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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논문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사칭한 혐의로 기소된 MBC 기자 2명에 대해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공무원 자격 사칭과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MBC 취재기자 양모 씨와 촬영기자 소모 씨에 대해 각각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4일 확정했다. 이들은 2021년 7월 김 여사의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을 검증하는 취재 과정에서 경찰을 사칭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김 여사 논문을 심사한 지도교수를 만나기 위해 경기 파주시의 한 주택 앞에 주차된 차량에서 연락처를 확인한 다음, 차량 주인에게 “경찰입니다. 이사 가신 분 집주소를 알 수 없을까요?”라고 물어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주택에는 김 여사 지도교수가 아닌 다른 사람이 거주 중이었지만, 양 씨와 소 씨는 해당 주택의 정원으로 들어간 뒤 약 15분간 창문과 유리창을 열어 집안 내부를 파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양 씨와 소 씨의 이런 행위가 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한 것이라 보고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도 적용했다. 1심은 경찰 사칭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각각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다만 이들의 공동주거침입 혐의에 대해선 “피고인들이 들어간 곳은 주택 건물의 외벽 바깥으로서 주거용 건물에 해당하지 않고 위요지(圍繞地·건물을 둘러싼 토지)”라며 “거주자의 의사에 반해 주택 안으로 들어가려 한 행동으로 보기는 부족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1심 판단을 유지했으며,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이 맞다고 보고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수험생이 종교적 이유로 면접 일정 조정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하고 불참해 불합격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종교적 이유로 면접에 불참한 수험생에 대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라는 확정 판결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대법원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재림교회) 신자 임모 씨가 전남대 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상고심에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선고한 원심을 4일 확정했다.2021학년도 전남대 로스쿨 입학전형에 응시한 임 씨는 토요일 오전인 면접 시간을 일몰 이후인 마지막 순서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림교회는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가 안식일이어서 시험 응시 등 세속적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대는 임 씨의 요청을 거부했고 임 씨는 면접에 불참했다. 결국 임 씨는 법학적성시험(LEET)과 공인영어 점수 등 다른 평가항목이 상위권이었음에도 불합격 처리됐다.1심은 로스쿨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불합격 처분이 위법하다고 봤다. 대법원 역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국립대 총장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이자 기본권 수범자의 지위를 갖는다”며 “재림교회 신자들이 받는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다만 대법원은 다른 수험생이 받는 불이익이 재림교회 신자가 받는 불이익보다 현저히 적어야 한다는 점을 조건으로 달았다. 면접시험은 필기시험과 달리 시간을 쉽게 변경할 수 있는 만큼, 임 씨의 요구를 받아들여도 다른 응시자들의 면접 시간을 조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임 씨의) 면접 시간을 늦춰 준다고 해서 제한되는 공익이나 제3자의 이익은 원고가 받는 불이익에 비해 현저히 적다”고 판단했다.대법원 관계자는 “시험 일정 변경 요청 거부가 위법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재림교회 신자들은 토요일로 정해진 시험 일정을 변경해 주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도 수차례 냈으나 헌법재판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회의 소수자인 재림교회 신자들이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부당하게 차별받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청의 헌법상 의무의 범위를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국회가 탄핵 소추안을 의결한 손준성 검사장(대구고검 차장검사)에 대한 심판 절차를 중단했다. 헌법재판소는 3일 “검사 손준성 탄핵 사건과 관련해 헌법재판소법 51조에 의해 심판 절차를 정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탄핵 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의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법 51조는 탄핵 심판과 같은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가 형사소송을 이유로 탄핵 심판을 중단한 것은 처음이다. 헌재의 이 같은 결정은 손 검사장 측의 중단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손 검사장 측은 지난달 26일 첫 변론준비기일에서 “탄핵 심판 절차와 형사 절차를 병행하는 게 과연 바람직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있다. 증인을 두 번씩이나 법원과 헌재가 신문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도 있다”며 심판 절차 정지를 요청했다. 다만 헌재는 정지 기한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손 검사장의 항소심 재판 상황에 따라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 검사장은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과 자료 등을 전달하며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당시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혐의(공무상비밀누설·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2022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손 검사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은 지난해 12월 1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고, 손 검사장은 올 1월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손 검사장 양측이 모두 항소해 17일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법원행정처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오후 6시 이후 재판 자제’ 등을 골자로 하는 ‘정책추진서’를 체결한 것에 대해 노동 당국이 “위법한 단체협약”이라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무원노조법상 단체협약 대상이 아닌 사안을 합의했다는 취지다. 