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김윤종 부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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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먼 나라’ 같지만 한국의 미래상이 담겨있는 ‘이웃나라’입니다. 저와 함께 뉴스의 ‘배낭여행’을 함께 떠나실까요?

zozo@donga.com

취재분야

2024-10-26~202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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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 무너져 어린이들 깔리고, 임산부는 길바닥에… “전쟁 아닌 말살”

    만삭의 임신부들이 재가 날리는 길바닥에 누웠다. 산부인과병원은 쑥대밭이 됐다. 재로 덮인 침대에는 핏자국이 선명하다. 인근 어린이병원 건물도 파괴됐다. 파편에 다친 머리를 붕대로 감은 의료진들이 병실에서 남은 의료 기구를 옮겼다. 9일(현지 시간) 러시아군 군용기가 산부인과·어린이병원까지 폭격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지옥도였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마리우폴 시의회는 참상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하며 “러시아군이 의도적으로 산부인과·어린이 병원을 공격했다”고 규탄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후 가장 암울한 사건”이라고 전했다. 산부인과 병원 공습과 별도로 이날 마리우폴 도심에서는 지름 25m로 판 구덩이에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숨진 시신들 30~40구가 집단으로 묻혔다. 러 병원 폭격에 “어린이들 깔렸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병원까지 폭격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나. 어린이들이 건물 잔해에 깔려 있다”고 분노하면서 서방에 우크라이나 상공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거듭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이날 공습으로 17명이 다쳤고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 정확한 피해 상황은 여전히 확인 중이다. 교황청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세르히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침공 후 지금까지 최소 1207명이 숨졌다”며 “(러시아가)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 가동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며칠째 고립된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이 보급로도 끊어 식량과 의약품이 바닥나고 난방과 전기도 끊겨 신생아 3000여 명이 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마리우폴 40만 시민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규탄했다. 마리우폴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세력이 일부를 장악한 남동부 돈바스 지역과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잇는 ‘남부 회랑’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키이우 인근 지역 주민 야로슬라바 카민스카 씨는 미 CNN에 “밖은 총알과 포탄이 쏟아져 집에 숨어 지낸다. 이건 전쟁이 아니라 말살”이라고 절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민간인 공습을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의 인권 침해, 전쟁범죄 증거를 모아 공개하는 웹사이트 개설 계획을 발표했다고 BBC는 전했다. 이 증거들은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에서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러, 생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에 “러시아의 생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도 “러시아군이 (대량살상무기인) 진공폭탄용 다연장 로켓발사대를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날 “(러시아군이 점령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 이어 자포리자 원전에서도 핵물질 상태를 점검하는 원격 모니터링 통신이 두절됐다며 방사성 물질 누출을 우려했다. 10일 터키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회담이 열렸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반대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와 이에 따른 중립국 추진 등을 지렛대 삼아 합의점을 찾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메디카=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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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 수출 막힌 러, 국가부도 위기… “내달 15일 베네수엘라式 디폴트 전망”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에너지의 수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경제가 ‘국가 부도’(디폴트) 직전에 몰렸다. 피치,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는 모두 러시아의 국가신용 등급을 ‘부도 직전’으로 강등했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러시아가 역시 미국의 제재로 2019년부터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중남미 베네수엘라와 비슷한 형태의 부도를 낼 것으로 예측했다. 피치는 8일(현지 시간) 러시아의 등급을 기존 ‘B’에서 ‘C’로 6단계 강등하며 “서방의 제재와 무역 제한 등으로 러시아의 채무 상환 의지가 약화했다. 디폴트가 임박했다”고 평했다. ‘C’는 국가 부도를 의미하는 ‘D’ 등급의 직전 단계다. 피치는 앞서 2일에도 러시아 신용등급을 6단계 하향했고 이날 또 낮췄다. 불과 6일 만에 등급이 12단계 떨어진 셈이다. 6일 무디스 역시 러시아 등급을 부도를 뜻하는 ‘C’ 등급의 직전 단계인 ‘Ca’로 매겼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등급 역시 부도(‘D’)보다 불과 두 단계 위인 ‘CCC―’에 그친다. 피치와 무디스는 러시아 사업을 중단하겠다고도 밝혔다. 미 모건스탠리는 7일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식 부도를 맞을 가능성이 높으며 빠르면 다음 달 15일 부도가 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대선 부정선거 등을 이유로 2019년부터 베네수엘라와 국교를 단절하고 석유 수입을 금지했다. 이에 베네수엘라는 600억 달러가 넘는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다. 앞서 6일 JP모건체이스 역시 러시아가 이달 16일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크고 2분기(4∼6월) 성장률 또한 마이너스(―) 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 부도 위기가 높아지면서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미 달러당 75루블이었던 루블화 환율 또한 현재 140∼150루블대로 치솟았다. 이로 인한 달러 사재기가 극심해지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달 9일부터 9월 9일까지 6개월간 루블화의 외화 환전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러시아가 보유한 외환보유액은 6430억 달러다. 이 중 4000억 달러가 미국, 영국 등 서방 금융권에 있는 데다 대부분 경제 제재로 동결돼 사실상 사용이 어렵다. 설사 러시아가 16일 부도 위기를 넘긴다 해도 서방의 초강력 제재에 맞서기 위해 일부러 부채를 상환하지 않고 고의 부도를 낼 것이란 전망마저 등장했다.메디카=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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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 수입 금지에 …러시아, 국가부도 위기 고조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에너지의 수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경제가 ‘국가부도’(디폴트) 직전에 몰렸다. 피치,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는 모두 러시아의 국가신용 등급을 ‘부도 직전’으로 강등했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러시아가 역시 미국의 제재로 2019년부터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중남미 베네수엘라와 비슷한 형태의 부도를 낼 것으로 예측했다. 피치는 8일(현지 시간) 러시아의 등급을 기존 ‘B’에서 ‘C’로 6단계 강등하며 “서방의 제재와 무역 제한 등으로 러시아의 채무상환 의지가 약화했다. 디폴트가 임박했다”고 평했다. ‘C’는 국가 부도를 의미하는 ‘D’ 등급의 직전 단계다. 피치는 앞서 2일에도 러시아 신용등급을 6단계 하향했고 이날 또 낮췄다. 불과 6일 만에 등급이 12단계 떨어진 셈이다. 6일 무디스 역시 러시아 등급을 부도를 뜻하는 ‘C’ 등급의 직전 단계인 ‘Ca’로 매겼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등급 역시 부도(‘D’)보다 불과 두 단계 위인 ‘CCC-’에 그친다. 피치와 무디스는 러시아 사업을 중단하겠다고도 밝혔다. 미 모건스탠리는 7일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식 부도를 맞을 가능성이 높으며 빠르면 다음달 15일 부도가 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대선 부정선거 등을 이유로 2019년부터 베네수엘라와 국교를 단절하고 석유 수입을 금지했다. 이에 베네수엘라는 600억 달러가 넘는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다. 앞서 6일 JP모건체이스 역시 러시아가 이달 16일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크고 2분기(4~6월) 성장률 또한 마이너스(-) 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부도 위기가 높아지면서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미 달러 당 75루블이었던 루블화 환율 또한 현재 140~150루블대로 치솟았다. 이로 인한 달러 사재기가 극심해지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달 9일부터 9월 9일까지 6개월 간 루블화의 외화 환전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러시아가 보유한 외환보유액은 6430억 달러다. 이중 4000달러가 미국, 영국 등 서방 금융권에 있는데다 대부분 경제 제재로 동결돼 사실상 사용이 어렵다. 설사 러시아가 16일 부도 위기를 넘긴다 해도 서방의 초강력 제재에 맞서기 위해 일부러 부채를 상환하지 않고 고의 부도를 낼 것이란 전망마저 등장했다.메디카=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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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2세 “태어난 나라인 우크라, 피란민 도와야죠”

