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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모두발언에서 “(한중 관계에서) 난관이 있더라도 이견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는 가운데 협력 모멘텀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도 “최근 중한(한중) 관계가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이 현저히 늘어난 건 쌍방의 공동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중국이 원한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왕 부장은 “한국이 중국과 함께 양국 수교의 초심과 선린·우호의 방향, 상호 협력의 목표를 견지하고, 간섭을 배제한 채 마주 보며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중 협력을 위해 미국 간섭을 배제하라고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한반도를 중심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강화되는 가운데, 한중 외교 수장은 이날 만나 양국 관계가 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26, 27일 한중일 정상회의가 최종 조율되고 있는 만큼, 경색된 양국 관계가 이번 장관 회담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 장관은 이날 한일중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지속해서 협력해가기로 했다. 한국 외교 수장의 베이징 방문은 2017년 11월 이후 6년 반 만이다.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날 “지난 몇 년간 악화된 양 국민의 상호 인식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선 역지사지 자세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공감대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대외관계를 제로섬 관계로 인식하지 않고 그렇게 관리하지도 않는다”고도 했다. 한미, 한미일 관계가 강화된다고 한중 관계에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또 조 장관은 탈북민 강제북송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전달하고, 탈북민들이 강제북송 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중국 측의 각별한 관심·협조도 요청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탈북민들을 대규모로 강제 북송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북한이 위협적 언사와 각종 도발을 통해 한반도를 비롯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러시아와의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조 장관은 우려를 표했다. 이에 왕 부장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조 장관은 이날 고위급을 포함해 다양한 수준에서 전략적 교류·소통을 강화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왕 부장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앞서 조 장관은 1월 취임 후 약 한 달 만인 2월 6일 상견례를 겸한 통화에서 왕 부장으로부터 방중 초청을 받은 바 있다. 왕 부장은 이번 조 장관의 초청에 대해선 상호 편리한 시기에 방한하겠다고 화답했다.양국은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등 경제 협력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소통을 해나가기로 했다. 조 장관은 특히 우리 기업의 투자환경 보장 등 기업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중국의 관심과 지원도 당부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분양사무소 개장 첫날부터 아파트가 200채나 계약됐습니다.” 12일 중국 베이징 남부 다싱(大興)구의 한 아파트 분양사무소. 주말을 맞아 아파트 매매 계약을 원하는 이들이 몰려들자 사무소 관계자는 신이 난 듯 성과를 자랑했다. 이달부터 베이징 외곽에 해당하는 5환 도로(도시순환도로) 지역 주택의 구매 조건이 완화되자 분양사무소들도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이다. 중국 내수 침체의 원흉으로 꼽혔던 부동산 시장이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에 힘입어 다시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국내총생산(GDP)의 30%나 차지해 여기서 돈이 돌아야 경제 회복이 가능하다. 특히 지난달 말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부동산 경기 둔화의 해법을 ‘공급’이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고 언급하며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준 것으로 읽히고 있다. 다만 이달 들어 주택 판매 건수가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본격적인 반등이라고 보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구매 제한 풀리자 신규 아파트 계약 쇄도 이날 다싱구에서 분양 중인 아파트 단지는 베이징 외곽에 들어선다. 대형 국영기업인 화룬즈디(華潤置地·CR Land)에서 공급하고, 지하철 베이선수(北神樹)역을 낀 ‘초역세권’ 아파트다. 쇼핑몰까지 함께 있다 보니 실수요자의 관심이 높다. 이날 개장 시간 전부터 분양사무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133㎡ 짜리 1채(약 16억 원)를 계약한 50대 남성은 “지금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새 아파트에서는 우리 부부와 아이들만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판매 직원 쉬진링(徐金玲) 씨는 “오늘 계약한 고객은 대부분 베이징에 이미 집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 당국은 2011년부터 베이징 후커우( 戶口·호적)를 보유한 기혼 가구에는 최대 2채, 독신 가구에는 최대 1채의 집만 사도록 규정했다. 중국 전역에서 베이징 주택을 사려는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국은 13년 동안 엄격히 유지했던 이 제도를 지난달 말 완화했다. 베이징 핵심은 아니지만 5환 도로 밖 주택에는 기혼과 독신 가구 모두 각각 1채 씩 추가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후 다싱구, 창핑(昌平)구, 순이(順義)구 등 주요 외곽 지역에서는 부동산 매수 심리가 눈에 띄게 살아나고 있다. 항저우, 시안 등 일부 대도시는 아예 주택 구매 제한 규정을 모두 해제할 뜻을 밝혔다. 다만 아직 본격적인 반등을 논의하긴 이르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달 1∼5일 노동절 연휴 동안 평균 주택 판매 건수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오히려 30% 줄었다. 전문가들은 매수 심리 회복을 위해 주택 구입 보조금 지급 등 추가 대책을 주문한다.● 中 CPI 3개월째 상승 중국 내수 시장도 서서히 기지개를 펼 조짐을 보인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3% 올랐다. 2∼4월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종종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우려를 키웠던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관영 중국증권보는 “당국이 올 2분기(4∼6월) 안에 지급준비율을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지급준비율을 낮추면 시장에 돈이 풀려 경기 부양에 도움을 준다.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1조 위안(약 190조 원)의 장기 채권을 팔아 정부 지출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4배인 100%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저가 전기차 공세에 미국, 한국, 독일 등 주요 자동차 제조국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이 먼저 무역장벽 높이기에 시동을 건 것이다. 1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의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가 4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14일 예정된 대중 관세 발표에서 전기차 외 중국산 광물, 배터리, 태양광 제품에 대한 관세 상향도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정책에 대해 수년간 검토한 뒤 내놓는 조정안이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崛起)’가 6년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위협으로 부상하면서 더 확실한 견제책을 내놓으려는 의지로 보인다. ● 싸도 너무 싸다… 머스크도 경고 사실 중국 전기차는 아직 미국에 진출도 못 한 상태다. 미국에 수출되는 모든 수입차에 대한 관세 2.5%에 더해 중국 전기차에는 관세 25%가 별도로 붙기 때문이다. 2022년 시행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중국에서 제조된 전기차뿐 아니라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최대 7500달러(약 1020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도 못 받는다. 하지만 중국이 파격적 저가 전기차 생산에 나서자 미 자동차 업계 내 경고음이 커졌다.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중국 BYD의 소형 전기차 ‘시걸’의 가격은 1만 달러(약 1370만 원) 안팎이다. 반면 미국에서 가격대가 낮은 축인 제너럴모터스(GM)의 소형 전기차 ‘셰보레 볼트’는 7500달러 세액공제를 받아도 2만 달러(약 2740만 원) 수준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월 실적 발표에서 “(중국과) 무역장벽을 세우지 않으면 전 세계 대부분의 다른 자동차 회사들을 거의 무너뜨릴 것(demolish)”이라고 말했고,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 스텔란티스의 카를루스 타바르스 CEO도 중국 저가 전기차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내수 부진 속에 전기차 수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미 산업계 우려를 키웠다. 