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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이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에 30가지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새누리당은 “무분별한 의혹 제기”라며 반격했다.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22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해킹 프로그램을 가지고 국가안보를 위해서 국정원이 어떤 공작 활동을 했는지는 100% 초특급 국가기밀”이라며 “(자료 제출 요구는) 상식을 뛰어넘는, 있을 수 없는 폭거”라고 성토했다. 하태경 의원은 새정치연합을 지칭해 “괴담을 찾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괴찾사’”라고 비난했다. 하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자료 제출 요구는) 국가기밀을 공공연하게 유출하겠다는 범죄행위”라며 “야당이 이 문제를 국익의 관점이 아닌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서 계속 괴담을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정부 여당이 자료는 주지 않고 딴소리를 하고 있다”며 “굳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차량 바꿔치기’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며 맞공세에 나섰다. 국정원 직원 임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차량의 번호판은 초록색인 반면 경찰이 제시한 폐쇄회로(CC)TV에 찍힌 도로 위 차량 사진의 번호판은 흰색이라는 것. 전 최고위원은 “초록색을 흰색이라고 우기는 이런 행위야말로 진실을 거짓으로 덮고 가려는 상징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빛 반사에 따른 착시 현상일 뿐”이라고 부인했지만 전 최고위원은 “번호판 모양도 다르고 안테나 유무도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며칠 만에 하는 거야? (고위) 당정청(회동)이 68일 만이야?”(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22일 오후 6시 28분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공관. 과일주스가 담긴 유리잔을 든 이 비서실장이 연신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건넸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뒤 활동이 위축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던 이 비서실장이었다. 실제로 5월 15일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가 막바지로 치닫던 당시 심야 긴급 고위 당정청 회의가 열린 뒤 이 모임은 유명무실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뒤 당과 청와대는 아예 말을 섞지도 않는 분위기였다. 새누리당과 정부, 청와대에서 4명씩 총 12명이 참석한 이날 2차 고위 당정청 회의는 박근혜 정부 집권 후반기를 이끌어 갈 핵심 엘리트의 만남이었다. 당정청의 균열을 정비하는 의기투합의 자리라는 성격도 띠었다. 3월 6일 ‘3+3+3’ 형식으로 열렸던 1차 고위 당정청 회의에 참석했던 9명 중 4명이 교체된 만큼 새로운 바람도 불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처음으로 자리를 같이했다. 당시 정책위의장이었던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번엔 새 원내사령탑 자격으로 참석했다. 1차 회의에는 없었던 안종범 경제수석비서관,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최근 새로 임명된 새누리당 황진하 사무총장도 가세했다. 두 달 만에 한자리에 모인 여권 핵심인사들은 담소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회의 시작 5분 전 원 원내대표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도착하자 황 총리는 “반갑습니다”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막역한 사이인 이 비서실장에게 다가가 “얼굴이 많이 안 좋으시네”라며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참석자들이 모두 모이자 회의 주재자인 김 대표가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다음 발언 순서를 넘겨받은 황 총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인사를 해 눈길을 끌었다. 황 총리가 발언하던 중 원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의장, 현 정무수석에게 재차 취임 축하인사를 건네자 김 대표가 “황진하 사무총장도 있다”고 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회의는 한식 메뉴로 이뤄진 저녁식사를 겸해 오후 9시쯤까지 이뤄졌다. 당초 두 시간으로 예정됐던 회의시간이 다소 길어진 것. 술은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원 원내대표는 회의를 마친 뒤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옛날엔 (당정청 회동을 하며) 식사를 안 했는데 (이번엔) 아무래도 식사하면서 자연스럽게 할 얘기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도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아주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회의를 마무리했다”고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정부와 새누리당은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면서 만찬까지 겸하기로 했다. 만찬을 수반한 고위 당정청 회의는 이례적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로 파국으로 치달았던 당청관계를 정상화한 뒤 재개되는 첫 회의인 만큼 편안한 식사자리에서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주재한 3월 6일 1차 회의는 오전에 열려 참석자들이 과일 주스로 건배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당정청은 같은 달 23일에도 비공식적으로 모여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 문제 등을 논의했다. 5월에는 공무원연금 개혁 정국에서 긴급 당정청 회의가 비공개로 소집된 적이 있다. 여권의 최고위급 회의인 고위 당정청 회의는 5월 15일 이후 68일 만에 재개되는 것. 황교안 총리 체제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당정청 회의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등 여권 핵심 인사가 총출동한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들과 만찬을 마친 뒤 청와대 인근 부암동의 한 통닭집에서 2차를 했다. 이 자리엔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참석해 한밤중에 당청 간 ‘번개’ 회동을 했다. 당 관계자는 “당청이 그 어느 때보다 훈훈한 관계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정원 과장 임모 씨(45)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정치권은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여야 합의대로 국정원 현장조사를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장조사보다는 국회 차원의 청문회, 특위, 현안 질의가 먼저”라고 맞서고 있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밀 유지가 생명인 정보기관의 특성을 감안해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국회 정보위 위주로 신중하게 조사를 진행하면서 미진할 경우 다음 해법을 찾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평행선만 달린 여야 ‘2+2 회동’ 여야는 20일 원내수석부대표와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이 참여한 ‘2+2’ 회동에서 진상조사 순서와 방법에 대해 논의했지만 평행선만 달렸다. 먼저 새누리당 정보위원인 박민식 의원은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 현장조사를 먼저 요구한 건 야당인데 왜 거절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청문회 필요성을 내세우며 현장 조사는 뒤로 미뤘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현장 검증은 청문 절차의 일환으로 의미가 있지 책임을 면하는 용도로 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국회 차원의 대정부질문 실시 여부에 대해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쟁점은 이병호 국정원장의 출석 여부.