    “남의 일이 아닙니다. 내 일이에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김연아 씨(33)는 요즘 ‘다른 일’로 더 바쁘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폴란드 국경을 넘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돕는 일이 사업 못지않게 중요해졌다. 4일(현지 시간) 오후 화상으로 만난 김 씨는 “(지난달 24일 이후) 하루 평균 피란민 10명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란민의 임시 정착을 돕는 코디네이터로 일한다. 러시아어 폴란드어에 우크라이나어까지 하는 김 씨는 국경에 도착한 피란민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며 이들이 원하는 숙소, 거주지역, 교통편 등 각종 정보를 세심히 알려준다. “폴란드 친구들과 함께 국경으로 차를 몰고 가서 피란민을 태우고 폴란드 주요 도시로 옮겨주기도 해요.” 그의 도움을 받은 피란민은 7일까지 100가족이 넘는다. 자기 일처럼 피란민을 돕는 이유는 연아 씨의 뿌리와 연관이 깊다. 그는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 태어난 탈북민 2세다. 그의 아버지 김지일 씨(58)는 ‘북한의 천재’로 불렸다. 지일 씨는 김일성종합대 수학부를 졸업하고 1989년 우크라이나(당시 소련) 유학생으로 선발돼 하르키우대 수학물리학과를 다녔다. 이때 러시아어 전공 여학생 발렌티나 보즈코 씨(57·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둘은 곧 약혼하고 연아 씨를 낳았다. 1990년 북한에서 해외 유학생 귀국 명령이 떨어지자 지일 씨는 한국으로 귀순했다. 북한으로 돌아가면 아내와 딸을 영영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듬해 소련이 붕괴되고 가족은 서울에서 재회했다. 지일 씨는 선경(현 SK)에서 일하다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을 설립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와 한국을 오가며 어린 시절을 보낸 연아 씨는 영국 임피리얼칼리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한국영사관에서 일하기도 했다. 2016년 폴란드로 이주해 다국적기업에서 일하다 2년 전 부동산업을 시작했다. 연아 씨는 “아버지, 어머니 모두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너무 마음이 아프셔서 제대로 말씀을 못 하실 정도”라며 “그동안 1년에 한 번은 하르키우에 갔지만 당분간은 가지 못할 것 같아 슬프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이번 일로 다른 국가와 관계가 강화되겠지만 러시아는 더 외면받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가 승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아 씨는 “당분간 계속 피란민을 돕겠다”며 “이들 모두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메디카=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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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 천재’의 딸 “엄마의 나라 우크라 피란민 도와요”

    “남의 일이 아닙니다. 내 일이에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김연아 씨(33)는 요즘 ‘다른 일’에 더 바쁘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폴란드 국경을 넘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돕는 일이 사업 못지않게 중요해졌다. 4일(현지 시간) 오후 화상으로 만난 연아 씨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하루 평균 피란민 10명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각종 정보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란민의 임시 정착을 돕는 코디네이터로 일한다. 러시아어와 폴란드어에 우크라이나어까지 하는 김 씨는 피란민이 국경에 도착하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며 이들이 원하는 숙소, 거주지역, 교통편을 비롯한 각종 정보와 가이드라인을 세심히 알려준다. “폴란드 친구들과 함께 국경으로 차를 몰고 가서 피란민을 태우고 폴란드 주요 도시로 옮겨주기도 해요.” 그의 도움을 받은 피란민은 지금까지 100가족이 넘는다.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자기 일처럼 돕는 이유는 연아 씨의 뿌리와 연관이 깊다. 그는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 태어난, 탈북민 2세다. 그의 아버지 김지일 씨(58)는 김일성종합대 수학부에서 우크라이나(당시 소련) 유학생로 선발되는 등 ‘북한의 천재’로 불렸다. 연아 씨 아버지는 1989년 하르키우대학 수학물리학과에서 유학하다 러시아어를 전공하던 우크라이나 여학생 발렌티나 보주코 씨(57)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둘은 곧 약혼하고 연아 씨를 낳았다. 하지만 1990년 북한에서 해외 유학생 귀국 명령이 떨어지자 연아 씨 아버지는 아내와 어린 연아 씨를 남겨 놓고 한국으로 귀순했다. 북한으로 돌아가면 영영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듬해 소련이 붕괴되고 연아 씨 가족은 서울에서 재회했다. 연아 씨 아버지는 선경(현 SK) 해외 영업 쪽에서 일하다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을 설립해 운영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와 한국을 오가며 어린 시절을 보낸 연아 씨는 영국 임페리얼칼리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한국영사관에서 일하기도 했다. 2016년 폴란드로 이주해 다국적기업에서 일하다 2년 전 부동산업을 시작했다. 연아 씨는 “아버지, 어머니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너무 마음이 아프셔서 제대로 말씀을 못하실 정도”라며 “그동안 1년에 한 번은 하르키우에 갔지만 당분간은 가지 못할 것 같아 슬프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우크라이나는 이번 일로 다른 국가와 관계가 강화되겠지만 러시아는 더 외면 받을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가 승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아 씨는 “당분간 계속 피란민을 돕겠다”며 “이들 모두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메디카=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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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가 3차대전 운운”… 최정예 미군 파병된 폴란드 기지 긴장감

