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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피해가 극심해지자 경유세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가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된 노후 석탄발전소를 1일부터 한 달간 가동 중단시킨 데 이어 수송에너지 중 경유 비중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2014년까지 경유차에 유리한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추진하던 정부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3년 만에 경유 억제책을 내놓은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수송 분야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에너지 믹스’(에너지원별 비중)를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경부와 정유업계 논쟁 격화 4일 환경부에 따르면 경유의 연간 PM2.5(지름 2.5μm 이하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약 1만5200t 수준이다. 이는 2013년 기준 대기정책지원시스템(CAPSS) 배출량을 토대로 2015년 연료유형별 등록대수 및 주행거리를 반영한 통계다. 환경부는 “경유차는 대기 중 2차 반응을 통해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다른 내연기관 차종과 비교해 28배 이상 많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정부가 휘발유와 액화석유가스(LPG)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측정조차 하지 않은 채 경유만 마녀사냥 식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반발한다. 경유가 분명히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지만 객관적인 비교 통계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성급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CAPSS에서 활용한 배출계수는 2006년 기준이어서 최근 빠르게 발전한 디젤 기술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유세 인상은 2014년 정부가 추진하던 저탄소차 협력금제와 정면 배치된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탄소 배출량이 적은 차를 살 때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전기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시장을 키우겠다는 취지지만 당장은 탄소 배출량이 적은 경유차가 최대 수혜자였다. 이 제도는 디젤이 주력인 수입차보다 국내 자동차가 역차별을 받게 된다는 우려에 2021년 후로 시행이 늦춰졌다. 정부가 일관성 있는 에너지정책을 세우지 못해 관련 산업의 혼란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녹색성장을 강조했던 MB정부조차 경유차를 클린디젤이라는 이름으로 친환경차에 포함시켰다. 모든 나라들이 이산화탄소 감축에 우선순위를 맞추고 있는데 환경부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유세 올려도 실효성 논란 경유세 인상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경유차량 332만8000대 중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른 유가보조금 지급 대상은 37만8000대(11.4%)다. 비사업용 경유 차량 295만 대(88.6%)의 8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대형 화물차들은 전체 경유차 미세먼지의 70%를 배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세금을 올리면 이들은 유가보조금으로 상당액을 돌려받는다. 상대적으로 미세먼지 배출량이 적은 승용 경유차나 소상공인들의 소형트럭만 부담을 떠맡게 되는 셈이다. 이른바 ‘오염자 부담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셈인데 정부는 이 부분에 어정쩡한 태도다. 환경부 관계자는 “화물차 영향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유세를 올려도 경유 소비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외에서 진행된 여러 연구에서 수송용 휘발유 및 경유 수요가 가격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일단 8월에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방안 연구’ 결과를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택시나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에게만 허용하고 있는 LPG 차량 규제를 푸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국은 이미 2015년 기준 세계 수송용 LPG 소비량의 14%를 차지한 1위 소비국이다. 산유국인 터키, 러시아(이상 12%)보다 많고 한국과 에너지 사정이 비슷한 일본(4%)의 3.5배다. 이에 대해 산업적 측면에서의 접근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LPG의 국내 생산량은 2627만 배럴, 수입량은 8327만 배럴이다. LPG 수요가 늘어나면 수입 의존도가 더 커져 가격 협상력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해외는 LPG 차량 수요가 거의 없어 ‘국내 전용 모델’을 늘려야 하는 자동차 산업에도 부담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오로지 국내 시장만 보고 LPG용 차량을 따로 개발하는 것은 매력이 없다. 더구나 LPG는 성능이 경유나 휘발유보다 못해 연료비용이 싸다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신동진 기자}
국내 대기업 ‘수장’들이 조직문화 개선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조대식 SK 사장은 지난해 12월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오른 후 그룹 전체를 ‘휴식이 있는 젊은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해 왔다. 최근에는 그룹 총괄 조직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처음으로 2주 집중휴가제를 도입했다. 삼성, LG, 한화, CJ 등 다른 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CEO)들도 조직문화 개선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삶의 질’에 대한 임직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업무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4일 SK그룹에 따르면 조 의장은 4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 임직원이 모인 ‘커뮤니케이션 데이’에서 여름 집중휴가제 사용을 독려했다. 1년에 두 번씩 의장이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자리에서 휴가 문화 개선을 화두로 꺼낸 것이다. 집중휴가제는 국내에서도 정유업계, 정보기술(IT)업계 등이 앞서 도입한 제도다. SK그룹에서도 SK이노베이션이 이미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은 여전히 ‘여름휴가는 1주일’이라는 기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 의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집중휴가제를 도입한 것은 우수한 계열사 직원들을 이 조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의장은 지난달 초 황금연휴가 되기 전 업무보고를 당겨 받아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휴가를 쓰도록 했다. 본인도 휴가를 썼다. SK텔레콤이 최근 초등학교 입학 자녀가 있을 때 90일간 쉴 수 있는 ‘돌봄 휴가제도’를 신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텔레콤은 임신 전 기간 단축근무(6시간) 의무화, 출산 축하금 확대 등도 함께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3월부터 완제품(세트)부문에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직급을 ‘경력개발 단계(Career Level)’를 뜻하는 CL1∼4로 단순화했다. 임직원 간 호칭도 “○○○님”으로 통일했다. 지난해 3월 경기 수원사업장에서 열었던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 선포식의 실행 방안들이다. 거대한 항공모함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를 빠르고 강한 조직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기업문화에 칼을 댄 것이다. 여기에는 ‘스타트업식 기업문화’를 강조해 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됐다. LG그룹에서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팔을 걷어붙였다. 조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CEO에 오른 후 월요일을 ‘회의 없는 날’로 정하고 금요일은 자유로운 복장으로 근무하는 ‘캐주얼 데이’로 운영하고 있다.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7월부터는 부장, 차장, 과장, 대리, 사원으로 나뉘는 5단계 직급 체계를 책임, 선임, 사원의 3단계로 단순화하기로 했다. 재계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문화 개선 전도사’로 불린다. 박 회장은 “반(反)기업 정서의 상당수는 불합리한 기업문화에서 나온다”고 강조해 왔다. 