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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장 심각한 이란은 교도소를 비우기로 했다. 3일(현지 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수감자 5만4000명을 임시로 석방했다. 폐쇄된 공간에서 밀집 생활을 하고 보건의료 여건이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교도소에서 코로나19가 대거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골람호세인 에스마일리 이란 사법부 대변인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고, 보석금을 낸 수감자들이 출소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란은 이번 일시 석방 조치에서 5년 이상 형을 받은 장기 복역자와 사회적으로 위협적인 수감자들은 제외했다. 이란은 코로나19 방역에 군 병력 30만 명도 동원하기로 했다. 이란에서는 2922명의 확진자와 9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환자가 급증하며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 같은 보기 드문 조치까지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청정지대였던 아프리카에서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다. 보건의료 인프라가 크게 낙후된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에서도 감염자가 발생해 대규모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세네갈에서는 처음 코로나19 감염자가 확인됐다.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 기준으로 지난주 나이지리아에서 확진자가 나온 데 이어 두 번째다. 세네갈에서 발견된 코로나19 감염자는 프랑스인이다. 그는 최근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프랑스를 다녀왔다. 보건의료 수준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못 미치는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모로코와 튀니지에서 2일 처음 환자가 발생했고, 이집트에서도 두 번째 환자가 나왔다. 모로코와 튀니지에서 확인된 감염자 모두 코로나19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이탈리아를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알제리에선 감염자가 2명에서 5명으로 늘었다. 아프리카는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아 현재도 중국과의 교류에 적극적인 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과의 교통량과 취약한 보건의료 시스템을 고려하면 아프리카 54개국 중 13개국이 코로나19의 중심지가 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2일 이스라엘 총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71)가 이끄는 보수 리쿠드당과 베니 간츠 대표(61)의 중도진영 청백당이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8일 현지 방송사인 채널12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리쿠드당은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총 120석)에서 35석, 청백당은 33석을 얻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두 정당 자체적으로는 과반석(61석) 이상을 확보하는 게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연정을 구성해도 리크드당 58석, 청백당 56석을 획득할 것으로 전망돼 역시 과반석 이상을 얻는 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약 14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아랍계 정당들의 연합인 ‘조인트리스트’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강경하게 다룬다는 이유로 리쿠드당과 청백당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부 장관이 이끄는 극우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6석 예상)은 지난해 총선 때처럼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와 손을 잡는 것에 부정적이다. 리쿠드당과 청백당의 거국 내각 구성 역시 간츠 대표가 네타냐후 총리의 부정부패 문제를 강조하며 퇴진을 주장하고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지에서는 지난해 4월과 9월 총선에서 어느 진영도 과반석 확보를 못해 또다시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서도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이스라엘 역사상 1년 사이 총선이 3번 치러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미 현지에선 4번째 총선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리쿠드당과 청백당 모두 확실한 제압 대신 지리한 소모전을 통해 승리를 도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이미 4번째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이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최고위급 인사들의 감염과 사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란 파스통신 등은 지난달 28일 모하마드 알리 라마자니 다스타크 국회 부의장(57)이 코로나19로 숨졌다고 전했다. 하루 전에는 바티칸 주이란 대사를 지낸 저명한 성직자 하디 호스로샤히(81)의 사망 사실이 공개됐다. 그는 이란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은 중부 시아파 성지 ‘쿰’에 거주했다. 이 외에도 최고위 여성 관료인 마수메 에브테카르 부통령(60), 모하바 졸노르 의원(57), 마무드 사데기 의원(58) 등 고위직 감염이 속출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지난달 19일 쿰에서 감염자 2명이 처음 확인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일 기준 확진자가 978명(사망자 54명 포함)으로 대폭 늘었다. 사망률은 5.5%로 코로나 발원지 중국(3.6%)보다 훨씬 높다. 당국은 당초 “첫 확진자들이 쿰에만 있었다”고 했지만 이후 “한 명이 최근 중국에 다녀왔다”며 말을 바꿨다. 