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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화 강세의 여파로 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 증시의 대형 기술주 7인방인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M7)’ 주식도 대거 처분했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액은 6억5000만 달러(약 8964억 원)로 집계됐다. 올 들어 처음 순매수세가 꺾인 것으로 지난달(20억9000만 달러) 대비 3분의 1토막으로 줄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치솟는 등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을 신규로 매수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달러화 강세를 기대하면서 미국 주식 투자를 늘렸지만 최근 고점이라고 판단하고 투자 비중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미국 증시가 조정에 들어가면서 M7 등 주요 주식을 대거 매도한 것도 순매수 규모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서학개미들은 이번 달 들어 테슬라(3억1800만 달러)와 메타(500만 달러)를 제외한 엔비디아(―1억2500만 달러), 알파벳(―6500만 달러), 애플(―5000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1800만 달러), 아마존(―1800만 달러) 등의 주식들을 대거 팔아치웠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삼성증권이 가정의 달을 맞이해 주식 선물하기 서비스 이벤트를 진행한다. 미성년자 자녀의 비대면 계좌를 개설한 뒤 100만 원 이상의 주식 선물하기를 이용할 경우 ‘올리브영 기프트카드 1만 원권’을 증정한다. 이벤트 기간은 다음 달 10일까지다.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삼성증권 모바일 앱 ‘엠팝(mPOP)’에서 먼저 참여 신청을 해야 한다. 코스피나 코스닥 상장 종목을 선물해야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 선물하기의 경우 이벤트에서 제외된다. 주식 선물하기 기능으로 발신자와 수신자 간 동일 주식을 교환하는 경우에도 당첨 대상에서 제외된다. 삼성증권의 비대면 미성년자 계좌 개설은 엠팝에서 가능하며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진행할 수 있다. 자녀 계좌 개설을 위해서는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를 업로드해야 한다. 자세한 계좌 개설 내용은 엠팝에서 확인 가능하다. 주식 선물하기를 이용할 때 증여세 부과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성인 자녀의 경우 10년간 5000만 원, 미성년 자녀는 2000만 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한편 삼성증권은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NEW POP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 접속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경품 지급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다음 달 24일까지 POP HTS에 접속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사은품을 증정할 예정이다. 1등 한 명에게는 갤럭시북4 프로를 지급하고 2등은 갤럭시S24(1명), 3등은 네이버페이 포인트 1만 원권(50명) 등을 지급할 계획이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삼성생명은 암 진단과 치료 보장을 확대한 ‘다(多)모은 건강보험 필요한 보장만 쏙쏙S2’가 회사의 대표 보험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가입자가 직접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보장을 맞춤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모은 건강보험 S2는 지난해 출시한 ‘다모은 건강보험 S1’에서 암 관련 보장을 대폭 확대했다. 통합 암 진단 특약이 대표적이다. 이 특약의 경우 부위별로 암 진단 보험금을 받는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통합 암 보장 특약에 가입한 고객이 위암 진단을 받아서 보험금을 수령하면 위암 및 식도암 부위의 보장은 소멸하지만 다른 부위에 대한 암 진단 보장은 지속된다. 이외에도 ‘통합 전이암 진단 특약’ ‘통합 소액암 진단 특약’을 신설해 폭넓은 암 보장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암 진단 보장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최근의 암 치료 추세를 반영해서 치료 및 수술 보장도 강화했다. ‘암 다빈치 로봇 수술’이나 ‘레보아이 로봇 수술’과 같은 최신 기술로 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암 로봇수술’ 특약을 통해 최대 1000만 원까지 보장한다. 또 고객 요청이 높은 항암 방사선 약물치료나 표적·면역 항암치료 등에 대해서도 각각 최초 1회에 한해서 최대 3000만 원까지 지급하도록 보장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다모은 건강보험 S2는 10회 경험생명표를 반영해서 저렴해진 보험료로 가입이 가능하다”며 “암 진단부터 수술, 치료까지 최근 암 발병 추세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만든 삼성생명의 대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이달 초부터 일상생활 속 위험을 보장해주는 ‘삼성 굿데이 일상생활플랜보험’ 판매에 돌입하기도 했다. 삼성생명이 생활밀착형 보험을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상품은 제품 및 서비스 구매와 함께 보험 가입이 가능한 ‘임베디드 보험’이다. 재해로 인한 사망·장해부터 수술, 입원, 응급실 내원 등 다양한 사고에 대한 보장을 제공한다. 특히 골절이나 깁스, 화상, 식중독 등 생활 속에서 흔히 발생하는 위험을 맞춤형으로 조립할 수 있어 상품이나 서비스에 꼭 맞는 보장을 자유롭게 구성 가능하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롯데카드의 후원으로 문을 연 소아암 환아 지원 공간 이용객이 지난해 말 4만 명이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카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2014년부터 11년간 소아암 환아와 그 가족들을 돕기 위해 치료비 지원이나 전문 심리 상담 등 다방면으로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롯데카드는 2014년 11월 부산나음소아암센터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소아암 환아와 그 가족들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롯데카드는 ‘롯데아이러브부산카드’ 사용액의 0.1%를 적립한 기금 등을 통해 부산나음소아암센터를 설립했고, 운영은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맡겼다. 지난해 말까지 10년간 부산나음소아암센터의 누적 이용자 수는 3만51명에 이른다. 센터에서는 소아암 환아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치료비 지원뿐만 아니라 암 정보 및 교육 자료 제공, 소아암 교육, 전문 심리 상담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신체적 문제뿐만 아니라 심리적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주면서 소아암 환아와 가족들의 이용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소아암 치료 시설과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 같은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센터의 중요도가 더 크다는 게 롯데카드의 설명이다. 부산나음소아암센터를 이용하는 한 소아함 환아의 가족은 “센터는 병으로 힘들어하는 가족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라며 “소아암 치료를 시작하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센터에서 제공해준 정보와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소아암 쉼터’도 지방에 거주하는 소아암 환아와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카드는 201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서울 대학로나 교대역 등 주요 병원 근처에 5곳의 소아암 쉼터를 열었다. 