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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신임 교육부 장관과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을 ‘투 톱’으로 내세워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국 반전에 나서기로 했다. 여권 관계자는 25일 “다음 달 5일 교육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를 내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바뀔 것으로 안다”며 “신임 교육부 장관이 역사 교과서 전쟁을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확정 고시 이후 역사 교과서 집필진 구성을 관할하는 김정배 위원장도 신임 교육부 장관과 함께 전면에 나서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종의 ‘리베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화에 대한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전면에 나서 올바른 역사 교과서의 필요성을 호소한다는 것. 현행 역사 교과서의 문제점 지적도 주체사상 등 북한에 대한 편향적 기술에만 한정하지 않고 ‘반기업 정서’ ‘건국 세력에 대한 왜곡된 음해’ 등으로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최일선에서 총대를 메고 있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올바른 역사를 씁니다’라는 6분 17초짜리 홍보 동영상에 출연했다. 25일 기자들과의 오찬에서는 “(수도권 지역의) 일부 의원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국정화 의지를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참여하는 ‘3자 연석회의’는 이날 서울 종로에서 국정화 반대 홍보를 위한 ‘진실과 거짓 체험관’을 열었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눈에는 뉴라이트 역사학자들 빼고는 역사학자 모두가 빨갛게 보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박민혁 mhpark@donga.com·홍정수 기자}
“역사 교과서에 엄연히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이 있음에도 야당은 ‘읽어 보니 그러한 내용이 없다’고 하는데 서로 생각이 이렇게 다르다. 중고교의 역사 교과서를 보면 기가 막혀서 가슴을 칠 정도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3일 10·28 재·보궐선거 지원차 인천을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노동, 공공, 금융, 교육 개혁을 반드시 성공해야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해 미래세대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국정화 논란으로 민생 챙기기를 가로막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김 대표는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교과서 문제는 교육부 차관의 고시로 끝날 문제다. 야당은 비판할 수 있지만 그 행정은 진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의 교과서 검증위 구성 제안 등을 일축하는 이유다. 김 대표는 전날 청와대 5자 회동을 계기로 역사전쟁에 나선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친박(친박근혜)계가 주축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도 26일 국정화 지지 모임을 연다. 공천 룰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봉합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정화에 반발하는 당내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비박(비박근혜)계 의원 중심이다. 이재오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역사가 권력의 입맛에 맞춰 기술되는 것은 어느 시대나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앞서 비주류인 정병국 정두언 김용태 의원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당내에선 반발 기류가 갈수록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수도권은 몇천 표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데 국정화 이슈는 20∼40대 표심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상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참모들은 박 대통령이 과거 한나라당 대표 시절 사학법 투쟁에 나선 결기를 떠올리기도 한다. 박 대통령은 27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도 국정화의 필요성을 역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총선을 지휘해야 하는 김 대표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가 이날 기술 이전 늑장보고 논란에 휩싸인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에 대해 “그 문제는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좀 많이 있다. 책임 질 사람은 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눈길을 끈다. 여론이 나쁜 만큼 청와대를 향해 KFX 사업에 대한 인책론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여야가 역사전쟁을 끝내고 민생 경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수는 여론의 추이다. 국정화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조성되지 않으면 여권 내부의 파열음은 갈수록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 저지투쟁 하지만 뾰족수 못찾는 문재인 ▼“반대해도 확정고시 나면 국정화되는데…” 민생 제쳐두고 장외투쟁 나서기도 부담“우리가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해도 확정고시(11월 5일)가 나면 그것으로 국정화가 결정된다. 이제는 국민이 논의하는 수밖에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3일 대구 시내의 한 커피숍에서 지역 역사학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앞서 부산에선 새누리당 소속인 서병수 부산시장과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부산 시민의 삶을 챙기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표가 ‘국정화 저지 투쟁’과 ‘민생 살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 준다. 문 대표는 최근 역사 교과서 국정화 국면에서 대여 투쟁의 전면에 나섰다. 국정화 반대 이슈는 야권 지지층을 결집하는 ‘호재’다. 신당 문제로 껄끄러웠던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손을 맞잡을 정도다. 하지만 민생 프레임이 변수다. 당 차원에서 민생 살리기에 나선다고 하지만 국정화 반대 투쟁에만 매달릴 경우 민생을 외면하는 정당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5자 회동이 끝나자마자 국회 보이콧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내 지도부는 현 상태에서 여야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간 ‘3+3 회동’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극한 대치 상황은 피하려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정국 파탄으로 가는 ‘치킨게임’까지 감수하겠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강공 드라이브로 ‘진흙탕 싸움’으로 흘러갈 경우 비난의 화살은 여야 모두를 향하게 마련이다. 원내 지도부가 우려하는 국면이다. 당 지도부가 대여 투쟁의 성과물을 얻어 내야 하는 점도 부담스럽다. 문 대표가 말한 대로 정부의 국정화 확정 고시를 막을 방법도 여의치 않다. 내년도 예산안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2월 2일 자동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 성과가 없을 경우 “지도부는 뭐 했느냐”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당 지도부는 여론전에 승부를 거는 모양새다. 여론전을 유리하게 끌면서 내년 총선 정국에 연결시킨다는 전략이다. 그래서 당이 앞장서거나 과격한 모습은 자제한다는 복안이다. 새정치연합은 27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국정화 말고, 국정을 부탁해’ 문화제를 개최한다. 당 관계자는 “문화예술인 중심의 문화제일 뿐 국회 일정과 연계하는 장외 투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투쟁과 민생 사이에 끼인 야당의 고민이 드러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중국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의 23일 전체회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전쟁터가 됐다. 