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진

최훈진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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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건축디자인 기사를 씁니다. 많이 보고, 듣고, 묻고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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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10-24~2024-11-23
사회일반57%
교육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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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7%
사건·범죄3%
기획3%
  • 또 쪼개진 美… 소수인종 大入 우대, 62년만에 위헌판결 충돌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1961년 이후 대학 입시, 공공기관 채용 등에서 비(非)백인을 우대해 온 ‘소수인종 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을 두고 62년 만의 위헌 판결을 내리자 미 이념 갈등 및 분열이 격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현 대법원은) 정상적인 법원이 아니다”라며 판결을 약화시킬 수 있는 각종 교육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반발했다. 집권 중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임명해 대법관 9명 중 6명을 보수파로 채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능력 기반 제도로 돌아가야 한다”고 반겼다. 대법원은 이날 아시아계 학생 단체 ‘SFA’가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상대로 “소수계를 우대하며 백인 및 아시아계 지원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2014년 제기한 헌법소원을 각각 6 대 2, 6 대 3으로 위헌 판결했다. 이에 관한 다수 의견서를 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인종이 아닌 개인의 경험으로 학생을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수계 우대는 낙태, 이민, 총기 등과 함께 이념 갈등의 주요 의제로 꼽힌다. 보수 우위의 대법원은 지난해 6월에도 낙태권 폐기 판결을 내렸다. 이에 반발한 진보 유권자가 결집해 다섯 달 후 중간선거에서는 집권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위치를 지켰다. 마찬가지로 이번 판결 또한 내년 대선의 향배를 가를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하버드大 아시아계 역차별, 위헌 불러… “韓학생 유불리 두고봐야” ‘美 소수인종 대입 우대’ 위헌 판결SAT점수 아시아계 월등히 높은데하버드 입학 확률은 흑인이 더 높아“공정한 입시 한국 학생에 기회”미국 연방대법원의 소수계 우대 정책 위헌 판결로 미 주요 대학의 입학 사정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이번 판결이 최고 명문 하버드대를 둘러싼 소송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교육열 높은 한국 등 아시아 각국의 관심 또한 상당하다. 다만 아시아계 학생의 유불리 여부는 당장 단정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표면적으로는 미 대학입학자격시험(SAT)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도 소수계 우대 정책을 통해 흑인, 히스패닉 학생에게 부여된 가산점 때문에 피해를 받았던 아시아계 학생이 명문대 입학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계기가 마련됐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진보 세력 등이 판결에 거세게 반발하며 이를 무력화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다 아시아계가 아닌 백인 학생이 주 수혜자가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 NYT “하버드의 아시아계 차별→위헌 판결” 흑인 인권운동이 활발했던 1960년대 도입된 이 정책은 태생적으로 ‘역차별’ 논란을 불렀다. 미 주요 대학의 인종 다양성이 확보되긴 했지만 성적이 좋은 일부 백인 학생은 자신보다 성적이 낮은 흑인, 히스패닉 학생에게 밀려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한 것에 불만을 표했다. 미 주요 인종 중 학업 성적이 가장 우수한 아시아계는 자신들 또한 소수계임에도 이 정책으로 흑인과 백인 모두에게 역차별을 받는다고 호소했다. 특히 일부 명문대가 아시아계 학생의 리더 자질 및 융화 노력 부족 등을 거론하며 백인에 비해 아시아계 선발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이런 불만을 키웠다. 데이비드 프렌치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또한 30일 칼럼에서 하버드대의 아시아계 차별이 이번 위헌 판결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위헌 판결에 동조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 또한 학업 성적 하위 40%인 흑인 학생의 하버드대 입학 확률이 상위 10%인 아시아계보다 높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아시아계 학생의 성적 우수는 통계로 입증된다. 지난해 아시아계의 SAT 평균 점수는 1229점. 백인(1098점), 히스패닉(964점), 흑인(926점)보다 높다. 2021년 기준 미 인종별 구성은 백인 59.4%, 히스패닉 18.4%, 흑인 12.2%, 아시아계 5.6% 순이다. 인구 비중이 가장 작으니 소수계 우대 정책 실시 때 나머지 세 인종보다 소외될 여지가 큰 셈이다.● 韓 학생 유불리 두고 봐야 한국계 학생의 유불리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송재원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해외사업팀장은 “미 학교들이 성적이 우수한 아시아계 학생을 기득권층으로 여겨 다른 인종에 비해 더 깐깐한 자격을 요구해 왔다. 인종 차별 없이 공정한 입시를 치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 학생에게 기회가 생겼다”고 긍정 평가했다. 1996년부터 주(州) 차원에서 소수계 우대 정책을 폐지한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이후 명문 주립대의 아시아계 학생 진학률이 올라갔다. 다만 판결의 혜택이 아시아계가 아닌 백인에게 집중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 명문대를 이끄는 학내 지도부, 주 후원자 모두 백인인 탓이다. 판결 직후 하버드대 아시아계 학생 단체 ‘하버드AAA’는 성명을 통해 “이 판결로 흑인, 히스패닉 학생의 비율이 줄겠지만 그 자리는 대부분 백인이 대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시아계 중에서는 유학생 수가 많은 중국계와 인도계가 한국계보다 더 많은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1월 미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한국 유학생은 4만755명이다. 중국(약 29만 명), 인도(약 20만 명)에 비해 훨씬 적다. 백인 경관에 의한 비무장 흑인 사망 등으로 흑백 갈등이 이미 심각한 상황에서 이번 판결에 따른 미 전반의 다양성 약화가 아시아계에 또 다른 부메랑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판결에 반발한 흑인과 히스패닉이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범죄를 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미국 대학 입시, 공공기관 채용 때 비(非)백인을 우대하도록 한 정책. ‘흑인 및 히스패닉계 학생에 비해 성적이 우수한 백인 및 아시아계 학생이 피해를 입는 역차별’이란 비판과 ‘인종 차별을 완화시킨다’는 긍정론이 맞선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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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이주호 “올 수능, 준킬러 늘리지도 새유형 출제도 않을 것”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올해 11월 치러지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일명 ‘준킬러’ 문항을 늘리거나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출제하는 일은 없다”고 29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밝혔다. 수능 출제 과정에서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임무를 맡을 ‘수능공정출제점검위원장’에 현직 고교 교사를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출제위원장을 견제할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년 수능부터는 문항별 정답률과 변별도 수치를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날 이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본보와 만나 “기존 수능에 있던 킬러 문항을 제거하겠다는 것이지,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최근 사교육계에 퍼진 ‘준킬러 확대’ 전망을 일축했다. 그는 “준킬러 문항이라는 용어 자체도 사교육의 불안 마케팅”이라며 학생과 학부모가 동요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당장 9월 모의평가부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나 EBS를 통해 출제 경향을 분석, 공개할 방침”이라고 했다. 올해 수능부터 신설될 ‘수능공정평가자문위’와 ‘수능공정출제점검위’ 구성에 대해 이 부총리는 “기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인재 풀과는 겹치지 않도록 하겠다”며 “사교육 카르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는 평가원으로부터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경계했다. 이 부총리는 “출제위원이 만든 문항을 점검위원이 ‘킬러 문항’이라고 판단할 경우에는 반드시 출제에서 배제하도록 하겠다”며 “이는 대단히 중요한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밝혔다. “9월 모평 뒤 출제경향 공개… 킬러문항 없애도 변별 문제없어” “내년 수능부터 정답률-변별도 공개출제위원-점검위원 철저히 분리‘사교육카르텔’ 실체 밝혀지면 개선수능개혁 사회적 논의 하반기 시작”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본보 인터뷰에서 “지금도 현장 교사들은 매번 기말고사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교육과정 내에서도 얼마든지 변별력 있는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이 사라지면 변별력을 잃고 ‘물수능’(쉬운 수능)이 될 것이란 우려를 반박한 것. 윤석열 대통령의 15일 수능 발언 이후 교육현장은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부총리에게 수능, 사교육 카르텔, 입시제도 개혁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수능이 불과 5개월 전인데 혼란이 크다. 올해 어떻게 출제하나.“올해는 영역별로 1, 2개에 불과한 킬러 문항들만 없앤다. 그것만 하겠다는 것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동요할 만큼 그렇게 많은 문항이 아니라는 걸 일단 강조하고 싶다. 일선 학교에서 출제되는 시험들은 이미 공교육 과정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학생을 변별해 낸다. 킬러 문항이 사라져도 변별은 이뤄질 것이다.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평가의 본질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정보를 공개 안 하니까 사교육에 의존한다. “이번을 계기로 공교육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있어서 내년 수능(2025학년도)부터는 정보 공개를 검토 중이다. 수능 문항별 ‘정답률’뿐 아니라 ‘변별도’도 포함될 것이다. 변별도는 특정 문항을 잘 푸는 아이들의 전체 성적이 어떤지 그 연관성을 보여 주는 중요한 지표다. 단, 공개가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서 면밀히 지켜보는 중이다. 9월 모의평가부터는 시험이 끝난 뒤에 EBS나 평가원 등 공적 기관에서 출제 경향 등을 학부모들에게 알리는 설명회를 열려고 한다. 그래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수능공정출제점검위원회와 수능공정평가자문위원회의 구체적인 역할은…. “자문위는 출제 이전과 이후 과정에서, 점검위는 출제 과정에서 킬러 문항을 감시하고 배제한다. 때문에 점검위원장이 출제위원장 밑에 있으면 안 된다. 그러면 형식적인 점검이 돼 버린다. 교수(출제위원)가 만든 문제라도 교사(점검위원)가 킬러라고 판단하면 반드시 배제하도록 프로세스(절차)를 마련할 것이다. 점검위원장을 현직 교사가 맡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위원회 구성에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을 완전히 배제하는 건가. “수능 출제는 평가원이 한다. 긴밀히 같이 해야 하는 일이긴 하다. 그렇지만 지금 사교육 카르텔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신고 접수까지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평가원으로부터 상당히 독립적인 기능이 갖춰져야 한다. 