소아암 쉼터는 지방에 거주하는 소아암 환아와 그 가족들이 치료를 받는 동안 머무를 수 있는 독립된 형태의 소규모 숙박 공간이다. 일반 숙박 시설 대비 숙박비가 저렴하고 교통비를 아낄 수 있어 소아암 환우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지난해 말까지 서울에 있는 5개 쉼터의 누적 이용 인원은 9886명에 달한다. 소아암 쉼터도 부산나음소아암센터와 마찬가지로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이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시설 이용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지난해 11월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이 쉼터를 이용한 소아암 환우 가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5%가 ‘쉼터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쉼터가 치료 과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5점 만점에 평균 4.94점을 받았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소아암 치료 병원이 대부분 서울에 있기 때문에 지방에 사는 환아들은 치료를 받을 동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따로 구해야 한다”며 “이 같은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소아암 쉼터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카드는 2015년부터 소아암 환우를 돕기 위해 임직원 사회공헌기금 모금 캠페인도 실시해오고 있다. 이 기금은 매달 급여의 끝전을 모아 기부하는 급여 우수리 나눔 캠페인 등 임직원의 사회공헌활동 참여로 모인 금액과 회사가 임직원이 모금한 금액만큼 추가 기부하는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조성됐다. 지난해까지 총기부 금액은 1억2645만8838원으로 경제 사정이 어려운 소아암 환아의 치료비 지원을 위해 사용됐다. 롯데카드는 2018년부터는 서울 성북구에 있는 ‘서울나음소아암센터’를 통해 ‘키즈 베이킹’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는 등 소아암 환아의 정서적 어려움을 도울 수 있는 지원도 확대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부산나음소아암센터와 서울 소아암 쉼터 개소 후원 등으로 소아암 환아와 가족들이 편안하게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앞으로도 환아와 가족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후원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가 0%대 저성장 고리를 끊고 ‘깜짝 반등’에 성공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데다, 건설 투자와 민간 소비까지 살아나면서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3% 증가했다. 이는 2021년 4분기(10∼12월·1.4%)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인 0.6%를 약간 웃돌 것으로 예상했지만 수출과 내수 회복에 힘입어 2022년 1분기(0.7%) 이후 지속된 분기별 0%대의 성장률 고리를 끊어 냈다. 성장률 반등은 우려했던 내수 경기가 살아난 영향이 컸다. 건물·토목건설이 동반 회복하면서 건설 투자가 2.7% 증가했다. 민간 소비가 전 분기 대비 0.8% 늘어난 가운데 정부 소비도 0.7% 늘었다. 수출 역시 꾸준히 회복세를 보였다. 올 1분기 수출은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품목 중심으로 0.9% 늘면서 성장률 상승을 견인했다. 민간이 성장 주도… 정부 “올 성장률 2.2% 넘을 듯” [경제 이슈]1분기 성장률 27개월만에 최고치일부선 “韓 올해 성장률 2.3% 전망”고금리 장기화-중동 사태 등 변수 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의 ‘깜짝 성장’에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높여 잡고 있다. 수출 호조와 내수 경기 반등에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 등 대외 변수로 인해 성장률이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5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랜만에 우리 경제 성장 경로에 ‘선명한 청신호’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민간 주도의 성장을 달성했고 수출 호조에 더해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반등이 골고루 기여하는 균형 잡힌 회복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연간 성장률이 기존 정부 전망치(2.2%)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1분기에 거둔 1.3%의 성장률은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된다는 판단의 근거”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에서 2%대 초중반으로 가는 경로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다음 달 수정 경제전망 발표에서 기존 연간 성장률 전망치(2.1%)를 높여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한중일 경제를 분석하는 국제기구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도 이날 한국 경제가 올해 2.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완연한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국내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개선되고 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4월 전 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2포인트 상승한 71로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 여파와 중동 사태 확전 등은 국내 경제 성장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고환율·고유가 등으로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면 내수 경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슈퍼 엔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일본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미래에셋증권이 고객 예탁자산 증가와 수익률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리테일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액 자산가 유입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예탁자산이 421조 원을 넘어섰다.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인해 대외 투자 환경이 악화됐지만 예탁자산이 1년 전보다 35조 원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엔 해외주식 거래고객의 양도차익이 1조 원에 달하면서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도 함께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인공지능(AI) 관련 서비스가 리테일 부문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가입 평가액이 1조 원(1만5414계좌)을 돌파했다. 2022년 9월 서비스를 출시한 지 500여 일 만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고객의 투자 성향, 가입 시점, 자산 상태 등을 분석해서 최적화된 개별 투자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40, 50대의 가입 평가액만 7000억 원에 달한다. 자산 10억 원 이상인 고액 자산가 고객도 크게 불었다. 