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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이제 두려움(fear)이 사라졌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연준 인사들은 1월 연방공개시자위원회(FOMC) 이후 줄곧 신중한 톤을 유지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자체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데다, 미 경제는 고강도 긴축에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 서두를 이유가 없다. 파월 의장은 6, 7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도 같은 입장이었지만, 결국 “머지 않아”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거란 답을 내놓았다.시장은 일제히 환호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까지 6월을 언급하며 기름을 끼얹었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긴축에서 완화로 ‘피벗(pivot·정책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거란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글로벌 자산시장 상승 등으로, 한 번 오르면 잘 내려가지 않는 ‘끈적거리는 물가(sticky price)’가 이어지고 있어 인하 시점을 낙관해선 안 된단 반론도 만만치 않다.●6월 금리인하설…끈적거리는 물가가 변수미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정책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7~8%포인트 올렸다. 시장은 대체로 6월 론이 우세하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7, 8월 열리는 공화당·민주당 전당대회 전에 금리를 낮춰 정치적 논란을 피할 것이란 분석도 월가에선 힘을 얻고 있다.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금융경제학 교수 역시 “연준이 기준 금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물가가 내려가면 결과적으로 실질금리가 올라간다”며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금리를 빨리 내리는 게 낫다”며 6월 인하를 전망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월에 첫 인하를 단행해 분기마다 0.25%포인트씩 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1%로 시장 전망치(2.9%)를 상회했다. 파월 의장이나 라가르드 총재는 “실시간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물가가 계속 끈적거린다면 상반기 금리 인하는 물건너 갈 수도 있다. 연준 내에선 인플레이션 재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브레이크에 두 발이 달려 있다고 여기지만, 한 발만 밟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아 고금리를 유지할 수 있단 뜻이다.●“금융시장의 ‘동물적 야성’ 살아났다”시장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거침없는 랠리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 처음 5000선을 돌파한 S&P500은 이날 올 들어 16번째에 해당하는 최고점을 경신했고, 비트코인도 최근 6만9000달러(약 9094만 원)를 뚫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마이클 하트넷은 “금융시장의 ‘동물적 야성(animal spirit)’이 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했다.금리 인하 가능성에 달러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104.96까지 올랐다가 8일 기준 102대로 떨어졌다. 달러 약세로 금 선물도 연일 최고치를 찍고 있다. 이런 흐름은 인공지능(AI) 열풍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측면도 크다. AI 대표주자 엔비디아는 이날 하루 4.47% 상승해 926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유럽은 덴마크 노모 노디스크 등 제약사가 상승세를 주도하며, 대만은 TSMC 등 반도체주가 강세다.한국도 영향을 받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4%(32.73포인트) 오른 2,680.35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53% 상승한 2688.00까지 올랐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1원 떨어진 1,319.8원에 마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 내다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으로선 인플레이션이 여전해 물가가 안정돼야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도 “한은은 상반기(1~6월) 같은 정책을 유지하다가 하반기(7~12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국내 은행 시스템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높은 연체율과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 등이 국내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무디스는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총 19개 은행 및 금융지주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은 향후 6개월에서 1년 이내 신용등급을 강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국내 은행들은 달러채 자금을 더 높은 금리로 조달해야 한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향후 12∼18개월 내 한국 은행들의 영업 환경과 자산 건전성, 수익성 약화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4∼2025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의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환대출 플랫폼과 인터넷은행 점유율 확대 등으로 대출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는 고금리와 그에 따른 민간 소비 위축으로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악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이자 부담과 높은 생활비로 인해 민간 개인 소비력이 감소하면서 한국 산업 전반의 수출 회복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NIM은 악화하고 있다”면서 은행들의 NIM 추정 평균이 지난해 1.6%에서 올해 1.5%로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는 또 높아진 연체율이 국내 은행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0.38%로 양호한 편이었지만 향후 18개월 내 0.5%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팬데믹 관련 이자 및 원금 상환 유예 연체율과 부동산 대출이 자산 위험의 핵심 원천”이라며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전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당국의 영향력이 은행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보고서는 “지난해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 등을 끝내 ‘양보’(concession)했는데, 이 또한 NIM에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융감독 당국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불완전 판매로 판단할 경우 투자자 보상의 문제까지 떠안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했을 당시에도 건전성을 저하시키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포함됐고 그에 맞춰 이행했다”며 “ELS 불완전 판매 사안은 도덕적 해이를 범한 금융사가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한국거래소는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의 후속 조치로 ‘기업 밸류업 자문단’을 구성하고 첫 회의를 진행했다고 7일 밝혔다.