    “(러시아의 침공으로) 기지 내 긴장감 자체가 크게 달라졌어요. 더 이상 주변에 머물지 말고 돌아가세요.” 6일 폴란드 동남부 국경도시 제슈프 인근에 있는 미엘레츠 미군기지 앞을 지키던 중무장한 경비병은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 기지에는 러시아의 침공 우려가 커지던 지난달 초 미군이 폴란드 국경에 배치했던 제82공수사단이 머물고 있다. 1700명이 파병된 82공수사단은 걸프전, 이라크전 등 주요 전쟁에 투입됐던 최정예 부대다. 바람에 펄럭이는 가림막 사이로 기지 내부를 살펴보니 멀리서 CH-47 치누크, 블랙호크 등 미 공군 주력 헬기가 보였다. 하늘에는 C-17 수송기가 날며 굉음을 냈다.○ 긴장 감도는 폴란드 미군기지이날 미엘레츠 기지 주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기자가 정문으로 이동해 언론 담당 부서를 문의하자 경비병은 고개를 저으며 “러시아가 3차 대전을 운운하고 있는 때”라며 “취재 허가를 안 해 줄 것”이라고 했다. 미군은 지난달 14일 폴란드에 F-15 전투기 8대를 추가로 공급했다. 우크라이나와 접한 폴란드 국경지대에 배치된 미군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 간 교전이 발생해 신속대응군이 가동될 경우 곧바로 전투에 참가하게 된다. 미국은 폴란드에 최신식 F-16 전투기를 제공하고, 폴란드가 러시아제 미그기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미군, 나토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면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일 언론 인터뷰에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파멸적인 핵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나토와 러시아 간의 직접적인 충돌 위험이 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체를 정복하면 폴란드 헝가리 리투아니아 등 동유럽의 나토 회원국 7개국의 취약성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 “나토-러 간 직접 충돌 위험”세계 140여 개국 간 군사력 비교 지표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 분석을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러시아 군사력은 군인 135만 명(예비군 포함), 전투기 772대, 공격 헬리콥터 544대, 탱크 1만2420대, 항공모함 1대, 잠수함 70대 등으로 세계 2위다. 나토의 경우 최전선 투입 가능 병력 33만 명, 전투기 353대, 탱크 1515대, 공격용 헬기 136대, 항공모함 3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RUSI)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나토 회원국과 러시아가 동유럽 일대에서 전면전을 벌일 경우 재래식 화력에서 밀리는 나토가 전반적인 열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나토 전체 30개 회원국 중 비유럽권에 위치한 세계 군사력 1위 미국과 캐나다(23위) 등이 참전할 경우 나토가 우위에 설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러시아 군사 분석가인 알렉산드르 골츠는 도이체벨레에 “나토군은 러시아보다 화력이 부족해 전면전으로 갈 경우 우선은 방어 전략을 취하며 버티다가 미국이 개입하면 재래식 전력뿐만 아니라 드론, 위성정찰 등 첨단 전력에서 러시아를 압도해 우위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면전이 벌어지면 변수가 다양해 전력 비교만으로는 승패를 점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4일 나토 회원국 외교장관 회담 후 “나토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미엘레츠=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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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러, 기차역 무차별 포격속 엄마는 “너희들 먼저 타”…남매는 “엄마, 안돼” 절규

