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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당내 인사들의 막말 논란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막말과 설화, 부적절한 언행을 엄격히 검증해 내년 총선 공천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최강욱 전 의원의 ‘설치는 암컷’ 발언 이후로도 당내 강경파가 설화를 이어가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랴부랴 ‘공천 불이익’ 카드를 꺼내 든 것. 당내에선 “정작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는데 뒤늦게 수습한다고 중도층 민심을 되돌릴 수 있겠나”라는 회의적 반응이 나왔다. 최 전 의원은 닷새째 사과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한병도 의원은 24일 브리핑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막말과 설화, 부적절한 언행을 엄격히 검증하고, 공천 심사에도 반영하기로 했다”고 했다. 한 의원은 “민주당 후보가 되려면 부정부패, 젠더 폭력, 입시 부정, 공직윤리 위반 여부 등을 검증신청 서약서에 명기하게 돼 있는데 여기에 막말과 설화 관련 내용을 추가하겠다”며 “(막말 및 설화가) 확인될 경우 후보자 자격 심사를 통과해도 선거일 이전에 후보를 사퇴하거나 당선 후에는 의원직 사퇴 등 당의 결정을 따를 것을 서약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전 의원의 발언을 두둔해 논란을 키웠던 민주연구원 남영희 부원장은 이날 오전 부원장직을 내려놨다. 남 전 부원장은 페이스북에 “제가 한 발언으로 당과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앞서 22일 강성 유튜브 채널에서 “왜 그 말(암컷)을 못 하는가”라며 최 전 의원이 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이라고 했다. 남 전 부원장은 현재 인천 동-미추홀을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남 전 부원장의 사의 표명은 홍익표 원내대표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밝힌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홍 원내대표는 해당 방송에서 전날 민형배 의원이 “(소설) ‘동물농장’ 안에서는 ‘암컷 발언’이 문제가 안 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본인이 해명을 하도록 하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최 전 의원의 ‘암컷 발언’은 민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나온 것으로, 그 자리엔 김용민 의원 등도 함께 있었다. 당내에선 민 의원과 김 의원도 징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홍 원내대표는 두 의원에 대한 징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두 의원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어떤 상황이 있을 때 순간적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지 않냐.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그 자리에 있었다고 다 징계를 하게 되면 징계 대상 범위가 구체화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당내에선 강경파를 중심으로 연일 설화가 이어지는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송갑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내 몇몇 인사들이 일말의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어쩌다 당의 수준이 이렇게 됐는지 참담하다”고 썼다.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도 페이스북에 “도대체 누구를 보고 정치를 하기에 이런 막말과 썩어빠진 상황 인식을 갖고 있냐”고 적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당내 인사들의 막말 논란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막말과 설화, 부적절한 언행을 엄격히 검증해 내년 총선 공천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최강욱 전 의원의 ‘설치는 암컷’ 발언 이후로도 당내 강경파가 설화를 이어가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랴부랴 ‘공천 불이익’ 카드를 꺼내 든 것. 당내에선 “정작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는데 뒤늦게 수습한다고 중도층 민심을 되돌릴 수 있겠나”라는 회의적 반응이 나왔다. 최 전 의원은 닷새째 사과하지 않고 있다.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한병도 의원은 24일 브리핑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막말과 설화, 부적절한 언행을 엄격히 검증하고, 공천 심사에도 반영하기로 했다”고 했다. 한 의원은 “민주당 후보가 되려면 부정부패, 젠더 폭력, 입시 부정, 공직 윤리 위반 여부 등을 검증신청 서약서에 명기하게 돼 있는데 여기에 막말과 설화 관련 내용을 추가하겠다”며 “(막말 및 설화가) 확인될 경우 후보자 자격 심사를 통과해도 선거일 이전에 후보를 사퇴하거나 당선 후에는 의원직 사퇴 등 당의 결정을 따를 것을 서약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최 전 의원의 발언을 두둔해 논란을 키웠던 민주연구원 남영희 부원장은 이날 오전 부원장직을 내려놨다. 남 전 부원장은 페이스북에 “제가 한 발언으로 당과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앞서 이달 22일 강성 유튜브 채널에서 “왜 그 말(암컷)을 못 하는가”라며 최 전 의원이 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이라고 했다. 남 전 부원장은 현재 인천 동-미추홀을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남 전 부원장의 사의 표명은 홍익표 원내대표가 이날 SBS라디오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밝힌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홍 원내대표는 해당 방송에서 전날 민형배 의원이 “(소설) ‘동물농장’ 안에서는 ‘암컷 발언’이 문제가 안 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본인이 해명을 하도록 하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최 전 의원의 ‘암컷 발언’은 민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나온 발언으로, 그 자리엔 김용민 의원 등도 함께 있었다. 당내에선 민 의원과 김 의원도 징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홍 원내대표는 두 의원에 대한 징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두 의원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어떤 상황이 있을 때 순간적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지 않냐.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그 자리에 있었다고 다 징계를 하게 되면 징계 대상 범위가 구체화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당내에선 강경파를 중심으로 연일 설화가 이어지는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송갑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내 몇몇 인사들이 일말의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어쩌다 당의 수준이 이렇게 됐는지 참담하다”고 썼다.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도 페이스북에 “도대체 누구를 보고 정치를 하기에 이런 막말과 썩어빠진 상황 인식을 갖고 있냐”고 적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이 같은 당 소속인 김정호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에게 “‘짬짜미’로 해외 출장을 갔냐”고 따져 묻는 이례적인 장면이 나왔다. 이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특위 전체회의에서 김 위원장에게 특위 차원에서 해외 출장을 간 사실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김 위원장이 “유럽 쪽에 재생에너지, 원전 정책에 대해 확인하러 한 번 간 적이 있었다”고 답하자 이 의원이 “도대체 왜 짬짜미로 누구누구만 가신 거냐, 너무 이상하지 않냐”고 되물은 것.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출장보고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올해 8월 민주당 김성환,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과 함께 6박 8일 일정으로 영국, 독일, 네덜란드를 다녀왔으며 출장 경비로 항공비 3100여만 원 등 총 4934만 원을 썼다. 이 의원은 “(해외 출장을 함께) 안 간 사람들한테 보고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정말 우리도 가서 공부하고 싶은데 기회를 안 줬다”고 반발하며 특위 소속 다른 의원들을 향해 “(당신은) 갔다 왔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 의원께서 (저를) 땀나게 만드는데 일단 예산이 없었다”며 “기후특위 출장 예산이 5000만 원 이내여서 더 (여러 명이) 갈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론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예산 범위 내에서 몇 명이 어떻게 갈 수 있다는 걸 좀 더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형모듈원전(SMR) 산업 관련 연구개발(R&D) 예산 333억 원을 단독으로 전액 삭감한 가운데, 당내에서도 “SMR 사업 발목을 잡지 말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비명(비이재명·혁신)계 모임 ‘원칙과 상식’은 23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 대선 이재명 후보도 ‘SMR 연구개발 추진’을 공약한 바 있는데 (민주당이) 야당이 되자마자 문재인 정부 핵심 정책이자 자신의 대선 공약을 헌신짝처럼 폐기한다면 국민께는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로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혁신형 SMR 사업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국가사업으로 확정됐으며 국회가 여야공동포럼을 구성해 예비타당성조사 예산을 통과시키는 데 힘을 합쳤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세계적 저성장 경제구조와 혁신 기술의 미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양극화와 저출생 등으로 경제활력을 빠르게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하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추진했던 혁신형 SMR 사업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근간이며 새로운 수출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원칙과 상식은 “언제까지 에너지 문제를 진영논리로 풀어갈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계승하고 대선에서 패배했더라도 대선 공약은 지키는 ‘신뢰할 수 있는 민주당’이 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이 같은 당 소속인 김정호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에게 “(왜 의원 3명만) ‘짬짜미’로 해외 출장을 갔냐”고 따져묻는 이례적인 장면이 나왔다. 