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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서 “위증했다”고 자백한 당사자와 이 대표 측이 위증 경위를 두고 공방전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18일 재판에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2018년 12월 이른바 ‘검사 사칭’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하는 김 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본인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이 대표의 변호인은 “이 대표가 (통화에서) ‘있는 대로 사실대로 안 본 걸 본다고 할 필요 없고’ 정도의 표현을 한 것을 기억하냐”고 김 씨에게 질문했다. 위증을 부탁한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다. 이에 김 씨는 “네”라면서도 “(이 대표와의) 통화 당시에는 (이 대표의 설명이 사실이 아니란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실관계를 알지 못했던 상황에서 이 대표 요구대로 증언했다는 것이다. 이날 증인신문은 김 씨와 이 대표가 서로 볼 수 없게 둘 사이를 칸막이로 가린 상태로 진행됐다. 김 씨가 ‘이 대표 앞에서 증언을 하는 것에 대해 신변 불안과 압박감을 느낀다’는 취지로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과 19일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의혹 재판, 22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등 이번 주에만 3차례 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이 무효가 됐을 때 선거보전금을 반환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1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박경철 전 익산시장이 청구한 공직선거법 제265조의2 1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8 대 1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박 전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으나 2015년 10월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이 확정돼 시장직을 잃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익산시 선거관리위원회는 박 전 시장이 돌려받은 기탁금 1000만 원과 보전받은 선거비용 1억114만 원을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당선 무효된 자는 반환·보전받은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하지만 박 전 시장은 이를 거부하며 2021년 10월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재산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선거 관련 비용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부담한다는 선거공영제 원칙에 반한다는 취지였다.헌재는 다수의견을 통해 “일정한 정도 이상의 선거범죄를 저지른 당선자에게 제재를 가함으로써 선거범죄를 억제하고 공정한 선거문화를 확립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박 전 시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이은애 헌재 재판관은 “기탁금을 반환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재산형을 부과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초래한다”며 기탁금 반환 부분은 위헌이라는 반대 의견을 냈다.공직선거법은 선거에 낙선한 사람도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선거보전금을 반환토록 하고 있다. 2022년 대선에서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민주당은 434억 원을 반납해야 한다. 다만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당선 무효자의 반환 조항에 대해서만 판단했을 뿐 낙선자의 반환 여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엔비디아에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납품하는 SK하이닉스의 한 핵심 연구원이 미국 후발주자 마이크론의 임원으로 이직한 사실이 밝혀지며 뒤늦게 법원이 이직에 제동을 걸었다. AI 구동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1위 주자인 SK하이닉스의 기술이 해외 경쟁사로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양분하던 HBM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던 마이크론은 지난달 말 두 회사를 제치고 차세대 HBM인 ‘HBM3E’ 양산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이 5세대 AI칩을 양산할 수 있게 된 것에는 핵심 인재 포섭을 통한 기술 확보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부장판사 김상훈)는 SK하이닉스가 전직 연구원 이모 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이를 위반하면 하루당 1000만 원을 SK하이닉스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 결정 당시 이 씨는 마이크론 본사에 임원 직급으로 재직 중이었다. 이 씨는 20년 넘게 SK하이닉스에 근무하며 HBM 설계를 주도했다.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2위인 SK하이닉스는 ‘챗GPT’에 필수적인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4세대 HBM ‘HBM3’를 납품하며 HBM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발돋움했다. 이 씨는 SK하이닉스 퇴직 무렵인 2022년 7월 전직금지 약정서와 국가핵심기술 등의 비밀유지 서약서를 작성했지만 이를 어겼다. 약정에는 마이크론을 포함해 전직금지 대상이 되는 경쟁 업체가 구체적으로 나열됐으며 전직금지 기간도 2년으로 명시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이 씨의 마이크론 이직 사실을 확인하고 법원에 전직금지 가처분을 냈다. 재판부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어 전직금지 약정이 유효하다고 봐야 할 만한 공공의 이익이 있다”며 “이 씨가 알고 있는 정보가 유출되면 마이크론이 동등한 사업 능력을 갖추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반면 SK하이닉스는 경쟁력을 상당 부분 훼손당해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결정 배경을 밝혔다. SK하이닉스 측 법정대리인은 “재판부가 채권자(SK하이닉스)가 청구한 이행강제금 1000만 원을 그대로 인용 판결했다는 것은 이 씨가 전직금지를 이행하지 않을 시 채권자가 입게 될 피해를 법원이 주의 깊게 보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최근 마이크론이 주류 모델인 4세대 HBM을 건너뛰고 5세대로 직행해 세계 최초 양산에 돌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유출된 기술을 통해 빠른 시간 내에 기술 격차를 좁힌 것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50%), 삼성전자(40%), 마이크론(10%) 순이었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지난달 말 차세대 AI 반도체용 메모리인 