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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 시간) 막을 올린 2024 파리 올림픽이 허술한 진행과 오류로 큰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개회식 공식 생중계 방송에서 한국 선수단을 ‘북한’ 선수단이라고 잘못 소개했고, 공식 소셜미디어는 한국의 첫 금메달리스트 오상욱(28·펜싱)의 영문 이름을 ‘오상구’로 잘못 적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날 개회식 중계 영상에서 48번째로 입장한 한국 선수단의 국적을 영어와 프랑스어로 모두 ‘북한’으로 잘못 소개했다. 우비를 입고 태극기를 흔들며 입장한 한국 선수단을 향해 장내 여성 아나운서는 프랑스어로 “북한(R´epublique populaire d´emocratique de Cor´ee)”이라고 잘못 언급했다. 이후 그는 영어로 또 “북한(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27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사과했다. 개회식 SNS, 흐릿한 태극기에 韓선수단 얼굴도 잘 안보여[2024 파리 올림픽]佛-IOC 허술한 진행오륜기 거꾸로 매달려 올라가고야외무대 대형 전광판 꺼지기도대통령실은 바흐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 발생해 정중하고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날 올림픽 공식 소셜미디어에서 오상욱의 영문 이름이 ‘오상구’로 잘못 표기되자 불신이 커지고 있다. IOC 측이 별다른 사과 없이 오상욱의 이름만 수정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일고 있다. 또 개회식 당시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게양된 오륜기가 거꾸로 매달려 올라갔다. 한 야외무대의 대형 전광판 또한 폭우에 갑자기 꺼졌다. 프랑스 수도 파리를 가로지르는 센강에서 26일 오후 7시 30분(현지 시간) 시작한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은 1896년 시작된 근대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도시 전체를 행사 무대로 활용했다. 205개국 선수단을 나눠 태운 유람선 85척이 약 6km의 센강을 운항하는 동안 강변의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박물관, 리모델링 중인 노트르담 대성당 등을 배경으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팝스타 레이디 가가 등의 공연과 패션쇼가 펼쳐졌다. 이날 30만 명 넘게 모인 관중은 우비를 쓰고 장장 4시간 가까이 이어진 행사를 관람했다. 행사 초반에는 빗줄기가 약했지만 1시간 만에 폭우로 바뀌었다. 이에 궂은 날씨에 진행된 최초의 경기장 밖 개회식을 두고 “문화 강국 프랑스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호평과 “다소 산만하고 지루했다”는 부정적 반응이 엇갈렸다. 특히 IOC와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의 허술한 진행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한국(R´epublique de Cor´ee) 선수단은 알파벳 C군에 속한 콩고민주공화국, 쿡제도, 코스타리카, 코트디부아르 선수단과 함께 대형 유람선을 타고 등장했다. 그러나 중계방송 아나운서가 한국을 프랑스어와 영어로 모두 “북한”이라고 잘못 소개하는 대형 사고를 쳤다. IOC 또한 28일 “한국 선수단을 잘못 호명한 문제는 ‘사람에 의한 실수(human error)’로 확인됐다.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사과 성명을 냈다. 올림픽 소셜미디어 운영 또한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개회식 당일 인스타그램에는 유독 한국 선수단의 얼굴과 태극기가 잘 보이지 않는 사진이 올라왔다. 기수를 맡은 우상혁(28·육상)과 김서영(30·수영)을 비롯해 한국 선수단의 얼굴이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태극기 또한 초점이 나가 흐릿하게 등장했다. 2012 런던 올림픽 때는 ‘북한’을 ‘한국’으로 혼동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북한 여자 축구 대표팀의 경기를 앞두고 경기장 대형 전광판에 인공기 대신 태극기가 송출됐다. IOC는 물론이고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까지 “의도하지 않은 실수였다”며 사과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26일(현지 시간) 막을 올린 2024 파리 올림픽이 허술한 진행과 오류로 큰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개회식 공식 생중계 방송에서 한국 선수단을 ‘북한’ 선수단이라고 잘못 소개했고, 공식 소셜미디어는 한국의 첫 금메달리스트 오상욱(28·펜싱)의 영문 이름을 ‘오상구’로 잘못 적었다.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날 개회식 중계 영상에서 48번째로 입장한 한국 선수단의 국적을 영어와 프랑스어로 모두 ‘북한’으로 잘못 소개했다. 우비를 입고 태극기를 흔들며 입장한 한국 선수단을 향해 장내 여성 아나운서는 프랑스어로 “북한(République populaire démocratique de Corée)”이라고 잘못 언급했다. 이후 그는 영어로 또 “북한(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라고 했다.논란이 커지자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27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사과했다. 대통령실은 바흐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 발생해 정중하고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하지만 같은 날 올림픽 공식 소셜미디어에서 오상욱의 영문 이름이 ‘오상구’로 잘못 표기되자 불신이 커지고 있다. IOC 측이 별다른 사과 없이 오상욱의 이름만 수정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일고 있다.또 개회식 당시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게양된 오륜기가 거꾸로 매달려 올라갔다. 한 야외무대의 대형 전광판 또한 폭우에 갑자기 꺼졌다.프랑스 수도 파리를 가로지르는 센강에서 26일 오후 7시 30분(현지 시간) 시작한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은 1896년 시작된 근대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도시 전체를 행사 무대로 활용했다. 205개국 선수단을 나눠 태운 유람선 85척이 약 6km의 센강을 운항하는 동안 강변의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박물관, 리모델링 중인 노트르담 대성당 등을 배경으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팝스타 레이디 가가 등의 공연과 패션쇼가 펼쳐졌다.이날 30만 명 넘게 모임 관중은 우비를 쓰고 장장 4시간 가까이 이어진 행사를 관람했다. 행사 초반에는 빗줄기가 약했지만 한 시간 만에 폭우로 바뀌었다. 이에 궂은 날씨에 진행된 최초의 야외 개회식을 두고 “문화 강국 프랑스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호평과 “다소 산만하고 지루했다”는 부정적 반응이 엇갈렸다. 영국 가디언 또한 “품위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특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허술한 진행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한국(République de Corée) 선수단은 알파벳 C군에 속한 콩고민주공화국, 쿡아일랜드, 코스타리카, 코트디부아르 선수단과 함께 대형 유람선을 타고 등장했다. 그러나 중계 방송 아나운서가 한국을 프랑스어와 영어로 모두 “북한(République populaire démocratique de Corée)”이라고 잘못 소개하는 대형 사고를 쳤다.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하루 뒤인 27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 전화를 했다. IOC 또한 28일 “한국 선수단을 잘못 호명한 문제는 ‘사람에 의한 실수(human error)’로 확인됐다.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사과 성명을 냈다.올림픽 소셜미디어 운영 또한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개회식 당일 인스타그램에는 유독 한국 선수단의 얼굴과 태극기가 잘 보이지 않는 사진이 올라왔다. 기수를 맡은 우상혁(28·육상)과 김서영(30·수영)을 비롯해 한국 선수단의 얼굴이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태극기 또한 초점이 나가 흐릿하게 등장했다. 27일 오상욱(28)이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을 딴 후에는 그의 영문 이름을 ‘오상구’로 잘못 적은 축하 글이 올라왔다. 또 개회식 당시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게양된 오륜기가 거꾸로 매달려 올라갔다. 한 야외무대의 대형 전광판 또한 폭우에 갑자기 꺼졌다.2012 런던 올림픽 때는 ‘북한’을 ‘한국’으로 혼동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북한 여자대표팀의 축구 경기를 앞두고 경기장 대형 전광판에 인공기 대신 태극기가 송출됐다. IOC는 물론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까지 “의도하지 않은 실수였다”고 사과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25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이상인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기습 발의해 이날 본회의에 보고했다. 22대 국회 개원 두 달도 안 돼 6번째 탄핵안 발의로, 윤석열 정부 들어 13명째다. 여당은 “민주당이 탄핵을 정쟁 수단 삼아 무차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채 상병 특검법은 이날 본회의 재표결 결과 전체 299명 중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민주당은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곧장 본회의에 보고했다. 민주당은 의원 전원 명의로 발의한 탄핵안에서 이 부위원장이 방통위 위원장 직무대행 신분으로 공영방송 임원 선임 절차를 단독으로 진행한 것을 주요 탄핵 사유로 꼽았다. 