후진적 기업 문화 속에서 불만이 쌓이니 자연스럽게 반기업 정서가 팽배해진다는 뜻이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6월 ‘기업문화와 기업경쟁력’ 콘퍼런스를 열기도 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이샘물 기자}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하자 국내 산업계도 글로벌 사회에 밀려들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른 국가들도 파리협약 이탈 대열에 합류하면 국내 기업들만 상대적으로 큰 환경비용을 부담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태양광 에너지 업체들과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제조사 등 ‘탈(脫)탄소’를 등에 업고 성장하던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일 “온실가스 감축은 여전히 글로벌 트렌드이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확대, 배출가스 최소화 등 국내 정책들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 노력이 잠시 장벽에 부딪혔다고 섣불리 멈췄다가는 관련 기술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2015년 12월 파리협약 당시 2030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8억5100만 t의 37.0%에 해당하는 3억1500만 t을 감축하기로 약정했다. 브라질(43%), 영국, 독일, 프랑스(이상 40%) 등과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의 감축 목표였다. 국내에서 2억1900만 t(25.7%)을 직접 줄이고 해외에서 9600만 t(11.3%)을 추가로 줄이기로 했다. 해외 감축은 결국 글로벌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서 돈을 주고 배출권을 사온다는 뜻이다. 이 중 산업 부문은 국내 5640만 t, 해외 2470만 t을 합쳐 8110만 t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가 파리협약을 앞두고 13개 주요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동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이 가장 높았다. 2030년 BAU 대비 한국의 감축 목표는 28%로 일본(3%)의 9배가 넘었다. 실제 국내에서 온실가스 감축 속도는 2014년 1월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14년 감축 목표는 BAU 대비 5.1%였지만 실적은 0.6%에 그쳤다. 2015년은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목표치인 10%에 한참 미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 A사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1차 계획기간’인 2015∼2017년 약 6000억 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기존에는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면적 1m²당 중국 기업보다 7000원이 쌌지만 배출권 비용을 반영하면 300원가량으로 좁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등의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걱정하는 부분이 이런 생산 경쟁력 저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남들보다 비싸게 만든 제품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친환경 정책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적어도 다른 나라들과 속도를 맞출 필요는 있다”고 했다. 특히 정부가 ‘탈원전’ ‘탈석탄’ 등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전기료 인상 가능성도 나오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석탄 화력을 현재 40%에서 2030년 25%로 줄이고, 같은 기간 천연가스 비중을 22%에서 34%로 늘리려면 내년부터 연간 2조3000억∼2조6000억 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당장 산업용, 가정용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발전업계 A사 관계자는 “미국의 탈퇴가 결정된 만큼 한국도 산업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는 범위에서 목표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에 힘입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던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한 태양광 업체 관계자는 “미국에 그치지 않고 다른 나라로도 신재생 에너지 확대 속도가 줄어들 경우 성장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새 정부가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늘리겠다고 했지만 얼마나 실현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이건혁 기자}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의견은 밖에서 말하지 말고 본격적으로 가동될 일자리위원회 안에 전달해 달라.”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만나 이런 요청을 했다. 이 부위원장이 일자리위 출범 후 경제 5단체 수장을 만난 건 박 회장이 처음이다. 2일 일자리위에 따르면 두 사람의 만남은 박 회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효자로 일자리위를 찾아오면서 이뤄졌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 지난달 25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라고 발언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으로부터 공개 비판을 받은 뒤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김 부회장 발언은 사전에 몰랐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자리위는 박 회장에게 민간위원회 등이 꾸려져 일자리위가 진용을 갖추면 재계 입장을 전달할 기회가 충분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정부와의 소통도 막혀 있는데, 의사표현도 자유롭게 못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 기업 관계자는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들어내는데, 정부가 기업의 목소리를 당분간 듣지 않겠다는 뜻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위원회 실무를 맡을 일자리기획단의 구성은 마무리 단계다. 기획단장은 이호승 대통령정책실 일자리기획비서관, 부단장은 장신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이 맡았다. 총괄기획관은 기획재정부 출신인 한훈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내정됐다. 일자리위는 기재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자치부 등 각 부처에서 인력을 받아 기획단을 꾸리고 있다.이건혁 gun@donga.com·김창덕 기자}
한국 상황에 가장 알맞은 ‘에너지 믹스’를 찾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전력시장 구조를 정상화하거나 에너지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전력시장은 현재 ‘비용기반시장(CBP·Cost Based Pool)’으로 운영되고 있다. 핵심은 발전 원가가 싼 원자력→석탄→액화천연가스(LNG) 순으로 발전소를 가동하는 것이다. LNG 발전소들의 연평균 가동률이 40%를 넘지 못하는 이유다. CBP는 2001년 전력시장을 완전 경쟁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중간 단계로 일단 발전 부문에만 경쟁체제를 도입하면서 만들어졌다. 정부는 그해 전력거래소를 만들고 한국전력공사로부터 한국수력원자력,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6개 발전 자회사를 분할했다. 1999년 발표된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의 후속 조치였다. 하지만 2002년 발전노조 파업 이후 정부 계획은 동력을 잃었다. CBP가 16년이 지나도록 존재하는 배경이다. 김광인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거래소 시장운영팀장 시절 CBP 세부 설계를 맡았다. 김 교수는 “CBP는 원래 2, 3년만 쓰고 발전 및 배전 양방향 경쟁입찰제도(TWBP)로 개편하려 했던 것”이라며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이 어그러지면서 완전하지 못한 모델을 아직까지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세제도 사회·환경적 비용이 큰 석탄에 유리한 구조다. 현재 천연가스에 부과되는 관세(3%), 석유수입부과금(kg당 24.2원), 안전관리부과금(kg당 4.8원) 등을 석탄은 내지 않는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환경유해성 등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차별적 조세정책이 발전원별 연료비 단가 격차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30년 이상 가동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가 1일 한 달간의 가동 중지에 돌입했다.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 중 처음으로 실행에 옮긴 사례다. 