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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아라. 눈은 때론 거짓을 보여준다. 그대로 믿어선 안 돼….” 5일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애콜라이트’에서 제다이들의 스승인 마스터 ‘솔’ 역으로 출연한 이정재의 첫 대사다. 그는 50년간 이어진 스타워즈 세계에 첫 주연급 동양인 제다이로 캐스팅돼 관심을 모았다. 이정재는 1화가 시작되고 15분 45초 뒤에야 등장하지만, 이후부턴 드라마의 서사를 이끄는 주요 인물로서 작품 속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의 캐스팅을 둘러싸고 드라마 공개 전부터 해외 팬들을 중심으로 ‘디즈니의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주의가 스타워즈를 죽이고 있다’는 반발이 일었지만, 중저음의 중후한 목소리 톤과 표정에서 확신과 신중함, 섬세함을 오가는 선 굵은 연기는 PC 논란을 깔끔하게 잠재울 정도로 인상 깊었다. 영어 대사 처리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동양인 외모는 오히려 극 중 묘한 신선함을 풍기며 제다이의 스승 캐릭터로서 잘 녹아들었다. ‘애콜라이트’는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험’(1999년)으로부터 100년 전의 이야기다. 제다이들을 노린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자 이것이 자신의 예전 제자 오샤(어맨들라 스텐버그)와 관련된 것임을 알게 된 제다이 솔(이정재)이 그와 함께 사건의 전말을 쫓는 내용으로, 스타워즈 시리즈 전체 중 가장 앞선 시대를 다루는 프리퀄 형식이다. 프리퀄이기 때문에 스타워즈 세계관을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방대한 스타워즈 시리즈 ‘복습’이 필요 없어서 한국 시청자들의 접근이 조금 더 쉬울 것 같다. ‘이정재표 제다이’는 이전 시리즈들의 제다이보다 훨씬 감정을 많이 드러낸다는 데에서 차별점이 있다. 이정재는 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형화된 제다이보다는 인간의 감성에 가까운 표현을 더 했다”며 “적극적으로 두려움, 안타까움을 표현하면서 기존 제다이의 맥을 이으면서도 결이 다른 연기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으로 2022년 아시아 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데뷔 30년 차 베테랑 배우이지만, ‘애콜라이트’는 그에게도 도전이자 두려움이었다. 특히 그를 망설이게 한 건 영어였다. 공개된 드라마에선 자연스럽게 영어 대사를 소화하지만, 긴 분량의 영어 대사를 외우는 건 쉽지 않았다. 특히 대사에 제다이 솔 캐릭터가 갖는 묵직함과 다양한 감정을 싣는 건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촬영 분량이 끝나면 촬영장 내 컨테이너로 돌아가 4명의 억양 코치, 영어 교사와 돌아가며 대사를 연습했다. 그는 “혀 양쪽이 닳아서 음식을 먹기 힘들 정도로 연습했다”고 했다.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알레르기와 피부 트러블이 생겨 촬영 기간 내내 고생하기도 했다고. 오랜 기간 연습한 만큼 대사 전달력은 뛰어나지만 일부 장면에서는 영어 대화가 다소 어색하게 들리기도 한다. 비슷한 톤의 차분한 연기가 계속 이어진다는 점도 다소 아쉽다. 향후 회차에서는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구현됐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스캐스팅’이란 일각의 비난에 대해 이정재는 “스타워즈 배경이 우주다. 외계인도 캐릭터로 나오는데 동양인 제다이가 있을 수 있지 않겠나. 스타워즈가 워낙 팬층도 두껍고 다들 생각이 다양하니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고 말하며 웃었다. 연출을 맡은 레슬리 헤들랜드 감독은 “‘오징어게임’에서 이정재를 보자마자 ‘저 사람이 솔이다’ 싶었다”면서 “아주 무시무시한 모습이었다가도 깊은 슬픔까지 순식간에 전환해 연기할 수 있는 매우 드문 배우”라고 추켜세운 바 있다. ‘애콜라이트’는 총 8부작으로 5일 1, 2화가 공개됐다. 앞으로 매주 수요일 한 화씩 공개된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넷플릭스가 지난달 공개한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의 스페인어 자막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논란이 커지자 자막 수정에 들어갔다. 4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더 에이트 쇼’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넷플릭스이기에 즉각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부분은 지난달 17일 공개된 ‘더 에이트 쇼’ 3화에서 주인공 배진수(류준열)가 꿈속에서 송세라(천우희)에게 유혹당하면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부분의 스페인어 자막이 ‘일본해(mar del Jap´on)’로 표기됐다. 비판이 커지자 넷플릭스는 4일 “오류를 확인했고 수정 중”이라고 했다.앞서 넷플릭스는 2021년 드라마 ‘하백의 신부’의 프랑스어 자막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다. 2020년 영화 ‘사냥의 시간’에서는 독일어 헝가리어 폴란드어 스페인어 등 6개 언어 자막에서 ‘동해’가 ‘일본해’로 적시됐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처음 만난 날 저를 쳐다보는 김태용 감독 얼굴에 호기심 많은 6세 소년과 60세 어른의 모습이 공존하는 걸 느꼈어요. 얼마나 더 깊어질지 기대되는 사람입니다.”(배우 탕웨이) “일상에서 얼마나 연기에 전념하고 집중하는지 알게 되니 아내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됐어요.”(김태용 감독) 죽음으로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영상통화로 구현해 주는 서비스 ‘원더랜드’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원더랜드’가 5일 개봉한다. ‘만추’(2011년)의 김태용 감독(55)이 13년 만에 내놓는 장편영화다. 전작에서 만나 김 감독과 2014년 부부의 연을 맺은 배우 탕웨이(45)가 주연 배우로 참여했다. 두 사람이 부부가 된 뒤 함께 작업한 첫 작품이다.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언뜻 보기에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질 만큼 분위기가 달랐다. 김 감독은 나긋한 목소리로 신중하게 단어를 골랐고, 탕웨이는 호방하게 웃으며 속사포처럼 답변을 쏟아냈다. 두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건 ‘눈빛’이었다. 영화에 대해 말하며 개구쟁이처럼 반짝이는 눈빛이 남매처럼 똑 닮아 있었다. 김 감독은 영화에 대해 “AI 기술로 만들어진 사람과 정서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기술이 단순히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할 것인지, 불행하게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지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탕웨이는 영화 속에서 시한부 엄마인 바이리 역을 맡았다. 그는 남겨질 딸을 위해 죽기 전에 자신을 AI로 구현하는 서비스를 신청한다. 탕웨이는 “AI 엄마가 저랑 비슷하다. 엄마 같지 않은 엄마”라며 “아이와 서로 놀리기도 하고 친구처럼 대한다”며 웃었다. 영상통화로 소통한다는 소재는 국제 부부이자 7세 딸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로서 겪었던 두 사람의 경험이 녹아 있다. 탕웨이는 “우리(부부)가 항상 바쁘고 아이와 대화할 시간이 없어서 딸과 영상통화를 많이 했다”며 “엄마 아빠가 진짜로 존재한다는 걸 인식시켜주려고 영상통화를 자주 계속 해왔던 것에서 감독님이 시나리오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 같다”고 했다. 부부가 함께 일하면 싸울 법도 하건만 두 사람은 다음 작품도 함께하겠냐는 질문에 흔쾌히 그렇다고 답했다. “탕 배우는 함께 작업할 때마다 새롭게 느껴져요. 또 같이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항상 가장 먼저 생각하는 배우입니다.”(김태용) “감독이 삶의 각 단계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작품으로 드러나잖아요? 감독님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고, 저도 출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탕웨이)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하이브가 31일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에서 민희진 대표(사진) 측 사내이사 2명을 해임하고, 자사(自社) 임원 3명을 신규 이사로 선임했다. 