HBM3E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도 단계라는 것이 있는데 고난도 기술을 하루 아침에 확보하긴 어렵다”며 “하지만 외부로부터 각종 기술 수혈을 받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마이크론도 인재 영입을 통해 단기간에 캐치업(따라잡기)을 하려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며 첨단 산업에서 핵심 인재 포섭을 통한 기술 유출 시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법원이 전직금지 약정서에 대한 구속력을 높이는 분위기는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기업도 인재 유출에 대한 강도 높은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사법부도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강한 처벌을 내려주는 분위기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SK하이닉스가 미국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연구원을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됐다.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부장판사 김상훈)은 SK하이닉스가 전직 연구원 이모 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이를 위반하면 1일당 1000만 원을 SK하이닉스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 씨는 현재 마이크론 본사에 임원 직급으로 입사해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재판부는 “직업선택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에 속하지만 영업비밀이나 노하우 등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존재할 경우 합리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기술은 산업기술보호법에 지정된 국가핵심기술로 전직 금지 약정이 유효하다고 보이는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밝혔다.재판부는 이 씨가 SK하이닉스에서 일하면서 얻게 된 정보가 유출될 경우 마이크론이 동종분야에서 SK하이닉스와 동등한 사업능력을 갖추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상당기간 단축할 수 있다고 보았다. 반면 이로 인해 SK하이닉스는 업계 경쟁력을 상당부분 훼손당하는 일이 되어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이 씨는 SK하이닉스에 입사해 메모리연구소 설계팀 주임연구원, D램설계개발사업부 설계팀 선임연구원, HBM사업 수석, HBM 디자인부서의 프로젝트 설계 총괄 등으로 근무하며 D램과 HBM 설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가 2022년 7월 26일 퇴사했다.이 씨는 SK하이닉스 근무 당시인 2015년부터 매년 ‘퇴직 후 2년간 동종 업체에 취업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정보보호서약서를 작성했고, 퇴직 무렵인 2022년 7월에는 전직금지 약정서와 국가핵심기술 등의 비밀유지 서약서를 작성했다.전직금지 약정에는 마이크론을 포함해 전직금지 대상이 되는 경쟁업체가 구체적으로 나열됐으며 전직금지 기간도 2년으로 명시됐다. 그러나 퇴직 후 이 씨가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사실을 확인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4일 법원에 전직금지 가처분을 냈다.SK하이닉스 측 법정대리인은 “채권자가 채무자 개인에게 간접강제금액으로 1일 당 1000만 원을 청구하는 것은 보통 최대치라 재판부는 이보다 적은 금액인 수십~수백 만원 수준에서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대다수다”라며 “1000만 원을 그대로 인용 판결했다는 것은 김 씨가 전직금지를 이행하지 않을 시 채권자(SK하이닉스)가 입게 될 피해를 법원이 주의 깊게 보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김 씨의 전직금지 약정이 5개월 정도 남은 상황에서 가처분이 받아들여진 것에 대해 관련 업계에선 “전직금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을 경우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는 경우도 있는데 1일 당 1000만 원의 이행 강제금까지 내려진 것은 그만큼 법원도 반도체 기술, 특히 HBM 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한편 SK하이닉스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기까지 약 7개월이 걸렸는데, 이는 소환장 등이 외국에 있는 이 씨 측에 송달되지 않으면서 심문기일이 잡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16일에 이르러서야 소환장이 이 씨 측에 전달됐고, 넉달가량 심리를 진행하고 지난달 7일에야 심리가 종결된 것이다.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가처분 신청 사건은 1개월가량 내에 신속하게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송달자체가 늦어지면 법원에서도 진행이 쉽지 않다. 기술유출 관련 전직금지 가처분의 경우 해당 근로자가 다루던 기술이 실제 보호 대상인지를 따지는데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라 재판부가 심리에 신중을 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76·사법연수원 2기)이 로펌에 합류한다. 5일 법무법인 클라스한결은 “양 전 대법원장이 합류하기로 했고, 현재 행정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조만간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 신청 등의 절차를 거친 뒤 클라스한결에서 고문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클라스한결은 중견 로펌 클라스와 한결이 합병해 출범한 통합 로펌이다.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기소된 박병대 전 대법관(67·12기), 고영한 전 대법관(69·11기)도 현재 각각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 9월 취임한 양 전 대법원장은 6년의 임기 동안 박, 고 전 대법관 등을 통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2019년 2월 구속 기소됐다. 당시 사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에 청와대 등의 지원을 받기 위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등에 개입하는 등 재판을 로비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올해 1월 26일 1심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47개 범죄 혐의 모두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해 항소심은 서울고법 형사14-1부(재판장 박혜선)가 심리 중이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육아와 가사 때문에 그만두겠습니다.” 삼성전자에서 5세대(5G) 이동통신용 반도체 개발팀을 이끌던 손모 씨는 2022년 8월 회사에 이런 이유를 대며 사표를 냈다. 하지만 그해 9월 손 씨는 퇴사한 뒤 나흘 만에 미국 경쟁사 퀄컴으로 이직했다. 삼성이 뒤늦게 이 사실을 파악해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미 손 씨가 이직한 지 6개월 뒤였다. 손 씨가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기술 유출 우려로 미국 퀄컴 및 자회사 등 관련 회사에 이직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받은 건 지난해 11월, 이직 후 1년 2개월 만이었다. 