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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도쿄 올림픽 레슬링 아시아 쿼터 대회가 국내에서 개최될지 모른다. 북한이 참가할 가능성이 높은 대회다. 대한레슬링협회 관계자는 “다음 달 27~29일 중국 시안에서 예정됐던 대회가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세계레슬링연맹(UWW)이 유치 의사를 문의해 이에 응했다”고 2일 밝혔다. 한국 외에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도 개최 의사를 밝혔다. 개최지 변경 여부와 새 개최는 이번 주 안에 발표될 예정이다.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9월 세계선수권대회를 유치해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파전이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협회는 강원 평창군을 후보지로 검토 중이다. 대회를 유치하면 얼어붙은 남북 체육 교류가 재개될 수 있다. 협회 관계자는 “레슬링은 북한의 올림픽 메달이 유력한 종목이라 출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은 특히 여자 레슬링의 경쟁력이 높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올림픽 티켓을 확보한 자유형 53㎏급 세계랭킹 1위 박영미, 여자 자유형 8위 62㎏급 림종심 등이 메달 후보로 꼽힌다. 북한은 아시아 쿼터 대회를 통해 남은 체급에서 올림픽 티켓을 따야 한다. 아직 올림픽 티켓을 한 장도 얻지 못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 사활을 건다. 애초 중국 신장에서 훈련할 예정이었던 대표팀은 3일부터 평창에서 훈련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창립 20주년을 맞은 골프존이 글로벌 리딩 기업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0년 5월 설립된 골프존은 혁신적인 ‘스크린골프’ 비즈니스를 선보이며 국내에 스크린 붐을 일으킨 회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귀족 스포츠’로 평가받던 골프의 문턱을 낮춰 2040 젊은 골퍼들을 유입시켰다. 이에 따라 골프 산업의 저변이 넓어졌고 국내 골프 인구도 늘었다. 골프존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스크린 골프 인구는 390만 명이다. 스크린 스포츠 시장 규모도 5조원으로 추산된다. 시장 성장에 힘입어 골프존은 2017년부터 가맹 사업에도 본격 뛰어들었다. 골프존파크는 운영 2년 10개월 만인 지난해 5월 1000호점을 돌파했다. 투비전, 투비전 플러스 등 시뮬레이터 기술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골프존은 첨단 스윙 분석 시스템인 GDR(골프존 드라이빙 레인지)를 앞세워 GDR아카데미로 레슨 시장도 개척해나가고 있다. 2018년 출범한 아카데미는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8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해외시장 성장세도 돋보인다. 지난해 기준 골프존의 5년간 해외 수출은 380억 원 이상(2000여 대)이다. 국가별로는 최근 3년간 일본에 570여 대, 중국, 홍콩, 대만 지역에 300여 대의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를 판매했다. 골프존 박기원 대표이사는 “골프존은 국내를 넘어 중국, 베트남, 미국 등의 해외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앞으로도 탄탄한 기술력과 세상에 없던 혁신 행보로 국내 및 해외 시장에서 다양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서비스로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서겠다는 각오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아쉬움이 컸지만 제 부족함을 깨닫고 한 단계 성장하게 만든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새로운 강자로 주목받던 오지현(24·KB금융그룹)은 지난해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2014년 프로 데뷔 후 이듬해부터 매 시즌 우승을 맛본 그는 지난해 한 번도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2017, 2018시즌 연속 2승씩 했을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기에 더욱 의아한 결과였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훈련 중인 오지현은 서면 인터뷰에서 “만족스러웠던 두 시즌을 보내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욕심을 부린 것이 오히려 무릎 부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2018시즌 대상 포인트 2위였던 그는 지난 시즌 36위까지 미끄러졌다. 기권을 세 번, 컷 탈락을 네 번 했다. 시즌 중 스윙 코치를 바꾸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지난해 최고 성적은 10월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거둔 5위. 2017년까지 오지현의 캐디를 맡았던 아버지 오충용 씨(54)는 “시즌 초부터 부상을 겪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심리적으로 힘든 한 해를 보냈지만 후반기에는 다 내려놓고 오히려 편하게 보냈다. 휴식이 필요한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시즌을 마친 뒤 기분 전환에 주력했다. 골프장을 떠나 일상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후로는 절친한 선배 프로골퍼인 김지현(29·한화큐셀)과 프랑스 파리에 다녀오기도 했다. 함께 에펠탑을 보고 루브르박물관도 들렀다. 오지현은 “거리에 앉아 맥주 한잔 마시며 여유롭게 서로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현 언니는 친언니 같은 존재다. 기쁘고 슬픈 모든 순간을 함께한 좋은 경쟁자이자 조언자”라고 말했다. 오지현과 김지현이 동반 활약하면서 한때 ‘지현 천하’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그는 박인비(32), 신지애(32) 등과 친목 모임 ‘은가비’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은가비는 은은한 가운데 빛을 발하라는 뜻이다. 오지현은 “TV로만 보던 언니들과 뜻깊은 일을 하며 후배가 아닌 동생으로서 많은 조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의 노래를 듣는 게 즐거움이 됐다. 새 시즌을 앞둔 오지현은 자신의 약점 보완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안성현 코치의 지도 아래 김지현, 박결(24), 노승열(29) 등과 함께 훈련 중인 오지현은 “그린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 100m 이내 샷 연습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2년(2017, 2018년) 연속 평균 퍼팅 수 1위를 하기도 했던 오지현은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그린 적중률 20위 안에 든 적이 없다. 평소 ‘고통 없이 얻는 것은 없다(No pain No gain)’를 좌우명으로 삼는 오지현은 지난해 부진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됐기를 바란다. “이왕 할 거 후회 없이 하자는 주의다. 컨디션을 회복해 몸 상태도 아주 좋다. 올해는 꼭 부상 없이 좋은 성적으로 지난해 못 한 우승을 하고 싶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은 29일 현재 남자부 7개 팀 중 6위에 처져 있다. 시즌 초반 12연패에 빠지는 등 부진했던 탓에 플레이오프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도 수확은 있다. 센터 김홍정(34·사진)의 재발견이다. 선수 생활 내내 한 번도 부문별 10위 안에 들어 보지 못했던 김홍정은 이날 현재 세트당 블로킹 0.71개로 현대캐피탈 신영석(0.85개)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국가대표 센터 현대캐피탈 최민호(0.67개·3위), 대한항공 김규민(0.65개·4위)보다 높다. 2009∼2010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수련 선수(연습생)로 삼성화재에 입단한 김홍정의 배구 인생은 기회와의 싸움이었다. 