카르텔이라는 것이 서로 알음알음으로 하다 보니 생겨나는 것 아닌가. 평가원 출제위원과 점검위원, 자문위원을 철저히 분리하겠다.” 이 총리의 발언은 평가원에서 수능 출제를 담당했던 교수나 교사들이 사교육 업계에서 영리 행위를 하고 있는 실태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카르텔’이라고 표현했다. 국무총리실은 평가원에 대한 복무 감사를 진행 중이다. ―점검위원과 자문위원의 신분, 권한을 보장할 방안은…. “점검위는 수능 출제를 마치면 해산하지만, 자문위는 1년 내내 ‘스탠딩 커뮤니티’ 형식으로 존재한다. 필요할 때마다 모여서 회의를 열고 이전 수능을 리뷰하고 다음 수능 대책을 논의한다. 자문위원 임기는 1년이다. 내년부터 임기,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면 국회에서 입법 추진도 검토하겠다.” ―‘스카이(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인맥이 출제위원에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와 관련해 소위 ‘사교육 카르텔’ 신고를 받고 있다. ‘어떤 특정 그룹’이 출제에 많이 들어가서 그들의 이해가 반영됐고, 이 때문에 사교육이 성행한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온다. 조사를 해서 그 실체가 밝혀지면 개선해야 한다.” ―이번을 계기로 수능은 공통 과목 비중을 늘려서 절대평가로 바꾸고 장기적으로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웃음)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계신 것 같다. 수능을 ‘자격고사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최근에 많이 들어온다. 지금 어떻게 하겠다고 언급하면 일파만파가 되니까 말씀은 못 드리지만, 상당히 좋은 제안들이 있다. 이것이 대입제도 개편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장관 취임했을 때 ‘수능은 미세 조정밖에 못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제는 동력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하반기(7∼12월)부터는 수능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것이다.” ―교육부 대입국장 경질의 배경을 놓고 추측이 무성하다. “대통령님은 원칙을 계속 강조했는데, 사실 관행적으로 지켜지지 않았던 부분들이 있었다. 6월 모의평가에서 킬러 문항 없는 제도로 된 모의평가가 출제됐다면 사실 그게 제일 정답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담당 국장을 경질하고 국민께 사과한 것이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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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 학부-학과 칸막이 없애… 신입생 모두 ‘無전공 선발’ 가능

    대학이 각 학문 분야를 학과와 학부로 나눠 운영해야 한다는 규정이 내년부터 사라진다. 학과 간 장벽이 철폐되면 2025학년도 신입생부터 ‘무(無)전공’ 입학을 시행하는 대학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과 2년+본과 4년’으로 운영해온 의대는 대학 현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6년 자율 구성’으로 바뀐다. 28일 교육부는 대학의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고 29일부터 입법 예고에 들어갔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학에는 학과 또는 학부를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이 삭제됐다. 대학이 학과나 학부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유로운 형태로 신입생 선발, 학교 운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은 컴퓨터공학과, 심리학과 등 ‘학과’ 또는 자율전공학부, 경영학부 등 ‘학부’ 단위로 신입생을 뽑지만 앞으로는 학과나 학부 없이 ‘A대 1학년’으로도 선발할 수 있다. 학과를 바꾸는 ‘전과’는 그간 2학년부터 허용됐지만 이제 1학년(2학기부터)도 할 수 있게 된다. 또 각 대학은 전과를 신청하는 그해에 생긴 ‘신설 학과’로는 기존 재학생들의 전과를 제한해 왔지만 교육부는 이를 허용하기로 했다. 가령 ‘국어국문학과’ 2학년 재학생도 신설된 ‘융합언어학과’ 1학년으로 전과할 수 있다. 다만 기존 학과로의 전과 제한은 대학별 학칙에 따라 유지된다. 의대, 공대 등 인기 학과 쏠림을 막기 위해서다. 의대는 총 6년 과정 안에서 대학이 자유롭게 구성하거나 통합할 수 있게 됐다. 보통 예과에서는 인문학이나 기초과학 등 교양을 배우고, 본과부터 본격적인 의학 지식 습득 및 수련을 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예과 1년+본과 5년’, ‘예과 2년+본과 3년+인턴 1년’ 식의 운영도 가능해진다. 이번 개정안은 8월 8일까지 입법 예고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된다. 다만 현재 고3에 해당하는 2024학년도 대학 신입생 선발 계획은 올 4월 확정돼 적용 대상이 아니다. 현재 고2인 2025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된다.의대 ‘2+4’ 대신 자율 운영… 학점 25% 기업 현장서 취득 가능 ‘학부-학과 칸막이’ 폐지‘예과2+본과3+인턴1년’이나 ‘예과1+본과5년’식 운영도 가능“낡은 학과틀론 융복합 인재 한계” 온라인 수업만으로 학위 딸수도교육부가 학과와 학부의 칸막이를 허물고 대학의 자율권을 확대한 것은 그동안 한국 대학이 과도한 대학 규제로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제산업 구조는 급변하는데 대학들은 1900년대에 설계된 낡은 학과 틀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미래 사회에 걸맞은 융복합 인재를 기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과 장벽 사라지면 ‘융복합 교육’ 가능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학과 간 칸막이가 없어지면서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에 맞춘 새로운 설계 전공이나 융합 전공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동아시아 역사를 전공할 경우 역사 관련 강의 위주로 수업을 듣지만, 앞으로 전공 구분이 없어지면 동아시아 역사 공부에 필요한 일본어, 한문, 경제학, 정치학 등을 선택해 이수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정한 전공에 맞춰 공부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학생이 하고 싶은 공부를 대학에서 지원해 주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들도 기존에는 ‘중국어과 소속’ 혹은 ‘경영학부 소속’ 식이었으나 앞으로 학부, 학과가 사라지면 ‘서울대 소속’ 식으로 바뀔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지지부진했던 전공 간 공동 연구나 융합 수업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일부 대학들은 이미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실험을 해오고 있다. 이화여대, 성균관대, 서울대, KAIST, 한동대 등 5개 대학은 학과가 아닌 단과대나 학부 단위로 신입생을 우선 뽑고 2학년 때 학과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학부’, ‘단과대’의 최소한의 틀은 유지하고 있다.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남은 장벽까지 허물고 이러한 운영 방식을 더욱 확대시키겠다는 것이다.● “의대 바뀌면 의사과학자도 늘 것” 의대는 예과와 본과로 나뉘어 운영됐으나 앞으로는 6년짜리 단일 학제로 바뀐다. 예과와 본과를 통합할 수 있게 된 것. 그동안 예과 수업은 교양 수준에 머물러 비교적 여유 있게, 반대로 본과 수업은 각종 전공 지식 공부에 실습까지 겹쳐 매우 숨 가쁘게 운영됐다. 이 때문에 의대들은 “본과에 학습량과 실습이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예과 기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다”며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구해 왔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6년’ 안에서 각 의대가 자유롭게 학제를 구성할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는 ‘임상 전 3년+임상 3년’, 독일 뮌헨대는 ‘임상 전 2년+임상 3년+인턴십 1년’으로 운영 중이다. 해외 의대들은 갈수록 현장 실습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업 과정이 다양해지면 의사뿐만 아니라 의사과학자 배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와 학생들이 산업체(기업)나 연구기관 시설에서 ‘학교 밖 수업’을 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내년부터 대학들은 산업체나 기관과 협약을 맺고 ‘협동 수업’을 할 수 있다. 졸업 학점의 4분의 1 범위 안에서 실제 산업 현장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가령 고려대 컴퓨터학과와 삼성전자가 협약을 맺고 여름 학기 동안 9학점 수업을 개설해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에서 수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 과정 확대… 외국서도 국내 학위 지금은 첨단 학과에만 허용된 ‘온라인 100%’ 학위 과정이 전체 전공으로 확대된다. 교육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대학은 원하는 대로 온라인 학위 과정을 개설할 수 있게 된다. 학생들은 학교에 굳이 가지 않고도 온라인 수업만으로 학위를 딸 수 있고, 해외의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학위 과정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진다. 한국 대학과 외국 대학이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현재는 여러 해외 대학과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 앞으로는 이런 제한이 풀린다. 공동 교육과정의 졸업 학점 인정 범위도 대학이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이번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계기로 대학의 혁신을 가로막는 각종 통계 및 평가 기준까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영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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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無전공땐 취업 위주 실용학과에 몰려… 인문학 등 외면 우려”

    28일 발표된 교육부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접한 대학사회에서는 “인문계열 학과들은 모두 고사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 목소리가 나왔다. 학과도 학부도 사라지면 사실상 모든 전공들이 ‘학생 확보’ 경쟁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취업에 유리한 과목, 실용 과목, 이공계 과목에 몰리면 기초 철학이나 인문학은 외면당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김병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기획혁신팀장은 “학생들 입장에서 선택의 기회가 늘어 긍정적이지만, 대학 운영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학내 갈등 증폭, 전공 쏠림 현상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학과·학부 구분 없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취업이 잘되는 실용 학문 위주로 수업을 들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통합 선발된 신입생의 상당 수가 인문학 수업은 외면하고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경제학이나 경영학, 각종 외국어 수업으로 몰릴 수 있다. 2학년 때 세부 전공을 선택할 때도 특정 전공 쏠림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서울대 입학처장을 지낸 김경범 서울대 인문대학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인문학이나 사회학 중에서도 인류학이나 사회복지학 등 선호도가 낮은 학문의 수업은 들으려는 학생이 없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예로, 중앙대는 ‘학과제 폐지’를 추진하다 극심한 학내 반발로 내홍을 겪었다. 2015년 당시 중앙대는 학생을 통합 선발한 뒤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도록 학제 개편을 추진했다. 