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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라, 조 치와. 돼싸. 됐다고. 씨끄루와.(야, 저리 치워. 됐다. 됐다고. 시끄러워.)” “너 이 지금 뭐랭고란? 쌉잰?(너 지금 뭐라고 했어? 싸우자고?)” “저 쌔쓰개 말 똑바로 아이하니? 참 벨스럽다야.(저 미치광이 말 똑바로 안 하니? 참 별스럽다.)” 상대방에게 화가 났을 때 내뱉는 강원, 제주, 함경도 지역의 사투리(방언)로 19일 개막한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10주년 특별기획전 ‘사투리는 못 참지’의 영상 콘텐츠 중 일부다. 서울·강원·충청 등 전국 팔도의 사투리 사용자를 1명씩 섭외해 각종 상황에서 구사하는 제각기 다른 말들을 보여주는 영상이다. 이날 전시장에선 서울 중구 토박이회와 제주시 구좌읍 형대리 해녀의 사투리를 들을 수 있는 영상도 선보였다. 방언은 동서남북과 중앙을 합쳐 이르는 ‘오방지언(五方之言)’을 줄인 말이다. 방언은 각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담은 유산이지만, 통신의 발달로 지역 간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또 표준어가 자리 잡으면서 방언을 비공식적인 말이나, 숨겨야 할 것으로 여기는 경향도 생겼다. 이번 전시에선 희석돼 가는 방언의 가치를 조명하기 위해 문헌, 음성, 영상 등 294건 432점을 선보인다. 문영은 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방언은 지역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라며 “전시를 본 관람객들이 가장 자신다운 말인 사투리를 참지 말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부로 구성된 전시 중 1부 ‘이 땅의 말’에서는 방언의 역사를 보여주는 문헌을 제시한다. 1900년 10월 9일 한글날에 발간된 ‘황성신문’ 논설은 “경기도 말씨는 새초롬하며, 강원도 말씨는 순박하며, 경상도 말씨는 씩씩하다”고 전한다. 그러나 1926년 나온 잡지 ‘동광’ 제5호는 “사토리(사투리)를 없이 하여 말을 한갈같이(한결같이) 하고…”라며 방언을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문 연구사는 “일제강점기 우리 말과 글을 하나로 합쳐 국난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식 때문에 방언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2부 ‘풍경을 담은 말’에서는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1741∼1793)가 경남 함양의 사근역 지방관으로 일할 때 지역민들의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해 고생한 기록을 담았다. 이덕무는 ‘청장관전서’에서 “처음 사근역에 부임했을 때 아전이나 종의 말을 듣고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이 ‘신라 방언’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각종 문학 작품에서 나온 방언도 소개한다. 전남 강진군 출신의 시인 김영랑(1903∼1950)은 1935년 ‘오-매 단풍 들것네’라는 제목의 시집을 발표했다. 평안도 출신 소설가 김동인(1900∼1951)의 대표작 ‘감자’는 사실 감자가 아닌 고구마를 뜻하는 방언이다. 3부 ‘캐어 모으는 말’에서는 녹음기, 조사 노트, 카세트테이프 등 방언 연구자들의 손때 묻은 물품이 전시됐다. 국어학자인 곽충구 서강대 명예교수가 현지 조사 중 길에서 만난 사람이 쏟아내는 방언을 급하게 적은 담뱃갑도 볼 수 있다. 곽 명예교수는 이번 전시를 위해 만난 박물관 관계자들에게 “보물이 쏟아지는데 가만있을 수 있나요. 여기라도 얼른 적었죠”라고 회고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이 1987∼1995년 발간한 남한 전역 138개 군 방언 조사 결과 등 국가 차원의 방언 보존 노력을 보여주는 자료도 전시됐다. 김희수 전시운영과장은 “한글은 방언을 채집하고 기록해 보존하는 중요한 기록문화유산의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흥민이가 책 읽을 시간이 없으면 제가 독서노트에 썼던 중요한 기록들을 책에 표시해 잠자는 아들 머리맡에 놓아 줍니다.” 축구 선수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62·사진)은 17일 자신의 두 번째 책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난다)의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손 감독은 소문난 독서광이다. 하지만 아들 둘에게 독서를 따로 강권하지는 않는다. 그는 아이들 인생이 행복하려면 재능을 발견하고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가진 재능보다 (사회적인) 부나 성공으로 부모들이 유도를 한다”면서 “아이가 재능을 개발하고, 재능을 갖고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학교 공부보다 우선”이라고 했다. 때론 부모의 단호함도 강조했다. 손 감독은 “흔히 자식에게 친구 같은 부모가 돼 줘야 한다고 하는데 그건 직무유기”라며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끝끝내 말해 줄 수 있는 건 부모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식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이 진짜 부모’라는 신념을 가졌다고 했다. 아들에게 꿈은 무엇인지, 어떨 때 행복한지 늘 물어봤다는 것. 그때마다 둘째 흥민은 “축구 하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단다. 손 감독은 “부모는 아이의 뒤를 따라가는 사람이지, 아이를 앞에서 잡아끄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손 감독은 ‘겸손’이란 한 단어를 꼽았다. “낮추고 숙이는 것이 세상 사는 데 가장 큰 지혜 아닐까요.”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나 이제 노산도 아니고 ‘노오산’인데. 어쩌지?’ 43세에 계획에 없던 둘째를 임신한 저자의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신간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장편소설이다. 첫아이를 나이 마흔에 인공수정으로 어렵게 가졌는데 생각도 안 했던 자연 임신이라니…. 기쁘기보단 당혹스러운 마음이 크다. 신간은 일종의 블랙 코미디다. 