이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특위 전체회의에서 김 위원장에게 특위 차원에서 해외 출장을 간 사실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김 위원장이 “유럽 쪽에 재생에너지, 원전 정책에 대해 확인하러 한 번 간 적이 있었다”고 답하자 이 의원이 “도대체 왜 짬짜미로 누구누구만 가신 거냐, 너무 이상하지 않냐”고 되물은 것.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출장보고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민주당 김성환,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과 함께 6박8일 일정으로 영국, 독일, 네덜란드를 다녀왔으며, 출장 경비로 항공비 3100여만 원 등 총 4934만 원을 썼다.이 의원은 “(해외 출장을 함께) 안 간 사람들한테 보고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며 특위 소속 다른 의원들을 향해 “(당신은) 갔다 왔냐”고 따져묻기도 했다.김 위원장은 “이 의원께서 (저를) 땀나게 만드는데 일단 예산이 없었다”며 “기후특위 출장 예산이 5000만 원 이내여서 더 (여러 명이) 갈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예산 범위 내에서 몇 명이 어떻게 갈 수 있다는 걸 좀 더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형모듈원전(SMR) 산업 관련 연구개발(R&D) 예산 333억 원을 단독으로 전액 삭감한 가운데, 당내에서도 “SMR 사업 발목을 잡지 말라”는 비판이 나왔다.민주당 비명(비이재명·혁신)계 모임 ‘원칙과 상식’은 23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 대선 이재명 후보도 ‘SMR 연구개발 추진’을 공약한 바 있는데 (민주당이) 야당이 되자마자 문재인 정부 핵심정책이자 자신의 대선 공약을 헌신짝처럼 폐기한다면 국민께는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로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들은 “혁신형 SMR 사업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국가사업으로 확정됐으며 국회가 여야공동포럼을 구성해 예비타당성조사 예산을 통과시키는 데 힘을 합쳤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세계적 저성장 경제구조와 혁신 기술의 미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양극화와 저출생 등으로 경제활력을 빠르게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하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추진했던 혁신형 SMR사업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근간이며 새로운 수출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원칙과 상식은 “언제까지 에너지문제를 진영논리로 풀어갈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계승하고 대선에서 패배했더라도 대선 공약은 지키는 ‘신뢰할 수 있는 민주당’이 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앞서 20일 산자위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원전 생태계 정상화 관련 예산 1813억7000만 원을 전액 삭감해 단독 의결했다. 원전업계에서는 “관련 예산이 삭감되면 국내 SMR 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국민의 공복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자당 소속 최강욱 전 의원의 이른바 ‘암컷’ 발언이 여성 비하 논란을 일으킨 데에 따른 경고 메시지다. 조정식 사무총장도 이날 “최 전 의원의 발언을 ‘국민들에게 실망과 큰 상처를 주는 매우 잘못된 발언’이라고 규정하고 최 전 의원에게 엄중하게 경고했다”고 공지했다. 전날 ‘청년 비하’ 논란을 일으킨 당 현수막 문구와 관련해 지도부가 공식 사과한 지 하루 만에 ‘여성 비하’ 실언에 대해 또 사과한 것. 당내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막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태도가 본질”이라며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했다. 강선우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앞으로 각별히 언행에 유의할 것”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이날 사과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가 즉각 사과하고 경고에 나선 건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당내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각종 막말과 비하 발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 전 의원은 앞서 19일 광주에서 열린 민주당 민형배 의원의 북콘서트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면서 “암컷이 나와서 설친다”고 말했다. 올해 9월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최 전 의원은 “(민주당이) 김건희 주가 조작 특검에 매진하실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도 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같은 자리에서 “대통령 탄핵 발의를 해놔야 반윤(반윤석열) 연대가 명확하게 쳐진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민주당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어린 놈” 막말로 논란이 된 송영길 전 대표는 이날도 C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을) 빨리 끌어내리는 것이 국가를 지키는 길”이라며 “(야권 연대를 통해) 200석을 만들어 ‘윤석열’을 탄핵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오직 정쟁을 위해 막말과 비하를 서슴지 않으며 갈등과 분열, 혐오를 부추기는 민주당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회의원을 역임했다는 사람이 여성의 존엄성을 그렇게 짓밟아도 되는가”라며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국민의 공복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관용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자당 소속 최강욱 전 의원의 이른바 ‘암컷’ 발언이 여성비하 논란을 일으킨 데에 따른 경고 메시지다. 조정식 사무총장도 이날 “최 전 의원의 발언을 ‘국민들에게 실망과 큰 상처를 주는 매우 잘못된 발언’이라고 규정하고 최 전 의원에게 엄중하게 경고했다”고 공지했다. 전날 ‘청년 비하’ 논란을 일으킨 당 현수막 문구와 관련해 지도부가 공식 사과한 지 하루 만에 ‘여성 비하’ 실언에 대해 또 사과한 것. 당내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막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태도가 본질”이라며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했다. 강선우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앞으로 각별히 언행에 유의할 것”이라고 사과했다.당 지도부가 즉각 사과하고 경고에 나선 건 총선을 4개월 여 앞두고 당내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각종 막말과 비하 발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 전 의원은 앞서 19일 광주에서 열린 민주당 민형배 의원의 북콘서트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면서 “암컷이 나와서 설친다”고 말했다. 올해 9월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최 전 의원은 “(민주당이) 김건희 주가 조작 특검에 매진하실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도 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같은 자리에서 “대통령 탄핵 발의를 해놔야 반윤(반윤석열) 연대가 명확하게 쳐진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민주당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어린 놈” 막말로 논란이 된 송영길 전 대표는 이날도 C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을) 빨리 끌어내리는 것이 국가를 지키는 길”이라며 “(야권 연대를 통해) 200석을 만들어 ‘윤석열’을 탄핵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오직 정쟁을 위해 막말과 비하를 서슴지 않으며 갈등과 분열, 혐오를 부추기는 민주당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회의원을 역임했다는 사람이 여성의 존엄성을 그렇게 짓밟아도 되는가”라며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한동훈 장관에 대한 탄핵 여부도 필요하면 검토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검사범죄대응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고 있는 김용민 의원은 16일 TF 회의에서 한 장관을 겨냥해 이같이 말했다. 