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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기온이 이어져 ‘세밑 한파’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기상청에 따르면 26일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강원 내륙과 산지에 아침까지 눈이 날리는 곳이 있겠다. 26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6도∼영상 1도, 낮 최고기온은 5∼11도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26일 내륙을 중심으로, 27일에는 경기 북부와 강원 내륙 및 산지 등에서 아침 기온이 영하 5도 아래로 떨어져 춥겠으니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6일 미세먼지 농도는 수도권, 강원 영서, 대전, 충청, 전북, 대구, 경북에서 ‘나쁨’, 이 밖의 권역은 ‘보통’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당분간 기온이 평년보다 조금 높아 연말까지 비교적 따뜻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8, 29일에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맑고 아침 기온은 영하 6도∼영상 5도, 낮 기온은 4∼12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의 마지막 주말인 30, 31일에는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30일 대부분 지역에서 비 또는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30, 31일 아침 기온은 영하 5도∼영상 6도, 낮 기온은 2∼12도로 예보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압골이 발달하는 정도와 이동 속도에 따라 강수 형태와 시점이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토요일인 16일부터 전국에 다시 한파가 찾아온다. 주말에 충청, 전라,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15일 브리핑을 열고 주말인 16일 충남, 전북, 전남 등 남서부, 17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16일 기온이 전날보다 5∼10도가량 급격히 떨어져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4도∼영상 7도, 낮 최고기온은 영하 4도∼영상 8도로 예보됐다. 중부지방에서는 낮 최고기온도 0도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17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7도에서 영하 3도로 전날보다 10도 이상 더 낮아진다. 주말 내내 강한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한파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는 올겨울 처음으로 17일 오전 9시 수도계량기 ‘동파 경계’ 단계를 발령한다고 15일 밝혔다. 동파 경계는 하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미만인 날이 이틀 이상 이어질 때 발령된다.주말 한파에 큰 눈… 수도권 최대 7cm-전북 20cm 오늘부터 전국 강추위인제 눈길에 차량 5대 연쇄 추돌 주말 한파와 함께 서쪽 지역에는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차가운 북풍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를 통과하면서 만들어진 눈구름대가 서풍을 타고 유입되기 때문이다. 16, 17일 예상 적설량은 서울 인천 경기 북부 1∼3cm, 경기 남서부 2∼7cm, 강원 내륙과 중남부 산지 3∼8cm, 강원 북부 산지 5∼10cm,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남부 3∼8cm(많은 곳 10cm 이상), 전북 5∼15cm(많은 곳 20cm 이상), 광주 전남 서부 5∼10cm(많은 곳 15cm 이상), 경남 서부 내륙 울릉도 독도 1∼5cm, 제주 산지 10∼20cm(많은 곳 30cm 이상) 등이다. 한파는 한동안 이어진다. 기상청 관계자는 “다음 주 내내 기온이 평년보다 낮은 영하권 추위가 계속될 것”이라며 “기온이 19일 일시적으로 오르겠지만, 20일부터 다시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2일까지 24시간 동파 대책 상황실을 운영한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서울에서 44건의 동파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시도 내년 3월 15일까지 취약계층 안전을 확인하는 등의 한파 특별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와 도내 시군 역시 지난달 15일부터 4개월간을 ‘대설, 한파 등 자연 재난 예방을 위한 대책 기간’으로 정했다. 한편 비와 눈이 많이 내린 15일 강원 곳곳에서 이로 인한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7시 47분경 인제군 상남면 서울양양고속도로 상남6터널(양양 방면) 인근에서 차량 5대가 연쇄 추돌했다. 이 사고로 7명이 다쳤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대전(46.5mm), 충남 홍성(43.5mm), 충북 충주(42.4mm), 강원 영월(42.1mm) 등 일부 지역에서는 12월 하루 강수량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10인 미만 소규모 회사에 다니는 A 씨는 회사 대표에게 회사 운영, 관리를 위임받은 점을 이용해 아내를 ‘가짜 회사 직원’으로 등록했다. 아이를 어린이집 입소 대기명단에 올리려면 부모가 맞벌이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A 씨는 육아휴직을 쓰지 않았지만 아내와 자신이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한 것처럼 꾸며 육아휴직급여를 각각 3500만 원, 4500만 원 받았다가 들통났다.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육아휴직급여, 배우자 출산휴가급여 등의 모성보호급여를 부정수급한 21명을 적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올해 3~10월 서울 지역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모성보호급여를 받은 남성 근로자를 대상으로 기획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최근 남성 육아휴직자가 늘면서 노무관리가 허술한 영세 사업장에서 허위로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번에 적발된 사람 대부분이 육아휴직급여를 부정하게 받은 사례였다. 육아휴직 중이던 B 씨는 휴직 기간 다른 회사에 취업했지만 이 사실을 숨기고 육아휴직급여 1600만 원을 더 받았다. C 씨는 육아휴직을 쓰다가 예정보다 일찍 복직했지만 회사 대표가 장기 해외 출장인 점을 이용해 신고하지 않고 계속해서 500만 원의 급여를 더 받아 챙겼다. 서울고용청은 적발된 근로자들에 부정수급액 2억8000만 원에 추가징수액까지 더해 총 4억400만 원을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또 이들 근로자가 다니는 회사 대표 5명을 포함한 26명을 고용보험법 위반으로 형사입건했다. 하형소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은 “모성보호급여 제도를 악용하는 부정수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사대상을 확대하고, 부정수급자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연말 예산 부족으로 경찰 등 공무원의 초과근무 수당과 출장비 등이 삭감되며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란 불만이 나오는 가운데 해양경찰청과 고용노동부, 소방청 등에서도 초과근무 수당 삭감이나 출장비 지급 지연 등의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예산이 부족해 공무원들이 일을 못 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건 국가적 손해”라며 “필수 업무는 차질 없이 할 수 있도록 중앙 정부에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1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해경은 올 하반기(7∼12월) 들어 극심한 인건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든 만큼 현장 치안을 강화하겠다며 300여 명의 인력을 충원했는데 인건비가 추가로 확보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여기에 올 초 기본급 인상으로 추가된 경정 이하 계급 급여와 초과근무 수당까지 올해만 총 547억 원의 인건비가 부족한 상황이 됐다.초과수당 줄 돈없어… 해경 함정 2대 경비구역, 1대만 출동하기도 예산 모자라 공무 삐걱300명 충원했는데 인건비 그대로… 함정운용까지 줄이며 비용 절감감독기관 고용부도 출장비 지연… 전문가 “재정운용 명백한 실패” 해경은 결국 7, 8월 경비함정 2대가 경비하던 구역을 통합해 1대만 운항하도록 했다. 함정 출동 시 발생하는 초과근무 수당 등 인건비와 유류비 등을 줄이기 위해서다. 또 일선 파출소 등에서 교대 시 이뤄지는 30분의 업무 인수인계도 대면이 아닌 서면 방식으로 전환해 초과근무를 줄였다. 매달 40시간의 항공대 교육 시간도 절반으로 줄였다. 일선 서장에게 직접 초과근무를 챙기도록 하기도 했다.