이로써 하이브가 어도어 이사회를 3 대 1 구도로 장악해 민 대표를 고립시키는 형국이 됐다. 이날 민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를 향해 “펀치를 한 대씩 주고받았으니 이제 됐다고 생각하고 삐지지 말자”며 타협을 제안했다. 어도어는 이날 오전 임시주총을 열고 하이브 측이 추천한 김주영 최고인사책임자(CHRO), 이재상 최고전략책임자(CSO),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통과시켰다. 신모 어도어 부대표 등 민 대표 측 사내이사 2명은 해임됐다. 앞서 법원이 민 대표가 제기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을 받아들임에 따라 민 대표는 자리를 지켰다.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의 80%를 갖고 있는 데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은 민 대표에게만 해당하는 것이어서 민 대표 측근 2명의 사내이사 해임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날 이사진 교체로 민 대표는 당분간 하이브 측 사내이사 3명과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노란색 재킷을 입고 환한 미소를 띤 채 입장한 민 대표는 하이브를 향해 “(경영권 탈취 논란은) 제가 건 싸움이 아니다. 지긋지긋하게 싸웠으니 감정적인 부분은 내려놓고 모두의 이익을 위해 다음 챕터로 넘어가자”고 했다. 그는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법원 결정에 대해) 하이브도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타협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개별 사안에서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경업금지 독소 조항만 없어지면 제가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은 포기하면 된다”며 “주주 간 계약이 어떻게 수정되든 상관없다. 빨리 만나는 게 모두를 위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 측 사내이사들과 협력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어도어를 발전시키고 뉴진스에 대한 비전이 있는 분들이라면 저와 잘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브는 이날 민 대표의 대화 제안에 대해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하이브 주가는 전날보다 1.96% 급락한 20만 원에 장을 마쳤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하이브 측으로부터 해임 위기에 몰렸던 민희진 어도어 대표(사진)가 일단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31일 열리는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서 해임되는 것을 막아 달라는 민 대표의 손을 법원이 들어줬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김상훈)는 30일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하이브가 어도어 임시주총을 열더라도 민 대표를 해임할 수 없게 됐다. 재판부는 민 대표와 하이브의 주주 간 계약을 거론하며 “하이브가 해임 또는 사임 사유의 존재를 소명할 책임이 있다”며 “현재까지 제출된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하이브가 주장하는 해임 사유나 사임 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민 대표가 어도어의 지분 80%를 가진 하이브에서 독립하려는 방안을 모색했던 건 분명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배임죄 구성에 필요한 구체적 실행 행위까지 나아가진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민 대표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민 대표가 어도어 임시주총에서 해임되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본안소송으로 권리를 구제받기가 어렵다고 보고 가처분을 인용해 하이브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했다. 민 대표가 당장 대표직을 잃는다면 그로 인한 기회 상실이 사후 금전배상으로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하이브가 법원 결정에도 의결권을 행사해 민 대표를 해임한다면 200억 원의 배상금을 내야 한다고도 판시했다. 하이브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이번 임시주총에서 민희진 해임 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후속 절차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민 대표의 법률 대리인은 “민 대표에게 이사 해임의 사유가 없는 이상 민 대표 측 사내이사 두 명에게도 해임의 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홀로코스트의 참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은 첫 화면부터 비껴간다. 햇살에 반짝이는 강물, 초록색 풀숲 사이로 속옷만 입은 아이들이 물장구를 친다. 지켜보던 부모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아, 이게 내가 원했던 삶이지.’ 그러나 가족의 쾌적하고 풍족한 일상은 이내 그 자체로 역겨운 것이 된다. 다정한 아빠는 아우슈비츠의 소장이고, 이들이 사는 곳은 아우슈비츠와 담장을 마주한 나치당원 사택이기 때문. 실제 아우슈비츠 소장이었던 루돌프 회스와 그 가족들의 평범한 모습을 통해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피부에 더욱 와 닿도록 표현한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영화는 제96회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음향상과 제76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홀로코스트 영화지만 감금된 유대인의 모습은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따금 들려오는 총성이나 비명소리, 시체를 소각하면서 나는 연기와 뼛가루로만 담장 너머에 ‘지옥’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영화는 대신 담장 밖 아름다운 주택에서 시간을 보내는 회스 가족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너무나 평범한데 보노라면 불편해진다. 백미는 음향이다. 아우슈비츠 내부 소리가 영화 곳곳에 들릴 듯 말 듯하게 깔려 있어 화면은 아름다운데 사운드는 기괴한, 무엇인가 잘못돼 있다는 느낌을 준다. 뒤틀린 현실에 대한 영화적 표현이다. 영화는 ‘섹시 비스트’(2000년), ‘언더 더 스킨’(2014년)의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작품. 실제 회스 가족의 집에서 200m 떨어진 곳에 버려진 건물을 섭외해 당시 이 가족들이 살던 집의 도면 그대로 현장을 구현했다. 촬영 장소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바깥에서는 잘 안 보이도록 숨겼다. 실제 생활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화면에 보여주기 위해서다. 글레이저 감독은 “학살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보며 괴물이라고 여기는 건 너무 쉽다. 그들을 악랄하게만 그리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평범함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어제 저녁 9시에 와서 길바닥 노숙하면서 기다린 분들도 있대요. 저는 아침 8시 좀 넘어서 도착했는데 대기 600번대예요.” 최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 입구는 백화점 개장 전부터 ‘선재 앓이’ 중인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23일부터 백화점 지하 2층에서 운영되고 있는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스페셜 팝업존 때문이다. 매일 1000명으로 입장 인원을 제한하면서 아침마다 입구부터 200m 넘게 긴 줄이 늘어선다. 심지어 전날 밤 백화점 외부 입구에서 돗자리를 깔고 노숙하는 팬들도 있다. ‘오픈런’을 노리고 24일 오전 7시에 집을 나섰지만 당일 오후 3시까지도 팝업존에 들어가지 못한 박희영 씨는 “오픈 2시간 만에 에코백, 티셔츠 등은 품절됐다고 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같은 백화점 5층에서는 다음 달 12일 개봉하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2’ 팝업존이 관람객맞이 준비에 한창이었다. 