자문단은 학계 3인, 투자자 4인, 기업·유관기관 4인, 거래소 1인 등 총 12명으로 구성됐다. 조명현 고려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고 투자자 자격으로 국민연금공단, 삼성자산운용, JP모건과 한국ESG기준원 등이 참여했다. 자문단은 매월 1~2차례 정기 회의를 열고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의 세부 추진 과정에서 자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도록 하는 지원 방안의 1차 세부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자문단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준비 기간인 올 상반기(1~6월) 동안 시장 참여자 의견을 수렴하고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제고 가이드라인 제정 및 지원 방안 구체화 작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하반기(7~12월)부터는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공시 모니터링을 비롯해 우수 사례 발굴 및 검토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현장에 답이 있다’는 판단하에 다양한 시장 참여자와 상시 소통을 위해 자문단을 구성했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차질 없이 추진돼 우리 자본시장에 실질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국제 금값이 이틀 연속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내 금값도 치솟으면서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중동을 비롯한 지정학적 위기 등이 안전자산인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현지 시간) 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5.60달러(0.7%) 오른 1온스(31.1g)당 2141.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2126.30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처음 210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이틀 연속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운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상승세를 탄 금값은 최근 5개월 새 약 17% 급등했다. 국내 금 가격도 연일 고점을 경신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금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도 금 1kg 현물의 g당 가격은 4일(8만9040원) 역대 최고치를 쓴 데 이어 5일(9만810원) 처음으로 9만 원 선을 돌파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유일 금 현물 ETF인 ‘ACE KRX 금 현물 ETF’ 순자산액은 6일 기준 1409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지난해 7월 말 770억 원에 불과했던 순자산액이 약 7개월 만에 두 배 가까운 규모로 불어난 것이다. 올 들어 개인은 국내 금 현물 ETF를 124억4800만 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금 등 대체자산의 가격을 밀어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하락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일반적으로 달러와 대체 관계에 있는 금 가격은 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이후 신흥국을 중심으로 중앙은행들이 금을 적극 사들이고 있는 것도 금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값이 연이틀 고점을 갈아치운 데 대해 “최근 급등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오늘 새벽 급락했는데, 금이 비트코인의 보완재로 인식되면서 비트코인 대신 금에 베팅한 부분이 수급적으로 나타나 금 가격이 또 한번 최고가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황금기’를 맞은 금값의 향후 흐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시장에서는 “추가 상승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견과 “곧 상승분을 반납할 것”이라는 극과 극의 전망이 나온다. 오재영 KB증권 수석연구원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실제화되기 전후로 해서 올해 4∼9월 금값이 24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며 “보통 경기가 힘든 국면을 지나갈 때 금값이 한 번씩 점프하는데 아직 충분히 뛰었다고 보기엔 부족하다”고 말했다. 반면 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거시경제 측면에서 봤을 때 금 가격 상승 요인보다 하락 요인이 더 많다”며 “실질 금리에 비해 금 가격이 과도하게 높은 상황이 계속 이어져 올해 안에 금 가격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한국 가사도우미의 시간당 임금이 홍콩이나 대만 등 인근 국가의 4배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 꼽히는 돌봄서비스 부담을 덜기 위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고 돌봄서비스업에 한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5일 한은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에 따르면 2022년 내국인 가사도우미의 시간당 임금은 1만1433원으로 싱가포르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시간당 임금(1721원)의 6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2797원)과 대만(2472원)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급과 비교해도 4배 이상으로 높다. 