작가와 같은 이름의 프리랜서 워킹맘 하율이 겪는 ‘노오산’의 순간을 웃프게 그려낸다. 하율은 임신으로 모든 강연 문의와 프로젝트 제안을 미루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둘째 태명을 ‘박사’로 짓는다. “너라도 박사를 하라”는 뜻이다. 첫째를 가졌을 때보다는 수월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팬데믹 상황에서의 임신은 또 달랐다. 부작용을 걱정해 백신을 맞지 못한 하율의 유일한 취미는 아파트 지하 마트 구경. 그러나 백신 미접종자의 마트 출입마저 막혔을 때는 절망감이 밀려든다. 이런 시기를 버틴 하율은 무사히 둘째를 출산하고 산후조리원에 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남편조차 입실이 불가능한 조리원에서 원고도 마감하고, 조리원 동기도 사귀는 그녀의 에너지는 ‘슈퍼우먼’에 가깝다. 하율은 ‘수유실에서 대화 금지’ 규칙을 들이대는 간호사를 피해 조리원 동기와 접선하는 순간을 ‘일제강점기의 이중 스파이가 된 느낌’이라고 묘사한다. 힘겨운 순간에도 책의 문장 곳곳에는 유쾌함과 꿋꿋함을 잃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노산의 기준은 35세. 그러나 30대 초반, 아니면 30대 중후반에 임신과 출산을 하는 가정이 적지 않다. 늦은 나이에도 건강한 아이를 낳고 잘 돌볼 수 있는 방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나온 유의미한 책이다. 노산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웃음기 있지만 날카롭게 지적해 내는 저자의 시선이 돋보인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설렘과 좌충우돌 일상이 담긴 문장들은 사랑스러운 생명체를 가져보려 노력한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에서 만난 국내 유일의 통영갓 장인인 정춘모 씨(84). 그는 진사립(眞絲笠)을 들어 올리며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진사립은 대나무와 말총으로 만들어진 갓의 차양과 모자 부분을 명주실로 결합해 만드는 최고급 갓이다. 투명하면서도 가볍고, 유려한 곡선이 맵시를 자랑했다. “이런 진사립은 하나 엮으려면 1년 이상도 걸려요. 조선시대 최고의 사치품이죠.” 1991년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로 지정된 정 씨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통영갓을 만들 줄 아는 장인이다. 전통 갓 중에서도 최고로 여겨지는 통영갓은 과거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12공방’에서 생산된 것으로 유명하다. 갓 제작은 모자를 만드는 ‘총모자’, 차양 부분을 만드는 ‘양태’, 이 두 가지를 조립하는 ‘입자’로 절차가 나뉘는데, 그는 이 기술을 모두 갖고 있다. 누구도 상투를 틀지 않는 시대에 갓은 ‘옛것의 상징’이 됐지만 정 씨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우리나라 사극에서도 진짜 갓 대신 모조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국내와 달리 오히려 해외에서 갓의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남산골한옥마을은 지난달 26일부터 국내에 단 한 명 남은 장인들의 작품을 조명하는 기획전 ‘과거가 현재에게, 단 한 명의 장인으로부터’를 진행하고 있다. 대나무 발을 만드는 ‘염장’, 직물 위 얇은 금박을 붙이는 ‘금박장’, 갓을 만드는 ‘갓일’, 대나무 껍질을 물들여 상자로 만드는 ‘채상장’ 등 무형문화유산 분야 가운데서도 분야별 한 명씩 남은 장인 4명을 조명한다. 6월 2일까지 선보여질 염장(簾匠) 조대용 씨(74)의 작품들을 시작으로 나머지 장인들의 작품이 순차적으로 10월 31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조 씨는 증조부 대부터 4대째 가업을 이어온 국내에서 유일한 염장이다. 그가 가는 대올로 짜는 발은 섬세하고 고운 문양을 자랑한다. 세종대왕릉(영릉) 정자각, 덕수궁 함녕전 등 문화유산에서는 물론이고 영화 ‘킹덤’, ‘올빼미’ 등에서도 그의 발을 볼 수 있다. 한때는 발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던 시절도 있었지만, 아파트 위주의 주거 양식이 들어서면서 커튼과 블라인드로 대체됐다. 조 씨는 “예전엔 귀한 집에 발로 멋을 낼 수 있었는데 요새는 환경이 달라지다 보니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며 “발 하나가 덜렁덜렁 만든다고 팔리는 게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장인들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끊임없이 현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금박장 김기호 씨(56)는 1997년 이 일을 시작한 뒤 금박을 입힌 명함지갑, 필통, 넥타이 등을 개발했다. 금박을 옷에만 입힌다는 통념을 깬 것이다.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티모테 샬라메와 젠데이아가 그가 만든 금박 넥타이와 댕기를 제작진으로부터 선물받기도 했다. 김 씨는 “방송에 5초 정도 나갔는데 주문이 꽤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가 꾸준히 전시를 하자 다른 무형문화재나 젊은 예술가들이 금박을 전시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었다. 김 씨는 “해외 명품처럼 금박을 활용한 상품을 하나의 명품으로 키우고 싶은 바람이 있다”며 “금박의 예술성을 알리기 위해 더 활발히 전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상장 서신정 씨(64) 역시 과거 예물함으로 주로 사용되던 채상(채색한 상자)의 용도를 넓히고 있다. 도시락과 모빌 등 장식품을 만들고, 소반과 반닫이에도 채상을 입혔다. 서 씨는 “우리 것을 관심 있게 보고 사서 쓸 수 있도록 작품을 더욱 다양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을사늑약에 반대하며 죽음을 택한 민영환(1861∼1905)의 유서(사진)가 국가등록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민영환 유서’와 ‘여수 거문도 근대역사문화공간’ 등 2건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민영환이 자신의 명함에 새긴 유서는 대한제국 외교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그가 을사늑약에 반대해 자결하면서 남긴 마지막 흔적이다. 