상임위원 5명 중 4명이 공백인 상태에서 통상적인 대행 업무를 넘어서 위법적으로 방통위를 운영했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헌법과 방통위법상 탄핵은 기관장에 대해 가능하기 때문에 부위원장은 탄핵 대상이 아니다”라며 “법적 근거가 없는 헌정 질서 파괴 행위”라고 반발했다. 국회법상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이 이르면 26일 탄핵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한 가운데 이 부위원장도 26일경 자진 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이 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돼 방통위 업무가 마비되는 만큼 자진 사퇴 후 후임자 인선 외에는 대응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은 탄핵안 표결 전, 김홍일 전 위원장은 보고 전 사퇴했다. 민주당은 이날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설치운영법 개정안)도 본회의에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영구 장악을 위한 입법 폭주”라고 규정하고 곧바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 들어갔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25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이상인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기습 발의해 이날 본회의에 보고했다. 22대 국회 개원 두 달도 안 돼 6번째 탄핵안 발의로, 윤석열 정부 들어 13명째다. 여당은 “민주당이 탄핵을 정쟁 수단 삼아 무차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채 상병 특검법은 이날 본회의 재표결 결과 전체 299명 중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민주당은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곧장 본회의에 보고했다. 민주당은 의원 전원 명의로 발의한 탄핵안에서 이 부위원장이 방통위 위원장 직무대행 신분으로 공영방송 임원 선임 절차를 단독으로 진행한 것을 주요 탄핵 사유로 꼽았다. 상임위원 5명 중 4명이 공백인 상태에서 통상적인 대행 업무를 넘어서 위법적으로 방통위를 운영했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헌법과 방통위법상 탄핵은 기관장에 대해 가능하기 때문에 부위원장은 탄핵 대상이 아니다”라며 “법적 근거가 없는 헌정 질서 파괴 행위”라고 반발했다. 국회법상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이 이르면 26일 탄핵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한 가운데, 이 부위원장도 26일경 자진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이 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돼 방통위 업무가 마비되는 만큼 자진사퇴 후 후임자 인선 외에는 대응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은 탄핵안 표결 전, 김홍일 전 위원장은 보고 전 사퇴했다. 대통령실은 이 부위원장 후임자 인선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위원장은 위원장이 아닌 상임위원 신분이기 때문에 사퇴하더라도 청문회 절차 없이 대통령이 즉각 후임자를 임명할 수 있다.민주당은 이날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설치운영법 개정안)도 본회의에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영구 장악을 위한 입법 폭주”라고 규정하고 곧바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 들어갔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검찰이 수사 방식과 조사 장소를 정하는 데 있어서 더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당 대표는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수락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20일 김건희 여사를 검찰청 공개 소환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대면 조사한 것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전당대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하나(6회)’와 ‘단결(3회)’을 강조하며 “우리는 운명 공동체”라고 축사를 한 지 두 시간 만에 총선 국면부터 ‘윤-한 갈등’의 핵심 원인이었던 김 여사 문제에서 분명한 입장 차를 드러낸 것이다. 이를 두고 여당 내에선 “대통령과 집권 여당 대표로 만나 앞으로 펼쳐질 윤-한 관계를 보여줄 상징적 장면”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 대표가 당심과 민심에서 압승한 만큼 당 장악력이 높아지고 한 대표 중심 세력 교체가 이뤄지면서 집권 후반기 여당 내 무게추가 한 대표에게 급격하게 쏠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1년 전 친윤(친윤석열) 대표를 만들었던 전당대회와 정반대로 이번엔 윤심(윤 대통령 의중)의 힘이 빠진 만큼 여당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장악력은 빠른 속도로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에서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 등에서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며 대립각을 세우면 집권 후반기 3년간 ‘여권 내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韓 “변화·민심” 尹 “단결·하나” 지난해 3·8 전당대회에 이어 2년 연속 전당대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한 후보와 만나 악수를 나눴다. 한 후보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윤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고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극단적인 여소야대 상황을 이겨내고 이 나라를 다시 도약시키려면 무엇보다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며 “우리 당이 바로 하나가 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정이 원팀이 돼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일할 때 국민도 더 큰 힘을 우리에게 실어 주실 것”이라고 말할 때는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축사만 한 뒤 새 지도부 투표 결과가 발표되기 전 자리를 떠났다. 한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용산 대통령실을 겨냥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한 대표는 “당원과 국민이 명령한 변화는 첫째 국민 민심에 반응하라는 것, 둘째 더 유능해지라는 것, 셋째 외연을 확장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 민심과 싸우면 안 되고 한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목표가 완전히 같다”고 했다. 한 대표는 채널A 인터뷰에서 “먼저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드려 통화했다. 앞으로 당정이 화합해서 좋은 정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말씀드렸다”며 “(윤 대통령이) 고생 많았다고 잘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취임 일성부터 한 대표가 “변화”와 “민심”을 강조한 만큼 한 대표 당선이 집권 하반기 여권 권력 구도 향방을 결정할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윤 대통령과의 충돌 및 갈등을 불사할지에 따라 국민의힘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진 윤 대통령이 탈당이라는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의원은 “예전처럼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한 대표를 일방적으로 찍어누르려 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김건희 여사’ 문제가 윤-한 갈등 뇌관 한 대표의 김 여사 문제 대응은 윤-한 갈등 여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한 대표는 이날 김 여사 검찰 조사 문제뿐 아니라 제2부속실에 대해서도 “당 대표 후보들 모두 생각이 같았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당 대표가 됐다고 김 여사 문제에 대한 대응이 바뀌지 않는다”라며 “전당대회 내내 밝혀 왔던 김 여사에 대한 비판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김건희 특검법’을 밀어붙이려는 가운데 한 대표의 대응이 윤-한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에선 제2부속실 설치 등에서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를 내세우며 윤 대통령에게 수용을 요구하면 또다시 정면충돌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극적 화해를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정권 교체가 되면 가장 피곤한 두 사람이 바로 윤 대통령과 한 대표”라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함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 진영 일각에서 제기한 윤-한 갈등에 따른 윤 대통령 탈당설에 대해서도 여당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이 탈당하면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을 막지 못할 수 있어 쉽지 않은 선택”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검찰이 수사 방식과 조사 장소를 정하는 데 있어서 더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당 대표는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수락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20일 김 여사를 검찰청 공개 소환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대면 조사한 것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전당대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하나(6회)’와 ‘단결(3회)’을 강조하며 “우리는 운명 공동체”라고 축사를 한지 두 시간만에 총선 국면부터 ‘윤-한 갈등’의 핵심 원인이었던 김 여사 문제에서 분명한 입장차를 드러낸 것이다.