법원행정처와 전공노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 등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2일 고용노동부와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1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법원행정처와 전공노를 상대로 6월 3일까지 정책추진서를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지난해 법원행정처와 각급 지방법원, 전공노 법원본부는 △오후 6시 이후 재판 자제 △법원이 운영하는 위원회에 노조 참여 보장 △전체 법관회의 안건에 ‘법원장 후보 추천에 법원 구성원 참여 보장’ 등을 담은 정책추진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서울지노위는 이 같은 내용이 정책추진서로 합의됐다고 하더라도 내용상 ‘단체협약’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무원노조법 8조 1항 등에 규정된 ‘비교섭사항’에 해당돼 위법한 단체협약이라고 봤다. 공무원의 근무조건에 관련된 내용만 단체협약에 들어갈 수 있는데, ‘오후 6시 이후 재판 자제’ 등은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서울노동청은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 노사가 편법적인 단체협약 체결 등 위법한 행위를 하는 것은 노사법치주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정명령에 법원행정처 노사가 불응할 경우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형사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입장문을 내고 “정책추진서를 단체협약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단체협약임을 전제로 시정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행정처는 “정책추진서는 단체협약과 효력을 달리하는 문서로, 단체협약으로서의 법적 구속력도 없다”며 “상호 신의로 향후 그 방향으로 추진하고 노력한다는 입장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정명령에 동의할 수 없고, 이에 대해서는 향후 검토를 거쳐 이의 등 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법원행정처는 행정소송 등 가능한 이의 절차를 검토 중이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전화 홍보방을 부정한 방법으로 운영한 혐의로 고발당한 정준호(광주 북구갑) 후보 측 관계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김명옥)는 이날 오후 정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 2명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자원봉사자 등에게 대가를 지급하거나 약속할 수 없도록 한 선거법 규정을 어기고 전화 홍보방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광주 북구선거관리위원회는 전화 홍보원 20여명에게 일당 10만 원씩을 지급하기로 하고 선거사무소 내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정 후보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이달 6일 정 후보 선거사무실(캠프)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 후보는 이달 6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화방 운영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선거 사무장·회계 책임자도 금품을 거래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민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법적으로 혼인을 한 배우자만 상속권을 갖는다는 취지다. 헌재는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민법 1003조 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31일 밝혔다. 배우자의 상속 순위를 규정하는 이 조항은 배우자가 망인의 부모나 자녀(직계 존비속)와 공동으로 상속권을 갖고, 법이 정한 비율만큼 재산(유류분)을 물려받도록 하고 있다. 이때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배우자를 뜻한다. 김모 씨는 11년간 사실혼 배우자와 살다가 2018년 사별했고, 법원도 사실혼 관계를 인정했다. 그러나 민법상 상속 순위에 따라 배우자 재산이 형제와 자매 등에게 돌아가자 김 씨는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민법 조항의 ‘배우자’ 부분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부여하는 조항이 없는 것 역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에 대해 2014년 결정과 같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2014년 결정을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헌재는 “사실혼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통해 상속권을 가질 수 있고, 증여나 유증을 받는 방법으로 상속에 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헌재는 재산분할청구권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에서 허용되지 않는 진정입법부작위(입법자의 입법 의무가 있지만 입법하지 않는 행위)를 다투는 것이라 심판 대상이 안 된다”며 6 대 3 의견으로 각하했다. 다만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영진 재판관은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 등을 보호할 수 있도록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충 의견을 남겼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살아있는 어머니가 죽었다고 속여 연인과 친구로부터 장례비 등 명목으로 수억 원을 뜯어내고, 돈을 더 받아내기 위해 자신의 계좌 잔액을 부풀려 위조한 3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3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지검 포항지청 형사1부(부장검사 김종필)는 8년간 교제한 연인과 친구에게 부모가 사망한 것처럼 속이는 방법 등으로 7억여 원을 가로챈 김재원(가명) 씨를 사기와 사문서위조행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제약회사에 다니다 퇴사한 김 씨는 8년간 사귄 연인과 대학 동기 친구를 상대로 2021년부터 2년간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으니 돈을 빌려 달라”고 거짓말을 하고, 어머니가 사망했다고 속여 장례비 등 명목으로 7억여 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씨는 180회에 걸쳐 4억6000만 원을 보내준 연인을 상대로 돈을 더 받아내기 위해 아파트 계약금 납부 영수증을 위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396원뿐인 자신의 증권 계좌 잔액을 11억3500만 원이 있는 것처럼 잔액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도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김동영 검사는 “경찰이 불구속 송치한 사건이지만 잔액증명서 위조 및 행사 부분을 직접 인지해 구속하고, 아파트 건설사의 수납인을 제작해 날인한 사실도 확인한 다음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해 송치받았다”며 “앞으로도 극히 불량한 방법으로 금원을 편취하는 사기 사범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민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법적으로 혼인을 한 배우자만 상속권을 갖는다는 취지다.