약 727㎡(약 220평) 규모의 거대한 이 팝업존은 영화 속 주인공 사춘기 소녀 라일리의 머릿속 세계를 그대로 옮겨왔다. 영화에 등장하는 분홍색 생각 기차를 타고 팝업존 안으로 들어가자 ‘감정 컨트롤 본부’가 눈앞에 펼쳐졌다. 따분함을 타파하기 위한 두드리기 게임과 불안을 극복하는 외길 건너기, 당황한 마음을 감싸 안아주는 포근한 대형 인형까지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며 영화 속 세계관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다음 달 9일까지 사전 예약을 받았는데 모두 오픈 직후 마감됐다. 최근 영화·드라마 콘텐츠를 홍보하는 대규모 팝업존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에는 팝업존이 영화관 입구에 작게 포토존을 꾸며놓거나 콘텐츠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데에 그쳤지만, 자금력을 갖춘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측이 마케팅의 일환으로 팝업존을 활용하면서 스케일이 커진 것. 디즈니코리아는 이달 10일부터 성동구 성수동의 2층 규모 건물을 빌려 드라마 ‘삼식이 삼촌’ 팝업존을 운영 중이다. 넷플릭스 역시 지난달 드라마 ‘기생수: 더 그레이’ 홍보를 위해 서울 강남구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대규모 체험존을 열었다. 드라마 속 콘셉트와 공간을 그대로 재현해 이미 시청한 사람들에게는 여운을 주고, 아직 콘텐츠를 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드라마 시청으로 이어지게 하려는 전략이다.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팝업존 방문객들을 통한 온라인 홍보 효과까지 감안하면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중요 콘텐츠에는 시도해 볼 만한 마케팅 수단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tvN 관계자는 “시청 유도를 넘어 팬들에게 여운을 줌으로써 콘텐츠 수명을 늘리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소비자가 콘텐츠와 관련된 경험을 확장할 수 있도록 팝업존 등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오스카 트로피를 받았을 때는 케이스가 없어서 호텔 타월로 동여매 집에 돌아와야 했어요. 명예 황금종려상은 박스 안에 완벽히 포장돼 있어 기쁘군요!”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7회 칸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 시상식.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아들인 고로 감독의 위트 있는 수상 소감에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번 칸영화제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스튜디오 지브리가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개인이 아닌 단체가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주최 측은 트로피 전달 전 약 9분에 걸쳐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들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특별 상영했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우리 모두 일본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이 자리에 모였다. 정말 대단한 스튜디오”라고 말했다. 1985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등이 설립한 스튜디오 지브리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비롯해 ‘모노노케 히메’,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 숱한 명작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브리의 영광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고로 감독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황금시대가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스튜디오 운영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배우 메릴 스트립과 스타워즈 시리즈의 조지 루커스 감독도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았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25일(현지 시간) 폐막한 제77회 칸영화제에서 미국 숀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Anora)’가 황금종려상을 받는 등 여성 중심 영화들이 상을 휩쓸었다. ‘탠저린’(2015년),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년), ‘레드 로켓’(2021년) 등으로 주목받은 베이커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건 처음이다. 트랜스젠더나 미혼모, 위기가정 아동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선보여온 그는 ‘아노라’에서 여성 스트리퍼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러시아 재벌집 아들과 결혼을 약속한 스트리퍼가 예비 시부모로부터 위협을 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는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성노동자에게 이 영화를 헌정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영화의 미래는 영화관에 있다”며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인기를 의식한 듯 영화관에서의 관람 중요성을 강조했다.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은 인도의 여성 감독 파얄 카파디아의 ‘올 위 이매진 애즈 라이트(All We Imagine as Light)’가 받았다. 뭄바이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두 여성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로, 30년 만에 경쟁부문에 오른 인도 영화다. 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은 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의 ‘에밀리아 페레스(Emilia Perez)’에 돌아갔다.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하려는 멕시코 범죄조직 보스와 그를 돕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이 영화에 출연한 아드리아나 파스,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설리나 고메즈, 조이 살다나가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감독상은 ‘그랜드 투어’의 미겔 고메스 감독이 받았다. 1910년대를 배경으로 한 흑백영화로, 약혼자를 찾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하는 영국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 경쟁부문에 한국 영화는 한 편도 진출하지 못했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가 비경쟁부문에, 신인 임유리 감독의 단편 ‘메아리’가 학생 단편경쟁 ‘라 시네프’ 부문에 각각 초청됐다. 이번 영화제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다룬 전기영화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가 처음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1970, 80년대 트럼프가 자신의 부동산 사업을 키우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작품 후반부에 트럼프가 이혼한 전 부인 이바나를 성폭행하는 장면과 더불어 트럼프가 살을 빼기 위해 마약을 복용하거나 지방흡입술, 성형수술을 받는 장면 등이 담겼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트럼프 측은 영화 내용에 반발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제작진에 영화 배급 계약을 맺지 말라고 요구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25일(현지 시간) 폐막한 제77회 칸영화제에서 미국 숀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Anora)가 황금종려상을 받는 등 여성 중심 영화들이 상을 휩쓸었다.