● “인건비 쥐어짜기로 치안 공백 불가피” 하반기 내내 이어진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해경 내부에서도 “바다를 지키는 임무를 소홀히 하면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비함정에서 근무하는 한 해양경찰은 “해상 경비는 중국 어선 단속뿐 아니라 인명 구조까지 맡는 해경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데 함정 운용을 축소한 건 말이 안 된다”며 “정박해 있을 때도 초과근무를 자제하기 위해 훈련을 못 하니 치안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국회에서 올해 예산이 확정된 뒤 기본급 인상이 이뤄져 인상분이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여기에 현장 강화를 위해 인력을 충원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인건비가 부족해 부득이하게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내년 예산에는 초과근무 수당 200억 원 등 460억 원을 증액 반영했다”고 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여전히 150억∼200억 원의 인건비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경은 부서별 표준 초과근무 시간을 만들어 내년 인건비 부족 현상을 완화한다는 구상인데 이를 두고서도 ‘언제까지 직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것이냐’는 내부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도 근로감독관에게 제때 돈 못 줘 해경 외에도 정부 부처 중에선 하반기 예산 부족으로 출장비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거나 초과근무를 제한한 곳이 적지 않다. 인건비 미지급을 감독해야 하는 고용노동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각 지방고용노동청에서 지급하지 못한 출장비가 1억3900만 원으로 최대 4개월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감독관 현장 활동이 증가한 데다 공무원 출장비가 올라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며 “지적이 나온 후 밀린 출장여비를 전부 지급했다”고 밝혔다. 소방청에서도 직원들의 출장비 1억4600만 원을 제때 못 줬다가 이달 6일에야 다른 예산을 전용해 전액 지급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출장비 인상과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인한 출장 증가로 일시적인 미지급이 있었다”고 했다. 일부 부처는 소모품 비용을 아껴 출장비를 충당하는 실정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꼭 가야 하는 출장을 가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아낄 수 있는 건 아껴 출장비에 보태는 상황”이라고 했다. 해군항공사령부의 경우 군무원 사비로 지출한 출장비를 지급하지 않아 국민신문고에까지 민원이 제기됐다. 해군항공사령부는 언론에 보도되고 논란이 된 후에야 지급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건비 등 꼭 필요한 비용이 계획보다 많이 지출됐을 경우 정부 차원에서 예비비 등을 전용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세수 부족 사태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추가 편성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명백한 재정 운용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찰과 해경의 경우 예산 부족 현상을 반영해 내년 예산안에서 초과근무 수당을 늘렸다”며 “각 부처 출장비와 업무추진비 등은 코로나19 확산 당시 줄어든 걸 다 복구시키지 못한 측면이 있어 내년도 예산을 증액했다”고 밝혔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처음 태백병원에 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김선민다운 결정’이라는 이야기였어요.” 올해 9월 국내 최초 산재 전문 병원인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 첫 출근을 한 김선민 직업환경의학과장(59)의 결정은 주변 모두를 놀라게 했다 1989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1990년대 중반 국내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처음 배출됐을 때 자격을 취득한 ‘1세대 인재’다. 이후 30년 가까이 의료 정책 분야에서 활동했고, 202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첫 여성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을 지냈다. 그런 그가 다시 ‘현장’을 택했고, 그곳이 태백병원이라는 사실은 큰 화제였다. 7일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만난 김 과장은 “처음 직업환경의학을 공부하던 때와 비교하면 이 분야에 굉장한 발전이 있었다”면서 “그동안 심평원에서 정책 분야를 다루며 쌓아온 경험과 지혜를 활용할 수 있으니 적절한 시기에 (직업환경의학과) 다시 잘 만난 것 같다”며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직업환경의학이라는 분야는 생소하다. 어떤 일을 하나.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작업장에서 직업병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고, 업무와 관련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일을 한다. 또 어떤 질병이 업무와 관련되는지 판정한다.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 일찍 도입됐는데, 한국에서는 1980, 1990년대 이어진 안타까운 산업재해를 계기로 도입됐다. 1996년 국내에서 첫 전문의가 배출됐다. 나는 그 이듬해 시험에서 합격했다. 지금은 태백병원에서 환자의 직업병 여부를 판정하기 위한 소견서를 쓰고 있다. 내 소견이 산업재해 인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담도 크다.” ―태백병원은 어떤 곳인가. 근로복지공단 직영 병원은 일반 병원과 무엇이 다른가. “태백병원은 1936년 삼척탄좌개발주식회사의 부속병원으로 출발한 역사가 깊은 곳이다. 원래 국내 직업환경의학은 폐에 분진이 쌓이는 진폐증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태백병원이 갖는 상징성은 크다. 이곳 직원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산재 전문이지만 지역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종합병원이다. 공단은 태백병원을 포함해 10개의 병원과 3개의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아무래도 산재 치료와 재활은 수익성이 낮아서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단 병원은 보훈병원처럼 수익을 내기보다 민간병원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산재 환자를 치료하는 공공병원 역할을 맡고 있다.” ―환자를 직접 만나는 현장으로 돌아온 소감은…. “살아있는 느낌이다. 검진 때 말고는 의사를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환자를 볼 때마다 혹시 내게 물어보고 싶은 건 없는지 꼭 묻는다. 5초밖에 안 걸리는 질문이지만 덕분에 환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다. 직업병 환자의 이야기에는 그 사람의 인생과 한국 역사가 다 들어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지만 아직 이렇게 깊이 있는 체험을 못 했구나 싶어 반성할 때도 있다.” ―건강보험 전문가에서 산재 전문의가 됐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은 건강보험과 어떻게 다른가. “사실 1964년에 도입된 산재보험의 역사가 1979년 시행된 건강보험보다 훨씬 깊다. 두 보험이 추구하는 사회보장의 성격과 정신은 같다. 가장 큰 차이점은 건강보험이 원인과 무관하게 질병 치료를 보장해 주는 반면, 산재보험은 사업주가 사고나 질병의 책임을 지는 배상책임의 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산재보험은 병을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활을 통해 직장으로 복귀하도록 돕는 것까지 보장한다. 따라서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 유족급여, 직업재활급여까지 보장 범위가 매우 넓다. 건강보험은 재활서비스 급여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산재보험이 재활 분야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산재 인정 여부에 따라 보장 차이가 너무 크다 보니 환자들이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해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현장에서 느낀 아쉬움이 있다면…. “우선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이 빅데이터 연계 등의 협력을 강화하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에서 산재보험이 구축한 산재 환자들의 비급여 부분 데이터를 활용하고, 산재보험도 같은 질병이나 사고를 당한 환자의 건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면 서로 큰 도움이 될 거다. 나아가 직업병 판정을 받지 못하면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보장 범위가 크게 낮아지는데, 이런 경우도 보장이 충분해지면 좋겠다. 또 국내 산재병원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야 한다. 재활 단계의 직업 복귀 지원은 건강보험에서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민간병원이 맡기 어렵다. 직업병 치료와 재활은 수익성이 낮고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공공의료에서 책임져야 한다. 