그러나 인문학과 기피 현상을 우려한 일부 교수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으로 이 같은 내홍 사태가 더 많은 학교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교육부는 이날 “(학부·학과 칸막이 해소가) 학과(전공) 구조조정의 발단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학 내 학과·학부를 둬야 하는 원칙이 사라지더라도, 각 대학이 학칙을 정하려면 다양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 밖 수업’을 진행하는 산업체, 연구기관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새롭게 도입된 ‘협동 수업’이 실시되는 산업체·연구기관의 자격 요건을 시행령에 규정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문대와 주로 협력하게 될 중견, 중소기업을 특정 기준 이상 업체로 한정하기는 어렵다”며 “학생들 평가에 따라 대학 생존이 걸린 상황이라 학교 측이 수업을 부실하거나 무분별하게 운영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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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모평, 작년 수능보다 국어 쉽고 수학 어려웠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사퇴, 교육부 대입국장 경질의 원인이 됐던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6모) 성적이 27일 발표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문제를 지목했던 국어는 지난해 수능보다 오히려 쉽게, 수학은 최근 8년 새 가장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가올 9월 모의평가와 11월 수능에서 난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평가원이 27일 발표한 6모 채점 결과에 따르면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51점으로 2023학년도 수능(145점)보다 6점 높았다. 표준점수는 수능 원점수에 과목 간 난이도 등을 반영해 평가원이 새롭게 산출한 점수로,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게 나온다. 반면 국어는 평이하게 출제돼 만점자가 1492명이나 쏟아졌다. 지난해 수능 만점자(371명)의 4배다. 작년 6모(만점 59명)와 비교하면 만점자 수가 25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연구소장은 “정부가 어제(26일) 예시로 제시했던 국어 킬러 문항은 변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수학은 어렵다고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수능에서 난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올 수능 국어-영어는 6월 모평과 난도 비슷, 수학은 쉬워질 듯” 6월 모평, 국어 쉽고 수학 어려웠다국어 만점자 1492명… 작년比 25배尹, ‘국어 킬러문항’ 문제 지적했는데… 성적표 뜯어보니 ‘물국어’ ‘불수학’“명확한 출제기준 제시, 혼란 줄여야” 이번 6월 모의평가(6모)에서 수학이 매우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9월 모의평가(9모)와 올해 11월 치러지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는 수학 난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지목한 ‘킬러 문항’을 비롯해 난도가 높은 문제 상당수가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킬러 배제’를 공언한 교육부의 사교육 근절 대책도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과 교육부 대학국장을 사실상 경질한 대통령실의 판단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당시 인사 이유에 대해 대통령실과 교육부는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 쉽게 내라는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담당자가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막상 시험 성적표를 뜯어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했던 국어는 ‘물국어’(매우 쉬운 국어)로 불릴 만큼 쉬웠다.● 불수학과 물국어… 이과 유리 이날 발표된 6모 성적 중 관심은 국어에 쏠렸다. 앞서 윤 대통령은 6모 국어의 ‘킬러 문항’을 지적했다. 교육부는 26일 발표된 사교육 경감 대책에서 6모 국어 14번, 33번 문제를 ‘킬러’라고 구체적으로 지목한 바 있다. 6모 국어의 만점(표준점수 최고점)은 136점으로 지난해 수능(134점)보다 2점 높았다. 점수만 보면 수능보다 다소 어려웠다는 뜻인데, 문제는 만점자가 예상외로 대거 쏟아졌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이는 국어에 킬러라고 부를 만한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라며 “대통령의 우려와 달리 오히려 변별력을 확보하지 못할 만큼 쉬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학은 최근 8년간 치러진 6모 중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2학년도 문이과 통합 수능 도입 이후 치러진 모의평가와 수능을 통틀어서도 가장 어려웠다. 또 국어와 수학의 만점 격차는 15점까지 벌어졌다. 두 과목의 난도 격차가 컸다는 뜻이다. 고교 문과생은 국어에, 이과생은 수학에 각각 강점이 있다. 국어가 쉽고 수학이 어려우면 결과적으로 이과생에게 유리한 입시 구도가 형성된다. 이 때문에 이과생들이 대거 대학 경제 및 경영학과 등 인문계열에 지원하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어, 수학과 달리 절대평가인 영어는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비율이 7.62%로 지난해 6모, 지난해 수능과 비슷했다. 과학탐구, 사회탐구는 대체로 지난해 수능 수준이었다. 6모에 응시한 수험생은 총 38만1673명이었다. 고3 재학생은 30만6203명, 졸업생과 검정고시 합격자 등은 7만5470명이었다.● 9월 모평-수능 “쉬워질 것” 전망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출제 당국이 9월 모의평가와 수능 난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학은 ‘불수학’ 평가를 받을 정도로 킬러 문항이 작동했던 만큼 난도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반면 평이하거나 쉽다는 평가를 받은 국어, 영어는 수능도 지금 수준대로 출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평가원이 지난해부터 어렵게 냈던 수학 공통과목(수학Ⅰ, 수학Ⅱ)을 올해는 쉽게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에서 킬러 문항이 빠지면 상위권 학생 중 상당수는 대입에서 유리한 미적분을 선택하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킬러 문항을 배제하면서 변별력을 확보할 묘안은 찾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저도 평가원장 시절 킬러 문항을 가능한 한 배제하려고 노력했는데,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킬러) 문항을 없앤다고 수능이 해결되고 대학입시가 제자리를 찾고 그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정부가 하루빨리 보다 명확한 수능 출제기준을 제시해 수험생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표준점수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험생이 실제로 얻은 원점수를 토대로 과목 간 난이도 등을 반영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다시 새롭게 산출한 점수. 2005학년도부터 원점수 대신 표준점수를 공개하고 있다. 시험이 어려우면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이 높게 나오고, 반대로 쉬우면 낮게 나온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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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어에 ‘편차 제곱의 합’ 등장 킬러문항”… 정답률은 공개안해

    교육부는 최근 3년 동안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올해 6월 모의평가에 출제된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26개를 26일 공개했다. 교육부는 대학에서 배우는 ‘벡터의 외적’ 개념이 동원된 수학 문제, ‘클라이버의 법칙’ 등 생물학적 지식이 등장한 국어 문제 등을 킬러 문항 예시로 제시했다. 하지만 해당 문제들의 구체적인 정답률, 오답률 등 객관적인 기준이나 ‘물수능’ 논란을 피해 갈 변별력 확보 방안은 이날 발표하지 않았다. ● 개념 결합-추상적 지문 ‘킬러’ 꼽혀 교육부가 밝힌 킬러 문항 기준은 크게 2가지 유형이다. 첫 번째는 다수의 개념을 결합해 문제 풀이 과정을 복잡하게 만든 경우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3학년도 수능 수학 영역의 22번 문항(문이과 공통)이다. 이 문제에는 미분과 적분에 나오는 ‘변곡점’이라는 개념도 포함돼 이과생에게 유리했다. 염동렬 충남고 교사는 “변곡점을 모르는 문과생은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는 문항”이라고 설명했다. 국어는 추론해야 할 정보량이 지나치게 많은 비문학 지문이 킬러 문항으로 지목됐다. 2023학년도 수능 국어 17번을 풀려면 ‘최적의 직선 기울기’ ‘편차 제곱의 합’ 등 개념을 파악한 뒤 해당 내용의 의미를 지문에서 찾고, 또 보기의 내용을 적용하며 이해해야 한다. 교육부가 제시한 두 번째 킬러 문항의 유형은 낯선 분야의 전문 용어를 사용하거나,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지문이 포함된 경우다.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영어 34번 문항은 ‘감각적 인식과 이성적 지식의 차이’를 다룬 지문이 등장했다. 서양 철학이라는 주제도 낯선데 문장구조도 복잡했다. 2022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의 8번, 13번 문항도 같은 이유로 킬러 문항으로 지목됐다. 8번은 헤겔과의 가상의 대화를 기반으로 변증법에서 대립적인 두 범주가 하나로 통일돼 가는 것을 말하는 ‘수렴적 상향성’과 같이 어려운 용어가 빈번하게 사용된다. 또 지문에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은 탓에 고난도 추론을 해야만 문제를 풀 수 있다. 13번에는 금 태환(금 1온스에 35달러) 조항 등 경제 전문 용어가 등장했다. 이날 공개된 킬러 문항 사례는 영역별로 국어 7개, 수학 9개, 영어 6개, 과학 4개 문항이다. 수학 킬러문항은 모두 주관식이었다.● EBS 지문인데 ‘교과 밖 출제’? 하지만 이들 문항 중 일부는 EBS 등에서 집계한 비공식 정답률이 30%를 넘는 등 ‘킬러 문항’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입시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정답률이 10% 이내인 문항이 킬러 문항이라고 여겨져 왔다. 교육부는 이날 문항별 정답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수능 출제를 담당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수능 문항의 정답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답률을 공개하면 사교육 업체가 수험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입시 컨설팅을 해준다며 더 현혹할 것이라는 부작용 우려가 컸다며 “2025학년도부터 공개할지 여부를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EBS 교재에 나왔던 지문이 출제된 문항도 킬러 문항 사례로 소개되면서 ‘교과 내 출제’ 기준이 모호하다는 논란도 일었다. 이번에 킬러 문항 사례로 언급된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국어 영역 33번과 2022학년도 수능 국어 13번 등 다수 문제들이 EBS 교재를 활용한 문항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EBS 연계 문항이라도 학교 수업만으로 풀 수 없다면 킬러 문항”이라고 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EBS 활용을 강조해온 교육부 방침과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 구체적인 변별력 확보 방안 빠져 교육부의 킬러 문항 사례 공개는 평가원이 그동안 밝혀온 출제 근거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에 포함된 킬러 문항 중 하나인 2023학년도 수능 국어 17번 문항은 ‘클라이버의 기초 대사량 연구’를 다루는데, 평가원은 ‘정보의 객관성, 논거의 입증 과정, 과학적 원리 등을 비판적으로 이해한다’는 독서파트 성취기준을 이 문항의 출제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교육부는 킬러 문항을 배제하되 변별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혀왔으나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떻게 출제될지는 9월 모의평가 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수험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수능을 불과 3개월 남겨둔 시점까지 올 수능의 출제 방향 변화를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현직 국어 교사인 A 씨는 “애초에 킬러 문항은 상대평가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라며 “공교육 정상화를 고려한다면 지문은 독서 교과서 수준으로 내고 문항에서 학생들의 사고력을 측정해야 한다”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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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청-공정위도 ‘사교육 카르텔’ 합동 단속