명함 앞면에는 ‘육군 부장 정일품 대훈위 민영환(陸軍副將正一品大勳位 閔泳煥)’이란 한자가, 뒷면에는 민영환이란 이름이 영문과 한글로 함께 표기돼 있다. 명함 앞뒷면에는 ‘결고(訣告) 아 대한민국 이천만 동포’라는 문장과 ‘죽어도 죽지 않는다(死而不死)’라며 자유와 독립을 촉구하는 내용의 유서가 연필로 빼곡히 적혀 있다. 명함 크기는 가로 6cm, 세로 9.2cm. 봉투에 넣어진 채 유족이 소장하고 있다가 1958년 고려대 박물관에 기증됐다. 함께 지정된 여수 거문도 근대문화역사공간은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리에 있는 규모 2만6610㎡ 구역이다. 1885년 영국이 거문도를 점령한 ‘거문도 사건’ 이후 시기별 항만시설, 군사시설 등이 남아 있다. 광복 후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여수 거문도 옛 삼산면 의사당’과 상하이 및 거문도를 연결하는 ‘여수 거문도 해저통신시설’ 등이 포함돼 보존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한국을 바꿔놓은 가장 큰 사건은 한강의 기적과 뒤따라온 민주주의로의 전환입니다.” 이달 신간 ‘새우에서 고래로’(열린책들·사진)를 펴낸 한국학 전문가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관계학 교수가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스페인 출신인 그는 2017년부터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에서 한국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국 석좌’를 겸임하고 있다. 신간은 1948년부터 2023년까지 벌어진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연대순으로 살피며 국제무대에서 ‘새우’에서 ‘고래’로 성장한 한국을 조명한다. 6·25전쟁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급속한 경제, 사회, 문화 성장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기까지의 과정을 외부자의 시선으로 분석했다. 그는 “그것(한강의 기적과 민주주의 전환)이 없었다면 한국은 오늘날처럼 기술적 발전을 이루고,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가진 나라일 수 없었을 것”이라며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로 남아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책에서는 서구 국가들이 길게는 200년 동안 이룩한 성과를 20, 30년 만에 이룩한 한국 사회의 명암 모두를 조명한다. 그는 “한국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인 특유의 기질 덕분”이라며 “한국은 지리적 위치의 불안함과 자원 부족 등을 이유로 (성장을) 포기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파르도 교수는 경제 성장 후 한국에 ‘시민 민족주의’의 물결이 퍼지면서 북한과 다른 길을 갈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유교 기반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평등함과 사회적 다양성에 대한 수용적 태도를 키워 갔다는 것이다. 그는 “시민 민족주의란 누군가가 사회와 국가에 기여한다면 인종, 지역, 국적에 상관없이 그 사람을 평등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개념”이라며 “많은 한국인들은 나라를 나아지게 하려는 사람을 그 나라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한국에 유학을 오면서 한국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됐다. 모국인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20세기 후반 내전을 겪었지만, 올림픽을 개최할 정도로 단숨에 경제 성장을 이뤄낸 나라. 그는 “스페인과 한국은 매우 다이내믹한 민주주의를 갖고 있다”며 “먹고 마시기, 노래 부르기 등 여가를 보내는 방식도 비슷해 한국이 편안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문화가 인기를 얻는 비결은 한국과 외국의 적절한 ‘조화’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시아 문화는 일본 문화였는데, 이는 그저 ‘이국적’으로만 느껴졌다”며 “한국 아티스트들은 뿌리를 가진 것과 외국에서 배운 것을 결합하는 데 능숙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나라에서 빈부격차를 비판하는 영화를 만들었지만, 영화 ‘기생충’이 차별화되는 점은 ‘정말 잘 만들어졌다’는 점”이라며 “한국인들은 자국의 문화적 성취에 자부심을 가질 법하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촬영지로 유명해진 전남 신안군 만재도의 주상절리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신안 만재도 주상절리’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9일 밝혔다. 주상절리는 화산이 폭발하면서 나온 용암이 급격히 식어서 기둥 모양으로 굳은 것을 말한다. 현재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 등 5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만재도 주상절리는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진 기둥이 아름다운 풍광을 이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화산이 분출할 때 나온 화산재 등이 굳어져 만들어진 응회암이 퇴적될 당시 온도를 알려주는 용결 조직이 고루 관찰돼 연구 가치가 크다. 오랜 시간 파도와 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해안 침식 지형과도 조화를 이룬다는 평가다. 문화재청은 “한반도 백악기 화산 분화 및 퇴적 환경을 해석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준다는 점에서 지질학적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이날 ‘고창 문수사 대웅전’과 ‘의성 고운사 가운루’ 등 문화·역사적 가치가 높은 사찰 건물 2건도 보물로 함께 지정 예고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조선 후기 평양에서 주로 활동한 화가 석연(石然) 양기훈(1843∼?)