    1일(현지 시간) 리샤첸코 씨(46)가 두 자녀를 데리고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역사는 아비규환이었다. 수도 키이우 점령에 실패한 러시아군이 북부 거점인 하르키우에 대한 무차별 폭격에 나서자 시민들이 한꺼번에 기차역에 몰려든 터였다. 최소 500여 명이 서로 기차를 타려 좁은 승강장에 한꺼번에 몰리자 역사 측은 승강장 쪽 문을 잠갔다. 그 순간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포격 소리가 들려왔다. 역사의 유리창이 일제히 흔들리며 깨지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러시아군이다” 하고 외치자 곳곳에서 비명이 터졌다. 엄마인 리샤첸코 씨는 18세 딸과 9세 아들의 손을 부여잡았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공포에 떠는 사람들 사이에서 압사당할 수 있었다. 승강장 문이 열리자 사람들은 다시 열차 앞으로 몰려들었다. 탑승 공간이 부족해 아이가 있는 여성부터 우선 탑승할 수 있었다. 리샤첸코 씨는 딸에게 아들의 손을 쥐여 주며 말했다. “네가 엄마인 척하고 너희 둘 먼저 기차에 타.” 딸은 남동생을 데리고 열차에 올랐다. 포격 소리에 공황상태에 빠졌던 아들은 승강장에 홀로 남은 엄마를 보고서야 상황을 알아차렸다. “엄마랑 헤어지기 싫어요!” 딸도 역무원을 붙들고 “우리 엄마가 없다”며 절규했다. 리샤첸코 씨는 자신을 향해 울부짖는 아이들을 보고도 인파에 밀려 기차에서 점점 멀어졌다.피란열차, 러 포격 우려에 돌고돌아… 12시간 거리 25시간 걸려[러, 우크라 침공]우크라 피란민 필사의 탈출 정원의 4배 태워… 통로까지 빼곡국경 넘는 버스선 밤새 5번 검문우크라 집은 탈출한날 저녁 피격 리샤첸코는 발 디딜 틈 없는 인파 속에서 아이들이 있는 기차를 향해 어떻게든 나아가야 했다. 그는 움직임에 방해가 될까 봐 손에 든 짐가방을 버리고 사투 끝에 가까스로 열차에 올랐다. “얘들아, 엄마 왔어. 겁내지 마!” 기차에서 다시 만난 세 식구는 힘껏 얼싸안았다. 아이들을 껴안고 우는 모습에 승무원은 하차를 요구하지 않았다. 열차 내부는 붐비면서도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4인 공간에 15명씩 끼어 앉았다. 기차는 폴란드 국경에서 약 80km 떨어진 서부 도시 르비우까지 약 1000km를 이동했다. 빽빽이 들어찬 승객들은 언제 포격을 당할지 몰라 숨죽였다. 키이우 주변을 통과할 때는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밤에는 기차 내부의 모든 불을 끄고 커튼으로 창문을 가렸다. 여성들은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복도에 앉아 잠을 잤다. 위험지역을 피해 돌아가느라 평소 12시간 걸리던 게 이때는 25시간이 걸렸다. 리샤첸코 가족은 2일 낮 르비우역에 도착했다. 폴란드 국경을 넘기 위해 버스를 타려 했지만 표가 없어 2배 넘는 값을 치르고 암표를 구했다. 이후부턴 검문의 연속이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18∼60세 남성의 출국을 금지하는 총동원령을 내려 버스에는 중무장을 한 군인들이 수시로 올라와 신분증을 검사했다. 5차례의 검문을 받으며 밤새 달린 끝에 리샤첸코 가족이 탄 버스는 3일 오전 폴란드 동남부 국경을 넘었다. 리샤첸코는 버스에서 내린 뒤에야 1일 하르키우 집을 떠난 지 몇 시간 만에 집 주변이 포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날 러시아군의 공격은 우크라이나 침공 시작 후 처음 이뤄진 민간지역 포격이었다. 조급해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더 잔혹한 공격을 시작했다는 게 서방 언론의 설명이었다. 리샤첸코 가족은 피란을 떠난 지 사흘 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했다. 집에서 바나나 한 덩이와 생수를 챙겨 나왔지만 기차역에 가방을 버리면서 이마저 먹지 못했다. 폴란드 국경에서 기자에게 2시간 동안 목숨을 건 탈출기를 털어놓은 리샤첸코는 다음 행선지인 바르샤바로 떠나며 간곡히 부탁했다. “더 이상 전쟁의 비극이 없도록 막아주세요.” 메디카=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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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과 싸울 것”… 해외 우크라인 6만명 귀국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제2의 히틀러’입니다. 그를 반드시 몰아낼 겁니다.” 5일(현지 시간) 폴란드 남동부 메디카 국경검문소에서 우크라이나행 입국 수속 절차를 밟고 있던 40대 우크라이나 남성 올레그 씨의 외침이다. 서부 리비우에 살던 그는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고국을 침공한 직후 폴란드로 대피했지만 다시 돌아가 싸우기 위해 이날 검문소를 찾았다. 올레그 씨 같은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날 검문소에는 입국 절차를 기다리는 차량 행렬이 2km에 달했다. 메디카 인근 프셰미실 중앙역에도 우크라이나행 열차를 탑승하려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날 오후 4시에 출발한 열차에도 10여 개 기차 칸에 사람들이 가득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전하려는 남성들 외에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겠다는 사람들 역시 많았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이날 “러시아군과 싸우기 위해 외국에서 돌아온 남성이 6만6224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나라를 지키려는 이들이 많다. 우리는 무적(無敵)”이라고 강조했다. BBC는 푸틴 대통령이 속전속결을 원했지만 우크라이나인의 굳센 저항에 고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침공 후 10일간 러시아군 1만 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대부분 사망자가 18∼20세이고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도 잘 모른다”며 푸틴 정권의 야욕으로 러시아인의 희생도 크다고 질타했다. 그는 수도 키이우 등 주요 도시가 러시아에 함락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군이 통제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디카=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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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우크라 ‘민간인 보호’ 합의에도… 푸틴 “가차없는 싸움 지속”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3일(현지 시간) 열린 2차 회담에서 인도주의 차원에서 민간인 대피 통로를 개설하고 이 통로 일대에서 휴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회담 결과와 달리 이날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의 민가와 학교가 러시아군 포격을 받아 민간인 33명이 사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가차 없는 싸움을 지속해 서방이 만든 반러시아 집단을 파괴하겠다’며 침공 강행을 주장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3일 벨라루스 서남부 벨라베싯카야 숲에서 2차 회담을 열고 △전투 지역 내 민간인 대피 통로 개설 △민간인 대피 중 통로 주변 휴전 △통로 운영을 위한 양국 연락망 개설 등에 합의했다. 러시아 대표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보좌관은 “큰 진전”이라고 평가한 반면 우크라이나 협상단 대표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기대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 다음 주 3차 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 또한 이날 “러시아군이 민간인 보호 합의를 활용해 기만전술을 펼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적 통로가 아직 개설되지 않았음에도 러시아군이 남부 베르s스크 주민들에게 “인도적 호송단이 구성됐으니 모이라”는 가짜정보를 확산시켰다는 것. 푸틴 대통령 역시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서 “러시아는 군사범죄를 저지르는 민족주의 무장조직과 가차 없는 싸움을 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담 후 “푸틴은 휴전할 생각이 없으며 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하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푸틴은 무엇이 두렵나”며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오판에 따른 군사 충돌, 긴장고조를 막기 위해 이달 1일부터 러시아와 직통선을 개설해 운영 중이라고 발표했다. 메디카=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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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외교 “3차 대전땐 파멸적 핵전쟁 될 것”