‘탠저린’(2015년),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년), ‘레드 로켓’(2021년) 등으로 주목받은 베이커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건 처음이다. 트랜스젠더나 미혼모, 위기가정 아동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선보여온 그는 ‘아노라’에서 여성 스트리퍼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러시아 재벌집 아들과 결혼을 약속한 스트리퍼가 예비 시부모로부터 위협을 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는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성노동자에게 이 영화를 헌정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영화의 미래는 영화관에 있다”며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인기를 의식한 듯 영화관에서 관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은 인도의 여성감독 파얄 카파디아의 ‘올 위 이매진 애즈 라이트’(All We Imagine as Light)가 받았다. 뭄바이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두 여성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30년 만에 경쟁부문에 오른 인도 영화다.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은 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의 ‘에밀리아 페레스’에 돌아갔다.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하려는 멕시코 카르텔 보스와 그를 돕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이 영화에 출연한 아드리안나 파즈,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셀레나 고메즈, 조이 살다나가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감독상은 ‘그랜드 투어’의 미겔 고메즈 감독이 받았다. 1910년대를 배경으로 한 흑백영화로, 약혼자를 찾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하는 영국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올해 경쟁부문에 한국 영화는 한 편도 진출하지 못했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가 비경쟁부문에, 신인 임유리 감독의 단편 ‘메아리’가 학생 단편경쟁 ‘라 시네프’ 부문에 각각 초청됐다.이번 영화제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다룬 전기영화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가 처음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1970, 80년대 트럼프가 자신의 부동산 사업을 키우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작품 후반부에 트럼프가 이혼한 전 부인 이바나를 성폭행하는 장면과 더불어 트럼프가 살을 빼기 위해 마약을 복용하거나 지방흡입술, 성형수술을 받는 장면 등이 담겼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트럼프 측은 영화 내용에 반발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제작진에 영화 배급계약을 맺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나는 오늘도 왜 강변북로에 갇혀 있는 것인가….’ 꽉 막힌 출퇴근 시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푸념이다. 철학자이자 교통철학자인 저자 전현우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은 대학 시절 3∼4시간을 들여 인천과 서울을 통학했다. 20년 넘게 자신의 일상을 지배한 것이 ‘교통지옥’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동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공동 저자인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임상조교수는 삶의 질과 직결되는 게 바로 ‘이동시간’이라고 지적한다. 일하는 시간과 수면 시간을 빼고 하루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비좁은 교통수단에 구겨져 출퇴근하면서 현대인들은 관절이 굳고, 허리는 굽으며 스트레스 지수는 올라간다. 두 저자는 각자의 시선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이동에 대해 탐구한다. ‘20.4km’. 수도권에 사는 직장인들이 출퇴근을 위해 매일 이동하는 평균 거리다. 이동에 걸리는 시간은 83.2분. 이동시간이 길수록 수면이 부족해진다. ‘저녁이 거의 없는 삶’이 계속되면 마음을 돌볼 시간도 줄어든다. 자연히 스트레스 지수 상승으로 이어진다. 내과의사인 저자는 만성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대사 체계를 악화시킨다고 말한다. 질병과 노쇠는 이동성을 감소시키고 이동성 감소는 다시 질병과 노쇠를 불러오는 악순환이라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나은 대중교통 시스템은 사람들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 길게는 큰돈을 아끼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저자들은 자동차와 철도, 항공 등 여러 교통수단과 관련한 삶의 문제로도 주제를 확장한다. 특히 집중한 건 환경 문제다. 개인용 제트기나 슈퍼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을 비롯해 이동을 위해 만든 탈것들이 내뿜는 온실가스에 대해 우려한다. 국제 환경단체 ‘지구 생태발자국 네트워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전 세계인 평균의 2.3배가 되는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를 멸망시키고 있다. 저자들은 서울 등 거대도시의 이동을 어떻게 구상하고 구현하는지가 우리 미래 세대의 건강과 행복, 기후의 안녕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한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음주 뺑소니를 내고 사고 은폐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가 ‘콘서트에 출연한다’며 24일로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미뤄 달라고 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23일 김 씨 측 변호인이 신청한 김 씨의 영장 심사 연기 요청을 기각했다. 김 씨 측은 23, 24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리는 공연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를 마친 뒤 심사를 받겠다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해 24일 출연은 어려워졌다.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구인된 상태로 대기하기 때문이다. 법원 기각 후 멜론티켓은 “24일 공연에 김호중은 불참한다”고 발표했다. 김 씨 측 관계자도 “6월 1, 2일 경북 김천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공연은 취소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담당 검사가 영장 심사에 직접 출석해 구속 의견을 충분히 개진하겠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이 경찰 수사 단계인 피의자의 영장 심사에 참석하는 건 이례적이다. 김 씨는 9일 오후 11시 50분경 술에 취한 채 차를 몰다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도로에서 택시를 치고 달아난 뒤 범행 은폐에 가담한 혐의(위험운전치상, 범인도피 교사 등)를 받고 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음주 뺑소니를 내고 사고 은폐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가 ‘콘서트에 출연한다’며 24일로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을 미뤄달라고 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김 씨 측이 조직적·계획적으로 범행해 사안이 중대하다”며 이례적으로 경찰 수사 단계인 김 씨의 영장 심사에 참석하기로 했다.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23일 김 씨 측 변호인이 신청한 김 씨의 영장 심사 연기 요청을 기각했다. 