헌재는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민법 1003조 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31일 밝혔다.배우자의 상속순위를 규정하는 이 조항은 배우자가 망인의 부모나 자녀(직계 존·비속)와 공동으로 상속권을 갖고, 법이 정한 비율만큼 재산(유류분)을 물려받도록 하고 있다. 이 때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배우자를 뜻한다.김모 씨는 11년간 사실혼 배우자와 살다가 2018년 사별했고, 법원도 사실혼 관계를 인정했다. 그러나 민법상 상속순위에 따라 배우자 재산이 형제와 자매 등에게 돌아가자 김 씨는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민법 조항의 ‘배우자’ 부분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부여하는 조항이 없는 것 역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헌재는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에 대해 2014년 결정과 같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2014년 결정을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헌재는 “사실혼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통해 상속권을 가질 수 있고, 증여나 유증을 받는 방법으로 상속에 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헌재는 재산분할청구권에 대해서도 헌재는 “헌법소원에서 허용되지 않는 진정입법부작위(입법자의 입법 의무가 있지만 입법하지 않는 행위)를 다투는 것이라 심판 대상이 안 된다”며 6대 3 의견으로 각하했다. 다만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영진 재판관은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 등을 보호할 수 있도록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충의견을 남겼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대법원이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후 처음으로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모두 참석하는 전원합의체 사건 심리를 21일 진행했다. 전원합의체가 ‘완전체’로 사건을 심리한 것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 퇴임 직전인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이다.대법원은 전원합의체가 21일 총 17건의 사건을 심리했다고 밝혔다. 전원합의체는 사회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사건을 심리하는 대법원 재판부다. 전원합의체 심리는 법원행정처장(천대엽 대법관)을 제외한 대법관 12명과 대법원장이 참여한다.이날 심리한 사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2017년 전국금속노조가 “원청 기업이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며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이다. 2018년 1, 2심에선 금속노조가 패소했는데, 전원합의체 선고 결과에 따라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 시행과 같은 효력을 낼 수 있어 재계와 노동계가 상당히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 역시 하청 근로자가 요구하면 원청회사가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법조계에선 보수 성향의 조희대 대법원장, 중도 성향의 엄상필 신숙희 대법관이 취임하면서 대법원이 ‘김명수 대법원’ 시절의 친노동 성향 판결과는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전원합의체는 실질적 혼인 관계인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여부 사건도 심리했다. 1심은 “현행법상 부부는 남녀 간 결합”이라며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2심은 “성적 지향으로 차별할 수 없다”며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빵을 훔치고 감옥에 갇힌 소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처럼, 생계형 소액 범죄에 내몰리는 극빈층이 늘고 있다. 인권단체 ‘장발장 은행’은 벌금을 낼 형편이 안 돼 노역을 할 위기에 놓였을 때 최고 300만 원을 빌려주는 제도를 운영한다. 월평균 이용자는 올해 들어 100명이 넘는다. 2년 새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10만 원 이하인 소액 절도 사건은 4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경기 침체와 물가 폭등이 겹치면서 막다른 길에 내몰린 2024년 한국의 장발장들을 만나봤다.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연명하던 이무재 씨(84)는 지난해 4월 ‘도둑’이 됐다. 그는 평소처럼 경기 부천시의 한 가게 앞에 쌓인 상자들을 손수레에 실었는데, 그 사이에 50L짜리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10장 끼워져 있었던 것. 버린 건 줄 알고 이를 고물상에 내다 판 이 씨는 가게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고, 총 1만5000원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30만 원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달 18일 기자와 만난 이 씨는 백내장으로 희뿌예진 눈에서 눈물을 찍어내며 “평생 범죄는 저지른 적이 없다”며 “수사에, 재판에 끌려다니는 4개월 동안 건강이 더 악화됐고, 그 사이 돈을 벌 수 없어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이 씨는 충남 당진 출신으로 젊은 시절 서울에서 사무직으로 일했다. 하지만 퇴직할 즈음 아내와 아들과 소원해졌고 그 후 연락이 끊겨 홀로 산지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이 씨는 한 달에 27만 원을 지원받지만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었다. 허리 협착증을 앓고 있지만 수술비 300만 원은커녕 진통제를 살 돈도 부담된다. 그는 경기 부천시 중동에 있는 한 사찰에서 공양하거나 대부분의 끼니를 라면으로 때운다. 이 씨는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벌금 낼 돈 없는 극빈층, 9년 새 최다최근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물가마저 급등하면서 생계가 어려워진 극빈층이 범죄를 저지르는 등 막다른 길로 몰리고 있다. 20일 인권단체 ‘장발장은행’에 따르면 이 씨처럼 벌금형을 선고받은 극빈층에게 담보나 이자 없이 최고 300만 원을 빌려주는 사업에 올 1월 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총 307명이 신청했다. 월평균 신청자는 102.3명에 달했다. 이는 2022년(26.2명)의 3배가 넘는다. 