일하다 다친 사람이 쉽게 찾아갈 수 있으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지역에 산재병원이 필요하다.” ―앞으로 태백병원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우선 직업환경의학 분야에서 신뢰받는 의사가 되고 싶다. 그리고 환자들 말을 잘 들어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 지역 주민들이 가벼운 검진을 받더라도 ‘그 의사가 있는 병원에 한번 가보자’며 찾아준다면 영광일 것 같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기업에서 비정규직 직원이라는 이유로 임금이나 성과급을 덜 주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차별 예방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하지만 노동계는 ‘실효성이 없다’며 본질적인 법,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기간제, 단시간, 파견 근로자 차별 예방 및 자율개선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고용부가 올해 2∼10월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사 14곳을 대상으로 노동관계법 위반 기획감독을 벌인 결과 비정규직을 차별하거나 불합리한 이유로 상여금, 수당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용자가 스스로 차별 문제를 점검하고 개선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비정규직 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기본 원칙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한 권고 사항, 자율점검표 등이 담겼다. 기본 원칙이란 기간제, 단시간, 파견 근로자라는 이유로 비슷한 업무를 하는 다른 근로자와 비교해 임금이나 근로조건, 복리후생에서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8일 차별 없는 일터를 조성한 우수 사업장 12곳에 대한 시상도 진행했다. 올해 우수 사업장에는 고려대의료원, 파르나스호텔, 한서대 등이 선정됐다. 노동계는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을 내고 “차별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할 행위이지, 권고하고 개선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사용자의 선의에 기댄 가이드라인은 정부의 책임 회피 및 생색 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연중 눈이 가장 많이 온다는 대설(大雪)도 지났는데 봄처럼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8일 제주의 낮 기온이 22도까지 오르는 등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 전국 곳곳에서 역대 최고 낮 기온을 보였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16.8도까지 올랐다. 12월 낮 기온으로 역대 최고인 1968년 12월 9일(17.7도) 이후 55년 만에 가장 높았다. 남부지방에서는 이날 낮 기온이 20도 안팎까지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낮 기온이 평년(3∼11도)보다 5∼10도가량 높았다. 경북 경주(20.9도), 전북 군산(20.5도), 전남 완도(20.3도), 경남 김해(20.0도), 세종(18.8도), 대전(19.2도), 강원 원주(17.2도) 등은 기상 관측 이래 12월 낮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따뜻한 날씨는 다음 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9일 전국 낮 최고기온은 13∼22도로 예보됐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도 2∼14도로 평년(영하 7도∼영상 3도)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고온 현상은 북쪽에서 한반도로 내려오는 찬 공기가 일시적으로 약해졌기 때문이다. 차가운 성질의 대륙 고기압이 저위도로 내려오면서 따뜻한 성질로 변했고, 한반도 남쪽의 고기압이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따뜻한 서풍이 불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10일 대륙 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일시적으로 평년 수준으로 낮아지겠지만 다음 주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 주 월요일인 11일에는 저기압이 남부지방을 통과하면서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전망이다. 특히 강원 영동, 경북 동해안, 남해안, 제주를 중심으로 12일까지 강하고 많은 비가 내려 호우특보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기온이 낮은 강원 산지에는 많은 눈이 내려 대설특보가 예상된다. 다음 주 11∼16일 전국의 기온은 아침 최저 영하 3도∼영상 13도, 낮 최고 3∼18도로 평년(최저 영하 8도∼영상 2도, 최고 3∼11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기상청은 올겨울(12월∼2월) 기온이 평년보다 따뜻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적도 부근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인 엘니뇨가 이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북풍류 유입이 감소하고 남쪽에서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강수량도 많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극 찬 공기의 남하 등으로 일시적인 한파도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연중 눈이 가장 많이 온다는 대설(大雪)도 지났는데 봄처럼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8일 제주의 낮 기온이 22도까지 오르는 등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 전국 곳곳에서 역대 최고 낮 기온을 보였다.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16.8도까지 올랐다. 12월 낮 기온으로 역대 최고였던 1968년 12월 9일(17.7도) 이후 55년 만에 가장 높았다. 남부지방에서는 이날 낮 기온이 20도 안팎까지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낮 기온이 평년(3~11도)보다 5~10도가량 높았다. 경북 경주(20.9도), 전북 군산(20.5도), 전남 완도(20.3도), 경남 김해(20.0도), 세종(18.8도), 대전(19.2도), 강원 원주(17.2도) 등은 기상 관측 이래 12월 낮 최고기온을 경신했다.따뜻한 날씨는 토요일인 9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9일 전국 낮 최고기온은 13~22도로 예보됐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도 2~14도로 평년(영하 7도~영상 3도)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이런 고온 현상은 북쪽에서 한반도로 내려오는 찬 공기가 일시적으로 약해졌기 때문이다. 차가운 성질의 대륙 고기압이 저위도로 내려오면서 따뜻한 성질로 변했고, 한반도 남쪽의 고기압이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따뜻한 서풍이 불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10일 대륙 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일시적으로 평년 수준으로 낮아지겠지만 다음 주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다음 주 월요일인 11일에는 저기압이 남부지방을 통과하면서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전망이다. 특히 강원 영동, 경북 동해안, 남해안, 제주를 중심으로 12일까지 강하고 많은 비가 내려 호우특보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기온이 낮은 강원 산지에는 많은 눈이 내려 대설특보가 예상된다. 다음 주 11~16일 전국의 기온은 아침 최저 영하 3도~영상 13도, 낮 최고 3~18도로 평년(최저 영하 8도~영상 2도, 최고 3~11도)보다 높을 전망이다.앞서 기상청은 올겨울(12월~2월) 기온이 평년보다 따뜻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적도 부근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인 엘니뇨가 이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북풍류 유입이 감소하고 남쪽에서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강수량도 많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극 찬 공기의 남하 등으로 일시적인 한파도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경남 김해시에서 영세 주물업체를 운영하던 김모 씨는 7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출근한 지 3일 된 외국인 근로자가 “나는 여기서 일하러 온 게 아니다”라고 말하고, 다음 날 잠적한 것. 김 씨는 “고용계약을 위한 수수료와 기숙사 비용 등의 손해를 본 건 물론이고 당장 일할 사람이 없어 힘들었다”고 했다. 이후 김 씨는 기존 직원도 그만두면서 일손이 부족해 결국 10월에 폐업했다. 정부가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에 비전문 외국인 근로자(E-9 비자)를 역대 최대인 16만5000명 들여오기로 하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입 인원이 급격하게 늘어난 반면, 이들을 관리할 대책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월급 적고 힘들다고 “관둘래요”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E-9 비자로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는 2020년 5만6000명에서 내년에 16만5000명으로 4년 만에 2.9배로 증가한다.