팀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그는 이내 프로 무대를 떠나야 했다. 이후 실업팀 용인시청에서 1년 반을 뛰었다. 2011년 신치용 당시 삼성화재 감독의 제안으로 다시 프로 무대로 돌아온 김홍정은 2013년 창단한 러시앤캐시(현 OK저축은행)로 이적했다. 초대 주장을 맡으며 기대를 모았지만 잠재력을 터뜨리진 못했다. 그가 군 복무로 자리를 비운 동안 팀은 2시즌(2014∼2015, 2015∼2016) 연속 챔피언이 됐다. 이듬해 그가 복귀하자 팀은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외국인 선수 시몬의 빈자리가 컸다. 김홍정은 29일 전화 인터뷰에서 “배구를 하면서 가장 마음이 무거웠던 시기였다. 경기 감각도 떨어진 데다 팀 사정도 좋지 않아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도약의 발판은 3번째 프로 팀인 KB손해보험에서 마련됐다. 2017년 2 대 2 트레이드로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은 뒤 출전 기회가 많아졌다. 블로킹에서만큼은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였다. 김홍정은 “교체 선수로 뛸 때는 욕심이 앞서 경기가 잘 안 됐다.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고 즐기다 보니 블로킹 타이밍에 자신감도 생기고 경기가 잘 풀렸다”고 설명했다.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의 배려로 이번 시즌에는 주장 자리도 내려놨다. 이 팀에는 김홍정처럼 기회에 목마른 선수가 더 있다. 12시즌 동안 대한항공 ‘원 클럽맨’으로 활약했던 레프트 김학민(37)은 은퇴 고민 끝에 새 기회를 얻었다. 주장 완장을 찬 김학민은 김홍정과 코트 위에서 후배들을 독려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학 2부리그 소속의 목포대 출신으로는 드물게 프로 지명을 받은 신인 레프트 김동민(23)도 점점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김홍정은 “동료들 모두 지금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있다. 남들은 어렵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아직 플레이오프 포기 안 했다. 더 응원해 달라”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날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에 3-1(25-27, 25-19, 25-18, 32-30), 여자부 GS칼텍스는 KGC인삼공사에 3-0(25-18, 29-27, 25-17)으로 승리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기에 이런 행운이 찾아왔나 싶어요.”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의 신인 이다현(19)은 요새 꿈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되면서 학창 시절부터 롤모델이었던 국가대표 센터 양효진(31)과 같은 유니폼을 입게 돼서다. 최근 경기 용인시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만난 이다현은 “언니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그 자체로 배구 인생에 플러스가 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띠동갑 후배의 찬사에 양효진도 “다현이는 정말 배구만 생각한다. 조금만 다듬으면 몇 년 안에 V리그를 대표하는 센터로 성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팀원들의 배려 속에 두 선수는 식사 때마다 같은 테이블에 앉는다. ○ “개막 전에는 코트 밟아보는게 꿈” 이다현이 꿈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유는 또 있다. 전체 6라운드 중 4라운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다현은 신인상 1순위로 꼽힌다. 28일 현재 18경기 54세트에 출전해 신인으로선 가장 많은 59득점을 기록 중이다. 임팩트도 강했다. 27일 선두 싸움 중인 현대건설(1위)과 흥국생명(2위)의 경기에서는 5세트 22-22 듀스에서 결정적인 블로킹을 해내기도 했다. 경기 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큰 역할을 해냈다”고 칭찬했다. 이다현은 “개막 전에는 코트를 한 번이라도 밟는 게 꿈이었는데 이제는 신인상 욕심이 생긴다. 꿈은 크게 꿀수록 좋다고 했다. 인생에 한 번뿐인 기회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신인상은 한국 최고의 센터 양효진도 받지 못했던 상이다. 키 185cm의 이다현의 목표는 양효진(190cm)처럼 블로킹에 강한 센터가 되는 것이다. 양효진은 11시즌 연속 블로킹 1위를 노리는 명실상부한 ‘블로킹 퀸’이다. 이번 시즌 세트당 0.904개로 이 부문 선두. 이다현은 “블로킹은 타고난 센스가 중요한데 효진 언니는 그 면에서 최고다. 언니와 함께 있는 동안 최대한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다현은 최근 도쿄 올림픽 아시아예선을 치르고 온 양효진에게 “결승전 상대인 태국처럼 세터가 좋은 팀을 만났을 때는 세터의 손이 아닌 공격수의 움직임을 봐야 한다”는 원 포인트 레슨을 받기도 했다. ○ “라바리니 감독 서브-블로킹 사인 매번 지시” 27일 25점을 올리며 팀 선배 황연주(34·5440득점)를 제치고 여자부 통산 득점 1위(5449점)에 나선 양효진에게는 새해 두 가지 꿈이 있다. 먼저, 팀의 세 번째 우승. 현대건설은 현재 승점 40점으로 2위 흥국생명(35점)과 5점 차다. 지난 시즌 5위에 그쳤던 현대건설은 자유계약선수 양효진을 잔류시키고 레프트 고예림을 새로 영입하면서 전력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효진은 “우승이란 건 전력도 중요하지만 간절함이 있고 운도 따라야 한다. 여러모로 여건이 좋은 만큼 정말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올림픽 메달이다. 양효진은 “처음 나간 런던 올림픽이 설렘이었다면 리우 올림픽은 아쉬움이었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도쿄에서는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 (지난해 9월) 월드컵 때부터 짜임새가 좋아져 본선에서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대표팀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인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에 대해서는 “매번 서브와 블로킹 사인을 따로 지시할 정도로 전략적으로 디테일한 지도자”라고 설명했다. 한국어 발음이 서툰 라바리니 감독은 양효진을 ‘지니’라고 부른다. 양효진이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한국 여자배구의 메달 꿈을 이뤄줄 수 있을까.용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설 연휴에도 승부의 세계는 멈추지 않는다. 풍성한 볼거리가 스포츠팬들을 기다린다. 26일 0시 손흥민(28)의 소속 팀인 토트넘은 사우샘프턴과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32강 방문경기를 치른다. 23일 노리치시티전에서 모처럼 골 맛을 본 손흥민이 골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강인(19)의 발렌시아도 같은 시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와 경기를 펼친다. 최근 부상에서 복귀한 이강인은 시즌 2호 골에 도전한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오전에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4라운드가 끝난다. PGA투어 최다승 타이(82승)를 기록 중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가 83번째 우승으로 새 역사를 쓸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즈는 이 대회에서 2005∼2008년 4년 연속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등 총 7번 우승을 차지했다. 