의 그림이 박물관에서 도난당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8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강원 원주시 원주역사박물관은 지난해 12월 ‘양기훈 필 노안도(蘆雁圖·사진)’ 1점이 사라졌다고 문화재청에 도난 신고를 했다. 노안도는 노후의 안락함을 기원하기 위해 갈대와 기러기를 함께 그린 그림이다. 이번에 사라진 노안도는 가로 36.5cm, 세로 154cm 크기의 족자 형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박물관 관계자가 민속생활실 안에 전시돼 있던 노안도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도난 신고를 했다”며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측은 노안도를 유리 안이 아닌 전시실 벽에 걸어 보관해 왔는데, 현재까지 도난과 관련해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 안의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고 박물관을 다녀간 사람을 확인했지만, 노안도가 전시된 장소를 정확히 비추는 화면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기훈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평양을 거점으로 활동한 화가다. 노안도의 전통적인 소재와 양식을 따르면서도 독자적 특징을 그림에 잘 그려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양기훈의 노안도는 40여 점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기증품에도 양기훈의 노안도가 포함돼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서울 고궁에서 따뜻한 봄날을 만끽하며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을 입고 궁중 일상을 체험하거나, 수라상을 맛본 뒤 궁중의 야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경희궁 등 5대 궁과 종묘 일대에서 ‘2024 봄 궁중문화축전’이 열린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축전은 고궁을 배경으로 다채로운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축전 기간 5대 궁을 무제한으로 방문할 수 있는 ‘궁패스’는 26일까지 1만 장 한정 판매한다. 올해는 조선 세종 시대를 배경으로 전통 복식을 입고 궁중음식과 무예, 무용 등 다양한 궁중 일상을 체험하는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 ‘시간여행, 세종’을 경복궁 일대에서 새롭게 선보인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궁 침전, 소주방 등에서 연기자들이 펼치는 왕실 상황극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다. 다음 달 4, 5일 경복궁 근정전에서 가야금, 대금, 해금 연주자 100여 명이 연주하는 ‘고궁음악회, 100인의 치세지음(治世之音)’도 처음 선보인다. 조선 궁중음악 ‘여민락(與民樂)’을 시작으로 음악으로 세상을 화평하게 하려 했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덕수궁에선 조선 고종(재위 1863∼1907년)의 취미와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상설 체험 프로그램 ‘황실취미회’가 열린다. 고종이 즐겼던 커피를 추출해 시음하고, 당시 옥돌(玉突)로 불렸던 조선 황실의 당구를 체험할 수 있다. 문화재재단 관계자는 “관객들의 편의를 위해 사전예약 이외에도 현장에서 바로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창경궁 연못 춘당지 일대를 비추는 미디어아트 ‘물빛연화’도 올해 처음 진행된다. 축전 기간 매일 오후 7시 반부터 9시까지 운영된다. 물에 비치는 화려한 미디어아트와 레이저 빛이 어우러진 산책로 등을 통해 영롱한 풍경을 연출한다. 매년 치열한 예약 경쟁으로 ‘궁케팅(궁궐+티케팅)’이란 신조어도 만들어낸 ‘경복궁 별빛야행’도 어김없이 열린다. 다음 달 2∼4일 하루 2회 차로 진행된다. 경복궁 소주방에서 도시락 형태로 만들어진 수라상을 체험한 뒤 궁 곳곳에 대한 해설을 들으며 밤 산책을 할 수 있다. 경복궁 생과방에서 궁중 병과와 약차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음 달 1∼4일 하루 네 번씩 진행된다. 궁중문화축전 사전예약 프로그램은 예약 플랫폼 티켓링크에서 예약할 수 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친구(親舊).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보통 학교와 직장 등에서 같은 시간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또래가 친구가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때로는 세대와 공간을 뛰어넘은 놀라운 우정이 피어날 때가 있다. 시공간적 동질성 외 이들을 묶어낼 만한 보편적 정서가 있을 때 가능하다. 사람들은 일상적이지 않은 우정에 더욱 흥미를 느낀다. 신간의 공동저자 나태주 시인과 김예원 작가가 그런 경우다. 1945년생인 나태주 시인과 1995년생 영어교사 김예원 작가의 나이 차는 정확히 쉰 살. 태어난 곳, 성장 배경, 나이까지 뭐 하나 비슷한 게 없는 둘은 2019년부터 벗이 됐다. 시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세대를 초월한 우정이 만들어진 것이다. 나 시인의 오랜 팬인 김 작가가 좋아하는 영시를 번역해 먼저 보냈고, 크리스마스이브에 나 시인의 답장이 왔다. 책은 반세기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서로에게 깊이 공감하는 두 사람의 대화를 기록했다. 주제는 자존감, 죽음, 직업, 리더십, 사랑 등 폭넓다. “딱 오십 해 차이가 났지. 그런데 참 신기해. 이렇게 말이 잘 통한다는 게 말이야.” 나 시인은 김 작가와의 우정을 이렇게 말한다. 시를 사랑하는 김 작가는 나 시인에게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1923∼2012)의 영시를 종종 보낸다. 나 시인은 답례로 김 작가에게 본인이 쓴 시를 가장 먼저 보여주며 감상을 나눈다. 그들의 보편적 정서는 시를 사랑하는 마음에 그치지 않는다. 시에 담긴 청년 자살과 실업 문제를 이야기하는 등 그들의 대화는 다양한 갈래로 뻗어 나간다. 김 작가는 “(나 시인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못 견디는 사람”이라며 그에게 청년들을 위로하는 시를 계속 지어 달라고 말한다. 