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계는 이를 환영하면서도 늘어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 포천시의 한 중소 금속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지난달 갑자기 외국인 직원들이 화장실을 하루 15번 넘게 들락거리거나 꾀병을 부려 속앓이를 했다. 외견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직원들이 태업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 뒤 직원들은 A 씨에게 “최저임금 수준(월 201만 원)인 기본급을 280만 원으로 올려주지 않으면 다른 사업장으로 옮기는 데 동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E-9 취업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사업장을 바꿀 수 없지만 해고, 휴·폐업, 부당한 처우 등이 있을 때 입국 후 3년 내 3번까지 사업장을 바꿀 수 있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보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외국인들 사이에 이렇게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게 매뉴얼처럼 알려진 상황”이라며 “돈을 더 주지 않으면 지인이 일하는 곳에 가고 싶다며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500곳)의 58.2%에서 입국 후 6개월 내에 외국인 근로자의 계약 해지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불법 체류 증가…사고 위험 등 보호 대책도 필요 외국인 근로자 도입 확대가 불법 체류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불법 체류자는 2019년 39만281명에서 지난해 41만1270명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E-9 비자로 들어온 사람은 같은 기간 4만6122명에서 5만5171명으로 19.6% 늘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불액은 지난해 1223억 원으로, 매년 1000억 원을 넘기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사고도 빈번하다. 지난달 30일 경남 함안군의 한 주물공장에서 파키스탄 국적의 50대 근로자가 끊어진 크레인 체인에 맞아 숨졌다. 10월 경북 문경시의 폐기물 재활용 공장에선 30대 스리랑카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올해 6월까지 전체 산재 사망자(392명)의 10.7%가 외국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저숙련 근로자 숫자만 늘리는 단기 처방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외국 인력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지금처럼 외국 인력 도입 인원과 업종을 급격히 늘리면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이 숙련도를 쌓아 국내에서 오래 일하도록 유인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등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조합원 1000인 이상 대규모 노동조합 가운데 지난해 조합비 수입이 가장 많았던 곳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595억 원)였다. 1000인 이상 노조 가운데 민노총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등 일부 노조(8.7%)는 정부의 회계 공시에 참여하지 않았다. 6일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의 노조 회계 공시 결과를 발표했다.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1000인 이상 노조 739개 가운데 675개(91.3%)가 정부의 노조 회계공시시스템에 회계를 공시했다. 공시에 참여한 노조들의 지난해 총수입은 8424억 원, 총지출은 8183억 원으로 집계됐다. 노조당 평균 12억5000만 원의 수입이 발생했고, 12억1000만 원을 지출한 셈이다. 노조들이 공시한 지난해 수입에는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조합비뿐만 아니라 이자수익과 일시적인 수입 등이 모두 포함된다. 공시에 참여한 노조들의 지난해 총수입 8424억 원 중 7495억 원(89.0%)은 조합원들이 낸 조합비였다. 이외에 이자수익 등 기타수입이 691억 원(8.2%), 수익사업을 통해 얻은 수입이 127억 원(1.5%), 보조금 수입이 63억 원(0.7%) 등이었다. 조합비 수입이 제일 많은 노조는 민노총 금속노조(595억 원), 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228억 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224억 원), 민노총 본부(181억 원), 민노총 전국교직원노조(153억 원) 순이었다. 한국노총 본부는 지난해 조합비 수입이 60억 원이었다. 공시에 참여한 노조들의 지난해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인건비(1506억 원, 18.4%), 상급단체에 내는 부과금(973억 원, 11.9%), 조직사업비(701억 원, 8.6%), 교섭·쟁의사업비(424억 원, 5.2%) 등이 포함됐다. 앞서 정부는 이들 노조에 자율적으로 회계를 공시하도록 하면서 참여하는 노조에만 연말정산 때 조합비 세액공제(15%)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원래 불참을 선언했던 한국노총, 민노총을 포함한 대부분의 노조가 공시 참여로 돌아섰다. 하지만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를 포함한 일부 노조는 세액공제 혜택을 포기하고 회계를 공시하지 않았다. 한편 일부 노조에서 교섭·쟁의사업비나 인건비 등 일부 항목을 ‘0원’으로 기재하거나, 누락한 사례도 있었다. 민노총 본부는 교섭·쟁의사업비 지출항목을 0원으로 썼다. 민노총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는 조합비 수입과 인건비, 교섭·쟁의사업비 지출항목을 모두 0원으로 기재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다른 항목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기재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이달 22일까지 개별 노조들이 오기나 누락을 자율적으로 시정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A 중소벤처기업은 업황이 부진하고 투자 유치가 안 된다는 이유로 1년에 걸쳐 직원 25명의 임금과 퇴직금 약 17억 원을 주지 않다가 최근 고용노동부에 적발됐다. 이 회사는 이전에도 36번에 걸쳐 임금 9억 원을 주지 않는 등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용부는 A 사처럼 상습적인 임금체불이 의심되는 회사 119곳과 건설현장 12곳에 대해 올해 9~11월 기획감독을 실시했다고 3일 발표했다. 그 결과 92곳에서 총 91억 원의 체불임금을 적발됐다. 단일 기획감독에서 적발된 체불금액 중에서 가장 많은 규모다. 적발된 회사들은 대부분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상습적인 임금체불을 일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B 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영이 어렵다며 1년 3개월에 걸쳐 직원 25명의 임금과 퇴직금 4억5000만 원을 주지 않았다. 이 병원은 앞서 16차례에 걸쳐 2억 원에 이르는 임금체불이 발생한 곳이다. 사업주가 자의적으로 임금이나 각종 수당을 계산해 법정 기준보다 적게 준 곳도 많았다. C 지역농협은 직원들이 주말근무를 하면 연장근로수당보다 적은 일정액의 당직비만 주는 방식으로 3년간 직원 134명에 수당을 법정 기준보다 2억4000만 원 적게 지불했다. 고용부와 국토교통부가 합동으로 감독을 한 건설현장 12곳에서는 불법 하도급 사례 2건이 적발됐다. 또 하도급업체들이 현장 근로자의 임금을 개개인에게 직접 주지 않고 현장팀장에 일괄적으로 나눠주는 등의 법 위반도 드러났다. 고용부는 이번에 적발된 체불임금에 대해 청산 계획을 제출받은 뒤 이행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또 이달 11일부터 31일까지 임금체불 익명신고센터를 운영하며 불시 기획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임금체불은 근로자 삶의 근간을 훼손하는 명백한 범죄행위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근절해가겠다”며 “국회에서도 반복, 상습 체불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법 개정안을 적극적으로 통과시켜달라”고 했다. 현재 국회에는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해 신용제재, 정부 지원 제한 등의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계류돼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정부가 내년에 비전문 외국인 근로자를 역대 최대 규모인 16만5000명 들여오기로 했다. 