장발장은행이 처음 만들어진 2015년(151.3명) 이후 가장 큰 규모다.장발장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는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소년소녀 가장 등 형편이 어려워 벌금 대신 노역을 선택할 위기인 이들이 대다수다. 최모 씨(21)가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1월 임신 중 극심한 생활고로 여러 날 굶주리자 온라인 중고장터에 ‘아기 침대를 판다’고 가짜 매물을 올렸다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780만 원이 선고됐다. 최 씨는 지금도 벌금을 갚느라 분윳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다.극빈층 범죄자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생계가 끊겨 더 큰 빈곤에 시달린다. 이로 인해 다시 범죄에 내몰릴 가능성이 커진다. 경찰청에 따르면 훔친 금품이 10만 원 이하인 소액 절도 사건은 2018년 3만1114건에서 2022년 5만6879건으로 4년 새 82.8% 늘었다. 법무부 분석 결과 절도범은 2명 중 1명(50.0%·2022년 기준)꼴로 출소 후 3년 안에 다시 범행해 교도소에 수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일용직 노동자 김모 씨는 2020년 10월경 울산의 편의점 3곳에서 총 2만 원 남짓한 깻잎 통조림과 도시락을 훔치다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해 1월 또다시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훔치다가 같은 해 10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벌금형 집유-조건부 기소유예 늘려야”생계형 범죄의 경우 엄하게 벌하는 것만으로는 재범의 고리를 끊을 수 없으며, 범죄의 유혹에 노출된 계기를 살펴 이를 해소하는 대책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의 경우 생계형 범죄자가 오랜 사법 절차 속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없게 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2018년 1월 ‘장발장법(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됐다. 5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대해 집행유예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벌금형 집행유예를 받는 이들 중 단순절도 등 생계형 범죄자 비율은 매년 4~6% 수준에 그친다.생계형 범죄자가 취업 지원이나 직업 훈련, 심리 상담 등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지금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법무부는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라 2022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 11월 편의점에서 도시락 등을 훔친 20대 남성에게 기소를 유예하고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지원을 연계해주는 등 적용 사례가 나오고 있다.다만 현재는 담당 검사와 소속 검찰청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적용 여부가 갈려, 이무재 씨처럼 절도 초범인데도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존걸 전주대 법학과 교수는 “독일처럼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의 근거를 형사소송법 등에 마련해야 한다”며 “또 재범 방지와 함께 치료, 배상 등을 기소유예 조건으로 활용해 제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고검장과 지검장을 만나 ‘수사 지연’ 해결 등 법무 검찰 업무의 발전 방향을 논의한다. 신속한 수사를 위해 업무 프로세스를 다시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장관은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18일 고검장 간담회를 시작으로 25일 비수도권 지검장, 29일 수도권 지검장들과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지연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일선 고검장과 지검장들의 의견을 듣고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법무부 관계자는 “박 장관이 형사사법 절차에서의 신속한 정의 실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 등 법무·검찰 업무 발전 방향에 관해 일선 기관장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순차적 간담회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최근 검사장들에게 e메일을 보내 “(장관 취임 전) 변호사로 일해보니 수사와 재판 지연 문제가 심각해 국민 불편이 너무 크다”며 이번 간담회에서 검사장들과 심도 있게 의견을 나누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박 장관은 서울고검장을 지낸 뒤 퇴임해 2017년 9월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검사장 간담회에선 수사 지연 해결 방안 외에 최근 총선 국면에서 불거진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논란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고검장과 지검장을 만나 ‘수사 지연’ 해결 등 법무 검찰 업무의 발전 방향을 논의한다. 신속한 수사를 위해 업무 프로세스를 다시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장관은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18일 고검장 간담회를 시작으로 25일 비수도권 지검장, 29일 수도권 지검장들과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지연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일선 고검장과 지검장들의 의견을 듣고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법무부 관계자는 “박 장관이 형사사법 절차에서의 신속한 정의 실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 등 법무·검찰 업무 발전 방향에 관해 일선 기관장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순차적 간담회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박 장관은 최근 검사장들에게 e메일을 보내 “(장관 취임 전) 변호사로 일해보니 수사와 재판 지연 문제가 심각해 국민 불편이 너무 크다”며 이번 간담회에서 검사장들과 심도 있게 의견을 나누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박 장관은 서울고검장을 지낸 뒤 퇴임해 2017년 9월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검사장 간담회에선 수사 지연 해결 방안 외에 최근 총선 국면에서 불거진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논란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현대제철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현대제철 근로자로 인정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13년 만에 지위를 인정받았다. 