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독주 체제에 맞서 빅테크들이 자체 칩 개발에 나서며 ‘AI칩 주도권’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AI 시장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던 애플마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와 손잡고 자체 AI칩 개발에 나섰다. 업계의 밸류체인(가치사슬)상 빅테크들은 엔비디아의 고객이다. 하지만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엔비디아가 점유하며 빅테크들은 사실상 칩을 ‘배급’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반도체 기업들과 손잡고 자체 칩 개발에 나선 것이다. 이와 함께 반도체 설계 업체들은 엔비디아에 대항할 ‘AI 가속기’를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일 대만 언론 등에 따르면 애플은 TSMC와 손잡고 AI 칩 개발에 나섰다. 특히 애플이 개발 중인 칩은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추론용 AI칩인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애플이 수년 전부터 데이터센터용 AI 칩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내부코드명 ‘ACDC’를 진행해 왔다고 보도했다. 개발 중인 칩은 데이터센터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고 AI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7일(현지 시간) 애플의 온라인 신제품 공개행사 ‘렛 루즈’에서도 단연 관심은 반도체였다. 애플은 AI 기능 향상에 집중한 자체 개발 시스템 반도체 ‘M4’를 적용한 신형 아이패드 모델 11세대를 공개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M4는 AI 학습을 가속하기 위해 초당 38조 회에 달하는 연산처리 능력을 갖춘 역대 가장 빠른 신경망처리장치(NPU)인 ‘뉴럴 엔진’을 장착했다. 지난해 10월 M3칩을 출시한 지 반 년 만에 과감한 세대교체를 통해 AI 경쟁에서 전환점 모색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빅테크들도 엔비디아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 자체 AI칩 개발 경쟁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 등은 일찍이 자체적으로 AI 칩 개발을 시작했다. 2월 한국을 찾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계자를 만나 반도체 공급망 구축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커버그 CEO는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TSMC에 대해 “(지정학적인) 불안(volatile)이 있는데 (메타의) 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발언하며 삼성과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최근 AI 반도체 자체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7조 달러(약 9576조 원) 규모 투자 유치에 나섰다. ‘탈 엔디비아’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새로운 AI 가속기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AI 가속기 ‘마하-1’을 개발하고 있다. 통상 AI 모델 개발과 응용 과정에서 학습, 추론 등 분야마다 요구되는 성능이 다른데 모든 걸 고성능 AI 가속기로 다룰 필요가 없다. 삼성은 이러한 틈새 시장을 노리고 가성비 좋은 AI 가속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들어가는 엔비디아 제품과 달리 마하-1에는 저전력 D램이 탑재돼 가격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가져갈 전망이다. 같은 맥락에서 네이버도 일부 AI 인프라를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대신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로 대체한 상황이다. 네이버는 삼성의 마하-1 도입도 추진 중이다. 인텔은 엔비디아의 AI 칩을 대체하기 위해 ‘가우디3’를 개발하며 직접적인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텔 측은 가우디3가 엔비디아의 ‘H100’보다 거대언어모델(LLM)을 50% 더 빠르게 훈련시킬 수 있고 전력 효율도 2배 이상 높다고 강조했다. 3분기(7∼9월)부터 정식 판매할 예정이다. CPU·GPU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오랜 경쟁사인 AMD도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자사 행사에서 AI 가속기 ‘MI300X’와 ‘MI300A’를 공개하고 5월부터 본격 납품할 예정이다. 소프트뱅크가 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팹리스 강자 ARM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주도로 AI 반도체 칩 공급을 위해 10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이자나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엔비디아에 대항하는 소프트웨어 연맹도 결성됐다. ‘UXL재단’이 대표적이다. 구글과 인텔, 퀄컴, 삼성, ARM 등이 연합해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인 ‘쿠다(CUDA)’에 대항할 적수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오픈AI 모델은 엔비디아의 CUDA 생태계에서만 가동하기 때문에 이를 탈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1등 지위가 흔들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빅테크를 비롯한 AI 시장에서는 새로운 대안들이 등장하는 것을 언제나 환영하기 때문에 엔비디아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이달 29일로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특별법)과 ‘예금자보호법’, ‘유통산업발전법’, ‘국가재정법’ 등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 법안 및 산업계 관련 쟁점 법안들이 일괄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애초 여야는 임기 종료 전 한두 차례 더 본회의를 열어 상정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야당의 ‘채 상병 특검법’ 단독 강행 처리에 여당이 “남은 국회 의사일정에 협조하기 어렵다”고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본회의 개의 여부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해당 법안들이 22대 국회에서 재발의 되더라도 원 구성 협상이 늦어질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법안 처리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21대 국회 임기 내 통과되지 않으면 9월부터 예금보험료율(예보료율)이 낮아진다. 이 경우 금융사 부실에 대비해 받는 연간 예보료 수입이 7000억 원가량 감소한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정무위가 ‘민주유공자법’ 처리 과정을 둘러싸고 충돌하면서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입법 논의가 멈춰 있는 상태다. 올해 말 일몰 예정인 반도체 등 국가전략시설 투자액 세액공제를 2030년까지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이른바 ‘K칩스법’도 다음 국회로 넘어가면 자칫 기한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임위 단계에 발목이 잡힌 법안도 수두룩하다. 사용후 핵연료 처분시설 부지 선정과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고준위 특별법은 민주당이 정부의 원전 확대 기조에 반대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을 제외하는 유통산업발전법도 야당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피해를 이유로 반대하면서 계류 중이다. 