이를 두고 여당 내에선 “대통령과 집권 여댕 대표로 만난 만나 앞으로 펼쳐질 윤-한 관계를 보여줄 상징적 장면”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 대표가 당심과 민심에서 압승한 만큼 당 장악력이 높아지고 한 대표 중심 세력 교체가 이뤄지면서 집권 후반기 여당 내 무게추가 한 대표에게 급격하게 쏠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1년 전 친윤(친윤석열) 대표를 만들었던 전당대회와 정반대로 이번엔 윤심(윤 대통령 의중)의 힘이 빠진 만큼 여당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장악력은 빠른 속도로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에서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 등에서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며 대립각을 세우면 집권 후반기 3년간 ‘여권 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정면 충돌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韓 “변화·민심” 尹 “단결·하나”지난해 3·8 전당대회에 이어 2년 연속 전당대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한 후보와 만나 악수를 나눴다. 한 후보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윤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고 인사했다.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극단적인 여소야대 상황을 이겨내고 이 나라를 다시 도약시키려면 무엇보다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며 “우리 당이 바로 하나가 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정이 원팀이 돼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일할 때 국민도 더 큰 힘을 우리에게 실어주실 것”이라고 말할 때는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축사만 한 뒤 새 지도부 투표 결과가 발표 되기 전 자리를 떠났다. 한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용산 대통령실을 겨냥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한 대표는 “당원과 국민이 명령한 변화는 첫째 국민 민심에 반응하라는 것, 둘째 더 유능해지라는 것, 셋째 외연을 확장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 민심과 싸우면 안 되고 한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목표가 완전히 같다”고 했다. 한 대표는 채널A 인터뷰에서 “먼저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드려 통화했다. 앞으로 당정이 화합해서 좋은 정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말씀드렸다”며 “(윤 대통령이) 고생 많았다고 잘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취임 일성부터 한 대표가 “변화”와 “민심”을 강조한 만큼 한 대표 당선이 집권 하반기 여권 권력 구도 향방을 결정할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윤 대통령과 충돌 및 갈등을 불사할지에 따라 국민의힘에 대한 대한 장악력이 떨어진 윤 대통령이 탈당이라는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의원은 “예전처럼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한 대표를 일방적으로 찍어누르려 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김건희 여사’ 문제가 윤-한 갈등 뇌관한 대표의 김 여사 문제 대응은 윤-한 갈등 여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한 대표는 이날 김 여사 검찰 조사 문제뿐 아니라 제2부속실에 대해서도 “당 대표 후보들 모두 생각이 같았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당 대표가 됐다고 김 여사 문제에 대한 대응은 바뀌지 않는다”라며 “전당대회 내내 밝혀왔던 김 여사에 대한 비판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김건희 특검법’을 밀어붙이려는 가운데 한 대표의 대응이 윤-한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에선 김건희 특검법과 제2부속실 설치 등에서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를 내세우며 윤 대통령에게 수용을 요구하면서 또다시 정면충돌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극적 화해를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정권 교체가 되면 가장 피곤한 두 사람이 바로 윤 대통령과 한 대표”라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함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 진영 일각에서 제기한 윤-한갈등에 따른 윤 대통령 탈당설에 대해서도 여당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이 탈당하면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을 막지 못할 수 있어 쉽지 않은 선택”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차기 대표를 뽑는 7·23 전당대회에 모습을 드러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3·8 전대 당시 현직 대통령으로는 7년 만에 참석해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2일 윤 대통령의 전대 참석과 관련해 “작년 전당대회 때는 참석했다. 그래서 전례 등을 고려해서 참석 여부를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전대 과정에서 친윤(친윤석열)-친한(친한동훈) 내전으로 비화된 한동훈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 등을 의식해 윤 대통령의 불참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한솥밥을 먹던 윤 대통령과 한 후보가 올해 초부터 비대위원장직 사퇴 요구 등으로 갈등을 빚으며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친윤인 김기현 당시 후보의 당선이 유력했던 지난해 전대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오히려 이런 점을 의식한 윤 대통령이 전대에 참석해 친윤-친한 갈등을 봉합하며 당내 통합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내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전대 불참이 당내 갈등을 부추기는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대 당시 윤 대통령은 “새로 선출될 지도부와 우리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한다”며 “우리 국민의힘 당내 선거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우리 당 구성원 모두 첫째도 국민, 둘째도 국민, 셋째도 국민만을 생각하고 함께 전진해야 한다”고 통합의 메시지를 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중이었던 2014년과 2016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두 차례 참석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김)민기가 서울대 미대 2학년 때는 함께 거의 살다시피 하면서 어울렸지요. 아프기 전에도 평소 술 너무 많이 먹는다고 걱정을 했는데….” 김민기와 ‘50년 지기’였던 가수 조영남(79)은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끼는 후배를 잃은 슬픔을 말했다. 그는 “70 넘어 살면서 내가 만난 유일한 천재였어요. 저도 최근에야, 그 친구가 죽어 갈 때에야 깨달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그의 천재성을 너무 늦게 알아차린 거 아닌가 싶습니다.”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차려진 가수 김민기의 빈소에는 늦게까지 애도의 발길이 이어졌다. 가수 박학기는 빈소에서 만난 기자에게 “오전에 전화가 쏟아져도 실감이 안 나다가 내가 이제 물어볼 데가 없어졌구나 싶어서 확 실감이 났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연락해 안부를 여쭸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밴드 동물원의 박기영은 “부모님 돌아가신 거랑 비슷하다. 언젠가 찾아올 수 있는 일인데도 막상 닥치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가수 권진원은 “올해 떠나실 줄은 몰랐다”라며 눈물을 훔치던 손수건에 얼굴을 파묻었다. 앞서 경영난에 빠진 ‘학전’을 위해 1억 원 이상을 기탁했던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대한민국에 음악을 통해 청년 정신을 심어 줬던 김민기 선배에게 마음 깊이 존경을 표하며 명복을 빈다”고 추모했다. 가수 이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형님, 하늘나라에서 맥주 한잔하시면서 평안하시리라 믿습니다. 나의 영웅이여. 감사했습니다”라고 적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페이스북에 “역사는 선생님을 예술과 세상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지닌 영원한 청년으로 기억할 것”이라며 “당연한 것을 새롭게 보려는 ‘순수한 열정’으로, 세상을 더 밝게 만드셨다”고 애도했다. 장례는 조의금과 조화 없이 진행된다. 