야당 의원들은 국정 교과서 집필을 전담할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난타전을 벌였다. 새정치민주연합 강창일 의원은 “북한이 국정화하니까 우리도 하는 건가? 종북인가”라며 “(검·인정제를) 개판으로 해놓고는 지금 와서 국정으로 돌리냐”고 날을 세웠다. 강 의원은 이어 김 위원장에 대해 “참 존경했던 분인데 ‘정치인’이 됐다. (국정화 시도는) 곡학아세, 혹세무민으로 비친다. 암담하고 참담하다”고 비난했다. 같은 당 이원욱 의원도 “(국정화는)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도 가만있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이 자신을 ‘정치인’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제게 당 대표를 맡아 달라고 했을 때도 ‘대학 총장으로서 임무가 있기 때문에 양해해 달라’고 정중하게 사양했다”며 “이후 역사와 관련된 직책만 맡았지 정치 쪽엔 한 번도 눈 돌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일부 학자나 제자가 (국정화) 반대성명 낸 것을 나무랄 생각은 없다”며 “일부에서 ‘집필 거부’라는 말이 나오는데 나는 집필을 부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을 엄호했다. 박명재 의원은 “국민들로부터 칭찬받을 일”이라며 “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태경 의원도 “역사 교과서 시장엔 ‘독점 카르텔’이 있어 국가가 개입하는 ‘국정화’로 이를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까지 섭외된 집필진 공개 요청에 대해서는 “신상 문제가 있다”며 거부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야 지도부와 다섯 차례 만났다. 대부분 회동 전에는 여야 모두 꼬인 정국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한자리에 모였지만 22일 회동처럼 대부분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취임 후 첫 회동은 2013년 9월 16일이었다. 박 대통령은 국회 사랑재를 찾아 새누리당 황우여,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3자 회동을 했다. 야당은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장외투쟁을 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집요하게 문제 삼았고, 얼굴을 붉힌 박 대통령은 “이제 시간이 됐나요”라며 서둘러 마무리했다. 정국은 꽁꽁 얼어붙었고 여야 대치도 한층 가팔라졌다 지난해 7월에는 여야 원내지도부가 청와대에 들어갔다. 이날 야당 지도부는 김명수 교육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청했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박 대통령은 지명을 철회했다. 하지만 정작 야당이 원했던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대해서는 ‘조속한 처리’라는 원론적인 결론 외에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2014년 10월 박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마치고 여야 대표와 만났다. 여권이 공무원연금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시점이었지만 야당의 흔쾌한 협조 약속은 없었다. 그나마 올해 3월 박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마친 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청와대에서 만났을 때는 성과가 있었다. 당시 뜨거운 현안이었던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공동발표문을 발표했던 것이다. 그 이후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대야 협상 태도를 문제 삼자 여권은 급속히 내홍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나선 당정의 불협화음이 불거지고 있다. 여당은 총대를 메고 ‘역사전쟁’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데도 정작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주무부처 장관으로 선봉에 서야 할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2일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와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등 원로 학자들을 초청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국정화의 필요성을 적극 알리는 여론전이다. 김 대표는 “우리 미래세대에게 행복한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한 역사전쟁에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송 명예교수는 “(현행 검인정 교과서를 방치하는 것은) 아이들의 뇌에 독극물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김 대표가 직접 기획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당내에선 국정화 고시의 다음 달 2일 발효를 앞두고 여론전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고 한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2.7%로 찬성 응답(41.7%)을 앞질렀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교육부를 비판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념적으로 편향되거나 선동적인 내용의 수업을 해 신고된 사례가 지난해 198건 있는데 한 건도 진상조사가 안 됐다고 한다”며 “교육당국은 대체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야당은 국정 교과서 예비비 책정을 쟁점화할 태세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국정 교과서 관련 예산 44억 원을 예비비로 책정한 것과 관련해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사업에 예비비를 배정한 것은 불법”이라고 반발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1일 “국회의원들이 공천을 위해 권력자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며 90도로 머리를 조아리고 충성을 맹세하는 행동은 안 해도 된다”며 “이런 못난 짓은 대한민국 정치계에서 추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날 경남 고성군수 재선거에 나선 같은 당 최평호 후보의 지원유세에서 이렇게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가 ‘우선추천제도’를 이용해 전략공천 확대를 노리고 있다는 판단하에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 스스로 이번 재선거 공천 과정에서 손을 뗐음을 강조했다. “최 후보가 공천을 신청하고 난 뒤 전화 한 통화 안 했고 (공천을 받은) 그 뒤에도 인사 한마디 안 했다. 정당 민주주의가 새누리당에 정착되는 과정이다.” 그는 이어 “내년 4월 총선거는 당헌당규에 보장된 대로 100% 상향식 공천을 반드시 이룰 수 있도록 약속드리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박 대통령같이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통령을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더 열심히 개혁해야 확실히 선진국에 들어간다. 4대 개혁에 여러분이 많이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에 대해선 거듭 몸을 낮추며 ‘찰떡 공조’를 과시한 것이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에 대한 분리 대응이라는 관측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국가의 중요 정보를 다루는 국회의원들과 의원 보좌진의 PC가 북한의 해킹에 번번이 뚫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입법부의 허술한 사이버 보안망이 도마에 올랐다. 국회사무처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9월 말까지 e메일 비밀번호 유출, 악성코드로 인한 자료 유출 등 100차례나 되는 해킹 사건이 벌어졌다. 대부분 북한 소행으로 추정된다. 허술한 보안의식도 논란이 됐다. 국회사무처가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외교통일, 국방, 정보위원회와 해당 상임위 전문 위원실 등 53곳을 대상으로 보안점검을 벌였지만 △김한길, 유기준(외통위) △진성준(국방위) △김광림, 문희상 의원실(정보위)은 점검을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보사찰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보안의식 결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21일 현재 국회에는 4800여 대의 업무용 PC가 있지만 관리 인력은 고작 국회사무처 소속 24명과 외부 용역업체 직원 16명이 전부다. 사이버 보안을 맡고 있는 국가정보원은 “국회는 사이버 보안 대상 기관이 아니다”라며 손을 놓은 상태다. 하지만 국회 의원실 PC에는 국정감사 자료를 포함해 국가의 주요 정보가 상당수 저장돼 있다. 국정원이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이 집중적으로 해킹 대상으로 삼은 곳은 국회 외통위 소속 의원실이었다. 