이 밖에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연간 재정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 3% 이내로 제한하는 국가재정법은 민주당이 지출 구조조정 방안 누락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여야 합의가 안돼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에 묶여 있다. 인공지능(AI)의 개념을 규정하고 산업 육성과 안정성 확보 방향을 제시하는 ‘AI 기본법’, 2021년 일몰된 노후 자동차 폐차 뒤 새 차를 사면 개별소비세를 70% 감면하는 제도를 되살리는 조세특례제한법도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K칩스법-AI기본법 하루가 급한데”… 입법 지연으로 투자 발목 21대 국회 종료 앞두고 법안 방치여야, ‘채 상병 특검법’ 여파 냉랭… “다음 국회 넘기면 골든타임 놓쳐”국회의장 18일 귀국, 중재시간 부족“마지막까지 민생 외면한 국회 없어” #국회가 올해 8월 31일까지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사 파산에 대비해 걷는 예금보험료가 연간 7000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부로 예금보험료율 한도의 일몰 기한이 종료돼 26년 전인 1998년 수준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금보험기금의 안정성 저하를 우려해 지난해 3분기(7∼9월)부터 여야 의원들을 대상으로 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을 호소해 왔다”며 “21대 국회에서의 통과는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보고 다음 국회에서 최대한 빠르게 입법 절차를 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올해 12월 31일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당장 내년부터 반도체 기업 설비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반 토막 난다. 지난해 3월 대기업 공제율을 8%에서 15%,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늘린 것이 올해 말로 일몰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기업들이 투자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세액공제율 확대 기한을 2030년까지로 연장하도록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다음 국회에서 다시 발의해도 빨라야 6월”이라며 “상임위 심사 등을 다시 거쳐야 하는데 자칫 하반기(7∼12월) 국정감사와 맞물려 올해를 넘길까 걱정된다”고 했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두고 금융계와 산업계에선 주요 법안 처리 지연에 대한 우려와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다. 여야는 이달 29일 임기가 끝나기 전 한두 차례 더 본회의를 열겠다는 목표이지만, ‘채 상병 특검법’ 강행 처리 등의 여파로 정국이 급랭한 상황에서 주요 민생법안에 대한 ‘일괄 합의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공통된 기류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내용에 따라 정국이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일몰 임박했는데… 줄줄이 계류 산업계는 여야가 각종 업계 관련 법안을 21대 국회 내에 처리하지 못하면 한동안 기업 운영, 투자 결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재고 정상화와 인공지능(AI) 산업의 급부상으로 반도체 시장이 상승 사이클을 탄 상황에서 투자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것.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 반도체 시장은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등 각국이 사활을 걸고 뛰어드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기업 혼자 힘만으로는 어렵고 정부, 국회 다 같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활성화를 비롯한 각종 규제혁신 법안도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아일보가 대한상공회의소와 분석한 결과 외국 인력 비자 완화 등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국회에 제출된 223개 규제혁신 법안 중 43.9%인 98개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223개는 정부 각 부처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들이다. 여기에는 산업단지 내 생활·편의시설 규제를 완화하는 산업입지법 개정안도 있다. 산단이 노후화된 탓에 지역 청년층이 취업을 꺼리고 있어 지방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여야는 쟁점 법안들에 대해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원전 설계수명 동안의 폐기물만 저장할 수 있도록 용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면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발목 잡혀 있다. 대형마트 휴무일에 온라인 주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도 민주당 반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마트 등 대형마트와는 협의가 끝났는데 소상공인을 등에 업은 민주당의 반대가 너무 심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당은 “현재 법안으로는 전통시장 상인들과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맞서고 있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담은 국가재정법도 민주당이 “지출 구조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내용이 부실하다”며 반대하고 있어 아직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AI 기본법)’도 22대 국회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일 “AI 기본법이 이번 회기 안에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와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 협의할 것”이라고 했지만, 민주당은 생성형 AI인 챗GPT 관련 내용 등에 대해 심도 깊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야, 임기 말까지 ‘네 탓 공방’만 여야 원내지도부가 새로 꾸려지는 점도 21대 국회 임기 내 주요 법안 협의를 어렵게 할 수 있는 변수다. 민주당은 3일 강성 친명 박찬대 원내대표를 사실상 추대했고, 국민의힘도 9일 새 원내대표를 뽑을 예정이라 그간의 원내 논의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밀어붙여 협치 분위기를 깨면서 다른 민생법안들을 논의할 동력이 없다”는 기류이고, 민주당은 “여당이 쟁점이 없는 법안에 대해서도 상임위 처리에 소극적이라 줄줄이 병목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중남미와 미국을 순방 중인 김진표 국회의장은 18일 귀국할 예정이라 여야 협상을 중재할 시간도 부족하다. 22대 국회가 시작되더라도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 등 상임위 독식을 벼르고 있어 원 구성 협상에만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여야 상임위원들도 대부분 바뀌기 때문에 사실상 법안 논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한 중진 의원은 “통상 총선 직후 열리는 마지막 국회에선 여야가 밀려 있는 민생법안을 합의 처리해 왔다. 