김 씨 측은 23, 24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리는 공연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을 마친 뒤 심사를 받겠다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그의 24일 출연은 어려워졌다. 심사는 24일 낮 12시에 열리는데, 발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구인된 상태로 대기하기 때문이다.23일 서울중앙지검은 “김 씨 사건은 조직적·계획적인 증거인멸, 범인도피 사법 방해행위로서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인멸의 우려도 크다”라며 “담당 검사가 영장 심사에 직접 출석해 구속 의견을 충분히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경찰 수사 단계인 피의자의 영장 심사에 참석하는 건 이례적이다. 앞서 이원석 검찰총장은 김 씨 사건에서 드러난 사고 은폐 정황을 구속 사유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김 씨는 9일 오후 11시 50분경 술에 취한 채 차를 몰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도로에서 택시를 치고 달아난 뒤 범행 은폐에 가담한 혐의(위험운전치상, 범인도피 교사 등)를 받는다. 김 씨 소속사 대표 이광득 씨(41)와 본부장 전모 씨도 사고 은폐에 가담한 혐의로 24일 구속영장 심사를 받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가 구속 갈림길에 섰다. 경찰은 김 씨가 사고 차량 블랙박스에서 메모리카드를 직접 빼냈다고 의심하고 범인도피 방조 혐의도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김 씨가 모친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인권보호부(부장검사 임일수)는 22일 김 씨와 소속사 대표 이광득 씨(41), 소속사 본부장 전모 씨 등 3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은 24일 낮 1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김 씨는 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운전하다가 중앙선 너머 택시를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법상 위험운전치상) 등을 받고 있다. 김 씨는 사고 후 음주 사실을 부인하다가 열흘 만인 19일에야 “음주운전을 했다”고 시인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22일 김 씨의 구속영장 신청서에 ‘범인도피 방조’ 혐의도 적시했다. 경찰 초동 조사에서 김 씨의 사고 차량인 벤틀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가 사라진 상태였다. 김 씨 측은 처음엔 ‘원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다가 “사고 직후 매니저(전 씨)가 스스로 판단해 제거했다”고 말을 바꿨다. 전 씨는 ‘메모리카드를 삼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메모리카드를 빼낸 게 김 씨 본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김 씨가 범죄 혐의의 유력 증거를 다른 이가 인멸할 것을 알면서도 방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범인도피 방조죄의 법정 형량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김 씨 측은 메모리카드 직접 제거에 대한 입장을 묻는 동아일보에 “일일이 답변드릴 여력이 없다”고만 밝혔다. 경찰은 김 씨가 사고 전 음주량을 축소하는 것으로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21일 경찰에 출석해 ‘음식점에서 소주·맥주 폭탄주 한두 잔, 유흥주점에서 소주 서너 잔 등 총 10잔 이내의 술을 마셨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또 사고도 음주 때문이 아니라 휴대전화와 차량 블루투스 연결을 조작하다가 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음주 영향이 있어야 성립하는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벗어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경찰은 사고 전후 김 씨의 행적을 조사한 결과 이런 주장에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또 김 씨가 모친 명의의 휴대전화를 실사용했다고 보고 이를 확보해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진행했다. 김 씨 측은 22일 오전 “23, 24일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 공연을 끝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하겠다”고 밝혔다. 한때 6000여 장의 취소표가 쏟아졌던 이 공연은 팬덤이 표를 재구매하며 잔여석이 점차 줄고 있다. 하지만 구속 심사 일정에 따라 24일 공연은 어려워졌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가 구속 갈림길에 섰다. 경찰은 김 씨가 사고 차량 블랙박스에서 메모리카드를 직접 빼냈다고 의심하고 범인도피 방조 혐의도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김 씨가 모친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서울중앙지검 인권보호부(부장검사 임일수)는 22일 김 씨와 소속사 대표 이광득 씨(41), 소속사 본부장 전모 씨 등 3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은 24일 낮 1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김 씨는 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운전하다가 중앙선 너머 택시를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법상 위험운전치상) 등을 받고 있다. 김 씨는 사고 후 음주 사실을 부인하다가 열흘 만인 19일에야 “음주운전을 했다”고 시인했다.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22일 김 씨의 구속영장 신청서에 ‘범인도피 방조’ 혐의도 적시했다. 경찰 초동 조사에서 김 씨의 사고 차량인 벤틀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가 사라진 상태였다. 김 씨 측은 처음엔 ‘원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다가 “사고 직후 매니저(전 씨)가 스스로 판단해 제거했다”고 말을 바꿨다. 전 씨는 ‘메모리카드를 삼켰다’고 주장하고 있다.하지만 경찰은 메모리카드를 빼낸 게 김 씨 본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김 씨가 범죄 혐의의 유력 증거를 다른 이가 인멸할 것을 알면서도 방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범인도피 방조죄의 법정 형량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김 씨 측은 메모리카드 직접 제거에 대한 입장을 묻는 동아일보에 “일일이 답변드릴 여력이 없다”고만 밝혔다.경찰은 김 씨가 사고 전 음주량을 축소하는 것으로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21일 경찰에 출석해 ‘음식점에서 소주·맥주 폭탄주 한두 잔, 유흥주점에서 소주 서너 잔 등 총 10잔 이내의 술을 마셨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또 사고도 음주 때문이 아니라 휴대전화와 차량 블루투스 연결을 조작하다가 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음주 영향이 있어야 성립하는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벗어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경찰은 사고 전후 김 씨의 행적을 조사한 결과 이런 주장에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또 김 씨가 모친 명의의 휴대전화를 실사용했다고 보고 이를 확보해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진행했다.김 씨 측은 22일 오전 “23, 24일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 공연을 끝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하겠다”고 밝혔다. 한때 6000여 장의 취소표가 쏟아졌던 이 공연은 팬덤이 표를 재구매하며 잔여석이 점차 줄고 있다. 하지만 구속 심사 일정에 따라 24일 공연은 어려워졌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낸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가 21일 경찰에 출석했다. 