환경단체 등 일부에서는 이를 계기로 ‘탈(脫)석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도 공정이 10% 미만인 신규 석탄발전소의 건설 중단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어 민간발전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급진적 에너지 대책은 부작용이 크다고 우려한다. 신중한 검토를 거쳐 한국 상황에 가장 알맞은 ‘에너지 믹스(에너지원별 비중)’를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기적으로는 석탄발전 비중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되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징검다리’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상황 따라 달라진 전력수급계획 2011년 9월 전국 곳곳에서 단전(斷電) 사태가 발생하자 정부는 ‘전력대란’을 우려한 대비책을 급하게 내놨다. 원전에 비해 건설 기간이 짧은 석탄 등 화력 중심으로 설비 확충을 추진한 것이다. 한파나 폭염 등 기온이 심하게 변동되거나 설비 건설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에 대비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수급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석탄발전소 추가 승인이 우후죽순으로 나온 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석탄발전소로 인한 환경오염이 이슈화하면서 석탄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정부는 2015년 발표한 제7차 수급계획에서 2013년 계획에 넣었던 석탄발전소 4기의 허가를 취소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화력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구상도 이때 나왔다. 올해 하반기(7∼12월) 발표될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석탄은 더욱 코너에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중장기계획을 상황에 따라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가져야 하지만 전체적인 방향을 트는 것은 발전시장의 혼란은 물론이고 중장기 에너지 수급계획을 짜는 데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2조 투입된 석탄 프로젝트 중단 민간발전협회가 최근 작성한 ‘석탄발전 관련 정책건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신규 민간석탄화력 발전설비 8기에는 이미 1조8400억 원이 투입됐다. 총투자비 18조2000억 원의 10.1% 수준이다. 충남 당진에코파워 1, 2호기, 경남 고성하이화력 1, 2호기, 강원의 강릉안인화력 1, 2호기와 삼척화력 1, 2호기 등 8기다. 각사별 종합공정은 올해 3월 기준 11∼20%인 것으로 발전협회는 파악하고 있다. 신규 석탄발전소를 지을 예정인 민간발전사들은 노후 발전소 대비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이 82% 적게 설계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 발전소들에 적용되는 ‘초초임계압(USC)’ 석탄화력발전 기술은 2002∼2008년 총 637억 원이 투입된 국책연구과제로 개발됐다. 한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노후 발전소와 완전히 새로 짓는 신규 발전소를 같은 잣대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2030년 국내 전체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호선 숭실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풍력,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국내 기후여건 제약이나 입지 선정의 어려움 등으로 확대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LNG 발전에 주목 에너지업계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이는 게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깨끗한 에너지’와 ‘값싼 에너지’가 양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3월 기준 kWh당 연료비 단가는 원자력은 6원, 석탄은 47원인 데 반해 LNG는 96원, 유류는 148원에 이른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향후 에너지 정책은 단순 연료비가 아닌 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고려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가 지난해 5월 ‘발전부문 온실가스 감축방안’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탄소 비용, 대기오염 비용, 송전설비 회피 비용 등을 포함한 환경 및 사회적 비용 계산 결과는 통념과 많이 다르다. kWh당 석탄발전은 48.9원, LNG발전은 13.6원이었다. LNG업계에서는 석탄발전과 LNG발전의 5월 연료비(kWh당 LNG 83.28원, 유연탄 49.03원)를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할 경우 kWh당 총괄 원가는 석탄발전은 83.8원, LNG발전은 87.5원으로 격차가 4원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사회·환경 문제에 대한 이슈가 갈수록 커지고 있으니 에너지 단가에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이샘물 evey@donga.com·김창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합의인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세계는 불과 7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발효된 국제 환경 기준을 다시 쓰거나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는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 모인 195개 협약 당사국이 지구 온난화의 재앙을 막아야 한다며 합의한 결과물이다.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운 1997년 교토 의정서와는 달리 파리 협약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책임을 분담하기로 한 게 특징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기간 “기후변화는 거짓 주장”이라며 당선 시 파리 협약 탈퇴를 공언했지만 취임 후에는 파리 협약 존속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달라진 입장을 보여 항간에선 협약 유지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화력발전소 등 전통적 석탄 산업 부흥을 통한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협약 탈퇴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탈퇴는 전 세계적으로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1위 경제 대국이자 온실가스 배출 2위 국가인 미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거부하면 협약 참여 여부를 재고할 국가들이 더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큰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자금에도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개도국을 지원하는 녹색기후펀드에 30억 달러(약 3조3000억 원)를 내놓겠다고 공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협약을 탈퇴하면 이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파리 협약에서 탈퇴할 경우 2030년 세계 탄소 배출량이 69Gt(기가톤)에 달해, 파리 협약이 당초 목표로 했던 56Gt보다 23%나 급증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 선진국에 연 1000억 달러의 지원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협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면 개도국의 배출 절감 노력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정상들이 미국을 빼고라도 협약을 이행하겠다는 단결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도 온난화 대응에 흔들림 없는 자세를 약속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환경보호청(EPA) 청장을 지낸 지나 매카시 전 청장은 이날 포린폴리시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정작 공기 물 토지에 대한 기본적 수요를 간과하고 있다. 파리 협약에서 탈퇴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기회와 외교적 지렛대를 중국에 넘겨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탈퇴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 트럼프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협약 유지 쪽에 섰지만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콧 프루잇 환경보호청장은 탈퇴를 주장한다고 전했다. 