외교부 통일부의 외교 안보 관련 정보를 노렸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유출된 자료의 실체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외통위에선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한미연합작전계획 등 국가기밀을 다루고 있어 국가안보와 관련된 민감한 정보의 유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런데도 해킹 타깃이었던 새누리당 나경원 외통위원장과 길정우 의원 등은 정확히 어떤 자료가 언제 해킹됐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 의원은 “국정원과 사무처는 북한이 e메일을 통해서 (자료를) 봤다는 것인지 등을 명확하게 설명을 안 해주고 있다”고 했다. 길 의원도 “PC에 자료를 저장하지는 않고 있으며, e메일을 통해 장관들에게 정책 건의 등을 보내는 정도”라고 해명했다.▼ “北, 朴대통령 동선-한미작전계획 등 손에 넣으려 해킹” ▼‘해킹 무방비’ 국회안보 다루는 외통위 집중공격… 김무성 “내 e메일도 해킹시도 정황”국회사무처는 국회 정보시스템 및 업무망은 해킹당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국회 공용 e메일이 아닌 상용 e메일 또는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PC에 대한 해킹을 통해 일부 의원실의 자료가 유출됐을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내부망과 별도로 의원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일반 인터넷선(외부망)을 사용하는 PC는 북한의 사이버 침투에 취약하고 실제 해킹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시인한 셈. 북한의 또 다른 노림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선과 주요 외교 일정 파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보위 소속 한 의원은 21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북한은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동선 등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외통위 소속 의원들의 PC를 노렸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 소행으로 추정된 대국회 해킹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2013년 4월 “한 달간 의원실에서 공용으로 쓰는 e메일을 조사했는데 일본의 IP를 통한 해킹 시도가 4건 있었다”며 자신을 포함해 국방위원들의 e메일 해킹 가능성을 제기했다. 2004년엔 중국에서 유입된 악성 프로그램으로 국회가 전산장애 피해를 입었고, 전·현직 국회의원과 국회사무처 직원 등 122명의 ID가 도용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이날 자신의 e메일에 대한 해킹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내 e메일도 자꾸 누가 해킹을 (시도)하고 있어 수시로 비밀번호를 바꾸고 있다”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기법이 개발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한 의원도 “내 PC도 해킹을 당했는지 국회사무처에 파악해 보라”고 보좌진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을 지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국회가 북한의 해킹 공격에 무참히 뚫려 버렸음이 드러났다”며 “사이버테러방지법 처리를 위해 정보위를 긴급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성호 sungho@donga.com·강경석·홍정수 기자}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예산 44억 원이 13일 국무회의에서 예비비로 이미 의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야당이 발끈했다(). 이에 맞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어 국정화 예산을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예비비 44억 원 편성 과정을 문제 삼았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대통령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이미 시나리오를 완성해놓고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며 “교육부총리와 예산을 통제해야 할 대통령,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등이 국가예산의 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성토했다. 같은 당 최재천 정책위의장도 “헌법의 가치를 뒤집는 극단적인 목표 설정, 법과 절차·과정 생략, 목표를 향한 공격성 신속성 등이 국정교과서를 다루는 현 정부의 작전능력”이라고 비판했다. 최 의장은 예비비 의결 과정에서 △국가재정법 위반 △예비비 편성 당위성 부족 △행정절차법 위반 △교육의 전문성 중립성 위반 등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통상 예비비는 국가 재난이나 재해 등 부득이하고 긴급한 상황에서 집행되는데 교과서 예산으로 돌린 건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뒤통수를 맞은 분위기였다. 예산심의 과정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예산안 배정을 철저히 막겠다는 계획이 사실상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후속 조치 마련에 들어갔지만 무조건 내년도 예산안 전체 심사와 연계하는 것을 두고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내년도 예산 심사를 전면 거부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재부 전체회의에 출석해 “(예비비 편성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국무회의 의결은) 주무 부처 장관으로 해야 할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무회의 의결을 철회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그럴 권한도, 그럴 생각도 없다”고 날을 세웠다. 최 부총리는 예비비 편성 요건으로 예측 가능성, 시급성, 보충성 등을 꼽은 뒤 “교과서 편찬은 예측하지 못했던 사안이었고 제작에 15개월이 걸린다는 점에서 11월 안에 착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시한을 넘기면 2017년에 발간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황진하 사무총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같은) 정치적 이슈를 볼모로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매서운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이번만큼은 어떠한 연계조건 없이 예산안 처리에 (야당이) 적극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길진균 leon@donga.com·홍정수 기자}
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쟁이 이념과 진영갈등을 넘어 인신공격을 포함한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8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겨냥해 선대의 친일·독재를 미화하기 위해 국정화에 나섰다고 주장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김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하는 것은 정치 금도를 벗어난 무례의 극치”라며 강력 반발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인격 살인적 거짓선동 발언”이라며 “연일 국론 분열을 조장하고 억지 선동의 최선봉에 서서 막말을 쏟아내는 문 대표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전날 서울 서초구 학부모와의 대화 행사에서 “두 분(박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의 선대가 친일·독재에 책임 있는 분들”이라고 전제한 뒤 “그 후예들이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려는 것이 이번 교과서 사태의 발단”이라고 규정했다. 새누리당 초·재선의원 모임인 ‘아침소리’도 문 대표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완영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장인어른이 빨치산이라 2004년도 최초로 좌편향으로 검정식 역사 교과서로 바꿨느냐”며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김영우 의원도 “발행되지도 않은 교과서에 대해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다는 것은 문 대표가 이야기하는 진보가 사이비 진보였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선친·선대를 운운하면서 교과서 국정화를 왜곡시키는 것은 교과서 연좌제”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도 ‘역사 전쟁’ 국면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맞대응을 이어갔다. 