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해킹이 이뤄졌다고 하면 불법 행위이기 때문에 국정원장에게 물어보는 것이지 국가안보와 상관없다”고 압박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원장 출석은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맞받아쳤다. 결국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의혹과 음모론만 확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이언주 대변인은 “윗선과의 모의가 의심된다”며 “자살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내용은 무엇이냐”고 주장했다. 전날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아무리 봐도 유서 같지 않네. 내국인 사찰을 안 했으면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자살하나요’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자초했다.○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정쟁 지양해야 국가 보위를 위한 필수적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감안해 철저히 정략적 태도는 지양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다음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성호 전 국정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가 안보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건인데 여과 없이 전부 드러내놓고 하는 것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느냐”며 “정보기관을 해부하듯이 하는 건 전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전 원장은 “국회는 적법하게 감청하게 해달라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제출됐는데도 해주지 않고 있다”며 “진영 논리로 밀고 당기다 보면 국민만 피해를 본다”고 비판했다. 국정원 1차장을 지낸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는 “정보위가 현장에 가서 국정원의 생생한 시설과 모든 장비를 보는 게 중요하지 책상에서 보고받고 파헤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국가 정보기관의 특수성은 인정돼야 하는 만큼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야당이 의심하는 일이 실제 일어났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역지사지의 태도로 풀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해킹 논란과 관련해 18일 자살한 국가정보원 직원 임모 씨(45)는 20년간 사이버안보 분야에서만 일해 온 실무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철우, 박민식 의원은 19일 임 씨의 유서가 공개된 뒤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이런 설명 내용을 전달했다. 여권 및 정보 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임 씨는 국정원 3차장 산하 연구개발단에 소속됐던 내근직 요원으로, 사이버보안기술 지원파트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의 모 대학 전산과를 졸업한 임 씨는 이번에 논란이 된 이탈리아 보안업체 ‘해킹팀’에서 해킹 프로그램인 RCS(리모트컨트롤시스템)를 직접 구입해 사용하는 등 거래 초기부터 실무를 주도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이 직원은 자기가 어떤 (해킹)대상을 선정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타 부서에서 해킹) 대상을 선정해 이 직원에게 알려주면 기술적으로 e메일에 (프로그램을) 심는다든지 그런 작업을 하는 기술자”라고 설명했다. 대테러국이나 대북공작국에서 자료를 요청하면 해킹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한 뒤 넘겨주는 역할만 했다는 것이다. 국정원 공채 출신인 임 씨는 올해 4월 과장(4급)으로 진급한 뒤 대전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씨는 평소 국가와 국정원에 대한 충성심이 아주 강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임 씨에 대해 “직원들 간에 굉장히 신망이 두터운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임 씨는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해킹팀’에 유출된 로그파일 등을 삭제했다. 대북 공작 대상자와 테러용의자들의 이름이 포함돼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공개되면 안 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추측이 나온다. 이 의원은 “국정원 간부들은 이 직원 본인의 책임은 전혀 없었다고 판단한다”며 “그런 (정치적 논란으로 커진) 문제가 불거지고 ‘이런 사람이 노출되면 안 되겠구나’ 하고 걱정을 많이 하면서 압박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정치권의 의혹 제기에 맞서 국회 정보위에서 로그파일 원본을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 심적 압박을 받은 임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삭제된 로그파일을 복원해도 내용은 다 표시 난다. 그런 과정에서 조직에 엄청난 누를 끼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언론에서 ‘해킹팀’으로부터 프로그램을 구입할 때 주고받은 (메일) 내용이 다 공개되지 않았느냐”며 “그런 부분이 상당히 정치적 논란이 되니까 여러 가지 압박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한다”고 설명했다. 임 씨의 두 딸 중 첫딸은 사관학교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딸은 현재 고등학교 3학년으로 가정적인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지난해 2월 미국 수사 당국은 세계 최대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을 13년 만에 멕시코의 한 해변 호텔에서 체포했다. 이중 삼중의 경호와 비밀리에 움직이던 그를 붙잡을 수 있었던 건 구스만의 범죄조직에 대한 휴대전화 감청을 통해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2012년 우리나라에선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수사당국은 2002년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과 연계된 범죄 혐의자가 입국한 뒤 탈레반의 ‘자금세탁업체’로부터 거액을 송금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뒤 혐의자가 유유히 출국할 때까지 수사당국은 손도 쓰지 못한 채 구체적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 혐의자의 휴대전화를 감청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의 스마트폰 해킹 논란이 정치권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인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은 여야의 기 싸움에 묻혀버린 상태다. 현행 통비법은 ‘국가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을 받으면 합법적으로 휴대전화를 감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통신업체가 감청설비를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는 점. 감청 설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기업 이미지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통신업체가 실제로 설비를 갖추고 있지는 않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테러, 간첩, 마약 등 강력사건이 발생해도 휴대전화를 감청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국회에는 이미 여러 개의 통비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다.