이틀 전 한 장관이 민주당의 ‘이원석 검찰총장 탄핵설’을 언급하며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듯) 만약 법무부가 민주당에 대해 위헌정당심판을 청구하면 어떨 것 같으냐”고 말한 것에 발끈한 것. 김 의원은 한 장관의 발언이 “매우 부적절하고”, “헌법을 위반하는 듯”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 총장 탄핵설’은 14일 오전 한 언론이 관련 단독 기사를 띄우면서 처음 불거졌다. 마침 보도가 나오던 시점에 김 의원은 당 공식 회의에서 “(이 총장도)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검찰총장으로서 헌법을 위반했다”고 외치고 있었다. 이 회의 직후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이 총장 탄핵을 검토한다는 것이 맞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논의는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대소동이 시작된 시점이다. 민주당이 검사에 이어 검찰총장까지 탄핵하려 한다는 논란이 확산되자 당 지도부는 뒤늦게 “검토한 적 없고, 들은 바 없다”고 수습에 나섰고, 대변인실도 “‘잘못이 있으면 (탄핵을) 논의할 수도 있다’는 취지이며 검찰총장 탄핵은 논의한 적도, 논의 계획도 없다”고 정정했다. 이처럼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원내지도부와 달리,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복수의 당 핵심 인사들은 동아일보 추가 취재 과정에서 거듭 ‘이 총장에 대한 탄핵을 들여다본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아직 논의 초기 단계여서 말을 아끼는 것이고, 검토하는 건 맞다”, “대상이 누구든, 총장이든, 지금 정권 비리를 비호만 하고 공정한 수사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누구든 검토된다”는 등의 발언이 이어진 것. 결국 종합해보면 공식 회의 석상에 의제로 올라가지 않았을 뿐, 이 대표 등 극히 일부 핵심 지도부들 사이에선 ‘이 총장도 탄핵하자는 말도 있더라’는 식으로 언급은 됐다는 것이다. 결국 탄핵 가능성을 슬쩍 흘려본 뒤 여론 반응을 살피고 이에 따라 움직이는 전형적인 ‘간보기’와 다름없어 보인다. 여권에서도 “탄핵을 간봐가면서 하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법무부 장관이 눈에 거슬려 탄핵하려니 국민 비판이 무섭고, 탄핵 카드를 접자니 강성 지지층 원성이 두려워 계속 ‘간보기’ 하는데 참으로 깃털처럼 가벼운 태도”라며 “탄핵은 중대한 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 합의를 바탕으로 매우 무겁게 추진돼야 할 정치적 결단이다. 그런데 드러난 위법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 특정 국가조직을 표적 삼아 러시안룰렛처럼 대상자를 선정하고 탄핵하겠다는 건 위중한 탄핵권을 마치 게임처럼 다루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한 장관도 “(민주당이) 나를 탄핵한다고 했다가 발을 뺐고, 오늘은 검찰총장 탄핵한다고 했다가 분위기가 안 좋으니 말을 바꿨다”고 꼬집었다. 이 정도면 원내 1당이자 제1야당인 민주당이 ‘탄핵’이라는 두 글자의 무게감을 망각한 것 아닌가 싶다.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의 탄핵 과정을 거치면서 온 국민이 받았던 충격과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고려한다면 그렇게 막 던질 만한 카드는 아니지 않나.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면서 “암컷이 나와서 설친다”고 말했던 사실이 20일 뒤늦게 알려졌다. 최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민주당이 김건희 주가 조작 특검에 매진하실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올해 9월 의원직을 상실한 최 전 의원은 지난해 4월 당 동료 의원 및 보좌진들과의 화상회의 도중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 속에 당 징계 절차를 밟은 바 있다.최 전 의원은 전날 광주에서 열린 민주당 민형배 의원의 북콘서트에서 “이제 ‘검찰 공화국’이 됐다고 봐야 하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공화국이라는 말은 그런 데다 붙이는 게 아니다. 공화국도 아니고 ‘동물의 왕국’이 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근 한국 정치가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나오는 동물들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취지의 진행자 발언에 최 전 의원은 “동물농장에 비유를 하시는데, 동물농장에서도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고 했다. 이어 “제가 암컷을 비하하는 말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권력의 분립과 균형이라는 것이 그냥 생긴 말이 아니고, 인류의 역사를 반성하면서 생긴 건데, 지금 검찰 공화국은 그것을 정면에서 파괴하고 있다, 모든 걸 한 손에 쥐려고 한다, 이 설명을 조금 더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윤석열 일가로 표상되는 이 무도한 정권의 가장 강력한 가해자가 되는 길을 가고 싶다”며 “말로만 그렇게 할 일이 아니라, 실제로 제가 당한 것 이상의 피해를 꼭 돌려줘야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최 전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9월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짐승들을 길들이기가 어렵다. 왜 소 코(청)에다가 코(뚜레)를 뚫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최 전 의원은 “우리 민주당 의원님들이 앞으로 해주셔야 될 일들이 많고, 저는 예전에 제가 고발해 놨던 첫 번째 사건으로 최은순 씨(윤석열 대통령 장모)가 실형이 확정됐으니까,두 번째 고발한 사건인 김건희 주가 조작 특검에 매진하실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며 “사람이 태어나서 원수를 만났는데 용서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특별법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어제 더불어민주당 검사범죄대응 TF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을 발표했는데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관심 없다고 밝히는 등 서로 말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주권을 수호하는 최후 보루인 탄핵을 정략적 목적으로 남발하다 보니 이제는 어디까지가 적정선인지 판단력 잃고 본인들끼리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법무부 장관이 눈에 거슬려 탄핵하려니 국민 비판이 무섭고, 탄핵 카드를 접자니 강성 지지층 원성이 두려워 계속 ‘간 보기’ 하는데 참으로 깃털처럼 가벼운 태도다.”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의 11월 17일 당 원내대책회의 중 발언입니다. 너무 공감되는 지적이라 원문 그대로 옮겨봤습니다.전날(16일) 김용민, 민형배, 박찬대, 박주민 등 당내 강경파 위주로 구성된 민주당 검사범죄대응TF는 한 장관 탄핵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죠. TF팀장인 김용민 의원은 “한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과 헌법을 위반하는 듯한 매우 격앙된 반응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며 “한 장관에 대한 탄핵 여부도 필요하면 검토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14일 한 장관이 민주당의 이원석 검찰총장 탄핵설에 발끈하며 “만약 법무부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에 대해 위헌정당심판을 청구하면 어떨 것 같으냐”고 한 것이 몹시 부적절했다는 거죠. 자기들은 해도 되고, 장관은 하면 안 된다는 심보입니다. 이원석 총장 탄핵설은 14일 오전 10시경 국민일보가 ‘[단독] 민주당, 이원석 검찰총장 ‘탄핵’ 검토…“김건희 수사 직무유기” 라는 기사를 띄우면서 처음 불거졌습니다. 마침 보도가 나온 비슷한 시점에 김용민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이 총장을 겨냥한 날선 발언을 쏟아내고 있었죠.“(이원석 총장도)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검찰총장으로서 헌법을 위반했다. 특수부 검사들에 대한 탄핵이 발의되자 아프다는 듯 소리쳤다. (중략) 이원석의 특수부 검사 지키기는 군부독재의 하나회 지키기 같다. 검찰총장의 경거망동에 경고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 총장을 해임하거나, 적어도 공개경고하길 바란다. 범죄검사에 대해 민주당은 추가 탄핵을 추진할 것이고 그 대상 범위를 확대할 것이다.” 당연히 회의 직후 기자들 사이에선 난리가 났고,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이 총장 탄핵이 맞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논의는 될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대소동이 시작된 시점입니다. 최 원내대변인의 말과 달리 당 원내지도부는 이후 이어진 동아일보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검토한 적 없고, 들은 바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김용민 의원도 곧 해당 기사 링크를 페이스북에 올리며 “검토한 바 없습니다”고 적었습니다. 결국 최 원내대변인은 “이원석 총장 탄핵과 관련해 ‘논의될 것 같다’고 한 발언한 것은 ‘잘못이 있으면 논의할 수도 있다’는 취지이며, 검찰총장 탄핵은 논의한 적도 논의 계획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백브리핑 정정’ 공지를 냈습니다.그렇게 해프닝처럼 끝나는가 싶었는데, 기류가 묘하게 이상하더군요. 절대 아니라고 선을 긋는 원내지도부와 달리,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복수의 당 핵심 인사들이 거듭 ‘이 총장에 대한 탄핵을 들여다본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A 씨 “아직 논의 초기 단계여서 말을 아끼는 것이고, 검토하는 건 맞다”B 씨 “(탄핵 대상이) 과연 4명만일까?”, “대상이 누구든, 총장이든, 지금 정권 비리를 비호만 하고 공정한 수사를 하지 않는다 하면 누구든 검토된다.” 결국 공식 회의 석상에 의제로 올라가지 않았을 뿐, 극히 일부 핵심 지도부 논의 과정에서 ‘이원석 총장도 탄핵하자는 말도 있던데요?’라는 식으로 언급이 됐다는 겁니다. 