    사교육 단속에 교육부,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이 함께 나선다. 기존에는 시도교육청이 주로 단속을 해왔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이권 카르텔’ 근절 의지를 밝히자 범부처 차원에서 대처에 나선 것이다. 22일 교육부는 공정위, 경찰청, 서울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등과 함께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합동대응 회의를 열었다. 윤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위원들과 사교육 업체 간 유착을 비판하며 대책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회의를 주재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볼모 삼아 사교육 부담을 가중하고, 공교육 현장마저 황폐해지는 악순환을 정부가 나서서 끊어야 한다”며 “수능 출제 당국과의 견고한 카르텔로 부조리를 일삼는 학원만 배를 불리는 상황을 정부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이번 기회에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내달 6일까지 2주간 온라인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가 집중 운영된다. 학생, 학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해 고액 사교육을 조장하는 허위과장 광고나 과다한 교습비 요구, 부당한 별도 교재비 청구 등이 신고 대상에 포함된다. 신고는 교육부 홈페이지에 있는 배너를 클릭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학원, 교습소, 개인 과외 등 사교육으로 피해를 본 학생이나 학부모뿐 아니라 시민들도 신고할 수 있다. 사교육 부당 광고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신고된 사안은 교육부가 직접 챙긴다. 기존에는 교육청이 신고를 받고 학원법에 따라 교습 정지, 등록 말소 등의 처분을 내렸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 공정위 조사나 경찰청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등에 저촉되는 사안이라 판단되면 소관 부처에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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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촌, 교육으로 나라 구하려 했던 선각자”

    “근대 학교 교육의 선각자들은 교육투쟁을 통해 식민 통치자에게 맞섰다.” 고려대 근대교육연구소는 2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한국일보 홀에서 ‘근대 학교 교육의 선각자’라는 주제로 연구소 개소식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한용진 소장(고려대 교육학과 교수)은 “민족의 정신을 잃지 않도록 도전한 이들의 사상을 계승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려대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가 설립된 1905년은 ‘민간사학의 해’였다. 이 시기 생겨난 근대 학교는 양정의숙, 한성법학교 등 3000여 곳에 이른다. 첫 발제자로 나선 한 소장은 보성전문학교를 세운 인촌 김성수(1891∼1955)를 “‘삼전론’(三戰論)을 실천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삼전론은 언론을 통한 여론투쟁(언전·言戰), 교육투쟁(도전·道戰), 산업개발을 통한 국부 축적(재전·財戰)을 일컫는다. 1903년 천도교 3대 교주이자 독립운동가인 손병희(1861∼1922)가 제안한 것이다. 20세기 초 근대 교육에 대한 시대적 기대는 ‘교육구국(敎育救國)’에 있었다. 무장투쟁이 어려워지면서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국권 회복을 위한 급선무로 강조됐기 때문이다. 건국 이후 2대 부통령을 지낸 인촌은 일본 유학을 마친 뒤 재정난을 겪던 중앙학교(현 중앙고)와 보성전문학교를 차례로 인수해 ‘교육구국’을 이루고자 했다. 인촌은 20대 청년 시절 백산학교 설립을 시도했지만 좌절됐다. 이에 굴하지 않고 사회 원로들을 설득해 1915년 중앙학교를 인수했다. 한 소장은 “인촌은 청년기를 식민지 체제 아래서 보내면서도 교육투쟁을 멈추지 않았다”며 “흑백 이분법적 친일논쟁에서 벗어나 그의 업적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설립자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선교사(1859∼1916)를 연구해 온 정운형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는 “언더우드는 임종의 순간까지 대립이 아닌 조화를 추구하는 대학을 꿈꿨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근대 교육 설립자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오가와 요시카즈 일본 히로시마대 교수는 이날 와세다대 설립자 오쿠마 시게노부(大隈重信·1838∼1922)와 게이오대 설립자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1835∼1901)의 자료관을 소개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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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3-중1 내년부터 전원 성취도 시험”

    내년부터 전국 모든 초3, 중1 학생들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지정하고 학력 진단 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방안을 교육부가 추진한다. 학력 저하로 위기에 처한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고교 학생들이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는 ‘고교학점제’는 2025학년도부터 전면 시행된다. 이전 정부에서 폐지를 추진했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는 존치시킨다. 21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내년 1학기부터 초3, 중1 전원이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치르도록 시도교육청에 적극 권고할 방침이다. 교과 공부를 본격 시작하는 초3, 중등교육의 시발점인 중1 시기가 교육 발달에 중요하다고 보고 시험으로 학생 수준을 측정해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자율평가가 초6 등 일부 학년에서만 시행된 데다 원하는 학교나 학급 단위로 실시돼 전국 평균 응시율이 12.2%(2022년 기준)에 불과했다. 교육부 권고에 따라 관내 전체 학교가 시험을 치르는 교육청은 교육청 평가와 특별교부금 지급에서 인센티브를 준다. 그렇지 않은 교육청은 학습지원 담당 교사 등 인력 충원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중2가 고1이 되는 2025학년도부터는 고교학점제도 전면 도입된다. 대학처럼 수강과목을 골라 듣는 제도로, 다양한 수업을 통해 개인 맞춤으로 학력을 증진시키는 게 목표다. 3년간 192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공통과목은 9등급 ‘상대평가’가 유지된다. 반면 선택과목(일반, 진로, 융합)에는 절대평가(성취평가제)가 도입된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 경감, 내신 경쟁 완화 등을 위해 공통과목도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교육부는 내신 산출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해 일단 상대평가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외국어고와 국제고는 ‘국제외국어고’로 사실상 통합된다. 하나고, 상산고 등 전국에서 신입생을 뽑는 ‘전국 단위 자사고’ 10곳은 정원의 20% 이상을 지역 학생들로 뽑아야 한다. 이 부총리는 “획일적 평등주의에 기반을 둔 교육 정책으로 공교육 질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교육 획일화 안돼” 자사고 등 존치수업 전문성 교사, 혜택 더 주기로교육현장 “재탕 대책… 실효성 의문”학부모 “학원에 평가대비반 생길것”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공교육이 붕괴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학력 저하와 학생 간 양극화, 중위권 학생들의 가파른 성적 하락,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 증가 등이 그 지표다. 중3 국어, 영어, 수학 기초학력 미달 평균 비율은 2012년 2.2%에서 지난해 11.1%로 5배나 뛰었다. 그사이 지난해 사교육비는 총 26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교육부가 21일 공교육 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러한 위기감 때문이다.● “자는 학생 깨우기도 포기” 공교육 실태 경기 A 일반고 교사는 “학업 수준이 너무 다른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수업 시간에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는 것도 요즘에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공교육이 경쟁력을 잃는 사이 사교육이 세를 불렸다. 학원에서 선행 학습을 한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간의 격차는 계속 벌어졌다. 서울 강남에서 중3 자녀를 키우는 이모 씨는 “예전에는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학원 숙제를 하지 말라’고 했지만, 요즘은 ‘학원 숙제를 하는 건 좋은데 그렇다고 수면 시간을 너무 줄이지는 말라’는 공지를 한다”고 전했다. 공교육의 역할도 점점 축소됐다. 흔히 ‘일제고사’라고 불리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2016년까지 중3, 고2 모든 학생이 치렀지만 문재인 정부인 2017년부터는 3%만 치르는 표집평가로 축소됐다. 그러자 학생, 학부모들은 사설 학원 모의고사에 몰렸다. 이는 지역 간 학력 격차로도 이어졌다. 최근 4년 동안 서울대와 전국 의대에 정시모집으로 입학한 학생 5명 중 1명 이상은 소위 ‘사교육 특구’라 불리는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출신이었다. 과거에는 지역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상위권 대학 합격자를 다수 배출하는 ‘명문 일반고’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사라지는 추세다. 대신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과학고, 영재고 등 특목고가 명문대 합격자를 독식하고 있다.● 교육부 “평가 강화하고 선택권 확대” 이날 정부는 지난해 처음 도입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응시 대상을 초3부터 고2까지로 확대하고, 특히 내년부터 초3과 중1은 모두 응시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학력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봤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자사고와 외국어고 존치를 통해 학생의 고교 선택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상위권 학생들이 충분히 기회를 발휘할 여건을 없애지 않겠다는 뜻. 또한 시도교육청이 기업 등과 협약을 맺고 ‘자율형공립고 2.0’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획일화된 교육 과정을 벗어나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 과정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다. 교원 역량 강화 대책도 내놨다. 교육부는 수업 전문성이 있다고 인정받는 교사는 인사, 보수, 연수 등에서 혜택을 주기로 했다. 현재 4곳인 공립 온라인 학교는 2025년까지 17곳으로 확대된다.● 교육계 “재탕… 사교육 오히려 늘 것” 우려도 교육계에서는 학력 평가 확대 등 발표 상당수가 기존에 나왔던 재탕 정책이며, 되레 사교육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 고양시에서 초4 자녀를 키우는 김모 씨는 “시험이 늘어나면 학원에 ‘평가 대비반’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교 수업이 파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 C고 교사는 “지금도 고3은 수능 준비하느라 자습, EBS 문제풀이로 수업 시간을 채운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고2부터 자신이 선택한 과목은 공부하지 않고 수능 준비만 하는 광경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고교의 69.3%를 차지하는 일반고에 대한 대책이 전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취도 평가 확대를 놓고서는 이에 반대하는 진보 성향 교육감들과 교육부가 자칫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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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 ‘불행한 개인’ 양산할 수도”