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지난해 1월 통신업체가 휴대전화 감청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같은 당 박민식 의원이 낸 개정안은 휴대전화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감청할 수 있도록 했다. 통비법 관련 법안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17대 국회에서 정부의 추진으로 발의됐지만 “불법 사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시민단체와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폐기됐다. 지금도 여야는 정치적 공방만 벌이고 있을 뿐 통비법 개정 논의는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북한은 2012년 전략사이버사령부 창설 이후 사이버전 인력이 불과 2, 3년 만에 기존의 3000여 명에서 6000여 명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공격을 전담하는 전문 해커가 1200명을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감청에 대한 합법적 통제 범위를 명확히 하되 불법 탈법 행위는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감청에 대한 ‘투 트랙’ 접근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합법 감청은 허용하되 적절한 통제를 담보하도록 여야와 국정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무원이) 민원인 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민원을 해결하다가 실수해서 징계를 받을 경우엔 적극적으로 (이번 광복절에) 사면이 될 수 있도록 건의했다”고 밝혔다. 원 원내대표는 17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전날 청와대에서 이뤄진 당 지도부와 박 대통령의 회동 결과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원 원내대표는 “민원인의 편, 국민의 편에 서서 일하다가 선의의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며 “이런 경우에 대해 징계사면 필요성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앞서 2004년에는 석가탄신일 특별사면으로 징계공무원 283명, 2008년에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징계공무원 32만8000여 명의 징계처분에 대한 사면이 이뤄졌다. 원 원내대표는 이 두 사례를 언급하며 “물론 음주운전 금품수수 성폭력·성매매로 징계를 받은 사람은 마땅히 제외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 범위에 정치인이 포함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할 때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국민 감정에 법 감정에 어긋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치적인 효과를 노리는 것은 배제해야 되기 때문에 정치인 사면에 대해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16일 청와대 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마주 보고 앉았다. 1년 전 7·14 전당대회 바로 다음 날에 열린 첫 청와대 회동과는 달랐다. 당시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오른쪽, 이완구 당시 원내대표는 왼쪽에 앉았다. 박 대통령의 바로 맞은편에는 김태호 최고위원이 앉았다. 김 최고위원이 “제가 당 대표 같지 않으냐”는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당 대표의 서열을 고려해 대통령의 맞은편에 배치하는 관행에 어긋나 “두 사람의 껄끄러운 관계를 드러냈다”는 등 뒷말이 무성했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의 바로 맞은편에 앉은 자리 배치의 변화는 김 대표의 위상을 보여 준다는 관측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우리 김무성 대표”라고 표현하며 각별한 관심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전 11시경 시작돼 34분간 이어진 회동에선 덕담과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갈등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에선 김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청와대 측에선 박 대통령과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현기환 정무수석비서관, 현정택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참석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회동이 시작되기 전 성씨가 같은 현 정무수석과 현 정책조정수석을 향해 “수석님 중 누가 더 항렬이 높으시냐”며 분위기를 띄웠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붉은색 상의를 입었다. 평소 이 색의 옷은 ‘경제 활성화 복장’으로 불렸지만 이날은 새누리당의 당색과 호흡을 맞추는 ‘패션 정치’로 비쳤다. 당청 갈등을 봉합하고 정상화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불과 2주 전인 3일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개막식에서도 박 대통령은 같은 상의를 입었지만 당시엔 김 대표와 눈도 마주치지 않을 정도로 냉대했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은 시종 미소를 띠고 있었다. 2월 청와대 회동 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발언으로 당청 관계는 경색 국면으로 흘렀다. 당시 회동을 마친 뒤 김 대표는 “(회동이) 끝날 땐 막 웃고 ‘자주 보자’고 하고 나왔다”면서도 “처음 시작할 때는 냉기가 흘렀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번 신임 원내지도부 선출과 ‘김무성 체제 2기’ 당직 인선 과정에서 청와대 및 친박(친박근혜)계의 의견은 많이 반영됐다. 청와대와 친박계도 “김 대표가 원만히 풀었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원 원내대표는 회동 후 브리핑에서 “화면에서 봤듯이 (참석자들이) 빵빵 터졌다. (대통령이) 많이 웃으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당청 관계 경색으로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가 멈췄던 것에 대해 “(이젠) 완전히 원상회복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점심을 국회로 돌아오는 길에 간단히 도시락으로 해결하려던 일정을 바꿔 평소 가고 싶었던 고깃집에서 식사하자고 참석자들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회동 후에 김 대표도 마음에 여유가 있고 기분도 좋은 상태로 보였다”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새누리당이 대규모 사면이 필요하다는 군불 때기에 나섰다. 당 지도부와 중진들이 앞장서 정·재계 인사들에 대한 사면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모습이다. 김무성 대표는 15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특사 발언에 대해 “국민의 삶이 힘든 시점에서 국민대통합과 경제회복을 위해 매우 시의 적절한 결정이며 국가 에너지를 하나로 모을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이날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왕 사면하는 것 통 크게, 아주 화끈하게 해서 국민통합을 이뤄내고 국민들이 마음으로부터 ‘아, 다시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에서 모든 분야에 대해 사면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원 원내대표는 “‘대대(大大)사면’이 필요하다”며 “대통령께 대규모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중진 의원인 정갑윤 국회부의장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면에는 기업과 기업인들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통 큰 사면’ 띄우기에 나선 것은 경제인들의 사면을 통해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내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임기 반환점(8월 25일)을 계기로 경제 살리기에 성과를 내야만 내년 총선에서 경제 이슈를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여당이 박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박 대통령은 광복절 특사의 필요성을 언급하긴 했지만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겠다는 신중한 반응이다. 