보고서를 쓴 채민석 한은 고용분석팀 과장은 “미국, 일본, 독일, 호주 등도 산업별·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하고 있다”며 “돌봄서비스 부문은 인력난과 비용 부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차등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한은이 업종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주장에 대해 노동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올해 중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간병인 고용에 월370만원, 자녀소득 60% 넘어… “외국인 활용을” 65세이상 가구 소득의 1.7배 “감당 못해”육아도우미 월264만원… 번 돈 52% 줘야돌봄 비용 상승폭, 임금 웃돌아 한숨 커져한은 “외국인 고용” 노동계 “분열 야기” “요즘 중국인 육아도우미를 구하려면 월 290만 원은 줘야 해요. 맞벌이로 버는 돈의 절반을 써야 하는 상황입니다.” 직장인 김모 씨(40)는 아내의 복직에 맞춰서 육아도우미를 구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높은 비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 씨는 “팬데믹 이후 육아 돌봄 비용이 20% 넘게 뛰었다”며 “급여가 더 높은 간병도우미로 수급이 몰리면서 애 키우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간병비 부담은 더 크다. 배우자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이모 씨(43)는 3개월 만에 간병비로만 1500만 원을 썼다. 이 씨는 “한국에선 간병비가 부르는 게 값”이라며 “서비스 만족도가 낮더라도 간병인끼리 텃세가 심해서 바꾸면 비용이 더 든다. 참고 쓸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간병비 370만 원, 자녀 소득의 60% 웃돌아 5일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요양병원 등에서의 월평균 간병인 비용은 370만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65세 이상 가구의 중위소득(224만 원)의 1.7배이고, 자녀 가구인 40∼50대 중위소득(588만 원)과 비교해도 60%를 웃도는 수준이다. 육아도우미 비용도 264만 원으로 30대 가구의 중위소득인 509만 원의 51.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돌봄 서비스에 대한 비용 부담이 가계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돌봄 서비스 비용 부담이 커진 데 대해 “저출산·고령화의 여파로 돌봄 관련 일자리에 대한 노동 공급은 줄어든 반면에 수요는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돌봄서비스 비용 상승 폭도 가파르다. 지난해 간병비 및 가사도우미 비용은 2016년에 비해 각각 50%, 37%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명목임금 상승률(28%)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급속한 고령화 현상으로 돌봄 수요가 늘어나면서 돌봄 서비스직의 노동 공급 부족 현상은 더 커지고, 비용도 증가한 것이다.● “돌봄 서비스에 차등 임금 도입을”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돌봄 서비스 인력난과 비용 증가를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고용허가제를 돌봄서비스 부문까지 확대해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고, 돌봄서비스업에 한해 최저임금을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은은 또 개별 가구가 외국인을 직접 고용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도 조언했다.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 방식으로 외국인을 직접 고용하면 국내외 관련 법령상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의 국가들이 이 같은 방법을 통해 한국의 15∼24%가량의 비용만 내고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은의 제안이 한국 사회를 강타한 ‘돌봄 재앙’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전영수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인 돌봄 근로자의 고용 확대와 차등 임금 도입은 단기적으로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인 노동자 차별이라는 이슈에 휘말릴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조심히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노동계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돌봄 서비스 노동자들은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다”며 “최저임금 차등화 등 시장 논리만을 따르는 임시방편식 정책은 불필요한 사회 갈등과 분열을 일으킬 뿐”이라고 비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최근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1억 원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국제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비트코인은 6만8000달러대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에 근접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5일 오후 2시 45분 기준 9310만 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에는 9700만 원까지 치솟아 1억 원까지 단 300만 원을 남겨뒀다. 비트코인은 전날 오후 5시 25분경 9027만 원을 넘어서 전고점(9000만 원)을 돌파한 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후 이날 9500만 원에 이어 9700만 원 선까지 순식간에 뚫었다. 국제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비트코인은 고공행진 중이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5분 기준 비트코인은 개당 6만8770달러에 거래됐다. 2021년 11월 10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6만8982달러)보다 불과 200달러 남짓 낮은 수준이다. 대표적인 대체자산인 금 가격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4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5% 오른 온스당 2126달러에 마감했다. 사상 처음 2100달러를 넘어섰다. 비트코인 등 대체자산 급등의 배경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가 내려가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달러와 대체 관계에 있는 금 가격은 보통 오름세를 보인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20년 만에 대만에 추월당했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지난해 반등하면서 다시 대만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저조한 경제성장률과 불안정한 환율 등으로 정부의 ‘국민소득 4만 달러’ 목표 달성까지는 갈 길이 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4분기(10∼12월)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3745달러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4405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3.7% 늘었다. 1인당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총 인구로 나눈 수치로,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을 파악하는 대표적 지표다. 