학전 측은 “모든 분들이 선생님을 응원하느라 십시일반으로 많이 도와줘 노잣돈을 많이 마련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경영이 어려웠던 학전으로 향했던 여러 기부금을 ‘조의금을 미리 받은 것’으로 생각하겠다는 것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현직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이 지하철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최근 대통령실 행정관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등 대통령실 직원들의 윤리 및 기강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서울경찰청 지하철수사대는 4월 서울의 한 지하철 안에서 여성의 신체를 만진 혐의(공중밀집장소 내 추행)로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 A 씨를 지난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약 두 달간의 추적 끝에 A 씨의 신원을 특정한 뒤 지난달 19일 대통령실 경호처에 수사 개시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지하철에서 내리거나 환승하는 동선의 폐쇄회로(CC)TV를 모두 파악했다”고 했다. 이후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관련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지하철 내부 CCTV 등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 이에 대해 경호처 관계자는 “직원이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수사기관의 최종 판단을 반영해 관련 규정에 따라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19일엔 대통령국정기획비서관실 강모 선임행정관이 지난달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드러나 직무배제 조치되기도 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현직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이 지하철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최근 대통령실 행정관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등 대통령실 직원들의 윤리 및 기강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22일 서울경찰청 지하철수사대는 4월 서울의 한 지하철 열차 안에서 여성의 신체를 만진 혐의(공중밀집장소 내 추행)로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 A 씨를 지난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약 2달간의 추적 끝에 A 씨의 신원을 특정한 뒤 지난달 19일 대통령실 경호처에 수사개시를 통보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지하철에서 내리거나 환승하는 등의 동선의 폐쇄회로(CC)TV를 모두 파악했다”고 했다. 이후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관련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지하철 내부 CCTV 등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 이에 대해 경호처 관계자는 “직원이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수사기관의 최종판단을 반영해 관련규정에 따라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19일엔 대통령국정기획비서관실 강모 선임행정관이 지난달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드러나 직무배제 조치되기도 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석 달여 만에 30%에 근접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4월 총선 직전 3월 넷째 주 34%에서 총선 패배 직후인 4월 셋째 주 23%로 급락했다가 다시 30%대에 가까워진 것이다. 19일 한국갤럽이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29%로 지난주와 비교해 4%포인트 상승했다. 부정평가는 60%로, 직전 조사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직무수행 긍정평가의 이유로 응답자는 ‘외교’(3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윤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차 닷새간 미국을 방문했다가 12일 귀국했고, 체코 정부는 17일 원전 신규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했다.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5%, 더불어민주당 27%, 조국혁신당 8%, 개혁신당 4%, 진보당 1%, 기타 정당 1%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와 같았고, 민주당 지지율은 3%포인트 하락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석 달만에 30%에 근접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4월 총선 직전 3월 넷째주 34%에서 총선 패배 직후인 4월 셋째주 23%로 급락했다 처음으로 30%대에 가까워진 것이다. 19일 한국갤럽이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29%로 지난주와 비교해 4%포인트 상승했다. 부정평가는 60%로, 직전 조사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직무수행 긍정평가의 이유로 응답자는 ‘외교’(3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윤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차 닷새간 미국을 방문했다가 12일 귀국했고, 체코 정부는 17일 원전 신규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했다.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 대통령의 세일즈 전력이 먹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5%, 더불어민주당 27%, 조국혁신당 8%, 개혁신당 4%, 진보당 1%, 기타 정당 1%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와 같았고, 민주당 지지율은 3%포인트 하락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정부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인 이차전지의 석박사급 인력 양성을 위해 전북 지역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광주과학기술원(GIST) 공동대학원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탄소 및 수소산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등 전북을 첨단 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전북 정읍에서 열린 27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전북을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교두보로 만들겠다”며 “2029년까지 700억 원을 투입해 전주, 완주, 정읍에 걸친 바이오 융복합 전북 연구개발특구에 바이오 융복합 산업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차전지 인재난 해소를 위해 전북 지역에 KAIST와 GIST의 공동 대학원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7∼12월) 중 부지와 양성 인력 규모 등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해 전북 새만금 국가산업단지가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된 만큼 관련 인재들을 육성해내겠다는 것이다. 농업, 식품 등 그린 바이오에 특화된 전북 연구개발특구는 레드 바이오(보건·의료), 화이트 바이오(친환경 에너지)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입주 기업에는 규제, 세제 등에서 적극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북이 탄소·수소 산업의 연구 및 생산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역량 강화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총사업비 1000억 원 규모의 ‘K-Carbon 플래그십 기술개발 사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또 완주에는 2026년까지 240억 원을 투입해 ‘수소상용차 신뢰성 검증센터’도 구축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완주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적극 추진하고 인프라를 확충해 수소 상용차 혁신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농촌 재생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패키지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협약을 맺은 농촌은 삶터와 일터, 쉼터로서의 기능을 위해 필요한 사업을 지원받는다. 전북은 2020년부터 현재까지 임실군, 순창군 등 10개 시군과 농촌협약을 맺었고, 이에 따라 약 5183억 원의 투자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내년에는 정읍시와 완주군, 장수군이 농촌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 밖에 농식품부는 전북에 특례지구 조성과 함께 규제 완화 및 세제 특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식량혁명을 이끌었던 곡창지대 전북에 새로운 역할이 기다리고 있다”며 “전북을 농생명산업 허브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유상임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사진)를 지명했다. 정진석 대통령실장은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유 후보자와 차관급 인사 3명에 대한 인선을 발표했다. 유 후보자는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 출신으로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미 에너지부(DOE) 에임스연구소 박사 후 연구원 등을 거쳐 1998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다. 