특히 이재명 대표도 여기저기서 검찰총장 탄핵 필요성을 전해 듣고 있어서 주변에 그런 요구들이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같은 당내에서도 한쪽에선 맞는다고 하고, 한쪽에선 틀리다고 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한 장관도 등판했습니다. 그는 이날 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가며 작정한 듯 “민주당은 이제 하루 한 명씩 탄핵을 추진하는 것 같다”며 “판사를 탄핵했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했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탄핵한다고 했고, 검사 세 명을 탄핵한다고 했고, 저를 탄핵한다고 했다가 발을 뺐고, 오늘은 검찰총장 탄핵한다고 했다가 분위기가 안 좋으니 말을 바꿨다”며 민주당이 최근 꺼내 들었던 탄핵 카드를 줄줄이 읊었습니다.이어 “민주주의 파괴를 막는 최후의 수단으로 국회 측에 탄핵소추가 있고 정부 측에 위헌정당심판 청구가 있다. 만약 법무부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에 대해 위헌정당심판을 청구하면 어떨 것 같은가”라고 취재진에게 되묻더군요. 그러더니 “법무부는 현재 위헌정당심판 청구를 할 계획이 없다”며 “국가기능을 마비시키고 혼란스럽게 해서 나라를 망치고 국민께 피해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길이라면, 정말 그것 말고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면,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은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일갈했습니다. 이 발언에 민주당이 완전히 들끓은 겁니다. 김용민 의원은 15일 MBC라디오에서 “민주주의의 질서를 완전히 흔들어버리는 굉장히 심각한 발언”이라며 “한 장관은 금도를 넘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위헌정당 심판은 민주주의에서 극약 처방이다. 탄핵이랑 비교 대상 자체가 아니다”라며 “한 장관이 실제 내심을 얘기한 게 아닐까 싶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장관 본인이 정부를 대표해 위헌정당 해산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적어도 한 번이라도 검토했거나 머릿속에 생각하지 않고서는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민주당도 한 번이라도 검토했거나 생각을 했으니 ‘검찰총장 탄핵’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그러더니 다음날 곧장 검사범죄대응 TF 회의를 열고 한 장관 탄핵 가능성을 꺼내 든 겁니다. 대체 이번 달에만 몇 명째 입으로 탄핵시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지도부는 이번에도 이들과 선을 그으며 애써 못 들은 척을 했고요.그러니 당연히 “민주당 내에서부터 말을 맞추라”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요. 17일 대구를 찾은 한 장관은 “민주당 내부 교통정리를 먼저 해야 될 것 같다. 당내에서도 어디서는 한다고 했다가 10분 뒤에는 안 한다고 했다가, 왔다 갔다 하지 않느냐”고 했습니다.하지만 거대야당의 ‘탄핵 간보기’는 한 장관, 이 총장 선에서 멈추지 않죠. 김용민 의원은 19일 광주에서 열린 민형배 의원의 북콘서트에 참석해 “반윤 연대를 형성할 수 있는 행동을 민주당이 먼저 보여야 한다. 그 행동이 윤석열 탄핵 발의라고 생각한다”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도 꺼내들었습니다. “탄핵안을 발의하면 국민의힘에서도 동의할 사람들이 많다”는 그의 주장에 민 의원은 “일단 탄핵 발의를 해놓고 나서 반윤 연대를, 반검찰독재연대 정치연대 등을 꾸려서 선거연합(으로) 이렇게 갈 수 있도록 하는 제안이 유효하다”고 거들었고요.이 정도면 원내 1당이자 제1야당인 민주당이 ‘탄핵’이라는 두 글자의 무게감을 망각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무현, 박근혜 등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거치면서 온 국민이 받았던 충격과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고려한다면 그렇게 막 던질 수 있는 카드는 아닐 텐데요. 윤 원내대표의 17일 당 회의 발언을 조금 더 인용하며 칼럼을 마치겠습니다. “탄핵은 중대한 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 합의를 바탕으로 매우 무겁게 추진돼야 할 정치적 결단이다. 그런데 드러난 위법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 특정 국가조직을 표적 삼아 러시안룰렛처럼 대상자를 선정하고 탄핵하겠다는 건 위중한 탄핵권을 마치 게임처럼 다루는 무책임한 태도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여야가 17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실 보좌진 인건비 및 국회 경내 통신망 교체 등 ‘의정활동 개선’을 위한 예산안 증액에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 시작 이후 주요 상임위원회마다 정쟁과 파행을 반복하던 여야가 자신들과 관련된 예산을 두고는 짬짜미를 했다”고 지적했다. 운영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대통령 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 경호처·국회 등에 대한 내년도 예산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특히 국회 소관 내년 예산안은 364억3000만 원 증액됐다. 6급 이하 국회의원 보좌진에게 지급하는 인건비(43억4300만 원), 의원실 인턴 명절 상여금 및 정액급식비 신설 예산(15억9800만 원), 국회 경내 통신 사업 부문 교체(30억 원) 등이 포함됐다. 국회사무처는 운영위 회의실에 비치된 의자 100여 개에 대한 교체도 개당 60만 원으로 추진 중이다. 원래 단가는 개당 100만 원이었다. 의정활동 관련 예산안에는 흔쾌히 합의한 여야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가 징역 확정판결을 받은 것을 두고는 설전을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여야 간 ‘신사협정’으로 금지한 손팻말도 다시 등장했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관섭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에게 과거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10원 한 장 피해준 적이 없는 분”이라고 최 씨를 두둔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대법원 판결에 대한) 대통령실 의견을 확인하겠다”고 따져물었다. 이에 운영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예산안과 관련된 질문을 하라”고 제지했고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 등도 “예의 좀 차리라”고 가세했다. 그러자 민주당 신영대 의원이 “사전 검열하냐”고 맞서는 등 공방이 이어진 것. 박 의원은 윤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며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실이 이런 부분에 대한 진언을 드리지 못하면 예산이 삭감돼야 한다”고 했다. 이 수석은 “질의의 취지는 제가 알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예산을 말씀하시는지 그 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여야가 17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실 보좌진 인건비 및 국회 경내 통신망 교체 등 ‘의정활동 개선’을 위한 예산안 증액에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 시작 이후 주요 상임위원회마다 정쟁과 파행을 반복하던 여야가 자신들과 관련된 예산을 두고는 짬짜미를 했다”고 지적했다. 운영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대통령 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 경호처·국회 등에 대한 내년도 예산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특히 국회 소관 내년 예산안은 364억3000만 원 증액됐다. 6급 이하 국회의원 보좌진에게 지급하는 인건비(43억4300만 원), 의원실 인턴 명절 상여금 및 정액급식비 신설 예산(15억9800만 원), 국회 경내 통신 사업 부문 교체(30억 원) 등이 포함됐다. 국회사무처는 운영위 회의실에 비치된 의자 100여 개에 대한 교체도 개당 60만 원으로 추진 중이다. 원래 단가는 개당 100만 원이었다.의정활동 관련 예산안에는 흔쾌히 합의한 여야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가 징역 확정판결을 받은 것을 두고는 설전을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여야 간 ‘신사협정’으로 금지한 손팻말도 다시 등장했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관섭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에게 과거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10원 한 장 피해준 적이 없는 분”이라고 최 씨를 두둔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대법원 판결에 대한) 대통령실 의견을 확인하겠다”고 따져물었다. 이에 운영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예산안과 관련된 질문을 하라”고 제지했고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 등도 “예의 좀 차리라”고 가세했다. 그러자 민주당 신영대 의원이 “사전 검열하냐”고 맞서는 등 공방이 이어진 것. 박 의원은 윤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며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실이 이런 부분에 대한 진언을 드리지 못하면 예산이 삭감돼야 한다”고 했다. 이 수석은 “질의의 취지는 제가 알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예산을 말씀하시는지 그 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이럴 때 보면 국회의원들이 머리가 좋은 것 같긴 합니다. 본회의가 한창이던 지난 9일 오후 3시경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안 한다는 것 같습니다”라는 막내 기자의 보고에 저는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더군요. 국회를 출입한 지 5년째이건만, 몇 수씩 앞서가는 양당의 잔머리 대결은 솔직히 쫓아가기도 버겁습니다. 시간 순서대로 잔머리 천재들의 수 싸움을 한번 보시죠.① 9일 오전까지 상황애초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강행 처리에 맞서 필리버스터를 벌이기로 했던 상황입니다. 