이번처럼 재의요구권(거부권) 등을 두고 정부 여당과 야당이 마지막까지 대치했던 적은 없다”며 “결국 피해는 국민들한테 돌아간다”고 말했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애플이 1분기(1∼3월) 아이폰 판매 감소 등 부진한 실적에도 실적 발표 후 주가가 크게 뛰었다.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 발표와 함께 그동안 뒤처졌다고 평가받은 인공지능(AI)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 주가는 3일(현지 시간) 전날 대비 5.97% 오른 183.36달러에 마감했다. 180달러 선을 회복한 것은 3월 1일 이후 2개월 만이다. 애플은 1100억 달러(약 150조 원)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 정책을 발표했다. 애플의 자사수 매입 규모는 지난해 900억 달러, 이전 최대인 2018년엔 1000억 달러였다. 다만 시장의 관심은 주주환원 정책보다 애플의 새 AI 전략에 집중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대대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7일 아이패드 신제품을 공개하고 다음 달 10일에는 연례행사인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개최할 예정이다. 통상 WWDC에서는 애플의 새로운 소프트웨어 전략이 발표된다. 이에 대해 애플이 ‘AI 판 뒤집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은 그동안 AI 관련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에 뒤처지고, 생성형 모델에서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에 밀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적 발표 후 월가는 애플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고 생성형 AI가 아이폰 도약의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며 목표주가를 225달러에서 230달러로 올렸다. JP모건은 210달러에서 225달러, 모건스탠리도 210달러에서 216달러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기업들이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임직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추억을 쌓는 자리를 마련했다. LG전자는 4일 경기 평택 LG디지털파크에 임직원 및 협력사 가족 1만 명을 초대했다. LG디지털파크 대운동장에는 놀이 시설인 에어바운스, 미끄럼틀 등이 마련됐고 캐리커처, 마술 공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5일에는 경남 창원 LG스마트파크에 4∼10세 자녀가 있는 임직원·협력사 가족 4000명을 초청해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뮤지컬 공연을 열었다. 또 재활용품을 활용한 만들기 체험과 분리배출 실천 체험 코너도 운영했다. 대한항공은 4일부터 사흘간 서울 강서구 본사 격납고를 개방해 임직원 가족들을 위한 ‘패밀리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보다 행사 규모를 키워 델타항공 임직원 가족 40여 명을 초대하는 등 총 1만3000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격납고는 테마파크로 탈바꿈해 어린이용 놀이기구와 드론 게임, 포토 부스, 페이스페인팅, 푸드트럭 등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졌다. 현장에서는 대한항공이 최근 에어버스로부터 100번째로 도입한 최신 항공기 ‘A321 네오’ 투어도 진행했다. 티웨이항공도 4일 강서구 티웨이항공 훈련센터에서 임직원 가족들을 대상으로 ‘크루(승무원) 클래스’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참가자들은 승객 서비스부터 화재 진압, 비상 탈출, 보안 및 응급처치 실습 등 전문 훈련 교관의 지도 아래 승무원이 실제 수행하는 역할을 체험했다. KT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임직원 가족 650여 명을 초청해 ‘마음을 담은 클래식 콘서트를 진행했다. 임직원 자녀들은 버블막대 등 깜짝 선물도 받고 동화극 주인공으로 분장한 배우들과 포토타임도 가졌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애플이 1분기(1~3월) 아이폰 판매 감소 등 부진한 실적에도 실적발표 후 주가가 크게 뛰었다.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 발표와 함께 그동안 뒤처졌다고 평가받은 인공지능(AI)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 주가는 3일(현지 시간) 전날 대비 5.97% 오른 183.36달러에 마감했다. 180달러 선을 회복한 것은 3월 1일 이후 2개월 만이다.애플은 1100억 달러(약 150조 원)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 정책을 발표했다. 애플의 자사수 매입 규모는 지난해 900억 달러, 이전 최대인 2018년 1000억 달러였다.다만 시장의 관심은 주주환원정책보다 애플의 새 AI 전략에 집중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대대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7일 아이패드 신제품을 공개하고 다음달 10일에는 연례행사인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개최할 예정이다. 통상 WWDC에서는 애플의 새로운 소프트웨어 전략이 발표된다.쿡 CEO는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우리는 (AI와 관련한) 상당한 투자를 쏟아왔고 (구체적인 내용을) 조만간 공유할 것”이라며 “애플만의 차별화된 생성형 AI가 (주도권을 가져올)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이에 대해 애플이 ‘AI 판뒤집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은 그동안 AI 관련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에 뒤처지고, 생성형 모델에서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에 밀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적 발표 후 월가는 애플의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고 생성형 AI가 아이폰 도약의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며 목표주가를 225달러에서 230달러로 올렸다. JP모건은 210달러에서 225달러, 모건스탠리도 210달러에서 216달러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인공지능(AI) 연구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내 대학들이 최신 칩을 구하지 못해 대형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연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KAIST 등 주요 대학들조차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되더라도 배정 예산이 적어 AI 칩을 충분히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칩을 확보하더라도 전력 부족으로 대학 시설에서 구동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KAIST의 A 교수는 2일 “오픈AI의 ‘소라’ 같은 생성형 AI 모델을 만들려면 엔비디아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수백 개가 필요하다”며 “정부 사업을 수주하더라도 엔비디아의 GPU를 여럿 구매하기는 불가능해 구형 게임용 GPU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라’는 동영상 생성 AI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만들려면 여러 개의 연산을 동시 수행할 수 있는 GPU가 필요하다. GPU는 엔비디아가 전 세계 80%를 차지하며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최신 GPU 시스템인 H100 가격은 개당 5500만 원 정도다. A 교수는 “우리가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엔비디아의 GPU 시스템 A100 8개로 소라와 유사한 서비스를 만들려면 148년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어렵게 칩을 구해도 전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서울대 김건희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GPU를 추가로 가동하고 싶지만 학교 측에서 전력 추가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면서 “교수들이 직접 전력이 남는 건물을 찾아다녀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예산을 확보했더라도 장비 구매에 따르는 심의를 거쳐야 한다.