    “스스로 진화할 역량을 갖추지 못한 대학은 정부가 굳이 수혈하며 살려낼 이유가 없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폴 김(김홍석·53) 교수는 20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대학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문 닫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교육공학자인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23년 동안 혁신적인 교육 시스템을 개발하고 교육공학과 관련된 강의를 해왔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대학 개혁이 이슈가 된 가운데 김 교수의 고등교육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대학은 ‘코칭’하는 조직으로 진화해야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려 대학의 재정 위기가 계속 심화하는 가운데 향후 5년간 약 1000억 원의 정부 지원을 받는 교육부 ‘글로컬 대학’ 사업 예비 지정명단이 20일 발표됐다. 대학별로 마련한 자구책으로 높게 평가받은 곳들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대학은 학생들이 자신의 역량을 찾고, 개발하며 창의적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코칭’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칭’은 학생 개개인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김 교수는 앞으로 교육의 역할이 ‘티칭’에서 코칭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2017년에는 함돈균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인문한국) 교수 겸 문학평론가와 한국의 교육 현실을 주제로 대담한 내용을 담은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를 펴내기도 했다. 스탠퍼드대에서 23년째 혁신 교육 시스템 개발을 담당해온 그는 정부가 2025년 전국 초중고교에 전면 도입하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의 성공 여부가 ‘교육 철학’에 달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제대로 된 교육 철학이 담기지 않으면 최악의 교과서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단순히 종이를 디지털화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그는 “미래에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문제 해결 능력”이라며 “이를 키워줄 교과서를 설계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이어 “AI는 교사들의 ‘코칭’ 역량 개선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정부가 내년부터 시범 운영할 예정인 ‘협약형 공립고’(가칭) 역시 장밋빛 미래만 기대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협약형 공립고’의 모델이 된 미국의 ‘차터스쿨’은 예산은 정부가 지원하고 민간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다. 김 교수는 “협약형 공립고가 성공하거나 실패할 확률은 정확히 반반”이라며 “제대로 된 교육 철학과 미래 비전을 가지고, 실행력 있게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교육 개혁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혁신해야 이뤄지는 여정”이라고 강조했다. 인천 부평에서 나고 자란 그는 한국에서 부진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마친 뒤 미국 조지아사우스웨스턴대로 유학을 가 세계적인 교육공학자가 된 인생 역전 스토리로 국내에 잘 알려졌다. ● 초중고 교과에 창업·창직 교육 절실김 교수는 입시제도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9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된 뒤 30년간 이어져 오면서 나타난 부작용이 작지 않다. 지난해 26조 원에 육박한 사교육비가 대표적이다. 그는 “수능을 미국의 대학입학자격시험(SAT)처럼 자격고사화하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며 “지금은 아무리 수능의 출제 방향 등을 개편해도 결국 남보다 잘 보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그는 초중고 교육 과정에 창업·창직 교육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재능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일거리를 창조해내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중고교생들이 동아리나 클럽 등 다양한 학교 밖 활동을 하면서 자신만의 재능과 관심사를 스스로 찾도록 해야 한다”며 “교사의 역할도 단순한 지식 전달에 그쳐선 안 된다. 적극적인 코칭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초중고교뿐 아니라 대학에서도 첫 2년 동안은 전공을 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자율전공학부와 비슷하게 ‘전공 미지정(undeclared major)’ 상태로 입학해 다양한 수업을 듣고 경험한 뒤 3학년 때 전공을 택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 우물을 파는 건 대학 3학년 때부터 해도 늦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자신의 관심, 열정, 특기와 무관하게 고소득, 대세, 간판을 생각하고 전공을 고르면 결국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일하는 본인도 불행해지지만 그 사람을 믿고 함께 일하는 주위 사람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대 쏠림 현상은 결과적으로 ‘불행한 개인들’을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지난해 26조 원을 기록한 사교육비는 의대 쏠림 현상과 맞닿아 있다. 정부가 최근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은 과도한 사교육으로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 고통받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의 입시제도를 지켜봐 온 김 교수는 “많은 부모들이 군중심리에 사로잡혀 사교육에 현혹된다”며 “정부도 대중적 두려움에 묻혀 수능 개편보다 더 나아간, 새로운 시도를 못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사회 전반적으로 다양한 삶의 가치를 인정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폴 김 교수 약력△1970년 인천 출신 △1993년 미국 조지아사우스웨스턴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1999년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육공학 석박사 △1997∼2000년 피닉스대 최고기술책임자(CTO) △2001년∼현재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 겸 CTO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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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원들 “기존 책 버리고 새전략” 마케팅… ‘출제위원 출신’ 홍보도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발언 이후 교육 현장에 파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교육계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20일 찾아간 ‘대치동-목동 학원가’에서는 올 수능 출제 기조가 어떻게 바뀔지를 예측하는 학원 설명회에 사람들이 몰렸다. 윤 대통령이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수능에서 배제하겠다고 하자 학원들은 ‘준(準)킬러 문항’(킬러 문항보다는 다소 쉬운 문항) 대비 중심으로 커리큘럼 재편에 나섰다. 달라지는 수능에 불안감을 느낀 학생과 학부모들은 그런 학원에 의존하려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A학원 6층 대입 설명회장에서 만난 반수생 김모 씨(20)는 “수능을 사교육 없이 혼자 준비하려 했는데, 정부 발표 보고 학원에 등록하러 왔다. ‘물수능’(쉬운 수능)이 되면 한 문제만 실수해도 등급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 시작 30분 전부터 학부모와 학생들은 100석이 넘는 행사장을 채웠다. “유명 강사가 급변한 수능 출제 방향과 입시 전략을 다룰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학부모 이모 씨(48)는 “아이가 너무 불안해해서 나라도 설명회를 다니는 것”이라고 했다. 학원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공부한 책은 다 버리고 ‘준킬러’ 문항 집중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수능, 입시 전략 모두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 관계자는 “수능 출제위원 출신 인사를 포함한 교육계 인사들과 대형 입시학원 사이의 카르텔을 끊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발본색원’ 등의 표현을 써가며 사교육을 잡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정부 발표 뒤 오히려 불확실성과 불안감에 휩싸인 학생들이 학원에 몰려가는 ‘역설’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발빠른 학원, 불안한 수험생 ‘킬러 문항 배제’ 정부 발표 발맞춰‘다양한 유형 문제 많이 풀기’ 전환정부 “대형학원과 출제위원출신 사교육 카르텔 끊는 게 급선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냐는 문의가 며칠 새 쏟아지고 있다.”(서울 양천구 목동 B학원 상담실장) “곧 반수생반 개강인데 등록 학생이 더 늘어날 수도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C학원 관계자) 기자가 20일 종일 돌아본 서울 목동, 대치동 학원가는 긴장 속에 숨가쁘게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기존에 ‘킬러 문항 대비’에 집중했던 학원들이 정부 발표에 맞춰 대응 전략을 바꾸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대로 ‘킬러 문항’은 아니면서도 공교육 과정 내의 분별력 있는 문제들이 수능에 대거 출제된다면 ‘단시간 안에 중상 난도의 문제를 빨리 많이 푸는 것’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출제위원 출신’ 마케팅도 기승목동 B학원 단과반 수업을 등록하러 온 삼수생 이모 씨(20)는 기자에게 “준킬러 문항 대비를 이 학원이 잘한다고 추천을 받고 왔다”고 말했다. 대치동에서 만난 고3 수험생 권모 양(18)은 “학원 선생님들이 준킬러 문항이 많아지면 모의고사를 많이 풀어 실수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며 “실모(실전모의고사) 특강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특히 최상위권은 수능에서 킬러 문항이 빠지면 ‘실수가 등급을 결정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더욱 애를 쓴다. 하반기(7∼12월) 학원가의 주요 입시 전략은 학생들에게 ‘기계적 문제풀이’를 최대치로 늘려 실수를 줄이는 데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평가원장 사퇴로 뉴스의 중심에 선 가운데 ‘출제위원 경력 마케팅’도 기승을 부렸다. 서울의 한 대학 국문과 교수였던 A 씨는 아예 연구소를 차려 ‘8차례 수능 출제 경험’을 내세워 모의고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출제위원’이란 타이틀이 사교육 시장에서는 일종의 ‘황금 열쇠’로 통하기 때문이다. 입시 관계자들은 “출제위원 출신이 강남 학원으로 고액 연봉을 받고 스카우트되는 건 오래전부터 벌어진 일이긴 하다”며 “그들에게는 비밀유지 의무가 있지만, 주변에서는 수능이 끝나면 누가 올해 출제를 했는지 암암리에 소문이 돈다”고 귀띔했다.● 사교육비 26조 원… “과열 식히기 어려워” 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수능 ‘킬러 문항’을 직접 언급한 것은 사교육 업체와 수능 출제위원 간 ‘이권 카르텔’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학생은 매년 줄어드는데 지난해 사교육비 규모는 역대 최대치인 26조 원에 육박했다. 중3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 씨는 “아직 중학생이지만 수학, 영어, 과학탐구 학원비로만 월 150만 원이 들어간다. 방학 기간 특강이라도 들으면 300만 원을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특목고에 다니는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김모 씨(44)는 “아이가 수학 단과만 다녔는데 엊그제부터 국어도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학원가에서는 역대 수능 출제위원들이 강남에서 의대 진학률이 높기로 정평이 난 두 대형 학원의 연구소장급으로 영입됐고, 연구원들도 특정 학맥으로 연결됐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출제위원 출신들이 부르는 ‘문제 개발비’는 문항당 100만 원을 호가하지만 적중률이 높다고 소문 나 거래가 유지된다. 연 30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한 한 학원은 2010년대 업계에 뛰어든 후발 주자이지만 킬러 문항 적중으로 입소문을 탔다. 이 학원은 ‘전국 의대 합격자의 절반을 배출했다’ 식의 마케팅으로 최상위권 학생들을 끌어들였고, 이들이 대입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 이를 다시 마케팅으로 써먹었다. 대통령실은 이런 구조를 ‘카르텔’로 보고 있는 것이다. 외신도 한국의 입시 현실을 조명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입시는 집안 형편이 넉넉해 값비싼 사설 학원을 이용할 수 있는 이들에게 유리하다”고 이날 보도했다. 장지환 배재고 교사는 “수능이 아니라 입시제도 자체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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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어에 BIS-바젤협약 묻는 ‘킬러문항’… 수학 정답률 2% 문제도