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은 국민을 선동하고 불안하게 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의당 심상정 대표,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의 3자 연석회의에서도 “걸핏하면 색깔론을 내세우는 게 버릇이 된 새누리당이 이번에는 제 발에 걸려 넘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사 전쟁을 계기로 야권 연대가 가동된 셈이다. ‘교과서 갈등’은 서로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10월 셋째 주(12∼16일) 주간집계에 따르면 새누리당 지지도는 전주 대비 1.1%포인트 오른 42.8%를 기록했다. 새정치연합 지지도도 0.6%포인트 올라 26.3%가 됐다. 다만 예산정국을 앞두고 여당의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등 당내 갈등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재선의 김용태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가 (국정화를) 일방적으로 선언해놓고 따라오라는 식이니까 의원들은 당혹스럽고 한편으로는 황당하기까지 하다”며 “역사 전쟁에 매몰돼 다른 일을 못 한다면 중도층과 젊은층에게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유승민, 정두언 의원 역시 국정화가 세계적인 추세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홍정수 hong@donga.com·길진균 기자}
국회법 개정안 파문으로 7월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사진)이 각종 현안에 목소리를 내면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유 의원은 16일 대구 계산성당에서 ‘대구, 개혁의 중심이 되자’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그는 안보는 ‘정통 보수’를 지향하되 경제 분야에서는 ‘중부담-중복지’ 등을 통해 양극화 해소에 중점을 두고 보수개혁을 해야 한다는 ‘신(新)보수론’을 설파했다. 이날 강연에는 유 의원의 팬카페 회원을 포함해 500여 명이 참석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에서 “차기 공천을 못 받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유 의원은 “상향식 경선에 참여하면 공천을 받는다고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도저히 대답을 못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유 의원은 ‘신보수론’이 좌파적 노선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스스로 좌파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며 “굉장히 가난하면서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분들의 표에 대해 새누리당이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에 앞서 유 의원은 기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기존의 여론조사 방식보다 낫다”고 말했다. 지난달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의 추석회동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잠정합의한 뒤 청와대와의 갈등에 휩싸였던 김무성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셈이다. 한편 내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 출마를 선언한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최고위원은 26일 발간할 예정인 저서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대구를 대표할 만한 정치인”이라고 했다. 김 전 지사도 수성갑에 출사표를 냈다.대구=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당정이 가뭄 해소를 위해 4대강 지류·지천 정비사업을 재개하기로 한 것을 놓고 여야의 찬반 논쟁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야당의 반대로 후속 사업이 중단되면서 가뭄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이 결국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자인한 셈”이라며 반박했다. 새정치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15일 논평에서 “박근혜 정부가 이제 와 4대강 물을 활용해 가뭄 대책을 세우겠다고 한 건 4대강 사업 자체가 허구이며 부실한 사업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당정이 4대강 사업 실패에 대해 먼저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을 요구했다. 다만 새정치연합은 4대강 정비의 대체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같은 당 소속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최근 “대체수원 개발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당 차원의 대책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누리당은 “시급한 민생 문제를 정쟁으로 만들지 말라”고 반박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태원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4대강 사업은 당초부터 정부에서 가뭄에 대비해 시작한 것”이라며 “물을 가득 가둬 놓고도 국민들이 가뭄으로 고통받는 걸 손놓고 바라보라는 말이냐”고 비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금강 백제보 수로 공사에 필요한) 17개 인허가 행정절차를 일괄 처리하고 예비타당성 검사 등을 면제하겠다”며 조기에 사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본류 사업이 마무리된 2012년부터 후속 사업인 4대강 지류·지천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야당은 2011년 관련 예산 2000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홍정수 기자}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새누리당) “좋은 대통령은 역사를 만들고 나쁜 대통령은 역사책을 바꿉니다.”(새정치민주연합) 양당이 국회 앞 도로에 14일 내건 현수막 문구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놓고 사생결단으로 대립하고 있는 여야의 대치 전선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새누리당은 역사 교과서에 이어 교사나 일반 학생, 재외동포용 역사 교재로까지 전선(戰線)을 확대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역사 교과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일선 수업에 사용되는 자습서와 교사용 지도서 내용”이라며 김일성 주체사상을 언급한 교재를 사례로 들었다. 김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가 후원한 ‘통일한국을 위한 사회개혁 대토론회’ 축사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느슨한 좌파가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도 “애국심이 발동해 (내년 총선에서) 손해 볼 것을 각오하고 추진하는 것”이라며 진정성을 호소했다. 양창영 의원도 이날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재외동포용 역사 교재 역시 왜곡된 역사관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내에서 처리하는 문제와 같은 위상의 노력을 기울여 바로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홍문종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특정 사관을 가진 사람들이 (일선 학교가) 잘못된 교과서를 선택하게 압박하거나 회유해서 얻는 여러 가지 이득을 희생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극렬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새정치연합은 ‘정부가 검인정한 교과서인 만큼 책임은 박근혜 정부에 있다’며 총력 반발에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새누리당의 ‘18번’이 또 나왔다”며 “(‘주체사상을 아이들이 교육받고 있다’는 현수막 내용이) 사실이라면, 검인정 교과서들을 합격시켜 준 박근혜 정권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일 아닌가. 최소한 교육부 장관은 해임감”이라고 비난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논평에서 “교육부가 이적단체에 대한 고무·찬양에 동조했다는 말이 아닐 수 없다”며 “교육부 장차관은 물론이고 나아가 이들을 임명한 박근혜 대통령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을 교과서 집필진과 발행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교육부를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고무찬양죄 등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전날 서울 지하철 여의도역에서 국정화 저지 서명운동을 방해한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에 대한 법적 대응도 진행하기로 했다. 여론전 강화 차원에서 전국에서 직장인 퇴근 시간대에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도 시작했다.홍정수 hong@donga.com·황형준·윤완준 기자}