올해 3월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이 확보한 고액 자산가는 약 2만1000명으로 1년 새 24%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020년 9월부터 VIP 고객을 대상으로 미래에셋세이지클럽이라는 멤버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부동산, 법률, 투자, 가업 승계 등 VIP 고객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를 동원해서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6월부터 국내 금융권 단독으로 ‘개인 투자용 국채’ 판매에 나선다. 개인 투자용 국채는 매입 자격을 개인으로 한정해서 발행하는 저축성 국채로 전용 계좌를 통해 투자할 수 있다. 매입액은 총 2억 원까지이며 이자 수익에 대해 전액 분리 과세된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메리츠증권은 미국채 10년물과 30년물에 3배 레버리지로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상품(ETN) 등 총 6개 종목의 ETN을 한국거래소에 상장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상장 종목은 10년·3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을 양방향으로 최대 3배 추종하는 ETN이다. 해당 상품의 총보수는 최대 0.5%다. 현재 미국에 거래되는 장기채 수익률 3배 추종 상품의 총보수(1.04%) 대비 절반 수준이다. 이번 ETN은 모두 환노출 상품으로 환율 변동에 유의해야 한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올해 들어 한국의 과일, 채소 값이 주요 7개국(G7), 유로존, 대만 등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크게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휘발유를 포함한 에너지류 물가 상승률도 2위에 올라 기후변화와 중동 사태 등 대외 변수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22일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이 G7과 유로 지역, 대만 등 주요 선진국을 대상으로 올해 1∼3월 월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3.0%로, 영국(3.5%)과 미국(3.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이웃 국가인 일본은 2.6%였고, 우리와 경제 환경이 비슷한 대만은 2.3%에 그쳤다. 특히 과일이나 채소 가격의 오름세는 타 국가 대비 월등하게 높았다. 올해 들어 한국의 과일 가격 월평균 상승률은 36.9%로, 2위인 대만(14.7%)과 비교해도 2.5배 수준이었다. 채소류의 가격 상승률도 10.7%로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았다. 전기·가스요금, 연료비 등 에너지류 관련 항목을 가중 평균해서 산출한 결과 한국의 월평균 에너지 관련 물가 상승률은 1.1%로 프랑스(2.7%)에 이어 2위였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휘발유나 경유 등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3월 에너지 관련 물가 상승률은 2.9%로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기후변화나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 등 대외 변수에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는 대외 변수에 대응하기 힘들다”면서 “향후 중동 사태 확전이나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등을 감안해 정부와 한국은행은 물가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국내 1위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을 인수하기로 했다. 지난해 임플란트 회사인 오스템임플란트와 구강 스캐너 업체 메디트를 인수한 데 이어 세 번 연속 헬스케어 기업에 투자했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이날 지오영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MBK파트너스는 지오영의 최대주주인 블랙스톤으로부터 지오영 지분 71.25%를 1조6000억 원가량에 사기로 했다. MBK파트너스가 투자 금액의 절반 정도를 부담하고, 삼성증권이 인수금융을 통해 나머지 자금을 지원해주는 구조다. 삼성증권은 인수 자문도 담당했다. 지오영의 창업자이자 2대 주주인 조선혜 회장은 지분을 팔지 않고, MBK파트너스와 공동 경영에 나설 예정이다. 지오영은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 점유율 1위 업체(약 11%)로, 최근 10년간 총 10건 이상의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웠다. 국내 물류센터 50곳 이상을 보유한 지오영은 이를 거점으로 국내 주요 병원 및 지방 약국 등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4조4386억 원이며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7%가 넘는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초에 오스템임플란트와 메디트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지오영까지 사들이면서 국내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투자 규모를 키우고 있다. 한국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것을 감안해서 투자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MBK파트너스는 최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보낸 연례 서한에서도 “헬스케어 분야 등에 주목하고 있다”며 “지난해 인수했던 오스템임플란트의 실적이 22%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이스라엘이 이란으로부터 사상 처음 본토를 공격당한 지 엿새 만에 이란의 군사기지에 대한 재보복을 강행했다. 이번 공격은 이란이 1일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에 대응해 13일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것에 대한 재보복 성격이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공격과 반격을 주고받는 ‘보복의 악순환’을 지속하며 긴장을 높여가는 모양새라 자칫 중동 지역 양대 군사강국 간 본격적인 전면전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ABC방송 등은 이스라엘이 19일(현지 시간) 이란 내 목표물을 미사일로 타격했다고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 국영TV는 이날 오전 4시경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350km 떨어진 이스파한 상공에서 무인기(드론) 3기가 목격됐고, 방공체계가 가동돼 모두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는 익명으로 외신에 “군이 이란 본토를 타격했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이번 공격과 관련된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스파한에는 이란 육군항공대 기지 등 군사시설은 물론이고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 등 이란의 ‘핵 인프라’가 밀집돼 있다. 다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 핵시설에 피해가 없음을 확인했다”면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을 두고 ‘제한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란은 앞서 이스라엘의 재보복 시 “즉각적이고 최대 수준으로 갚아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킴 도저 CNN방송 글로벌 이슈 분석가는 “양국 간 이러한 ‘확전 사다리(escalation ladder)’가 정말 끔찍한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격에 국내외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코스피는 19일 장중 한때 3% 이상 급락했다가 오후 들어서는 낙폭을 줄여 42.84포인트(1.63%) 내린 2,591.86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도 장중 20원 가까이 오르며 달러당 1390원 선을 돌파했다가 결국엔 9.3원 오른 달러당 1382.