역시 27일 오전 끝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게인브리지 4라운드에는 박인비(32), 김세영(27) 등 국내 선수들이 출전한다. 지난주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연장 끝에 아쉽게 공동 2위를 한 박인비는 다시 한번 투어 통산 20승에 도전한다. 올림픽 출전권을 향한 국내 선수들 간의 경쟁도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농구에서는 선두 SK와 2위 KGC가 맞붙는 27일 경기가 빅 매치로 꼽힌다. SK는 이에 앞서 25일 삼성과 서울 라이벌전을 펼친다. 프로배구에서는 26일 남자부 우리카드와 삼성화재 경기가 주목된다. 선두 우리카드는 구단 역대 최다인 7연승 중이다. 여자부 선두 현대건설과 2위 흥국생명의 27일 경기도 관심을 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창단 후 첫 7연승을 달렸다. 이제 더 높은 곳을 본다. 프로배구 남자부 선두 우리카드가 22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4라운드 방문경기에서 KB손해보험을 3-0(25-23, 25-23, 27-25)으로 꺾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우리카드는 승점 47(17승 6패)로 2위 대한항공(승점 39·14승 8패)과의 승점 차를 ‘8’로 늘렸다. 2013년 드림식스를 인수해 우리카드 이름을 단 이후 최다 연승 기록이다. 우리카드의 외국인 선수 펠리페(32·라이트·사진)는 양 팀 최다인 26점(공격성공률 54.76%)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레프트 나경복(26)도 16득점(성공률 63.63%)을 기록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우승 욕심은 당연히 난다. 하지만 어떤 배구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조심스럽게 잘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구단 사상 처음으로 봄 배구(플레이오프)를 경험한 우리카드는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노리고 있다. 우리카드에 오기 전 한국전력(2017∼2018시즌), KB손해보험(2018∼2019시즌)을 거친 펠리페에겐 첫 봄 배구 도전이다. 우리카드는 설 연휴인 26일 안방인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5위 삼성화재와 4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한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는 IBK기업은행과의 김천 안방경기에서 3-2(23-25, 23-25, 25-14, 25-12, 17-15)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4위가 됐다. 5세트 16-15에서 레프트 문정원이 서브 에이스를 성공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레프트 박정아가 24득점으로 승리를 견인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류)현진이 형은 이룬 게 많고 저는 아직 이뤄야 할 게 많잖아요. 후배 사랑을 보여주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고교 선배와의 맞대결을 앞둔 최지만(29·탬파베이)은 너스레를 떨면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았다. 최근 인천 서구 위드베이스볼아카데미에서 만난 최지만은 “패스트볼이 오든 체인지업이 오든 다 쳐낸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올해 메이저리그(MLB) 팬들에겐 볼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인천 동산고 출신 선후배가 세계 최고의 무대 MLB에서 맞붙는 장면이다. 4년 선배 류현진(33)이 올 시즌 토론토로 이적하면서 같은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탬파베이 소속의 최지만과 투타 대결을 펼치게 됐다. 두 팀은 정규시즌에서만 19차례 맞붙는다. 같은 고교 출신의 한국 선수가 투타 대결을 펼치는 건 2005년 타자 최희섭이 투수 서재응, 김병현(이상 광주일고)과 맞붙은 뒤 15년 만의 일이다. 2년 만에 한국에 온 최지만은 최근 동산고 야구부 후배들과 함께 훈련하며 내리사랑을 실천했다. 함께 달리고, 웨이트트레이닝 노하우를 전했다. 최지만은 “힘든 시기가 있어야 또 실력이 올라오는 시기가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후배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네 형처럼 푸근하게 다가가면서도 인사만큼은 철저히 하도록 강조했다고 한다. 빅리그 5년 차를 앞둔 최지만은 지난 시즌 그 어느 때보다 큰 수확을 거뒀다. 팀의 주전 1루수로 자리 잡으면서 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1(410타수 107안타), 19홈런, 63타점을 기록했다. 출전 경기, 홈런, 타점 모두 커리어 하이다. 팀도 와일드카드로 2013년 이후 6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최지만은 “오히려 반대다. 주전 투수들의 부상이 없었더라면 오히려 지구 우승을 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20홈런을 채우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AL 동부지구는 전통의 강호 뉴욕 양키스, 보스턴 등이 속한 지구이기도 하다. 최지만은 “보스턴, 양키스와 맞붙을 때는 안방에서도 방문 경기를 치르는 것 같다. 그만큼 두 팀의 극성팬이 많다”며 “방문 경기 때 찾는 보스턴의 안방구장 펜웨이파크에 설 때마다 ‘내가 진짜 메이저리거가 됐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지만은 류현진 외에도 역대 투수 FA 최대금액(9년 3억2400만 달러)을 받고 양키스로 이적한 게릿 콜과도 자주 상대해야 한다. 최지만은 콜에게 통산 10타수 4안타(1홈런)로 강했다. 최지만은 “콜도 (양키스의 전통에 따라) 수염을 밀면 전보다 약해지지 않겠느냐”고 농담을 하면서도 “상대가 누구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MLB도 그냥 야구하는 곳이고 상대도 그냥 투수일 뿐이다. 항상 내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고 말했다.새 시즌을 앞둔 최지만은 특별한 소망도 하나 밝혔다. 바로 도쿄 올림픽 출전이다. 최지만은 “새해에도 김경문 대표팀 감독님께 인사를 드렸다. 같이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은퇴 전에 꼭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메이저리거들의 올림픽 출전을 허락하지 않고 있어 최지만이 올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인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우물 바깥으로 나와라.” ‘위기의 프로야구, 바꿔야 산다’ 시리즈를 읽은 프로야구 팬 및 전문가 반응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게 쓸 수 있다. 바깥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국내 프로야구 구성원들이 너무 폐쇄적인 문화를 유지하다 보니 ‘우물 안 개구리’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팬들이 당장 피부로 느끼는 건 다른 분야에 비해 프로야구 선수들의 팬 서비스 마인드가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Forever 41’이란 닉네임을 쓰는 프로야구 팬은 동아일보가 개설한 단체 인터넷 메신저 채팅방에 “팬 서비스 논란이 생겼을 때 프로야구 선수나 구단의 대처를 보면 기본적으로 안하무인이란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면서 “팬들은 단지 사인을 해주지 않거나 사진을 같이 찍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게 아니다. 그걸 거절할 때의 태도를 더 문제 삼는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썼다. 이에 대해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팬들 불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선수들도 사생활이 있다. 