이 때문에 대상과 규모를 놓고 여당에서 분위기를 먼저 잡아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청 간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과 가까운 한 여권 인사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자세히 보면 답이 나와 있다”며 “박 대통령이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위한 사면을 언급한 것을 보면 사면 대상에 정·재계 인사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부가 제출한 11조8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 가운데 당초 예정됐던 예산을 집행하는 데 돈이 부족해 보충하려는 추경 부분(5조6000억 원)의 전액 삭감을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수 부족분을 메우지 않을 경우 추경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하반기에 재정 지출이 급격히 감소하는 ‘재정절벽’도 불가피해진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의 본격적인 심사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의 ‘샅바 싸움’이 한창이다. 새누리당이 추경을 정부 원안대로 신속하게 통과시켜야 한다고 야당을 압박하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추경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일부 추경사업이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세수 보완 안 되면 추경효과 반감 정부는 11조8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5조6000억 원을 덜 걷힌 세수를 메우는 용도로 설정했다. 2015년도 예산안을 편성할 때보다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수출 부진이 지속돼 당초보다 5조 원 이상의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역시 5조3000억 원가량의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12일 논평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반쪽 추경’으로는 효과도 반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세입 결손으로 재정 지출에 차질을 빚으면 경기부양 효과를 제대로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나 가뭄과 무관한 추경예산은 용납할 수 없다며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새정치연합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제정책을 전환하거나 내년도 본예산을 편성할 때 세입 부족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 분명히 설명하지 않으면 추경안을 통과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그동안 잘못된 세수 전망을 내놓은 데 대해 먼저 사과하고 제대로 된 세수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추경에 협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일단 세수 부족이 4년 연속 발생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매년 장밋빛으로 세수를 전망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일단 세수 부족을 메우지 않으면 추경효과가 반감될 뿐만 아니라 하반기(7∼12월)에도 정상적인 재정 지출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과)는 “세수 부족이 메워지지 않으면 본예산에서 잡아 놓은 사업들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며 “예산이 없어 사업을 못할 경우 하반기에 ‘재정절벽’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10조9000억 원의 세수 부족이 발생해 그만큼의 재정사업을 수행하지 못했다. 세월호 사태를 겪으면서 경기가 하락해 세수가 줄어들었지만 정부는 세수 부족분을 메우지 못했다. 그 결과 4분기(10∼12월)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3%까지 내려앉았다. 7월 출범한 최경환 경제팀이 재정 보강을 위해 46조 원의 정책 패키지를 내놓았지만 금융 보증 및 융자 지원 형태로 이뤄져 효과가 시장에 전달되는 데 시차가 있고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추경사업 4건 중 1건꼴로 ‘문제’ 추경사업의 적절성을 두고도 정부와 국회, 여야 간에 치열한 대립이 예상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추경안을 분석한 결과 145개의 추경 지출사업 중 36개(25%)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금액으로 따지면 전체 세출추경 예산의 67%에 해당한다. 추경안의 재원 대부분(9조6000억 원)이 국채를 발행해 메우는 것인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6개 사업에서 발견된 45건의 문제점 중 16건은 ‘연내 집행 가능성 부족’이었다. 국가재정법은 추경의 중요한 요건으로 ‘연내 집행 가능성’을 꼽지만 빠른 시일 내에 집행될 가능성이 낮은 사업이 다수 발견된 것이다. 일례로 보건복지부의 감염병 예방관리 사업에 포함된 항바이러스제 구매(555억 원)는 실제로는 2016년에 필요한 약품이지만 이번 추경안에 포함됐다. 사업 계획이나 사전 절차 이행이 미흡한 사업도 16건이나 됐다. 감염병 관리시설 및 장비 확충 사업에 1447억 원이 반영됐으나 구체적 지원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자체 실제 수요와 보건소 구급차 보유 현황 등도 고려되지 않았다. 3건의 사업은 기존 사업성과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이 확대돼 실질적인 사업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복 지원 가능성이 커 철저한 집행 관리가 필요한 사업도 10건이나 됐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세수 부족을 야기한 원인에 대한 분석과 재발 방지가 필요하겠지만 세입경정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경기부양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며 “추경으로 새롭게 지출하는 사업의 경우에도 제대로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홍정수 기자}
#장면 1. “형님, 줄 잘 서십시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A 의원은 지난달 25일 화장실에서 마주친 또 다른 친박계 당직자 B 의원에게 이같이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사실상 불신임 발언을 했던 당일 오후 열린 의원총회 도중이었다. A 의원의 한마디는 내년 4월 총선 공천을 앞두고 박 대통령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고 행동하라는 일종의 ‘경고’이자 ‘엄포’로 들렸다. #장면 2. “이렇게 가다간 다음은 대표님 차례입니다.” 7일 오후 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 비박(비박근혜)계 재선의원 10여 명이 모인 자리에 김무성 대표가 예고 없이 찾아왔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한 뒤에는 청와대의 다음 표적이 김 대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던 때였다. 재선 의원들이 이런 우려를 전달하자 김 대표는 “나까지 건드리려 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김 대표가 ‘공천에 관해 부당한 시도가 있을 때는 맞서 싸울 것’이라는 각오를 단단히 내비쳤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의 ‘6·25 발언’ 이후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기까지 13일간, 현장에서 직접 본 집권여당은 ‘혼란’ 그 자체였다. 청와대의 요구에 따라 원내대표의 거취를 의총에 다시 묻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접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겉으로는 △헌법정신 △삼권분립 △의회민주주의 등 거룩한 가치를 입에 올렸다. 하지만 속내는 달라 보였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청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고 필연적으로 자신들의 운명을 좌우할 ‘공천권’ 문제와 직결된다는 것을 직감한 의원들은 셈에 바빴다. 