총리를 지낸 한 전 대사에 이어 전 정부와 인연이 깊은 현 정부의 세 번째 주미대사가 됐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외시 10회)의 4년 선배인 그는 직업 외교관으로선 현직에서 일하는 최고참이 됐다.인선 과정에서 최 내정자는 1순위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당국자들은 “1차로 낙점된 다른 인물이 있었으나 그가 고사한 탓인지 결국 인선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의 ‘돌려 막기 인사’가 한계에 부닥치자 의외의 인물을 기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 내정자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맺은 끈끈한 인연 때문에 ‘반기문 천거설’도 나왔지만 청와대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최 내정자는 외교가에서 “다자외교 경험과 협상력, 문화적 소양을 두루 갖춘 실력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외교부 국제경제국장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차장, 유엔 평화유지활동국(DPKO) 사무차장보, 주오스트리아 대사 등 다양한 자리를 거쳤다.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한 것은 물론이고 ‘서양 정신의 위기’ ‘동양과 서양’ 등 여러 권의 저서를 냈다.하지만 화려한 경력과 주위의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공직생활 동안 몇 차례 고비를 맞기도 했다. 국제경제국장 시절이던 1994년에는 동해 환경오염방지 국제회의에서 일본 정부에 동해 표기를 할 때 ‘일본해’도 병기하도록 양해한 것으로 알려져 징계(경고)를 받았다.2001년 외교정책실장 시절엔 러시아와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제한 협정을 강화하자”고 합의하는 협상에 관여했다가 곤욕을 치른 적도 있다. 당시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미사일방어(MD) 계획을 위해 ABM 협정 폐기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사실상 러시아 측을 옹호한 것이어서 미국 측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서울 출신으로 대광고를 졸업한 최 내정자는 연세대 의대를 다니던 1970년대 초 스웨덴인 친구로부터 “우리나라는 이미 발전해 내가 기여할 게 없지만 너는 한국을 위해 기여할 게 많다”는 말을 들은 뒤 정치외교학과로 편입해 외교관의 길을 걷게 됐다고 한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야당 지도부의 과거 발언을 찾아내 ‘말 바꾸기’를 공격했다. 이미 많은 논란이 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일단 접어두고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원자력발전소 존폐 논란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 4·11총선을 앞두고 야당으로부터 ‘총선 개입’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짚을 것은 반드시 짚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비판의 핵심 타깃으로 삼은 사람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였다. 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준비해 온 자료를 직접 읽으며 한 대표의 발언 뒤집기를 꼬집었다. 특히 “(한 대표가) 국무총리 시절 원자력회의를 주재하면서 ‘원자력 5대 강국으로 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바로 그렇다. 저희 (이명박 정부) 목표도 5대 강국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회견 준비 과정에서 한 대표의 이 발언을 보고받은 뒤 “왜 이런 게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느냐. 왜 진작 내게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결국 같은 목표를 갖고 있으면서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생긴 불안감을 활용하려는 민주당을 꼬집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야당의 반대로 지연되는 데 대해서는 한 대표는 물론이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의 과거 발언을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이 전 총리는 2007년 7월 제주도 행사 때 ‘제주가 평화의 섬이라는 이유로 군사기지 건설이 안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아주 소신 있게 답변하셨다. 그때 발언을 진심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 “가장 반대하는 유시민 대표는 ‘(제주도가) 평화의 섬이라는 점과 해군기지가 대양의 평화를 지키는 전진기지가 되는 게 모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에서 남은 임기 1년 동안 서민의 아픔을 헤아리는 정책을 펴가겠지만 정치권의 선심성 복지공약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회견은 영남권 신공항 공약의 백지화를 계기로 지난해 4월 1일 가진 회견 이후 11개월 만에 이뤄졌다. 》 ○ 측근 비리-사저 “정말 가슴이 꽉 막힌다. 화가 날 때도 있고 가슴을 치고 밤잠을 설친다.”“밤잠 설치고 국민들에게 할 말 없어… 사저는 전적으로 내 탓”이 대통령은 친인척 비리에 대해 사실상의 사과 발언을 내놓았다. 내곡동 사저 논란에 대해선 “앞으로 제가 살아갈 집인데도 소홀히 했다. 제가 챙기지 못한 게 이런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과’ ‘송구’ ‘죄송’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국민 앞에 진정한 마음에서 사과를 안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전 준비과정에서 고민한 대목”이라며 “꼭 천편일률적인 단어가 들어가야 사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가슴이 막힌다’ ‘가슴을 칠 일이다’ 같은 표현은 이 대통령이 평소 절박한 심정을 표시할 때 자주 쓰는 말이어서 이 대통령 고유의 표현을 쓰도록 조언했다”고 덧붙였다. 회견 직후 이 대통령은 사과했느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일자 참모들에게 “내가 그토록 절박한 마음으로 말했는데, 그걸 못 믿겠다는 게 매우 아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편중 인사 논란 “결과적으로 그렇게 본다면 앞으로 시정해 나가겠다.”“업무효율 위주 인사… 학연-지연 지적 나온다면 앞으로 시정”이 대통령은 ‘고소영’ ‘강부자’ 등 인사의 난맥을 꼬집는 유행어가 나온 것에 대해 “의도적으로 특정 학연과 지연을 따지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그럼에도 오해가 있다면 앞으로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최근에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관점에서 정책을 잘 이해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과 함께했다”고 말했다. 