웬디 커틀러 전 미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관세 인상과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바이든 행정부는 미 자동차 산업이 중국 공세에 사실상 멸종된 태양광 산업과 같은 운명을 겪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중국 전기차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고, 미국과 같은 고율 관세 정책을 검토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美 대선 앞 무역전쟁 확대 예고 미국은 특히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시간주 등 경합주 표심을 고려해 중국과 전기차 무역전쟁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은 US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중국 철강에 대한 고강도 관세를 약속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내가 11월 대선에서 패배하면 미국 자동차 산업이 ‘피바다’에 직면할 것”이라며 미국의 무관세 적용을 받는 멕시코에서 제조되는 중국산 전기차에도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의 전기차 공세에 대한 대응에서만큼은 초당적 움직임인 셈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 폐기’를 공약했지만 재집권하더라도 IRA에 따른 보조금 정책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최근 브루킹스연구소 행사에서 “IRA로 이미 미국인 10만 명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았다. 이런 규칙은 수정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보복’을 시사하며 반발했다.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중국은 자국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2018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짐 어코스타 CNN 기자의 기자회견 설전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당시 어코스타 기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편한 기색을 역력하게 내비친 이민자 이슈를 끈질지게 질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만하면 됐다(That’s enough)” “앉으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다른 언론에 질문을 넘기려고 해도 개의치 않고 질문을 던졌다. 한 백악관 인턴은 마이크를 뺏으려고 시도했지만 그는 이를 저지하고 끝까지 말을 이어갔다. 9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선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백 수수 논란 등에 대한 질문이 각각 단 한 번씩만 나왔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슈였지만 추가 질문 기회도 없었다. 최근 불거진 ‘비선 논란’ 등은 아예 회견에서 언급도 안 됐다. 그 대신 4개의 카테고리(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안에서 질문들이 순서대로 백화점식으로 이어졌다. 이번 윤 대통령 기자회견을 계기로 또다시 ‘맥 빠진’ 기자회견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 대통령 기자회견은 연례행사나 이벤트처럼 간헐적으로 열리는 만큼, 국민적 관심도와 무관하게 다양한 주제가 망라된다. 기자회견의 구조 자체가 대통령과 기자 간 설전(舌戰)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는 것. 그렇다 보니 매우 민감한 현안이라도 치열한 ‘티키타카’(말을 주고받기) 대신 대통령이 적당히 겉만 훑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이런 기자회견 관행은 사실 쭉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제라도 형식에 얽매이는 회견이 아닌, 국민을 대신한 기자들과 쌍방향 소통 기회가 보장되는 회견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日, 예산 회견때 비자금 질문 세례… 佛선 국내외 이슈 난상토론 韓 대통령 회견 문제점대통령 동문서답에 추가 질문 못해 金여사-채 상병 궁금증 못풀어美선 핵심사안 끈질기게 문답연례 이벤트성 회견도 소통 한계9일 윤석열 대통령은 72분 동안 기자회견을 이어갔고, 총 20개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여당의 총선 참패 후 최근 가장 관심이 쏠린 정치 현안 관련 질문은 8개에 불과했다. 대통령실이 질문 분야를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등 4가지 카테고리로 기계적으로 나눈 뒤 시간에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핵심 이슈였던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과 관련해선 직접적인 질문이 1개에 그쳤다. 그마저도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실 외압 의혹과 대통령님께서 국방부 수사 결과에 대해서 질책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입장을 부탁드리겠다”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당시 채 일병 순직 사고 소식을 듣고 저도 국방장관에게 질책을 했다”고만 했다. 이렇게 동문서답으로 들릴 법한 답변을 했지만 이를 물고 들어갈 질문 기회는 다시 없었다. 기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 집요하게 질문을 이어가야 하지만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중간에 흐름을 끊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김 여사 의혹 등에 궁금증이 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거의 지금 30분째 다 됐다”며 “외교안보 질문을 받도록 하겠다”고 한 것. 이어 외신기자들로부터만 외교안보 관련 질문을 받았고, 결국 채 상병 의혹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의 시원한 답변을 들을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미일정상회담 기자회견서 ‘총기 규제’ 질문 쏟아져 이런 우리 기자회견 문화와 가장 대조적인 곳이 미국이다. 2022년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의 경우 2시간가량 진행됐지만 질문은 당시 가장 큰 관심사인 고물가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치솟는 물가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연방준비제도가 확실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모두 발언까지 했지만 현장에선 “물가상승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등 질문이 잇따랐다.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위협이 나옴에도 아직 냉전이라 생각하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배제할 생각이냐” 등 전쟁 관련 질문을 번갈아가며 이어갔다. 2021년 4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일본 총리가 대(對)중국 전략과 관련한 양국 합의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첫 질문자로 선정된 AP통신 기자는 당시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이었던 ‘총기 규제의 진정성’에 대해 물었다. 산케이신문에 이어 세 번째 질의에 나선 로이터통신 역시 “이란과의 회담 추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고 했다. 일각에선 타국 정상을 옆에 세워 둔 채 미국 내정 관련 질문만 쏟아낸 것이 예의가 아니란 지적도 있었지만 오히려 국민을 대신해 기자들이 관심사에 집중하는 게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대다수였다. 바이든 대통령이나 백악관 역시 이런 자유로운 질문들을 제지하지도 회피하지도 않았다. 결국 우리 대통령도 설화(舌禍)의 위험까지 감수하며 적극적으로 기자회견에 나서고, 질문 형식·분야도 최대한 국민적 관심사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야 ‘맹탕’ 기자회견을 피할 수 있다는 것.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질문에 대한 즉답 없이 회피하거나 초점이 다른 답변을 했다는 건 문제”라며 “미국 대통령 기자회견처럼 기자들이 추가 후속 질문을 할 기회가 한국 기자회견엔 없다는 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연례행사처럼 이벤트성 기자회견… 소통 어려워 우리 대통령 기자회견이 언제 또 열릴지 모르는 이벤트처럼 되면서 쌓인 현안에 비해 한정된 시간 등으로 충분한 소통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기자회견이 연례행사처럼 열리면서 대통령의 메시지는 참모를 통해 대부분 간접적으로 전달된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기자회견이 열리면 형식에 크게 얽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한국보다 더 경직된 취재 문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경우 총리 기자회견에선 국민적 관심사를 자유롭게 질문한다. 앞서 3월 28일 열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신년 예산안 기자회견도 마찬가지였다. 기시다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기자회견의 주제에 맞춰 “30년 만에 디플레이션을 벗어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맞았다”며 장밋빛 경제 전망을 쏟아냈다. 하지만 정작 언론이 던진 질문 가운데 경제 관련은 3개밖에 없었다. 오히려 지난해부터 논란이 됐던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 우선권을 가진 간사단도 두 번째 질문부터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참패가 예상된다”며 “자민당 내에서도 선거에서 지면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경우 올 1월 언론인 약 400명을 엘리제궁으로 초대해 2시간 19분간 기자회견을 가졌다. 