선수들이 팬들과 소통할 시간과 장소를 정해 문호를 개방한다면 이런 불만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팬들은 특히 어린이 팬에 대한 서비스가 부족한 걸 아쉬워했다. ‘슬러거’라는 팬은 “프로야구도 프로축구처럼 선수들이 입장할 때 어린이 에스코트를 붙이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면서 “초등학교에서 신청이 폭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력 향상과 관련해서는 외국인 선수 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일 많이 들렸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21일 이사회를 열어 외국인 선수 확대 방안을 결정했지만 이를 조금 더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프로야구 팬 ‘[LG]AweSome’은 “1군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외국인 선수 수는 제한하되 각 구단에서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한도를 없앤다면 분명 리그 상향 평준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일정 연차를 넘은 외국인 선수는 국내 선수로 취급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민기 씨 역시 “마이너리그뿐만 아니라 대만, 도미니카공화국, 호주 등 다양한 리그 출신 선수가 모여 경험을 공유하면 한국 프로야구 수준도 그만큼 더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각 팀이 승패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니 전체 리그 발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야구 기자 생활을 거쳐 프로야구 NC 초대 사장을 지낸 이태일 현 스포츠투아이 대표는 “우리는 대기업에서 팀을 만들어 운영하다 보니 각 팀이 상대를 너무 경쟁자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성공한 해외 스포츠 리그를 보면 ‘리그십(leagueship)’이란 개념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도 각 팀보다 리그를 우선하는 정책을 많이 만들고, 이에 따라 구단과 선수들이 행동할 때 리그 전체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가 국내 최고 프로 스포츠 리그 지위에 도취돼 진짜 경쟁자가 누구인지 놓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야구학회 이사인 전용배 단국대 교수(스포츠경영학)는 “프로야구는 다른 국내 스포츠 리그가 아니라 한 사람이 시간과 돈을 쓰고 싶어 하는 모든 콘텐츠를 경쟁 상대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람들에게 야구장에 가야 할 이유를 찾아주는 것, 그게 프로야구 위기론에 접근하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고 진단했다.황규인 kini@donga.com·강홍구 기자}
골프여제 박인비(32·KB금융그룹)가 시즌 개막전에서 공동 2위로 마쳤다. 기대했던 통산 20승 고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도쿄 올림픽 출전의 희망을 밝혔다.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부에나비스타의 포시즌스 골프 앤드 스포츠클럽 올랜도(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20시즌 첫 대회인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단독 선두로 출발한 박인비는 마지막 날 타수를 줄이지 못해 최종 합계 13언더파로 일본의 하타오카 나사(21), 멕시코 가비 로페스(27)와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들어갔다. 박인비는 18번홀(파3)에서 열린 3차 연장전에서 티샷을 그린 왼쪽 연못에 빠뜨려 3명 가운데 맨 먼저 탈락했다. 전날에도 박인비는 이 홀에서 3퍼팅을 해 이번 대회 54홀 만에 첫 보기를 하며 상승세가 꺾였다. 이틀 연속 마지막 홀에서 발목을 잡혔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박인비는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4년 만에 1월 개막전에 출전했다. 13일 기준 박인비는 국내 선수 중 여섯 번째로 높은 세계랭킹 16위를 하고 있다. 세계랭킹 상위 15위, 국내 선수 중 상위 4위라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아직 순위를 끌어올려야 한다. 박인비는 “오늘은 아쉬웠지만 지난 3일 동안 너무 좋았다. 이번 주에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3라운드까지 2위였던 김세영(27)은 이날 1타를 잃으면서 최종 합계 10언더파 274타 공동 7위를 기록했다. 하루에 8언더파를 몰아친 허미정이 공동 4위. 하타오카와 로페스는 5차 연장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일몰로 경기는 하루 미뤄졌다. 현지 시간으로 20일 오전 속개된 경기에서 로페스가 7차 연장 끝에 7m 버디를 잡아 우승했다. 프로암 형식으로 치러진, 함께 진행된 아마추어 부문에서는 메이저리그 투수 출신 존 스몰츠(53)가 변형 스테이블퍼드 방식으로 총점 150점을 얻어 2년 연속 우승을 했다. 스테이블퍼드는 버디, 파, 보기 등 각 기록에 별도 점수를 부여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선수가 우승하는 방식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다시는 류현진(33·토론토),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같은 대선수들이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죠.” 한 중학교 야구부 A 감독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위기를 맞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팬들이 느끼는 갈증 가운데 하나는 대형 스타의 부재다. 류현진, 김광현 등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선수들 이후 리그 흥행을 주도하는 특급 스타들을 좀처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40대 남성 야구팬은 “예전 선동열과 최동원이 붙었을 땐 난리가 났다. 타자 중에는 양준혁과 이종범의 라이벌 대결이 볼만했다. 그런데 지금 프로야구엔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만한 라이벌 구도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김하성(25), 이정후(22·이상 키움), 강백호(21·KT)처럼 가능성을 보이는 샛별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거물급 새 얼굴이 나오지 않고 있다. 포지션별 최고 선수에게 수여되는 골든글러브 수상자의 평균 연령은 2011시즌 26.7세에서 지난해엔 29.2세로 높아졌다. 최근 4시즌을 보면 골든글러브 수상자 중 20대의 비율은 40%(전체 10명 중 4명)밖에 되지 않는다. 선수 활동 기간이 길어진 것도 있지만 그만큼 선배들을 넘어서는 대형 유망주가 나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프로의 뿌리가 되는 아마야구는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스타 가뭄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따르면 국내 고교 야구팀은 지난해 80팀으로 2011년 53팀에서 50% 넘게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학교 팀도 81개에서 107개로 늘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양적 팽창에 비례해 좋은 선수가 나오지 않는 건 문제다. 제도, 시스템에 대한 장기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선수 육성의 뿌리가 되는 아마추어 야구에서 문제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현장에서는 ‘공부하는 학생 선수’를 만들자는 취지로 2011년 시작한 주말리그가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공부는 공부대로 안 하고 운동은 운동대로 못하는’ 상황이 됐다는 설명이다. 한 고등학교 야구부 B 감독은 “(수업이 끝나고) 워밍업을 하면 해가 져서 운동을 못 하는 곳도 많다. 