업무의 효율이 1차 인선기준이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의 국무총리를 지낸 한덕수 씨를 주미 대사로 기용한 사례를 들며 “반대가 많았지만 목표가 같고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의 경우 당선되면 당선자의 출신 지역에 기반을 둔 참모들이 백악관에 다수 포진하는 사례도 제시했다. 하지만 청와대 외의 공기업 등에 대선 기여자가 적지 않게 진출한 것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 ○ 포퓰리즘 공약 “다음 정부, 젊은 세대에게 부담 주는 일은 하지 않겠다.”“복지강화 이의 없지만 선심엔 걱정… 후대 부담 주는 일 안해”이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의 임무 중 하나가 “국익과 나라의 미래가 걸린 핵심 정책은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나가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요 선거를 앞두고 재정 뒷받침이 없는 선심성 공약에 대해 걱정이 많다”며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을 비판했다. 회견 전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는 이 사안을 놓고 토론이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이런 비판은 부담이 크다’는 의견에도 “나라의 미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당장의 필요 때문에 후대에 부담을 주는 줄 알면서도 모른 체하면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해 왔다. 다만 이 대통령은 “복지를 점진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이의가 없다. 정부의 복지 예산도 매년 크게 늘었다”며 “우리 정부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한 맞춤형 복지, 일자리를 통한 복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서민-상생 경제 “1년간 할머니의 삶이 좀 나아졌다는 말이 나오게 하겠다.”“새벽 시장 할머니 삶이 나아지게 하는 게 1년 남은 나의 일”이 대통령은 2008년 말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일하는 박부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시 설명하며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할머니는 내게 ‘세상 다 어려운데, 난들 안 어렵겠느냐. 내가 매일 새벽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한국의 국격이 높아지더라도 이런 할머니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아무 말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말 박 할머니를 청와대로 초청했지만 갑작스러운 김정일 사망 때문에 만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대통령은 “나는 친(親)대기업이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발전하는 것이 시대적 가치다”라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의지를 밝혔다. ○ 남북-對中 관계 “중국이 탈북자 문제를 국제규범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北은 변화할 수 있는 기회 맞았지만 대화는 좀 기다려봐야”이 대통령은 강제 북송 위기에 처한 중국 내 탈북자 문제를 두고 각계의 시위가 잇따르는 가운데 중국 정부를 향해 국제규범에 의거해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이 가입한 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에 따라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북송을 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였다. 다만 이 대통령은 “중국과 계속 협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동향과 관련해 “북한이 갈등을 조장해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의 수준이 거기에 영향받지 않을 것이며, 갈등을 조장해서는 남쪽에서나 북쪽에서 얻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임기 마지막 해의 남북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은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지만, 우리가 좀 (북한의 선택을)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김정은 체제로의 전환기인 점을 감안해 특별한 대북 제안은 내놓지 않았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를 놓고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등 야권 지도부의 ‘말 바꾸기’를 정면 비판했다.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 4주년(25일)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금 반대하는 분들 대부분이 과거에 (두 정책을) 매우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지지했던 분들이라서 같은 분들이 반대하는 것이 사실 안타깝다”고 말했다.이 대통령은 특히 “질문이 나올까봐 미리 (자료를) 봤다”며 “한 대표는 2007년 2월 국회에서 ‘대양해군을 육성하고 남방항로를 보호하기 위해 해군기지 건설은 불기피하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또 ‘제주가 평화의 섬이라는 이유로 군사기지 건설이 안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의 제주해군기지 찬성 발언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선거철이 되어 전략적으로 (반대)할 수도 있지만 매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이어 이 대통령은 4·11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내놓는 선심성 복지공약에 대해 “다음 정부에 부담을 주는 일, 우리의 아이들과 오늘의 젊은 세대에게 짐을 지우는 일은 하지 않겠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이 대통령은 친인척 및 측근 비리에 대해 “내 주위에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나올 때마다 정말 가슴이 꽉 막힌다. 화가 날 때도 있고 가슴을 치고 밤잠을 설친다”며 “국민들에게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퇴임 후 사저 매입 논란에 대해서도 “제가 살 집인데도 사실 좀 소홀했다. (직접) 챙기지 못한 게 문제를 일으켰다. 전적으로 제 탓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 대통령은 최근 중국 당국의 탈북자 강제송환에 대해 “중국 정부는 탈북자가 범죄자가 아닌 이상 국제규범에 의해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한덕수 주미 대사가 16일 돌연 사의를 밝혔다. 