    정부 여당이 올해 11월 16일 치러질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으로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을 출제하지 않겠다고 19일 발표했다. 같은 날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6월 모의평가 난도와 관련해 수험생과 학부모님께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수능 관련 지시를 내린 지 나흘 만이다. 수능을 다섯 달 남긴 시점에서 출제 기관장이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에 교육계 안팎에서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오전 이 부총리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실무 당정협의회에서 “공교육 과정 내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고 적정 난도가 확보되도록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정부가 방치한 사교육 문제, 학원만 배불리는 현재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신속히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당정은 9월 모의평가부터 ‘킬러 문항 배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수능을 불과 150여 일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의 발언 탓에 혼란이 벌어졌다는 비판에 대해 당정은 대통령실을 엄호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대통령께선 검찰 초년생 시절부터 입시 비리를 수없이 다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입시 부정 사건을 수사하는 등 입시제도 전반을 꿰뚫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킬러 문항 출제는) 약자인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당정은 입시학원의 거짓 및 과장 광고 등 불법 행위에도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폐지 위기에 놓였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도 존치하기로 했다. 이날 당정 발표 뒤 오후에는 평가원장이 갑작스레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 원장은 “6월 모의평가와 관련해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발언을 시작으로 교육부 대입국장 경질, 평가원 감사, 평가원장 사임 등 파장이 이어지자 교육계는 우려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새 평가원장 선임에 족히 서너 달은 걸릴 것이다. 수능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수능이 ‘물 수능’(쉬운 수능)으로 변별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도 학생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킬러 문항 배제만으론 사교육 부담을 경감시키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과목당 1, 2개인 킬러문항 위해 로스쿨 입학시험 문제까지 풀고한달 200만~300만원 학원 다녀… “정답률 5, 6%… 그냥 찍는게 낫다” 수능 모든 과목서 킬러문항 없앨듯 “보통 정답률이 5, 6% 이하인 문제들은 ‘킬러 문항’이라고 본다. 긴 시간 문제를 푸는 것보다 찍는 것이 정답을 맞히거나 시험을 잘 볼 확률이 더 높을 정도다.” 정부 여당이 19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소위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밝힌 뒤 한 사교육 업체 관계자는 본보에 ‘킬러 문항’을 이렇게 설명했다. 수능 과목당 1, 2문제에 불과한 이 킬러 문항에 대비하기 위해 고3과 재수생 등 수험생들은 로스쿨 입학시험인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문제까지 풀고, 초고난도 문제가 다수 나오는 사설 모의고사에 돈을 들여 응시해 왔다. 앞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국어 비문학, 과목 융합형 지문뿐만 아니라 수능 전 과목에서 킬러 문항이 배제될 것이라고 교육부는 전했다. ● 위험 가중 자산 묻는 국어, 2%만 맞힌 수학 킬러 문항이라는 용어는 2010년대 초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상대 평가 과목인 국어와 수학에서 주로 출제됐다. 배점이 큰 고난도 문항이 ‘킬러 문항’으로 출제되면서 이 문제의 정답 여부에 따라 등급이 나뉘었다. 국어에서는 주로 ‘비문학’이라 불리는 독서 영역에서 킬러 문항이 출제됐다. 지문을 바탕으로 비판적 사고, 추론적 사고를 통해 정답을 도출해야 한다는 점이 학생들에게 어렵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지문의 난도를 높이면 연계 문항의 난도도 함께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킬러 문항을 내기에 용이한 점도 있다. 이 때문에 과학 등 고교 문과생들에게 생소한 개념의 지문이 다수 등장했다. 2019학년도 수능 국어 31번은 만유인력과 관련된 지문을 읽고 옳지 않은 내용을 찾는 문제였다. 당시 물리학자들은 “만유인력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어야 풀 수 있어 국어 문제가 아니라 물리 문제”라고 비판했다. 2020학년도 수능 국어 40번은 자기자본비율(BIS), 위험 가중 자산, 바젤 협약 등의 개념을 통해 은행의 재무상태를 평가하는 지문이 제시됐다. 서강대 경제학부 석좌교수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문제를 킬러 문항의 예시로 들며 “경제학적 지식이 필요한 이런 어려운 문제를 국어 시험에서 풀어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나 과외 외에는 사실상 풀기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수학은 문제 풀이 과정과 시간을 극단적으로 늘려놓는 식으로 킬러 문항이 출제됐다. 가장 악명이 높았던 수학 킬러 문항은 2018학년도 수능 수학 가형 30번으로, 정답률은 2%대에 불과했다. 이 문제는 미분에 대한 여러 개념이 복합적으로 출제돼 일각에서는 고교 과정을 벗어난 문제라는 비판도 나왔다.● “사교육 주범” vs “변별력 필요” 상위권, 최상위권 학생들은 1등급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킬러 문항에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고 있다. 수능 국어 독서 영역은 최대한 다양한 주제의 낯선 지문을 읽는 방식으로 대비하는데, 학원만큼 손쉬운 방법이 없다. 지문 난도가 올라가면서 일부 학생은 LEET 공부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2022학년도 수능 국어에서는 ‘헤겔의 변증법’과 관련된 지문이 제시돼 리트 언어이해 문제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수학 킬러 문항 역시 고난도 문항을 많이 푸는 방식으로 대비하고 있다. 이에 맞춰 학원들은 ‘킬러 문항, 준킬러 문항 다수 확보’ ‘킬러 문항 특강’ 등을 내세우며 홍보를 하고 있다. 일부 학원은 킬러 문항을 발굴하기 위해 공모전도 열었다. 이런 학원들의 수강료는 한 달에 200만∼300만 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킬러 문항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킬러 문항이 없어지면 수능의 변별력이 없어질 것”이라며 “대학 입장에서는 본고사, 논술고사 등 다른 방법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하는 방안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2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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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수능 정답률 20~30% ‘준킬러문항’ 늘듯… 현장선 “지문 길어지거나 문제당 개수 늘릴것”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다섯 달 앞둔 시점에서 교육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공교육 교과 과정 밖의 초고난도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않으면서도, 공정성과 분별력을 확보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킬러 문제의 존재 이유가 ‘변별력 극대화’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의 지시가 수능에 제대로 구현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당정협의회에서 “교과 내용에서만 출제하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수능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킬러 문항이 없어지면 사실상 변별력이 낮아지기 마련인데, 이를 수능 출제 기법의 개선으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입시 현장에서는 질문의 유형을 변형하는 방식으로 정답률 20∼30% 수준의 ‘준(準)킬러 문항’이 다수 출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어 영역의 경우 교과 과정에서 다뤘던 지문이 나오는 대신 지문 길이가 길어지거나 문제당 지문 개수를 늘려 적정 난도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혁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학생들이 지문을 이해했는지 다양한 맥락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출제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환경 관련 지문이 나오면 단순히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의 차원뿐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할 때 문제를 풀 수 있게 복합적으로 질문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쉬운 수능’ 논란에 선을 그었지만 수능 난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퍼지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국어 영역의 비문학 지문, 과목 융합형 문제 등을 배제한다고 한 만큼 이 영역은 변별력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작년까지는 학생들이 공부를 잘 안 해본 내용이 수능에 나왔지만 올 수능은 다뤄 본 내용이 나올 확률이 크다”고 내다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보통 6월 모의평가 결과를 보고 점수가 수시, 정시 중 어디에 더 유리한지 판단하고 입시 전략을 짜는데, 올해는 9월 모의평가를 치르기 전까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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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3-학부모들 “갑자기 수능 기조 바꾼다니 불안”

    “킬러 문항을 줄이면서 변별력은 기르겠다니… 구체적이지도 않은 수능 출제 방향을 6월 모의평가도 이미 치른 뒤인 지금 시점에서 발표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서울 강남에 사는 고3 학부모 이모 씨(52)는 19일 대치동에서 기자와 만나 “내신 점수를 따기 어려운 지역의 학생들은 보통 정시를 많이 노린다. 여태 수능 기조에 맞춰 준비했더니 갑자기 방향을 바꾼다고 하니 불안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요 며칠 벌어진 일을 학교에 상담해 봐야 답이 나올 것 같지 않다”며 “이럴수록 우리는 더욱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당정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발표하자 고3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수능이 불과 5개월 남은 시점에 수능 기조가 대폭 달라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교육 현장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고3 수험생인 박모 양(18)은 “국어 영역이 약해 특히 신경써서 공부해 왔는데 갑자기 출제경향이 바뀐다고 하니까 너무 막막하고 힘든 상황”이라며 “6월 모평 끝나고 대통령 한마디에 수능 기조가 바뀌는 게 공정한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학부모 박모 씨(55)는 “공부 열심히 했던 아이들은 실수를 하나만 해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절대 못 가게 될 것”이라며 “EBS 변형 문제를 잘 내는 학원 수강이나 과외라도 시켜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야당도 맹공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아마추어적이고 비상식적 지시”라고 비판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수능 5개월을 앞둔 교육 현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 202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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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입생-교원 부족 11개 대학… 정부, 내년 재정지원 제한