새누리당과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방송광고를 만들고 홍보 소책자를 준비하는 등 전방위적인 대국민 홍보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교육부는 새누리당에 제출한 ‘한국사 교과서는 왜 국정화돼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12문 12답’ 자료를 통해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해야 하는 근거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논리에 대한 반박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제시됐다. 한 예로 교육부는 ‘학생들의 역사 인식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검정제가 더 좋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의 역사를 배운 학생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역사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될 것이고, 좌우 이념대립에서 초래된 분단을 겪은 우리 처지에서는 간과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답했다. ‘교과서가 국정화되면 재미없고 질 떨어지는 교과서가 나오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는 “검인정 체제에서 오히려 출판사의 투자비용에 따라 수준 이하의 교과서가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반박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좀 더 간단하고 읽기 쉽게 편집한 소책자 형식의 홍보물 제작도 검토하고 있다. 이 자료는 현행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하는 과정에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주요 논리를 반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6·25전쟁이 일어난 원인, 북한의 주체사상 등 이념 편향 논란으로 교육부의 수정 권고를 받은 부분의 실제 교과서 지면을 그대로 담기도 했다. 이날 국회대정부 질문에 출석한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정화가 과거회귀 아니냐는 질문에 “유신을 찬양하는 교과서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친일·독재미화) 시도가 있다면 제가 막겠다”고 했다. 야당의 ‘역사쿠데타’ 시도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 교육부는 이런 자료들을 바탕으로 실제로 배포할 최종 홍보물을 빠른 시일 안에 만들 계획이다. 새누리당도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만들어 전국에 걸기로 했다. 의원들에게 배포할 설명 자료는 물론이고 전국의 당원협의회에 배포할 별도의 인쇄물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현행 교과서에서 문제가 되는 일부 부분만 발췌하기보다는 해당 부분을 포함한 페이지를 통째로 근거 자료로 제시하는 식으로 교과서 편집의 전체적인 맥락이 편향됐다는 설명에 공을 들이겠다는 전략이다. 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 관계자는 “앞으로의 홍보는 단순히 교과서에 있는 역사왜곡 사례를 소개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에 깔려 있는 의도를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취지의 광고를 제작해 곧 방영할 계획이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마찬가지로 여론전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만 역사교과서 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 당시 ‘10년 뒤 17조 원, 20년 뒤 25조 원…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의 빚이 됩니다’ 등 개혁의 당위성을 홍보하는 광고를 통해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정이냐, 검정이냐 하는 단순한 프레임이 아니다”라며 “아이들에게 역사의 기준을 먼저 가르쳐야 하느냐, 역사의 다양성을 먼저 가르쳐야 하느냐는 철학의 문제라는 것을 설득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홍정수 hong@donga.com·우경임 기자}
여야가 13일 시작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중·고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건 ‘친일 독재 미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새누리당은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선 국정화가 필수적”이라고 맞섰다. 새정치연합 백재현 의원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건 내년 총선에서 친일·보수세력의 결집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나치 독일 시대에 국정 역사교과서가 있었고, 일본 제국주의 때 국정 역사교과서가 있었던 점을 예로 들며 정부와 여당의 국정화가 후진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은 “식민사관도, 종북사관도 반대하지만 더더욱 안 되는 건 획일사관, 주입식 사관”이라며 “국정교과서의 최종 목표는 식민사관 합리화, 6·15를 혁명이라 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을 한국적 민주주의로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찬열 의원은 “일본 아베 정권의 못된 우경화 정책에 따른 역사 왜곡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정부의 방침에 힘을 실었다. 이장우 의원은 “북한을 찬양하고 대한민국을 격하하는 교과서를 그대로 가르치라는 것인가”라며 “편향적 이념이 가득한 왜곡된 교과서를 우리 아이들에게 계속 배우게 해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대정부질문에서 국정 교과서가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가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만약 그런 시도가 있다면 제가 막겠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이날 대정부 질문에는 여야의원이 속속 자리를 비워 60여 명까지 줄면서 회의 자체가 중단될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국회법 제73조 의사정족수 규정에 따르면 본회의는 재적의원(13일 현재 297명) 중 5분의 1 이상의 출석으로 개의하되 회의 도중 이에 못 미칠 경우 의장이 회의 중지나 산회를 선포할 수 있다.길진균기자 leon@donga.com·홍정수기자 hong@donga.com}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새누리당이 당당하고 자신 있다면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 2+2 공개토론을 제안한다.”(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정치권이 정치 논리로 공방할 일이 아니다. 응하지 않겠다.”(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정부가 12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공식 발표하면서 정치권 긴장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일단 문 대표의 ‘맞짱토론’ 요구를 김 대표가 거부했지만 여야의 대결은 내년 총선은 물론이고 2017년 대통령 선거까지를 겨냥한 이념전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념을 매개로 해 지지층 결속을 위한 사생결단의 투쟁을 시작했다는 것.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여야의 발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여당은 현행 검인정 교과서에 대해 ‘친북숙주’라고 규정했고, 야당은 국정체제 전환을 ‘역사 쿠데타’라고 몰아붙였다. 사실상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19대 국회는 당장 파행과 공전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과서 국정화를 저지할 실질적 수단이 마땅치 않은 야당으로서는 주요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연계한 대여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13일부터 열리는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는 치열한 ‘역사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野, 100만인 서명 및 지도부 1인 시위 새정치연합은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 저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더이상 역사 앞에 죄를 짓지 말라”며 전면전을 선언한 새정치연합은 국정 교과서 도입 반대에 타협은 없다고 공언했다. 