한국 기업들도 미국의 협약 탈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이 탈퇴할 경우 다른 나라들의 연쇄 탈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글로벌 규제가 그만큼 완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파리 협약 당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배출전망치(BAU·Business As Usual) 대비 37%를 줄이는 것으로 잡았다. BAU는 아무런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배출량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특히 많은 발전,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 관계자들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방향은 맞지만 가속도를 너무 높이면 산업 경쟁력 추락이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해 왔다. 석유화학업체 A사 관계자는 “미국마저 협약에서 빠진다면 우리 정부도 목표 달성에 지나치게 매달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김창덕·이세형 기자}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은 2001년 5월 제정돼 그해 11월부터 시행됐다.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자금이 부족해 성장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이다. 법 제15조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발굴 및 육성’과 관련한 내용이다. 그런데 2007년 8월 제15조 2항(현재는 3항)에 ‘경영혁신형 중소기업’이라는 뜬금없는 용어가 추가됐다. 기술혁신형 기업과는 별개로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마케팅 혁신, 조직 혁신, 매출액 증가율, 부채비율 등을 평가해 정부가 인증하겠다는 것이었다. 법 취지와는 분명 동떨어져 있다. 배경은 이러하다. 2005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3만 개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4조5000억 원의 정책자금 중 절반 이상을 기술혁신형 기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중소기업계는 잔뜩 고무됐다. 문제는 과도하게 높은 목표치였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증가 속도는 대통령의 의지를 따라가지 못했다. 2005년 말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1만 개 수준으로 집계됐다. 2003년 말 7500여 개에서 2년간 2500개 안팎 늘어나는 데 그쳤다. 참여정부 임기가 2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3만 개란 목표 달성은 불가능해 보였다. 청와대의 독촉에 중소기업청은 ‘경영혁신형 중소기업’이란 아이디어를 내놨다. 기술혁신형 요건을 충족할 중소기업이 많지 않으니 경영혁신으로 범위를 넓혀 목표치를 달성하겠다는 심산이었다. 묘수라기보다는 꼼수에 가까웠다. 중기청으로부터 용역을 받은 한국생산성본부가 수개월에 걸쳐 평가 기준을 만들었다. 눈치가 없었던지 생산성본부는 매출액 증가율, 영업이익률 개선도, 부채비율 등을 망라한 지나치게 까다로운 평가표를 가져왔다. 자문단에 참여한 교수들이 “웬만한 대기업도 못 맞출 조건”이라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생산성본부의 평가표는 서랍 속으로 들어갔다. 2006년 4월 신용보증기금이 기준을 완화한 새 평가표 작성 임무를 맡았다. 신보는 2주 만에 뚝딱 결과물을 제출했다. 중기청은 그해 7월부터 경영혁신형 중소기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1년 뒤 지원 근거가 될 만한 조항을 기존 법에 슬쩍 끼워 넣었다.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에 ‘경영혁신’이란 단어가 들어간 전말이다. 올해 5월 말 기준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1만8000개, 경영혁신형 중소기업은 1만5000개 정도다. 시기가 10년 가까이 지체됐지만 3만 개라는 숫자는 채운 셈이다. 그렇다면 이를 성공한 정책이라고 봐야 할까. 2006년 경영혁신형 중소기업 논의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되기보단 정책을 위한 정책의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중기청 생산기술국의 올해 예산은 1조 원 정도다. 이 중 9000억 원 정도가 연구개발(R&D) 지원 예산이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정부 프로젝트 참여 시 가점을 받아 유리한 점이 있다. 경영혁신형 중소기업도 신보 보증료 0.1%포인트 할인, 정부 조달사업 참가 시 1.5점 가산점 등의 혜택이 있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대부분 R&D 기능이 없어 도전할 프로젝트도 딱히 없다. 경영혁신형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기술혁신 촉진법에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는 자조가 나온다. 이명박 정부도, 박근혜 정부도 이렇듯 숫자만 앞세운 ‘허울뿐인 정책’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막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차별 해소, 중소기업 성장, 미세먼지 문제 해결 등 난제들을 풀어내려면 의욕보다는 정교함이 더 절실하다. ‘속도전’이라는 말로 부실한 정책들을 밀어붙이는 것이야말로 새 정부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점이다.김창덕 산업부 차장 drake007@donga.com}
“반기업 정서가 만연한 풍토, 부를 천시하고 질투하는 사회 풍토에선 시장경제가 꽃필 수 없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사회의 존경할 만한 분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공로와 공적을 인정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갔으면 합니다.”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이 조석래 효성 전 회장(82·사진)을 떠올리며 쓴 글의 일부다. 손 이사장은 조 전 회장의 팔순을 기념하는 기고문집 ‘내가 만난 그 사람, 조석래’의 발간위원장을 맡았다. 효성은 31일 이 책을 사내에 배포했다. 효성 관계자는 “올해 조현준 회장이 취임한 것을 계기로 조 전 회장의 업적을 기려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아져 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남인 조 회장도 ‘감사의 글’을 통해 “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신 인생관을 성심껏 실천하겠다”며 그룹을 이끌어가는 각오를 다졌다. 조 전 회장과 인연을 맺어 기고문을 보낸 이들은 모두 80여 명. 국내에서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 권오규 전 부총리,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 허창수 GS그룹 회장,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등 경제·사회 저명 인사들이 다수 참여했다. 일본과 특히 인연이 깊었던 조 전 회장을 위해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미타라이 후지오 전 경단련 회장 등도 글을 보냈다. 시게이에 도시노리 전 주한 일본대사는 2008년 당시 전경련 회장이었던 조 전 회장이 한일 간 경제 협력에 기여했던 일들을 소개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LG는 각 계열사의 세계 최고 수준 기술 역량을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과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 집중하면서 연이은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2015년 LG전자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차세대 전기자동차 개발 프로젝트의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LG는 일찌감치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자동차 부품 분야를 선정하고 2000년대 후반부터 계열사마다 전문 분야를 육성하도록 했다. LG전자는 2013년 LG CNS의 자회사였던 자동차 부품 설계 기업 ‘V-ENS’를 합병해 VC(Vehicle Components) 사업본부로 출범시켰다. 이와 함께 자동차 부품 사업의 핵심 연구개발(R&D) 기지 역할을 담당할 LG전자 인천캠퍼스를 준공했다. LG전자는 2015년 1회 충전으로 320km를 주행할 수 있는 GM의 차세대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에 구동모터 인버터 차내 충전기 전동컴프레서 배터리팩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핵심 부품 11종을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됐다. LG디스플레이는 유럽, 미국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에 정보 안내 디스플레이, 계기판 등 차량용 디스플레이 제품을 공급해오고 있다. 자동차용 디스플레은 시장이 매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자동차용 디스플레이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지털 사이니지와 함께 신성장 사업으로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 2017’에서는 실제 자동차를 운전하는 듯 실감나게 듯 경험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안전과 편의성을 향상시킬 계기판 표시장치(Cluster), 중앙화면 표시장치(Center Information Display), 조수석 디스플레이 등과 대형 투명 OLED, 거울형 OLED 같은 미래형 제품들을 공개했다. LG이노텍은 자동차부품의 전자화에 대비 2006년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소재 및 부품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전장부품에 융·복합에 대비한 라인업의 다변화다. LG이노텍의 자동차 전장부품은 주행 안정성 및 편의성을 높이는 모터와 센서, 카메라모듈, 무선통신모듈, 무선충전모듈, 터치패널, 열전모듈, LED 등과 전기차 부품인 배터리 제어시스템(BMS) 전력변환모듈 등 20여 종에 이른다. 