핵심 기술을 넘기기엔 충분한 기간이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며 국내 대기업의 핵심 기술 인재를 포섭하려는 해외발 기술 유출 시도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퇴사자들이 ‘육아’ 또는 ‘협력사 이직’ 등으로 위장하는 탓에 기업이 해외로의 이직 사실을 알아차리긴 어렵다. 뒤늦게 이직 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더라도 법원 결정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상황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기술 전문 인력을 지정해 관리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협력사로 갑니다” 알고 보니 해외 경쟁업체로 3일 본보가 국내 대기업이 제기한 해외 전직 금지 가처분 사건에 대해 지난해 법원이 판단한 결정문 3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문제가 된 직원들은 모두 거짓말로 둘러대고 해외 경쟁사로 이직했다. 직원이 퇴사한 후 법원이 ‘이직 금지’ 결정을 내리기까지 7∼14개월 걸렸다. 한 대형 로펌 소속 노무 전문 변호사는 “기업 입장에서 해외 이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가처분 소송뿐”이라며 “일반적인 가처분 소송들은 보통 2, 3주 안에 끝나는데 전직 금지 가처분은 재판부가 판단에 신중을 기한다며 수개월에서 1년 넘게 잡기도 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사업전략팀장이었던 추모 씨는 회사에 “협력업체에 이직하기로 했다”며 지난해 5월 퇴사했다. 하지만 추 씨가 LG디스플레이 고객사에 “제가 (중국 후발업체) TCL로 이직했고 곧 인사드리겠다”고 연락하면서 해외 이직 사실이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추 씨가 퇴사한 뒤 4개월 뒤에야 법원에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법원의 이직 금지 결정은 퇴사 후 7개월 뒤에 나왔다. LG디스플레이 해외 법인장으로 일하면서 각종 판매 및 기술정보를 관리하던 김모 씨는 “자녀 교육 문제, 노후 대책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지난해 1월 퇴사했다. 하지만 역시 고객사에 “TCL로 이직한다”고 알렸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5월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8월에야 이직 제한 결정을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 이직한 직원이 해외 경쟁사로 갔는지 그곳에서 뭘 하는지 아는 게 정말 쉽지 않다”며 “경쟁사의 관계사나 손자회사 같은 곳으로 가면 더더욱 추적도 어렵고 법망을 피하기 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가처분 소송에서 이긴다 해도 법원이 전직 제한 기간을 1, 2년밖에 두지 않기 때문에 이미 전직 제한 기간이 소용없게 돼 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수도권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기술 유출 관련 전직 금지 가처분의 경우 해당 근로자가 다루던 기술이 실제 보호 대상인지를 따지는 데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라 재판부가 심리에 신중을 기해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정부 인력관리 제도 감감무소식 이날 양향자 개혁신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8월 “(지난해) 12월까지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른 전문 인력을 지정하고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들은 ‘전문 인력’으로 지정된 직원을 대상으로 비밀 유출 방지, 해외 이직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기술보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전략기술의 해외 유출이 우려되면 정부에 해당 전문 인력의 출입국 정보 제공을 신청해 받을 수도 있지만 답보 상태다. 앞서 정부는 2021년 12월에도 국가 핵심기술 인력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서 출입국 모니터링 등 이직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해당 제도 역시 개인정보 및 직업 자유의 침해 등 문제로 여전히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업계 의견 수렴 및 신청 절차를 거쳐 올 상반기(1∼6월) 내 전문 인력을 1차 지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미적거리는 한국과 달리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세계 1위 TSMC를 보유한 대만은 인재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핵심 기술 보유자가 중국을 방문할 때는 반드시 심사 및 허가를 받도록 한다. 이를 어기면 최대 1000만 대만달러(약 4억2000만 원) 벌금이 부과된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부 교수(변호사)는 “미국도 지속적으로 관련 법안을 개정하고 정보·수사 기관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등 인재·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제도 정비를 활발히 하고 있다”며 “일본 역시 마찬가지이고 전 세계 각국이 특히 중국을 겨냥한 대응에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은 “기술 유출은 대부분 인력 유출에서 시작되는 만큼 국가 경쟁력 보호를 위한 인재 관리는 핵심 중에 핵심”이라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항소심 재판이 4·10총선 이후로 연기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항소심 재판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는 당초 7일 열기로 했던 공판을 다음 달 25일로 변경했다. 지난달 법원 정기 인사로 재판부 구성이 변동된 것과 관련해 권 전 회장 측이 공판 갱신 절차와 쟁점 설명 등에 필요한 시간을 보장해 달라며 기일 변경을 요청했는데, 재판부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 등과 모의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 전 회장은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받았다. 야권은 검찰이 부실하게 수사했다며 특검법을 발의했고, 특검법은 지난해 12월 28일 여당이 불참한 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특검법은 국회로 돌아왔고 지난달 29일 부결되면서 폐기됐다. 법조계에선 이 재판이 현재 증인신문을 진행하고 있는 데다 다음 공판까지 한 달 이상 미뤄진 만큼 항소심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더 걸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항소심 재판이 4·10총선 이후로 연기됐다.3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항소심 재판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는 당초 7일 열기로 했던 공판을 다음 달 25일로 변경했다. 