이날 긴급의원총회를 연 야당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긴급의총 결의문을 통해 야당은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한 국민들 앞에 이념 갈등을 조장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박근혜 정권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친일 미화 역사왜곡 교과서 국정화 즉각 중단 △교육부 교과서 행정고시 강행 철회 △교육부 책임자 즉각 사퇴 △박근혜 대통령 사과 등 4가지 요구사항도 결의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현행 역사교과서는 2011년 8월 이명박 정권이 정한 집필 기준에 입각해 만들어졌고 2013년 8월 박근혜 정부가 최종 합격 판정을 내린 교과서”라며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국정화 금지를 법제화할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회의 직후 문 대표와 당 최고위원 5명은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친일미화 교과서 반대!’ ‘역사왜곡 교과서 반대!’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이들은 사전에 집회 신고를 하지 않은 탓에 1인 시위 형식을 갖추기 위해 5m 간격으로 서 30분간 시위를 벌였다. 이와 함께 새정치연합은 학계·시민단체와 손잡고 국정화에 반대하는 100만인 서명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與 “좌파세력이 교과서 집필진 참여” 새누리당은 야당의 총력 대응에 정면으로 맞서는 대신 현행 교과서 집필진의 좌편향 문제에 초점을 맞추며 대국민 호소에 집중했다. 국정화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만큼 교과서 집필진을 균형 잡힌 전문가들로 채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좌파세력인 민족문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소속 인사들이 대거 역사 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집필진의 좌편향 사례를 나열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특정 이념 편향 단체에 얽힌 사람들이 출판사를 바꿔 가며 교과서를 집필하는 회전문 집필을 하고 있다”며 “현행 검정 체제를 유지하는 한 역사 교육에 대한 편향성 시비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행 교과서가 북한을 두둔하는 내용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북한이 가장 바라는 것은 친북과 반국가적 사상으로 대한민국 정체성을 흔드는 것”이라며 “좌편향 교과서가 친북사상을 퍼뜨리는 숙주”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주 중 역사 교과서 오류·왜곡 사례집을 내는 등 본격적인 홍보에 착수할 예정이다. 야당의 ‘연계투쟁’ 움직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 대표는 “(역사교과서와 내년도 예산안) 두 문제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며 “야당이 좌파세력과 연대해 (이를) 반대한다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오전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의원들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토장이 됐다. 여당 의원들과 황 부총리 등 교육부 관계자들은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회의에 불참했다.홍정수 hong@donga.com·길진균 기자}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공식 발표한 12일 정치권 학계 시민단체 등은 국정화 찬반을 놓고 하루 종일 여론전과 규탄대회를 벌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역사 갈등을 극복하려면 정권과 이념에서 벗어난 독립된 역사교과서 집필 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2017년 1학기부터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황 장관은 “2002년 역사교과서 검정제를 도입한 뒤부터 끊임없이 사실 오류와 편향성 논란이 제기됐다”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최단 시간에 달성한,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다”고 국정화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4개월 만에 “교육 현장의 왜곡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뗀 데서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8개월 뒤인 지난해 2월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의 필요성을 다시 언급했고, 교육부는 본격적으로 국정 체제 전환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실제 국정 교과서 발행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소속 의원 128명 전원 명의로 황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또 학계,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한 100만 인 서명운동과 당 지도부의 1인 시위 등 ‘강력한 저지 투쟁’을 선포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정 교과서’라는 표현을 ‘국민 통합을 위한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이름으로 대신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역사교과서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대국민 여론전을 이어 갔다. 역사교과서 갈등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현재의 검정 교과서가 이념 편향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독립된 역사교과서 집필 기구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권 성향에 따라 교육제도가 수시로 변하는 우리 사회의 특성상 독립기구가 더욱 절실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가 많다. 다양한 학자들이 모여 장기간의 자율적인 토론과 논의를 거쳐 교과서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소모적인 논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이은택 nabi@donga.com·홍정수 기자}
《 여야가 ‘역사전쟁’에 돌입했다. 겉으로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둘러싼 논쟁이다. 그러나 그 속내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보수와 진보가 상대방의 아킬레스건인 ‘친일 또는 유신’과 ‘종북’을 각각 겨냥한 ‘파워 게임’이다. 역사전쟁의 선봉에 선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 간사 강은희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위’ 위원장 도종환 의원의 설전을 지상 중계한다. 》 ▼ “다양성 미명 하에 왜곡된 교육” ▼與 교과서개선특위 간사 강은희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사진)은 “역사는 한 번 잘못 배우면 돌이킬 수가 없는데, 검인정 체제에선 왜곡·편향된 역사가 ‘다양성’과 ‘자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수없이 합리화돼 왔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많다. “2003년 이후 10년 이상 검인정 제도를 운영한 한국에서 논란이 커져 가는 만큼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100점 만점에 80점만 맞은 교과서도 합격시키는 현 체제에서는 아무리 집필 기준을 보완해도 역사 왜곡의 소지가 있다.” ―통합된 단일 교과서가 다양성과 창의성을 만족시킬 수 있나. “물론이다. 현재 교과서는 8종이지만 학생 입장에선 한 가지 역사밖에 배울 수가 없다. 정말 다양성을 담아내려면 논란이 있는 부분은 무엇이 논란인지도 교과서에 써줘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다양한 해석을 놓고 토론하면서 창의성까지 키울 수 있다.” ―국정화할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맞게 교과서를 수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통합 교과서를 2017년부터 적용한다면 1년이 지난 후 새 정권이 탄생한다. 어떤 정권이 들어설지 모르는데 국가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겨우 1년 쓰고 버릴 교과서를 만들겠나.” ―1년 만에 단일 국정교과서를 집필한다면 ‘졸속’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국정교과서는 검인정 체제에 필요한 ‘교과서 전시 및 학교별 선택’ 기간을 아낄 수 있다. 또한 현재 출판사별로 4∼8명 수준에 불과한 집필진을 대폭 확대한다면 집필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단 집필을 빨리 시작하고, 감수 단계에서 여야 추천 전문가들이 ‘깨알 검증’을 하면 교과서의 완성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최종 발행 전에 학계와 시민단체가 다 볼 수 있게 공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한다면 찬성하겠나. “그럴 것 같다(웃음). 