야간 조명 시설 유무 등 환경에 따라 오히려 부익부빈익빈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학교 야구부 C 감독은 “엘리트 선수 생활을 선택한 이들에겐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오히려 (학교 체육에 대한) 부모들의 신뢰는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리그를 시행하면서 오히려 쉴 시간은 없어지고, 학생들은 고액 사교육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도 방식도 도마에 오른다. 프로를 목표로 삼는 투수 유망주들이 지나치게 구속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부상에 고스란히 노출되곤 한다. 그에 비해 선수들의 트레이닝 방법이나 건강관리 시스템은 아직도 초보 단계다. 성장기의 선수들은 체력이나 기본기를 중시해야 하지만 당장 눈앞의 성적을 좇아 내몰리는 사례도 많다. 야구 선수들이 많이 찾는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어린 나이에 변화구를 많이 던지면 어깨와 팔꿈치에 이상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잘하는 선수만 계속 마운드에 세우는 혹사 논란도 여전하다. 공격 지표 중심으로 선수를 평가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허구연 위원은 “공격 중심으로 선수를 뽑다 보니 (수비 부담이 작은) 1루수, 외야 자원만 넘쳐나는 상황이다. 대형 내야수는 점점 더 보기 어려운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엽 KBO 홍보위원은 “지난해 프리미어12에서 봤듯 일본에는 시속 150km대 중반을 뿌리는 좋은 투수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야수들의 수비도 견고했다. 어릴 때부터 기본기를 철저하게 가르친 덕분이다. 미래 한국 야구를 위해 우리도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강홍구 windup@donga.com·조응형 기자}
감독 데뷔전을 치르기도 전에 유니폼을 벗을 위기에 처했다. 메이저리그(MLB) ‘사인 훔치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휴스턴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뉴욕 메츠의 새로운 사령탑 카를로스 벨트란 감독(43·사진)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16일 메츠 구단이 벨트란 감독에 관한 상황을 주시(assessing)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14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17년에 발생한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 조사 결과와 징계 내용을 발표했다. 휴스턴의 제프 루나우 단장과 A J 힌치 감독은 1년간 자격정지를 받았고, 구단은 둘을 해고했다. 15일에는 2017년 당시 휴스턴의 벤치 코치로 일했던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이 해임됐다. 코라 감독은 2018년 보스턴에서도 사인 훔치기를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국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단장과 감독은 징계했지만 선수는 제외했다. 2017년 휴스턴의 선수였던 벨트란 감독은 처벌을 피하는 듯했다. 그러나 ‘승부 도박’ 혐의로 영구 제명된 ‘안타왕’ 피트 로즈가 왜 선수들은 징계하지 않느냐고 비판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벨트란 감독은 사무국의 보고서에 유일하게 이름이 오른 선수다. 사인 훔치기를 주도했다는 의미다. 벨트란 감독은 현재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로스앤젤레스(LA) 시의회는 다음 주 내에 2017, 2018년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회수해 LA 다저스에 시상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휴스턴, 2018년 보스턴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당시 상대는 모두 다저스였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빨간 바지의 승부사’ 김세영(27·미래에셋)이 메이저리그(MLB)의 전설적인 투수 그레그 매덕스(54), 톰 글래빈(54)과 함께 동반 라운드를 한다. 16일 막을 올리는 2020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개막전 다이아몬드 리조트 챔피언스 오브 토너먼트(총상금 120만 달러·약 13억9000만 원)에서 보게 될 진풍경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 부에나 비스타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여느 투어와 다르게 프로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근 2년 동안 우승한 프로 선수 26명을 포함해 유명인, 아마추어 골퍼 등 총 87명이 출전한다. 물론 순위 경쟁은 프로와 아마추어가 따로 한다. 프로는 컷오프 없이 나흘 동안 72홀 스트로크 플레이를 하고, 아마추어들은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경기를 치른다. 참가하는 유명인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지난 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 이어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김세영은 MLB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매덕스, 글래빈과 함께 한 조가 돼 1라운드에 나선다. 두 투수와 함께 1995년 애틀랜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존 스몰츠(53)는 LPGA투어 통산 9승의 브룩 헨더슨(캐나다), 현역 메이저리거 조시 도널드슨(35)과 한 조가 됐다. 스몰츠는 지난해 유명인 부문 우승자이기도 하다. 통산 3승 넬리 코다(미국)는 사이영상을 7회나 수상한 로저 클레멘스(58), 2회 수상자 저스틴 벌랜더(37)와 함께 동반 플레이를 한다. 스테이블포드 방식은 이글, 버디, 파, 보기, 더블보기 등 각 기록에 별도의 점수를 부여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선수가 우승하는 방식이다. 일반 스테이블포드 방식은 보기 1점, 파 2점, 버디 3점, 이글 4점 등을 주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이글 5점, 홀인원 8점, 더블 이글(앨버트로스) 10점 등 배점을 높여 공격적인 플레이로 더욱 흥미롭게 됐다. 박인비(32·KB금융그룹)도 4년 만에 1월 대회에 나선다. 도쿄 올림픽 출전을 위해 연초부터 랭킹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최대한 많은 경기를 해서 조금 더 (랭킹 포인트를 쌓을) 기회를 갖고 싶다”고 말한 박인비는 전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선수 리처드 덴트, 아마추어 골퍼 마크 캔틴 등과 같은 조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프로야구가 위기다. 2017년 840만 관중을 동원하며 900만 시대를 예고했지만 지난해 오히려 728만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새 구장 효과로 전년 대비 관중이 늘었던 NC가 없었다면 자칫 600만 명대로 추락할 뻔했다. 팬들을 민망하게 하는 수준 이하의 플레이, 잊을 만하면 터지는 선수들의 일탈, 슈퍼스타의 부재…. ‘국민 스포츠’에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적신호가 켜진 한국 야구의 현실을 진단하고 향후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728만6008명. 지난해 야구장을 찾은 관중 수다. 2017년 역대 최다인 840만688명의 관중을 기록했지만 2018년에는 807만3742명으로 800만 명에 턱걸이했다. 그리고 1년 만에 관중 수는 더욱 떨어졌다. 2016시즌 처음 열었던 관중 800만 시대가 3시즌 만에 마감된 것이다. 흥행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2018시즌을 앞두고 10개 구단 감독들은 현행 팀당 144경기씩 치러지고 있는 경기 수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경기 수 조절이 필요하다”며 “외형이 아닌 내실을 다질 때다. 