현대제철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불법 파견이 인정된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2일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근로자 161명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일부 파기환송했다.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2011년 7월 광주지법 순천지원에 소송을 낸 지 13년 만에 대법원 판단이 나온 것이다. 1심과 2심은 원고들이 하청업체 소속이지만, 실제로는 현대제철이 이들을 통제하고 지휘·감독했다는 점을 인정해 현대제철을 실질적인 사용자로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현대제철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인사 및 근태 상황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사내협력업체가 폐업하고 새로운 사내협력업체가 도급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기존 근로자를 승계해 기존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는 등 사내협력업체가 업무배치권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이날 판결 직후 “참으로 기나긴 시간이었다”며 “현대제철은 불법 파견 노동행위에 대해 사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이번 판결에 따라 해당 인원에 대한 제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원 판결과 별개로 고용노동부는 2021년 2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현대제철에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현대제철 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대법원은 2022년 7월 제철업종에선 처음으로 포스코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낸 소송에서 불법 파견을 인정한 바 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부동산펀드가 투자해 신탁회사가 소유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건물 관리자가 아닌 투자사와 신탁사가 함께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임차인인 서영엔지니어링이 이지스자산운용과 KB국민은행, 에스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2015년 12월 1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영빌딩 주차장에서 불이 나 건물 외벽과 내부 일부가 전소됐고, 건물을 임차해 사용 중이던 서영엔지니어링의 집기와 설비 등이 훼손됐다. 서영엔지니어링은 이 건물에 투자한 이지스자산운용과 신탁사로 건물 소유권을 가진 국민은행, 건물을 관리해 온 에스원을 상대로 손해를 배상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1, 2심은 이지스자산운용과 국민은행에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보고, 두 회사가 공동으로 46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부동산 관리회사인 에스원은 책임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도 원심이 맞다고 봤다. 대법원은 “화재로 인한 책임을 부담하는 주체는 집합투자업자(이지스자산운용)와 신탁사(국민은행)이고, 부동산 관리회사는 점유보조자에 불과해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법무부가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사진)에 대한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 전 장관이 7일 피의자 신분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를 받은 지 하루 만이다. 이 전 장관은 예정됐던 출국을 연기하고 외교부와 시기를 다시 조율하고 있다. 이르면 9일 출국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장관은 8일 저녁으로 예약돼 있던 시드니행 항공편에 탑승할 예정이었으나, 전날인 7일 출국 연기를 결정했다. 임명된 4일 이후 정부와 논의를 거쳐 8일로 출국 일자를 확정한 뒤 외교부 협조를 받아 항공편까지 예약했지만 7일 출국금지 해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은 7일 공수처에 나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4시간 동안 약식 조사를 받았다. 이어 법무부는 8일 출국금지심의위원회를 열어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법무부는 “출석 조사가 이뤄진 점, 이 전 장관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한 점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대사 임명 전 주재국인 호주 정부의 아그레망(동의)을 받아 절차적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호주에서도 이 전 장관이 공수처 수사를 받는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대사 부임에 동의했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와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은 전혀 관계가 없다”며 “몇 달 전 이미 내정했고, 준비 과정에서 인사 발표가 늦은 것일 뿐”이라며 임명 철회 가능성을 일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수사 외압을 은폐하고 피의자의 해외 도피를 방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4일만에… 이종섭 대사임명→출금 공개→공수처 조사→출금해제 李, 조사 하루만에 ‘출금 해제’ 논란법무부 “채상병 사건 수사 협조 태도”… 법조계 “1심 무죄때만 해제 이례적”대통령실 “옷 벗길 문제인지 의문”… 野 “국가시스템 무너진 것” 비판26시간. 법무부가 피의자 신분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조사를 받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를 해제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법무부는 8일 오후 2시 20분경 “최근 출석 조사가 이뤄졌고 (이 전 장관) 본인이 수사 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며 출국금지 해제 사실을 발표했다. 7일 낮 12시경 이 전 장관이 공수처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 하루 만에 이뤄진 조치다. 피의자 신분으로 출국 금지된 이 전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해 논란이 일자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례적인 특혜”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권은 “이미 호주도 수사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대사 부임에 동의한 것”이라며 임명 철회 가능성을 일축했다. ● “판결 전 출국금지 해제 이례적”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해병대 수사단의 ‘채모 상병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결재했다가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직권남용 등)를 받고 있다. 공수처는 올 1월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했고, 기간은 다음 달 4일까지였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었기에 추후 연장을 하는 수순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이달 4일 이 전 장관이 대사로 임명됐고, 7일 공수처에 나가 4시간가량 조사받았다. 