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서 연구 장비가 1억 원이 넘으면 국가연구시설장비센터(NFEC)의 심의를 받아야 하고, 결과가 나오는 데 통상 3개월 이상 걸린다. 김종원 광주과학기술원(GIST) AI대학원장은 “일반적인 AI 연구를 하려고 해도 엔비디아 GPU가 최소 8개 필요하고, 서버 구매 가격까지 합쳐 대략 5억 원이다”라며 “하지만 그 예산을 확보해도 심의를 거치면 실제 연구하기까지 계속 시간이 지연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대학들이 AI 칩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연구센터를 만드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대학에 AI장비 돌릴 전기 모자라… 전력 찾아 ‘메뚜기식 연구’도 주요대학 AI 연구 첩첩산중서울대 “AI 연구할 GPU 가동땐자칫 대학전체 ‘블랙아웃’ 될수도”… 美선 기업들이 대학에 ‘GPU 기부’“대학공동 연구센터 구축” 제안도 인공지능(AI)을 연구하는 한국 주요 대학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일차적으로 ‘AI 칩 인플레이션’을 교수 연구비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스템인 A100은 약 1만 달러(약 1400만 원), 이보다 고사양인 H100은 4만 달러(약 5500만 원) 수준이다. 더 높은 사양이 나올 때마다 가격은 뛰고 있다. 한 국내 대기업 AI 담당 임원은 “국내에선 네이버가 세종시에 지은 데이터센터 ‘각’에 가장 많은 2000∼3000대를 들인 것으로 알고 있고 삼성이 그다음”이라며 “이는 세계 순위로 치면 20∼30위 정도인데 미국 빅테크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GPU를 몇 개 확보했다고 연구를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GPU를 여러 개 이어 붙인 ‘랙(서버)’을 만들어야 하는데 각 랙마다 광통신을 연결하고 냉각장치, 소프트웨어 등을 연동해야 해 비용은 다시 또 오른다. 보통 H100 8개를 장착한 엔비디아 DGX H100 가격은 대당 40만∼50만 달러(약 5억5000만∼6억8000만 원)로 알려져 있는데, 이 정도가 돼야 어느 정도 AI 연구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칩 가격이 치솟는 반면 교수들에 대한 정부의 연구비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공학 분야 전임 교원 1인당 평균 연구비는 2억5000만 원에 그쳤다. 여기에는 인건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엔비디아발 ‘AI 칩 인플레’, 연구 예산은 제자리 예산이 있더라도 구매력이 있는 빅테크가 칩을 ‘선매입’해 대학까지 최신 칩이 내려오는 일은 드물다. 김종원 광주과학기술원(GIST) AI대학원장은 “대량으로 칩을 구매하는 회사에 우선권이 있다”면서 “소규모 구매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에서 AI 연구를 진행 중인 A 교수도 “AI 연구를 위해 자체적으로 GPU를 모았는데 구형 제품 24개를 확보했다”면서 “엔비디아에서 최신 모델이 나와도 빅테크가 모두 ‘싹쓸이’하고 나면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는 시기는 6개월 이상 늦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열등한’ 자원을 갖고 경쟁하게 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전력 부족도 심각하다. 현재 서울대에서 가용할 수 있는 전력량은 총 5만6000kWh(킬로와트시) 정도다. 이미 전력 수요가 많은 여름과 겨울에는 사용량이 80%에 달하고 있다. 남는 전력으로 GPU를 가동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전력을 과하게 사용할 경우 자칫 서울대 전체가 ‘블랙 아웃’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2026∼2027년경에는 가용 전력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GPU 설비가 증가하며 전력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한국전력 측에 전력량을 늘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기업과 대학 등에 무상으로 GPU를 제공하는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이미 수요가 넘치고 있다. 광주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에 따르면 올해 초 H100을 8장씩 묶어서 AI 연구 등에 활용하는 데 대한 신청은 291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최종 156건만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연구과제를 선발해 GPU를 제공하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엔비디아 A100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신청 과제 수는 90건이었지만 제공 자원 한계로 75건만 선정됐다.● 미국 대학에는 기업들이 적극 지원 미국 대학의 상황은 한국과 크게 다르다. 미 주요 대학은 기업으로부터 기부나 투자를 받아 대규모로 GPU를 공급받고 있다. 미 플로리다대는 2020년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기부를 받아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했다. 여기엔 엔비디아 GPU ‘A100’ 1120장이 탑재됐다. 플로리다대는 엔비디아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 맬러차우스키의 모교이기도 하다. 오스틴 텍사스대는 1월 대규모의 생성형 AI 센터를 캠퍼스 내에 출범시켰다. 텍사스대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연구 중심 대학으로, 대규모의 AI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 대학이 1월 구축한 생성형 AI 센터에는 엔비디아의 최신 GPU ‘H100’ 600장이 탑재됐다. 센터 구축에는 미국국립과학재단(NSF) 등에서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원 원장은 “대학 자체적으로 대규모 연구를 할 만한 GPU를 구매하거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대학이 공동으로 AI 연구 전용 센터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가전 업체들이 TV를 예술 작품과 접목한 ‘아트 마케팅’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가전 소비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미술 전시장 등에 제품을 노출시켜 예술 애호가와 같은 특정 소비층을 노리는 전략이다. 특히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제품과 비교해 예술 작품을 통해 고화질, 고성능이라는 차별화 포인트를 강조할 수 있어 고급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LG전자는 미국 뉴욕에서 2∼5일(현지 시간) 열리는 아트페어 ‘프리즈 뉴욕’에서 ‘한국 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 김환기 작가의 작품을 재해석한 미디어 아트 5점을 선보인다고 2일 밝혔다. 