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증시도 2.7% 급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가 모두 약세를 보였다. 중동의 긴장 고조에 국제 유가도 이날 한때 4% 이상 급등했다.이스라엘, 핵시설 인접 軍기지 공습… 이란, 재보복땐 전면전 위험 [이스라엘, 이란에 보복 공습]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생일이스라엘, 6일前 ‘공격원점’ 타격이란 “드론 3대” 미사일 피격 부인… 외신 “이란 반격땐 5차 중동전 우려” 13일(현지 시간) 이란으로부터 본토에 대한 사상 첫 공격을 받은 뒤 “고통스러운 보복”을 하겠다고 벼르던 이스라엘이 19일 새벽 이란을 타격했다. 이날은 이란 최고지도자이자 1989년부터 재임한 중동의 ‘최장 통치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85세 생일이다. 이스라엘이 이란 권력의 핵심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려 이란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은 언론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습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두 나라가 전면 충돌을 피하려는 수순이란 분석이 제기됐지만 공격과 반격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높이다가 자칫 파국을 부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 美 “이스라엘 미사일, 이란 목표물 타격”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 등은 이날 이란 이스파한 북서쪽의 군공항 주변에서 세 건의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이란 IRNA통신에 따르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F-14 톰캣 전투기가 배치된 주요 공군기지에서 방공 포격이 이뤄졌다. 이번 공습의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파르스통신은 “군 레이더가 표적 가능한 물체였다”며 “이 지역 여러 사무실 건물의 창문이 깨졌다”고만 전했다.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CNN방송에 “이스라엘이 민간인과 핵시설을 피하고 군사시설을 표적으로 삼았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이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데 이어 이란이 13일 이스라엘 본토를 사상 처음으로 보복 공격한 뒤에 발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이 13일 공습 당시 미사일 발사처로 이용한 곳 중 하나가 이스파한이라고 짚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격 원점을 타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스라엘이 이스파한 공격의 배후인지를 묻는 말에 답변을 거부했다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다만 미 NBC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당국이 이란에 어느 정도 피해를 줬는지를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은 공격 사실을 축소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란 항공우주국 대변인 호세인 달리리안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현재로선 이스파한을 비롯한 국내에 미사일 공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인기(드론) 세 대가 날아왔지만, 방공망이 성공적으로 격추했다”며 “적의 작전은 굴욕적 실패로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란 국영방송 IRIB도 이스파한의 한 건물 옥상에서 방송기자가 “도시는 안전하고 사람들은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하는 뉴스 영상을 공개했다. 이란 국영TV 등은 이란이 국경 밖에서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이 외부의 공격을 받았다는 점을 축소하는 것은 자존심 때문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 “이란의 다음 반응 예측할 수 없다” 국제사회의 눈은 양국의 보복전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지, 아니면 여기에서 마무리될지에 쏠린다. 일단 이란과 이스라엘의 주요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신들도 이번 공격을 ‘제한적 보복’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공격에 대한 조용한 초기 대응은 이란과 이스라엘이 확대를 피하고 싶어 함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마크 매컬리 미 육군 퇴역 소장은 CNN에 “이스라엘이 더 이상 공격하지 말라고 이란에 ‘계산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번 공격은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이 CNN에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추가 군사적 조치를 취한다면 “즉각적이고 최대 수준”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지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또 공격 이후 이스라엘에선 ‘보복 강도가 약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이날 X에 “(보복이) 약했다”는 한마디를 올렸다. 이번 공격이 양국 보복전의 끝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구체적인 피해 규모와 배경이 드러나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는 우려가 쏟아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갈등 확대를 억제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하나의 잘못된 계산이나 오해, 실수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중동의 전쟁 위기와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등 대외 악재가 중첩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연일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강달러에 밀려 원화 및 엔화가치가 연일 떨어지자 한국과 일본, 미국 재무장관이 사상 처음으로 회의를 갖고 초유의 시장 개입에 나서기도 했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시장 충격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한국 경제에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신 3고(高) 위기’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美 긴축 악재에 중동 리스크 강타 19일 국내 증시는 전날 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 ‘금리 인상론’이 다시 고개를 든 데다 반도체 관련 주의 조정까지 겹치면서 1.3%가량 급락한 채 출발했다. 그러다가 오전에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 속보가 날아들며 순식간에 낙폭을 키워 2,553.55까지 내려갔다. 코스피가 장중 2,550대까지 후퇴한 것은 2월 2일 이후 2개월 반 만에 처음이다. 여기에 일본 증시 역시 오전 한때 3.5% 안팎까지 급락하고 주변국 증시도 전반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검은 금요일’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하지만 오후 들어서는 낙폭이 과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이란의 피해가 예상보다 작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세가 다소 둔화됐다. 원-달러 환율 역시 전일보다 장중 20원 급등했다가 낙폭을 줄여 9.3원 오른 채 거래를 마쳤다. 이날 증시에서는 외국인과 기관들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하루 동안 각각 3000억 원, 6000억 원 이상 순매도했다. 