역학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정부가 정보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실제 감염자와 사망자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빈번한 종교 행사 역시 환자 급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란인은 대부분 하루 다섯 번 기도를 올린다. 모스크, 공공 기도실 등에서 타인과 함께 기도를 하므로 접촉이 불가피하다. 종교 행사가 많은 쿰에서 대다수 환자가 발생한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서방의 오랜 제재로 의료시설 및 의약품 또한 크게 부족하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니 사망자가 많아진다는 분석이 있다”고 진단했다. 같은 날 유럽 아이슬란드, 룩셈부르크, 영국 웨일스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다. 3명 모두 40대 남성이며 이탈리아를 방문한 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외에 영국 남동부 서리에서는 중국과 이탈리아 방문 이력이 없는 환자가 발생해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공공장소에서의 가벼운 볼키스를 자제하고 500명 이상이 모이는 대중 행사를 일시 금지하기로 했다. 서로의 뺨을 마주하는 이 인사법이 감염 확산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탈리아 등 비슷한 인사법이 흔한 유럽 각국에서 유사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에 대한 위험 수준을 기존 ‘높음’에서 ‘매우 높음’으로 상향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이란의 최고위 여성 인사인 ‘테헤란 메리’ 마수메 엡테카르 부통령(60·사진 오른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엡테카르 부통령은 1979년 2월 이슬람 혁명 뒤 혁명세력이 주이란 미국대사관에서 444일간 미 외교관과 국민 52명을 억류했을 때 자신을 ‘메리’라고 소개한 뒤 유창한 영어로 미국을 비판하고 억류자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 ‘테헤란 메리’란 별명을 얻었다. 27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엡테카르 부통령은 코로나19 감염 진단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자가격리 중이다. 이란에서는 엡테카르 부통령을 포함 이라즈 하리르치 보건부 차관, 모하바 졸노르 의원(콤), 마흐무드 사데기 의원(테헤란) 등 총 7명의 고위 당국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그 중 이란 정부의 주바티칸 대사를 역임한 유명 성직자 하디 호스로샤히(81)는 사망했다. ‘중동의 코로나19 진원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란에서는 감염자와 사망자 수도 빠르고 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최고위 관계자들의 감염도 속출하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엡테카르 부통령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포함한 다른 정부 고위 관료들이 대거 참여한 국무회의 다음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로하니 대통령이나 다른 고위 관료 중에서 추가로 감염자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진다. 현재 이란 정부는 로하니 대통령 등 당시 국무회의 참석 인사들의 격리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우려해 ‘움라(비정기 성지순례)’를 위한 외국인 입국을 일시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또 코로나19 발병국에서 관광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에 대한 입국도 제한한다. 사우디에서는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27일 사우디 영문매체 아랍뉴스 등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이슬람 성지 메디나에 위치한 ‘예언자 무함마드의 모스크’ 방문 역시 당분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 모스크는 움라 참여 외국인들을 포함한 이슬람교도들이 최고 성지인 메카 방문 뒤 자주 찾는 곳이다. 사우디는 이슬람 3대 성지인 메카, 메디나, 예루살렘 중 2곳을 보유한 ‘성지 수호국’이다. 지난해 약 700만 명에게 움라 방문 비자를 발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움라를 위한 외국인 입국 금지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낸 이유는 최근 이란을 중심으로 중동 전체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사우디 정부는 국경을 맞대고 있고 교류도 활발한 바레인, 쿠웨이트 등에서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두 나라의 확진자 중에는 사우디 국적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가 발생한 이란에서도 28일 ‘금요 대예배’를 취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이드 나마키 보건장관은 국영 IRNA통신에 “감염자가 나온 일부 도시에서 이번 주 금요 대예배가 열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요일은 이슬람교의 정식 예배일로 무슬림들은 이날 각 지역의 모스크로 가서 합동 예배를 드린다. 시아파 종주국 이란에서 금요 예배가 취소된다면 이례적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우려해 ‘움라(비정기 성지순례)’를 위한 외국인 입국을 일시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또 코로나19 발병국에서 관광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에 대한 입국도 제한한다. 사우디에서는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27일 사우디 영문매체 아랍뉴스 등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이슬람 성지 메디나에 위치한 ‘예언자 무함마드의 모스크’ 방문 역시 당분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 모스크는 움라 참여 외국인들을 포함한 이슬람 교도들이 최고 성지인 메카 방문 뒤 자주 찾는 곳이다. 사우디는 이슬람 3대 성지인 메카, 메디나, 예루살렘 중 2곳을 보유한 ‘성지 수호국’이다. 