최근에는 GM으로부터 품질우수상을 수상했다. 품질우수상은 GM이 매년 결함 제로 수준의 엄격한 품질 기준을 만족시킨 협력사를 대상으로 선정해 주는 상이다. LG하우시스는 경량화 부품, 자동차 원단 같은 자동차 소재부품 사업의 성과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LG하우시스는 현재 글로벌 자동차 원단 시장에서 10%대 후반의 점유율을 기록, 3위에 올라 있다.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총 40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 고든카운티에 LG하우시스 자동차 원단 공장을 설립했다. 연평균 600만 m²의 자동차 시트용 원단을 생산하고 생산 원단은 북미지역에 위치한 현대·기아자동차, GM, 크라이슬러 등 완성차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올 2월에는 슬로바키아 자동차 경량화부품 기업 c2i의 지분 50.1%를 인수했다. c2i는 자동차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경량화 소재로 각광받는 탄소섬유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다. LG는 친환경 에너지 생산(태양광 모듈, 연료전지 발전 시스템), 저장(ESS), 효율적 사용(시스템에어컨, 창호·단열재,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 및 관리(EMS)에 이르는 토털 에너지 솔루션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효율 태양광 모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아갈 계획이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혁신과 내실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하고 일류 경쟁력 강화에 모든 에너지를 결집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룹의 핵심사업 경쟁력을 글로벌 리더 수준으로 끊임없이 격상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화그룹은 올해도 불확실한 경제 환경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과 핵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한화’로서의 기틀을 다져나가는 데 주력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사업 분야별로 미래 핵심 역량을 키워 새로운 성장기회를 선점할 사업구조 고도화에 집중하는 게 핵심이다. 2015년 2월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의 양대 축이었던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이 ‘한화큐셀’로 합병했다. 이를 통해 셀 생산 규모 기준 세계 1위의 태양광 회사가 새롭게 탄생했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5.7GW(기가와트)의 셀과 모듈 생산 규모를 확보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공장별로 단계적 증설을 진행해 총 6.8GW의 생산 규모를 확보할 예정이다. 셀 기준으로는 세계 1위, 모듈 기준으로는 세계 톱5 수준이다. 한화큐셀은 생산능력뿐만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2011년 퀀텀기술로 다결정 셀 효율 세계 1위 기록을 보유한 데 이어 2015년에는 다결정 모듈 효율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24억3000만 달러의 매출과 2억7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5%, 영업이익은 226% 증가한 실적이다. 한화그룹은 최근 3년 사이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 두산DST(한화디펜스) 등을 인수했다. 글로벌 일류 방산기업과 당당히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기존의 탄약·정밀유도무기 중심에서 자주포·장갑차, 항공기·함정용 엔진과 레이더 등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석유화학 분야는 한화케미칼이 주도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말 ‘고부가 CPVC(염소화 폴리염화비닐)’를 처음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고부가 CPVC는 기존 PVC에 염소 함량을 높여 열과 압력, 부식에 견디는 성질을 강화한 소재다. 작년 시장 규모는 약 6300억 원이었지만 매년 1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한화토탈의 태양전지 봉지재용 EVA 제품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한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돼 첨단 제품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봉지재는 얇은 시트 형태 제품으로 절연효과와 함께 수분 침투를 막는다. 한화토탈은 35만 t 규모의 세계 태양전지용 EVA 시장에서 약 35% 점유율로 1위에 올라 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1966년 12월 7일은 한국 경제사에 또 하나의 굵직한 족적을 남긴 날이었다. 락희화학은 이날 미국 셰브론의 자회사 칼텍스와 절반씩 지분을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최초의 글로벌 합작 프로젝트였다. 이듬해 5월 국내 최초의 민간 정유회사인 호남정유(현 GS칼텍스)가 설립됐다. 이 회사는 반세기의 세월을 넘어 19일 창립 50주년을 맞게 됐다.○ 성공적인 최초 한미 합작 사례 GS칼텍스는 국내외 합작사 중 ‘최초’와 ‘최대’ 타이틀을 함께 갖고 있다. 50년간 이어진 성공적인 협업은 미국 기업의 해외 합작 프로젝트 중에서도 손꼽히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960년대 한국은 정유, 석유화학, 조선, 철강 등 중화학공업 분야가 막 태동하던 시기였다. 설립 초기 칼텍스와의 공동경영체제는 호남정유가 시장에 조기 안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1981년 2차 석유파동으로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 확보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호남정유만은 예외였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당시 칼텍스의 모회사인 셰브론의 국제 신용도 덕분에 호남정유가 원유를 확보할 수 있어 국가 전체가 위기를 헤쳐 나왔다”고 전했다. 호남정유는 이때 국내 정유업계 최초로 유휴 정제시설을 활용한 ‘임가공(賃加工) 수출’을 시작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이 석유 수출국으로 변모하는 출발점이었다. 한미 공동경영체제는 1986년 한국 측 단독경영체제 전환과 함께 막을 내렸다. 20년간 축적한 경영 능력과 기술력을 칼텍스 측이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로도 한국 경영진들은 대규모 투자건 등 주요 사항을 결정할 때는 항상 칼텍스와의 합의를 거쳤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한미 경영권 다툼은 한 차례도 없었다. 정확히 50 대 50인 지분도 50년간 유지하고 있다. 2005년 LG그룹에서 GS그룹이 계열 분리된 후로도 이는 변함이 없었다. GS칼텍스의 매출액은 1968년 12억 원에서 지난해 25조7702억 원으로 뛰었다. 석유 정제 능력도 창립 초기 하루 6만 배럴이던 것이 현재는 하루 79만 배럴로 늘었다. 지난해까지 전남 여수공장에서 정제한 원유량은 약 80억 배럴. 200L 드럼통에 채워 한 줄로 세우면 약 4만 km인 지구 둘레를 140바퀴나 돌 수 있는 양이다. 2000년대 들어 GS칼텍스는 완벽한 수출기업으로 거듭났다. 2000년 전체 매출액의 23%였던 수출액은 2006년 50%를 넘었다. 지난해 이 회사의 수출 비중은 71%였다. 해외 자본과의 합작을 통해 ‘수출 효자’를 키운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GS칼텍스는 경영권 분쟁 리스크가 없다면 합작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좋은 본보기”라고 말했다.○ 100년 기업 꿈꾸는 허진수 회장 GS칼텍스는 18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고 지난 반세기의 성과를 자축했다.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내실 있는 100년 기업과 최고의 회사를 만든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힘찬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딱 하나의 화환이 자리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보낸 선물이었다.