지난달 법원 정기 인사로 재판부 구성이 변동된 것과 관련해 권 전 회장 측이 공판 갱신절차와 쟁점 설명 등에 필요한 시간을 보장해달라며 기일 변경을 요청했는데, 재판부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른바 ‘주가조작 선수’ 등과 모의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 전 회장은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김 여사 명의의 계좌 3개가 시세 조종에 동원됐다고 인정했고, 야권은 특검법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특검법은 국회로 돌아왔고 지난달 29일 부결돼 폐기됐다.법조계에선 이 재판이 현재 증인 신문을 진행하고 있는데다 다음 공판까지 한 달 이상 미뤄진 만큼 항소심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더 걸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등 사건의 항소심을 맡은 재판부들이 새 사건을 배당받지 않고 두 사건을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방안이 서울고법에서 검토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방안이 공식화되면 1심에서 각각 1810일, 1252일이 걸려 전부 무죄가 선고된 두 사건이 항소심에선 상대적으로 1심보다 빠르게 결론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재판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4-1부(재판장 박혜선)는 최근 신규 사건 배당 중지를 법원에 요청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가 배당 중지를 공식적으로 요청하면, 법원은 재판장 회의 등 의견 수렴을 거쳐 배당 중지 여부와 범위 등을 결정하게 된다. 이런 논의가 시작된 건 사법농단 사건의 경우 1심에서 넘어온 수사·증거·공판기록 등 분량이 책 500권, 약 25만 쪽에 달하기 때문이다. 통상 법원에서는 특정 사건의 기록 분량이 100권을 넘어가면 담당 재판부에 새 사건 배당을 4차례가량 면제해 주는 방식으로 부담을 나눈다. 그런데 양 전 대법원장 등 사건은 분량이 이보다 많아 더 폭넓은 범위의 배당 면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등 사건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에 추가 배당을 중지할지도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이 사건 기록 분량은 약 970권, 48만5000쪽에 달한다고 한다. 기록을 재판부 사무실에 다 쌓아두지도 못해 별도 공간까지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과 이 회장의 경우 1심에서 모두 전부 무죄를 선고받아 구속 기간에 대한 부담은 덜하지만, 역대 최대 수준의 기록 분량을 가진 사건이 온 만큼 재판부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재판부에 새 사건 배당이 중단되면 1심에 비해 속도감 있게 항소심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도 두 사건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며 “항소심에서는 주요 쟁점과 법리를 중심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판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7년 서울중앙지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1심 재판부에 신건 배당을 중단하고 1주일에 4회씩 재판을 진행하기도 했다.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사건 담당 재판부 역시 신건 배당을 중단하고 집중 심리를 진행한 바 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자전거로 퇴근하다가 사고를 당했어도 교통법규를 위반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정상규)는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중 사고로 사망한 강모 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재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서울시에서 공원 관리업무를 담당하던 강 씨는 2020년 서울 강동구의 한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 보행자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과 부딪혔다. 이 충돌로 강 씨는 뇌출혈을 일으켜 이튿날 사망했다. 그는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를 줄이거나 일시 정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복지공단은 도로교통법을 어겨서 일어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며 유족급여 등을 주지 않았다. 유족이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섰지만 법원은 공단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강 씨가 업무로 인한 통증, 치료의 시급성으로 사고를 일으켰다고 보기 어렵고, 사고는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이므로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2022년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57화입니다.“결국 피고인(김인섭)은 이재명, 정진상 등 성남시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인 이 사건 사업 관련 인허가 사항 등의 알선에 관하여 정바울로부터 합계 약 74억 5000만 원의 현금과 액수 미상의 함바식당 사업권 상당의 이익을 수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알선수재’ 혐의 1심 판결문에 나온 재판부 소결.이달 1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기소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사건 중 처음으로 1심 결론이 나왔습니다. 결과는 유죄.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71)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하고, 63억5700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습니다. 김 전 대표는 2014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와 관련한 알선의 대가로 부동산 개발업체 아시아디벨로퍼 정바울 회장에게서 77억 원을 수수하고, 5억 원 상당의 함바식당 사업권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에 백현동이 무슨 상관? 이라고 의문을 가지실 독자분들이 있을수 있어 설명을 간단히 드리자면, 대장동과 위례·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민간업자들에 사업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됐다는 혐의로 결이 비슷합니다. 