사실 일본은 현행 검인정 체제를 악용해 자기들 입맛에 맞는 극우 교과서를 만들고 있다. 오히려 국정으로 하게 되면 균형적인 시각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일본 정권이 반대하지 않을까.” ▼ “교과서 국정화, 국격 훼손행위” ▼野 국정화저지특위 위원장 도종환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사진)은 “정치가 역사 교육에 개입해서 이념 전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역사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면 검정 절차를 강화하고 정부가 수정 명령을 내리면 된다는 것이다. ―국정교과서에 왜 반대하나.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 교육이 우려스럽다. 독립운동을 했든, 친일을 했든 있는 그대로 가르치는 것이 역사 교육이다. 그런 시공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학생들이 사유하게 하는 게 역사 교육이다.” ―현재 검정 시스템에서 나온 교과서가 좌편향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보수 또는 뉴라이트 시각의 교과서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 여당이 국정교과서 하나로 통일하겠다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여당은 고교 교과서 집필진 120여 명 가운데 80여 명이 진보좌파 성향이기 때문에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역사학자의 90%가 좌파라고 했다. 극우 쪽 인사들이 보면 가운데 있는 사람들도 모두 왼쪽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에 바탕을 두지 않고 교과서 문제를 이념 전쟁으로 몰아가는 건 교육에 죄를 짓는 것이다.” ―교육부가 새누리당에 제공한 ‘고교 교과서 분석’ 보고서 공개를 요구하는 이유는…. “역사 교육을 이념 전쟁으로 몰아가는 근거가 되는 자료여서다. 집필진 성향 분석 등 많은 부분에 과도한 편집과 왜곡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자료를 공개한 뒤 여야가 함께 미래 세대를 위해 정정당당하게 교육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원하는 여론도 있다. “학부모들은 교과서 종류가 많으면 ‘아이들이 그걸 다 어떻게 공부하지’라는 우려 때문에 하나로 통일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안이 있나. “현재 역사교과서는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집필기준에 따라 작성됐고, 박근혜 정부가 검정한 것이다. 이 교과서가 문제라면 교육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교과서 심의 방식 등을 다시 논의해 제대로 된 검정을 하면 된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19대 국회에 대해 국민 10명 중 8명은 ‘잘못했다’고 평가했다. 절반에 가까운 47%는 내년 4월 13일 실시되는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현역 의원이 교체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국민이 평가한 19대 국회의 성적표(100점 만점)는 평균 42점으로 F학점을 받은 셈이다. 한국갤럽이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살고 있는 지역구의 현 국회의원이 다시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7%가 ‘다른 사람이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다시 당선되는 게 좋다’는 응답은 24%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에서 현역 의원 교체를 원하는 응답 비율이 58%로 가장 높았고 대구·경북(TK·53%) 순이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과 TK에서 표심이 출렁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지 정당별로는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의 54%가 현역 의원 교체를 희망했고, 새누리당은 43%였다. ‘19대 국회가 역할을 잘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잘못했다’는 응답이 8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잘했다’는 10%뿐이었다. 국민이 평가한 19대 국회의 성적표(100점 만점)는 평균 42점이었다. ‘0점’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8%나 됐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39점), 연령대별로는 30대와 50대(각 40점)가 가장 낮은 점수를 매겼다. 한국갤럽 허진재 이사는 “정쟁만 일삼는 의원들이 정말 국민을 위하는지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여야가 타협하지 못하고 당내 갈등까지 격화되면서 평가가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역대 총선에서 주요 정당은 지역구의 약 3분의 1에 정치 신인을 공천했는데 비율을 더 늘려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적당하다’(36%), ‘늘려야 한다’(27%), ‘줄여야 한다’(19%) 순이었다. 국민 10명 중 6명은 역대 총선보다 신인 공천 비율을 늘리거나, 적어도 기존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셈이다. 또 정당의 공천 과정에 국민의 뜻을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당이 총선 후보를 공천할 때 당원과 일반 국민 중 어느 쪽 의견을 더 반영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4%가 ‘일반 국민’이라고 답했다. ‘당원’이라는 응답은 겨우 12%였다. 특히 20대(82%) 30대(84%)의 젊은층에선 일반 국민의 의견을 더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모든 지역구에서 정당 후보를 뽑는 경선이 치러져야 하느냐, 일부 지역구에서는 전략공천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4%가 ‘모든 지역구에서 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답했다. ‘일부 전략공천이 필요하다’는 대답은 28%에 그쳤다. 전략공천 여부를 놓고 내홍을 겪은 새누리당 지지자 중에서는 45%가 모든 지역구의 후보 경선을 선호했다. 전략공천의 필요성을 인정한 응답은 34%였다. 새정치연합 지지자들은 65%가 모든 지역구 후보 경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명지대 윤종빈 교수(정치외교학)는 “그만큼 정당의 공천이 불투명했고 밀실에서 계파 싸움이 진행돼 왔으니 ‘이제 좀 투명하게 하자’는 국민의 뜻을 많이 반영하라는 주문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6∼8일 휴대전화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19대 국회에 대해 국민 10명중 8명은 ‘잘못했다’고 평가했다. 절반에 가까운 47%는 내년 4월 13일 실시되는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현역 의원이 교체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국민이 평가한 19대 국회의 성적표(100점 만점)는 평균 42점으로 F학점을 받은 셈이다. 한국갤럽이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살고 있는 지역구의 현 국회의원이 다시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7%가 ‘다른 사람이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다시 당선되는 게 좋다’는 응답은 24%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에서 현역 의원 교체를 원하는 응답 비율이 58%로 가장 높았고 대구·경북(TK·53%) 순이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과 TK에서 표심이 출렁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지 정당별로는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의 54%가 현역 의원 교체를 희망했고, 새누리당은 43%였다. ‘19대 국회가 역할을 잘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잘못했다’는 응답이 8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잘했다’는 10% 뿐이었다. 국민이 평가한 19대 국회의 성적표(100점 만점)는 평균 42점이었다. ‘0점’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8%나 됐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39점), 연령대별로는 30대와 50대(각 40점)가 가장 낮은 점수를 매겼다. 한국갤럽 허진재 이사는 “정쟁만 일삼는 의원들이 정말 국민을 위하려는 지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여야가 타협하지 못하고 당내 갈등까지 격화되면서 평가가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역대 총선에서 주요 정당은 지역구의 약 3분의 1에 정치 신인을 공천했는데 비율을 더 늘려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적당하다’(36%), ‘늘려야 한다’(27%), ‘줄여야 한다’(19%) 순이었다. 