국회선진화법에 보장된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할 경우 본회의 안건에 대해 1건당 최소 24시간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및 안건 처리를 막기 위한 소수정당의 마지막 입법 저지 전략으로 많이 쓰여 왔죠.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방송문화진흥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총 4개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을 미리 받아 60명 의원 명단도 짜놨습니다. ‘검수완박’ 이후 18개월 만의 필리버스터인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21대 국회 마지막 필리버스터이다 보니 ‘제2의 윤희숙’ 같은 타이틀을 노리고 나름 열심히 준비한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고 하죠. 해당 의원실 보좌진마다 필리버스터에 대비한다고 여념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민주당 원내지도부도 일찌감치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을 대상으로 표 단속을 해왔습니다.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지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100명) 서명을 받아 종결 동의요구서를 제출할 수 있고, 무기명 표결에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179명)이 찬성하면 토론을 강제 종료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4시간마다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키고 법안을 하나씩 처리하겠다. 현재까지 우리 당 의원 전원(168명)과 정의당(6명) 진보당(1명) 기본소득당(1명) 등 비교섭단체, 그리고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6명)까지 함께 하기로 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필리버스터에 대항하는 찬성토론도 벌여 ‘맞불’을 놓기로 했죠. 이 밖에도 여야 지도부는 24시간마다 이어질 표결을 위해 소속 의원들에게 ‘비상 대기령’을 내리고 상임위별로 당번을 정해 본회의장을 지키라고도 했습니다.② 9일 오후 2시그렇게 야심 차게 준비했던 필리버스터를 국민의힘이 당일 오후 본회의가 시작된 직후 갑자기 철회한 겁니다. 윤 원내대표는 전날 오전 철회를 결심하고도 보안 유지를 위해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함구했다죠. 윤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라는 소수당의 반대토론 기회마저 국무위원 탄핵에 활용하겠다는 정치적 악의적 의도를 묵과할 수 없었다”고 철회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 따로 만난 자리에선 “김기현 대표에게만 의총 전에 말했고, 나머지 의원들에겐 본회의장에서 말했다”며 “혼자 고민하고 혼자 정리해서 머리가 좀 아프긴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민주당이 이날 오후 1시 40분쯤 의원총회 중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접수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 ‘결단’을 내렸다는 겁니다.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투표 표결을 거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됩니다. 9일 이후로 여야 합의에 따라 예정된 11월 본회의는 23일과 30일뿐인 상황.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하면 10일로 이어지는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계획대로 노란봉투법을 처리하고 탄핵안도 표결에 부칠 수 있었지만, 필리버스터가 취소되고 본회의가 산회 되면서 탄핵안이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이 돼버린 셈입니다. (물론 그 덕에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은 민주당 예상보다 4박 5일 빠르게 처리됐습니다.)③ 9일 오후 4시 허를 찔린 민주당은 즉각 ‘꼼수’라고 반발했죠.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동관 위원장을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내팽개친 건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습니다. 탄핵안을 무력화하려고 국회의원들이 국회법상 보장된 필리버스터를 포기했다는 거죠. 당황한 티가 역력하던 민주당은 국민의힘 대신 24시간 필리버스터를 여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이를 접은 이유에 대해 홍 원내대표는 “찬반이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반대 입장을 철회한 상황에서 우리도 그렇다고 꼼수를 쓰는 것이, 정당하지 않은 원칙 기준 벗어난 방식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운영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생각했다”고 했습니다.솔직히 지켜보는 입장에선 꼼수든 아니든, 21대 국회 내내 의석수에서 민주당에 밀려 질질 끌려만 다니던 국민의힘이 ‘거야(巨野)의 폭주’를 처음으로 멈춰 세웠다는 점에선 통쾌하더군요. 다만 그게 여야 간 협상이 아닌 국회법을 역이용한 잔머리 덕이었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더군다나 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그동안 그토록 목 놓아 반대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그렇게 쉽게 표결을 포기하고 나가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소수정당으로서 마지막 반발과 항거를 필리버스터라는 역사의 기록으로라도 남겼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④ 10일부터 현재까지그 다음날부터 여야는 서로를 향해 ‘꼼수’라고 비난하며 ‘꼼수 2라운드’에 돌입했습니다. 국회법 90조 2항에 따르면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은 본회의 동의를 받아야 철회할 수 있는데, 이를 놓고 또 아전인수식 해석 싸움을 시작한 겁니다. 국민의힘은 탄핵안이 이미 본회의에 의제로 보고됐기 때문에, 해당 탄핵안을 재추진하는 것이 법적으로 무효라고 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꼼수 원조정당’ 답게 전날 본회의에 올렸던 탄핵소추안을 부랴부랴 철회했죠. 국회에 보고만 됐다고 해서 바로 안건이나 의제가 됐다고 볼 수 없고, 일사부재의(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제출한 탄핵안과 관련해 당이 이날 오전 철회서를 제출했고, 철회서가 접수 완료됐다. 이번엔 철회했지만, 이달 30일과 다음 달 1일 연이어 잡혀 있는 본회의 등을 시점으로 탄핵안 추진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이 위원장과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안 처리 시점은 11월 10일에서 12월 1일로 약 20일 정도 미뤄지게 됩니다. 그 20일 새 무슨 일이 있겠냐 했는데, 머리 좋은 의원님들은 역시 이미 또 한 단계를 앞서 내다보고 계시더군요.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방통위 업무를 최대한 빨리 마비시켜 내년 총선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 한다고 보고있죠.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왜 유독 탄핵안은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가. 지금껏 민주당이 손에 쥐고 장악했던 방송을 내려놓을 수 없고, 방송 정상화를 늦추기 위해 방송통신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하는 목적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했습니다.민주당에선 이에 대항하는 더 신박한 논리가 나왔습니다. 국민의힘이 9일 기어이 필리버스터를 철회까지 한 배경엔 이 위원장보다도 이재명 대표 수사 팀장인 이정섭 차장검사의 탄핵을 막겠다는 목표가 있었다는 거죠. 한 민주당 의원은 “이동관도 이동관인데, 이정섭 때문에 (국민의힘이) 저러는 것 같다. 이정섭은 12월까지 뭐든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해 영장을 다시 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도 올해 12월이나 내년 초에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한 번 더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하니 완전히 뜬금 없는 소리는 아닐 듯 합니다.예산안 심사가 본격 시작되는 이번 주에도 여야의 피 튀기는 수싸움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의원님들께서 그 좋은 머리를 민생을 위한 예산안과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에도 좀 더 많이 써주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와 ‘고발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9일 당론으로 발의해 본회의에 보고했다. 올해 9월 안동완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에 이은 두 번째 검사 탄핵이다. 검찰은 “보복 탄핵, 방탄 탄핵”, “다수에 의한 법치주의 파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검사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했다”며 “국회가 위법한 범죄, 중대한 비위행위가 명백한 국무위원, 검사에 대해 탄핵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에서 이 차장검사에 대해 일반인의 범죄 및 수사 기록을 무단 열람한 점과 자녀 위장전입 의혹 등을, 손 차장검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과 선거 개입 등을 탄핵 사유로 꼽았다. 