작품이 담긴 캔버스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에보(evo)’ TV다. LG전자는 OLED TV 기술력을 알리기 위해 예술과 협업하는 ‘LG OLED 아트(ART)’ 프로젝트를 2020년부터 4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해 OLED 에보를 비롯한 디스플레이 총 60대를 동원해 세계적 영화감독 존 아콤프라의 예술 작품을 선보였다. LG전자 관계자는 “예술을 앞세워 제품과 기업의 이미지를 동시에 높이는 아트 마케팅 전략이 최근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라며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도 고화질 TV의 풍부한 색감과 몰입감 넘치는 표현력으로 작품이 한층 더 돋보였다고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아트 마케팅은 최근 예술의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하는 젊은 세대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미국 현대미술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개인전에는 관람객 중 52.3%가 20, 30대였다. TV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미술 작품에 대한 2030의 관심이 커지는 만큼 미술관은 현 소비층이면서도 미래 소비층인 2030을 공략하기 좋은 장소”라고 했다. 가전 업체들이 아트 마케팅을 강화하는 또 다른 배경은 TV를 이제 단순 영상 시청용이 아닌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커진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신혼부부 등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소비층을 겨냥한 제품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은 본연의 기능은 TV지만 TV를 시청하지 않을 때는 미술 작품이나 사진을 스크린에 띄워 액자처럼 사용할 수 있다. 각진 ‘체임퍼 베젤’을 통해 고급 액자처럼 꾸밀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부터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빈센트 반 고흐, 앙리 루소 등 세계적 거장들의 명작 38점을 구독서비스 ‘삼성 아트 스토어’에 선보였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언제부턴가 쉴 새 없이 터지는 게 기술 유출 사건이다. 삼성 3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반도체 공정 기술을 인텔에 빼돌리려다 붙잡힌 엔지니어, 삼성 반도체 공장 설계를 그대로 본떠 중국에 복제 시설을 지으려던 전직 임원, 미국 마이크론에 이직하려다 제지당한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담당 연구원 등 굵직한 기술 유출 사건이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배터리 등 첨단기술의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며 제도 사각지대는 기술 유출범들이 범죄를 저지르기에 좋은 토양이 되고 있다. 솜방망이 형량과 시대에 뒤떨어진 법체계, 곳곳에 뚫린 감시망 등으로 규율하려다 보니 유출을 막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할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서 지난해 11월 통과시킨 이후 묵혀져 있는 상태다. 법안은 산업스파이에게 내리는 벌금형 상한을 기존 15억 원에서 65억 원으로 높이고, 고의로 유출한 범죄자에게 가중처벌을 하는 내용 등이다. 이 밖에 해외 기업과의 인수합병(M&A)에 대해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해 처벌 및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50여 개 항목이 개정안에 담겼다. 법사위는 1월 한 차례 살펴본 이후 지금까지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지나친 권한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 등이 제기되자 국회가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5월이 지나면 21대 국회는 끝나고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그럼 새 국회에서 법안을 또 발의해야 하고 상임위 심사도 다시 거쳐야 한다. 그렇게 최소 6개월은 지날 것이다. 국회가 손 놓는 사이 지금도 한국 첨단기술을 노리는 탈취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이를 가장 반기는 이는 해외 경쟁사들일 것이다. 이견이 첨예한 법 조항은 덜어내고, 당장 시급한 사안부터 처리하는 등 국회가 마음만 먹으면 21대 국회에서 처리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화학은 사우디아라비아 알코라예프 그룹과 현지 수처리 사업 확장에 나선다고 1일 밝혔다. 두 회사는 역삼투막(RO멤브레인) 제조 시설 현지화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알코라예프 그룹의 알코라예프 워터는 사우디 최대 민영 수처리 기업이다. RO멤브레인은 삼투 현상(농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의 반대인 역삼투압 방식을 기반으로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거나 산업용수를 제조하고 하·폐수를 재이용하는 데 쓰는 첨단 소재다. RO멤브레인 제조 시설 현지화는 2026년 시작된다. 최대 3억2000만 리얄(약 12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사우디는 해수담수화용 RO멤브레인의 세계 최대 시장이다. LG화학에 따르면 전 세계 시장 수요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사우디는 물 공급의 70% 이상을 해수담수화에 의존하고 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국내 배터리 3사가 1분기(1∼3월) 모두 부진한 실적을 냈다. 기업들은 중장기적으로 반등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당분간 업황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삼성SDI는 1분기 매출은 5조1309억 원, 영업이익은 267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 29% 감소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전지 부문은 프리미엄 차량에 탑재되는 P5, P6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확대되며 역성장은 막았지만, 전반적인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성장세가 꺾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지난달 25일 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영업이익(1573억 원)이 전년 동기 대비 75%나 감소해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은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1889억 원을 제외하면 316억 원 적자다. SK온은 331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를 지속했다. SK온은 특히 AMPC가 지난해 4분기 4401억 원에서 1분기 385억 원으로 축소됐다. AMPC는 생산량에 비례해 받기 때문에 그만큼 북미 시장에서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현재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된 탓에 배터리 재고를 보수적으로 확보, 관리하고 있다. 