각자의 이해에 따른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나선 것이다. ‘민의의 전당’에서, 국정을 책임져야 할 여당에선 13일 동안 친박계와 비박계의 계파 갈등만이 존재했다. 몇몇 친박계 핵심 의원은 수시로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 유승민 원내대표 몰아내기 전략에 골몰했다. 7일 오전엔 친박 성향의 충청권 의원들이 모여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유 원내대표 사퇴에 반대하던 비박계 재선 의원들도 이에 맞서 7, 8일 이틀간 연달아 모여 맞불을 놓았다. 3일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정책위 연석회의 직전의 한 모습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친박계 노철래 의원은 주위 의원들에게 “친박은 이리 앉고, 친이(친이명박)는 여기 앉아라”라고 말했다. 동료 의원들은 실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바로 전날 김태호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자 대표비서실장이 육두문자가 섞인 욕을 해 당 최고위원회의가 난장판이 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언론사 기자들과 카메라를 통해 사실상 전 국민이 다 지켜보는 자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발언의 수준을 의심케 했다. 국민의 사활이 걸린 메르스 문제, 가뭄 피해와 같은 민생 이슈는 지난달 25일 이후 순식간에 실려 갔다. ‘메르스 추경’ 예산안 심사를 위한 7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합의는 몇 번씩 미뤄졌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결정했던 8일 의원총회에서도 의원들은 “총선 승리”만을 외쳤을 뿐 민생을 돌봐야 한다는 목소리는 묻혀 버렸다. 헌법 1조 1항의 가치를 생각하며 13일을 버틴 유 전 원내대표에게서도 민생의 가치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지난 13일 동안 가장 큰 상처를 입은 것은 친박·비박도, 청와대도 아닌 국민이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결국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 원내대표에 대해 ‘불신임’ 선고를 한 지 13일 만이고, 2월 2일 원내대표에 선출된 지 156일 만이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사퇴 의견이 우세하자 이를 수용해 물러나는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그 2주 가까이 국정을 책임져야 할 여권은 정치력 부재의 ‘민낯’을 보여줬다. 정쟁의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여권은 국민을 아랑곳 않고 내전(內戰)에 몰입했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할 정도로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유 원내대표는 8일 사퇴 회견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을 우회 비판한 셈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의원들의 총의로 결정된 일이며 청와대는 그에 대해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며 “당청 관계가 앞으로 잘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여권의 자기반성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청와대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국회와 여당의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당청 간 불통에 청와대는 과연 책임이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유 원내대표와 청와대, 친박(친박근혜) 사이에서 ‘오락가락’ 리더십으로 도마에 올랐다. 박심(朴心·박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고 총력전을 펼친 친박계 역시 청와대와만 소통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정치 원로와 전문가들은 여권의 일대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여권의 파국은 단순한 계파 갈등을 넘어 국가의 위기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박 대통령이 더 열린 마음으로 폭넓은 소통을 하고 타협하는 게 좋겠다”며 “여당은 국정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계파 싸움을 하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여권의 불협화음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사전에 당정 협의를 충분히 하고 청와대의 정무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
“청와대가 여당에서 선출한 원내대표를 나가라고 하는 건 잘못됐다. 미국은 대통령이 야당도 불러서 설득하는데 우린 왜 그걸 못하냐.”(정두언 의원) “정치인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불명예가 아니다.”(서청원 최고위원) 8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 50분까지 국회 본청 246호에서 4시간 가까이 계속된 새누리당 의원총회.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김무성 대표와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가 진행한 이날 의총에는 160명의 당 소속 의원 중 120명이 참석했고 자유발언 사전 신청자만 30명에 이르렀다. 김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당내 갈등과 혼란의 문제는 유 원내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새누리당 모두의 문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들은 분열된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며 이날 의원총회에서 결론 낼 것을 강조했다.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권고하는 쪽으로 당 지도부의 의견이 모아졌고 이날 의총도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등 대다수는 “표 대결로 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표결이 갈리면 당내 갈등이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은 과거 노동법 파동으로 원내총무직을 사퇴했던 일을 언급하며 “정치인이 책임을 지는 것은 불명예가 아니라 아름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천 학살을 통해) ‘친박’을 만든 사람이 전 정권에 계셨던 분(친이명박계)들 아니냐. 그러나 우리는 전 정권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며 “어제는 과거다. 다 잊자”고 덧붙였다. 대통령정무특보를 겸하고 있는 김재원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 논의 당시엔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가 반대한다’는 사실을 당내 의원들에게 설득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들에게는 소통의 창구로서 역할을 못한다고 괄시받고, 청와대에선 역할이 많지 않다. 