서울,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비전문 외국인이 취업할 수 없었던 식당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중소기업 등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지만 노동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 한식당도 외국인 주방보조 채용 정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제40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내년 고용허가제 외국인력(E-9 비자) 도입 규모와 신규 허용 업종 등을 확정했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에서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비전문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제도다. 동남아 등 16개 송출국 대상 일반 인력(E-9 비자)과 중국 등의 동포를 대상으로 한 특례 인력(H-2 비자)으로 나뉜다. 내년에 E-9 비자를 받아 국내에 입국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 규모는 16만5000명이다. 2004년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이후 최대 규모다. 올해 12만 명보다 37.5% 많고, 2020년 5만6000명과 비교하면 2.9배로 늘었다. 기존에 이들은 제조업, 농식품업, 건설업, 일부 서비스업 등에서만 일할 수 있었다. 내년부터는 인력난이 심한 음식점업, 임업, 광업에서도 일할 수 있게 된다. 음식점업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 6대 광역시 △경기 수원 성남 고양, 충북 청주 충주 제천 등 기초지자체 기준 98곳과 세종, 제주까지 총 100개 지역의 한식점업에서 이들을 주방보조 업무로 고용할 수 있다. 상시근로자 5인 미만 한식점은 영업 기간이 7년 이상일 때 외국인 1명, 5인 이상 한식점은 영업 기간 5년 이상일 때 최대 2명까지 고용할 수 있다. 지금은 조선족, 고려인 등 방문 동포(H-2)와 유학생 등만 음식점에서 일할 수 있다. 임업은 전국 산림사업법인과 산림용 종묘생산법인, 광업은 연간 생산량 15만 t 이상인 금속·비금속 광산업체가 대상이다. 음식점은 내년에 시범적으로 외국인 고용을 허용하고 이후 국민, 해당 업종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과 정부 평가 등을 거쳐 추가로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 양대 노총 “졸속 대책” 반발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를 대거 들여오는 이유는 국내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올해 6월 기준 ‘빈 일자리’(조사 당시 비어 있거나 한 달 내 채용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제조업 5만7000개, 비제조업 15만6000개였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빈 일자리는 2020년 각각 3만1000개, 9만5000개에서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외국인력 도입 규모와 사업장별 고용 한도를 늘렸지만, 여전히 일부 서비스업 중심으로 외국인력 수요가 늘고 있다. 방 실장은 “구인난이 심각한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력의 추가 허용 요구가 있어 필요하면 12월에도 외국인력정책위를 열겠다”고 했다. 이날 정부 발표에 노동계는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에서 “국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기존 허용 업종에 대한 평가 및 개선 등이 없는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정책”이라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하는 악순환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이주노동자를 가파르게 증가시키면서 이에 걸맞은 지원과 처우 개선은 하지 않고 있다”며 “노동력이 부족하다고 손쉽게 이주노동자로 대체하려는 정책”이라고 했다.고용허가제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에서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비전문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제도. 동남아 등 16개 송출국 대상 일반 인력(E-9 비자)과 중국 등의 동포를 대상으로 한 특례 인력(H-2 비자)으로 나뉜다. E-9 비자 외국 인력을 중소제조업, 농·축산업, 어업, 건설업, 일부 서비스업 등에서 고용할 수 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그렇게 가고 싶으면 그만두고 집에 가세요.” 회사 대표가 근로자에게 이렇게 말했다면 이건 해고에 해당할까, 그렇지 않을까. 지난해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A 씨는 대표에게 이런 말을 듣고 곧장 회사에서 나와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그날 아침 비가 내려 야외 설치작업이 어려워지자 작업반장은 “오늘은 작업을 그만하자”며 작업장을 먼저 나갔다. A 씨도 뒤따라 퇴근하려 하자 대표가 “오후에는 작업이 가능할 수도 있으니 기다려 보라”고 지시했다. A 씨는 “비가 많이 와서 작업이 어렵고 작업반장도 없으니 퇴근하겠다”며 대표와 언쟁을 벌였다. 말다툼 끝에 대표가 “그렇게 집에 가고 싶으면 그만두고 가라”고 하자 A 씨는 이를 해고로 받아들인 것이다. A 씨는 관할 노동위원회에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해고 맞나요?” 다투는 분쟁 증가최근 근로자와 사용자가 해고 여부를 다투는 분쟁이 늘고 있다. 27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노동위에 접수된 해고 분쟁 사건은 3222건이었다. 이 가운데 해고가 맞는지를 다투는 ‘해고 존부’ 사건이 25.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징계로 인한 해고가 적절했는지를 다투는 사건(징계 해고)의 비중이 23.4%로 많았다. 지난해(4601건)에는 ‘징계 해고’ 사건의 비중이 27.0%로 ‘해고 존부’ 사건(21.5%)보다 컸는데, 올해 역전된 것이다. ‘해고 존부’ 사건의 비중은 2021년 15.0%에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해고가 맞는지 다투는 분쟁이 많아지는 건 이에 대한 근로자와 사용자의 인식이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회사 대표가 직원에게 “이렇게 일하라면 사직서를 쓰라”고 말한 것을 두고 대표는 “직원의 근무 태도를 바로잡으려는 의도”라고 주장하는 반면 직원은 해고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앞서 A 씨의 사례에 대해 노동위는 회사가 A 씨를 해고한 것은 아니라고 최종 판정했다. 당시 대표의 발언은 근로자의 퇴근 요구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고, 먼저 나간 작업반장의 경우 미리 대표에게 외출 허락을 받은 데다 오후에 다시 복귀한 점 등이 고려된 것이다. 결국 A 씨는 해고가 아닌 자진 퇴사로 처리됐다. 사용자가 해고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경우도 종종 분쟁으로 이어진다. 한 서비스업체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B 씨는 다른 동료와 함께 영업이사에게 불려갔다. 당시 회사 대표는 영업 악화로 매출이 감소하자 내부 회의에서 자주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토로하곤 했다. 영업이사는 “회사가 (매출 악화로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며 “나갈 사람이 정해지면 한 달 치 월급을 더 줄 테니 두 분이 얘기를 잘 해보라”고 말했다. B 씨는 동료와 상의한 끝에 자신이 퇴사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회사에 서면으로 ‘해고 통지’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대표는 자신이 해고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B 씨의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받은 노동위는 대표가 B 씨를 부당하게 해고했다고 인정했다.● 근로자 권리의식 높아져 문제 제기↑전체 해고 관련 분쟁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21년 4246건에서 2022년 4601건으로 8.4% 증가했다. 올해도 8월까지 3222건이 접수돼 연말까지 지난해 연간 건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노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근로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해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잘잘못을 따지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분쟁에 비해 직장을 잃어버리는 해고 관련 분쟁은 근로자들이 특히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중노위는 올해 9월부터 해고를 포함해 직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직장인 고충 솔루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노동위와 협약을 맺은 사업장에 관련 분쟁이나 고충이 발생하면 전문가가 찾아가 조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돕는 제도다. 중노위 측은 해고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근로자가 처음 입사할 때 근로계약서 내용을 꼼꼼하게 챙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해고를 다툴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사용자에게 해고의 의사가 있는지 명확하게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사용자도 직원을 해고하기 전에 관련 규정에 따라 절차를 제대로 밟았는지 등을 잘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해고 존부(存否)해고가 맞는지 여부를 다투는 사건.