엘리제궁은 기자회견에 앞서 국내 이슈와 정치 관련 이슈, 국제 이슈 등 3개 분야로 질문해 주길 권장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은 이에 전혀 얽매이지 않는 방식으로 ‘난상 토론’ 하듯 질문과 답이 오갔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25년 전의 무자비한 폭격을 잊지 않겠다. 역사의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유럽 3개국(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을 순방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7일 동유럽의 친(親)중국 국가 세르비아를 찾았다. 25년 전인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 소속 미 공군기의 주세르비아 중국대사관 폭격 사건이 있었던 그날이다. 시 주석은 이날 현지 언론 ‘폴리티카’ 기고문을 통해 이 폭격 사건을 거론하며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패권 경쟁 중인 미국의 과오를 끄집어내 미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유럽 각국을 향해 ‘미국 대신 중국과 협력하자’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세르비아는 중국과 러시아의 우방이다.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지난해 10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기도 했다.● 25년 전 참사 거듭 거론 미 공군기의 주세르비아 중국대사관 폭격 사건은 1999년 코소보 전쟁 때 벌어졌다. 당시 세르비아는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코소보 등과 함께 옛 유고슬라비아에 속해 있었다. 유고슬라비아 내 다수 세력이던 세르비아계는 무슬림인 알바니아계가 많은 코소보의 자치권 요구를 무력 진압했다. 그러자 나토가 알바니아계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전쟁에 개입했다. 당시 미국 주도의 나토군이 유고슬라비아 전역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중국대사관까지 피해를 당했다. 이 사고로 중국 언론인 3명이 죽고 세르비아인 14명이 부상을 당했다. 미국은 ‘오폭’이라고 했지만 중국은 ‘조준 폭격’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중국 전역에서 반미 시위도 벌어졌다. 결국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이 ‘비극적 실수’라고 사과했다. 시 주석은 2016년 6월 세르비아를 방문했을 때 폭격을 당한 옛 중국대사관 터를 찾았다. 폭격 후 중국문화원 건물이 새로 들어섰고 추모비도 건립됐다. 당시만 해도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기 전이라 폭격 자체에 대한 비판은 자제하고 “패권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정도의 메시지만 냈다. 이번 방문을 앞두고는 현지 언론 기고를 통해 “노골적인 나토의 폭격”이라며 미국을 직접 겨냥했다. 또 “중국과 세르비아는 양국 인민의 피로 맺어진 우정을 갖고 있다”며 세르비아도 당시 나토군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화답하듯 8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25년 전 우리와 함께 있었고, 높은 대가를 치렀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나토에 ‘중국에 대한 역사적 빚’을 상기시키면서 더 이상 중국 문제에 개입하거나 아시아로 확장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으로 전 세계 안보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아닌 중국이 추구하는 ‘새로운 다극 질서’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다.● 대통령 영접-제트기 호위 ‘극진 대접’ 세르비아는 8년 만에 다시 자국을 찾은 시 주석을 극진히 대접했다. 7일 시 주석의 전용기가 영공 내에 진입하자 미그-29 제트기 편대가 전용기를 베오그라드 국제공항까지 호위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늦은 밤 공항에 직접 나가 활주로에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영접했다. 베오그라드 시내 곳곳에는 오성홍기가 걸렸다. 부치치 대통령은 중국을 ‘세르비아의 강철 같은 친구’라고도 추켜세웠다. 현지 언론 노보스티에 따르면 부치치 대통령은 8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우리에게 친구 그 이상이기 때문에 대만에 관해 질문을 받을 때 우리의 대답은 항상 간단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핵심 중 핵심 이익’이라고 말하는 대만 문제에서 ‘대만은 중국의 것’이라며 중국 친화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시 주석도 “이번 방문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역사적 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앞서 3월 부하 직원에 대한 갑질 의혹이 제기된 정재호 주중국 대사에 대해 외교부가 징계할 사안은 아니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7일 전해졌다. 대사관에 파견된 주재관들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정 대사가 일부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은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외교부는 정 대사에 대해 구두 주의 조치만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정 대사에 대한 자체 감사에 나선 결과, 정 대사는 주재관 교육 과정에서 “주재관들이 문제다. 사고만 안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 대사관 현지 조사 등을 통해 이런 취지로 발언했다는 다수의 증언을 확보했다는 것. 다만 외교부는 정 대사가 말실수를 한 것으로, 발언 수위를 감안해도 징계 조치까지 취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사는 감사에서 “협박성 발언을 한 적은 없고 주재관들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제 마음과 달라 안타깝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외교부는 조만간 장관 명의로 정 대사에 대해 구두 주의 조치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조치는 사안이 경미한 경우 내리는 것으로 인사 기록에도 남지 않는다. 이에 일각에선 외교부가 자체 감사로 오히려 정 대사에게 면죄부만 준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정 대사가 지난해 9월 대사관저에서 열린 국경일 행사에 참여한 기업들에게 홍보 부스 설치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는 제보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이번에 청탁금지법 위반은 아니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져졌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홍보 비용을 내고 행사에 참여한 만큼 홍보 효과를 누린 것으로 봐야한다는 게 외교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사는 취임 이후 수차례 현지 특파원 등과의 관계에서 ‘불통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 부분에 대해선 이번 감사 과정에서 들여다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사는 2022년 8월 취임 이후 자신의 개인적인 발언을 실명 보도했다는 이유로 특파원 정례 간담회에서 1년 넘게 현장에선 질문을 받지 않은 바 있다. 또 ‘갑질 의혹’ 보도 한달 뒤인 지난달 29일에는 “보안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대사관 취재 시 24시간 전에 사전 허가를 받으라고 특파원단에 공지하기도 했다. 정 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동기로,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현 정부 초대 주중 대사로 취임했다. 주중 대사는 미중일러 4강 대사 중 한 자리로, 과거 정치인이나 고위급 외교관들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학계에만 수십 년간 몸담았던 정 대사가 임명되자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정 대사는 올 1월 휴가차 서울을 방문했을 당시 윤 대통령과 비공개 만남을 갖기도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유럽은 중국 강대국 외교의 중요한 방향이자,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동반자다.” 5년 만에 유럽 3개국(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 순방에 나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첫 국가인 프랑스를 찾아 내놓은 메시지다. 그는 6일(현지 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3자 회담을 시작하기 전 유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서 ‘전략적 관점’, ‘전략적 교류’, ‘전략적 협력’ 등 ‘전략적’이란 표현을 다섯 차례 반복했다. 중국과 유럽이 다른 체제로 갈등할 때도 있지만 서로의 이해에 맞게 전략적으로 손을 잡자는 ‘실용외교’를 주문한 셈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대중(對中) 제재망 흔들기에 본격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佛 드골 장군의 전략적 비전, 선견지명” 시 주석은 3자 회담 모두발언에서 “오늘날의 세계는 새로운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면서 “유럽과 중국이 전 세계의 중요한 강대국으로 계속 함께 일하고 대화하고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간 신(新)냉전 구도에서 벗어나 유럽과는 우호관계를 구축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시 주석은 도착 첫날인 5일 프랑스 보수 일간지 르피가로에 기고를 통해서도 현대 프랑스의 국부(國父)로 평가받는 샤를 드골 초대 대통령의 ‘전략적 비전’을 추어올렸다. 그는 “60년 전 드골 장군은 전략적 비전을 갖고 신(新)중국과 수교를 결심했다. 선견지명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역사는 우리에게 최고의 스승”이라며 “평온과 거리가 먼 세계, 또다시 수많은 위험에 직면한 상황에서 양국 수교를 이끈 정신으로 협력하자”고 강조했다. 