이번 과정에서 ‘자가 격리’돼 있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공무원연금법특위 간사였던 조원진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한 일에 대해 잘잘못을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 분란은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친박계 초선 의원인 강석훈 의원은 “박근혜 정부는 1580만 표의 지지를 얻어 출발한 뒤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을 상당 부분 실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이 정부와 노선이 너무 달라 함께 갈 수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찬반 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에 반대했던 당내 재선그룹의 김용태 의원은 “대충 ‘우∼’ 하고 박수치고 끝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한 명 한 명 의사를 제대로 파악해서 기록에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원내대표가 몸담았던 한국개발연구원 출신으로 유 원내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종훈 의원도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관련된 문제라서 표결을 해야 한다”며 “표결도 안 하는 건 군대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친박계 초선 의원인 함진규 의원이 “‘식구’는 이야기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황영철 의원이 맞서 항의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청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이번 의총에서 수평적 당청 관계와 소통에 소극적인 청와대의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주지 못하면 국민은 우리를 혁신이 아닌 구태 정당으로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의원도 “박 대통령이 당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선 누가 원내대표가 된들 당청 관계는 계속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식 의원은 당 지도부뿐 아니라 정무특보인 김재원, 윤상현 의원과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출신인 이정현 의원을 가리켜 “당청 관계 회복과 당내 화합 복원에 대해 정치생명을 걸고 나서라”라고 요구했다. 3시간 50분에 걸쳐 총 33명의 자유발언이 끝난 뒤 김무성 대표는 의총을 마무리했다. 김 대표는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의원회관의 사무실에 있던 유 원내대표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유 원내대표는 예상했다는 듯 수용했다.홍정수 hong@donga.com·차길호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벽에 부닥치자 김무성 대표가 직접 움직였다. 김 대표는 7일 오전 10시에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8일 오전 9시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열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19분 만에 먼저 회의장을 나온 유 원내대표는 “최고위에서 의총을 요구했다. 나는 의총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고위에서 새누리당의 미래와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위한 원내대표 사퇴 권고 결의안 채택을 위한 의총을 소집하기로 했다”고 했다. 하지만 오후에는 비박(비박근혜)계 재선 의원들이 “결의안 명칭에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면서 의총 안건이 ‘결의안 채택’에서 ‘거취 논의’로 수위가 낮춰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일 의총은 사실상 유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대표는 “8일 무조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주변에 밝혔다고 한다. 김 대표가 유승민 사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희한한 의원총회’ 이날 긴급 최고위에서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 불신임안을 의총에 상정해 표결하자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사퇴 권고 결의안’을 채택하는 선에서 절충했다. 김 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나머지 최고위원들에게서 권한을 위임받아 문안을 작성해 8일 의총에서 발표한 뒤 의원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 8일 의총은 그 자체가 이례적이다. 사퇴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는 건 전례가 없다. 김 대표는 우선 친박계의 의총 소집 요구를 차단했다. 그 대신 당헌당규에 따라 최고위원회의 결의로 의총 소집을 요구했다. 친박계 주도로 의총이 열릴 경우 친박-비박의 감정 대결이 불가피해지고, 표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표 대결이 벌어질 경우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든 재신임을 받든 어느 일방은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여권이 공멸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물밑 중재 나선 김무성 김 대표는 6일 유 원내대표와 30분간 만난 결과 그가 자진 사퇴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확인했다. 결국 사태의 조기 수습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와의 독대 이후 김 대표는 대통령정무특보인 김재원 의원과 유 원내대표의 한 측근 등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한 참석자는 “결국 유 원내대표가 의총에서 목을 쳐 달라는 것 아니겠느냐”는 말을 꺼냈다. 국회법 개정안 재의안이 무산되자 김 대표가 나서서 유 원내대표 대신 기자회견을 열고 유감을 표명한 것도 사실상 김 대표가 상황 정리에 나섰다는 신호로 읽힌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본회의가 끝난 뒤 유 원내대표를 제외한 채 심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를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를 토대로 김 대표는 7일 오전 9시 원내대책회의가 열리기 전 유 원내대표, 원 의장과 만나 ‘의총 소집 후 거취 문제 논의’라는 결론을 냈다. ○ 비박계 “의총 불참” 강력 반발 이날 긴급 최고위 결정에 대해 비박계 재선 의원들은 오후 회동을 하고 “결론을 내려놓은 의총 소집엔 불참할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날 모임에는 박민식 황영철 의원을 비롯한 재선 의원 10여 명이 참석했다. 김 대표도 예고 없이 모임에 들러 긴급 최고위 논의 상황을 설명하고 재선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결국 김 대표는 재선 의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거취 문제를 포함해 향후 당청 관계, 당내 갈등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은 뒤 최고위에서 결정한 결의안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일부 재선 의원은 8일 오전 8시경 재차 회동을 하기로 했다. 이들은 의총에 불참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일단 의총에서 토론을 통해 유 원내대표 사퇴 반대 의사를 밝힐 계획이다. 표 대결 가능성까지 열어 놓고 물밑에서 다른 의원들의 의중을 파악하기도 했다. 다만 당 안팎에선 당내 다수 의원이 ‘사퇴 불가피론’에 기운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비박계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안무치한 결정”이라며 “의총 재신임까지 뒤엎고 청와대 지시에 충실하려고 하면 최고위는 존재가치도 없다. 지금 물러나야 할 사람들은 최고위원들”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정두언 의원도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원내대표를 사퇴시키기 전에 자신들의 거취를 분명히 하라”고 촉구했다.강경석 coolup@donga.com·홍정수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8일 의원총회에서 ‘결의안 채택’으로 결정하자는 중재안을 낸 건 유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인 원유철 정책위의장(사진)이었다. 7일 새누리당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부분의 최고위원들은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의 재신임 표결을 하자고 했다. 