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복귀를 선언한 지 11일 만에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다시 가동됐다. 24일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이날 오후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부회장,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이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간담회를 했다고 밝혔다. 이달 13일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기로 결정한 뒤 처음으로 노사정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한국노총이 6월 7일 사회적 대화 불참을 선언한 지 5개월여 만이다. 참석자들은 민감한 세부 현안 대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저출산 고령화 등 노동시장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가 중요하다는 기본 방향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부대표자 회의를 매주 정례화해 사회적 대화를 위한 의제를 조율해나가기로 했다. 한 참석자는 “세부 각론을 이야기하다 보면 이견이 커서 어렵게 복원한 사회적 대화가 깨질 수 있으니 서로 공감대가 큰 부분부터 큰 틀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부대표끼리 매주 만나 어느 정도 의제를 조율한 뒤 이르면 다음 달 중순쯤 노사정 대표 4자 간담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국제노총회의에 참석 중이고, 손경식 경총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단에 동행하고 있어 대표 4명이 일정을 조율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동개혁 추진의 첫 걸음을 뗐다”고 평가하며 “앞으로 모든 노동 현안을 사회적 대화로 추진해가겠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다음 달 1일부터 대전, 광주, 울산, 세종에서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이 제한된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기 36시간 전에 예보하는 지역은 수도권에서 충청·호남권으로 확대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1차 미세먼지 특별위원회’를 열고 올해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적용되는 ‘제5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계획’을 확정했다. 계절관리제는 매년 12월 1일부터 이듬해 3월 31일까지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제도다. 한 총리는 “올겨울은 대기 정체 증가 등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해당 기간 초미세먼지(PM2.5)와 그 생성물질의 감축 목표를 지난해보다 2.3% 많은 약 10만8000t으로 정했다.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조치는 기존 수도권과 부산, 대구에서 대전, 광주, 울산, 세종까지 확대된다. 이들 지역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울산은 오후 6시)까지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을 운행하다 적발되면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미세먼지가 심한 충청권과 호남권에서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기 36시간 전에 예보를 해 주민들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존에는 수도권에서만 36시간 전에 예보했다.산업 분야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석탄발전기 최대 15기를 가동 중단하고 최대 47기의 출력을 80%로 제한할 예정이다. 부산, 인천, 여수·광양, 울산 등 대형 항만에서는 선박의 저속운항을 통해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기로 했다. 공공기관들은 실내 난방온도를 18도로 유지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미세먼지 감축에 동참한다. 정부는 이번 계절관리제 시행 기간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1.4㎍/㎥ 정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한 총리는 “국외 유입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 중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공공부문도 솔선수범하겠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일을 그만둔 여성들이 다시 노동시장에 나올 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집안일입니다.” 17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의 인력서비스 다국적기업 ‘파소나그룹’에서 만난 다무라 후미코 본부장은 일본이 2017년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도입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파소나그룹은 일본 정부의 기준에 맞춰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고용하는 6개 기업 중 한 곳이다. 다무라 본부장은 “당시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둔 여성들을 어떻게 복귀시킬 수 있을지가 일본 정부의 큰 과제였다”며 “누군가 집안일을 도와주면 일에 복귀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도입하게 된 제도”라고 덧붙였다. 한국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이르면 다음 달 도입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는 일본을 모델로 했다. 도쿄, 오사카 등 6개 특구를 지정해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도입한 일본은 늘어나는 가사서비스 수요를 고려해 앞으로 제도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파소나그룹 사례를 통해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를 안착시킨 일본이 주는 시사점을 살펴봤다.● 日 ‘필리핀 도우미’로 여성 취업 뒷받침“시간당 4290엔(약 3만7000원)이면 한국에서 비싼 편인가요?” 다무라 본부장은 고객용 팸플릿에 적힌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용요금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어 “고객은 원하는 시간만 이용할 수 있지만 우리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정규직으로 고용해서 월급을 주기 때문에 이 정도면 싼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이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비용 등이 다 포함됐다는 것이다. 일본의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대부분 필리핀인이다. 필리핀은 가사 인력 국가자격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검증을 거쳤다는 점 때문에 필리핀인이 선호되는 것이다. 이들은 임금과 노동법 적용 등에서 내국인과 동등한 처우를 받는다. 고객이 내는 서비스 이용료도 내국인 가사관리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회사가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2년 63.4%에서 2021년 73.3%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덩달아 가사관리사 수요도 늘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일본의 가사대행 서비스 시장 규모가 2017년 698억 엔(약 6100억 원)에서 2025년 2000억 엔(약 1조74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행 지역을 확대하고, 체류 기간도 5년에서 7년 안팎으로 늘리기로 했다. 다무라 본부장은 “일본인 가사관리사는 현재 상당히 고령화됐고 인력도 부족하다”며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통해 부족한 가사 인력을 확보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검증으로 신뢰 높이고 엄격히 관리해야”한국 정부는 일본의 제도와 유사한 방식으로 서울에서 약 100명 규모의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가사관리사는 정부 인증을 받은 민간 기업을 통해 이용 가정으로 출퇴근하게 된다. 파소나와 달리 가사와 육아 서비스를 같이 제공해 아이를 키우는 20∼40대 맞벌이 부부와 한부모 가정 등이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출퇴근하는 내국인 가사관리사가 시간당 1만5000원 정도 받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용료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필리핀 정부와 협의가 지연돼 도입이 늦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검증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신뢰도를 높이고, 안정적으로 인력을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인이 기업 등 사업장이 아닌 가정에서 일하기 때문에 분쟁, 인권 침해 등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강정향 숙명여대 정책대학원 객원교수는 “가사관리사는 일반 가정이 근무지이기 때문에 정부의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을 받는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임금이 더 높은 제조업 등으로 이탈해 불법 체류자가 될 수도 있다”며 “가사관리사 처우를 개선하는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된 지 1년 6개월밖에 안 된 만큼 내국인 유입 상황을 더 지켜보며 외국인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도쿄=주애진 기자 jaj@donga.com}