지난해 약 700만 명에게 움라 방문 비자를 발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움라를 위한 외국인 입국 금지란 초강경 카드를 꺼낸 이유는 최근 이란을 중심으로 중동 전체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사우디 정부는 국경을 맞대고 있고 교류도 활발한 바레인, 쿠웨이트 등에서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두 나라의 확진자 중에는 사우디 국적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가 발생한 이란에서도 28일 ‘금요 대예배’를 취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이디 나마키 보건장관은 국영 IRNA통신에 “감염자가 나온 일부 도시에서 이번주 금요 대예배가 열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요일은 이슬람교의 정식 예배일로 무슬림들은 이날 각 지역의 모스크로 가서 합동 예배를 드린다. 시아파 종주국 이란에서 금요 예배가 취소된다면 그야말로 이례적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이슬람권 국가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다음 달 여성축구리그(WFL)가 시작된다. 25일 사우디 영문매체 아랍뉴스에 따르면 사우디체육연맹은 24일 수도 리야드에서 WFL 발족행사를 열었다. 올해 리야드, 지다, 담맘 등 3개 주요 도시에서 지역 리그를 치른 뒤 우승팀끼리 토너먼트 방식의 ‘WFL 챔피언스컵’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총 상금은 50만 리얄(약 1억6200만 원), 선수 자격은 만 17세 이상의 여성이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극히 제한적인 사우디에서는 여성의 축구 경기장 입장도 2018년 1월에야 허용됐다. WFL 개최는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35·사진)가 추진하는 개혁·개방 조치의 일환이다. 2017년 이후 차례로 도입된 여성의 △자동차 운전 △자유로운 해외여행 △스포츠 경기 관람 허용에 이은 또 하나의 파격 정책이라는 것이다. 사우디체육연맹 회장인 칼리드 빈 알 왈리드 왕자는 “여성축구리그는 ‘비전 2030’(사우디의 중장기 발전계획)과 삶의 질을 높이는 프로그램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우디는 25일 투자부, 관광부, 스포츠부 등 장관급 정부 부처 3개를 신설하기로 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관심 분야인 해외투자 유치 및 산업 다변화, 관광산업 활성화, 스포츠·문화 산업 육성을 담당할 부처들로, 청·위원회 단위였던 조직을 승격시켜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사우디의 관광과 스포츠·문화 산업 육성 전략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보다 국가의 보수적인 이미지를 바꾸는 데 힘을 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한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이집트를 30년간 철권 통치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사진)이 25일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이집트 국영TV 등이 전했다. 향년 92세.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2주 전 수술을 받았고,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1969년 공군 참모총장에 올랐고,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에 맞서며 이집트 국민 사이에서 전쟁영웅으로 떠올랐다. 1975년 안와르 사다트 정부의 부통령으로 임명돼 정치적 영향력을 키웠고, 1981년 10월 사다트 대통령이 암살된 뒤 대통령에 올랐다. 이후 2011년 2월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면서 ‘현대판 파라오’란 별명을 얻었다. 그는 집권 중 주변국 및 서방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이집트를 둘러싼 안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반대파와 언론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강압 정치로 큰 반발을 샀다. 경제 사정도 어려워 국민의 불만이 깊었다. 결국 2011년 1월 이웃 나라 튀니지에서 시작해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뒤흔든 민주화운동인 ‘아랍의 봄’의 물결에 밀려 권좌에서 쫓겨났다. 이후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부정부패와 시위 유혈진압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주로 군병원에 머무르다가 2017년 3월 최종 석방됐다. 말년에는 카이로 남부 나일강변에 위치한 ‘마아디 군 병원’에서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제4차 중동전쟁 당시 북한이 이집트에 전투기와 조종사를 지원한 것을 계기로 북한 김일성 주석과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중동 국가 정상으로는 드물게 1980년부터 1990년까지 북한을 4차례나 방문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중동 지역에서 ‘이란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현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시아파 인구 비율이 높은 주변국에서 확인된 코로나19 감염자 대부분이 ‘시아파 성지’인 이란을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이란에선 25일 기준 중동 국가 중 가장 많은 95명(사망자 1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날 쿠웨이트 보건부에 따르면 이 나라에서 확인된 코로나19 감염자 8명은 모두 최근 이란에 다녀왔다. 특히 이들 중 3명은 이란의 대표적 시아파 성지인 마슈하드를, 2명은 쿰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레인에서도 총 8명(바레인 국적 4명,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4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확인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레인 보건부를 인용해 “코로나19 확진자 모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이란을 다녀왔다”고 전했다. 오만에서도 이란 수도 테헤란을 다녀온 여성 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확인된 코로나19 감염자도 최근 이란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5일 이라즈 하리르치 보건차관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전날 열린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에서 그가 연신 땀을 닦는 모습이 생중계되기도 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이집트를 30년간 철권 통치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사진)이 25일 사망했다고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과 알자지라방송 등이 전했다. 