미국 반도체 관련주 하락의 여파로 삼성전자(―2.51%), SK하이닉스(―4.94%)가 크게 떨어진 것도 증시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시장에 공포 심리가 커지면서 자산 가격도 널뛰기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6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한때 전날 대비 4.2% 오르면서 배럴당 90.75달러까지 치솟았다. 안전자산인 금값은 온스당 다시 2400달러를 넘어섰고,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폭락하면서 6만 달러 선이 깨지기도 했다.● 대외 충격에 유난히 취약 ‘백약이 무효’ 최근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은 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 중동발 리스크 등 대외 변수들이 한꺼번에 쏠리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국내 시장의 변동 폭이 지나치게 커서 한국 경제가 유독 외풍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다시 한 번 나오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주요국 지수의 변동 폭이 미국이나 유럽은 3∼4%에 그치는 반면에 코스피는 7%를 넘나들고 있다”며 “외국인의 과격한 선물 매매가 증시 급등락을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불안이 가시지 않자 정부는 한일 재무장관의 공동 구두 개입으로 외환시장 안정에 나섰다. 또 미국 워싱턴에서 역대 첫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원화와 엔화가치 절하를 우려한다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특단의 조치’에 따른 약발은 당일 하루에 그쳤을 뿐, 다음 날에는 다시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이 연일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이달 11일 이후 매일같이 10원 안팎 급등락을 하는 불안한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환율 공포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대외 악재들에 더해 4월 배당 시즌을 맞아 외국인들의 달러 송금 수요가 늘 수 있다는 점은 원화가치를 더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미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외환시장 상황과 관련해 “상황별 대응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통화 스와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최근 외환 시장 문제는 유동성 부족 문제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국내 증권사들의 미국 주식 주간 거래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국내 증권사들과 독점 계약을 맺고 있는 미국 현지 대체거래소(ATS)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0분 무렵부터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미국 주식 주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11개 증권사가 현지 거래소 문제로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국내 증권사들은 블루오션이라는 미국 현지의 ATS와 독점적으로 계약을 맺고 미국 주식 주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블루오션은 미국 당국으로부터 심야 거래를 승인받은 최초의 ATS로, 국내 증권사들 외에 모바일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와도 계약을 맺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날 중동 분쟁 등으로 인해 거래량이 폭주하자 블루오션에서 거래를 중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주식 주간 거래 서비스는 국내 증권사 고객들이 낮시간에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인 서비스다. 삼성증권이 2022년 2월 처음 도입한 이후 다른 증권사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늘어나면서 서비스 이용 고객도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블루오션 측의 일방적인 거래 중단으로 인해 서비스가 막히면서 투자자들이 제때 미국 주식을 매매하지 못하는 불편이 발생하게 됐다. 국내 증권사들이 한곳의 ATS에 의존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생긴 문제라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말 이후인 22일부터는 미국 주식 주간 거래 서비스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중동의 전쟁 위기와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등 대외 악재가 중첩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연일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강달러에 밀려 원화 및 엔화가치가 연일 떨어지자 한국과 일본, 미국 재무장관이 사상 처음 회의를 갖고 초유의 시장 개입에 나서기도 했지만,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시장 충격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신 3고(高) 위기’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커진다.● 美 긴축 악재에 중동 리스크 강타 19일 국내 증시는 전날 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 ‘금리 인상론’이 다시 고개를 든 데다 반도체 관련 주의 조정까지 겹치면서 1.3% 가량 급락한 채 출발했다. 그러다가 오전에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 속보가 날아들며 순식간에 낙폭을 키워 2,553.55까지 내려갔다. 코스피가 장중 2,550대까지 후퇴한 것은 2월 2일 이후 2개월 반 만에 처음이다. 여기에 일본 증시 역시 오전 한 때 3.5% 안팎까지 급락하고 주변국 증시도 전반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 하면서 ‘검은 금요일’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하지만 오후 들어서는 낙폭이 과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이란의 피해가 예상보다 적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세가 다소 둔화됐다. 원-달러 환율 역시 전일보다 장중 20원 급등했다가 낙폭을 줄여 9.3원 오른 채 거래를 마쳤다.이날 증시에서는 외국인과 기관들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하루동안 각각 3000억 원, 6000억 원 이상 순매도했다. 미국 반도체 관련주 하락의 여파로 삼성전자(―2.51%), SK하이닉스(―4.94%)가 크게 떨어진 것도 증시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금융시장에 공포심리가 커지면서 자산 가격도 널뛰기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6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한 때 전날 대비 4.2% 오르면서 배럴당 90.75달러까지 치솟았다. 안전자산인 금값은 온스당 다시 2400 달러를 넘어섰고,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폭락하면서 6만 달러 선이 깨지기도 했다.● 대외 충격에 유난히 취약…‘백약이 무효’최근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은 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 중동발 리스크 등 대외 변수들이 한꺼번에 쏠리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국내 시장의 변동폭이 지나치게 커서 한국 경제가 유독 외풍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다시 한 번 나오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서 주요구 지수의 변동폭이 미국이나 유럽은 3~4%에 그치는 반면 코스피는 7%를 넘나들고 있다”며 “외국인의 과격한 선물 매매가 증시 급등락을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금융 불안이 가시지 않자 정부는 한일 재무장관의 공동 구두개입으로 외환시장 안정에 나섰다. 