그러나 원 의장은 “표결을 하면 당이 심각한 분란과 내홍에 빠지고 치유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표결로 찬반이 엇갈리면 당내 의원들이 계파별로 갈라져 갈등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원 의장은 대신 유 원내대표가 당청을 위해 정치적인 결단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최고위원들도 동의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표 대결만큼은 절대 막아야 한다”며 “잘못하면 (유 원내대표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선 유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원 의장)가 선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뒤늦게 절충안만 제시하며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당직자는 “원 의장이 유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당내 의원들을 설득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유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사퇴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경우 당헌 90조에 따라 원내대표와 동반 출마해 당선된 원 의장도 함께 사퇴해야 한다. 새 원내대표는 유 원내대표가 사퇴한 뒤 일주일 안에 뽑아야 한다. 그때까진 당헌 87조에 따라 원 의장이 한시적으로 직무를 대행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번 사태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죄송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국회법 개정안 재의안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해 이같이 사과했다. 의안 표결이라는 원내 현안을 당 대표가 기자회견까지 한 것은 이례적이다. 자진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대신해 총대를 멘 것이다. 여권의 내홍이 장기화하면 이런 어정쩡한 장면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무성 결국 유승민 거취 ‘총대’ 메나 당 안팎에선 6일이 유 원내대표 거취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날도 유 원내대표는 끝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김 대표가 자청해서 원내 사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이날 오전 유 원내대표와의 독대에서 자진사퇴의 뜻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유 원내대표와 함께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 법안 처리 일정을 논의했다. 이후 김 대표는 예고 없이 국회 원내대표실을 찾아 유 원내대표와 배석자 없이 30분가량 밀담을 나눴다. 두 사람 모두 대화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지만 유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없이 물러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와 만난 직후 대통령정무특보인 김재원 의원을 만났다. 청와대의 의중을 전해 듣는 한편 친박(친박근혜)계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당내 갈등을 수습할 대응책을 모색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는 오후 5시경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을 집권 여당으로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당내 일각에선 “결국 김 대표가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공표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압박할 수 있는 마땅한 카드가 없는 것도 김 대표의 고민이다.○ 끝내 거취 표명 안 한 유승민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는 ‘폭풍 전야’처럼 고요했다. 친박계가 사퇴 시한을 정하고 유 원내대표를 압박하고 있었지만 친박계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2일 유 원내대표를 면전에서 공박한 김태호 최고위원도 입을 다물었다. 다만 김 대표는 “당청은 공동운명체이자 한몸”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 곧 새누리당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나라와 당을 먼저 생각하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삼사일언(三思一言·세 번 이상 생각하고 한 번 말하라)해야 한다”며 “당내 분란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날 유 원내대표는 오전부터 당 지도부와 연쇄 접촉했다. 비공개 최고위 회의가 끝나자마자 서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와 단둘이 회의장에 남아 15분간 독대했다. 서 최고위원은 원론적으로 사퇴 불가피론을 재차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퇴 시한을 못 박지 않았다고 한다. 서 최고위원은 회동 직후 “유 원내대표와 나눈 이야기를 말하는 것은 온당치도 않고 예의도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유 원내대표는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안이 폐기된 후에도 따로 입장 표명을 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당 대표가 (이미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냐”며 답변을 피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홍정수 기자 }
6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국회법 개정안 표결은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감표(監票) 위원 선정에서부터 여야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표결에도 1시간 넘게 실랑이를 계속했다. ‘지연 전술’을 택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투표 시작 후 30분 동안 70여 명이 기표소로 이동해 신속하게 투표를 마쳤다. 그러나 이후 50여 명의 야당 의원은 1명씩 차례차례 투표에 나서면서 시간을 의도적으로 늦췄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평소 친분이 있는 여당 의원들을 ‘맨투맨’으로 접촉해 “투표에 참여해 달라”고 권유했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준비한 ‘투표’라는 팻말을 들고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고함을 쳤다. 무소속인 정의화 국회의장도 일찌감치 투표를 마친 뒤 투표를 독려했지만 여당 의원들의 뜻을 돌리진 못했다. 새누리당 의원 중에선 정두언 의원이 유일하게 투표에 참여했다. 결국 정 의장은 오후 4시 55분 “더이상 투표시간을 연장할 수 없다. 재적의원 과반수를 충족하기 어렵다”며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다. 야당은 곧바로 의원총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당초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국회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되더라도 61개 법안을 처리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로 결국 ‘국회 보이콧’을 선택했다. 이날 표결에 앞서 오전에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향후 의사일정을 이 원내대표에게 위임하기로 결정했던 약속을 뒤집은 것. 이윤석 최원식 의원 등 원내 부대표단이 나서 “오늘 (본회의에) 안 들어가면 다음에 들어가기가 더 어렵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강경한 여론에 떠밀린 이 원내대표는 결국 “오늘은 일단 여기서 접겠다”며 본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문 대표는 “새누리당은 모든 권력이 청와대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몸소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권력의 꼭두각시임을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이후 여당 단독으로 진행된 본회의는 150명 정족수를 채우느라 예정된 시간보다 40분가량 늦은 오후 9시 40분경 시작됐다. 새누리당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의원 겸직 중인 국무위원 5명 전원을 긴급 소집했다. 이날 새누리당은 인터넷으로 소액투자자를 모집해 창업 벤처 기업에 투자하도록 하는 일명 ‘크라우드펀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하도급법의 적용 대상을 현행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대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경제활성화법 등 61개 법안을 처리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한상준·홍정수 기자}