향년 92세. 공군 장교 출신인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1981년 10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이집트 대통령을 지냈다. 그는 집권 기간 중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이집트를 둘러싼 안보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반대파와 언론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강압적인 정치로 큰 반발을 샀다. 경제적으로도 높은 실업률과 경제적 불평등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깊었다. 결국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2011년 1월 이웃나라 튀니지에서 시작해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뒤흔든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의 물결에 밀려 권좌에서 쫓겨났다. 그는 벤 알리 튀니지 전 대통령(2019년 9월 사우디 망명 중 사망)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전 국가원수(2011년 10월 반군에 의해 사망)와 함께 아랍의 봄을 통해 축출된 대표적인 독재자로 꼽힌다. 권좌에서 쫓겨난 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부정부패와 시위 유혈 진압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주로 군병원에 머무르다 2017년 3월 최종 석방됐다. 말년에는 이집트 수도 카이로 남부 나일 강변에 위치한 ‘마아디 군 병원’에서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유튜브를 통해 마지막으로 대중에게 모습을 보였다. 당시 동영상에서 그는 1973년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지휘관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공유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급증하면서 한국 입·출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베트남, 홍콩, 대만 등 한국과 교류가 많은 국가나 지역이 한국에서 오는 사람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고, 호주는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 앞으로 해외 거주 교민, 기업 주재원, 관광객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등 한국 기업 활동 위축 우려 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는 23일 두바이를 경유해 도착한 한국인 신혼부부 34명(17쌍)을 예고 없이 이송 조치했다. 이들 중에는 임신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일부 관광객이 감기 증상을 보이자 모리셔스 보건부가 임시 조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 관광객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비행기에서 내린 뒤) 제대로 된 대기 장소, 상황 설명 등을 전혀 제공받지 못했다. 4∼5시간 동안 물 한 모금도 못 마셨다”고 적었다. 이어 “이동해 보니 ‘SHELTER’라고 써 있는 에어컨도, 콘센트조차도 없는 건물에 도착했다”며 “쥐가 돌아다니고 도마뱀이 기어다닌다”고 호소했다. 22일 갑자기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가 내려진 이스라엘에서는 한국인 관광객 500여 명이 23일 터키항공과 러시아항공 등을 이용해 출국했다. 남아 있는 관광객들은 24일부터 이스라엘 측이 마련한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홍콩은 최근 14일간 한국에서 체류한 외국인의 입경을 전면 금지하는 강도 높은 조치를 25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돌아오는 홍콩 주민은 입경은 허용하되 2주간 격리하면서 검사하기로 했다.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카타르에서도 23일부터 한국에서 온 입국자에 대해 14일 간의 격리 조치가 시행되면서 향후 사업 진행 등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KOTRA가 진행할 계획이던 양국 방문 무역사절단 행사가 취소됐고, 건설사들은 인력 파견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걱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중국, 코로나19 역유입 막으려 검역 강화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코로나19가 역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며 한국발 승객의 방역을 강화하고 나섰다. 24일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지린(吉林)성 옌지(延吉) 차오양촨(朝陽川)국제공항은 한국발 승객 전용 통로를 설치해 한국에서 오는 승객을 다른 승객과 물리적으로 분리시키는 특별 방역 통제 조치를 23일 밤부터 시작했다. 한국 교민이 많은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의 류팅(流亭)국제공항은 한국발 승객 전체에 대해 발열 검사를 하고 검역 설문지에 주소와 연락처를 자세히 적게 하고 있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베이징 왕징(望京)의 일부 아파트 단지는 ‘한국에서 돌아온 사람은 14일간 자가 격리를 해야 단지를 오갈 수 있는 출입증을 발급해준다’고 통보했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24일 한국에 대한 여행주의보 발령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만 정부는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가장 심각한 단계인 3급 ‘경고’ 단계로 격상하고, 25일부터 한국에서 입국한 사람은 14일간 자가 격리 및 검역을 하도록 했다. 호주 정부는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1단계에서 2단계로 높였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 항공사의 항공편 중단도 이어지고 있다. 에어뉴질랜드는 인천∼오클랜드 노선 운항을 3월 8일∼6월 30일 중단한다고 24일 밝혔다. 최근 일본항공, 싱가포르항공, 베트남항공, 타이항공 등 아시아권 항공사의 한국 노선 중단 및 감편이 있었으나 서구권에선 에어뉴질랜드가 처음이다. 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신나리 기자}