사고 발생 이후 열흘 동안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하며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했던 김 씨는 이날 취재진을 피해 경찰서 지하로 들어갔다. 불과 3시간여 만에 조사는 끝났지만 김 씨는 취재진 앞에 나설 수 없다는 이유로 6시간 가까이 경찰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김 씨는 취재진 앞에서 12초간 “죄인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죄송합니다”라고 답하고 황급히 경찰서를 떠났다. 경찰은 김 씨가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한 만큼 사고 직전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소속사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시도 등에 대해 알고 있었거나 공모한 적 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취재진 피해 지하로 ‘은밀’ 출석 김 씨는 이날 오후 2시경 검은색 BMW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 정문에 도착했지만 취재진을 의식한 듯 곧바로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경찰이 취재진의 접근을 막으면서 김 씨는 지하 통로를 이용해 곧장 경찰서 내부로 들어갔다. 20일 김 씨가 변호인을 통해 “팬들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김 씨에 대한 조사는 이날 오후 5시경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6시간 가까이 “취재진이 철수할 때까지 나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던 김 씨는 오후 10시 40분경에야 경찰서 밖으로 변호인과 함께 나타났다. 검은색 모자를 쓴 김 씨는 “조사 잘 받았고 남은 조사가 또 있으면 성실히 받겠다. 죄송하다”고 답한 뒤 나머지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경찰서를 떠났다. 김 씨의 변호인은 ‘꼼수 출석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규정상 비공개가 원칙”이라면서도 “본인 사정이 아직 여의치 않으니 양해해 달라”고 답했다. 경찰은 벤틀리 SUV와 BMW 세단 등 사고 전후 탔던 차량 3대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가 모두 사라진 사실을 파악하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가 사고를 낸 차량 외에도 유흥주점 이동 당시 탔던 차량과 사고 직후 매니저가 김 씨를 데리고 이동했던 차량 메모리카드까지 사라져 소속사가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또 경찰은 김 씨가 사고 직전 방문한 식당과 유흥주점에 함께한 복수의 동석자로부터 “김 씨가 술을 마셨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사고 당일인 9일 김 씨가 일행 4명과 함께 강남구 한 식당에서 소주 7병과 맥주 3병을 주문했고, 이후 대리운전으로 자리를 옮긴 유흥주점에서도 술을 마셨다는 진술 등을 토대로 실제 음주 여부와 음주량 등을 파악하고 있다. 정확한 음주량이 파악될 경우 김 씨의 체중 등을 반영해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산하는 ‘위드마크 공식’도 적용할 예정이다.● “콘서트 환불 수수료 면제… 공연은 그대로” 김 씨 측은 23, 24일 예정된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 공연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소속사 측은 “이번 공연에 출연료 등 개런티를 받지 않고 출연한다”고 설명했다. 공연 취소 시 위약금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해 ‘노 개런티’까지 감수하며 공연 강행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티켓 판매처인 멜론은 이번 공연 티켓의 환불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수수료 면제 비용은 김호중 소속사에서 부담한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한때 취소표가 6000장 가까이 풀리는 소동이 벌어졌다. 김호중 팬카페 트바로티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사회적 책임과 도리를 다하기 위해 깊은 반성을 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팬들의 일방적 옹호에 대중의 반감이 커지자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김 씨가 졸업한 경북 김천예고 인근에 조성된 ‘트바로티 김호중 소리길’을 두고 일부 시민들이 “소리길을 철거하라”며 민원을 제기하는 일도 발생했다. 다만 김천시는 “철거를 검토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천=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는 광활한 사막. 그 한가운데를 8기통 트럭이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거칠게 내달린다. 내일은 없는 듯 달리는 트럭 옆으로 광란의 라이더들이 따라붙는다. 기관총을 쏘고, 쇠구슬을 휘두르고, 창으로 내리찍으며 차를 전복시키기 위해 공격을 퍼붓는다. 주인공은 깨지고, 터지고, 폭발하는 혼란의 질주 속에서도 끝끝내 운전대를 놓지 않고 살아남는다. 액션 영화의 정수로 꼽히는 ‘매드맥스’ 시리즈가 다섯 번째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로 돌아왔다. 전작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주인공 퓨리오사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프리퀄 형식이다. 79세의 백발 노장 조지 밀러 감독이 9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영화는 15일(현지 시간) 제77회 칸 영화제에서 열린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서 8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공중전까지 등장한 액션신 22일 개봉한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사가(saga·일대기)’라는 이름처럼 퓨리오사의 어린 시절부터 18년의 세월을 담았다. 전작이 퓨리오사의 역사나 설정에 대한 설명을 거의 하지 않고 2박 3일간의 피 말리는 추격전을 담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영화는 총 5개의 큰 덩어리로 퓨리오사의 역사를 자세히 따라간다. ‘매드맥스’ 시리즈의 전매특허인 추격신은 여전히 심장을 쪼그라들게 할 만큼 박진감 넘친다.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내는 거친 엔진 소리가 시작되고 붉은 모래바람이 스크린에 펼쳐지면 관객 역시 스타트라인에 선 듯 긴장감이 고조된다. “영화는 눈으로 보는 음악 같다”는 밀러 감독의 말처럼 음악이나 대사 없이도 각 신이 리드미컬하게 느껴질 수 있게 편집됐다. 스케일은 커졌다. 전작의 액션신이 도로와 도시 ‘시타델’을 중심으로 펼쳐졌다면, 이번 영화에선 가스 타운과 무기 농장까지 무대가 넓어졌다. 퓨리오사가 시타델에서 달아나는 탈주 장면에선 전편에 없던 공중전도 벌어진다. 낙하산을 탄 이들이 하늘에서 트럭을 공격하는 장면으로 사방에서 죄어오는 주인공들의 압박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200여 명의 스터트맨이 고용된 이번 영화 역시 컴퓨터그래픽을 최소화했다.● 맥스→퓨리오사로 세계관 확장 전작과 가장 큰 차별점은 처음으로 ‘맥스’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7080세대에게 매드맥스 시리즈는 곧 맥스를 연기한 배우 멜 깁슨으로 기억된다. 아내와 딸을 잃고 사막을 떠도는 신세가 된 맥스의 모습과 처절한 액션은 한국 관객들의 뇌리에도 깊이 남았다. 밀러 감독은 1970∼80년대에 공개한 ‘매드맥스’ 트릴로지에서 깁슨의 맥스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끝내고 2015년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통해 퓨리오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배우 톰 하디가 맥스 역으로 나오긴 하지만 퓨리오사의 서사에 이용되는 서브 주인공이다. 매드맥스 세계관을 확장하기 위한 시도였다. 신작에서는 퓨리오사가 왜 분노에 가득 찬 전사로 거듭났는지 서사를 설명하면서 한층 더 탄탄하게 세계관을 구축한다. 젊은 퓨리오사 역을 맡은 애니아 테일러조이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분위기다. 전작의 퓨리오사였던 샬리즈 세런이 워낙 깊은 인상을 남겼던 터라 개봉 전 해외 영화계에서도 적절한 캐스팅인지 갑론을박이 있었다. 하지만 테일러조이는 복수심과 분노에 불타는, 하지만 무섭도록 서늘한 눈빛을 통해 적절하게 역할에 녹아들었다. 다만 대사량을 최소화하고 액션으로 모든 걸 설명했던 전작에 비해 대사량이 크게 늘었다는 점은 평가가 갈린다. 