    교육부가 신입생 충원율과 전임교원 확보율이 낮은 11개 대학을 2024학년도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결정했다. 이 대학들은 1년 동안 정부가 돈을 지원하는 사업에 새롭게 참여할 수 없으며, 신·편입생의 학자금 대출이나 국가장학금 지원도 제한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4학년도 정부 재정지원제한 대학 11개교 명단을 19일 확정 발표했다. 명단에 따르면 경주대, 대구예대, 서울기독대 등 일반대 3곳과 웅지세무대, 장안대 등 전문대 2곳 등 총 5곳은 국가장학금Ⅱ유형(대학연계형)을 지원받을 수 없게 된다. 국가장학금Ⅱ유형은 대학의 등록금 부담 완화 노력과 연계해 지원하는 장학금으로, 해당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이 장학금을 신청할 수 없게 된다. 이 대학들은 정부의 재정지원 신규 사업에도 참여할 수 없으며, 기존에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사업도 일부 제한된다. 제주국제대, 한국국제대, 화성의과학대 등 일반대 3곳과 고구려대, 광양보건대, 영남외국어대 등 전문대 3곳 등 총 6곳은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모두 지원받을 수 없게 된다. 신규 정부 재정지원 사업뿐 아니라 기존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도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은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등 교육 여건과 성과와 관련된 8개 정량지표를 평가해 결정한다. 올해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결정된 11개교는 각각 신입생과 재학생 충원율이 각각 68.67%, 77.05% 미만이었다. 정원 10명 중 7명 안팎만 채웠다는 뜻이다. 또 전임교원 확보율은 68% 미만, 졸업생 취업률 56% 미만이었다. 이 밖의 정량지표에는 대학의 부정비리 사안, 정원감축 권고 이행 여부 등 대학과 학교법인의 책무성도 포함된다. 지난해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결정된 21개교 중 극동대, 서울한영대 등 10개 대학은 올해 재정지원제한대학에서 해제됐다.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 등을 고려해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기준을 지난해 ‘권역별 하위 20%’에서 올해 ‘전국 하위 7%’로 완화하면서 재정지원제한대학 수가 작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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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가원 ‘교과외 출제배제’ 尹지시 반영할듯… 입시 현장선 “9월 모의평가부터 쉬워질 것”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비해 치러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모의평가가 9월 6일에 시행된다. 9월 모의평가에서 최근 수능의 출제 범위나 난이도 등을 언급하며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 수능에 반영될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당정협의서도 수능 전반 및 대입제도 방향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교육부는 밝혔다. 평가원은 9월 모의평가부터 윤 대통령의 “교과 외 내용 출제를 배제하라”는 주문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교육부가 6월 모의평가를 어렵게 출제한 평가원에 대한 감사를 예고한 상태다.11월 수능을 앞두고 치러지는 평가원의 9월 모의평가는 수능 난이도를 점검하는 마지막 모의평가다. 여기서 ‘쉬운 수능’ 기조가 정해지면 올 수능 난도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1994년 수능이 도입된 이후 30년간 이어져오면서 지문의 난도는 높아지는 추세였다. 2018년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영역의 문항이 까다로워진 경향도 있다. 김용진 동국대 사범대 부속 영석고 교사는 “대통령 발언이 강력히 전달되면서 9월 모의평가는 ‘킬러 문항’이었던 비문학 지문도 쉽게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험이 쉬워도 결국 줄 세우기를 통해 입시 여부가 판가름 나는 구조에서 수능의 난도 하락이 대통령의 발언 취지대로 사교육비 경감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수능 과목 중 영어,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 영역을 제외한 국어, 수학 등 과목은 모두 상대평가로 치러진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시험의 난이도와 관계없이 남보다 정답률이 높아야 하는 건 똑같다”며 “오히려 문제를 쉽게 내거나 출제 범위를 한정하게 되면 학생들이 종합적 사고를 위해 학습하는 게 아니라 기계적으로 교과 내용을 익히는 부작용도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교학점제가 2025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가운데 현 입시제도에서 차지하는 수능의 역할은 결국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학점제 도입과 디지털 교육이 확대되면 수능도 지금보다는 비중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각자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게 되는 제도로, 현재 중2 학생들부터 적용된다. 교육부는 논술·서술형 시험 도입을 포함해 이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28학년도부터 적용될 대입 개편 방안을 내년 2월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수능의 난이도나 출제 범위 등 각론을 건드릴 게 아니라, 수능을 자격시험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교사도 적지 않다. 자격고사는 일정 성적을 받으면 대입 자격을 인정해주는 시험이다. 프랑스 바칼로레아, 영국 에이레벨(A-level) 등이 대표적인 예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넓혀주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안착하려면 결국 수능 비중을 낮추고 내신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평가원은 2024학년도 9월 모의평가 응시원서를 이달 26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접수한다고 18일 밝혔다. 9월 모의평가는 재학 중인 학교나 출신 고등학교 및 학원, 검정고시생의 경우 주소지 관할 84개 시험지구 교육청에서 신청하면 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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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실 “입시공약, 교육부로 잘 전달안돼”… 野 “꼬리자르기”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150여 일 앞두고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출제 언급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수능 난이도 변수가 커졌다”라는 교육현장의 혼란이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수능이 다섯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아무런 준비나 계획도 없이 내지른 지시가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공황상태에 빠뜨렸다”고 날을 세웠다. 여권 일각에서도 “지난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 때와 ‘판박이’”라며 “교육정책 발표 때마다 논란이 불거지는 만큼 정책 수립과 발표 과정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여당은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이었던 ‘공정 입시’를 강조했던 것인데, 교육당국 브리핑을 거치는 과정에서 ‘쉬운 수능’ 논란으로 번졌다”라며 수습에 나섰다.● “尹 대통령, ‘쉬운 수능’ 이야기한 적 없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8일 “윤 대통령이 수능 출제 방침과 관련해 ‘학교 수업’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고, ‘쉬운 수능’ 이야기를 한 적은 더더욱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다른 관계자는 교육부를 향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아 다르고 어 다른’ 문제인데, 공약사항도 제대로 부처로 전달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대통령실의 갑갑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윤 대통령이 말한 ‘공정 입시’는 교육질서를 왜곡하지 않고 학생들이 공정한 출발선에서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윤 대통령 발언의 핵심은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에 내모는 교육당국의 암묵적 카르텔, 사교육 시장에 대한 정조준이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브리핑에 나서 윤 대통령이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추진할 것을 지시한 사실을 밝히며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고,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몇 시간 뒤 대통령실은 해당 발언을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로 수정했다. 여당도 “윤 대통령 발언의 취지가 왜곡된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이 ‘수능 문제를 쉽게 내라, 어렵게 내라’라고 얘기한 게 아니지 않은가”라며 “공교육 경쟁력을 높여 사교육비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했다. 당정은 19일 협의회를 열고 사교육비 절감,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이주호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말을 아꼈다. 김천홍 교육부 대변인은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을 수능에 출제해 수험생과 학부모가 사교육으로 고통받게 해선 안 된다는 대통령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라며 “책임론에 대해서는 해석의 영역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교육부는 “수능이 공교육 내에서 출제돼야 한다”는 대통령 지시가 충실히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6월 모의평가를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해 12년 만에 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野 “尹,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민주당은 교육현장의 혼란을 문제 삼으며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홍성국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교육 문외한인 윤 대통령이 수능 출제 방식에 훈수질을 한 것은 잘못”이라며 “수능이 다섯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아무런 준비나 계획도 없이 내지른 지시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공황상태에 빠뜨렸다”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이 부총리가 브리핑을 잘못한 탓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홍 원내대변인은 “자신이 지시해 놓고 뒤탈이 나자 아랫사람을 탓하는 뻔뻔한 대통령에 대해 국민은 기가 막히다”라고 했다. 같은 당 강선우 대변인도 “대통령이 불쑥 던졌던 ‘만 5세 입학’ 혼란은 당시 박순애 부총리의 경질로 얼렁뚱땅 넘어갔다”라며 “‘수능 난이도’ 혼란은 이주호 부총리 경질로 뭉갤 계획이냐”고 따졌다. 정의당 이재랑 대변인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은 또다시 ‘장관 탓’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이쯤 되면 대통령의 전문 영역은 ‘모른 척’”이라며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메시지가 잘못 나간 게 아니라, 말 몇 마디를 보태 현장에 혼란을 일으키는 대통령의 즉흥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만 5세 입학 논란’ 때처럼 교육부에 책임을 미루고 담당 국장을 경질한 건 일종의 꼬리자르기 아닌가”라고 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수능에 대해 뭘 안다고 앞뒤가 맞지도 않는 모순적인 얘기를 함부로 해서 교육현장을 대혼란에 빠뜨리는가”라고 지적했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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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尹, 공정입시 강조한 것”…野 “준비없는 지시, 수험생 공황 빠뜨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150여 일 앞두고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출제 언급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수능 난이도 변수가 커졌다”라는 교육현장의 혼란이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수능이 다섯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아무런 준비나 계획도 없이 내지른 지시가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공황상태에 빠뜨렸다”고 날을 세웠다. 