이스라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한국인과 한국에서 14일 이상 체류한 외국 국적 관광객의 입국을 전격 금지했다. 23일(현지 시간) 주이스라엘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한국에 감염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이유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23일까지 이스라엘에 성지순례를 다녀온 한국인 중 2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스라엘 정부는 일본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전날 오후 7시 55분경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여객기 승객 188명 중 이스라엘 국적자 11명만 내리고 한국인 130명 등 승객 177명과 승무원들은 2시간 뒤 인천으로 되돌아왔다. 이스라엘을 포함해 한국인 입국을 금지한 국가는 5곳으로 늘었다. 외교부에 따르면 앞서 21일 바레인, 키리바시, 사모아, 아메리칸사모아 등 4곳이 한국인 입국 금지 결정을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 또 한국 국민에 대해 자가 격리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나라는 영국, 브라질, 브루나이, 투르크메니스탄 등 정부가 파악한 국가만 총 8곳이다. 부산 주재 중국 총영사관은 23일 오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식 계정의 긴급 알림을 통해 “아직 (한국) 학교로 오지 않은 중국 유학생들은 한국에 오는 것을 연기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중국 국민의 한국 방문 보류를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 총영사관 측은 “대구와 경북도의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심각해 많은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으로 돌아오면 직면할 위험이 비교적 크다”며 이같이 안내했다. 또 미국 국무부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2일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각각 2단계로 격상했다. 대만 ‘중앙 유행전염병 상황 지휘센터’도 이날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2급 ‘경계’ 단계로 격상했다. 베트남은 21일 외교부 영사국 명의를 통해 한국에 대한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신나리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이란 보건부는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가 8명, 감염자가 43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중동 지역에서 코로나19로 사망자가 나온 곳은 이란이 유일하다. 특히 중국을 제외한 국가 가운데 사망자가 가장 많은 데다 확산 속도도 빨라 중동에선 ‘이란발 코로나19’ 비상이 걸렸다. 이란에서는 19일 처음 코로나19 감염자 2명이 확인된 뒤 4일 만에 4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19일 처음 2명이 발생한 데 이어 8명까지 늘었다. 또 785명이 의심 증세를 보여 앞으로 확진자와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랍권 영문 매체인 앗샤르끄 알아우사트 등에 따르면 사이드 나마키 이란 보건부 장관은 “조사 결과 쿰에서 처음 사망한 환자는 정기적으로 중국에 다녀온 상인”이라고 밝혔다. 이란에서 사망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핵심 이유로는 미국의 오랜 경제 제재로 최신 의료기기와 약품 도입이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이란과 경제 및 인적 교류가 활발한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시아벨트’ 주변국들도 오랜 전쟁과 경제난으로 보건의료 인프라가 취약하다. 이로 인해 이란을 중심으로 한 시아벨트 국가들을 통해 중동 전역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일 캐나다에서는 이란을 방문한 적 있는 30대 여성의 감염이 확인됐다. 레바논에서도 21일 쿰에서 돌아온 45세 여성이 첫 번째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아랍에미리트(UAE)에선 22일 이란인 부부(70세, 64세) 관광객이 추가로 확진을 받아 전체 감염자 수가 13명으로 늘었다. 이처럼 이란발 코로나19 확산 현상이 나타나자 인접국들은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라크는 20일 이란행 항공 노선 운영을 중단하는 등 국경 이동을 금지했다. 쿠웨이트항공도 이날부터 이란행 항공 노선을 중단시킨 데 이어 21일에는 전세기로 이란 내 700명의 자국민을 대피시켰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임보미 기자}
중동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이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19일 발생했다. 전날까지 이란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있다는 사실도 전하지 않았지만, 이날 오후 2명의 감염자가 있다고 발표했고 4시간 뒤 이들이 치료 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란 당국이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것을 숨겨오다 이를 갑작스럽게 발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란 관영 IRNA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란에서 숨진 코로나19 확진자는 2명 모두 이란 중부 도시 곰에 거주했다. 이란 보건부는 “사망자들은 60대 남성이고 최근 도시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정확한 감염 경로와 접촉자 수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사망자 중 한명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 화학무기 피해를 입어 평소에도 건강이 안 좋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코로나19 사망자 발표를 계기로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대응 역량과 정보 공개의 신뢰와 관련된 문제가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다. 