강원도 영월 출신인 유 후보자는 쌀가게인 ‘대운상회’를 운영한 부모님 슬하에서 4남 1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셋째 아들은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고 막내 아들은 배우 유오성 씨다. 윤 대통령과 유 후보자의 직접적인 인연은 없지만 친윤(친윤석열)계인 유 의원에 대한 신뢰도 반영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 후보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인공지능(AI), 양자, 바이오 등 현 정부가 추진해온 주요 주제에서 세계적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 후보자는 최근 지명된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등과 함께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에 내정했다. 탈북민 출신이 차관급에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김성섭 대통령중소벤처비서관은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으로, 남형기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은 국무조정실 2차장에 내정됐다. 이에 따라 이달 초부터 진행된 ‘중폭’의 순차 개각도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신설되는 대통령저출생수석비서관 등 인선은 검증이 끝나는 대로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자리를 지켜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등은 수해 대응과 의료개혁 등 현안이 남아 있어 당분간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그야말로 올해 여름 정국은 탄핵으로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이재명 전 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를 포함해 검사 4명의 탄핵소추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했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관련 청문회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엔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자 김 전 위원장은 7개월 전 이동관 전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자진 사퇴’ 카드를 꺼내 맞섰다. 급기야 민주당은 15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겨냥해 민간인인 방심위원장의 신분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바꿔 탄핵할 수 있게 한 법안까지 내놨다. 이 정도면 야당이 ‘탄핵 중독’에 걸렸다는 여당의 야유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야당은 140만여 명이 동의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윤 대통령 탄핵의 근거로 삼고 있다. 청원 내용을 보면 △해병대 박정훈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행사 △대통령 일가의 부정비리 △전쟁 위기 조장 등 5가지가 탄핵 사유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유는 수사와 재판을 통한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거나 언뜻 보기에도 위헌·위법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현 정부의 정책적 사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6일 브리핑에서 “수사나 재판 중인 사건들은 국회법상 청원 대상이 아니다”라며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국가 안보를 위한 대통령 결정 사항인데 탄핵 사유에 넣은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탄핵은 불소추특권이나 신분 보장 등으로 해임이나 파면되기 어려운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된 구체적인 범죄 행위가 있을 때 실시하는 예외적, 최후의 수단이다. 특히 국민들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한 대통령을 대상으로 할 때는 도저히 대통령을 그 자리에 둘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만 탄핵이 인용될 수 있다. 선거법 위반이 사유가 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국정농단이 사유가 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가 달랐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탄핵 사유와 요건에 대한 구체적인 법 규정이 없다 보니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진영 논리에 따라 정쟁의 수단이 되는 측면도 있다. 헌법 65조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법관 등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법원조직법, 검찰청법 등 하위 법률에도 어떤 행위가 헌법과 법률 위반인지 규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 연방헌법(제2조 4항)은 반역죄와 수뢰죄 또는 기타 중대한 범죄와 비행으로 최소한의 탄핵 사유를 적시해 놓았다. 탄핵 제도가 남용되며 소모적인 논란으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탄핵 사유부터 법에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헌법 개정이 어렵다면 하위법에 구체적인 탄핵 요건을 마련해야 한다. 가령 부정부패나 판사의 재판 거래, 검사의 수사권 남용 등 업의 본질을 흔드는 사유 발생 시를 탄핵 요건으로 명시할 수 있을 것이다. 입법권을 장악한 거대 야당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성긴 법망을 촘촘하게 짜는 데 있지 아무 데나 그물망을 던지는 데 있지 않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가 가장 위력이 세다는 말처럼 탄핵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면 그 위력은 저감될 수밖에 없다.황형준 정치부 차장 constant25@donga.com}
정부가 내년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광복 80년 기념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대통령령 제정안을 1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제정안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광복 8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설치해 기념사업 종합계획 수립과 관련 행사 계획의 종합·조정 및 지원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을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과 헌신이 있었는지, 다시 한번 되짚어 볼 때”라며 “모든 국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대한민국 광복 80년의 역사와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을 보여줄 기념사업들을 함께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정부가 내년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광복 80년 기념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대통령령 제정안을 1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제정안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광복 8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설치해 기념사업 종합계획 수립과 관련 행사계획의 종합·조정 및 관련 행사 지원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을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과 헌신이 있었는지, 다시 한번 되짚어 볼 때”라며 “모든 국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대한민국 광복 80년의 역사와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을 보여줄 기념사업들을 함께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미독립선언서’에서 자유의 정신과 세계 평화를 외친 독립운동가들의 꿈은 이제 한 세기를 지나 세계의 자유와 평화, 번영에 기여하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꿈이 됐다”고 덧붙였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17일 경찰청장 등 차관급 인사를 발표하며 순차 개각에 재차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채 상병 특검법’ 처리와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등을 둘러싸고 여야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개각을 통해 국정운영의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차관급인 경찰청장에는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사진)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경찰청장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는 자리로 윤희근 현 경찰청장은 8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에는 박성택 대통령산업정책비서관이,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에는 김성섭 대통령중소벤처비서관이 각각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 비서관’을 부처로 내려보내 후반기 국정 장악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장관급은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부터 자리를 지켜온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등 ‘장수 장관’들이 교체 대상이다. 