실제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의혹과 관련해 민간업자들에 특혜를 몰아주고 성남시에 수천 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김동현)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김 전 대표에 대한 이번 1심 판결은 대장동·위례·백현동 의혹의 본류 재판 흐름을 읽는데 도움이 될 단서들을 담고 있는 셈입니다. ●법원, “백현동 로비스트 -李 특수관계”김 전 대표의 이번 재판에서는 백현동 개발과정에서 진행된 용도지역 변경이 실제로 위법한 것이었는지 등에 대한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알선의 대가로 금품, 이익을 수수한 이상 피고인의 알선이 부정한 것인지 여부, 성남시의 용도지역변경 등이 위법한 것인지 여부, 피고인의 알선으로 인해 성남시의 용도지역변경 등이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 등과 관계없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알선수재)죄는 성립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김 전 대표와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 이 대표의 관계를 ‘특수관계’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는) 이재명의 선거를 지원하며 이재명, 정진상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게 됐다”며 “성남시 공무원들도 이러한 특수 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정 대표 역시 이들의 특수 관계를 알고 청탁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의 역할은 정 전 실장에게 청탁하는 알선 청탁 행위라는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고, 성남시 도시계획과 팀장이 정 전 실장으로부터 “(김 전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잘 챙겨줘야 한다. 잘 챙겨봐 달라”는 말을 들었다는 사실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에게 중형을 선고하며 “피고인은 성남시 공무원의 직무인 부동산 개발사업에 관한 각종 인허가를 알선하고 현금과 함바식당 사업권을 수수해 공무원 직무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사업에 대한 전문성 없이 지방 정치인이나 성남시 공무원과의 친분만을 이용해 여러 차례 알선하고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거액을 수수해 죄책이 무겁다”고 양형이유를 밝혔습니다.● 대장동 주변인들 연달아 ‘유죄’법조계에서는 이번 1심 판결이 이 대표의 관련 재판에도 불리하게 작용할수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앞서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이 대표의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1심 판결에 이어 이번 판결에서도 법원이 성남시 핵심 관계자들과 민간업자들의 유착관계 등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김 전 부원장이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6억7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를 인정해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 원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재판부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비정상적 정치적 개입을 통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설립됐고, 공사가 민간업자들 이권 개입의 통로가 됐다”며 “(대장동)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이 민간업자들에게 귀속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판사 출신으로 이 대표와 같은 민주당 소속이던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은 22일 탈당을 선언하며 “지난주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법원이 증인신문과 증거 등을 바탕으로 성남시 핵심 관계자들과 로비스트의 특수관계를 인정했는데,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정말 특혜 의혹과 관련 없었다고 할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총선 앞두고 재판출석 부담 호소한 李총선 준비와 맞물리며 이 대표의 재판 출석 부담은 더해가는 모습입니다. 이 대표 측은 이달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심리로 진행된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의혹 공판 준비기일에서 다음달 19일 재판에 출석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예외를 둘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이날 재판부는 법관 정기인사로 재판부 배석판사 2명이 바뀐데 따른 공판갱신 절차를 27일과 다음달 12일 진행하고, 이어지는 19일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 대한 증인신문을 곧바로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이 대표의 변호인은 다음달 19일 재판에서 이 사건의 또다른 피고인인 정 전 실장과 이 대표를 분리해 진행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정 전 실장과 관련된 증인신문에 출석하지 않게 해달라는 취지였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재명 피고인도 무관하다고 볼 수 없어서 정 전 실장과 분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 측이 “(불출석은) 방어권을 포기한다는 의미이지만, 오히려 저희가 원한다”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원칙대로 하는 게 맞다. 피고인 측 사정을 고려하기는 어렵고 분리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한편 올해 법원 정기 인사이동에 따른 사무분담안이 최근 확정되면서 대장동 관련 재판들의 재판부 구성도 일부 바뀌었습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는 재판장이었던 강규태 부장판사가 사표를 내고 법원을 떠나게 되면서 한성진 부장판사로 재판장이 교체됐습니다.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배임·뇌물 의혹 재판을 심리 중인 형사합의33부 재판장은 김동현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30기)가 그대로 맡고,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민간업자 5인방의 대장동 본류 재판을 심리하는 형사합의22부 재판장은 조형우 부장판사(49·32기)로 교체됐습니다.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2심 재판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13부의 재판장은 백강진 부장판사(55·23기)가 맡게 됐습니다. 재판부 인원 변동에 따라 당분간 기존 공판 내용에 대한 공판갱신절차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가 21일 확정됐다. 두 사건 모두 고법판사로만 이루어진 대등재판부에 배당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고법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이 피고인인 사법농단 사건 항소심 재판은 21일 서울고법 형사14-1부(재판장 박혜선)로 배당됐다. 임 전 차장의 항소심 재판은 형사12-1부(재판장 홍지영)가 맡게 됐다. 두 재판부 모두 고법 부장판사 없이 고법판사 3명으로만 이뤄진 대등재판부다. 법원 안팎에선 사법농단 사건의 무게감을 감안했을 때 두 사건이 대등재판부에 배당된 것은 이례적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은 14일, 임 전 차장 사건은 16일 서울고법에 접수됐는데, 정기인사에 따른 새 사무분담안이 19일 시행됐음에도 두 사건은 21일 오후에야 배당이 완료됐다. 한 고법부장판사는 “무게감이 있는 사건들은 고법부장판사가 맡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양 전 대법원장 등과 근무연이 있거나 개인적 인연이 있는 판사들을 감안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판사들이 사건을 맡지 않도록 제외하다 보니 배당이 늦어졌고, 결국 대등재판부가 맡게 됐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 당시 비서실장과 총괄재판연구관을 지낸 설범식 황진구 부장판사, 인사총괄심의관이었던 남성민 부장판사 등 서울고법에는 양 전 대법원장과 근무연이 있는 법관이 상당수 있다. 