지금까지 중동에선 아랍에미리트(UAE)에서만 9명의 감염자가 확인됐고 이 중 3명은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처럼 확진자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적은 건 대응을 잘해서가 아니라 보건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진단의 어려움과 정부 당국의 불투명한 정보 공개 때문이라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이집트는 14일 “아프리카 국가로는 처음 확인했던 코로나19 감염자가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동으로 진행한 수차례의 정밀검사를 진행한 결과 최종적으로 ‘음성’으로 판정됐다”며 기존 발표를 번복해 대응 역량에 대한 의심을 키웠다. 또 이집트 주재 각국 외교공관들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이집트 정부의 발표가 너무 더디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12일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정착촌 건설에 관여한 에어비앤비, 알스톰, 부킹닷컴 등 기업 112곳의 명단을 발표했다. 유엔과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정착촌 건설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향후 불매운동 등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OHCHR가 발표한 기업에는 모토로라 솔루션스, JCB, 트립어드바이저, 익스피디아 등 유명 글로벌 기업이 다수 포함됐다. 112곳 가운데 이스라엘 기업이 94곳, 다른 6개 나라에 본사를 둔 기업이 18곳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 전쟁을 통해 서안지구를 점령했다. 유엔 등 대부분의 국제기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토대로 한 분쟁 해결책인 ‘2국가 해법’을 지지하며 서안 점령을 불법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 지역에 140여 개 정착촌을 세웠다. 이번 보고서는 2016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서안지구 등에서 활동하는 기업에 대한 조사를 결의한 데 따른 것이다. 민감한 서안지구 내 기업 활동을 파악하는 건 쉽지 않았다. 법적 효력이 없는 단순 실태 파악을 하는 데도 공식 발표까지 4년이나 걸렸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과 국제 유대인 로비 그룹의 집요한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가 공개된 뒤 팔레스타인과 국제인권단체들은 환호한 반면 이스라엘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리야드 알 말리키 외교장관은 페이스북에 OHCHR의 기업 명단 발표를 “국제법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OHCHR는 “언급한 기업들에 대한 사법적 혹은 준사법적 절차를 주장하는 게 아니다”라며 보고서에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민감한 사안인 만큼 명단에 오른 기업에 대한 불매(Boycott), 투자 회수(Divestment), 경제 제재(Sanction)를 펼치자는 ‘BDS 운동’이 거세질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거론된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 친(親)팔레스타인 움직임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에어비앤비, 부킹닷컴, 트립어드바이저 등 개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은 특히 타격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11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 한복판의 타흐리르 광장. 2011년 ‘아랍의 봄’ 시위 현장인 이곳은 ‘민주화 성지(聖地)’란 말이 무색하게 늘 경찰과 군인이 상주하고 있다. 2013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인 출신 압둘팟타흐 시시 행정부는 시위 재발 등을 우려해 광장에서의 자유로운 사진 촬영조차 금지하고 있다. 이 광장 주변에 대형 녹색 깃발이 휘날리는 사각형 건물이 있다. 다음 달 탄생 75주년을 맞는 ‘아랍판 유엔’ 아랍연맹(AL·Arab League) 본부다. 아랍권의 영향력 및 공동 이익을 늘리자는 취지로 설립됐고 1964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탄생에 기여했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아랍권을 대표하는 단체로 수십 년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최근 아랍연맹의 행보는 낡은 본부 건물 모습만큼 실망감을 안긴다. 국제기구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행사 개최나 정책 발표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이란 갈등, 리비아 내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노골적 친이스라엘 행보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도 아랍연맹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카이로 주재 외신 기자들도 “취재에 폐쇄적이다. 정기 기자회견도 제대로 안 한다”는 불만을 드러낸다. 웹사이트에는 영문 설명이 거의 없고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일도 잦다. 상당수 이집트인도 종종 기자에게 “카이로에 아랍연맹 본부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아랍연맹은 왜 75년 역사가 무색하게 힘 빠진 종이호랑이가 됐을까.○ 이집트 입김 강하고 GCC 출범으로 단결력 약화 1945년 3월 아랍연맹의 출범 당시 회원국은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등 6개국이었다. 현재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이슬람국가 대부분이 참여해 22개국으로 늘었다. 다만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자국민을 화학무기 등으로 잔혹하게 탄압해 ‘원년 멤버’ 시리아의 회원국 자격은 일시 정지됐다. 회원국 대표가 모두 참여하는 정기 이사회는 보통 연 1회 열린다. 현 수장은 이집트 외교관 출신의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사무총장(78). 2016년 7월부터 재직 중인 그를 포함해 역대 8명의 사무총장 중 7명이 이집트인이다. 이처럼 아랍연맹 내에서 이집트의 주도권이 강하다는 점은 내부 분열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우디 등 이슬람 원리주의 성향이 강한 회원국들은 이집트가 1979년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자 격렬히 반발하며 이집트를 연맹에서 추방했다. 1979∼1989년 아랍연맹 본부는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 있었다. 