여권 일각에서도 “지난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 때와 ‘판박이’”라며 “교육정책 발표 때마다 논란이 불거지는만큼 정책 수립과 발표 과정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여당은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이었던 ‘공정 입시’를 강조했던 것인데, 교육당국 브리핑을 거치는 과정에서 ‘쉬운 수능’ 논란으로 번졌다”라며 수습에 나섰다.● “尹 대통령, ‘쉬운 수능’ 이야기한 적 없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8일 “윤 대통령이 수능 출제 방침과 관련해 ‘학교 수업’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고, ‘쉬운 수능’ 이야기를 한 적은 더더욱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다른 관계자는 교육부를 향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아 다르고 어 다른’ 문제인데, 공약사항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대통령실의 갑갑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윤 대통령이 말한 ‘공정 입시’는 교육질서를 왜곡하지 않고 학생들이 공정한 출발선에서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윤 대통령 발언의 핵심은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에 내모는 교육당국의 암묵적 카르텔, 사교육 시장에 대한 정조준이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부총리는 15일 브리핑에 나서 윤 대통령이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추진할 것을 지시한 사실을 밝히며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고,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몇 시간 뒤 대통령실은 해당 발언을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로 수정했다. 여당도 “윤 대통령 발언의 취지가 왜곡된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이 ‘수능 문제를 쉽게 내라, 어렵게 내라’라고 얘기한 게 아니지 않은가”라며 “공교육 경쟁력을 높여 사교육비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했다. 당정은 19일 협의회를 열고 사교육비 절감,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교육부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이주호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말을 아꼈다. 김천홍 교육부 대변인은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을 수능에 출제해 수험생과 학부모가 사교육으로 고통받게 해선 안 된다는 대통령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라며 “책임론에 대해서는 해석의 영역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교육부는 “수능이 공교육 내에서 출제돼야 한다”는 대통령 지시가 충실히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6월 모의평가를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해 12년 만에 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野 “尹,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 민주당은 교육현장의 혼란을 문제 삼으며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홍성국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교육 문외한인 윤 대통령이 수능 출제 방식에 훈수질을 한 것은 잘못”이라며 “수능이 다섯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아무런 준비나 계획도 없이 내지른 지시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공황상태에 빠뜨렸다”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이 부총리가 브리핑을 잘못한 탓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 “꼬리자르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홍 원내대변인은 “자신이 지시해놓고 뒤탈이 나자 아랫사람을 탓하는 뻔뻔한 대통령에 국민은 기가 막히다”라고 했다. 같은 당 강선우 대변인도 “대통령이 불쑥 던졌던 ‘만 5세 입학’ 혼란은 당시 박순애 부총리의 경질로 얼렁뚱땅 넘어갔다”라며 “‘수능 난이도’ 혼란은 이주호 부총리 경질로 뭉갤 계획이냐”고 따졌다. 정의당 이재랑 대변인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은 또다시 ‘장관 탓’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이쯤 되면 대통령의 전문 영역은 ‘모른 척’”이라며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메시지가 잘못 나간 게 아니라, 말 몇 마디를 보태 현장에 혼란을 일으키는 대통령의 즉흥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만 5세 입학 논란’ 때처럼 교육부에 책임을 미루고 담당 국장을 경질한 건 일종의 꼬리자르기 아닌가”라고 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수능에 대해 뭘 안다고 앞뒤가 맞지도 않는 모순적인 얘기를 함부로 해서 교육현장을 대혼란에 빠뜨리는가”라고 지적했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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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폭위 처분받은 학생 9%는 상습가해

    지난해 학교 폭력을 저질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심의 대상에 오른 가해 학생의 9.3%는 이전에도 학폭을 저지른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학폭 가해자 10명 중 1명꼴로 학폭위 처분을 받고도 또 가해 행위를 한 것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례까지 감안하면 ‘상습 가해’ 학생은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학폭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명 중 1명은 ‘상습 가해자’ 14일 동아일보가 교육부의 전국 초중고교 학폭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심의한 학폭 사건 2만3602건 중 2200건(9.3%)은 이미 학폭 가해 전력이 있는 학생이 또 학폭을 저지른 사건이었다. 이 같은 상습 가해 건수는 2016년 2108건에서 2017년 3250건으로 늘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등교가 일시 중단되고 비대면 수업이 이뤄지면서 2020년 1151건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등교가 재개된 뒤에는 2021년 1640건에서 지난해 2200건으로 1년 사이 34.1% 늘었다. 지난해 수치는 최종 집계 전 잠정 수치다. 전체 학폭 사건에서 상습 가해 비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13.8%)이었다. 이후 2021년 10.5%, 지난해 9.3%로 다소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2016년부터 7년간 동향을 보면 교육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학폭 상습 가해율은 8.7%(2018년) 미만으로 떨어진 적 없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더욱이 교육부가 파악한 실태는 ‘반쪽’짜리 집계에 가깝다. 초등학교에서 학폭을 저지른 가해 학생이 졸업 뒤 중학생이 돼 또 학폭을 저지른 경우, 혹은 고교생이 돼 또 저지른 경우 등 사건 당시 학교급이 바뀐 경우에는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 ‘학폭 만화 시청’이 가해자 특별교육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정순신 방지법’(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은 학폭 가해 기록 보존기간 확대 등 ‘가해자 엄벌’에 초점이 맞춰졌다. 개정법이 사후약방문식 대책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엄벌 못지않게 상습 가해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지역 교육청에서 학폭 업무를 담당하는 장학사는 “처벌이 강해질수록 소송만 느는 상황”이라며 “상습 가해 사건을 제대로 챙기고 가해 학생 특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학폭위 처분은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부터 ‘퇴학’까지 총 9가지다. 사안에 따라 여러 개의 처분이 동시에 내려지기도 하는데, 가해 학생에 대한 특별교육은 대부분 처분과 함께 내려진다. 문제는 이 교육이 위탁기관에서 실시되고, 개별 상담사의 역량에 따라 교육의 질적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최근 경기도의 한 위탁기관에서 특별교육을 받은 A 양은 2시간 동안 ‘학교 폭력 관련 만화’를 시청했다. A 양의 어머니는 “시간 때우기식 프로그램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키워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상담사가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상담도 겉핥기식으로 이뤄졌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교육부에 따르면 특별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은 전국 교육지원청 산하 214곳과 외부 위탁기관 545곳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은 학폭을 상습적으로 저지른 학생도 처음 저지른 학생과 똑같은 교육을 받고 있다”며 “정책 연구를 통해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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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교육청 “2026년 흑석뉴타운에 공립고 신설… 학령인구 감소 지역은 통폐합 추진”

    2026년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에 공립고등학교 흑석고(가칭)가 새로 문을 연다. 동작구 관내 대단위 개발로 학생 인구가 많아지면서 학교 신설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7일 동작구청에서 뉴타운 개발에 따른 입주 학생 수용을 위해 흑석고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시교육청은 학생이 많은 지역에 우선 학교를 설립하는 동시에 저출산 여파로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지역 학교는 통폐합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흑석고는 특수학급 3개(정원 7명)를 포함해 24∼27개 학급으로 문을 연다. 각 학급당 25명씩 총 정원은 546∼621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교육청과 동작구는 2026년 3월 흑석고 개교를 위해 실무 협의체 등을 꾸리고, 인근 지역 학부모를 대상으로 고교 설립 설명회도 열었다. 흑석동에 일반고 설립이 검토되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다. 서울시는 당시 흑석동과 노량진 일대를 총 2만 가구 규모의 대단위 뉴타운 지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흑석동뉴타운에 1만56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라, 인근 지역인 관악구 학교를 동작구로 이전하는 방안 등이 검토됐다. 동작구의 기존 학령인구 규모는 7800명 정도로 관악구와 비슷하다. 하지만 학교 수는 관악구(11개교)가 동작구(6개교)의 2배였다. 동작구와 관악구의 학교 불균형 및 재배치 문제는 오랜 기간 지역의 현안 과제였다. 하지만 기존 학교를 이전하는 방안은 학부모 반대 등의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 대신 시교육청은 국토교통부 등의 유권해석을 거쳐 뉴타운사업 시행자로부터 기부채납한 용지에 공립학교를 신설하기로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 인근 지역 학교를 이전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됐지만 반대 여론에 부딪혀 학교 신설이 결정된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 균형 배치를 위해 도봉고, 덕수고 등 학교 통폐합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서울 도봉구 소재 공립고인 도봉고는 일반계고 중 처음으로 내년 2월 문을 닫는다. 성동구에 있는 덕수고 일반계열은 지난해 송파구 위례신도시로 이전했고, 특성화계열은 내년에 경기상고에 통폐합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업무협약은 학령인구 감소, 대단위 뉴타운 개발 등에 대응하는 학교 재배치 방안을 동작구와 지속적으로 협의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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