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로 시작된 구(具)씨와 허(許)씨 집안의 동업은 2005년 GS그룹이 계열 분리를 완료하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구 회장은 그해 3월 GS그룹 출범식에 직접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이날 GS칼텍스 50주년 기념식에 등장한 화환은 두 집안의 변함없는 우정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두 집안의 경영 철학이 ‘인화’와 ‘신의’에 있다는 점이 같은 사업 부문에 함께 진출하는 것을 여전히 꺼리는 동업자 정신의 배경이다. GS그룹이 셰브론과 오랜 동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허 회장은 100년 기업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의 강점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중 하나가 2007년부터 연구개발(R&D)에 착수한 바이오부탄올 사업이다. GS칼텍스는 올 하반기(7∼12월) 바이오부탄올 데모플랜트를 완공할 예정이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한국이 ‘규제 공화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이 해외 주요국들은 경제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규제를 줄여나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영국, 호주 등 해외 규제개혁정책의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규제 총량 감축 △규제비용 절감 목표 설정 △덩어리째 규제 해소 등을 제안했다. 규제 총량 줄이기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2010년 도입한 ‘One-In, One-Out’이라는 규제비용 총량제를 2013년 ‘One-In, Two-Out’으로 강화했다. 지난해부터는 정부 입법으로 규제가 신설 및 강화되는 경우는 ‘One-In, Three-Out’을 적용하고 있다. 규제를 1개 만들면 반드시 3개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취임 직후 ‘Two for One Rule’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기업인을 만난 자리에서는 기존 규제의 75% 이상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영국과 호주는 규제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정하고 이를 의무화하고 있다. 영국은 2015∼2020년 기업 규제비용을 총 100억 파운드(약 14조7000억 원)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첫 1년간 절감한 규제비용은 8억9000만 파운드(약 1조3000억 원)였다. 호주도 2013년 9월∼2015년 12월 기업, 비정부 부문, 개인에게 부담되는 규제비용을 30억 호주달러(약 2조5000억 원) 줄이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이 기간 동안 실제 절감한 규제비용은 총 48억 호주달러(약 4조2000억 원)로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한국도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규제비용총량제를 시범 운영했다. 그러나 이 기간 규제비용총량제에 따라 비용 분석이 이뤄진 규제는 전체의 11%뿐이었다. 적용 제외 요건이 지나치게 넓어 도입 효과가 미미해진 것이다. 한경연은 중앙정부 차원의 ‘덩어리 규제 개혁’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일본은 ‘국가전략특구법’을 제정해 국제적인 우위를 갖춘 17개 지방자치단체에 기업의 신규 투자 지원과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톱다운(Top-down)’ 방식의 집중적인 규제 완화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규제경쟁력 순위에서 영국은 2009년 86위에서 지난해 25위로 급상승했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98위에서 105위로 뒷걸음질쳤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규제 개혁은 대규모 재정 지출 없이도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여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한국도 중단 없는 규제 개혁 시스템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한국 경제의 ‘성장 사다리’가 부러져 있다.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중견기업들이 성장 걸림돌에 부닥쳐 중소기업보다도 못한 초라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중견기업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중견기업들 사이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 여기에 중소기업들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포기해야 하는 각종 지원 정책 때문에 ‘피터팬 증후군’에 빠져 있다. 》 중소기업으로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느니 차라리 성장을 멈추는 게 낫다는 것이다. 새 정부 경제 정책의 성패는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이어지는 경제 역동성을 얼마나 회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끊긴 사다리, 닫힌 성장판 16일 동아일보와 한국경제연구원이 2011∼2016년 기업 규모별 성장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견기업들의 성장 정체가 두드러졌다. 이번 분석은 외부감사를 받는 제조기업 8677개를 대상으로 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각각 181개, 1117개이고 중소기업이 7379개다. ‘중견기업 성장 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중견기업특별법)은 2014년 7월 시행됐다. 10년 한시법으로 한국 경제의 허리를 제대로 육성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중견기업들의 자산 증가율은 2011∼2013년 평균 5.95%에서 2014∼2016년 평균 2.81%로 반 토막이 났다. 중견기업특별법 시행 후 3년간 중견기업의 성장 속도는 대기업(3.12%)과 중소기업(6.47%)에 모두 못 미쳤다. 2011∼2016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대기업 3.18%, 중견기업 4.19%, 중소기업 4.42%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2014∼2016년 3년 연속 마이너스다. 대기업의 경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빅2’의 매출액이 2015, 2016년 정체기를 맞았던 영향이 크다. 중견기업으로 올라서는 문턱을 넘지 않고 중소기업에 계속 머무르거나 중견기업이 됐다가 도리어 중소기업으로 회귀하는 피터팬 증후군도 심각했다. 자산 기준으로만 따졌을 때 5000억 원을 초과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새로 편입된 기업은 2011∼2015년 63개사. 이 중 16개 기업(25.3%)은 자산 규모가 줄어 다시 중소기업으로 돌아갔다. 특히 10곳은 중견기업에 머문 기간이 고작 1년이었다. 의류업체 A사는 2012년 4080억 원, 2013년 6110억 원, 2014년 4650억 원, 2015년 5080억 원, 지난해 4970억 원 등 중견기업 자산총액 기준을 ‘퐁당퐁당’ 넘고 있다. 석유화학업체 B사와 C사, 자동차부품 회사 D사 등은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씩 4000억 원대 후반의 자산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올라서자마자 지원이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혜택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2건이나 된다.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취득세, 재산세, 법인세, 소득세 감면 등 갖가지 세제 지원이 줄줄이 쪼그라들거나 사라진다. 기업소득 환류세, 내부거래 과세 등은 새로 적용받는다.○ 중견기업 정책 실종 중견기업들의 ‘위기의식’은 대선을 거치면서 더 커졌다. 대선 후보들의 중견기업 관련 공약이 아예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당시 ‘중소기업 보호·육성’과 ‘재벌 개혁’에만 초점을 맞췄다. 연간 매출액 규모가 1조 원대인 중견기업 E사 관계자는 “새 정부가 재벌 개혁, 중소기업 육성, 스타트업·벤처 얘기만 할 뿐 중견기업에 대한 얘기가 없다. 중견기업 사이에서는 ‘지금이 최대 위기다’, ‘앞으로 중견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고 털어놨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 추진 분위기에 긴장하는 기업도 많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는 중견기업도 대기업과 유사한 기준을 적용받아 시장 진출이 막히거나 판로가 제한된다. 중견기업 F사 관계자는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공장 증설이나 인수합병(M&A)을 못 하게 되는데 기업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나. 법제화까지 되면 정말 큰일이다”고 걱정했다. 중견기업특별법 제정과 함께 법정단체로 출범한 중견련도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중견련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에 이은 세 번째 법정 경제단체다. 그러나 중견련은 지난 대선 기간 더불어민주당 비상경제대책단이 마련한 경제단체장 초청 간담회에 초대장도 받지 못했다. 2015년 문을 연 중견기업연구원도 현재 박사급 2명만 남아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설립 2년 만에 존폐 위기에 몰려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중견기업은 기업 수로는 국내 전체 기업의 0.08%에 불과하지만 고용의 5.6%, 수출의 15.7%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견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춰 세계시장에 진출하도록 하는 제도적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내수시장을 놓고 중소기업과 다투거나 대기업의 하청 구조에 안주하지 말고 중견기업이 수출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정민지 jmj@donga.com·김창덕 기자}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 9월 이후 정부와 기업들 사이에는 거대한 소통 절벽이 생겼다. 