드골 장군이 냉전 시기에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지만 중국과 수교했듯, 프랑스와 유럽이 신냉전 속에서도 중국과 손을 잡아야 한단 뜻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이 기고에서 투자와 관련해 “중국의 일부 기업이 프랑스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했다”며 “중국 정부는 더 많은 중국 기업의 프랑스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고 추가 투자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제 둔화로 투자가 목마른 유럽에 ‘당근’을 내놓은 것이다. 시 주석은 전날 파리 오를리 공항에 도착하면서 이례적으로 ‘도착 연설문’을 서면으로 발표해 이번 순방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 연설에선 “양국은 수교 이후 시종일관 상이한 사회 제도를 가진 국가가 평화공존·협력호혜하는 전범을 만들었다”고 평했다. 중국도 이번 순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시 주석이 공항에서 영접한 가브리엘 아탈 총리의 중국어 실력을 칭찬했고, 아탈 총리가 “1년간 중국어를 공부했다”고 답한 내용까지 상세히 보도하며 양국의 유대를 드러냈다.● 정상회담 의제로 오른 ‘中 과잉생산’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나폴레옹의 무덤이 있는 앵발리드에서 의장대 사열, 중국 국가 연주 등 공식 환영 행사로 시 주석을 환대했다. 현지 언론들은 “마크롱 대통령은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에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엘리제궁에서 만찬을 베푸는 등 나름대로 시 주석에 대한 최상급 환대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밀착에도 중국의 과잉생산과 보조금 살포에 따른 갈등을 비롯해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 앞에 놓인 주제는 만만찮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3자 회담 모두발언에서 회담의 주요 주제가 무역 갈등과 우크라이나 및 중동 사태 해결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무역과 공정 경쟁의 조건, 투자, 조화로운 발전에 관해 논의하며 유럽과 중국 관계를 다룰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시 주석 앞에서 “유럽과 중국 간 실질적 경제 관계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우리의 협력이 (그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효과를 낳고 있다는 걸 입증하고자 한다”며 무역 갈등의 해결을 요구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회담에 앞서 “중국은 내수 부진으로 판매량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있고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이는 전기차, 철강 등 보조금을 받는 중국산 제품의 과잉생산과 이로 인한 불공정 무역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주중 한국대사관이 한국 언론 특파원을 대상으로 도입하려던 ‘취재 24시간 전 신청 및 허가제’를 철회하기로 했다. 정재호 주중 대사가 부하 직원에게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보도가 3월 나간 뒤 대사관이 해당 조치를 일방 통보하며 논란이 일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주중 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6일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24시간 전 취재 신청을 요청한 조치는 철회한다”면서 “(정 대사가) 공관장 회의로 한국에 있느라 이번 건에 대해 상세히 챙기지 못해 혼란을 준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주중 대사관이 최상급 국가보안시설인 만큼 출입 시 사전 협의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3월 초 주중 대사관에 근무하던 한국인 주재관은 정 대사로부터 폭언을 당했다며 녹취 파일과 함께 외교부에 신고했다. 이에 외교부는 베이징에 조사팀을 보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중 대사관은 3월 28일 관련 내용이 보도되자 한 달 뒤인 4월 29일 ‘보안 관련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대사관 취재 시 사전 허가를 받으라고 특파원단에 공지했다. 이를 두고 정 대사가 갑질 의혹과 관련해 언론을 피하기 위해 기자들의 대사관 출입 자체를 막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 대사는 갑질 의혹에 대해선 “폭언도, 욕설도 없었다”며 부인했지만 취재 제한 통보에 대해선 조치 철회 이후에도 공식 유감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5일(현지 시간) 5년 만의 유럽 3개국(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 순방을 시작했다. 미국이 첨단기술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은 데 이어 최근 과잉 생산을 문제 삼으며 관세 인상까지 압박하자 중국은 유럽을 적(敵)으로 돌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중국 당국은 시 주석의 유럽 첫 순방국인 프랑스에서 6일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상 첫 대형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이를 외신기자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유럽과의 유화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미국이 유럽 국가들까지 끌어들여 서방의 대중(對中) 경제 제재망을 조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적극적인 스킨십으로 이를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中 “우린 멀리 있어도 비슷” 佛에 구애“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는 작품에서 중국 문화가 당대 프랑스와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3일 프랑스 좌파 운동의 아지트로 통하는 파리 ‘상호교류의 집’ 회의장. ‘중국과 프랑스 문명의 교류와 상호 풍요’ 학술회의 개막식에서 가오샹 중국사회과학원장이 양국의 친밀함을 강조했다. 중국 국책 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이 파리 도심에서 대형 학회를 연 것은 처음이다. 사회과학원 측은 “양국은 민간 교류를 활성화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취지를 전했다.이른 아침부터 8시간 넘게 진행된 학회에선 참여자가 몰려 직원들이 의자와 자료를 추가로 조달하느라 바빴다. 주최 측은 중국 전통 간식을 곁들인 다과회도 열어 프랑스 참석자들을 환대했다. 10년간 중국 특파원으로 활동한 프랑스 원로 언론인은 “양국이 정치적 제약 속에서도 이런 학회를 열어서 놀랐다”고 했다.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친밀함을 부각시켰다. 홈페이지에는 ‘두 정상의 멋진 교류 순간’이란 제목으로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부터 지난해 4월 중국 광저우 정상회담까지 두 정상의 만남을 담은 영상 화보를 올렸다. 또 시 주석이 신년사를 발표할 때 배경으로 삼는 집무실 서가에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등 프랑스 고전을 소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中, 무역 갈등에 뿔난 유럽 달래기중국의 유럽 끌어안기는 미국과 갈등이 고조되며 코너에 몰린 중국이 유럽만은 ‘우군(友軍)’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가 유럽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지난해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올해 1월 중국의 프랑스산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조사는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됐다.프랑스는 EU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편이라 시 주석으로선 마크롱 대통령의 마음을 사는 데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EU가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력을 키워야 한다는 ‘전략적 자율성’을 주장하고 있어 미국의 대중 제재에서 느슨한 고리가 될 수 있다.마크롱 대통령도 프랑스를 찾는 시 주석을 자신의 할머니 집 근처인 프랑스 남서부 오트피레네 지역으로 초청해 개인적인 친밀함을 강조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프랑스 언론 프랑스24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 주석 부친이 당 서기를 지낸 광둥성 광저우에 초청된 것에 대한 보답”이라며 “두 사람은 공식적 관계에 개인적 접촉을 더했다”고 보도했다.마크롱 대통령의 적극적 스킨십엔 프랑스 등 유럽이 한국처럼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상당하다는 현실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EU의 2위 무역 상대국이고, EU는 중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EU의 중국산 수입이 늘며 대중 무역적자는 2019년 1650억 유로(약 241조 원)에서 2023년 2910억 유로(약 425조 원)로 불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산 흑연을 사용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도 2027년까지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져 국내 업계가 한숨을 돌리게 됐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3일(현지 시간) 발표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최종안에 중국산 흑연 금지에 대한 유예 조치가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재무부 등은 최종 규정에서 흑연을 ‘원산지 추적이 불가능한’ 배터리 물질로 분류해 2027년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자동차 제조사는 2년의 유예기간 동안 흑연 대체 시장 확보 등 공급망 전환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IRA는 중국과 러시아 등 ‘우려국’의 핵심 광물과 부품을 쓰지 않고, 북미 지역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내년부터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13만 원)의 보조금을 주는 규정이다. 