윤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 수사를 이끌고 있는 이 차장검사를 탄핵소추할 경우 수사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우려는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위법한 범죄 행위가 분명하고, 비위 행위가 명백함에도 이러저러한 정치적 고려로 국회가 해야 할 일을 못 하는 것은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에도 의총을 열고 ‘고발사주’ 의혹에 연루된 이희동 대검찰청 공공수사기획관과 임홍석 창원지검 검사에 대한 탄핵 여부를 검토했지만 결국 철회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사 탄핵’이 반복되는 데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부담감과 우려가 작지 않았다”며 “의총에서도 자칫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석수를 앞세운 야당의 오만함으로 비칠 수 있다는 당내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윤 원내대변인은 “간부급 검사는 탄핵을 추진하고, 논의된 다른 검사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고발을 통해 수사가 진행되도록 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당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 협박 탄핵, 방탄 탄핵”이라며 “검사 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수사와 기소를 책임진 저를, 검찰총장을 탄핵하라”고 했다. 대검찰청도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의 반복적인 탄핵은 제1당의 권력으로 검찰에 보복하고, 외압을 가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는 의혹 관련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관련 특검법, 이른바 ‘쌍특검법’을 이르면 11월 23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예산안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 3법’을 단독으로 상정한 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야권 179석을 모아 13일 밤 12시까지 연이어 강제 종료시킨다는 목표다. 내년 총선을 다섯 달 남겨두고 과반 의석수의 ‘원내 1당’이 11월, 12월에도 강공 모드를 이어가겠다는 것.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달 말 국회 회의장 내 피켓·고성을 금지하는 신사협정을 체결한 지 보름여 만에 다시 여야 대치 정국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쌍특검·예산안’ 앞세워 연말까지 공세 홍 원내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올해 4월 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두 특검법에 대해 “(본회의가 확정돼 있는) 이달 23일이나 30일, 늦어도 12월 8일에 처리해 달라고 김진표 국회의장께 요청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은 입법까지 최장 8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두 특검법의 본회의 표결은 12월 말경으로 예상돼 왔는데, 이를 한 달가량 앞당기겠다는 것. 홍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대해 “본인 가족과 연관된 비리 사안인데, 염치없는 행동 아니냐. 특검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며, 만약 거부한다면 정치적 책임론이 굉장히 커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어 “정부·여당이 노란봉투법, 방송 3법과 관련해 공공연하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운운하는 건 ‘대화·협치’와 ‘대결·독선’ 중 대결을 선택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달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관련해 “예산안 법정 심사 기한(다음 달 2일)은 지킬 생각이지만 그게 꼭 정부안이 통과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정부에 민생과 미래 관련 몇 가지를 제안했는데 이것이 수용되지 않으면 통과는 어렵다”고 했다. 최근 여당의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에 맞대응해 내놓은 ‘김포∼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안도 민주당 단독 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5호선 연장 예비타당성 면제 등을 담은 법을 이미 제출했다”며 “정부·여당이 5호선 연장 계획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내년 초 연장 공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도 이번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증액하겠다는 것. 홍 원내대표는 6일 MBC 라디오에서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르면 9일 본회의부터 (탄핵안을) 상정할 생각”이라며 “(이 위원장을 포함해) 몇 명을 놓고 지금 (탄핵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도 했다.● ‘야권 연합’ 가능성에 “선거에선 ‘우리 편’ 늘려야” 홍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과 관련해선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앞서 8월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현역 의원 하위 평가자 감산 폭 확대 등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당헌·당규에 따르면 (총선 관련 룰은) 선거 1년 전에 결정하게 돼 있다. 만약 포함한다면 다음 총선부터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당 일각에서 ‘야권 200석 연합’이 거론된 것을 두고 “의석수를 이야기하는 건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고 일축하면서도 “선거는 늘 우리 편은 늘리고 상대편은 줄이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야권 연합 가능성을 열어뒀다. 여야 간 평행선이 이어지고 있는 선거제 개혁 문제와 관련해선 “굉장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 지난 총선처럼 위성정당이 난립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으려고 해도 곳곳에서 (민주당 위성정당을 자칭하는) ‘참칭 정당’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위성정당은 우리가 관리 감독이라도 했지만 내년에는 관리 감독도 안 되는 정당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게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국민의힘이 지난달 30일 ‘김포의 서울 편입 당론 추진’을 꺼내드는 걸 보고 처음엔 ‘꽃놀이패’라고 생각했습니다. 곧장 화제가 됐고, 덕분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가 묻혔고, 김포 외에 구리, 고양, 부천, 광명, 하남 등 다른 시에서도 “우리도 편입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면서 권력을 쥔 집권여당으로서의 재미를 쏠쏠히 봤으니까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일주일 내내 김포의 서울 편입에 대한 공식적인 찬반 입장은 내놓지 않은 채, 국민의힘을 향해 “절차를 지키라” “총선용 갈라치기 전략이어선 안 된다”라는 원론적인 반응만 보였습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0월 31일 KBS 인터뷰에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안을 충분한 검토 없이, 구체적 안 없이 던졌다. 제안하는 방식이 뜬금없고 포퓰리즘 방식으로 지역 갈등을 촉발해 부적절하다”라고 했고, 11월 1일 CBS 라디오에서는 “김포만 갖고 논의하기보다는 전체 국토에 대한 ‘행정대개혁’이 필요하다”라고 역제안했습니다. 아예 광역시도, 시군구, 읍면동 행정체계를 전면 개편하자는 겁니다. 국민의힘 말이라면 쌍심지를 켜고 ‘믿고 거르는’ 민주당이 웬일로 잠잠한가 싶어 취재를 해봤습니다.민주당의 지도부 소속 의원 A는 “‘메가서울’ 이슈가 아직 초반이라 화제가 되는 것일 뿐, 결국 노이즈마케팅에 불과하다”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무수히 많은 선거를 치러본 중진 의원인 그는 “김포의 서울 편입 카드를 만약 내년 2월쯤 선거가 임박해서 꺼내 들었다면 솔직히 우리 입장에선 상당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내년 총선까지 아직 5개월이란 시간이 남았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도 편입 논의에 진전이 없으면 해당 지역에서 곧장 역풍이 불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히려 김포 사람들 입장에선 5호선 연장 이슈만 미뤄지고, 죽도 밥도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생길 거란 거죠. 당내 전략통으로 꼽히는 의원 B도 “김포의 서울시 편입에 대한 서울시민 여론이 생각보다 빨리 바뀌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 민심을 거스르면서까지 밀어붙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이미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여파 속 시장직을 중도 사퇴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 오 시장은 누구보다 서울 여론에 민감할 것이란 거죠.실제 조금씩 여론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5일 발표된 여론조사(CBS노컷뉴스가 알앤써치에 의뢰해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에 따르면 ‘김포-서울 편입’에 반대한다는 비율이 55.5%였습니다. 찬성은 33%였습니다. 특히 관련 지역인 서울 경기·인천에선 반대 비율이 모두 60%를 넘었더군요. 앞서 1일 리얼미터 조사(만 18세 이상 503명 대상·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에서도 반대가 58.6%, 찬성이 31.5%였고, 특히 서울과 인천·경기의 반대 응답이 각각 60.6%, 65.8%로, 찬성(32.6%, 23.7%) 보의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이에 대해 B 의원은 “성공하는 ‘선거 이슈’가 되려면 네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일단 찬반 여론이 딱 50대 50 수준으로 나뉘어야 하고, 전체 선거에 영향을 미쳐야 하며, 무엇보다 내 선거에 이니셔티브(주도권)를 만들어 줘야 한다. 