또 지난해 말까지 하락세를 나타낸 리튬 등 원재료 가격이 배터리 판매가에 반영돼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이 같은 부진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5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4∼6월)에도 주요 메탈가(원재료) 하락에 따른 판매가 영향이 아직 남아 있고 유럽을 중심으로 고객 수요 회복에도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29일 대통령소속 자문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와 비공개 정책 간담회를 열고 국내 노사 관계 및 노동시장 규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간담회에서 미국 기업 관계자들은 한국의 엄격한 해고 조건 및 노동법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한국의 엄격한 해고 조건으로 채용이 어렵다는 등 노동 관련 제도와 법제사항에 대한 건의가 주로 나왔다”고 전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 겸 대표이사는 “한국이 외국인직접투자(FDI)의 매력적인 투자처임에도 불구하고 경직된 노동정책 등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다른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경쟁국과 차별화되는 노동분야 규제를 유연하게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미국 투자기업이 바라본 한국 노사 관계 진단과 규제 개혁방안 △한국의 아태 지역 거점 유치를 위한 노사정의 역할 △양 기관 향후 협력방안 등이 폭넓게 논의됐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한국은 노사정 대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한다”며 “반도체, 자동차 등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주요한 주체인 암참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제주항공은 기단 현대화 등 선제적 투자를 통한 미래 성장 기반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부터 직접 구매 방식을 통한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기단 현대화 작업에 돌입했다. 회사 측은 직접 구매 방식의 기단 운용 전략은 기존 운용리스 방식 대비 원가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봤다. 구매기 도입 시 발생하는 초기 비용을 감안해도 12% 수준의 원가 절감이 가능해 경쟁사 대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항공은 그간 안정적인 미래 성장 동력을 구축하기 위해 기존 항공사업에서의 견고한 실적을 바탕으로 화물·호텔·지상조업사업·정보기술(IT) 등 보유 자원 간 시너지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2022년 6월 화물전용기 1호기를 도입하며 본격적인 사업다각화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화물전용기 2호기를 도입하며 안정적인 화물운송사업 기반을 구축했다. 2018년 9월 오픈한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서울홍대’는 뛰어난 접근성을 기반으로 합리적인 가격, 이지드랍 서비스, 점심 뷔페 운영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단거리 중심의 항공운송사업과 뛰어난 접근성을 기반으로 한 호텔사업으로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 여행) 고객 유치에 집중하면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설립 6주년을 맞은 제주항공의 지상조업 자회사 제이에이에스는 인천, 김포, 김해, 제주 등 국내 8개 공항에서 여객 발권 및 수속, 수하물 이동 및 탑재, 항공기 급유 등 지상조업사업을 진행해 제주항공의 안정적인 운항 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외항사를 포함한 타 항공사들의 지상조업 업무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등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에너지솔루션은 KAIST 공동 연구팀과 함께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는 리튬메탈전지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리튬이온전지 대비 주행거리를 약 50% 늘리고, 충방전 효율 및 수명 또한 대폭 개선할 수 있는 리튬메탈전지 관련 원천 기술이다. 이 원천 기술을 활용하면 1회 충전에 900㎞ 주행이 가능한 고에너지 밀도를 달성할 수 있다. 또 400회 이상 재충전이 가능한 수명 안정성 확보도 가능하다. 이번 연구에서 구현된 리튬메탈전지는 전고체 전지와는 달리 구동 시 높은 온도와 압력이 요구되지 않아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높이기 위한 간소화된 전지 시스템 설계가 가능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에 있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주행 가능 거리와 배터리 성능”이라며 “이번 LG에너지솔루션의 성과는 주행 가능 거리를 늘리고 배터리 효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R&D) 중에서도 가장 의미가 큰 성과”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KAIST 공동 연구팀은 리튬메탈전지의 핵심 문제인 ‘덴드라이트’(충방전 시 금속 리튬이 성장하면서 미세한 선 모양의 덩어리가 형성되는 현상)와 액체 전해액에 의한 부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붕산염-피란 기반 액체 전해액’을 리튬메탈전지에 적용했다. 충방전 시 리튬메탈 음극 표면에 형성되는 고체 전해질 층을 효과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전해액과 리튬메탈 음극 간 부식 반응을 차단하고 충방전 효율을 향상시킨 것이다.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실현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액체 전해액을 기반으로 하는 리튬메탈전지의 구현 가능성을 가시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회사는 강조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GS그룹은 2월 28일 ‘GS GenAI Connect day’를 개최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업무 개선 프로젝트 경험과 기술 노하우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성형 AI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그룹사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교류 협력할 수 있도록 행사가 진행됐다. GS칼텍스, GS리테일, GS건설, GS EPS 등 여러 계열사에서 모인 직원 68명이 생성형 AI 관련 응용 프로그램과 업무 개선 프로젝트 경험을 나눴다. 참가자 중 정보기술(IT) 관련 부서 직원(28명)보다 IT와 관계없는 일반 부서 직원(40명)이 많아 생성형 AI의 활용 움직임이 직군과 관계없이 널리 확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행사에 참가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85%가 “챗GPT 등 생성형 AI 도구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52%가 “생성형 AI 관련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데이터 분석 등 업무에 활용했다”고 응답해 생성형 AI에 대한 실제 업무 개선 작업이 속도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태수 GS 회장은 2024 신년 경영방침 발표에서 “생성형 AI의 등장과 함께 현장 직원들이 직접 DX(디지털경험)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그룹사 전반에 많은 임직원이 생성형 AI 도구를 익숙하게 사용함으로써 업무 혁신을 가속화하자”고 밝혔다. GS그룹은 올해 들어 과거 IT 전문가 중심의 DX 활동을 사업 현장 중심으로 전진 배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월 한 달간 각 계열사의 DX 담당 인력 40명을 한자리에 모아 합동 근무를 시행하고 생성형 AI를 활용해 고객의 고충을 해결하는 프로토타입 경진대회를 열기도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은 27, 28일 이틀간 공채 지원자를 대상으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실시했다고 28일 밝혔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총 19곳 관계사에서 삼성직무적성검사를 진행했다. 삼성은 주요 그룹들이 수시 채용으로 인사제도를 바꾸는 와중에도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정기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지원서를 접수하며 ‘2024 상반기(1∼6월) 공채’ 절차를 개시했다. 