또 미국 워싱턴에서 역대 첫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원화와 엔화가치 절하를 우려한다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특단의 조치’에 따른 약발은 당일 하루에 그쳤을 뿐, 다음날에는 다시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이 연일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이달 11일 이후 매일 같이 10원 안팎 급등락을 하는 불안한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환율 공포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대외 악재들에 더해 4월 배당 시즌을 맞아 외국인들의 달러 송금 수요가 늘 수 있다는 점은 원화가치를 더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풀이된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미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외환시장 상황과 관련해 “상황별 대응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통화 스와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최근 외환 시장 문제는 유동성 부족 문제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한미일 재무장관이 환율 안정을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서면서 최근 요동쳤던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되찾았다. 코스피가 2% 가까이 반등했고, 원-달러 환율도 이틀 연속 급락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9원 내린 1372.9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16일 장중 1400.0원을 터치한 뒤 이틀 연속 내림세다. 한미일 외환당국이 공조에 나선 데다 중동 지역의 확전 우려가 다소 수그러들면서 환율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와 미국 달러화 초강세의 영향으로 급락했던 코스피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대비 1.95% 오른 2,634.70에 마감했다. 이번 주 내내 순매도를 이어가던 외국인투자가가 4일 만에 5000억 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기관투자가들도 보름여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코스닥지수도 전날 대비 2.72% 오른 855.65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는 3%넘게 내렸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날 환율 하락과 증시 반등에도 국내 외환·금융 시장에서의 변동성은 여전히 클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크게 꺾인 데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서 불안이 가시지 않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달러 강세가 일시적인 현상일 것으로 전망하면서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이 총재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회의와 관련한 대담에서 “미국 통화정책 변화가 신흥 시장의 환율에 주는 영향은 1년 반 전에 비해 일시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올해 1분기(1∼3월) 한국의 대(對)미 수출액이 21년 만에 대중 수출액을 뛰어넘었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대미국 수출구조 변화 평가 및 향후 전망’에 따르면 올 1분기 대미 수출액은 310억 달러로 대중 수출액(309억 달러)보다 많았다. 대미 수출액이 대중 수출액을 웃돈 것은 2003년 2분기(4∼6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친환경 산업으로의 정책 변화에 국내 기업들이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소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신성장·친환경 관련 중간재 수출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해 중국산 수입이 줄어든 것도 한국의 대미 수출액이 늘어난 배경으로 지목된다. 대미 수출 호조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견조한 소비로 인해 직접 수출이 유지되는 데다, 국내 제조업 기업들이 미국 내 직접투자(FDI) 규모를 키우고 있어서다. 제조업 FDI가 늘어날 경우 투자 대상국에 대한 수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완성차 기업이 미국 공장 증설을 통해 자동차 생산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국내산 자동차 부품 등 중간재 수출이 증가한다. 다만 이 같은 투자로 인한 수출 증대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산 중간재들이 미국 현지 기업 제품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산업 정책 향방과 미국의 무역 제재 등도 대미 수출에 변수로 꼽히고 있다. 남석모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과장은 “최근 대미 수출 실적에 안심하기보다는 미국의 정책이나 산업 구조의 위험에 집중하면서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고금리 장기화를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 경제의 독주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화에 글로벌 자금이 집중되는 ‘킹달러’의 귀환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신흥국의 화폐가치가 무섭게 떨어지고 있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의 ‘3고(高) 위기’가 겹치면서 세계 각국의 경기 침체 공포가 가중되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7%로 대폭 올렸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2.5%)을 넘어서는 것으로 미국을 제외한 주요 7개국(G7)과 비교해 두 배 이상으로 높다. 미국 경기가 침체하지 않고 고공비행을 지속하는 ‘노랜딩(no landing·무착륙)’ 회복 시나리오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이 높은 성장률을 바탕으로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를 지속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글로벌 자금의 미국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 발언 이후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달러 수요는 더욱 강해졌다.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5%를 넘었다가 4.9%대에 자리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한때 4.669%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높였다.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아시아 지역 및 신흥국의 화폐가치는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7% 넘게 올랐고, 엔-달러 환율도 34년 만에 154엔을 넘어섰다. 인도네시아와 페루 등도 화폐가치가 하락하면서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했고, 폴란드와 태국 등도 구두 개입에 나섰다. 