대기업과 정부 간 가교 역할을 하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존폐 위기에까지 내몰렸다가 가까스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각 기업의 대관(對官) 활동도 지난 몇 달간은 사실상 중단돼 있었다.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을 해체해 그룹 차원의 대관 기능을 아예 없앤 게 대표적이다. 기업들은 여전히 소통에 목말라 있다. 이번 설문에서 ‘정부와 기업 간 소통은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기업은 전무했다. 다만 기업 규모에 따라 원하는 소통방식은 많이 달랐다.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 간 간담회’를 원한 대기업은 16.1%에 불과했다. ‘대통령과 기업 총수의 개별 면담’을 선호하는 대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대기업은 그 대신 54.8%가 ‘각 부처(장관)와 기업 간 소통’을 꼽았다. 과거 대통령들은 취임 후 경제인 대표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거나 각 기업 총수를 따로 만나 투자 및 채용 확대를 요청하는 게 관례적 수순이었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는 이를 모두 뒤엎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룹 총수들 간 개별 면담이 검찰 수사에서 불법적 민원 창구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 기소하는 과정에서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뇌물죄 적용의 주요 근거로 썼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개별 면담 전 양측에서 준비한 ‘말씀 자료’마저 부정 청탁의 근거가 되는 마당에 대통령을 따로 만나고 싶은 총수가 누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대통령과의 직접 소통을 선호한다. 설문에 응한 중소기업들은 ‘대통령과 기업 대표들 간 단체 간담회’(48.3%)나 ‘대통령과 기업 대표들의 개별 면담’(10.3%) 등을 원했다. ‘청와대와 경제단체 간 활발한 소통’을 선택한 비율도 중소기업(37.9%)이 대기업(29.0%)보다 높았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 어느 때보다 ‘친(親)중소기업’ 정책을 예고하고 있는 데다 중소기업들이 최상위 결정권자에게 정책 건의를 할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방통행은 적절치 않다.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을 기업이 알 수 있도록 어떤 방식으로든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인들이 정말 제정신인가 생각했었죠. 그런데 지금 보니까 미국인들이라면 트럼프를 좋아할 만도 하다 싶어요.” 한 대기업 임원의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마침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괴팍하게만 보였던 트럼프의 ‘트윗 협박’은 어쨌거나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미국 3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가 대규모 투자 선물을 안겼다. 일본 도요타, 중국 알리바바, 한국 현대자동차도 발 빠르게 화답했다. 모두 트럼프가 공식 취임하기도 전인 1월 중순에 일어난 일이다. 트럼프 취임 후에도 비슷한 뉴스가 잇따랐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투자에 나선 것은 오로지 트럼프의 협박 때문이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기업들은 태생적으로 모든 결정에 앞서 계산기부터 꺼내 든다. 트럼프 손에 들린 채찍이 무섭기도 하지만 법인세 인하, 투자 인센티브 같은 당근도 무시하지 못할 매력이었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테슬라, 델, 월풀, 다우케미컬 등 12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한자리에 불렀다. 이 자리에서 법인세를 대폭 낮추고 규제의 4분의 3 이상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정부는 3개월 후인 지난달 연방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낮추는 파격적인 조세개혁안을 발표했다. 트럼프의 ‘반(反)세계화 정책’이 오히려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반발도 크다. 그럼에도 지금의 ‘트럼프 웨이’에 많은 미국인은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는 거칠긴 해도 기업들을 포획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기업들에 ‘정부는 확실한 우리 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국내 기업인들이 미국을 부러워하는 대목이다. 제조업에 화력을 집중한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공장 자동화로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계수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2, 3차 협력업체로의 낙수효과나 서비스업의 동반 성장 효과는 여전히 크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제조업정책 선임 자문역이었던 론 블룸은 “자동차 조립공장이 생기면 월마트가 따라오지만 월마트가 생긴다고 자동차 조립공장이 따라오지는 않는다”고 했다. 팀 쿡 애플 CEO도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ripple in the pond(연못에 이는 잔물결)”가 되겠다고 말했다. 1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첨단 제조업에 투자하면 서비스업 등 주변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얘기였다. 세계 최고의 ‘스마트 공장’으로 유명한 지멘스의 독일 암베르크 공장은 30년 가까이 1200명의 고용인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공장 생산성을 8배 이상으로 개선하면서 낮은 임금을 찾아 동유럽이나 아시아로 이전할 필요가 없었다. 그 사이 부품을 공급하고 제품을 운송하는 주변 협력업체들은 함께 성장할 기회를 가졌다. 일자리를 지켜냄으로써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늘린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10일 출범했다. 세금을 쏟아부어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더라도 한계가 뚜렷하다는 사실을 신임 대통령도 모를 리 없다. 다소 거부감이 있더라도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한국 실정에 맞게 도입해 보는 건 어떨까. 반기업 정서, 신산업 규제, 경직된 노동시장 같은 경제계의 미세먼지부터 걷어내 보자. 그래야 기업들도 해외로의 탈출 계획을 기꺼이 접을 것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건 일단 있는 일자리부터 지켜낸 다음에 가능한 일이다.김창덕 산업부 차장 drake007@donga.com}
“13억 인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2일이면 LG전자가 ‘세계 2번째 인구 대국’ 인도에 진출한 지 꼭 20년이 된다. LG전자의 인도 내 매출액은 지난해 20억 달러(약 2조2630억 원)로 진출 첫해였던 1997년의 60배로 성장했다.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있었다. 8일 LG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가 인도에서 판매한 TV와 냉장고는 누적 기준으로 각각 5000만 대, 3000만 대에 달한다. 세탁기 1600만 대가 인도에서 팔렸고, 전자레인지는 400만 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인도는 LG전자가 인도네시아(1991년), 중국(1993년)에 이어 아시아에서 3번째로 생산법인을 세운 나라다. 1997년 노이다 제1가전공장을 시작으로 1998년 벵갈루루 소프트웨어(SW)연구소, 2004년 푸네 제2가전공장을 잇달아 세웠다. 현지 임직원 수는 1997년 400여 명에서 현재 3400여 명으로 늘어났다. LG전자의 인도 내 성공은 주거 환경과 생활 문화를 고려한 인도 특화 제품 출시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나쁜 수질을 고려해 정수 성능을 높인 정수기, 전력 공급이 끊겨도 7시간 동안 냉기를 유지하는 냉장고, 초음파로 모기를 쫓는 에어컨과 TV 등이 대표적이다. 