이 기간 사무총장을 지낸 튀니지 정치인 체들리 클리비 총장은 아랍연맹 역사상 유일한 비(非)이집트인 수장이다. 1989년 양측 갈등이 해소되면서 본부 역시 카이로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후에도 아랍연맹은 크고 작은 내분을 겪었다. 사우디, 요르단, 카타르, 모로코 등 왕정국가와 대다수의 공화정 국가들, 산유국과 비산유국, 친미 국가와 반미 국가는 물과 기름처럼 겉돌았다.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 때도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하게 입장이 나뉘었다. 특히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이 1981년 ‘걸프협력회의(GCC·Gulf Cooperation Council)’를 창설한 것은 아랍연맹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GCC 회원국들은 왕정, 산유국, 중동 국가라는 공통점을 지닌 데다 수가 적어 아랍연맹보다 단결된 목소리를 내는 데 용이하다.○ 트럼프의 친이스라엘 정책에도 무기력 아랍연맹의 무기력과 분열을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은 지난달 28일 트럼프 미 행정부가 공개한 ‘중동평화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주재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세기의 협상’이라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편만 드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 안에는 그간 국제사회가 금기시해 온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정착촌 인정 △팔레스타인 수도의 예루살렘 밖 설립 △팔레스타인 국방력 불인정 등이 담겼다. 성일광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원(한국이스라엘학회장)은 “이스라엘의 이익만 고려한, 사실상 팔레스타인을 완전히 무시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아랍연맹이 56년 전 PLO 탄생의 산파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에 거세게 반발해야 했다. 하지만 아랍연맹은 4일 후인 이달 1일 회원국 외교장관 회의를 열었다. 이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최소한의 권리와 열망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안’이라는 비판 성명만 내놨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할 때 바로 옆에서 환호하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모습과 대비됐다. 한 팔레스타인인은 기자에게 “기대도 안 했지만 아랍연맹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존재 이유를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이집트인은 “무능한 조직이다. 역대 사무총장이 대부분 이집트인이었다는 사실조차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이는 과거 ‘이스라엘 결사반대’를 외치던 상당수 회원국의 태도 변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한때 이스라엘을 원수로 여겼던 ‘수니파 맏형’ 사우디는 ‘시아파 맹주’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부쩍 밀착하고 있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논리에서다.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8년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 인터뷰에서 “이스라엘도 자기 땅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사우디의 공식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는 중동평화구상을 기획한 트럼프 대통령의 유대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친밀한 사이로도 유명하다. UAE, 카타르, 쿠웨이트 같은 나라 역시 반(反)이스라엘보다 왕정 체제 유지 및 탈(脫)석유화를 더 시급한 과제로 여긴다. 이들은 국토 면적이 넓고 각각 8000만 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 이란과 터키, 호시탐탐 중동을 노리는 러시아, 이슬람국가(IS) 등 테러단체의 난립에 맞설 안보 여건이 취약해 미국과 절대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위치다. 과거와 달리 일방적으로 팔레스타인 편을 들어주는 아랍 국가가 사라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팔레스타인도 자포자기 아랍연맹이 중동평화구상에 형식적으로만 반발하는 이유는 당사자 팔레스타인조차 극심한 내부 분열에 휩싸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팔레스타인은 요르단강 서안을 통치하는 PLO, 원래 PLO가 지배했지만 2007년부터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로 완전히 나뉘어 있다. 온건 중도 성향의 PLO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하마스는 대미(對美) 및 대이스라엘 노선에서 완전히 다른 성향을 보인다. 2004년 야세르 아라파트 전 PLO 수반이 숨진 후 팔레스타인을 대표할 만한 거물 정치인이 등장하지 않고 있는 것도 양측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팔레스타인이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부터 다양한 형태의 무장투쟁 및 외교전을 펼쳤지만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한 것도 팔레스타인을 넘어 아랍권 전반의 무력감과 패배의식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팔 분쟁의 승패는 이미 결정됐다’, ‘무엇을 해도 안 된다’는 자괴감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2018년 5월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가 모두 성지로 꼽는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 역사를 상징하는 장소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팔레스타인과 아랍연맹 모두 대사관 이전을 저지하지 못했다. 한 팔레스타인인 대학교수는 “3월 이스라엘 총선에서 반아랍·극우 성향이 강한 네타냐후 총리 대신 중도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가 집권한다 해도 현 상황이 별로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냉혹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승패가 사실상 결정됐다는 의미다. 이세형 카이로 특파원 turtle@donga.com}