흑연은 배터리의 필수 소재이나 중국이 세계 공급량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전기차·배터리 업계는 흑연 대체 시장을 구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중국산 흑연을 한시적으로 허용해 달라고 미국에 요청해왔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산 흑연을 사용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도 2027년까지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져 국내 업계가 한숨을 돌리게 됐다.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3일(현지시간) 발표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최종안에 중국산 흑연 금지에 대한 유예 조치가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재무부 등은 최종 규정에서 흑연을 ‘원산지 추적이 불가능한’ 배터리 물질로 분류해 2027년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자동차 제조사는 2년의 유예기간 동안 흑연 대체 시장 확보 등 공급망 전환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IRA는 중국과 러시아 등 ‘우려국’의 핵심 광물과 부품을 쓰지 않고, 북미 지역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내년부터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13만 원)의 보조금을 주는 규정이다. 흑연은 배터리의 필수 소재이나 중국이 세계 공급량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전기차·배터리 업계는 흑연 대체 시장을 구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중국산 흑연을 한시적으로 허용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해왔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11월 미국 대선에서 반(反)중국 성향이 강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것에 대비해 중국이 새로운 미중 무역전쟁 및 기술전쟁에 대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중국에 더 강경한 정책을 펼 것으로 보는 데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중 무역전쟁을 촉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대만을 독립국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 등의 귀환 또한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흥적이고 예측이 어려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향이 중국의 대만 대응을 어렵게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지만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은 안 된다”는 원론적 발언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만은 협상 카드다. 어떻게 할지 미리 알려주는 것은 바보”라며 중국에 전략적 불확실성을 안겼다.● 中, 라이트하이저-폼페이오 복귀 우려 WSJ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미중 간 무역전쟁이 지금보다 더한 수준으로 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중국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관세 인상 카드를 적극 활용했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평균 관세는 트럼프 1기 출범 이듬해인 2018년 3%에서 2019년 말 21%로 치솟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초 “재집권하면 중국 제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타임지 인터뷰에서도 “멕시코에서 만든 중국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는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은 특히 트럼프 행정부 당시 중국에 적대적이었던 주요 인사들의 복귀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의 무역 책사’로 불리는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트럼프 2기 출범 시 통상정책을 관할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는 저서 ‘공짜 무역은 없다’에서 중국의 과잉 생산과 헐값 수출이 미 경제에 큰 해를 끼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강도 높게 비판해온 폼페이오 전 장관의 복귀 가능성도 껄끄럽긴 마찬가지다. 그는 장관 퇴임 후인 2022년 9월 대만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대만을 독립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고 시 주석을 ‘약탈자(predator)’ ‘전체주의 신봉자’ 등으로 비판했다. 중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중국의 고립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WSJ는 냉전 당시 옛 소련에 맞서기 위해 중국과 밀착했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러시아와 밀착해 중국을 견제하는 ‘역(逆)닉슨’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만은 협상 카드” 중국이 가장 중시하는 의제인 대만에 대한 두 전현직 미 대통령의 입장 차이도 상당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차례 “‘하나의 중국’ 원칙은 인정한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NBC 인터뷰, 최근 타임지 인터뷰에서 모두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타임지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방어에 나서겠느냐’는 질문에 “협상 카드를 내보이는 건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마주할지 모르는 대만 또한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20일 취임을 앞둔 라이칭더(賴淸德) 총통과 샤오메이친(蕭美琴) 부총통 당선인은 “미 대선 승자와 관계없이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샤오 당선인은 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가안보포럼에 보낸 화상 연설에서 “대만과 미국은 심각한 안보 위협에 직면했다”며 양국의 군사 협력을 강조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중국과 미국은 악랄한 경쟁 대신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중국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났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패권 갈등 중인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막지 않아야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도 거론했다. 26일 관영 신화통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블링컨 장관을 만나 “올해는 양국 수교 45주년이 되는 해”라며 “악랄한 경쟁 대신 상호 성공을 위해 양국의 차이점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는 중국과 미국이 함께 발전할 수 있을 만큼 넓고 중국은 미국의 번영을 원한다”며 “미국 역시 중국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를 희망해야 양국 관계가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 또한 “양국이 수 주 안에 인공지능(AI) 관련 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시 주석은 “지난 몇 달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소통을 유지하며 긍정적인 진전을 이루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6월 블링컨 장관의 첫 베이징 방문 이후 10개월 만이다. 최근 미 의회는 중국 소셜미디어 틱톡을 미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틱톡 강제 매각법’을 가결하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또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3배 높이라고 지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또한 중국의 과잉 생산에 따른 헐값 수출을 문제 삼는 상황이어서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다. 11월 미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 경제 둔화와 장기 집권에 대한 비판에 시달리는 시 주석 모두 더 이상의 충돌을 막고 양국 관계를 관리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 당국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시 주석은 지난해 회동과 마찬가지로 이날 회의 때도 블링컨 장관보다 상석에 앉았다. 시 주석이 테이블 중간의 상석에 앉고 블링컨 장관은 시 주석을 기준으로 오른쪽 테이블, 블링컨 장관의 맞은편엔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앉았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왕 외교부장과도 만났다. 