한 대사의 사의 표명은 다음 주 재외공관장회의(20∼24일)를 앞두고 최근 귀국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이뤄져 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최근 청와대의 주미 대사 교체 움직임에 한 대사가 강력 반발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데 따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한 대사가 주미 대사로서 소임을 다했다는 판단에 따라 오늘 오전 사의를 표명했다”며 “(김성환 외교부 장관에게 제출된) 사표는 적절히 처리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사의 표명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는 “달리 아는 바가 없다. 다만 한 대사는 2009년 2월 16일부터 재직해 오늘로 정확히 3년이 된다”고 말했다.한 대사의 사의 표명은 그의 측근이나 외교부의 고위 간부도 미리 알지 못했을 정도로 갑자기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한 대사는 지난 주말 입국해 주요 장관들과 면담, 오찬, 만찬을 해왔고 24일까지 기자간담회 등 각종 일정도 잡아놓은 상태였다. 더욱이 그는 최근까지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현 정권 임기 말까지 대사직을 계속 맡지 않겠냐”고 주변에 얘기했다고 한다. 한 대사는 3월 26, 27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도 참가할 계획이었다.한 대사는 16일 오후 출국하기 전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미 FTA는 굵직한 것은 다 됐으니 누가 그 자리에 있더라도 잘 마무리될 것”이라며 “(사임이)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 韓 “할말 없다” 공식일정 취소 미국行… 외교부 “재직 3년째 되는날에… 당혹” ▼한 대사는 사임 후 계획에 대해서도 “내가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도 취재진의 질문에 “(대사직을) 충분히 했다”고만 말했다.한 대사는 15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이제는 국내로 들어와 일을 도와 달라’는 취지의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이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한 대사가 사공 회장 후임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는 “한 대사는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등과 함께 차기 무역협회 회장 후보 중 한 명이었고 현재로서는 (한 대사가) 가장 유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도 한 대사 내정설에 대해 “큰 방향에서 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러나 요직인 주미 대사의 교체가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핵심 직위인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이른바 ‘4강’ 대사의 경우 사전에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고 인선 및 교체 결정, 발표가 이뤄진다. 외교부 당국자들도 한결같이 “당혹스럽다”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한 대사가 한미 FTA 일이 끝나면 쉬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무슨 문제나 갈등이 있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지만 최근 주미 대사 교체설이 흘러나오고 후임자까지 거론되면서 청와대와 한 대사 간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지난해 10월 한미 FTA 비준안의 미국 의회 통과로 사실상 정권 말기까지 신임을 확보한 것으로 믿고 있던 한 대사가 이번에 귀국해 청와대 측으로부터 뜻밖에 무역협회장 자리를 제안받자 돌연 사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특히 한 대사는 한미 FTA 추진 과정에서 미국 측을 대변하다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와 자주 충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가 느끼는 부담도 내심 커졌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의 전언이다. 당시에는 “한 대사가 (미국에 경도돼) 국익을 위배해 선을 넘어섰다. 주미 미국대사(American Ambassador to the US)로 불릴 정도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경질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조만간 한 대사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 인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후임으로는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방향과 업무를 꿰뚫고 있는 데다 미국의 외교 인사들과도 이미 친분이 두터워 업무공백 없이 주미 대사의 바통을 이어받을 적임자로 평가받는다.주미 대사 자리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져 ‘맞교환 인사’ 가능성이 제기되는 사공 회장과 외교부 출신인 박진 새누리당 의원도 하마평에 올라 있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의 이름도 나오지만 대사들을 통솔하는 현직 외교부 장관이 곧바로 대사 자리로 옮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때 후보로 거론되던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가능성이 크지 않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중견기업 지원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의 설치를 검토하도록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중견기업은 대체로 상근 종업원이 300∼1000명이거나 연 매출이 1000억∼1조 원인 기업을 말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로 중견기업 대표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금융과 인력 지원을 얘기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야(전담 조직이 있어야) 맞춤형 지원에 맞지 않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또 홍 장관이 “중견기업 이름이 들어가는 과(課) 정도는 있어야겠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과장하고 얘기해서 되겠느냐”며 더 큰 조직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에 따라 지경부 내에 국(局) 단위의 조직이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