자필 진술서를 작성하고 휴대전화도 제출했다. 이에 법무부는 이 전 장관이 수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8일 출국금지 해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보통 1심 판결에서 무죄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출국금지를 해제한다”며 “기소한 뒤 판결 전까지 출국금지를 해제하는 사례도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이날 “종전대로 차분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 절차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 전 장관 임명에 따른 잇단 논란에도 임명 강행 수순을 밟으면서 부실 검증과 무리한 졸속 인사라는 비판도 불거지고 있다. 공수처 수사의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으로 특임공관장에 임명한 데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 상태라는 점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이 전 장관을 신원식 국방부 장관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할 당시 대통령실 일각에서 “이 전 장관 등의 미숙한 대응으로 대통령실 부담이 가중됐다”는 비판이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대사 기용 카드가 이례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옷 벗길 일이냐”, 야당 “시스템 무너져” 정치권도 공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대통령실의 상세한 인사 판단의 경위를 알지 못한다”며 “출국금지는 형사·사법적이나 행정적인 절차이기 때문에 대통령실에서 그것을 미리 알지는 못했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8일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사실을 몰랐다는 정부 해명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일이며 이게 사실이라면 국가기관, 국가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교가에선 이 전 장관에 대한 임명 강행이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공관장이 고소 고발을 당할 순 있지만, 대사직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조사 일정을 잡고 귀국하는 등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8일 기준) 이 전 장관 부임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한 장병이 재난 구출 중에 희생을 당한 것은 안타까운 일임은 분명하다”며 “그렇지만 그런 이유로 해병대 지휘관을 비롯한 모두가 옷을 벗어야 할 정도로 처리해야 하는 사법적 문제로 접근해야 할 문제인가, 이런 관점에서 차분하게 생각해 볼 일”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실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부처 보고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대통령실이 부처에 확인해 필요한 보고와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수사나 재판 등 사법 절차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전 장관도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구민기 기자 koo@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몬테네그로 법원이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를 미국으로 인도한다는 기존 판결을 뒤집고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유럽 현지 매체들도 “예상을 뛰어넘는 최신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과 한국의 송환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몬테네그로 검찰이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소할 가능성이 있으며, 권 씨를 미국으로 인도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했던 법무장관의 최종 승인 절차도 남아 있다. 미국 법무부도 법원의 결정에 “권 씨의 미국 인도를 재추진하겠다”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 50조 원 이상의 투자 피해를 일으킨 것으로 추산되는 권 씨가 한국으로 송환되면 한국 피해자들이 미국에 앞서 보상받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커진다. 다만 일부 국내 피해자는 국내의 ‘솜방망이 처벌’을 우려해 차라리 100년 이상의 중형이 가능한 미국 인도를 요구하고 있다.● 법원 “韓, 美보다 인도 요청 빨라”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7일(현지 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 씨에 대한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이 5일 권 씨 측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기존 ‘미국 인도’ 결정을 무효화하고 재심리를 명한 데 따른 조치다. 항소법원은 당시 재심리를 명하며 “한국 법무부가 지난해 3월 24일 영문 e메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미국보다 사흘 빨랐다”고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미 정부가 3월 23일 법원에 공문을 보내긴 했지만 권 씨에 대한 임시 구금을 요청하는 내용만 담겨 범죄인 인도 요청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27일 요청한 공문이 정식 인도 요청이라고 본 것이다. 이와 달리, 한국은 24일 요청하며 범죄인 인도 요청서를 첨부했다고 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결정에 대해 “권 씨의 법적 여정 중 최신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몬테네그로 법무부가 미국 인도 필요성을 시사한 만큼 항소법원이 고등법원의 미국 인도 결정을 받아들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권 씨의 변호사 고란 로디치 씨는 “이달 말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인한 형기를 마치면 한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전했다. 권 씨는 지난해 3월 23일 위조 여권으로 출국하려다가 동유럽 발칸반도 몬테네그로의 공항에서 체포됐다. 이때부터 한국과 미국의 권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 경쟁이 시작됐다.● “법무부 장관 최종 승인 미지수” 하지만 권 씨의 한국 송환을 확정이라 보긴 아직 어렵다. 검찰이 법원의 결정에 불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리자 라코비치 법원 대변인도 “검찰이 항소하지 않는 한 권 씨를 곧 인도할 수 있다”고 했다.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의 최종 승인 여부도 변수다.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장관은 그간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 정책 파트너”라며 미국행에 무게를 뒀다. 