14일 일본 도쿄 아다치구의 특수셔터 제작회사 ‘요코비키셔터’ 사무실에 들어서자 머리가 하얗게 센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이곳 직원 34명 가운데 18명은 60세 이상이다. 최고령인 가나이 노부하루 씨(81)는 원자력 발전소 설계를 하다가 74세에 퇴직하고 2년 만에 이 회사에 입사했다. 그는 “아직도 모르는 것을 배우며 보람을 느낀다”면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통 60세가 넘으면 임금이 줄지만 가나이 씨의 월급은 올해 3만 엔(약 26만 원) 올랐다. 이 회사는 고령 직원의 근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임금을 적극적으로 올리고 있다. 이치카와 신지로 요코비키셔터 대표는 “인력난이 심한 중소기업은 직원을 오래 고용하는 것이 살길”이라며 “고령 직원은 경험이 풍부해 이점이 많다”고 했다. 일본의 법정 정년은 한국과 같은 60세다. 하지만 65세까지 재고용 등의 방식으로 계속 고용하도록 의무화해 사실상 ‘정년 65세’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도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정년 연장 논의가 활발하다. 정부는 고령자 계속고용 로드맵을 마련 중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자 고용 정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일본 현장을 살펴봤다.● ‘평생 현역’ 사회 구축하는 일본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1년 29.1%에서 2065년 38.4%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 인력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산업 현장이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근로자 본인이 원하면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고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65세까지 △정년 연장 △재고용 등을 통한 계속고용 △정년 폐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대부분 인건비 부담이 적은 재고용(70.6%)을 택하지만, 최근 정년을 연장한 기업도 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21년 70세까지 고용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기업에 부과했다. 다만 65세 이후에는 프리랜서 계약이나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 선택지에 포함했다. 실제로 후지쓰, 소니, 닛산자동차, 일본생명 등 일본 기업(상시근로자 21인 이상)의 99.9%가 65세까지 의무적으로 고용하고 있다. NTT도코모 출신인 사이토 료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 국제국장은 “NTT도코모도 60세 정년 퇴직 후 65세까지 일할 수 있다”며 “최근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일본의 60∼64세 취업률은 65세까지 고용이 의무화된 2006년 52.6%에서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73.0%였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슈쿠리 아키히로 고령자고용대책과장은 “고령자 취업률이 상승한 건 정책적 측면도 있지만 고령자 스스로 일하고 싶어 하는 의욕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괄 정년 연장 아닌 선택지 부여 전문가들은 ‘장기간 점진적’으로 시행한 덕분에 일본의 고령자 고용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일본은 통상 55세였던 정년을 1986년 60세로 올리도록 노력할 의무를 기업에 부과하고, 1998년 60세 정년을 의무화했다. 2000년부터는 65세까지 고용할 ‘노력’ 의무를 부여하고, 2006년부터 단계적으로 고용을 의무화해 2013년 전면 실시했다.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의 김명중 수석연구원은 “후생연금(일본의 국민연금)의 수령 개시 연령이 단계적으로 상향되는 시기와 고령자 고용 확대 연령을 일치시켜 소득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점이 중요했다”며 “한국도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오르는 2033년에 맞춰 고령자 고용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괄적인 정년 연장 대신 기업에 다양한 선택지를 줘서 부담을 낮춰준 점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오학수 일본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JILPT) 특임연구위원은 “일본 정부는 법으로 방향성 제시만 할 뿐 개별 기업 노사가 알아서 할 여지를 많이 둔다”며 “한국도 선택지를 열어두고 기업 사정에 맞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도쿄=주애진 기자 jaj@donga.com}
70세까지 ‘평생 현역’ 사회 구축을 목표로 내건 일본 정부는 고령자 고용을 뒷받침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1년 기업에 직원을 70세까지 고용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여했다. 이를 위해 65세 이상 고령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정부 지원금을 주고 있다. 65세 이상으로 정년을 연장하거나 계속고용, 또는 정년을 폐지한 기업에는 직원 수에 따라 15만∼160만 엔(약 131만∼1398만 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한다. 고령자가 일하기 편한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한 기기나 시스템, 소프트웨어 등을 도입하는 기업도 필요한 경비의 최대 60%까지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경비는 최대 50만 엔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 50세 이상이면서 정년을 채우기 전인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기업에는 전환자 1명당 최대 48만 엔(약 420만 원·연간 10명 한도)을 준다. 기간제 근로자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 60세 정년을 채울 수 있어 65세까지 고용 의무화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 주는 지원금과 별개로 60세 이후 임금이 깎인 근로자에게는 고용보험을 통해 임금의 최대 15%를 보전해준다. 60세 때 임금의 75% 미만을 받는 고령 근로자가 대상이다. 이 밖에 원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고령자 고용을 위한 컨설팅을 해주고, 재취업을 원하는 고령자에게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센터도 운영한다. 오학수 일본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JILPT) 특임연구위원은 “일본에서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해진 기업들의 필요에 의해 고령자 고용 정책이 제도화됐지만 이 같은 다양한 지원책 덕분에 더 안정적으로 제도가 정착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도쿄=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정부가 현행 ‘주 52시간제’인 근로시간 제도를 일부 업종에 한해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13일 발표했다. 올해 3월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주 69시간’ 논란에 직면한 지 8개월 만에 내놓은 수정안이다. 하지만 세부 방안 마련을 노사정 대화에 떠넘겨 ‘맹탕’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제도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고용부는 6월 말부터 약 두 달간 근로자 3839명, 사업주 976명, 일반 국민 1215명 등 60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에 응답한 근로자의 41.4%, 사업주의 38.2%는 현재 ‘주(週) 단위’인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지금보다 확대하는 데 동의한다고 답했다. 고용부는 “제조업, 건설업 등의 업종과 연구·공학, 설치·정비·생산직, 보건·의료직 등의 직종에서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한 업종과 직종에 한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 현재 ‘주 12시간’인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어떤 업종과 직종을 대상으로, 얼마나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늘릴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에서 빠졌다. 