프리미어 공개 뒤 “설명을 늘어놓는 매드맥스에 실망했다”는 평가와 “여전히 황홀한 액션신”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낸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가 21일 경찰에 출석했다. 사고 발생 이후 열흘 동안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하며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했던 김 씨는 이날 취재진을 피해 경찰서 지하로 들어갔다. 불과 3시간여 만에 조사는 끝났지만 김 씨는 취재진 앞에 나설 수 없다는 이유로 6시간 가까이 경찰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김 씨는 취재진 앞에서 12초간 “죄인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죄송합니다”라고 답하고 황급히 경찰서를 떠났다. 경찰은 김 씨가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한 만큼 사고 직전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소속사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시도 등에 대해 알고 있었거나 공모한 적 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취재진 피해 지하로 ‘은밀’ 출석김 씨는 이날 오후 2시경 검은색 BMW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 정문에 도착했지만 취재진을 의식한 듯 곧바로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경찰이 취재진의 접근을 막으면서 김 씨는 지하 통로를 통해 곧장 경찰서 내부로 들어갔다. 20일 김 씨가 변호인을 통해 “팬들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김 씨에 대한 조사는 이날 오후 5시경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6시간 가까이 “취재진이 철수할 때까지 나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던 김 씨는 오후 10시 40분경에서야 경찰서 밖으로 변호인과 함께 나타났다. 검은 색 모자를 쓴 김 씨는 “조사 잘 받았고 남은 조사가 또 있으면 성실히 받겠다. 죄송하다”고 답한 뒤 나머지 질문에 일체 답하지 않고 경찰서를 떠났다. 김 씨의 변호인은 ‘꼼수 출석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규정상 비공개가 원칙”이라면서도 “본인 사정이 아직 여의치 않으니 양해해달라”고 답했다.경찰은 벤틀리 SUV와 BMW 세단 등 사고 전후 탔던 차량 3대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가 모두 사라진 사실을 파악하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가 사고를 낸 차량 외에도 유흥주점 이동 당시 탔던 차량과 사고 직후 매니저가 김 씨를 데리고 이동했던 차량 메모리카드까지 사라져 소속사가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또, 경찰은 김 씨가 사고 직전 방문한 식당과 유흥주점에 함께한 복수의 동석자로부터 “김 씨가 술을 마셨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사고 당일인 9일 김 씨가 일행 4명과 함께 강남구 한 식당에서 소주 7병과 맥주 3명을 주문했고, 이후 대리운전으로 자리를 옮긴 유흥주점에서도 술을 마셨다는 진술 등을 토대로 실제 음주 여부와 음주량 등을 파악하고 있다. 정확한 음주량이 파악될 경우 김 씨의 체중 등을 반영해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산하는 ‘위드마크 공식’도 도입할 예정이다.● “콘서트 환불 수수료 면제…공연은 그대로”김 씨 측은 23, 24일 예정된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 공연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소속사 측은 “이번 공연에 출연료 등 개런티를 받지 않고 출연한다”고 설명했다. 공연 취소 시 위약금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해 ‘노 개런티’까지 감수하며 공연 강행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티켓 판매처인 멜론은 이번 공연 티켓의 환불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수수료 면제 비용은 김호중 소속사에서 부담한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한때 취소표가 6000장 가까이 풀리는 소동이 벌어졌다.김호중 팬카페 트바로티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사회적 책임과 도리를 다하기 위해 깊은 반성을 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팬들의 일방적 옹호에 대중의 반감이 커지자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김 씨가 졸업한 경북 김천예고 인근에 조성된 ‘트바로티 김호중 소리길’을 두고 일부 시민들이 “소리길을 철거하라”며 민원을 제기하는 일도 발생했다. 다만 김천시는 “철거를 검토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천=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가 뺑소니 사고를 낸 지 11일 만에 출국금지됐다. 경찰은 매니저에게 거짓 자백을 지시한 소속사 대표 등 3명도 함께 출국금지하는 등 ‘조직적 은폐’ 의혹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다만 김 씨는 음주운전을 시인하고 사과하면서도 23일로 예정된 대형 콘서트를 강행하기로 했고,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지낸 김 씨 측 전관 변호사가 “끝까지 다투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받을 수도 있었다”고 했다가 이를 철회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뺑소니-범인 도피 등 4명 출국금지 20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 씨와 소속사 관계자 등 4명을 출국금지했다고 밝혔다. 김 씨에게는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상 뺑소니(사고 후 미조치) 혐의가 적용됐다. 사고 직후 김 씨의 옷으로 바꿔 입고 경찰에 대신 출석해 거짓 자백한 매니저에겐 범인도피 혐의를, 이를 지시했다고 주장한 소속사 대표 이광득 씨(41)에겐 범인도피 교사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사고 직후 김 씨 차량에서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빼내 파손한 소속사 본부장도 출국금지 조치됐는데, 증거인멸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김 씨가 사고 전에 몰았던 다른 차량에서도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가 사라진 걸 확인하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김 씨는 9일 오후 11시 50분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뺑소니 사고를 낸 후 줄곧 음주 사실을 부인하다가 열흘 만인 19일 사과문을 내고 “음주운전을 했다”고 시인했다. 사고 전 3차에 이르는 술자리에 참석하고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등 음주 정황이 속속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도 경찰이 김 씨에게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건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수치(0.03%) 이상이었던 걸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사고 약 17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해 호흡 검사를 했지만 당시엔 음주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20일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김 씨 측 진술에 비춰) 음주가 있었다는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지만 구체적 (음주) 양에 대해서는 확정을 짓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은 김 씨가 ‘운전자 바꿔치기’에 관여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자진출석하겠다”며 대형 콘서트는 강행 이런 상황에서 김 씨의 변호를 맡은 조남관 변호사(전 검찰총장 직무대리)가 20일 소속사에 보낸 입장문 초안에 “음주운전에 대해 직접 증거가 부족해 보이므로 끝까지 다투면 무죄를 받을 수도 있었다”고 썼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사고 전 술자리 참석은 직접 증거가 되기 어렵고, 음주 수치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경찰은 김 씨의 경우 음주운전 여부 입증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조 청장은 “김 씨 사건에서는 ‘위드마크’ 공식(음주 후 경과 시간 등으로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적하는 방식)이 유죄 인정 근거로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020년 도입한 ‘음주 대사체 분석법’을 통해 “김 씨가 사고 전 음주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론을 낸 것도 변수다. 