당정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이어 올해 안에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을 개정하기로 6일 의견을 모았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새누리당과 당정협의를 한 뒤 “(개정된 공무원연금법) 시행일이 2016년 1월 1일이니 그 전에 정기국회에서 (사학연금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도 사학연금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9월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공적연금 개혁 ‘2탄’이 본격 개막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된 뒤 사학연금 역시 연쇄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현행 사학연금법은 퇴직 후에 받는 연금액을 결정하는 ‘지급률’을 공무원연금법이 규정하는 대로 따르도록 하고 있다. 5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지급률을 현행 1.9%에서 1.7%로 낮추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공무원연금법이 부칙에서 이 0.2%포인트를 20년간 단계적으로 떨어뜨리도록 규정한다는 점이다. 사학연금법은 공무원연금법의 ‘본문’만 준용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사학연금법을 연내 개정하지 않으면 내년 1월 1일부터 사학연금 지급률은 곧바로 1.7%로 떨어진다. 연금액을 부담하는 사립학교와 교직원, 정부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것. 공무원연금법이 부담률을 현행 7%에서 5년 동안 9%로 인상하기로 한 점도 사학연금에 맞춰 적용해야 한다. 퇴직 공무원의 연금액 동결 등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포함된 고통 분담 방안에 대해서도 황 부총리는 “대통합의 의미에서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존중해 (사학연금법 개정 논의 시에도) 될 수 있는 대로 그 정신을 살리면서 국회 차원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사학연금의 특수성을 인정하며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개혁 논의에 있어 먼저 정부안을 명확히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다만 사학연금의 핵심인 부담률에 대해서는 이날 논의를 하지 못해 추후 당정 간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사학연금의 지급률과 부담률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은 부칙만 바꿔서 가능하지만 부담률을 바꾸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여야 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시행령에서 사학연금 부담률을 개인 7%, 국가 2.88%, 사학법인 4.12%로 규정하고 있다. 야당은 이 부담률을 정부가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의도 조기 복귀설’을 두고 3일 “나도 정치인이기에 그런(국회 복귀) 부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지금은 경제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에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최 부총리는 이날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여의도로 다시 돌아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이어 “언제 (경제부총리를) 그만둘지 모르지만 (지금은) 경제살리기에 매진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론과 맞물려 친박계의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세력이 위축된 친박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결집하려는 상황에서 구심점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조기 개각을 통해 최 부총리를 당으로 복귀시켜 국정 장악력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불편한 당청관계의 중심에 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마주 앉았다.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 발언을 쏟아낸 뒤 8일 만이다. 사석에서 호형호제하는 사이지만 두 사람은 의례적인 인사마저 생략한 채 오전회의를 시작해야 했다. 회의 직전 통상적으로 갖는 티타임도 생략했다. 4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가 끝난 뒤 유 원내대표와 이 비서실장은 운영위원장실에서 배석자 없이 7분간 독대했다. 유 원내대표가 먼저 “차 한잔할 시간 있느냐”고 해서 자리가 만들어졌다. 이 자리에서 이 실장이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며 수습 방안을 조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독대 7분간 해법 조율했을 듯 이 실장은 이날 운영위 회의에 앞서 김무성 대표만 5분 정도 만났다. 김 대표는 이 실장과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유 원내대표 거취에 대해) 얘기했다고 해도 했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 거취 논란에 대해 의견을 나눴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운영위가 끝난 뒤 이 실장을 만난 유 원내대표는 거취와 관련된 얘기를 들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며 “7일 운영위 일정도 차질없이 하겠다”고 말했다. 이 실장도 청와대 뜻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 없다” “지금부터 입이 없다”며 함구했다. 그만큼 민감한 현안을 논의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두 사람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실장은 유 원내대표에게 박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며 출구전략을 모색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이 실린다. 두 사람은 2002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 캠프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캠프에서도 손을 잡을 정도로 각별하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유승민 인정하나?” “여기서 말할 성질 아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운영위원장 자격으로 회의를 진행하면서 말을 아꼈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거칠어지자 박 대통령을 엄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이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언급하며 “막말, 압박, 협박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유신 잔당이 권력의 중심에서 날뛰는 세상”이라고 비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즉각 유 원내대표는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강조하며 “결산에 집중해 달라”고 주문했다. 야당 의원들이 ‘성완종 리스트’에 올랐던 이 실장의 신상발언을 요구했을 때에도 유 원내대표는 “결산 자리인데 적합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철저히 말을 아끼되 청와대에 대한 감정적 대응에는 제동을 건 것. 이 실장은 목소리를 높여 적극 대응했다. 박 대통령의 국회 비판을 문제 삼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는 “늘 국민 삶을 생각하고 국민 중심의 정치가 돼야 한다는 대통령 나름의 절절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다만 “청와대가 운영위에 참석한 것은 (유 원내대표를) 인정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여기서 말씀드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비켜갔다.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차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