고용부는 추후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정한다고만 밝혔다. 이날 대통령실은 “근로시간 제도는 국민 생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만큼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며 “노사 양측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8개월 만에 내놓은 정부의 보완책이 사실상 알맹이 없는 대책에 그친 데다 노사정 대화를 통한 논의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대통령실의 요청에 따라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5개월 만에 복귀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도 근로시간 개편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노총은 “특정 시기에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할 필요가 있다면 현행법상 탄력근로시간제나 선택근로시간제를 활용하면 된다”며 개편에 반대했다.제조-건설업, 주52시간 유연화 찬성 높아… “최대 주60시간 이내” [근로시간제 개편]일부 업종 노사, 규제 완화 공감대… 11시간 연속휴식 보장 하기로정부, 구체 내용 없이 노사정에 넘겨노사 이견 커 합의도출 쉽지 않을듯 정부가 현재 일주일 단위인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바꾸려 했던 이유는 산업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기업에 일이 몰릴 때 근로시간을 늘려 몰아서 일하고, 나중에 근로자들이 그만큼 몰아서 쉬도록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3월 발표 직후 초장시간 근로에 대한 우려로 반발 여론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라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필요한 업종과 직종에만 적용하는 ‘선별적 유연화’로 한발 물러선 개선 방향을 내놨다. ● 제조·건설업 등 “유연화 필요” 13일 고용부가 공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일부 업종에 한해 근로시간을 유연화하는 방안에 근로자의 43.0%, 사업주의 47.5%, 일반 국민의 54.4%가 찬성했다. 자신이 속한 ‘업종’의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근로자와 사업주 모두 제조업(63.6%·65.4%), 건설업(55.5%·56.8%) 순으로 많았다. 자신이 속한 ‘직종’의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늘려야 한다고 답한 근로자 비율은 건설·채굴직, 연구·공학기술직에서 가장 높았다. 응답자들은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확대하더라도 ‘월’ 단위까지만 확대하는 것을 선호했다. 기존 정부안은 ‘월’부터 ‘연’까지 확대가 가능했다. 만약 근로시간이 늘어날 경우 필요한 건강권 보호 조치에 대해서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이라는 답변이 다음으로 많았다. 주당 근로시간을 늘릴 경우 최대 근로시간을 얼마로 설정하는 게 적정할지에 대해서는 ‘주 60시간 이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를 토대로 고용부는 향후 최종 개편안을 내놓을 때 주당 근로시간 상한,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 등의 건강권 보호 조치를 보장하기로 했다. 향후 특정 업종에 대해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늘려주더라도 주 60시간 등의 상한을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 노사 견해차 커 대화 난항 예고 정부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와 개편안에 노동계는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는 일부 업종과 직종으로 제조업, 건설업, 설치·정비·생산직·기술직 등을 꼽았지만 이는 일부가 아닌 사실상 전부에 가깝다”며 반대의 뜻을 명확하게 밝혔다. 이어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가 집중적인 장시간 노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국민을 우롱하는 식의 설문조사”라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도 “정부가 언급한 제조업과 건설업 등은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 업종들”이라며 제도 개편 추진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경영계는 정부의 발표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월 발표된 개편안에 못 미치는 내용이고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주간 단위 연장근로로 겪는 어려움은 업종·직종에 관계없이 기업의 성장과 생존에 치명적인 위험 요소”라며 아쉬워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인식에 간극이 커 노사정 대화로 합의점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구체안 없이 장기 표류 우려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고용부가 여론을 의식해 구체적인 내용 없이 노사정 대화만 강조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찬반이 극렬하게 대립할 것이 뻔한 사안이기 때문에 굳이 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 인해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날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노사정 대화 방식이나 최종 개편안이 나오는 시기 등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대답했다. 설문조사 결과 현재의 주 52시간제 때문에 업무 대응이 어렵다는 응답은 30% 안팎으로 예상보다 다소 낮게 나왔다. 그 때문에 현재의 근로시간 제도를 굳이 개편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정부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은 건 긍정적이지만 향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가 관건”이라며 “근로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고 법을 개정할 부분도 많아 내년 총선 때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올해 하반기(7∼12월) 채용시즌이 본격화한 가운데 9, 10월 신규 채용공고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1년 전보다 크게 늘었다. 하지만 구직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제조·생산업에 쏠려 있어 서비스업 분야의 채용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채용플랫폼 캐치는 올해 9, 10월 자사 사이트에 게재된 채용공고(1만2821건)를 분석한 결과 전년 같은 기간(9981건)보다 채용공고가 28% 증가했다고 13일 밝혔다. 9, 10월은 하반기 채용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시기다. 이 시기 신입직원 채용공고는 3245건으로 전년 대비 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경력직원 채용공고는 9576건으로 38% 증가했다. 신입 채용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채용공고가 468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늘었다. 중견기업 채용공고도 4689건으로 23%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 채용공고는 680건으로 전년 대비 53% 급감했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 채용공고가 151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가장 많이(71%) 늘었다. 이어서 미디어·문화업(48%), 제조·생산업(41%), 판매유통업(30%), 정보기술(IT·23%) 순으로 채용공고 증가 폭이 컸다. 반면 교육·출판업은 채용공고가 300건에 그쳐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전년 대비 채용공고가 줄어든 업종은 교육·출판업이 유일했다. 건설·토목업과 은행·금융업의 경우 전체 채용공고는 전년 대비 각각 5%, 8% 늘었지만 신입 채용공고가 각각 10%, 6% 줄었다. 서비스 분야의 채용공고가 크게 늘었지만 구직자들의 관심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캐치가 구직자들이 해당 기간 채용공고에 지원한 결과를 분석해보니 전체 지원자 대비 서비스업 분야 채용공고에 지원한 비중은 7%에 불과했다. 구직자들은 일반적으로 제조·생산 업종에 많이 지원하는데 올해도 지원자의 48%가 제조·생산업 채용에 몰렸다. 다음으로 은행·금융(16%), IT(11%), 판매·유통(9%) 순으로 지원 비율이 높았다. 김정현 진학사 캐치 부문장은 “이번 하반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다시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난 서비스업계에서 채용공고가 많이 증가했다”며 “하지만 늘어난 채용공고에 비해 구직자들의 관심이 비교적 낮아서 당분간 서비스업의 채용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