내게 낯설더라도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에 스며들면서 친구가 되기 마련이다. 나 시인은 김 작가의 권유로 MBTI 검사를 한 끝에 자신이 ‘INTJ(용의주도한 전략가)’ 타입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상한 것 좀 시키지 말라”고 투덜대면서도 김 작가를 따라 유행하는 아기 얼굴로 만들어주는 앱으로 셀카를 찍는다. 김 작가는 나 시인과 함께 계룡산 도예마을의 공방을 방문하고, 잔디밭 잡초를 골라내던 나 시인에게서 호미를 뺏어 생전 처음으로 땅을 파본다. 친구가 아니었다면 하지 못했을 경험을 하면서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책에는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위로가 될 말들도 가득하다. 책 제목 ‘품으려 하니 모두가 꽃이었습니다’는 나 시인의 시 ‘꽃밭에서’의 일부다. 나 시인은 “풀꽃은 누가 기르지도 않는 ‘풀’과 모두가 원하는 귀한 ‘꽃’의 조합”이라면서도 “실은 베려고 하면 풀이 아닌 것이 없고, 키우려 하면 꽃이 아닌 것이 없다”고 말한다. 예쁘다 하면 더욱 예뻐지는 것이 사람이기에 서로에게 한없이 다정해지자는 메시지가 마음에 울림을 준다. “하늘과 구름과 여행이 널 사랑해줄 거야. 그건 시간문제야. 암 시간문제고말고.(나태주 시 ‘그건 시간문제야’ 중)” 김 작가가 취업 준비생이던 시절 첫 시험에서 떨어진 뒤 나 시인이 그에게 보내온 시의 일부다. 삶의 굴곡을 견뎌내기 힘들 때 두 사람의 특별한 우정을 엿보면서 위로를 얻어보는 건 어떨까. 김 작가의 톡톡 튀는 젊은 감성과 나 시인의 차분한 지혜가 어우러져 진한 여운이 남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수집한 서화, 조각 등 ‘이건희 컬렉션’의 국립박물관 상설전시 활용이 기존 6개 박물관, 327점에서 10개 박물관, 2254점으로 대폭 확대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건희 컬렉션 936건 2254점을 전국 10개 국립박물관으로 옮겨 상설전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이 중 국보 혹은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은 13건 107점이다. 이에 따라 국립부여박물관에선 올 상반기(1∼6월) 중 충남 논산시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진 ‘청동방울 일괄’(국보)을 선보인다. 청동방울은 청동기시대 의식을 행할 때 사용된 제의도구다. 팔각형의 별 모양으로 모서리에 방울이 달린 팔주령(八珠鈴)과, 마치 포탄처럼 생긴 간두령(竿頭鈴)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당대 발달된 청동기 주조 기술을 보여주는 중요 유물이다. 국립대구박물관에선 국보 ‘대구 비산동 청동기 일괄’이 전시된다. 초기 철기시대 무덤에서 나온 유물로 세형동검과 청동투겁창 등으로 이뤄져 있다. 중국식 투겁창과는 다른 한반도 고유의 양식이 확인돼 눈길을 끈다. 국립광주박물관에선 국보 ‘백자 청화죽문 각병’을 선보인다. 18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 백자로, 불룩한 둥근 몸체에 늘씬하게 뻗은 긴 목과 높고 넓은 굽다리가 돋보인다.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도자기들이 제작된 18세기 전반 청화백자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는 2021년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2만1693점이 소장돼 있다. 박물관은 2022년부터 기증품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전국 각지에서 선보인 데 이어 상설전시 활용도 늘리고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지방 박물관의 상설전시 활용 확대가 문화 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매일 아침 창문을 열면 청명한 햇빛이 와락 덤벼들어요. 그때마다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신간 ‘쿠바에서는 사랑을 구걸하지 않는다’(마음의숲)의 저자 장희주 씨(51·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던 2010년 겨울 배낭여행을 계기로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이후 쿠바 남성과 결혼해 2017년부터 수도 아바나에서 살며 여행가이드와 국립미술관 해설사로 일하고 있다. 신간은 여행자가 아닌 생활인으로서 본 쿠바의 문화, 경제 상황 등이 속속들이 담긴 에세이다. 쿠바는 2월 14일 한국과 공식 수교를 맺으면서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다. 신간 제목이기도 한 ‘쿠바에서는 사랑을 구걸하지 않는다’는 쿠바 가정법원 담벼락에 쓰인 문구다. 사랑에 있어 윤리와 도덕의 잣대를 엄격히 들이대기보다 당장의 열정을 중시하는 쿠바의 일면을 보여준단다. 그는 “최근 한국의 이혼율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쿠바에서는 애초에 결혼을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이혼 자체가 별로 없다”며 “쿠바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도 남녀로 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화에 대해 쿠바인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한다고. “우리 혈관의 피가 태양에 끓기 때문이죠.” 쿠바에서 살아가는 것은 잠깐 방문하는 배낭 여행과는 달랐다. 특히 미국 트럼프 정부가 강력한 쿠바 봉쇄 정책을 펼치면서 물자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생활용품이 귀하기에 오래된 물건도 형태를 바꿔 고쳐 쓰는 ‘인벤타(Inventa·뭐든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 것)’를 발휘해야 했다.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문화도 낯설게 느껴졌다. 2022년 강타한 허리케인 이언으로 5일간 전기 없이 살기도 했다. 끝없는 불편함을 견디면서도 쿠바에 있는 이유를 묻자 “태양이 주는 이곳의 낙천적인 기질이 좋다. 여기에선 버스 옆자리 사람하고도 ‘스몰 토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 앞에 펼쳐진 바다에서 수영을 즐길 때도 쿠바 사람들의 유쾌함을 마주한다. 1층 아주머니는 “파도가 높으니 위험해”란 말 대신 “지금 바다 나가면 파도 타고 비행기표 없이 한국 간다”고 말한다. 