경기 수를 줄이면 리그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시즌 시작과 함께 유야무야됐다. 한국 야구의 침체를 경기 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최근 국제대회에서의 부진, 달라진 팬들의 놀이문화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돼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과다한 경기 수로 인한 야구 수준의 질적 저하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 토픽감 플레이 속출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현행 방식은 9구단 NC, 10구단 KT가 리그에 참여한 2015년부터 시작됐다. 도입 당시부터 선수 수급을 감안하지 않은 외형적인 확대에 따른 리그 수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은 “파이를 키우고 나면 서서히 적응할 것”이라며 이를 강행했다. 지난해까지 5시즌 동안 동일한 경기 수를 유지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팀당 162경기를 치른다. 4000개 가까운 고등학교에서 선수들을 배출하는 일본프로야구는 143경기를 한다. 80개 안팎의 고교 야구 저변을 가진 KBO리그가 일본보다 1경기 많다. 단기간에 좋은 선수가 나오기 쉽지 않은 구조다. 현장에서는 한 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르는 것조차 버거워한다. 한 팀은 선발 투수 5명이 필요한데 5선발은커녕 제대로 된 4선발도 없는 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선발이 무너지면 중간계투진의 피로가 가중된다. 악순환 속에 주전 선수들은 부상에 쉽게 노출된다. 부상 병동이 된 팀은 일찌감치 경쟁에서 밀려난다. 지난해 KBO리그의 악재 중 하나였던 전력 양극화는 이렇게 발생했다. 사정이 이러니 평범한 뜬공을 머리에 맞는 선수, 잡담을 하다가 아웃되는 선수 등도 등장했다. 해외 토픽감이다. ○ 딜레마에 빠진 한국 야구 “경기 수가 줄면 리그 수준이 확 올라갈까요? 전혀 그렇지 않을 겁니다.” 한 야구 관계자는 경기 수 축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KBO와 각 구단은 144경기를 유지하자는 기류가 강하다. 이 관계자는 “144경기는 가장 공정한 시스템이다. 안방 팀과 방문 팀이 8경기씩 치른다. 만약 팀당 135경기를 치러야 한다면 한 팀이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마케팅면에서도 영향이 크다. 중계권료와 입장 수입이 구단의 주 수익원인데 경기 수가 줄면 수익도 준다. 잠실구장의 경우 한 경기당 입장 수입은 2억 원 내외다. 중계권료 역시 하락할 수 있다. 이들은 144경기를 유지하면서 리그의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KBO와 각 구단은 현재 27명 등록, 25명 출전인 엔트리를 한 명씩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경기당 3명 등록, 2명 출전인 외국인 선수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협조를 얻어 3명 출전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 수도권 구단의 단장은 “KBO리그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경기 수를 줄이자니 감당해야 할 게 너무 크고, 유지하자니 경기력을 높일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해답 찾아야 경기 수 축소가 반드시 리그 축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KBO리그는 2000년대 초반 외환위기 여파 등으로 급격히 위축된 적이 있다. 1995년 540만 명이던 관중은 2004년 233만 명까지 줄었다. 당시 KBO는 2005년부터 전년도 팀당 133경기였던 경기 수를 126경기로 줄였다. 그래도 관중은 338만 명으로 100만 명이나 늘었다. 이후 2006년 초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선전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등의 호재가 더해지며 한국 야구는 르네상스를 맞았다. KBO는 2009년부터 팀당 경기 수를 133경기로 환원시켰다. 다시 기로에 선 한국 야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최준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미국 일본에 비해 선수 자원이 부족하다. 야구의 핵심인 ‘경기력의 질’을 높이려면 경기 수를 줄여도 될 것 같다. 관중이 조금 감소해도 객단가를 높이면 총수입과 팬 만족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중요한 건 ‘매력적인 상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욱상 한국체대 교수는 “재미있는 경기에는 관중이 몰리기 마련이다.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헌재 uni@donga.com·강홍구 기자}
44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한국 여자배구가 희망적인 조 편성을 받았다. 14일 국제배구연맹(FIVB)에 따르면 한국은 개최국 일본, 세르비아, 브라질, 도미니카공화국, 케냐와 같은 A조에 편성됐다. B조에는 중국, 미국, 러시아,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터키가 있다. ‘숙적’ 일본과 같은 조에 포함되면서 세계랭킹 1, 2위인 중국과 미국을 피했다. 조 편성은 개최국을 A조 톱시드에 놓은 뒤 B조에 본선 출전국 중 가장 랭킹이 높은 2개국, A조에 그 다음 순위 2개국을 넣는 식으로 이뤄진다. 그 덕분에 출전 12개국 가운데 가장 랭킹이 낮은 케냐(공동 19위)와 같은 조가 됐다. 한국은 케냐를 상대로 7승을 거두는 동안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도미니카공화국과의 상대 전적에서도 8승 7패로 앞서 있다. 도쿄 올림픽은 A, B조 상위 4개 팀이 8강에 진출하고, 각 조 1위가 다른 조 4위와, 2위가 3위와 크로스 토너먼트를 통해 4강을 결정한다. 조별 예선에서 케냐와 도미니카공화국을 잡으면 8강 진출은 무난해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A조에서 랭킹이 3번째인 일본은 안방의 이점을 안고 있지만 해볼 만한 상대다.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은 이전 두 차례 올림픽에서도 일본과 대결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3, 4위전에서 0-3으로 지면서 눈앞에 다가온 메달을 놓쳤다. 하지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A조 예선 첫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한국과 일본은 당시 공동 5위를 기록했다. 세르비아와 브라질도 지난해 9월 FIVB 월드컵에서 꺾어 봤던 상대라 못 넘을 산은 아니다. 한국의 주장 김연경(32·터키 에즈자즈바시으)은 “조 편성이 생각보다 괜찮다. 좋은 기운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루수 안치홍(30)을 롯데에 빼앗긴 프로야구 KIA가 주전 유격수 김선빈(31)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KIA는 14일 김선빈과 4년간 계약금 16억 원, 연봉 18억 원, 옵션 6억 원 등 총액 40억 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2008년 KIA에 입단한 김선빈은 지난해까지 103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0(3240타수 973안타), 23홈런, 351타점, 502득점, 132도루를 기록했다. 김선빈의 계약 규모는 앞서 LG에 잔류한 유격수 오지환(4년 40억 원)과 비슷하다. 다만 전액을 보장받는 오지환과 달리 김선빈은 계약에 옵션이 포함돼 있다. 김선빈은 “오랜 시간 끝에 계약에 이른 만큼 올 시즌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려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KIA는 이날 FA로 이적한 안치홍의 보상선수로 2019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지명된 오른손 투수 김현수(20)를 지명했다. 