블룸버그통신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작은 발칸반도 국가(몬테네그로)가 직면한 지정학적 상황으로 미국 인도가 선호되고 있다”며 “몬테네그로 정부가 관련 조치를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도 7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관련 국제·양자 간 협약과 몬테네그로 법에 따라 권(도형)의 인도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인도 추진 방침을 밝혔다. 권 씨의 한국 송환이 최종 결정되면 한국 피해자들은 미국보다 먼저 구제를 받을 길이 열린다. 하지만 국내 피해자 모임은 이날 성명에서 “권도형은 국내 정상급 로펌에 천문학적 수임료를 지급하고 코인사기 범죄에 면죄부를 받고자 한다”며 “제대로 처벌받을 미국으로 보내지는 게 피해자들이 바라는 처음이자 마지막 소원”이라고 밝혔다. 검찰도 권 씨에 대한 수사에 대비하고 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는 현재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에서 맡고 있는데, 권 씨가 입국하는 대로 신병을 확보해 조사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권 씨와 함께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가 지난달 6일 국내로 송환된 측근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38)는 송환 당일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돼 조사를 받았다. 몬테네그로 법무부가 권 씨의 한국 송환을 승인하면 한국 법무부에 이를 통보하게 되고, 구체적인 신병 인도 절차에 대해 협의하게 된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8일 “구금 기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정식 통보를 받게 되면 외교부, 몬테네그로 당국 등과 협의해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몬테네그로법원이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를 미국으로 인도한다는기존 판결을 뒤집고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유럽 현지 매체들도“예상을 뛰어넘는 최신 반전”이라고 평가했다.다만 미국과 한국의 송환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몬테네그로 검찰이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소할 가능성이 있으며, 권 씨를 미국으로 인도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했던 법무부 장관의 최종 승인 절차도 남아 있다.미국 법무부도 법원의결정에“권 씨의 미국 인도를 재추진하겠다”란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50조 원 이상의 투자 피해를 일으킨 것으로 추산되는 권 씨가 한국으로 송환되면 한국 피해자들이 미국에 앞서 보상받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커진다. 다만 일부 국내 피해자는국내의 ‘솜방망이 처벌’을 우려해 차라리 100년 이상의 중형이 가능한 미국 인도를 요구하고 있다.● 법원“韓, 美보다 인도 요청 빨라”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7일(현지 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 씨에 대한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이 5일 권 씨 측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기존 ‘미국 송환’ 결정을 무효화하고 재심리를 명한 데 따른 조치다.항소법원은 당시 재심리를 명하며 “한국 법무부가 지난해 3월 24일 영문 e메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미국보다 사흘 빨랐다”고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미 정부가 3월 23일 법원에 공문을 보내긴 했지만권 씨에 대한 임시 구금을 요청하는 내용만 담겨 범죄인 인도 요청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27일 요청한 공문이 정식 인도 요청이라고 본 것이다. 이와 달리, 한국은 24일 요청하며 범죄인 인도 요청서를 첨부했다고 봤다.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결정에 대해 “권 씨의 법적 여정 중 최신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몬테네그로 법무부가 미국 송환 필요성을 시사한 만큼 항소법원이 고등법원의 미국 송환 결정을 받아들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권 씨의 변호사 고란 로디치 씨는 “이달 말 여권 위조혐의로 인한 형기를 마치면 한국으로 인도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전했다.권 씨는 지난해 3월 23일 위조 여권으로 출국하려다가 동유럽 발칸반도몬테네그로의 공항에서 체포됐다. 이때부터 한국과 미국의권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 경쟁이 시작됐다.● “법무부 장관 최종 승인 미지수”하지만 권 씨의 한국 송환을 확정이라 보긴 아직 어렵다. 검찰이 법원의 결정에 불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리자 라코비치 법원 대변인도 “검찰이 항소하지 않는 한 권 씨를 곧 인도할 수 있다”고 했다.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의 최종 승인 여부도 변수다.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은 그간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며 미국행에 무게를 뒀다. 블룸버그통신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작은 발칸반도 국가(몬테네그로)가 직면한 지정학적 상황으로 미국 인도가 선호되고 있다”며 “몬테네그로 정부가 관련 조치를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도 7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관련 국제·양자 간 협약과 몬테네그로 법에 따라 권(도형)의 인도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인도 추진 방침을 밝혔다.권 씨의 한국 송환이 최종 결정되면 한국 피해자들은 미국보다 먼저 구제를받을 길이 열린다. 하지만 국내 피해자 모임은 이날 성명에서 “권도형은 국내 정상급 로펌에 천문학적 수임료를 지급하고 코인사기 범죄에 면죄부를 받고자 한다”며 “제대로 처벌받을 미국으로 보내지는 게 피해자들이 바라는 처음이자 마지막 소원”이라고 밝혔다.검찰도 권 씨에 대한 수사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테라·루나 폭락 사태는 현재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에서 맡고 있는데, 권 씨가 입국하는 대로 신병을 확보해 조사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권씨와함께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가 지난달 6일 국내로 송환된 측근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38)는 송환 당일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돼 조사를 받았다.