그는 “일상에서 유머러스함이 묻어나는 쿠바의 여유가 좋다”고 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에서 자본주의 물결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정부 일자리를 통해 지급되는 쿠바 화폐(페소)만으로는 삶을 영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쿠바 정부는 개인이 해외에서 물건을 수출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쿠바는 혁명가 체 게바라의 나라 또는 미국 대문호 헤밍웨이가 좋아한 곳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 땅에 튼튼한 발을 딛고 살아가는 쿠바 사람들의 또 다른 이야기도 많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처음엔 팔이 네 개, 눈이 세 개 달린 판다 이미지가 나오더라고요.” 1일 서울 종로구의 스터디룸에서 만난 유지현 씨(60)는 국내 첫 인공지능(AI) 컬러링북 ‘니하오, 내 사랑 판다’(헤르몬하우스)를 펴낸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AI에 명령어를 입력해 판다 이미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종종 나왔다는 것. 신간은 중국어 온라인 스터디를 통해 친해진 50∼70대 여성 저자 12명이 함께 썼다. 책의 모든 그림은 사람이 아닌 AI가 그렸다. 주인공인 판다 ‘푸푸’가 성장해 한국을 떠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동화와, 색칠이 가능한 판다 그림으로 구성됐다. 1일 동아일보와 만난 유 씨 등 공동 저자들은 “국민적 사랑을 받은 푸바오가 3일 중국으로 떠나는 데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책을 펴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4∼11월 AI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들으면서 ‘AI 컬러링북’을 내자고 뜻을 모았다. 출간 전까지 각자 만든 AI 이미지만 1만 장이 넘는다. 책에 넣을 예쁜 판다 이미지를 얻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같은 명령어를 넣어도 나오는 이미지가 제각각이라 통일된 캐릭터를 만들기가 어려웠다. 판다의 정확한 특징을 몰라 ‘너구리’나 ‘코끼리’를 그려 오는 이도 있었다. 수시로 온라인에서 모여 해상도가 높고, 예쁘게 그려진 판다 이미지를 골라내야 했다. 책을 검수할 때는 판다 발톱이 5개씩 있는지까지 꼼꼼히 살펴봤다. 1988년부터 12년간 컴퓨터 대리점을 운영해 ‘신문물’에 익숙했던 김행숙 씨(66)가 중심을 잡고 출간을 주도했다. 김 씨는 “처음에는 컴퓨터 마우스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AI 이해가 부족한 동료들을 가르치고, 컴퓨터 프로그램 ‘캔바’로 이미지를 편집했다. 김 씨는 “어떤 책에서 ‘미래에는 AI를 활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지배한다’고 하더라”며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들여 쓴 책은 어린 손주들과 친해질 수 있는 매개체가 됐다. 공동 저자 중 최연장자인 김선아 조선대 수학과 명예교수(73)는 “할머니가 만든 책을 손자에게 선물했더니 너무 좋아하더라”며 “젊은이들과의 대화에서 뒤처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듣기 시작한 강의가 삶의 활력소가 됐다”고 말했다. 공동 저자들은 모두 AI를 활용해 각자 책을 내는 게 목표다. 윤태자 씨는 “AI 프로그램에 ‘한복’ 등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일본이나 중국 관련 이미지가 뜨기 일쑤”라며 “앞으로 한국 문화를 오롯이 담은 이미지로 구성된 AI 책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국립한글박물관 한글놀이터 예약을 하려고 할 때마다 늘 매진이더라고요. 예약 팁이라도 있나요? 매번 너무 어려워요.” 66만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한 유명 맘카페에 올라온 게시글이다.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 한글놀이터는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이른바 ‘피케팅’(피가 튈 만큼 치열한 티케팅) 수준으로 예약이 치열하다. 해당 글에는 “(예약 창이 열리는) 밤 12시에 ‘땡’ 하고 들어가야 한다”, “네이버 초시계를 켜 놓으면 거의 성공” 등의 댓글이 달렸다. 국립한글박물관 한글놀이터는 미취학 아동들이 한글과 관련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디지털 인터랙티브 체험 공간이다. 하루 7회(1회 50명)로 최대 350명이 체험할 수 있지만, 일주일 전 열리는 사전 예약 창은 보통 오픈 5분 남짓이면 마감되기 일쑤다. 국립한글박물관 이가나 학예연구사는 “아이들이 놀면서 한글을 배우는 교육적 공간이라 선호도가 높은 것 같다”며 “인기가 많다 보니 이용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중복 예약을 막아 달라는 민원도 종종 들어온다”고 말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을 ‘젤리 캐릭터’로 표현해 아이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전시관 내부는 자음 기본 글자인 ‘ㄱ, ㄴ, ㅁ, ㅅ, ㅇ’을 닮은 미끄럼틀과 매달리기, 쉼터 등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과 디지털 간판을 활용한 이름 짓기, 미로 속 글자 찾기 체험 등의 콘텐츠로 이뤄져 있다. 아이들의 안전을 고려해 모든 공간을 모서리 없이 디자인했다. 가장 인기가 많은 공간은 3면에 디지털 영상이 나오는 ‘꿈꾸는 나의 방’이다. 벽에 손을 갖다 대 ‘젤리 붓’으로 가족들에게 전하는 편지를 쓸 수 있다. 자음과 연관된 글자를 살펴볼 수도 있는데, 화면 속 ‘ㄱ’을 누르면 ‘강아지’로 변하고, ‘ㄴ’을 누르면 ‘나비’로 변하는 식이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키즈카페를 연상케 하는 어린이 친화적 인테리어에 과학, 유물, 창작 놀이 등 다양한 교육형 전시가 어우러져 인기가 높다. 회차당 260명씩 관람 가능하며 하루에 총 5회차씩 운영된다. 2주 전부터 온라인 예약을 통해 신청을 받는다. 눈길을 끄는 건 지난해 말 새 단장을 한 ‘시간 여행 안내소’다. 어린이들이 가상으로 과거를 여행한다는 콘셉트로 박물관 실제 전시품을 알아보는 코너다. ‘기분이 좋아지는 재질은?’, ‘어느 시대로 가볼래?’ 