이어 직무적합성평가 및 삼성직무적성검사, 다음 달 면접 및 6월 건강검진을 거쳐 신입사원을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삼성직무적성검사는 주어진 상황을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 사고능력을 평가하는 검사다. 삼성은 2020년부터 삼성직무적성검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해 왔다. 지원자들은 독립된 장소에서 PC를 이용해 응시할 수 있다. 삼성은 1957년 국내 최초로 신입사원 공채 제도를 도입한 이후 67년간 이어오고 있다. 2018년 ‘3년간 4만 명 채용’, 2022년 ‘5년간 8만 명 채용’ 계획을 발표하고 국내 임직원 수를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임직원 수는 2019년 말 10만5257명에서 지난해 말 12만4804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72·사진)이 최근 한 달 사이 세 아들이 경영하는 사업장을 잇달아 찾으며 그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2018년 10월 방문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공장을 마지막으로 5년 6개월가량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습니다. 장기간 잠행에 건강이상설까지 불거졌던 김 회장이 최근 이를 불식시키듯 활발히 대외 행보를 시작했는데 그 때마다 세 아들을 각각 한 번씩 데리고 현장 경영에 나섰습니다. 시작은 지난달 29일 장남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연구개발(R&D) 캠퍼스를 찾은 것이었습니다. 이달 5일에는 셋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과 경기 성남시 판교 한화로보틱스 본사를 방문했습니다. 25일엔 둘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함께 한화생명 본사인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방문했습니다. 이례적인 김 회장의 행보에 재계에서는 승계 구도에 대한 김 회장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확고히 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현재 세 아들은 그룹 내 사업 분야를 △방산·우주·에너지 △금융 △유통·로봇 등으로 나눠 각각 맡고 있습니다. 사업 재편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방산은 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지난해 3월 ㈜한화 방산부문과 한화디펜스가 통합됐습니다. 이달 초엔 한화오션이 ㈜한화의 해상 풍력 및 육상 플랜트 사업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로봇은 ㈜한화 자동화사업부를 분리해 지난해 10월 한화로보틱스가 출범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지분 구조상 승계 구도가 뚜렷한 단계는 아닌 만큼 향후 변동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주사인 ㈜한화의 지분은 김 회장이 22.65%, 김 부회장이 4.91%, 김 사장과 김 부사장이 각각 2.14%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김 회장의 행보는 건재함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세 아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차원일 것”이라면서 “한편으로는 한화 3세의 경영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방경만 KT&G 사장이 인도네시아 2·3공장 착공식에 참석하며 취임 후 처음으로 글로벌 현장 경영에 나섰다. KT&G는 방 사장이 26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동부자바주 수라바야에서 열린 2·3공장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28일 밝혔다. 방 사장과 아디 카르요노 동부자바주 주지사, 안디 마울라나 인도네시아 투자부 차관, 한종호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상무관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인도네시아 2·3공장은 19만 ㎡ 규모 부지에 연간 210억 개비의 담배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2026년 가동을 시작하면 인도네시아 공장은 1∼3공장을 모두 합해 연간 약 350억 개비에 달하는 생산 규모를 갖춰 KT&G의 해외 최대 생산 거점으로 거듭나게 된다. 방 사장은 착공식에서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톱 티어 도약’을 위한 아시아태평양 및 중동 등 수출 사업의 주요 허브”라며 “KT&G의 중장기 비전 달성을 위한 핵심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KT&G는 글로벌 톱 티어라는 중장기 비전을 발표하며 2027년 해외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방 사장은 착공식 이후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인 ‘바틱’을 입고 1공장을 들러 현지 구성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25일에는 자카르타에 있는 아태본부(CIC·사내독립기업)를 찾아 시장 상황과 업무 현황을 점검했다. KT&G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아태본부·유라시아본부를 CIC 체제로 전환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디스플레이는 최근 개통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에 국내 최초로 철도용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사진)를 공급했다고 28일 밝혔다. GTX 객실 창문에 55인치 투명 OLED를 적용해 탑승객에게 노선도와 운행 및 편의 정보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제공하는 방식이다. 투명 OLED는 전 세계에서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다. 도입 대상은 수서∼동탄 구간 열차 8량으로 투명 OLED 16대를 우선 도입했다. 선명한 화질의 대화면 디스플레이로 가시성을 높여 정보를 좀 더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장시간 이동 중에도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투명 OLED는 창문처럼 투명한 화면을 통해 탁 트인 공간감도 제공할 수 있고 비상 상황 시 외부 확인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시속 150km 이상 고속으로 선로를 달리는 열차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특수 강화유리를 적용했다. 충격과 진동에 강하며 한국철도표준규격 테스트도 통과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용자 반응 및 사업 성과에 따라 적용 대상을 추후 확대할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20년부터 중국 베이징, 푸저우, 선전 등 주요 도시 지하철과 일본 JR 동일본 열차 등 해외에 철도용 투명 OLED를 공급해 왔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가 0%대 저성장 고리를 끊고 ‘깜짝 반등’에 성공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데다, 건설 투자와 민간 소비까지 살아나면서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3% 증가했다. 이는 2021년 4분기(10∼12월·1.4%)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인 0.6%를 약간 웃돌 것으로 예상했지만 수출과 내수 회복에 힘입어 2022년 1분기(0.7%) 이후 지속된 분기별 0%대의 성장률 고리를 끊어 냈다. 성장률 반등은 우려했던 내수 경기가 살아난 영향이 컸다. 건물·토목건설이 동반 회복하면서 건설 투자가 2.7% 증가했다. 민간 소비가 전 분기 대비 0.8% 늘어난 가운데 정부 소비도 0.7% 늘었다. 