몬테네그로법무부가 권 씨의 한국 송환을 승인하면한국 법무부에 이를 통보하게 되고, 구체적인 신병 인도 절차에 대해 협의하게 된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8일 “구금 기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정식 통보를 받게 되면 외교부, 몬테네그로 당국 등과 협의해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재수사 중인 검찰이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하며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정원두)는 7일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당시 청와대가 만든 대통령지정기록물 등을 확보했다. 이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30년 지기이자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송철호 전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송 전 시장의 경쟁자를 매수해 불출마를 종용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를 받는다. 조 전 장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범죄첩보를 경찰청을 통해 울산지방경찰청에 보내 하명(下命) 수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2020년 1월 송 전 시장과 황운하 의원(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 등을 기소했다. 하지만 임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2021년 4월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항고를 제기했고, 지난해 11월 1심에서 송 전 시장과 황 의원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되고,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에게 징역 2년이 선고되자 서울고검은 올 1월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검찰은 26일로 송 전 시장과 황 의원 등의 항소심이 시작되는 만큼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해 서울고법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은 15년(사생활 기록물은 최장 30년)까지 비공개할 수 있는데, 이를 열람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나 고등법원장의 영장이 필요하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대변인은 “철 지난 울산시장 개입 의혹 사건을 털고 털고 또 털면서 문재인 정부, 특히 조국을 겨냥해 수사력을 낭비하고 있다”며 “무도한 검찰정권의 협박에 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임 전 실장 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한 문재인 정부 당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에 나섰다. 올 1월 서울고검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재기수사를 명령한 이후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7일 동아일보를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정원두)는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30년 지기이자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송철호 전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다.2019년 수사 첫 발을 뗀 검찰은 대통령자치비서관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당시 청와대의 자료 제출 거부로 불발됐다. 이광철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등의 휴대전화 압수수색도 하지 못했다. 주요 물증 확보에 실패하면서 검찰은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임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이 전 비서관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으로 재수사를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앞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인사로 기존 수사팀이 해체되는 여파 등으로 수사가 지연되고, 청와대 ‘윗선’이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자 서울고검에 항고를 제기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송 전 시장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등이 대거 실형을 받으면서 여권의 재수사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서울고검은 1월 재기수사 명령을 내리며 “기존 수사 기록, 공판 기록, 판결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울산경찰청 하명(下命) 수사 및 후보자 매수 혐의 부분에 대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구민기 기자 koo@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재판 지연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내건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 후 첫 현장 소통 행보에 나선다. 14일 청주지법을 시작으로 각급 법원을 방문해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취지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6일 오전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조 대법원장의 일선 법원 현장 방문 계획을 공지했다. 천 처장은 “대법원장께서 법원 구성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달하고 우리 법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지혜와 의견을 구하고자 두달간 각급 법원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법원이 당면하고 있는 내외부 상황을 법원 구성원들에게 진솔하게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천 처장은 “이번 방문은 취임 후 3개월이 지난 지금 대법원장님께서 일선 법원의 상황을 직접 살펴보고, 법원 구성원들의 다양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청해 듣고자 마련한 것”이라며 “그 취지에 비춰 방문 관련 의전과 행사는 최대한 지양하겠다”고 했다. 각급 법원 방문 일정은 조만간 확정된다.지난해 12월 11일 취임한 조 대법원장은 그간 사법부 최대 현안인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을 위해 법원장들을 직접 재판에 투입하고, 재판부 임기를 늘렸다. ‘인기투표 변질‘ 비판을 받아온 ’법원장후보추천제‘를 일단 중단하고 법원장 인사를 단행하는 등 대대적 개혁에 나서며 취임 초기 사법부를 빠르게 안정시키는데 주력해왔다. 이번 현장 소통 행보는 법관 인사를 마친 이후 직접 일선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것이어서, 향후 ‘법원장후보추천제’ 완전 폐지 등 주요 사법개혁 현안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사전작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대법원장은 7~8일 충북 제천에서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갖고 재판지연 해소책과 법원 사무분담 변동 등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