왕 부장은 특히 대만 문제는 결코 넘어서는 안 되는 레드라인이라며 “대만 분리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블링컨 장관 또한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계속 지원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등 양국의 팽팽한 시각차를 드러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美-中-日-유럽, AI 인재영입 총성 없는 전쟁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전 세계 주요국과 대기업들이 인공지능(AI) 분야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백만 달러의 연봉, 삼고초려 등이 있어야 AI 인재의 낙점을 받을 수 있다.》 “인공지능(AI) 인재 쟁탈전은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미친 전쟁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4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그는 경쟁사로 떠나려는 테슬라 내 AI 인재의 이직을 막기 위해 AI 기술자의 급여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AI 개발 속도를 늦추는 주요 제약이 ‘인재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AI 인재 육성과 확보는 비단 머스크만의 고민이 아니다. 전 세계가 AI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AI 인재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AI 업계에서는 ‘인재를 얻는 사람이 모델을 얻고, 모델을 얻는 사람이 세상을 얻는다’는 말이 통용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을 넘어 세계 각국 또한 최고 수준의 AI 인재를 얻기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다.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중국은 교육체계 개편을 통해 각각 AI 인재를 키우고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유럽,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도 뛰어들면서 AI 인재 확보를 향한 각국의 경쟁이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금력으로 인재 빨아들이는 미국 챗GPT 등 생성형 AI를 앞세워 AI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비결은 압도적 투자다. 미 스탠퍼드대의 ‘인간 중심 AI연구소(HAI)’가 15일 발간한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지난해 AI에 대한 민간 투자 규모는 미국이 약 672억 달러(약 92조6700억 원)로, 2위 중국(77억6000만 달러)을 크게 앞선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투자 금액 역시 미국이 중국의 세 배가 넘는 수준이다. 최근 중국의 과학기술 매체 ‘타이메이티’가 미국과 중국의 AI 분야 기술 기업 각각 16개사의 인재 채용 비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업은 AI 핵심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7억7000만 달러를 썼다. 반면 중국 기업의 지출액은 6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개별 기업으로 따져보면 차이가 더 극명해진다. 최근 ‘AI 인재 전쟁’을 촉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메타는 자사 AI 인재에게 기본 연봉에 스톡옵션과 성과급을 포함해 1인당 최대 251만 달러(약 34억6000만 원)를 지급한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156만 달러, 구글도 157만 달러를 보장하며 인재들에게 구애하고 있다. 반면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은 이 정도의 고액 연봉을 주지 못한다.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최대 46만 달러, 중국 최대 배달 플랫폼 메이퇀도 25만 달러 정도만 지급한다. 무조건 많은 돈을 준다고 인재를 모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타이메이티는 “핵심 인재들은 자신들이 활용할 수 있는 컴퓨팅 인프라를 직장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로 중국 회사들은 당장 AI 인재들이 만족할 만한 장비를 구축할 수 없는 상태다. 실제 올해 1월 메타가 AI 연구를 위해 연말까지 엔비디아의 고성능 AI칩 H100을 35만 개 구입하겠다고 밝힌 것도 인재 영입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생성형 AI 업계의 떠오르는 회사로 꼽히는 퍼플렉시티의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메타에서 누군가를 데려오고 싶었지만 우리가 메타만큼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보유하지 않아 거절당했다”고 토로했다.● 인재풀 키우며 역전 노리는 中 중국은 2017년 7월 ‘차세대 인공지능(AI) 발전 계획’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AI 관련 학문,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듬해부터 각 대학에서 2000개 이상의 AI 관련 학과도 만들었다. 이 가운데 300개 이상을 칭화대, 베이징대 등 명문대에서 운영하고 있다. 효과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미 시카고 소재 싱크탱크인 매크로폴로가 올 3월 말 내놓은 ‘세계 AI 인재 동향’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에서 우수한 AI 인력(학부 기준 상위 20%) 가운데 47%를 중국에서 배출했다. AI 인재 2명 중 1명은 중국 대학에서 학부를 다녔다는 의미다. 중국 출신의 비율은 3년 전인 2019년(29%)보다 18%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 출신 인재의 비율은 20%에서 18%로 줄었다. 최상위권 인재(학부 기준 상위 2%)로 범위를 좁혀도 중국 출신 연구원의 비율이 2019년(10%)에 비해 2022년(26%)에 2.5배 이상으로 늘었다. 중국 AI 교육의 핵심은 다양성과 확장성이다. 2018년 교육부가 주도한 대학의 ‘AI+X’가 대표적이다. 물리, 의료 등 기초 지식을 갖춘 학생들이 AI를 자신의 전공 분야와 융합시키는 방식이다. AI가 각종 산업 기술과 융합될 것을 고려했다. 명문 공대 칭화대는 2019년 ‘AI반(즈반·智班)’을 만들었다. 컴퓨터 과학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튜링상’을 수상한 석학 야오치즈(姚期智·78) 칭화대 교수의 이름 마지막 글자인 ‘즈’를 따서 지었다. 수학, 물리, 전자공학 등 각 학과의 최고 인재만을 뽑아서 AI 관련 교육을 따로 한다. 야오 교수는 AI 분야에서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를 키우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이 외 베이징대에는 의료와 AI를 접목시킨 지능의학공학과, 하얼빈공대에는 자율 주행에 특화된 스마트차량공학과가 있다. 미국 주요 AI 기업 및 연구소에도 중국 출신 인재가 많다. 2022년 기준 미국에서 일하는 AI 우수 인력 가운데 38%가 중국 출신이었다. 미국 출신(37%)보다 오히려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우수한 중국 AI 인재들의 유입을 막을 수도 없고,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도 대비해야 하는 어려움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유럽-일본도 가세 유럽, 일본 등에서도 AI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미국 AI 회사들이 유럽 곳곳으로 진출하면서 너도나도 인재 모시기에 나섰다. 오픈AI는 지난해 영국 런던, 아일랜드 더블린에 잇달아 사무실을 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런던 중심부에 ‘MS AI 런던’을 개설한다고 8일 밝혔다. 오픈AI는 이달 중 일본 도쿄에 첫 아시아 사무소도 개설하기로 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AI 반도체 팹 네트워크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일본 소프트뱅크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 또한 이와 별도로 고성능 생성형 AI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 설비에 내년까지 1500억 엔(약 1조37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이 같은 각국의 AI 굴기(崛起)는 자연스레 인재들의 몸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영국에서는 AI 기업 임원의 기본급이 평균 5만∼10만 파운드(약 8500만∼1억7000만 원) 인상됐다. 메타와 오픈AI 등은 핵심 인재들에게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연봉 패키지를 제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직을 막기 위해 중장기 성과를 평가해 추후 주식으로 보상하는 방식도 도입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등이 일반 연구원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이직이나 잔류를 설득했다는 얘기도 널리 알려졌다.● 비(非)AI 분야 구조조정 AI 핵심 인재에 대한 투자는 기타 분야의 인력 감축으로 이어진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개발과 핵심 인재를 잡는 데 회사의 모든 자원을 투입하기 위해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까지 불사하기 때문이다.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테슬라는 이달 중순 직원들에게 전 세계 직원 중 10%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애플, 구글 모회사 알파벳 등도 500∼1000명가량의 직원을 해고하기로 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올 1월 직원들에게 AI 등 몇몇 사업을 우선순위로 거론하며 “이에 대한 투자 역량을 확보하려면 어려운 선택(감원)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중국과 미국은 라이벌이 아닌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6일(현지 시간) 중국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났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패권 갈등 중인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막지 않아야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도 거론했다.26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블링컨 장관을 만나 “올해는 양국 수교 45주년이 되는 해”라며 “서로 해치지 않고, 상호 성공을 위해 양국의 차이점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는 중국과 미국이 함께 발전할 수 있을 만큼 넓고 중국은 미국의 번영을 원한다”며 “미국 역시 중국의 발전을 긍정적 바라보기를 희망하고, 이 첫 단추가 잘 끼워져야만 양국 관계가 앞으로 나가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지난 몇 달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소통을 유지하며 긍정적인 진전을 이루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6월 블링컨 장관의 첫 베이징 방문 이후 10개월 만이다. 