등 키오스크 질문에 대답하면 본인이 관심 있는 전시품 이름과 위치가 담긴 티켓을 제공한다. 중앙박물관 곽신숙 어린이박물관과장은 “아이들이 진짜 유물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일종의 ‘브리지 공간’을 만들려 했다”며 “박물관이 어린이 친화적인 공간으로 거듭나 가족 단위 방문객을 사로잡으려 한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전통 종이 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추진된다. 문화재청은 “‘한지 제작의 전통 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유네스코 본부에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1일 밝혔다. 최종 등재 여부는 유네스코 사무국 검토 등을 거쳐 2026년 12월 열리는 제21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한지는 닥나무 껍질 섬유를 재료로 해 만든 한국 전통 종이다. 닥나무 채취를 시작으로 찌고, 두들기고, 뜨고, 말려 99번의 손질을 거친 뒤 마지막 사람이 100번째로 만진다고 해서 ‘백지(百紙)’로 불렸다. 최근 한지는 기록용뿐 아니라 친환경 건축부재와 각종 생활용품, 예술 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한지는 제조 과정에서 장인의 기술과 지식, 마을 주민들의 품앗이가 더해져 우리나라 공동체 문화를 잘 보여준다”며 “인류무형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전통 서화류를 원형대로 복원하는 모사공(模寫工)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가 열렸다. 한국문화재재단은 3월 28일부터 서울 강남구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에서 ‘젊은 복원가들의 모색: 모사공, 과거와 미래를 잇다’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전통모사진흥연구회가 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문화재 수리 기능자인 모사공 5명이 제작한 초상화, 탱화, 풍속화 등 29점을 전시한다. 특히 흥선대원군(1821∼1898)과 조선 후기 문신 남구만(1629∼1711) 등의 초상화 모사본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작품들의 제작 과정도 자세히 소개된다. 예를 들어 원작을 모사하기 위해 원작에 대해 현미경 등 과학조사를 거치는 것은 물론이고 원화와 동일한 재질과 색감의 바탕재를 제작한다. 관람객들은 박물관에서 보던 문화재 복원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에 열린 전시 개막식에서는 먹으로 밑그림을 그리는 ‘먹초’가 시연됐다. 연구회 관계자는 “모사는 훌륭한 옛 화가의 화법과 정신을 따르기 위한 기본 수련 방법이었다”며 “특히 인물화에서는 인물의 사람됨을 묘사하는 것까지 포함돼 수준 높은 예술 창작에 가깝다”고 말했다. 전시는 4일까지. 무료.사지원 기자 4g1@donga.com}
‘2021년 기준 1인당 총소득 전국 1위, 하지만 늙은 도시.’ 저자는 울산을 이렇게 정의한다. 부유하지만 혁신을 주도할 청년들은 떠나고 장년 노동자와 퇴직자만 넘치는 껍데기 같은 도시. 신간은 ‘대한민국의 산업 수도’ 울산의 과거와 현재를 토대로 한국 제조업의 미래를 살핀다.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는 조선소에서 5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를 펴내 주목받았다. 전작이 경남 거제시에만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울산을 통해 국내 산업계 전반으로 시각을 확장했다. 울산은 공장에서 기름밥, 쇳밥을 먹던 노동자들이 식구를 부양하는 ‘제조업 신화’가 완성된 곳이다. 1962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울산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한 이후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이 들어서 현재의 울산을 만들었다. 저자는 “정부와 기업가, 엔지니어, 노동자 모두가 만화 드래곤볼의 ‘원기옥’을 모으는 것처럼 부자 동네 울산의 기적을 써냈다”고 말한다. 일종의 ‘생산성 동맹’이다. 저자는 한국 제조업의 위기를 동맹의 와해에서 찾는다. 노사 간 불신으로 생산직 노동자가 배제된 채 엔지니어링에 기반한 혁신이 강제됐다. 엔지니어는 수도권 본사에, 노동자는 지방에 머물면서 공간의 분리가 이뤄졌다. 저자는 영국 맨체스터, 스웨덴 말뫼 등 울산보다 앞서 몰락한 선진국 도시의 사례도 충분히 검토해 우려 섞인 견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대한민국이 일부 선진국의 제조업 몰락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도시의 역량을 면밀히 평가해 지속 가능한 제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노동자와 기업 간 신뢰관계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제조업 대신 지식기반 경제로 산업구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은 2020년 기준으로 국민총생산(GNP)의 27%를 제조업에 의존하는 나라다. 국가 혁신이 제조업 현장과 동떨어질 수 없는 이유다. 제조업 부흥뿐 아니라 지방소멸 위기, 계층 사다리, 젠더 갈등 등 사회학자로서 다양한 고민을 담아 눈길을 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8세기 서양이 동해를 일본이 아닌 한반도의 근해로 인식한 사실을 보여주는 네덜란드 고지도가 공개됐다. 동북아역사재단은 18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독도체험관에서 네덜란드 지도 출판자이자 서적상인 얀 바렌드 엘웨(1746∼1816)가 제작한 동아시아 지도를 선보인다. 1792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지도에선 한국과 중국, 일본, 필리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가로 60.1cm, 세로 50cm 크기다. 지도 속 한반도는 ‘조선왕국(R. DE COREE)’으로 표기돼 있다. 주요 마을은 물론 제주도, 울릉도, 독도도 표시돼 있다. 울릉도와 독도는 각각 ‘Fanlingtao’,‘Tchiangehantao’로 돼 있는데, 울릉도와 독도의 잘못된 한자를 중국어 발음으로 표기한 걸로 추정된다. 동해 수역은 ‘동해 또는 한국해(MER ORIENTALE OU MER DE COREE)’로 표기됐다. 18세기 후반 서양에서 동해를 일본이 아닌 한반도의 근해로 인지한 것이다. 