    러시아 전투기와 헬기가 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 스웨덴 영공을 침범했다. 지난달 28일 러시아 항공기의 자국 운항을 금지한 스웨덴은 중립국임에도 우크라이나에 대전차용 바주카포 등 무기 5000여 점을 지원했다. 스웨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나토와 협력해 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나토까지 위협할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침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스웨덴군에 따르면 러시아군 수호이(Su)-27 2대와 Su-24 2대가 발트해 고틀란드섬 동쪽 영공을 침범했고 스웨덴 공군 전투기가 대응 출동하자 러시아 전투기들은 곧 영공을 빠져나갔다. 특히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핵전쟁 가능성을 질문 받고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파멸적인 핵전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핵지휘통제기의 비행 횟수를 늘려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하고 있다. 미 CNN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하루 전인 지난달 23일부터 핵지휘통제기 ‘보잉 E-6머큐리’의 비행 횟수가 늘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침공을 적극 돕고 있는 벨라루스의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1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이 표시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도 앞에서 연설을 했다. 이 지도에 우크라이나 서부 국가인 몰도바 내 친러 반군 점령지인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점령 목표지로 표시됐다. 외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몰도바까지 침략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비밀계획’을 누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부도미에시=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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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공 1주만에 난민 100만명… “전례 없는 수준”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동포를 도와야만 한다. 난민이 급증해 폴란드 자원봉사자만으로는 부족하다.” 2일 폴란드 남동부에 위치한 부도미에시 국경검문소를 찾았다. 인근 푸드트럭에서 우크라이나 피란민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는 우크라이나인 자원봉사자 안나 씨(25)를 만났다. 그는 거듭 “따뜻한 식사와 음료가 모두 공짜”라고 외쳤다. 주변에는 동포들에게 나눠줄 대형 텐트, 생수, 의류, 담요, 기저귀 등 각종 생필품 보관소도 있었다. 안나 씨는 원래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 거주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흘째인 지난달 26일 폴란드로 넘어왔다. 원래 폴란드 내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 했지만 동포들의 어려움을 보자 돕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이에 폴란드인이 조직한 봉사단체에 합류해 피란민 지원에 나섰다. 2일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후 일주일 만에 100만 명이 우크라이나를 탈출했다. 우크라이나 전체 국민(약 4400만 명)의 9%인 400만 명이 떠날 수도 있다고 추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시리아 내전(560만 명)을 넘는 사상 최대의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필리포 그란디 UNHCR 사무총장은 “이런 수치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폴란드는 남동부 국경지대뿐 아니라 수도 바르샤바를 비롯해 전국에 27개의 피란민 수용시설, 22개 피란민 정보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피란민에게 필요한 정보 제공을 위한 인터넷 홈페이지도 개설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도보로 폴란드를 통과할 수 있는 검문소는 당초 메디카, 코르초바 두 곳에 불과했지만 현재 부도미에시, 크로시엔코, 돌호비초프 등 8곳으로 늘었다. 피란민들은 일제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성토하고 규탄했다. 부도미에시 국경검문소에서 만난 엠버시 씨는 “가족들이 아직도 국경을 넘지 못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러시아의 명분 없는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된 것을 생각하면 분노가 차오른다. 러시아인이 나서서 푸틴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부도미에시=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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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3차대전 일어나면 파멸적인 핵전쟁 될 것” 전세계 위협

    러시아 전투기와 헬기가 2일(현지 시간) 스웨덴과 일본 영공을 잇따라 침범했다. 지난달 28일 러시아 항공기의 자국 영공 운항을 금지한 스웨덴은 우크라이나에 대전차용 바주카포 등 무기 5000여 점을 지원했다.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나토와 협력해온 만큼 러시아가 전선을 나토로 넓힐 수 있다고 위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스웨덴군은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군 수호이(Su)-27 2대와 Su-24 2대가 발트해 스웨덴 고틀란드 섬 동쪽 영공을 침범했다”고 밝혔다. 스웨덴 공군 전투기가 대응 출동하자 러시아 전투기들은 영공을 빠져나갔다. 특히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핵전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파멸적인 핵전쟁이 될 것”이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물어보는 게 낫다. 그는 ‘만일 우리가 (대러) 제재의 길을 가지 않았다면 대안은 3차대전이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크라이나 핵무장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러시아의 지속적인 핵 위협 속에 미국은 핵지휘통제기의 하루 비행 횟수를 늘렸다. 미 CNN 방송은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하루 전부터 핵지휘통제기 보잉 E-6머큐리 비행 횟수가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이날 러시아 소속으로 추정되는 헬기 1대가 홋카이도 네무로반도 앞바다의 일본 영공을 침범해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긴급 발진했다고 밝혔다. 브워다바=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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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벨라루스 접경 “파병 집결” 軍헬기 굉음… “민간인 떠나라” 검문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습니다.” 1일 오후 4시 폴란드 동부 국경마을 브워다바에 진입하려 하자 경찰이 기자가 탄 차량을 막아섰다. 군사보호구역이 아닌 일반도로인데도 왜 진입을 막느냐고 묻자 경찰은 “지역주민이거나 정부 허가증이 있어야만 접근이 허용된다”고 했다. 경찰은 기자를 차량에서 내리게 한 후 신분증, 프레스카드, 카메라, 스마트폰 등을 꼼꼼히 검사했다. 어딘가와 통화를 한 후 “언론 취재도 국경수비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지역에서 빨리 나가라”며 쫓아냈다.○ 삼엄한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이 마을은 친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 국경과 불과 1km 거리에 있다. 우크라이나와도 10km 거리에 불과하다. 벨라루스군이 이번 주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경비가 삼엄해진 것이다. 기자가 경찰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하늘에서는 계속 군용 헬기가 그 일대를 오가며 굉음을 냈다. 이 지역은 폴란드 정부 시행령에 따라 특별통제 관리구역으로 지정돼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다. 이날 지역 일대에는 벨라루스 군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을 돕기 위해 파병 준비를 마쳤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이날 “벨라루스 군대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핀스크를 중심으로 집결했다”고 발표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통하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위험한 사태가 발생하면 우리도 2, 3일 내에 병력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벨라루스 벨타통신은 전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전쟁에 관여하지 말아 달라”고 벨라루스에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이날 트위터에 벨라루스군 33개 부대가 우크라이나에 진입했다는 글을 올렸다. 다만 미국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벨라루스 정부가 상정한 핵무장 허용 개헌안이 지난달 28일 국민투표로 통과되면서 국경지대 긴장이 더욱 높아졌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안토니 씨는 “벨라루스 때문에 이 지역도 한동안 시끄러워질 것 같다. 푸틴, 루카셴코 둘 다 싫다”고 말했다.○ 2일 2차 회담 앞두고 긴장감국가 간 군사력 비교지표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를 보면 벨라루스 군사력은 병사 45만 명(예비군 포함), 전투항공기 100대 이상, 탱크 600대 등으로 세계 53위다. 이라크, 헝가리 등과 유사한 수준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치열한 교전 중인 가운데 벨라루스군이 가세할 경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또 벨라루스가 러시아 동맹의 서부 최전선이라면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부 최전선이다. 양국 간에는 미사일 배치 등을 두고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과의 대리전이 확산될 우려가 크다. 독일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협회(ECFR)의 구스타프 그레셀 수석연구원은 “벨라루스군의 파병 움직임은 푸틴의 계획 중 일부이며 향후 벨라루스 때문에 더 많은 군사 충돌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벨라루스 국경 일대에선 2일 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2차 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 고문은 “2차 회담이 2일 밤 열릴 것”이라며 “이번이 두 번째지만 똑같을 것 같다. 우리는 우리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대표단도 “2일부터 우크라이나 협상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지난달 28일 벨라루스 남동부 고멜 지역에서 1차 회담을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브워다바=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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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나비지뢰’까지 사용했나…‘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무기’