환율 상승 여파로 신흥국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금이 유출되는 현상도 본격화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글로벌 펀드들이 이달 들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에서 22억 달러를 순매도했다”며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으로 인해 미국 국채 등에 대한 투자 매력이 더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과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자본 유출 우려에도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로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미 CNBC 방송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 둔화가 예상대로 진행되고 큰 충격이 없다면 제한적 통화정책을 완화할 시기로 향하고 있다”며 6월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의 경기 호조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미국은 막대한 재정 지원을 통해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데다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 관련 산업도 주도하고 있어 자금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의 ‘나 홀로 호황’이 다른 국가 경제에는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달러화 강세가 계속될 경우 각국의 화폐가치는 하락하고 물가는 상승할 것”이라며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면 세계 각국에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와중에 미국의 경제지표까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면서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 선을 터치했다. 환율이 연일 급등하자 외환당국은 즉각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시장 안정화에 나섰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5원 오른 1394.5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400.0원까지 올랐다. 환율이 장중 1400원대로 오른 건 2022년 11월 7일(1414.5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긴급 공지를 통해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두 기관이 공동으로 구두 개입에 나선 건 22개월 만이다. 최근 강달러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환율은 연일 고점을 높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밀리는 상황에 중동에 전운이 감돌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간밤에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매판매 지표가 전월 대비 0.7%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0.4%)를 웃돌자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더 꺾였다. 이에 따라 코스피(―2.28%)를 비롯해 일본 닛케이평균주가(―1.94%), 대만 자취안지수(―2.68%)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2% 안팎으로 급락했다.환율 사상 네번째 1400원 터치… ‘외화 빚 226조’ 기업들 비상 “연말까지 강달러… 1450원 갈수도”기업 이자부담에 실적악화 우려해외 주재원-유학생들도 부담 커져엔화 ‘달러당 154엔’ 34년만에 최고 “이렇게 빨리 환율이 오르면 원가 상승과 매출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함께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식품 수입업체 대표 조모 씨(54)는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환율이 천천히 오르면 판매 가격에 환율 상승분을 반영할 여지가 있지만 환율 급등기에는 통상 내수 경기도 내리막이기 때문에 판매를 생각하면 가격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조 씨는 “2022년 말에도 환율이 급등하면서 손해를 봤는데, 올해도 실적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꺾인 데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중동 지역에서 전운이 감돌면서 환율이 연일 10원 가까이 뛰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외화 빚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운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 환율 1400원 찍자 기업들 ‘초비상’ 16일 한국은행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의 비금융기업(기업) 대외채무는 역대 최대인 1626억1200만 달러(약 226조6811억 원)로 집계됐다. 2022년 말(1540억2820만 달러) 대비 85억8380만 달러 늘었다. 국내 기업들의 외화 관련 채무가 늘어난 것은 해외 투자가 늘어난 데다, 올해 달러 약세를 예상하고 달러화 빚을 많이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고금리 장기화 등의 여파로 환율이 치솟으면서 이자 비용 증가로 인한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말 기업별 외화부채 규모를 살펴보면 SK하이닉스(29조7348억 원), LG에너지솔루션(8조6942억 원), 아시아나항공(5조2903억 원) 등이 조 단위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도 문제지만 국제유가가 상승한다는 것도 국내 기업으로서는 큰 부담”이라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경우 내수 기업들의 고통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상승 여파로 해외 주재원과 유학생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3년째 근무 중인 황모 씨(33)는 “현지 물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환율 급등까지 겹치면서 유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이 소비를 확 줄였다”며 “다들 외식을 안 하다 보니 한인 식당이 썰렁하고, 고유가 영향으로 운전도 잘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강달러… 환율 1450원 전망도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 기조가 올 하반기(7∼12월)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2022년 9월 28일 기록했던 전 고점(1439.9원)을 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선 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미국이 고강도 긴축에 나섰던 2022년 이후 네 번째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외환 당국에서 개입하더라도 환율이 1450원까지는 상승할 것으로 본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까지는 강달러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경제도 강달러의 영향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4.28엔에 거래되며 1990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이 “주시하면서 만전의 대응을 하겠다”며 구두 개입성 발언을 했지만 엔화 약세를 막진 못했다. 국내 외환·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자 기획재정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동사태 관련 관계부처 합동 비상점검회의를 열고 “시장이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돼 과도한 변동성을 보일 경우에는 즉각적이고 과감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중동 지역의 확전 위기가 고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년 5개월 만에 1380원 선을 돌파했다. 