유상임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신성철 전 KAIST 총장 등이 거론된다. 노동부 장관 후보에는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다만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 인사와 수해 대응이 맞물리면서 현 단계에선 교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도 의정 갈등 국면이 일단락될 때까지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사회부총리를 겸할 초대 인구전략기획부 장관과 저출생 문제를 전담할 초대 대통령저출생수석비서관으로는 여성을 기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당초 대통령실은 남성 후보자를 검토했지만 저출생수석에는 여성을 기용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시간을 두고 재차 검증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인구전략기획부 장관은 정무장관과 함께 정부조직법 개정 이후에나 본격적인 인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8∼10일 집중호우 피해가 속출한 충북 영동군과 충남 논산시·서천군, 전북 완주군, 경북 영양군 입암면 등 5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15일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5개 지방자치단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며 “이번 주 장마전선이 다시 북상하면서 추가적인 피해가 우려되므로 피해 지역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응급 복구, 피해조사 등을 실시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사전 대비 태세에 만전을 기할 것”을 관계부처에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이 전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전선과 서쪽에서 다가오는 저기압 등의 영향으로 16일부터 중부지방 곳곳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16, 17일 예상 강수량은 서울 등 수도권과 강원 지역은 30∼80mm(많은 곳 100mm 이상), 충청권 30∼80mm 등이다. 정부는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이달 말까지 합동 조사를 진행한 뒤 추가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할 계획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피해 복구비 일부를 국비로 충당할 수 있어 피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이 줄어든다. 또 세금 납부 유예, 상하수도 요금 감면 등 일반재난지역에 해당되는 18개 지원책 외에 건강보험료 감면, 전기 요금 감면 등 12개 지원이 추가로 이뤄진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201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극작가 페터 한트케의 희곡 ‘관객모독’. 십수 년 전에 본 이 연극을 떠올린 건 독자들과 소통하는 방법 때문입니다. 신성한 관객에게 물을 뿌리고 말을 걸어도, 그가 연극의 기존 문법과 질서에 저항했든, 허위를 깨려 했든 모독(冒瀆)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법조팀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정치부와 사회부에서 10년 넘게 국회와 청와대, 법원·검찰, 경찰 등을 취재했습니다. 이 코너의 문패에는 법조계(法)와 정치권(政)의 이야기를 모아(募) 맥락과 흐름을 읽어(讀)보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가끔 모독도 하겠습니다.본격적으로 공부한 지 3년 만에 사법시험을 통과했다. 환경 전문 변호사에서 TV 방송 진행자로,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뒤 45세 최연소 서울시장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30, 40대에 일종의 퀀텀 점프를 한 것이었다. 훤칠한 키에 귀공자 같은, 호감 가는 외모로 특히 여심을 사로잡았다. 출세 가도를 달리며 만인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성공한 인생’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하 오세훈)의 정치 인생만 놓고 보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전반전’엔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후반전’이 시작된 2011년부터 2021년까진 좌절이 이어졌다. 겨울은 길었다. 한 번 KO패 해도 타격이 큰 데 세 번의 선거에서 떨어졌다. 서울 종로, 서울 광진을 국회의원 선거와 당 대표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한 것이다. 주변에 이른바 ‘측근’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도 한번쯤은 화투 용어인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는 말을 떠올렸을지 모른다.그래도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남들은 안 될 거라고 했지만 2021년 10년 만에 다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해 3선 서울시장이 됐고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4선 서울시장이 됐다.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정치 공백 10년 동안 와신상담(臥薪嘗膽)하며 재도약을 위해 공부했고 반성했고 스스로를 단련했다. 그 10년이 결코 ‘잃어버린 10년’이 아니었다. 자신을 담금질하는 시간이었다. “제 정치적인 운명에 대해서 어떤 확신 같은 게 있는 편이었다. 그래서 선거에 떨어져도 그렇게 큰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 이건 어느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이다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또 공부했네’, ‘나를 다듬는, 나를 단련하는 훈련하는 기간이다’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10년 동안 뭐가 제일 힘들었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한 번도 힘들었다고 답변한 적이 없다. 나는 계속 충만한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종로 선거에서 떨어지는 날, 광진을에서 떨어지는 날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 취재 메모 중 -그는 지금 연장전을 뛰고 있다. 전반전에서의 득점과 후반전에서의 실점을 넘어 이제 연장전에서 마지막 승부를 기다리고 있다.● “공부해야 가난 이겨낼 수 있다” 교육열 높았던 어머니 오세훈은 1961년 1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중소건설회사를 다녔고 아버지 월급만으로 부족했기에 어머니는 방석과 베갯잇 등을 만드는 수예점을 하셨다. 아버지 월급이 몇 달씩 지체돼서 며칠 라면이나 싸라기 밥만 먹으며 지낸 적도 있고 이모님 댁에 돈 꾸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잡아준 택시에서 내려 걸어온 적도 있었다.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어머니는 늘 “세훈아, 공부해야 이 가난을 이긴다”고 강조했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선생님으로부터 “세훈이가 몸이 약하니 특별히 신경을 쓰시라”는 말을 듣고 1년 내내 된장찌개와 밥을 담은 쟁반을 보따리에 싸서 학교까지 갖다줄 정도로 아들을 챙겼다. 어머니의 교육열 덕분인지 그는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했고 6년 내내 반장을 놓치지 않았다. 학창 시절 그의 별명은 일본어로 젓가락인 ‘와리바시’, 키가 커서 책상에 엎드려 잘 때 새우처럼 등이 굽어진다는 의미의 ‘잠새우’ 등이었다. 고교 시절 그의 키는 180cm에 55kg으로 마른 체구였다.1979년 한국외대에 입학했다가 2학년 때 고려대 법대에 편입학했다. 이 과정엔 당시 고려대 문과대를 다니고 있던 부인 송현옥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의 영향이 컸다. 송 교수의 오빠인 송상호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디스크로 학교를 1년 쉰 뒤 오세훈과 같은 반이 되면서 세 사람은 고2 때 함께 과외를 하게 됐다. 과외는 금방 깨졌지만 두 사람은 고3 때 입시학원에서 다시 만났고 이후 고려대에서 유명 커플이 됐다. 오세훈은 아내가 시장에서 국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이 정도라면 이 친구와 결혼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가 고시 공부를 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의 회장님은 어머니의 이모부였다. 선대 회장이 돌아가신 뒤 그에게 외오촌 당숙이 되는 그 아들이 회장이 됐는데 대학생 때 집안 어른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듣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고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어느 날 집안의 어른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듣던 중 아버님이 회사에서 손아래 동생뻘인 회장님께 깍듯하게 예를 갖추신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할 것 같은 그 말이 당시에는 왜 그렇게도 내 마음을 아프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때 나는 절대로 샐러리맨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고는 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오세훈, ‘가끔은 변호사도 울고 싶다’, 1995년-그는 고시생 시절에 하루 14시간 앉아 끈기 있게 공부를 했다. 