최근 미 의회는 중국 소셜미디어 틱톡을 미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틱톡 강제 매각법’을 가결하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또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3배 높이라고 지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또한 중국의 과잉 생산에 따른 헐값 수출을 문제삼는 상황이어서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다. 11월 미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 경제 둔화와 장기 집권에 대한 비판에 시달리는 시 주석 모두 더 이상의 충돌을 막고 양국 관계를 관리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 당국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시 주석은 지난해 회동과 마찬가지로 이날 회의를 블링컨 장관의 상석에 앉았다. 시 주석이 테이블 중간의 상석에 앉고 블링컨 장관은 시 주석을 기준으로 오른쪽 테이블, 블링컨 장관의 맞은 편에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앉았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시 주석을 만나기 전 왕이(王毅) 외교부장과도 만났다. 왕 부장은 특히 대만 문제는 결코 넘어서는 안 되는 레드라인이라며 점을 “어떤 방식으로든 대만 분리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블링컨 장관 또한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계속 지원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등 양국의 팽팽한 시각 차를 드러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중국 소셜미디어 ‘틱톡’의 사업권 매각을 강제하는 이른바 ‘틱톡금지법’이 13일 미국 하원에 이어 23일 상원에서도 통과됐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면 틱톡 모회사인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바이트댄스는 360일 안에 틱톡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 설계 프로젝트에서 중국 기업 배제 등도 검토하고 있어 지난해 11월 양국 정상의 만남으로 형성됐던 ‘소(小) 데탕트(긴장 완화)’ 국면이 다시 경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상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바이트댄스가 최장 360일 안에 틱톡 지분을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법안과 대만·우크라이나·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법안, 이란의 석유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법안 등 ‘안보 패키지’ 법안을 모두 통과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이 내 책상에 당도하는 대로 서명할 것”이라며 환영했고, 서명 즉시 발효된다. 여기에 미 상무부는 중국이 참여한 반도체 설계 프로젝트 ‘리스크 파이브(RISC-V)’에 대해서도 조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상무부가 미 의회에 보낸 서한을 인용해 “(중국의 참여에 따른) 잠재적 위험을 검토하고 우려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가 있는지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스크 파이브는 현재 반도체 설계를 독점하고 있는 영국 ARM 기술과 경쟁하는 기술이다.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오픈소스 기술로 퀄컴과 인텔, 구글,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과 알리바바, 화웨이, ZTE 등 중국 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는 “리스크 파이브가 미중 첨단 반도체 기술을 둘러싼 전략 경쟁의 새 전선이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며 양국의 긴장 완화는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커졌다. 24일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을 찾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중국의 러시아 방위산업 지원에 대해 강경한 메시지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중국 기업들이 무기에 사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을 러시아에 수출하는 것을 지원하는 중국 은행들에 대한 제3자 제재를 단행할 수 있다는 경고를 전달할 예정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죽자 살자 싸우는 복싱이 아니라, 쫓고 쫓기는 육상이 돼야 한다.” 24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셰펑(謝鋒·사진) 주미 중국대사가 “미국이 중국에 불합리한 경쟁을 요구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블링컨 장관이 러시아 지원 중단 등 중국에 강한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선수를 치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매체는 “미국은 거들먹거리지 말라”며 신경전도 펼쳤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셰 대사는 19일 미 하버드대를 방문해 그레이엄 앨리슨 케네디스쿨 초대 학장과 좌담회를 가졌다. 대사는 이 자리에서 미중 경쟁을 육상에 빗대 “경기 시작 전부터 중국의 출전 자격을 박탈하거나, 맨발이나 짚신을 신고 뛰게 한다”며 “이는 경쟁이 아니라 괴롭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이 중국 기업을 제재 리스트에 올리고, 첨단 반도체나 장비의 대중 수출을 막은 것 등을 지적한 것이다. 중국이 과잉 생산으로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도 “맨발로 달리는 중국이 앞서 나가니, ‘능력 과잉’이라며 위협하고 퇴장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셰 대사는 다음 날인 20일엔 케네디스쿨 중국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축하 연설을 했다. 롄허보 등 대만 매체들은 “연설 도중 객석에 있던 몇몇이 티베트와 홍콩 등에서 중국의 인권 탄압을 문제 삼으며 항의했다”고 전했다. 24일부터 2박 3일 방중하는 블링컨 장관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과 만나 북한과 러시아, 경제 관련 이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관련 기술 등을 제공하지 말라는 요청을 거부하면 미국은 징벌적 조치를 경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미국의 중국을 향한 말투가 거칠어졌다”며 “미국은 중국에게 거들먹거리기보단 평등과 존중을 바탕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비난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미국 하원이 약 반년간 계류 중이던 총 950억 달러(약 130조 원)의 안보예산 패키지 법안을 20일(현지 시간) 통과시켰다. 지난해 10월 법안 마련 당시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공격당한 이스라엘,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는 목적이 강했다. 하지만 이날 통과된 법안엔 중국 소셜미디어 ‘틱톡’ 강제 매각, 이란산 석유 수입에 관여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강화, 대만 지원 확충 등 패권 갈등 중인 중국을 겨냥한 법안이 대거 포함됐다. 11월 미 대선에서 격돌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일 중국을 겨냥해 고율 관세 부과 등 강경책을 내놓는 상황에서, 중국 또한 미 소셜미디어 ‘와츠앱’을 퇴출시키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맞불을 놓고 있어 미중 갈등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美 “틱톡 매각” vs 中 “와츠앱 퇴출” 미 하원은 이날 안보예산 패키지 법안을 전체 435석 중 찬성 360표 대 반대 58표로 통과시켰다. 상원 통과가 남아 있지만 집권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어서 23일 상원 표결 또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법안에는 틱톡 모회사인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바이트댄스가 360일 안에 틱톡 지분을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바이트댄스가 매각을 거부하면 미국 내 틱톡 앱 다운로드 자체를 금지해 사실상 미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했다. 종전 법안은 매각 시한을 6개월 이내로 제시했지만, 이날 법안은 270일에 90일 연장 기한을 둬 360일로 변경됐다. 또 대만에 39억 달러를 지원하는 등 총 81억 달러의 인도태평양 안보 지원 예산도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미 지지 입장을 밝힌 만큼 이르면 내년 틱톡 강제 매각은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인구의 절반 이상인 약 1억7000만 명이 이용하는 틱톡이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중국공산당에 넘기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이에 맞서 중국은 “바이트댄스의 틱톡 매각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양국의 디지털 냉전이 더 심화되고 있다. 