재단은 네덜란드 고지도를 시작으로 다른 소장 고지도들을 매달 교체 전시할 예정이다. 재단은 고지도 2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서양에서 한반도와 동해, 독도를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잠깐의 혼란스러움도 있었지만 이 악물고 잘 살고 있으니까요.” 26일 크리에이터 ‘빵먹다살찐떡’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양유진 씨(25)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9월 오랜 시간 머물던 자취방에서 영상을 만들어 틱톡에 올린 걸 계기로 구독자 100만 명을 거느린 크리에이터가 됐다. 이어 2022년에는 웹드라마 배우로 데뷔했다. 브이로그, 댄스 등 짧은 동영상 쇼트폼을 온라인에 주로 올린다. 그는 20일 출간한 에세이 ‘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를 통해 희귀질환 루푸스를 10년째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면역계 이상으로 자기 세포를 공격해 생기는 루푸스는 발병 후 10년 생존율이 90% 이상이지만 피부와 관절, 신장 등에 염증 반응이 수시로 나타나 관리가 필요하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을 앓으며 루푸스 발병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후 친구들 사이에서 별명이 ‘바나나’가 됐다. 증상 악화로 입·퇴원을 반복하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특유의 긍정적 성격 덕분이었다. 바나나라고 놀림을 당해도 “내 별명이 하나 더 생겼네. 오히려 좋아”라고 생각했단다. “저는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성취감을 얻는 스타일이에요. 아파서 입원했을 때도 누군가에게 활기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크리에이터가 됐어요.” 신간 제목으로, 의연한 삶의 태도가 단단해 보여 그가 별명으로 지은 ‘갱스터 할머니’는 대학교 1학년 때 입원한 항암 병동에서 만났다. 병동에서 가장 많은 증상을 갖고 있던 할머니는 의사에게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편한 약을 달라”고 했지만 의연히 병을 견뎌냈다. 알고 보니 할머니는 남편이 결혼 생활 내내 바람을 피운 아픈 과거를 갖고 있었다. 그는 “어떤 원망도 후회도 없어 보이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강한 분’이라고 느꼈다”며 “할머니의 삶의 태도가 나의 이상향과 같아 책 제목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병동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울고 웃는 이야기는 그에게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열망을 안겨줬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처음에는 주변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지만, 나중엔 대화에 끼어들게 됐다. 그는 “간호사에게 허락을 받고 환자들과 병동 가운데 모여 짜장면을 시켜 먹은 기억이 난다. 힘든 병실 생활 속에서도 즐거운 기억이 많다”고 했다. 책을 본 독자들이 어떤 메시지를 받았으면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보다 더 힘든 분들도 많을 텐데 내가 감히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삶의 모양이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만일 이 비석이 없었다면 고구려가 신라와 백잔(百殘·백제를 낮춰 일컫는 말)을 정벌한 일은 깊이 파묻혀 세상에 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 금석학자 나진옥(1866∼1940)이 1908년 광개토대왕릉비에 대해 쓴 글 ‘고려호태왕비발(高麗好太王碑跋)’의 일부다. 고려호태왕비발은 고구려의 시호와 광개토대왕의 재위 기간 및 사망한 해, 비문 중 장례일자 등을 토대로 광개토비의 건립 연도를 414년으로 고증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발간한 고고학지 29권에는 고려호태왕비발 등 중국 학자들이 광개토비에 대해 쓴 글 11편이 한글로 번역돼 실렸다. 이 자료들은 그동안 비석 건립 시점이나 탁본 제작 과정을 살펴보는 근거로 활용돼 왔다. 논문을 통해 일부가 번역된 적은 있지만, 전문을 번역해 역주를 단 것은 처음이다. 박물관은 비문 원석 탁본인 청명(靑溟)본 구입과 비석 디지털 복원본 공개를 계기로 역주 자료를 작성했다. 이태희 박물관 학예연구관은 “그동안 광개토비 관련 중국 자료를 일부만 번역해 소개하다 보니 내용의 전후 맥락을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이번 역주 자료가 비석을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고고학지 29권은 고구려의 영토 확장과 고분벽화 등을 다룬 논문을 포함해 ‘고구려 특집’으로 구성됐다. 이번 자료는 박물관이 진행 중인 선사고대관 내 고구려실 개편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박물관은 신라나 백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고구려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상설관 내 고구려실 면적은 258㎡로 신라실(718㎡)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고구려의 영토가 현재의 북한이나 만주 지역에 걸쳐 있어 신라, 백제에 비해 발굴 유물이 적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올해 말까지 고구려실 면적을 두 배 가까이(478㎡)로 늘리고, 관련 전시품도 확대할 예정이다. 윤상덕 박물관 고고역사부장은 “1990년대 이후 남한에서 발굴된 유물도 새롭게 전시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발굴 조사가 진행된 고구려 성곽인 경기 연천군 호로고루(瓠蘆古壘) 유적이 대표적이다. 고구려 초석 건물터와 지하 집수정 등이 발견된 호로고루는 5세기 고구려의 남진 정책을 위한 군사 요충지로 활용됐다. 2004년 사적으로 지정된 ‘아차산 일대 보루군(堡壘群)’에서 출토된 생활용구와 무기류도 고구려실 전시에 포함될 예정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