한국의 1인당 GNI는 2017년(3만1734달러) 3만 달러, 이후 4년 만인 2021년(3만5523달러) 3만5000달러를 처음 넘어섰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2년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12.9% 뛰고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8.1% 줄면서 1인당 GNI도 7.4% 떨어진 3만2886달러로 고꾸라졌다. 그해 한국의 1인당 GNI는 20년 만에 대만(3만3565달러)에 따라잡혔다. 하지만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미국 달러 대비 대만 달러화 환율보다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1인당 GNI가 다시 대만을 앞질렀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명목 GNI는 한국과 대만 모두 전년 대비 3.9% 증가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1.1% 상승한 반면에 미국 달러 대비 대만 달러화 환율은 4.5% 상승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6% 증가해 앞서 1월 발표한 속보치와 같았다. 다만 건설투자(―0.3%포인트) 기여도는 하향 조정되고 수출(0.9%포인트)과 수입(0.4%포인트), 설비투자(0.3%포인트) 등은 상향 수정됐다. 연간 실질 GDP 성장률도 속보치와 동일한 1.4%로 집계됐다. 민간(0.9%포인트)과 정부(0.4%포인트)의 GDP 기여도는 각각 1.2%포인트, 0.1%포인트 하락했다. 정부의 ‘국민소득 4만 달러’ 목표 달성 시점에 대해서는 지난해 한은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은 지난해 3월 “향후 2∼3년 실질 GDP가 2% 안팎으로 성장하고 물가 상승은 2% 내외로 지속되며 환율은 과거 10년 평균인 1145원 수준을 유지한다면 1인당 GNI는 머지않아 4만 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성장률(1.4%)은 예상치를 밑돌았고, 환율 역시 1300원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논란에 주요 은행들이 판매를 잠정 중단한 여파로 지난달 ELS 발행량이 전월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ELS 발행 금액은 원화 기준 9350억 원으로 전월(1조6667억 원)보다 44% 줄었다. 전년 동기(2조2020억 원) 대비로는 58% 급감했다. 한 달 ELS 발행액이 1조 원을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월 이후 처음이다. ELS 발행액이 급감한 것은 2021년 판매된 홍콩H지수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올 들어 주요 은행들이 ELS 판매를 중단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재 우리은행을 제외한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은 ELS 판매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이에 따라 그간 ELS 판매를 은행에 의존해 왔던 증권사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은행은 증권사가 발행한 ELS를 신탁 계정으로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 형태로 판매해 왔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ELS 발행잔액 40조1000억 원 가운데 은행 신탁 판매 비중은 62.8%에 달한다. 은행의 판매 중단에 따라 ELS 시장이 위축되면, 증권사들은 수익 창출원을 잃게 되는 셈이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금 가격이 역대 최고가를 갈아 치웠다. 거래소에 따르면 4일 KRX 금시장에서 금 1kg 현물 가격은 1g당 전 거래일보다 1.96% 오른 8만90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4년 3월 24일 KRX 금시장이 거래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가격이다. 직전 최고가는 1월 16일 기록한 8만7730원이다. 금 가격은 연초 이후 3.1%, 1년 전보다는 15.9% 오르는 등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왔다.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 중동을 비롯한 지정학적 위기 등 복합적인 국내외 요인들이 안전자산인 금 가격을 끌어 올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포스코그룹 회장 선출의 공정성을 지적했던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이번엔 사외이사의 재선임을 문제 삼았다. 다음 달 예정된 주주총회에 ‘초호화 해외 출장’ 의혹을 받고 있는 일부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이 올라온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 김 이사장은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외이사 재임 중 호화 이사회 등과 관련해 과거 사외이사 활동이 과연 독립적이었느냐, 이해충돌은 없었느냐 등의 의구심이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의 의구심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해명이나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회 및 관련 위원회가 사외이사 후보를 재추천했다는 점은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에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다음 달 21일 정기 주총을 열고 장인화 회장 후보와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표결에 부친다. 올해 주총 임기 만료인 유영숙, 권태균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지난해 캐나다, 중국 등 해외 초호화 출장 의혹으로 경찰 수사 대상이 됐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 지분 6.7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앞서 김 이사장은 지난해 12월에도 “소유분산 기업인 포스코홀딩스 대표 선임은 KT 사례 때 밝힌 바와 같이 주주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내·외부인의 차별이 없는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며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를 압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의 3연임은 무산되고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상황이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매서운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이 2조 달러(약 2670조 원)를 넘어섰다. 가상자산 시총이 2조 달러를 넘은 것은 2년여 만이다. 28일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은 2조15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뉴욕 증시에서 아마존과 알파벳, 엔비디아 등의 시총을 모두 뛰어넘는 수치다. 