실제 서울고법은 19일 오후 수석부장판사 주재로 형사재판부 재판장들이 모여 1시간 30분 동안 간담회를 열고 두 사건의 배당 방식 등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간담회에서 재판장들은 형사재판부 판사 모두가 두 사건 피고인과의 인연이나 회피 사유 등을 적은 사유서를 20일 오전까지 수석부장판사에게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수석부장판사는 사유서를 확인한 뒤 피고인들과 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재판부는 배당 후보군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고, 나머지 재판부를 대상으로 법원 전산시스템을 통해 무작위로 사건을 배당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대한 공정한 절차를 밟아 ‘배당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개발 전략을 퇴직자 교육자료인 것처럼 위장해 유출한 전직 직원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종민 판사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현대차 전 직원 A 씨(65)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현대차에서 신규 개발 차량 섀시 설계·개발 업무 등을 담당하며 35년간 근무한 A 씨는 2019년 정년퇴임한 뒤 자동차 부품 업체를 거쳐 2021년 중국 전기차 업체로 이직했다. 그는 퇴직을 한 달 앞둔 2019년 11월 현대차의 전기차 개발 전략이 담긴 제품안을 문서로 출력해 집으로 가져가는 등 9차례에 걸쳐 영업비밀을 외부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차는 2021년 ‘아이오닉5’(프로젝트명 NE)를 시작으로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추진하면서 해당 제품안을 극비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회사 보안팀 감시를 피하기 위해 ‘NE 제품안 2차…(190320).pptx’ 파일명을 ‘사회공헌.pptx’로 변경해 퇴직자 교육자료로 위장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유출 행위 자체로 회사에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혔다고 볼 수 있어 죄책이 무겁고 사안이 중하다”면서도 “영업비밀을 제3자에게 유출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실질적으로 취득한 이익이나 회사가 입은 손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반도체 등 산업기술을 유출한 범죄자를 처벌할 땐 실제 피해뿐 아니라 ‘피해 가능성’까지 고려해 가중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16일 오후 대법원 대강당에서 지난달 18일 의결한 지식재산·기술 침해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고 이런 의견을 수렴했다. 수정안은 신설된 ‘국가핵심기술 등 국외 침해’ 조항에서 최대 징역 18년형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기존엔 최고 형량이 징역 9년에 그쳤던 산업기술 해외 유출 범죄에 대해 징역 15년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양형위의 수정안을 더욱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언했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부 교수는 산업기술 등 침해 행위에 대한 형량 가중요소로 포함된 ‘심각한 피해’와 관련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해 발생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큰 경우’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최 교수는 “(피해) 금액뿐 아니라 인적·물적 설비 투입 수준까지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에선 지식재산·기술침해 범죄의 피해를 계산할 때 정량적 요소를 넣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성준 산업통상자원부 기술안보과장은 “지식재산·기술 침해 범죄의 양형 가중인자에 ‘상당한 정도의 기술 유출’ 등 보다 정량적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핵심기술 등 국외 침해 양형기준의 상한을 12년까지(최대 18년)로 설정한 것에 대해서도 “형법상 유기징역 상한(최대 50년)에 비해 낮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양형위는 공청회 의견 등을 종합해 다음 달 25일 해당 양형기준 개정안을 확정한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재판장을 맡을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올해 사무분담안을 확정해 공지했다. 사무분담안에 따르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고 있는 형사합의34부 재판장은 한성진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 30기)가 배치됐다. 한 부장판사는 2011년 국제인권법연구회에 가입해 현재도 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 부장판사는 연구회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성향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고, 경력 등을 감안했을 때 중요 사건이 배당되는 형사합의34부를 맡을 적임자라는 판단이 나왔다고 한다.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 등을 심리 중인 형사합의33부 재판장은 김동현 부장판사(51·30기)가 그대로 맡는다.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는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명에서 4명으로 늘어난다. 김미경(49·30기), 김석범(53·31기), 신영희(52·32기), 남천규(49·32기) 부장판사가 앞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맡는다. 법원 관계자는 “지난해 영장 청구 건수가 30%가량 늘어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유창훈 부장판사(51·29기)는 민사단독 재판부로 자리를 옮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치적 성향이 담긴 글을 게시해 지난해 11월 ‘엄중 주의’ 처분을 받았던 박병곤 판사(39·41기)는 형사단독 재판부를 계속 담당한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최대한 재판부의 안정 운영에 초점을 뒀고, 성별·출신 등을 두루 고려했다”고 밝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은주 전 정의당 의원에게 기소 3년 4개월 만에 당선무효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이 지난달 25일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의당 비례대표 후순위자가 의원직을 이어받으면서 정의당은 6석을 유지하게 됐다.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5일 이 의원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공직선거법 위반죄, 정치자금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이 전 의원은 2019년 9∼11월 서울교통공사 노조원 77명으로부터 정치자금 312만 원을 위법하게 기부받고, 음식 등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2020년 10월 불구속 기소됐다.