그리고 대중 전반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과거 성공적인 선거 이슈로 꼽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계천 복원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등이 이 공식에 해당한다는 거죠. 그러면서 B 의원은 “그런데 김포 서울 편입은 서울과 경기 지역 내 반대가 60%로 더 높은데다, 수도권 외 지역 선거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안이다. 오히려 ‘서울공화국’ 논란이 확산되면 선거에 이니셔티브는커녕 역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와 해당 지역 의원들이 일제히 신중론을 유지하는 것도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민주당에 유리한 이슈”라는 계산에서겠죠. A 의원은 “민주당은 일부러 찬반 입장을 내지 않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입장을 밝히는 순간 오히려 쟁점이 돼서 이슈를 키우게 되고, 결국 진영논리에 갇힌다”고 했습니다. B 의원도 “지금은 가만히 있는 게 정답”이라며 “각자의 이해 요구가 분출되고 나면 그때 이성을 되찾은 사람들을 상대로 제대로 설명하고 알리면 된다”라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슬슬 반격을 위한 시동도 걸고 있습니다. 우선 ‘세수’ 키워드를 꺼내 들며 약한 고리 공략에 나섰죠. 민주당 강준현 의원은 3일 “김포시의 올해 예산 1조4063억 원 중 시가 거둬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민세, 자동차세 등 ‘시(市)세’ 규모가 약 2587억 원인데, 서울시로 편입되면 이 세금을 서울시로 넘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울시 김포구’가 되면 시세 세입만 2587억 원이 감소한다는 거죠. 올해 1520억 원 규모였던 김포시의 재산세도 서울시로 편입될 경우 700억 원 정도로 줄어든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서울시는 현재 각 구로부터 재산세를 걷은 뒤 절반은 시 예산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각 구에 ‘n분의 1’로 나눠서 전달하기 때문에 김포시로선 모두 약 300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든다는 거죠. 내년 총선에서 서울 외곽 지역에 도전장을 낸 국민의힘 관계자들 입에서도 본격 반발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의힘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10월 31일 페이스북에 “새로운 서울을 만들어 낼 것이 아니라, 있는 서울부터 잘 챙겨야 한다”며 “도봉구를 비롯한 서울 외곽의 구는 서울로서 받는 차별은 다 받는데, 서울로서 받는 혜택은 못 받아 왔다”고 했습니다. 이승환 서울 중랑을 당협위원장도 “서울의 일부 외곽 지역은 ‘여기가 서울이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허울뿐인 서울로서 받는 역차별이 더 큰 지역들이 있다”며 “지금 서울에 필요한 것은 막 먹어 체중만 늘리는 ‘살크업’이 아니라 꾸준한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리는 ‘벌크업’”이라고 했더군요. 정양석 서울 강북갑 당협위원장도 “한정된 재원을 배분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울 주민들이 늘어나게 되면 (우리 지역구) 주민들이 우리 것을 뺏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반발했습니다.한 민주당 의원은 “하남시도 서울 편입을 검토한다는데, ‘강남4구’로 불리는 것도 싫다는 강남 지역 사람들이 강남 범위가 하남까지 확장되는 걸 가만히 지켜만 보겠느냐”라며 “결국 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는 순간 서울 시민들의 반대가 더 커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5호선 연장’ 카드를 던졌습니다. 홍 원내대표는 2일 “서울~김포 지하철 5호선 연장 문제부터 해결하자. 5호선과 관련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연장 확정을 이번 예산안에 담을 수 있도록 가져와라”고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실제 김포 주민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교통 문제를 먼저 해결하자는 겁니다. 국민의힘 주장대로 서울시에 김포시가 편입될 경우 오히려 5호선 문제 해결이 더뎌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C 의원은 “김포 골드라인 과밀 문제를 해결하려면 5호선 9호선을 더 깔아야 하는데, 5호선을 서울 시 차원에서 연장하게 되면 국비 지원 비중이 서울시 6 대 국비 4 정도로 줄어든다. 서울 재정이 그만큼 더 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김포시가) 서울시로 편입되게 되면 광역전철이 아니라 도시철도가 된다. 광역철도는 건설할 때 7 대 3으로 국비 지원을 받는다. 국비가 7이다. 그런데 도시철도는 서울시가 6이고, 국비가 4다. (편입되면) 연장 사업이 어려워진다”(1일 CBS라디오) 주장과 일맥상통하죠.‘김포의 서울 편입’이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한 주였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 속도전을 내겠다는 국민의힘과 어차피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민주당 중 누가 진짜 ‘꽃놀이패’인지 지켜볼 일입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폭풍 속 국민의힘이 꺼내든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본격 닻을 올렸다. 인요한 혁신위가 성공하려면 가장 최근에 망한 더불어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원회’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위의 구성이다. 인요한 위원장이 10월 26일 발표한 혁신위원 명단을 두고 여야에선 일단 “고민한 흔적은 느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성중 의원(서울 서초을), 김경진(서울 동대문을 당협위원장) 오신환(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 전 의원 등 혁신위에 합류한 전·현직 의원은 모두 수도권 지역구에, 상대적으로 친윤(친윤석열) 색채가 약한 사람들이다. 당내 ‘수도권 위기론’에 대처하고 ‘통합’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의도라는 해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솔직히 박 의원 등을 혁신적 인물이라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어쨌든 노골적 친윤은 아니지 않느냐”며 “천하람 윤희숙 등 확실한 비윤(비윤석열)계도 합류 제안을 스스로 거절한 만큼, 인선 면면을 두고 무작정 비판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공식적으로는 “구태 혁신위원, 혁신의 주체가 아닌 혁신의 대상들”(강선우 대변인) “‘비윤’은 빠진 ‘비운’ 혁신위”(정청래 최고위원)라고 깎아 내리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그래도 김은경 혁신위보다는 낫다”라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앞서 6월 김은경 혁신위가 7명의 위원 중 6명을 이재명 캠프 제주선거대책위원회 공동본부장 출신 등 노골적 친명(친이재명) 인사로 채웠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낫다는 것.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우리 당부터 잘해야지, 우리가 누굴 비판하고 걱정하느냐”고 했고, 재선 의원도 “적어도 저기는 ‘친윤 일색’이라는 말은 안 나온다”고 했다. 인선 작업을 끝낸 인요한 혁신위가 실제 성과를 내려면 혁신의 목표와 대상, 그리고 그를 위한 운영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김은경 혁신위는 ‘누구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에 대한 당내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채로 출범한 탓에 어떤 제안을 해도 비난만 샀다. 김 위원장은 6월 20일 첫 회의에서 “정당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체계를 혁파하겠다”고 밝혔는데, 즉시 비명(비이재명)계로부터 “총선 물갈이를 의도한 발언이냐”는 반발이 나왔다. 사실 ‘기득권 혁파’ ‘현역 의원 물갈이’ 키워드는 선거를 앞두고 늘 나오는 ‘클리셰’ 같은 것인데도 김 위원장이 말하니 다들 들고 일어난 셈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출신 한 의원은 “인요한 혁신위도 내부 과제와 목표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가 그랬듯,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인요한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말은 했지만, 대체 무엇을, 어디까지 혁신해도 되는 것인지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설화와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김은경 혁신위는 돌아보면 기억에 남는 건 ‘노인 폄하’ 사건부터 ‘초선 의원 비하’ 논란, ‘가족사 폭로’ 등 사건사고뿐이다. 언론 트레이닝이 덜 된 비정치인 출신이 많다 보면 의도하지 않은 말실수가 나오기 쉽고, 수습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인 만큼 ‘리스크 매니징’에도 신경 써야 한다.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닻을 올렸습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국민의힘이 꺼내든 카드죠. 어렵게 출범한 혁신위인 만큼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어느덧 너무 꼬여버려서 정치권이 스스로 풀지 못하는 난제를 정치권 밖에서 온 사람들이 현명하게 해결해주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그래서 ‘이쪽도 싫고, 저쪽도 싫다’라는 정치혐오층에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약간의 기대감이라도 심어줄 수 있길 바라봅니다.민주당 출입 기자인 저는 앞서 올여름 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가 제대로 ‘폭망’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습니다. 혁신을 못 하는 혁신위는 정말 없느니만 못하더군요. 인요한 혁신위가 김은경 혁신위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라며 지켜봤던 주요 관전 포인트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성공포인트 1. 