가상자산 시총은 2021년 11월 2조7000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1년 만에 8200억 달러까지 쪼그라들며 한동안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침체기)를 겪었다. 비트코인은 27일에 이어 이날도 5만7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최근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비트코인은 5만7228.25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5만7000달러를 넘은 것은 2021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한 달 새 약 35% 급등했다. 올해 4월로 예정된 반감기(비트코인 발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따른 투자자금 유입 등이 비트코인 강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 소속 한 가상자산 시장 분석가는 “비트코인이 내년까지 최소 10만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신한투자증권은 리서치센터와 랩 운용본부의 역량을 결합한 ‘신한 탑픽스랩’을 추천한다고 28일 밝혔다. 신한 탑픽스랩은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랩 서비스로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도출한 모델 포트폴리오를 기초로 랩 운용부에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리밸런싱(종목 변경)을 실시한다. 신한 탑픽스랩에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리서치센터는 탁월한 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톱다운(하향식)과 보텀업(상향식) 양방향 분석의 조화가 잘 이뤄진 센터로 알려져 있으며 혁신 성장과 정통 산업 섹터에 걸쳐 깊이 있는 분석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 분석을 하고 있다. 특히 주식, 경제 및 외환 등 거시적 안목과 통찰력에 집중하는 투자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신한 탑픽스랩은 리서치 커버리지 종목을 편입해 시가총액 기준 중·대형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운용해 안정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한다. 또 리서치를 통한 기업의 실적 현황, 이슈 사항 등을 빠르게 파악해 포트폴리오 교체가 가능하다. 신한 탑픽스랩은 동일 비중 보유를 투자 전략으로 삼는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가 공시한 국내 주식 모델 포트폴리오 중 랩 운용부의 내부 의사결정을 통해 30개 내외 종목을 선택해 최종 운용한다. 동일 비중 포트폴리오를 통해 특정 종목 또는 섹터에 편중되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으며, 지수가 하락해도 우수한 안정성을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신한투자증권 측 관계자는 “신한 탑픽스랩을 통해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의 우수한 분석 역량을 국내 주식시장으로 확대해 투자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업계 최고 분석 노하우로 리서치 보고서를 통한 신한투자증권만의 랩서비스를 제공하고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한 탑픽스랩 최소 가입 금액은 3000만 원 이상이며 수수료는 연 1.8%다. 신한투자증권 각 지점 또는 모바일(신한 알파)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해당 랩 서비스는 고객 계좌별로 운용·관리되는 투자일임계약으로 투자자는 신한투자증권에서 해당 상품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받을 권리가 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삼성증권은 금융투자를 비롯해 절세와 부동산에 대한 종합적인 자산관리 컨설팅을 제공하는 ‘TAX 센터’를 신설했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삼성증권은 초고액자산가들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패밀리오피스 전담 지점인 ‘SNI 패밀리오피스센터 지점’을 개점했다. TAX 센터는 이들 초고액자산가 고객에게 세무 및 부동산을 중심으로 재무적, 비재무적 서비스를 집중 제공할 예정이다. TAX 센터장에는 초부유층 자산가들의 가업 승계와 절세 계획 전반을 총괄해온 세무학 박사이자 공인회계사인 김예나 센터장이 임명됐다. 이외 국세청 출신의 세무 전문가, 대형 회계법인 출신의 공인회계사, 미국 회계사 등 세무 관련 평균 실무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들이 모여 국내외 조세를 아우르는 폭넓은 절세 전략을 제시한다. 또 국토교통부 부동산개발 전문 인력, 국제 부동산자산관리사, 미국 상업용 부동산투자분석사 등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이 포함돼 자산가들의 수요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 TAX 센터는 세무·부동산·포트폴리오 분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컨대 부동산 분야에서 부동산 매매를 고려할 때 단편적인 가치판단, 평가에 그치지 않고 가족의 재산과 나이, 상황을 고려해 최유효이용 방안이나 매입·매각 전략 수립, 절세 계획 등 다양한 방향의 니즈를 컨설팅한다. 나아가 세계적인 부동산 투자회사 CBRE와 나이트프랭크 등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해외 부동산 관련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원한다. 세무 측면에서는 금융투자, 증여 및 상속, 부동산 관련 등 맞춤형 절세 전략을 제공하고 국내 및 해외 조세 이슈까지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 외부 세무법인과 제휴를 통해 금융 소득 관련 종합소득세나 대주주양도세, 증여세 등 신고 대행까지 완결형으로 제공한다. 가업 승계나 유언장 작성 등 법률 문제와 관련해서도 법무법인 및 회계법인 등 각 분야 국내 최고의 법인들과 협약을 맺어 폭넓은 서비스를 선보인다. 김예나 삼성증권 TAX 센터장은 “그동안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 많은 고객께 삼성증권 TAX 센터만의 맞춤형 솔루션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DB손해보험은 장기보험 설계 및 인수심사 관련 빅데이터 기반의 고객 맞춤형 설계와 사전 인수심사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인공지능(AI) 비서(사전U/W)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정보이용에 동의한 고객에 한해 설계사 및 지점장이 신청하면 자동으로 설계 번호를 생성한다. AI는 기존 가입 내용을 분석해 가입 설계 내용을 정하고, 사고 정보 등을 확보해 인수심사를 미리 수행한 뒤 그 결과를 제공한다. 가입 설계부터 인수 심사까지 전 영역을 지원해 현장 업무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I 비서(사전U/W)’는 지난해 6월 최초 도입된 이후 월 6000명의 설계사가 10만 명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약 3억 원의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활용도가 높다. 