“대통령 자식이 중국 우한에 있다면 어떻게 할 겁니까.” 5일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서 눈물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 유학 간 가족을 둔 이들은 이렇게 외치며 가슴을 쳤다. 3일 프랑스국제라디오방송(RFI)과 AFP통신에 따르면 이들은 3일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이 특별기로 우한의 자국민을 철수시키는 게 쉽지 않다고 밝히자 이를 비판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23일부터 봉쇄 조치에 들어간 우한에는 세네갈 출신 13명이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세네갈 외에도 우간다, 짐바브웨, 잠비아, 수단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우한에 거주하는 자국민 송환을 사실상 포기했다. 특별기를 보낼 여건이 안 되는 가난한 이 나라들은 “중국 정부가 우리 국민을 잘 보호해 줄 것으로 믿는다. 국민들은 실내에 머물고 중국의 조치에 잘 따르라”고 발표했다. 자국민 철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아프리카 빈국들이 우한 내 자국민 철수에 소극적인 것은 열악한 보건의료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어렵게 우한에서 자국민을 데려와도 이들을 격리, 진단, 치료할 시설과 의료진이 부족하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시리아 반군의 마지막 거점인 이들리브주(州)에서 반군을 지원 중인 터키군과 시리아 정부군 사이에 교전이 벌어져 터키 군인 6명과 시리아군 13명이 사망했다고 3일 AP통신이 보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투기를 동원해 40여 곳을 공격했다.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에 보복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과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터키는 2일 탱크, 장갑차, 트럭 등 차량 200여 대를 동원해 시리아로 진입했다. 터키군은 시리아로 진입한 뒤 이들리브 남부로 이동해 주요 도시인 알레포와 라타키아를 연결하는 도로 인근 지역을 군사작전 구역으로 선포했다. 이들리브는 2018년 9월 각각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을 지원해온 러시아와 터키가 공격을 중단하기로 한 휴전 지역이다. 하지만 시리아 정부군은 협정을 깨고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해 반군을 격퇴하고 있다. 터키 정부는 시리아 정부군의 반군에 대한 공격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군사력을 포함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의 시리아 주민 상당수는 터키 국경으로 몰려들었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350만 명 이상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인 터키는 추가 난민 유입에 부정적이다. 또 반군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과 쿠르드족 민병대를 견제하길 희망한다. 한 터키 중진 의원은 알자지라에서 “이들리브에서 벌어진 교전으로 난민이 유입된다면 국경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2012년 세계 최초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를 발견한 이집트 바이러스 학자 알리 무함마드 자키 아인샴스대 의대 교수(67·사진)가 29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야생동물을 먹는 행위가 사라지지 않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같은 바이러스의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30년 넘게 바이러스를 연구한 그는 1994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뎅기열을 처음 진단하는 등 바이러스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자키 교수는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이 남아있는 중국과 서아프리카에서 각각 우한 폐렴과 에볼라가 발병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식습관을 바꾸고 불필요한 개척 작업을 줄여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 도시 개발, 농업과 목축 용지 확보를 위해 밀림을 파괴하는 현실을 우려했다. 자키 교수는 “밀림을 없애는 과정에서 사람과 가축 모두 야생 환경에 있던 다양한 바이러스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다. 경제적 이유로 개발을 완전히 멈출 수 없다면 최소한 위험 예방 교육 및 안전체계 구축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키 교수는 우한 폐렴이 최소 올해 여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사람 1명이 몇 명까지 전파시킬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확산 수치(reproduction number)’가 연일 상승세다. 세계 곳곳에서도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또 중동과 아프리카의 관문 역할을 하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폐렴 확진 환자가 발생한 만큼 중동에서 비교적 경제력이 우수한 UAE, 사우디 같은 나라들이 추가 전파를 막는 데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한 폐렴 같은 대규모 감염병 위기는 상대적으로 방역 체계가 취약한 개발도상국에서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자키 교수는 “한국처럼 보건의료 역량이 우수하면서 과거 위기를 겪은 나라들이 개도국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태 종식 후 체계적인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을 만든 뒤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를 통해 다른 나라들과 이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세계화 시대에 감염병은 단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의 공통 과제”라고 강조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