한화도 같은 날 FA 오른손 투수 윤규진(36)과 2년(1+1년) 최대 5억 원에 계약했다. 2003년 한화에 입단한 윤규진은 첫해에 연봉 1억7000만 원을 받고, 2년 차 계약이 실행되면 2억3000만 원을 추가로 받는다. 1억 원은 옵션이다. 한화는 또 지난 시즌 후 롯데에서 방출된 외야수 김문호(33)를 영입해 외야진을 강화했다. 이날까지 2019시즌 뒤 FA를 신청한 19명 중 12명이 계약을 마쳤다. 한화 김태균(38), 두산 오재원(35), NC 김태군(31) 등이 아직 시장에 남아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모두 링컨 대통령이 노예를 해방했다고 말하죠. 그러나 저는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서 이미 노예해방이 시작됐다고 봐요. 의식과 관점의 변화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죠. 한국의 교육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의식을 바꾸면 입시지옥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빨간 원피스에 빨간 머플러를 두르고 온 그는 가방에서 빨간색 명함을 꺼냈다. 첫인상부터 톡톡 튀었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마포구 포르체출판사에서 만난 김경희 미국 윌리엄메리대 교육심리학과 종신 교수(56)는 2시간여의 인터뷰 시간 내내 ‘틀’이라는 단어를 되풀이했다. 지금의 한국 교육 ‘틀’을 깨지 못하는 이상 창의력 교육은 머나먼 이야기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영재 및 창의력 교육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미국 영재아동교육연합 창의력회 회장을 지냈다. 현재 미국심리학회 창의력분과 외국인 연구자회 회장, 세계행동과학저널 공동편집장 등도 맡고 있다. 앞서 1980년대와 90년대에는 국내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30여 년간 창의력 교육 연구에 몰두해온 김 교수는 지난해 12월 연구와 경험을 집대성한 책 ‘틀 밖에서 놀게 하라’를 출간했다. 주요 서점 가정·육아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꼽힐 정도로 반응도 뜨겁다. 김 교수에게 한국의 창의력 교육에 대해 물었다.―한국 창의력 교육의 현주소는…. “날이 갈수록 경쟁이 더 심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고등학교 때 입시경쟁을 했다면 지금은 유치원부터 경쟁을 한다. 내 친구를 밟고서라도 올라간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창의력 교육이 쉽지 않은 환경이다. 놀란 건 교육전문가들도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창의력 교육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말하는 교수도 많다. 그렇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우수한 국내 교사 인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교수 혁신이 어렵다면 교장이라도 교육해야 한다. 그래야 바뀐다. 한국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학벌주의도 창의력 교육을 저해하고 있다고 본다. 교육의 목적이란 기존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하는데 지금의 한국 교육은 정해진 답대로 순응하기만을 바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창의력 교육이 있을 수 없다.”―그렇다면 창의력은 무엇인가. “아직 많은 사람에게 창의력의 정의조차 불분명한 것 같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간단하다. 창의력은 곧 ‘밸류어블(Valuable·가치가 큰)’과 ‘유니크(Unique·독특한)’다. 가치가 있으면서 색달라야 한다. 가치가 있기 위해선 전문성을 쌓아야 하고 색다르게 만들려면 틀을 깨야 한다. 성공적인 창의력의 결과가 곧 혁신이다.” ―책 ‘틀 밖에서 놀게 하라’에서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4S를 강조하고 있다. 4S를 설명한다면…. “창의적인 풍토 안에서 창의적 태도가 생기고, 창의적 태도에서 창의적 사고가 나온다. 풍토 없이 그저 남의 제도만 도입한다고 해서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창의적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눈여겨볼 것이 바로 4S다. 사과나무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 첫 번째는 햇살(Sun)이다. 나무를 키우기 위해선 햇살이 필요하다. 해는 날씨를 따뜻하게 해주고 또 나무는 햇살을 보고 자란다.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선 호기심에 대한 따뜻한 격려가 필요하다. 또 부모는 아이의 첫 번째 롤 모델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두 번째는 바람(Storm)이다. 창의력을 위해선 때론 강인한 정신력도 필요하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과 아이가 원하는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때론 결핍이 창의력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아이의 독립성과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방법을 부모가 익혀 둬야 한다. 세 번째는 토양(Soil)이다. 사과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선 흙에 여러 가지 성분이 섞여 있어야 하듯 사람도 창의력을 위해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관점을 키워야 한다. 혼자서 자라나는 혁신가는 없다. 상상력과 비판력을 동시에 키우기 위해서는 교류가 필요하다. 다문화적, 전략적 태도를 익혀야 한다. 마지막이 바로 공간(Space)이다. 사과나무를 심는다고 바로 사과를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또 간격이 너무 빽빽해선 사과나무가 자라날 수 없다. 아이의 창의력 또한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고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하다.”―특히 엄마의 역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어릴 때 산수 시험에서 30점을 맞은 적이 있다. 그때 어머니께서 혼을 내지 않고 어떻게 이런 문제를 풀었느냐며 자랑스러워하셨다. 그래서 나는 내가 공부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때 혼이 났더라면 나는 공부에 흥미를 갖지 못했을 거다.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의 우리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과거의 틀에 갇혀 시험 점수만 이야기해서는 아이가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없다. 엄마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전 세계 다양한 교육현장을 둘러보며 느낀 점은…. “다양한 현장을 보면 볼수록 한국의 학생들만큼 불행한 학생들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영재만 봐도 그렇다. 외국의 영재들은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미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어떤가. 한국에서 영재는 그저 선행학습을 한 아이들을 의미할 뿐이다. 그마저도 99%가 열등감을 느끼며 산다. 결국 유대인의 교육을 말하게 된다. 유대인은 아이가 태어나면 병든 세상을 고치라고 가르친다. 그저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된다는 우리 교육과는 차이가 있다. 부당한 권위와 권력에 저항하라고 가르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에 그들의 교육 철학이 담겨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권하지 않는다. 그저 부모들이 책을 끼고 산다. 우리 부모들이 눈여겨볼 부분이다.”―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관심 있는 분야는 교사 교육이다. 