수출 역시 꾸준히 회복세를 보였다. 올 1분기 수출은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품목 중심으로 0.9% 늘면서 성장률 상승을 견인했다. 민간이 성장 주도… 정부 “올 성장률 2.2% 넘을 듯” [경제 이슈]1분기 성장률 27개월만에 최고치일부선 “韓 올해 성장률 2.3% 전망”고금리 장기화-중동 사태 등 변수 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의 ‘깜짝 성장’에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높여 잡고 있다. 수출 호조와 내수 경기 반등에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 등 대외 변수로 인해 성장률이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5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랜만에 우리 경제 성장 경로에 ‘선명한 청신호’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민간 주도의 성장을 달성했고 수출 호조에 더해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반등이 골고루 기여하는 균형 잡힌 회복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연간 성장률이 기존 정부 전망치(2.2%)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1분기에 거둔 1.3%의 성장률은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된다는 판단의 근거”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에서 2%대 초중반으로 가는 경로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다음 달 수정 경제전망 발표에서 기존 연간 성장률 전망치(2.1%)를 높여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한중일 경제를 분석하는 국제기구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도 이날 한국 경제가 올해 2.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완연한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국내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개선되고 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4월 전 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2포인트 상승한 71로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 여파와 중동 사태 확전 등은 국내 경제 성장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고환율·고유가 등으로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면 내수 경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슈퍼 엔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일본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SK하이닉스가 1분기(1∼3월) 영업이익에서 시장 기대치보다 1조 원을 웃돈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을 달성하며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실적에서 발목을 잡았던 낸드플래시까지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반도체 봄’이 도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세에 대한 보수적 시각이 제기된 데다, 스마트폰과 PC 등 범용제품에 대한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가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엔 시기상조라는 신중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 12조4296억 원, 영업이익 2조8860억 원을 거뒀다고 25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4% 늘었고 영업이익은 적자(―3조4023억 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전 분기 대비로는 각각 10%, 734%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증권가 예상치(1조8551억 원)보다 1조309억 원(55.6%)이나 높았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7∼9월) D램에 이어 올해 1분기 낸드까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용 제품 판매량을 늘리고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지속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적 호조의 배경은 AI 수요 증가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D램과 낸드 부문에서 고부가가치 메모리가 고르게 선방한 것이다. 특히 낸드 부문에 대해 업계와 증권가는 2분기(4∼6월) 흑자 전환을 예상했으나 시기를 앞당겼다. 회사 측은 “AI 서버에 활용되는 기업용 프리미엄 제품(eSSD·엔터프라이즈SSD)의 판매 비중이 특히 확대됐다”고 했다. 1분기 SK하이닉스 낸드 제품 평균 가격은 전 분기 대비 30% 이상 상승했다. D램 평균 가격이 20%대 오른 것보다 더 큰 상승 폭이다.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SK하이닉스가 보유하고 있던 재고 자산의 가치도 뛰어 9000억 원의 이익이 발생했다. SK하이닉스는 고부가 D램인 HBM 수요 증가에 대응해 5세대인 HBM3E 제품군 확대에 나선다고 밝혔다. 올 3월부터 업계 최초로 HBM3E 8단을 양산한 데 이어 내년 12단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상당수의 기존 고객, 잠재 고객과 함께 2025년 이후까지 장기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늘어나는 D램 수요에 맞춰 충북 청주 ‘M15X’에 20조 원을 투입해 신규 D램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다만 반도체 업계가 메모리에 힘입어 회복세를 탔지만 아직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엔 이르다는 진단도 나온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최근 당초 약 20%로 잡았던 올해 파운드리 성장률을 최근 10% 중후반대로 조정했다. 웨이저자(魏哲家) TSMC 최고경영자(CEO)는 “거시경제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소비자 심리와 최종 반도체 수요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투자 계획도 지연시키면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은 1분기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내기도 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AI 중심으로 수요가 커지는 것은 맞지만 본격적인 회복기에 진입했다고 보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다”며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실물경기가 활성화돼야 ‘슈퍼 사이클’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AI 성장세가 기대만큼 가파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4일(현지 시간) 시간외거래에서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주가는 15% 이상 급락했다. 메타가 AI에 4조∼5조 원을 더 투자하겠다고 밝히자, 시장에서는 ‘돈 먹는 하마’ AI가 회사의 수익성을 희생할 만큼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날 구글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테크주들도 줄줄이 시간외거래에서 하락세를 나타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