특히 AI 비서가 추천하는 맞춤 계획 및 사전 인수심사 결과는 데이터 학습을 통해 더욱 정교화되고 있어 향후 더 많은 채널에서 보험 가입 서비스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DB손해보험은 2020년 업계 최초로 ‘질병심사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보험 가입 시 가입자가 이전에 치료를 받은 이력에 대해 보험 가입이 가능한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결정해주는 시스템이다. 이후 ‘질병심사 자동화 시스템’에 빅데이터 기반 보장 분석과 AI 기반 사전 인수심사 절차를 접목했다. 지난해에는 고객별 보장 분석, 맞춤형 설계 및 인수심사 등 보험 가입을 위한 계약 체결 절차 전반을 자동화하는 등 업무 생산성과 보험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AI 비서(사전U/W)는 단순 반복 업무를 개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앞으로도 고객이 원하는 맞춤 플랜 제공과 시장 흐름에 맞는 마케팅 방식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안녕하세요, 홍채 등록하러 오셨어요?” 2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 직원은 커피 주문을 받는 대신에 이렇게 물었다. 직원은 최근 오픈AI 창업자인 샘 올트먼이 개발한 월드코인(WLD)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카페 손님보다 WLD를 지급받으려는 사람이 더 많다고 귀띔했다. 이곳에 비치된 홍채 인식 기기 ‘오브(Orb)’를 통해 본인의 홍채로 살아있는 인간임을 증명하면 가상자산 지갑(월드앱)에 바로 10WLD가 지급된다. 현재 시가로 10만 원이 넘는다. 이후 2주마다 3WLD를 지급받아 1년간 총 76WLD를 받게 된다. 홍채 인식만으로 80만 원 상당의 코인을 공짜로 받는 셈이다. 생체 인증 정보를 넘기는 대가인 데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크게 거부감이 없는 분위기다. 이날 홍채 인식을 하러 온 유모 씨(43)는 “내 홍채를 팔아 돈을 번다는 게 맞는 말”이라며 “아직까지 홍채를 이용한 기술이 없어서 그런지 불안감보다 기대감이 더 크다”고 했다. 월드코인은 현재 미국, 일본 등을 포함해 36개국 2000곳에 오브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는 10개의 오브가 설치돼 있다. 월드코인은 최근 AI 투자 붐에 힘입어 가격이 급등했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월드코인은 개당 8.03달러(약 1만69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7월 처음 출시 이후 가격이 2달러 안팎에서 횡보했지만 오픈AI가 동영상 생성형 AI인 ‘소라(Sora)’를 출시한 15일 이후 가격이 2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월드코인의 실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가치가 과대 평가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트먼은 AI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나 취약계층의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월드코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본소득에 활용되는 천문학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불확실한 탓에 사기성 코인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인간에게만 월드코인을 지급하기 위해 홍채 인식을 요구하고 있지만 생체 인증 정보를 넘겨줘야 하는 탓에 개인정보 유출 피해 우려 등 각종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학과 교수는 “생체정보 수집 및 해외 반출에 대한 위법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선 홍채 인식을 통해 WLD를 받을 수 없고, 거래도 불가능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행 법규상 가상자산 유통에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도 “당국에서 모범 규정을 만들고 있는데, 이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연 3.50%의 기준금리가 1년 1개월째 유지되는 가운데 빚을 내서 집을 산 30, 40대가 고금리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영향으로 전반적인 민간 소비가 줄었지만 특히 3040 영끌족(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로 투자한 사람)의 소비 여력이 가장 많이 위축됐다. 한국은행은 25일 발표한 ‘가계별 금리 익스포저(위험 노출)를 감안한 금리 상승의 소비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에 따라 재무적인 이익과 손해를 보는 가계가 뚜렷하게 구분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가계별 금리 인상 위험에 노출된 정도를 측정해 금리 상승 ‘손해층’과 ‘취약층’, ‘이득층’ 등으로 분류했는데 금리가 오를수록 손해를 보는 ‘손해층’은 30∼40대 비중이 높았다. 소득은 중상층(4∼7분위), 소비는 상위층(6∼10분위)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22년 손해층의 소비는 3년 전보다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의 주택 보유 비중은 79%로 전체 가계 평균(69%)을 크게 웃돌았고, 부채 중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도 전체(50.4%)보다 높은 58.8%로 집계됐다. 정동재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과장은 “부채를 많이 보유한 가계일수록 손해층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주택을 많이 구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금리 인상 이전에 비해 가계 명목 대출금리가 약 2∼3% 상승하고, 실질금리도 1.5%포인트 내외 상승하면서 금리 상승이 소비를 둔화시키는 이른바 ‘기간 간 대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 분석 결과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계 소비 증가율은 0.32%포인트 감소했다. 금리 인상은 기간 간 대체 효과(0.26%포인트)까지 더해져 전체 소비를 20% 추가로 위축시킨 것으로 조사됐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일본 증시가 활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일학개미’(일본 주식을 사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울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가치 반등을 노리고 이들이 올해 일본 주식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 연저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 엔화 헤지’(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상장지수펀드(ETF)다. 1월부터 이달 23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해당 ETF를 2억1766만 달러(약 2900억 원) 순매수했다. 순매수 2위 종목인 ‘넥스트 펀드 닛케이 225 레버리지 인덱스 ETF’ 순매수액(3129억 달러)의 약 7배 수준에 달한다. 