대학원 1년 때 1차 시험을 붙었고 2차 시험은 같은 해 바로 붙었다. 시간 끌면 패스를 못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 오랫동안 앉아 있던 탓에 엉덩이에 난 종기가 심해져 2시간 넘게 수술을 받기도 했고 지금도 흉터가 남게 됐다. 오세훈은 사법시험에 붙은 직후인 1985년 결혼했다.연수원을 졸업한 뒤 변호사 생활을 하며 환경 분야에 눈을 떴다. 1993년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일조권 문제로 대기업과 소송을 준비한다고 찾아왔다. 일조권에 대한 판례가 없어 스스로 일본 등 해외 판례를 손수 번역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결국 재판부는 대기업에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이 사건은 대한민국 최초로 헌법상 일조권을 환경권으로 인정받은 판례가 됐다. 이 과정에서 환경운동연합(당시 공해추방운동연합)을 알게 됐고 시민상담실장과 법률위원장 겸 상임집행위원을 지내며 환경변호사로 활약했다.“환경운동연합을 갔는데 충격을 받았다. 나는 초임 변호사라도 먹고살 만했는데 환경운동연합의 젊은 활동가들이라는 게 대부분 20대인데, 그때 회사원들이 받는 월급의 한 반이나 3분의 1을 활동비라는 명목으로 받고 사실상 자원봉사를 했다. 그런 시민단체 활동을 보고서 ‘이 사람들이 이렇게 자기 젊은 시절을 희생하면서 열정적으로 하는구나’ 감동을 해서 그 사람들을 돕기 시작한 것이다. 하다 보니 운동가들과 친해지게 되고 열심히 돕다 보니 여러 직책을 맡게 됐다.” - 취재 메모 중 -● TV 프로그램 진행자로 인기 누리다 정치권 진출그는 이후 MBC의 법률상담 프로그램인 ‘오변호사, 배변호사’를 진행하면서 인기를 누렸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각종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도 맡았다. 정장 등 TV 광고모델이 돼 달라는 요청도 들어왔다. 인지도가 높아지자 정치권에서 ‘콜’을 받았다. 그도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현실정치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영입 제안도 받았지만 그는 이회창 총재의 제안을 수용해 한나라당에 입당하며 보수 정치의 길을 선택했다. 기본적으로 국가는 인간의 자율과 동기부여를 중시하는 정책 원리로 운영돼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정의하는 보수는 이렇다. “보수는 ‘물’ 같은 것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마시는 물 한 잔에 특별한 감흥을 가지지 않는 것처럼, 보수는 겉보기에 대단한 이념이나 이상이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인의 도전과 국가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 근본이념인 자유와 경쟁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중략) 보수 우파는 역사의 저류임과 동시에 현실이다. 재미없고 지루하지만 실수가 적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고 실용적이다.” - 오세훈, ‘미래’, 2019년 -반면 진보는 톡 쏘는 시원함과 청량감이 있는 ‘사이다’였다.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기에 가슴 뛰고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실수가 잦고 좌절과 오류가 빈번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입당한 그는 서울 강남을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당 부대변인, 청년위원장, 이회창 대선 후보의 비서실 부실장을 맡는 등 당 초선으로서 비중 있는 역할을 했다. 자신의 관심 및 전문 분야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소장파로 활동하며 불출마 선언… 정치개혁법안인 ‘오세훈법’ 주도국회의원이 됐지만 그는 지독한 마음고생을 했다. 힘없는 정치 초년생에게 수시로 주어지는 역할이 ‘소총수’ 역이기 때문이다. 그는 상대 당 소속 국회 부의장의 날치기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자택 앞에 동원됐을 때 한없이 부끄러웠다고 한다.중학교 2학년이던 둘째 딸이 선생님으로부터 “정치인은 모두 쓸어서 한강에 처넣어야 할 족속들”이라는 말을 듣고 제 방에 와서 틀어박혀 울었던 일도 있었다. 딸이 아빠를 창피해한다는 게 그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이후 그는 마음을 다시 먹었다.“시인 폴 발레리가 말했던 것처럼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과 절박함이 내게 또 다른 용기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나를 지배하던 가장 큰 생각은, 1인 보스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패거리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1인 보스 중심의 정치가 지역주의의 심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했다. 또 그 집단을 유지하기 위한 막대한 자금 소요가 정치 부패를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여겼다. 따라서 선결과제는 정치자금 시스템의 혁명적 변화라는 확신이 섰다.” - 오세훈, ‘시프트 : 생각의 프레임을 전환하라’, 2009년 중 - 이에 오세훈은 당내 정풍운동에 앞장섰다. 2003년 소장파였던 남경필 원희룡 의원 등이 함께한 ‘미래연대’ 대표를 맡아 ‘5, 6공 세력 용퇴론’을 주장했다. 이후 2004년 1월 그는 부끄러움과 정치개혁 외침에 대한 책임을 거론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 개혁을 외쳐도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는 데 좌절했던 그가 “내가 던져야겠구나”라는 생각에 극약처방을 한 것이었다.“지난 4년을 돌이켜 보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먼저 정치 현실에 정통하지 못하면서 정치를 바꿔보겠다고 덤벼든 무모함이 부끄럽고, 잘못된 길을 가는 모습을 보고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묵인한 무력함이 부끄럽고, 묵인을 넘어서서 어느 사이 동화되어 간 무감각함이 부끄럽고, 미숙한 자기 확신을 진리인 양 착각한 무지함이 부끄럽고, 세계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심 무시하고 배척한 편협함이 부끄러우며, 그리고 이렇게 부끄러운 자신의 입으로 역사에 공과가 있음을 애써 무시하고 선배들께 감히 용퇴를 요구한 그 용감함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흔들리는 나라를 살리려면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하고, 정치를 바꾸려면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바뀌어야 하고, 한나라당을 바꾸려면 사람을 바꾸어야 한다는 조급증 때문이었음을 이해하여 주십시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제 자신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조그마한 기득권이라도 이를 버리는 데에서 정치개혁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던 대로 이제 실행하려 합니다. 그러한 고민의 산물이 지난번 지구당위원장직 사퇴에 이은 이번 불출마이며, 이것이 정치권의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 2004년 1월 오세훈의 불출마 선언문 중 -‘불출마 승부수’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오세훈의 지지자 2만여 명은 인터넷을 통해 ‘오세훈을 사랑하는 모임’을 결성해 ‘오풍(吳風)을 일으키자’는 캠페인까지 벌이기 시작했다.또 그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자금법소위원장을 맡아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 국회의원 1년 후원금 1억5000만 원(선거가 있는 해는 3억 원) 제한, 지구당 폐지 등 법 개정을 주도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수백억 원의 대선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던 덕분이다. 그의 정치개혁법안은 그대로 반영이 됐고 나중에 일명 ‘오세훈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국민들에게 그의 이름을 각인시킨 첫 번째 순간이었다. 이후 그는 다시 변호사로 돌아갔다. 같은 해 6월 강원 속초시에서 열린 2004설악국제트라이애슬론대회(철인3종경기)에 출전해 이를 완주하며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과시하기도 했다.휴지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며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온 것이다. 경선 과정에서 그는 홍준표 맹형규 등 후보와 경쟁했지만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시 그를 향해 “당이 어려울 때 손에 흙을 묻히지 않고 혼자 이미지만 가꾸고 다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 후보로 선출된 그의 선거캠프는 과거 선거캠프와 달리 벽(파티션), 돈, 종이컵 등이 없는 3무(無) 캠프로 주목을 받았다. 캠프 부서 간 경계를 허물어 소통하고, 정치개혁을 앞세운 그의 깨끗한 이미지를 위해 선거비용을 줄이고, 환경보호를 위해 종이컵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 등과 붙어 승리했고 최연소 민선 서울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 디자인에, 복지에, 환경에 ‘미친’ 시장님오세훈은 시장으로서 신명 나게 일했다. 디자인, 환경, 복지에 미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에 선정되며 서울을 ‘디자인 중심도시’로 만들며 브랜드를 업그레이드했다. 서울시청 청사 신축을 과감히 추진했고 노점상 등을 설득해 동대문야구장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변신시켰다. 반포대교 인근 세빛섬과 반포 분수 등 한강 조경도 바꾸며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그는 인생의 전환 기회를 주는 것이 진정한 복지라는 생각에서 ‘노숙인 희망의 인문학 코스’를 만들었다. “십 년 전에 인문학 강의로 인생 바뀐 사람이 많다. 얼마 전에 경비원 하시는 분을 만났는데 10년 전에 그 희망의 인문학 코스를 2년을 들었다더라. 그래서 인생이 달라졌다고 했다. 