현장을 나가 보면 창의력과 미래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교사가 많다. 교사 교육의 효과는 무엇이 있는지, 또 그 부작용은 무엇인지 살펴보려고 한다. 최종적으로는 미국 교육부 장관이 돼서 나의 교육철학을 현장에 적용해 보고 싶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1988년 아홉 살 이탈리아 소년은 서울에서 열린 세계인의 축제를 통해 처음으로 올림픽의 존재를 깨달았다. 32년이 지나 40대가 된 소년은 이제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한국 여자 배구의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끈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41·사진) 얘기다. ‘선수 경험이 없는 지도자’라는 이색 타이틀을 갖고 있는 그는 한국 배구대표팀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지난해 3월 부임한 이후 팀의 체질을 바꾸는 데 주력해 왔다. 그가 내건 과제는 ‘김연경(32·터키 에즈자즈바시으) 의존도 낮추기’다.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 대표팀에 와 보니 지나치게 김연경에게 기대고 있더라. 레프트뿐만 아니라 각 포지션의 장점을 살리면서 경쟁력을 갖추는 게 나의 임무”라고 말했다. 이번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여자 대표팀이 보여준 변화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열린 대만과의 준결승에서 1세트를 내주고도 복근에 부상이 있는 김연경을 출전시키지 않았던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 김연경은 출전을 준비했지만 라바리니 감독은 끝까지 김연경을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다. 휴식한 덕분에 김연경은 다음 날 결승에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김연경(36득점)보다 이재영(24·흥국생명·71득점), 강소휘(22·GS칼텍스·41득점), 김희진(29·IBK기업은행·40득점)이 더 많은 득점을 한 것도 고무적이다. 12일 태국과의 결승에서 팀 최다인 22점을 올린 김연경의 공격점유율은 37.7%였다. 과거 국제대회에서 50%를 넘나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졌다. 이재영(26.3%)과 김희진(20.2%) 등 후배들과 공격을 나눈 결과다. 김연경은 “나는 후배들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느낌이다. 후배들이 많이 성장한 걸 느낀다”고 말했다.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라바리니 감독은 “전체적인 팀의 스피드와 블로킹이 좋아졌다. 앞으로 공격적인 부분을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1 부스토 아르시치오의 감독을 겸임하고 있는 라바리니 감독은 14일 새벽 일단 이탈리아로 돌아갔다. 한국은 그와 함께 도쿄에서 44년 만의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인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배구 여제 김연경(32·터키 에즈자즈바시으)의 스파이크가 상대의 손을 맞고 심판석에 떨어졌다. 김연경은 오른손을 휘두르며 포효했다. 1시간 30분의 승부에 직접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이 올림픽 본선 3회 연속 진출을 완성한 순간이었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7월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한국(세계랭킹 공동 8위)은 12일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아시아예선 태국(14위)과의 결승에서 3-0(25-22, 25-20, 25-20)으로 승리했다. 대회 우승팀에만 주어지는 단 한 장뿐인 도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최근 5경기 1승 4패의 열세를 극복한 승리였다. 안방 팀 태국은 예정된 결승 상대였다. 사상 첫 올림픽 진출에 도전했던 태국은 매년 10월쯤 열리는 자국 리그를 아시아예선 뒤로 미루고 일본 전지훈련을 실시하는 등 사활을 걸었다. 이날도 수천 명의 안방 팬은 태국 선수들의 유니폼과 같은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일방적인 응원을 펼쳤다. 이날 경기장에는 관중 6000명이 몰렸다. 복근 부상으로 전날 대만과의 준결승에 결장했던 주장 김연경이 이날 선발 출전하며 팀의 중심을 잡았다. 이 외에도 한국은 대회 전 오른쪽 종아리 부상을 겪었던 라이트 김희진(29·IBK기업은행)을 비롯해 레프트 이재영(24·흥국생명) 등 최정예 라인업으로 선발 명단을 꾸렸다. 김연경은 이날 양 팀에서 가장 많은 22득점을 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서브, 블로킹으로도 각각 2득점을 한 김연경은 경기 뒤 “우리 팀이 매우 자랑스럽다. 우리는 해냈다. 오늘밤 우리는 (승리를) 즐길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영도 위기 때마다 공격을 성공하며 18득점으로 활약했다. 한국은 이제 1976년 몬트리올 대회(동메달) 이후 44년 만의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한국의 강점을 그대로 살린 경기였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던 한국의 서브도 위력을 발휘했다. 한국의 강서브에 리시브 라인이 흔들린 태국은 장점인 다양한 패턴플레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없었다. 한국은 이날 서브로만 상대(1득점)보다 많은 4득점했다. 태국 대표팀(평균 176cm)보다 평균 신장이 6cm 큰 한국(평균 182cm)은 위기 때마다 블로킹으로도 상대의 분위기를 꺾었다. 한편 20년 만의 올림픽 진출에 도전했던 남자 대표팀은 4년 뒤를 기약하게 됐다. 11일 중국 장먼에서 열린 아시아예선 이란과의 준결승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2-3(25-22, 21-25, 18-25, 25-22, 13-15)으로 패했다. 남녀 대표팀은 13일 귀국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중동 지역 내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달 중순부터 중동 지역에서 열리는 유러피안골프투어 대회에 관심이 쏠린다. 일명 ‘데저트 스윙(Desert Swing)’으로 불리는 투어 3개 대회 참가를 두고 선수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회가 임박하면서 출사표를 내는 스타플레이어들도 하나둘 늘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남자 세계랭킹 1위 브룩스 켑카(30·미국·사진)다. 지난해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CJ컵에서 무릎 부상으로 대회 도중 기권했던 켑카는 복귀 무대로 16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HSBC챔피언십을 선택했다. 켑카는 이 대회 이후 한 주 휴식을 한 뒤 30일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 이코노믹시티에서 열리는 사우디 인터내셔널에도 출전한다. 중동 대회에 걸린 높은 상금과 천문학적인 규모의 초청료를 포기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초청료가 금지된 PGA투어와 달리 유러피안투어에는 톱 랭커들에게 수백만 달러의 초청료를 제공한다. HSBC챔피언십에 걸린 총상금도 700만 달러(약 81억 원)로 다른 대회에 비해 높은 편이다. 더스틴 존슨(36), 필 미컬슨(50), 패트릭 리드(30·이상 미국) 등도 사우디 인터내셔널 출전 계획을 밝혔다. 한편 미국의 브라이슨 디섐보(27)는 안전상의 이유로 대회 출전을 재고하고 있다. HSBC 챔피언십에 출전하려 했던 디섐보는 “진지하게 아부다비에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지역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미국인은 없다”고 했다. “제정신이 아니다(insane)”라며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러피안투어 측은 “대회와 관련된 선수, 스태프 등 모두의 안전이 최우선 과제다. 모든 개최국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