국민 10명 중 6명은 역대 총선보다 신인 공천 비율을 늘리거나 적어도 기존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셈이다. 또 정당의 공천 과정에 국민의 뜻을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당이 총선 후보를 공천할 때 당원과 일반 국민 중 어느 쪽 의견을 더 반영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4%가 ‘일반국민’이라고 답했다. ‘당원’이라는 응답은 겨우 12%였다. 특히 20대(82%)· 30대(84%) 젊은 층에선 일반 국민의 의견을 더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모든 지역구에서 정당 후보를 뽑는 경선이 치러져야 하느냐, 일부 지역구에서는 전략공천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4%가 ‘모든 지역구에서 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답했다. ‘일부 전략공천이 필요하다’는 대답은 28%에 그쳤다. 전략공천 여부를 놓고 내홍을 겪은 새누리당 지지자 중에서는 45%가 모든 지역구의 후보 경선을 선호했다. 전략공천의 필요성을 인정한 응답은 34%였다. 새정치연합 지지자들은 65%가 모든 지역구 후보 경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명지대 윤종빈 교수(정치외교학)는 “그만큼 정당의 공천이 불투명했고 밀실에서 계파 싸움이 진행돼왔으니 ‘이제 좀 투명하게 하자’는 국민의 뜻을 많이 반영하라는 주문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6~8일 휴대전화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9월 11일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 본사에서 열린 산업통상위의 국정감사. 의원들의 ‘무더기 지각’으로 예정된 시간에서 한 시간을 훌쩍 넘긴 오전 11시에야 국감이 시작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추미애 의원은 아예 오후에야 출석했다. 낮 12시 35분 점심 휴정을 하기 전 겨우 한 시간 반 사이에도 의원들은 지루한 듯 계속 휴게실을 들락거렸다. 의사 중계나 언론의 카메라가 없는 지방 현장에서의 국감은 국회 구태의 집약판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모니터한 이날 산업위 국감장에도 이 같은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점심 뒤 오후 2시 5분에 재개하자 몇몇 의원은 자리에 앉아 대놓고 졸기 시작했다. ‘송곳 질문’은 실종됐다. 의원들은 한전 사장에게 “고철덩어리 송전탑이 흉물이다. 송전탑의 디자인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것은 어떤가”(새누리당 장윤석 의원), “전남이 관광적으로나 여러모로 좋은데 왜 발전하지 않는지…”(주승용 의원) 등 엉뚱한 발언을 쏟아냈다. 점심 이후 두 차례 더 휴정을 한 뒤 오후 6시 일찌감치 국감이 끝났다. 그나마 출석 의원 28명 중 9명은 이미 자리를 뜬 후였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모니터한 9월 11일 서울지방국세청의 현장 국감에도 출석한 의원 26명 중 14명이 감사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점심 이후 차례로 자리를 떴다. 국회 입성 4년 차이지만 의원들의 국감 역량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왕자의 난’으로 불리며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롯데 사태를 따져 묻기 위해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정작 의원들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인천 계양산(지역구)에 골프장을 건설하지 말라”는 식의 민원성 질의, 맥 빠진 발언으로 일관했다. 피감기관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은 것은 좋지만 편향성 때문에 기관 업무를 그르치는 사례를 명확히 꼬집지 못한 채 시종 윽박지르기 식의 설전만 이어졌을 뿐이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의원들이 감정만 드러냈을 뿐 정확하게 따져 묻지 못하고 변죽만 울린 채 끝내니 ‘물 국감’ ‘쭉정이 국감’이라는 얘길 듣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공천룰’ 등 당 내분에… 김무성 1회, 문재인 5회 출석 ▼여야 지도부 ‘국감 나 몰라라’국감은 국회의 ‘한 해 농사의 결실’로 비유될 만큼 의정활동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여야 지도부가 국감에서 소속 의원들의 활약을 독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여야 지도부가 자신이 속한 상임위원회에서 보인 태도는 ‘낙제점’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여야 대표들이 모두 당 내분의 중심에 서면서 정작 국감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올해 11차례 열린 국감에 첫날인 9월 10일 단 한 차례 출석했을 뿐이다. 이날 김 대표는 질의도 하지 않은 채 ‘눈도장’만 찍고 자리를 비웠다. 국방위원인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9차례 중 5차례 국감에 출석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준비해 온 질의만 마친 뒤 국감장을 빠져나가는 일이 잦았다. 국감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원내지도부도 출석률이 저조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외교통일위)는 50%,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정무위)는 70%였다. 올해 여야 지도부는 국감과 전혀 관계없는 당내 이슈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국감 전반기에는 문 대표가 재신임 카드를 던지자 당 내부는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의 편 가르기에 몰두했다. 추석 연휴에 김 대표가 문 대표와 잠정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놓고 여권은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는 물론이고 청와대까지 끼어들어 국감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생 국감을 외친 여야 지도부의 목소리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감 도중 정의화 국회의장의 해외 순방에 여야 의원들이 동행한 것을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9월 13일부터 7박 10일 동안 중앙아메리카 3개국을 방문하면서 새누리당 최봉홍 양창영 박윤옥 의원, 새정치연합 홍익표 의원이 함께했다. 홍금애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총괄집행위원장은 “여야 대표가 국감 등 의정활동을 공천에 반영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자신은 관행적으로 국감에 빠지고 있다”면서 “여야 지도부가 솔선수범해 국회의원의 본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어차피 형식적 답변” 작년 보고서 베껴 내는 기관들 ▼피감기관 “일단 피하고 보자”“재판환경 개선과 더불어 인적·물적 자원의 확충에도 힘써 심판 기간 준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올해 1월 헌법재판소는 법제사법위에 제출한 ‘2014년도 국정감사 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 사항 조치결과’ 보고서에서 “현행법에 규정된 180일의 재판기일을 준수하라”는 국회의 지적에 이같이 답변했다. 이 문장은 2013, 2014년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도 그대로 등장한다. 2013년 보고서에는 토씨 하나까지 똑같이, 2014년 보고서에는 ‘심판기간 준수에’라는 부분만 ‘사건 처리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이라는 표현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 결과 기일을 지키라는 질의와 “알겠다”는 형식적인 대답은 19대 국회가 개원한 2012년 이후 4년 내내 붕어빵처럼 반복됐다. 법사위만 악습을 되풀이한 것은 아니다. 법률소비자연맹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의 국감에서 똑같은 질의응답이 반복된 것은 총 242가지에 이르렀다. 이 중 상당수는 올해 국감에서도 그대로였다. 매해 반복되는 ‘맹탕질의’의 이면에는 “이번만 넘기자” 식으로 대처하는 피감기관들의 안이한 태도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 보고서를 살펴보면 막연한 시정요구 사항과 형식적인 시정 결과가 가득하다. “백화점, 마트 근로사원에게 인권침해적인 취업규칙을 강요하는 경우를 조사하고 개선하라”는 요구에 “개선토록 했다”(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소관 2014년도 국감)는 식이다. 홍 위원장은 “국회에도 레임덕이 있는지 19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이다 보니 피감기관장의 답변이 오만하고 뻔뻔한 게 올해 부쩍 눈에 띄었다”며 “의원들이 이 같은 태도를 실력으로 눌러야 하는데 역량과 의지가 부족해 보였다”고 꼬집었다.홍수영 gaea@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