    “어린이 3명을 포함한 가족 5명이 차에서 산 채로 불탔다. (러시아군의) 공격 하루 만에 민간인이 적어도 9명 숨지고 37명이 크게 다쳤다.”(이고르 테레호프 하리코프 시장)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리코프의 민간인 거주 구역에 러시아군이 미사일 공격과 포격을 가했다. 이 포격에 집속탄이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리코프에서 러시아 군용기가 살포한 집속탄에 이른바 ‘나비 지뢰’가 담겨 있었다는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진공 폭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진공 폭탄은 ‘악마의 무기’라고 불린다. 모두 국제법으로 사용이 금지된 무기다. 미국 백악관은 진공 폭탄 사용 여부에 대해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사실이라면 전쟁범죄”라고 했다. 10만 명이 넘는 병력을 투입하고도 초기 고전을 면치 못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민간인에게까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는 등 공격 강도를 높이면서 침공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과 1일 이틀간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하리코프 중심 ‘자유의 광장’과 주정부 청사 등이 파손됐고 중심가 건물 곳곳이 화염으로 가득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키예프 인근 보로i카의 재활시설을 포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이날 수도 키예프 인근으로 대규모 병력을 이동시켰다. 탱크, 장갑차, 병참 차량 등이 만든 약 64km의 행렬이 미국 민간 위성 기업 맥사의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미국은 키예프에서도 무차별 공격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1일 성명을 내고 “키예프의 보안국(SBU)과 심리특수전(PSO)센터 군사시설을 타격할 것”이라며 인근 주민은 떠나라고 경고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한 민족이라는 푸틴의 주장에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죽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제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민간인 공격은 침공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자 조바심을 느낀 데서 비롯됐다는 것. 영국 BBC는 “러시아의 ‘좌절’이 더 무자비하게 공격하도록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침공 초이긴 하지만 예상 밖으로 고전 중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침공 나흘 이내에 키예프 등 주요 거점이 함락될 것으로 봤지만 결사 항전에 막혀 애를 먹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료 탄약 식량 등 병참 보급이 원활하지 않아 진격이 늦춰지는 사례도 발생했다. 연료가 없어 멈춰 선 러시아 탱크를 찍은 영상이 여기저기 나왔다. 3월 날씨가 따뜻해지면 얼었던 토양이 진흙탕으로 변해 전차 이동이 쉽지 않아 서두른다는 분석도 있다. NBC는 미 정보당국을 인용해 “푸틴이 침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것에 분노하며 측근들을 맹비난했다”고 전했다. 초기 작전에 실패한 푸틴이 과거 체첸이나 시리아 내전에서처럼 대량살상무기로 민간을 가리지 않는 고강도 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CNN은 미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푸틴은 대부분의 참모로부터 단절됐다. 자신의 분노를 달래줄 아첨꾼들과만 대화한다”고 전했다. 이날 첫 휴전회담에서 합의에 실패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조만간 2차 회담을 열기로 했다.진공 폭탄주변 산소를 빨아들인 뒤 일으키는 폭발의 고온 고압 화염이 수백m 반경에서 치명적 살상을 일으킨다.집속탄폭탄 안에 들어 있는 여러 개의 소형 폭탄이 폭발할 때 사방으로 퍼져 일대를 초토화시킨다. ‘모자(母子) 폭탄’으로도 불린다.나비 지뢰옛 소련이 개발한 나비 모양의 지뢰로 파편을 사방으로 터뜨려 살상 효과가 크다. 장난감으로 오인한 아이들이 주로 피해를 입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무기’로 불린다.메디카=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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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병사 “민간인을 목표로 공격… 엄마, 정말 힘들어요”