음주 대사체는 알코올 섭취의 부산물로, 음주 후 72시간이 지나도 체내에서 검출된다. 조 변호사는 “(무죄를 받을 수 있다는) 문구는 (여론) 자극 우려로 공식 입장문에서는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20일 조 변호사를 통해 “이번 사건을 통해 죄가 죄를 부르고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낳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경찰에 자진 출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김 씨 측은 23, 24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리는 ‘월드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김호중&프리마돈나’ 공연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티켓 수익이 4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형 공연이다. 공연 관계자는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가 어렵게 모이는 데다 (김 씨 사고로 누군가) 다치지도, (김 씨가) 구속되지도 않았는데 취소할 수 없다”고 했다. 주최 측이었던 KBS는 명칭 사용 계약을 해지할 방침이다. 김 씨는 고등학생 시절 폭력조직에 가담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다가 한 교사의 설득으로 성악을 배워 2008년 전국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그의 사연이 영화 ‘파파로티’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이후 2020년 한 트로트 경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위기를 겪게 됐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가 뺑소니 사고를 낸 지 열흘 만에 출국금지됐다. 경찰은 매니저에게 거짓 자백을 지시한 소속사 대표 등 3명도 함께 출국금지하는 등 ‘조직적 은폐’ 의혹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다만 김 씨는 음주운전을 시인하고 사과하면서도 23일로 예정된 대형 콘서트를 강행하기로 했고,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김 씨 측 전관 변호사가 “끝까지 다투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받을 수도 있었다”고 했다가 이를 철회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뺑소니-범인도피 등 4명 출국금지20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 씨와 소속사 관계자 등 4명을 출국금지했다고 밝혔다. 김 씨에게는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상 뺑소니(사고 후 미조치) 혐의가 적용됐다. 사고 직후 김 씨의 옷으로 바꿔입고 경찰에 대신 출석해 거짓 자백한 매니저에겐 범인도피 혐의를, 이를 지시했다고 주장한 소속사 대표 이광득 씨(41)에겐 범인도피 교사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사고 직후 김 씨 차량에서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빼내 파손한 소속사 본부장도 출국금지 조치됐는데, 증거인멸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경찰은 김 씨가 사고 전에 몰았던 다른 차량에서도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가 사라진 걸 확인하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김 씨는 9일 오후 11시 50분경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뺑소니 사고를 낸 후 줄곧 음주 사실을 부인하다가 열흘만인 19일 사과문을 내고 “음주운전을 했다”고 시인했다. 사고 전 3차에 이르는 술자리에 참석하고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등 음주 정황이 속속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그런데도 경찰이 김 씨에게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건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수치(0.03%) 이상이었던 걸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사고 약 17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해 호흡 검사를 했지만 당시엔 음주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20일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김 씨 측 진술에 비춰) 음주가 있었다는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지만 구체적 (음주) 양에 대해서는 확정을 짓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은 김 씨가 ‘운전자 바꿔치기’에 관여했는지도 수사 중이다.● 전관 변호사 “무죄 가능성”… 대형 콘서트도 강행이런 상황에서 김 씨의 변호를 맡은 조남관 변호사(전 검찰총장 직무대리)가 20일 소속사에 보낸 입장문 초안에 “음주운전에 대해 직접 증거가 부족해 보이므로 끝까지 다투면 무죄를 받을 수도 있었다”고 썼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사고 전 술자리 참석은 직접 증거가 되기 어렵고, 음주 수치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경찰은 김 씨의 경우 음주운전 여부 입증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조 청장은 “김 씨 사건에서는 ‘위드마크’ 공식(음주 후 경과 시간 등으로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적하는 방식)이 유죄 인정 근거로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020년 도입한 ‘음주 대사체 분석법’을 통해 “김 씨가 사고 전 음주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론을 낸 것도 변수다. 음주 대사체는 알코올 섭취의 부산물로, 음주 후 72시간이 지나도 체내에서 검출된다.조 변호사는 “(무죄 받을 수 있다는) 문구는 (여론) 자극 우려로 공식 입장문에서는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20일 조 변호사를 통해 “이번 사건을 통해 죄가 죄를 부르고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낳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경찰에 자진 출석할 것”이라고 전했다.다만 김 씨 측은 23, 24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리는 ‘월드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김호중&프리마돈나’ 공연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티켓 수익이 4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형 공연이다. 공연 관계자는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가 어렵게 모이는데다 (김 씨 사고로 누군가) 다치지도, (김 씨가) 구속되지도 않았는데 취소할 수 없다”고 했다. 주최 측이었던 KBS는 명칭 사용 계약을 해지할 방침이다. 김 씨는 고등학생 시절 폭력조직에 가담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다가 한 교사의 설득으로 성악을 배워 2008년 전국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그의 사연이 영화 ‘파파로티’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이후 2020년 한 트로트 경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위기를 겪게 됐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