인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혁신위를 구성하는 면면일 겁니다. 인 위원장이 10월 26일 발표한 혁신위원 명단을 두고 여야에선 일단 “고민한 흔적은 보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12명의 혁신위원 중에는 현역 의원 중에선 유일하게 박성중 의원(재선, 서울 서초을)이 이름을 올렸죠. 전직 의원 중에선 내년 총선에서 서울 동대문을에 도전하는 검사 출신 김경진 전 의원과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으로 서울 광진을에 도전하는 오신환 전 의원이 포함됐습니다. 일단 전현직 의원을 모두 수도권 출신들로 배치해 ‘수도권 위기론’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나름 ‘통합’의 색채를 내려는 시도도 엿보입니다. 사실 박성중 의원은 국회에서 ‘고성’과 ‘갈등’의 아이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라 혁신과는 거리가 먼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긴 합니다만, 계파로만 따져보면 사실 친윤(친윤석열) 색채는 상대적으로 옅은 편이죠. 김경진 전 의원도 친윤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소장파인데다, 전라도 광주 출신으로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소속으로 광주 북구 갑에 출마해 광주·전남 최다 득표율(70.8%)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오 전 의원은 친오세훈계로, 미래통합당 출신의 비윤 인사입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비윤계 내에서도 일단 쇄신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로 혁신위를 꾸리려 했다는 의도 자체에 대해선 크게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일단은 지켜보자는 기류”라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윤희숙, 천하람 등 확실한 비윤계에도 혁신위 합류를 제안했지만 그들이 거절한 것 아니냐”라며 “비윤계도 혁신위 인선 면면만 두고 일방적으로 비판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애써 표정 관리를 하는 모습입니다. 공식적으로는 “구태 혁신위원 인선 그 자체가 실수” “혁신의 주체가 아닌 혁신의 대상들”(강선우 대변인) “비윤은 빠진 ‘비운’ 혁신위”(정청래 최고위원) “60일간 하루 1점씩 까먹는 혁신위가 될 것”(장경태 최고위원)이라고 평가절하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그래도 김은경 혁신위보다는 낫다”라는 분위기가 있네요.앞서 6월 김은경 혁신위는 7명의 위원을 발표했는데 그중 6명이 이재명 캠프 제주선거대책위원회 공동본부장 출신, 이재명 지지 선언을 한 재야 지식인 출신, 이재명 대리인으로 대통령 후보 등록한 사람 등 이른바 ‘친명’(친이재명) 사단이었죠. “혁신위가 아니라 차라리 ‘이재명 친위부대’라 해라”는 당 안팎 비판이 쏟아졌던 것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인지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우리 당부터 잘해야지, 우리가 누굴 비판하고 걱정하느냐”고 했고, 재선 의원도 “적어도 저기는 ‘친윤 일색’이라는 말은 안 나오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 성공포인트 2. 혁신의 명확한 목표와 방향 제시 인선을 마친 인요한 혁신위가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혁신의 목표와 그를 위한 운영 방향부터 명확하게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김은경 혁신위가 활동하는 내내 어떤 말을 해도 줄곧 반발만 샀던 이유는 ‘누구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에 대한 당내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채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김은경 위원장은 6월 20일 첫 회의를 열고 “정당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체계를 혁파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즉시 “비명(비이재명)계 총선 물갈이를 의도한 발언이냐”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사실 ‘기득권 혁파’, ‘현역 의원 물갈이’ 등의 키워드는 선거를 앞두고는 줄기차게 나오는 ‘클리셰’같은 것인데도 김 위원장이 말하니 다들 들고 일어난 겁니다. 혁신위가 인선부터 워낙 말이 많았던 탓에 그 권위를 인정받지 못한 게 크겠죠. 이재명 대표가 “혁신 기구가 우리 당과 정치를 새롭게 바꿀 수 있도록 이름부터 역할까지 모든 것을 맡기겠다”며 전권을 위임했지만, 이미 ‘친명 혁신위’라는 타이틀이 붙어버린 상황에서 어떤 맞는 말을 하고 제안을 해도 “결국 비명계 공천 학살을 하려는 것이냐” “사법리스크 투성이인 이재명 대표 체제부터 혁신해라”는 반발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도 “혁신위 역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지도부의 별동대 비슷하게 보는 것”(6월 15일 CBS라디오)이라고 지적했습니다.결국 김은경 혁신위는 그 뒤로도 혁신 목표와 운영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 채, 제안하는 쇄신안마다 족족 ‘보이콧’을 당했습니다. 1호 쇄신안으로 내놨던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체포동의안 당론 가결은 의원들의 거센 반발 속 의원총회에서 한 차례 결의가 불발되는 망신도 당했죠. 결국 쫓기듯 부랴부랴 조기 퇴장하면서 내놓은 ‘대의원 투표권 폐지’ ‘권리당원 투표권 비중 강화’ 쇄신안 역시 “결국 개딸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냐”는 비판 속 당내 분란만 키웠습니다. 김은경 혁신위와 임기를 함께 한 민주당 원내지도부 출신 한 의원은 “인요한 혁신위도 일단 내부 과제와 목표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그랬듯,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인요한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말은 했지만, 혁신위가 대체 무엇을, 어디까지 혁신해도 되는 것인지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겁니다. 공천룰까지 건드려도 되는 것인지, 지도체제를 바꾸는 것인지 이런 점이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고, 당내에서 명확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위가 어떤 말을 해도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살 것이라는 거죠. 또 다른 민주당 의원 역시 “혁신의 방향이 무엇인지부터 명확하게 하고 시작해야 한다”며 “국민의힘도 ‘용산 거수기’같은 당 지도부에 대해 쓴소리를 하면 무조건 배제시키고 몰아세우는 것이 민주당과 비슷한 상황 아니냐. 그런 당 문화부터 혁신하겠다고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 성공포인트 3: 리스크 매니징 마지막으로 인요한 혁신위가 성공하려면 설화와 논란도 최소화해야 합니다. 언론 트레이닝이 덜 된 비정치인 출신들이 많다 보면 의도하지 않은 말실수가 나오기 쉽고, 수습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김은경 혁신위도 돌아보면 솔직히 기억에 남는 ‘노인 폄하’ 사건부터 ‘초선의원 비하’ 논란, ‘시누이의 가족사 폭로’ 등 대형 사고뿐입니다.이재명호는 사법리스크와 돈봉투 의혹 등 각종 부정부패 논란 속 침몰 위기에 처하자 부랴부랴 ‘김은경 혁신위’를 띄웠지만 결국 더 큰 암초를 만난 꼴이 됐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대패 충격 속 인요한 혁신위를 띄운 국민의힘은 순항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과 방송3법의 본회의 직회부에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27일 “헌법재판소 판단을 존중한다”며 다음 달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못 박았다. 재계에선 “노란봉투법 통과가 국내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불법 파업을 조장할 것”이란 우려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강행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자 모집에 나서는 등 본격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법 규정을 준수해 이뤄진 정당한 입법행위를 여당이 헌법재판제도를 악용해 방해하려 했던 무책임하고 정략적인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며 “정치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무능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1월에 열리게 될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을 처리해 국민 인권과 언론 자유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노란봉투법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노조 불법파업을 조장해 산업 현장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이라며 “방송법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전날 헌재 결정에 대해선 “국회에서 이뤄지는 절차는 국회 판단에 맡긴다는 취지로 이해했다”면서도 “절대 다수를 점하는 민주당의 절차 무시를 더 책임감 있게 판단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각 법에 대한 필리버스터 참여 희망자들의 신청을 독려하며 “해당 법안 소관 상임위 의원은 반드시 신청하라”고 공지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필리버스터 대신 ‘여야 동수 TV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재계에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조사팀장은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및 노동쟁의 대상 확대,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으로 산업 현장에 혼란을 미칠 우려가 큰 법안”이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도 있는 체계적 심사를 통해 법안이 헌법과 법률 체계에 맞는지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었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