또 이는 연초 이후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전체 순매수액의 90%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ETF는 미국 만기 20년 이상 국채를 엔화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국채 금리 하락(가격 상승)과 원화 대비 엔화 가치 상승을 둘 다 노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미 국채 금리가 상승했고, 엔저 현상도 시장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엔화는 100엔당 8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해당 ETF는 22일 1252엔으로 거래를 마치며 올해 연저점을 기록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가 미국에 송환돼 재판을 받게 됐다. 미국과 ‘송환 경쟁’을 벌였던 한국은 송환을 기약할 수 없어 국내 20만 명 투자자는 사실상 구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권 씨가 일으킨 투자 피해는 세계적으로 50조 원 이상으로 추산돼 미국에서 100년 이상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21일(현지 시간) 권 씨를 미국으로 송환하기로 결정했다고 현지 일간지 포베다가 이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권 씨에 대한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됐다고 덧붙였다. 송환국이 결정된 건 권 씨가 도피한 지 22개월 만이다.● 韓-美 송환 경쟁, 법원 美로 보내 권 씨는 테라·루나 가치를 유지시키는 새로운 방식으로 한때 ‘한국판 일론 머스크’라 불리며 주목을 받았지만 시스템이 무너지며 가치가 폭락해 한순간에 범죄자로 전락했다.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세르비아 등을 거쳐 동유럽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로 도피했다. 지난해 3월 23일 위조 여권으로 출국하려다 공항에서 체포됐다. 당시 함께 잡힌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국내로 송환된 뒤 이달 21일 구속됐다. 체포 당시 한국과 미국은 권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 경쟁을 벌였다. 한국 법무부는 3월 29일, 미국 국무부는 4월 3일 각각 인도 청구서를 보냈다고 몬테네그로 법원은 밝혔다. 권 씨 측은 형량이 적은 한국으로 송환되길 원했지만 결국 법원은 미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법원은 결정 근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은 지난해 11월 현지 매체에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며 정치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 씨가 항고하면 송환이 더 늦어질 수 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3월 22일까지 미국으로 송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월 25일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시작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소송 재판에 그가 출석할 수도 있다.● 美, 100년 이상 징역형 가능 권 씨는 미국에서 중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의 형을 합산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미 SEC는 2022년 2월 권 씨와 테라폼랩스에 대해 증권 사기 혐의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 연방 검찰도 한 달 뒤 상품 및 증권 사기, 시세 조종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비슷한 사례로 가상자산 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고객 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리는 등 7개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고, 3월 선고 공판에서 100년 이상의 형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2일 테라·루나 사태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와 채팅방 등에는 “내가 잃은 돈은 어떻게 배상받나”는 글들이 올라왔다. 동시에 안도하는 반응도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국내에선 미국과 달리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인정되지 않아 증권 사기가 적용되기 힘들고, 적용돼도 형량이 적어 ‘솜방망이 처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피해자들의 구제는 후순위로 밀려날 것으로 내다봤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전공 교수는 “미국 투자자에 대한 우선 배상이 이뤄져 한국 피해자에게 줄 자산은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국 법무부는 몬테네그로 정부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씨의 미국 송환 여부가 공식 통보된 뒤 공소시효 정지 등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남부지검은 2022년 5월 투자자들이 권 씨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한 이후 관련 수사를 진행해 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34년 2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거품 경제’ 시기인 1989년 12월 29일 종가(3만8915엔) 이후 일수로는 무려 1만2473일 만이다. 다만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늪에 빠진 한국 증시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 대조를 이룬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41% 오른 2,664.27에 마감했다. 올 들어 현재까지 닛케이평균주가가 16.85% 치솟는 동안 코스피는 0.33% 오르는 데 그쳤다. 닛케이평균주가(42.11%)와 코스피(8.69%)의 최근 1년간 상승률 격차 또한 33.42%포인트에 달한다. 22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2.19%(836.52엔) 상승한 3만9098.68엔으로 마감했다. 세계적 투자금융사(IB) 골드만삭스는 영화 ‘7인의 사무라이’에 빗대 일본 증시를 이끄는 7개 종목으로 도요타자동차, 스바루, 도쿄일렉트론, 어드반테스트, 디스크, 스크린홀딩스, 미쓰비시상사를 꼽았다. 수출 비중이 크고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자동차,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다.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매수해 관심을 끈 상사도 포함됐다. 