이 전 의원은 재판이 3년 이상 이어지면서 임기의 90%가량을 채운 뒤 사퇴할 수 있었다. 이 의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고 재판부가 받아들이면서 헌법재판소 선고까지 재판이 1년 가까이 중단되는 등 1심만 2년 2개월이 걸렸다. 2심도 선고까지 11개월 걸렸다.현역 의원이 사퇴하려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이 의원은 비례대표 승계 마감 6일 전인 지난달 24일 국회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다음 날 여야는 사퇴안을 처리해줬다. 이어 의원직이 후순위인 양경규 의원에게 승계되면서 ‘꼼수 사퇴’라는 지적이 나왔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재판장을 맡을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맡는 영장전담판사는 3명에서 4명으로 1명 늘어난다.1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올해 사무분담안을 확정해 공지했다. 사무분담안에 따르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고 있는 형사합의34부의 재판장은 한성진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 30기)가 배치됐다. 한 부장판사는 2011년 국제인권법연구회에 가입해 현재도 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인 국제인권법연구회는 법원 내 대표적인 진보성향 연구 모임이다.다만 한 부장판사는 연구회 활동에는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판결 역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성향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고, 경력 등을 감안했을 때 중요 사건이 배당되는 형사합의34부를 맡을 적임자라는 판단이 나왔다고 한다.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을 심리 중인 형사합의33부 재판장은 김동현 부장판사(51·30기)가 그대로 맡는다. 대장동 본류 재판을 심리하는 형사합의22부는 조형우 부장판사(49·32기)로 교체된다.서울중앙지법의 영장전담판사는 모두 교체되면서 3명에서 4명으로 증원됐다. 김미경(49·30기), 김석범(53·31기), 신영희(52·32기), 남천규(49·32기) 부장판사가 영장실질심사를 맡는다. 법원 관계자는 “지난해 수사기관의 영장 청구 건수가 30%가량 늘어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유창훈 부장판사(51·29기)는 민사단독 재판부로 자리를 옮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치적 성향이 담긴 글을 게시해 지난해 11월 ‘엄중 주의’ 처분을 받았던 박병곤 판사(39·41기)는 형사단독 재판부를 계속 담당한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최대한 재판부의 안정 운영에 초점을 뒀고, 성별·출신 등을 두루 고려했다”고 밝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법원이 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56)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하면서 “부정한 수단이나 위계(속임수)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으로 8일 나타났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 합병이었다는 검찰 논리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법원은 위법 증거 목록에 판결문 152쪽을 할애하며 위법적 증거 수집도 지적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며 항소했다. 8일 동아일보가 확인한 A4용지 1614쪽 분량의 이 회장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이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당한 개입을 유도해 합병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 “이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이나 계획, 기교를 사용하거나 합병 거래를 목적으로 위계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및 삼성그룹 승계만이 합병의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사업적 목적 또한 합병의 목적”이라고 했다. 삼성물산 차원에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나선 점을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검찰이 기소 직전 추가한 업무상 배임 혐의에도 “추상적 가능성으로는 손해가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부당 합병으로 주주들이 이익을 볼 수 있었던 기회를 잃었다는 입장이지만, 재판부는 “합병을 통한 그룹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안정화는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검찰이 압수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서버 등에 대해선 “적법한 선별 절차를 거치지 않아 영장주의 원칙을 침해했다”며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 부정과 부정 거래행위에 대한 증거 판단, 사실 인정 및 법리 판단에 관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며 항소했다. 이에 1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이 회장은 또다시 2심 재판정에 서게 됐다.법원 “삼성, 합병위해 대통령 개입 유도했다는 檢주장 인정 안돼”재판부, 이재용 판결서 檢주장 배척“주주 희생 합병으로 볼 수 없어시세조종 등 단정하기 어려워”檢 “법원과 견해차 크다” 항소 검찰이 8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56)의 전면 무죄 선고에 불복해 항소한 가운데, 법조계에선 “항소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동아일보가 확인한 이 회장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 “단정할 수 없다”며 검찰의 논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 판단과 법리 판단에 있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며 선고 사흘 만에 항소를 제기했다.