    ‘우크라이나인들이 우리를 파시스트라고 불러요. 엄마, 정말 힘들어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유엔 우크라이나대사가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작전에 투입됐다가 사망한 러시아 병사의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 병사는 안부를 묻는 어머니에게 “저는 훈련에 참여 중인 게 아니라 진짜 전쟁이 일어나는 우크라이나에 있어요. 우크라이나인이 우리를 환영해줄 거라고 들었지만 그들은 우리 장갑차 아래 죽어가고 있어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러시아군 전차 아래로 우크라이나인들이 몸을 던지는 상황도 전했다. 특히 그는 “우리는 심지어 민간인을 목표로 공격하고 있어요”라며 자괴감을 드러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인을 나치즘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선전전으로 군인들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전투 현장에 투입된 병사들은 큰 혼란에 빠지며 사기 저하를 겪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필사적인 저항에 직면한 푸틴 대통령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란드 국경으로 피란을 온 우크라이나인들은 “침공한 러시아 군인들이 우연히 우크라이나인들을 만나면 ‘나도 이런 전쟁이 싫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피란 온 로만 씨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한 다리만 건너면 가족, 친구, 지인인 경우가 많다”며 “러시아 병사 중 일부는 공격을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같은 슬라브 민족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형제의 나라’로 통한다.메디카=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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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우크라 사람들이 우리 장갑차 아래서 죽어가고 있어요”

    ‘우크라이나인들이 우리를 파시스트라고 불러요. 엄마, 정말 힘들어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세르지 키슬리차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가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작전에 투입됐다가 사망한 러시아 병사의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 병사는 안부를 묻는 어머니에게 “저는 훈련에 참여 중인 게 아니라 진짜 전쟁이 일어나는 우크라이나에 있어요. 우크라이나인이 우리를 환영해줄 거라고 들었지만 그들은 우리 장갑차 아래 죽어가고 있어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러시아군 탱크 아래로 우크라이나인들이 몸을 던지는 상황도 전했다. 특히 그는 “우리는 심지어 민간인을 목표로 공격하고 있어요”라며 자괴감을 드러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인를 나치즘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선전전으로 군인들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전투 현장에 투입된 병사들은 큰 혼란을 겪으며 사기 저하를 겪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필사 저항에 직면한 푸틴 대통령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란드 국경으로 피란을 온 우크라이나인들은 “침공한 러시아 군인들이 우연히 우크라이나인들을 만나면 ‘나도 이런 전쟁이 싫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피란 온 로만 씨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한 다리만 건너면 가족, 친구, 지인인 경우가 많다”며 “러시아 병사 중 일부는 공격을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같은 슬라브 민족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형제의 나라’로 통한다. 메디나=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 202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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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3대 핵전력’ 위협… 美 “오판 말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서방에 대한 핵 위협을 본격화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핵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전날 핵무기 운용 부대에 특수전 임무 모드에 돌입하라고 명령한 데 이어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관장하는 전략로켓군,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을 보유한 북방·태평양 함대, 핵폭탄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전략 핵폭격기를 운영하는 항공사령부 등 (3대 핵전력을 포함한) 모든 핵무기 부대가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핵전력을 강화하는 전투준비 태세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협상단이 러시아 침공 4일 만인 이날 우크라이나-벨라루스 국경 지역에서 휴전협상을 벌이던 중에 발표됐다. 전날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국경을 맞댄 친러시아 국가 벨라루스가 자국에 러시아 핵무기 배치를 허용하는 개헌안을 국민투표로 통과시켰다. 사실상 러시아의 핵무기 공식 반입을 허용하고 러시아 군대가 벨라루스에 영구 주둔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 국방부는 푸틴 대통령의 핵 위협 관련 문제를 논의할 실무급 접촉을 러시아에 요구했지만 러시아가 응답하지 않았다고 미 폴리티코가 전했다. 미 국방부는 전날 푸틴 대통령이 핵 위협 카드를 꺼낸 데 대해 “오판하면 상황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방부는 로이드 오스틴 장관과 마크 밀리 합동참모본부 의장, 토드 월터스 유럽사령관이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는 자국에 핵무기 배치를 허용하는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65.2%의 찬성으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국제금융결제망(SWIFT)·에너지 제재는 러시아를 제3차 세계대전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제재의 최종 결과는 핵 충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28일 회담 전 “즉각적인 휴전과 러시아군 철수”를 요구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와 항복을 주장해온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에 부딪힌 러시아는 휴전협상을 앞둔 이날 오전에도 우크라이나 북부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공세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민간 위성사진 분석 결과 5km에 이르는 러시아 탱크와 자주포, 장갑차 행렬이 키예프 방향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제공권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키예프 북쪽 29km 부근에서 답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러시아군을 키예프에서 격퇴했다”고 했고 키예프시 당국은 통행금지를 해제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메디나=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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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아있었구나”… 이산가족 상봉장 된 난민캠프