노숙인들이 중요한 건 알코올중독 때문에 안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교육을 받음으로써 알코올중독을 벗어날 수 있는 의지가 생긴다.” - 취재 메모 중 -이와 함께 그는 창의행정과 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인 일명 ‘여행(女幸) 프로젝트’를 도입해 ‘UN 공공행정상’을 2회 연속 수상했다. 직접 시민인 척 민원실에 전화를 걸어본 뒤 느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다산 120콜센터’로 행정 문의 안내를 통합한 서비스를 정착시켰다. 장기전세주택인 ‘시프트’도 정착시켰다.오세훈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전직 서울시 공무원의 이야기다. “꼼꼼하게 직접 챙기고 매일 아침 회의를 통해서 점검하고 또 문제가 있으면 바로바로 해결하려고 한다. 보고를 하면 바로 피드백을 주고 상황 파악과 업무 장악력,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났다. 업무 이해도가 높고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으니 공무원들은 늘 노심초사하고 좌불안석이다. ‘무관용’, ‘노 머시(no mercy)’ 스타일이어서 매몰차게 면전에서 단죄하는 스타일” - 취재 메모 중 -2010년 재선에서 성공했지만 2011년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여야는 단계적 무상급식이냐 전면적 무상급식이냐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는데 오세훈이 주민투표로 이를 결정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해 8월 급기야 오세훈은 정치적 생명을 걸고 투표율이 33.3%에 미달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까지 공식 발표했다. 돌파를 위한 승부수였지만 결국 자충수로 돌아왔다. 투표율은 25.7%에 그쳤고 그는 결국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영국·중국 연수, KOICA 자문단 등으로 활동하며 10년 와신상담이때부터 오세훈은 혹독한 후반전에 돌입한다. 시장직을 건 결정은 당 지도부의 동의 없이 진행해 당내에선 보수 진영의 궤멸을 자초했다는 책임론이 제기됐다. 그해 10월 치러진 보궐선거에선 서울시장 자리를 박원순 시장에게 내줬다. 그는 이듬해 5월 영국 킹스칼리지 공공정책대학원 연구원 자격으로 유학길에 올라 복지정책에 대해 공부하고, 중국 상하이(上海)로 넘어가선 어학 공부를 했다. 2012년 12월 대선 직전 귀국했지만 좀처럼 언론에 등장하지 않았다. 일종의 자숙의 시간을 보낸 것이다.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와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고문변호사 등을 지내던 그는 2013년 1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중·단기 자문단의 일원으로 중남미 페루에서 6개월,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6개월을 보냈다. 수도승같이 지내던 외로운 시간이었다. 그는 매일 혼자 밥을 해 먹었다. 매일 시청에 출근해 배울 게 있으면 배우고 조언할 게 있으면 조언을 했다. 어머니가 걱정할까 봐 아프리카 등 현지에 있다고 솔직하게 얘기를 못 했다.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골프장은 물론 술집 한 번 가지 않았다. 일기를 쓰며 현지에서 느낀 걸 책으로 출간했다.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르완다에서는 아이들이 맨발로 다니다 거머리에게 물려 결국 발목을 자르는 사례를 보고 신발 보급 활동도 펼쳤다. 오세훈이 사실상 정계에 복귀한 건 2016년 20대 총선이다. 총선을 앞두고 당 지도부로부터 험지 출마 요청을 받았지만 그는 서울 종로 출마를 고집했다. 종로 지역구에서 3선을 했던 박진 현 외교부 장관과 경선 끝에 본선에 진출했지만 민주당 소속 정세균 전 국무총리에게 패배했다. ‘정치 1번지’에서 당선된 뒤 대선 후보로 부상하려는 ‘화려한 복귀’는 실패로 끝났다.이후 2019년 당 대표 선거에서 황교안 전 대표에게 패배했고 2020년 21대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 출마했다가 고민정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무렵엔 그의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 캠프 대변인을 시킬 사람조차 없었다고 한다. 광진을 선거에서 떨어지자 ‘재기 불능’에 가까워졌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떠나는 사람들이 하나도 밉거나 섭섭하지 않았고 이해가 됐다고 한다. 그는 2021년 재·보궐 선거 초반 사상 초유의 ‘조건부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시장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는데 당시 정치권에선 기이한 행보라는 비판이 나왔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자진 사퇴와 겹치면서 당시 여권 안팎에선 “오세훈도 이제 정치생명 끝난 것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난관 끝에 그는 이를 돌파했고 당선됐다. 후반전 10년이 그를 가장 서글프게 한 건 달라진 세상의 인심을 보는 것이었다.“2021년 선거에서 4위로 출발했을 때 나는 속으로 당선된다는 확신이 있는데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경선에서 나경원 후보를 이기고 나니까 그때는 이제 일할 사람들이 캠프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안철수 의원과 단일화에 성공하니까 이제 정말 못보던 사람들까지 전부 캠프에 와 가지고 ‘자리를 달라’고 난리 치고 싸우기 시작했다. 그 10년은 굉장히 큰 인생 공부가 됐다.” - 취재 메모 중 -● 서울시장 5선이냐, 대선 도전이냐…오세훈의 길은? 그렇게 오세훈은 10년 만에 다시 서울시장 자리로 돌아왔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치러진 2022년 지방선거에서 4선에 성공했다. 그는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시정철학을 통해 안심소득, 안심주택, 서울런(Learn) 등 복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강 수상버스 도입, 상암동 하늘공원 대관람차, 서울 고도 제한 완화 등 다양한 정책도 추진 중이다.그는 10년 동안 끊어진 서울시 정책을 보면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직을 건 것을 많이 후회했다고 한다. 토건(토목건설) 위주 정책을 반대했던 박원순 전 시장 시절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멈춰 있었고 자신의 재임 시절 추진했던 정책이 중단됐기 때문이었다. 특히 최근 일본 도쿄를 다녀온 뒤 후회를 많이 했다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일본은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디자인과 기반시설을 준비했고 녹지공간 등 도시계획을 새로 하면서 시민들에게 아름답고 편리하게 공간이 재편된 반면 서울은 멈춰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서울 올림픽 유치를 내세운 이유이기도 하다.“내가 할 말을 잃었다. 이번에 진짜 뼈저리게 내가 지난 10년 동안, 정치를 그만둔 때에도 물론 순간순간 후회하고 반성하고 할 때가 있었지만 이번만큼 내가 절실하게 쇼크를 받은 적이 없어요.” - 취재 메모 중 -자신이 추진했던 정책이 중단된 것을 본 그는 2026년 시장 5선 도전과 2027년 대선 출마에 대해 “지금 마음은 반반”이라고 했다. 자신이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시장직을 계속해야 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에서다.대선 주자로서 그는 여전히 조직과 세력이 약하다거나, 이미지 정치를 한다거나 ‘선당후사’가 아닌 선사후당의 정치를 하며 개인플레이를 해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기성 정치인답지 않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과거의 오세훈은 이런 비판을 내심 무시하며 ‘일만 잘하면 되지’ 하는 생각이었다. 깨끗한 정치가 그의 슬로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한기 10년을 보낸 지금의 오세훈은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이런 비판을 수용하고 민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각각 성공과 실패의 원인이 됐던 그의 승부사적 기질이 어떻게 발휘될지 지켜볼 일이다. 승부처는 결국 서울시정의 성과물이 될 것이다. 오세훈 시장의 핵심 목표인 ‘약자와의 동행’이 오 시장의 ‘웰빙 변호사’ 이미지와 서민적이지 않은 느낌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고 그에게 돌직구를 던졌습니다. 아마 오 시장 삶의 궤적과 그다지 어울리지 않고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 오히려 동행을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담긴 비판이지요.그러자 그는 “정치인의 말이나 이미지를 보지 말고 행적과 발자취를 봐달라”며 “10년 전에도 서울형 그물망 복지를 추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자신이 서울시장 초재선 시절부터 일관되게 복지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는 겁니다.오 시장의 책들을 예상보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서울시민인 저 자신도 오 시장이 남긴 성과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를 만나면서 솔직담백하고 지도자로서의 소신과 일관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장전’에선 그의 철학과 진심이 좀 더 많은 이들에게 호소력있게 전달되길, 멋진 승부를 겨룰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올 1월부터 연재하기 시작한 시리즈는 이번 25화로 끝을 맺습니다.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 또 정치가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래서 정치를 혐오의 대상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는 생각과 그래서 각각 정치인들의 매력을 알리고 응원하고 싶었던 필자의 속마음이 담겼습니다. 그동안 애독과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