● 法, ‘국정농단’과 합병 청탁은 관련 없어 법원은 이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통해 국민연금이 두 회사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과 이 회장의 단독 면담은 순서상 합병 주주총회 이후 있었던 만큼 이번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부당한 개입을 유도해 국민연금 의결권을 확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 합병 거래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고, 합병 거래를 목적으로 위계(속임수)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앞서 대법원은 이른바 ‘국정농단’ 재판 확정 판결에서 “이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그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은 미래전략실이 삼성물산의 의사를 배제하거나 의사에 반해 승계 작업 내지는 합병을 추진했다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두 회사의 합병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다는 혐의(업무상 배임)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배임은 검찰이 이 회장을 두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당시 다루지 않고 기소할 때 추가되면서 ‘기습 기소’라는 비판이 일었던 부분이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령에 따라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 비율이 정해진 이 사건 합병에서 검사가 주장하는 추상적 가능성만으로는 손해가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승계만을 위한 합병도 미전실만 나선 것도 아냐” 이번 사건 공소 사실의 시작은 이 회장이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해 미전실과 공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했다는 것이다. 당시 제일모직 주식 23.2%를 보유한 대주주였던 이 회장이 삼성전자 지분 4%를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2012년 12월 ‘프로젝트 G’ 문건 등 삼성 내부 문건들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법원은 “프로젝트 G 문건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유지·강화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보고서일 뿐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물산 주주를 희생시키는 약탈적 불법 합병 계획을 담고 있는 승계 계획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개별 회사의 사업상 필요성이나 시너지 등에 대한 검토는 사정을 잘 아는 소속 경영진 및 임직원들이 한 것으로 보이고 미전실이 지배구조 측면에서 필요성을 주로 검토했다”고 판시했다. 두 회사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 작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고, 미전실만 나선 것도 아니었다는 취지다. 법원은 ‘M사 합병추진안’에 쓰인 ‘주가관리’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해당 표현은 시장에서 종종 쓰이는 표현으로 시세조종, 주가조작을 계획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항소하자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10년 가까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검찰은 “1심 판결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심리가 진행된 만큼 항소심에서는 공판준비기일부터 주요 쟁점과 법리를 중심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판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59·경기 광주을·사진)이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돼 의원직을 잃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8일 임 의원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임 의원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선거 사무원 등 3명에게 총 120만 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2022년 9월 불구속 기소됐다. 8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하라고 지시한 혐의 등도 받았다. 임 의원은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지만 1, 2심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결에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 등에 관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박탈하도록 한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임 의원은 이날 의원직을 상실했다. 임 의원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초기부터 지원한 측근 그룹 ‘7인회’ 중 한 명으로, 민주당 경기도당 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관련 돈봉투 수수자로 거론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역구 건설업체 임원으로부터 개인 성형수술 비용 등 수천만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도 별도의 수사를 받고 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 합병 관련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한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핵심 증거들의 위법성을 지적하면서 판결문 끝에 152쪽을 할애해 ‘위법수집증거 목록’을 적시했다. 또한 압수된 서버와 관련해 검찰이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서 “별도의 선별 절차 없이 서버 자체를 압수한 것”이라고 적었다는 내용도 판결문에 담겨 있었다. 압수수색 절차상 필요한 선별 과정이 없었음을 검찰이 스스로 인지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동아일보가 이날 확인한 이 회장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검찰이 2019년 5월 7일 인천 연수구 소재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압수한 메인 및 백업 서버 등에 대해 “저장된 전자정보 일체를 선별 절차 없이 압수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당시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회의실과 1공장 통신실 바닥 밑에 설치된 메인 및 백업 서버, 외장하드 2대, 업무용 PC 26대 등을 압수해 재판 증거로 냈다. 그런데 검찰이 압수물 중 영장 내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들을 변호인 입회 상태에서 추려내는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아 위법하다고 법원은 본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검찰은 18TB(테라바이트) 규모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백업 서버 파일 778만 개를 통째로 압수한 후 이 중 혐의와 관련 있다며 임의로 고른 12개 폴더만을 변호인에게 보여줬다. 당시 폴더 이름은 ‘FT…ms’ ‘FT…fs’ ‘A-pjt’ 등으로, 제목만 봐선 영장 혐의사실과의 관련성을 알 수 없었다. 재판부는 “선별 절차 없이 전자정보를 압수한 후 피압수자 측에 제한적인 열람 기회만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2020년 12월 22일 제출한 의견서에서 “별도의 선별 절차 없이 서버 자체를 압수한 것”이라고 밝힌 것도 검찰이 폴더 12개를 임의로 추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이 2019년 5월 3일 삼성바이오에피스 직원을 긴급 체포하면서 주거지와 공용창고에서 압수한 네트워크 결합 스토리지(NAS) 서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선별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