코스피를 비롯해 아시아 증시도 크게 출렁이며 대부분 약세를 나타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불안해진 중동 정세로 국제 유가까지 치솟으며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는 고금리, 고유가, 고환율이라는 이른바 ‘3고(高) 위기’에 다시 노출된 채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중동발 리스크에 환율 1400원 눈앞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6원 오른 1384.0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종가 기준 1380원을 넘어선 건 2022년 11월 8일(1384.9원)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서만 100원 가까이 올랐다. 연초 이후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점차 꺾이고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조만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환율이 1400원을 웃돈 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였던 1997∼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2009년, 연준이 급격히 금리를 올린 2022년 등 단 세 차례뿐이었다. 최근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한국은행은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날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외환시장이 열리기 전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향후 국제 유가와 환율 움직임, 글로벌 공급망 상황 변화 등에 따라 물가 등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증시도 크게 휘청거렸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1.2% 넘게 빠졌다가 낙폭을 줄이며 전날보다 0.42% 내린 2,670.43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0.74%)와 대만 자취안지수(―1.38%), 홍콩 항셍지수(―0.72%) 등도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국내 경기 직격탄”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전에 나설 경우 글로벌 자산 가격이 크게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란이 ‘원유의 동맥’이라고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20%를 담당하고 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의 80% 이상이 아시아 지역 수출 물량”이라며 “여기가 막힐 경우 국내 경기는 크게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급등하고 있는 구리나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 역시 공급망 불안 등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글로벌 자산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고환율이 지속되면 원자재를 수입하는 국내 기업들은 비용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 탓에 상품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고물가와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경제성장률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대외 충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만큼, 중동 지역에서 전면전이 펼쳐질 경우 다른 국가에 비해 환율도 높게 뛰고, 증시도 더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중동 전쟁이 확전 기로에 놓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환율, 고유가가 다시 물가를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국내 수출기업의 물류·운송까지 차질을 빚게 된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55분 기준 달러화 대비 주요 31개국 통화 가치의 변화를 의미하는 스폿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원화 가치는 지난달 29일 대비 2.04% 떨어지며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고환율과 고유가, 중동 산유국의 수출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등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이나 유가가 계속 상승할 경우 무역 흑자 폭이 줄어들거나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며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이 흔들릴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까지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회의에서 “범정부 차원의 국제 유가, 에너지 수급 및 공급망 관련 분석·관리 시스템을 밀도 있게 가동하라”고 지시했다. 긴급 소집된 이날 회의는 4·10총선 패배 후 윤 대통령의 첫 공식 행보였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한국인 500여 명 중 이번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교민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정부는 상황이 악화될 경우 현지에 체류 중인 한국인들을 ‘제3국’으로 이동시키는 안도 검토한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정부가 올해 1분기(1∼3월)에만 한국은행에서 32조 원 이상을 빌려 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역대 최대 ‘세수 펑크’가 발생한 데다 올해 초 경기 방어를 위한 재정 집행이 대거 집중되자 한은의 ‘마이너스 통장(일시 차입)’에서 돈을 빼내 급한 불을 껐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 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정부가 한은에서 빌려 쓰고 갚지 못한 대출 잔액이 32조5000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당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는 1분기에만 총 45조1000억 원을 빌려 12조6000억 원만 갚았다. 누적 대출에 따른 이자 금액은 638억 원이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차입은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자금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활용하는 임시방편이다. 정부는 단기채권인 재정증권을 발행해서 일시적인 세수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만기가 없고 차입이 쉬운 한은 일시 차입을 더 선호한다. 지난해에도 세수가 부족하자 한은에서 117조 원을 빌려 썼다. 이자 비용만 1506억 원에 달했다. 한은은 정부의 과도한 차입이 자칫 유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올해 1월 일시 제도 강화에 나섰다. 정부의 재정증권 발행을 권장하는 한편 차입 일수 및 누계액 최소화, 한은과 정기적 합의 등의 내용을 추가했다. 하지만 올해에도 경기 부진으로 인해 세수가 예상보다 덜 걷히자 정부가 한은에 손을 벌린 것으로 분석된다. 기획재정부는 통상 1분기까지는 세금이 많이 들어오지 않아 일시 차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정된 사업에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데 3월까지는 세금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 시차를 메우기 위해 매년 일시 차입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민생 안정을 위해 재정을 조기 투입한 사업들이 있다 보니 규모가 늘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