앞서 중국 역시 안보 우려를 이유로 애플의 중국 앱스토어에서 미국의 소셜미디어 와츠앱, 스레드 등을 삭제하도록 명령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미국의 틱톡 매각 추진에 대해 “타인의 좋은 물건을 자기 것으로 삼으려는 건 완전히 강도 논리”라고 비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19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틱톡 금지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위배되므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란산 석유 거래하는 中 기업도 제재 이번 예산안에는 최근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한 이란의 석유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이란산 원유를 취급하는 중국 정유소, 거래를 중개하는 중국 금융사 또한 대대적인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란이 수출하는 원유의 80% 이상은 중국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산 원유의 중국 수출에 제동이 걸리면 최근 오름세를 거듭하고 있는 국제 유가의 추가 상승 또한 예상된다. 일각에선 지금보다 배럴당 최대 8.4달러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법안엔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예산 264억 달러도 포함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과 서구 문명 수호에 대한 미 의회의 초당적인 지지를 보여줬다”고 반겼다. 다만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는 “이번 지원으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더 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희생될 것”이라며 “이스라엘에 전쟁을 지속할 청신호를 줬다”고 반발했다. 이번 법안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안은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608억 달러다. 그간 야당 공화당 내 강경파는 이 돈을 불법 이민자 방지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에 밀리면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공화당 내 온건파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을 통해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전기차 강국’ 중국에서 이달 1∼14일 판매된 신차 중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 비중이 50.4%에 달해 디젤 및 휘발유 차보다 더 많이 팔렸다. 당국의 보조금 지급 등 적극적인 전기차 산업 육성 의지, 선진국 생산 전기차보다 낮은 가격 등으로 전기차가 승용차 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 인한 각국 전기차 업체의 경쟁 또한 심해져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 또한 주요 제품의 중국 내 판매가를 낮췄다. 중국 자동차딜러협회에 따르면 이달 1∼14일 중국 내 승용차 판매량은 51만6000대였고, 이 가운데 전기차가 26만 대(50.4%)를 차지했다. 이 기간 중국에서 팔린 신차 중 절반 이상이 전기차란 의미다. 중국의 전체 승용차 판매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줄었지만, 전기차 판매는 오히려 32% 급증한 영향이 컸다. 당국은 대대적인 보조금을 풀어 전기차 시장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주요 지방정부마다 액수 차이가 있지만, 경제 수도 상하이는 올해 말까지 순수 전기차를 구입하면 1인당 1만 위안(약 190만 원)의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전기차 비중 또한 2021년 14%에 불과했지만 2022년 27%, 2023년 33%로 빠르게 증가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전기차 보급률 50% 달성이 당초 당국이 목표했던 2035년보다 크게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이 커지면서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한때 전자회사로 유명했지만 최근 전기차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샤오미가 지난달 28일 출시한 ‘SU7’은 벌써 예약 주문만 10만 대를 넘었다. 역시 통신장비회사로 유명했던 화웨이 또한 전기차 ‘아이토 M7’을 최대 2만 위안(약 370만 원) 할인하는 등 가격 인하로 맞서고 있다. 중국 업체의 가격 인하 방침에 동참하지 않던 테슬라의 태도도 달라졌다. 테슬라는 21일 모델3, 모델Y 등을 포함한 주력 모델의 가격을 1만4000위안(약 270만 원)씩 낮추기로 했다. 테슬라는 이달 초 ‘모델Y’ 가격을 5000위안 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입장을 바꿨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부동산 시장 부실, 소비 부진 등으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우려가 큰 중국의 올해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5.3%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와 지난해 4분기(10∼12월) 성장률을 모두 웃도는 ‘깜짝 호조’를 보인 것이다. 당국은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성장률 목표치(5.0%)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제조업 및 수출 분야의 호조와 달리 3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기대치를 하회하며 여지없이 꺾였고, 신규 주택가격도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경기 회복 모멘텀’의 지속 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고조되고 있다. 부동산 및 내수 회복이 뒤따라야 진정한 경기 호조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 제조업-수출 호황이 이끈 성장중국 국가통계국은 올 1분기 GDP가 지난해 1분기보다 5.3% 늘어난 29조6299억 위안(약 5685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16일 발표했다. 로이터통신 전망치(4.6%),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전망치(4.9%) 등을 모두 뛰어넘었다. 산업생산 호조가 1분기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1분기 제조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늘었다. 에너지산업(6.9%), 첨단기술산업(7.5%) 또한 호조를 보였다. 고정자산 투자 역시 4.5% 증가했다. 특히 첨단 제조업과 첨단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각각 10.8, 12.7% 늘었다. 이는 당국이 산업 전반에 대한 대규모 설비 투자를 독려하고, ‘이구환신(以舊換新·가전제품을 바꿀 때 보조금 지원)’ 정책을 펼친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가통계국은 “생산 수요가 안정적으로 늘어났고 정책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평했다. 1분기 수출액은 위안화 기준 5조7378억 위안(약 1099조2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9% 늘었다. 다만 1, 2월 합계 수출 증가율이 7.1% 급성장한 것과 달리 3월에는 미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 하락 등의 이유로 3.8% 감소했다. 서구 금융회사들도 최근 중국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속속 상향하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기존 4.8%에서 5.0%로, 모건스탠리는 4.2%에서 4.8%로 각각 높였다.● 소비-부동산 부진 우려 여전중국 정부는 고무된 모습이지만 외부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연초 개선세를 나타냈던 경제지표가 3월 들어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같은 날 발표된 3월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2월 증가율(5.5%)은 물론이고 시장 전망치(5.1%)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는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꼽히는 약 4억 명의 중산층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현지 매체 우샤오보가 매년 발행하는 ‘신(新)중산층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중산층(연간 약 3800만 원을 버는 도시 거주자)의 43%가 “재산이 줄었다”고 답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2%포인트 늘었다. 또 응답자의 60%는 “부동산을 구매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또 46.1%는 “투자보다 자산 보존이 우선”이라고 했다. 부동산 불황에 대한 우려도 높다. 중국의 3월 신규 주택가격은 1년 전보다 2.2% 떨어졌다. 월간 기준 하락 폭으로는 2015년 8월 이후 약 9년 만의 최고치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4대 도시의 3월 신축 건물 분양가 또한 전년 동월 대비 1.5%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존 건물 매매가는 7.3% 떨어졌다. 이에 ‘경제 실세’ 허리펑(何立峰) 부총리는 부동산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허 부총리는 14일 금융권에 “화이트리스트(당국이 선정한 우량 부동산) 사업에는 최대한 대출을 해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언제쯤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골드만삭스는 부동산 회복을 위해 최소 15조 위안(약 2876조25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