    “살아있었구나!” 지난달 27일 오후 7시경 우크라이나 서부에 접한 폴란드 남동부 메디카 국경검문소. 이미 짙은 어둠이 깔렸지만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태운 45인승 대형버스가 검문소 인근 공터로 들어설 때마다 종이박스를 찢어 만든 팻말을 든 사람들이 버스 주위로 몰려들었다. 버스에 탄 40대 여성 알렉산드라 씨는 창문 밖으로 팻말을 살펴보다 황급히 내렸다. 그는 곧바로 누군가를 껴안고 울먹였다.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고향을 먼저 떠난 남동생이었다. 남매는 울면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도 같이 눈물을 글썽였다. 메디카처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 곳곳은 우크라이나 이산가족 상봉의 장이 됐다. 임시 난민 캠프로 변한 국경 도시의 기차역, 학교, 마을회관, 소방서 등은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면서 연락이 끊긴 가족을 찾는 장소가 됐다. 생사를 몰라 애만 태우던 가족을 만난 피란민들이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어디에서든 목격할 수 있다. 피란민을 태운 버스 또한 국경검문소 공터 등에 설치된 임시 캠프까지 돌면서 먼저 국경을 넘은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족을 찾을 때까지 임시 캠프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도 상당하다.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프에서 왔다는 로만 씨는 “사흘째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그나마 가족을 만난 사람들은 행운”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임시 캠프 주변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숙식 무료 제공’ ‘○○로 이동할 때 교통편 지원’ 등이 적힌 종이박스와 큰 도화지를 들고 피란민에게 다가서는 모습이 보였다. 생수, 의약품, 따뜻한 수프, 과자, 재킷, 아기 기저귀 같은 생활필수품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을 나눠주는 폴란드인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 우크라이나인을 돕기 위해 폴란드 전역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다. 피란민들에게 간식과 옷을 제공하던 자원봉사자 야신스카 씨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정말 안타깝다. 주변에도 이들을 돕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현장을 경비하는 폴란드 국경수비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후 이날까지 4일간 우크라이나 피란민 약 20만 명이 폴란드로 들어왔다. 마리우스 카민스키 폴란드 내무장관은 “향후 피란민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전국에 수용시설을 건립해 이들을 돕겠다”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 28일 성명을 통해 “현재까지 총 50만 명이 우크라이나를 탈출했다. 전 세계 모두가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메디나=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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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핵위협속 러-우크라 휴전협상…美 “핵 오판땐 위험” 경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에 대한 핵위협에 나서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8일(현지시간) 휴전 협상을 시작한다.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에 부딪힌 러시아는 외교 협상을 앞두고 벨라루스군을 투입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등 주요 도시에 대한 공격을 쏟아 부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협상단은 이날 벨라루스 국경도시 고멜에서 회담을 연다. 이날 협상에서 러시아 대표단은 휴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금지(NATO·나토) 가입 포기 등을 요구할 전망이다. 서방은 회담 전부터 러시아가 사실상 우크라이나 항복 등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7일 “푸틴 대통령을 믿을 수 없다. 그의 진정성에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협상을 앞둔 이날 오전까지 우크라이나 북부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공세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이 이날 새벽부터키예프와 하라키우, 체르니히브 등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에 미사일 공격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같은 날 오전 민간 위성사진 분석 결과 이날 5㎞에 이르는 러시아 탱크와 자주포, 장갑차 행력이 수도 키예프 방향으로 이동하는 장면에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7일 오후 존슨 영국 총리와 통화에서 “앞으로 24시간이 가장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은 푸틴 대통령이 27일 핵 운용부대에 특별 전투임무 돌입을 지시하는 등 핵위협 카드를 꺼내든데 대해 “오판하면 상황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한 조작된 위협”이라며 “완전히 불필요한 긴장 고조”라고 비판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과 마크 밀리 합동참모본부 의장, 토드 월터스 유럽사령관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하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벨라루스에 배치해 서방에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국제금융결제망(SWIFT), 에너지 제재는 러시아를 3차 세계대전으로 몰아놓고 있다”며 “제재의 최종결과는 핵 충돌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벨라루스는 이날 자국에 핵무기 배치를 허용하는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65.16%의 찬성으로 통과됐다고 밝혔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코르초바=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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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5명이 와플 3개로 버티며 52시간동안 700km 피란”

    “전쟁에 대한 공포로 공황장애가 왔습니다. 그래도 살아남아야 된다는 생각에 콜라 2병과 와플 3조각으로 버텼습니다.” 24일(현지 시간) 새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가족 4명을 데리고 수도 키예프를 탈출한 김도순 씨(58·무역업)의 이야기다. 피란길에 오른 김 씨 가족 5명은 이후 52시간 동안 700km를 달려 26일 오전 폴란드 국경을 넘었다. 김 씨는 이날 폴란드 코르초바 국경검문소에서 40km 떨어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설마 했는데, 전쟁이 나서 폭탄이 터지고 총소리가 들리니 무조건 빨리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며 “러시아군이 탄도미사일 발사부터, 헬리콥터 공습 등 여러 공격을 했다. 총소리, 폭탄음이 들려 가족들 모두 공황 상태가 됐다”고 했다. 그는 즉시 자녀 3명과 부인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태우고 키예프를 출발해 서부 도시 리비프를 거쳐 폴란드로 왔다. 김 씨가 털어놓은 탈출 여정은 지옥처럼 험난하게 들렸다. 급하게 차를 타다 보니 먹을거리는 집에서 가져온 콜라 2병, 와플 3조각, 물 1.5L 1개뿐이었다. “탈출 후에는 10분 이상 잔 적이 없다”고 했다. 졸다가 교통사고가 날 뻔하기도 했다. 김 씨는 “가족을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우크라 교민 11명 출국 성공… 아직 57명 남아 김 씨 가족은 약 16시간 동안 600km를 달려 24일 늦은 오후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국경 검문소 인근까지 도착했다. 김 씨는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희망이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희망은 금세 절망으로 변했다. 국경 검문소 일대에 우크라이나 피란민의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도로가 꽉 막히고 입국 수속도 늦어졌다. 김 씨는 “국경 검문소 앞으로 차량 행렬이 12km가량 되면서 대기하는 데만 30시간 걸렸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피란민 차량 안을 샅샅이 검사했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24일 예비군 징집령 등 국가 총동원령을 내려 18∼60세 남성의 출국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인인 부인의 남동생은 예비군 대상이 돼 생이별을 해야 했다. 김 씨는 “아내가 공황 상태다. 형제자매를 키예프에 두고 나오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느냐”며 “장모님도 키예프에 남고 함께 나오지 못해 헤어질 때 눈물바다가 됐다”고 말했다. 김 씨 가족뿐만이 아니다. 24일 러시아 침공 이후 48시간 동안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온 피란민은 최소 11만5000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폴란드 동남부 도시와 마을에는 역사, 소방서 등 곳곳에 난민 캠프가 차려지면서 지역 전체가 우크라이나 피란민촌이 됐다. 피란 행렬을 곁에서 지켜본 폴란드 주민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상처가 되살아난다”고 탄식했다. 김 씨 가족은 폴란드에서 휴식을 취한 뒤 체코로 넘어갈 계획이다. 김 씨를 포함해 우크라이나에 체류하던 우리 국민 11명은 이날 루마니아와 폴란드 국경을 넘어 출국에 성공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체류 교민은 총 57명이라고 외교부는 밝혔다. 코르초바=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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