일본 증시는 거품경제가 무너지면서 줄곧 침체 일로를 걸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다음 해인 2009년 3월에는 7054엔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201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취임한 후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펴면서 주가 상승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최근에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엔을 오가는 엔저 장기화가 나타나면서 자동차 등 주요 수출 기업의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 장비 업체의 주가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상장기업의 2024년 1분기(1∼3월) 순이익 예상치가 지난해 4분기보다 13% 늘어날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또 부동산 시장 부실 등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중국 증시를 이탈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일본으로 대거 향한 것도 주가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신(新)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시행 등 당국의 절세 정책으로 개인투자자의 자금도 증시로 유입됐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일본 경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내외 시장 관계자가 평가해 주는 걸 든든하게 생각한다”며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 민관 노력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닛케이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 또한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거품경제 시절의 증시 호황과 달리 최근 호황은 ‘기업 실적 호조’ 등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카타 세이지(中田誠司) 다이와증권 사장은 이날 신고가 경신을 두고 “일본 경제가 여러 의미에서 크게 변했다는 증거”라며 “연말까지 기업 실적 호조세가 이어진다면 닛케이지수가 4만3000엔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보탰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일본만 제로(0) 금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엔저 현상까지 가속화하면서 기업들의 이익이 많이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의 주주환원율을 높이기 위한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정책의 효과가 지난해부터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한 상태에서 올해부터 비과세제도를 더 강화하는 NISA가 시행되면서 배당주들도 올라 증시를 부양했다”고 분석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가 미국에 송환돼 재판을 받게 됐다. 미국과 ‘송환 경쟁’을 벌였던 한국은 송환을 기약할 수 없어 국내 20만 명 투자자는 사실상 구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권 씨가 일으킨 투자 피해는 세계적으로 50조 원 이상으로 추산돼 미국에서 100년 이상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21일(현지 시간) 권 씨를 미국으로 송환하기로 결정했다고 현지 일간지 포베다가 이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권 씨에 대한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됐다고 덧붙였다. 송환국이 결정된 건 권 씨가 도피한 지 22개월 만이다.● 韓-美 송환 경쟁, 법원 美로 보내권 씨는 테라·루나 가치를 유지시키는 새로운 방식으로 한때 ‘한국판 일론 머스크’라 불리며 주목을 받지만 시스템이 무너지며 가치가 폭락해 한순간에 범죄자로 전락했다.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세르비아 등을 거쳐 동유럽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로 도피했다. 지난해 3월 23일 위조 여권으로 출국하려다 공항에서 체포됐다. 당시 함께 잡힌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국내로 송환된 뒤 이달 21일 구속됐다.체포 당시 한국과 미국은 권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 경쟁을 벌였다. 한국 법무부는 3월 29일, 미국 국무부는 4월 3일 각각 인도 청구서를 보냈다고 몬테네그로 법원은 밝혔다. 권 씨 측은 형량이 적은 한국으로 송환되길 원했지만 결국 법원은 미국으로 보내기로 했다.법원은 결정 근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은 지난해 11월 현지 매체에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며 정치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 씨가 항고하면 송환이 더 늦어질 수 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3월 22일까지 미국으로 송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월 25일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시작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소송 재판에 그가 출석할 수도 있다.● 美, 100년 이상 징역형 가능권 씨는 미국에서 중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의 형을 합산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미 SEC는 2022년 2월 권 씨와 테라폼랩스에 대해 증권 사기 혐의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 연방 검찰도 한 달 뒤 상품 및 증권 사기, 시세 조종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비슷한 사례로 가상자산 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고객 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리는 등 7개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고, 3월 선고 공판에서 100년 이상의 형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22일 루나·테라 사태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와 채팅방 등에는 “내가 잃은 돈은 어떻게 보상받나”는 글들이 올라왔다. 동시에 안도하는 반응도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국내에선 미국과 달리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인정되지 않아 증권 사기가 적용되기 힘들고, 적용돼도 형량이 적어 ‘솜방망이 처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한국 피해자들의 구제는 후순위로 밀려날 것으로 내다봤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전공 교수는 “미국 투자자에 대한 우선 배상이 이뤄져 한국 피해자에게 줄 자산은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한국 법무부는 몬테네그로 정부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씨의 미국 송환 여부가 공식 통보된 뒤 공소시효 정지 등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남부지검은 2022년 5월 투자자들이 권 씨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한 이후 관련 수사를 진행해 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