그 덕에 LG전자는 현지 시장조사기관 TRA로부터 ‘2016 가장 매력적인 브랜드’ ‘2015 가장 신뢰받는 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LG전자 인도법인은 현지 진출 20주년을 기념해 연말까지 20개월 무이자 할부, 제품 할인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기완 LG전자 인도법인장(부사장)은 “앞으로도 1등 브랜드로서 인도 국민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애플이 미국 내 첨단 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한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 규모 펀드를 조성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조업 활성화 정책에 화답하는 모양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3일(현지 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제조업 영역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10억 달러 규모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이달 말 펀드가 투자할 첫 번째 첨단 제조사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쿡 CEO는 “우리는 연못에 물결이 일도록 만들 수 있다”며 “제조업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면 서비스산업 등 주변의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의 펀드 조성은 트럼프 정부의 제조업 활성화 정책에 적극 화답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조업이 살아나지 않고서는 일자리 창출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트럼프 후보는 애플이 해외에서만 일자리를 만든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쿡 CEO는 이를 의식한 듯 “애플이 직접 고용한 사람은 8만 명이지만 부품업체, 개발자, 관련 서비스업까지 합하면 200만 개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쿡 CEO는 하반기(7∼12월) 출시될 아이폰 7과 아이폰 7플러스에 대해 “사람들이 새 아이폰을 사지 않고는 안 될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금호산업은 지난해 12월 ‘프로젝트 i4’라는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 TF팀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드론 기술 등을 건설 현장에 접목하고 빅데이터를 통해 의사결정 과정을 효율화하는 등의 과제들을 떠맡고 있다. 올해 3월 초 건설업계 최초로 ‘모바일 하자관리 시스템’을 만든 것은 그 첫 결과물이다. 금호산업 프로젝트 i4는 지난해 11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설치한 4차 산업혁명 대비 TF팀의 계열사 버전이다. 반면 국내 중견 철강업체 A사는 이제야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단계다. 핵심은 생산현장을 효율화하는 ‘스마트 팩토리’로의 전환이다. 그러나 방침만 정해졌을 뿐 구체화된 로드맵은 없다. 충남에 공장을 두고 있는 석유화학업체 B사는 이런 방침조차 만들 여력이 없다. B사 관계자는 “글로벌 변수가 너무 많아 이에 대응하기도 버거운데 구름 속 얘기 같은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긴 어렵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 바람이 글로벌 시장 전체에 휘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10곳 중 7곳이 금호산업보다 A사나 B사와 비슷한 처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대책이 없는 경우가 많아 4차 산업혁명 확산에 따른 기업 간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분석은 본보와 현대경제연구원,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공동 진행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업 인식도’ 설문조사 결과다. 설문에는 400개 기업이 참여했다.○ 영향은 큰데… 준비는 못해 3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들이 평가한 국내 기업들의 4차 산업혁명 대응 수준은 글로벌 기업을 10점으로 봤을 때 평균 7.1점에 불과했다. 1∼5점이 48.2%, 6∼10점이 41.3%였다. 글로벌 기업들보다 국내 기업들의 대응 수준이 높다(11∼15점 9.2%, 16∼20점 1.3%)는 응답은 10.5%에 그쳤다. 응답 기업 5곳 중 4곳은 자신들이 속한 산업군이 4차 산업혁명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또는 ‘영향을 받는다’고 봤다. 그럼에도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2.2%), ‘준비하고 있다’(26.7%)는 답변은 10곳 중 3곳뿐이었다. 대기업은 그나마 주요 그룹의 정보기술(IT)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준비에 속도를 내는 편이다. 삼성전자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내의 선행개발그룹에 인공지능(AI)랩, 빅데이터랩, 인터랙션랩 등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H&A스마트솔루션BD(비즈니스 디비전)’ 조직을 만들어 AI와 IoT 기술 개발을 맡겼다. SK텔레콤은 박정호 최고경영자(CEO) 직속 AI 사업단을 꾸려 자회사인 SK플래닛과 함께 AI 비서와 자율주행차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내수 침체를 극복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느라 미래를 위한 투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이번 설문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답변 비율은 중소기업(28.9%)이 대기업(36.6%)보다 훨씬 낮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태풍에 휩쓸리면 중소기업 생태계 전체가 침몰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대응은 더 뒤처져 정부 대응 수준에 대한 기업들의 평가는 더 부정적이었다. 선진국을 10으로 놓고 평가했을 때 한국 정부의 4차 산업혁명 대응 수준이 1∼5점 사이라는 답변이 57.0%로 압도적이었다. 6∼10점이 36.6%였다. 선진국보다 한국의 대응 수준이 낫다는 답변은 고작 6.4%뿐이었다. 평균 6.3점은 기업들이 스스로 매긴 7.1점보다 0.8점이나 낮은 수치다. 정부와 기업들의 대응 수준이 떨어지는 이유(2개 복수응답)에 대해서는 ‘과도한 규제 및 법적 인프라 부족’이 22.3%로 가장 많이 꼽혔다. ‘전문 인력 및 인재 부족’이 18.6%로 뒤를 이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 부족’(18.4%)과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시스템’(13.8%)도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에서 발목을 잡는 요소로 지적됐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시장 전체가 4차 산업혁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자칫 한눈을 팔다가는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서는 일반 기업들이 인식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단면들도 엿볼 수 있었다.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AI’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제시된 12개 기술 중 2개를 고르라는 질문에 32.5%가 AI를 선택했다. IoT가 14.9%, 빅데이터가 13.4%, 로봇이 12.8%로 뒤를 이었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에 대해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10.3%)보다 ‘노동시장 붕괴’(13.6%)라는 답변이 더 많은 것도 눈에 띄었다. 4차 산업혁명이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고 생산성을 높인다는 기대가 크지만 일자리 문제에서만큼은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는 뜻이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서동일 기자}
삼성전자 갤럭시 S8의 대표적 마케팅 포인트였던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의 음성지원 서비스가 스마트폰 출시보다 열흘 늦게 나왔다. 최근 붉은빛 화면, 재부팅 등 갤럭시 S8 품질 논란에 긴장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AI 비서의 도움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1일 갤럭시 S8와 S8플러스에서 ‘빅스비 보이스’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출시된 갤럭시 S8 시리즈에서는 이미지 검색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는 ‘빅스비 비전’만 사용할 수 있었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명령을 수행하는 빅스비 보이스는 ‘AI 비서’ 기능의 핵심이다. 빅스비 보이스와 연동되는 스마트폰 내 기능 또는 애플리케이션(앱)은 사진갤러리 계산기 날씨 메시지 설정 시계 연락처 전화 카메라 빅스비비전 리마인더(부재중 전화 알림) 등 10여 개다. 삼성전자는 ‘빅스비 실험실’이라고 이름 붙인 베타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이 삼성페이 삼성헬스 카카오톡 페이스북 유튜브 등 약 30개 앱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빅스비 보이스 서비스가 다소 늦어진 것은 서비스 안정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시간이 필요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으로서는 빅스비가 갤럭시 S8의 성패를 가를 키포인트 중 하나였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 보이스가 6월까지는 영어만 지원하지만 향후 중국어, 스페인어 등으로 지원 언어를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어는 앱 업데이트를 통해 지금도 쓸 수 있다. 갤럭시 S8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한국,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아랍에미리트 등 50여 개국에서 출시됐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